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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왕견이 독립패의 임무는 염왕산 서남으로 부터 서북에 일르기까지 변두리에 있는, 아직은 집단부락에 들어가지 않은 자그마한 마을들이 왜놈의 편에 붙지 않게끔 조치를 대는것이였다. 그 조치라는것이 바로 보동이나 갑장이 한간으로 되었는가 되지 않았는를 알아보고 한간이면 잡아 죽여버리는것이였다.
만주국은 만주국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청향(淸鄕)하고 유지(維持)한다는 것이 염왕산의 구호였다.
왕견은 자기까지 포함하여 40명밖에 안되는 독립패의 인마를 거느리고 근 한달가량 눌러있었던 맹가강을 떠났다. 북쪽 50여리 지점에 위군 1개반이 진주한것을 알아낸거다. 위군이 무엇 때문에 보잘것없는 마을로 오는걸가 많으면 몰라도 한 개 반이 와서 대체 무엇을 하자는걸가고 이리생각 저리생각한 끝에 그는 그자들이 아마도 염왕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자고 그럴거라고 속으로 짚었다. 사실 그렇다면 그건 에누리없이 정찰을 다니는 적일것이다.
적이 그켠에서 설사 염왕산입구를 찾아내다해도 감히 들어오지는 못할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방임해 둘 일은 아니니 멀리 쫓아버리든지 아니면 소멸해버리리라고 왕견은 맘먹었다.
왕견이 말잔등에서 근들거리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그려보고있는데 양화가 다가붙이면서 그에게 말을 시키였다.
《왕패장!》
《왜 그러니?》
왕견은 그를 돌아다보며 귀찮아했다.
《내 한가지 물어보랍니까.》
《뭘말이냐?》
《듣자니 왕패장은 오군자때 차챈더노릇을 했다는데 보다싶히 지금은 패장노릇하니 어떤가요?》
《나보고 감상을 말하라는거냐?》
《급을 내리먹었으니 분하잖은가유.》
《자식! 별소리 다한다. 분할게 뭐냐, 난좋다.》
《건 왜서요?》
《난 이 독립패의 두령이야.》
왕견은 독립(獨立)이란 이름에 자호를 가지고있었다. 아무튼 이전만 덜위험하거니와 자유를 부릴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왕패장!》
《왜그러니?》
《한가지 더 알아볼가요.》
《알아볼게 뭐냐?》
《저...오인하고 위아가씨는 잔치도 안하구서....》
《건데 어쨌다는거냐?》
《자꾸붙는다는데....》
《남이야 붙건 말건 네 상건할게 뭐야.》
《상관인게 아니라....》
《그런거나 캐구있어? 돼먹지 못한녀석! 저리 썩 물러가!》
왕견은 성을 벌컥내면서 채찍으로 그자의 말을 답새겼다.
말이 놀래여 화닥닥 달아났다.
위만군은 인마가 나타나자 마을을 빠져 달아났다. 한데 웬 일인지 총소리 한번 나지 않아 놀라지 않았으련만 마을안에는 애들과 짐승만 보일뿐 어른은 보이지 않았다.
《이눔의데가 왜 이래?》
왕견은 통신원새자를 불렀다. 언젠가 민호가 산채의 서쪽골에서 본 암팡지게 생긴 그자였다.
《네가 저기 저 집에 들어가봐라. 어른이 있는지 없는지. 있으면 얼른 내앞테 데리고 오너라.》
《무슨 어른을? 갑장? 패장? 보동은 없을게구.》
《아무든 다 돼.》
암팡진 새자가 그 집으로 달려가더니 과연 중년사나이 하나를 찾아내여 데리고 왔다.
왕견은 그 사람보고 물었다.
