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http://www.zoglo.net/blog/jinsongzhu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장편《반도의 혈》

半島의 血 제1부 26.
2012년 10월 04일 18시 24분  조회:4510  추천:1  작성자: 김송죽

 

  26. 

 

    벅찬 영광이 약속된 휘황한 성공은 오로지 의지와 실행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차례지는 례물이였다. 그 례물을 받으러 가는 이또오 히로부미는 이번걸음이 순리로와 한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가장 보람찬 려행으로 되어주기를 속으로 빌고 또 빌있었다.

   《이번일이 성사되는 날이면 나는 또 한번 내 몸에가 도금을 하게 될테지! 그러면 천황못지 않게 온 국민의 공경을 한몸에 받으면서 원훈(元勳)의 영광을 누릴테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구나!》

    그는 속으로 이같이 부르짓고나서 들떠나는 기분을 차분히 갈아앉히면서 인간답게 한번 자신을 솔직히 반성해보기도 했다.

   《까놓고 말해서 내 이 이또오는 처세술이 남보다 월등할 뿐 기만책을 쓰고있으니  용렬한 인간이야. 이 점은 승인해야지.》

      

    재작년그러께, 즉 명치 35년(1902) 10월 25일에 그는 오이소(大?)  창랑각(滄浪閣)에 환갑연회를 크게 차려 축하를 받았다. 연회참가자들은 모두 그가 있음으로하여 일본은 부강해질 수 있다면서 공덕을 구가하고 만수무강을 빌었다. 너무나도 과분한 기대며 떠올림이였지만 그때 그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흡족히 받았던 것이다. 겸손한 멋이란 티끌만치도 없이. 이또오 히로부미 그는 명치17년(1884) 7월 7일에 백작(伯爵) 작위를 받고 이듬해의 12월 23일에 일본에 내각제가 나와서는 맨처음의 총리대신 겸 궁내대신으로 당선되였던 것이다. 그는 독일의 철혈재상(鐵血宰相) 비스마르크 마냥 장기집정하려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그 꿈은 2년도 못가서 깨지기 시작했다. 색마(色魔)라는 불명예스러운 소문이 낫기때문이다. 그통에 누군가의 건의에 의하여 명치 20년(1887) 9월 17일에 궁내대신의 직무를 잃었고 명치 22년(1889) 10월 3일에는 총리대신의 직무마저 떼우고는 력사상 첫 추밀원의장으로 직위가 바꾸어졌던 것이다. 그러다가 행운이랄가 그해의 11월 1일부터는 대일본제국헌법을 제정함에 공로가 있다는 명목으로 원훈대우를 향수하기시작한 것이다. 이같이 다시금 안면이 서게된건 두말할것 없이 천황이 전적으로 그를 감싸주고있기 때문이였다.

    일본의 진짜 원훈(元勳)은 사이고 다까모리, 오구보 도시미찌, 기도 다까요시 등 유신삼걸(維新三傑)이지(그들은 다 세상을 떳다) 그가 아니다. 그 자신이 자격이 모자라다는걸 모르는바 아니건만 천황을 비롯해서 추종자들이 열성스레 떠받드니 결국은 그것을  당연한것 같이 받아들인 그였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시모노세끼에서 직접 련락선을 타고 떠나면 퍽 빠르고 편리할수도 있으련만 그렇게 하지 않고 이번에는 마차로 요꼬스까에 왔다. 거기는 해군기지여서 전함(戰艦)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는 그 전함들 중 다른 어느것에도 마음이 없고 청일, 로일 두차례 전투를 겪으면서 이름떨친 지휘함 마쯔시다호에 올라 일본을 떠난 것이다. 어찌보면 이번에 보호조약(保護條約)을 맺으러 조선에 건너가는 행각역시 한차례 치렬한 해전과도 같아 자기는 그것을 이 전함에서 지휘하는 가슴뿌듯함을 느껴보자는데서였다.

   산듯한 히노마루는 11월의 해풍에 팔락거렸다. 낡은기계가 발동시에 내는 거세찬 동음이 전함을 한동안 전율케 했다. 어마어마한 긴 포신이 그대로 장치되여있는 군함은 출렁이는 바다물을 가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또오 히로부미 역시 이 군함모양으로 싸움을 해볼만한 기력이 아직은 얼마간남아있어서 그 용기를 과시하고있는것만같았다.             

