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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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의 밤>> 제2부(28)
2015년 02월 04일 10시 09분  조회:2647  추천:0  작성자: 김송죽
 

                         28

 

 

 

 

 

    어제하루 해를 볼 수 없더니 오늘은 마침 웃날이 들었다.

    향란이는 말을 계속달리였다. 이번걸음은 올케와 함께 오빠만나러 태평진에 가던 때의 기분과는 완전히 달랐다. 신심을 보이면서 용감히 떠나기는 했지만 이러다가 내가 오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위구가 갈마들어 음침한 날씨처럼 개운치 않으면서 초조해났다. 그곳에 있기나하는지? 그사이 다른데로 자리를 옮겼다면 이 넓은 만주땅 어디에서 찾는단말인가? 오인은 전번에 왔을 때 자기들은 전에 기국했던 천묘령에 발을 붙이고 할동한다고 알려준바있다. 하여 곧추 그리로 향하는 판인데 그 구역에 채 이르기 전에 날이 저믈었다. 향란이는 인가를 찾아 밤을 지내야 했다.

    말을 멈춰세우고 사방을 둘러보니 가는 방향은 아니지만 그리 멀지 않은 산아래에 흡사 북망산같아보이는 궁상스러운 마을이 하나 있는것이 눈에 띠였다. 향란이는 거기로 말을 몰았다.

    가까이에 이르니 개짖는 소리 들려왔다. 

   《저 게모점에는 피자가 왜 저리도 헐떡거릴가?》(주)

    의문스러워 주저하다가 내친 걸음이니 그냥갔다.

    마을어구에 다 이르러서 향란이는 손에 총을 쥔자가 보초를 서고있음을 발견했다. 둘이였다. 일본군이 아니였다. 옷모양새와 거동을 보니 군인이 아니고 웬 잡놈같았다.

   《거 참 멋진거구나.》

   《내것하고 바꾸면 좋겠다.》

    둘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왔다.

    저것들이 이 말을 욕심내는 것 같은데 어쩌면 좋을가. 향란이는 속으로 이러면서 대방의 신분을 알수 없어 잠시 주저했다. 그러면서도 걸음을 그냥 놓고있는 말을 세우지는 않았다.

    가까이 가자 한자가 총을 꼬나들면서 목청을 뽑는것이였다.

   《누구야, 서라!》

    향란이는 말을 세우고 응대했다.

   《길가던 사람이요.》

    박암속에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여자라 둘은 들엇던 총을 내리우면서 다가들었다. 그들은 이켠의 얼굴을 뜯어보면서 경아해하고 있었다. 웬 계집인데 겁도 없이 이런 세월에 말타고 버젓이 나다니는가 하는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어쨌든 불차고 태여났으니 사나이요 너는 여자요 하면서 한수 얕잡아보고 드는것이였다. 

    그자가 거드름을 빼면서 이쪽을 향해 물어왔다.

   《뭘하는 계집인데 여기루는 왔는가?》

    초면에 처뱉는 말씀새부터가 막굴러먹은 불한당이라 향란이는 속이 괴여올랐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손쓸 정도는 아닌지라 참으면서 되도록 좋은 어투로 알려주었다.

   《날이 저물어 하루밤 묵어갈려구 그래요. 뭘하는 분들인지?》     《그걸 알고싶어? 우린 반일부대야.》

    제 신분을 이리도 경솔히 내뵈일 수 있을가? 향란은 한편 의심하면서도 그와 물어보았다.

   《방금 반일부대라했지요? 그렇다면 어느 부댄가요?》

   《우, 우리말이지. 우린 오군자야.》

   《뭐라구요! 오군자라구요?》

    향란이는 오군자라는 소리에 그만 놀랍기도 반갑기도 하거니와 옹쳐진 의문이 풀리지도 않아 다시캐물었다. 그랬더니 그자가 혀를 털었다.

   《쩌, 쩌, 쩌.... 이거 왜 사람을 믿지 못할가.》

   《넌 웬 녀잔데 우리가 누군갈 캐물는거냐?》

    다른 한 자가 총부리를 높이면서 하는 말이였다.