《뭘해먹는 사람이요?》
《농사질을 해먹지요.》
《내 묻는건 그게 아니구 무슨 노릇을 하나 그거야.》
사나이는 주름투성이 얼굴에 다소 겁기를 띤채 대방의 감사나운 몰골을 보다가 시선을 어름어름 피하면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갑장질을 합네다.》
《언제부터?》
《가즘니다. 반년도 안됩니다.》
《만주군이 여기루 온지 며칠되는가?》
《오늘까지 엿새.》
《뭘하러왔다는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알려주지 않는데.》
《그럴 수 맞아. 그걸 알자는 내가 어리석지. 그건 그렇고 그래 우리가 왔는데 어쩔참이요. 말하자면....》
《경찰서에서 대단히 되게 굽니다. 패에서 누가 하나 죄지을 일을 해두 그 패에 든 열호가 련좌금이라 해서 이원각수씩 내야합니다. 미루시 검거하면야 그게 감면되구요.》
그가 말하는 죄지을 일이라는것인즉 반일군을 도와주거나 감싸주는것을 가리켰다. 죄없는 백성들이 이같이 앞뒤로 고생이였다.
《됐어 그만지껄이구 가. 가란말이야. 가서 일러바쳐, 우리가 왔다구.》
《저 국군은 알고갔으니 내가 보골안해두되지요.》
《그러니 일러바치지는 않겠다는건가. 그럼 좋아, 점심때가 됐는데 구복을 달리게 먹을거나 내놔. 마흔명이야.》
갑장은 그러리라면서 물러갔다.
한데 웬 일인지 그러고 가서는 오래도록 감감 무소식이였다.
왕건이 새자를 그집에 다시보내여 알아보니 갑장이 없어졌다. 자기도 반배를 겨우불리며 살아가는 주제에 이들에게 밥을 해먹였다간 어떤 화가 떨어질지 몰라 아예 솔가도주를 해버린것이다.
《빌어먹을 것이!》
왕견은 갑장이 달아나도 집은 가지고 달아나지 않았으니 밸김에 불을 질러놓고 가버리려했다. 그랬다가 가보니 그 집의 돼지우리에 50여근이 나갈 돼지 한 마리가 있는지라 맘을 고쳐먹었다.
《잘됐다, 불은 놓지 말고 저것이나 잡아 튀를 하거라.》
류자들은 얼싸좋다고 패장의 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돼지잡고 닭잡고 쌀뒤주를 뒤져 밥을 해서 먹고는 그 마을을 떠나갔다.
그들이 이번에 간 마을은 거기서 북쪽으로 곧추 50여리 더 들어가 있는 진가툰이란 마을이였다. 그 마을역시 현성과 거리가 먼 편벽한 곳이여서 그런지 만주군과 경찰의 발길이 아직은 그리닿지 않았거니와 집단부락으로도 건설되지 않았다. 보갑제가 나오면서 각곳에 자위단이 나졌지만 이 마을은 아직 자위단도 없었다.
왕견은 거기서 진득히 눌러있으면서 겨울을 지낼 생각이였다.
오래전에 그가 자주다녀 사이가 좋았던 마을의 갑부 진지주는 그들을 군말없이 받아주었다. 염왕산과의 옛정도 정이려니와 관방의 처벌이 무서워 이들을 딴눈으로 보고 랭대했다가는 일본놈들한테서 아직받아보지 못한 벌을 이네들한테서 받을것 같아 두려웠던것이다. 토비가 악이 나면 로소삼대를 몰살하려든다는것을 잘아는 그였다. 하길래 그는 있는 힘껏 마음을 맞춰주려했다.
왕견은 천지주집이 크긴하나 많은 류자를 다 용납할 수는 없어서 밥만 한데서 먹고 잠자리는 몇곳에 갈라놓는 수밖에 없었다.
이 마을의 보동은 천지주가 아니고 다른사람이였다. 여기에 온지 며칠안되여서다. 저녁켠인데 그 보동이 왕견을 찾아와 당신들은 여기로 오기전에 어디에 있었댔느냐 물어보는것이였다.
《그건 왜 묻는거요?》
《좋잖은 소문이 돌아서 그럽니다.》
《좋잖은 소문이라니, 어떤건데? 난 왜 못들었을가.》
그들이 오면서 저지른 그 갑장네 집을 털어먹은 일과 같은것이 발생할까봐 미리 방비하는것 같아서 그는 모르쇠를 놨다.
