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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덕 등 네사람은 로동자출신의 공안인원중에서 사상이 진보적인 3명을 입당시켜 모두 7명의 당원으로 지부를 내온 후 쏘련홍군의 협조하에 주요성원들이 한간들이며 국민당과 손잡고 있었던 유지회를 해산시키고 태평진인민정부를 수립했다.
이곳에 인민정권이 나오자 각처에서 새로 생겨난 토비들 때문에 떠돌고 몰려다니던 조선동포들이 쓸어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태평진에는 워낙 조선호수가 5호밖에 안되던것이 어느덧 170여호로 급증했고 일본인 이민단이 떠나버려 쓸쓸하게 남아있던 목청과 화금은 조선사람의 마을로 변해버려다.
한데 이때 태평진에 관아무개란 자가 나타나 국민당접수대원(國民黨接受隊員)이 200명의 철석부대(鐵石部隊)를 거느리고 할빈을 접수했다느니 빈강성(濱江省)의 정권을 접수했다느니 하는 소문을 펏뜨려 민심을 소란케 했다. 오라잖아 여기로도 국민당의 부대가 온다느니 와서는 곧 공산당이 세운 정부를 무너뜨린다는지 어쩐다는지 풍설이 나돌아 주민들은 이놈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불안해 하면서 안착못했다.
사실 그러한 요언들이 무근거한건 아니였다. 국민당은 해, 륙, 공세개의 길로 동북에다 대량의 군대를 파출해 이미 공산당의 무력에 의하여 해방된 산해관(山海關)과 금주(錦州)를 공점했다. 그들은 동북을 당장 저들의 손에 넣어버릴 태세였다.
이에 앞서서 일본의 괴뢰였던 만주국이 붕괴된 동북땅에는 사처에서 국미당의 지방부대들이 마치도 덤무지에 똥버섯나듯이 왁 생겨났다. 그중 가장 어마어마한건 선견군(先遣軍), 정진군(挺進軍), 광복군(光復軍), 충의구국군(忠義救國軍)이였다. 그외에도 무슨 보안대니 무슨 자위대니 하는것들. 민호는 그것들의 두목들을 하나하나 손꼽아가며 세여보았다. 사문동, 리화당, 장우신, 손영구, 정운봉, 마희산, 왕지림, 곡청전.....국민당의 위임장을 받은 그들은 거의가 항일시기에는 한때 이름이 뜨르르하다가 적앞에 귀순해버렸던 변절자가 아니면 한간, 특무 혹은 토비였다.
기염이 대단했다. 그들의 기고만장한 세력에 흡인되고 위협공갈과 유인에 배겨내지 못해 그쪽으로 넘어가는 지방무장들이 기수부지였다. 애초에 자발적으로 건립된 무장조직들이 많이 넘어가다보니 저쪽은 무력이 이켠의 10배도 넘어되였다. 목단강일대만봐도 목단강시와 녕안현성을 내놓고는 주변의 현성과 진이 모두 그자들이 점령해버렸던것이다.
민호는 산속에 있었지만 정찰을 내놓아 밤자고나면 복잡하게 변하고 있는 국세를 면밀히 탐지했다. 그것을 연구하고 제때에 대응책을 찾아야 생존의이가 있다고 생각한것이였다....
어느날 환갑줄에 든 몸집이 실팍한 대머리사나이가 여러 부하의 호위를 받으면서 태평진에 나타났다. 사문동(謝文東)이였다. 사문동은 자기의 부대를 이곳에다 진주시키려고 마음먹고 뚜르와체브를 찾아와 담화해봤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렇다고 먹은 마음을 쉽사리 거둬버릴 그가 아니였다. 군사학상으로 보면 태평진은 장광재령의 림해를 한쪽에 끼고 있어서 대공작전이 유격전으로 넘어갈 시는 주요한 전략적요충지로 될 수 있었다. 하기에 그는 여기에다 눈독을 들인것이다.
한편 지금 태평진에 있는 최기덕은 쏘련홍군이 오라잖아 철거하리라는것을 예견하고 자체의 무력을 키우려고 백방으로 애썼다.
11월이 되자 그는 장평과 조아민을 태평진동쪽 거리가 가까운영락촌에 파견하여 그곳의 지주 도야진(陶野進)의 무장을 수편하도록했다.
