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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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개치는 아침>> 4장 (8)
2015년 01월 31일 16시 36분  조회:2178  추천:0  작성자: 김송죽
 

 

 

   리경광은 지쳤다. 수사망까지 늘여놓고 아무리 애써봐야 물이 바구니틈새로 새듯이 몸을 빼돌리는 려홍이를 붙잡아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적아 쌍방의 형세는 대비가 현격했다. 말이좋게 중앙군이지 날이 갈수록 기울어져가는것이 뚜렸했으니 서산락일의 운명이라 민심을 잃어 규률이 문란하기가 말이 아니였다. 그러니 온 금성에 철갑을 입힌다해도 이미 불치의 병에 걸린 국세를 되돌려세우기는 열 번도 틀먹은것이였다. 리경광의 혈관으로는 싸늘한 두려움이 줄달음쳤다.

   밖에서 따르릉하는 별소리가 나서 내다보니 조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저 못난녀석이 오늘은 왜 저따위걸 타고 멋을 부리는거냐?)

   손옥란이 거처하고있는 방으로 흔들거리며 들어가는 조민을 다시금 본 리경광은 래일 바로 잔치날이라는것을 문득 상기했다. 그러자 금시 다른 한가닥의 싸늘한 기운이 혈관에서 줄달음쳐 그는 몸을 오싹 떨면서 한숨을 후 내쉬였다. 그리고나서 그는 수면불족으로 인하여 피발이 일어선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래일있게 될 그 잔치의 정경을 제 눈앞에 그려보았다.

 ㅡ숱한 사람이 구경을 나섰다. 혼례행차는 동대문구역으로부터 와서 중앙십자가에 이르러 남대문구역으로 가게된다. 해가 바지랑대만큼 올랐다. 동대문구역에서 갑자기 새납소리가 되알지게 들려온다. 사람들이 떠든다.

   <<오는가유?>>

   <<옵네다! 옵네다!>>

   <<어디메?>>

   <<저ㅡ 기, 저ㅡ 기.>>

   <<가마요? 뭐요?>>

   새납소리가 귀청을 쨀듯이 점점 세게 들려온다. 조민이 견마부도 없이 백마를 타고 앞에 섰고 그뒤에 칠보단장한 색시가 탄 사린교가 네패잡이 교자군의 어깨우에서 흔들흔들 들려오고있다. 사람들의 머리우로 그 가마가 뜬것이 뚜렷이 보인다. 연두색바탕에 분홍색안을 받쳐 수를 놓은 가마의 추녀밑에다 빙 둘려가며 달아놓은 보석같은 유리구슬이 흔들거리여 해빛에 령령롱한데 거기에다 청실홍실까지 늘여놓아 가마는 호화롭기 짝이없다. 그뒤로 동안뜨게 각각 람여에 앉은 신랑의 사촌형 둘과 함께 칼을 차고 청총말을 탄 담호궁과 가라말을 탄 왕복룡이 동반했고 그뒤에 또 말을 탄 보향단의 다른장교들과 호위병들이 따르는데 이고장에서는 여직 한번도 있어본적이 없는 혼례행차인지라 구경군들은 모두 조민의 길호사가 과연 그럴듯 하다면서 웃는다. 맨발벗은 조무래기들이 우르르 달려나가 길을 메운다. 그러니 어리광대모양으로 소매가 너펄거리는 비단옷을 입은 조위전네 집 사람이 나서서 애들을 쫓아낸다.

   <<이놈들 비켜라!  저리 썩ㅡ 썩ㅡ 비켜라!>>

   애들은 와 떠들면서 길을 낸다.

   <<이보슈, 이건 무슨놈의 길호사라오?>>

   <<글쎄말이요, 두더지혼인에 벼락잔친가보우다.>>

   하면서 사람들은 쑥덕공론을 한다. 남이야 웃건말건 난봉군이요 파락호인 조민은 몽달귀신이 되지 않고 새서방님이 됐다고 금수안장 백마우에 버젓이 앉아 헐레벌죽거리며 색시를 데리고 제집으로 간다....

 

   <<못간다! 내가 너를 남한테 빼앗기우다니?>>

   리경광은 이렇게 부르짖다가 환각에서 깨여났다. 온몸에 식은땀이 쪽나면서 녹작지근했다. 그는 몸이 아래로 자꾸자꾸 가라앉는것만 같아서 꼼짝않고 앉아있다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웬 일인지 조민이가 더 놀지 않고 돌아가는것이 그의 눈에 띄였다.

   (옥란이는 어쩌고있을가?)