《반일을 한다면야 옳은일이라며 환영하지만 로략질을 하면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욕하지요. 내가 듣자니 어떤 항일군은.....》
왕견이 그의 말을 중둥잘랐다.
《어떤 항일군은 어떻다는건가. 우린 올때 앞마을에 들려 갑장집을 탕쳐먹었지. 왜 그게 나쁜짓이였던가? 자기편군대가 왔으면야 말루만 반갑다말구 곱다랗게 받다줘야지 안그렇소? 건데두 갑장녀석이 처신을 어떻게 했는갈 보란말이요. 점심을 해먹이겠다 대답해놓구서는 도망쳤단말이요. 세상에 그런 놈이 어디있어. 표리가 부동한거지. 믿지 못할 놈이였어. 구복은 달려야지 그래서 그 집의 돼지를 잡아먹은건데 뭐가 잘못됐는가?》
네가 주지 않으면 빼앗아 먹는다는 강포한 자의 당당한 리론이였다. 보동은 말을 더 했다가는 자기도 그런꼴이 되고말것 같아서 그만 물러가고말았다.
민호가 항상 강조했듯이 민심은 절대 잃지 말아야했다. 왕견은 이 점을 알고있기에 새자들앞에서 략탈을 절대 엄금한다고 강조했거니와 누가만약 그런 짓을 하면 용서치 않으리라했다.
그들이 진가툰에 자리잡은지 근 한달이 되여오는 어느날이다. 정오무렵인데 한 새자가 달려들어오면서 웬 군복입은 사람들이 왕패장을 만날일이 있어서 찾아왔다는데 어떻게 하라는가했다.
《군복입은 사람이라? 그게 그럼 만주국군아니여? 그놈들이 왜 날 찾는대?》
왕견은 대뜸 적이 자기를 투항시키자고 설강하러 온줄로 짐작하고는 안색이 좋지 않아 벗티고있다가 아니다 누가왔건간에 아무튼 만나줘야하겠다 찾아왔으니 그쪽은 손님이고 나는 주인인 셈인데 례모야 차려야지 하면서 대체 누군데 들여보내라했다.
반양머리에 눈썹이 짙고 단단하게 생긴 사나이가 경위원 둘을 데리고 나타났다. 회색군복입고 권총까지 버젓이 찬 그는 위용강을 수편하려고 염왕산에 들어갔던 최기덕이였다.
《왕견패장이지요? 나는 동북반일련합군의 대표인데 한가지 요긴하게 상의 할 문제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자, 이건....》
최기덕은 이번에도 위용강에게 보이였던 그 큰 도장박힌 종이장을 꺼내놓았다.
왕견은 염소 개울물에 제 얼굴을 비춰보듯이 머리를 기웃거리며 보다가 되돌려주면서 한마디 심드렁하게 내뱉었다.
《이게 뭐여, 나는 이런건 몰라!》
《왕패장이 이걸 모를수 있지만 정민호야 알겠지요?》
《뭐라! 이제뭐랬어?》
왕견은 초면의 사람이 정민호의 이름을 대니 적이 놀래는 얼굴로 그를 다시한번 여겨보았다.
《나는 정민호의 친구입니다. 염왕산에 들어가 그를 만나보고 오는 길입니다. 륙년만이지요.》
왕견은 그의 말을 듣고보니 언젠가 민호가 제 친구가 하나 있는데 여차여차해서 갈라진 후로는 다시만나보지 못해 서운해 하던 일이 생각나는지라 얼른 일어나 손을 잡아주면서 반가와했다.
《내가 실수를 했구만, 귀객인걸 모르구.》
《실수아닙니다, 제가 소개를 늦게해서 그렇지요.》
정민호는 이러면서 자기가 여기로 오게 된 리유룰 말했다.
반일전에 나선 왕견이 외선임무를 맡고나와서 정처도 없어 때로는 풍찬로숙을 하면서까지 떠돌테니 고생인들 얼마나 많겠느냐 그것만으로도 과연 장한 일을 해내고있다고 칭찬하고나서 적은 날이갈 수록 반일군토벌에 혈안이 되어갖고 날뛰고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동북반일련합군이 정식으로 창건된것이니 모든 반일력량은 굳게 뭉쳐야 할게 아닌가고 그는 말했다.
