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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시사론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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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산꽃이 만발하고 여름이 되면 폭포수노래하며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단풍에 싸여 아름답다가도 겨울이 되면 백설덮혀 눈부시는 가없는 림해ㅡ장광재령! 천공을 가르는 번개마냥 장백산줄기에서 하나의 지맥을 이루고있는 여기 이 꿈틀거리는 산맥의 높고 험한 군산속에 깊숙이 똬리틀고 앉은 위삼포의 소굴ㅡ염왕산은 흡사 절해고도와 같았다.
향을 뽑고 나왔던 민호가 오늘 거기를 다시찾아들어갔다. 이것은 기적이였다.
민호가 돌아온다는 보고가 들어가자 모든 류자들이 경아해하면서 들끓었다. 사량팔주는 물론 위삼포까지 나와서 다시오는 그를 맞아주었다.
《너무너무 뜻밖이였어요. 두해나 되는걸요. 고향돌아간 사람이니 누군들 다시돌아오려니 생각이나했겠어요.》
《내가 갈 때 뭐라했소. 고향가보고 별일없으면 다시돌아오리라하잖았소.》
《그래두.... 향뽑고 나가서는 다시돌아오는 사람 여직 보지 못했는걸요.》
《오늘 보잖소.》
《글쎄요! 갑을간 와주니 대단히 반가와요.》
량란이가 하는 말이였다.
소춘매역시 그같이 말하면서 무척반겨주었다.
와보니 염왕산류자들도 사변이 일어난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가 오초의 흥망을 내 알배아니라는 식으로 거기에 대해서는 무관했다. 이네들의 토비식생활은 옛궤도에서 그냥 그멋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독립군에 다시들어보려고했더니 백안시해서 내가 차라리 이네들을 이끌고 항일을 해보자 맘먹고 들어온 민호였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다시온 리유를 입밖에다 선듯이 내놓을 수 없었다. 부모가 죽어서 제를 지내도 그것이 군심을 동요시킨다고 미워하며 금지시키는데 들어오자마자 반일을 선동한다면 그것은 위험한 짓이라는것을 민호는 너무도잘알고있는것이다.
민호는 고향가보니 부모님들은 별고없이 무사하더라는 것, 그래서 자기는 갈라진 백형을 찾자고 다시건너왔다는 것, 그러던 차 사변이 일어났고 조선사람들로 조직된 한국독립군에 가입히려했더니 전과가 나쁘다고 딴눈으로 보길래 집어치우고 말았다는 것을 말하고는 옛정을 두고 간 산채가 그립고 잊어지지 않아서 한가마밥을 먹으려고 들어왔노라했다.
여러두령들은 그럴 수 있다면서 머리를 주억거리고는 들어오기를 잘했다고했다.
향란이는 용케도 여지껏 제 방에다 다른류자를 끌어들이지 않았거니와 전에 가꾸었던 정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고마웠다. 하여 산채에 돌아온 민호의 생활은 전날모양으로 인차돌아갔다. 만 2년간이다. 시일이 좀 오랠뿐이지 마치도 출장을 나갔다 돌아오는 사람같기도했다.
잦은 우레소리에 천하가 떠는 판이다. 여기라고 그냥 안녕할 리가 있으랴.
일본군은 길림과 료녕성을 점령하고나서 서슴없이 북만주인 흑룡강을 침법하기시작했다. 남경정부가 부정항정책을 쓰지 않았어도, 장학량이 12만병력을 관내로 끌가지 않고 대항했어도 이지경에 까지는 이르지 않았을것이다.
1932년 1월 1일, 동성특별구행정공서 행정장관인 장경혜(張景惠)가 적에게 매수되여 <<독립선언>>을 발표했다.
1월 2일, 일본군 제8사단이 금주를 점령했다.
1월하순, 원동북군24려 려장 리두가 한개퇀을 거느리고 의란으로부터 할빈에 가 정초, 풍점해(馮占海), 형점청(邢占淸)과 회합하여 리두를 총사령으로 한 동북반일자위총사령부를 성립하는 한편 련명으로 반일에 관한 전문과 민중에게 알리는 글을 발표했다.
2월 2일, 할빈보위전이 벌어졌다. 결과 자위군이 밀리고 일본군은 5일에 할빈을 점령했다.
일본군은 계속 공세를 발동하여 5월 7일에는 목단강을 점령했고 8일에는 방정현을 점령했으며 14일에는 의란현성을, 17일에는 탕원현성을, 29일에는 계동현성을 각각 점령했다.
위삼포는 정찰대류자를 밖에 내보내여 국세를 알아보게했다.
어느날 민호가 염왕산을 나가 돌아보고 들어와서 위삼포를 비롯한 여러 두령들앞에서 자기의 주장을 피력했다.
《왜놈들의 말발굽소리는 점점 높아가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고있습니다. 나라가 망하고 백성이 노예되는것을 빤히 보면서도 들어앉아있는다면 어찌 의기장부라 할 수 있으며 민족혼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고의 죄를 짖지 않겠거든 나가 싸워 외래의 침략자를 물리쳐야 옳다고봅니다.》
포토우 위용강이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가 나가서 반일을 한단말이지. 그러면 닭알로 백운대치는게 아닐가. 나라군대도 막지 못하는 강적을 우리가 어떻게?....》
그의 말 끝에 량태가 운을 달았다.
《그럴거면 차라리 금을 캐는게 낳잖을가. 돈만있으면 귀신도 부리는거야. 그게 우리한테는 반일을 하는것보다 더 나은거같애.》 수이샹이 맞장구쳤다.
《생명이 아까운거야. 좀 더 참아보는게 좋을것같으오.》
이하여 민호의 첫선전은 실패하고말았다.
