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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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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천지"(3)
2013년 12월 18일 16시 23분  조회:1690  추천:1  작성자: 김장혁

        장편과학환상소설 "욕망의 천지"는 이미 한국 교문사에 의해 출판됐습니다. 여기에는 그 일부를 올린 것을 양해를 구합니다.      


제5장 바다에 묻힌 비밀

푸르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어느 날이었어요.
코치아의 한 백성이 이상한 커다란 호박을 수레에 싣고 만장굴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찾아왔어요.
“웬 일입니까?”
금별 대통령은 이상하게 1 미터도 되는 길쭉한 호박을 내려다보면서 물었어요.
그 농민은 “이 큰 호박을 어떻게 먹습니까? 식량난을 겪는데 아까워 죽겠습니다.”라고 했어요.
뒤이어 농민은 “하도 길고 커서 집에서 쪼개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라고 하면서 쪼갠 호박토막을 쥐어 들어 보였어요.
호박 속에는 얼룩 뱀 새끼가 우글거렸어요.
“이뿐이 아닙니다.”
그 농민은 호박에 새겨진 글을 가리켰어요.
호박 껍데기에는 분명 훈민정음으로 “코치아는 여왕을 낳고 여왕은 뱀의 아내로 될지어다.”라고 씌어 있지 않겠어요.
호박 껍질에 새긴 지 오래 된 그 글자체는 벌레 먹은 자리처럼 터덜터덜하게 허물이 갔어요.
금별 대통령은 성을 낼 대신 그 농민과 호박의 내력을 상세히 묻고 돈을 꺼내 줘 보냈어요.
“뱀이 든 이 호박을 여기 두세요. 지구가 오염돼 백성들이 살기 어려운데 괜히 인심이 혼란해지겠습니다. 다신 이 호박 말을 절대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
농민은 대통령에게서 두툼한 돈을 받았는지라 “절대 말하지 않을 테니 근심하지 마십시오.”라고 허리를 꿉실거리더니 수레를 몰고 돌아갔어요.
금별 대통령은 뱀의 새끼가 우글거리는 호박을 내려다보면서 착잡한 생각을 굴렸어요.
“이건 분명 바다 건너 뱀 섬나라에서 우리 오누이를 이간을 놓은 거야. 대통령 자리를 가지고 우리 오누이가 싸우는 틈을 타서 코치아를 먹어치우려는 야욕이 드러난 거야.”
부인 사랑이 금별 대통령에게 찻잔을 담아 내밀면서 근심에 차 말했어요.
“시누이한테 이 일을 알리는 게 아닌가요?”
“아니요. 괜히 뱀 섬나라 왕의 꼼수에 들어 우리 손으로 호박을 금붕어에게 보여서 서로 의심하고 반목하게 할 게 있어? 이 일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마오.”
사랑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끄덕였어요.
금별은 누구도 몰래 그 호박과 뱀을 칼로 탕을 쳐 화장실 하수도구멍에 버렸어요.
금별 대통령은 인차 부장 이상 회의를 열고 뱀 섬나라의 침략을 방어할 대책을 연구했어요. 회의에서 금별 대통령은 뱀 새끼가 든 호박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어요.
뱀의 새끼가 들어 찬 호박 일이 발생해서 한 달도 안 된 어느 날이었어요.
해양수산부 부장 금붕어가 집무실에 와서 금별 대통령을 찾았어요.
순간 금별 대통령은 호박에 새긴 어지러운 글발이 새삼스레 떠올랐어요.
“코치아는 여왕을 낳고 여왕은 뱀의 아내로 될지어다.”
“흥! 개 놈 새끼들.”
“오빠, 무슨 일이 있어?”
금붕어는 수척해진 얼굴로 오빠를 쳐다보았어요.
“아니야. 네가 클론바우를 만드느라고 수척해진 거 같구나.”
금붕어는 소파에 앉으면서 “오빠, 뱀 섬나라가 끝내 도발해왔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어요.
“뭐라고?”
금별 대통령은 의자에 바로 앉으면서 금붕어의 입을 쳐다보았어요.
“국가정보원에서 보내온 놀라운 정보야. 뱀 섬나라에서는 남해 대륙붕을 자기들의 배타수역이라면서 그 바다 밑의 석유와 얼음가스를 캐가려고 손을 쓰기 시작했어. 봐.”
금붕어는 핸드컴퓨터를 꺼내 사무 상에 올려놓고 클릭했어요.
컴퓨터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흘러나왔어요.
뱀 섬나라 나까아멘 왕이 직접 수상 노바시와 국방 부장 가메다 등 부장 이상 회의를 열고 있었어요.
“여러분, 저는 최후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알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뱀 섬에는 에너지가 판 부족입니다. 제가 왕이지만 왜서 그 좋은 방탄승용차를 타지 않고 시중들이 수고스러운 대로 가마를 타고 다니는지 압니까? 제가 앞장서 휘발유를 절약하는 모범을 보이기 위한 것입니다.”
모두들 머리를 끄덕였어요. 이제야 무더운 여름에 그 느릿느릿한 가마를 타고 다니던 나까아메 왕의 소박한 마음을 알 것만 같았어요.
나까아멘 왕은 사기 나서 연설했어요.
“내가 산천경개를 구경하려고 가마를 타고 다닌 줄 압니까?”
그 말에 모두들 왕의 쳐든 뾰족한 턱을 쳐다보았어요.
“나는 지진과 화산폭발, 생태환경오염으로 쓰러져가는 이 나라 백성들의 형편을 살피러 내려 간 것입니다.”
모두들 머리를 끄덕였어요. 허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가마를 탔다고 한 말을 들을 때와는 달리 서로 마주 보며 희죽이 웃었어요.
“지금 이 뱀 섬나라 백성들은 극심한 방사선 오염으로 해 세슘에 전 바다 갈치 꼬리도 잡아먹지 못하게 됐습니다. 에너지가 모자라 달리던 자동차도 멈추게 돼 도보로 걸어 다녀야 하게 됐습니다. 양곡이 판 부족해 굶주림에 허덕여야 합니다. 뱀들이 시골 처녀들을 물어가고 우매한 백성들은 자기 사랑하는 딸을 해마다 산신당의 뱀 왕에게 선물로 바쳐야만 했습니다. 그런 미녀들을 구해내느라고 나는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릅니다.”
“나까아멘 대왕님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를 부르지 마십시오. 이제껏 만세를 부른다고 백세를 넘긴 왕이 있습니까? 모두들 이 뱀 섬나라와 백성을 구하기 위한 성전에 모든 것을 바칠 준비를 하십시오.”
“알았습니다!”
관료들은 모두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하고 머리를 숙이더니 고함쳤어요.
뱀 섬나라 왕은 사기충천해 연설을 계속 했어요.
“우리는 하루 속히 부족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식량난을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탐사일군들을 보내 남해 바다 밑의 비밀을 탐사해 밝혀내고 풍부한 가스와 석유를 파내야 하겠습니다.”
그러자 국방부장 가메다가 근심했어요.
“그 해역은 코치아 해역인데요. 그러다가 외교마찰이거나 지어 핵전쟁을 재차 일으키게 될까봐 걱정됩니다.”
“근심하지 말라. 왜 국방부장은 그렇게 심약한 소리만 하는가? 지구촌이 생길 때 언제 그 바다를 코치아의 것이라고 했던가?! 지구촌의 영토와 영해는 모두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공유해야 한다니까. 남해는 우리 배타수역에 해당한다니까. 무슨 근거로 코치아의 바다라고 해?”
그 말에 국방부장은 입을 꾹 닫아 버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노바시 수상도 한마디 꺼냈어요.
“왕님의 말씀이 천만 지당합니다. 남해는 우리 바다입니다. 몇 천 년 전에 유엔에서도 어느 나라가 차지한지 50년이나 백년이 되면 그 나라 영토로 인정했습니다. 지금 지진과 화산폭발이 잦은 우리나라 영토에만 의지해선 어떻게 삽니까? 나중에 모두 굶어 죽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남해를 빼앗아서라도 우리나라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토론만 하지 말고 당장 코치아 놈들이 눈치를 채기 전에 손을 씁시다.”
“옳습니다. 당장 남해에 시추 탑을 세우고 가스와 석유를 빼옵시다. 이젠 중동의 석유는 바닥이 난지 오랩니다. 중동 모래밭의 유전보다 더 큰 남해 바다에 묻힌 유전을 개발합시다.”
의논이 한 곬으로 모아지자 나까아멘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어요.
“즉시 손을 쓰라. 만일 코치아 놈들이 우리 시추를 방애하면 가메다 국방부장은 즉시 전쟁을 불사할 준비를 하라. 필요하면 핵무기도 써라!”
“예!”
그런데 가메다는 콧수염을 쓰다듬더니 목에 걸렸던 말을 꺼냈어요.
“대왕님, 한가지 근심되는 일이 있습니다.”
“또 뭔가?”
“우리가 지금 지하핵실험을 하는 걸 세인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화산이 폭발 할 때 하는데요. 물론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위장하는 건 좋은데요. 화산 지진대에 난 금이 점점 벌어지면서 우리 뱀 섬이 바닷물 속에 꺼져들어갈 위험이 점점 높아집니다. 화산 폭발과 해일, 지진이 끝이 없이 일어 날겁니다.”
“또 그 소린가! 빨리 남해로 가!”
“예!”
금별 대통령은 그 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아니, 저 놈들이 환장했어?”
뒤이어 핸드컴퓨터에서는 이런 화면이 흘러 나왔어요.

총칼을 빼든 철갑모를 쓴 숱한 사무라이들의 호휘를 받으며 탐사일군들이 탐사 선을 타고 남해 대륙붕으로 달려갔어요. 그자들은 공공연히 바다에 세운 코치아의 시추 탑에서 석유를 빼내는 일군들을 몰아내고 자기들의 탐사선과 유조선에 석유를 뽑아 싣는 것이 아니겠어요. 뒤이어 숱한 시추일군들이 대륙붕에 시추기를 들이대고 시추를 시작했어요.