《그렇구말구, 뭉쳐서 싸워야지!》
왕견은 때로는 머리를 주억거리였다. 그 말이 틀리지 않는다면서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허나 그러면서도 대방이 자기가 휘동하는 인마를 수편을 하려는 의도를 갖고 온게 아닐가 생각하면서 정신을 도사리기도했다. 그 절대 수편되지는 않으려는 그였다.
최기덕이 염왕산에 가자 민호는 다음과 같이 알려줬던것이다.
《말이 외선임무지 기실은 그런게 아니야. 이 염왕산이 천연적요새나 다름없는데 바깥을 지켜서는 뭘해. 그 녀석들을 내가 주장해서 수편하고 보니 잘못했어. 생각던거완 영 다르게 말이 아니란말다. 내 손으로도 두녀석이나 없애치웠지....솔직히 말해서 왕견의 그 독립패는 고생을 콱해봐야 나아지리라해서 내가 보낸거야. 잘만 교양하고 이끌어주면 반일은 할 수 있을것 같으니 한번 가봐.》
토비가 다르긴 달랐다. 최기덕은 그늘밑에 어빡자빡 제멋대로 자빠져서 걸찍한 진담류설이나 늘여놓고 있는 류자들의 개잘량같은 꼴을 자기가 직접대하고 보니 기가 찼다. 똥통을 물통으로 만들어도 냄새는 그냥 나는거다, 내가 저것들을 과연 마음과 같이 개조시킬 수 있을가? 손아귀가 어지간히 세지 않고는 안되겠구나.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꼬리물고 고패쳤다.
그렇다고 먹고 온 마음을 버릴수는 없는 그였다.
왕견이 자기는 어디까지나 반일을 할것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반일부대에든 대들어가지는 않으리라면서 네가 나를 수편하러 왔으면 곱게 돌아가라했다. 최기덕은 수편할수 없음이 번연한지라 그럼 서로 련락이라도 하고 때와 경우를 봐서 련합작전같은걸 하는데는 동의하는가 물었더니 왕견은 그건 얼마든지 되리라했다.
《감사합니다. 그만큼이라도 우릴믿고 나서니 고맙습니다.》
최기덕은 사의를 표시하고나서 한가지 충고를 했다.
《출전을 안할시 어떻게 보냅니까, 그저 무료하게 보내는것 보다는 하다못해 둘러치기 메치기라도 련습하는게 좋잖겠급니까. 내 의견은 이러합니다.》
《거 좋은 건의를 했소. 그러잖아 나도 생각이 그리루 돌아가구있었는데.》
왕견은 기덕의 충고를 흔연히 받아들이면서 자기가 교련질을 할테니 보라했다.
그게 빈말이 아니냐했더니 과연 오후부터 류자들을 집합시켜놓고는 그들에게 악 악 소리지르면서 발로 차기 주먹으로 치기를 배워주기 시작했는데 그의 말로는 그것이 소림무술이라했다.
웃통을 벗어재낀 왕견은 몸이 과연 실팍했는데 그가 움직일 때마다 끈을 달아 목에다 건 부대화상이 발광하듯 요동쳤다.
《왕패장은 무예술이 과연 이만저만이 아니구만요! 건데 그건 뭡니까. 목에다 건것이?》
기덕이가 땀으로 맥질한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있는 그를 향해 걸어가며 물었다.
《이걸 처음보는가유, 오인한테도 하나있을텐데.》
《난 보지못했습니다.》
《부대화상이지유. 이걸 걸어야 진정한 류자라구 할 수 있지.》
왕견은 자호감이 흐르는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그럴만도하겠다. 독립패의 새자들은 다가 그의 목에 걸려있는 부대화상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최덕이 여기에 온지 약 보름만에 진가툰북쪽 이도하자(二道河子)에 삼림경찰대가 나타났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 삼림경찰대라는것은 두엄무지에 똥버슷 자라듯이 이해부터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 왁작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삼림경비를 하자는게 아니라 실은 일본군과 배합해서 반일군을 토벌하자는것이였다.
