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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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관동의 밤>>제1부(21)
2015년 02월 03일 11시 39분  조회:2364  추천:0  작성자: 김송죽
 

                        21

 

 

 

 

 

    위삼포는 이번걸음에 송곰보장원담장밑에다 새자 다섯을 버리고 창황히 와버렸다. 병가상사라고 하지만 신심있게 달려든 일이 추호의 소득도 없이 손해만 보고 패했으니 염왕산의 략탈사에서는 그야말로 보기드믄 수치였다. 하여 위삼포는 사량팔주와 더불어 이번의 출격역시 실패하고 만 리유를 규명하느라 여러면으로 분석하고 검토해보았다. 정탐을 떨떨하게 했는가? 그런것도 아니였다. 송지주네 가원을 지키는 무장은 틀림없이 20명뿐이다. 한데 그날밤의 방어력을 보면 다섯배도 넘을것이였다. 포대에 걸어놓은 태깔(주)까지 아가리를 연걸 보면 이쪽에서 가리라는것을 미리알고 만단의 대비를 하고있다가 반격한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번의 행동계획도 밖으로 새여나갔단말인가? 어떻게?....

    혹시 자기가 불민해서 정찰도중 송곰보로 하여금 미연에 대적준비를 하게끔 한게 아닐가 하고 생각하던 정민호는 아니다 반둬더를 시중들고있는 장평이 혹시 비밀적인 어떤 일을 알아갖고 진사해한테 발설하지나않았을가 하는 의심이 문득들었다.

    진사해는 본래 밀산출신이다. 한즉 전에 그의 패가 밀산에다 지반을 두고있으면서 송곰보와는 사이가 좋았었을 수 있다. 그러하다면 이쪽에서 송곰보의 기와가마를 마스려한다면 그의 태도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는 어느 위치에 서겠는가 그 말이다. 염왕산에 투신했어도 염왕산과 감정이 깊은 사람이면 몰라도 지금보아서는 그렇지 않다. 진사해가 옛우정을 잊지 않아 이곳의 계획을 안다면 그한테 알려줘서 미리대책을 세우게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민호는 장평을 조용히 불렀다.

   《형님 무슨이요?》

    지금은 민호와 향란이를 친형님 친누나같이 여기고있는 그다.

    그를 볼때마다 웃는얼굴로 대해주던 민호였는데 오늘은 심각해진 기색으로 어름어름 살피다가 입을 열고 묻는다.

   《한가지 묻겠다. 네가 언제 진사해한테 우리가 밀산가리라는걸 혹 발설한적이 없니?》

   《없소. 나도 떠나는 날 아침에야 거기로 간다는걸 알았소.》 

   《그랬단말이지. 그렇다면 참.... 잘생각해봐라 네가 혹 말말간에라도 진사해앞에서 그가 모르는걸 번진적이 없는가구.》

    장평은 눈을 꺼무럭거리며 생각하더니 한가지 이왕사를 더듬어냈다.

   《내가 한번은 그보고 올묘동은 반달늦어질거라 말한적있소.》

   《뭐라, 네가 그런 소리를 했다구? 넌 그걸 어떻게 알았냐?》

   《양부한테서 들었소. 내가 올묘동때는 할빈가 놀다오겠다니 양부께서 올묘동은 아마 보름쯤 늦어질것 같다구했소. 난 그래서....》

   《사달은 거기서났구나!》

   《그게 어쩌믄?....》

   《생각해봐라 진사해도 머리도는 사람인데 묘동이 늦어질 때는 꼭 어떤 행사가 있으리라는걸 짐작하지 않겠니.》

   《참 그럴수도 있겠구만! 그럼 이건...》

   《넌 이젠 정말 입을 단단히 닫아 걸어야겠다. 이제 한번다시 실수하는 날이면 큰일난다.》

    민호는 속이 황황해서 두눈이 화등잔같이 된 장평을 까딱 말못하게 뒤를 눌러놓았다. 그는 이번일은 뛸데없이 진사해의 작간이라 짚었다. 그자는 남을 해치자고 기여든 엉큼한 승냥이다. 그런데도 자꾸 뒤를 재서야 어떻게 하는가. 이젠 달이 둥글어진거다. 이번기회를 빌어 복수를 하자. 민호는 이제 해야 할 행동을 생각했다.       그는 밀산에서 돌아오다가 얻은 그 말들을 보러 후근마사로 가다가 마침 위용강을 만났다.

   《민호동생은 과연장해, 퇴로를 도왔겠다 말을 두필이나 얻어왔겠다. 내 방금 마사에 들어가보구 나오는 길인데 말이 괜찮아!》

    음주를 했는지 기분이 자못 좋아하는 양이였다.

   《위형이 마음들거든 한필 골라가지오.》

   《내야 좋은 말 있잖아. 보아하니 진사해가 제 사족배기를 자네가 갖고 온 절따말하구 바꾸고 푼 생각이더구만.》

   《허, 비위살좋네.》

   《어디 줘보게나. 자넬 영웅이라구 칭찬하는 판인데 친절을 좀 베풀어보지.》

   《구수지간에 친절이 다 뭐요.》

    민호는 그가 부러 롱으로 해보는 소리라는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거치른 소리를 내뱉고는 자기가 방금 장평을 마난 일을 그한테 말하면서 밀산행을 두 번 다 실패케 만든자느 틀림없이 진사일것이라했다.