“제기랄! 뱀 새끼 놈들, 언감 우리 바다 밑의 보물 같은 가스를 캐가?”
금별 대통령은 핸드컴퓨터를 들여다보다 못해 주먹으로 책상을 꽝 내리쳤어요.
“하루 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언감 호랑이 코를 들쑤셔? 감히 아카시아 죤슨 악마도 없애치운 우리 코치아를 건드려? 당장 콜론바우 부대를 파견해 그 놈들을 수장해버려라!”
그때 유리 박사와 다혜 박사가 집무실에 들어섰어요.
“안 됩니다. 전쟁은 안 됩니다.”
유리 박사의 말에 금별 대통령은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어요.
“그럼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다혜 박사도 한마디 했어요.
“또 새로운 핵전쟁으로 코치아와 뱀 섬나라 백성들이 전쟁의 고통을 겪게 해선 안돼요. 먼저 외교 도경을 통해 해결해 보자요.”
금붕어 부장도 오빠를 보면서 머리를 끄덕였어요.
유리 박사와 다혜 박사는 대통령의 고문이나 다름없었어요.
금별 대통령은 의자에 잔등을 대고 한참 궁리하더니 결단을 내린 듯 일어섰어요.
“금붕어 부장을 총리로 임명하고 림해자를 해양수산물 부장으로 임명합니다. 금붕어 총리는 림해자 부장 등을 데리고 뱀 섬나라에 건너가 남해 대륙붕에 대한 약탈적인 시추를 그만 두라고 담판해 보십시오. 경고해서 안 들으면 그땐 용서하지 않는다고 전해라.”
“예, 알았어요.”
그날로 당장 금붕어 부장은 해양수산물 사업일군들을 거느리고 뱀 섬나라에 담판하러 떠나갔어요.
뱀 섬나라에서는 벌써 미리 예측하고 있던 바라 그리 놀라는 기색도 없이 금붕어 총리 일행을 맞이했어요.
그런데 비행장에 마중 나온 것은 뱀 섬나라의 수상 노바시가 아니라 놀랍게도 옛날 코치아의 대통령을 지낸 적이 있는 우성 대통령이 아니겠어요.
(아니, 자취를 감췄던 우성 대통령이 어떻게 돼 뱀 섬나라 담판 대표로 나왔지?)
우성은 희죽이 웃으면서 금붕어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금붕어는 외교예절을 지켜 마지못해 옛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우성은 악수하면서 지껄여댔어요.
“코치아 여성총리가 이 누추한 뱀 섬나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아니, 저는 일본 수상과 담판하러 왔지 사직한 우리 옛 대통령과 담판하러 오지 않았어요.”
금붕어의 당돌한 말에 우성은 씨물씨물 웃기만 했어요.
“나까아멘 왕은 코치아의 여성총리를 특별히 환대해 나를 마중하게 했습니다. 결코 제가 담판 대표로 된 것은 아닙니다.”
그 말에 금붕어 총리는 한숨을 호 내쉬었어요. 그러면서도 뱀 섬나라에 온 우성을 콕 찔러주고 싶었어요.
“어쩜 코치아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요?”
“뭘?”
금붕어는 눈까지 흘겼어요.
“코치아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 어쩜 뱀 섬나라에 나라를 팔아먹고 있는 건가요?”
“나는 정치망명을 했을 뿐이오. 코치아에 어디 내 이 자그마한 몸뚱이를 둘 자리가 있소? 분노한 백성들의 돌멩이에 맞아 죽고 말겠소.”
“흥! 코치아의 개나 돼지로 될지언정 어찌 뱀 섬나라 오랑캐들 속에 와서 관직을 맡을 수가 있단 말인가요?”
그때 지진이 나서 땅바닥과 길이 마구 갈라터지면서 좌우로 흔들거렸어요. 금붕어는 상을 찡그렸어요.
승용차가 멈춰 서자 금붕어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보잘 것 없는 섬에 그래도 수상부가 덩그러니 서 있었어요. 단층집으로 된 수상부도 잦은 지진과 화산폭발에 얼기설기 금이 실린 것이 보였고 시뿌연 화산재에 덮여 볼꼴이 흉했어요.
수상부 앞에서 노바시 수상은 살기등등한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바르면서 마중 나와 손을 내밀었어요.
여성총리 금붕어는 마지못해 노바시 수상과 악수를 나누었어요.
노바시 수상은 수상부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 아닌 보살을 떨기 시작했어요.
“코치아 여성총리께서 부임하자마자 친선이웃인 보잘 것 없는 우리나라를 찾아주셔서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코치아에는 예로부터 여왕이 많이 나타났지요. 우리 뱀 섬나라와는 달리 코치아에는 남자들보다 여성들이 능력이 더 강하다니깐. 우리나라에서는 금붕어 총리는 코치아의 첫 여성대통령이 될 분이라는 걸 미리 짐작했습니다. 금별 대통령의 친여동생이지 가정 배경이 얼마나 좋습니까? 코치아의 호박에 다 금붕어는 코치아의 여왕이 될 거라고 씌어있었다지 않았어요? 물론 호박엔 뱀이 우글거리고. 하하하하. 장차 여왕은 뱀의 아내가 된다고 예언했다던데. 허허허.”
“그만 두세요. 오늘 얼토당토 하지 않은 소릴 들으러 온 게 아닙니다.”
금붕어 총리는 너스레를 계속 떨려는 노바시 수상의 말을 단도직입적으로 잘라버렸어요.
“그럼, 우리나라 지진과 화산 재해 구에 의연금이라도 가지고 왔습니까?”
금붕어 여성총리는 횡설수설하는 노바시 수상을 노한 눈길로 쏘아보았어요.
그러자 노바시는 “제가 오해했구먼. 그럼 어쩌다 우리나라에 왔는데 지마화산이나 실컷 관광하고 온천욕을 하고 가세요.”라고 했어요.
금붕어는 비수 같은 말을 툭 쏘았어요.
“나는 코치아를 대표해 항의합니다. 당장 남해에서 약탈적인 시추를 금지하시오! 남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배타수역입니다.”
그제야 뱀 섬나라 수상 노바시는 웃음을 거두고 정색했어요.
“뭐라고? 남해는 예로부터 코치아의 배타수역이라고? 어디에 적혀 있습니까? 증거를 내 놓으십시오.”
금붕어 총리는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단연히 입장을 표명했어요.
“지리적으로 따져도 남해는 우리나라 대륙붕입니다. 거리를 보십시오. 200해리 내에 속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뱀 섬나라와는 380해리도 더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노바시 수상은 마구 억지를 부렸어요.
“우리 뱀 섬나라를 보세요. 지진과 화산 폭발에 땅덩어리가 점점 꺼져 바닷물 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그러다다니 자연히 남해와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2천여 년 전만 해도 남해는 우리나라와 더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면이 바다에 싸여 있어 우리나라 주위의 먼 바다, 지어 태평양도 우리 배타수역입니다. 이전에 아카시아 놈들이 핵무기로 위협해 우리 수많은 태평양 도서들을 빼앗아갔습니다. 원폭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놈들의 식민지 통치를 받으면서도 찍 소리 못하고 억울함만 당했습니다. 지어 아카시아 놈들이 사랑하는 딸과 아내들을 강간하고 윤간하고 성폭행을 일삼아도 우리는 억울한 대로 머리를 숙이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젠 아카시아가 코치아에 망했으니까.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우린 약탈당하고 강간당한 우리나라를 경제 강국일 뿐만 아니라 강대한 군사강국으로 건설하고 빼앗긴 영토를 하나하나 찾아낼 것입니다. 코치아는 남해에서 물러가시오. 그러지 않다간 우린 전쟁도 불사할 것입니다.”
금붕어 총리는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홰홰 흔들었어요.
“이거야 말로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구먼요.”
금붕어 총리는 탁자를 꽝 치면서 호통을 쳤어요.
“뱀 섬나라에서는 우리 영해 남해에서 당장 물러가시오. 우리나라 시추일군들에게 도발하지 말고 시추를 그만두시오. 그러지 않으면 후과는 몽땅 뱀 섬나라에서 책임지십시오.”
“누가 두려워 할 거 같습니까? 뭐 인종개량을 해 클론바우를 수태 낳았다고 우쭐거리지 마십시오. 몇 대 클론바우거나 조왕돌이거나 덤빌 테면 덤벼보라지!”
“네 놈들이 인면수신의 인종을 개발했다지만 지구를 통일한 아카시아 죤슨마저 굴복시킨 우리 영웅적인 코치아와 감히 전쟁을 할 작정인가? 다시 말해 두지만 네 놈들이 남해에서 물러가지 않는다면 좋은 끝장이 없을 게다.”
“우린 남해에서 계속 시추를 할 것입니다.”
“마음대로 해보시오. 우린 코치아의 영해주권을 보위하기 위해 최후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 전쟁선언을 하러 왔습니까?”
“아무렇게나 추측해도 됩니다. 후과를 책임지십시오.”
금붕어 총리는 림해자 부장에게 눈짓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수상부에서 훌쩍 떠나나가 버리는 금붕어 총리 일행을 보면서 고바시 수상은 섬직한 감이 들어 등 곬이 싸늘해졌어요.
우성 대통령은 금붕어 총리를 말리려고 했지만요. 금붕어 총리는 한 치의 미련도 두지 않고 마차에 앉아 비행장으로 나갔어요.
그들을 쫓아 보내기나 하듯 우르릉 꽝꽝 요란한 소리와 함께 또 지마화산이 폭발했어요. 화산재가 비행장 상공에 날아와 새까맣게 뒤덮었어요. 지진이 일어나면서 비행장 활주로가 마구 갈라터지고 우주비행선이 마구 뒤흔들렸어요.
“제기랄, 이게 어디 사람이 살 곳이냐?”
우성 대통령이 손을 저었지만 금붕어는 눈길 한번 팔지 않고 황급히 우주비행선에 앉아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어요.
저쪽 뒤 지마 화산에서는 시뻘건 화염이 치솟고 용암이 마구 분출됐어요.

   
                   