나라를 쳐들어오는 외국놈은 가만두지 않는다고 말하던 위삼포가 아닌가. 그는 왜서 입을 꾹 다물고있는걸가? 류자들을 잃을가봐 형세를 관망하면서 시기를 기다린단말인가?
며칠후. 민호는 다시금 산채를 나갔다가 들어와서 전번처럼 여러 두령들앞에서 말했다.
《나가보십시오. 지금 민중의 마음은 모두 하나같이 반일에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나라도 백성도 생각지 않는것은 량심없는 부도덕한 짓이라는 삐라들이 눈발같이 날리고있습니다. 제가 몇장을 주어왔으니 자, 읽어들보십시오. 천호패도 진의패도 야마패도 전의패도 나섰습니다. 그리고 마금산, 공평, 청림, 군자인, 흑성도 나섰습니다. 우리는 어쩔텝니까?》
이 물음은 보아라 나라가 수난의 길에 올랐거니 이를 모르는척 하면 결국 나라를 잃고마는게 아니냐, 그래 후세에 부끄러운 죄인이 될테냐 아니면 그를 구하기 위해 나가 싸워 공신이 되겠냐 하는 따짐이였다.
육탄혈전으로 독립을 완성할지어다! 민호는 대한독립선언서(大韓獨立宣言書)의 결속구를 다시한번 뇌이였다. 그것은 3.1운동전해 즉 그가 만주로 건너오기 전에 벌써 대종교인의 조직이였던 중광단에서 발기하여 남북만주와 연해주 그리고 중국대륙의 조선독립운가 39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명하고 세상에 공포한 글이였다. 그것은 지금도 의연히 가슴을 격정으로 부풀게 하는 힘찬 구호였다. 민호는 제 주장을 굽히려하지 않았다. 굽혀서는 될것이 아니여서 계속하여 고성준론을 뽑았다.
《뢰성벽력은 귀머거리도 듣습니다. 뒤에서 굿이나 보자고 들어앉아있을 때가 아니지요.... 점점 퍼지고있는 전화의 불구름을 좀 보십시오. 만주의 광활한 대지를 유린하는 저 왜구를 몰아내지 않고서야 우린들 어찌 편안할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도 육탄혈전을 해야합니다, 육탄혈전을 해야지요! 그러지를 않다면 만주도 대륙도 조선처럼 그자들한테 먹히우고말것입니다.》
여러 두령들은 다 묵묵히 귀를 기우렸다. 그의 사개맞는 말에는 반박도 부정할 수 없는 도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삼포가 제 이마를 톡 톡 치고나서 이 일은 다시 심중히 연구해봐야겠다며 일어섰다.
돌아오니 향란이가 기다렸던모양인지 재우쳐 물는것이였다.
《어떻게 됐어요. 지금도 반대하는가요? 오빠의 태도는 어때요? 오늘도 전번처럼 나오던가요?》
《그렇진 않지만 입이 붙었는지 원! 그렇게 골기없을줄이야....》
시누이방에 놀러왔던 소춘매가 듣고서 제 남편을 두둔했다.
《그런일갖고 뭐 골기있네 없네 하는가요. 왜구가 아직은 우릴 거드리지도 않는데 하필 목숨걸고 해보잘건 뭔가요.》
향란이가 그의 말을 매섭게 반박했다.
《올케는 무슨말을 그렇게 해요. 왜놈들은 극악무도한 침략자임이 분명한데 어찌 가만둘수 있단말인가요. 사나이장부면 의기가 있어야지. 용기를 이럴 때 쓰지 않고 뒀다가 어데쓰겠나요. 할아버지를 봐요, 그인 의화단운동 때 용감하게 싸워 로씨야놈을 물리쳤대요. 오늘은 왜놈이 침략전쟁을 발동한건데 그래 그놈들을 몰리치지 않는다면 선대에 부끄러운일이 아닐가. 그래서 골기없다고 말하는게지. 그리구 아버지도 그렇지 탐관오리를 빼버리듯 나라를 침략하는 외적은 뽑아버린다해놓고는 왜 아직도 우유부단인지?....》
소춘매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돌아가서 시누이의 이런 질타를 남편앞에 옮기지 않을리없다. 차라리 그러면 좋을것이였다.
한편 위삼포는 반일에 나서자니 고생도 고생이려니와 류자를 많이 잃을것 같고 그런다고 안나서자니 량심상 가책이 많았다. 제입으로 나라를 쳐들어오는 외적은 견결히 빼버리리라 웨쳐놓고 들어앉아있으면 표리부동하다는 비난을 받을것 같아 생각을 굴리던 끝에 민호를 보고 네가 전에 소속했던 패의 류자 들을 다 줄테니 그걸 데리고 먼저나가 싸워보라했다. 인원이 모두 54명이였다!
민호는 그가 이만큼이라도 마음써주니 대단히 고마왔다.
피눈물에 젖고있는 수난의 땅에서 류혈과 희생은 정해진 행로였다. 뽐창을 잘뿌려 오인(五刃)이란 별호를 얻은 후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불리우고있는 민호는 어느날 단총, 장총, 검으로 무장한 자기의 기마대를 이끌고 염왕산을 나와 혈전의 길에 올랐다.
일본의 야만적인 침략에 대처하여 애국군대가 반일을 선언하고 나서자 이에 호응하여 홍창회(紅槍會)니 무극도(無極道)니 대도회(大都會)니 하여 여러 미신단체들과 구세군(救世軍)이 무장을 들고 나섰으니 그 인원수가 어느덧 5ㅡ6만에 이르었다. 더욱히는 통칭 삼림대라 하여 점중화(占中華)니 명산(明山)이니 타동양(打東洋)이니 량산(亮山)이니 압만주(壓滿洲)니 사해(四海)니 중협(中夾)이니 금산(金山)이니..... 형형색색의 류자무장대에 끼이여 민호의 무장대도 나섰으니 그 인원수만도 무려 10여만, 적들은 동북(만주.관동이라도 함)의 반일무장을 총 30만명으로 집계하고 있었다.
