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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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에 박힌 가시(외8수)
2018년 08월 30일 11시 48분  조회:944  추천:0  작성자: 김철호
하늘에 박힌 가시8
 
김철호
 
내가 아이 때 엄마는 아버지를 욕한다는 것이
“니 애빈 승얘(승냥이)네라, 승얘네라!”
친구들 모아놓고 북 대신 미닫이문 밀고당기면서
타닥탁탁… 둥둥둥둥…
달 떨어지는줄 해 돋아나는줄 모르고 술 마셔대고 담배 피워대며
애들 반찬까지 말끔히 먹어버리는 아버지가
승냥이같기도 하였겠지만 봉금날이면 과자봉지 사탕봉지 안고오는
아버지가 아버진 아버지여서 우린 많이 따랐는데
엄마 보다 애들을 더 고와하는 아버지가
엄마 눈에는 왜 승냥이로 보였을가?
때때로 방에서 흘러나오는 승냥이 울음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임에도 엄마는 아버지가 승냥이라고 하는 일
무척 궁금하고 야릇했지만 바스락소리 하나 없이 귀 열고 잤었다
“니 애빈 승얘네라, 승얘네라!”
엄마에겐 아버지가 승냥이가 맞긴 맞길래 죽을 때 마지막 하는 말이
“절대 그것(아버지) 곁에 안 갈테니 그냥 태워서 날려보내달라” 했겠지!
그래서 그렇게 했다!
꺼먼 연기가 검은 가시처럼 하늘에 박히는 화장터의 굴뚝 바라보며
어떤 한이 있었길래 죽어 만나지 않겠다고 악을 쓰셨을가?
그런 한으로 우리 다섯 남매를 어떻게 배고 낳았을가?
엄마의 승냥이 울음소리는 진짜 승냥이 울음소리였단 말인가?
하늘에 박힌 저 가시가 과연 무얼가?
아아… 회석된 검은 연기처럼 이젠 영원히 알수 없는 하늘의 저 숨!
 
 
구절초
 
열여덟살,
입술로 뜯은 꽃이파리
그것이 왜 그렇게 따가왔을가
물리운 듯, 덴 듯
왜 또 아프기도 했을가
 
지금도 나를 흔들어주는 것이
나를 멈추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 바람이라면
나 바람되여 달려가련만…
 
열여덟살,
그때 나를 흔들어준 바람은
톡 터지면 볼 빨간 봉선화도 아니였다
먼 바자굽서 수줍어 하던 철모를기꽃도 아니였다
시선을 잡고 놓지 않는 백일홍도 아니였다…
 
너무 흔해빠지고 향기롭지도 않아
귀한줄 몰랐던 아픈 꽃의 숨 한 모금
나의 년륜에 찍힌 고마운 흰 점 하나!
 
 
바위
 
바위를 옮겨다 시(詩)를 새기니 시비(詩碑)가 되였다
시비(詩碑)가 된 바위는 자기가 바위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도고해졌다
새겨진 시(詩) 때문에 옷자락 여미는줄도 모르고
자기 앞에서 경건해지는 사람들 눈길을 업신 여기였다
 
어느날 시비(詩碑)앞에서 시비(是非)가 붙었다
시(詩)가 나쁜 시(詩)이니 지워야 한다느니
까부셔야 한다느니
시(詩)가 좋은 시(詩)이니 다치지 말아야 한다느니
영구보존해야 한다느니…
 
시비(是非) 끝에 시비(詩碑)를 잠시 그냥 놔두기로 했다
 
가슴이 철렁해난 바위는
식은땀을 한바탕 흘렸다
흉터가 나는 건 둘째치구 하마트면
풍지박살날번 했잖았구 뭔가!
 
무섭구나!
무섭구나!
 
바위는 자기 몸에 새겨진 시(詩)가 어떤 시(詩)인지 무척 알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볼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였다
 
시비(是非)가 있는 시비(詩碑)
시비(詩)碑에 있는 시비(是非)
 
바위는 산에 돌아가 친구 바위들과 어울리는 그냥 바위이고 싶었다
 
 
운명
 
쥔 것이 가시나무 가지일지라도 놓지 말아라
힘 줄 수록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더라도 놓지 말아라
놓는 순간, 순간을 잃어버릴 것이다
피로 꽃을 피워주는 가시,
가시 끝에 맺힌 꽃의 숨,
피는 물이 아니다!
찔림을 두려워 하고
아픔을 못 참으면서
뭘 얻으려고 말아라
널 깊이 찔러 네 피의 온기를 안 다음
영원한 한 몸으로 될 꿈 주는
아픈 사랑만이 사랑인줄을
찔려보지 않고서야 어찌 알랴!
찔리여라, 힘 꽉 줘라!
쿡쿡쿡…
한 손아귀에 가득 필 예쁜 피의 꽃을 위하여…
 
