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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3
김철호
네명 악사들의 현악합주가 들린다. 부자며 가난뱅이를 하나의 바줄에 묶어놓은 공동운명의 선률이 쏟아지는 별들과 동무하였다. 이날에는 다이야몬드목걸이도 하나의 돌맹이에 불과했다. 야크의 마른 똥으로 맛갈스러운 차를 달여 청장고원의 수천년력사를 만든 민족은 넋빠진 육신을 베여 독수리의 배를 채워주었다. 부처님 말씀은 하늘이였다. 그 민족은 바다였다. 자신을 낮추는 일에 혼신을 쏟은 민족은 바다였다. 불의 민족, 물의 민족, 모래의 민족, 나무의 민족, 고원의 민족, 초원의 민족... 망망한 바다는 술렁거린다. 피가 모여 먹물이 된 바다! 백두의 비단으로 짠 흰옷의 결백은 변치 않았다. 사나이의 어깨에 놓인 멜대 량끝에 매달린 광주리에 동해와 황해가 담겨있다. 두 바다를 메고 걷는 발걸음소리 요란쿠나. 부처님세상도 아니요, 예수님세상도 아니요, 알라의 세상도 아니다. 파도의 키가 아무리 높아도 뭍보다는 낮다. 자신을 가장 낮춘 무리들이 모여 가장 큰 힘 만든다. 영원한 생명되였다.
2013년 <도라지>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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