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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굴에도 볕들기를 기다려 (연재수기3)
2015년 09월 08일 08시 42분  조회:693  추천:0  작성자: 大西北狼
쥐굴에도 볕들기를 기다려  3 
리홍철 


내리막이 늘찰수록 더욱 높은 산마루는 어쩌면 나에게 꿈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애써 톱은 지금까지의 올리막길을 중단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서 감히 포기를 못하겠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 같았다.
한 기 신문편집은 몇시간 아니면 끝나고, 그것도 신문사가 경제난으로 더는 출간할 수가 없는 상태에까지이르게 되었고, 나역시 근 8개월간 월급을 타지못한 신세였으며 신문사가 오래 지탱하기 힘들것이라는것을  깨달았지만 쉽사리 신문사를 떠날수가 없었다. 
  그무렵 나는 지금의 아내를 사귀게 되었다.
  아내를 처음 만나던 날 내 호주머니에는 특별히 데이트를 위하여 빌린 돈 50원이 전부의 재산이였다. 더 많이 빌릴수 있는 곳도 없었거니와 또 더 많이 빌릴수 있는 체면이 나한테는 전무했던것이다.
  약속장소인 이촌광장에서 만나고 다음으로 꼬치집을 향했다.. 호주머니의 50원짜리 한장이 그렇게도 나에게 큰 두려움으로 안겨올줄은 생각도 못했다...
  별맛꼬치집-참으로 꼬치는 별맛이였지만 나는 무우를 씹는지 감자를 씹는지 분별할수가 없었다.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 할가...
  -꼬치집 사장과도 안면이 없는 사이인데.. 외상은 할수없고...다행히도 아내가 눈치를 챈 모양인지 아니면 입맛이 당기지 않았는지 꼬치 세개에 닭날개 하나만 먹는것이였다..금방 저녁을 먹고 왔다고 한다..
  결국 우리의 첫 외식은 20원으로 <원만하게>끝났고, 그때 그 일을 훗날 결혼후 아내와 말했더니 내 얼굴 기색을 보고 조금은 눈치 챘지만 호주머니에 50원만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한다. 적어도 100원은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사귄지 3달만에 동거하게 되었으며, 그때부터 나는 가정이란 한 지체의 머리로서 가정의 모든 근심걱정 부담거리들을 내가 지고 이고 가야만 했다... 근데, 월급은 계속하여 밀리고, 아내의 1200원 봉급에 매다려 사느라니 내 체면이 말이 아니였다. 담배는 꼬박꼬박 피워야 했고, 취재나 업무보러도 차비를 아내한테서 얻어 써야만 했으니..그러나 그것마저도 당시에는 복속에서 부르짖는 행복한 아우성이였다..
  얼마후 아내가 병으로 사직하게 되었다..
  기가 약한탓에 자꾸만 어림증을 느끼고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서 녹초가 되기가 일쑤였다..
  유일한 밥줄기였던 아내의 봉급이 끊기자 말그대로 우리는 마주앉으면 손가락 빨기밖에 더 할수가 없었다..
  때시걱을 기다리는 일이 아내한테는 죽음을 기다리는것 처럼 두려웠다고 아내는 가끔가다 그때일을 회상하며 얼굴을 찌프린다...
  회사에서는 월급을 계속하여 밀리고, 아내는 조금 비축해두었던 잔금까지 모조리 먹어 불어먹고 나니 얼마후 우리는 정말 손가락을 빨 지경이였다..
  주방에 기름병은 기름대신 먼지가 부옇게 앉았고, 가스통은 비어버린지도 아늑하고, 간장병마저 텅텅 빈소리뿐이다..호주머사정은 더구나 말이 아니었다.. 돈냄새를 맡아본지도 언제인지 기억에 아득하다.