   《그자식 속에다 칼을 품고있으면서두 입에는 꿀을 발랐네.》

    위용강이 듣고나서 심각해지며 뇌이는 소리였다.

    민호는 자기것으로 된 절따말을 가보고 거실로 돌아왔다. 그는 중앙산채의 동북쪽별채에 들어있었다. 그래서 창문을 열면 저기 마즌켠 새자들이 들어있는 두 산채사이로 그가 꿩망태를 메고 늘 날짐승잡이를 다니군하던 동북쪽골을 볼 수 있었다. 이 거실은 차챈더가 생전에 들었던 방이였다. 다른거실과 마찬가지로 출입문 하나는 중앙대청으로 나있어서 내외통행이 편리하게 꾸며졌다. 그리고  이 거실은 향란의 거실과 대각선에 놓여 있었다. 그들 두거실을 기준하여 보면 서북과 서쪽에는 위삼포, 위포토우부부, 량태와 즈좡이 들어있는 세별채가 있고 동쪽과 동남쪽에는 반둬더, 양즈방과 화서즈, 수이샹이 들어있는 세별채가 차례로 있었다.

    민호가 여기로 자리를 옮길 때 향란이는 그를 도와 이미 저세상사람이 된 차챈더가 생전에 쓰던 물건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없애치우고는 몽땅 새것으로 갈아주었다. 담대한 그녀가 사람죽은걸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미신적인 관념에 잡히다보니 남과 다름없이 죽은 사람의 것은 께림직해 하는 성미였다.

    어느날 한낮에 민호는 말안장을 수리했다. 그러다가 약속해둔 시간이 되니 향란의 거실로 건너갔다. 향란의 거실에는 소춘매와 진사해가 먼저와있었는데 향란이 혼자서 상을 차리고 진사해와 소춘매는 부피두터운 책을 펼쳐놓고 한창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어허 주인이 왔구려!》

    진사해가 머리를 치켜들고 보더니 내던지는 소리였다.

    아니 향란이가 왜 저녀석까지 청했는가? 민호는 속으로 고까와했다. 주석을 베풀려면 참석인원이 누구누구라는것을 의례 알려줘야 옳은건데 향란이는 그러지를 않았다. 대체 무슨 속궁리를 하고있는지 물어볼 수도 없는거고... 민호는 격해나려던 감정을 눅잣히고 다가가며 물었다.

   《아주머니, 건 무슨책입니까?》

    소춘매가 알려주었다.

   《<김병매>얘요. 읽어봤나요?》

   《언제. 내같은게 글이 짧아 있대두 읽어내기나하겠습니까.》

    진사해가 책을 쥐여 보라며 주었다.

    민호가 받아서 펼쳐보니 남녀가 붙어서 섹스하는 장면을 그린 삽화들이 적잖았다.

   《끔찍한데! 이건 대체 무슨 소설이게?》

   《안의걸 좀읽어보우. 전탕 정채로운 장면만 썼는데 굉장하오. 으흐흐흐...》

    진사해는 말해놓고 징글스레 웃었다.

   《그 책을 단지 그렇게만 봐서는 맞지 않아요.》

    향란은 이켠을 보면서 그의 관점을 시정했다. 그녀는 이마에 내려와 나실거리는 머리카락을 조용히 쓸어올리고나서 이번에는 민호를 향해 설명했다.

   《그 책은 서문경이라는 상인이 부정한 수단으로 관리가 돼갖고 음탕호색으로 보낸 이야기를 썼는데 읽어보노라면 그때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가를 알게돼요. 같은 책이라도 사람의 나름에 따라 감수가 다르겠지요. 안그런가요?》

   《하하하.... 그렇지, 그래. 거야그렇구말구.》

    진사해는 부접좋게 무안을 뭉때리고나서 향란이를 향해 아가씨가 이 책을 다 읽어본것 같은데 이야기의 줄거리라도 자기한테 한번 얘기해줄 수 없겠느냐했다.

    자식이 얼마나 천연덕스러운가. 민호는 입가에 조소를 머금으면서 향란이를 보았다.

   《그러지요. 그거야 못하겠나요. 이제 마지막까지 다 읽고요.》

    향란이는 웃음까지 지어가면서 선선히 응대했다.

    벽난로안에서 토막나무가 탁ㅡ탁ㅡ 불찌를 날리면서 타고있다.

    창밖에서는 바람이 윙ㅡ윙ㅡ 기승부리며 눈보라를 일쿠고있지만 아름드리통나무를 무어서 지은 집안은 훈훈했다.

    대청과 통하는 출입문이 열리더니 위용강이 방에 들어섰다.

    향란이는 오빠를 보더니 약간 짜증석인 음성으로 나무렸다.

   《오랍은 반강자를 새로고와갖고 오는모양이지. 기다리는 분들은 목이 늘어났을거얘요.》

    위용강은 벌씬 웃으면서 갖고 온 술 두병을 탁상에 놓았다.

   《오늘밤 우리 모두 취토록 몽두춘해보자.》

    소춘매가 남편이 벗은 털가옷을 옷걸개에 걸면서 저만 취토록 마실 념을 말고 옆사람도 즐겁게 만들라고 가볍게 타일렀다.

