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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고 웃을수가 있을가
2015년 09월 18일 00시 17분  조회:644  추천:0  작성자: 大西北狼

눈감고 웃을수가 있을가

대략 9개월전부터 눈에 이상이 생겼다.

조금만 바람을 맞아도 눈물이 나오고, 새콤 거리고...

모든것은 나한테 있어서 시간이 약을 대처 하였던지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얼마전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안개가 낀듯이 눈앞이 휘부옇게 형체조차 가늠할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약방에서 파는 11원짜리 눈약 하나를 사들고 요것만 사용하면 모든것이 끝나겠는데 하고 안심이 양반다리를 틀고 앉아 있는데 급기야 눈에 심한 통증이 일어 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난생처음 스스로 전문적인 안과 병원을 찾았다...

40년동안 무너지지 않았던 태평한 마음이 병원문을 떼고 들어서는 순간 물먹은 토담마냥 여지 없이 무너져 내렸다...

-혹시 실명의 위기에 처한건 아닐가?

- 혹시 내가 눈을 뜨고 세상을 볼수 있는 시간이 지금 이순간 뿐은 아닐가...

병원문을 떼고 들어서다 말고 나는 계단 옆에 주저 앉았다...

눈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을  이순간에 기억의 창고에 터지도록 저장하여 이제 앞을 볼수 없을때 소 여물 몰이듯이 조금조금씩 음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여질듯이 부풀은 공공뻐스가 숨가쁜 경적을 뽑으며 지나간다...

할일이 많은  사람들이 투정을 부리며  비좁은 버스에 찡기느라 일그러진 얼굴들이 차창안으로 얼핏얼핏 지나간다...

뒷축이 다슬은 슬레바를 신고 힘겨웁게 오르막길을 오르는 과일장사군의 땀에 번들거리는 얼굴에 언덕을 넘으면 나머지 과일 모두 팔수 있다는 희망의 찬란한 광채가 너무 아름답게 보여온다.....

놀랐다... 그리고 이상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희부옇게 눈앞분별을 못하던 내 안광에 모든것이 이렇듯 선명하게 보여올 줄이야...

마음에 방심의 끈을 늦추며 스스로 병원문을 떼고 들어서는 내 마음이 그렇듯 평온했다...

여지껏 보아오지 못했던것, 그리고 느끼지 못했던것을 오늘 하루 마음껏 느끼고 보아온것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같은 이상한 것이 가슴을 쾅~ 치며 다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내 스스로 내 자신에 게 묻는다...

- 너 이제 앞을 볼수 없는 소경이 된다면 금방 본 모든것을 어둠속에서 찾아 볼수 있냐?

-그것을 보면서 앞을 볼 수 없는 네 자신을 웃음으로 극복 할수 있냐???

스스로 눈을 감고 벽에 부딛치면 웃음이 나오지만 앞을 볼수 없어 원하지 않게 웅뎅이에 빠졌다면 나는 정녕 웃을수가 있을가...

.....          .....             .....               .....

- 老花眼이구먼...그리고 엄청난 염증이 있어....

머??? 老花眼??? 먼 소리여? 난 금방 40이라구...내 피부와 내 마음과 그리고 흰머리카락도 몇대 없는 내 눈이 老花眼이라니???

-시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눈의 노화가 빨리 옵니다... 염증은 당신이 컴앞에 너무 장시간 앉아 있은 문제 때문인거 같구여...

불평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이였다....

감사하자...

내가 실명하지 않는것에 감사하자...

눈이 노화되어도, 그래서 이제 웅뎅이에 빠져도 스스로 웃을수 있는 원초의 내 자신으로 돌아가야겠다...

모든것을 감삼함으로 받아 드릴때, 앞을 못보는 소경으로 되어도 안과전문병원 문앞에서 기억의 주머니가 터지도록 담아 두었던 그 아름다운 그림들을 스스럼 없이 감상할수가 있는것이 아닐가 싶다....

눈의 통증이 또 시작되고 있다...

두려움을 극복 할수 있는 내 자신의 비장의 무기를 들고 두려움 없는 동상처럼 저 앞의 암흑의 나라에 서슬의 칼끝을 겨눈다...

....

....

....

자기야~ 눈약 넣어야지...

나는 이제 눈을 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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