《그걸 없새버려야지. 않그렇습니까, 왕패장?》
기덕의 생각이 이러했거니와 왕견도 마찬가지였다.
《기계는 부리지 않으면 녹쓸고 사람은 움직이지 않으면 병신이 되는거야. 나가보자!》
그는 독립패의 인마를 곧 출동하려고 집합시켰다.
《왕패장, 우리 거기루 가면 먹을알이 있는가요?》
한 새자가 이도하자로 간다니 따지듯 물어보는 말이였다.
왕견은 대답을 인차못하고 난색만 지었다. 그것은 략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것이여서 먹을알이 없다거나 그런건 생각말라고 한다면 새자들은 행동이 시들해질것이고 그렇다 하여 들어주자니 규률을 위반하게되는것이였다.
이런 처지를 당하자 최기덕의 머릿속에 한가지 기발한 생각이 피끗 떠올랐다. 벌목장이니 목재를 팔것이요 그러면야 금고가 있을게 아닌가. 그걸 털면 문제는 해결될 것같아서 그가 말했다.
《형제들은 걱정마시오. 아무렴 빈손으로 돌아올가. 싸우기만 잘하시오. 그런다면 상은 있을거요.》
《편아를 고른단말이지!》(주)
《와!....》
새자들은 마치도 굿들은 무당모양으로 기뻐했다.
최기덕은 말해놓고 보니 자칫 불량한 일이 생길것 같기도해서 한마디 그루밖아 강조했다.
《모두 기억하라. 내 말은 민재를 털라는게 아니다. 누가 만일 그 짓을 한다면 용서치 않을것이다.》
대오는 곧 출발했다.
그쪽도 머리를 달고있는 인간이니 멍청하지 않았다. 나다니는 정탐이 있고 끄나블이 있어서 진가툰에서 수십기의 인마가 자기들을 치러가는 기미를 알고는 20여명 삼림경찰대가 지레달아나 이쪽은 허탕치고말았다.
먼길을 급행하다보니 말도 사람도 지쳤다. 그들은 이도하자에서 며칠간 묵으면서 휴식하고 진가툰으로 돌아가기로 작정했다.
한편 최기덕은 지금까지 되어 온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왕견의 곁을 임시떠나게 되었다. 그도 염왕산토비를 수편하려고 나섰다가 태평진에서 목숨을 잃고만 민호의 백형과 꼭같은 경로를 걷고있었다. 한국독립군에 있다가 그것이 붕괴되니 관내로 나가지 않고 남아서 산속에 들어가 어느 한 자그마한 반일부대에 입대하여 일본군과 싸웟고 지금은 동북반일련합군의 대렬에 들어 염왕산토비를 수편할 임무를 맡고 나다니는것이다.
바라던것이 일장의 백일몽으로 되고만지라 새자들은 최기덕이 경위원 둘을 데리고 가버리자 뒷공론이 많았다.
《씨팔거 좋다말았네.》
《우린 편아한잎도 못갖고 맥만뺐지 뭐야.》
《이러니 저러니 해두 우린 속힌거다.》
《믿지못할 사람이였어.》
《그자식 말한대로 안하구 갔지 뭐야.》
그저 이멋으로는 돌아가려는 그들이 아니였다. 양화와 공파가 고생스레 여기까지 와같고 빈손에 돌아가다니 어디 될 말이냐며 봉창을 하자고 선줄을 끌면서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하는 왕견에게 다가와 부채질했다.
《왕패장님은 선심을 써야지요.》
《모두 떠드는걸 보란말입니다. 안그랬다가는 큰일납니다.》
《삼림경찰대가 돈꿰까지 가지고 달아났다니 리유는 되는건데 그렇다해서 그래 편아를 다른 방법으루는 고르지 못할까?》
《알골을 쓰잖아도 방법이야 있지.》
그 둘은 왕견의 앞에서 이렇게 찧고 까불면서 하다못해 방표(주)라도 해갖고 돌아가자고 닥달을 놓기까지 했다.
