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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3권(52) 낙태 김장혁
2024년 10월 06일 11시 22분  조회:54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3

       김장혁
 
 
      52. 낙태



 
    지하철을 타고 류려평을 만나러 가면서도 종호는 사돈보기 하던 날에 있은 일을 잊을 수 없었다.
     (지금 보면 류려평은 확실히 숫처녀 아니였어. 내 의심이 틀림없어.)
 
     종호는 그날 사돈보기 하던 날 밤에 처음 그걸 하느라고 마구 헤덤볐다. 그는 반듯이 누운 류려평의 쳐든 두 다리 사이 풀숲을 헤집고 들어가 마구 헛막대질해댔다. 어떤 땐 항문에 대고 마구 헛막대기질해댔다.
     그때 류려평이 엉덩이를 위로 쳐들가면서 종호의 머리를 꽉 껴안더니 나직이 귀속말로 속삭였다.
      “이 바보야, 어데다 헛막대기질 해? 아파 죽겠다. 좀 위로 그래라. 똥구멍에 다 들어가겠다. 킥킥킥.”
    류려평이 손으로 그걸 쥐어 인도해서야 종호는 손쉽게 제 길을 찾아 들어갔다. 드디어 옹달샘이 퐁퐁 솟는 샘물터로 들어가 성난 시퍼런 칼을 썩썩 갈며 시원한 샘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먹칠한듯 어둠컴컴한 고방에는 거친 숨소리와 신음소리 반죽해 절주맞게 들리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보통 숫처녀는 그게 빳빳하다던데 왜 이렇게 헐럭한 감이 들어?)
    종호는 그런대로 첫 회합을 대충 마치고 류려평의 옆구리 쪽에 스르르 떨어지며 한숨을 후- 토해냈다.
   그는 자기 목을 꼭 끌어안는 류려평을 훌 밀어버렸다.
   “왜 이래?”
   류려평이 훌쩍거리며 나직이 물었다.
   “어째 그렇게 헐럭하니?”
   “뭐라고? 남은 아픈 것도 겨우 참으면서 들이댔는데.”
   류려평은 어둠 속에서 속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으면서 도도거렸다.
   “제 사람을 다 만들어놓고 무슨 잔소리냐? 좋고 나니 지금 날 의심하는 거냐? 헐럭하지 않으면 거기로 애 대가리 다 나들겠니? 이제 더 허튼 소리쳐 봐. 우리 류씨 오빠들이 가만 놔 두는가 봐라. ”
    이 몇마디 말은 류려평이 진작 이런 위기일발의 시각에 부딪치면 하려고 미리 준비해둔 말이기에 술술 림기응변해 뱉어낼 수 있었다.
    종호는 거친 숨을 토해내더니 다시 류려평의 몸을 끌어안았다.
    “미안하오. 내 너무 긴장했는가 보오. 사돈보기 하는 행복한 첫 날 밤에 쓸데 없는 소릴 해서 미안하오.”
   류려평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듯이 종호의 귀를 비틀더니 귀에 대고 도도거렸다.
   “넌 후회하게 될 거야. 뭐야? 첫 날부터 내한테 무슨 짓거리를 했어?”
   종호는 려평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속삭였다.
   “죄송하오. 내 심장이라도 다 바쳐 류려평을 영원히 사랑할 거요.”
    어둠 속에서 류려평은 종호를 속여 넘겼다고 생각하고나서 혼자 냉소했다.
    (이 바보야. 난 숫처녀 아니야. 평생 숫처녀 한번도 맛보게 생겼는데. 바보라구야. 뭘? 심장을 바쳐 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ㅋㅋㅋ. 멍청해 귀엽다. 삶은 소대가리 다 웃다가 꾸러미 터지겠다. 난 널 사랑도 하지 않아. 그저 정조를 잃은 년이 돼서 별 수 없어 네한테 몸을 기탁한 거야.)
    그러나 종호는 어둠 속에서 류려평의 그런 허위와 가면, 조소가 섞인 더러운 불륜녀 표정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한번 더 그래기오...” 
   “무슨 소리?”
   “금방 허둥대다나니 한 거 같지도 않소.”