   조선주재 하야시 곤스께공사를 조약체결대표로 임명해서 며칠전에 먼저건너보내고 지금은 대장대신 소네 아라스께와 함께 가고있다. 보호조약이 체결되면 조선에다 즉시 통감부를 세우게 되는데 통감은 특파대사의 신분으로 조선땅을 다시밟는 이또오 히로부미 본신이 하고 부통감에 그를 시키기로 내정이 된 것이다.

   요꼬스까에서 출항한 마쯔시마군함은 사가미만을 가르면서 이즈반도와 오오시마도사이를 빠져나와 태평양에 들어서자 방향을 서남쪽으로 잡았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일본역시 망망한 대해에 포위되여있는 것 만큼 본토를 이루는 홋까이도오, 혼슈우, 시고꾸, 규우슈우를 포함해 저그만치  4,500여개나 되는 크고 작은 무수한 섬들을 지켜내자면 영국처럼 강력한 해군력량을 길러야한다는 것을 절감하고는 우선 조선업을 대량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규우슈우에 있는 나가사끼와 사세보를 장차 조선공업기지로 건설하려고 점을 찍은바 있다. 그는 이번 걸음에 아예 그곳을 잠간 시찰할 생각까지 갖고 떠난 것이다.

   마쯔시마 군함은 내내 본토를 한옆에 끼고 장시간을 항행하여 마침내 규우슈우의 최남단대륙과 나까노도사이의 오스미해협을 지나고 사다갑을 지나서 동해에 들어섰다. 거기서 군함은 선체를 돌려 방향을 북으로 곧추잡았다. 마쯔시마호는 오도군도를 좌측에 두고 나가사끼와 사세보항에 잠간 머물렀다가 곧 다시 출발하여 저 북쪽의 파도세찬 쓰찌마해협에 이르렀다. 로일전쟁이 어제일같았다. 발찍해로부터 극동에 증원하러 온 방대한 빨찍함대를 이곳을 채 벗어나지 못한채 대패케 한 일을 생각하면 그는 기분이 그지없이 좋았다. 하지만 현해탄을 넘어서부터는 이또오 히로부미의 달아올랐던 그 기분이 차츰 랭각되기 기시작했다. 웬일인 임진년(1592)전쟁이 새삼스례 상기되면서 뇌리를 허비였던것이다.

  《이제 조선은 돈짝만한 섬마저도 우리의 지배하에 들것이요. 그러다 결국에는 아예 우리의 렬도에 편입되고말것인데 이번 걸음에 스쳐 지나면서라도 그 아름다움을 한번 보는것이 즐거움으로 될 것이요.》

   이또오 히로부미는 일본을 떠나오기전에 이러면서 대장대신 소네 아라스께와 쓰찌마섬을 경유하지 않고 배머리를 썩 서쪽으로 돌려 제주도를 거쳐 조선의 남단을 에돌아서 부산항에 닿으면 이번 행차가 즐거운 유람으로도 될것이라 말한바 있다.

   그런데?..... 문어의 발같이 대륙에 붙어서 제멋대로 나온 여러 반도와 거제도며 남해도, 거금도, 진도....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있는 수많은 이름모를 섬들..... 조선의 풍경이 일본에 못지 않게 아름다우련만 어디에든 마음대로 닻을 내리고 감히 내려서 구경할 수는 없었다. 한산도는 어디고 울돌목은 어디냐? 노량은 또 어디고?...도요도미가 발동했던 임진년의 전쟁ㅡ 그때 곳곳의 해전에서 일본수군(水軍)은 수백척의 전함을 잃으면서 수치스럽게 패배만 당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그 바다와 섬의 수풀 그 어디에나 짐승잡이를 나선 사냥꾼의 눈같이 예리하고 집요한 것이 자기의 명줄을 노리는것만 같았다. 하여 이또오는 유람이니 구경이니 하는 따위의 잡생각은 싹 집어치우고 쯔시마를 거쳐 곧추 부산에 닫기로 한 것이다. 

    소네 아라스께의 둥글넙적한 얼굴에 웃음끼라곤 없었다.

