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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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장에서
2011년 08월 24일 18시 55분  조회:4340  추천:2  작성자: 김송죽
 

             무도장에서

                        김송죽

 

얼음 도시ㅡ 할빈! 엄한에 얼어붙은 송화강을 잠재우는 여기, 북켠에 송화강을 끼고 일어선 우의궁전은 꼬박 닷새동안 환락의 도가니에 잠겼다. 전성 제2차문학예술일군대표대회, 그것도 제1차대표대회가 있었던 그때로부터 상거(相距) 26년만에야 열리는 회의였으니 안그럴리 있는가!

낮이면 새파란 유리기와들이 햇빛에 반짝거리는 우의궁전이 밤이면 현란한 전등불빛속에 웅장한 그 자태를 우렷이 드러내는데 가슴을 사뭇 들먹이게 하는 흥겨운 멜로디가 밤정적을 깨뜨린다.

여기 우의궁전에서는 밤마다 무도회를 열고있었던 것이다.

(대표증만 있으면 자유통과라는데 저기나가볼가.)

춤이란곤 출줄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되어 이렇게 마음이 동했는지 모르겠다.

 

관악석에서 악대가 연주하고있는데 온 무도청을 빙 돌아가면서 붉운색, 푸른색의 벽등들은 관악의 진동에 따라 무시로 명멸하여 들끓는 무도장을 현란케 한다. 그런속에서 수백쌍의 젊은이들이 사교무를 추고있지 않는가. 친절과 사랑속에 활기롭고 자유롭게!  나는 부러웠다. 그러면서 한편 자격지심이 생기였다.

(춤출줄도 모르는 주제에 여기룬 왜 들어왔나. 에익, 못난 바보다.)

 

이젠 중년을 훨씬 넘어 장년줄에 오르고있는 내가 아닌가. 저렇게 춤한번 춰보지도 못하고 멋없이 지내보낸 젊은시절을 생각하니 아깝기 그지없고 후회역시 없지 않았다. 허지만 이젠 되찾을수도 없는 인생이 아닌가. 나는 그만 돌아서 나와버리려 했다.

그런데 저이는 누군가? 몸집이 실팍한 대머리의 늙은이가 사교춤을 추고있길래 다시보니 성정협에 계셨던 왕일륜주석이였다.

(저렇게 년로한 분도 여생을 즐거히 보내는데 내라고 왜?...)

다시금 마음이 동한 나는 그길로 성조선족가무단의 리단장을 찾아가 얘기했다. 그도 나와 같은 감정이라 함께 출판사의 허총편을 찾아 끌어내여 우리 셋은 무도회의 단골손님으로 되었다.

 

<<여러분 보십시오. 얼마나 보기좋고 시원합니까! 어제날같으면야 <에비>로 취급될 무용이 오늘은 성의 책임동지들을 모시고 표연되고있습니다.>>

두 청춘남녀가 추고있는 디스꼬가 무도장의 활기를 버쩍 돈우어주었다.

<<저런 춤이야 바빠서 아떻게... 우리야 이젠 마음뿐이지.>>

나의 말에 리단장도 허총편도 동감이였다.

 

<<그런데 동무는 왜 구석에 앉아 보고만있소?>>

<<글쎄요, 춤이라고는 출줄을 알아야죠?>>

내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며 얼굴이 붉어지는 젊은 한족녀인은 <<소설림>>잡지의 편집이며 지난해에 장편소설 <<눈물.꿈.눈물>>을 세상에 내놓은 리한평이였다. 그녀는 여직 사업과 창작만을 생각하다보니 춤한가지 출줄 모르는 병신으로 되고말았노라면서 후회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춤을 춘다고 쓸 글을 못쓸것도 아니니 앞으로는 조건을 마련하여 춤을 꼭 배우겠다는것이였다.

<<당장 지금부터 배웁시다!>>

나의 청에 그녀는 선듯 손을 잡았다.

우리 작가들도 생활을 즐길줄을 알아야 한다. 번중한 사업, 긴장한 창작에서 생기는 고뇌와 피로를 오락으로 풀줄을 아는것ㅡ 이역시 생활의 비결이 아니겠는가! 무시로 명멸하는 현란한 불빛, 흥겨운 반주, 명쾌한 녀가수의 노래에 맞춰 춤군들 속에서 무도장을 돌고있는 나는 여느때없이 즐거웠다.

 

                            1985. 1. 26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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