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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5권(93) "저승사자" 암살사건 김장혁
2025년 01월 06일 11시 23분  조회:103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제5

          김장혁
 

      93. "저승사자" 암살사건




   류문도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이를 악물고 호통쳤다.
   “호랑이야! 당장 저승사자를 처단해라. 전번처럼 어설프게 실수하면  네놈 목을 칠테다! 알았어? ”
   류문도의 호통소리에 꺽다리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꺽다리의 눈 앞에는 이를 악문 코수염쟁이 험상궂은 낯이 떠올랐다.
   (류문도 형님은 목을 친다면 친다. 이 일을 어쩌는가?)
   무섭기로 호랑이란 별명으로 온 시내에 소문난 꺽다리도 류문도 우두머리 앞에서는 쩔쩔 맸다.
   류문도의 훈계는 계속 됐다.
   “전번에 그게 뭐야? 그 종호 놈새낄 단칼에 없애치우지 못하고. 엉?! 류기한테서 들을라니 종호는 병원에서 되살아났다더라.”
   “아니, 무슨 소리오? 내 분명 그놈 옆구리에 칼을 푹 박았는데. 그 놈이 옆구리를 붙잡고 혀를 가로 물고 쓰러지는 것도 봤는데.”
   “네놈이 칼로 옆구리를 찌른 건 리성호란 놈이야. 그 놈도 죽어 싸다. 그 놈은 우리 시내에 소문난 정의용사야. 그런 놈들이 살아남으면 우리 깡패들한텐 후환이야.”
   꺽다리는 구구히 변명하려고 들었다.
   “종호란 놈도 분명 내 칼로 가슴을 찔렀댔소. 그 놈새끼 큰길 바닥에 쓰러졌댔소. 아래애들이 재차 쇠파이프로 대갈통을 까부셔 놓았댔는데. 되살아나다니오?”
   류문도는 코웃음쳤다.
   “흥! 큰소리 탕탕 치더니. 고까짓 놈 둘도 처치 못해? 네놈은 돈에 눈이 멀었어. 돈뭉테기를 보구 종호 핸드빽을 채가지고 달아난 걸 내 모르는 거 같아? 핸드빽을 채가는 시간이면 어째 종호 놈새끼한테 한칼 더 안기지 못했어? 그랬다면 그 놈새끼 오늘 이때까지 아직도 살아있을 수 있겠어? 뚱뚱보나 네놈이나 다 밥통들이야. 뚱뚱보도 병원에 재차 보냈는데 헛탕쳤어. 물론 리성호란 놈을 재차 칼로 찔러놓긴 했어. 이제 오래잖아 썩어질 거야. 허나 철천지 원쑤, 배신자 종호를 없애치우지 못했어. 지금까지 종호와 성호 종적도 찾지 못했어. 밥통 같은 것들. 이번에 실수 하면 네놈들의 손목을 잘라버리겠어.”
    그러나 찍소리 치지 못했다.
    “양, 형님, 알았소. 건데 내 목과 손목을 치면 누가 종호랑 저승사자랑 처단하겠소? 형님,…”
   류문도는 성이 꼭두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고함쳤다.
   “잔소리 작작 하고 당장 저승사자를 암살해버려라!”
   그 말에 류덕재가 옆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류문도는 그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핸드폰에서 꺽다리 소리 들렸다.
   “저승사자란 도대체 누구요? 별명부터 귀신딱지 붙은게. 참. 불길한 놈이구만.”
   류문도는 랭소했다.
   “어째 호랑이도 겁먹는 때 있니? 어째 손이 떨리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제대로 알아야 암살해치우지.”
   류문도는 정색했다.
   “저승사자는 녀자야. 이름은 최혜영.”
   꺽다리는 코웃음쳤다.
   “오- 하하하, 흥! 그런 거 ‘저승사자’라니까. 뭘 대단한 인물인가 했지. 닭 모가지를 비트는데 작두를 쓸 필요있소? 내 아래 애들 둴을 보내면 해치울 걸 가지고.”