도야진은 염왕산류자들 손에는 한번도 털리운적이 없지만 다른 토비들의 성화를 늘 받아왔다. 하기에 토비라면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면서 두려워하는 사람이였다. 일본이 만주를 완전강점하여서야 그는 발편잠을 잘 수 있었다. 토비가 적어졌거니와 그 마을에 많은 위만군이 주둔했기 때문이다. 광복이 나자 도야진은 달아나는 그들의 무기를 거두어서 자신의 무장대를 꾸렸거니와 쏘련홍군에 의하여 길이 막히니 되돌아오는 50명을 숨겨두었다가 그들마저 자기손에 넣어버렸다. 그래서 그한테는 지금 100여명의 무장대가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토호의 실력까지 갖추게 된 그는 자기의 무력을 한번 과시하고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감히 그러지를 못했다. 쏘련홍군이 가까이에 있고 자칫잘못했다가는 그들에게 토비로 몰려 진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잠자코 제 굴이나 지키려했다. 바로 이런때에 태평진에서는 그의 무장을 수편하러 갔던것이다. 도야진은 태평진의 무장은 완전히 공산당의 수중에 들어가버린것을 안다. 그래서 설강을 받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를 찾아 온 사람둘중 하나는 쏘련홍군복에 견장을 단 장교니 방법없었다. 말을 듣지 않았다가는 지금까지 숨겨둔 위만군을 전부 내놓으라 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그들을 숨겨둔것을 트집잡고 붙잡아서 목을 칠까봐 무서웠던것이다. 하여 울며겨자먹기로 수편에 동의하는 수 밖에 없었던것이다.
이듬해 정월초의 어느 추운날 생각밖에 호덕화가 특사(特使)의 신분으로 도야진의 집을 가만히 찾아왔다.
《이것이 저의 위임장입니다. 보시는바와 같이 저는 성명이 호덕화인데 사문동사령께서 대인을 찾아보고 오라해서 이같이 위험불구찾아온겝니다.》
그의 초면인사가 이러했다.
도야진은 개털모자를 눌러 쓴 그를 마주보며 눈살을 찌프렸다.
《사문동이라?》
《예 바로 그분의 특사올시다.》
《그 지대사령이 내한테다 특사를 보내왔단말이지....》
《지대사령이 아닙니가. 지금은 군직이 대단히 높이올랐지요.》
《군직이 대단히 높이올랐다?》
《그렇습지요. 당국에 보조를 맞추니 벼슬이 관문에 오름이 순풍에 돗단듯합지요. 지금은 동북정진군제십군 상장군장이 되었소이다. 자 어떤가요?》
《허!....》
도야진은 맥빠진 소리를 냈다. 네녀석은 타고난 팔자가 좋은거냐 왜놈한테 귀순해서 천황한테서 금두꺼비를 상으로 받았더니 오늘은 또 급을 하늘높이올리췃단말이지. 도야진은 일찍이 일본군앞에 무릎꿇고 한간이 되어버렸던 사문동의 됨됨이를 알고있거니와 위인을 그닥잖게 보아왔는데 국민당이 그한테 준 어마어마한 군직에 눌리워 기가 시르죽었다.
호덕화는 백내장을 앓고있는 한쪽눈을 찌붓하고 보다가 근중을 떠보느라 입을 다시열었다.
《래의는 다름아닙니다. 한가지 극히 중요한 일을 대인과 상담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중앙군은 지금 계속 북진하고있습니다. 대인께서 보건대는 공산군이 이제 몇참이나 배겨낼것 같습니까. 그들이 지금까지 뻣대고있는것도 실은 쏘련군의 덕이겠지요. 이제 그들이 본국으로 철거하고나면 무슨꼴이 되겠습니까. 이거야 불보듯 빤한게 아닙니까. 금원제국인 미국이 우리를 받들어주고있습니다. 허니까 광명이야 우리쪽에 있는거지요. 안그렇습니까? 헌데두 대인께서는 아직도 공산당을 섬기다니 참....》
도야진은 손을 올려 제 이마빡을 문질렀다. 그늘지고있는 그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고달픔이 선히 내비치였다.
호덕화는 그를 넌지시 보다가 입가에 웃음을 흘리면서 동강났던 말을 이었다.
《사사령께서 대인의 무장대를 기의시킬 의향을 갖고있습니다. 공산당한테서야 기껏 받은게 중대장급이겠지요. 그게 다 뭠니까 쥐꼬리만한 벼슬이나 되는거지요.... 대인께서 사사령의 뜻만 맞춰준다면야 절대로 섧게는 안해줄겝니다. 나같이 아무렇게나 굴러먹던 놈도 다 부관이 됐을라니.... 잘 생각해보십시오.》
이러면서 그는 도야진을 한바탕 구슬렀다.
내가 원해서 공산당에 붙은건 아니였어 할 수 없으니 그랬던거지, 한데 저쪽에서는 지금 일부러 찾아와서까지 권고하지 않는가, 이건 천재일우야 하고 생각한 도야진은 기의에 동의하고말았다.
《여기로는 태평진서 두사람이 자주온다는데 이렇게 합시다. 첫째는....》
호덕화는 그와 반기를 들 날자를 정하고나서 물었다.
《듣자니 둘중 하나는 공산당원이구 하나는 토비출신이라던데 과연 그런가요?》
《그렇네. 조사를 면밀히 했구만. 조아민이라구 허는 사람이 군복입고 여기루 오는데 만만찮아. 그리구 한녀석은 태평진서 공안국장으로 있는 염왕산 토비녀석인데 아주 감때사납네.》
《그깟거야 깜장콩알 하나면 알아볼 수 있는걸요. 문제는 철혈대라는겁니다. 나를 붇잡자고 눈에 쌍불을 켠다는군요.》
《염왕산의 철혈대가? 대체 무슨 혐원이 있길래?》
《그런 사정이 있습니다. 저....》
호덕화는 입을 계속놀리려다가 그만뒀다. 자기가 변절한이 되었던 이야기가 자랑거리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있다가 도야진보고 태평진에서 지금 실권을 쥐고있는 두 조선사람을 없애버릴 수는 없겠는가했다.
