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종호는 민박에 행장을 풀 새도 없이 삼복 무더위도 무릅쓰고 곧추 그 말썽도 많았던 46평방짜리 집으로 찾아갔다.
46평방메터 밖에 안되는 그 집은 종호가 30년 전에 항일투쟁사 책 원고료 11,000원을 주고 산 유일한 집이었다. 비록 그 집 가옥소유증에는 류려평과 공동소유로 돼 있었지만 종호가 아글타글 한푼두푼 벌어 허리띠를 동여매고 아껴쓰면서 산 아주 유서 깊은 마지막 아파트였다.
종호는 층계로 3층에 터벅터벅 올라가 문을 똑똑똑 두드렸다.
문이 열리지 않고 대신 집 안에서 웬 아낙네 목수리가 들렸다.
“누굴 찾습니까?”
“저는 이 집 주인입니다. 상의할 일이 있어 그럽니다.”
“네- 어서 들어오세요.”
절컥
자물쇠 여는 소리 들렸다.
드디어 문이 열리면서 의아해하는 한 녀인의 외까풀눈이 그의 아래 위를 훑어보는 것이었다.
세입녀는 종호가 출국하면서 세를 준 사람이 아니고 면목도 모를 녀인이 아니겠는가.
아마 세입자가 이 녀인한테 세집을 넘겨 세를 준 것 같았다.
종호는 집 안에 들어가 선 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 이 집을 팔려고 하는데요. 일주일 내로 집을 내 줄 수 있겠습니까? 될수록 협조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녀인은 기겁한 소리를 쳤다.
“아니, 너무 한데요. 일주일 새에 어디 가서 방정한 집을 찾겠습니까? 지체도 높은 신문사 사장이라던데요. 집도 없이 사는 아녀자를 불쌍히 여겨 시간을 좀 미뤄주세요. 네?”
그 녀인은 할기죽거리며 종호한테 비난사정했다.
“될수록 빨리 내주십시오. 급히 어린 애 심장수술비용을 마련해야겠는데. 난처한 사정을 좀 봐주십시오.”
녀인은 그 말에 더는 토를 달지 못하고 선선히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집을 얻어보면 인차 집을 내지요.”
종호는 세입녀 련락전화번호를 목책에 적고는 되돌아섰다.
“그럼 부탁드립시다. 집을 내게 되면 인차 련락주십시오. 인차 집판매광고도 내겠습니다.”
녀인은 문께까지 바래고 돌아서면서 뭐라고 도도거렸다.
종호는 이 마지막 둥지를 팔아 성림의 수술비용을 마련하려고 했다. 그는 결코 성림을 구해내 나영의 환심을 사려는 것도 아니었다. 또 성림의 수술비용을 대주고 그걸 디딤돌로 삼아 나영한테 구애해 재혼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종호는 다만 성림을 참된 조선족애로 키우려는 나영의 꿈이 가긍해 성림을 구하려고 나선 것이었다. 더 멀리 생각하면 종호의 그 성심에는 성림 같은 애들한테 장차 민족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아름찬 기대도 슴배여 있었던 것이다.
(조상 환상곡은 장차 바로 성림 같은 수천수만의 조선족애들에 의해 계승되고 푸르른 하늘에 높이 울리게 해야 한다.)
종호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환상곡에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종호는 이제껏 한국에서 경찰에 쫓기면서 사는 나영이 불쌍해 여러모로 도와 나섰던 것이다. 같은 조선족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인간적으로 약자, 아녀자를 돕는 것은 그의 삶의 좌우명이었다.