    민호는 람프심지를 돋구면서 다시금 이네들이 주석을 베푸는 진의가 대체 무엇일가고 생각했다.

    그들 다섯은 둥근탁상에 둘러앉았다. 상우에는 향란이가 내놓은 산대추술 한병과 위용강이 방금 가져온 고량배갈(高糧酒) 두병이 놓여있고 두녀인의 솜씨로 정성스레 만들어진 소갈비찜과 노루간볶음, 꿩고기볶은, 소채갑회를 비롯한 여덟가지 채가 올랐다.

    일견하여 마음먹고 준비한 음식이였다.

    성격이 콸콸하고 노상 쾌활한 향란이가 먼저 남자들의 잔에다 산대추술을 붓고 저들의 잔에다도 넘쳐나게 붓고는 선포했다.

   《오늘밤 술좌석은 이번 개극(싸움)에 공많이 세운 우리 차챈더분을 위로해서 오랍의 제의하에 형님이 마련된거얘요. 그리고 나도 좀 성의넣고요. 사해오빠역시 지지한거애요. 안그런가요?》

   《그렇지, 그래. 나도 지지했어, 응당그래야한다구.》

    진사해는 기회를 놓칠세라 자기의 태도를 보였다.

    민호가 말했다.

   《나를 위로하는거라니 대단히 갑사합니다. 헌데 이번 매매(일) 가 틀려서 나는 기분안납니다.》

    진사해가 말꼬리를 제꺽물었다.

   《세상일이 어찌 성공만있겠소. 공략에 패했어도 유공자는 장려함이 마땅하지. 안그렇소, 아가씨분들!》

   《옳아요!》

   《옳아요!》

    두 녀인은 맞장구쳤다.

   《공과 영예를 축하해서, 우리들의 우의와 친절을 위해서, 안녕과 장래를 위해서, 자 모두 잔을 쭉 내기요!》

    위용강이 처음부터 좌석의 주흥을 돋구려했다.

    나를 위로하는건데 진사해도 지지했다지?... 민호는 위용강이 주연을 베푼 진가를 알듯말듯했다. 갑을간 맞추며 즐겨봐야지.

   《소아주머니의 노래를 좀 들어봅시다.》

    술이 몇순배 돌아 취기가 오르자 민호가 청했다.

    소춘매는 비파를 안더니 <사계절가>를 타면서 노래불렀다. 그녀는 듣던 소문과 같이 과연 재산을 팔아가면서라도 그냥듣고싶을 정도로 명창이였다.

    향란이도 요청에 의해 소소를 불었다. 술이 잘된 진사해가 곡에 맞춰서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한가지 주장을 내놓았다.

   《우리 지금부터 금곡주수를 해보는게 어떻소.》

    시를 지어 별주내기를 하자는 소리다. 제법 문명인다운 창의같았다. 한데 그에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향란이가 다른 한가지 제의를 내놓았다.

   《그러지 말고 세 남성분께서 차라리 글쓰기시합을 하는게 났겠어요. 거야 얼마든 비겨볼 자신들이 있겠죠. 내하고 형님하곤 평을 할게요. 절대루 공정하게요.》

    하면서 그녀는 일어나 지필묵을 가져다 구들우에 놓았다.

    위용강이 팔을 홰홰 저었다. 

   《난 손떨려 기권이다. 사해형하고 민호동생 어디 해보지. 향란아 글귀는 네가 내놓는게 좋겠다. 되도록 족자 두 개에 붙일 수 있도록 네글자 네글자 모두 여덟글자가 되게끔.》

   《그거야 쉽지요. 자 두분 다 여기와요. 누가 먼저쓸텐가요? 한분이 한구절 네글자씩. 들었어요?》

    향란이는 엄한 시험관마냥 진사해와 민호를 번갈아보았다.

    진사해가 비죽이 웃더니 먼저일어선다. 속으로 조선놈인 네가 넓적글을 알면 얼마알겠냐며 한수접고드는것이였다.

   《먼저쓰시오, 내야 남이 쓰면 그걸 따라오릴줄밖에 모르는데.》      민호는 겸손히 사양하면서 그한테 선을 주었다.

    향란이도 그렇게 하라고 암시를 하고있었다.

    입만 벌리면 <천자문>을 얼음판에 표주박밀듯 하는 진사해가 종이를 앞으로 끄당기더니 붓을 들어 쓸준비를 했다.

   《사해오빠가 먼저니 앞구절을 써야죠. 자, 불러요. 화인악적!》

    진사해의 낯빛이 돌연히 흐렸다가 천천히 다시개였다. 웬일인지 그는 손을 가늘게 떨면서 <禍因惡積>네글자를 썼다. 글씨가 그닥지 않았다.

    이제는 민호차례였다. 학교다닐 때 선생한테서 서법을 배운게 참 다행인가싶었다.  

   《그럼 제가 한번 오려보지요. 두 아가씨께서 글씨가 개발 괴발이라구 웃지를 마시오. 자, 뭐라구 쓰랍니까?》

    그는 붓을 들고 넌지시 말하면서 맞방망이를 뗐다.

