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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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의 뜨개질(길상호)
2008년 09월 26일 14시 55분  조회:1523  추천:9  작성자: 김철호
너는 비를 가지고 뜨개질 한다
중간 중간 바람을 날실로 넣어 짠
비의 목도리가, 밤이 지나면
저 거리에 길게 펼쳐질 것이다
엉킨 구름을 풀어 만즐어내는
비의 가닥들은 너무나 차거워서
목도리를 두를수 있는 사람
그리 흔하지 않다
거리 귀퉁에서 잠들었던 여자가
새벽녘 딱딱하게 굳은 몸에
그 목도리를 두르고 떠났다던가
버려진 개들이 물어뜯어
올이 터진 목도리를 보았다던가
가끔 소문이 들려오지만
확실한 건 없다
비의 뜨개질이 시작되는 너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하다는 것 말고
빗줄기가 뜨거운 네 눈물이었다는 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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