  
                           제6장 남해 해전

금붕어 여성총리와 노바시 수상의 평화담판이 깨지는 바람에 남해에는 전쟁이 일촉즉발의 팽팽한 분위기가 감돌았어요.
금별 대통령은 격분해 만장굴 집무실에서 주먹을 매만지면서 뚜벅뚜벅 거닐었어요.
이때 집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금붕어 총리와 림해자 해양수산물 부장 등 담판대표단 일행이 들어섰어요.
“평화담판은 더 할 방법이 없게 됐어요.”
금붕어 총리가 평화담판과정을 죽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금별 대통령은 한숨을 후 내쉬었어요.
림해자 부장이 한마디 보충했어요.
“고바시 수상은 뭐 ‘코치아의 호박에 ‘금붕어는 코치아의 여왕이 될 거’라고 씌어있었다지 않았겠어요. 호박엔 뱀이 우글거렸다면서? ‘장차 여왕은 뱀의 아내가 될 것이다’고 예언했다고 하지 않겠어요?”
그 말에 그 자리에 앉아 있던 허수아 국방부장과 차슬기 우주항공 부장이 서로 눈길을 마주 쳤어요.
금별 대통령은 놀랄 대신 시무룩이 웃으면서 금붕어를 마주 바라보았어요.
금붕어는 해자를 핼끔 나무라는 눈치를 보이고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태연자약하게 앉아 오라비를 맑은 눈길로 말끄러미 쳐다보았어요.
그때 금별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와 금붕어의 두 손을 꼭 잡아 주었어요.
“건 우리 오누이를 이간질을 하는 거야.”
금붕어도 머리를 끄덕였어요.
“정말 비열한 놈들이죠. 대통령과 총리 오누이를 이간질 해 어부지리를 하려고 들지 않겠어요.”
금붕어는 허수아에게 얼굴을 돌렸어요.
“뱀 섬나라 오랑캐들 속에는 뜻밖에도 우리나라 전임 대통령 김우성 양반이 끼어 있었어요.”
그 말에 허수아 국방부장이나 금별 대통령이나 모두들 놀라했어요.
“아무리 물러난 대통령이라고 해도 정치망명을 하면서 체신을 지켜야지. 어쩜 매국노로 된단 말인가?”
허수아는 분개해 했어요.
금별 대통령은 한참 머리를 숙이고 궁리하더니 입을 열었어요.
“아닙니다. 너무 일찍이 결론을 내려선 안 됩니다. 나는 우성 대통령을 믿습니다. 지금 보면 그가 주장하던 아카시아와의 전쟁이 옳습니다. 전쟁은 또 새로운 평화를 낳을 수 있습니다. 당시 우리 코치아가 평화만 주장하면서 아카시아의 대통령 죤슨의 악마세력을 소멸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평화가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들은 전쟁과 평화 그리고 대외확장을 일삼는 전쟁미치광이 뱀 섬나라를 대처할 궁리를 한창 논의하다가 헤어졌어요.
이윽고 또 노크소리가 조용히 똑똑똑 들렸어요.
여비서 한이슬의 말에 뜻밖에도 조왕돌이 뚱뚱한 몸을 보름과 아가씨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겨우 움직거리면서 들어왔어요.
조왕돌은 살진 머리를 들고 아버지를 보면서 정중히 말했어요.
“아버지, 전쟁은 안 됩니다. 에너지가 모자라는 문제는 전쟁이 아니라 제가 해결책이 있습니다.”
금별 대통령은 놀라움과 대견함이 섞인 표정을 지었어요.
“뭐냐? 해결책이?”
조왕돌은 일어나려고 애썼어요. 보름이 부축해 세우려고 했어요.
“앉은 자리에서 말해 봐라.”
금별 대통령이 말려서야 조왕돌은 소파에 되앉아 헐떡이다가 숨을 돌린 후 말했어요.
“제가 그간 과학실험을 해본 결과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발견했어요.”
금별 대통령은 사무 상에서 의자 등받이에 잔등을 붙이며 똑바로 마주보았어요.
“장어를 기르면 한 마리에서 700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요.”
금별 대통령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더니 희죽이 웃으면서 “그 것 뿐이야?” 하고 물었어요.
조왕돌은 “또 있어요.”하고 뒷말을 이었어요.
“돼지고기기름을 짜서 특제 유를 조금만 섞으면 휘발유 대신 넣고 차들이 달릴 수 있습니다.”
그 말에는 금별 대통령이 머리를 끄덕이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돼지를 어떻게 생산하겠느냐? 지금 사람이 먹을 양곡도 없어 나무 껍질까지 다 벗겨 먹을 지경인데.”
조왕돌은 맥을 버리지 않았어요.
“뱀 섬나라와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면서 남해 바다의 석유와 얼음가스 쟁탈전을 하는 품이면 얼마든지 돼요. 클론기술로 클론돼지를 생산하면 돼요. 클론기술로 적어도 몇 백 킬로그램이나 되는 돼지를 수태 복제해낼 수 있습니다. 돼지 살코기는 사람들이 먹고 곱으로 돼지기름을 짜내 기름을 생산한다면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습니까?”
“음. 그건 비슷하구나. 또 있느냐?”
아버지의 격려에 조왕돌은 또 입을 열었어요.
“산더미같이 쌓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재가공해 새로운 에너지-가스를 생산할 수 있어요. 이건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지요. 요즘, 제가 탐지 선을 보내 북극에 가서 북극 해저를 탐사했는데요. 해저에는 남해보다도 천연가스가 더 많이 매장돼 있습디다. 그 천연 가스면 우리 지구촌의 인류가 백여 년은 살 거 같습디다. 기실 에너지가 장차 국력이고 경제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달나라 아코전쟁에서 폭파된 헬륨 가공소를 수건하고 재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헬륨가공이 힘든 공정이고 뱀 섬나라와 아카시아, 노르망디 등 나라들과 쟁탈전이 생길수도 있지만요. 꼭 헬륨가공소를 재가동해야 합니다. 헬륨으로 발전을 한다면 우리 코치아 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광명을 볼 수 있습니다.”
금별 대통령은 10대 중반 밖에 안 되는 조왕돌의 엉뚱한 궁리를 아주 대견해 했어요.
조왕돌은 아버지가 솔깃해 하는 것을 보자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했어요.
“차라리 뱀 섬나라와 티격태격하지 말고 오염된 코치아에서 살지 말고 백성들을 데리고 새로 발견된 대륙 북극으로 이사해 가면 어떻습니까? 똥은 무서워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던데요…”
“닥쳐라! 우린 세세대대로 살아온 코치아를 뱀 섬나라에 내줄 수 없어. 코치아는 놔두고 남해 한 치 바다도 내줄 수 없다. 이건 얼음가스와 석유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주권문제이고 민족의 자존심 문제야.”
그러나 조왕돌은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아코 핵전쟁의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또 뱀 섬나라와 남해 에너지쟁탈전을 벌린다면 우리 지구는 또 엉망이 될 게 아닌가요? 이전부터 홀섬 때문에 뱀 섬나라와 얼마나 오랫동안 국제시비를 하고 싸웠습니까? 이제 또 전쟁을 하면 겨우 복구돼가는 지구 생태환경은 뭐가 됩니까?”
금별 대통령은 손사래를 쳤어요.
“그만 해라! 조국의 영해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어. 홀섬은 분명 예로부터 우리 코치아 영토였어. 코치아에서 100해리 밖에 안 되는데도 450해리나 떨어진 뱀 섬나라는 자기네 섬이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국제사회를 혼란에 빠뜨렸어.”
조왕돌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말려 보았어요.
“아버지는 당시 김우성 대통령이 아카시아와 태공 전을 벌린 것을 반대했기에 노벨평화상을 탔다고 들었어요. 노벨평화상에 미안하지 말게 전쟁을 그만 두심이 전 세계 평화를 요구하는 인류의 눈길을 보기 좋을 거 같아요.”
금별 대통령은 사무 상에서 일어나더니 아들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정답게 말했어요.
“됐다, 됐어. 네가 아주 컸구나. 넌 돌아가서 계속 과학이나 연구해라. 음식물쓰레기와 돼지고기 기름생산 문제와 헬륨 가공소 복구문제 그리고 북빙양 해저 가스채굴 문제는 내가 국무회의에서 너의 고모랑 함께 연구할 예산이다.”
그러나 조왕돌은 일어나면서 또 입을 열었어요.
“그래 딱 뱀 섬나라와 전쟁을 할 예산인가요? 하지 마십시오.”
“네가 삐칠 일이 아니야.”
허나 조왕돌은 물러서지 않았어요.
“전쟁을 하지 마십시오. 두 나라 다 전쟁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아버지는 노벨평화상을 탄 대통령입니다. 옛날 노벨평화상을 타던 초심으로 돌아가십시오.”
금별 대통령은 들은 척 마는 척 하면서 조왕돌에게 명령했어요.
“잔말 말고 너희들 조왕돌 부대를 전쟁에 투입시킬 준비를 해라!”
“예? 저의 동생들도 전쟁에 몰아넣으려고요?”
“그럼, 너의 고모가 이 코치아를 위해 자기 사랑도 버리고 괴물 클론바우 16세와 결혼했어. 그는 이번에 사랑하는 자기 아들 클론바우 부대를 파견해 나라 주권을 보위하기 위해 싸울것이다. 대통령인 내가 너희들을 전쟁에 내보지 않고서야 누가 나의 명령을 듣고 탄우가 빗발치는 전쟁터에 자기 자녀들을 내보내려고 하겠느냐?”
“아버지는 지금 고모 위신이 올라갈까봐 질투하는 건가요?”
그 말에 금별 대통령은 아들을 쏘아보았어요.
“아니야.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 예로부터 왕권은 부모형제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어. 허나 난 결코 내 사랑하는 여동생을 질투하지 않아. 우린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온 한 뱃속에서 태어난 오누이, 피를 나눈 친형제야. 자기 여동생도 믿지 못하면 내가 누굴 믿고 일한단 말이냐?”
조왕돌은 아버지를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화제를 돌렸어요.
“알았습니다. 제게 전쟁에 대한 묘책이 있습니다.”
그 말에 금별 대통령은 아들의 두 손을 잡고 물었어요.
“남해 해전도 연구했니?”
조왕돌은 빈대 눈을 번쩍 뜨더니 말했어요.
“예. 금붕어 고모는 또 클론바우 부대를 믿고 섬나라와 남해 해전을 하려고 할 거예요. 허나 아버지, 고모의 클론바우 부대 몇 백 명만 믿어서는 안 돼요. 아버지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만 현대전쟁은 어디 힘으로만 해서야 됩니까?”
금별 대통령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렇다고 또 핵전쟁을 할 수야 없지 않느냐?”
“핵전쟁을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저의 로봇부대들을 동원해 섬나라 오랑캐들을 모조리 족치겠습니다.”
금별 대통령은 미더운 눈길로 다 큰 조왕돌을 마주보면서 두 손을 잡아 흔들었어요.
“좋다. 너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한다. 넌 조왕돌 특수부대와 로봇부대를 지휘해 금붕어 고모의 클론바우 부대와 연합작전을 펼쳐 보아라. 그러나 우리는 선제공격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남해에서 뱀 섬나라 시추일군들을 몰아내면 돼.”
조왕돌은 “제10차 핵전쟁에서 꼴을 먹은 뱀 섬나라 백성들은 원폭피해자들입니다. 그들은 핵전쟁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평화를 요구하고 전쟁을 싫어할 것입니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조왕돌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자 일부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어요.
“코치아의 군대가 뭐 대통령의 사병인가?”
“쳇, 조왕돌은 총사령관이고 클론바우는 클론바우부대 대장만이고. 흥!”
“장차 보오. 조왕돌과 클론바우의 세상이 아닌가!”
이튿날이었어요.
전쟁의 팽팽한 분위기가 감도는 남해 바다에는 북으로부터 로봇독수리 몇 대가 날아왔어요. 조왕돌 총사령관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로봇독수리들이었어요.
하늘에서는 쨍쨍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뱀 섬나라 시추일군들은 남의 영해에서 석유와 얼음가스를 캐면서 억지를 부리지 말고 손을 떼고 돌아가라. 너희들이 계속 우리 코치아 영해에 침입해 약탈적인 시추와 채굴을 한다면 우린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어서 날강도 행위를 중지하고 우리 영해에서 물러가라!”
“3 시간 이내에 물러가지 않으면 후과를 책임지라!”
일본 시추일군들은 바다 물밑에 뱀 섬나라 잠수함과 해군이 잠복해 있는지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원유를 빼 유조선에 담았어요.
로봇독수리들이 돌아간 후 남해바다에는 코치아 국기를 건 원유선이 나타났어요. 원유선이 검푸른 파도를 헤가르면서 코치아의 시추 탑에 대자 탐사일군들이 시추 탑에 올라가 원유를 유조선에 뽑아 주입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진작 바다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잠수함에서 어뢰들을 발사했어요.
꽝!
하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원유선이 뭉텅 끊어나 하늘로 날아올라갔어요. 선상과 시추 탑 위에 있던 탐사일군들도 종적을 감췄어요.
“전쟁이다!”
코치아 해군들은 격분을 금치 못했어요.
“더는 참을 수 없어! 당장 뱀 섬나라 잠수함을 공격하라!”
조왕돌 총사령관은 조왕돌 부대와 로봇들에게 명령했어요.
“옛!”
조왕돌의 명령이 내리자 똑 같이 생긴 조왕돌 백여 명이 직접 로봇부대를 지휘해 공격을 개시했어요.
로봇독수리들과 로봇초음속비행기들은 바다 위에서 푸른 파도를 스칠 듯이 저공비행해 남해에 잠복한 잠수함과 뱀 섬나라에서 세운 시추 탑으로 덮쳐갔어요. 그들은 바다 물 밑의 물고기를 덮치는 갈매기들처럼 잠수함에 덮쳐가 수직으로 내려가면서 미형 미사일을 발사했어요.
우르릉 꽝꽝!
요란한 폭음과 함께 남해 바다에 잠복했던 죄악의 잠수함은 툭 끊어나 물귀신이 됐어요.
이 때었어요.
바다에 불시에 음산한 광풍이 휘몰아쳤어요.
집채 같은 해일이 덮쳐왔어요.
로봇들은 갑자기 덮쳐오는 해일 파도를 피해 살짝 고도를 높이었어요. 파도 속에서 사람의 얼굴을 한 인면수신의 괴물 뱀들이 바다 물 위로 솟구치더니 꼬리로 로봇을 탁탁 쳐 바다 물에 처넣었어요. 이 돌발 사태를 예감하지 못한 로봇들은 미처 피할 새 없이 물에 처박히고 말았어요.
“아니, 저건 뭐야?”
뱀 섬나라 가메다 국방부장은 경악했어요.
바다 위에 숱한 은빛을 띤 독수리들이 깍깍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덮쳐왔어요. 금붕어의 아들 클론바우가 지휘하는 호위부대 로봇독수리들이었어요.
로봇독수리들은 거대한 괴물 뱀들에 덮쳐들어 정면공격을 피하면서 꼬리에 달려들어 파란 레이자검으로 뱀의 몸뚱이를 썩썩 베 버렸어요.
“아니, 저 코치아 놈들이 언제 저런 로봇을 발명했어? 또 거북선이나 금붕어 선을 보내려니 했는데.”
나까아멘 왕도 당황해 지껄였어요.
“그 놈들이 제10차 핵전쟁에서 쓴 거북선이나 용선이나 뱀선을 쓰자고 하겠는가?”
가메다 국방부장은 그래도 군인답게 기세가 눌리지 않았어요.
“우리 뱀 왕이 지휘하는 인면수신의 뱀들도 그저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로봇이 이기나 사람의 뇌를 가진 뱀이 이기나 기다려 보십시오.”
가메다는 핸드무선암호기로 뭐라고 명령을 시달했어요.
그러자 뱀들이 바닷물 속으로 잦아들어 갔어요. 로봇독수리들은 바닷물 밑으로 사라진 뱀들을 더 공격할 수 없어 바닷물 위에서 파도를 헤가르면서 목표를 찾아 선회하였어요.
그 때었어요.
바다 물 밑으로부터 무슨 강렬한 빛이 비치었어요. 그 빛에 맞아 로봇독수리들이 전기에나 붙은 듯이 퍼덕이다가 바닷물에 툭툭 떨어졌어요.
금붕어 총리는 보다 못해 허수아 국방장관에게 명령했어요.
“바다물 밑으론 용선과 뱀 선을 출격시키고 공중에 클론바우 부대를 출격시키세요!”
“옛!”
허수아 국방부장이 암호로 명령을 내리자 남해 상공 구름 속에 숨어 남해를 내려다보던 클론바우 18세가 영솔하는 클론바우 부대가 남해로 출격했어요.
구름을 타고 바람을 타고 대붕처럼 날아오는 클론바우를 뱀 섬나라 해군들은 레이더나 무선탐지기나 광학의기로서도 클론바우들을 발견할 수 없었어요.
뱀 섬나라 해군들은 물뱀들을 믿고 덮쳐드는 코치아 용선과 뱀 선들을 대처해 싸우고 있었어요. 바닷물 속에서는 용선과 뱀이 한데 뒤엉켜 깨물고 꼬리로 치며 싸웠어요.
바다에서는 허연 물기둥과 물갈퀴가 피를 튕기면서 솟구쳐 올랐어요.
이때 불시에 먹장구름 속에서 괴물 클론바우들이 내리 덮쳐들었어요. 그 놈들은 네 팔로 인면수신의 뱀들의 몸뚱이를 꽉 붙잡고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독수리 부리 같은 주둥이로 허리를 찍어 냈어요. 조왕돌이 지휘하는 5미터나 되는 로봇독수리들은 뱀 섬나라의 뱀을 물고 하늘로 날아올라 휘두르면서 몸뚱이를 마구 뜯어 내리 떨어뜨렸어요. 토막토막 끊어진 뱀의 몸뚱이들이 바다에 출렁출렁 떨어지면서 바닷물을 벌겋게 물들이었어요.
조왕돌 1호 등이 모는 용선과 뱀섬들은 남해에 잠복한 뱀 섬나라 잠수함을 추격해가 수십 미터나 되는 괴물 같은 몸뚱이로 딜딜 감고 마구 뒹굴었어요. 잠수함 안의 뱀 섬나라 해군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어요. 거북선이 달려오면서 불을 토하더니 축구 문만 한 문이 활짝 열렸어요. 숱한 거북이들과 게들이 기어 나와 잠수함에 덮쳐들어 쇠 집게 같은 발에 달린 레이자검으로 잠수함에 구멍을 펑펑 뚫었어요. 순간 잠수함에 바닷물이 쏴-쏴- 뿜겨 들어갔어요.
뱀 섬나라 잠수함 안에서 해군들의 비명소리 아우성이 터지면서 수라장이 돼버렸어요.
“철거!”
뱀 섬나라 가메다 국방부장은 죽어가는 소리를 쳤어요.
뱀 왕은 좋아라고 남해에서 패잔병들인 뱀들을 데리고 몇 척 남지 않은 잠수함들을 따라 남해에서 도망쳤어요.
코치아의 백성들은 10대 소년 조왕돌과 클론바우가 정말 장차 코치아의 군대를 이끌 수 있는 군사천재들이라고 믿었어요.
우성 대통령과 뱀 왕은 사전에 토론하고 인면수신의 뱀들이 코치아와의 이번 남해 해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어요. 허나 나까아멘 왕은 인면수신의 뱀들이 코치아와의 남해 해전에 참가하지 않으면 뱀 섬나라의 뱀 왕과 인면수신의 뱀들 그리고 하나꼬 등 미녀들을 몽땅 능지처참하겠다고 핍박했던 것이었어요. 하여 뱀 왕은 뱀들과 미녀들을 구하기 위해 인면수신의 뱀들을 이끌어 마지못해 남해해전에 끼어들었던 것이죠.
뱀 섬나라 나까아멘 왕은 남해 해전에서 패배하자 뾰족한 턱을 고이고 수심에 잠겼어요.
이윽고 그는 머리를 들어 국방부장 가메다를 건너다보면서 물었어요.
“핵무기로 저 클론바우인지 뭔지 한 괴물을 몽땅 남해 바다에 수장시킬까?”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왜?”
국방부장은 독이 난 나까아멘 대통령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어요.
“이제껏 세계 여론과 눈을 피해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척 하면서 암암리에 만든 핵무기를 노출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래 우리 뱀 섬나라에서 수 천 년 동안 아카시아의 식민지 통치를 받으면서도 암암리에 생산한 핵무기를 이런 때 쓰지 않고 언제 쓴단 말인가? 이 나라 백성들이 이 섬을 지키기 위해, 대륙을 재진입하기 위해 세슘의 오염을 묵인하게 하면서 만들어낸 핵무기와 대량 살상화학무기를 이런 관건적인 시각에 쓰지 않고 언제 쓴단 말인가?”
가메다는 대답을 회피하면서 손바닥으로 대머리를 짝짝 쳤어요.
“저 놈들이 어데서 저렇게 많은 클론바우 괴물을 얻어 왔을까?”
그 말에 나까아멘 왕은 화를 냈어요.
“무슨 클론바우야! 그 놈은 20여 년 전에 아코해전 때 코치아로 쏜 핵미사일을 받아 안고 하늘에서 죤슨 악마한테 덮쳐들다가 죽지 않았던가!”
“글쎄 말입니다. 좀 참으십시오.”
가메다는 어리둥절해 돼지눈깔을 데굴데굴 굴렸어요.
나까아멘은 뽀족한 턱을 숙이면서 사무 상에 돌아가 앉아 개화장으로 땅바닥을 탕 굴렀어요.
“언제까지 참으란 말인가?”
가메다는 대머리에 돋은 땀을 쓱쓱 닦으면서 뇌까렸어요.
“왕님,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오늘 남해 해전은 기실 그 놈들의 비밀무기를 시탐한 것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우성 대통령의 얼굴에는 수심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어요.
“패전 장군 우성은 물러가!”
나까아멘 왕은 개화장을 우성에게 팽개쳤어요.
금빛이 으리으리한 대통령부에서 나가는 우성 대통령의 뒤통수를 나까아멘 왕의 욕설이 때렸어요.
“저런 놈이 어떻게 코치아 대통령까지 됐어? 저 놈이 세계 강국 아카시아 죤슨 대통령과 맞서 아코 해전을 주도한 대통령이 맞아? 밥통 같은 놈, 우리 뱀 섬나라 밥이나 축 냈지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밥통이야!”
우성은 대통령부에서 나와 층계를 내리며 서쪽 코치아 쪽의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어요.
먹장구름을 꿰뚫고 붉은 태양이 몇 가닥의 강력한 햇빛을 대지에 비추고 있었어요.
















제7장 대통령과 여성총리

남해 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코치아에서는 승리를 경축해 온 나라가 환희로 들끓었어요.
온 나라에서는 “금별 대통령 만세!”소리가 높이 울렸어요.
여기저기에서 드문드문 “금붕어 총리 만세!” 소리도 들리었어요.
그런 구호를 부르는 사람들의 이유인 즉 이번 남해 해전에서 금붕어의 아들 클론바우 부대가 출전하지 않았더라면 대승을 거두기는커녕 대패할 번했다고들 했어요.
민주홈페이지에는 이런 댓글도 올랐어요.
“금붕어 여성총리는 우리 코치아를 구한 구세주이다.”
“그는 당당한 여성대통령 감이다.”
“금붕어 여성총리는 나라를 위해 죽마고우와도 같은 허수아 부장과의 애틋한 사랑도 희생하고 괴물 클론바우와 결혼해 우리나라를 지킬 클론바우들을 낳으셨다.”
“금별 대통령은 만장굴에 들어박혀 여비서와 사랑에 빠져 뱀 섬나라의 침략야심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해전에서 그의 아들 조왕돌 부대 로봇독수리들은 뱀 섬나라의 뱀 앞에서 맥도 추지 못하고 격추됐다. 나라의 망신이 아닌가?”
조왕돌은 바다에 격추됐던 로봇독수리 전기회로와 날개를 손질하다가 머리를 숙였어요.
“금붕어 여성총리는 나라와 지구촌의 생태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자기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있는 준비된 위대한 여성대통령이다. 호박에도 벌써 코치아의 대통령은 금붕어라고 예언한 적이 있지 않는가. 이것은 하늘이 내린 예언으로서 인위적으로 개변할 수 없다.”
지어 만장굴 대통령 집무실 앞에 이런 대자보가 나붙기까지 했어요.