   리경광은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요즈음 눈코뜰새없이 돌아치다보니 그를 자주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시각따라 그녀를 만나보고싶은 마음이 진정할수 없이 간절해났다. 그는 그녀를 시급히 만나봐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자 용기를 내여 찾아갔다.

   손옥란은 눈이 퉁퉁 붓도록 혼자서 울고있다가 리경광이 두 번이나 불러서야 머리를 들고 돌아앉는데 애수에 잠긴 그의 얼굴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리경광은 자기를 쳐다보다말고 다시 머리숙이고 섧게 우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옥란이, 울긴 왜 우오?>>

   <<부관님 난, 난... 흑흑!>>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알지.>>

   리경광은 시침을 따고 다가섰다. 그리고는 자기를 말끄러미 쳐다보는 녀인의 서글픈 눈길에서 스스로 안위를 찾으면서 대답을 집요하게 바랐다.

   <<우린 래일... 아아, 난, 난, 어쩌면 좋나요? 난 정말 가기싫어요. 난 살고싶지도 않아요.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난... 흑! 흑! >>

   자기의 삶에 환멸을 느낀 손옥란은 오뇌에 잠겨 몸부림쳤다.

   <<죽다니, 그게 웬 소리요? 새파란 청춘이 아깝지 않아?.>>

   리경광은 애욕에 젖은 측은한 음성으로 달래면서 그의 섬섬한 손을 쥐였다. 손옥란은 흠칫 놀라 손을 잡아빼려다 지금 자기앞에 서있는것은 조민이 아니라 리경광임을 알고는 그만두었다.

   <<옥란이, 난 옥란이완 갈라지지 못하겠소. 옥란이 없인 난 살지 못하겠단말이요. 옥란이 시집가버리면 내가 무슨 재미로 이 세상을 살겠소? 아, 옥란이! 옥란이! 나의 옥란이!>>

   이경광은 마치 시를 지어 읇듯이 했다. 그리고나서는 자기한테 시름놓고 맡기는 그의 손등을 어루쓸다가 날씬한 몸을 자기의 품에다 꼭 끌어안았다.

   <<우린 어쩌면 좋아요?... >>

   손옥란은 애원에 찬 집요한 눈길로 사나이를 올려다보았다.

   <<옥란이, 난 마음을 모질게 먹고 들어왔소. 우리 같이 여기를 떠나기요. 멀리가버리잔 말이요. 세상이 넓은데 여기 아니고는 살데없을가.>>

   <<아, 그런다면?... >>

   손옥란의 얼굴에 일순간 당황한 빛이 어렀다. 리경광은 기민하고도 매서운 눈길로 바깥쪽을 얼른 살피고나서 다시금 그를 힘껏 포옹하면서 낮고 긴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형세가 기울어진게 뻔하오. 이 금성에서 우리는 암만해두 배겨낼것 같지 않소. 그러니까 일찌감치 가버리는게 상책이요. 옥란이, 마음을 모질게 먹어주오. 죽지 않고 살면야 아버지, 오랍을 장차 다시만날 날이 있겠지, 않그러우? 그때가서말이요, 그때가서는 우리를 리해하고 용서해줄거란말이요. 우린 먼저 타요자에 숨어 형세를 보다가 남으로 장춘이나 심양으로 가버리기요. 그곳에서 중앙군은 우리같은 젊은이를 환영할거요.>>

   이틑날 아침때가 지나자 리경광이 밤새 손옥란을 차고 도망쳤다는 소문이 쫙 퍼져서 온 금성은 죽탕같이 부글부글 끌었다. 제일 꼴불견이 된것은 장가를 가자고 만단의 준비를 해놓고 새날이 오기를 고대하던 조민이였다. 동란의 세월에 어리석게도 장가를 간다고 헐레벌죽 좋아지내던 이 어리숙한 난봉꾼은 리경광이 독수리 병아리채듯이 자기의 약혼녀를 채갖고 달아난 사실을 알게되자 거의 미칠지경이 되여 펄펄 뛰면서 욕지걸이를 마구퍼부어댔다.

   <<경광아, 경광아, 의리도 량심도 없는 도둑놈새끼야. 내가 네놈을 붙잡기만하면 깝지를 벗기고 각을 찢어 칼탕치고말테다!>>

   손창유는 부모로서의 책임이 있으니 그 책임을 져야했다. 조가네 집에 주기로 한 딸이 없어졌으니 이제는 그네와 맺었던 계약도 다 찢어지고 무효로 되고마는건 물론이였다. 그렇게 되면 별동대는 무슨꼴이 되는가. 그들이 말타고 달아났다니 밤새껏 갈데로 다 갔을것이다. 그래도 손창유는 량심과 체면을 못이겨 곽털보더러 딸과 리경광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방향이나마 알아오라고 시켰다. 그리하여 곽털보는 조민과 함께 헛짓이라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20여명의 기마추격대를 끌고 금성을 나갔다.

