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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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선바위(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09시 33분  조회:1449  추천:24  작성자: 김철호
아름다운 전설 민족의 숨결 슴배여있는 명산

웅위로운 바위산

룡정에서 륙도하를 거슬러 15킬로메터쯤 올라가노라면 갑자기 앞을 콱 막아서는것 같은 웅위로운 바위산을 만나게 된다. 땅속에서 솟아오른듯이 수직으로 우뚝 솟은 바위산은 마치 석공의 다듬이망치에 의해 원만히 완성된 조각품같기도 하다.
룡정-삼합 도로가 바로 바위산밑을 스치며 뻗어있는데 처음 이 구간을 지나치는 차들은 속력을 내여 달리다도 이 산앞에 와서는 속력을 늦추거나 아예 차를 정차시킨다. 차손들은 차에서 내려 소소리 치솟을 바위산을 손채양을 해가지고 바라보며 감탄을 감추지 않는다. 카메라를 챙겨갖고 온 사람이라면 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기를 주저하지 않을것이다. 이 바위산이 바로 유명한 선바위이다.
선바위를 오르려면 정면으로는 아예 불가능하다. 아마 다람쥐라해도 산을 톺기를 저어할것이다. 여름이면 이따금 독수리가 바위산 중턱에서 유유히 날아예는것을 바라볼수 있을뿐이다.
도로옆에 룡정뻐스를 기다리는 농민 서넛이 선바위을 바라보면서 경탄해하는 우리 일행을 재미있게 바라보고있었다.
<<이 선바위가 얼마나 높습니까?>>
우리의 물음에 60좌우 되어보이는 농민이 힐끕 선바위를 바라보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직접 재여는 본적은 없지만 다들 여든여덟메터라고들 합데다유. 어느땐가 군대들이 재보았다고 그러던데 마...>>
<<산이 너무 멋있어요.>>
<<원래는 더 멋있었지유.>>
농민은 깍아지른듯한 주봉옆의 허물어진것처럼 보이는 벼랑에 손가락을 겨냥면서 혀를 끌끌 찼다.
<<저기 말이유. 저 허물어져있는 벼랑이 원래는 더 멋졌지유. <문화대혁명>때 남포질해서 마사버려서 그렇지...>>
농민의 말에 의하면 지금 아츠랗게 보이는 주봉곁에 더 멋진 바위산이 있었다고 한다. 집채같은 바위가 층으로 얹혀 탑처럼 쌓여 있었는데 가관이였다고 한다.
<<그렇게 멋있는 산을 왜 허물었답니까?>>
<<제방공정에 쓰자고 당시 당위서기질 하던 사람이 명령하여 어쩔수 없이 남포질을 했지유. 우린 허물면서도 참 아까워들 했다우. 그러나 자칫하면 정치방망이에 맞을 판이라 찌떡 소리 못했지유. 허문 바위를 달라자(지신)에 날라다 제방공정에 써버렸지유. 참 아까운 산이였는데...>>
농민은 무척 속상한듯이 측은한 눈길로 바위산을 응시했다. 무지했던 년대의 무지한 사람들에 의해 정치적 밑천으로 전락되여버린 아름다운 산의 운명을 한탄하면서 우리는 등반을 서둘렀다.
<<왼쪽 골짜기가 보이지유. 그리로 가면 곧바로 산으로 오를수 있는 길이 있어유. 오르기가 바쁘지 않아유.>>
농민은 고맙게도 길을 차근차근 가리켜주었다.
<<올리막 길에 접어든후 왼쪽으로 바라보면 범바위가 있어유. 선바위를 지키는 범이라고들 그래유.>>
과연 농민이 가리켜준대로 산을 톺다가 머리를 뒤로 돌리면서 저쪽켠 산허리를 바라보니 심통히도 범같아 보이는 바위가 있었다. 웅크리고 앉은 모양이 금방이라도 <<따웅!>>하고 허리를 펼것만 같아보였다.
농민의 말처럼 산으로 오르기가 그닥 가파롭지가 않았다. 우거진 잡목림속엔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에 의해 잘 다져진 오솔길이 곱게 뻗어있었다.