   《한국의 황제를 그저 허깨비로만 보아둘게 아니요. 전번 조약때 보니 내뻗히더란 말이요. 그래 어떻게 했겠소. 내가 그보고 <방침을 정하거라. 그러지를 않으면 귀국에 대하여 적대적 행동으로 나오지 않을수 없다.>고 했지. 그제야 방법없는지 수그러들더란 말이요.》

    이또오 히로부미는 제1차 한일의정서(韓日議定書)를 조인할 때의 일이 상기되자 자기모양으로 머리가 허옇게 변해가고있는 그를 보면서 화제를 돌려 예견은 한바지만 이번에도  협약이 쉽게 되지는 않으리라했다. 

   《말을 곰상히 듣지 않으면 무력을 쓰기로 한게 아닙니까. 그것이야말로 적중한 압력이 되지요!》

   《글쎄... 기정방침이 그렇기는하지만은 되도록....》

   《승리는 언제나 강한 자의 손에 쥐여있는 거지요! 누가 제 나라를 그꼴로 만들랍니까. <바보는 자기의 머리에다 증명서를 붙이고 다닌다>는 아라비아 속담이 생각납니다. 일개 국왕으로서 멍청이같이 나이만 주어먹었지 뭡니까. 국가를 지켜내자면 자국민 모두에게 상무의 기풍을 수립시켜야 한다는 상식쯤도 모르고 있었으니 어리숙해도 한심하게 어리숙했지. 보시오, 그리구도 지금은 황제랍시고 룡포를 입었으니 소가 웃을일이아닙니까.》

   《이제는 남한테 멸시받는 원인이 뭐였는가를 똑똑히 깨닫고 원망하게될거요.》

   《원망하라지. 그리구 각성하라지. 오, 가련하고 불쌍한 황제여!》

    소네 아라스께는 넓은 상판에 웃음을 가득피웠다. 그는 정복자의 오만한 태도로 조선의 고종을 멸시하면서 전에 미우라 고로오가 병사를 시켰건 부랑자를 시켰건 칼을 빼들고 범궐(犯闕)을 해서 민비를 없애치운건 속시원한 일이요 무사도의 풍격에 걸맞는 과감한 행위로 품평해야 옳으리라 했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비스마르크가 <국권을 신장시키는것은 정치가들의 언론이나 다수결이 아니고 오로지 철과 피(武力)다>라 한것이 어쩌면 우리가 지금 조선문제를 처리함에도 적용된단말이요!》 

    이또오 히로부미는 힛죽웃고나서 이같이 부르짖었다. 그의 코오른쪽 팥알만한 깜장 김이 일순간 푸뜰거리더니 다시금 진정한다. 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그는 얼굴에 연한 미소를 머금은채 자기의 말을 듣고 흥미가 증폭되여 붉게 상기한 대방의 얼굴을 그저 흥미롭게 볼 뿐이다. 누가 무엇이라 해도 그때의 일을 자기가 묵인했음을 스스로 발로해서는 되지 않는다. 민비를 시해한건 아무튼 비렬할 뿐 떳떳치는 못한 행위였으니까.

   《조선은 군대라는게 들개가 달려들어도 막아내지 못할 지경 무맥하고 너절하다지요. 그래갖구서야?....》

  《대장대신! 그러면 대방을 너무 경시하는게 아닐가?  싸울때는 부지깽이를 들어도 맨손보다는 낳다잖소. 조선에 아직 얼싸한 군대라도 있다는걸 우린 잊지 말아야 하오.》

  《그깟거. 다해봤자 팔천명밖에 안되는데.》

  《그래도 그렇지. 그것이 미약하긴 하지만 민족적인 반일력량으로 될 수도 있는거니 우리한테야 불리할 뿐이지, 안그렇소? 하니까.... 장차 기회를 봐가면서 그것마저도 없애치우는게 아마 명지한 처사일게요.》

  《아니, 그것조차도?》

  《그렇지. 우리는 그네들을 손에 촌철이 없는 민족으로 만들어야 할것이요. 아예 하나도 없게. 우리의 안전을 위하여 효과적인 통치를 하려면.》

  (이 령감쟁이가?.... 넌 과연 지독하구나!)

  소네 아라스께는 속으로 뇌이면서 이또오 히로부미를 다시보았다. 자기로서는 엄두도 못내는 일을 생각해 내는 그가 두려운 존재로 느껴던것이다.

  《대장대신의 생각에는 우리가 조선의 명줄을 쥘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또 무엇이 있을 것 같소?》

   이또오 히로부미가 문득 물어왔다.