우리도 자체의 이름을 갖고있어야한다하여 산채를 나올 때 민호는 자기의 그 무장대를 끝자만 바꾸어 염왕대(閻王隊)라 하였다.
위삼포는 염왕대를 내보내면서 자력갱생(自力更生)에 힘쓰라했다. 산채의 평안을 되도록 깨뜨리게 하지말자는 속타산으로부터 출발한 보안책이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장 군비부터 장만해야했다. 어떻게? 가난한 백성들한테서 군자금을 짜낸단말인가? 그렇게 할 수는 없는것이다. 방법은 오직하나, 왜놈의 금융기관이나 반일에 나서지 않고 적편으로 기우러진 기와가마를 마스는 것 뿐이다.
민호는 첫행동을 계획했다. 한데 일본금융기관을 털자고 보니 그것이 있는 도시마다 적군이 점령하고 있었다. 하여 그의 그런 생각은 벌써 미몽으로 끝나고말았다. 리수진(梨樹鎭)에 백계로씨야인의 사인탄광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 그 석탄이 너의해냐. 네놈도 왜와 같은 침략자다 하고 민호는 그것을 털기로 맘먹었다.
가는 길에 적을 만나면 싸우리라 하고 자기까지 포함해 54명의 기마대를 출발시킨건데 그들은 중도에서 공교롭게도 위무(威武)라는 류자패를 만나게 되였다. 인원이 30여명가량되였는데 그 꼴이 포수한테 쫓기우는 늑대무리같이 말이아니였다.
예탁이 틀리지 않았다. 이 한패의 류자도 반일에 나선건데 방금 일본군과의 접전에서 그만 패하여 막 철퇴하는 중이였다.
나이가 민호와 비슷해보이는 두령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두손을 모아 류자식인사를 하고나서 다급스레 말을 걸어왔다.
《보보영두?》
《나야, 왜그래?》
그리멀지 않은데서 총소리났다.
《임자는 어느팬데?》
《염왕산의 염왕대야. 난 오인이다.》
《아, 오인두령! 우린 빠지기 어렵게됐소. 저걸 좀 보오. 뒤에서 적이 막 추격하고있소. 날쏘시개(탄알)도 싹 다 떨어졌구.... 한역만 건네다주오.》
그 거동이 과연 초연했다. 거의 절망에 이르고있는 위무는 초조불안하여 어쩔바를 몰라했다.
《어디까지?》
《구점까지. 거기 강만건네워 주면 되오.》
《그래주지!》
초면의 무리였어도 민호는 그들을 구원해줬다. 한데 그러다보니 자기도 추격해오는 적군한테 류자를 둘이나 제꺽잃고말았다.
《제길할거!》
밸나서 땅을 구르며 두덜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면목도 없는 그를 도와줬다고 후회하는건 아니였다. 류자의 규례에 따르면 자기가 한 행동은 의거(義擧)였으니까. 이것은 류자지간에 제일높이 칭송되는 도덕이기도했다. 대방이 곤경에 처한것을 보고도 모르는체한다면 그건 당비(黨比)를 모르는 독초자(毒草子), 즉 마음이 같지 않은 류자라고 어디가나 비난을 받는것이다.
위무는 갈라질 때 감지덕지하여 일후 아무 때건 은공을 갚겠노라했다. 민호는 속으로 보답을랑 하려말고 싸움이나 제대로하거라, 다시는 그런꼴을 안보겠다면서 쓸쓸하게 웃었다.
염왕대는 리수진을 향해서 계속가다가 중도에서 평양진참안(平陽鎭慘案)이 발생한 소식을 듣고 전진을 멈추었다. 그들보다 한걸음 앞서서 소석두하자(小石頭河子)의 보동(保董)이 조직한 한패의 반일무장대가 역시 민호모양으로 그 백계로씨야인의 재산을 털어내여 군자금으로 할 생각을 하고 갔다가 그곳에 반거해 있는 정초의 손에 잡혀 28명이 평양진에 끌려가 다 총살되고만것이다.
그들은 류자도 아니였건만 략탈을 하려드니 토비와 다를것 없다고 인정하여 아마 그렇게 다 처리해버린모양이다. 한들 무슨 방법이 있는가. 먹을것을 대주는 데가 없으니. 민호는 그 자리에서 방향을 돌려 대오를 이끌고 북쪽으로 쑥 들어왔다. 화남근처였다. 언젠가 쟁반밟으러 간 그를 붙잡아 기둥에 매여놓고 채찍맛을 보여주었던 그 천지주의 가원이 있는것이다. 네놈이 이젠 나를 감히 토비로 보지 못할것이다. 민호는 그를 털어낼 생각이였다.
한데 와보니 천지주역시 지금은 반일사상을 갖고있는 사람이니 건드릴 수도 괴롭힐 수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쪽은 바르지 않은 마음을 먹고갓건만 되려 부끄러울정도로 환대까지 받았다.
《먼데서 왔다구했지. 찾아줘서 반갑네.》
천지주는 대문을 열어놓아 50여명 기마대를 자기가원에 들여놓았거니와 집사람더러 어서 손님들이 먹을 음식을 차려놓으라고지시했다. 그는 그리고나서는 민호의 얼굴을 자주보는것이였다.
지주령감이 나를 알아보고 저러는게 아닐가. 민호는 은연중 낯이 뜨거워나기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가. 내절로 나를 소개하는게 낳잖을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입을 먼저열고말았다.