대통령은 남자만의 독점소유물이 아니다. 대통령은 또 종신제를 실시해서는 안 되며 세습을 해서는 더욱 안 된다. 대통령은 반드시 몇 해에 한 번씩 민주선거를 거쳐 선거해야 한다. 진정 이 나라를 구할 구세주를 이 나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그럼 이 나라 구세주는 누구인가?
바로 금붕어 여성총리이다. 이번 남해 해전에서 금붕어 여성총리의 아들 클론바우 부대가 용감히 뱀 섬나라 인면수신의 뱀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겠나! 결과는 불 보듯 빤한 일이다. 금붕어 여성총리야 말로 세상에 더 없이 하늘보다도 넓은 모성애로 이 나라 백성들을 보살피고 나라 에너지와 지구촌의 생태환경 운명을 자기 목숨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위대한 구세주이다. 이런 위대한 분을 대통령으로 모셔야 한다.

만장굴 주위에서는 백성들이 시위행진까지 일어났어요.
“남해 해전을 일으킨 금별 대통령은 물러나라!”
“우리는 평화를 요구한다!”
“뱀 섬나라와 전쟁을 그만두라!”
그 장면은 우성 대통령을 탄핵하던 때 장면을 연상시켰어요.
금별 대통령은 평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거슬릴 수 없어 고민에 빠졌어요.
만장굴에서 나가 연설할까도 생각하다가 그만 두었어요. 그는 대통령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변명을 하기 싫었던 것이죠.
그때 금붕어 여성총리가 만장굴 대통령 집무실에 찾아 왔어요.
“오빠, 절대 오해하지 마.”
금별 대통령은 컴퓨터로 사이버여론과 대자보를 들여다보다가 우쭐 일어나 금붕어의 두 손을 반갑게 마주 쥐었어요.
“금붕어야, 무슨 말을 하느냐? 오빠는 절대 여동생을 오해하지 않는다. 네 위신이 올라가니 내심으로 기쁘다.”
그래도 금붕어 여성총리는 시름을 놓을 수 없었어요.
“이건 딴 심보를 품은 놈들이 우리 오누이를 이간질 하는 거야. 이 여동생이 클론바우와 결혼한 것도 다 오빠를 받들어 이 나라를 강철같이 지킬 클론바우들을 낳기 위한 것뿐이었어. 난 총리만도 과분해. 만약 오빠가 다르게 생각하면 난 오늘 이 시각부터 총리 직에서 물러나겠어. 조용히 해양수산물연구소 소장이나 하면서 내 전공인 해양 동물을 계속 연구할 거야.”
금별 대통령은 금붕어의 손을 잡고 소파에 나란히 앉으면서 머리를 끄덕였어요.
“인심은 천심이라고 백성들의 얘기도 틀리진 않아. 허나 지금 국민들이 우리 오누이를 내걸고 대통령 자리를 놓고 옴니암니 티격태격 할 때가 아니지. 난 네가 내 짐을 덜어주었으면 좋겠다. 어째 머리도 아프고 좀 쉬고 싶구나. 오도된 여론을 돌려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다간 어간에서 기뻐할 놈은 뱀 섬나라 밖에 없어. 어부지리를 하자는 놈들이지. 뱀 섬나라는 이번 남해 해전에서 참패한 후 꼭 보복전을 할 것이야.”
“아이야!”
갑자기 정답게 말하던 금별 대통령이 머리를 싸쥐고 쓰러졌어요.
“오빠, 오빠!”
부인 사랑이 커피 잔을 담은 차 판을 들고 들어오다가 잘라~당 떨어뜨리었어요.
“여보, 여보!”
사랑은 땅바닥에 흐르는 커피와 깨진 찻잔을 거둘 새도 없이 금별 대통령을 두 팔로 받쳐 안고 흔들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오빠! 오빠!”
금붕어는 눈물을 흘리면서 부르고 부르다가 거품을 물고 인사불성이 된 오빠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어요.
“오빠, 미안해. 절대 오해하지 마.”
이윽고 제정신을 차린 그녀는 머리를 들고 소리쳤어요.
“한 비서, 어서 어의를 부르시오!”
사랑 대신 여비서로 새로 들어온 한이슬은 황급히 전화로 어의를 불렀어요.
금붕어는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엄숙하게 말했어요.
“대통령께서 앓는다는 말을 절대 입 밖에 내선 안 돼요.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서 뱀 섬나라에서 재차 침략전쟁을 발동할 수도 있어요.”
황급히 달려온 어의는 눈을 꼭 감고 게거품을 문 대통령의 팔목을 걷어 올리고 맥을 짚어 보면서 대통령 부인 사랑을 돌아보았어요.
.
금붕어는 어의의 염소수염 같이 하얀 눈썹아래의 수심에 찬 눈을 들여다보면서 다급히 물었어요.
“어때요? 중풍인가요? 뇌출혈인가요?”
허나 어의는 머리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 쉬었어요.
“아,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요? 어서 대통령을 구하세요. 구하지 못하는 날엔 당신 목을 잘라버릴 줄 아세요!”
어의는 자애로워 보이던 금붕어 여성총리가 이같이 표독한 말을 할 줄은 몰랐어요.
“예, 알았습니다.”
비보를 들은 조왕돌이 숱한 복제 조왕돌들을 이끌고 만장굴에 들어섰어요. 조왕돌들이 울고불고 할 때었어요.
“울지 마라. 소문이 나가면 뱀 섬나라에서 좋아한다.”
금붕어의 제지에 조왕돌은 살진 손으로 고모를 손가락질 하면서 을러멨어요.
“뱀 섬나라 나까아멘 왕보다도 고모가 더 좋죠? 대통령 보좌에 오르게 됐으니까요.”
조카의 험담에 금붕어 여성총리는 실성한 듯 야단쳤어요.
“얘, 무슨 말을 심하게 하느냐? 너까지 나를 의심하면 난 억울해. 괜히 집안싸움이 생기겠어. 아야, 불쌍한 건 오빠야, 오빠, 죽어선 절대 안 돼. 우리 코치아는 오빠를 수요해. 코치아 국민들은 위대한 금별 대통령을 사랑해.”
조왕돌은 살진 손으로 실성한 듯 아빠를 붙들고 우는 고모를 밀어냈어요.
“물러나세요. 아빠를 구급하겠어요. 흥!”
“오빠를 너희들에게 부탁한다. 내 종종 보러 오겠다.”
조왕돌은 눈을 흘기면서 조왕돌들을 이끌어 아빠를 로봇승용차에 싣고 후산 국립육군병원으로 달려갔어요.
행인들은 만장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을 모르고 달려 지나가는 로봇승용차를 목송했어요.
금붕어는 만장굴에 붙인 대자보를 뜯어가지고 총리 부로 돌아갔어요.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가 가엾어 어깨를 들먹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어요.
한참 울고 난 그녀는 창가에 다가가 저물어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어요.
이튿날 금붕어 여성총리는 피진 눈을 비비면서 총리부에 나갔어요.
그녀는 컴퓨터에 앉아 국민들에게 알리는 글을 올렸어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들은 저를 절대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 금붕어는 금별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신하일 뿐입니다. 이번 남해 해전의 승리는 전적으로 금별 대통령의 영명한 영도아래 전체 국민이 합심해 싸운 결과입니다.
한 사람을 평가할 때 역사적 공훈과 현재 업적을 전면적으로 봐야지 당분간의 업적을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일찍 금별 대통령의 부모는 모두 지구촌의 생태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아카시아와의 태공전과 태평양해전에서 영용히 싸우다가 장렬히 희생됐습니다. 금별 대통령은 부장을 지낼 때 일찍 세계 노벨평화상을 탄 적이 있습니다. 그는 우성 대통령 대신 대통령이 된 후 우리 코치아 군민들을 이끌어 우리 코치아, 나아가서 지구촌을 짓밟으려고 생태환경을 파괴한 아카시아 악마 죤슨 대통령 일당을 제거한 위대한 대통령입니다. 그는 이번 남해 해전에서도 사랑하는 아들 조왕돌이 이끄는 조왕돌 부대와 로봇부대들을 지휘해 전투를 승리에로 이끌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클론바우의 전과를 너무 과대하게 평가하고 클론바우의 업적을 금붕어- 나의 업적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기실 클론바우는 누가 생산하도록 지시하셨는지 아는가요? 금별 대통령께서 인종개량연구소를 차리고 유리 박사와 다혜 박사에게 소장과 부소장을 맡기고 저 금붕어더러 클론바우와 결혼하게 해 생산한 것이죠. 그러므로 클론바우의 탄생은 전적으로 금별 대통령의 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박에 새긴 유언비어는 우리 오누이를 이간질하고 국력을 쇠약하게 만들려는 죄악적인 목적을 가진 뱀 섬나라 놈들의 악랄한 이간책입니다. 양심 있는 코치아 백성들은 국제 정세를 똑바로 알고 뱀 섬나라 놈들의 이간질에 속아 넘어가지 마십시오. 금별 대통령의 영명한 영도아래 뱀 섬나라 오랑캐들의 재침공을 물리칠 준비를 하며 공동이 코치아, 나아가서 지구촌의 생태환경을 보위하기 위해 일치단결해야 합니다.
이것이 나, 여성총리의 양심선언이며 호소입니다.

그 글을 보고 백성들은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런데 금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자 모두들 뒤숭숭해 했어요.
바람벽에도 귀 구멍이 있다고 금별 대통령이 뇌출혈이 와서 쓰러져 후산 국립육군병원에 있다는 소문은 병원 직원의 입을 통해 한입 건너 온 나라에 퍼져나갔어요.
“안 됐다. 어쩜 마흔 고개를 갓 넘은 대통령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셔?”
“글쎄 말이야.”
그런데 백성들은 이런 일도 의논했어요.
“나라에 하루라도 임금이 없어선 안 돼.”
“아예 이 기회에 금붕어 여성총리를 대통령으로 모시면 좋을 거 같아.”
“맞다. 금별 대통령을 내놓고서야 금붕어 총리 밖에 대통령을 할 분이 있어?”
허나 일부 사람들은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모르는 소리야. 집안에 암탉이 우는 소리가 높으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어. 옛날에도 여왕들이 어느 하나 정사를 제대로 돌봤어? 항상 주변국의 업신여김을 당해 침략만 당했고 하마터면 나라를 망칠 번했지 않았는가!”
“글쎄 말이야. 그럼 오히려 옛날 지구를 통일한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의 조카 벌 되는 클론바우 18세를 대통령으로 모시면 어때?”
“클론바우 같은 괴물을 대통령으로 모시면 뱀 섬나라 나까아멘 왕도 질겁해 벌벌 맬 거야. 언제 클론바우 코끼리코에 걸려 당할까봐 쩔쩔 맬게 아니야?”
“허허허. 거 좋을 거 같아.”
백성들 속에서 이런 의론이 오가 갔어요.
허나 금붕어 여성총리는 비서들의 회보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주 고향 연화시로 돌아가 오빠를 보았어요.
그녀는 오빠가 하루속히 병마를 툭툭 털고 일어나 국사를 돌 볼 것을 고향 하늘과 칼산에 대고 빌고 또 빌었어요.
그 덕분인지 금별 대통령의 왼 손 중지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어떤 때 금붕어가 우는 소리를 듣기나 한 듯 금별 대통령은 두 눈 확에 눈물이 글썽해지기도 했어요.
어느 하루 금붕어 여성총리가 오빠를 문안하고 고향에서 돌아와 대통령부로 발길을 돌릴 때었어요.
대통령부 앞마당이 요란했어요.
백성들이 “대통령선거를 앞당기자!”는 구호를 써 들고 시위하는 것이었어요.
금붕어는 머리가 아찔 해났어요.
그녀는 대통령부에 들어가자 마이크를 들고 높이 말했어요.
“금별 대통령은 휴양 갔을 뿐입니다. 이제 며칠 지나면 만장굴 대통령부에 돌아와 국사를 돌볼 것입니다. 그의 임기가 차지 않았는데 무슨 선거운동입니까? 당신들이 계속 나를 핍박하면 총리도 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저는 남해 바다에 가서 해양수산물이나 연구하면서 한생을 마칠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면 누가 좋아합니까? 뱀 섬나라 나까아멘 왕 밖에 좋아할 놈이 없습니다. 아닙니까?”
그 일리 있는 말에 백성들은 구호판을 내리우고 서로 눈길을 마주쳤어요.
“어서 돌아가세요.”
금붕어의 말에 모두들 의논을 분분히 하면서 돌아갔어요.
백성들이 돌아가자 금붕어는 어떻게 하면 백성들로 하여금 금별 대통령의 영도아래 코치아에서 거둔 업적을 전면적으로 알게 하겠는가를 고민했어요.
한참 후 그녀는 무릎을 탁 쳤어요.
“그래, 새로운 금별 대통령의 영도아래 코치아의 악마 죤슨 일당을 제거하고 생태환경을 복구한 위대한 업적을 객관적으로 보여준 역사책을 써서 백성들에게 홍보해야 해.”
그녀는 인차 한이슬 등 비서들을 불렀어요.
“즉시 우리 코치아의 이름 있는 작가들과 역사학자들을 동원해 5.7문예창작단을 무어 코치아 당대역사책을 작성하세요.”
비서들은 구체 포치를 듣고 나갔어요.
그로부터 한 둬달 후 코치아의 당대역사책이 세상에 나왔어요.
그런데 그 역사책이 세계 여론을 불러일으킬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제8장 노벨역사상과 대선운동