   《보고도 모르다니. 난 오군자를 찾고있어요.》

    향란이는 오군자부대가 이런 개잘량일 수는 없는데 하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그자들이 옳다고 우기니 가슴놀이 뛰였다.

    저쪽은 이제냐 녀인이 어딘가 다르게 보였던지 태도를 고치며 물었다.

   《뭘하는 사람이야?》

   《남의 운수를 봐주지요.》

   《산만자(점쟁이)란 말이지?》

    둘은 믿지 못하겠는지 한발 더 다가들었다.

   《더러운 돈 주무르는 사람아니구?》(주)

    그자들은 녀인이 도박쟁이나 아닌지 의심했다.

    향란이는 신경질이 났다.

   《귀찮게 노네. 잡답제하고 두령이 누군지나 알려줘.》

   《그건알아 뭘해?》

   《만날일이 있어서. 거거아!》

    향란이는 이 한마디로 자기이 류자신분을 드러내고말았다.

    그자들은 허투로 범접할 수 없었다. 한자가 향란이를 인도하여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에 들어 가 보니 뉘집에선가 울음소리 들려오는데 손에 꾸러미를 든 자들이 싸지르고 있었다. 그래서 개가 몹시 짖어대는 모양이다. 거지나 답지 않은 빈민의 마을에 들어 략탈을 하다니, 이게 그래 오군자부대란 말인가? 옳다면 변했어, 변한거야. 오인은 친일분자나 한간부호를 털고 징벌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놓고서는왜?.... 향란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은 마을복판에 있는 한 집앞에 이르었다. 향란이는 말고빼를 참나무울바자에다 얼른 매여놓고 그자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 너르지 않은 방안에 열댓되는 자들이 모여 왁작 떠들면서 술을 먹고 있었다. 고콜불이 너불거리면서 히미한 방안에 그림자를 만들어 그들 하나하나가 흡사 검덕귀신같기도 하고 변술부리는 도까비같기도했다.

    향란이를 데리고 들어온 보초가 안켠에 앉은 자의 곁에 다가가 귀에 대고 무어라 알리는 사이 문가에 앉은 자가 석냥을 득 그어서 녀인의 낯가까이로 가져왔다.

   《어허, 저건 어디서 나진 꽃이야 엉? 하하하....》

    한자가 복덩이가 굴러왔다면서 징글스레 웃자 미처생각못한 추접은 말들이 이 입 저 입에서 꼬리물고 줄지어 나왔다. 

   《고년 쟁반이(얼굴) 기뚝차게 곱구나!》

   《기뚝찬데!》

   《한판 굴러볼가부다.》

   《임마, 너한테 진상하는 오고지(보지) 아니야.》

   《내가 먼저맛볼테야.》

    한자가 일어나 답치기를 놓다가 취기를 이기지 못해 상을 엎지르며 넘어졌다.

    주먹이 날아갔다.

   《이 자식아, 제몸도 주체못하는 주제에 뜨물세수가 뭐야.》

   《으 하하하....》

    일장의 폭소가 터진다.

    반일군은 무슨놈의 반일군이야, 떨거지 강자(돼지)들이지. 참고있을자리가 아니였다.

   《이 두꺼비들아, 고니고기 먹고싶거든 오줌물에 제 낯짝이나 비춰보거라.》

    향란이는 구접은 자들이 무례하게 노는 꼴을 칼칼히 쏘아보다가 한마디 내뱉고는 곧 물려나오려했다.

    이때 도장수(都將帥)인듯한 자가 소리쳤다.

   《마상!》

    한자가 명령대로 향란을 붙잡았다.

    갑작스런 복새통에 고톨불이 꺼졌다.

    향란이는 자기를 붙잡고 놓지 않는 자의 머리털을 움켜잡으면서 무릎으로 턱주가리를 올리박아 꼭그라뜨리고는 몸을 빼여 날래게 밖으로 나오면서 허리에 감은 철채찍을 풀었다. 그 무리에도 날랜자들이 있어서 그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바깥까지 쫓아나왔다. 향란이는 철채찍으로 갈겨 득달같이 달려드는 다섯녀석을 다시일어나지도 못하게 밀대를 놓고는 울바자에 달려가 말고삐를 풀었다.