《나리께서 저를 알만합니까?》
《글쎄. 어쩐지 면목이 있는것 같아 그러네. 누구더라?....》
《나리께서 천을 팔러왔던 고려청년이 생각안나십니까.》
《오, 그렇지. 자네가 그 사람이였군!》
《그때 저는 천도 못팔고 그만....》
《그거야 자네가 팔지 않겠다며 걷어싼게 아닌가. 내야 팔구가라했지, 안그랬어?》
《하긴 그랬습니다만 접대가 너무나 혹독했지요.》
《하하하.... 그게 유감이 돼서 뇌는군! 그럴 수 있네. 나도 승인하지. 그 일은 다시 더 말말게. 요번에야 내가 박대를 할가, 자네들도 반일을 하느라 나선건데. 맘을 푹 놓게.》
천지주의 태도는 명랑했다. 그는 민호가 스스로 폭로해서 이 대오가 염왕산에서 나온 마적이라는걸 알지만 지금은 같은 신념하에 공동한 전선에서서 고락을 같이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마음이 놓여 근심말라 자기가 힘자라는것만큼 후원하리라 했다.
그가 그렇게 나오게되는데는 시집간 딸 천옥령의 영향이 컷다. 천옥령은 그곳 반일동맹회의 골간으로서 대단히 활약적인 부녀간부였는데 자기 아버지도 반일을 하게끔 대오에 세운것이다.
민호는 이렇게 후원을 얻게되여 큰 시름을 놓았다....
전투에 전투로 이어지는 처절한 나날이였다. 광활한 관동대지에서 벌어진 싸움이 수백차. 사변이 일어난지 아직 한해가 안되는 1932년 6월 5일 일본륙군성의 <비망록>은 일군의 사망수를 아래와 같이 기록해놓았다.
<<9.18사변이 나서 어제까지 일군은 사망자 4,163명.>>
그 속에는 염왕대와 같은 류자반일무장대의 손에 목숨을 잃은자도 포함되여있는것이다. 염왕대는 그사이 적을 38명 죽이고 자신도 5명이나 잃었다. 손실을 크게본건 아니지만 그가 바라는바가 아니였다. 자기 수하인원이 줄어서 돌아가면 산채에 들어앉아있는 다른류자들을 황황하게 만들어놓을 수 있고 그래서 다시 더 동원시킬 수 없게되는것이다. 민호는 어떠한 수단을 써서든 360여명의 류자를 몽땅 반일에 동원시키고싶었다.
민호는 류자노릇을 여러해나했지만 본신이 독립군출신인지라 군사지식을 다소간알고 있었다. 그냥 고군작전을 하면 어렵거니와 그렇게 하다가는 자신의 괴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것을 깨닫고 그는 다른 무장대와 련합을 기도하게 되었다.
사람몇이 모여 기국(起局)해서 류자무리가 되면 거의가 자기의 세력을 장대시키느라 다른무리를 끌어 제곁에 붙이자고 하는것이다. 이러는것을 설강(設降)이라 한다. 설강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류자무리는 기국력사가 길지 않거니와 변화가 무쌍하여 종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독수에 되걸려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자신의 력량을 장대시키고 지반을 닦자면 그렇게 해야지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민호는 자기가 제일믿고있는 왕견과 하진국을 내놓아 아근에서 항일에 나선 류자무리를 찾아내도록했다. 그랬더니 가까이에 인원수가 그리많지 않은 동래호(東來好), 금보(金寶), 마수재(馬秀才), 만성(萬盛) 등이 아직 어느 패에도 붙지 않고 제가끔 외톨로 나돌고있음을 알게되였다. 동래호두령은 한때 구군대에서 련장으로 있다가 뛸쳐나와 국을 만든 사람이고 마수재와 금보와 만성은 순토비였다. 이들은 다가 일본군과 맛다들어 별반 이겨보지도 못하고 인원수만 태반을 잃어버린것이다. 인원이 제일많은것이 만성이였는데 그도 모두해야 겨우 40명밖에 안되였다. 한즉 그 여러패를 모두합쳐봣자 130여명밖에 더 되는가.
그래도 민호는 그들을 다 끌어당기려고 맘먹었다.
먼저 만성부터 손을 대기로했다.
만성패의 두령은 성명이 전문방(全文芳)이고 나이는 50인데 성질이 급하고 조포하다고 한다. 동생이 제말을 듣지 않는다고 제 손으로 때려죽이기까지 했다니 더 말할게있는가. 그의 기질이 염왕산의 어느 두령과도 비길바가 못되지만 반일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민호는 그게 고맙고 맘에 들었다.
조사가 다 되었다고 생각되자 어느날 민호가 직접나섰다.
만성은 벌리(勃利)근처의 어느 한 마을에 주둔하고 있었다.
보초서는 자는 이켠을 첫눈에 알아보고 공손히 대했다.
《어디서 오시는 분인가요?》
《나는 염왕산에서 밥먹던 사람이요.》
《지나는 걸음인지 아니면 들리자는건지?》
《당신네 맏형을 봐야겠소.》
《그런가요. 그럼 들어가 풀퉁구리(담배)를 썰어보시죠.》
《고맙다.》
민호는 보초를 따라들어갔다.
삼칸짜리 커다란 초옥의 서쪽방에 늙수그레한 텁석부리가 그마을의 반일회책임자와 한창 무언가를 상론하고있는 중이였다.
민호는 방안에다 발을 들여놓자마자 두손모아 류자식인사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서북하늘에 구름뜨고
까마귀 봉황무리에 내렸네요.
어느분이 군이시고
어느분이 신이신지요?》
텁석부리가 머리를 건뜩 들더니 이켠을 향해 응대한다.
《서북하늘에 구름뜨고
군이 와도 신은 실일세
검은구름인지 흰 구름인지.》
민호는 다시한번 인사를 차리고나서 말했다.