금붕어 총리는 한이슬 비서와 함께 코치아의 유명한 작가들로 “5.7창작단”을 무어 금별 대통령의 업적을 찬양하는 코치아 당대역사책을 쓰는데 그치지 않았어요.
과학지식이 폭발하는 시대지만 그녀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는 문학과 예술의 힘을 믿었던 것이었어요. 하여 그녀는 한이슬 비서와 함께 작가들을 조직해 금별대통령의 업적을 장편소설로 엮어 형상적으로 백성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녀는 우선 작가들에게 방사능과 자외선도 막아낼 수 있는 고급아파트를 제공해주었어요. 그 아파트 마다 마당에는 화원과 수영장까지 갖춰져 있었어요. 그리고 작가들에게 일류의 고신과학기술제품 컴퓨터가 몇 대씩 놓여있었어요. 그 놈의 컴퓨터는 훈민정음으로 소설을 창작해나가면 그에 따라 그림이 스스로 그려져 척척 나왔어요. 그러니 글로 소설을 창작하는 족족 동화나 만화처럼 연환화로 그려져 나왔어요. 또 동영상으로 만화나 과학동화로 그려져 영화관과 텔레비전방송국에서 방송됐어요. 네티즌들은 5.7문예창작단 홈페이지에 올려 서로 퍼가기를 하면서 보는 판이었어요.
대부분 청취자들과 독자들은 이 노벨역사 수상작품을 보고 코치아의 빛나는 역사를 알게 됐으며 금별 대통령과 금붕어 총리가 코치아와 지구촌을 위해 보위하기 위해 죤슨 악마와 싸운 불후의 공훈을 알게 됐어요.
허나 뒷공론도 있었어요.
“금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지구통일기념비를 껌 시한폭탄으로 폭파하려한 계획을 올린 것은 국가기밀을 누설한 불량행위야!”
“매국행위야!”
“금별 대통령은 어려서 나라 기밀을 팔아먹은 매국역적이야!”
그러자 금붕어 총리는 소설이나 드라마, 만화 창작에 그치지 않았어요.
그녀는 개그맨들을 동원해 코치아 역사화폭을 역사극으로 개편해 무대에도 올렸어요.
그 바람에 코치아의 삼척동자도 금별 대통령과 금붕어 여성총리 일가가 코치아와 지구촌을 보위하기 위해 한 희생과 그들이 쌓은 불후의 공훈을 다 알게 됐어요.
그런데 사달이 생겼어요.
백성들 속에서 또 대통령 선거를 하자는 민주화운동이 벌어졌어요.
“나라에 대통령이 없이 어찌 뱀 섬나라를 이길 수 있겠는가?”
“하루 빨리 대통령을 선거해야 해.”
금붕어의 측근들도 금붕어를 보고 대통령선거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허나 금붕어는 대통령선거는 동의하면서도 후보로는 나서지 않기로 했어요.
뜻밖의 이변이 벌어졌어요. 글쎄 금붕어의 아들 클론바우 18세가 대통령후보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정치소용돌이에 뛰어들지 않았겠어요.
금붕어는 클론바우 18세를 총리부에 불러 훈계했어요.
“얘야, 네가 어찌 할머니와 토론도 하지 않고 대통령후보 출마를 선언했느냐?”
클론바우 18세는 할머니의 노한 눈길을 피하지 않고 긴 코끼리코를 슬슬 매만지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어요.
“할머니가 나서지 않으면 내가 나서야지요. 내야 심약한 할머니가 걱정됩니다. 외가 집에서 대대로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냈습니까? 그런데 외가 집 큰할아버지 금별 대통령은 쓰러져 있고 할머니는 나서지 않으니 누가 이 나라를 이끌겠습니까? 그럼 일찍 천 년 전에 지구를 통일한 영광스러운 역사전통을 가진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의 조카가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금붕어는 사무 상을 꽝! 치면서 호통 쳤어요.
“네가 이 세상에 해놓은 일이 뭐가 있어서 이 지랄이냐?! 당장 후보출마를 취소해라.”
허나 클론바우 18세는 계속 출마를 고집했어요.
금붕어는 클론바우 18세가 자기 말을 듣지 않자 벽을 향해 돌아서더니 입으로 뭐라고 중얼중얼 주문을 외웠어요.
“아야야!”
순간 클론바우 18세 머리에 씌운 금고주가 조여들었어요. 클론바우 18세는 쿵 쓰러져 너무 아파 머리를 싸쥐고 육중한 몸뚱이를 데굴데굴 굴면서 비명을 질렀어요.
“아이고, 내 머리야!”
그러자 숱한 복제 클론바우들이 차마 형이 처참히 당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머리를 숙이고 돌아서다가 머리를 부둥켜안고 하나, 둘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다시 대통령후보로 출마하겠나? 네 대갈통을 부셔버릴 테야!”
“할머니, 왜 그렇게 심약하십니까?” 클론바우 18세는 데굴데굴 굴면서도 계속 독수리 주둥이를 놀렸어요.
“아야! 아이고머니!”
클론바우 18세는 너무 아파 머리를 싸쥐고 굴렀어요.
이때 클론바우 16세가 나타났어요.
“여보, 그만 두오. 그 애가 괴물이긴 하지만 수컷으로 생겼으면 한번쯤 대통령도 돼보려는 게 잘못이 아니지.”
그제야 금붕어는 마지못해 주문외우기를 그만두었어요.
숱한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자리를 떴어요.
금붕어가 살펴보니 배후에서 클론바우의 18세 할머니 유리 박사가 뒤에서 대통령출마를 지지하고 있었어요. 유리 박사는 은근히 천 년 전에 자기 아들 클론바우 꼬마대통령의 모습을 클론바우 18세에게서 찾아보려는 것 같았어요.
더욱 큰 이변은 뒤에 있었어요.
중풍으로 앓는다던 금별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깨어난 것이었어요. 금붕어는 아주 기뻐 당장 우주비행선을 타고 쏜살같이 연화시로 달려가 오빠를 찾아보았어요.
그녀는 집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희죽이 웃는 오빠의 손을 잡고 기쁜 나머지 어린이처럼 퐁퐁 뛰었어요.
“오빠! 진작 일어났어야 하지.”
“어, 잘 쉬었다. 그간 네가 수고했구나.”
원래 금별 대통령은 어의와 짜고 들어 중풍으로 앓는 척 하고 누워서 민심을 관찰했던 것이었어요.
허나 그런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금별 대통령의 연기가 어찌나 심통했던지 금붕어와 조왕돌마저 그간 눈물을 얼마나 흘리게 했는지 몰라요. 허나 눈치가 빠른 금붕어는 이젠 오빠가 가짜로 앓은 척 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금도 금별 대통령은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면서 능청을 떨었어요.
금별 대통령은 여동생에게서 그간 국내외 정세를 듣고서야 안 것처럼 하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어요.
“대통령 선거를 하자면 하지 뭐. ‘임기가 차지 않아도 언제든지 대통령을 선거할 수 있다’고 헌법을 고치면 되지 뭐.”
“안 돼요. 이건 말이 선거지 기실 오빠를 탄핵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허나 금별 대통령은 수척한 얼굴에 태연자약한 빛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민심이 천심이라고 백성들에게 맡기자. 누가 나서서 이 나라를 진정 구하고 보위할 수 있다면 난 기꺼이 그에게 나라를 맡기겠어.”
며칠 후 또 이변이 생겼어요.
“5.7”문학창작단에서 쓴 장편역사소설이 노벨역사상을 탔다는 뉴스가 연합뉴스에 올랐어요.
이는 코치아 문학사상에서 중대한 사변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복잡한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불러일으키게 됐어요. 기실 수수한 역사소설인데 조왕돌이 노르망디에 있는 크롱 박사에게 청탁해 스톡홀롬에 있는 평심위원회에 추천하게 했던 것이죠. 아버지의 국제위신을 높이려는 속심이죠.
“봐라! 금별 대통령의 공적을 전 지구촌이 인정한다. 금별 대통령이야 말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대통령이야!”
며칠 후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어요.
선거 결과 대통령 후보를 출마하지도 않은 금붕어의 표수가 글쎄 금별 대통령후보보다 더 많았어요. 클론바우 18세는 그들 오누이의 표보다도 훨씬 적었어요.
그러나 헌법상 대통령후보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으로 될 수 없었어요. 그러자 백성들이 반발했어요.
“금붕어 여성총리는 금별 대통령의 밑에서 실제적으로 공훈이 큰 분입니다.”
“김 총리가 대통령으로 돼야 합니다!”
“금붕어 여성총리는 여자이지만 마음이 바다보다 더 넓은 분입니다. 그는 오빠의 대통령 자리를 넘보지도 않았고 오빠가 앓을 때 끝까지 위신을 올려주려고 ‘5.7’문학창작단을 차렸지요. 노벨역사상을 쟁취한 위대한 여성총리이다.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선거하지 않으면 누가 되는가?”
그러나 다른 목소리도 들렸어요.
“금붕어 총리는 제 오빠 밖에 모른다. 오빠 개인우상화를 하려고 ‘5.7’창작단을 차리고 작가들을 동원해 우상화에 열을 올렸어.”
“사심이 꽤나 많은 엉큼한 여자야. 옛날 집안에 암탉이 울면 집이 망한다고 했어.”
지어 이런 소리도 들렸어요.
“뭐 그들 오누이 일가가 대대로 세습해 대통령을 해야 하는가?”
“이제 보오. 조왕돌을 왕으로 만들지 않는가? 흥!”
“글쎄 말이야. 그들 오누이가 아니면 코치아에 대통령감이 없겠는가?”
“금붕어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다는 노릇이 클론바우 같은 괴물이나 들어앉아 생산하는 거겠지?”
“글쎄 말이야. 지금은 과학의 폭발시대인데 괴물이 지구를 구할 수 있어? 흥!”
“오히려 조왕돌이 장래성이 있어. 몸은 황소처럼 뚱뚱해도 그 남복 골에는 괴상한 과학지식이 콸콸 용솟음친단 말이야.”
위신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판국에 금별 대통령은 사직하기로 했어요. 그는 금붕어에게 대통령 보좌를 넘겨주려고 했어요. 허나 나라 헌법이 용서하지 않았어요. 대통령 출마선언도 하지 않았고 후보로 되지도 않은 금붕어는 대통령을 할 수 없었어요.
금별 대통령은 하는 수 없이 대통령 자리에 주저앉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금붕어가 여성총리를 그만두고 자기 대신 허수아 부장을 추천했어요. 금붕어의 의도는 빤했어요. 그녀는 오누이가 세세대대로 세습해 코치아를 통치하려 한다는 때를 벗어버리고 오빠의 의심을 받지 않고 오빠의 위신을 올려 주려는 것이었죠.
클론바우 18세는 클론바우 18세 2호로부터 150호까지 데리고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커피를 대야 채로 마시며 선거결과를 지켜보았어요.
나중에 그는 사무 상에 탕 놓더니 코 방귀를 “흥!” 하고 뀌었어요. 그 바람에 커피대야가 훌 날려가 천정에 부딪쳤다가 달라당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커피소낙비가 쏟아져 내렸어요.
숱한 사람들은 겁기를 띤 눈으로 클론바우 18세를 바라보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어요.
금붕어 할머니가 약하게 대통령 자리에 앉지 않고 물러나는 바람에 금붕어의 위신은 더 올라갔어요. 허수아는 첫사랑 금붕어를 잃었지만 대신 림해자 부장을 아내로 삼아 귀여운 딸 선영을 본 것만 해도 만족인데요. 총리까지 하게 돼 입이 함박만 해졌어요.
그는 깊은 고려 끝에 딸 선영을 조왕돌의 과학연구소에 들여보내 조왕돌의 비서로 써달라고 금별 대통령에게 사정했어요.
금별은 친구 허수아의 귀여운 딸을 눈앞에 그려보더니 희죽이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러나 조왕돌은 아버지와 보름을 보내달라고 간청했어요.
“아버지, 선영은 고모가 노벨역사상을 받은 걸 학교에서 얼마나 뒤 공론을 했는지 압니까? 보름과 말다툼까지 다 했습니다. 보름은 아버지를 아주 존경합니다. 걔를 보내주세요.”
히히히. 기실 조왕돌은 보름의 보름달 같은 얼굴에 옴폭 패는 보조개가 좋았던 것이죠. 선영은 예쁘긴 했지만 입이 세서 딱 질색이었어요. 금별은 아들의 뜻대로 보름을 조왕돌의 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보내주었어요. 조왕돌의 비서는 선영이었지만 기실 보름이 비서노릇을 했어요.
참말로 자고 일어나면 코치아의 정치이변에 지구촌은 깜짝깜짝 놀랐어요.