   “여자라구 업신여기지 말라. 그년은 검찰원 부검찰장에 반탐오국 국장 출신이야. 그년 손에 걸리면 부패분자들, 아니, 부자들 다 죽어.”
   “무슨 말이오?”
   꺽다리는 의아해 눈섭을 이마빽까지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년은 예순이 넘었는데 시집도 가지 않고 변태적으로 사람잡이만 한다. 그래서 모두 그 년을 변태적인 ‘저승사자’라고 해. ‘저승사자’는 공상국 국장 오상룡, 광고회사 총경리 리굉팔, 문화국 국장 최정호까지 다 잡아치운 년이야. 그년 손에 걸리면 국장이구 시장이구 몽땅 살아남은 자 없어.”
   “그년 그렇게 손이 맵소?”
   “그래, 우리 부친도 그년의 손에 걸렸다. 그년을 없애치우지 않으면 우리 다 좋은 끝장이 없어. 저승사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우린 살 길 없어. 알만해?”
   꺽다리는 험상궂은 낯을 일그려뜨리며 을러멨다.
   “저승사자, 그년부터 저승에 보내야겠군. 형님 근심하지 마오.”
   꺽다리는 어찌나 상을 찡그렸는지 칼자욱이 난 낯빤대기가 더 험상궂어 보였다.
   그는 텁쑥부리 머리를 뒤로 쓰다듬어 넘기고나서 버릇처럼 가재수염을 슬슬 매만지면서 물었다.
   “형님, 그년 거처 어디오? 어디로 자주 드나드오?”
   류문도는 상을 찡그리는 애비 눈치를 흘끔 건너다 보면서 꺽다리한테 알려주었다.
   “그년 저승사자는 남호공원 북쪽 호수가에 있어. 호천가 경흥아파트 2단원 14층 1호에 있어.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까지 있어. 리 성호와 종호가 구급실에서 생사선에서 헤매기 때문에 요즘 그년은 가능하게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차를 몰고 병문안을 갈 가능성도 있어. 지금 병원마다 뚱뚱보가 애들을 데리고 종호랑 어디 숨어 치료받는가 훑고 있어. 너넨 그년 거처 부근에 잠복해 있다가 손을 써라. 내 수시로 드론으로 그년 행동거지를 발견하는 족족 알려줄게.”
   “알았소. 형님, 그년 목을 쳐오지 않고선 다시 형님 앞에 가지 않겠소.”
   그런데 꺽다리는 근심되는게 있었다.
   “잠간, 형님, 저승사자를 해치우는 건 아무 것도 아닌데. 거 날아다니는 금발미녀가 사달이란 말이오. 전번에도 경찰보다 그 금발미녀가 날아와 덤비는 바람에 실수 했소. 이번에도 그 놈 금발미녀가 나타나면 큰일인데.”
   류문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도 AI첨단과학기술로 제작된 미녀로봇 앞에서는 용빼는 수 없었다. 그제야 자기가 무지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수하들 앞에서 무기력한 감을 보이지 말아야 했다.
    “근심하지 말라. 내 드론으로 사격하면서 저격할게.”
    “안되오. 뚱뚱보 말이 전번에도 권총으로 쐈든데도 가슴에서 불꽃이 튕길뿐 끄떡도 하지 않더라오.”
    “근심말라니깐. 당장 거사를 개시하라.”
   류문도는 핸드폰을 거두고 애비를 마주 보며 물었다.
   “아빠, 금방 왜 상을 그렇게 찡그렸소이까? 뭐 타당하지 않은게 있소?”
   류덕재는 와까풀 빈대눈으로 류문도 형제를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류기가 병원의 종호와 성호 소식을 전했다는 말은 어째 하니? 만약 호랑이나 뚱뚱보 경찰에 체포돼 류기가 불면 어쩌니?”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대수롭잖게 여겼다.
   “아빠처럼 이것 저것 다 의심하다나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꺽다리와 뚱뚱보 그리고 애꾸눈은 손가락을 베고 혈주를 마시면서 맥은 결의형제입니다. 그 애들도 믿지 못하면 이 세상에서 누굴 믿겠습니까?”