《검은구름지나면 흰구름이오만
그거나 이거나 다 구름이지요.》
그들이 방금나눈 대화를 플이하면 이러했다.
《나는 서북에서 온 류자올시다. 선문도 없이 무엄하게 찾아와 못난짓이 됐습니다. 두령님이시죠?》《네가 여기로는 왜 들어왔느냐. 두령인거야 보고도 모른단말이냐. 넌 대체 어느쪽인데.》《우리는 한집안사람입니다. 안그러면야 감히 들어올라구요. 난 볼일있어서 찾아온겁니다.》
민호는 왼손의 중지와 무명지 새끼손가락을 펴보였다. 뜻인즉은 나는 서쪽의 대표인데 당신과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려한다는것이였다.
이에 전문방은 오른손의 중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보였다. 뜻인즉 할말이 있거든 나와 해보라는거다. 전방문은 그래놓고 얼굴에 화기를 띠면서 자리를 권한다.
《올라와 앉게.》
《감사합니다.》
마을의 반일책임자는 그제야 이들이 별류의 사람임을 눈치채고 얼른 자리를 피해버렸다.
집안에 제 삼자가 없자 민호는 입을 열어 대방이 자기를 타민족으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능란한 한어로 말하기시작했다.
《듣자니 그지간 고초가 많으셨던모양입니다. 이게 다 누구의 탓일가요. 악귀같은 왜구의 탓이 아닙니까. 그놈들이 이 땅에 침입하지 않으면야 우리는 형제가 넘어가는 일이 있겠습니까.... 패전이야 가슴아프지만 락심말아야합니다. 속담에도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보리라 하잖았습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야 있겠지요. 안그렇습니까.》
《자네도 쓴맛을 본건가?》
《패전은 한번도 없었습니다만 몇 번의 개극(싸움)에 아까운 형제를 다섯이나 잃었습니다.》
《오 그랬는가! 나는 이제는 쇠잔했네.》
《보아하니 그런것같기도합니다만 쇠잔한 몸이야 다시일쿠면 안될가요. 너무 의기소침할건 없다고봅니다.》
《자네의 뜻은?....》
《우리 서로 합치는게 어떨가요. 듣자니 만성은 류자가 마흔가량된다더군요. 우리 염왕대도 오십여명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둘을 합치면야 배가되잖습니까. 힘도 그만큼 커지고. 안그렇습니까?》
《하긴그래. 합친다....》
그러잖아 곤궁에 밀려든 전문방은 살아가는 수가 무엇일가고 궁리하던중이였다. 이제 아무리 뇌즙을 더 짜봐야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지라 그는 마침내 설강을 접수했다.
다음은 마수재, 금보, 동래호였는데 그것들은 왕견과 하진국이와 팽덕이가 파견되여 각각 우두머리들을 만나 선전하고 끌어서 다 염왕대와 합치게되였다.
서로간에 몇 번 련락이 오간 후 염왕대, 만성, 금보, 마수재, 동래호 다섯류자패의 두령들은 어느날 모여서 토론이 있었다. 그리고는 이해의 9월초 180여명의 류자가 한명의 결원도 없이 천묘령(天廟嶺)에서 회합하여 국을 이루는 결맹의식을 가지였다.
이날 천묘령상공에는 샛노란 오각별첨단 다섯 개에 작은 동그라미가 그려진 붉은기발이 상공에 펄펄 날렸고 말의 표호하는 울음소리는 산간의 고요를 깨뜨렸다. 오인 정민호와 만성을 비롯한 다섯두령이 집회장소중간에 놓여있는 상에 둘러앉고 주위에는 류자들이 둘러앉았다. 수십개의 쟁반에 기름떡이 무득무득 싸여있고 자배기마다에는 소고기, 돼지고기가 그득그득 담겨져있었으며 각자의 앞에 놓인 사발과 공기마다에는 배갈이 골똑골똑 담가져있었다. 꽤 풍성하게 마련된 경축주연이였다.
《여러형제들, 조용들하게!》
나이가 제일많은 털보두령 전문방이 벌떡 일어나더니 모자를 벗어 상우에 동댕이치듯 하고는 목청을 높혀 소리치고나서 계속하여 말했다.
《내가 먼저 둬마디해야겠소. 다 알다싶히 우린 모두 왜놈들을 물리치자구 나선 형제들이요. 망국노가 되지 말자구 목숨을 내걸고 싸운단말이요. 좀 생각들을 해보우. 아무리 어쩌구어쩌구해도 나라잃구야 뭘 볼게있겠소.... 그래서 풍찬로숙을 해가며 생사결판을 하는건데 력량이 약하구야 어떻게 강적을 당해내는가말이요. 안그렇소.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된건데 목적은 하나 합심을 하자는거요. 우리가 일심동체루돼서 한번 해보잔말이야. 다시말할 것 같으면 우리가 이제는 한배를 타고가야 할 신세루됐다 그거지. 그러니 다 알다싶히 뭐가 있어야 하겠는가. 첫째 키를 잡는 사람이 있어야할게 아닌가. 군함에 함장이 있듯이 이 대오에도 이끌고 나갈만한 두령이 있어야한단말이요. 그래서....》
《맏두령이야 년세많은 분이 해얍지요.》
누군가 그의 말을 중둥잘랐다.
전문방은 모자를 쥐여 상우에다 다시둘러메치듯 하면서 어성을 높이였다.
