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호는 성림을 두 날개 다 부러진 의지가지 없는 외로운 철새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넓은 사회관계를 리용해 성림의 엄마 나영을 구하고 싶었고 성림의 그 잘난 애비도 구할 수 있으면 구해 보려고 웬간히 모지름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종호는 눈 앞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꺼야 했다. 성림의 수술비용을 한푼이라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겠는지 해 치안죄의 일종인 표창죄로 철창 속에 갇혔다는 철석의 죄상을 령탐하기로 했다.
(철석이 도대체 어떤 표창죄를 졌는지 알아봐야겠어. 그저 한번 밖에 표창하지 않은 초범이면 괜찮은데. 박동묵 국장과 성림의 딱한 처지를 말하면 철창 속에서 내갈 것 같기도 한데.)
종호는 당직실에 가서 구류소 책임자를 찾았다.
“저는 신문사 부사장 리종호입니다. 취재할 일이 있는데 책임자를 불러 주겠습니까?”
“네.”
당직경찰은 전화를 쳐보더니 “미안합니다. 기자님, 아까 만났던 책임자는 급히 어디로 나가고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럼 다른 책임자를 찾아 주십시오.”
“네. 알아보겠습니다.”
당직경찰이 또 전화를 걸었다.
“김대대장입니까? 신문사 리사장님이 취재할 일이 있어 김대대장을 만나자고 합니다. 예, 지금 당직실에 계십니다. 네, 곧 오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당직경찰은 종호한테 돌아서며 알렸다.
“좀 기다려 주십시오. 김대대장이 나오겠답니다.”
이윽고 김대대장이 당직실에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리사장님,”
김대대장은 종호를 만나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
“선생님, 참 반갑습니다. 저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날카롭고 예리한 쌍까풀눈과 칼날처럼 날이 선 코를 아무리 여겨봐도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미안합니다. 누구던가?”
김대대장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리종호 선생님 맞지 않습니까? 제가 고중을 다닐 때 선생님은 우리 학급에 실습교원으로 왔댔습니다. 저는 그때 학생 김호입니다. 리선생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종호는 김호 대대장의 손을 굳게 잡았다.
“오, 그렇구만. 이제야 좀 면목이 알리오. 그때 저는 반장이었지. 정말 반갑소.”
김호 대대장은 사람좋게 웃었다.
“네. 저를 다 기억하시눈구만요. 그때 선생님은 과외시간에 우릴 데리고 교내 운동대회 준비로 체육장에 가서 우릴 훈련시켰지요. 그때 선생님은 아주 날쌨지요. 고도도 개구리 물에 뛰어드는 동작으로 한메터 반도 넘어 훌쩍훌쩍 날아넘어갔지요. 지금도 선생님 날랜 모습 보는 것 같습니다.”
종호는 시무룩이 웃었다.
“그게 다 옛말이오. 이젠 환갑도 지났는데. 이거 보오 머리 다 허옇소.”
종호는 모자를 벗어보였다.
김호는 종호를 모시고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물었다.
“리선생님, 이젠 퇴직했겠는데 아직도취재하러 다닙니까? 이런 루추한 구류소에 다…”
“좀 알압볼 사람이 있어서 그러오.”
종호는 김대대장을 따라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물었다.
“박철석이라고 있잖소? 도대체 무슨 죄로 구류소에 들어왔소?”
김대대장은 손수 커피를 타서 커피잔을 종호 앞의 탁자에 가져다 드렸다.
“철석은 표창죄로 잡혀 들어왔습니다. 철석을 어떻게 압니까?”
종호는 한달 실습기간에 김대대장을 몇시간 밖에 배워 주지 않았다. 하지만 성림이한테 애비를 찾아주려고 체면을 잃고 솔직하게 말했다.
“실은 철석이네 일곱살 밖에 안되는 아들애가 글쎄 급히 심장병에 걸리지 않았겠소.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데 애비 에미 다 철창 속에 갇혀 엄청난 수술비용을 누가 대겠소? 그래 너무 불쌍해 찾아왔소.”
김호 대대장은 짙은 눈섭을 치켜뜨더니 물었다.
“성림이라던가 그 애 엄마는 누굽니까?”
“박나영이오.”
“오- 그 한국에서 인터폴에 나포돼 어제 인도돼 온 그 박나영 말입니까?”
“그렇소.”
“어제 티비 뉴스에서도 보았습니다. 어쩜 전람관 관장이 그런 죄를 범했는지. 참. 박나영은 소문이 자자한 인터폴 지명수배도주범이기에 아마 인차 석방될 거 같잖습니다.”
“어린 성림을 구해야겠는데 에미는 희망이 있을 거 같잖소. 애비는 단 한번 표창한 초범이라던데, 어째 반년이나 로동개조를 시키오. 애비 에미 다 철창 속에 갇혀서 성림인 두 날개 다 부러진 새로 됐소. 의지가지 없는 애가 참 불쌍하오. 박철석이 도대체 초범이오? 상습범이오.”
