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http://www.zoglo.net/blog/jinzhehu 블로그홈 | 로그인

※ 댓글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나의카테고리 : 세계의 명시

[시]악의 꽃(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2008년 09월 26일 14시 27분  조회:1387  추천:8  작성자: 김철호
어리석음, 과오, 죄악, 탐욕이
우리 정신을 차지하고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벼룩을 기르듯이,
우리의 알뜰한 회한을 키우도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무른고야.
고해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치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 줄 알고,
좋아라 흙탕길로 되돌아오는구나.
흘린 우리 정신을 악의 배갯머리에서
오래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 <악마>,
그러면 우리 의지의 으리으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종하는 끄나풀을 쥔 것은 <악마>인지고!
지겨운 물건에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큰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지옥>으로 내려가는구나,
구년묵이 똥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제의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처럼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 뇌수 속엔 한 무리의 <마귀> 떼가
백만의 회충인 양 와글와글 엉겨 탕진하니,
숨 들이키면 <죽음>이 폐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따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소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포를 수놓지 않았음은
오호라!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치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렁대고 기어가는 괴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어!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니,
그 놈이 바로 <권태>! - 뜻업시 눈물 고인
눈으로, 놈은 담뱃대를 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 위선의 독자여, - 내 동류여, - 내 형제여!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1 [평론] 랑송동시에 대한 소견 (김철호) 2018-06-25 0 970
40 모음 2011-08-19 0 1882
39 수치 2011-08-19 0 1648
38 [시]할머니가 소녀였을 때 집시들이 말하기를,(차알스 시믹) 2009-11-23 24 2066
37 [시]어떻게 팔레스타인들이 온기를 지킬 수 있을까요(나오미 녜) 2009-11-23 25 1938
36 [시]1월 1일(데이비드 레만) 2009-11-23 27 2085
35 [시]초상화(스탠리 쿠니쯔) 2009-11-23 19 2275
34 [시]동물들이 치룬 대가(로버트 블라이) 2009-11-23 24 2002
33 [시]첫 꿈(빌리 콜린즈) 2009-11-23 21 1691
32 [시]만가(림망) 2009-11-16 22 1843
31 [시]대화(담욱동) 2009-11-16 33 1802
30 [시]독(보들레르[프랑스]) 2009-03-18 14 1858
29 [시]사랑의 신과 두개골(보들레르[프랑스]) 2009-03-18 17 1782
28 [시]피의 샘(보들레르[프랑스]) 2009-03-18 10 1674
27 [시]상처(월리엄 스태퍼드[미국]) 2009-03-18 11 1898
26 [시]그대와 기예(월리엄 스태퍼드[미국]) 2009-03-18 14 1734
25 [시]유성(遊星 파블로 네루다[칠레]) 2009-03-18 8 2134
24 [시]바위(옥타비오 파스[멕시코]) 2009-03-18 9 1952
23 [시]레몬 애가(다까무라 고오따로오[일본]) 2009-03-18 9 2015
22 [시]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헨리 밴 다이크[미국]) 2009-03-18 5 1863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