《그건안돼. 만성의 이 점문방은 이젠 달구지도 제대로 끌지 못할 로마야. 그래서 안되는거야. 대오를 이끌고 싸움을 해내자면 날렵하고 계모가 출중한 사람이래야 되는거요. 나는 그저 반더둬로나 앉고.... 자 떠들지를 말고 조용들을 하게. 우리가 오늘 이같이 합심을 하게된게 누구의 노력인걸 아는가. 유공자를 잊지 말아야지. 우린 모여서 이미 패호를 해놓은건데 첫 번째로 정민호가 된거요.》
패호(棑號)란 류자들이 쓰는 은어로서 뛰여난 사람부터 차례를 잡는다는 뜻이다. 아직 내막을 모르는 자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거 패호가 어드렇게 된거야?》
《재간을 봐야해. 정민호가 누구여?》
전문방은 껄껄 웃으면서 모자를 쥐여 머리우에 홰홰 저었다.
《내가 여러분은 여적지모르는 이름을 댓구만. 정민호인즉은 바로 내옆에 앉은 이분이요. 여왕대의 두령 오인!》
그러자 박수소리 터졌다. 그가 두령이되는데는 모두가 찬성이였던것이다.
민호가 일어섰다. 올해 나이 32살인 그는 름름했다.
《형제들! 고맙습니다. 나를 받들어줘서 고맙습니다. 미흡한 재간이나마 있는대로 다 발휘할텝니다. 방금 전두령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린 굳게 합심하고 결진을 해서 싸워야합니다! 오늘부터 다시금 힘내여 싸워 왜적을 이 땅에서 몰아냅시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마수재가 벌떡일어나 상을 탕 치면서 목청높혀 말했다.
《무엇을 하자꾸나하면 끝까지 해내야한단말이요. 가정에 가법이 있고 점포에도 제도가 있는거요. 오늘 우리가 결맹을 해서 국이 밝아졌는데 법규가 서지 않구서야 어디되겠소. 세가지를 지켜야겠소. 첫째는 명령에 절대복종할것이구 둘째는 백성을 해치지 말것이며 셋째는 개극때(싸울때) 바지에 오줌을 싸지 말고 용감해야하는거요. 내 이 마수재도 그렇구 류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이를 위반할 시는 용서없으리라는걸 알아야겠소. 알아들었는가?》
《알아들었겠지. 그렇게 함이 천만지당한거야.》
동래호가 그의 말을 받아서 아래를 이었다.
《개극때 이 동래호가 겁을 먹고 뒷걸음쳐도 마찬가지야. 이제 그가 누구건간에 그따위꼴을 뵈이면 사정없이 빼버릴게요. 그때는 인정이 없다고 말하지 말아야지. 내 말이 어떤가?》
《동의합니다!》
류자들 속에서 찬동의 목소리가 울려나오는데 입을 다물면서 고개를 떨구는 자도 몇이 보였다. 민호는 상우에 있는 빈사발을 쥐여 머리우에 올려뿌려놓고는 그것이 아래로 떨어지기전에 권총을 갈겨 박살내버렸다.
《보았겠지. 이 오인은 법칙자를 저렇게 처리할테요.》
《동의합니다!》
찬동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높이 울리였다.
결패있는 눈들이 버득였다.
오인, 만성, 마수재, 금보, 동래호 다섯두령은 닭모가지를 베여 흐르는 피를 술이 담겨있는 공기에 떨구어 혈주를 마심으로써 다같이 결심육력(結心戮力)하여 싸워가기로 금성맹약(金城盟約)을 했으니 이로서 이날의 결맹의식은 끝났다.
그들은 결맹을 하면서 자기 무리의 이름을 오군자(五君子)라 지었다. 그리고 이날 공중에 날리던 바로 그 빨간바탕가운데 첨단마다 동그라미가 그려져있는 샌노란 오각별을 새겨넣은 그것이 이들의 깃발이였다.
이들 다섯패는 합치기도 하고 분산하기도 하면서 련합작전을 하기로했다.
오군자의 지휘부는 닫두령인 오인 정민호가 있는 염왕대에 두었다. 그러면서 염왕대안에다 경위패와 정찰반을 설치해 각기 제임무를 담당케했다.
반더둬로 된 만성패의 두령 전문방이 자기의 패를 포토우에게 맡기고는 염왕대로 넘어와 민호의 곁에 있으면서 참모노릇을 하는 외에 다른두령들은 기본상 원상태대로 제 무리를 책임졌다.
민호는 왕견을 차챈더로 임명하여 정찰반을 맡기였고 하진국을 사령부의 량태로 임명하여 전반후근을 책임지게 하였으며 지식이 있고 총명한 팽덕이를 수이샹으로 올려놓아 류자들의 규률을 장악하도록했다. 그리고 각 패마다 류자 한 명 혹은 두세명을 뽑아 정찰 겸 통신을 책임지워 경상적으로 사령부와 련락을 짓기로했다.
한데 결맹을 한지 몇개월 안되건만 오군자는 모양이 대체 어떠했는가? 토비는 줄곹 사회의 우환거리로만 되어왔는데 반일을 하고있는 지금와서도 우환거리로 돼서야 되는가, 사회와 백성들의 열정적인 지지가 수요되는 이런 시기에 의연히 저주와 비난의 대상이 되면 그것은 결국 자멸의 길을 걷는것이였다. 민호는 반일을 한답시고 나덤비던 금보가 결맹후 일본군과 몇차례 대결했다가 되게 얻어맞아서 이제는 정말 일패도지(一敗塗地)의 지경에 이른것 같으니 전에 막짓을 해먹던 버릇이 도져서 민재를 털어먹고 사람을 인질로 잡을각질을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오군자는 새해의 설을 모여서 쉬기로 했다.
기분을 상하게 하는 그런 보고를 받은 후 민호는 화가 몹시동했지만 여러두령앞에서 그를 점찍지 않고 우선 변죽을 울리였다. 《한가지 알아보기요. 우리 오군자가운데서 지금 누가 표(인질)를 갖고있소?》
《내한테 하나있소.》
과연 금보두령이 말했다.
《당장 던져버리오.》
《왜 던지라오. 담은 얼마라도 받아내고봐야지.》
《잔말말고 풀어놓소.》
곁에있던 마수재가 노한 음성으로 충고했다.
