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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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자는 몸의 물기를 닦는다(이원)
2009년 02월 27일 09시 57분  조회:1372  추천:14  작성자: 김철호


목욕탕의 대형거울이 알몸의 여자를 정면으로 비춘다 여자의 왼쪽 유방이 있어야 할 자리가 납작하다 유방을 들어낸 자리에 가로로 흉터가 나 있다 뜨거운 시간에 닿았었는지 살이 오그라들었다 뜨거운 시간은 밀봉되는지 흉터가 달라붙은 입 같다 두 개의 유방을 가진 여자들은 재잘거린다 힐끔힐끔 여자의 시간을 빨아 먹는다 이내 뱉어버린다 여자는 수건을 들어 몸의 물기를 닦는다 왼쪽 유방이 있던 자리에서 여자의 손이 멈칫한다 여자는 없는 왼쪽 유방이 무겁다 없는 유방이 출렁거린다 유방을 도려낸 시간으로 여자는 뜨겁게 출렁거린다 유방을 남겨둔 시간으로 여자는 차갑게 출렁거린다 펄펄 끓는 손의 기억으로 여자에게 유방이 솟아오른다 오른쪽 유방이 제 그림자를 왼쪽 유방의 자리에 가만가만 드리워준다 외쪽 유방이 머물던 자리가 불빛을 둥글게 담는다 빛과 어둠으로 빚은 달항아리가 여자의 몸에서 탄생한다 

《현장비평가가 뽑은 2008 올해의 좋은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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