  《친일파를 잘 부추겨주는것이지요.》

  《그거야 이미 상식적인 문제로 된게 아니겠소.》

  《과연 그렇군요. 저는 의장각하의 고견을 듣고싶습니다.》

  《뭐 고견이라구 할 것 까지야.》

   이또오 히로부미는 말을 끊고 뜸을 드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장차 한국의 황태자 이은(李垠)을 우리가 볼모로 일본에 데려다가 잡아두자는거요. 그래놓고는....》

  《오, 그것 참!》

   소네 아라스께는 다시한 번 속으로 이 령감쟁이야 너는 과연 지독하구나 뇌이면서 머리를 주억거렸다. 일본에서는 그래도 한다하는 정치가요 관료파수령으로서 중의원부의장에 사법대신, 농상대신, 대장대신까지 지내면서도 여직 그런 권모술수(權謀術數)는 한번 써보지도 못한 그로서는 이또오 히로부미의 계략에 탄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또오 히로부미ㅡ 그가 자기보다  썩 원견이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한편 이또오 히로부미는 제 흥에 들떠서 속타산을 한번 더 내비치였다. 장차 기회를 봐서 한국의 황태자를 유학(留學)시킨다는 명목으로 동경에 데려가고 그가 큰다음에는 일본의 황족과 결혼을 시키겠다고. 그러면서 이또오 히로부미는 벌써 그 배우자까지 보아두었으니 그 계집애인즉은 바로 천황의 근친인 나시모또 노미야의 딸 마사꼬라 알려주었다.

   그의 속궁리는 그것뿐아니였다. 자기가 통감이 되고 소네 아라스께가 부통감이 되는 그때에 가서는 각 부(部)의 고문을 페하고 각 부의 협판(協辦)을 차관(次官)이라 개칭할 것이며 일본사람만을 등용하며 13도의 사무관도 몽땅 일본사람으로 바꾸고 봉급을 높혀주리라는 거다.

  《이완용을 교사하여 군부와 법부를 페지하고 남아있는 시위병까지 우리 군의 사령부에 예속시켜야겠소.》

  《그리구는?》

  《그리구는 사법도 통감이 장악하고 일본 법관이 한국민을 재판할 뿐만 아니라 한국법률은 전부 페지하고 우리의 법을 쓰도록 할것이요.》

  《그러자면?...》

  《그러자면 사법권에 관한 조약을 따로 맺어져야지. 안그렇소?》

  《물론 그래야지.》

   이러다보니 두사람의 대화는 어느덧 흥미가 점점 깊어갔다. 자못 중요한 문제들이였다. 어느 하나도 조선의 운명, 일본의 리익과 관련되지 않은것이라곤 없었으니까.

 

   마쯔시다호 지휘함은 부산항에 이르러 닻을 내렸다.

   활기롭던 부산시 전체가 긴장감을 주는 삼엄한 경계속에 들어 있었다. 평화로운 분위기면 좋으련만 그렇게 돼주지를 않았다. 그러나 한편 그러면서도 그에게 안져주는 한가닭의 기쁨이 있었으니 그것인즉 자기의 노력으로 부설된 경부선을 직접 제눈으로 보게 된 그것이였다. 언젠가 이 철도는 조선인민의 피를 빨아내는 빨대의 역할을 하리라고 잔인한 비유를 했지만 오늘 그 자신이 처음으로 이 철도위를 달리는 특별렬차에 몸을 싣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기도했다.....

   이또오 히로부미 일행의 이번 조선방문이 비밀적인 것은 아니였다. 일본의 여러 신문들이 이또오 히로부미는 조선의 황실을 위로하기 위하여 특파대사의 신분으로 일본 천황의 조서를 갖고 조선을 방문하게 된다면서 방문기간 조선의 외교권문제에 대한 해결도 있을것이라 슬쩍 내비치였다. 그리고 조선의 각 신문들은 일본신문에 난 그 보도를 옮겨놓았다. 촉각이 예민한 사람은 이또오 히로부미의 방문이 상서롭지 않음과 더불어 이제 조선에 덥치게 될 형언키 어려운 재난을 감촉했으나 적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상태였다.

   11월 9일, 이또오 히로는 서울 남대문역(오늘의 서울역)에 도착했다. 때는 오후 7시경.

   이에 앞서 하세가와 요시미찌사령은 조선에 주둔하고있는 일본군을 총동원하여 조선 각 지를 경계하도록 단단히 포치했다. 로일전쟁에 참가했던 부대들을 아직 귀향시키지 않고 조선에다 그냥 남겨두고있었던 것이다.