제9장 양가죽을 쓴 승냥이

화산폭발과 지진이 심한 뱀 섬나라 나까아멘 왕은 인면수심을 가진 악착한 냉혈동물이었어요. 겉으로는 온실가스 방출 량을 줄이려고 가마를 타고 다니는 척 하면서도 뒤에서는 암암리에 코치아를 멸망시키려고 칼을 갈았어요. 그는 원전이나 헬륨발전을 추진하는 척 하면서 핵반응 로를 가동해 원자탄과 중자탄 지어 질자탄까지 수두룩이 제조해 인면수신의 뱀 인들의 굴에 숨겨 두었어요. 그리하여 뱀 인들도 그 방사선에 피폭돼 기형아들을 낳고 있었어요.
그는 코치아의 발전과 장대를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면서 망하게 만들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어요.
어느 하루 나까아멘 왕은 육중한 가마를 타고 어디론가 시찰을 나가려다가 웬 일인지 가마에서 내리더니 왕궁으로 되돌아 왔어요.
그는 급히 수상 노바시와 국방부장 가메다를 불렀어요.
노바시와 가메다가 왕궁 대전에 들어서자 나까아멘 왕은 천천히 음흉한 입술을 팔락거렸어요.
“전번 남해 해전은 시탐 전이지만 우리 뱀 섬나라의 코를 떼었단 말이야. 어떻게 복수의 불벼락을 안길 방책이 없는가?”
항상 뽀족한 턱을 쳐들고 가죽에 발린 웃음을 짓던 나까아멘 왕의 가는 실눈에는 음흉한 눈에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렸어요.
국방부장 가메다는 그 눈길에 위압감을 느껴 엉뚱한 소리를 했어요.
“코치아를 발판으로 대륙을 점령하는 것이 우리 역사적 경험입니다. 남해 해전을 구실로 삼아 아예 핵무기로 코치아를 없애버립시다.”
나까아멘 왕은 칼날같이 선뜩선뜩한 눈길을 수상 노바시에게 돌렸어요.
그러자 노바시 수상은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그만 두십시오. 코치아를 만만히 봐선 안 됩니다. 코치아는 젊은 대통령 금별이 지도하에 아카시아를 전승한 군사강국입니다. 아카시아가 어떤 나라입니까? 천 년 전에 지구촌을 통일해 500년이나 쥐었다 놓았다 하던 강대국이 아닙니까? 우리가 그따위 핵무기나 뱀들로 이길 거 같습니까?”
꽝!
나까아멘 왕은 사무상을 치면서 벌떡 일어났어요.
그는 실 돌피같이 약한 목에 지렁이 같은 핏줄을 세우면서 고래고래 고함쳤어요.
“심약한 소리를 작작 쳐! 우린 기필코 코치아를 전승하고 대륙으로 진공해 들어갈 거야!”
그제야 나까아멘 왕의 속심을 알게 된 신하들은 머리를 숙인 채 전쟁을 할 방책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한참 후 국방부장 나까아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전이 떠나가게 고래고래 고함쳤어요.
“아예 핵무기로 코치아를 없애버립시다!”
“승산이 있는가?”
“예!”
가메다는 자신만만해했어요.
“우린 암암리에 핵탄두를 만개나 제조해 바다가 뱀 왕의 화산 동굴에 숨겨두었습니다. 번마다 화산폭발 할 때면 화산 근처에서 지하핵실험을 했이게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화산이 폭발했는가 하지요. 우리 핵무기면 코치아 땅을 열 번도 갈아엎고 불바다로 만들 핵 억제력입니다.”
허나 나까아멘 왕은 뾰족한 턱을 쳐든 채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묘한 수로 세인들의 눈을 얼려 넘겼어. 하지만 화산에 시린 금이 핵실험으로 더 크게 벌어져서 끊임없는 화산폭발을 유발시킨 것도 문제는 문제야.”
나까아멘은 한숨을 후 내쉬며 노바시를 건너다보며 중얼거렸어요.
“우리 뱀 섬나라는 세계 첫 원자탄의 피폭 국이네. 어떻게 세인들의 눈을 가릴 암수를 쓸 묘책이 없겠는가!”
노바시 수상도 한마디 끼어들었어요.
“일단 핵무기를 쓴 게 탄로 나면 제네바 핵 확산금지조약과 핵전쟁금지조약을 어긴 죄로 인해 세계 여론의 질책은 둘째 치고 군사제재를 피할 길이 없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뱀 섬나라는 또다시 망국노와 식민지 신세를 피하지 못하게 됩니다. 절대 주의해야 합니다.”
그 말에 국방부장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었어요.
“이제 참모부의 참모장연석회의를 열고 묘한 암수를 천천히 생각해봅시다.”
“그러게.”
노바시 수상과 가메다 국방부장은 머리를 숙인 채 수심에 잠긴 눈길로 대전 땅바닥을 내리쓸면서 자리를 떴어요.
며칠 후 국방부장이 홀로 왕 대전에 나타났어요.
나까아멘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나가면서 아주 반겨 맞았어요.
“자, 앉게. 그래 무슨 묘책이 있는가?”
“예.”
가메다는 나까아멘의 귀에 손을 대고 귀속 말로 쑤군덕거렸어요.
“허허허, 정말 음험한 묘수로구먼.”
나까아멘은 징그럽게 웃으면서 간사한 낯에 교활한 빛이 어렸어요.
“자넬 그저 무사도로만 보아선 안 되겠구먼. 음험한 일면이 있단 말이야. 그래, 과학으로 코치아를 멸망시켜야지.”
나까아멘 왕은 왕궁을 뚜벅뚜벅 거닐면서 뇌까렸어요.
“대 코치아 과학전쟁과 심리전은 핵무기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위력이 있지. 그래서 전번에도 글을 새긴 호박을 코치아에 선물한 게지. 금붕어와 금별 두 오누이가 서로 의심하고 물고 뜯게 하려고 말이야. 그런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실망이야. 어쩜 금붕어가 그렇게 그릇이 큰 년일까? 나라를 위해 괴물 클론바우와 결혼까지 하고 대통령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고 총리마저 사직해? 어찌 보통여인으로서 엄청 큰 정신타격을 이겨내고 해양 동물 연구소로 갈수 있단 말인가? 어허, 그러니 금별 대통령의 의심이 말끔히 사라졌단 말이야. 그 놈 오누이들이 전번 대통령 선거 때 서로 물고 뜯어야 하는데. 지어 자객을 보내 상대방을 죽이려니 했는데 참, 자국지란을 보지 못한 게 참 아쉽단 말이야.”
나까아멘 왕은 한참 너스레를 떨다가 가메다의 콧수염을 들여다보면서 뇌까렸어요.
“이번엔 절대 실패하지 말고 성공해야 하네. 알겠는가?”
“하잇(옛)”
가메다 국방부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뒤꿈치를 척 붙이며 군례까지 척 붙이었어요.
“우리가 2천년 동안 731공정을 공장으로 위장해 세균배양을 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가? 2천 년 전 2차 세계대전 때 우리 관동군은 세균전을 대비해 만주에 731공정을 목적으로 세균실험공장을 차렸네.”
나까아멘 왕은 대전을 뚜벅뚜벅 왔다 갔다 거닐면서 지껄이었어요.
“그때 우리는 중국의 한족과 몽골족, 조선족 지어 러시아 사람들까지 붙잡아다가 생체실험을 하면서 바이러스를 배양했지. 그런데 전쟁에 몇 번 써보지 못하고 패망하는 바람에 죄증을 없애려고 폭파해버리고 달아났지. 허나 그때 우린 바이러스배양기술과 주요 설비를 가지고 섬나라에 도망쳐 왔어. 그때부터 우리는 대륙을 진공할 야심을 버리지 않고 2천년 동안 세균전에 쓸 독세균을 배양하면서 칼을 갈아왔네. 허나 몇 번 다 실패하고 말았어.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 하네.”
가메다는 자기 어깨가 대륙침략야심에 지지눌리어 무거워나는 감을 느꼈어요.
“예, 알았습니다. 각하.”
이튿날 날이 희붐히 밝아 왔어요.
나까아멘 왕과 가메다 국방부장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은밀히 731공장으로 갔어요.
가메다 국방부장은 나까아멘 왕에게 물었어요.
“우리 뱀 섬나라 돈을 인쇄할까요?”
“안 돼! 그럼 우리 한 짓이라는 증거를 남기는 게 아니고 뭔가?”
나까아멘 왕은 소대가리처럼 우둔한 가메다가 안타까웠어요.
“사람이 대가리는 커도 소대가리군. 사상이 없기로서니. 어이구~”
가메다는 대가리를 쓱쓱 매만지면서 두덜거렸어요.
“오히려 우리 돈이면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위장하기 더 좋을 수 있어 그럽니다. 누가 범죄자가 인차 들통 나자고 자기 나라 돈을 범죄에 썼다고 생각하겠습니까?”
그 말에 나까아멘 왕도 조금 동감이 갔어요. 허나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허허실실이라. 묘한 거 같지만 안 돼. 코치아 백성들이 우리 돈을 쓰려고 하겠어. 우리 나라 돈은 납작하게 된 우리나라 국제위신처럼 돼버렸어. 특히 코치아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적국으로 생각하는데 안 돼. 코치아 사람들은 수 천 년 동안 우리를 경계하면서 살아온 약소민족이었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원 참.”
핀잔을 들은 가메다 국방부장은 한참 후에 “그럼 아카시아의 돈을 인쇄하면 어떻습니까?” 하고 머리를 들고 콧수염을 쓱 문질렀어요.
“그래, 옛날에 아카시아 돈 하면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좋아했지. 지어 배 속의 어린애마저 손을 내밀 정도지.”
나까아멘 왕과 가메다 국방부장은 731공장의 공장장을 불러 아카시아의 돈을 대량 인쇄하라고 지시했어요.
공장장은 이상해 했어요.
“세균공장에서 돈을 인쇄해요?”
“그래. 화페 인쇄기를 들여다 열흘 안에 아카시아의 돈을 수십 톤 인쇄하게나.”
“옛!”
그리하여 세균과 화학무기 제조공장인 731공장에서는 세인들의 눈을 가리고 특수한 아카시아 돈을 인쇄했어요. 그 돈에는 아카시아의 자랑인 클론바우 꼬마대통령과 지구 통일기념비 그리고 유리 박사의 동상이 새겨져 있었어요.
열흘 후 가메다 국방부장의 지휘아래 공군부대에서는 어두운 밤을 이용해 731공장의 아카시아 돈을 수십 대의 초음속비행기에 실었어요.
초음속비행기들은 코치아의 레이더 감시망을 피해 바다에서 파도를 스칠 듯 저공비행해 코치아의 상공에 이르렀어요.
그들은 코치아 상공 구름 속에 올라가 아카시아의 돈을 뿌리기 시작했어요.
가메다 국방부장의 지시에 따라 중점적으로 금별 대통령이 있는 연화시에 뿌리었어요. 일부 비행기들은 금붕어 해양 동물연구소 소장이 일하는 후산시와 만장굴 전시 대통령 집무실 부근 광장에도 뿌렸어요.
그들이 눈 깜짝 할 새에 한 짓이지만 코치아에서는 인차 정보를 장악했어요. 누가 그 정보를 장악했을까요?
남북 골 조왕돌이 한 일이죠.
유럽 노르망디에 가서 복제기술과 줄기세포기술을 배워온 후부터 조왕돌은 대통령 도와 양가죽을 쓴 승냥이 같은 뱀 섬나라의 침략의 야욕을 짓부수고 코치와 지구촌의 생태환경을 보위하기 위해 군사과학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었어요.
그는 위성에 장착한 초음파도청기로 나까아멘과 가메다가 왕궁 대전에서 꾸민 꿍꿍이를 대체적으로 장악했던 것이죠. 허나 그 놈들이 아카시아 돈을 찍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는 장악하지 못했어요. 만약 나까아멘 왕과 가메다 국방부장이 핸드폰이나 마이크로 말을 주고받았다면 틀림없이 몽땅 장악했겠는데 말이죠. 교활안 놈들은 전자통신을 쓰지 않고 귀속 말로 쑤군덕거린 바람에 제대로 도청하지 못했던 것이죠.
