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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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발해성곽 있는 아름다운 오호령
2008년 09월 01일 15시 23분  조회:1947  추천:32  작성자: 김철호
험요한 절벽에 고색찬연한 옛성터 수륙교통 굳게 지켜온 군사요충지

연길에서 안도행 뻐스를 타고 오호령 긴 턴널을 지나 석문진에 들어서는 굽인돌이에서 내린후 머리들어 바라보면 웅위로운 바위산이 한눈에 안겨온다. 이 산이 바로 오호산(五虎山) 혹은 오봉산(五峰山)이라고 불리우는 산인데 산을 답사하면 지금도 옛산성자리를 손쉽게 볼수 있다.
석문진에서 원경으로 오호산을 바라보면 다섯 개의 봉오리가 뭇산가운데서 유별나게 우뚝솟아 있어 마치 다섯 장수가 마을을 지켜주는 형국이다. 부르하통하와 철길은 오호산 서쪽의 좁은 협곡을 우회하여 지나간다. 그래서 더욱 특이한 운치를 돋혀주기도 한다.
만약 여름에 이곳을 찾는다면 산기슭에서부터 너무나도 귀를 솔깃하게 하는 개울물소리에 유혹되고 말것이다. 계곡을 울리는 개울물은 너럭바위가 우중충 솟은 골짜기에서 흘러나오고있는데 파란 숲에 숨어 재잘거리는 산새들의 정다운 지저귐과 합주를 이루면서 한결 마음을 설례이게 할것이다. 파란 잔디가 주단처럼 펼쳐져있는 사이로 여러갈래의 물줄기가 은띠마냥 풀어져 내려와서는 한곬이 되어 더 큰 소리로 노래부른다.
신을 벗어던지고 개울물에 첨벙 뛰여드는 재미 엄지! 그러나 얼마 안가서 다들 개울물에서 급히 뛰쳐나오고만다. 발이 너무 시려 참을수 없기때문이다. 골짜기물이 그렇게 차거울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늘이 꽉 우거진 깊은 산속에서 샘솟아 흘러오는 개울이여서 그런것 같다. 시원한 물에 얼굴을 씻고 손바가지 하여 한모금 떠마시면 그방까지 밀려들던 더위가 가뭇없이 사라져버린다.
가벼운 등산이 소원이면 첫 봉오리에 오르면 된다. 첫 봉우리와 둘째 봉우리 사이에 창끝처럼 생긴 괴상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데 등뒤 너럭바위가 장수라면 이 바위는 장수가 창을 꼬나든 모양이랄가. 아무튼 하늘 향해 뽀족하게 솟은 바위는 볼수록 괴이했다. 바위는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고 그러안을만큼밖에 안되고 높이도 한길반쯤밖에 안되지만 워낙 신기하게 생겨서 누구나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싶어 한다.
집채같은 바위를 에돌아 오르면 네댓명은 둘러앉아 점심을 먹을수 있는 너럭바위가 나타나는데 생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일산마냥 해볕을 막아주는것이 또한 이채롭다. 그늘밑에 서늘한 바람이 드나들어 이마에 돋은 땀을 감쪽같이 씻어준다.
만약 가을이라면 이 봉우리에서 마준켠 산과 멀리 석문벌을 바라보는 재미 한결 멋스러울것이다. 출렁이는 금파만경의 석문벌 그 사이를 뚫은 부르하통하의 은뱀같은 흐름, 산자락의 울긋불긋한 단풍물결... 함선을 타고 황금의 파도우를 달리는 기분이 들것이다. 물론 봄이면 바위굽마다에 연분홍물감을 뿌리면서 줄달음치는 진달래를 쫓느라고 환성일것이고 겨울이면 하얀 대리석같은 바위층계를 뛰여오르느라고 야단일것이다. 지금은 초겨울이여서 그런 기분은 없고 바람에 가랑잎들이 날리는 소리와 가랑잎을 밟는 소리가 정답다.
이렇게 바위로 덧쌓인 절벽산이 모두 다섯 개! 봉이마다 모양과 기세가 다르다. 대담한 사람은 절벽타기를 할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조치를 갖추는것이 제일 좋다. 몇길씩되는 깍아지른듯한 절벽을 오르기가 결코 쉽지 않기때문이다. 좋기는 절벽기슭에 난 길을 에돌아 산에 오른는것이다. 한봉우리 또 한봉우리 오를 때마다 정복의 희열과 함께 산의 상쾌함을 맛보면서 자신을 이겨내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것이다.