   대단히 륭성한 영접이였다. 300여명의 내외인사가 이또오 히로부미의 일행을 맞이하러 역전에 나왔는데 외교고문 스티븐스를 비롯하여 재정고문 메가다, 경찰고문 마루야마, 궁내부고문 가또, 군부고문 노쯔, 학부고문 시네하라 그리고 한국정부의 고위급관리들인 외부대신 박제순, 참정대신 한규설, 탁지부대신 민영기, 학부대신 이완용, 궁내부대신 이재극, 법무부대신 이하영,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농상공부대신 권중현....나와야 할 사람은 다 나와서 일본 천황이 특히 파견한 일행을 영접했다.

   이또오 히로부미와 그의 일행은 손다크호텔에다 려장을 풀었다.

   하야시 곤스께공사와 하세가와 요시미찌사령이 부름을 받고 달려왔다.

  《준비는 잘되였는가?》

   이또오 히로부미는 먼저 나젊은 하야시 곤스께공사와 물었다.

  《예, 각하! 원로대신 심상훈을 움직여 협조케 하고 학부대신 이완용에 대한 사업도 해놓았습니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보고를 받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각하! 서울시내를 허드레잡부 하나 얼씬못하게 엄중경계하고있습니다. 지금은 전국이 이같은 경비상태인 것입니다.》

   하세가와 요시미찌사령은 그가 물어보기도 전에 제가 해놓은 일을 알려줘서 이또오 히로부미를 마음놓게 했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고개를 까댁이여 만족을 표시했다.

   이제 보호조약(保護條約)이라는 듣기 좋은 이름을 내걸고 조선의 외교권을 탈취하려든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선의 애국지사들은 천방백계를 다하여 자기를 작살내자고 달려들건 명백한 일이라 이또오 히로부미는 겁을 집어먹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구석구석 요소마다 경계를 세워놓은 것을 차에서 내리기전부터 목격한지라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틑날. 이또오 히로부미는 고종황제를 알현했다. 6년전 경부선부설권을 얻을 때와 지난해 2월 한일의정서(韓日議定書)를 체결 할 때를 내놓고 이번이 세 번째니 어느덧 서로 구면이 된 것이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그지간 몸편히 잘있었는가고 좋게 안부를 묻고나서 마주앉아 이말 저말 끝에 자기가 갖고 온 천황의 조서를 내놓았다.

   《황제페하께서는 이걸 받으시오. 천황의 조서입니다.》

   《오, 그렇소?!....》

    고종이 받아서 펼쳐보니 천황의 조서라는 것이 내용이 이러했다.

 

   <<짐이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사를 특파하노니 대사의 지휘에 따라 조처하소서.>>                       

 

   이게 어디 외교문서란 말인가, 협박장이지!

   한심했다. 일본 천황의 조서를 받아 쥔 고종황제의 손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가슴속에서 격분이 치밀었던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자기의 심정을 감히 토해놓지 못했다. 일국의 황제로서 이 지경에 이르다니?.... 한스럽고 원통하기 그지없으나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밤잠이 잘 오지 않을거다.... 물론이지.... 그지간 생각을 잘해보거라.)

   이또오 히로부미는 속으로 이러고나서 하세가와 요시미찌사령에게 명령하여 서울에 있는 보병, 기병, 헌병들을 몽땅 동원하여 왕궁주변일대를 비롯한 서울시내에 늘어놓아 삼엄한 분위기를 조성하게 했다. 그리고나서 나흘이 지나 15일에 두번째로 예궐하여 고종을 배알했다.

   고종은 그를 다시보자 치밀어 오르는 노기를 누를길없는지라 한마디 올곧게 내뱉았다.

  《그런데 이또오대사! 일본은 전부터 한국의 독립을 보증한다해놓고서는 일로전쟁기간 의정서요, 협정이요 해가지고 한국을 그토록 괴롭혔으니 실로 유감스러운 일인가 하오.》

  《페하! 페하께서 불만스럽게 여기시는데 대해 그 심중은 가히 헤아릴수 있습니다. 하오나 페하께 다시 묻건대 한국은 어떻게 하여 오늘까지 생존해있을 수 있었는가? 한국의 독립은 누구의 덕분인가? 페하께서는 이것을 몰라 그럻게 불만의 말씀을 하십니까?》

   이또오 히로부미는 도리여 천만뜻밖이라는 듯이 얼굴에 노기를 띄우고 한동안 고종을 노려보았다. 도루수를 먹이는 판이다. 그는 갖고온 새조약의 본문을 내놓으면서 엄하고 쌀쌀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건 새조약입니다. 페하께서는 순조롭게 조인될수 있도록 어명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새조약이라?》

   고종은 눈섭이 푸들거렸다. 그것을 받아 읽어보니 한마디로 말해 조선의 외교권을 일본에 양여하라는 것이였다.