김대대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선생님, 철석은 질이 아주 나쁜 상습범입니다. 철석은 근년에 마사지방에 가서 표창하다가 여러번 경찰에 붙잡혔댔습니다. 글쎄 한번 표창한 초범이면 반년 로동개조를 시킬 것까지야 없지만. 철석은 상습범이고 죄질이 아주 나쁩니다. 술을 마시고 쩍하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옆칸 녀성들의 하신을 찍었습니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진짜 변태입니다. 반년 로동개조를 시키는 것도 경합니다. 이젠 검찰원에서 자칫 형사죄로 기소할지도 모릅니다.”
종호도 더 어쩌는 수 없었다.
(진짜 질이 나쁜 놈이구나. 저런 나그네를 다 믿고 이제까지 리혼도 하지 않고 속혀 산 나영이 불쌍해. 저런 애비를 둔 성림이 불쌍하지.)
그러나 종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철석의 죄과로 보아 로동개조형을 개변시킬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참 궁리하다가 무거운 입을 뗐다.
“철석의 표현이 좋으면 로동개조 형기를 좀 줄일 순 없소? 의지가지 없는 성림을 구하는 셈치고.”
김호 대대장도 애럴 키우는 부모인지라, 또 선생님의 체면을 너무 봐주지 않아서도 딱한 처지였다.
“선생님, 철석의 개조표현에 따라 로동개조형기는 얼마간 조절할 순 있습니다. 모든 건 철석의 개조태도에 달렸습니다.”
종호는 자기 말이 좀 먹히자 한술 더 떴다.
“범죄기록이 있으면 한국에 못나간다고 들었소. 어떻게 박철석의 범죄기록을 지울 순 없소? 애비라도 한국에 나가야 성림을 돌보겠는데 말이오. 철석이 한국에 나가지 못하면 치료비용이랑 어떻게 대오?”
김호 대대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생님, 미안합니다. 어린애 딱한 사정은 알겠습니다. 허나 철석의 범죄기록은 일단 컴퓨터에 딱 들어가면 누구도 고치지 못합니다. ”
종호는 더는 김대대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도 해당 법과 원칙, 정책을 지키는게 옳다고 생각하오. 난처하게 굴어 미안하오.”
김대대장은 자못 송구해하는 눈치였다.
“미안합니다. 선생님, 될만한 일이면 도와드리고 싶은데 진짜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소. 한가지 알아볼게 있어 그러오. 지금 매음과 표창하는 바람이 불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데 철석과 매음한 아가씨를 취재할 수 없겠소?”
김대대장은 선선히 대답했다.
“그 직업소개 소장과 아가씨를 그럽니까? 됩니다. 신문이나 잡지에 그러루한 비극과 교휸을 널리 홍보해야죠. 그러나 이름은 밝히지 말아 주십시오.”
“가명을 쓰면 되오.”
김대대장은 전화기를 들었다.
“그 영화를 2층 소회의실에 데려오오. 로기자 한분이 취재하겠다오.”
김대대장은 전화를 놓고 종호를 돌아보았다.
“선생님, 소회의실에 갑시다.”
그는 종호를 소회의실에까지 모셔다주었다.
“김대대장, 철석과 나영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기별해주오.”
“네. 근심하지 마십시오.”
저쪽 복도에서 한 경찰이 훤칠한 한 녀성을 데리고 오고 있었다. 피뜩 보아도 환하게 생긴 처녀애였다.
김호 대대장은 영화가 다가오자 훈계했다.
“기자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오. 자기 죄행을 낱낱이 교대하고 잘 못을 뉘우치라고. 알았는가?”
영화는 쥐구멍으로 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고 간신히 대답하고 나서 종호를 핼끔 쳐다보았다.
김호 대대장은 종호와 악수하고 자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영화라는 아가씨는 경찰의 압송하에 머리를 폭 숙이고 소회의실에 들어섰다.
영화라는 아가씨는 피뜩 봐도 꽤나 인물값을 할 20대 말 처녀애였다.
물찬 제비 같은 체격에 백설같이 하얀 살결, 걀죽한 얼굴에 짙은 눈섭, 물기를 머금은 어글어글한 쌍겹눈, 가슴에 흘러내린 함치르르한 머리카락, 탄력 있고 풍만한 가슴, 아무데를 보아도 성감적이어서 이전에 뭇사내들의 혼을 빼먹을만한 섹시한 여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종호는 문뜩 이렇게 이쁜 처녀애가 왜 하필 매음을 했는가는 커다란 의문이 생겼다.
그는 경찰이 복도에 나가자마자 “취재”에 달라붙어 꼬치꼬치 캐물었다.