《벌써부터 규률을 위반할테요. 백성을 다치지 않기로 했는데.》
동래호도 그를 비평했다.
《됐소, 됐소. 내가 풀어놓지. 그러면 될거아닌가.》
인질한테서 얼마간이라도 짜내려했던 금보는 압력이 센지라 하는 수 없이 말을 들었다.
민호는 이 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부르짖었다.
《우리는 반일용사가 되어야하거니와 징벌용사로도 되어야 한다! 누구를 징벌하는가? 량심을 잃고 왜구의 개가 된 부호다!》
이것은 기와가마는 계속마사야한다는 주장이기도했다.
두령들은 모두 찬성했다.
민호가 염왕산에 들어가 위삼포를 만나 이 일을 말했더니 위삼포는 듣고서 그래야지 참 잘한다면서 왜서 다른 류자무리를 아예 수편(收編)하지 안았느냐며 아수해하였다. 형세가 이전만 달라졌건만 하나라도 제옆에 끌어붙이려하니 욕심사나운 령감이였다.
이 령감쟁이야, 남을 끌어붙이려말고 제것이나 잃지 말거라. 민호는 속으로 이러면서 위삼포를 향해 지금 협화회(協和會)의 활동이 창궐해지면서 반일이 점점 어렵게 되어가니 그런줄을 알고 그자들의 선전선무(宣傳宣撫)에 넘어가지 말라고 귀띰했다.
그랬더니 위삼포는 껄껄 웃는것이였다.
《벼락에 돌담이 무너져도 이 위삼포는 흔들리지 않을거네.》
협화회가 본래는 전해의 3월 9일에 위만주국(爲滿洲國)이 건립되자 불과 20여일만에 뒷따라서 생겨난, 관동군참모의 지지하에 만주국의 두 일본청년이 세운 협화당이 4개월만에 지금의 이름으로 고쳐진것이다. 협화회의 성원들은 도처에서 그 무슨 "왕도락토(王道樂土)"니 "일만일덕일심(日滿一德一心)이니 "민족정신(民族精神)"이니 하면서 "민족협화"를 하고 "우방"과 "천황"에 충성해야 한다고 선전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민호는 이른바 왕도정치(王道政治)를 펼친다는 만주국은 사실상 일본의 철두철미한 주구며 괴뢰라는것을 알려주면서 협화회의 죄행을 말했다.
《그자들은 반동선전을 하고있습니다. 중화민족의 의식을 회멸하고 망국노의 의식을 고취하고있지요.》
《암만그래두 내 머리를 건드리지는 못할걸.》
《반란을 책동하고 투항을 선동합니다.》
《뭐라? 감히 그런짓을 해? 두고봐, 그런놈 들어오면 내가 모가지를 비틀어 놓겠어.》
《그따위 피자(개)들도 다 잡아치워야하는건데 우리는 사실상 힘이 모자랍니다.》
민호는 이쯤말해놓고 다른말을 더 하지 않았다. 그의 정서를 보아 이제는 반일에 나서라 선전해도 귀에 들어갈 것 같지 않아 그만뒀다.
《제길할! 개가 많이 생겼으니 저걸 다 어쩌면 좋을가.》
어느날 정찰을 나갔던 왕견이 돌아와서 하는말이였다.
《왜 그러오?》
하진국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목단강역에서 내가 하마터면 닭발찬 녀석한테 일낼번했어. 두놈이데. 날보구서 증명을 보자구하더란말이여. 증명이라니, 이걸어쩐다?.....나는 어물댔지. 그러니 제꺽달리보구는....원체 그놈의 대합실루 들어가지 말아야하는건데....》
《아니 왕형, 거기룬 왜 들어갔소?》
《기찰 좀 타볼가구.》
《창빠졌지, 유람다니는가?》
하진국은 어처구니없어했다.
《하하하....》
류자들은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서 모두 웃어댔다.
《그런게 아니야. 그런게 아니란데두.》
왕견이 팔을 홰홰 저으면서 변명했다.
일본관동군 제15려단장 아마노소장이 맨처음 목단강시를 점령했다가 반일의용군에 의하여 쫓겨났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다른 일본군이 그 도시를 다시점령했다. 왕견은 그런데를 단신으로 들어가 적의 수비정황과 군량공급정황을 탐지해냈다. 한데 그는 돌아오려다가 그만 경찰에 발각되여 하마터면 잡힐번한것이다. 말을 맡겨둔데까지 가자면 다리품을 꽤 팔아야겠기에 그는 에라 내가 저놈의걸 타고 빨리돌아가는게 상책이구나 하고 정거장대합실로 들어갔던것이다. 그러니 경찰의 조사를 받을 수밖에. 그는 야 이놈들아 내가 네놈들의 손에 잡힐 바보같으냐 하고 주먹질 발질해서 눈깜짝새에 둘 다 쓰러눕히고는 도망쳐 온 것이다.
류자들이 벼루기요 개요 하면서 제일싫어하고 미워하는것들이 많아지고있으니 만주국은 짜장 경찰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금보패에는 류자가 모두 38명이였는데 근 반수가 무기가 낡았거나 아니면 잃어버린 백수건달이였다. 동래호패에도 그런 개잘량의 류자가 몇이 있었다. 한심했다. 그 모양을 갖고서야 어떻게 싸운단말인가. 민호는 생각끝에 경찰의 무장을 빼앗아 그것으로 그들을 무장시키려고 마음먹었다.
어느날 민호는 대오를 거느리고 석금강(石金崗)을 향해 출발했다. 그곳에 세워진지 오라잖은 경찰대가 있거니와 마사버려야 할 기와가마도 하나 있었다.