   《복연선경이라구 써요.》

    민호는 적수보다 썩 활달한 필치로 종이에다 <福祿善慶>이라 네글자를 써놓고나서 붓을 놓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명필이 아닌 주제에 이만 각필합니다.》

   《거 멋지게 썼군!》

    위용강이 감탄했다.

    두녀인은 어쩌면 이리도 잘쓰느냐며 손벽까지 쳤다

   《허허, 내가졌군.》

    진사해는 승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말은 안해도 지고 분해서 속으로 조선놈이 한자를 내보다 잘쓸줄은 몰랐지 하면서 스스로 부끄러워하기도하는것 같았다.

    위용강은 그가 어찌하던 제똥에 처박아놓고는 제흥에 겨워 목청을 돋궈가면서 두사람이 쓴 글을 붙여 읽었다.

   《<화악적인 복연선경>이라, 거 참 멋진 내용이로구나! 향란아 그래 넌 이런 글귀를 어디서 배웠냐?》

    글을 풀이하면 뜻인즉 악한 짓을 많이하면 화를 입기마련이고 선한일을 많이하면 복을 받는다는것이다. 토비가 이런글을 즐기며 기억하거니와 감정에 융화시키고있으니 불가사이한 것 같지만 사실그러했다. 이날밤 주석을 베푼 주요목적이 실상은 민호를 위안하기 위함이 아니라 향란이가 이 글을 진사해에게 씌여 오빠더러 그의 표정을 살피게 하자는것이였다. 그들은 과연 진사해가 불안해함을 보아냈다. 마음속 가책되는 일 없고 지은죄없으면야 그럴가.   

 

    봄이 돌아왔다. 묘동에 나갔던 류자들이 돌아와서 산채는 자못 들끓기시작했다. 무예를 익히느라 훈련장과 사격장도 활기를 띠였다. 민호는 여러날 사격장에 나갔다. 독립군에 있을때도 이같이 맘놓고 실탄련습을 해보지는 못했다.

    야바위를 놀거나 주사위를 던지거나 주련의 뒷글자를 짓거나 오도장군의 탈춤을 추거나 소를 질식시켜 죽이거나 수수께끼풀이를 하고 칼재간을 피우고 총쏘기를 비기고 연극을 노는 등이 산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류자들의 일상적인 소일거리였고 오락이기도했다. 그중에는 엽전날리기 시합도 있었다. 염왕산류자들은 구멍난 동전을 실로 꿰여 나무에 달아매고는 먼데서 쏘아맞힐내기를 했는데 권주령을 불러 진사람에게 술을 먹였지만 엽전을 쏘아 날리면 못맞힌 사람한테서 탄알을 받아냈다. 이런 놀음은 실제상에서 실탄훈련과 마찬가지여서 사량팔주도 참가하는 때가 많았다.

    그보다 더 광채로운 시합은 엽전을 공중에 높이 올려뿌리고 총을 쏘아 날려버리는 놀음이였다. 이런 놀음은 왕왕 정포토우와 부포토우사이의 비김으로 되군했다.

    민호는 자기가 지금 차챈더노릇을 하고있지만 여러방면에 미흡한 점이 맣다는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꺽지손이 세야한다. 저것들을 마음같이 후려잡자면 담도 담이려니와 무예가 출중해야한다. 뽐창뿌리기만큼 사격술도 좋아야한다. 향란이와 총쏘기련습을 한것만으로는 아직도 멀었다. 향란이가 그보고 아직도 애기수평이얘요 하며 평가 할 때 그것을 놀림으로 여기고 얼마나 마뜩잖아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걸 놀림이나 비웃음으로 볼것이 아니라 적중한 편달로 받아들여야 옳은것이였다.

    향란이가 민호보고 우리도 이젠 엽전날리기를 해보자했다. 이럴 때 왕견과 하진국이도 뛰여와서 그와 내기를 거는것이였다. 하여 넷이 시합을 하게되였는데 청하지도 부르지도 않은 진사해가 유유히 나타나더니 왕견이 맞히려는 엽전을 제먼저 쏘아 날려버리고는 득의만면하여 돌아섰다.

   《자식! 괘씸하게 논다.》

    왕견이 밸이 꼬여 그의 뒤통수를 갈기려는것을 민호가 제꺽 제지시켰다. 공연히 동티날번한 순간이였다.

   《우릴 어떻게 보구저모양이야. 여기가 뭐 제놈의 독천장인가.》

    하진국이 눈꼴시다며 내뱉는 소리였다.

   《그저 작란으로 멋부려본건데 뭘그래요.》

    향란는 좋은 말로 그들을 달랬다.

    민호도 밸이 났지만 그녀처럼 우선 두친구를 떠들지 못하게 눌러놨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진사해의 거동은 심상치 않았다. 자기의 실력을 과시하느라 그러는거니 독이 있는 시위고 도전이였다.

 

    염왕산에 진달래꽃이 피고 봄빛은 차츰 흐드러져갔다. 민호는 아름답고 따스한 봄을 보내노라니 올해따라 소시적에 아버지, 어머니, 누나들과 함께 전춘놀이를 가던 일이 새삼스레 회상되면서 집식솔들이 사무치게 그리워났다. 그들은 지금도 이 아들의 생존여부조차 몰라 얼마나 속태우고있을가. 하건만 나는 지금도 멀쩡해서 해를 보내다니... 어서빨리 원쑤갚고 고향에 돌아가야 하지 않는가.