   류덕재는 류문도를 손삿대질하면서 핀잔했다.
   “뭐나 여지를 둬 랑패없어. 아무리 믿는 형제라도 절대 제3자 말을 하지 말아야 해. 뭐나 단선련계를 해야 해. 지금 무슨 세월이라고   그래? 수사일군들이 혈안이 돼서 우리 꼬리를 밟으려고 미쳐 날뛰는데. 내 말 명심하지 않으면 이제 후회할 날이 있을 거야.”
   류문비가 다행히 머리를 끄덕이면서 애비 말에 동감하였다.
   “형님, 아버지 말이 옳소. 뭐나 여지를 둬서 랑패없소.”
   류덕재는 용기를 내 한마디 더 했다.
   “또 한가지 있다. 내 그 놈들을 죽이지 말고 뒤통수를 쳐서 다신 정신만 차리지 못하게 하라고 했는데. 어째 죽이라고 했니? 너넨 절대 살인죄를 지지 말라는데. 참.”
   류문도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빠, 참 답답합니다. 그렇게 긴급한 관두에 애들이 어떻게 쇠파프로 치면 딱 죽지도 않고 정신만 잃게 친단 말입니까? 꺽다리새끼, 별장까지 줬는데도 돈을 탐내 핸드빽부터 채간게 문제입니다. 그 새면 종호새끼를 얼마든지 처단했겠는데 말입니다. 개놈새끼,”
류덕재는 손사래를 쳤다.
   “나쁜 일이 좋을 일로 될 수도 있어.”
   류문도 형제는 의아해 애비 길쭉한 말대가리상을 쳐다보았다.
   “꺽다리가 돈묶음이 든 핸드빽을 채갔기에 수사일군들은 깡패들의 단순한 돈강탈사건으로 오판할 수도 있어. 그럼 우리 보복상해사건을  의심하지 않을 수도 있잖어? ㅋㅋㅋ.”
   그제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류덕재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렸다.
   류덕재는 버릇처럼 자식들 앞에서도 전화받지 않고 교활한 눈길로 처자들을 살피면서 도적고양이처럼 화장실로 슬금슬금 기어 들어갔다.
   그때 부엌에서 보모와 함께 점심 밥을 하던 리문곤이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왔다.
   리문곤은 두 아들을 불러 침실로 들어가 문을 꽁꽁 닫아 걸고 나직이 말했다.
   “얘들아, 애비를 따라 작작 나쁜 짓을 하고 제 노릇이나 해라. 너네 애빈 숱한 애인들을 해서 숱한 사생아를 낳았다. 왕춘영 처장네 둘째아들도 너네 애비 사생아란다.”
   류문도는 경악했다.
   “뭐라고? 그래 유전자감정을 했답데?”
   “그래. 전번에 왕처장 전화 내 다 들었다. 친자유전자감정 결과 왕처장네 둘째 한문빈은 너네 애비 친아들이라더라.”
   류문비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문곤은 침실 바깥 동정을 살피고나서 뒷말을 이었다.
   “지금 왕처장은 제새끼한테 너네 할아버지 산소의 황금을 몽땅 줘야 한다고 떼를 쓰더라. 오늘 또 전화 왔잖았니? 전번에도 네 애비하고 검찰원 창고에 차압된 그 황금금고를 골동품금고와 바꿔치기 해서 꺼내 가질 꿍꿍이를 꾸미더라. 뭐? 금고 열쇠를 달라더라. 문도야, 절대 열쇠를 그 년한테 주지 말라.”
   류문도와 류문비는 뜻밖에 몽둥이에 정수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머리 뗑해났다. 그들은 맥없이 침대에 풀썩, 풀썩 물앉아 한숨만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리문곤은 두 아들의 어깨를 다정하게 부여잡고 신신당부했다.
