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인줄로만 알었던 김철호가 성인시의 새 지평선에 우뚝 선것은 참으로 예측밖이다. 근년에 그의 시는 눈부신 빛과 즐거운 소리와 독창적인 발상과 새로운 이미지로 시의 지평선을 달리며 우리 앞으로 떠오르고있으니 놀랍지 않은가. 이것은 “김철호미니시집”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다.
그런데 “김철호미니시집”의 시 6수는 모두 비교적 난해하다고 할수 있다.
필자에게 있어서는 난해하다는것이 결코 부정적인 결론이 아니다. 명확하고 명백하고 명랑한 시로 길들여졌으니까 아직도 우리들중에는 난해한 시를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독자가 있을뿐더러 편집인, 시인, 시평가, 교수들도 있다. 그러므로 김철호의 이 6수의 시와 같이 난해한 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오해를 피하고 불의를 덜 일으키기 위해 되도록이면 상세한 해석을 시도했지만 또 편폭이 제한되여있으니 제대로 되겠는지 모르겠다.
1. 시 6수를 차례로 읽어보자.
첫전째 시 “룰”, “룰”이란 영어에서 “법칙”이란 뜻의 명사다. 이 시의 첫련 “작은 생명이래도/그건 하늘보다 더 큰 숨”은 난해하지 않게 이 시의 주제를 제시하고있다. 그것은 즉 작은 생명이래도 하늘과 평등하다는것이다. 시에서는 작은 생명은 하늘보다 더 큰 숨이라고 과장하였다. 아래에서 시골 어느 이름없는 나무끝에 매달린 재난이라 해도 “스나미”로 일어선다고 한발자국 더 내디디였다. 그런데 제목은 어떻게 되여 “룰”인가? 잘 생각해보면 여기서 말하려는것은 하늘은 작은 생명과 같이 놀아야 하며 일단 같이 놀자면 공정한 유희규칙이 있어야 한다는것이다.
“하늘”이란 동양에서는 지고무상의 존재, 세상만물의 창조신인데 서양에서는 “하느님”, “조물주” 상제로 통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시에서는 생명의 절대적가치를 강조하였다.
두번째 시 “희나리”, “희나리”란 “채 마르지 아니한 장작”이라는 뜻의 우리 말이다. 인생의 중년에 들어선 시적화자는 깊은 성적고민에 빠졌다. 즉 마른 장작처럼 활활 타오르던것이 희나리처럼 되여버린것이다. 희한한 놀음에 들떠있던 소년으로부터 어느새 중년이 되여버린것이다.
총적으로 이 시에는 인생의 중대한 고민에 처한 시적화자의 성적고민과 더불어 생명재생의 꿈이 담겨져있다.
세번째 시 “희담(戱談)”, “희담”에서 시인은 감히 생명의 결과이며 생명의 연장인 죽음과 희담을 하고있다. 누군가 스위치를 눌러 빛이 다 꺼져저린 곳이다. 시적화자는 허공을 딛고 허공에 걸리고 우아래가 없는 세상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도 만나고 동네 아이들도 만난다. 이 시에서 흥미로운것은 시적화자가 있는 곳이 구경 천당인지 지옥인지 분명하지 않는것이며 심지어는 이승의 생활인지 저승의 생활인지도 분명하지 않다는것이다.
총적으로 이 시에서 시인은 생명과 죽음의 변증법적인 사고를 진행하면서 죽음과 희언(戱言)을 벌리고있다.
네번째 시 “12월 맨 마지막 날 일기”, 제목이 직접 알려주는바 섣달그믐날 밤 송구영신의 심정을 시화하고있다. 세말의 정서를 “생리가 끝났다/붉은 피가 멈췄다”라고 내성적으로 표현하고 그 아래에서 그믐밤의 정경으로 세말의 분위기를 나타낸후 마지막에는 다시 “생리가 시작되였다/붉은 피줄 일어선다”라는 시구로 일출의 새해아침을 그리고있다.
총적으로 이 시에서 송구영신, 신진대사 혹은 광명과 암흑의 교체는 대자연의 법칙임을 확신하면서 광명한 미래에 대한 굳은 믿음을 특색있게 읊조리였다.
다섯번째 시 “개미의 꿈”은 정말 난해한 시이다. 개미들이 감히 인간의 얼굴에 있는 일곱개의 구멍(눈 둘, 귀 둘, 코구멍 둘, 입 하나)을 탐사하고 천착하려는 꿈을 꾸고있으며 그 꿈을 이룩하려는 노력을 하고있다. 1련, 천착을 시작하기 전의 일곱 동굴에 대한 정보분석, 2련, 일곱 동굴을 천착하는 로동현장, 3련, 일곱개의 동굴에 가득 차있는것들, 그 중에는 “꿀”과 “금괴”같은 욕심을 불러일으키는것들도 있으며 “우수((雨水) ”, “바람”, “귀지”같은 장애를 조성하는것도 있다. 나중에 화자는 개미가 “바다를 품었다”, “하늘을 안았다”고 하면서 “개미”의 생각을 직토하는 시구 “씨ㅡ꿈이야 못 꾸겠니”로 시를 끝냈다.