허나 조왕돌은 이 긴급정황을 즉시 대통령에게 회보했어요.
“아버지, 이건 놈들의 새로운 궤계입니다.”
“그 놈들이 아카시아 돈을 인쇄해 어찌 하겠단 말인가? 우리나라 주식을 파괴해 경제를 뒤흔들어보려는 걸까? 뭘까?”
조왕돌은 육중한 몸뚱이를 일으키면서 말했어요.
“좌우간 그 놈들이 나쁜 속심으로 인쇄한 아카시아 돈이니까 써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 알았다.”
금별 대통령은 즉시 허수아 국방부장과 차슬기 우주항공부 부장을 불렀어요.
“차 부장은 공군에 명령해 레이더로 해상과 영공을 엄밀히 감시해라. 일단 수상한 비행물을 발견하면 가차 없이 격추해라!”
“알았어.”
금별 대통령은 조왕돌에게 우멍한 눈을 돌렸어요.
“넌 로봇부대와 조왕돌 부대를 지휘해 수상한 아카시아 돈을 발견하면 주어들이라!”
금별 대통령은 한 밤중에 대국민 방송연설을 했어요.
“국민 여러분, 지금 뱀 섬나라에서는 숱한 가짜 아카시아 돈을 인쇄해 비행기에 실어다우리 나라에 뿌린다는 정보를 장악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절대 가짜 돈을 주어 쓰지 마십시오.”
그러나 백성들은 의논이 달랐어요.
대부분 백성들은 금별 대통령을 믿고 따라 왔기에 그 말을 믿었어요. 허나 일부 백성들은 툴툴 거렸어요.
“먹을 게 없어 나무껍질을 다 벗겨 먹는 세월에 진짜 돈이든 가짜 돈이든 있어 썼으면 좋겠다.”
그때 난데없는 밤하늘에서 딸라가 눈송이처럼 새하얗게 쏟아져 내렸어요.
“이게 웬 떡이냐? 우리 백성들에게 이렇게 많은 딸라가 생기다니?”
“아마 또 조왕돌 총사령관이 우리 백성들을 잘 살라고 돈을 복제해 내려 보내는 모양이야.”
“글쎄 말이야. 이전에도 복제기술과 줄기세포기술로 숱한 복제 양과 소를 만들어내지 않았어?”
“그래, 이전에도 복제입쌀을 눈송이처럼 하늘에서 쏟아지게 했지.”
코치아에서 조왕돌까지 나서서 가짜 돈을 주어가지지 말라고 텔레비전과 스마트 폰 지어 인터넷을 이용해 홍보했지만요.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을 서로 빼앗다시피 주어 호주머니에 넣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돈을 빼앗을 내기 하면서 줏다 나니 서로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고 돈을 서로 빼앗다가 손찌검도 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상했어요. 해 넘어갈 때까지 주어도 여기저기에 돈이 끝이 없이 널려 있었어요.
돈이 더 보이지 않을 때 쯤 해 야단났어요. 손가락에 침을 발라 돈을 세던 사람들이 목을 한쪽으로 탈면서 길바닥에 쓰러졌어요. 어떤 사람은 딸라를 세다가 입이 썩어 떨어졌고 목이 부러지고 손이 마구 썩어 떨어졌어요.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돈을 주어 넣던 사람들이 삼대 쓰러지듯 했어요.
코치아의 이런 처참한 비극은 바로 뱀 섬나라의 나까아멘 왕과 가메다 국방부장이 오매에도 바라던 결과였던 것이죠. 더욱이 돈을 세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독성전염병바이러스가 전염되면서 치료를 받을 새도 없이 무리로 죽어나가는 일대 혼란이 일어났어요.
이 장면을 위성 몰래카메라로 보는 나까아멘 왕과 가메다 국방부장은 깨 고소해 했어요.
“허허허, 코치아 놈들이 꼴 보기 좋구먼.”
나까아멘 왕의 조롱소리에 가메다 국방부장이 맞장구를 쳤어요.
“옛날 아편에 그 큰 중국 청나라가 망하더니만. 돈에 미친 코치아 놈들이 돈에 발라놓은 극독성전염병 바이러스에 감염돼 몰살당하게 됐구먼요. 하하하.”
“그보다 백성들이 이번 돈을 대통령의 아들 조왕돌 총사령관이 복제해 하늘에서 내리 뿌렸는가 여기는 것이 더 좋단 말이야. 허허허.”
그 시각 조왕돌은 초음파도청기로 그들의 대화한 음질을 녹음해 분석한 후 나까아멘 왕과 가메다 국방부장의 대화라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리하여 인차 돈에 극독성전염병 바이러스를 바른 뱀 섬나라의 죄악적인 범행, 아니, 비인도주의적인 범행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금별 대통령은 즉시 퍼런 하늘 현광 막에 나타나 항의를 제기했어요.
“세계의 평화를 요구하는 양심적인 인민들은 코치아를 살펴보십시오. 지금 코치아는 뱀 섬나라의 극악무도하고 비인간적인 세균전에 의해 무고한 백성들이 무리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코치아 인민들과 세계 양심적인 인류를 대표해 뱀 섬나라의 죄악적인 행위에 강력한 항의를 제기한다. 뱀 섬나라는 맹독성 전염병 바이러스를 바른 가짜 돈을 코치아에 살포해 무고한 백성들을 무참하게 살해한 죄악을 반성하고 코치아 인민들의 생명을 빼앗아간 죄를 배상해야 한다.
우리는 뱀 섬나라를 경고한다! 이제 또다시 우리나라 백성들을 이런 극악무도한 암수로 살해하려 든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원수들에게 백배 복수의 불길을 퍼부을 것이다!”
클론바우 18세는 파초 같은 귀가 뻘쭉해 금별 대통령의 항의를 듣고 나서 뒤에서 툴툴거렸어요.
“제길, 입으로 항의만 해서야 되는가? 뱀 섬나라를 아예 밀대를 놓아야지. 흥!”
그 바람에 그의 앞에 놓였던 49치 텔레비전이 훌 날려가 박살나버리고 말았어요.
뱀 섬나라에서도 NHEK텔레비전방송을 이용해 전 세계에 이른 바 진상해명에 나섰어요.
“코치아에서는 무고한 우리 뱀 섬나라를 무함하지 말라. 우린 근본 독 바이러스와 상관없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이 후 완전히 731공정과 관계를 끊은 지도 이젠 2천년이나 된다. 우리가 어찌 옛날 군국주의 길로 되돌아가겠는가? 우린 9차와 10차 세계 핵전쟁 때에도 견결히 코치아의 편에 서서 아카시아를 전승하는 동맹국으로 됐었다. 그런데 아카시아를 전승하자마자 동맹국을 무함하고 에너지를 쟁탈하는 전쟁을 벌이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위이다. 우리는 코치아에서 즉각 배신행위를 그만둘 것을 경고한다!”
적반하장이라고 뱀 섬나라에서는 독 바이러스를 바른 딸라 사건을 코치아에 뒤엎으려고 했어요. 진짜 허위적이고 황음무치하며 웃음 속에 시퍼런 칼을 품은 음흉한 놈들이었어요.
코치아의 백성들이 전염병에 걸리거나 중독돼 무리죽음을 당할 때었어요. 밤낮없이 과학만 연구하는 조왕돌의 과학연구소와 금붕어 해양 동물 연구진은 코치아 백성들을 죽음의 도탄 속에서 구해냈어요.
조왕돌은 황급히 노르망디에 날아가 스승 크롱 박사를 찾아 도움을 구했어요.
그때 크롱 박사는 조왕돌에게서 코치아의 전염병과 독 바이러스가 확산된 정황을 듣고 사태가 아주 엄중한 것을 알게 됐어요.
그는 날로 성숙돼가는 모습을 보이는 조왕돌을 이번에도 도와주기로 했어요.
“허나 난 클론복제기술과 줄기세포 학자이지 독 바이러스를 잘 몰라.”
그러자 조왕돌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바닥에 쪼면서 비난사정을 했어요.
“제발 저의 코치아 백성들을 살려 주세요. 그 은공은 제가 각골난망할 것이올시다.”
크롱 박사는 조왕돌의 지청구에 마지못해 독 바이러스를 소멸할 과학연구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됐어요.
그는 조왕돌과 함께 먼저 뱀 섬나라에서 살포한 가짜 돈을 쥐고 지하실험실에 들어가 검사해 보았어요. 결과 뱀 섬나라에서만 나는 살모사 독즙과 비슷한 DSK 독 바이러스 HRC 전염병 바이러스가 검출돼 나오지 않았겠어요.
크롱 박사는 지하실험실에서 나오면서 마스크를 벗어 소독세탁기에 처넣더니 대머리에 돋은 땀을 뚝뚝 찍었어요.
그는 도리머리를 흔들면서 “뱀 섬나라 오랑캐들은 정말 못 된 독종들이구나. 어쩜 2천 년 전 731공정 때 배양한 독 바이러스를 지금까지 살려 계속 배양하면서 음흉한 시퍼런 칼을 갈았단 말이냐?”
그는 조왕돌을 보고 “독은 독으로 치라고 이제 이 전염병과 독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바이러스를 배양해내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했어요.
허나 불시에 그런 독 바이러스를 배양한단 말인가요? 더구나 코치아는 전혀 세균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까요.
조왕돌은 크롱 박사에게 계속 도와달라고 부탁한 한편 로봇이 모는 우주비행선에 앉아 코치아로 번개같이 날아 돌아왔어요.
그는 수산시에 있는 국립 해양 동물 연구소에 찾아가 소장으로 일하는 고모 금붕어를 만났어요.
“고모, 크롱 박사는 독은 독으로 친다고 DSK 독 바이러스 HRC 전염병 바이러스를 전승할 독 바이러스를 연구해 배양해 낸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어요.”
금붕어 소장은 귀여운 10대 중반의 조카를 대견해 마주 보면서 둥실한 어깨를 다독여 주었어요.
“정말 장하구나. 우리 집안에 너 같은 과학가가 생겨나서.”
그녀는 훨씬 살이 빠진 조왕돌의 몸을 훑어보면서 “이제야 몸이 보기 좋게 됐구나. 계속 다이어트를 해라.”라고 부탁했어요.
“그러지요. 헌데 지금 언제 다이어트나 할 새 있어요?”
조왕돌은 숱한 조왕돌의 부축을 받으면서 고모의 지하연구소에 내려갔어요.
그가 지하연구소에 들어간 지 3개월만에야 연구를 끝내고 고모와 함께 나왔어요. 조왕돌 총사령과 금붕어 소장은 3개월이란 시간 내에 지하바이러스연구소에서 끝내 뱀 섬나라의 DSK 독 바이러스 HRC 전염병 바이러스와 싸워 전승할 수 있는 독 바이러스 3K를 연구해 배양해냈던 것이죠.
그 독 바이러스 3K를 다시 유럽 노르망디에 가지고 가서 크롱 박사의 지하연구실에서 클론복제기술로 대량 복제해 국내에 운송해 왔어요. 그 3K 독 바이러스를 환부에 주사하는 즉시 통증과 함께 전염병과 중독이 소실되고 환자들은 소생할 수 있게 됐어요.
조왕돌과 금붕어 연구진은 크롱 박사의 도움 밑에 코치아를 구했고 백성들을 살려냈던 것이죠.
허나 클론바우 18세는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배짱답게 으르렁거렸어요.
“제기랄, 언제까지 뱀 섬나라 오랑캐들에게 당하기만 한단 말인가?”
클론바우 18세가 성이 나 코끼리 발쪽 같은 주먹으로 수산시 해양 동물연구소 문을 꽝 치는 바람에 문이 부서지고 벽체까지 얼마간 무너졌어요.
금붕어는 억이 막혀 클론바우 18세를 손가락질 하면서 훈계했어요.
“이 소보다도 우둔한 놈아, 이 벽을 어찌 하느냐? 황소가 힘이 세면 왕이 된다더니? 힘자랑만 하는 네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어이구, 삶은 소대가리 웃다가 꾸러미 다 터지겠다.”
금붕어는 맥이 풀려 무릎을 꿇고 앉아 무너진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클론바우 18세는 납득이 되지 않는 듯 파초 같은 귀를 뻘쭉 세우고 사발 눈을 부릅뜨고 긴 코끼리코를 휘두르면서 씩씩 콧바람을 일궜어요. 그 콧바람에 연구소 옆의 가로수들이 허리를 굽히면서 맞절을 할 지경이었어요.
가로수 위에 앉아 재잘거리던 참새들도 놀라 포르릉포르릉 날아나 버렸어요.