   (이건 완전한 망국조약이 아닌가!)

   락담실망하고있는 그의 얼굴 표정이 이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그의 미세한 동작까지도 놓지 않고 주의해 살폈다.

  《이처럼 중대한 일을 짐이 혼자서 결정할수 없소.》

   고종은 마침내 단호한 태도로 나왔다.

  《페하, 이것은 일본정부에서 여러면으로 고려한 끝에 결정한 것이므로 조금도 변경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페하께서 받아들이느냐 반대하느냐에 있는겁니다. 페하께서 반대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그럴 경우 일본정부에서는 이미 결정한바 있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것인가를 아셔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귀국의 지위는 이 조약을 결정하는 것 이상으로 더 곤난한 경우에 걸려 일층 불리한 결과가 있으리라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것입니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이같이 대뜸 위협조로 나왔다.

  《그러하나 우리 한국에서는 조종이래로 국가의 중대사건이 생겼을 때  원임대신들에게 묻고 민의를 들어가며 처사하는 관례가 있으므로 짐의 자의로 결정할 수는 없소.》

  《하하하, 이거 원!.... 페하! 대신들에게 묻는다는 것은 근사한 말씀입니다만 국민의 의향을 묻는다는것은 기괴천만이올시다.》

  《대사는 왜 그런 말을 하는거요?》

  《귀국은 헌법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만기를 페하께서 친재하시는 이른바 군주제국가가 아닙니까? 민의를 운운하는 것은 기실 백성들을 선동하여 우리의 제안을 반대하는것으로밖에 리해 할 수 없습니다.》

  《무슨 근거로?》

  《왜냐하면 귀국의 국민은 유치하여 외교에 어둡고 세계대세를 알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그렇습니까?》

   이또오 히로부미의 이 말은 례의를 벗어난 모욕적인 악담이면서 우격다짐이였다.

  《이 조약을 체결한다면 망국이나 다름없는데 짐은 종사에 순(殉)할지언정 인허할수 없소!》

   아무리 허술히 보아온 황제일지라도 이처럼 나라의 존망에 관계되는 중대사(重大事)를 호락호락 응낙할리는 만무였다.

  《어쨌든 이 조약안은 지연할수 없는것으로서 조속한 타결을 보아야 합니다. 그러니 페하께서는 속히 칙명을 내리셔야 합니다. 하야시공사로부터 정식제안이 있을 때 외부(外部)에서 페하의 칙명을 받지 못했다는 잘못이 생겨서는 안될것입니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이같이 으름장을 놓고 퇴궐했다.

 

  이틑날 오후. 이또오 히로부미는 조선의 여러 대신을 손다크호텔에 불러다놓고 자기가 고종에게 한 말을 되풀이하면서 조약체결에 찬동할 것을 권유, 설득했다.

  한편 하야시 곤스께도 이날 외부대신 박제순을 일본공사관에 불러다놓고 새조약에 찬동해줄 것을 강요하였다. 그리고는 그 이틑날인 17일에는 각부 대신들을 공사관에 모아놓고 점심을 같이하면서 새조약체결에 찬성, 협조해줄 것을 들먹이였다.

 《청일전쟁, 로일전쟁은 모두다 한국의 외교가 문란해서 일어난것입니다. 그러니 동양평화를 위해 한국의 외교권을 일본에 맡기는 것이 어느모로 보든지 한국에 유리할것입니다.》

  하야시 곤스께가 하는 말이였다.          

  각부의 대신들이 모두 침묵을 지키자 참정대신 한규설이 입을 열어 과감히 반대의 뜻을 표시했다.    