   .

   이번에 발생한 뜻하지 않은 탈출사건으로하여 골이 몹시 난 다른 한사람은 손자량이였다.

   <<간밤에 보초선게 어느녀석이였냐?>> 

   그는 보초책임자였던 곰보를 불러 닦아세웠다.

   <<간밤에 보초선건 풍진옥이하고 량계춘이였는데 둘중 누가 설땐지 그건....>>

   <<야 이 빌어먹을 곰보야, 넌 그래 여직 그것도 알아보지를 않았단말이냐 그래?>>

   별동대는 물론 손가족에 대한 추문이 펴지는통에 밸이 난 손자량은 주먹으로 곰보의 따귀를 갈기면서 당장 알아내라했다. 그리고는 곰보가 풍진옥이를 붙잡아오자 불문곡직하고 단칼에 목을 찍어 그를 죽여버렸다. 이제부터는 그 누구든 탈출을 시도하거나 도와주면 추호의 양보도없다고 본때를 보이는 짓이였던 것이다.

   조민의 길호사가 파탄됨으로 하여 보향단에서는 해학적인 의논이 짜했다.

   <<코집이 앵돌아졌네. 조퇀장이 장갈 못가면 우리네 왕퇀장님도 말타고 장가가긴 열 번도 글러먹었네.>>

   <<그러지말고 이미 준비해놓은바니 그걸로 아예 퇀장님의 잔치나 해버리는게 옳잖을가.>>

   <<그러면야 좋지, 좋구말구.>>

   <<별 희한한 꼴 다 본다. 개판이다 개판!>>

   왕복룡은 이 모든 것을 다 들었지만 그저 모르는체하고 있었다.

   이때 장대겸이가 그를 향해 시름겹게 한마디 던졌다.

   <<일이 생겼는데 퇀장님은 왜 모르는체만 하고있습니까, 조대감이 노여워하지 않을가요?>>

   허나 왕복룡이는 그저 머리를 절레절레 저을뿐이였다.

   <<조가네 흥망을 내 알배가 아니야. 조대감이 다 뭔데 쳇!>>

   그야말로 과거를 아니볼바에야 시관이 개떡같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왕복룡이로서도 장대겸의 말에 짚히는데가 있는지라 생각을 달리굴리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가 이렇게 들어앉아서 뒤장이나 보면서 아주 방관시하면 조위전령감은 물로이요, 네속은 쇠천뒤글자같다고 여기는 사문동에게까지 의심만  더 같게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신을 폭로시키는 위험한 짓이라고 감지되였던 것이다. 하여 그는 정신을 버쩍차렸던 것이다.

   <<호궁이, 내 아마도 가봐야 할것 같소. 그놈두상이 아직 파혼을 선포하지 않은 이상 조씨네 사위노릇을 그냥 해야 옳을것 같아. 그보다도 개변된 정황을 알아야 응부대책이 나올게 아닌가.>>

   담호궁도 동감이였다.

   왕복룡이 지주집장원으로 갔을 때는 조위전령감이 길다란 흔들이걸상에 반쯤 누워서 치밀어오른 분을 어느정도 나라앉인 뒤였다.

   <<장인님, 무사하십나까?.>>

   왕복룡은 친절한 관심을 보니느라 짜장 사위로나 된듯이 황공스러워 하면서 그를 개여올리고는 혹시나 상론할 일이라도 없느냐고 물었다. 조위전령감은 왕복룡의 행동이 좀 굼뜬게 유감스럽긴 했어도 이렇게 찾아온게 고마워서 그하고 금후의 대책을 의논하려들었다. 왕복룡은 기회가 좋은지라 속으로 기뻐하면서 계획한대로 잔치를 못할바하곤 이미 다 준비해놓은 음식들이니 버리겠는가 술상이나 차려 성안의 장령들이나 모두 청해다가 호궤(犒饋)하면서 금후의 행사들에 대해나 연구하고 담론하는게 하는게 좋을것 같다고 했다. 조위전령감은 그 충고가 과연 명지한것 같아서 머리를 끄덕이였다. 하여 며느리를 떼우고 부산해진 조위전령감네 집에는 식객이 끓게되였다.

   성밖에서 민주련군이 노려온 기회가 바로 이것이였던 것이다.

