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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황혼 제2권(30) 고발 김장혁
2024년 08월 23일 10시 22분  조회:434  추천:0  작성자: 김장혁
 
   장편소설 황혼 제2
        김장혁
 
        30. 고발

 
    구치소 감방에서 류려평은 침대에 훌 들어누웠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삼검불 같은 착잡한 생각과 함께 의문이 뒤엉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구경 누가 날 고발했을까? 종호 그놈일 거야. 그 놈은 내 주사해 넣는 걸 다 봤을 수도 있어. 그 놈은 정신잃은 체 했어. 참 우무룩한 정인군자야. 날 구하는 척하면서 내 죄행을 덮어갚춰주려고 했어. 려향한테 엄마를 구하는 선량한 아빠라는 이미지를 남기려는 개수작이야. 분명 그놈이 날  물어먹었어. 내 모른 거 같애? 흥!”
    류려평은 악이 나 이를 뻑뻑 갈면서 신음소리까지 냈다.
    (어떻게 하면 이 원쑤를 갚을가?)
    류려평은 궁리 끝에 종호를 감옥에 보내려고 궁리했다.
    순간 종호 옆에서 알락거리던 나영과 지영의 걀죽한 얼굴이 눈앞에 삼삼히 떠올랐다.
    (그년들도 편안하게 살게 놔둘 순 없어!)
    여기까지 생각하자 마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녀는 구치소 감방 문을 마구 잡아 두드리며 고함쳤다.
    “여보세요! 요긴한 일이 있습니다!”
    “여보세요! 큰 일 났습니다!”
   복도에서 다급히 뛰어오는 발자욱소리 어지럽게 들리었다.
   드디어 여경 둘이 문께에 나타났다.
    “무슨 일인가요?”
    “요긴한 일이 있습니다. 사무실에 가서 조용히 말할 수 없습니까?”
    여경은 의아한 눈길로 류려평의 아래위를 훑어보고나서 옆구리에서 열쇠를 꺼내 감방 문 자물쇠를  열었다.
    “갑시다.”
    여경들은 류려평의 손목에 쇠고랑을 절컥 채운 후 당직실에 데리고 갔다.
    류려평은 당직실에 들어가자 여경을 보고 말했다.
    “신고할 중대한 사안이 있습니다.”
   여경은 사무상 맞은 켠에 쪽걸상을 들어다 주었다.
    “자, 앉아서 천천히 말하세요.”
    류려평은 쪽걸상에 앉자마자 사무상에 나란히 앉은 두 여경을 쳐다보며 고발하기 시작했다.
    “리종호는 신문사 부사장으로 있을 때 신문사의 수많은 광고자금을 탐오했습니다. 또 수하 기자들과 취재대상들한테서 숱한 돈을 회뢰했습니다.”
    두 여경은 컴퓨터에 일일이 기록하고 나서 류려평을 마주 바라보면서 말했다.
    “중국에서 중국인이 저지른 죄행은 우린 수사할 권한도 처리할 방법도 없는데요. 한국 체류중 범한 죄행이 있으면 적발해요..”
    류려평은 종호를 업고 똥구덩이에 훌쩍 뛰어들었다.
   “어째 난 중국에서 범한 죄로 나포하는가요? 종호도 인터폴 적색수배에 올리게 할 순 없는가요?”
   여경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중국 수사당국에서 인터폴 적색지명수배자로 올리면 협조해 나포할 순 있어요.”
    류려평은 입술을 깨물었다. 종호를 물어뜯어 갈기갈기찢어놓고 싶은데 이빨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이 한스러웠다.
    “또 있습니다.”
   여경은 류려평을 똑바로 바라보며 두 손이 컴퓨터 건판에 옮겨갔다.
   “나영이란 년이 있습니다. 그년은 중국 수사당국에서 인터폴 적색지명수배명단에 오른 도주범입니다.”
   “네? 잠간만요.”
   여경은 컴퓨터 인터넷에 들어갔다.
   “나영이라고 했지요?”
   “네. 나영입니다.”
    “확실히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군요.”
    류려평은 어깨 으쓱해 나영을 한바탕 물고 뜯었다.
    “나영은 부패분자, 패륜녀입니다. 그년은 중국에 있을 때 문화국 국장 리정호란 놈과 함께 일본으로 해서 한국에 밀입국한 도주범입니다. 그 년놈들은 중국에서 숱한 돈을 떼먹은 부패범죄자들입니다. 나는 나영이 아님, 지영이 종호 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넣었다고 의심합니다.”
    여경이 머리를 끄덕이었다.
    “나영이 지금 어데 있는지 아는가요?”
    여경이 관심이 가 하자 류려평은 사기나 살기판 혀끝을 부지런히 놀렸다.
     “내 딸이 말하던데. 나영은 연길냉면집에서 일한다고 합디다. 종호란 놈은 여러차례 도주범 나영을 여러차례 도주하게 도와줬고 숨겨준 죄 있습니다. 지어 나영을 자기 집에 데려다가 숨겨놓고 데리고 살기도 한 불륜도 저질렀습니다. 나영한테 숱한 수술비영과 도주비용을 대주었습니다. 그런 고로 나영은 종호가 앓을 때 그의  병실에도 자주 문안하러 나들었습니다.”
     여경은 나영한테 물었다.
     “더 고발할게 있는가요?”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없습니다. 이제 생각나는게 있으면 또 고발하겠습니다.”
    여경은 컴퓨터를 끄고나서 사무상에서 일어났다.