    집안에서 그년을 놓치지 말고 붙잡으라는 고함소리가 그냥났고 몇이 더 쓸어나왔다. 그사이 벌써 말잔등에 몸을 얹은 향란은 자기를 끌어내리려는 자들을 뿌리치고 마을을 나와버렸다.

    향란이는 하늘의 별을 보고 방향을 잡으면서 말을 계속 몰았다. 그러다 새벽녘에 어느 한 산간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마을을 지키던 보초가 알아보고 소리쳤다.

   《아니 이거 위아가씨아닙니까!?》

    그는 염왕산의 류자였다.

   《아유, 이럴변이라구야!》

    향란이도 반가와 탄성을 올렸다.

   《오인이 여게있나요?》

   《있습니다, 있구말구요. 위아가씬 그일 찾아왔겠죠?》

   《그래요. 날 그분하테 데려다줘요.》

    오군자의 지휘부가 마침 이 마을에 자리잡고 있었던것이다.       《호! 운수꺼벅거릴땐 나다니지 말라했지. 가짜리규가 있었다더니 가짜오군자가 있어서 하마터면 욕을 치를번했어요.》

    향란이는 민호를 만나자 이러면서 만시름을 놓았다.

    민호는 그녀가 오면서 겪은 얘기를 들으니 눈에서 불이났다.

   《더러운 놈들, 고약한 짓을 하고있네. 백성들이 이 오군자를 뭐로 보겠는가.》

    인원이 불과 20여명밖에 안되는 날부란당이 이런 란리에 남의 이름을 도용하여 돌아다니며 략탈질을 해먹고 있었다. 

    민호는 몹시 격분했다.

   《갈테요! 한놈도 남기지 않고 씨알머리를 없애버릴테요!》      반둬더 전문방이 당장 거조를 내려는 그를 진정시켰다.

   《이보게 오인! 사람이 밸날 때 같으면야 씨알머리를 없애치워도 시원찮지만 그래서야 될가. 자칫잘못했다가는 되려 우리가 반일부대아니구 살인백정이란 욕을 먹을 수 있는거요. 안그러오. 그러니까 그러지를 말고 내 생각같아서는 이렇네....》

    그는 자기의 주장을 내놓았다. 그 주장인즉은 미물인 짐승도 길들일탓에 달렸는데 차라리 이럴때 그자들을 경고하고 교육해서 버릇을 버리고 반일에 나서게끔 인도하는게 더 났지 않겠는가하는것이였다.

    민호는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물색없는 소리는 아닌지라 막설할 수 없었다. 이 오군자를 보더라도 본분이 그런자들인것을 설강하고 수편해서 지금의 대오로 모양을 갖추게된게 아닌가. 그자들을 설강해 보아 말을 들어주면 좋고 듣지 않고 엇서거나 대항하면 그때는 리류가 충족하니 없애버려도 늦지 않는것이다.

    민호는 그 날부란당을 설강(선전)할 임무를 왕견과 하진국 두사람에게 주었다.

    향란이는 민호에게 그사이 염왕산에서 벌어진일들을 상세하게 알려주고나서 자기가 여기까지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그랬더니 민호는 그들을 구원하는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응분의 직책으로 여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모두들 향란아가씨만큼 나를 리해해줬으면 오죽좋겠소. 그러면야 고마운 일이지. 내가 왜서 염왕산과 등을 지겠소. 그럴 리유가 하나도 없지. 용강형이 귀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아닌게아니라 별궁리를 다했더랬소. 그런데 지금은 회개하고 돌아섰다니 아주 반가운일이요. 응당 그래야지!》

    민호는 이제야 백형 민수가 독립군에 들어 총을 잡은것도, 독립군이 붕괴되니 청산의용대에 든것도, 자기를 보러 염왕산에 들어간것도, 위삼포를 반일에 나서게끔 설강한것도, 200명의 대오를 끌고 태평진에 들어갔다가 잘못된것도 비로서 알게되였다.

