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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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뾰족산(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5시 37분  조회:2064  추천:34  작성자: 김철호

항일전설 깃들어있는 유서깊은 산, 산 정상에 우뚝 솟은 기이한 바위산

뻐스를 타고 연길시가지를 벗어나 연집향소재지에 접어들 때 주의해 보면 뭇산중 그 정상에 바위봉오리가 유독 뾰족하게 솟아있는 괴이한 산을 발견할수 있다. 향소재지 뒤로 좀 멀리 보이는 그 산을 지도에서는 《얜퉁라즈(烟筒砬子)》라고 밝히고있고지만 한족촌민들은 《얜퉁산(烟筒山)》이라고 하고 조선족촌민들은 《뽀족산》이라고 부른다. 어찌보면 굴뚝같아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모양새가 하늘을 겨냥한 창끝과 더 흡사해 보인다. 뾰족산은 해발 649.6메터이다. 뾰족산을 뾰족산이라고 하는데는 이런 항일전설이 전해지고있다고 한다.

뾰족산에 깃든 항일전설

뾰족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왕우구항일유격근거지, 팔도구항일유격근거지, 삼도만항일유격근거지들이 운집해있었다. 뽀족산아래 마을의 조선족농민들도 항일투쟁에 궐기해 나서고있었다.
1934년이 막 가는 어느 날, 항일전사 태항룡이 마을에서 17명 무장대원들과 함께 비밀회의를 하고있었다. 이 소식을 렴탐한 주구놈이 미꾸라지처럼 마을을 빠져나가 일본놈에게 고자질해바쳤다. 삽시에 왜놈과 자위단 2개 중대가 마을을 포위해왔다.
《맞다들어 싸우면 다 죽습니다. 내가 적들을 유인할테니 모두들 마을 뒤로하여 포위를 뚫고 나가시오! 안전지대에서 다시 집합합시다! 빨리 철퇴하시오!》
이렇게 말한 태항룡은 뒤창문을 박차고 후닥닥 뛰쳐나갔다. 어느새 놈들은 마을길에 들어서고있었다. 태항룡은 바자굽에 몸을 감추면서 싸창을 휘둘러 몇놈을 쓰러눕힌후 동지들이 피신한 반대방향으로 냅다 뛰였다.
《잡아라! 저놈이 두목이다! 산채로 잡아라!》
놈들은 벌떼마냥 태항룡의 뒤를 쫓아왔다. 태항룡은 번개처럼 바자를 뛰여넘고 터밭을 빠져나갔다. 놈들의 주의력이 태항룡에게 몽땅 집중되고있는새에 17명 무장대원들은 무사하게 안전지대로 철퇴했다.
마을을 벗어난 태항룡은 눈깜박할새에 산중턱에까지 톺아 올라갔다. 산밑에까지 쫓아온 놈들은 태항룡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태항룡은 그만 오른쪽 발을 총에 맞고 쓰러졌다. 뒤쫓아온 놈들은 태항룡을 꽁꽁 결박하여 산아래로 끌어내렸다.
《네 놈은 이미 잡힌 몸이다! 그래 우리 따라 내려가겠느냐? 아니면 산으로 계속 오르겠느냐?》
왜놈두목이 태항룡을 노려보면 으르렁거렸다.
《흥, 나는 원래부터 산사람이다! 계속 산으로 오르련다!》
《뭐, 계속 산으로 오르겠다고?! 그래 산에 오르면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단말이냐?》
《산에 올라야 잃어버린 나라를 찾을수 있거늘 내 어찌 비굴하게 네놈들을 따라 산을 내린단 말이냐! 뽀족한 수는 산에 올라야 있는거다! 하하하...》
태항룡의 야멸찬 웃음에 놈들은 전율했다.
《좋아! 저놈을 풀어놓아라! 어떤 뾰족한 수로 산에 오르나 한번 보자!》
결박이 풀리자 태항룡은 꿋꿋이 일어섰다. 부상당한 다리가 모질게 아팠지만 한발자국 두발자국 힘있게 옮겨 디디면서 절벽을 톺았다. 한발자국도 내디디려니 생각지 못했던 놈들은 항일전사가 피를 흘리면서 씨엉씨엉 절벽을 톺는것을 보고 아연해지고말았다. 악에 바친 놈들은 태항룡을 향해 미친듯이 총질했다. 용감한 항일전사 태항룡은 동지들 있는쪽을 향해 손을 젖고는 영용히 쓰러졌다. 그때로부터 이 산을 뽀족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짜아짜한 절벽길

