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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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도끼봉(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6시 03분  조회:1917  추천:40  작성자: 김철호
해님 품는 아름다운 산 하늘 날으려는듯한 바위들의 군체

아름다운 일몰

해발 680메터의 도끼봉은 이름 그대로 멀리서 바라보면 시퍼런 도끼가 땅에 콱 박힌 형국이다. 맑은 날이면 모아산같은 높은 산이거나 건축물에서 도끼봉을 지척으로 볼수 있다. 연길의 서쪽에 있는 도끼봉은 한계절 아름다운 일몰을 출연하기도 한다.
진붉은 태양이 도끼봉에 가라앉는 장면은 참으로 장관이다. 도끼봉이 한입두입 태양을 베여먹는것 같기도 하고 태양이 도끼봉속으로 스밀스밀 기여들어가는것 같기도해 멋스럽다. 거기에다 천태만상의 진홍빛 구름떼들이 들러리서는 장면은 더욱 황홀하고 매혹적이여서 눈뗄수가 없다. 그건 참으로 장쾌하고도 비장한 장면이 아닐수 없다.
도끼봉은 등산객들을 유혹하기엔 너무도 충분한 산이다. 뭇산우에 우뚝 솟은 층암절벽은 몇십리 밖에서도 한눈에 유표하니 왜 가보고싶지가 않으랴. 한번쯤은 저 산에 가보아야 하겠는데 하는것이 연길등산객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물론 도끼봉에 가려면 교통이 아주 불편하다. 그러나 맘먹고 가려면 얼마든지 쉽게 갈수도 있다. 팔도에서 도끼봉턱밑까지 잘 닦아진 길이 있다. 도끼봉뒤산에 새롭게 금광이 개발되였는데 금광가는 길이 바로 그 길이다. 팔도에서 한창 건설중에 있는 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왼켠 골짜기로 접어들면 금광가는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20리쯤 들가면 도끼봉에 금방 닿을수 있다.
또 다른 길은 조양천으로 해서 길성, 고성저수지를 지나 석산에 도착한후 산을 톺는것이다. 이 길 역시 길성까지는 콩크리트도로로 잘 닦아져 가기가 퍽 편리하다. 고성저수지부터 흙길이긴 하지만 차를 갖고 간다면 도끼봉 가장 가까운 곳까지 갈수 있다.
이 두 길을 다 버리고 《금불5대》로 도끼봉에 갈수도 있다.《금불5대》는 하늘아래 첫동네같은 자그마한 촌락이다. 마을을 빠진후 달구지길을 따라 한창 가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오른쪽 밭길을 택해야 한다. 가파롭긴 하지만 농민들이 농쟁기를 끌고 오르내리는 길인지라 걷기는 퍽 좋다.

《김일성동굴》도 있다는데

작년 여름 도끼봉등산을 시도했다가 실패한적 있다. 비가 질금질금 오는 날이였는데 짙은 안개가 산허리에 감겨있어 지척을 분간할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산에서 만난 한 한족농부가 길을 자세히 알려주었지만 일행은 그만 도끼봉 등뒤를 스쳐 10여리를 내려가버렸던것이다. 그날 우리는 안개속에 솟아있는 도끼봉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그저 한탄하고 말았다.
그때 그 한족농부의 손에는 송이버섯 한송이가 쥐여져 있었는데 도끼봉 근처 산에서 딴것이라고 했다.
《도끼봉은 무서운 산이지유. 이런 날엔 찾기가 힘들텐데유. 산밑에 <김일성동굴>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여태 보지는 못했지유.》
김일성장군이 항일할 때 리용하던 동굴이 도끼봉밑에 있다는 얘기에 다들 귀가 솔깃해졌지만 그날엔 그저 도끼봉자락을 스쳤을뿐이였다.
그후 석산으로 하여 도끼봉에 오른적있는데 그때 전씨성을 가진 산장주인도《김일성동굴》얘기를 해주었다.
《굉장한 동굴입지요. 사냥개를 앞세우고 몇번 가보았는데 들어가기가 무시무시하데요. 개들도 컹컹 짖어댈뿐 동굴에 접근 못하더군요. 그 안에 <큰 어른>이 있을같아서 돌아서고 말았쥬.》
산세를 보니 확실히 항일유격대들이 활동하기가 좋은 곳이였다. 가파로운 비탈길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독교봉이 지척으로 시야에 잡혀온다. 여기서 보는 독교봉은 참으로 웅위롭고 거연했다. 특히 소뿔바위의 힘찬 모습에 다들 경탄을 금치못했다.
밭길을 지나 산길에 들어선후 다시 30분가량 더 오르니 늘찬 릉선이 시작되였다. 바위로 형성된 멋진 릉선이였다. 도끼봉을 룡대가리라고 하면 이 릉선을 룡의 몸통이라고 묘사할수 있을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룡꼬리에 오른것이다. 량옆이 몇길씩되는 절벽이여서 조심해 걷지 않으면 위험했다. 일행은 룡의 꼬리를 밟으면서 허리를 타야 했다. 고구려성벽처럼 뻗어있는 바위릉선은 여러 가지 모양을 보여주었다. 바위새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 있어서 누군가 저쪽에 건너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틀림없는《바위창문》이였다.
곰처럼 늘어져있는《곰바위》, 캉가루처럼 잔뜩 키를 살구고있는 《칼바위》... 여러가지 모양의 바위군체를 지나 어떤 절벽우에 닫아 앞을 바라보니 높은 바위산이 앞을 콱 막고있었다. 도끼봉이였던 것이다.