그러나 그후 한국 여경한테서 나영은 공금을 탐오한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란 것을 안 후에는 가차없이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 그후 나영이 담가에 실려 병원에 들어가면서도 자기한테 성림을 참된 조선족 애로 키우고 싶다면서 부탁한 말을 종호는 아주 높게 샀다. 그때부터 성림의 모자를 인간적으로 보살피려고 고쳐 마음먹게 되였다. 설상가상으로 류려향이 자기 친딸이 아니라, 류덕재와 류려평의 불륜아라는 것을 안 시점에서, 이젠 민족의 조상환상곡을 려향한테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후 종호는 더욱 성림을 친아들처럼 아끼고 보살펴 참된 조선족 애로 키우려고 마음 먹었다. 그리하여 나중에 그는 성림과 더불어 나영도 또다시 동정하게 되였다.
알고 보니 나영은 정호한테 속히워 공금을 가져다 류려평과 류덕재한테 준 것이 아닌가.
(나영은 정호한테 리용됐어.)
종호는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간 나영이 불쌍해났다. 그는 그 애지중지하던 집을 팔아서라도 에미 없는 불쌍한 성림을 꼭 구해내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또 고향의 얼기설기 얽힌 사회관계를 리용해 감옥에 들어갈 나영을 구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종호는 그 집을 팔아도 수술비용은 판 부족이라는 걸 불 보듯 빤히 알고 있었다.
종호는 먼저 부근 자그마한 려인숙에 들어가 행장을 풀었다.
그가 너무 무더워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핸드폰이 급히 울렸다.
피뜩 보니 아까 세입녀 전화번호 아니겠는가.
“여보세요. 금방 만났던 세입녀인데요. 이 아파트 얼마에 팔 예산인가요?”
종호는 제꺽 대답했다.
“한 25만원 받았으면 좋겠는데요.”
그는 그만큼 못 받을 걸 알았지만 집 값을 좀 올려 불러야 제 값에 팔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고, 너무 비싸요. 지금 시가에 20만원에 팔아도 대단한줄 아세요. 지금 숱한 빈 집이 팔리잖는데 어떻게 그렇게 받습니까? 좀 받을만큼 낮춰 주세요.”
“그래, 세입자 집에서 그 아파트 사려고 그랩니까?”
“예- 그래서 알아보는 겁니다. 아무리 혼자라도 맨날 하루살이처럼 셋집에 떠돌아다니면서 산다는 것도 말이 아닌데요.”
종호는 좀 궁리하다가 결단성있게 말했다.
“그 집에서 사겠으면 집값은 좀 낮춰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한 23만원이면 어떻습니까?”
종호는 재빨리 성림의 수술비용을 장만해가지고 한국에 나가야 했다.
그러나 상대방도 집 값을 엄청 깎아내리웠다.
“신문사 사장님, 가진게 없는 아녀자를 좀 돕는 셈 치고 한 18만원에 파세요. 그럼 인차 사겠습니다.”
종호는 좀 궁리하다가 말했다.
“네, 아녀자를 돕는 건 저의 인생 좌우명입니다. 혼자 집없이 산다니깐. 무척 동정 가는데. 이렇게 합시다. 저는 좀 내리우고 그 집에선 좀 올리워 중간 값을 취합시다.”
“그럼 얼마에 팔 작정입니까?”
“내 통쾌하게 3만원 내리우고 그 집에선 2만원 올려 20만원에 삽소.”
“딱 19만원에 팝소.”
“20만원이라도 한평방에 4300원 푼합니다. 시내 중심에 있는 그 집은 적어도 4500엔 팔아야 돼요. 교통이 편리하지. 얼마나 편리합니까? 베란다에 큼직큼직한 통유리를 넣어서 집안이 해빛이 잘 들어오고 집안이 또 얼마나 환합니까? 20만원에 사면 사고 안 사겠으면 없는 일로 합시다. 잘 생각해보고 살 의향 있으면 전화 하세요. 제가 지금 급히 어디를 가야 합니다. 미안합니다. 전화 끊습니다.”
상대방은 아무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종호는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두덜거렸다.
“성림이 급히 심장수술만 안 해도 하나 밖에 없는 그 집을 안 팔아. 그 집을 꾸리느라고 내 얼마나 고생했는데. 참.”