   “오늘 그만 하고 후에 조용할 때 제대로 보기오.”
   “어째, 기분 상해서?”
   “아니, 지금 하신으로 뭐 흐르는 거 같소.”
   “뭐라오?”
   종호는 허둥대며 고방문을 열고 나가 영상한대로 웃방에 가서 전지를 찾아 들고 들어왔다.
   그는 전지불빛을 빌어 요대기 위에 핀 빨간 매화꽃을 발견했다. 그것은 금방 사랑의 극치가 준 선물이었다.
    종호는 빨간 매화꽃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며 흐뭇해났다. 그는 류려평의 너부죽한 보름달 얼굴을 매만지면서 중얼거렸다.
    “넌 숫처녀구나.”
   류려평은 해쭉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종호는 뒤이어 류려평의 하신에 전지불을 비추다가 깜짝 놀랐다. 하신에서 아직도 뻘건 피가 흐르지 않겠는가.
    “아니, 이걸 어쩌오?”
    류려평은 더욱 놀랐다.
    (아니, 이게 낙태되잖았어? 자칫 목숨 잃겠다. 이걸 어쩌나?)
    류려평은 일어나 앉더니 종호 귀를 비틀어댔다.
    “그렇게 거칠게 다룰게 뭐야? 이걸 어쩌니? 빨리 시내에 가야 돼. 자칫 하혈이 심하면 난 죽어.”
   종호는 깜짝 놀라 요대기 위에 풍덩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라고? 아니, 이걸 어쩌나?”
   류려평은 우거지상이 돼 훌쩍훌쩍 울면서 중얼거렸다.
    “빨리, 전화해. 아빠 보고 차를 몰고 오라고 해야겠는데.”
   “이 밤중에 어데 가서 전화를 친다고 그래?”
   “무슨 일이야?”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을 다 듣고 종호 엄마가 고방에 뛰어들어왔다.
    종호는 창피한줄도 다 잊고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면서 실토정했다.
    “류려평이 하신에서 출혈이 심해 그럽꾸마.”
    “그럼 빨리 병원에 가야 해.”
    엄마는 요대기 위에 흐른 뻘건 피 자국을 보고 종호를 흘겨보며 넉두리를 했다.
    “어쩜 색시를 살살 다루지 못하고 이렇게 만들었니? ㅉㅉㅉ.”
    엄마는 류려평의 어깨를 매만지면서 물었다.
    “어디 보기오. 어떤가?”
    “아니, 괜찮습니다. 이제 지혈시켜야겠습니다. 어서 나갑소.”
    만순이 들어와 우거지상이 돼버렸다.
    방에서 아버지가 소리쳤다.
    “빨리 자전거를 타고 대대 사무실에 가서 전화해라.”
    “예.”
    종호는 뒤따라 나오는 류려평을 보고 신신당부했다.
    “저는 간호원 출신이 아니고 뭐요? 림시 지혈조치라도 대오. 내 돌아올 때까지 고방에 누워서 무사히 기다리오.”
   종호는 번개같이 뛰여나갔다. 그는 정신을 잃고 자전거를 타고 아래 마을로 달려갔다.
   류려평은 시집 식구들을 보기 부끄러워 머리를 숙이고 고방에 되돌아갔다.
    그녀는 동갑인 시누이 만순이 보고 깨끗하게 씻은 대야에 깨끗한 물을 떠오고 깨끗한 하얀 수건과 도수 높은 소주도 가져오라고 당부했다.
    뒤이어 그녀는 고방문을 닫아걸고 깨끗한 물에 하얀 수건을 씻어 하신의 피를 닦아냈다. 뒤이어 알콜 대용으로 독한 소주를 솜에 묻혀 하신 주위를 살살 닦아내고 알콜을 묻힌 솜으로 하신을 틀어막았다. 피는 지혈됐는지, 아니면, 속으로 흘러드는지 잠시 하신에서 보이지는 않았다.
    한 시간 넘어서야 류국장이 밤도와 찌프차를 몰고 정신없이 사돈집에 들어섰다.
    “려평아, 어디 있느냐? 내가 왔다.”
    “아빠!”
    려평은 훌 일어나 고방에서 나가 아빠 품에 안겨 대성통곡쳤다.
