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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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마반산(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5시 32분  조회:1971  추천:33  작성자: 김철호
아침해 솟는 산 전설 아름다운 산

해솟는 산

연길에서 동북쪽을 바라보면 높은 산우에 번듯하게 덧놓여있는 유표한 산이 한눈에 안겨온다. 도문시 장안진 경내에 있는 마반산(磨盤山)이다. 연길의 해는 대부분 마반산부근의 산에서 솟는다. 그래서 유명한《농민의 노래》에서도《마반산 높은 봉에 아침에 솟고 /뒤동산 깊은 숲에 뻐꾸기 운다...》고 했을거다. 해솟는 산, 마반산은 볼수록 기이하고 아름답다.
해란강은 평강벌과 세전이벌을 적시며 흘러내려 연길벌 동쪽을 돌아 부르하통하와 합치면서 발해옛성터이며 동하국의 옛수도였던 성자산을 에돌아 북쪽 협곡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흘러가던 강이 다시 동쪽으로 굽이치는 대안에 웅위롭게 솟은 산이 바로 마반산이다.
연길에서 마반산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연변대학 과학기술학원까지 선로뻐스를 타고 간후 산릉선을 타고 마반산까지 갈수도 있는데 늘찬 길이라 어지간한 의력으로는 힘겹다. 가장 편리한것은 기차를 타고 가 마반산역에서부터 등산하는것이다.
마반산에 오르는 길 역시 여러갈래이다. 역전마을 뒤로 돌아 잘 닦아진 산길로 오를수도 있고 마을뒤산에 난 가파로운 길로 톺아 오를수도 있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은 철길을 따라 한창 내려가다가 절벽산에 붙을수도 있다. 가파롭고 힘겹지만 등반하는 멋이 따로 있기도 하다.
마반산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많다. 그중 두 가지가 유명하다.

금돌이야기

멀고먼 옛날, 마반산아래에는 욕심이 굴뚝같은 부자가 살고있었다고 한다. 이 부자는 섣달그믐날까지 머슴을 부려먹고는 장부를 결산못했다면서 삯전 한푼 주지 않고 돌려보내군 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근근득식 살아가는 한 총각이 있었는데 그믐날 빈손으로 어머니한테 돌아갈수가 없어 언덕밭으로 발길을 돌리였다. 콩이삭이라도 주어 어머니한테 두부라도 앗아드리려는 마음에서였다.
총각이 콩밭에 머리를 박고 여념없이 콩이삭을 줏고있는데 어데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가파로운 산길을 톺아오르니 웬 백발로인이 큰 매돌에 돌을 갈고있었다. 자신을 멍청히 바라보고있는 총각을 보고 로인이 웬일이냐고 물었다.
총각한테서 자초지종을 다 들은 로인은 크게 한숨을 쉬더니
《자, 근심말고 내가 갈아놓은 이 돌들을 가져가거라》라고 말하고는 어데론지 사라졌다.
총각은 돌멩이 몇 개 주어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깨여나보니 온 집안이 금빛으로 번쩍였다. 전날 주어온 돌덩이는 몽땅 금덩이였던것이다. 맘씨 착한 총각은 그 금덩이를 이웃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 자신도 부스럭 금쪼각으로 밭도 사고 집도 짓고 총명하고 부지런한 안해도 맞아들였다.
이 소문을 들은 부자는 젊은이를 찾아가 사연을 물었다. 이듬해 부자는 람루한 옷차림으로 엉금엉금 산우로 기여올랐다. 아니나다를가 산우에서 웬 백발로인이 돌을 갈고있었다. 부자는 눈물코물을 쥐여짜면서 자신의《가난한 신세》를 하소연했다. 그러자 백발로인은 그럼 이 돌을 몇 개 가지고 가라고 했다. 로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자는 준비해갖고 간 자루속에 로인이 갈아놓은 돌들을 와락와락 주어넣었다.
《욕심을 너무 쓰면 화를 입어!》
이렇게 한 마디를 남긴 로인은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로인의 말을 아예 귀등으로 흘려버린 부자는 자루가 이미 가득 찼는데도 자꾸 주어넣기만 했다.
갑자기《쿵》하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매돌판이 내려 앉는 소리였던것이다. 부자는 돌맹이를 쥐연든채 커다란 매돌판에 깔리고말았다.
매돌판은 산으로 변하여 탐욕스로운 부자를 영영 묻어놓았다. 이 전설에 의해 후세사람들은 이 산을 마반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쌍둥이참외이야기