    민호는 이미 위삼포에게 자기가 조사해낸 비밀을 고발해서 주의를 환기시켰던것이다. 위삼포는 벌써 진사해와 밀산의 송곰보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그들이 서로 내통했다면 진사해를 반역자로 론죄하고 처단할것이다. 한데 아직 아무헌 증거도 쥐지 못했다. 위삼포는 이리저리 속머리를 굴린 끝에 송곰보의 입을 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면 송곰보를 잡아와야하는데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그를 잡아온단말인가?

    이럴때 민호가 그를 찾아갔다.   

   《자네가 무슨일루 나를?》

   《이젠 송곰보의 입을 여는 수 밖에 없는줄로 생각합니다.》

   《내 생각에도 그렇소만 어떻게?》

   《송곰보를 추앙자합시다.》

    추앙자하자는건 인질로 잡아오자는 말이였다.

    위삼포는 민호를 다시봤다.

   《생각은 좋네만 어떻게 추앙자한단말이냐, 구미여우가 선불맞고 제굴에 딱 들어박혀있는데.》

   《굴속에 숨은 너구리는 내굴을 피워 나오게 합니다.》

    민호는 그의 앞에 묘계 하나를 내놓았다.

    위삼포는 잠자코듣더니 껄껄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게 될거같구나. 그리해보자.》

    이틀후. 류자한패가 진사해몰래 산채를 나와 밀산으로 향했다.

    이쪽에서 판단한것 처럼 밀산토호 송곰보는 선불맞은 승냥이같이 사나와지면서 조심성이 많아졌다. 그는 자기의 장원을 털려고 두 번이나 달려든 염왕산마적을 격퇴시키기는 했지만 이제 아무 때건 다시달려들거나 아니면 자기를 인질로 잡아가리라는걸 알고 호위를 몇배 강화하면서 문밖으로 까딱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러던 차 하루는 괴상한 일을 당했다. 이날 아침을 먹은 후 송곰보가 구들에 비스듬히 누워 수연통을 빨고있는데 송곰보의 동생이 느닷없이 뛰여들어오면서 캐묻는것이였다. 

   《형님, 우리 가문에서 그래 누가 더 늙었소?》

    송곰보는 이따위 무엄한 소리를 듣고보니 기분잡치는지라 몸을 벌떡 일으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제길할! 생급스레 백주에 무슨 창빠진 소리냐? 넌 내가 일찍죽으라고 오도방정을 떠는거냐?》

   《아니요, 형님! 우리 산에다 누가 광을 짓고있으니 그러오.》

   《뭐라! 건 무슨소리냐?》

   《정말이요, 형님! 내말을 못믿겠거든 어디 나가보오!》

    송곰보는 듣고보니 오장이 뒤집어지는지라 손에 들고있던 수연통을 동댕이치고 나가보려했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생각해보니 자기가 혹 남의 꾀임에라도 들것 같아 그만 도루주저앉으면서 동생을 시켰다.

   《빨리가서 알아봐라. 어느 돼먹지 못한 놈이 언감생심 이 어른의 집자리를 함부로 다치는가말이다.》

    동생이 금방나갔는데 이번에는 그집의 청지기가 달려들어와 바쁜소리를 했다.

   《나리 저걸 어떻게 할가요. 내가 이건 우리 나으리자리니 광을 짓지 말라는데두 저것들이 글쎄 듣지 않고 그냥팝니다.》

   《어느놈이 그래, 어느놈이?》

    노기충천한 송곰보는 천장이 낮다고 펄펄 뛰였다. 여지껏 이 고장을 자기의 독천장으로 여기면서 무인불성(無人不誠)으로 살아온 그였다.

    아까나갔던 동생이 다시달려오며 손사래쳤다.

   《형님, 안되겠소! 안되겠소! 아무리 쫓아도 가지 않고 관을 묻으려하오. 너나 우리나 하늘을 다 같이 쓰고 사는데 무슨 네땅 내땅이냐 하면서 죽어라구 말을 듣지 않소.》

   《뭐라, 빌어먹을것들!》

    송곰보는 더는 참고 견딜수가 없는지라 문을 걷어차고 휑하니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의 장원에서 거리가 그리멀지 않은 거리에 그가 죽으면 묻힐 산자리가 있었다. 고개들어 보니 과연 붉은 관 하나가 그의 눈에 띄였고 상복을 입은 사람들도 보였다. 그 모양을 봐서는 에누리없는 상제들이였다. 하지만 송곰보는 한편 또 그것이 혹시 토비들이 분장하고 노는 연극이나아닐가싶기도해서 감히 한발짝 더 다가가지 못했다. 어느해인가 어씨성을 가진 접골의(接骨醫)가 토비들 손에 유괴되였던 일이 피끗 뇌리를 때렸던거다. 수분하의 어의사가 목단강에 갔다가 기차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는데 마즌켠에 앉은 두 젊은 객이 담배연기를 그의 얼굴에다 자꾸뿜어댔다. 노한 어의는 참을 수 없어서 너희들은 대체 뉘집의 자식들인데 이리도 례모없이 불손스레 노느냐고 꾸짖었다. 그랬더니만 그 두 젊은이는 우리는 후례자식이다 어쩔테냐하면서 달려들어 그를 발로 차고 때리였다. 이때 건너편에 앉았던 중년사나이가 나서서 그자들을 치고 박고해서 쫓아버려 어의사를 곤경에서 구해냈다.