   《용감한 형님이 우둔한 짓을 했지. 너무나 어리석었어!》

    그는 제 형을 이같이 평했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들께 무엇이라 알린단말인가, 시체마저 찾을 길 없으니 통분했다.

 

    민호는 지체함이 없이 련락병을 보내여 근처 여러마을에 나뉘여 주둔하고있는 만성, 마수재, 금보 동래호에게 각각 알리였다. 하여 이틑날 오전내로 전원은 한곳에 집결했다.

    오후. 오군자의 300여명 기마병은 깃발을 펄펄 날리면서 기세높히 염왕산을 향해 출발했다.

    향란이 민호와 나란히 가면서 남앞에서는 말하기 부끄러운 위씨가족의 딱한 사정 한가지를 그한테 말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올케하고 오랍관계가 형편없이 버성겨졌어요. 오랍이 그리고 돌아온 후부터 올케는 근본 한자리에 들려고도 하잖아요.》

   《한자리에 안들면.... 그래 춘매아주머닌 잠은 어디서 자게?》

   《지금도 그냥 내방에 와서....》

   《싸우진않는가?》

   《만나서도 여지껏 서로 말한마디도 없어요. 나하고 함께 태평진에 갔을때였어요. 오랍이 데리고 놀던 계집이 올케보고 할빈기생이 아니냐고 했죠. 올케는 그게 큰 모욕이 돼서 지금도....》

   《그럴 수 맞아. 속담에도 있잖아, 화냥년보고 화냥질했다해도 좋아는 안한다는.》  

   《아마그런것 같애요. 올케는 그까짓거하고 맘 너르게 먹으면 좋으련마.... 오랍도 그렇지, 잘못을 먼저빌면서 속심나눴으면 좋으련만  훌륭한 닭은 개와 다투지 않고 대장부는 여자와 다투지 않는다해서 그러는지 네똥집돌아가라 내쳐두는것 같아요.》

   《내쳐두는게 아니라 낯이 가려운걸 아니까 그러겠지. 몸의 상쳐는 고치기 쉬워도 마음의 상처는 고치기 어려운거야.》

    민호는 그저 이정도로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날밤 보초를 섯던 류자가 가만히 오빠가 주혜란녀인을 죽이고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여 그것으로 술을 먹었노라 알려준바있다. 소춘매가 그 사실을 안다면 주혜란한테 멸시를 받아 생긴 분노쯤은 골백번 풀어졌으련만 향란은 그 일을 아직까지도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고있는것이다. 오랍이 남한테 사람아니고 식인종이라는   말을 들을것 같아서.

 

     민호도 잘알고있다싶히 염왕산은 팔괘진을 이루면서 동남, 서북, 서남, 동북 네귀에 각각 길이 열려져있는것이다. 한데 산속에 잡아들면 그것은 여러갈래로 석갈리는 미로여서 다녀보지 못한 사람은 들어가기만하면 나오지도 못하고 헤매다가 지쳐죽거나 아니면 짐승의 밥이 되고마는 것이다.

    부상당했거나 말이 총알을 맞고 꼭그라지는 통에 포로되여 태평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류자중 어떤자는 목숨이 아까와 적의 길잡이로 나설것이다. 길잡이가 생겼을 시 적들이 가만있을 리가 있는가?... 하루라도 빨리 염왕산을 뽑아버리자고 달려들것이다. 왜 그럴가? 원인은 간단했다. 그곳은 지금 그렇거니와 앞으로도 반일군이 자리틀고 앉는 난공불락의 병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호는 북만에서 반일투쟁을 견지하자면 염왕산을 잃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다. 대를 이어 내려오며 건설된 토비소굴의 위치와 환경이 그같이 가치가 컷던것이다. 

    민호는 여지껏 유격전을 해왔다. 그는 자기의 대오를 이끌고 태평진을 우회하여 염왕산에 접근했다.