    “어떠냐? 빨리 병원에 가자!”
    종호는 죄수처럼 머리를 푹 숙이고 말뚝처럼 서 있었다.
    류국장은 종호를 흘겨보면서 질책했다.
    “사람이, 어떻게 다루면 저래? 참. 뭘 꾸물거려? 어서 류려평을 데리고 병원에 가자. 려평은 생명이 위험해.”
    “예.”
    찌프차는 류려평을 싣고 밤도와 시내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호박길에서 헤드라이트는 어지럽게 흔들리며 어둠 속을 헤집고 달려갔다.
    병원 앞에 이르러 찌프는 급정거했다.
    류려평은 담가에 들려 부랴부랴 부산과 구급실에 들어갔다.
    류려평은 관찰대에 누은 뒤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워 자꾸 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당직의사와 간호원이 제때에 처치했기에 류려평은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류려평은 종호의 저돌적인 공격을 받았기에 낙태하고 말았던 것이다. 의사들과 간호원들은 류려평을 구하려고 긴박하게 지혈주사를 놓는다, 낙태수술을 한다,  상처를 처지한다 하면서 개미 채바퀴 돌듯 땀을 뻘뻘 흘리며 맴돌아쳤다.
    두 시간이나 되는 구급시술을 거쳐 류려평은 다행히 생사선에서 끝내 구원되였다.
    류려평은 구급실에서 머리 위에 걸린 지혈제 링겔병을 쳐다보고나서 당직의사와 간호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명함을 어떻게 부릅니까?”
    “우리 이름 알아 뭘 하오? 필요없소.”
    의사와 간호원은 류려평을 병실로 밀어내가려고 했다.
    “잠간!”
    류려평은 아주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지냅시다. 이후에 저는 구명은인의 은혜를 꼭 후하게 갚아드리려고 그럽니다.”
    그 말에 의사와 간호원은 서로 마주 쳐다보았다.
    의사는 머뭇거리는데 간호원이 종알겼다.
    “이 분은 우리 산부인과 주임 류항곤입니다.”
    “아니, 우리 종친이군요. 이후에 오빠로 모시겠어요.”
    의사도 쾌히 승낙했다.
    “허허허. 오늘 밤에 여동생 한분 얻어봤구만. 류려평이라고 했지?”
    “네, 오빠, 우리 아빤 관광국 류국장이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알리오.”
    “내 진작 알고 있소. 우리 류씨야 한고조 류방의 후대 아니고 뭐요? 다 한집안 종친이지. 몇백년 전엔 한 아버지한테서 내여난 후손들일지 어떻게 아오?”
    “그래요. 오늘 저도 의사 오빠를 만나 반갑소.”
    “그래, 우리 친오누이처럼 잘 지내자구. 류려평이라지, 난 오빠니깐. 보은 같은 거 필요없소. 이 의사나 후에 인사하오.”
    “이름을 어떻게 부르오?”
    “김춘희라고 부르오. 우리 과에서 일본류학까지 갔다 온 젤 전도 있는 의사요. 마음이 젤 좋은 의사요.”
     “알았소. 간호원인가 했더니 의사군요. 김춘희 의사 후에 봅시다.”
    춘희는 그저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류려평은 류항곤의 손을 잡고 신신당부했다.  
    “한가지 부탁하기오. 제가 낙태한 일을 절대 누구와도 말하지 마오.”
    류려평은 김춘희를 돌아보았다.
    김춘희도 머리를 끄덕이었다.
     “근심 말아요.”
    당직의사는 의아한 눈길로 류려평을 내려다보았다.
    “저 바깥에 있는 분들한테도 제대로 말하지 말라오?”
    류려평은 누운 채로 머리를 무겁게 끄덕이었다.
    “네.”
    류항곤 주임은 게슴츠레한 눈길로 려평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저기 바깥에 한분은 아버지구, 청년은 누구요?”
     “저의 미혼분데요. 가슴이 아파할가 봐 그래는데요. 그저 하혈이라고만  말해 주세요.”
    “알았소. 신랑감이면야 락태라면 얼마나 마음이 아파하겠소? 절대 말하지 않을테니 근심하지 마오.”