이 시를 접할 때 “개미”를 “인간”으로 바꾸어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보면 이채로운 해독이 나올수도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가질수도 있잖을가 사료된다.
여섯번째 시 “장고지몽(長鼓之夢)”에서 시인은 장고소리를 들으면서 떠올리는 이미지들을 시로 정리하고있다. 처음에는 장고를 치는 녀인의 아름다움과 거룩함과 성스러움이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이라고 확인하였으며 그 아래에서는 시원스러운 장고소리를 칼에 비기면서 비단을 베인다고, 간드러진 소리에 맺혔던 매듭이 풀린다고, 말의 효용소리, 소의 영각소리를 낸다고 상상한다. 제5련 “아리아리 아라리요 둥둥둥/아리아리 아라리요 둥둥둥”은 장고소리에서 힘차게 울려오는 백의민족의 심성을 돌출하게 부각하고 마지막 련에서는 첫련과 호응하면서 녀인의 가슴으로부터 울리기 시작한 선률이 아득한 강에 빠져 익사하는것으로 태양을 떠올렸다고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고있다. 여기에서 태양은 태양계의 알로서의 해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에 떠오르는 희망과 광명의 상징으로서의 태양이다.
총적으로 이 시에서는 장고의 꿈을 통하여 장고를 대표하는 모든 민족음악, 나아가서 모든 민족문예의 소리와 빛과 향기와 힘, 감화력과 매력을 독창적으로 노래하였다.
2. 시 6수에서 낯설게 하기와 상관물창조.
이상 분석에서 보았지만 김철호의 6수의 시는 주제파악이 쉽지 않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가? 그 해답을 한마디로 말하면 김철호의 시는 방법과 수법 및 기교상에서 모더니즘시와 포스트모더니즘시의 영향을 많이 받고있기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이것들에 대해여 리론적으로 해명할수 없으므로 김철호 시 6수와 련계시켜 몇마디 더 하려고 한다.
서양시학에 데뻬이즈망(Depaysent)이라는 개념이 있다. 전혀 이질적인것들이 모여 새로운 창조적인것으로 재탄생되는것, 혹은 기존의 의미를 버리고 전혀 새로운 의미를, 지어는 변화를 시도하는것을 가리킨다. 시창작에서 낯설게 하기, 소외기법, 몽따쥬, 콜라쥬, 자동기술법, 병치조각내기, 폭력조합 등등 시적기교의 목적 혹은 결과는 결국 모두 시의 데뻬이즈망에 귀속된다고 할수 있다.
“김철호미니시집”에서 우리는 데뻬이즈망수법과 기교를 많이 찾아볼수 있는데 여기서는 먼저 낯설게 하기를 보자.
낯설게 하기란 로씨야 형식주의의 핵심개념의 하나인데 스콜로프스키(shklovsky)가 처음으로 제기한 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지각이 인습화된 틀속에서 영위되는 일상의 삶은 본래의 의미를 잃기 쉬운데 예술은 바로 이러한 일상적인식의 틀을 깨고 낯설게 하는것으로 사물의 본래 모습을 회복심키려는것이다. 스콜로프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예술의 목적은 사물을 알려진 그대로가 아니라 지각되는대로 그에 감각을 부여하는것이다. 예술의 여러가지 기교는 사물을 낯설게 하고 형태를 어렵게 하고 이를 지각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한다. 지각과정 그 자체로서 하나의 심리목적으로 가능한 연장시켜야 한다. 예술이란 한 대상이 예술적임을 의식적으로 경험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로부터 알수 있는바 낯설게 하기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 위하여 일상화되여 친숙하거나 반복되여 참신하지 않는 사물이나 관념을 특수화하고 생소하게 하여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하는 수법이다.
이제 김철호 시 6수에서 낯설게 하기의 례를 몇개 들어본다.
첫번째 시(“룰”) 2련의 “은빛 향기로운 세상”을 보면 시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과 후각으로 감지하는 감각을 련계시킴으로서 공감각에 의한 낯설게 하기를 하였다. 4련의 “넓고 깊은 그물”은 문법을 고의적으로 파괴한 폭력조합으로 낯설게 하기를 하였다. 그물은 넓을수 있어도 깊을수는 없다. 문법적규칙대로 하면 “넓은 그물을 깊이 던져”로 되여야 할것인데 시인은 고의적으로 문법을 파괴하는것이다.