   “할어버지 산소에 묻어둔 건 너네 형제 거야. 손바닥이 다르고 손등이 다른 법이야. 머절싸하게 너네 형제 재산을 왕처장네 사생아한테 주겠느냐? 이젠 애비 따라 사람을 잡는 일을 작작 하고 자기 재산이나 잘 챙겨라.”
   류문도 형제는 머리를 끄덕였다.
   류문도는 이를 악물고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낄로 화장실 쪽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엄마, 근심하지 마오. 아직도 우리 형제 세살짜리 애들인가 하오?  까딱 말고 어떻게 하는가 보오.”
   한편 류덕재는 화장실에서 대머리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 왕춘영의 전화를 받았다.
   “령감태기, 어서 금고 열쇠를 내놓지 못하겠소? 빨리 손 쓰지 않으면 검찰원에서 그 황금금고를 국고에 걷어넣는단 말이오. 미리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준비하란 말이오. 내 적당한 때 전화하면 류문도 형제를 시켜 골동품을 넣은 금고를 실어오란 말이오. 골동품금고와 황금넣은 금고를 바꿔치기 해서 실어내가잔 말이오. 필요하면 문빈이도 거들게 할게.”
    “검찰원 창고를 경찰들이 지키겠는데 어떻게 실어내오느냐?”
    “근심말라구. 류려평 애비 관작을 실어내가는 차에 미리 황금 금고를 실어뒀다가 실어내가면 돼.”
   류덕재는 왕춘영의 뜻밖의 묘수에 그녀를 너무 나약한 녀자로만 본 착각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왕처장, 참 묘수구만. 좋긴 류려평네 금고도 실어내오면 좋겠는데. “
   “걷어치우오. 류려평 애비 관작만 내가도 괜찮은줄 아오. 류려평 금고를 국고에 바쳐야 당신 죄를 덮어감추고 금고도 빼내오지.”
   (더라운 년, 수사성과를 내 바라오르고 금고도 챙길 작정이구나. 저년, 저게 보기와는 달리 무서운 년이구나.)
   류덕재는 속궁리와는 달리 지껄였다.
    “열쇠는 류문도한테 줬는데. 금고를 실어내오기만 하면 그때 금고 열쇠를 꼭 찾아줄게. 금고를 실어내오면 문빈 몫으로 얼마간 줄게. 아들이 셋이나 되니깐. 3분의 1을 주면 되겠지.”
    “되구 말구. 문빈도 당신과 내 열렬한 사랑의 기념품 아닌가요? ㅎㅎㅎ. 절대 실언하지 마오. 당신 여비서 애인 숱한게 이제 사생아 몇이 나오겠는지 누가 아오? 미리 말해두지만. 사생아 숱해 뛰어나와도 그때 또 문빈한테 준 황금을 내놓으란 소린 꺼내지도 마오. 그땐 당신 죽고 내 죽어. 알만해?”
    류덕재는 장등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였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류문비는 형의 분부대로 바깥으로 나가 연신 드론 두개를 띠웠다.
    류문도 형제는 드론을 조종해 최혜영네 아파트를 면밀히 감시했다. 그들은 먼저 류씨 집 안의 걸림돌부터 제거한 후 왕처장과 황금금고 분쟁을 해결하기로 했던 것이다.
    컴퓨터 화면에는 남호공원 드넓은 호수가 떴다. 그 북쪽에 30여 층이나 되는 경흥아파트가 나타났다.
류문도가 핸드폰을 꺼내 나직이 물었다.
    “꺽다리야. 지금 어디냐?”
    “경흥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라. 드론으로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그년이 금방 집에서 나갔어.”
    “아파트 바깥에 보이지 않는데.”
   “엘레베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 갈 수도 있어. 빨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라.”
꺽다리는 대화기로 호통쳤다.
   “차 두대는 바깥에서 대기하고 한대는 지하주차장으로!”
   불호령이 떨어지게 바쁘게 차 한대가 지하주차장으로 씽 달려내려갔다.
   “그년 차번호를 아오?”
   “검정색 벤츠, A1959.”