“어떻게 돼 더러운 매음을 하게 됐소?”
영화는 백지장 같은 우유빛얼굴에 쓰라린 눈물을 줄이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리며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나는 억울합니다. 저는 날강도한테 강간당해 몸을 더럽힌 후 매음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자기 억울함을 개탄했다. 입이 터지자 과거사를 옛말 하듯이 줄줄 늘여놓았다.
어느 일요일 해질 무렵, 그녀가 시내 옷매장에서 일하다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갑자기 강냉이밭 옆길에서 억대우 같은 날강도가 덮쳐들었다. 영화가 강도한테 깔리운 채 아무리 두 손으로 떠밀고 허비고 발버둥질 치면서 단말마적으로 반항해도 짐승처럼 야성이 발작한 그 놈을 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강단당한 장면을 본 한 마을 녀성이 온 동네방네에 소문을 파다히 펴 놓았다.
강간범은 나포돼 엄벌당했지만 영화는 동네에서 머리를 들고 살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시내 옷매장 주인은 강간당한 그녀를 수를 날린다고 잘라버렸다.
옷매장에서 쫓기워 나온 영화는 시내에서 외롭게 헤맸다.
그녀는 세집이라도 잡고 살려고 무슨 일이라도 찾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눈에 한 직업소개소 간판이 들어왔다.
영화는 고려없이 그 직업소개소로 들어갔다.
직업소개소 소장은 영화 아래위를 힐끔거리더니 물었다.
“무슨 일을 하겠소? 음식점 복무원? 노래방 아가씨? 마사지 아가씨?”
“음식점에 가 일하겠습니다.”
중년소장은 영화의 이쁜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음식점에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아까워.”
서른살 푼해 보이는 소장은 영화의 손을 매만지면서 아쉬워했다.
“돈도 많이 버는 노래방이나 마사지방에 가면 어떻소?”
영화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굶어 죽어도 그런덴 가지 않겠습니다.”
소장은 외까풀눈이 데꾼해졌다.
“어째?”
“그런덴 남자들의 노리개 되는 곳이 아닙니까? 몸을 파는데 아닙니까?”
소장은 음충한 눈길로 영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게침을 줄줄 흘렸다.
“에이, 다 그런게 아니오. 제게 달렸소. 제 치마를 들고 들이대지 않으면야 어떻게 강박적으로 강간하겠소? ㅋㅋㅋ.”
영화는 그 말에도 도리 있다고 생각했다.
“내 직업소개비도 받지 앓을게. 마사지방에 가서 일하오. 마사지해서 벌고 손님들한테서 팁도 받아 챙기는 재미도 쏠쏠하오. 이렇게 하기오. 뭉치돈을 벌면 맥주나 한잔 마시기오.”
마음씨 좋은 소장은 그녀를 데리고 시장골목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 몇가지 요리에 맥주를 접대하고 소고기국밥까지 청해 실컷 대접했다.
소장은 영화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영화, 농촌에서 시내에 들어와 고생하는게 불쌍하오. 시내에서 홀로 일하면서 살자면 믿을 사람이 있어야지? 나 같은 오빠 있으면 얼마나 좋소?”
“믿을 분 있으면야 참 좋지요.”
“그럼 날 오빠처럼 믿으라고.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를 찾소. 내 있는 힘껏 도와줄게.”
“네. 그래요. 오빠.”
그 소장은 생김새가 녀자 같았지만 아주 통이 크게 직업소개비도 내지 않고 오히려 한때 잘 대접까지 해주는 것이었다.
영화는이런 인심이 각박한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마음이 후더운 사람도 다 있는가 생각하면서 마음 속으로 마음씨 착한 소장한테 믿음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종호는 영화의 끝없이 쏟아지는 과거사 얘기를 중도무이하고 물었다.
"그 소장의 이름이 뭐요?"
영화는 쌍까푼눈을 치켜떴다.
"기자 선생님, 소장의 이름까지 공개할 필요 있습니까? 제 이름이랑 절대 공개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합시다. 더러운 매음녀라는 딱지 딱 붙어 다니면 어떻게 머리를 들고 살겠습니까?"
그녀는 해쭉거리면서 지껄여댔다.
"난 아직도 새파란 청춘인데요. 장차 약혼하고 시집가고 애도 낳아야겠는데요. 부탁드려요."
"가명으로 내기로 했소. 근심말고 말하오? 소장은 누구요?"
영화는 길죽한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간신히 말했다.
"공개하지 않겠다니 알려드리죠. 박철석 소장인데요."
종호는 외까풀눈이 데꾼해 소리쳤다.
"박철석이라고?!"
영화도 쌍까푼눈이 데꾼해졌다.
"네. 아는 분인가요?"
데꾼해진 쌍까풀눈과 외까풀눈이 공중에서 부딪치며 숱한 의문부호가 불찌처럼 튕겨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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