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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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독교봉(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5시 59분  조회:2078  추천:33  작성자: 김철호
사진설명
1) 독교봉 원경
2) 소뿔바위


하늘가에서 날아예던 산비둘기 발밑에서 선회

금불사

동불사에서 부르하통하를 건너 서쪽으로 약 10키로메터쯤 들어가면 나즈막한 산자락밑에 금불사(金佛寺)라고 하는 오붓한 마을이 있다. 마을 맨 뒤쪽에 페교된 학교가 있는데 자그마한 운동장까지 갖고있어 참으로 아담해 보였다. 지금은 텅빈 운동장에 텅빈 교실이지만 한때는 아이들을 부르는 정다웠을 종소리도 있었을것을 생각하니 애수가 가슴을 치기도 했다.
마을길에서 만난 한 농민과 마을이름의 유래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하는것이였다.
《옛날 이곳에 황금으로 만든 부처님을 모신 절당이 있었는데 그래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해방후 사람들은 미신이라면서 절당을 마사버렸지요. 그때 황금부처도 종적을 감췄다고 합데다.》
그러니 동불사(銅佛寺)는 동으로 만든 부처님을 모신 사찰로 하여 지어진 이름이고 금불사는 황금으로 만든 부처님을 모신 사찰로 하여 지어진 이름인것이다.
농민에 따르면 이 마을에 절당이 지어진데는 마을 남쪽에 우뚝 솟은 산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농민이 가리키는 그 산은 다른 산과는 달리 산중에 우뚝 솟은 건축물같은 절벽산이였다. 해볕에 절벽이 흰빛을 반사하기도해 신비한 기운에 감돌기도 했다. 절당을 예로부터 명산과 짝을 지어 세웠다고 한다. 그러니 저만한 산밑에 당연 절당이 세워질만도 했다.
그런데 산 이름 또한 기이했다. 《독교봉(獨轎峰)》이였다. 홀로 가마(轎子)라는 뜻이다. 옛날 나으리들이거나 귀부인들이 타고 다니던 그런 가마라는 뜻이다.
《독교봉 그 아래로 세로 뻗은 산이 보입지요. 녀자가 누워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보니 그 산이 과연 녀자가 누워있는 것 같아 보였다. 머리를 풀어혜친 한 녀인이 팔과 다리를 뻗고 누워있는데 가슴이 유달리 봉긋했다.
《저 산은 잠자는 녀자이지요.》
《그러니 저 산에 아름다운 전설이 있겠군요.》
생각밖에도 농민은 머리를 가로저으면서 모르겠다고 했다. 아름다운 산에 전설이 없을리 있겠는가. 그후 연변구전설화집에서 독교봉전설을 찾게 되었다.

낭자의 이야기

멀고먼 옛날 이곳은 동해바다와 이어진 아주 아름다운 바다가였다고 한다. 바다를 몹시 동경하고있던 백두산기슭의 한 부자집 낭자는 오매불망 바다를 그리다가 드디여 부모님 허락을 받고 가마를 타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험한 산길에 강도와 사나운 짐승들이 출몰한다는 소문인지라 낭자의 부모님들은 도끼를 든 두 사졸(私卒)을 딸려보냈다.
편안한 독교(獨轎)에 앉아 온 낭자는 하늘땅이 맞붙은 것 같은 망망한 바다를 만나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구슬처럼 부서지는 은빛 파도며 만경창파를 헤가르며 날아예는 흰갈매기...
잔솔이 다복다복 깔린 바다가에 앉은 낭자는 해가 어느새 진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바다를 보고 또 보았다. 밤바다 역시 아름답고 신비롭기만 했다. 낮에 보던 흰파도가 밤에는 거뭇한 산발이 겹치면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것 같았다. 낭자는 별들이 내려앉는 검푸른 바다를 마음껏 즐겼다. 온밤 바다에서 헤매이던 낭자는 드디여 일출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었다. 거밋하던 바다는 차츰 담청색으로 변하고 그것은 다시 불끈 솟아오르는 태양의 빛발로 황금색의 세상을 만들고있었다. 장엄하고 신비로운 바다였다.
바다가 이처럼 아름다운줄 몰랐던 낭자는 잠자는것마저 다 잊고 밤에 낮을 이어 바다가에서 헤매였다. 두 사졸은 낭자를 보위해 그 옆을 떠날 념을 않았으나 언녕 피곤이 몰려 높이 치켜들었던 도끼를 축 늘어뜨리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낭자는 바다가 산기슭에 고요히 누워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어찌도 혼곤히 자는지 사졸들은 감히 낭자를 깨울념을 못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깨여나지 않는 낭자, 몇날 며칠 자고 또 자기만 하는 낭자. 사졸들도 도끼를 땅에 처박은채 그만 깊은 잠에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자버린 낭자가 저《미인봉》되였다고 한다. 그리고 낭자가 타고왔던 가마는 독교봉이 되고 두 사졸이 땅에 처박은 도끼는《큰도끼봉》,《작은 도끼봉》이 되였다고 한다.