   “알았소.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오르기 전에 없애치우겠소.”
   “아니야. 지하주차장에서 손을 쓰면 보복살인 꼬리 드러날 수도 있어. 그년의 차를 추적해 꽝 쳐 놧! 교통사고를 낸 담 그 년을 병원에 호송하는 척하면서 재차 손을 써라.”
   류덕재는 엄지를 척 내둘렀다.
   “이제야 머리를 잘 쓰는군. 허허허.”
   그는 맏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길쭉한 말대가리상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었다.
   한편 지금 이 시각에 최혜영은 신변에 위험이 덮쳐가는 줄 하나도 모르고 엘레베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그녀는 종호와 성호가 깡패들한테 기습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하러 떠났다.
   (종호는 전번에 내 준 돈까지 다 털렸다는데. 치료비용이 없어 어쩌겠는가?)
   최혜영은 이번에도 돈을 찾아가지고 병문안을 하려고 벤츠에 올라 벨트를 맸다.
   그때 맞은 편에서 도요다찌프 한대가 주차장 출구로 쏜살같이 달려들어왔다. 좀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그녀는 별로 개이치 않고 차를 몰고 출구로 천천히 달려나갔다.
    그런데 달려들어오던 차가 아츠란 스토프소리를 내면서 차머리를 홱 돌려 뒤꽁무니를 따라서는 것이었다.
    그제야 최혜영은 이상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바깥에는 드론이 왱왱 떠돌아다녔다. 딱 아침부터 자기 아파트 유리창문 바깥에서 날아다니던 드론 같아 보였다.
    그러나 아파트 주변에는 낯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최혜영은 차를 몰고 아파트를 벗어나자 곧장 저금소를 바라고 쏜살같이 달렸다.
    “형님, 저년이 병원과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소.”
    “드론으로 다 보고 있다. 잠시 손을 쓰지 말고 기다려라.”
    “형님, 저년이 저금소 앞에서 차를 세웠소.”
   “잘 됐어. 그년이 돈을 찾아내오면 돈강탈사건으로 위장해.)
   아니나 다를가. 최혜영은 은행 저금소 앞에 차를 세우더니 자지색핸드빽을 들고 저금소에 들어갔다.
   류문도는 이를 악물고 호통쳤다.
   “그 년이 저금소에서 나오면 추격해 차로 들이받아라!”
   “근심마오. 아우 해치우는 거 기다리오.”
   이윽고 최혜영이 저금소에서 불룩한 핸드빽을 들고 나왔다. 그녀는 주위를 두루 둘러보더니 차를 몰고 쏜살같이 달렸다. 그녀는 드론이 하늘에서 뒤따르고 있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하늘과 차 뒤에서 위험이 들이닥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십자길에서 오른 쪽으로 굽인돌이를 돌 때였다.
   “꽝!”
   갑자기 꺼먼 도요다차 한대가 그녀의 차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최혜영의 벤츠는 십자길에서 옥창이 된 채 몇바퀴 뒹굴며 쭉 미끌어져 나갔다. 충돌을 낸 뒤 차도 앞대가리 옥창이 돼 멈춰섰다. 순간 파손된 차 앞대가리에서 시꺼먼 연기 피여올랐다. 뒤이어 씨뻘건 불길이 타올랐다.
   꺽다리가 손을 홱 휘젓자 복면한 깡패들은 차에서 뛰어내려 번져진 차에 달려갔다. 그 놈들은 옥창이 다 된 차 문을 열었다. 최혜영은 머리가 피투성이 된 채 핸들을 붙잡고 까무러쳤다. 생사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깡패들은 최혜영의 옆 조수석에서 피범벅이 된 핸드빽을 훌 채가지고 줄행랑을 놓았다.
    꺽다리는 뒤에서 따라달려오다가 멀찍이 차에서 내려 숱한 구경들 속을 헤치고 흘끔거렸다. 최혜영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최혜영은 까딱하지 않고 피투성이 된 머리를 핸들에 푹 파묻은 채 쓰러져 있었다.