아름다운 전설

선바위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있었다.
옛날 이 고장사람들은 장마철이 되면 오랑캐령에 도사리고 있는 괴물의 조화로 재해를 입군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살진 돼지와 소를 잡아 오랑캐령 괴물에게 제를 지내면서 액운을 면하게 해달라고 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정성들여 제를 지내도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수염이 허연 풍수령감이 지나가다가 <<아름답고 칠칠한 소녀 셋을 제물로 바쳐야 하오. 그러지 않으면 이제 멀지 않아 마을에 큰 재난이 떨어질것이요.>> 라고 했다.
그해 여름 과연 큰 홍수가 감때스럽게 덮쳐들어 세상없는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마을에는 마침 칠칠하고 아름답게 생긴 소녀가 셋이 있었다.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세 소녀는 오랑캐령 괴물에게 제물이 되기를 자진해나섰던것이다.
어느날 세 소녀는 곱게 단장하고 떠날 차비를 했다. 세 소녀는 고향과 정든 사람들곁을 떠나는 일이 가슴찢어지듯 애통했다. 더구나 세 소녀들에게는 사랑하는 총각들이 있었다. 한마을에게 함께 자란 름름한 총각들이였다. 그러나 그 총각들은 지금 강제부역에 뽑히여 머나먼 곳으로 가고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밤 머나먼 곳에서 고역에 시달리고있던 세 총각이 꼭같은 꿈을 꾸었다. 세 소녀가 큰물에 휘말려들어가 구원을 청하는 꿈이였다. 소녀들의 애끓는 울음소리에 꼭같이 깨여난 세 총각은 그 길로 부역장에서 도망쳐나와 두주먹을 불끈 쥐고 마을을 행해 달려왔다.
어느 한 고개마루에서 난데없는 까치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나무가지에 한발 되는 구렝이가 까치둥지에 기여오르고있었다. 세 총각은 지체없이 박달나무몽둥이로 구렝이를 후려쳐 요정낸후 다시 가시덤불을 헤치며 령을 오르고있는데 웬 백발로인이 나타났다.
<<금방 자네들은 나의 외손자를 구해줬네. 이 장검을 갖고 가게나. 필요할 때가 있을거네.>>
백발로인은 세자루의 장검을 젊은이들의 손에 쥐여준후 표연히 사라졌다.
그들이 마을의 고개마루에 금방 올라섰을 때였다. 세 소녀가 숱한 사람들의 울음소리속에서 마을을 떠나 오랑캐령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번개처럼 뛰여간 세 총각은 소녀들의 앞을 가로막아섰다.
<<안됩니다. 우리들이 당장 달려가 그 괴물놈을 족치고야 말겠습니다.>>
세 총각을 장검을 꼬나들고 오랑캐령 깊고 험한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천년이끼를 뒤집어쓴 대가리 아홉개 달린 괴물은 한창 자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세 젊은이는 약속이나 한듯이 괴물의 대가리를 향해 장검을 날렸다. 대가리 셋이 떨어져 퐁퐁 뛰다가 도로 다시 가서 붙었다. 괴물은 천둥같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생사결단을 하고 달려든 세 젊은이는 괴물에게 숨돌릴 기회를 주지 않고 삼면에서 일시에 접어들어 모가지를 연거퍼 내리 찍었다. 목이 떨어져나가는 족족 거기에다 마른 흙을 뿌렸다. 하여 괴물의 흉물스러운 대가리 여덟 개가 땅에 나뒹굴었다. 남은 대가리 하나를 내려치려는 순간 멀리 동해바다 룡왕이 괴물한테 무더기비를 보내주었다. 소낙비에 그만 모가지에 묻은 흙이 말끔히 씻기면서 대가리들이 눈깜작할 사이에 제자리에 가 붙었다.
맥진한 세 젊은이는 감탕물에 휘말리게 되었다. 산악같은 파도를 일으키며 괴물은 동구밖 언덕아래에 이르렀다. 갑자기 먹장구름이 뒤덮힌 하늘에서 아홉갈래의 번개가 번쩍번쩍 내리꽂히고 벼락이 치며 천둥이 울었다. 그 소리에 정신차린 세 젊은이는 한데 뭉치여 세 개의 바위로 변해 우뚝 솟았다. 홍수를 따라 내려오던 괴물은 세 바위에 부딪쳐 아홉 개의 대가리가 물주머니가 되고 홍수도 바위에 막혀 머리를 숙였다.
그렇게 생겨난 선바위는 지금도 아름다운 전절을 전하면서 이 고장의 자랑으로 되고있다.

