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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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 기리기리 모시고싶소.
2014년 04월 30일 14시 22분  조회:3677  추천:3  작성자: 김송죽
 

• 수필 •

 

        길이길이 모시고싶소

 

할빈에 이사를 와서야 나는 안중근이 이또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쏴눕힌 자리를 가보게되였다.

할빈에는 선각자 유지인사 여러분이 계셔서 해마다 잊지 않고 안중근의 령혼과 그의 업적을 기리고있다. 뿐만아니라 일부 민족심있는 기업인들도 해마다 기념활동을 하기로 작정하고 준비사업들을 하고있다고 들었다. 할빈시 상지화하민속문화쎈터의 조선민속기념관에서는 지어 경치좋은 모아산과 잇닿은 원보산릉원(元寶山陵園)의 공공집탑기념관(公共集塔紀念館)에다 상징적으로 안중근의 령혼을 첫 자리에 모시기까지 했다. 이곳은 국가의 자연보호구로서 장차 유람지로서 전도유망한 곳이다.

노력이 얼마나 주도한가!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은 아직도 다가 민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있는 행사였지 국가정부측에서 돌보아 장악하고있는건 아니다. 허지만 이쯤으로라도 그이를 잊지 않고 기념한다는것만도 아주 당연하고도 좋은일, 잘되는일이라는 생각이다. 

올 3월 26일이면 안중근의사가 순국한지 91주년이 되는 제삿날이다. 이날을 맞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가슴속에 면면히 서려온 회포를 얼마나마 풀어보고자 필을 든다.

 

내가 안중근이 어떤분이라는것을 알게된것은 건국이 되기 한해전인 1948년도라생각된다. 그때 내 나이 8살이였는데 나는 동북에서 국민당의 중앙선견군토비숙청이 거진끝나갈무렵 영평강전투에서 희생된 부친님께서 생전에 소속했던 부대에 얹혀자랐다. 그 부대가 동북민주련군 합강성정부 조선독립영이였는데 항간에서는 <<동철부대>>라 불렀다. 그 부대의 한개련이 지금도 화남현경내에 있는 빠후리(八虎力)의 돌배골에 주둔하고있었는데 그들은 그곳의 금광을 보위하는 한편 당지의 인민정부를 도와 토지개혁과 계급대오정리를 시작하고있었던거다. 그때 부대는 군중을 계몽시키느라 여러방면으로 선전활동을 활발히 벌려나갔다.

그해 여름의 어느날이였다. 문화간사가 다른애들과 한창 놀음에 정신팔려있는 나를 자기곁으로 부르더니 부대에서 연극 <<안중근>>을 연출하려는데 나더러 안중근의 아들 준생(俊生)의 역을 맡아 하라면서 대사를 외우게 하고는 몇가지 동작을 가르쳤던 것이다. 극중에 나는 세 번인가 등장하는데 한 번은 안중근이 거사를 이루기 위해 집식솔들과 리별할 때의 장면이고 한 번은 안중근이 거사를 이루고나서 로씨야헌병손에 잡혀 려순감옥에 갇힌다음 집을 수색당하고 엄마와 함께 경찰의 조사를 닫을 때의 장면이며 마지막의 한번은 안중근이 일제의 재판에 의하여 사형당한 후 그의 시체에 엎어져 <<아버지>> 하고 부르면서 우는 장면이였다. 극본이 그렇게 되어있은것이다.

극장은 마을복판에 있는 석마간ㅡ 풀무와 잡동사니들을 밖에다 드러내고 거기다 판자로 림시무대를 만들었는데 헐망하긴해도 꽤나 널직한 그것이 우리가 연극을 놀 장소였던 것이다.

련습첫날이였다. 무대에 나타나게 될 할빈역전ㅡ 악곡이 그치지 않는데 기차에서 내린 이또 히로부미는 로씨야대신과 악수하고 군인들의 경례를 받으면서 각국 령사들이 서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이때다.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들어가 로씨야군의 대렬뒤에서 기회를 노리고있던 안중근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권총을 뽑아 그자를 향해 련거퍼 세방 갈긴다. 칼찬 헌병과 장교들은 모두 놀라면서 일순간 멍해진다. 안중근은 권총쥔 손을 머리우에 올리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세 번 높이 웨친다. 그제야 경찰들이 덮치여 그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고 포박한다.