    “인터폴에서 추척하는 도주범 나영과 인터폴 적색지명수배자 도주범을 고발해 감사합니다. 자기 남편의 죄행마저 신고하는 그 용기 고맙습니다.”
     류려평은 헤쭉 웃으면서 쇠고랑이 찬 손을 들어 보이면서 한술 더 떴다.
     “한국에서도 범죄자를 신고하면 감형받을 수 있지 않는가요?”
     두 여경은 눈길을 마주치더니 미소를 지었다.
     “중대범죄자를 신고하면 판결할 때 감형을 고려하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생각나는 족족 고발할텝니다.”
     악마는 고발의 단맛을 본듯이 혀로 두툼한 입술을 다시었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어째 아직도 질질 끌면서 날 판결하지 않습니까?”
     여경은 흘끔 류려평을 째려보았다.
     “좀 기다리세요. 당신 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요… 이제 곧 결론을 내릴 겁니다.”
류려평은 머리를 푹 숙이었다. 그녀는 여경을 돌아보며 간청했다.
    “날 절대 중국에 인도하지 마세요. 제발 빕니다.”
    여경들은 입에 빗장을 지른 채 묵묵부답했다.
    마녀는 두 여경한테 압송돼 구치소 감방으로 비틀거리며 되돌아갔다.
    류려평이 종호를 물어먹은데는 약은 계산이 따로 있었다.
    (종호를 한바탕 무함하고 물어먹어야 종호가 보복하려고 내 죄행을 다  고발할게 아닌가. 종호 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해넣었다고 증인으로 나설게 아닌가?)
    류려평은 자기가 살해하려던 종호한테 자기 운명을 맡긴다는 것이 너무나도 가련하고 서글펐다.
(그놈을 국내에서 수술대에서 의료사고로 썩어지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럼 킬러로 한국에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는데. 참.)
    그는 구치소 침대에 누워 눈을 스르르 감았다. 순간 자기를 한국에 킬러로 파견한 류덕재가 떠올랐다.
    (아차, 깜빡 잊었구나. 그 놈도 의심스러워. 처음에는 중국은행을 통해 려향한테 내 용돈을 좀 보내더니. 어째 근자엔 일전한푼도 보내지 않을까? 려향이 자기 딸이란 걸 다 알면서도 돈을 안 보내? 깍쟁이 같은 놈. 흥!)
    그녀는 범위를 넓혀 속궁리를 돌렸다.
   (혹시 그 놈도 철창 속에 갇혔는가? 은행계좌도 차압당했는가? 그 놈이 나포되면 나도 편한 날 없는데. 내 죄행을 젤 잘 아는 놈은 종호보다도 류덕재, 그 놈이 잖아.)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혹시 그 놈이 체포되기 전에 날 고발하지 않았을까? 그 놈은 '적은 항상 자기 곁에 있다.'고 하잖았어. 그럼 나도 곁에 있는 적이라고 생각하고 제거하려고 들었어? 세상에 믿을 놈이 없어.)
   그러나 인차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럴 순 없어. 그럼 자기 꼬리도 드러나겠는데.)
   마녀는 이를 옥물었다.
   (늙은 너구리 같은 놈, 제 꼬리 드러날가 봐 겁났지? 자기 꼬리 밟힐가 봐 날 한국에 보냈지? 꼬리를 잘라버리려고?)
    마녀는 눈치 도끼등이 아니었다.
   (류덕재, 늙은 너구리 같은 놈, 네 놈이 날고발했으면 네놈도 살아남을 거 같아?)
   그러나 류려평은 그렇게까지 류덕재를 추측하기 싫었다. 아직 아무런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어쩐지 자꾸 류덕재도 미심해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 놈은 날 극력 보호해야지. 그 놈한텐 내가 시한폭탄과 같으니깐.)
   류려평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한폭탄!)
   그녀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한폭탄이면 제거해야 할게 아닌가? 그럼 그 놈이 내라는 이 시한폭탄을 한국에 멀리 보내놓고 제거하려고 하지 않았을가?)
    류려평은 생각만 해도 섬찍했다.
    (타국에 있는 날 무슨 수로 날 제거한단 말인가? 종호를 살해하려다가 내 한국 경찰에 체포돼 총살당하게 만들자는 거였어? 한국 법정의 칼을 빌어 날 살인죄로 총살당하게 하자고 들었어?)
    마녀는 생각할수록 공포의 바다에 서서히 잠겨들어갔다.
   (어쩜 좋은가? 류덕재 죄행도 훌 고발할가? 혹시 감형받겠는지 어떻게 알아? 허나 여경들은 중국에서의 범죄는 고발해도 심드렁한  표정이 아닌가? 한국에서 저지른 죄만 수사하고 있지 않는가?)
    마녀는 이를 옥물었다.
     (내 중국에 인도되는 날이면 류덕재 고발했다는게 증명돼. 류덕재, 늙은 너구리 같은 놈, 날 물어먹는 날엔 다 고발해버릴테야.)
    마녀는 퉁사발눈으로 쇠살창 밖 퍼러덩덩한 하늘을 무섭게 쏘아보면서 이를 쁙쁙 갈았다. 퉁사발눈에서 불찌가 공포스럽게 툭툭 튕겨나고 있었다.
    그 분노의 불찌는 구치소 바닥도 천정도 훌 불태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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