옛날 성자산성 북쪽에 참외농사를 하는 한 부지런한 농부가 살고있었다. 어느해 삼복철이였다. 농부의 원두막으로 웬 백발이 성성한 중이 찾아왔다.
《랭수 한그릇 적선하실수 없겠소이까. 나무아미타불!》
이에 농부는 옹배기를 들고 밭머리에 있는 샘터에 가서 샘물을 철철 넘치게 떠다가 중에게 주었다. 물은 감칠맛나게 마신 중은 농부를 데리고 참외밭가운데로 들어가더니 주먹만큼한 쌍둥이 참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쌍둥이참외가 다 익거들랑 뜯어들고 저 산우의 반석을 올려다보시우다. 그러면 후에 여사한것이 있을텐데 문을 찾아 그것만 내여오시면 자손만대 행복하게 살게 될것이옵니다. 그러나 세상만사는 다 때가 되어야 성사되는 법이오니 성급해하거나 부정한 마음을 먹지 말고 아무쪼록 참외가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려주옵소서. 나무아미타불!》
로인은 백발중의 말대로 참외가 익기를 기다렸다. 말복이 지나자 참외들이 때벗이를 했는데 쌍둥이참외는 특별히 잘 자랐다. 이에 농부의 마음은 조급해났다. 반석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가. 커가는 참외를 보면볼수록 궁금하기만 했다. 하여 익어가는 참외를 넝쿨채로 들고 땅에 꿇어엎드려 산우의 반석을 올려다 보았다. 기이한 광경이 나타났다. 좀 희미하기는 했지만 자그마한 금망아지가 금매돌을 돌리고있는데 금매돌에서 금싸락이 쏟아져나오는 장면이 보였던것이다.
농부는 참외가 익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면서 하루에도 두세번씩 쌍둥이참외를 들고 반석을 올려다보았다. 참외가 익어갈수록 반석속이 더욱 똑똑히 보였다. 이렇게 되니 농부는 기다려내지 못하고 딴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이 일을 딴 사람이 알면 어쩌지. 내가 선손을 써서 독차지해야지.》
농부는 더는 참지 못하고 참외를 뚝 땄다.
《아뿔싸, 참외가 덜 익었구나!》
그러나 이미 엎지른 물이였다. 그래도 행여나 해서 참외를 들고 반석을 올려다보니 금망아지가 매돌을 돌리고있는것이 그냥 보였다. 단숨에 반석밑까지 올라갔으나 눈앞이 번쩍거릴뿐 아무것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뒤걸음으로 한발자국 두발자국 물러서면서 보니 금망아지가 또 보였다. 안달아난 농부는 행여나 하여 련며칠 오르락내리락했지만 끝내 금매돌과 금망아지를 찾지 못했다. 그동안 쌍둥이참외는 아주 썩어버리고말았다.
《못된 마음이 일을 망쳤구나!》
세월이 흘러 농부는 늙고 병들어 죽게 되었다. 림종시 농부는 아들을 불러놓고 쌍둥이참외이야기를 들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란 마음을 옳게 먹아야 하느니라. 그러면 금망아지와 금매돌이 저절로 찾아오느니라.》
그후부터 사람들은 그 반석산을 매돌산이라 했는데 한자로 번져져서 마반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운치있는 산

가파로운 산비탈의 숲을 헤치고 릉선에 오르면 옛말에 나오는 그 커다란 장방형의 반석바위산이 눈앞에 우뚝 나타난다. 네변이 다 몇길씩 되는 절벽으로 둘러있는 바위산을 과연 오를수 있겠는가 근심되기도 한다.
가까이 가보면 중간쯤에 바위가 허무러진 곳이 있어서 산으로 오르기는 그리 험하지 않다. 허물어진 바위우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닌 자리가 력력히 알리는《길》이 있어 그 길을 잡고 오르면 손쉽게 반석우로 오를수 있다.
마반산은 동서로 약 100메터, 남북으로 약 20메터 돌출되여있는 커다란 암봉인데 산은 하나의 커다란 너럭바위다. 잡목과 이름모를 꽃들도 피여있는데 모두가 바위쯤에 뿌리를 내리고있었다.
높지는 않지만 깎아찌른듯해서 아래를 내려다 보기가 아슬아슬한 서쪽 절벽, 절벽에서 조금 앞으로 바라보면 봉분같은 산봉이하나 있다. 사료에 의하면 옛날 봉화대자리라고 한다. 발해시기의 책성부였고 포선만노가 건립한 동화국의 수도자리이기도 한 성자산성이 여기서 손잡힐듯 지척으로 보인다. 화룡에서부터 시작되는 연변의 천리장성은 바로 저 산봉오리를 흘러지났다고 한다. 마반산에서는 그보다 더 먼 옛날 옥저인들이 살던 유적지가 발견되기도 했고 항일무장투쟁시기 기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북쪽 절벽 우로 뻗은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서 보면 발밑은 모두가 절벽으로 아츠랗다. 동쪽절벽은 서쪽절벽보다 더 운치가 있다. 절벽몸체와 분리되여 커다란 바위덩이가 외따로 우뚝 솟은것이 참으로 희구하기만 하다. 좀 날파람 있는 사람이면 이쪽 절벽에서 그 바위덩이우에 오를수도 있는데 자칫하면 몇길되는 절벽밑으로 떨어질수도 있기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네댓 사람이 두손을 펼쳐야 둘레를 잡을수 있을만큼한 바위덩이가 멀리서 보기에도 우뚝하여 멋스럽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깊은 협곡을 파면서 흐르던 부르하통하가 휙 휘돌아 온다. 부르하통하는 발밑으로 뻗은 산자락에 가리여 없어졌다가 저쪽 아래서 다시 나타난다. 동서남북에 널려있는 산과 마을, 벌들이 여기서 한눈에 안겨든다. 마반산은 연길주위의 산중에 으뜸의 산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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