제10장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까

속담에 맞은 놈은 다리를 펴고 살지만 때린 놈은 다리를 꼬부리고 잔다고 했어요. 코치아에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진 뱀 섬나라 나까아멘과 가메다는 그날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됐어요.
우르릉 꽝!
“저게 뭐야? 코치아 놈들이 쳐 들어오지 않았나?”
나까아멘 왕은 놀라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질렀어요.
미녀시종들도 황급히 침전으로 몰려 왔어요.
“핵폭탄이 날아 온 건 아니지?”
나까아멘 왕은 속옷 바람에 미닫이를 열고 미녀시종들 속에 나타났어요. 미녀시종들은 검실검실한 털이 부숭부숭 난 왕의 가슴이 초면은 아니지만요. 발가벗으나 다름없는 왕을 보고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키드득거렸어요.
그제야 나까아멘 왕은 스스로 자기 형상이 추한 것을 안 것 같았어요.
“또 화산이 폭발했나?”
나까아멘 왕은 창피해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슬며시 침전으로 숨어들어갔어요.
지마화산이 폭발하면서 왕궁에 시뿌연 화산재를 내리 떨어뜨리고 있었어요.
어느 날, 뱀 섬나라 수도 소꼬 부근에서 또 강진이 일어나 층집이 무너지고 땅바닥이 마구 갈라 터졌어요.
왕궁도 뒤흔들려 뻘건 썩박나무기둥에서 삐꺽삐꺽 소리 나고 잿빛기와장이 마구 땅바닥에 떨어졌어요. 몇 천 년 왕궁을 지탱해온 썩박나무기둥들은 썩다 못해 지진이나 화산폭발에 분질러져 왕궁이 무너질 것만 같았어요.
나까아멘 왕은 궁전에서 여 시종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바깥으로 뛰어나왔어요.
그는 궁전 앞마당에서 숨을 돌리자 중얼거렸어요.
“이 놈이 섬나라 땅에서 어떻게 살겠는가? 언제면 저 서북쪽 유라시아 대륙에 가서 으리으리한 왕궁을 짓고 살겠는가? 우리 뱀 섬나라에서 몇 천 년 꾸어온 꿈이 언제면 현실이 될까?”
그때 코치아에서 정치피난인지 정치망명인지 하려고 온 전임 대통령 김우성이 궁전 앞마당에 나타났어요.
“각하, 옥체건강 무고하셨습니까?”
“그래. 내야 항상 평안무사하지.”
나까아멘 왕은 언제 선불을 맞은 노루처럼 뛰어 다녔나 시피 금시 태연자약한 척 했어요.
“그래 무슨 일이 있는가?”
“각하, 욕심을 버리십시오.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깔 수도 있습니다.”
“또 그 소리인가?”
우성의 말에 나까아멘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어요.
뒤이어 그는 뾰족한 턱을 쳐들더니 습관처럼 가재수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횡설수설 지껄여대기 시작했어요.
“나는 이 땅에 평화가 깃들게 하고 지구촌의 생태환경을 보호해내기 위해 전번 남해 해전에서 패할지라도 핵무기를 쓰지 않았네.”
우성은 메스꺼워났지만 나까아멘으로 하여금 야욕을 버리게 권고하려고 겨우 참아냈어요.
“각하, 참말로 그것이 진심이라면 각하는 평화노벨상을 탈만도 하죠.”
“그래 내 진심을 의심하는가?”
“아니죠.”
우성은 나까아멘의 시꺼먼 야욕으로 찬 속심을 꿰뚫어보면서도 극력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그는 오히려 나까아멘의 비위를 맞춰 주려고 슬슬 개어 올리는 말까지 했어요.
“왕이야 말로 재난이 많은 뱀 섬나라 백성들을 이끌어 평화로운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게 하는 위대한 40세기 태양이십니다. 왕은 구세주이고 하나님입니다.”
“됐네, 됐어. 괜히 짧은 바지를 춰올리지 말게. 찾아온 본 론이나 말하게나.”
아첨을 좋아하는 나까아멘도 과분한 나머지 화제를 돌렸어요.
우성은 직방배기로 속심의 말을 꺼냈어요.
“코치아와 이웃나라인 뱀 섬나라가 평화롭고 친선적인 나라로 지내면 안 됩니까? 서로 복수의 칼을 갈면서 복수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면 백성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독 바이러스를 버리십시오. 대량 살상화학무기를 버리십시오. 이 나라에서 시조라고 여기는 뱀으로 인면수신의 괴물을 육성하는 인종개량도 그만 두십시오. 원전을 발전시키는 척 하면서 핵무기를 작작 만드십시오. 코치아를 발판으로 대륙을 침략할 야욕을 버리십시오. 욕심을 너무 쓰면 옛날 아카시아 식민지로 되듯 망국노로 될 수도 있으니까요…”
“됐네, 됐어! 자넨 내 아비보다도 더 훈계하는구먼.”
나까아멘은 우성의 말허리를 끊어버렸어요.
그는 음흉한 실눈을 가슴츠레 뜨고 우성을 노려보았어요.
“가만히 보니 당신은 20여년이나 우리 뱀 섬나라에 와서 국빈대접을 받았건만 아직도 코치아를 대신해 정신 나간 소릴 치는구먼. 인간은 칠정육욕이 있네.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어? 헌데 나를 보고 칠정육욕을 버리고 부처로 되라고? 고기도 먹지 않고 술도 마시지 말고 미녀들을 놀지 말라고? 흥! 백일몽이라고 해라! 퉤!”
나까아멘은 건 가래까지 우성 발 앞에다 내 뱉었어요.
우성은 나까아멘이 쫓아내듯 손사래를 치자 실망한 나머지 도리머리를 가로 흔들면서 궁전에서 나와 버렸어요.
뱀 섬나라는 방사선 오염으로 물고기에서도 대량 세슘이 검출됐어요. 그 물고기를 20여 년 전부터 먹은 여성들이 임신해 낳은 애들은 모두 기형 어린애들이었어요. 몸뚱이는 기름개구리처럼 똥똥한데 다리는 게 다리처럼 가는 어린애로, 머리는 호박만큼 큰데 몸뚱이는 뱀의 꼬리만한 어린애로, 몸뚱이는 토끼만큼 한데 머리는 쥐 대가리만한 어린애가 수두룩했어요.
그런데 이런 어린애들이 십여 대 후대에게도 계속 세슘을 유전시켜준다고 하니 뱀 섬나라 미래는 끝장 난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도 나까아멘 왕은 혼란해지는 인심을 수습하려고 각종 매체를 통해 백성들을 속이는 연설을 계속 했어요.
“우리 뱀 섬나라는 에너지가 판 부족입니다. 때문에 원전과 헬륨발전을 끊을 수 없습니다. 또 우리 뱀 섬나라 주변의 태평양 바닷물을 검험한 결과 세슘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습니다. 해산물을 먹어도 아무 일도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나라를 믿고 대담히 우리 국산 해산물을 잡수십시오. 이것이 애국이고 구국입니다…”
입으로는 이렇게 연설하면서도 나까아멘 왕 본신은 자기 나라 태평양의 해산물을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아예 왕궁에 세슘검출기를 두고 일체 해양 수산물과 남새, 육류, 알류, 양곡을 몽땅 검사한 후 방사선에 오염된 것은 한 그람도 들여오지 못하게 했어요. 대신 방사선에 오염된 양곡과 남새 등을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소꼬 시내 살기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보내주었어요.
대신 왕궁에서는 암암리에 전신 무장한 사무라이들을 출동시켜 화산 동굴에 가서 거대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인면수신의 괴물 뱀 인들을 하나하나 잡아다가 뱀의 가죽을 벗겨 사치품으로 여인용 손가방을 만들고 뱀의 고기를 먹고 있었어요.
스즈끼의 딸 하루꼬를 비롯한 동굴의 미녀들과 인면수신의 뱀 인들은 모두 나까아멘 왕을 욕했어요. 그들은 사무라이들과 생사결단하고 싸우곤 했어요.
무사들은 레이자검을 휘둘러 자기들의 몸을 휘감는 뱀 인들의 허리를 갈겼어요. 뱀 인의 허리가 번쩍이는 빛과 함께 어지러이 잘리어 날아났어요. 그래도 뱀 인들은 아가리를 짝 벌리고 무사들에게 단말마적으로 덮쳐들어 깨물고 독을 뿜어 쓰러 눕혔어요. 허나 뱀 인들은 악착스러운 무사들의 레이자검을 당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잡혀 왕궁의 고기밥이 돼버렸어요.
뱀 왕은 자기 형제와 자손들이 무사들에게 날마다 하나하나 잡혀가는 것을 눈을 뻔히 보면서도 용빼는 수가 없었어요. 무사들이 휘두르는 레이자검이 두려웠던 것이죠. 그보다도 그들을 구하지 못하면서 무사들을 건드렸다가 핵무기에 전멸당할까 두려웠던 것이죠.
진짜 처참한 도륙현장이었죠.
뱀 인들은 시종무사들에게 잡혀가 묶인 채 왕궁 뒤에 있는 부엌으로 끌려갔어요.
취사원들은 숫돌에 시퍼런 뾰족 칼을 썩썩 갈더니 기둥에 달아맨 인면수신의 뱀, 아니, 뱀의 꼬리를 단 여인들에게 다가갔어요.
그자들은 시퍼런 칼끝으로 뱀 여인들의 얼굴을 쿡쿡 찔러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변태적으로 쾌감을 느꼈어요.
어떤 자들은 뱀 여인들의 젖가슴이랑 매만지면서 지껄였어요.
“야, 이 고운 여인이 어쩜 뱀의 몸뚱이로 태어났어?”
“참, 아깝지?”
“살려주세요.”
인면수신의 뱀 여인들은 꼬리를 바들바들 떨며 애원했어요.
허나 취사원들은, 아니 살인백정들은 헤헤 웃으면서 “너희들을 살려주면 우리 왕님은 뭘 먹고 살지?”라고 하며 그녀들의 목을 썩썩 따고 껍질을 죽 벗겨 냈어요.
목 아래 팔딱팔딱 뛰는 심장이 밸에 묻어 나오자 살인백정들은 피 흐르는 심장을 칼로 잘라내 입안에 쑤셔 넣고 우물우물 생채로 씹어 먹었어요. 야수 같은 그들의 입귀에서는 뱀 여인들의 뻘건 피가 줄줄 흘러 내렸어요.
나까아멘 왕은 더구나 변태적인 살인마였어요.
그는 전문 인면수신의 뱀, 아니, 화산 동굴의 뱀 여인들을 잡아다가 젖가슴만 도려내 만든 인육만두를 먹기 좋아했어요. 그러다나니 무사들은 점점 더 많은 뱀 여인들을 잡아와야 했어요.
며칠 후 뱀 섬나라에 또 지진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전선이 끊어나거나 합선돼 소꼬 시내 여러 곳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어요.
그런데 뱀 섬나라 경찰당국에서는 그 화재는 뱀 섬나라에 와서 사는 우성을 비롯한 코치아 사람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덮어씌웠어요. 그들은 무고한 코치아 인들을 마구 체포해 구금하고 무참히 살해했어요.
코치아 사람들은 지진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아무리 변명해도 그 놈들은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코치아 인들을 보기만 하면 곤봉으로 때리고 쇠갈구리로 개처럼 목을 걸어 당기고 비수로 찔러 참혹하게 살해했어요. 그 바람에 수도 소꼬를 비롯한 대중도시 길바닥에는 코치아 인들의 피투성이로 된 시체가 약을 맞은 벌레들처럼 나뒹굴었어요. 그들의 억울한 뻘건 피는 뱀 섬나라 도시 길바닥들을 물들이면서 강처럼 흘렀어요.
더는 뱀 섬나라에 있을 수 없게 된 김우성은 황급히 코치아로 도망치려고 했어요.
그 눈치를 차린 뱀 왕은 말렸어요.
“김 대통령, 가지 마세요. 대통령이 떠나가면 우리 뱀 섬나라는 어쩌랍니까? 대통령은 이 더러운 땅에서 달아나면 비옥한 코치아에서 잘 먹고 잘 살겠지만 우린 어쩌랍니까? 그저 나까아멘 왕의 실험 품으로 한뉘 고생하다가 죽고 말랍니까? 우리와 함께 힘과 지혜를 합쳐 이 뱀 섬나라와 백성들을 구해주십시오.”
숱한 뱀 인들이 구불구불 기어와 혀를 날름거리면서 빌었어요.
“이 굴에서 죽어가는 우릴 구해주십시오!”
“구해주십시오!”
뱀 왕이 선코를 떼자 숱한 뱀들이 따라 외쳤어요.
하루꼬와 요시꼬, 하나꼬, 야사시이꼬 등 미녀들도 인면수신의 뱀 어린이들을 안고 동굴에서 달려 나와 빌었어요.
하루꼬는 빗물 내리듯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꿇어앉아 우성의 바지가래를 잡고 말했어요.
“대통령님, 당신은 저의 구명은인이죠. 착하신 대통령님은 우리를 버리고 가실 수 없어요. 제발 뱀 섬나라의 버림을 받은 우리 여인들을 구해 주옵소서.”
우성은 그녀와 인면수신의 괴물 뱀 인들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후 내쉬더니 도리머리를 흔들었어요.
며칠 지나지 않아 뱀 섬나라에 세인을 놀래는 재난이 발생했어요.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죠.
DSK 독 바이러스 HRC 전염병 바이러스가 뱀 섬나라에 확산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사연은 이러했어요.
인면수신의 뱀 인들은 더는 왕궁 시종무사들의 살인행위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왕궁으로 쳐들어가자고 분분히 의논했어요.
그때 우성은 말리었어요.
“그만들 두시오. 적수공권으로 왕궁을 쳐들어가다가 나까아멘 왕의 고기밥이나 됐지 별 수 있는가요?”
“여기서 하나하나 잡혀 죽는 것보다 싸우다가 죽자!”
뱀 왕은 말리기는커녕 나까아멘 왕의 비인간적인 살인행위에 악이 나 선동까지 했어요.
“우린 이 동굴에 감추어 놓은 저 독 바이러스 오지독을 가지고 왕궁으로 쳐들어가자!”
그러자 하루꼬를 비롯한 미녀들도 합세해 떠들었어요.
“동굴에 숨겨 놓은 핵무기로 왕궁을 폭파하자!”
“우리 자손들을 잡아먹는 나까아멘 왕을 죽이고 우리 애들을 구하자!”
“인면수신의 우리 뱀 인들보다 못한 나까아멘 왕을 죽여 버리자!”
그러나 우성은 또 말리었어요.
“왕궁을 치더라도 핵무기는 다치지 마오. 괜히 살인악마를 잡다가 뱀 섬나라 백성들까지 다치게 하겠소. 또 지구의 생태환위도 손상 받게 되오.”
뱀 왕은 육중한 뱀 인들을 시켜 먼저 화산 동굴을 지키는 보초병들부터 물어 죽였어요. 그들은 동굴 막장에서 DSK 독 바이러스 HRC 전염병 바이러스를 채운 독들을 찾아냈어요.
“가자!”
인면수신의 뱀 인들은 뱀 왕을 따라 DSK 독 바이러스 HRC 전염병 바이러스 독을 가만히 동굴에서 꺼냈어요.
그런데 그 독을 왕궁까지 가지고 갈 일에 근심이 태산 같았어요.
그때 하루꼬와 야사시꼬 등 미녀들이 나섰어요.
미녀들은 독을 이고 맞들고 산 아래에 내려 간 후 화산 동굴 보초병들이 몰고 다니던 자동차를 몰고 왔어요. 뒤이어 그들은 밤도와 뱀 인들과 독을 자동차에 싣고 왕궁으로 쳐들어갔어요.

그들은 오직 악마 나까아멘 왕을 독 바이러스로 죽여 버려야 지진과 화산폭발, 해일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이 땅에서 전쟁을 종말 짓고 어둠침침한 화산 동굴에서 벗어나 햇빛이 잘 드는 수도 소꼬의 아파트에서 발편잠을 자면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허나 왕궁 무사들이 앞을 막아 레이자검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바람에 십여 미터씩 되는 뱀 인들도 허리가 분질러지지 않으면 목이 날아났어요. 허나 하루꼬 등 미녀들은 뱀 인들이 호위무사들과 싸우는 사이에 자동차를 몰고 왕궁 앞에까지 쳐들어가 독 바이러스 오지독을 내리뜨려 깨놓았어요. 그런 후 그녀들은 즉시로 자동차를 몰고 도망쳤어요.
독 바이러스는 왕궁에 깊숙이 숨어 사는 나까아멘 왕이 동굴로 해서 지하왕궁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죽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미녀시종들과 호위무사들 그리고 수많은 소꼬 시민들이 무리죽음을 당했어요.
뱀 인들은 호위무사들을 서넛씩 휘감아 육중한 똬리를 틀어 옥죄여 죽여 버렸어요. 어떤 뱀 인들은 문짝 같은 아가리로 호위무사를 물어 통째로 삼켜 버렸어요.
질겁한 호위무사들은 독 바이러스를 손과 몸에 발랐다고 떠드는 뱀 인들을 상대해 더는 싸우기 싫어했어요. 뱀 인들은 확실히 어지간한 방사선이나 독바이러스에도 죽지 않는 피부와 오장육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 바람에 뱀 인들은 유유히 구불거리면서 소꼬 시내를 벗어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나까아멘 왕을 두고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깠다고 할까요? 아니면 남 잡이가 제 잡이 됐다고나 할까요?
나까아멘 왕은 뱀 섬나라에서 독과 전염병 바이러스를 근본 제조한 적이 없다고 떠들었지만요. 그 죄상이 온 누리에 폭로됐어요.
코치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뱀 섬나라의 독과 전염병 바이러스 등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한 죄악을 질책했어요. 지어 어떤 나라에서는 군사제재를 가하자고 유엔 안보리에 제기했어요.
나까아멘 왕은 낙태한 고양이 상이 돼 죽어가는 비명소리를 질렀어요.
“아이고, 이 일을 어찌 하는가? 유엔군이 또 우리나라를 제재할 거 아닌가? 아카시아에서 몇 백 년 동안이나 우리 땅을 지지 누르고 있었지. 다행히 우리가 코치아 덕분에 아카시아 군을 몰아내고 독립한 건데. 아이고, 이 일을 어찌 하느냐?”
노바시 수상은 “이건 완전히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거죠.” 하고 나까아멘 왕과 가메다 국방부장을 번갈아 보면서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탁 쳤어요.
나까아멘 왕은 대전에서 머리를 뚝 떨어뜨리고 서성거렸어요. 평소에 뾰족한 턱을 쳐들고 우쭐거리던 늠름한 상은 찾아 볼 수도 없었어요.
“우린 살인 전염병과 독 바이러스는 배양했지만 살인세균을 억제할 방법은 없지 않은가?”
가메다도 무릎을 치면서 돼지 눈깔을 데굴데굴 굴릴 뿐 속수무책이었어요.
그래도 노바시 수상이 뭔가 떠올랐는지 황급히 소리 질렀어요.
“이렇게 울면 죽은 애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대책을 궁리해야지.”
그제야 나까아멘 왕과 가메다는 비명소리를 끊고 노바시를 쳐다보았어요.
노바시는 나까아멘의 빛 잃은 실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어요.
“코치아 놈들은 어떻게 전염병과 독 바이러스를 전승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옳지! 살았어.”
나까아멘 왕은 바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노바시의 손을 잡았어요.
“노바시 수상은 즉시 코치아에 건너가서 평화담판을 해 평화협정을 맺고 대신 구명 해독약을 구해 오게나.”
허나 노바시는 난색을 지었어요.
“낸들 어찌 합니까? 코치아 놈들이 우리가 평화협정을 맺자면 곧이듣겠습니까?”
나까아멘은 뾰족한 턱을 쳐들고 지껄였어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어쩜 수상이 국제정치를 그렇게도 몰라! 평화의 깃발을 들고 나서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주동적인 칼자루가 쥐어져 유리해진단 말이네.”
“건 뭘 두고 하는 말입니까?”
노바시가 의아해 했는데요. 가메다도 왕에게 미심한 눈길을 보냈어요.
“우리나라는 평화를 요구한다. 허나 코치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허나 코치아는 항상 복수하려고 한다. 이렇게 세계의 이목을 돌려 세울 수 있어. 알만한가? 이게 바로 국제정치야, 정치!”
그제야 노바시와 가메다는 머리를 끄덕였어요.
“참 묘합니다. 묘해!”
“이거야 말로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까고 나서 ‘도적이 도적이야!’ 하는 격이죠. 참 묘수로군요.”
노바시는 가메다를 손가락질 하다가 손사래를 쳤어요.
“어쩜 우리를 그렇게 말해?‘
그러자 가메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킬킬 거리었어요. 헌데 그만 싯누런 콧물이 튕겨 나와 턱에 걸려 그네를 뛰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추태를 보고 나까아멘과 노바시는 체신을 잃고 미녀 시종들과 함께 배를 끌어안고 한바탕 웃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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