   까만 선글라스를 낀 꺽다리는 살기 찬 낯빤대기에 징그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코수염을 슬슬 매만지면서 험상궂게 랭소했다.
   (잘코사니야. 저승사자 암살 대성공!)
   그때 요란한 경적소리 울렸다. 교통경찰들이 경찰차를 몰고 달려왔다.
   뒤이어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 앞뒤에 세우고 벤츠차 한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벤츠차는 불타고 있는 사고 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멈춰섰다.
   경찰들이 다가가 벤츠차 번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00001호!
   (아니, 시 1호 차 아닌가!)
   벤츠에서 훤칠한 번대머리가 내렸다.
   교통경찰들은 번대머리를 따라 차에서 내린 비서인듯한 자와 물었다.
   "저 분은 누구요?"
   비서는 그것도 몰라 하는 눈치였다.
   "새로 온 시당위 최서기요."
   교통경찰은 혀를 홀랑 내밀며 뒤로 물러서더니 번대머리한테 군례를 척 붙였다. 
   수행인원들과 경찰들이 번대머리를 옹위해 사고 차량에 다가갔다.
   대머리는 우멍눈으로 사고차량 운전석에 다가가 들여다보더니 뒤에 대고 손을 홱 저었다.
  "뭣들 하는가?! 빨리 운전자를 구하지 못하고?!"
  못 박힌듯 서 있던 경찰들은 그제야 제정신이 펄쩍 들었다. 
   번대머리는 경찰들을 지휘해 옥창이 된 차문을 절단기로 절단했다. 번대머리는 손수 피투성이 된 최혜영을 운전석에서 안아냈다.    그는 우멍눈으로 여운전수를 살피더니 고함쳤다.
   "아니, 최국장 아닙니까? 최국장, 정신 차리십시오. 군철이 한발 늦었습니다."
   최군철 서기는 손을 최혜영의 코구멍에 대보았다.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빨리 120을 부르십시오!”
   뒤이어 120구급호송차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쏜살같이 달려왔다. 경찰들은 최혜영을 구급호송차에 실어 병원에 호송했다.       한편 최군철 서기는 핸드폰을 들더니 고래고래 고함쳤다.
  "박국장, 백주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 최혜영 국장이  차에  치웠습니다."
  이윽고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박동묵 국장이 쏜살같이 경찰차를 몰고 달려왔다.
  최군철 서기는 박국장을 보고 지시했다.
  "당장 사고도주자를 수색해내십시오."
   "예, 당장 수사에 착수하겠습니다."
  박국장은 옥창이 된 두대의 차를 돌아보면서 중얼거렸다.
   "싯허연 대낮에 대형교통사고를 냈구만."
  최군철 서기는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단순히 교통사고 같잖습니다. 피해자는 검찰원 정의용사 최혜영 국장입니다. 여기 교통경찰들의 반영에 의하면, 강도들은 사고를 친 후 돈까지 강탈했답니다. 꼭 범죄자들을 나포하십시오."
  최서기는 지시를 마치자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최혜영 국장, 꼭 아무 일도 없어야겠는데.)
  그는 두 손 모아 빌고 또 빌었다.
  (우리 시 반부패투쟁엔 최국장과 같은 정의용사들이 수요됩니다.) 
  박동묵 국장은 당장 형사경찰들과 교통경찰들을 지휘해  사고현지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들은 구경군들한테서 차사고  상황과 사과량 운전자 용모 등을 일일이 조사했다. 경찰들이 교통사고를 낸 뒤차에 다가가 보고 깜짝 놀랐다.
   차 패쪽도 없는 黑车가 아니겠는가.
   경찰들은 삽자길의 몇개 몰카에 촬영된 차 충돌사고 당시 동영상과 도주한 차량 운전자와 동석자들의 동영상을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경경찰들이 사고차량 운전수를 찾았을 때에는 꺽다리네가 사건현지에서 도적고양이처럼 유유히 사라져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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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 대하소설 황혼 제5권(88) 정의용사 김장혁 2024-12-25 0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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