두번째 시(“희나리”) 3련에서 “고독이 떨고있다”는 시구도 “고독”이라는 단어와 “떨고있다”는 단어는 주술관계가 형성될수 없는것인데 폭력조합으로 낯설게 하기를 하고있다.
다섯번째 시(“개미의 꿈”)에서 “개미가 바다를 품었다/개미가 하늘을 안았다” 이것은 수사법으로 과장에 속하지만 바다와 개미의 비교, 하늘과 개미의 비교속에서 보면 이 시구는 절대적인 불가능을 시인의 상상으로 낯설게 하기를 한것이다.
여섯번째 시(“장고지몽”)에서 “살에 배인 색”, “소리보다 더 선들선들한 칼”, “비단 베이는 섹시한 가락”, “음(音)의 향기 깃을 꼬며 눕는다”, “매듭이 스르르 맥을 놓는다”, “아득한 강에 빠진 선률”, “즐거운 익사로 붉은 태양 받쳐든다” 등등 시구는 모두 언어의 폭력조합, 혹은 이미지의 폭력조합을 시도한 낯설게 하기이다.
이밖에도 6수의 시에는 현실과 상상을 뒤집고 시간의 전과 후를 전도시키고 원인과 결과를 혼돈시키고 천당과 지옥, 이승과 저승을 섞어놓는 수법으로 낯설게 하기를 시도한 곳이 많다.
다음 6수의 시에서의 상관물창조에 대하여 살펴보자. 객관적상관물창조의 개념은 엘리어트가 제일 처음 제기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정서를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객관적상관물을 발견하고 창조하는것이다. 문학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나 사상을 그대로 나타낼수 없다. 어떤 사물, 정황 또는 일련의 사건을 통하여 그것을 표현하여야 한다. 일상생활중의 개인감정은 시작품에 그대로 로출되는것이 아니라 시문과 관계있는 어떤 심상, 상징, 사건을 통하여 구현된다는것이다.
이제 이 6수의 시를 보면 김철호시인의 상관물창조에서의 뛰여난 시재를 보아낼수 있다.
우선 시의 제목들이 창조주체의 감정이나 가치관을 나타낼수 있는 상관물로 창조되였다.
례를 들면 중년남자의 성고민과 더불어 생명재생의 꿈을 나타내기 위하여 “희나리”라는 객관적상관물을 창조하였으며 소인, 범인, 속인의 소망을 나타내기 위하여 “개미의 꿈”이라는 객관적상관물을 창조하였으며 문학예술작품의 매력과 가치를 강조하기 위하여 “장고지몽”이라는 객관적상관물을 창조하였다.
6수의 시문중에는 객관적상관물이 아주 많다. 례를 들면 “희나리”에서의 “녹쓴 수도꼭지”, “웅크린 힘”, “젖은 팬티속에 무서운 힘”, “자음과 모음이 섞여야 완정한 글자”, “희한한 놀음”, “갑자기 사라지는 우주”, “시작만 있을뿐인 추락”, “개미의 꿈”에서의 “일곱개의 동굴”, “장고지몽”에서의 “높고 가까운 두 언덕” 등등인데 창조된 객관적상관물들의 시적내포에 대하여서는 독자들이 하나하나 음미해보기를 바란다.
3. 시의 새 지평에 선 김철호에게 박수.
낯설게 하기와 상관물창조외에 6수의 시에는 시적인 아이러니와 역설 그리고 해학 등 수법이 필자의 눈길을 끌고 태양, 하늘, 꿈, 바람, 숨 등 반복되는 이미지들이 입맛을 당기지만 편폭관계로 더 펼치지 않기로 한다.
총적으로 이 6수의 시는 난해하지만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은 시에 그래도 선명한 가치추구가 있기때문이다. 난해한것은 시의 창작방법과 기교에서 우리가 습관된 직토, 직설법이 아니라 낯설게 하기와 객관적상관물창조, 아이러니, 역설 등 현대적인 수법과 기교를 많이 쓰기때문이다. 이러한 수법과 기교는 결코 김철호의 발명이 아니며 이러한 수법과 기법에 대한 실험은 우리 시단의 많은 시인들이 견지하고있다. 단지 김철호의 작품활동을 회고해보면 최근의 시창작이 새로운 지평선에로 올라선 느낌을 준다는것이다.
김철호의 생활에 대한 심도파악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신감이 넘치고 자아에 대한 투시는 여유로우면서도 진솔하다. 김철호의 현대시에 대한 공부는 시 “개미의 꿈”의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끈질기다. 이제 김철호의 시도 “장고지몽”의 그 장고소리처럼 사람들의 마음의 하늘에 붉은 태양을 받쳐올리려는지, 기대해본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시창조의 새로운 지평선에 우뚝 선 김철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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