도야진은 머리를 가로저어 자기는 방법이 없음을 표시했다.
호덕화는 코소리를 킁킁 내다가 입을 다시열었다.
《대인께서는 꼬리방즈를 어떻게 봅니까? 얼구이즈들을요. 가만놔둘셈인가요. 듣자니 왜놈들은 대인의 땅을 억탈해서 저들의 이민단부락을 앉혔다면요. 그런걸 지금은 또 조선놈들이 차지했구. 그게 그래 얼구이즈가 아니고 뭡니까. 대인은 그래 제 땅을 그렇게 그냥 빼앗기고 말건가요?》
《찾겠어, 찾겠어! 목청도 화금도..... 그건 다 내 땅이야.》
《자기 땅이면야 찾아와얍지요. 그 좋은 흑토를 그저 그렇게 잃고말다니 원. 대인께선 분을 풀어야 합니다.》
《후!....》
도야진은 한숨을 길게 그으면서 어금이를 깨물었다. 북만의 지주는 대체로 령황지주(領荒地主), 점황지주(占荒地主), 권세렴토지주(權勢廉土地主) 이 세 분류였는데 그는 친척의 권세를 믿고 나라땅을 차지했던거니 점황지주에 속할것이다. 한즉 불법으로 차지한 땅을 도루내놓는게 마땅하지만 게걸스러운 하이네가 배터지는 줄 모르고 걷어먹듯 욕심사나운 그는 어떻게 하나 그것을 영원히 제것으로 만들고싶은 마음이 불붙듯 했다.
호덕화는 계속 부채질했다.
《사사령도 땅을 앗기우고나서 왜놈을 더 미워하게 된게 아닙니까. 십여년전 토룡산폭동이 실은 그래서 일어난게지요. 그분도 조선사람을 얼구이즈 라면서 곱게 안봅니다. 그러한즉 대인께서 제 땅을 도루찾겠거든 그하고 보조를 맞춤이 지당하다 그겁니다.》
이네들이 소곤소곤 나눈 밀담이 그만 이 집의 오랜 더부살이귀에 들어갔다. 도야진에게 멸시와 학대를 받으며 살아온 그는 이 일을 일러바침으로써 보복하려했다. 마침 이때 주용전과 장평이 도야진무장대의 장비문제 때문에 이 마을에 왔던것이다. 그는 쏘련홍군장교복을 입은 사람을 찾아갔다. 그런데 주용전을 만나지 못해 이 일을 장평한테만 고발했다. 그러잖아 정체불명한 사람이 도지주집에 들어가는것을 보고 수상쩍어했던 장평은 그자들의 음모를 간파하고 그 즉시로 말을 타고 태평진으로 돌아갔다.
《허참, 이 일을 어쩐다?》
최기덕은 그의 보고를 받고 몹시 불안해났다. 그는 도야진의 무장대를 당장 해산시켜버릴 궁리를 하고 이 일을 뚜르와체브와 말하고 도와달라했다. 그랬더니 뚜르와체브는 자기는 그런일까지 간섭할 권한이 없다면서 머리를 저었다.
어떻게 해야 도야진의 반란을 미연에 분쇄해버릴 수 있을가? 그는 태평진의 공안대를 출동시켜보려다가 그 생각을 걷어치우고말았다. 도야진은 토성과 포대에 의하여 반격을 할 것이니 붙으면 이쪽은 목숨만 잃을게 빤했다. 마음이 초조불안해난 최기덕은 마침내 민호가 자기보고 일이 있으면 알리라 그러면 자기가 도와주리라던 말이 상기되였다. 도야진이 사문동과 결탁하여 제 동포를 살해하려한다는것을 알면 그는 꼭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최기덕은 쪽지를 써서 장평에게 주어 즉시 염왕산에 보냈다.
이 몇달사이 민호는 호덕화를 찾는 한 편 략탈을 일삼는 작은 비적무리를 만나기만 하면 에누리없이 족쳤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염왕산의 철혈대를 토비헌병대라 부르기까지 했다. 한데 아직도 호덕화를 붇잡지 못했다. 한달전에 화남근처에서 호덕화를 발견했는데 철혈대는 그자의 무리를 숙청하면서도 맹랑하게도 그자는 놓쳐버렸던것이다.
목숨을 겨우 살린 호덕화는 사문동을 찾아갔다.