  다행히도 쌀은 있는 편이라 전기를 이용하여 밥은 지어 먹을수 있었지만, 반찬이 문제였다. 일전한푼도 없는 처지라 고기는 꿈의 넉두리로, 녹색빛갈을 띤 채소마저도 먹어본지 아득하였으니깐. 며칠은 맨밥에 간장병만 빨다보니 아닌게 아니라 길을 지나다니며 땅에 떨어진 배추잎사귀마저 주워서 먹고 싶은 생각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하여 보니 집안 객실 전체가 민들레로 수북하였다. 아내가 아픈 몸을 끌고 노산빈관인가 어덴가 하는 근처에 가서 민들레를 캐왔던것이다.
  기름은 없고, 간장도 없고, 고추가루도 없고.... 그래서 밥가마에 물을 끓여서 민들레를 데친 후 소금을 뿌려서 먹는 방법을 선택하였으며 이렇게 우리는 민들레가 꽃이피고 떨어질때까지 근 40일간 하루 세끼 소금을 뿌린 민들레만 먹었다...
  참 그때 일을 생각하면 나를 버리지 않고 떠나가지 않은 아내한테 정말 눈물나게 고마웠고, 감사하다..
  근데 올리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이라더니 나는 그때가 가장 내리막인줄 알았는데 더 내리막이 있을줄이야.. 내리막이다 못해 내리막 밑에 생긴 큼직한 구덩이가 있었던것을 ...
  그렇게 배를 곯으며 기다리기도 싫은 양력설이 돌아왔다..
  남들은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고 잼있게 놀가를 궁리할때 우리는 오늘 저녁끼니를 걱정해야만 했다. 내일이면 양력설이다..그러나 신문사에서는 월급은 둘째로 설소비 한푼 안준다...
  다행히도 내가 당겨온 광고가 하나 있었는데  사장은 그 광고를 결재받아서 나보고 쓰라고 한다. 나는 업체에 전화를 했다..이러저런 사연이 있는데 광고비용을 결재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광고비용 1000원을 손에 쥐게 되었으며, 또 천진하게 꾸지 말았어야 할 양력설의 영롱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 우선 우리 둘이 만난 첫 명절인것 만큼 재미있게 쇠야지..
-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는 댓근 사고, 아내가 좋아하는 닭날개도 좀 사고.. 술도 좀사고 ...
오랫만에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데 그 꿈마저 길지 못했다...
  똑똑똑..
  누군가 사무실 문을 노크한다...
  웬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 거렸다...
  슬며시 돈을 넣은 주머니 쪽을 손으로 눌렀다..
  그러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들어 사는 셋집 주인이다...
  석달동안 집세를 밀렸더니 년말이라고 결산해 달란다..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수가 없었다..
  한달집세 330원, 석달치를 물고 나니 호주머니는 금시 홀쪽해 지고 단돈 10원 한장이 애처롭게 바스락 거린다...
  당금 눈물이 쏟아 질것만 같았다.. 
허전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하여 문을 떼고 들어서니 아내는 오랫만에 보는 밝은 웃음을 짓고 그리고 즐거워 한다..
  그도 오늘 내가 광고비 천원을 받아 오는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을 집세로 물었음은 아직도 감감이였다...
  그때 아내의 망연자실해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하면 내가슴을 아프게 찢고 있다...
아내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더니 나한테서 돈 10원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한참후 그는 돼지고기 반근에, 1.60원을 주고 란링알취 라는 소주 한병, 그리고 훙찐 담배 한갑 사들고 들어왔다..
  -인젠 돈 없어... 설인데 ... 고기에다 술은 마셔야지...그러더니 아내는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 쓴다...
  가늘게 아주 가늘게 아내의 흐느끼는 소리가 내 심금을 아프게 허비고 있다...
  이튿날 양력설날 아침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고기를 씹어야 했으며 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셔야 했다....참고 참으려고 했지만 주체하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은 막을수가 없었다...
  내리막 끝의 이 아득한 심연의 골짜기는 구경 어데까지일가... 깊이를 알수 없는 그 끝없는 나락에 나는 정처없이...정처없이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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