    어의사는 물론 감지덕지해하였다. 서로 말이 오가는 중에 어의사는 자기편을 들어준 그 사람의 로부가 얼음판에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통에 지금 바로 접골의를 찾아가는 길임을 알게 되였다. 어의사는 걱정말라 내가 바로 접골의다고 했다.

   《어이구 이렇게 공교로울변이라구야, 하나님이 도우시네!》

    그 사나이는 이젠 아버지의 다리가 났게됐다며 무등기뻐했다.

    어의사는 집으로 가지 않고 중도에서 내려 그 사람을 따라갔다. 그런데 정작 가보니 거기는 토비굴이였다. 어의사는 이렇게 감쪽같이 랍치되여 3개월간이나 토비들의 상을 치료해주고 풀려나왔던것이다.

    지금 송곰보의 눈앞에 나타난 이 한떼의 상제들은 근본 그를 안중에 넣지도 않고 제할일만 다그쳤다. 송곰보는 더는 참아낼 재간이 없어서 달려가며 발연대로했다.  

   《야 이놈들아, 당장물러가! 당장물러가란말이다!》

    소래기를 쳤건만 저쪽은 못들은 척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제야 송곰보는 자기가 격분되고 초조한김에 그만 무장을 풀어놓을 궁리마저 깜박잊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들어가 무장을 데려오자면 늦을것이였다. 하여 그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들었다.

   《자식들, 정말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도 모르는구나!》

    이때였다. 상제들은 그렇다 우리는 범무서운줄을 모른다면서 그를 욱 둘러쌌다.

    상제 하나가 관뚜껑을 열어놓으면서 껄껄 웃었다.

   《잘나왔다. 우린 네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염왕산류자들은 눈깜짝사이에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잡아 관속에 집어넣어 산채로 돌아왔다.

    민호가 꾸민 계책이 이같이 성금이 났다.

    

    산채는 들썽했다. 두 번씩이나 접어들었다가 마스지 못한 기와가마의 주인을 붙잡아왔으니 이젠 먹을 알이 톡톡히 생겼다면서 류자들은 기뻐야단이였다. 그러면서 한편 그들은 이번의 계묘는 누가 찾아낸것인지 그야말로 귀신이 들어도 곡할 지경이라면서 혀를 내두르기도했다. 자연히 그럴밖에.

    장평이 민호를 찾아와 쪽지하나를 내놓았다.

   《민호형님 이걸 보오. 진사해가 날보고 이걸 남모르게 송곰보한테 갖다주랍니다.》

   《진사해가 송곰보한테라?.... 어디보자.》

    민호가 얼른받아 펼쳐보니 그것은 똥줄당긴 진사해가 송곰보에게 보내는 밀신이였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나락에 빠진자 흐느껴 우는데

                   창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은

                   무상무념하도다

                   문이야 닫아 걸어야지

                   일출을 다시보려거든.

 

    어리석은 자식 허튼짓을 하고있네. 네 꿍꿍이가 이젠 다 빵장이 난거야. 민호는 랭소하면서 그 자리로 위삼포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의 앞에다 이 글을 내놓으면서 말했다. 

   《보십시오, 빤하지 않습니까. 진사해는 송곰보가 자기를 물어먹을까봐 똥집이 달아나서 이 글을 쓴겁니다.》

   《과연 그렇구나.》

    위삼포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만하면 증거가 족했다. 그는 서둘러 송곰보를 심문했다.

    견대팔에다 매발톱을 먹침으로 자자한 30여명의 경위류자가 중앙대청을 지켰다. 위삼포가 자기방에서 나와 호피를 깐 상석에 높이앉자 8대금강도 모두나와 제 자리에 가 앉았다. 대청의 분위기는 자못 엄엄했다.

    송곰보는 이런데로 끌려왔다. 억울하고 분하기 그지없었다. 관동일판에 포악한 마귀라고 소문난 위삼포의 일빈일소에 목숨이 왔다갔다하는지라 그는 낯빛이 하얗게 질리면서 이마에서 땀방울이 송골송골 내배였다.

    송곰보는 무시무시한 침묵속에서 거의울상이 되어 전신을 떨더니 마침내 정신차리며 항의해나섰다.

   《나는 죄지은게 없소. 당신들은 겨울에 담장밖에다 송장을 다섯 개나 버리구 달아났더구만. 그런걸 내가 좋게 처리했지. 짐승이 건드리지 말라구. 이만했으면 잘해줬지 뭐요. 안그런가요. 난 워낙 맘이 선해서 남을 해친적없구 례모도 갖추면서 살아왔다니까. 정말이야. 여적지 염왕산이 어떻구 어떻다구 관가에 고자질도 안했다니까. 건데두 무슨 혐원이 있어서 이같이 욕뵈이는가말이요?》

   《이 위삼포가 자네를 죄있어 잡아온게 아닐세. 임자한테 죄있구 없구가 내하구 무슨상관인가. 난 집법관도 아니니 그런건 차문도 하잖아. 임자가 실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시체를 그토록 건사해줬다니 우선 고마운 일일세.》

   《그렇잖구. 고마운 일이지.》

    사량팔주 모두 입을 모아 맛장구쳤다.