왕견이 처음에는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눈알을 굴리였다. 그리고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강포무지한 이 녀석들이 저희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돼지껍지를 바를것 같아서 속이 떨렸다. 게다가 절기가 바뀌느라 그런지 북방의 삼림지대는 기온이 떨어져 벌써부터 서늘해지고있건만 아직까지도 산채에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너희들은 올겨울을 밖에서 지내라고 내쳐버릴 예산인지 이젠 그만돌고 돌아오라는 말이 없는거다. 진지주가 40명도 넘는 사람을 먹여주고 재워주는것만도 부담이 과중한데 거기다가 어찌 겨울철옷까지 지어달라겠는가, 이모저모로 생각한 끝에 왕견은 하는 수 없이 그럼 그리해보자고 대답했다.
그들은 이도하자를 떠나면서 과연 20명이나 인질로 잡아갔다. 한데 살펴보면 그들은 다가 목재판이 아니면 목재가공소에서 막벌이를 해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였다. 한데도 그들은 그래도 돈이 있겠지 하면서 그 짓을 하는 판이였다.
왕견은 이도하자근처에 있는 한 마을에 들어가 얼마간 눌러있을 잡도리를 하면서 양화와 공파를 각각 양즈방과 화서즈로 임명하여 인질을 다루도록했다.
첫날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양화와 공파는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잡아온 인질들을 둘러앉게 하고는 수건을 뭉쳐 공같이 둥글게 만들어 그것을 돌리게 했다. 돌리던 인질이 너무 피로하고 곤해서 깜박 잠든 사이 돌던 공이 멈추면 채찍으로 때렸다.
인질들은 공을 돌리지 않고 반항했다. 그들가운데는 홍표(녀인질)도 3명이나 있었는데 그녀들이 낮은 목소리로 노래불렀다.
찬바람 불어와 몸은 떨리고
가난뱅이 신세 쓸쓸하구나
날따라 고생은 많아지거니
누구의 탓인지 그대는 아느냐
사변을 일으킨 원쑤 일본놈
그놈들이 원한을 크게 하였지
천추에 용납못할 일제왜놈을
총들고 싸워서 모조리 없새자.
두절로 되어진 노래를 이렇게 부른 다음에는 홍표하나가 가사를 고쳐가면서 다음과 같이 불렀다.
한민족 한겨레 형제자매건만
어이하여 이리도 혹독하느냐
말하라 너의 죄를 네가 알테니
누구를 위하여 날치고 있느냐
티끌이 모여서 태산이 되듯이
죄악은 모여서 바다로 되거니
가슴에 손얹고 생각해보거라
일본놈과 다른것 무엇인가를.
《가만둬라!》
양화가 때리자고 채찍드는것을 보자 왕견이 소리쳐서 제지시켰다. 그도 노래에 귀를 귀우렸던것이다. 홍표가 분명 자기를 놓고 노래를 불른것 같아 량심상 가책되면서 가슴이 결리였던것이다.
《모두 풀어놓거라!》
그는 명령을 내렸다.
《아니 어쨌다구서? 난 그리고싶잖은데.》
양파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반대했다.
《왕패장! 그런다면 우린 헛고생아닌가요.》
공파역시 반대하고 나섰다.
왕견은 제 주장을 단호히 세웠다.
《잔말말고 모두 풀어놓으란말이다. 너히들은 그래 천벌이 무섭지 않느냐?》
그의 커다란 두 눈알이 불덩이되여 구으르는것 같았다.
양화도 공파도 그리고 다른새자들도 모두 감히 엇서지 못했다. 그들이 억척스러운 토비의 패악함을 알거니와 그를 여기서 죽여버고 도망쳐 각기 흩어진다해도 보복심이 강한 염왕산이 자기는 물론 가족까지도 가만둘리 없느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왕견은 인질을 다 제집에 돌려보내놓고나서 자기도 무리를 거느리고 진가툰으로 돌아왔다.
나뭇잎들이 단풍들더니 어느덧 한 잎 두 잎 가지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염왕산에서는 의연히 돌아오라는 지시가 없었다. 네가 몰라보면 나는 나대로 살아갈판이지 뭘 볼게있는가! 왕견은 배심이 나서 명실공히 독립이 되려고 작심힜다.