   밤이 깊어가건만 불밝은 장원은 그냥 벅적 고와댔다. 좋다고들 밤을 새는 판이였다. 이제는 려명이 다가올 때였다. 보향단퇀부와 병영마다에서는 흰기를 내걸었고 활짝 열어놓은 서대문과 북대문으로는 민주련군기병들이 질풍같이 습격해들어왔다.

   이보다 얼마간 앞당겨 장린이네 집에서 멜대의 한쪽 끝에는 한상차림이 잘될것 같은 찬을 담은 커다란 쟁반을 보자기에 싸서 달고 다른 한쪽 끝에는 술을 넣은 가죽부대를 달아 어깨에 맨 젊은 사나이가 슬그머니 거리에 나섰던것이다. 그는 몸에 맞는 산뜻한 새옷을 입고 허리에다는 빨간색나는 혁띠를 띠였는데 그 차림새가 틀림없는 부자집의 사환군같아보였다. 그뒤를 회색다부살에 중절모를 쓰고 금테안경을 낀 사람과 양복입은 청년이 따랐다. 이들 셋은 딸을 잃어버린 손창유를 위안하러 가는 조위전지주집의 걸례붙이로 가장한 박금록, 김려홍과 김청송이였던 것이다.

   셋이 별동대지휘부가 있는 담장대문가에 이르니 총창을 꼬나든 보초병이 막아섰다.

   <<너희들은 웬 사람이냐, 서랏! >>

   <<눈뜨고도 보면 몰라? 우린 사돈집을 위안하러 오는 조대감네 사람이야. 이건 주안상이다.>>

   려홍이는 배포유하게 둘러붙이면서 눈이 올롱해지는 비도를 마뜩잖게 흘겨보았다. 마침 이때 손창유의 경위반장 비도가 익랑에서 나오다가 주안상을 가져왔다는 말에 헐레벌쭉 웃으면서 군침을 흘렸다.

   <<다 알다싶히 시세가 좋지 않아서 보초를 특별히 강화하지요. 건데 그건 누구를 주자는거요?>>

   <<고생들인데 한잔 하라고 차려오는거야.>>

   <<하하하, 그러면 그렇겠지! 내가 면바루 봤어, 하하하!>>

   익랑에서 나온 자는 대단히 좋아했다. 세 정찰병은 그를 따라 큰문으로 들어갔다. 한켠의 익랑에는 밤경비를 맡고있는 비도 십여명이 있었는데 그자들은 차려온 음식을 보자 얼싸좋아 제꺽 둘러앉았다.

   <<자ㅡ 아, 맛좋은 팔진성찬이요, 합살머리회는 없어도 살골집은 있지요.>>

   박금록은 보를 풀어 헤치고 쟁반우에다 놓아온 채그릇들을 하나씩 주어 놓았다. 그러다가 그는 비도들이 꼭마치 갈신들린 돼지모양으로 손가락으로 채부터 집어먹는 꼴이 우스워 하마터면 킥 웃을번했다.

   <<이자식아 방자하게 놀지 말고 빨리 술이나 내놓아라.>>

   려홍이는 종을 훈계하듯 하고나서 청송에게로 몸을 돌렸다.

   <<넌 나하고 어서가보자. 늙은 사돈을 위안하러 와갖고 꾸물거려서야 되겠냐. 어서!>>

   둘은 거기를 떠났다. 한편 중국말이 변설인 박금록이가 너름새좋게 수다를 피워대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자! 신선이 마시는 자하주요, 류현덕이 마시던 천일주요, 양만리의 금로주입네다. ... 한잔, 또 한잔, 떠들면 남들이 알고 오겠으니 조용조용히들  마십시우. 얼근히 푹 취하게들 마이우다, 가죽부대안에 술이 많으니까.>>

   려홍이는 청송이를 데리고 곧추 손창유가 있는 방을 찾아갔다. 남쪽은 탁상과 향탁이 있는 널직한 바당이고 북켠이 온돌로 되어진 방이였는데 너무조용하다못해 쓸쓸했다. 온돌우에는 조금도 다치지 않은채 식어버린 음식그릇들이 있는 채상반이 놓여있고 그 옆쪽에 손창유가 접침을 베고 누워있었다. 얼굴을 벽쪽으로 돌리채 꼼짝않고있는것이 흡사 썩고있는 송장같아보였다. 아마 늦둥이로 20년나마 자래운 귀녀를 시집보내려다 독수리한테 채우듯 잃고보니 마음 서운한데다 곁에 위로해주는 사람도 하나없으니 고독이 밀려들어 가슴쓰라려났던 모양이다. 무아경에 빠져있던 그는 분명 문소리를 들었건만 인기척이 다시나지 않으니 웬 일인가 싶어 몸을 돌렸다가 자기를 독살스레 내려다보는 두 청년을 발견하고는 그만 소스라쳐 몸을 일으켰다.