    그러자 송곰보는 안도의 숨을 후 내쉬면서 이마에 배여난 땀을 닦았다. 겁이 질린 낯색도 차츰 풀어지고 있었다. 아마 용기가 살아나는모양이다.

    위삼포는 동강났던 말을 이어했다.

   《훗날가서 찾아보니 없어졌더군. 그래서 나도 얼마쯤 그리짐작한거네. 지각있는 사람이 아무렴 남의 시체를 개 돼지한테 먹혔을가구. 아무튼 그일만은 감사하네, 건사해줘서.》

    위삼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자기를 해칠것 같지는 않은지라 송곰보는 절망이 차츰 가셔지기시작했다.

    대방의 이러한 심기를 빤히 들여다보고있는 위삼포는 그의 마음을 끄집어 당기느라 한결 부드러워진 어조로 그루박아 말했다.

   《장부일언이 중천금이야. 내 지금 자네와 약속해두지. 자넬 해치지는 않겠다구. 대신 묻는 말에 이실직고할만한가? 대답하게.》

    송곰보는 랍치되여 올때에 생각한것과는 영 다르게 위삼포가 자기를 해치지 않으리라니 미칠것 같이 기뻤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그의 그 낙언이 과연 정말일가고 반신반의하다가 조용해지면서 자기한테 물어볼게 뭔가고했다.

   《자네가 진사해허구 무슨사인가? 그걸 우선 제대루 말해봐.》

    위삼포의 첫질문은 이러했다.

    송곰보는 몸을 흠칠떨었다. 속으로 오 네가 내한테서 그걸 알아내자는게로구나했다. 위삼포는 가느다래진 매서운 눈매로 그를 이윽토록 여겨보다가 입을 다시열어 솔직히 대면 구차스레 닦달을 놓지 않고 집으로 고스란히 보낼거요 그러지 않으면 끝장이라했다.

    송곰보는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끙끙 거리다가 마침내 입을 열어 실토했다. 

   《난 그사람을 면목안지 오랩니다. 그가 청보산패에 들어가기 전부터지요. 우린 가까운사이였습니다.》

    위삼포가 알려는 그들의 암중결탁은 차츰 마각이 들어났다.

   《한번은 그 사람이 관병에 잡힌걸 내가 구해줬지유. 천구백 이십일년도 여름에 그 청보산패가 당벽진서 농사질을 하는 고려사람 독립군인들을 끔찍스레 몰살을 하고나서입니다. 청보산패는 그리고도 살인을 멈추지 않고 고태자서 허저인을 숱해 죽였지. 그리고도..... 명이야 질긴 사람이지.》

   《청보산이 고태자서 일을 친 후에는?》

   《숙청에 들어 잡혔다가 도망쳤다데. 나를 찾아왔길래.... 》

    송곰보는 자기가 그를 여러날 숨겨준일은 생략했다.

   《그래서?》

    위삼포는 집요하게 캐고들었다.

   《날보구서 은공을 꼭 값아줄거라했지유.》

   《그러누라 내가 자네를 아무 때 어쩌리라는걸 탐지해서는 그걸 가만히 알려준거겠지?》   

    위삼포가 그의 말을 중둥자르고 깝지속에 들어있는 비밀을 지레끄집어내놓으니 송곰보는 그렇다는 말도 못하고 턱주거리만 달달 떨었다. 그러다가 집재산같은건 둘째치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판이라 그는 속으로 내가 그깟녀석을 비호해줄건 뭐야 내목숨이나 살리고봐야지 하면서 입을 다시열어 진사해가 염왕산에 들어가서부터 자기와 비밀리에 내통이 있은 일, 말하자면 위삼포의 행동을 탐지해 사전에 알림으로써 방비책을 대여 번번히 화를 모면케 한 사실을 말했다. 그러면서 송곰보는 지어 진사해가 염왕산에서 두령들이 자기를 그리 썩 달가와하지 않으니 그냥 기죽어 지낼 멋이 없다면서 기회를 보다가 위삼포의 목을 잘라 관부에 바쳐 상이나 타갖고 저  먼 운남쪽으로 내뺄 궁리를 하고있다는것 까지 발설하고말았다. 

    이제보니 그자야말로 숨통에 기여든 독충이였구나! 이 일을 알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위삼포는 낙언대로 송곰보를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이틑날 고스란히 짐으로 돌려보냈다.

 

    내가 이날이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더냐! 정민호는 이제야 가슴속에 오래도록 맺혔던 적원(積怨)을 풀수 있게되였다.

    염왕산에서 보기드믄 전편(典鞭)이 있었다. 이것은 같은 류자내에서 죄가 큰 류자에게 본때를 보이는것을 가리키는데 류자들이 집법대사(執法大事)를 치루는 하나의 독특한 활동이다. 만주에는 백성들이 폭죽을 텃쳐 귀신을 쫓아버리고 토비는 전편을 해서 귀신을 불러온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그러했다.

    산채의 남산기슭에 술상 하나를 차려놓았다. 수십년전의 어느땐가 위삼포가 제애비를 죽인 원쑤를 잡아다 <하늘구경>을 시켰던 바로 그 장소였다.