사문동은 그를 받아주었다. 병력을 3,000명가량 보유하면서 대포와 박격포, 경기관총과 무전전신국까지 갖추고있는 사문동의 그 부대는 북만에서 국민당계렬의 이름있는 40여개 선견군가운데서는 첫손을 꼽고 있었다. 그런 무리를 휘동하는 사문동이 일개 무명인간이요 15명의 졸개부랑배를 다 잃어버리고 알거지로 돼버린 그자를 쫓아버리지 않고 흔연히 받아준건 애잡짤한 관용을 베푼것이다. 사문동은 그가 옛부하니 정도 정이려니와 담대하고 약삭바르니 곁에 두고 써먹자고 했던거다....
다급한 말발꿉소리를 울리면서 장평이 염왕산에 왔다.
민호는 느닷없이 나타난 장평의 그 땀벌창이 된 얼굴빛이 황황함을 보고 적이 놀랬다.
《아니, 네가!....갑자기 웬 일이니?》
말에서 내린 장평은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알려주었다.
《오인형님, 큰일났습니다. 우린 지난달에 영락촌 도지주무장을 수편했는데 그자가 글쎄 갑작스레 반변했습니다.》
민호는 그 소리를 듣고 대수로와하지 않았다.
《난 또.... 그게 뭐 큰일이냐, 밤자고나면 반변자가 무더기로 생겨나는 판인데.》
《그래서 그러는게 아닙니다, 형님! 이걸 보시오!》
장평은 갖고 온 글을 내놓았다.
《뭐라, 그자가 목청을 불바다로 만들자한다구!?》
민호는 최기덕의 글을 보고서야 정신을 펄쩍 차렸다.
그놈이 반변하면서 그 마을에 사는 우리 동포들을 살해할 잡도리구나! 민호는 언젠가 최기덕이한테서 목청의 토지문제 때문에 그 마을에 사는 조선사람과 도야진사이에 한번 마찰이 있었다고 알려주던 일이 상기되였다. 땅을 못가질바에는 보복이라도 하자는게 아닌가. 민호는 처참한 살육의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자 동족애가 다시금 온 몸을 사르었다.
꾸물거릴 때가 아니였다. 일각의 유예없이 달려가 그 마을을 지켜줘야했다. 그는 즉각 령을 내렸다.
《마인!》(집합)
녀인 둘까지 나섰다. 민호는 소춘매 하나를 집지킴으로 산채에 남게 하고는 향란이까지 출전시켰다. 그는 손을 머리우로 높이 올려 하늘을 때리며 부르짖었다.
《구도관자!》(출격)
철혈대는 목청을 향해 쾌속출발했다.
대오가 목청마을에 거의이르렀을 때 척후를 맡은 류자가 말을 달려와 약 100여명되는 도야진의 무장대가 지금 목청을 향해 오고있는데 약 반시간이면 당도하게 될거라고 보고했다. 모사는 재인이요 성사는 재천(謀事ㅡ在人ㅡ成事ㅡ在天ㅡ)이라는데 이렇게 공교로울변이라구야!
내가 꾸물거리지 않고 달려오기를 잘했지 좀만 늦었더면 어쩔번했는가! 명지한 결단을 내림으로 하여 안도의 숨이 나온 민호는 그자들을 어떻게 대치할 것이가를 생각했다. 저쪽은 인원이 세배도 넘는데 어떻게 한다? 병법에 이르기를 용소자무애(用少者務隘)라했거늘 나는 위험한 곳을 골라 매복해있다가.... 마을에 들어가 지킬 생각을 해봤지만 그런다면 마을사람이 다칠건 물론 그것은 근근히 방어가 될 뿐이지 적을 소멸하지는 못할것이며 물러갔던 적은 아무 때건 다시달려들것이다. 민호는 다른쪽으로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자들은 이 추운 겨울에 두다리로 적어도 30리길을 걸어왔으니 지쳤을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타고 온 말은 아직도 뛸수 있지 않는가, 우리가 주동이 되어 그자들을 도루진공한다면?.... 민호는 잠간 머리악을 쓴 끝에 그자들을 아예 밖에서 요정내기로 맘먹고 목청마을에 들리지 않고 지나서 계속전진했다.
철혈대는 목청마을에서 서남쪽으로 약 5리가량되는 산굽이에서 반란하는 도야진무장대를 만났다. 이때는 아침때가 이미지나서 겨울날의 차고 밝은 해가 중천으로 줄달음쳐 오르고 있었는데 도야진의 그 백여명은 민호가 예견바와 같이 먼길에 몹시지친데다가 강추위에 몸까지 얼어서 마치 게발을 놀리듯이 굼뜨게 걸어오고있었다. 철혈대는 합성을 지르면서 즉쳐나갔다.
전혀 생각밖이였다. 도야진의 무장대는 흡사 땅속에서 솟아난것만 같은 이 한떼의 용맹한 기마대의 돌연적인 습격을 당하자 떨어댔다. 너무도 당황해서 미처대항도 못하고 죽는 놈은 죽고 도망치는 놈은 도망쳐 대오는 눈깜짝새에 산산히 흩어지고 말았다. 도야진은 흩어진 대오를 수습할 재간이 없었다. 그의 무장대는 이렇게 붕괴되고말았다.