    우연이였던지 아니면 필연이였던지 일은 묘하게 되어갔다. 민호는 염왕산입구에서 눈지 얼마오라잖는 말똥을 발견했고 얼마가지 않아서는 한때 자기가 와있었던 외선초소마저 비여있음을 발견하게 되였다. 

   《적이 염왕산에 기여들었다!》

    그는 긍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대오는 쾌속전진했다.

    그들은 차츰 저 앞쪽 어디선가 박격포탄이 작렬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저녁때가 되어오는, 산그림자가 지고있는 골짜기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산채가 가까워질수록 총소리도 들리였다. 무질서한 대응사격이 보여주고있는 표적이였다. 태평진에 주둔하고있는 관동군 오도야마사령이 전날 태평진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포로로 되고만 류자다섯중 둘이 투항하여 길잡이가 생기자 염왕산토비굴을 아예없애버릴 예산으로 300여명의 수비대병력을 총동원하여 건곤일척(乾坤一擲)의 공격전을 개시한것인데 생각밖에 경각성높은 염왕산류자들이 사전에 만단의 대적준비를 하고있다가 완강한 저항을 하는 통에 진공은 고사하고 산채에 채 접근하지도 못한채 사상자만 내면서 시간을 소모하고있었던것이다. 

    한창 이런때에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한것 처럼 오군자기마병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왜놈들에게 본때를 보이자!》

    그들은 달려오던 그 바람으로 적의 뒷통수를 냅다갈겼다.

    이것은 전혀 예상못했던 타격이였다. 배후로부터 이같이 날벼락을 맞게 된 오도야마는 진퇴량난이라 당황망조하여 어쩔줄을 몰라했다. 결국 그는 근 반수의 병력을 잃어가면서 산속으로 도망쳤다. 총탄을 맞고 꼭그라진 자, 너부러진자, 비명속에 숨을 거두는 자....화약연기 안개처럼 자오록한 염왕산 동남골은 살풍경이였다.

    오도야마의 참패야말로 얼굴을 못들고 다닐 수치였다. 그는 분김에 군도를 빼여 길잡이로 써먹었던 류자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한편 전장수습을 끝낸 염왕산은 환락의 불도가니로 되였다. 사기진작한 류자들은 일본군은 격파할 수 없는 강군이 아니구나 두려움만 없으면 얼마든지 쳐물리칠 수 있는 적이구나했다. 지어 어떤 류자들은 이제보니 우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허깨비였구나 하고 평하면서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하기도했다.

    그런심리는 경계심을 마비할 수 있으니 위험스러운 것이였다.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위용강은 오군자가 가슴이 울렁거리도록 고마웠다.

   《오인 나 좀!....》

    그는 민호를 불러놓고 달려와 두 손을 잡고는 아래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민호가 입을 먼저열었다.

   《아무튼 돌아와서 고맙소. 이제는 넘어져도 함께 넘어지고 망해도 함께 망하기요! 세상에 공포된 염왕산의 수치를 벗어야하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손잡고 육탄혈전을 해나가기오!》

   《그러기오! 맹세하오! 이제다시 변절한이 된다면 오인이 나를  옷벗겨놓소!》

    위용강이 토해놓는 말이였다.

    옷을 벗기라는건 깝지를 발라라는 말이였다. 토비들이 쓰는 가장 잔인한 사형방법이 바로 깝지를 바르는것이였다. 그들은 울라를 만드느라 소가죽을 벗길 때면 종종 이런 지독한 짓을 하군한다. 대체 어떻게 하는가. 먼저 소를 꼼짝못하게 나무에 매여놓고는 칼로 네발목의 깝지를 빙돌려 에여놓고 같은식으로 목의 둘레도 에여놓는다. 그런 후 목가죽에 칼끝을 넣어 쭉 내려와 배꼽아래까지 다 그어놓고는 네다리도 안쪽을 그렇게 그어놓는다. 그리고 나서 목가죽에다 쇠고리 몇 개를 단단히 건 후 매놓은것들을 풀고 몽둥이로 소의 궁둥이를 세게 답새긴다. 그러면 소가 놀래여 앞으로 내뛰게 되는데 깝지가 홀랑 다 벗겨지고마는것이다.