민호는 출발에 앞서 수일전에 먼저 왕견을 거기에 보내여 곡현(谷賢)이라는 경찰을 저선(底線)으로 만들어놓고 돌아오게 했다. 곡현은 본래 일면파의 사람인데 돈벌러 그리로 갔다가 벌이가 여의치 않으니 경찰이 된 사람이다. 그는 5년전에 쟁반밟으러 간 왕견을 알게되여 가깝게 지내면서 그한테서 신세를 진일이 있었다. 왕견은 자기를 형같이 여겨주는 그를 만나자 나는 반일을 하고있는데 너는 왜놈의 개질을 하는구나 그래서야 되겠느냐 벌을 받지 않겠거든 어서 돌아서거라하면서 이전의 은공을 값는셈 나를 도와달라했던것이다. 물론 성공하면 돈도 얼마가량 주리라하고.
이날 곡현이 밤보초였는데 그는 약속한대로 12시가 되자 대문에 지른 빗장을 뽑아 염왕대에서 선발된 기습대원 30명을 담장안에 들여놓았다. 이때는 오밤중이여서 낮에 순찰을 싸다닌 경찰들은 곤해서 기둥을 뽑아가도 모를지경 귀잠이 들었다. 기습대원들은 바람같이 집안으로 들어가 벽에 한줄로 세워놓은 새장총들을 말끔히 걷어내왔다. 그리고는 벗어놓은 옷들을 걷기시작했는데 그러는 과중에 어쩌다가 한자를 건드린통에 그만 전부를 깨워놓았다.
하지만 엄엄한 총구가 숨통을 겨누는지라 모두 찍소리못했다.
곡현은 인차 류자몇을 데리고 경찰대장의 총을 빼앗으러 갔다.
경찰대장은 정부를 끼고 동뜬 다른 한 방에서 자고 있었다.
곡현이 문을 잡아뚜드렸다.
《왕대장! 왕대장! 전화받으시오!》
잠을 채 깨지 못한 왕대장은 두덜댔다.
《제길할거, 밤중에 전화는 무슨놈의 전화야.》
《빨리가시오. 비적동향이 있다구 왕대장이 직접받으랍니다.》
《간다! 긴다!》
왕대장은 부랴부랴 옷을 주어입고는 잠그었던 문을 벗기였다.
《어! 어!》
밖으로 나오려던 왕대장은 엄엄한 총구와 번득이는 칼날을 보자 그만 넋이 떨어져 부들부들 떨었다.
《전화는 받지 않아도 되니 그 옷이나 얼른벗어라!》
민호가 협박했다.
그자는 급히서둘다보니 단추도 미처채우지 못한 제 경찰옷을 벗어서 고스란히 바쳤거니와 신까지 마저벗었다.
《우리는 반일부대다. 너같은 개야 물을 더 먹어 뭘하겠냐. 일찌감치 눈이나 감거라.》
이쪽의 말이 떨어짐과 함께 왕대장은 비수에 찔려 그 자리에 꼭그라졌다.
류자 5명이 민호와 함께 남고 그 외는 총 한방 쏘지 않고 로획한 총 40자루와 탄알 15상자를 갖고 주둔지로 총망히 돌아갔다.
민호는 왕대장의 옷을 갈아입어 자기를 경찰로 분장하고나서 인차 남은 대원들을 데리고 두 번째 목표물인 곽가네 집으로 달려갔다. 곽가는 석금강에서 콩기름공장을 경영하고있는데 밑그루를 뚜져보면 그역시 토비출신이였다. 곽가는 20년전에 제혼자 철공계(鐵公鷄)란 이름을 걸고 료락질을 해먹었다. 집이 본래 남만 어디에 있었던 그는 거기서 백성집을 닥치는대로 털어먹어 민분이 대단했다. 그래서 배겨낼 수 없으니 안쪽으로 들어온것이다. 그때 마침 여기에 금맥이 나져 금전꾼들이 산지사방에서 구름같이 모여들고 있었다. 나도 이 기회에 부자가 돼보자고 황금몽을 꿈꾸었던 그는 금전굴이 무너져 생사람이 떼죽음을 당하는것을 친히 목격하고는 그만 가슴이 얼어들어 돈벌 수를 달리찾기시작했다.
곽가는 30여리밖 짜작나무골어귀에 있는 갈림목에다 방이 모두 두칸밖에 안되는 자그마한 집을 한채 지어놓고 녀편네와 같이 살면서 한칸을 내놓아 려인숙을 꾸리였다. 그래서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이건 나가는 손님이건 묵어야 할 사람은 부득불 그의 집을 찾게되는데 그는 방이 하나라는 리유로 객을 골라받았다. 돈있는 사람이면 재웠던것이다. 그러면서 녀편네와 짜고 술에다 몽혼약을 넣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손님을 죽여 돈이나 금을 빼앗고는 시체를 끌어다 땅에 파묻었던것이다. 그자의 손에 그같이 귀신도 모르게 생명잃은 사람이 얼만지 모른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걸 아는지라 그자는 들통이 날것같으니 지금은 석금강에 들어와 콩기름방을 차려 눈가림하고있는 판이다.
이날밤 민호일행은 경찰서에서 밤순시를 나온것 처럼 가장하여 기름방을 지키는 보초가 돌각담의 대문을 열게끔했다. 그리고는 안으로 달려들어가 곽가를 죽이고 녀편네를 족쳐 숨겨둔 금 한 대두병과 현금 3만여원을 손에 넣었다.
물론 종적을 감추느라 곽가의 녀편네마저 죽여버리고 떠났다.
민호는 화남의 천지주가원에 돌아와 한국독립군이 왕덕림, 정초의 의용군과 손잡고 싸운다는 소식을 듣고는 나는 장차 그들과도 결맹하여 반일을 해야겠구나 하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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