환갑이 다돼갖고 출마했던 도야진은 장평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고 도망치자고 산으로 바라오르던 호덕화는 다리에 관통상을 입어 말똥같이 데굴데굴 구러 아래로 떨어져 끝내 붙잡히고말았다.
철혈대역시 대가를 치렀다. 류자 5명과 말 7필을 잃은것이다. 하지만 저쪽에 비하면 그것은 경미한 손실이였다.
이것은 눈깜짝새에 종말을 본 통쾌한 섬멸전이였다!
철혈대는 전장을 수습하여 생긴 총 72자루를 갖고 목청으로 향했다. 민호는 그 마을에 들려 로획한 무기를 주어 앞으로는 그들이 자체로 자위를 하게끔 하는 한편 아침 한끼를 얻어 먹고는 파리나 빌려서 죽은 류자들을 싣고 돌아갈 생각이였다. 그런데?....
하마터면 앉은 벼락을 맞을번한 목청마을! 무자비한 복수에 들어 몰살을 당할번한 목청마을의 조선사람들! 그들은 그야말로 목첩에 다달은 재난을 아슬아슬하게 넘긴것이다. 하건만도 그들은 그것을 전혀모르고 태평가를 불렀다.
화란춘성 만화방창 때는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 구경가세 천리강산을 구경가세...
어느 량반의 목구멍에서 나오는지 청이 좋았다.
뻘빠진 사람아 천리강산 구경하며 노는게 그리도 쉬운줄 아느냐, 민호는 한심스러워 머리를 가로젖고는 대오를 이끌고 마을로 들어갔다. 머나먼 길에 격전까지 치렀으니 모두 지쳐 행색마저 거칠어보였으리라.
《토비왔다! 토비왔다!》
어느 약삭바른 녀석이 달아다니면서 소래기를 질러대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문을 꽁꽁 닫고 들어앉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제길할!》
민호는 치밀어 오르는 분를 겨우참았다. 그는 무척 애를 써서야 이 마을의 책임자인 툰장을 찾아냈다. 그는 그한테 방금전에 싸움이 있은것을 알려주고는 철혈대가 여기에 들린 리유를 말했다.
툰장은 나이많은 사람이였는데 그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도지주가 우릴 해칠려구했다구? 땅때문에 다투기는 했소만 그도 우리편이라는데 아무렴 그랬을가. 모를소리요.》
《반변해도 제편입니까? 왜 그렇게 얼빠진 소리는 합니까?》
《내가 얼빠진 소리를 한다구? 흥. 자네가 오인이라구 허는 그 조선사람이겠지? 듣자니 당신은 항일도 한 사람이라는데 버덕으룬 기여히 나올 맘이 없는모양이지. 토비두령이 돼서 지금도 그냥 그 노릇이나 한다며?》
《무슨노릇말입니까. 우리 철혈대는 비적하고 맞다들뿐인데.》
《거야 제사람끼리 해내는게지유. 안그렇수?》
어쩌면 이럴수가 있는가, 어쩌면? 지난일은 지난일이고 지금은 지금이 아닌가. 어쩌면 이럴수가 있는가, 어쩌면? 개도 량심이 있는데.... 민호는 이 마을 사람들이 옛장부만 뒤지면서 전혀 몰라봐주니 야속하고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저것도 밥먹고 사는 인간인가, 똥이나 처먹지!》
민호는 참을래야 참을 수 없어서 욕설을 퍼부었다.
그하고는 더 말하고싶지 않았다. 설복할 맥도 기분도 없었다. 그는 자기의 대오를 이끌고 태평진으로 들어갔다.
《나는 내 동포가 저꼴인걸 몰랐다. 말짱 맹탕이고 똥머지린줄을 몰랐단말이다. 분해서 원!》
어디다 골풀이할데라곤 없었다. 민호는 친구를 만나자 그앞에다 불만을 쏟았다. 생각하면 분해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의 공술을 듣고 보니 최기덕이도 분했다. 그렇다고 같이 풀풀거리며 날뛸수는 없었다. 주견도 식견도 없는 우매한 사람은 남의 감언에 잘넘어가는 거다. 보호를 제일받고 덕을 제일입는 인간들이 중국사람도 밉게보지 않는 철혈대를 편견으로 대하면서 백안시 할 때는 어떤자의 충둥질에 넘어가 놀아대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 자리에 김웅렬도 있건만 아무말없다. 민호가 그같이 풀풀거리며 왜장을 치건만 그는 못듣는체 못보는체 담배만 태웠다. 최기덕은 목석이 돼버린듯 무감각하게 태도표시가 없는 그를 다시봤다. 가만있자, 저 사람이 늦장가를 가느라고 목청에 자주다니더만 짓을 피운거나 아니여?.... 최기덕은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태평진에서 파리를 하나 얻었다. 민호는 죽은 류자를 실으라했다. 그들은 상한 다리를 부등켜 안고 우는 호덕화도 짐짝같이 올려놓아 함께 싣고 염왕산으로 돌아왔다.
향란은 비수를 찾아 손에 들고 호덕화의 껍지를 바르려했다.