 《하야시공사, 무슨 말을 그렇게 하오? 보호조약이 없다고 동양평화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말이 어디있소? 귀국은 강화도조약때부터 마관조약에 이르기 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조선의 자주권을 주장하더니 오늘은 자주권을 빼앗으려 하니 대체 어찌된 일이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외교에 서툴기에 일본이 한국의 외교를 맡아보아야 싸움이 다시일어나지 않고 한국의 자주권도 보장되는것입니다.》

   하야시 곤스께의 해석이였다.

   (엉터리수작을 하구있네.)

   탁지부대신 민영기가 참을수 없어 입을 열었다.

  《어쨌든 이 조약은 극히 중요한 조약이므로 가볍게 처사할수 없소. 중추원에도 물어봐야 하고 민의도 널리 들어봐야 하오.》

  《그게 무슨 말씁입니까? 귀국은 군주전제국인데 군주의 대권으로 얼마든지 결정할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입씨름은 오후 3시까지 계속되였으나 아무런 결과도 보지 못했다.

   이럴때 이또오 히로부미가 하세가와 요스미찌사령을 데리고 나타났다. 

  《여러분은 지금 곧 입궐하여 어전회의를 열고 속히 조약을 체결하도록 해야겠소.》

   대신들은 그의 살기띈 얼굴을 쳐다볼뿐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했다.

  《여러분이 이또오대사의 지시대로 어서 서두르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이 어전으로 들어가 해결하겠으니 불쾌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시오.》

   이번에는 하세가와 요시미찌가 일본도를 짚고 서서 큰소리로 위협했다.

   여러 대신들은 눈치를 보면서 엉거주춤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문전에는 수십명의 일본군과 헌병들이 엄중경계를 하고 있었다.

   대신들은 인력거를 타고 하야시 요시미찌는 마차에 앉아 일행은 경운궁으로 들어갔다.

   대궐에 들어선 대신들은 일본 공사를 별실에서 잠시 기다리게 하고는 수옥헌에 들어가 아침부터 일본공사관에서 교섭한바를 황제에게 보고하였다. 고종은 잠자코 듣고있었다. 얼굴에서 어두운 그늘이 사라질줄을 모른다.

  《일이 이 지경 되었은즉 어찌했으면 좋겠소?》

  고종황제가 마침내 대원들을 보고 하문하는데 목소리는 구원을 바라듯 가련하고 구슬펐다.

  《이 조약을 받아들이게 되면 한마디로 말해서 나라가 망하는것입니다. 페하께서는 단연코 물리쳐야 합니다.》

   참정대신 한규설은 이번에도 견결히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한편 이또오 히로부미는 궁내부대신 이재극을 통해 고종황제에게 배알할 것을 청했다. 그러나 고종은 그를 더 이상 만나주지 않았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참정대신 한규설을 체포강금한 다음 이완용,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권중현....등을 한사람씩 지명하면서 찬성여부를 묻고나서 대신 8명가운데서 이상 5명이 찬성이니까 조약체결은 가결됐다고 자의로 선포하고는 11월 18일 오전 2시 국왕의 도장을 훔쳐내다 조약문에 찍게 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8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8 장편소설 <<관동의 밤>> 제1 부(3) 2015-02-03 0 2193
87 동철부대 토비숙청기 2013-08-08 1 5081
86 半島의 血 제1부 30. 2012-10-04 0 4905
85 半島의 血 제1부 29. 2012-10-04 0 3882
84 半島의 血 제1부 28. 2012-10-04 0 4199
83 半島의 血 제1부 27. 2012-10-04 0 4126
82 半島의 血 제1부 26. 2012-10-04 1 4510
81 半島의 血 제1부 25. 2012-09-24 0 4213
80 半島의 血 제1부 24. 2012-09-24 0 4148
79 半島의 血 제1부 23. 2012-09-24 0 4606
78 半島의 血 제1부 22. 2012-09-24 0 4232
77 半島의 血 제1부 21. 2012-09-24 1 4348
76 半島의 血 제1부 20. 2012-09-16 0 4405
75 半島의 血 제1부 19. 2012-09-16 0 4326
74 半島의 血 제1부 18. 2012-09-16 0 4548
73 半島의 血 제1부 17. 2012-09-16 0 4013
72 半島의 血 제1부 16. 2012-09-16 0 4103
71 半島의 血 제1부 15. 2012-09-16 0 3694
70 半島의 血 제1부 14. 2012-09-16 1 4200
69 半島의 血 제1부 13. 2012-09-16 2 3970
‹처음  이전 1 2 3 4 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