종호는 정작 그 정든 집을 팔려니 좀 아까웠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는 진짜 이상했다. 그는 세수를 하면서 금방 19만원에 팔라고 할 때 제꺽 대답하지 않은 것이 후회나지 않겠는가.
(헌데 19만을 받아선 성림의 수술비용이 판 부족인데. 한국 교수의사는 수술비용이 적어도 3천만원이나 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 10만원이 모자라는데…)
그때 또 핸드폰이 울렸다.
또 그 세입녀였다.
“여보세요. 집이란 건 작자가 생겼을 때 제꺽 팔아야죠. 만원 때문에 질질 끌게 뭔가요?”
종호는 제꺽 대답했다.
“그 집에서 딱 사겠다면 19만원에 팔겠습니다.”
“19만원이면 사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먼저 예약금으로 한 5만원 내십시오.”
“보통 예약금은 한 만원 내지 3만원 내는데요. 그러나 사장님도 통쾌하게 집값을 내리웠기에 5만원 내지요.”
종호는 다짐을 땄다.
“그집에서 이 집 잘 샀습니다. 19만원이면 한평방에 4천원 푼합니다. 시내 중심에 있는 그 집은 적어도 시가에 한평방에 4500원은 넘어 받아야 합니다. 제가 어린애 수술비용 때문에 헐값에 팔겠다고 할 때 잘 샀습니다. 예약금 5만원 내고 가옥매매계약을 맺읍시다. 제가 급히 한국에 나가야기에 한주일 내에 집값을 다 주세요. 가옥소유증변경도 한주일 내에 다 끝냅시다.”
“그렇게 합시다. 한 두시간 후에 이 집에서 만납시다. 예약금 5만원 드리지요.”
“네, 그렇게 합시다.”
종호는 전화를 끊자마자 컴퓨터를 꺼내 탁상 위에 올려놓고 가옥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피뜩 려향을 감시하는 몰카앱을 켜보니 려향은 항창 회사 사무실에서 걸레로 사무상을 닦는 것이 보이었다.
(친애비 아니라고 이젠 어디 갔는가 문안 한마디도 없구나. 흥!)
그는 집매매계약서 전자파일을 핸드폰 위쳇에 저장한 후 려인숙을 나서서 복사부로 향했다.
그런데 속에 걸리는게 좀 있었다.
그 마지막집은 가옥소유증에 류려평과 공동소유로 돼 있었다.
(아직 우린 리혼도 하지 않았잖은가? 그럼 공동소유로 된 집을 려평의 동의 없인 팔 수 없지 않는가? 감옥에 간 악처를 어떻게 가옥관리국에까지 데리고 가는가?"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린 그저 구두로 재산은 서로 자기 차지한 재산을 그대로 가지기로 했을뿐이야. 재산분할 서면계약이 없잖은가? 이걸 어쩐다?)
순간, 종호는 피뜩 이런 궁리 떠올랐다.
(좌우간 집을 살 작자 있을 때 먼저 예약금을 받아놓고 가옥관리국에 가서 가옥변경수속을 들이밀어보자. 정 안되면 리혼수속을 하고 감옥에 찾아가서 류려평과 재산분할계약서를 맺을 판이지.)
종호는 삼검불 같은 머리를 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복사부에 다가갔다.
그는 복사부에 가서 집매매계약서를 복사하고 나오면서도 착잡한 생각에 빠졌다.
(혹시 악처가 그 마지막집을 파는 걸 동의하지 않으면 어쩌지? 악처가 파는 걸 동의해도 공동소유라고 집값을 절반씩 나누자면 어쩌지?)
종호는 세입녀를 찾아가면서 베아링처럼 속궁리를 돌렸다.
그는 무릎을 탁 치면서 중얼거렸다.
"옳지. 바로 그거야."
그의 머리 속에서는 악처를 대처할 꾀가 피뜩피뜩 떠올랐다.
순간 굳어졌던 그의 얼굴근육이 느슨히 풀리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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