    토비들은 소를 깝지바르듯이 사람도 깝지를 발라내는데 잔인하기 그지없는 이 사형방법은 오로지 극악한 철천지원쑤를 죽일때만 사용했다. 위삼포는 진사해를 그렇게 처단하려했다. 그런것을 민호가 그것이 너무나도 참혹하여 그저 꽃옷을 입히고말았는데 오늘은 위용강이 스스로 자기가 낙언을 지키지 않으면 그렇게 죽여버리라는거다.

    중국에 다투고나서야 더 가까워진다는 리언(俚諺)이 있지 않는가. 이번일까지 격고보니 서로알만했다. 민호는 위용강의 손을 다시 굳게 잡았다. 이제는 서로 믿을만했다. 사교를 맺을만도했다.

    승리연을 크게 차리면서 이제는 오군자가 염왕산과 합치여 이곳을 본영으로 하기로 결정지었다.

    류자무장을 합하면 모두 560여명 되였다.

    이제는 염왕산의 맏두령이 누가되여야 하는가 하는 말이 나왔는데 민호는 이 문제는 의논할여지도 없는것이요 의논하면 잘못되는것이라 찍으면서 제 주장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선장자리를 선장이 지키듯이 맏두령의 자리는 위포토우가 앉아야합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너무나 당연하지요. 이 염왕산을 누가 개척하고 지켜왔습니까, 위씨일가족이 아닙니까. 위포토우가 실력이 없다면 몰라도. 안그렇습니까?》

    들어보니 맞는말이라 모두 그렇게 해야한다면서 찬동했다. 그리하여 위용강은 아버지의 자리를 승계하게 되었다.

    민호는 포토우로 되었고 사량팔주는 정과 부로 하여 각 2명씩있게되였다. 그리고 류자무장을 조직함에는 의연히 군사편제를 사용했는데 류자 40여명으로 경비대를 내오고 500명으로 기동작전련 5개를 만들었다. 련에는 패, 패에는 반. 후근에 20명..... 있어야할것은 다 있고 나누어야할것은 다 나누었다.

    이제는 국을 밝게하기 위해 일본군과 싸우는 중임이 남았다.

    민호는 명의상 포토우였지 기실은 총지휘나답지 않았다. 여지껏 작전은 그가 지휘해왔고 앞으로도 지휘해야하니까. 류자들의 깨버릴 수 없는 재래습관으로부터 굳어진 조직형식을 보존하면서 항전을 해야하는데 문제는 그와 위용강이 어떻게 마찰이 없이 잘 융합되는가하는것이였다. 민호는 잘 융합되리라 생각했다.

    이번에 치른 공방전이 짧은 시일내에 연출된 원인을 분석하면서 앞으로의 대책을 모색할 때 민호는 중대한 문제를 하나 생각해냈다. 그것은 적의 길잡이를 꼭 없애버려야한다는 것이다. 염왕산류자는 법규가 대단해 각자는 그것을 절대적으로 엄수하는줄로만 알았는데 이번에 보면 그런것도 아니였다. 포로가 죽더라도 길잡이를 서주지 않으면야 오도야마가 병사를 끌고 감히 쳐들어올가? 그러지 못하는것이다. 그의 손에 포로된자가 아직 몇이 남아있는지 그들이 배신하지 않으리라고 어찌믿겠는가. 포로된자 중 전향한 자가 몇이며 누구인가를 구체적으로 알아봐야했다.

    민호는 날아올 화살은 미리뽑아버려야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모두 그래야한다고 했지 다른말이 없었다.

    왕견이 민호의 명령을 받고 정찰반에서 행동이 가장 령민하고 쪽박(입)이 굳은 류자 3명을 골라데리고 산채를 나갔다.

    그들은 맡은 임무를 제대로 집행하고 있었다.

