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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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이룡산(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4시 52분  조회:1345  추천:29  작성자: 김철호
두갈래 강 감돌아 흐르는 도심속의 아름다운산

도심의 산

이룡산은 안도현 소재지 명월진 도심속에 우뚝 솟아있다. 안도땅을 밟아보는 사람치고 이룡산에 매료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것이다. 좌우가 깎아지릇듯한 절벽인데다가 그 절벽밑으로 맑고 청아한 두갈래 강이 유유히 감돌면서 흘러가는 모습은 천하절승이 아닐수 없다.
고층건물우에서거나 멀리 산정에서 바라보면 이룡산은 물속에 누워 자맥질하는 한 마리의 룡같다. 머리를 산중턱에 틀어박고 꼬리를 허우적거린다고 할가. 아니면 꼬리를 산중턱에 묻은 대가리 없는 룡이 꿈틀거린다고 할가. 볼수록 기이하여 눈길을 뗄수가 없다.
좌우 절벽기슭을 적시면서 흐르는 강은 부르하통하(일명 량병하)와 복동하다. 철길쪽으로 산을 톺으면서 보면 오른쪽 강이 부르하통하고 왼쪽 강이 복동하다. 복동하는 백두산아래의 유명한 명월저수지로부터 흘러오는 강이고 부르하통하는 량병벌 막바지 남구의 3호동골 옹달샘에서 솟아 흘러온 강이다. 두 강은 재미있게 이룡산을 감돌면서 서서히 손잡다가 인츰 토월산쪽으로 흘러오는 장인하와 몸을 섞는다.
이룡산에 오르려면 여러 갈래 길이 있는데 그래도 철길쪽으로 오르는것이 제일 편리할것이다. 높지 않는 절벽기슭에 좁은 길이 간신히 째져있다. 손을 잡아당기고 등을 밀어주고 하면서 오르면 손쉽게 오를수 있다.
절벽에 오르면 명월구가 한눈에 확 안겨오고 비석봉도 잡힐듯이 코앞에 다가선다. 삼면이 절벽인 자그마한 산우에 혁명렬사기념비가 세워져있어서 그 산을 《비석봉》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 산을 《여의주》라고도 한다. 룡 두마리가 여의주 하나 놓고 싸우다가 떨어뜨렸는데 그것이 그대로 굳어진것이 《비석봉》이 되였다는것이다. 그러니 이룡산은 두 마리 룡중 한 마리이고 이룡산을 오르려고 첫 코스를 밟고있는 곳은 룡의 목덜미인셈인것이다.
이룡산을 놓고 전설도 많지만 그중 사람을 해치던 흑룡이 백두장수에게 녹아난 이야기가 가장 정채롭다.