   <<손대장 안녕한가? 우린 빗받으러 왔어!>>

   <<너, 너희들은?!... >>

   <<모르겠냐? 우니는 민주련군이다!>>

   증오와 복수심으로 살기찬 눈살이 그의 숨통을 노리고있었다.

   <<아! 아! >>

   손창유는 자기 가슴을 만지는 것 같더니 어느새 베고있던 접침을 제꺽 쥐여 뿌리였다. 그것이 려홍의 귀뿌리를 쌩ㅡ 스쳐지나 창문을 답새겨 유리가 잘라당 하고 깨졌다. 려홍이는 뛰여올라가면서 일어나려는 그의 가슴을 들이찾다. 손창유는 무인가를 찾다가 다시한번 더 채우고는 그만 늘어져 피를 토했다.

   보초가 유리창깨지는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것을 저쪽에서 박금록이 권총으로 쏴눕혔다. 이때 아군습격대가 벌써 대문가에 거진이르었던 것이다.

   한편 조위전령감네 집에 가서 제 색시감을 잃음으로해서 부례를 끓이고 멍청이신랑을 위안하고있는 손자량은 변이 생긴줄도 모르고 취해서 권커니 작커니를 련속하면서 날을 밝히는 판이였다.

   <<손대장님, 이젠 날도 밝아오는데 마지막으로 한잔씨 쭉 냅시다. 장차 산으로 들어가면 언제 다시만나 이렇게 한자리에서 술잔을 들겠는지.>.

   색시잃은 사촌형을 대신해서 이 집안의 주인격으로 손님접대를 하고있는조준영이가 하는 말이였다. 제누이동생을 잃은 쓰라림에다 운명이 어떻게 결판날지도 몰라 허전한 김에 용기를 돋구라 퍼마시다보니 고주망태로 된 손자량은 손에 든 술잔의 술을 다 쏟다가면서 혀꼬랑소리를 했다.

   <<어, 어쨌다구 마지막이라는가? 산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못나올줄 아는가? 두고보라구 이, 이제 올테야. 자, 자네 조영장이 장가갈 때면 오지, 오구말구.... 그, 그리구... 왕, 왕퇀장이 때두.... 안그렇소?... 하하하! 두고보오만 이 자량이가 그 누구 잔치때나 알리기만하면 다 오리다..빼놓지 않고 다. 오리다. 만주땅 어디멘들 가지 못할가, 나 원!>>

   왕복룡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언제부터 자네라고 부를 처지로 되었는지 생각하면 역겨웠다. 허나 환대가 없으면 술좌석은 아주 엉성한 것으로 되어버릴것이요, 더욱이는 전번날 발생했던 충돌을 다시 상기시키면 파흥을 시키고 비밀한 계획이 미연에 드러날 수도 있는지라 그는 그런대로 꾹 참는수밖에 없었다.

   좌석이 하나가 비여져있었다. 담참모장의 자리였다. 조준영은 그가 나간지 이윽토록 들어오지 않의 무슨 변고라도 생긴게 아니냐 의심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말째다고 나갔소. 아마 어디 곤드라졌을텐데 관두고 우리끼리나 실컨마시기요. 자, 한잔씩 용감스레 굽을 내볼가!>>

   왕복룡이 이렇게 말했건만 조준영은 머리를 기웃거리더니 자기는 소변을 봐야겠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날이 희붐히 밝고 대기는 맑은데 성안의 서북쪽켠으로부터 잦은 북소리같은것이 분잡하게 들려오고있었다. 귀를 다시금 강구었던 조준영은 자기 귀에 들려오는 그것은 다른 그 무었인게아니라  분명히 무수한 말들이 거리바닥을 구르면서 급속히 달리고있는 발굽소리임을 알아내고는 초풍할지경으로 놀라면서 도로 달려들어가려 했다. 바로 이때 웬 사나이 둘이 와락달려들어 그를 붙잡았다.

   <<공, 공산군이...! >>

   조준영은 소리를 다시 지르려다가 칼을 맞아 그 자리에 쓰러지고말았다. 그를 없애버린것은 왕야장과 장현덕이였던것이다.

   그러나 다른사람이 오줌누러 밖에 나왔다가 정신차리고 달려들어가면서 웨쳐댔다.