류자의 보복이 잔인함을 알고인는 호덕화는 눈물코물 짜가면서 자기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졌으니 죽어 마땅한데 제발 총을 갈겨 죽여달라고 빌었다.
《뼈를 갈아치워도 시원찮을 피자놈, 아가리를 닥쳐라! 네놈한테 자비를 베풀어주면 우리는 천벌을 받을거다.》
향란이는 기여히 그자를 깝지발쿠어 죽이려했다.
민호는 아이를 기르는 손에 피를 묻혀서야 되느냐 비린내를 발라서야 되느냐고 설복해서 다른 방법으로 사형했다. 그들은 호덕화를 발가벗기였다. 그리고는 뾰족하게 깎은 나무우에올려놓아 나무가 항문을 꿰고 몸속으로 들어가는 하늘구경을 시켰다. 그러면서 찬물까지 끼얹어 얼음옷까지 입혔다. 이러는것을 괘갑(掛甲)이라 한다. 죄악이 루루한 호독화는 이렇게 끝장나고말았다.
염왕산철혈대에 이제는 인원이 모두 25명. 그나마 둘은 녀성이였다. 소춘매는 비파타고 노래나 불러야지 말타고 싸울 녀성이 아니였다. 향란이도 그렇다. 이제는 나이가 46살이였다. 아이가 있으니 그나 정성스레 키우는 편이 더 나을것이였다. 왕견은 숨가쁜 이번 출전을 겪고나서 마음뿐이지 몸이 전같이 령활하지 못하다면서 자기도 이제는 들어앉아 뒷바라지나 착실히 하리라했다. 이래 빼고 저래 빼고나면 마상에 올라 출전할만한 사람은 20여명밖에 안되였다. 인원이 적은것이 문제로 되지 않았다. 민호는 대오를 보강하고싶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있는것 같지 않았다.
철천지 원쑤를 갚았으니 싸움은 이로서 끝내자. 광분적인 횡행은 끝난것이다. 인생의 새장을 열어야 한다. 다른 어디로든 갈데가 없었다. 있어도 가고싶지 않으니 죽는 그날까지 같이 밭농사나 지으면서 같이 살아다가 이 세상을 떠나가자. 많던적던 염왕산류자만으로 철혈대를 잘 꾸려 이를 차츰 자기생존을 위하는 생산집단으로 만들자는것이 공동의 요구며 희망이였다.
향란이가 민호를 향해 입을 열고 물어보았다.
《당신은 전날 요행만나 친구하고 왜 그렇게 밸썼어요?》
철혈대가 태평진에 들렸을 때 민호가 최기덕앞에서 조선말로 량심없는 제 동포를 욕한것을 놓고 하는 말이였다.
민호는 솔직히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목청에 사는 내 동포들을 욕했소.》
《건 왜서요?》
《그들이 생각밖에 피자보다 못하게 량심없이 놀아서.》
《아니 그날 그 마을에 액사가 나져서 외인의 입촌을 거려했다며요. 그렇게 하는게 조선민족의 풍속이라잖았나요.》
《내가 거짓말을 했지. 그러지를 않구 어떻게 하겠소. 사실은 그 마을 사람들이 우릴 토비라고 하면서 모두 숨어버린게구....내가 말해줫지만 툰장이라는 사람도 전혀 믿어주질 않았던거요. 그래서 우린 그날 목숨을 구해주고서도 받을 대접을 못받은거요.》
《어마나, 그런일이였던가요!》
《생각해보오, 형제들 앞에서 뭐라고 하겠소.》
《글세요. 아무렴......》
향란이는 이제야 의문을 풀면서 유감스럽던 일을 토로했다.
《굶어 간 사람을 밥 한숱갈 안주니 정말 기분상하데요. 우리 아니면 저깟것들 목숨이나 살렸을가. 알고보니 과연 피자보다 못하네요. 세상에 그같이 량심짝없는 인간들이 또 있을가요.》
《그러게 말이지. 생각만 해도 복장터지오. 우리 백의민족이 왜놈의 노예가 되더니 어찌하여 그 지경됐는지 수치스럽소. 후ㅡ》
민호의 아픈 속이 긴 탄식으로 뿜어 나갔다.
향란이는 낯색이 심각해지면서 입을 옥물었다.
민호는 정신차렸다. 성정이 바르고 굳은 그녀가 감정이 너무상해 뒤틀려지기전에 잡아놔야했다. 민호가 고향에 돌아가지 않은건 염왕산류자들의 힘을 빌어 시비가 모호해진 한족들의 눈에는 얼구이즈(二鬼子)로 보여서 란시에 험악한 재난받게 될 우려가 많은 동포들을 좀이라도 구해보자는 목적에서였는데 류자들이 피를 흘리면서까지 구원해주었음에도 그걸 모르니 무슨꼴인가. 류자들이 이 일을 안다면 분노한 나머지 선의도 모르는 자는 씨알머리를 없애야 한다면서 도로막짓을 할것이다. 이건 불보듯 빤한 일이다.