    전체류자가 비상소집령에 의해 장총, 단총, 검으로 전신무장을 한 후 말을 타고 집합장소에 모이였다.

    길이 쭉 열리였다.

    위삼포가 맨먼저 말을 달려오면서 권총한방을 공중에다 쐈다.

    그의 뒤를 이어서 포토우 위용강이 말을 타고 모집장소로 달려왔다. 그도 권총 한방을 공중에 쏘아 산간을 울리면서 웨치였다.

   《흑비호도착!》

    량태도 말을 달려 들어오면서 총 한방을 울리고는 웨쳤다.

   《황금산도착!》

   《화룡호도착!》

   《천로야도착!》

   《관산자도착!》

    .......

    산채의 팔대금강인 사량팔주 저마다 한본새로 말을 달리여 들어오면서 권총을 한방씩 공중을 향해 쏘고는 자기가 왔음을 알리였다. 민호는 마지막 두 번째로 나타났는데 그의 별호는 오인(五 刃)이였다. 그가 언젠가 뽐창 다섯 개를 잘뿌리려 류자들이 지어 붙여준 별호였다.

    두령들이 이런모양으로 출두함으로 해서 전체류자들은 오늘 전편이 있음을 명백히 알게되였는데 대체 누구를 잡아내는지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하여 분위기는 더 긴장하고 무시무시했다.

    보양이 잘되여 몸에 기름기 번들번들한 억대센 가라말을 탄 위삼포가 엄엄한 시선으로 전체류자들을 한번 휘익 쓸어보고나서 높은 목청으로 선포했다.

   《류자노릇하면 사람의 명을 뽑을 때가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의 명을 함부로 빼앗아서는 절대안된다.  내 이 위삼포는 세가지 사람의 명을 끝까지 뽑아버린다. 첫째는 탐관오리고 둘째는 나라를 쳐들어오는 외국놈이고 셋째는 산채에 기여든 망나니다.》

    그는 부어놓은 술 한잔을 마시고나서 목청을 한결 돋구었다.      《나는 지금 우리 염왕산의 망나니를 빼버리련다.》

    염왕산의 망나니가 누구란말인가? 긴장하다못해 당장 터질듯한 분위기였다. 가슴이 덜컥해난 진사해는 전신에 찬물을 끼얹는것만같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위삼포가 자기를 죽이려한다는것을 눈치챈 그는 깜빡 잃어지려는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내빼려했다. 하지만 그것은 헛짓이였다. 그가 말머리르 채여 돌아설 때 향란이가 긴 바오리를 홱 뿌려 그의 목을 걸어챘던것이다.

    진사해는 보기좋게 뒷재주를 치면서 말잔등에서 허망나가 떨어져 땅에서 딩굴었다.  

   《저놈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라!》

    위용강이 웨쳤다.

    그 소리에 응하여 왕견을 비롯한 정찰대의 류자들이 일제히 욱ㅡ 달려들어 목에 감긴 바를 풀고 달아나려는 진사해를 붙잡아 뒷짐을 묶었다.

   《저 녀석은 괘주를 해서 여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낯짝에 웃음바르고 보살질을 하면서 여지껏 실은 동상이몽으로 지내왔다. 서은괴를 꾀겨 반란을 책동했거니와 밀산에 사는 꽃쟁반(곰보)하고 내통하여 우리를 두 번이나 대패케했다. 어디 그것뿐인가. 아예 내 목까지 떼여서 관가에 바쳐 상을 타갖고는 멀리로 내뺄 궁리까지 했다니 참으로 한심하도다.》

    위삼포의 말이 떨어지자 사적에서 분노한 웨침이 터졌다.

   《저놈을 잠재우자!》

   《저놈을 깝지발쿠자!》

    위삼포는 술 하잔을 또 마시고 입을 다시열었다.

   《자고로 간활한 역적은 은인도 원쑤로 치부하고 잡아먹군했다. 패가망신한 네놈을 받아준 내가 그래 잘못한게 뭐냐. 사람도 볼줄 모르는 그놈의 눈은 둿다가 뭣에 쓰겠냐.》

   《쓸데없다!》

   《쓸데없다!》

    류자들은 야단스레 그의 누알을 빼던지라했다.

    왕견이 비수를 제꺽 뽑아쥐더니 진사해의 눈을 푹 찔렀다.

   《아이구!.....》

    진사해는 넘무도 고통스러워 소래기를 지르면서 마치 물밖에 잡혀나온 물고기가 분대질치듯이 땅에서 마구딩굴었다.

    위삼포는 그를 깝지바르려다 생각을 고쳐먹고 민호더러 이젠 너한테 맡겼으니 맘대로 처리하라했다. 민호가 몹시바라는 바였다. 그는 진사해를 발가벗겼다. 그리고는 두손을 묶은채 개같이 나무에다 데룽데룽 달아맸다.

    굶주린 모기와 등애들이 성찬을 만났다고 떼지어 달려들었다. 진사해는 <꽃옷>을 입었다. 그는 고통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민호는 그자의 곁에 다가가 낮은목소리로 물었다.

   《이놈아, 당벽진서 네놈손에 죽은 독립군과 고태자서 네놈손에 죽은 허저인의 혼백이 네꼴을 보자고 모여왔다. 감상이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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