   <<고, 공산군이 들어왔다! 민, 민주련군이 들어왔다! >>

   <<땅!>>

   장대겸이 권총을 빼들려는 그자를 먼저 갈 꼭그라뜨렸다. 그리고는 모두 꼼짝말고 손들라했다.

   옆에 앉은 왕복룡이 권총을 미처 빼기전에 정신이 든 손자량은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면서 화닥닥 일어나더니 상을 엎질러놓고 밖으로 내뛰였다. 그래서 온 집안은 삽시에 수라장이 되고말았다.

   손자량은 자기를 뒤따라 밖으로 뛸쳐나온 별동대장교들을 이끌고 황망히 조지주네 장원을 나섰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꽝ㅡ 꽝ㅡ >>련이어 나는 폭발소리와 함께 별동대병영들에서 불기둥이 솟았고 무수한 기병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그쪽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젠장, 우린 녹아나는구나! 아버지를 구원하자! 피값이라도 하고 죽자!>>

   손자량은 미친사람모양으로 소리지르면서 우회하여 다른골목으로 내뛰였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그 골목도 앞이 막혀서 말머리를 돌리는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조지주장원을 지나다가 자기를 붙잡으려는 왕복룡이와 그의 경위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손자량은 그들을 쏴눕히고 구원해달라고 고함지르면서 사령부뜨락으로 뒤여들었다.

   한편 별동대를 소탕하고 여기까지 말을 달려온 한갈래의 민주련군은 적의 완강한 저항에 부딧쳤다. 사문동이 있는 중앙선견군의 사령부가 그대로 보루와도 같았던 것이다. 창문마다에서 총알이 날아나왔고 집주위에 은페된 화점들에서 기관총이 짖어대는통에 민주련군은 돌격을 멈추고 후퇴하는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보향단장교 시체가 있다!>>

   하는 소리에 려홍이 달려가보니 한 경위원은 이미 숨졌고 왕복룡이와 장대겸이는각각 중상을 입은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숨이 있구만! 빨리 위생병을 불러! 위생병! 여기! 여기루!>>

   려홍이는 기마위생병이 눈에 보이자 소리쳐 불러 중상자 둘을 급히 옮겨가게했다.

   적들이 황황히 반격을 준비하고있을 때 민주련군의 대부대가 함성을 지르면서 성안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보향단이 기의했고 저항하던 별동대가 거의나 숙청되였다. 하기에 이제는 적의 사령부와 토성가에 있는 병영ㅡ 남대문의 견고한 또치까만 남았다. 류혈적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되고있었다.

   려홍이는 퇀부련락병의 전갈을 받고는 기병련 련장과 함께 적정과 금성안의 지형을 좀더 세세히 알려주려 달려갔다.

   박퇀장과 마참모장은 수고했다면서 려홍의 손을 굳게 잡았다. 기병련 련장은 적의 사령부를 점령하는 과정에 적의 완강한 저항을 받음로하여 상망이 속출햇기에 잠시 공격을 멈추게 되렸노라 사정을 보고했다. 박퇀장과 마참모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적측을 노려보았다.

   황황히 불질하던 적의 사령부역시 지금 숨을 톺으며 방어태세를 갖추느라고 긴장히 서두르는것 같았다. 적들에게 숨쉴기회를 주지 말아야 했다. 박퇀장은 또치까의 엄호사격을 압제하면서 먼저 적사령부와 병영들을 없애버릴 결단을 내리고 공격신호를 다시올렸다.

   적을 모조리 섬멸하리라 맹세하고 이번의 싸움을 벌린 민주련군은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여서 압도적이였다. 궁지에 몰린 적들은 꼭마치 독안에 든 쥐와도 같았다. 비도들은 머리만 내밀면 명중되여 박살나는통에 집안에 갇혀서 덤비면서 아우성이칠뿐 밖으로 감히 나오지 못했다. 박격포들이 일제히 적사령부를 겨누고 쏘았다. 불기둥이 확확 치솟았다. 포알이 작렬하는 요란한 폭음속에서 비밀화점들은 하나하나 박살났다.

   박격포사격이 멎자 한패의 전사들이 먼저 짙은 연기속에 잠겨이있는 적의 사령부안에다 여러개의 수류탄을 집어던지면서 다시돌격해 들어갔다. 대항하는 적은 남기지 않고 모조리 소멸해버렸다. 한데 이상하게도 널려있는 시체들 속에 장교복입은 자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괴상한일이였다.

   (대관절 장교놈들은 모두 어디가 숨었을가?)