하여 민호는 향란이와 사정했다.
《나는 향란이를 믿고 숨기려던 일을 털어놓은건데 형제들까지 이 일을 알면 어떻게 되겠소. 그러니....》
《알았어요. 시름놔요. 나는 눈감을때 까지 입을 다물거얘요.》
《그래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요.》
둘은 그 어떤 경우를 닥치든 이일을 다른 류자들앞에서는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향란이는 감정을 눅잧혔는지 만면에 웃음까지 피여 올리면서 민호와 물었다.
《그날 태평진서 말이얘요. 조선분 하나 더있더구만요. 단신은 그일 면목아나요?》
《깜장개털모자쓴 사람말이지.》
《그래요 얼굴이 둥글넙작한 사람.》
《나도 초면이요. 김웅렬이라던가.》
《그래요. 맞아요. 나하고도 그렇다하더군요.》
《그 사람 자아소개를 하더란말이지....》
민호는 입가에 미소를 피여올렸다. 그를 보고서는 별 말이 없던 사람이 향란이 앞에서는 자아소개를 해가면서 접근하더라니 이상야릇했다.
《그 사람하고 얘기를 나눠봤소?》
《물론해봤죠. 그분은 철혈대에 대해서 무척 흥미를 갖던데요. 심사가 어느쪽에 마음을 두나 알아보자는것 같던데요.》
《그래 뭐라구했소?》
《내가 말했죠. 염왕산은 어느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리라고.》
《거 대답잘했구만. 그리구는 또 뭘?》
《그 생활이 재미있는가고 묻더구만요.》
《그 생활이라니?....》
《아마 우릴 략탈해먹고 사는걸로 아는것 같데요.》
《그래서?》
《내가 말했어요. 이젠 우리도 밭농사지어먹고 산다구요.》
《그러니?》
《그래야지 그런다면야 개조된는게군 하데요. 더럽스리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가 뭐 죄인인가 개조니 뭐니.》
향란은 그의 입에서 그따위 말이 다시나오면 입을 조겨 병신으로 만들었으리라면서 제 비위를 무지하게 건드리면 하나님도 용서치 않으리라했다.
어느날 장평이 염왕산으로 왔다. 장우신이 태평진을 치려고 계획하는데 산에 있지 말고 와달라는 최기덕의 편지를 갖고 온거다.
김웅렬의 물음에 향란가 답변했듯이 염왕산의 처혈대는 여지껏 그 어느 편에도 속해있지 않았다. 비록 인원은 보잘나위없지만 실력만은 알찬 이 류자무장을 량켠에서 다 끌려했다.
민호는 장우신에 대해 잘 모른다. 그는 별호가 장헤이즈(張黑子)였는데 국민당 제15집단군선견군 중장총지휘로서 동북에서는 사문동다음으로 이름을 내는 지방무장두목이다. 그는 전에 장작림부 모퇀부관으로 있다가 일본군에 투항하여 한간이 됐던 인물이다. 8.15광복이 나자 그는 국민당 제15집단군참모장 곽장생(郭長生)의 눈에 들어 임명장을 받고느 쌍십절날 제 친신을 데리고 북경에서 동북으로 들어와 의란, 벌리, 림구, 목단강일대를 돌아다니면서 관직을 주고 매수하고 끌어당기며 기편하는 등 각가지 수단으로 지주, 한간, 특무, 위만경찰, 위만총공서인원, 구군관 그리고 위만군잔여와 항련때에 견정치 않았던 자들을 긁어 모으고 토비무장을 수편하여 20개 퇀을 편성, 8개의 처(處)가 있는 선견군을 만들어서 지난해, 즉 1945년 11월초에 조령(刁翎)에서 건군의식을 올리고는 지금 한창 기세를 올리는 판이다.
장우신은 삼강인민자치군의 손영구부대와 장덕지부대 그리고 목단강 제19퇀의 반란을 책동했는바 그것까지 다 합치면 병력이 4만명넘는다고 소문을 냈다.
내 동포를 구하자, 꺼려하고 미워해도 내 동포가 아니냐. 자기들이 구원받고있음을 제 눈으로 똑똑히 보고 느끼게 될 그때면 오해도 편견도 사라지게 될게 아니냐. 민호는 이번에도 꾸물거리지 않고 자기의 철혈대무장을 거느리고 염왕산을 나와 태평진으로 갔다. 인원은 그까지 포함해서 20명이였다.
최기덕은 민호를 만나자 태평진의 보위는 쏘련홍군과 공안대가 책임지니 그리알라 이미 다른형제부대와도 련락이 돼있으니 철혈대는 태평진밖에 있는 화금과 목청 두 조선족마을의 자위무장을 훈련시켜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지난번에 목청사람들이 그만....》
《말말어 그런걸 속에 넣고있는 내가 아니야.》
민호의 태도가 이같이 명랑하니 최기덕은 기뻐했다.
