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카테고리 : 타인의 평가
김학송
ㅡ동시인 김철호인상기
어른이 되였어도 마음은 마냥 동심에 사는 사람을 간혹 보게 된다. 근간에 갑자기 동시인으로 《둔갑》하여 문단에 빛을 뿌리고있는 김철호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어느 모로 보나 김철호는 어른보다는《철부지》에 가깝다. 철호라는 이름부터 철부지 냄새를 듬뿍 풍긴다. 남달리 환상적이고 직선적이며 어딘가 천진해보이는 꺼벙한 성격이 그렇고 마냥 왼눈 한번 아니 팔고 돈도 안되는 글짓기유희에만 열중하는 바보스런 아집이 그렇고 토요일만 되면 모든 일 활라당 집어던지고 산에 올라 노루처럼 뚝뚝 뛰여다니는 어리광스런 모습이 그렇다. 등산시에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맨앞에서 겅정겅정 걷는다. 남먼저 절정에 올라서면 와ㅡ와ㅡ 소리치며 혼자서 좋아한다. 아무튼 그 마음이 철딱서니없는 아이 같다. 그래서 젖내나는 도시가 술술 잘 나오는지 모른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숨쉬는 소리
예쁜 문장 만드느라
멋진 답안 푸느라
사각사각
사각사각…
가쁜 숨 몰아쉬는 소리
ㅡ《연필 숨쉬는 소리》전문
한국의 저명한 동시인 문삼석님의 평어처럼 그의 동시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울림이 크다. 그래서 그의 동시는 책으로 태여나기 바쁘게 동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있다. 이름없던 사람이 하루아침사이에 성숙한 동시인으로 등장한것이다.
1951년 로동자의 아들로 룡정시에서 태여난 김철호는 소학교를 졸업하고 초중3년재학시에 전대미문의《문화대혁명》을 맞게 된다. 그후《지식청년》으로 집체호에 내려가 농민, 교사, 트랙터운전기사 등으로 일하며 어린 나이에 인생의 깊은 곳을 경험한다. 80년대초엔 젊은 문학영재들만 모집하는 연변대학 문학반에 편입되여 체계적으로 문학을 공부하는 행운을 지닌다. 4년간의 작가반 수업을 마치고 첫닻을 내린 곳은 연변인민방송국 문학부였다. 그후 연변일보사에 전근되여 언론부, 문예부를 두루 전전하며 오늘에 이른다.
석자 얼음이 하루새에 언게 아닌듯이 그의 동시사랑도 따져보면 깊은 뿌리를 갖고있다. 김철호씨는 소학교에 다닐 때부터 동시를 무척 좋아했는데 채택룡의《병아리》거나 김례삼의《고개길》같은 동시는 공책에 베껴갖고 다니며 왕왕 외우기도 했다. 그냥 동시가 재미있어 가까이했을뿐 먼 훗날 자신이 동시인이 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햇노라고 김철호씨는 말한다.
70년대초, 애숭이 문학지망생이였던 김철호는 첫 문학사랑을 소설창작에 바친다. 주내 여러 문학강습을 쫓아다니며 열심히 갈고 닦은 보람으로 마침내 단편소설《밤중에 생긴 일》로 문단에 데뷔한다. 그러나 십여년이 지난후 소설창작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회의에 빠진채 서서히 창작의 대문을 닫기 시작한다. 조금은 허탈감을 느꼈지만 신통한 대책이 없어 그럭저럭 세월만 흘러보낸다.
1995년 늦가을, 문우들과 함께《백두산산악회》라는 연변 최초의 산악회를 발족하고 그 활동에 열을 올린다. 산악회 멤버들은 거개가 교수나 시인 작가들이였다. 김철호씨가 창작에 점차 힘을 놓는 눈치기 보이자 그에 대한 산악회친구들의 압박공세가 대단했다.
《창작을 포기하면 너랑 친구 안한다!》
롱담으로 듣기에는 너무나도 잔인하고 도발적이였다. 슬그머니 열 받은 김철호, 머리뚜껑이 활짝 열릴 지경이였다! 친구들로부터 왕따당할수도 있는 위기상황에서 소년보사의 림금산씨가 동시나 몇수 써달라는 청탁을 해왔다. 그 지청구가 하도 집요하여 장난삼아 몇수 끄적거렸는데 생각밖으로 인츰 신문에 실렸고 그에 대한 평판도 아주 좋았다. 참으로 뜻밖이였다. 분노가 시인을 낳은셈이다. 지금도 김철호씨는 가끔 그때 일을 회상하며 친구들의 핍박으로 량산에 올라 동시의 길을 찾게 되였노라고 기뻐한다. 그리고 감사해한다. 역시 아이다운 어줍고 맑은 심성의 발로라 하겠다.
밤을 지새우며 동시창작에 정진한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아 2001년엔 그이 동시 몇수가 한국아동문예상에 당선되였다. 그 덕에 한국에서 첫동시집을 출간하는 행운도 함께 지닌다. 2002년엔 두번째 동시집이 출간되면서 동시인 김철호씨는 창작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흔히 사람들은 요즘 세상을《풍요의 감옥》또는《무명시대》라고 말한다. 격정과 인정은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문학마저도 위기의 벼랑가에서 헐떡이고있는 와중에 아예 마음을 텅 비우고 동년의 뜰에서 동시를 줏고있는 김철호씨, 그 철없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한것은 왜서일까?
파아란
천지물
폭포 되여
쏟아질 땐
하아얀물보라 된다
보기엔
파래도
마음은
하얀나봐
ㅡ《천지물》전문
작자의 자화상이라고 볼수도 있는 동시이다.
지천명의 나이, 귀밑에 흰서리 내린 김철호씨는 나이마저 잊은채, 동년의 시간속에 서성이고있다. 그 때묻지 않은 마음을 누비며 맑은 동시의 샘물이 퐁퐁 솟구치고있음이 분명하다. 아이 같은 마음에서 동시가 흘러나오므로 그의 동시는 자연스럽다. 재미가 있다. 그리고 감동을 준다. 기술적조탁으로는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이다. 오묘한 기교를 부려 동시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사이비동시인들과는 조금은 다른 맛이다. 독자를 동심에 젖게 한다. 더할수 없는 천진함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여 특이한 빛을 발한다. 이것이 김철호씨의 동시가 오늘날 가치를 가지는 리유가 된다.
동시인 김철호씨가 인간의 원초적인 순수의 뜰에 오래오래 철부지아이로 남아 더 좋은 동시를 더 많이 쓰기를 기원하며《새는 황혼에 집을 짓는다》는 근작시로 가난한 글을 갈무리한다.
저무는 저녁강에 철도 없이 꿈을 씻고
늦깎이로 해를 굴려 속살 데쳐 웃는 소리
황이 든 밑둥구리 파릇하니 새순 피니
황혼도 아침인양 봄수심이 깊었노라
2002년 11월 15일 연길에서
《연변문학》2003년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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