   려홍이는 그자들을 놓쳐버리게 맹랑하고 분해서 주먹으로 허공을 때렸다. 그러고나서 그는 자기가 거느린 한 개의 정찰반을 이끌고  재빨리 후원으로 가보려했다. 그러던차 이쪽 다른 한 그의 눈이 미친 방에 침대가 이상하게 뒤번져진게 눈에 띄여서 그는 걸음을 뚝 멈추었다. 려홍은 우선 수라장이 돼버린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종이장들이 날렸다. 탁상우에 전화가 놓여있고 고급쏘파가 나딩굴고있는 것으로 보아 이 방은 틀림없이 사문동의 지휘소였으리라 짐작되였다. 려홍이는 엎어진 침대를 도로 뒤번져놓았다. 그랬더니 그밑에서 한사람의 몸체나 드나들만한 시꺼먼 굴이 나지는 것이다. 놀라운 발견이였다.

   <<그렇지! 이것이 비밀갱도였구만!>> 

   <<첨 묘한데! 놈들은 여기로 내뺐구만!>>

   갱도는 협착하거니와 캄캄한데 매캐하고 습한 랭기가 훅 풍여나왔다. 정찰병 둘이 들어갔다가 도로나와서 갱도가는 남쪽으로 뻗어있다고 보고했다. 그렇다면 사문동과 손자량은 거기로 해서 남문또치카로 달아났음이 분명했다.

   이때 주공부대는 벌써 일곱 개의 병점을 공략하고나서대부분이 남문을 공점하는 전투를 벌리고 있었다. 성밖에서 쳐들어오는 민주련군을 막기위해 애써구축해놓은 방어물과 철조망 때문에 도리여 저들이 쉽사리 도주할수 없게 된 적들은 견고한 또치까와 성우에 있는 20여개의 화력점으로 민주련군과 판가리싸움을 하려들었다. 박격포알들이 적의 화력점으로 무수히 날려갔고 기관총들은 엄밀한 화력망을 무어 적의 기관총소사를 압도함으로써 폭파조를 엄호했다. 그런데 한곳은 적이 어찌나 악을 쓰며 대항하는지 눈검쩍하는 사이에 폭파조에서 7~8명의 상망자를 냈다. 그리멀지 않았다. 그것은 성우로 올라가는 층계 바로 우에 있었다. 그러니 그 화점을 폭파해야만 부대는  진격로가 열리는것이였다. 가렬처절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성우로 뛰여오른 민주련군전사들은 날창을 들고 계속적인 육박전으로써 적들을 하나하나 섬멸해나갔다.

   남문을 전문지키로 만들어진 적의 또차까는 엄청나게 컸다. 그 또치카는 근간에 사문동의 설계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였다. 한데 화력배치를 엄밀하게 하느라했지만 성아래와 성우에서 협공하는 민주련군의 맹렬한 진공을 막아내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형편에서 사문동은 자기의 목숨만이라도 살리고봐야겠다는데서 혈로를 뚫고 도주할 궁리를 했던 것이다. ...

   성문은 시종 굳게 닫겨있었다. 성을 공점하지 않고서는 열수없는것이였다. 그러니 성을 넘어야했다. 한데 성우에도 화력점들이 있었다.

   정찰반장 박금록은 성우로 올라갔다가 처음에는 키가 구척인데다 몸집도 자기보다 배나 될것같은 자와 맞붙게되였다. 그런데 곰같이 미련한 그자는 총개머리로 금록이를 친다는게 그만 빗쳐서 제편의 대갈통을 까놓고 총마저 떨구어버렸다. 금록이는 잽싸게 돌아서면서 자기를 뒤로 끌러안으려는 그자의 배를 날창으로 들이찔렀다. 그런데 어쩌나 기운스레 찔렀던지 총창을 잡아빼는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육중한 그자가 단말마적인 비명을 내지르면서 자기배에 꽂힌 총창을 부등켜잡고 넘어지는통에 박금록은 하는수없이 그것을 놓고 죽은 비도의 총을 바꿔들었다. 그는 적의 화점을 뛰여가다가 한 엄페물에 숨어서 총질하는 비도의 탄알에 왼쪽다리를 맞고 넘어졌다. 정신이 이찔했다. 한데 그는 그때 요란하게 들려오는 기관총소리에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탄알이 앵ㅡ앵ㅡ 귀전을 스치니 함부로 일어날 수도 없었다. 머리를 돌리고 보니 또치까를 점령하러 올라오는 전사들이 적이 쏘아대는 기관총탄에 련이어 몇이 쓰러지는것이 보였다. 박금록은 악착스레 짖어대는 적기관총아가리를 쏘아보면서 이발을 깨물고는 수류탄 두 개를 량손에 쥐고 기여갔다. 기관총을 갈기는 자가 멀리만보다나니 그가 코밑에 닿은것도 모르고있었다. 금록이는 수류탄 두 개를 심지뽑아 련거퍼 뿌리고는 그 자리에 그만 까무러치고말았다.  다른데서 날아온 적탄이 그의 한쪽다리를 관통한 것이다.