민족혼이 숨쉬는 바위산

꼬불꼬불한 오솔길로 한창 오르면 먼저 중간 봉우리에 닿게 된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문화대혁명>>때 허물어버렸다는 절벽이 뽀죽한 벼랑으로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그 바위는 마치 원숭이가 재주를 피우는것처럼 재미있었다. 오른 편으로 난 절벽길을 따라 오르면 다른 한 바위산인데 바라보기만해도 아슬아슬 위험해 보였다.
머리를 번쩍 들고 왼편을 바라보면 주봉인 선바위가 하늘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시커멓게 시야에 안겨온다. 산우에 먼저 오른 친구들이 두손은 번쩍 들고 환성을 올리고있었는데 그들은 작은 인형처럼 보였다.
왼편으로 굽이돈 오솔길을 따라 계속 오르니 주봉으로 오르는 벼랑길이 나타났다. 손을 당기고 등을 밀고 하면서 마지막 벼랑길을 톺으니 드디여 주봉에 닿을수 있었다. 주봉에는 20-30명은 둘러앉을만한 헌헌한 공간이 있었다. 내려다 보니 차량들이 발밑에서 매미처럼 달린다. 멀리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아츠랗게 보이는데 자그마한 벌레들이 움직이는것 같기만 했다.
<<야! 정말 가슴 열리는 기분이구나!>>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소리들이였다.
누군가 동쪽을 가리키면서 <<오랑캐령이다!>> 하고 소리쳤다. 동쪽으로 아득히 보이는 산맥이 오랑캐령이였다. 동쪽에서 흘러온 산맥은 빙 둘레를 치면서 선바위를 스쳐갔다. 아직 완연한 봄빛은 아니지만 오랑캐령에서 흘러오는 륙도하는 파랗게 감뛰고있었다.
동쪽으로 마주서서 바라보이는 첫 마을이 장재촌이였다. 장재촌에서 길하나를 사이두고 좀 더 올려다보이는 마을이 유명한 명동촌, 강을 건느면 수남촌, 수남촌에서 좀 더 올려다보면 소풍락동, 그 뒤로 대립자, 대풍락동, 다시 륙도하를 건너 바라보면 오룡재마을 성교촌, 중영촌이다. 모두가 유명한 마을들이지만 쟁재촌과 명동이 더 유명한것은 중국조선족근대문화를 발족시킨 고장이기 때문이다.
1901년 연변의 저명한 교육가이며 반일지사인 규암 김약연선생은 장재촌에 규암재란 서재를 꾸렸다. 후에 김약연선생은 부근의 10여개 마을을 련합시켜 공동체를 이루어놓은후 <<명동(明東)>>ㅡ밝은 조선민족이라는 뜻의 이름으로 마을을 통칭하게 했다. 규암재, 소암재 등 서재를 합병해놓은 명동서숙을 <<명동학교>>라 개칭했으며 학교에서는 근대적인 민주, 민권, 자유, 평등 사상을 수용하게 되었다. 명동학교는 15년간 경영되였는데 수많은 반일투사와 문학가, 예술가를 배출시켰다. 마진, 남세극, 최기학 등 저명한 반일 간부들과 조선영화의 창시자인 라운규, 저명한 민족시인 윤동주, 저명산 소설가 김창걸 등 인물들도 다 이 학교의 졸업생들이였다.
멀리 명동촌앞머리에 백양나무에 가리여있는 윤동주생가가 어럽풋이 보인다. 강을 따라 내려오면 허름한 초가집이 보이는데 그 곁에 점같은 하얀 비석이 있다. 바로 소설가 김창걸선생의 문학비이다. 그리고 금방 올랐던 벼랑길을 되돌아 한창 걸은후 올라왔던 오솔길을 버리고 곧추 장재촌으로 통하는 오솔길을 밟다가 수례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규악 김약연선생의 묘소가 지금도 건재해있다.
민족의 이러한 령재들은 시간만 있으면 바로 이 바위산에 모여서 국운을 론했고 민족을 앞날을 걱정하면서 진리를 탐구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바위산을 그저 바위산으로만 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 바위산은 민족의 숨결이 슴배있는 력사의 산임이 틀림없다. 그래서일가 높은 봉에 올라 주위를 바라보는 마음 한결 숙연해지며 멀리 보이는 뭇산과 전야가 한결 정다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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