뾰족산으로 가는 길은 대략 두갈래이다. 하나는 연집하옆에 난 향도(鄕道)를 따라 한창 가다가 항일전사 태항룡이 희생되였다고 하는 절벽길을 톺아오르거나 좀 더 올라가 산허리를 타고 오르는 길이고 다른 한갈래는 연길-도문 국도를 따라 조금 가다가 리민촌 밭길에 들어서서 산을 빙 에돌아 오르는길이다.
절벽으로 오른다는것은 초보등산자들을 놓고보면 결코 쉽지가 않다. 사람들이 다닌 자리가 보이기는 하지만 길이라고 하기에는 좀 과분한 누런 부석바위우에 난 《길》을 톺아야 하기 때문이다. 첫 시작에는 나무들도 별반 없어서 바위돌을 짚으면서 기다싶이 올라야 한다. 잘못 디디면 부석바위가 와그르르 허물어져 아래로 굴러내리기에 자칫 사고를 빚을수도 있다. 아슬아슬한 절벽을 타고 한창 올라야 잘 다져진 오솔길이 나타난다. 나무도 점점 많아져서 가지를 잡으면서 오를수도 있다. 그러나 량켠이 다 절벽이여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바위우에 솟은 소나무를 감상할수 있다. 항상 그러하듯 소나무와 바위는 어디에서나 잘 어울린다. 푸른 깃을 편 소나무는 검누런 절벽가에 멋스럽게 뿌리내려 그 기상이 더욱 름름하기만 하다.
절벽오솔길에 활등처럼 휘여진 소나무 한그루가 앞을 막고 있었다. 한아름 되는 원 가지는 끊기고 다른 한 가지가 절벽가에 쓰러질듯 누워있는데 반길쯤 되는 절벽을 오르면 그대로 나무 등허리를 탈수 있었다. 쫙 펴져있는 소나무는 커다란 일산같은데 그 밑을 들여다보니 여람은 능히 들어앉을만한 공간이 있었다.
절벽을 다 오른후부터는 창끝처럼 보이는 바위산까지 늘찬 릉선이 시작된다.

산우에 솟은 바위산

안전하고도 쉽게 뽀족산을 오르려면 리민촌의 밭길을 택하는 것이 상책일것이다. 밭길을 따라 한창 가면 뉘연한 초원이 펼쳐진다. 뛰염뛰염 자그마한 락엽송숲거나 소나무숲이 우거져있는 초원은 산우의 커다란 들판이였다. 여름이면 초록빛 초원, 가을이면 황금빛 초원을 펼쳐주는 산언덕 들판은 소와 양떼들과 어울려 아주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있다.
초원엔 한갈래의 수레길이 꾸불꾸불 뻗어있다. 그 길을 따라 한창 가야 초원을 벗어날 수 있는데 이번엔 신비한 바위들의 군체를 만날 수 있다. 여기저기 집채같은 바위들이 각가지 모양으로 솟아있는데 볼수록 신기하기만 하다.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특히 재미있었다. 이 바위는 멀리서뿐만아니라 가까이에서 보아도 틀림없는 《거북》이다. 머리를 쳐들고 힘차게 기여가는 모습이 산 거북같아 보여 《왁!》소리쳐 놀려보고싶다. 이번엔 너럭바위가 길가에 쓰러져있다. 몇십명은 능히 오를수 있는 너럭바위이다. 이런 바위군체들을 뚫고 한창 가면 깊은 골짝 너머로 뾰족산이 보이는데 뾰족산은 커다란 솥뚜껑의 손잡이같다. 그 손잡이를 잡아들면 뾰족산 전체가 거뜩 들릴것 같기도 하다.
깊은 골짜기가 가로놓여있어 산릉선을 타고 빙빙 돌아가야 뾰족산에 닿을수 있다. 늘찬 산길을 따라 한창 가면 솥뚜껑 손잡이같던 뽀족산이 머리를 창끝처럼 쳐든 모습으로 반겨준다.
뽀족산은 산우에 솟은 신비한 바위산이다. 네면이 다 절벽으로 된 바위산에는 별반 초목이 자라지 않고있다. 주위를 빙빙 돌면서 살펴보아도 바위산을 톺을만한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깎아놓은듯, 얹어놓은듯, 쪼개놓은듯, 세워놓은듯... 아무리 기웃거려도 예리하고 날카롭게 뭉친 바위산을 톺아오를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몇길되는 바위벽에 사람이 오른 흔적이 있어서 살펴보니 디딜만한 자리가 몇곳 있었다. 마침 바위틈에 뿌리박은 느티나무 한그루가 있어 그것을 리용하면 될것 같았다. 바위벽을 마주하고 톺기보다 등을 바위벽에 붙이고 뒤걸음질로 오르기가 더 쉬울것 같아 그대로 해보았더니 과연 한발자국 두발자국 오를수 있었다. 말 그대로 바위벽을 타야 했기에 여간 아짜아짜하고 위험스럽지가 않았다. 오르며 보니 장방형, 정방형의 바위들을 묶어서 세워놓은듯해 발을 놓기가 한결 쉬웠다.
정상에 오른후에는 말을 탄것처럼 절벽을 가로타고 앉아있어야 했다. 이쪽도 저쪽도 다 깎아지른듯 아츨한 절벽이기 때문이다. 앞에 5평방메터쯤 되는 평평한 곳이 있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 반메터도 안되는 좁고 울퉁불퉁한 절벽우를 벌벌 기여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평평한 곳에 이르러 보니 대여섯이 빙둘러 앉을수 있는 오붓하고 깜찍한 공간이였다.
허리를 쭉 펴니 멀리 연길시가 한눈에 안겨오고 옹기종기 촌락들도 지척이였다. 흰명주천을 드리운듯한 연집하가 깊은 골짜기에 뿌리 박고있는데 뭇산은 장쾌한 릉선을 긋으면서 아득히 뻗어있었다. 휙휘 불어오는 바람결에 몸이 휘우뚱거렸지만 마음만은 날듯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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