   이때 그를 뒤이어 올라온 김려홍은 기관총알이 다시금 날아오는바람에 한 엄페물에 주저앉고말았는데 마침 꽝ㅡ꽝ㅡ 하는 폭발소리가 귀청을 쨌고 적의 기관총은 짖기를 멈췄던 것이다.

   <<잘했다! 과연 잘했다!>>

   환성을 지르면서 몸을 일으킨 려홍이는 한쪽 다리를 부상당한 금록이를 발견하고 달려갔다. 박금록의 상한다리에는 류혈이 심했다. 성아래에 홍십자위생가방을 멘 사람이 보이니 위생병들도 당도했음을 알게 된 려홍이는 ·부상자(負傷者)를 그들에게 맡기려고 둘쳐업으려 했다. 그런데 박금록이는 업히지 않고 갑자기 일어날것같이 몸을 솟구더니 어느결에 려홍이가 놓은 총을 들어 질끈 갈겼다. 웬 비도녀석이 나타나 긴 칼을 들고 려홍이를 찍으려다가 총에 맞아 너부러지고있었다. 려홍이는 후닥닥 뛰여일어나서 그자가 떨군 칼을 집어들고 주위를 살폈다.

   <<귀신같은 놈인걸! 어디서 나왔을가?>>

   려홍이는 폭파된 화점에 또 숨어있는 놈이 없나하여 다가가 보았다. 그랬더니 화점밑바닥에 난 구멍으로부터 칼쥐자가 또 하나 불쑥 솟아나오는것이였다. 그자를 없애려고 달려간 려홍이는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다른놈이 아니라 바로 여지껏 찾아헤매던 손자량이였던 것이다.

   <<하하하! 내가 네놈을 여기서 만나는구나! 이놈아 내 칼을 받아라!>>

   철천지 원쑤를 만난 려홍이는 그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손자량이도 려홍을 알아보고 흠칫 몸을 떨더니 악을 쓰고 달려들었다. 하나는 뱁새눈을 크게부릅뜨고 피발이 일어선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고 다른 하나는 복수의 불길이 펄펄 이는 두눈을 크게 떳다. 그 둘은 칼을 쥐고 서로 노리다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살기푸른 칼날과 칼날이 마주칠때마다 자지라진 쇠소리와 함께 섬광이 번쩍거렸다. 사납게 고함치면서 서로 삥삥 동아치는통에 여늬 사람들은 손에 땀만 쥘뿐 총도 감히 쏠수 없었다. 두사람이 다 땀을 뺐다. 그야말로 목숨을 내건 치렬한 생사결전이였다. 한걸음 물러서면서 다리옆에다 칼날을 붘였던 려홍이는 적수의 칼이 정수리를 막 내리찍으려는 순간 몸을 잽싸게 돌리면서 그를 맞받아 중둥쳤다. 저쪽 칼은 잘랑하고 부러지고말았다. 그러자 손자량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면서 부러진 칼을 던져버렸다.

   <<아놈아, 탈을 받아라!>>

   려홍이는 고함치면서 들고뛰려고 돌아서는 그를 한쪽어깨로부터 옆구리로 비스듬히 내리찍어 몸뚱아리를 두동강내보렸다.

 

   동산마루에 아침노을이 붉게 타기 시작했다. 전투는 민주련군의 대승리로 끝났다. 전장을 수습하면서 수색대가 대수색을 해보았지만 사문동만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금성의 이 남쪽 성은 특수하게 만들어진 것이였다. 적들은 그리 높지 않은 이 성 바깥쪽에다 돌로 한겹으로 덧쌓고 우를 덮어 성벽에 좁은 갱도를 냈다. 그리고 성벽안에다 여러개의 사격구를 만들었을뿐만아니라 성우에다도 갱도가 서로 이어진 20여개의 화력점을 만들어놓았었다. 사문동은 이 <<쌍벽보루>>를 영문자 <<s>>성이라 이름지었는데 그 자신이 오늘 난공불락이라고 자랑하던 이 보루안에 만들어놓은 비밀출구로 빠져서 멀리로 도망치고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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