화금과 목청 두 마을의 동포들은 자체의 자위대를 조직하여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 손에 쥐고있는 무기가 바로 철혈대가 반란자의 손에서 빼앗은것임을 알고있거니와 전에 일부사람들의 선전을 듣고 편견이 생겨 그들을 토비라면서 피하고 랭대했던 일을 미안해하면서 지금은 되도록 잘대해주려고 노력했다.
철혈대는 그 두 마을에 절반씩 나뉘여 가서 그들에게 무기조법을 가르치면서 함께 마을을 지켰다.
민호가 목청에 간지 사날만에 김웅렬이 그 마을로 왔다.
《오, 이거 면목있는 분이구만! 듣자니 철혈대는 철전지원쑤를 갚았다더군. 이젠 시름 싹 놧겠구만.》
민호는 이 사람이 무슨말을 이렇게 분별없이 하느냐고 보다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시름 싹 놓으면 여기루 왔겠습니까.》
《오, 그렇지 그래! 하하하....》
김웅렬은 멋쩍었던지 웃으면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민호는 그의 뒤모습을 힐끗보고는 피식웃었다. 저 량반이 여기과부를 얻어 산다는 말을 내가 들은것 같은데 또 사냥을 왔는가.
장우신은 태평진을 공점하러 오지 않았다. 올 수 없었다. 쏘련홍군이 무서워 소문만내고 덤비지 못하는것이다.
어느날 민호는 뜻하지 않던 손님을 하나 맞이하게 되었다. 9.18직후 언젠가 민호가 한패의 염왕산류자를 데리고 반일을 나섰다가 곤경에 빠진 토비항일패를 구해준적이 있는데 바로 그 무리의 두목이였던 위무(魏武)였던것이다. 구원해준 은혜를 잊지 않고 아무 때든 갚아주리라더니 오늘 그를 찾아온 것이다.
민호는 그가 십중팔구는 자기를 수편하러 왔을거라 속으로 짚으면서 스스럼없이 대댔다.
《중국에 아마 <토끼를 보지 않고는 매를 놓지 않는다>말이 있지. 그대는 그래 무슨일에 날 찾아왔는가? 》
《이게 내 신분증이요.》
위무가 속옷어디선가 누런색갈나는 접은 종이를 꺼내놓았다.
민호가 받아 보니 그것은 그를 국민당 제15군집단군선견군 부관처 처장으로 임명한 위임장이였다.
민호는 보고나서 돌려주며 말했다.
《항일을 하고 거기에 붙었는가?》
귀를 당기니 입이 움직이듯 조롱을 당해서 얼굴이 뜨거워 난 위무는 자기의 처사가 틀리지 않다고 변명했다.
《난 지금 장우신총지휘를 모시고있는데 뭐가 잘못인가?》
《장우신이라했지. 그사람 전에 뭘하던 사람인가?》
《민국때는 장작림의 부관으로 있었구....》
《제정때는?....》
《제정때는 저.....》
《이 오인이 한간질해먹은 놈은 곱게보지 않아.》
《허지만 지금은 잘씌우는데?.... 군자도 종시속이라 시대를 따라야지. 안그렇소?》
《시대를 따르면.... 나도 그래 그런사람곁에 붙으라는건가?》
민호는 그의 구리빛나는 얼굴을 다시 눈주어 보았다. 의연히 건강한 편이다. 일본군의 추격에 들어 똥줄빠지게 도망치던 때와는 달랐다. 일종의 만족감과 득의연한 빛이 보였다.
대방이 자기의 성의를 몰라주는지라 위무는 안타까운지 조급스레 진지한 충고를 담아 말한다.
《저 오인은 먼저 내 얘기를 들어보오. 소식이 벌써 신문에 났으리라 보는데 저.... 우린 요즘 고성에서 림구의 반란무장을 정돈 한후 의란의 이도하자와 삼도강일대에 가서 건군을 계속했구 자리도 잡아놨소. 그리구.... 방금 나하고 참모처장은 림구에 가 거기의 쏘련홍군사령관 벨린쓰끼와 담판을 했지. 공산당한테 쫓겨났던 국민당부를 다시금 림구에 들여놓기루서....정말이요. 합의를 봤단말이요. 그러한즉 이제 태평진 뚜르와체브도 그모양대로 할거란말이요. 생각해보오. 그때가서는 공산당이 무슨꼴이 되겠는가. 듣자니 오인은 지금 그쪽으로 많이 기울어진다더구만. 그래서야 되겠소. 그래서 오늘 내가....》
《뭐라, 그래서 되겠는가구?》
민호가 그의 말을 중등자르면서 낯색을 굳히였다.
《시끄럽게 노는군. 내가 아무데로 기울어지건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냐. 그래 대체 뭘하자구 온거냐? 그거나 어서말해라.》 《전에 날 구원해줬는데 이젠 내가 은공을 갚아야지.》
《은공갚겠다구했으면 갚아야지. 그래 어떻게 하자는거냐?》
《수편할려구.》
《뭐라? 그게 은공갚는거냐?》
민호는 자기는 그걸 받아줄 생각이 꼬물만큼도 없으니 저리썩 물러가라해서 그를 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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