안중근은 순순히 체포되거니와 외려 비웃음을 머금고 말한다.

<<내가 도망칠줄알았더냐? 도망칠생각있었다면죽음판에 들어서지도 않았을테다.>>

나는 그때 이 장면이 잘 리해되지 않아 옆에있는 군인아저씨와 캐물었던것이다.

<<어째서 도망치지 않아? 그랬으면 붇잡히지 않았을건데?>>

그랬더니 그 군인아저씨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뚱기면서 웃었다.

<<넌 답답한 녀석이구나, 못들었냐, 도망칠생각을 했다면 죽음판에 들어서지도 않았을거라구.... 네가 안중근이 어떤분이라는것두 모르면서 아들역을 하다니 원? 사람웃끼는구나!>>

놀림절반 힐난절반이였다.

그랬다. 내가 안중근의 아들역을 하면서 울기는했어도 그의 정신과 의협심과 의기를 어찌 제대로 알기나했으랴. 일제가 조선을 병탄하자 구국제민의 뜻을 품고 이국으로 류랑하며 풍상을 겪은 안중근, 그는 의사이기에 앞서 참다운 지사였다. 안중근이야말로 우리 조선민족정기의 본보기로서 장렬한 그의 죽음은 천추에 이름을 기리날릴것이다. 그의 의거는 온 세계를 진감했거니와 직접적으로는 평화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동양 여러 약소국가의 인민들을 굴함없이 일떠나 싸우도록 고무했던 것이다.

 

                      男兒有志出洋關, 生不成功死不

                      埋骨岂肯先墓下, 人間到處盡靑山

 

                      사나이 큰뜻품고 타국으로 떠나가니

                      살아서 성공못하면 죽어서 돌아오지 않으리

                      유골을 구태여 선조의 무덤옆에 묻으랴

                      세상엔 가는 곳마다 청산이 무진하데

 

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맹세가 바로 이러했다.

 

안중근의 의거당시 중국에서 발간한 민우일보(民旴日報)는 여러차례나 론설을 써서 <<만민이 곡하여 항의하고 천편의 청원서를 써서 올리기보다 더 유력한 것>>이라고 그의 의거를 높이찬양했거니와 <<그를 쏘아 죽인것은 그 사람자체를 죽이고자 한 것이 아니라 나라의 원쑤를 갚으려 하였을 뿐이다.>>라고 안중근이 이또 히로부미를 격살한것을 정당한 행위라 변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사람의 손에 죽고도 천하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가련하기 짝이없다.>>고 이또 히로부미의 죽음을 조소했던것이다.

91년이다! 이제 9년만 더 지나면 안중근의사가 순국한지 한세기된다. 종자없이 생겨나는 생명이 없거늘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뀐다고 어찌 자기 민족의 얼과 정기마저 세탁해버릴건가? 가슴에 손을 언고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 민족이 이 세상에 참으로 어떻게 살아남았던가?.... 나는 안중근을 비롯한 수많은 열혈의 남아ㅡ 독립투사들의 불멸의 업적과 그들의 보귀한 령혼으로부터 내가 살아가야 할 리치를 차츰 깨닫게 되였고 오로지 굴할줄 모르는 분발만이 나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준다는것을 절실히 터득하게되였던 것이다. 인간일진대 무지각에서 깨여남ㅡ 그것이야말로 가장 다행스러운일이 아닐가!

중국의 저명한 작가 양호 전황(錢皇)이 안중근의사를 추모하여 지은 옛시 한구절을 빌어 이 글을 끝마친다.

 

                 황금으로 그대모습만들어

                 내 엎드려 큰절 올리고

                 기리기리 모시고싶소.

 

                    

 

                        2001. 1. 13.  할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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