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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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대포산(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5시 08분  조회:1431  추천:31  작성자: 김철호
기암괴석 아름다운 산꽃 심산속 같이 청신한 전설의 산

대포산은 룡정시가지에서 서남쪽으로 7킬로메터쯤 떨어져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대포산은 마치 포신이 없는 대포같다. 대포산은 비암산과 마주하고있는데 그 중간 협곡으로 해란강이 유유히 흘러지난다.

유서깊은 약수동샘물터

대포산 바로 밑 동네가 수침툰(水枕屯)이라는 마을인데 마을뒤로 뻗은 골짜기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약수동광천수공장이고 4킬로메터 남짓이 더 올라가면 수칠골-약수동샘물원지가 있다.
약수동광천수공장 공장장 리영국씨가 세멘트집으로 보호해놓고있는 샘터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알고보니 이 샘물은 1885년 조선이주민들에 의해 발견된 유서깊은 샘이였다.
<<연변당안국에서 찾은 소화 13년 11월(1938년 11월)서류자료에 따르면 이 약수는 조선의 경원삼방약수와 같으며 마시거나 씻으면 백병을 뗄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화대혁명>가운데 홍위병들이 일본놈들이 만든 샘터라는 엉터리없는 리유로 폭파해버려 샘터를 잃을번하기도 했죠. 1982년 길림성제6지질조사조에서 조사한데 의하면 이 약수는 규회석(硅灰石)층을 뚫고 나오는데 지하 2300메터 깊이에서 순환하다 솟아납니다.>>
리공장장의 긍지에 찬 설명이였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파란 새이 밑으로부터 끊임없이 솟아나는 것이 알렸다.
<<이 산등성이를 오른후 릉선을 타고 휘우듬히 돌아가면 대포산에 닿을수 있습니다.>>
리공장장은 대포산을 오르는 길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괴상한 암벽 신기한 벼랑

잡목림속에 난 오솔길을 따라 산정에 오른후 리공장장이 가리켜준대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릉선을 따라 줄곧 걷다가 일행은 너무도 멋진 암석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올렸다.
다듬은것 같은 네모번듯한 바위가 얹어놓은듯 탑처럼 외톨로 솟았는데 아주 름름해 보였다. 맨우의 바위는 아슬아슬 굴러떨어질것처럼 얹혀져있었다.
다시 릉선을 타고 한창 가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우리는 길을 버리고 잡목림을 뚫으면서 대포산으로 짐작되는 산정을 바라고 걸었다. 이상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위는 바위인데 콩크리트같은 바위들이였다. 세멘트에 자갈을 섞어 다진 콩크리트가 신통했다. 바위에는 수많은 자갈이 박혀있는데 틀림없는 자갈바위였다. 이번에는 성벽같은 절벽이 나타났다. 그 절벽도 자갈과 세멘트로 다져진것같은 절벽이였다. 절벽은 그닥 높지 않았고 어떤 곳은 층계가 나있어 손쉽게 절벽우로 오를수가 있었다. 한쪽은 수림이고 한쪽은 절벽모서리여서 아래가 환히 내다보였다. 얼마 안가니 절벽끝이였다.
<<이것이 대포산이란말인가?>>
다들 의아한 눈길로 아래를 굽어보았다. 그저 몇길 되는 절벽뿐이였다. 아래로 통하는 통로가 있어 내려간후 절벽끝을 바라고 앞으로 걸어갔다. 우에서 볼 때와 판 달랐다. 몇길되는 절벽바위가 군함처럼 앞으로 뻗고있었는데 제법 기세가 있었다. 앞으로 갈수록 바위산은 커다란 함선이였다. 정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아래를 향해 손을 젖는 모습이 멋있었다. 닻줄을 올린 기선이 망망한 바다를 향해 금방 출항할것만 같아보였다.
<<여기서 보니 제법 대포같단 말이야!>>
절벽 맨 앞은 뿌죽히 나와있었는데 과연 포신이 불러진 대포같았다.

대포산전설

이 대포산은 원래 대포처럼 <<포신>>을 추켜든 멋진 산이였다고 한다. 지금 <<포신>>이 허리가 불러진데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일제를 반대하는 항일봉화가 연변 각지에서 세차게 타오르는 때였다. 룡정의 왜놈령사관이 반일용사들에 의해 불에 타버렸다. 령사관이 불에 타버린후부터 왜놈령사는 알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기만 했다. 하여 령사를 소환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러나 새로 부임되여 온 령사도 똑 같은 괴상한 병으로 꼼짝 못하고 들어누웠다. 그래서 일본놈들은 점쟁이와 무당을 불러들여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여 악귀를 쫓는다고 야단을 쳐댔다.
부름을 받은 점쟁이가 눈을 지긋이 감고 입속말로 무엇을 중얼거리더니
<<령사관을 지을 때 천분을 어겼으니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 하고 소리쳤다.
<<뭐, 천분을 어기다니?>>
<<그래 네 놈들이 한짓을 몰라서 묻는거냐?>>
그 말에 일본놈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자기들이 이 땅을 감점하기 위해 하늘에 사무치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잘 알고있었기때문이였다. 살인, 방화, 강탈을 일삼은 일제놈들은 령사관을 세울 때에도 <<소가죽 한 장>>만큼한 땅만을 요구한다고 앙큼한 수작을 꾸며 그 한 장의 소가죽을 가위로 천오리 만오리 오려 이어서 끝내 2,503평방메터의 땅을 강점했던것이다.
그래도 안되니 풍수를 불러다 터자리를 살피게 했는데 그 풍수가 <<살은 서남쪽에서 온다>>고 했다. 망루에 올라 만원경으로 서남쪽을 바라보던 왜놈부관이 덴겁한 소리를 질러댔다.
<<대포! 대포아구리가 우리를 겨냥하고있습니다!>>
그말에 놈들은 땅에 납죽 엎디면서 와들와들 떨었다.
간신히 일어난 령사가 망루에 올라가 만원경으로 부관놈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고보니 그것은 대포가 아니라 대포처럼 생긴 바위산이였다. 대포산을 화근이라고 생각한 놈들은 산을 향해 대포를 쏘았으며 나중에는 비행기까지 출동시켜 폭탄을 수없이 퍼부었다. 하여 대포산은 <<포신>>이 부러진 산이 되고말았다.
대포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제법 멋있다. 룡정시가지가 지척으로 보이고 비암산, 말발굽산, 모아산, 산봉동산 등도 눈에 안겨든다. 해란강이 발밑으로 굽이쳐 흐르고 세전벌이 아득히 뻗어있다. 겨울이면 해란강이 얼음강이 되어 은뱀처럼보이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뭇산들을 비껴안고 거울처럼 반듯하게 흐른다. 전설이 있고 괴암괴석이 있고 아름다운 산꽃과 심산속같은 청신한 공기, 시원한 약샘이 있는 대포산은 룡정의 명산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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