그가 이러고 있을 때 최기덕이 다시돌아왔다. 위용강의 눈에 나서 십중팔구는 염왕산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리라는것을 짐작하고는 이 한무리의 토비를 포섭해 반일을 계속하게 하자는것이였다.
한데 그같이 훌륭한 포부를 갖고왔음에도 그의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이전만 더 심한 실망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가 왕견을 앉혀놓고 당전의 형세가 점점 더 준엄해지고있다고 알려주고나서 관동의 3천만백성이 살아 갈 길은 오직하나ㅡ반일항전을 계속하는것이라 알려주면서 일본군을 몰아내고 괴뢰만주국을 뒤엎어야 한다 말하고 있을 때 밖에서 새자들이 떠들어대는데 그 꼴이 말이아니였다. 그자들은 쌍소리시합을 하다가 마침 발정한 개 두 마리 나타나 흘레를 하니 열이 올라서 왁작했던것이다.
《붙었니?》
《붙었어.》
《저놈이 잘두 찔러댄다.》
《하하, 저놈이....》
《저런! 빼지 못하네.》
《아캐가 찝었서. 단단히 찝었어.》
《아니다. 수컷이 변자가 불었다. 땅땅 불었다.》
《네것도 불어나잖아 쥐는걸 보니.》
《야 이 발정한 수캐야!》
《하하하....》
뜨믈같이 혼탕해지고 곰팡이 낀 머리를 어떻게 하면 씻을가?....
기덕은 한숨짓고나서 자기가 없은 사이에 어떻게 지냈는가 물으니 왕건은 숨기지 않고 그대로 알려주었다. 기덕은 속으로 단단한 박달나무도 좀이 먹을라니 넌들 온전하랴 하면서 그를 충둥질한 양화와 공파를 불렀다.
《대표께서 우릴 왜 불렀습니까?》
공파가 자못 의아해 하였다.
《이번 출장에 먹을알이 없어서 불만이 있겠지?》
기덕이 그하고 묻는데 양화가 입정을 먼저놀린다.
《불만이라니, 없습니다. 없지요. 우린 왕패장말도 잘듣고 대표말도 자듣겠습니다. 응당 그래얍지요. 안그렇습니까, 응당!》
공파가 그의 말을 더 곱게 장식했다.
《우린 왕패장도 최대표도 높이 받들겠습니다. 응당 그래얍지요. 안그렇습니까, 응당!》
그리고나서 둘은 돌아서서는 다른 곡을 불렀다.
《저깟것들 우릴 어떻게 해. 자유를 부려야한다, 자유를!》
《우린 개보다 못한 신세야. 차라리 따로 기국하고말자!》
말은 이렇게 해도 아직은 제 용망 제멋대로 할 형편이 못된 그들이였다. 그러니 겉으로라도 복종하는 양 해야했다....
기덕은 두 경위원과 함께 마을사람들한테도 반만항일선전을 적극적으로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부녀회를 조직하기에 이르었다. 그것이 마을부녀들의 친목을 위한것이라 하지만 실제상에는 반일외각조직이였다.
추위가 별스레 급작스레 들이닥치고 있었다. 산채에서 급양이 없으리라는것을 알아차린 왕견은 기덕이와 상의하여 기와가마 하나를 마스기로 작정했다. 그들이 점찍은 기와가마는 친일부호가 아니였다. 진가툰과 백여리상거한 집단부락에 설립된 대흥고분유한공사(大興股分有限公司) 산하의 한 영업소였다.
어느날 그들은 그 마을을 돌연습격하여 영업소의 돈궤를 안아왔다. 그래서 겨울나이 동복과 모자와 신발을 해결했거니와 이불까지도 만들 수 있게되었다. 이 일을 마을의 부녀회에서 맡아했다.