다섯봉우리 가운데서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오른후부터는 산릉선을 따라 내리게 된다. 처음 등산했을 때는 잘 몰랐었는데 후에 알고보니 우리가 내리고있는 길은 사실 옛날 성벽자리였다. 알고보니 둥두런 성터자리가 너무도 확연히 알렸다. 조금 더 내려가보니 제법 돌들이 가쯘하게 쌓인 자리까지 알렸다. 한층, 두층... 보기에 엇비슷한 돌들로 쌓은것이 대여섯층은 되어보였다.
산성의 등허리를 밟으면서 걷노라니 그 옛날 장수들이 창을 꼬나들고 산성을 지키는 모습이 떠오른다. 연변대학 력사학교수 방학봉선생은 오호산산성을 두고 <<오호산산성과 같이 지세가 험요하고 성벽이 웅위로운것은 연변지역내에서는 보기 아주 드물다. 성은 발해시기에 쌓고 료, 금 시기에도 의연히 계속 사용된것일것이다. 이곳은 두만강류역으로부터 돈화와 길림지역으로 래왕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경과하여야 할 지대이므로 오호산산성은 옛날 수륙교통을 굳게 지키는 군사요충지였을것이다>>고 <<발해성곽>>이라는 글에서 쓰고있다.
쭉 내려오던 릉선이 이번에는 급한 경사를 이루면서 아츠란 바위굽을 만들었다. 나무가지를 쥐며서 톺아올라야 했다. 절벽가에는 과연 성벽의 흔적이 력력했다. 그러니 어떤 곳은 돌로 성벽을 쌓고 어떤 곳은 절벽을 리용하여 그 웃모서리에만 조금 성벽을 쌓은것이였다. 몇길씩 되는 절벽을 내려다 보노라니 앞이 다 아찔해났다. 그러니 이런 곳은 저절로 천연적인 성벽이 이루어진 것이다.
봉우리 정상에 오르니 둥두런 흙무덤이 있었다. 아마 봉화대자리가 아닐가 생각된다. 여기에서 금방 지나온 산자락이 정면으로 확 보였다. 틀림없는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줄느런히 틀고앉아있는 모양이였다. 바위산은 해볕에 반사되여 어룽어룽 검푸른 색을 뽐내는데 금방이라도 호랑이 다섯 마리가 흐르렁거리면서 달려들것만 같았다.
여기서부터 다시 내리막이였다. 역시 오른편은 현애절벽이여서 산성을 쌓은 자리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절벽이 낮아지면서 성벽자리가 확연히 알렸다. 어떤 곳은 허물어지고 어떤 곳은 아직도 덧쌓은 자리가 뚜렷했다. 다시 올리막이 시작되는 곳에까지 와보니 완정한 성벽자리가 보였다. 성벽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느라고 다를 한창 떠들어댔다.
<<발해성곽>>에서 방학봉선생은 오호산산성에 대하여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성벽은 두 개 있다. 그중 하나는 서남쪽 골짜기내에 있는데 골짜기어구와의 거리는 약 0.5킬로메터이다. 너비 3메터, 높이는 3.5메터되는 돌성벽으로 골짜기를 가로 막았다. 그의 북측 성벽의 길이는 100메터이며 남북측 두 성벽의 끝은 모두 바위돌벼랑에 이어졌다. 다른 하나는 북부의 제3봉우리와 제4봉우리 사이의 낮은 곳에 있다. 성벽은 돌로 쌓았는데 가운데가 터졌다. 너비는 약 2메터로서 문자리인듯하다. 문자리의 바로 서측에 높이 5메터 되는 바위벼랑이 있는데 이는 초소로 쓰인듯하다. 문자리의 밖에 돌로 쌓은 반월형 옹성이 있는데 가운데 터진 곳이 있다. 두 터진 곳사이의 거리는 14메터이다. 성벽에는 또 망대와 치가 설치되였다. 성내에는 집터가 10여곳이 있다. 그 모양은 태계식(계단식), 키, 오목한 구뎅이식 등 세가지이다.>>
방학봉선생이 가리키는 이런 성벽들을 구경하려면 어떻게 서둘러야 할지가 캄캄하기만 했다. 하여 왼쪽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면 <<성안>>이겠지 하고 무작정 골짜기를 뚫었다. 8-9메터씩되는 이름모를 아름드리나무들이 높이 자란 골짜기를 내리기란 여간 힘겹지가 않았다. 한창 내려온후 뒤돌아보니 봉우리가 금방 저기였다. 골짜기가 너무 깊어 얼마 내려오지 못하고있었다. 락엽들이 쌓이고 덧쌓여 무릅을 넘었고 진대나무들이 이리 쓰러지고 저리 쓰러져있는것이 원시림같기만 했다. 그래서 옛날에는 호랑이들이 자주 출몰하여 행인들이 맘놓고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이따금 큰 짐승들의 똥무지며 뚜져놓은 자리까지 있어서 섬찍해나기까지 했다. 아마 반나절은 내려온것 같아 보였다. 두 골짜기가 합해져서 좀 큰 골짜기를 이루었다. 골짜기 밑바닥은 물에 씻긴 커다란 자갈돌이며 바위로 깔려 있었다. 지난 여름 골물이 해놓은 소행인 것 같았다.
