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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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꽃뱀의 목에 꽃무늬를 두르는 시간(반칠환)
2009년 03월 04일 10시 24분  조회:1685  추천:9  작성자: 김철호

구불구불 길 위로 길 하나 가는 걸 보았느냐. 아무리 곧은 길도 굽어가는 천형을 보았느냐. 평생을 달아나도 제 몸의 길 벗어날 수 없어 서럽게 울며 흰 길 위로 달아나는 한 발 초록길을 보았느냐. 지팡이 하나 봇짐 하나 미투리도 없이 온몸이 나그네인 발바닥을 보았느냐.가시덤불 헤치고 사금파리 넘어 가까스로 신작로 오르면, 우르르 쏟아지는 죄 없는 햇살이여 돌팔매여,머里 지나 허里 지나, 꼬里 이르도록 마디마디 고통의 눈금 새겨지는 가늘고 긴 줄자를 보았느냐. 아픔에서 아픔으로 가는 삼거리, 눈물에서 눈물로 가는 네거리를 재고 또 재는 슬픔의 측량사를 보았느냐.문득 네 앞에 서린 무서운 한 모퉁이, 꼿꼿이 목을 세운 한 타래를 보았느냐. 꽃이 될까, 독이 될까. 꿀꺽,기쁨에서 슬픔으로 가는 지름길에서,슬픔에서 기쁨으로 가는 벼랑길에 한 움큼 붉은 독 이겨 바르는 꽃뱀을 보았느냐. 이름은 꽃길이라도 온몸의 바탕은 지루한 암록인 우리네 구절양장을 보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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