이불 두채가 솜은 있는데 거죽이 모자라 채 꾸미지 못한것을 왕견이 진지주한테서 돈을 빌려 내놓으면서 그들더러 마저꾸며달라했는데 그 이불 두채가 양화와 곡파가 덮을것이였다. 새이불이 만들어지는 족족 새자들이 나누어 가졌는데 그들이 너그럽게도 자진 마지막에 가져도 된다해서 그리된것이다.
그 둘은 왕건과 기덕이가 주숙하고있는 진지주집과 거리가 뜬 한 홀아비집에 들어있었다. 홀아비가 겨울이 돌아오니 끼니끓이기가 싫었던지 조카집으로 옮겨가 거접했다. 그래서 그 집에 새자만 셋이 들어있게 되었다. 이런데로 어느날 어슬녘에 성이 초씨인 부녀가 다 꾸며진 이불을 안고갔다.
마침 그때 자리를 옮겨 온 새자가 오줌을 잘못깔려 바지가랭이를 적셔갖고 들어 온 꼴을 보고 너도 개하고 붙어서 헐레를 하고 온거냐며 놀려주고있는 판이였다. 녀인이 이불을 갖고 문득 들어가니 웃고 떠들던 양화와 공파는 어마뚝해서 입을 다물었다.
《이불이 늦게 꾸면져 미안해요.》
초씨녀인은 갖고 온 이불을 주면서 말했다. 마음씨 고운 녀인이였다. 그녀는 왔던김에 이들의 더러워진 속옷을 빨래라도 해주고 가려했다. 그런데 어찌알았으랴, 뜻밖의 화를 입을줄이야.
양화가 공파에게 손가락으로 제 코구멍을 쑤셔보이자 공파가 슬며시 일어나 녀인의 손목을 슬며시 잡았다. 그리고는 헤식은 웃음을 흘려가면서 억벌로 끌었다.
《아주머니, 헤헤헤.....여기루 올라옵소. 우리하구 좀 놀다갑소.》
《놔요! 이걸 놔요! 왜 이래요?》
초씨녀인은 이자의 행동거지가 사위스러워 뿌리치고 가려했지만 때는 이미늦었다. 다른 하나의 억센 손이 입을 막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면서 옷을 벗겼던거다. 욕정이 발작한 두 녀석은 그녀를 소제해준다면서 란폭하게 유린했다. 그리고나서 너도 하거라 말을 듣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해서 이쪽 새자도 달려들게 만들었다.
한편 초씨년인네 집에서는 초저녁에 나간 사람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황황해났다.
초씨녀인의 시누이가 왕견을 찾아왔다.
《이불 두채 다했어요. 그래 갖고나간 사람이 아직도 안와요.》
《찾아봤소?》
《찾잖구요. 왜 안찾았겠어요. 가볼만한 집은 다 가봤는데요.》
초씨녀인의 남편도 안해를 찾다가 못찾으니 왕견을 찾아왔다.
《우리 애어민 밤마실을 다니지 않소. 귀신한테 잡힌것 같소.》
왕견은 그들의 고소를 받고나서 곧추 양화와 공파가 들어있는 집으로 갔다.
《그 아주머니말입니까, 초저녁에 이불을 갖다주구는 제꺽 돌아갔는데 어디루 갔을가?....》
물어보는 말에 세새자는 대답이 똑 같았다.
온 마을이 소연해졌다. 마을 사람들은 이틑날에야 마을밖 토피를 치느라 흙을 파서 생긴 웅덩이에서 목을 죄여 죽인 초씨녀인의 시체를 찾아냈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오구탕을 쳤다.
《살인귀를 마을에다 들여놓았구나.》
《저것들이 언제면 바라갈가.》
염왕산의 독립패는 증오와 저주를 받았다.
《마인!》
왕견은 류자들을 집합시켜놓고 다짜고짜 양화와 공파를 덜미잡아냈다.
《내가 그리두 주의를 줬는데두 네놈들은 야화요(강간)를 해?》
패장의 살기등등한 눈살에 가슴이 찔려 바지에 오줌을 흘렸던 새자가 그만 무릎을 꺾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면서 자기는 핍박에 못이겨 그짓을 했으니 제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하면서 울었다.
살려줄 수 없었다. 총 셋방이 그들의 명줄을 끊어놓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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