    그 넷이 밤중에 토성을 넘어 태평진에 잠입한지 3일만에 염왕산류자였던 자의 잘리운 목이 하나 진복판 전선대에 걸렸다. 왕견이 포로된 자를 색출하여 하나 처형한 건데 그것은 경고였다.

    경계가 삼엄한 진내에서 이런일이 발생하니 특무들은 눈에 쌍초롱을 켜고 잠입한 자객을 수사하는 한편 장차 써먹기 위해서 살려두고있는 포로들을 보배같이 여기면서 보호했다. 한데 살아있던 류자 셋이 한꺼번에 자결하고말았다. 그럴 수밖에. 자기가 이제 일본군의 길잡이를 서준다면 아무 때건 형님동생하며 지냈던 류자들 손에 저렇게 목이 날아날것은 물론 무자비한 그들에 의하여 온 가족이  화를 입을게 빤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다른 하나의 우환거리는 오군자의 이름을 내걸고 도처에서 료락질을 해먹고 살아가는 그 날부란당이였다. 사세가 너무도 급촉하여 미처 처리못하고 온건데 그자들이 지금도 그냥 그멋으로 돌아다니는지 민호는 되도록 그자들을 설강(說降)해서 수편(끌어옴)할 생각을 갖고 하진국을 거기로 파견했다.

    한데 그가 떠나간지 보름이 되었는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거니와 소식조차없었다. 민호는 속이 달아나기시작했다.

    성질이 급한 왕견이 민호를 세 번째 찾아온다.   

   《여보게 우리 진국이 아직두 안왔지?》

   《안왔소.》

   《어떻게 된 판이여?》

   《글쎄 낸들 알수 있어야지.》

   《모르면 알아봐야지. 멍청한 사람아.》

    민호는 그의 비난을 듣고서 그 자리로 청찰원 둘을 보냈다.

    그랬더니 6일만에 그들이 돌아와 하는 보고를 들으니 기막히였다. 하진국은 이미 피살되였고 그 한무리의 날부란당은 지금도 돌아다니면서 료락질을 하고있었던 것이다.

   《내가 얼빠진 노릇을 했구나!》

    하진국을 잃고보니 민호는 통곡이 나갈 지경이였다.

    딱친구를 잃은 왕견은 더더욱 분통이 터져 길길이 뛰였다.

   《그자들을 빼버려! 빼버려! 어쩔테야, 네가 안가면 내가 갈테다! 내가 갈테야!》

    이 억척보두를 당해낼 자는 없었다. 민호는 류자 30명을 주어 그를 내보냈다.

 

    하늘에서는 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이 바람에 흩날리였다.      사람을 갑갑하고 울적하게 만드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였다.

    왕견이 이끄는 기마대는 그 날부란당을 찾아내려고 동분서주했다. 흡사 먹이를 찾아 헤매는 승냥이떼와도 같이.  

    어느날이다. 그들은 호수가 얼마안되는 마을로 들어갔다. 때는 정오무렵이였는데 30여명의 인마가 갑작스레 나타나는바람에 마을안은  복새통이 났다. 개들이 악패듯 짓어댔고 사람들은 놀래여 토비가 왔다면서 숨었다.

    왕견이 어디론가 허둥지둥 가고있는 로인 하나를 불러 세웠다.

   《령감, 왜 이러우 우리가 왔는데.》

   《너희들은 어느패냐?》

   《오군자외다.》

   《또 그놈의 오군자냐. 푸대죽도 못먹는 집에 뭐가 있다구 자꾸달려드는거냐?》

    그 로인은 증오의 불길이 황황 일고있는 눈으로 그들의 모양새를 다시한번 일별하고나서 두말없이 돌아섰다.

   《이런 제길헐!》

    왕견은 두덜대면서 그를 다시세우려했다.

   《령감, 제길할! 달아나긴 왜 달아나우. 거기 좀 서시오. 서라니까. 한가지 물어볼거있수다.》

    아무리 불러도 그 로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쥉쥉 가버렸다.

   《제길할! 다 그놈들탓이다!》

    왕견은 그 마을을 나와버렸다.