멀리서 날아와 생긴 룡산

지금 이룡산이 자리잡고있는 곳이 옛날엔 복동하와 량병하 합수목이였다고 한다. 다시말하면 산이 아니라 넓은 개활지였다는것이다. 그때 백두산기슭에 부지런한 농군들이 살고있었다. 그런데 백두산천지에 흑룡 두 마리가 나타난후부터 이들에게 재앙이 들씌워졌다. 흑룡은 봄마다 제물로 쳐녀 둘을 바치지 않으면 조화를 부려 비 한방울 내리지 못하게 하였던것이다. 하여 농부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사랑하는 딸들을 죽음터로 보내지 않으면 안되였다. 어느해 봄이였다. 량친부모를 모신 무남독녀들인 꽃분이와 이쁜이라는 처녀가 제물로 나서게 되었다. 마을사람들과 영별을 고한 두 처녀는 백두산천지가에 세워놓은 제단에 나섰다. 사람들이 두 처녀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있을 때 시뻘건 아가리를 벌린 흑룡 두 마리가 천지물을 쫙 가르면서 헤염쳐와 쳐녀들을 덮치려 했다.
바로 이때 갑자기 땅을 구르는 요란한 소리가《꽝!》하고 났다. 바라보니 번쩍이는 철갑투구를 쓰고 갑옷을 떨쳐입은 남아장수가 제단앞을 우뚝 막아서고있었다. 그의 손에는 열자세치되는 긴 장검이 쥐여져있었다. 체구가 어찌도 육중했는지 돌이 밟히면 돌이 모래알처럼 부서지고 칼을 휘두르면 칼끝에서 번개치고 우뢰가 《꽝꽝》 터졌다. 사람들이 오매에도 그리던 백두장수가 나타난것이였다.
《백성을 못살게 구는 이 괴물들아, 칼을 받아라!》
삽시에 천지우에 물안개가 일고 백두장수의 번뜩이는 칼날과 흑룡이 이발을 마주치는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장수도 힘셨지만 흑룡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장수가 이기기를 바라면서 함성을 울렸다. 드디여 백두장수의 칼이 열두번째로 우뢰를 불러오고 번개를 잡아다가 흑룡의 두 머리를 잘랐다. 꽃분이와 이쁜이는 잽싸게 치마폭에 모래와 재를 담아다가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는 룡의 머리에다 콱콱 뿌렸다.
이때였다. 대가리를 잃은 두 흑룡은 백두장수를 천지물에 쓸어넣으려 몸을 미친듯이 뒤채였다. 찰라, 백두장수는 장검을 번쩍 휘날려 한칼로 두 흑룡의 몸퉁이를 쿡 꿰지른후 번쩍 추켜들었다. 백두장수의《억!》하는 소리와 함께 대가리 떨어진 룡의 두 몸뚱이가 반공중에 사라져버렸다.
그때로부터 재앙의 화신이였던 백두산천지의 흑룡 두 마리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백두장수가 장검에 꿰여 뿌린 두 흑룡의 몸둥아리는 도대체 어디로 날아갔을가? 바로 북으로 300여리 날아와 복동하와 량병하 합수목 개활지에 철렁 떨어져버린것이다. 그렇게 날아와 떨어진 몸뚱아리 하나가 지금의 이룡산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한 몸뚱아리는 명월구의 서북쪽 영월산기슭에 떨어졌다고 한다.

아슬아슬한 절벽산

그러니 이룡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결국 대가리없는 룡의 허리를 밟고있는 셈이였다. 대가리가 있던 없던 이룡산은 좌우에 끼고있는 두갈래 강 때문에 살아서 꿈틀거리는것만 같다.
금방 벼랑에 올랐을 때의 너비가 10여메터쯤 되어보이던 너럭바위가 오르면서 점점 좁아지는데 손폭이 큰 사람은 좌우벼랑가를 한아름에 안을만큼 폭이 좁아진다. 그렇게 좁아진 벼랑우에 난 길을 걷는다는것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그러던 벼랑등성이가 점점 넓어져 룡의 허리가 되는데 갑자기 두세길쯤 되는 곰처럼 생긴 바위에 길이 막히운다. 그러나 근심할 필요가 없다 곰바위를 톺아오를수도 있으나 벼랑 바로 옆으로 길이 비좁게 빠져나간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벼랑을 안고 돌면서 앞으로 걸어가면 금방 곰바위를 넘을수가 있다.
앞으로만 걷지 말고 가끔 뒤돌아보면서 걸으면 이룡산 풍치를 더욱 만끽할수 있다. 룡의 허리통을 가로타고 앉아 금방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순간 사람들은 저도몰래《정말 절승이야!》하고 경탄하고만다. 오른쪽 발밑으로 흐르는 복동하와 왼쪽 발밑으로 흐르는 량병하에 갇힌 가엽은 룡은 어디로 빠져나갈래야 나갈수가 없는 신세가 되여 허우적거리는것 같기때문이다.
울퉁불퉁 벼랑길이 끝나면 차분한 오솔길이 나진다. 걷기 편한 흙길이다. 오솔길은 넓은 산등성이의 중간을 요리조리 돌면서 록음이 우거진 숲속으로 파고들어간다. 그러던 오솔길이 벼랑가로 되돌아가는데 그런 곳마다에 정자가 세워져있다. 정자에 앉아 밑을 내려다보면 량병하가 발밑으로 곧추 내려다 보인다. 굽이마다에 이런 정자를 많이 만들어놓아 소풍 즐기는 사람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고있었다.
차들의 경적소리가 지척에서 들리고 지어 거리에서 사구려를 불러대는 소리마저 산정에서 똑똑히 들을수있는 이룡산, 빨래하는 녀인들과 낚시질하는 나그네의 손짓발짓마저 또렷이 내려다 보이는 도시속의 이룡산은 산이라면 산이고 공원이라면 공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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