깎아지른듯한 백길 벼랑

독교봉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로두구에서 로두구강철공장 뒤길이거나 로두구만인갱마을 앞길로 하여 작은 도끼봉밑을 지나 독교봉으로 올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오붓한 산골길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수 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며 냇가의 버드나무숲속의 온갖 새들의 지저귐은 참으로 귀맛을 당긴다. 또 낭자의 사졸이 들고 있던 도끼가 절벽산으로 변했다는 작은 도끼봉밑을 지날 수 있기에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리득을 볼수도 있다. 시간이 넉넉하면 작은 도끼봉을 오를수 있다. 한족농민들은 작은 도끼봉을 《쑈꾸이즈뻥(小龜子峰)》, 즉 작은 거북산이라고 하고 조선족농민들은《뒤뒤(뒤통수)없는 산》이라고 한다.작은 도끼봉은 과연 앞이마만 툭 튀여있는《뒤통수없는 산》이였다. 그런데 오르고 보면 그 《앞이마》가 아름찬 절벽산이다. 오르는 길은 뉘엿한 《뒤통수》뿐인데 오른후 관찰해 보면 삼면이 빙 둘러 절벽이다.
작은도끼봉에서 내려 이름 모를 한 한족부락을 지나 곧바로 산을 톺을수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면 독교봉의 가장 기이한 바위인 《소뿔바위》가 왼쪽에 붙어보인다. 그러나 금불사에서 바라보면 그 《소뿔바위》가 오른쪽에 붙어있어 보인다.
금불마을에서 작은 시내물을 건너면 산으로 통하는 수레길이 다. 너무 가파롭지 않지만 한창 오르면 숨이 턱에 닿는다. 예쁜 이깔나무숲이며 착한 떡갈나무숲을 지난후 꽤 넓은 밭을 꿰질러가야 독교봉기슭에 닿을수 있다.
바라보면서 오르던 독교봉은 차츰 수림에 가리워진다. 이따금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숲길을 재우쳐 걷노라면 갑자기 앞을 콱 막아서는 절벽에 부딪칠수도 있다. 독교봉 턱밑에 닿았기때문이다. 독교봉은 콩크리트바람벽같은데 산비둘기가 절벽을 선회하면서 날아예는것이 아득히 보인다.
만약 이렇게 절벽을 만난다면 절벽밑으로 해서 옆으로 빠져야 한다. 좋기는 왼쪽 옆으로 빠지면 오르기 좀 편한 기슭이 될수 있겠으나 오른쪽으로 빠지면 아짜아짜한 절벽을 톺아야 한다. 바람벽같은 절벽을 지나면 밀고 잡아당기면서 오를수 있는 가파로운 비탈이다. 여기로 오르면《소뿔바위》를 볼수 있는데 정작 가까이에서 보이는《소뿔바위》는 멀리서 보이는것처럼 미끈하지는 않다. 발을 잘못 디디면 가파로운 피탈에 구을수도 있기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왼쪽 산기슭길은 느슨한 숲길이다. 푹푹 빠지는 가랑잎은 무릅을 친다. 사계절 가랑잎이 이렇게 쌓여있는 숲이다.
정상에 올라보면 앞이 탁 틔이는것 같은 기분이다. 절벽 바로 꼭대기이기 때문이다. 발볌발볌 절벽가까지 기여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 너무 짜릿짜릿하다.《오금이 저리다》는 말의 함의를 독교봉에서 실감할수 있다. 절벽아래를 내려다보노라면 정말 종아리가 저려나고 다소 떨리는감이다.
《100메터는 좋이 됨직 하다.》
누군가 명동촌의 선바위가 88메터인데 비해보면 독교봉벼랑은 100메터는 능히 될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산정상에 난 오솔길을 걸으면서 절벽을 보기가 가관이였다. 줄을 치고 칼로 벤듯한 절벽, 토막나무를 도끼로 찍은 듯 갈라져있는 절벽, 구을기만하면 뼈도 추릴것 같아 보이지 않는 절벽과 절벽사이의 골짜기...
아까 밑에서 볼 때에는 하늘가에서 빙빙 날아예는것 같던 산비둘기들이 여기서 보니 발밑에서 선회하고있었다. 돌을 던져보았더니 한창 있다가《퉁》하고 밑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실컷 절벽을 구경하고 나서야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큰도끼봉이 마주하고있는데 지척처럼 보였다. 커다란 도끼날 앞끝이 땅속에 깊숙히 박힌 모습이다. 우리가 독교를 맘껏 타고있는데 낭자의 두 사졸들은 어데가서 코골고있는지 모르겠다.
금불마을을 에돌아 흐르는 작은 시내물을 따라 올라가면서 바라보니 거울같은 파란 저수지가 안겨왔다. 연변지도에도 표시되여 있는 기양저수지였다.
《연길이 보인다!》
오른쪽 절벽끝에까지 나가면서 멀리 살펴보니 연길이 눈앞에 나타난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니 연길의 주요한 고층건물을 알아볼수도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연길은 사실상 지척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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