    모두들 시장끼가 들었다. 산구빈돌이를 앞에 놓고 지친 말도 쉬울 겸 안장에 처맨 건량대(乾糧袋)를 풀어 대충요기를 하고있는데 웬 말탄 녀석이 산구비를 돌아섰다가 이켠을 발견하고 멍해있더니 말머리를 되돌리는것이였다.    

   《게섯거라!》

    왕견은 그자가 그냥 내빼려는것을 알고 권총을 제꺽뽑아 련거퍼 두방갈겼다.

    첫방은 말궁둥이를 맟히고 두 번째 방은 말의 뒤다리를 맟혔다. 말은 궁둥이를 하늘높이 치켰다가 뛰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그통에 녀석은 지붕에서 떨어진 박같이 허망나가딩굴었다.

    류자들이 달려가 그자를 붙잡아왔다.

   《넌 웬놈이냐?》

    왕견이 물었다.

   《어이구. 어이구....》

    그자는 여럿이 자기를 둘러싸는지라 두눈을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울상이 되어 제 엉덩이를 만질 뿐 대답이 없다.

   《자식, 엄부럭떨긴 제기!》

    왕견이 화가 동해 큰 눈알을 부라렸다.

   《이놈은 귀구멍을 뚜져놔야 알가부다.》

    다른 한 류자가 비수를뽑았다.

   《저, 저 말하지.》

    그자는 그제야 느릿이 입을 여는데 과연 명창이였다.

   《나는 오군자사람인데...》

   《네가 오군자사람이라? 하하하....》

    류자들은 모두 어이없어 폭소를 텃치였다.

    그자는 말끝도 채 맺지 못하고 들통이 나 그만 남의 놀림마가리로 돼버렸다.

   《야 이놈아, 네가 오군자라했지. 이름은 뭔데?》

   《그렇다면야 우린 한형제구나. 그렇지?》

   《이 어리석은 놈아, 네가 오군자면 나를 알만하냐?》

   《?........》

   《하하하....》

    비난과 욕질이 빗발치듯했다. 그자는 털썩 주저앉아 턱주가리를 덜덜 떨어댈 뿐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쩔쩔맸다. 

    왕견이 그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가자, 걸으라. 너희들 오군자가 있는데루 우릴 모시거라.》

    바로 가려는 마을이였다. 날부란당녀석들이 며칠채 가지 않고 그 마을에 들어있었는데 이자는 정찰임무를 맡고 나섯다가 운수사나와 그만 포로가 되고만 것이다. 왕견은 그자의 입을 통해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그 한 무리가 설강하러 간 하진국을 공산당사람으로 몰아 죽이였거니와 남은 감히 못하는 료락질을 항일에 나선 오군자의 명예를 도용하여 기편하고 폭력을 쓰기도 하면서 계속 서슴없이 감행하고있다는것을 확인했다.

    천추에 용납못할 죄요 살려둬서는 안될 놈들이였다.

    한데 마을로 들어가자고 보니 한낮에 싸움이 붙을 것 같고  그런다면 무고한 주민이 곁불에 화를 크게 입을것 같아 피하여 린근은 산속에 숨었다가 밤중에 보초를 죽이고 엄습하여 두집에 나뉘여 자고있는 그자들을 몽땅 붙잡았다.

    목숨이 귀한건 알았던 모양이다. 그자들은 죽음이 림박했음에도 살아보려고 설강을 받겠다고했다. 왕견은 인간도 아닌 너깟들을 누가 받아주느냐면서 마을밖으로 끌고 나가 모조리 죽여버렸다.  그리고나서 도장수의 머리를 베여 친구의 제단에 올려놓았다.

   《진국아, 이 형님이 네 원쑤를 갚았네라. 사람의 인생이 영구불멸하는게 아니요 만세란건 있을수도 없는거야. 눈뜨고 살았으니 어차피 눈감고 가야잖니 저승가서 안식하거라.》

...............................................................................................................................    * 게모점ㅡ농촌.   * 피자ㅡ개.  * 더러운 돈 주무르는 사람ㅡ도박군.  *마상ㅡ붙잡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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