도끼봉전설

바늘가는데 실이라고 연변의 괜찮은 산에는 다 전설이 있다. 도끼봉도 례외일수 없었다.
먼 옛날 이곳은 삼림이 울창하고 골이 깊어 인가라곤 없었다고 한다. 산짐승들이 많아 사냥하기 좋았으련만 사람들은 감히 산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까닭은 산에 100년 묵은 구렝이가 있는데 사람이든 짐승이든 만나면 한입에 삼켜버린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황소같다 하여 둥글이라는 별명을 가진 총각만은 그런 소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는 산림속에 들어가 초가집을 짓고 나무를 찍어 숯을 구웠다.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요!》
어느날 나무찍으러 나갔던 총각은 더디선가 들려오는 가냘픈 비명소리를 듣고 산꼭대기로 치달아올랐다. 열두발 되는 구렝이가 아릿다운 처녀를 앞에 놓고 혀를 날름거리고있었다. 총각은 잽싸게 도끼를 휘둘러 구렝이대가리를 끊어놓았다.
총각은 정신잃은 처녀를 업고 샘물터로 내려가 샘물을 입에 떠넣어주어 정신차리게 한후 어찌되여 이 깊은 산속에 오게 되었는가고 물었다.
《몸져누우신 어머님 병환에 쓸 약초 캐러 왔어요.》
갑자기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듯이 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이 다시 붙은 구렝이가 나타난 것이다. 총각은 몸을 날려 솟구쳤다가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구렝이목은 뚝 끊어져나가고 바위에 박힌 도끼는 뺄수 없게 되었다.
구렝이를 죽인후 총각은 약초를 캐여가지고 쳐녀가 사는 마을로 왔다. 처녀의 어머니는 그 약초를 달여드시고 병이 나았다. 이에 처녀의 어머니는 그 은헤를 잊을수 없어 총각을 사위로 삼았다. 그때로부터 총각은 숯구이를 그만두고 처녀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총각이 구렝이 목을 찍을 때 깊이 내리박힌 도끼는 세월이 흘러 커다란 바위로 굳어졌는데 그 바위가 지금의 도끼봉이라는 것이다.

49메터 절벽산

하늘로 날아오르려는듯 몸체를 앞으로 솟구친 도끼봉은 삼면이 깎아지른듯한 절벽이였다. 그 절벽으로는 발을 근본 붙칠수 없었다. 정상으로 오르려면 등뒤를 리용해야 했다.
바람벽같은 절벽가에 외통길이 실오리처럼 나있어 기다싶이 산을 톺아야 했다. 45도의 가파른 비탈은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뒤등을 때리는 바람소리마저 아우성처럼 귀를 자극하는지라 다들 얼굴에 긴장을 담고있었다. 밀고 잡아당기면서 간신히 오르고 또 오르노라니 그래도 정상에 닿을수가 있었다.
앞이 확 틔였다. 생각보다는 높은 절벽이 아니였지만 아슬아슬한 스릴을 느낄수는 있었다. 멀리 기양저수지며, 고성저수지가 한눈에 안겨온다. 또 개발중이라는 금광도 금방 등뒤에 있었다. 모아산도 알렸고 연길시가지도 어렴풋이 륜곽을 보였다. 팔도며 조양천도 한눈에 바라볼수 있었다. 골골마다에 자리잡고있는 촌락들도 오손도손 재미있게 보였다.
도끼봉은 겹으로 솟아있는 여러 절벽산 가운데서 가장 우뚝 솟은 봉오리인데 맨 절벽높이가 49메터라고 한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많은 절벽산이 둘레를 서고있었다.
정상에서 내린후 절벽사이의 오솔길을 타고 곧바로 절벽밑에 도착했다. 혹여 《김일성동굴》이 있나하여 눈이 화등잔이 되어 두리번거렸으나 절벽 금방 밑에는 동굴그림자도 없었다. 아마 어딘가 다른 절벽밑에 있나보다 하면서 다들 아쉬워했다.
절벽밑에서 바라보는 도끼봉은 가관이였다. 닭볕처럼 쭈볏이 솟은 바위, 초대처럼 하늘 찌르는 바위, 커다란 귀방울같은 바위... 바위들의 군체는 지상을 떠나 하늘로 날으려는 뭇짐승떼같았다.
하산하면서 보는 도끼봉은 더욱 멋스럽다. 굽이 돌때마다 여러 가지 자태를 보여준다. 석산으로 내려가면서 보는 모양과 팔도로 내려가면서 보는 모양 또한 같지가 않다. 팔도로 내려가면서 보면 도끼봉은 원시사회의 끝이 뾰족한 초가지붕처럼 보이는데 숲에 가리여 때론 나타났다 때론 사라지는 모습 참으로 유혹적이다. 그러나 석산으로 내려가면서 뒤돌아보는 도끼봉은 수려하기가 그지없다.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미가 발견된다는 말은 이럴 때를 두고하는 말 같다. 나무들의 웃수리에 우뚝 솟은 도끼봉은 그 장엄함으로 특유의 매력을 풍겨주고있다. 햇볕받은 절벽산은 이상한 기운까지 발하여 성경에 들어선듯한 기분이기도 하다.
아직 인간의 때가 덜 묻어있는 도끼봉은 도끼라는 투박한 이미지보다는 수집음을 타는 녀인의 맑은 얼굴같기도 하다. 도끼봉은 볼수록 아름다운 산이였다.
 2006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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