누군가 커다란 나무 밑에서 썩은 배모양의 물건을 주어들더니 이것이 뭔가 하였다. 살펴보니 가래토시였다. 10여메터씩 되어보이는 우람진 나무는 가래나무였던것이다. 락엽을 헤집으면서 보니 숱한 가래토시가 널려있었다. 한창 주으니 한주머니가 그들먹해졌다. 사람의 발자취가 별로 나있지 않은곳이여서인지 이렇게 초겨울인데도 가래토시가 널려있었던것이다.
<<여기 돌무지가 있어!>>
달려가보니 아닌게 아니라 커다란 돌무지가 있는데 사실은 돌무지가 아니라 골짜기 중간을 막은 성벽자리였다. 골물의 충격으로인지는 몰라도 한쪽이 허물어지고 오른쪽으로 많이 남은 성벽은 두키는 남아되여 보였다. 돌틈에 이끼까지 파랗게 돋은것이 그대로 있어 아주 오래된 성벽임이 한눈에 안겨왔다. 더러는 성벽우에 서고 더러는 성벽밑에서 만져보면서 사진도 찍었다. 어떻게 이런 산중턱에 성벽을 쌓았는지 모를 일이다. 가쯘하게 쌓은것이 여간 탄탄해 보이지 않았다.
성벽에서 한창 내려오니 골짜기가 차츰 넓어지면서 아주 확 열리였다. 멀리서부터 기적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금방 앞으로 기차가 땅을 굴리면서 지나간다. 기차길까지 내려온것이다 여기에도 성벽자리비슷한 곳이 여러곳이 있었고 집터자리로 보이는 곳도 있었다. 철길을 넘어서니 맑은 흐르하통하가 정답게 흐르고있었다. 철길따라 유수천방향으로 가면 0.5킬로메터, 우리가 뻐스에서 내리던 석문진 굽인돌이까지 가려해도 그만큼한 거리라고 한다.
철길에 나서서 금방 지나온 산골짜기를 올리다보니 아츠랗기만 했다. 우중충한 절벽이며 깊은 골짜기며가 틀림없는 심산협곡임을 알려주고있었다. 산성은 반월형(半月形)으로 생겼고 둘레길이는 약 5킬로메터라고 하니 저기 보이는 저 절벽산을 둥그렇게 그으면서 우리가 지금 서있는 여기를 직선으로 저쪽 산밑에까지 잇닿게 성벽을 쌓은것이 아닐가 생각된다.
10리길을 더 걸어야 차를 탈수 있기에 다들 행장을 잘 정비하고 철길을 따라 석문진방향으로 걸었다. 어쩐지 부르하통하가 아주 아름다워보였다. 물우에 비낀 산그림자가 멋있어 그럴가. 아니면 물이 너무 맑아서 그럴가. 산우에서 내려다 볼 때에는 발견 못했는데 내려서 강옆으로 걸으니 그 수려함이 한결 더 했다.
<<저, 절벽을 보라구. 절벽 저쪽에 서서히 넘어가는 해가 얼마나 멋진가!>>
부르하통하 량옆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것 같아 보이지 않는 현애절벽으로 이루어져있었다. 한창 락조가 시작되는 때라 산저쪽으로부터 비쳐오는 해살은 산에 의해 막히고 그대신 산이 커다란 그림자처럼 보였다. 해살이 비껴지나는 산머리와 산그름자가 가라앉는 부르하통하는 한폭의 산수화로 우리들 앞에 펼쳐진것이다. 아, 원래는 이래서 오늘따라 부루하통하가 더 수려해보인것이였구나.
오호산은 강을 끼고있어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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