 
들국화
 
서리 내린 풀숲
네가 앉았던 자리
아침 볕 빨간
이슬이 맺혔다
 
너는 없고
갈꽃만 흔들먼들…
마가을 솔숲
청설모 약빠른 길 우에
숨어버린 예쁜 숨
 
어데 있나?
어데 있나?
눈 씻어도 없다
 
우연히 바라본 하늘
아ㅡ하
니들 모두가
하늘에 올라 있었구나
 
 
뿌리
 
눈이 있다, 뿌리에게는 밝고 예리한
눈이 있다, 뿌리에게는 마음 찌르는
눈이 있다, 뿌리에게는 빛을 이기는
눈이 있다, 뿌리에게는…
 
그래서 어둠을 모르고
그래서 멈춤을 모르고
그래서 광음을 모른다
 
수십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수백년이 뭐가 대단하다고
미로의 암흑속에서
숨을 찾아 뻗고 또 뻗는
 
뿌리에게는
피를 거르는 염통이 있다!
 
 
오늘
 
오늘,
오늘도 당신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당신은 죽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늘,
오늘도 계속하여 오늘인 당신은
영원히 영생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오늘의 숨이 오늘을 받쳐주어
한 그루의 나무로
한 송이의 구름으로
하나의 하늘로
별로
달로
태양으로
흙으로
돌로
이슬로
뿌리로
이파리로…
오늘을 만들어주고 있나니
 
오늘,
오늘이 있는 당신은 영원을 산겁니다
불사(不死)의 오늘에 안겨
당신 곁의 눈빛을 응시하면서
명암(明暗)을 나누는 이가 있기에
오늘도 오늘이 당신의 것 되였습니다
 
오늘,
오늘이 있는한 사랑하세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님을,
그러면 래일도 모레도 글피도
오늘이 될겁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별이 자는 밤, 손을 뻗어 허공을 만진다
검은 종이쪼각 빨깍빨깍 소리난다
한가닥 빛같은 오솔길로 예까지 걸어왔지
따라온 눈물자국들 새가 되여 날아갔지
 
나혼자, 나혼자, 나혼자…
남은 건 나혼자뿐, 내가 살아야 할 리유는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밤을 사랑한다, 나를 위하여
낮은 사랑한다, 나를 위하여
술을 사랑한다, 나를 위하여
너를 사랑한다, 나를 위하여
 
이 세상 출발점과 종점은 나다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에게서 끝난다
내가 태양이다. 내가 우주이고 세상이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다 행성에 불과하다
내가 사라지는 순간 지구의 핵이 없어지고
우주의 중심이 허물어질 것이다
 
이 세상이 존재하게 하기 위하여
나는 나를 사랑한다
 
 
동그라미
 
엄지와 식지를 동그랗게 만든 후 나머지 손가락을 펴보이면 OK라는 뜻이 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동그란 눈동자로 보이는 이 세상은 생명으로 가득하다. 둥근 지구가 우주를 굴러갈 때 둥근 달은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지구를 에돌면서 달리고, 메추리새끼가 동그란 알 속에서 부리로 딴딴한 껍질을 쪼을 때 생명의 진동소리는 우주를 흔든다. 정자가 동그란 란자를 만나는 순간 동그란 어머니 자궁은 생명의 집이 되여 우주를 낳을 준비를 한다. 흐르는 강, 넘쳐나는 바다, 쏟아지는 비, 수억의 물방울이 모여 이루어진 저 물의 세계를 찬찬히 보라, 파도 되여 반공중에 뜰제 방울방울의 찬란한 동그라미들은 태여날 때의 모습으로 웃음 짓는다. 내가 쓰는 이 시에도 수많은 동그라미들이 춤추고 있다. 가장 많은 동그러미, 그러나 똑똑히 그릴수 없는 동그라미를 동그랗게 그릴줄 알게 되는 그때 우리는 동그라미의 참뜻을 알 것이다. 동그라미가 동그랗기 때문에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가면 도망칠 수가 없다. 도망칠 틈이 막혔기 때문이다. 당신의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당신도 나의 동그라미 속으로 들어오라. 그러면 우리는 다 서로의 동그라미에 갇힌 동그라미가 될 것이다. 오늘도 당신을 향해 엄지와 식지를 꼭 붙인다. 좋아요! OK!
 
<연변문학> 2018년 제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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