두 의사는 입을 엄수한 덕분에 후에 두툼한 돈봉투를 받았다. 더우기 류항곤 주임은 류려평의 연줄로 류덕재 아버지 류서기를 알게 돼 이 병원 원장으로 제발됐던 것이다.  김춘희 의사는 종호한테 그 더러운 비밀을 고수한 덕에 류항곤 원장의 총애를 받아 일본에 류학가 박사학위를 타게 됐던 것이다. 이거야 말로 호박이 넝쿨채로 떨어진게 아닌가.
     그러나 후에 김춘희 박사는 재수없게 됐다. 류항곤 원장의 수청을 들라는 더러운 욕구를 거절했다가 이 병원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던 것이다. 
     류려평의 주도면밀한 낙태은페 작전이 성공해 낙태한 사실은 종호나 부모나 누구나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류덕재만은 인차 알게 됐다.
     사후에 류려평은 실남편이나 다름없는 류덕재한테만은 사실대로 말했던 것이다.
     그때 류덕재는 시원섭섭했다. 그는 불행애가 떨어져 좋았고 후환이 없어져 시름놓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류덕재는 마음 한쪽 구석으로 해 자기 살점이 떨어져나간 것이 애잡짤해나기도 했다.
     류려평은 비록 사돈보기 날밤에 곤욕을 치렀지만, 심지어 하혈이 심해 생명의 위험을 받았지만 홀각분한 기분을 느꼈다.
     우선, 불륜아를 낙태해버리는 바람에 뒤끝이 깨끗해진 감이 들었다. 만약 불륜아를 낳게 된다면 종호한테 영낙없이 불륜이 발각될 것이 아닌가. 종호가 아무리 생육지식이 없다고 해도 자기와 첫 회합을 한 날자를  따져본다면 자기 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게 아닌가. 아무리 팔삭둥이를 낳았다고 해도 그것은 미적지근한 궤변이어서 십중팔구는 들키우기  마련이 아닌가.
     다음, 사돈보기 하던 날 밤 첫 회합에 하혈했기에 종호 앞에서 숫 처녀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첫 회합에 하혈했기에 숫처녀인 척 할 수 있게 됐어. 낙태했기에 불륜을 감추지 않았는가. 이거야 말로 일거량득이 아닌가.)
불륜녀 류려평은 홀가분한 나머지 슬그머니 웃음주머니 흔들거렸다…
 
     종호는 지하철을 타고 류려평한테 달려가면서 사돈보기 날밤에 있은 일을 회상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나는 류려평을 숫처녀로 딱 믿었지. 좀 그게 헐럭한 감도 없지 않아 있긴 했지. 허나 그날 사돈보기 날밤 요대기 위에 아름답게 그려놓은 그 빨간 매화꽃 도화작품을 보고 이날 이때까지 숫처녀로 믿었지. 그 놈 악처가 임신해 낙태한 것 까진 몰랐댔지. 난 한뉘 평생 속히워 살았어. 난 진짜바보야. 류려평의 말처럼 난 진짜 생활이 영펄이야.)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속으로 뇌까렸다.
    (무대랑이 반금련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또 반금련이 서문경과 바람난 것을 미리 알고 조처했더라도 어찌 비참한 죽음까지 당했겠는가?  짝도 맞지 않는 악처하구 결혼한 자체가 잘못이야. 너무 대상이 기울지 않았던가?)
     종호는 류려평과 반금련의 얼굴이 겹쳐져 보이었다.
    (그래, 류려평은 반금련과 똑같은 악처야. 암범 같은 악처는염화나트리움을 주사해 나를 천천히 죽이려고 들었잖았던가?)
     종호는 너무나도 악이나 입술을 앙물기까지 했다.
     (나도 악처 류려평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안락사 독약까지 주사해넣는 일까지 당하진 않았을 거야. 또 류려평이 류덕재와 바람난 걸 일찌기 알았더라도 목숨을 잃을 번하진 않았을 거야.)
    종호는 “바람난 년(놈)은 꼭 자기 남편(안해)를 잡아치우려고 한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됐다. 너무 늦어 깨우친 그것에 자못 가슴이 아파나 땅이 꺼지게 장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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