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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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꽃잎(심언주)
2009년 09월 23일 14시 11분  조회:607  추천:28  작성자: 김철호
꽃잎

심언주[한국]
 
물은 방금 실잠자리 한 쌍을 놓쳤다
온 몸이 입술이다. 물은.

물수제비를 뜬다
서너개의 입술은 뛰어올라 헛입질을 하고, 물 깊은 쪽 입술이 덥석 받아 삼킨다. 다물던 입을 다시 벌려 부르르 부르를 입술 가장자리를 떨고 있다. 내 손끝을 당기고 있다.

립클로스 바르고 입술이 간다. 등을 말고 선 물풀들을 넘어서 간다. 실잠자리를 뱉고 간다. 통째로 머금었던 산을 놓고 간다.

낚시꾼은 물의 목젖에 찌를 드리우고 삼킨 걸 뱉어 내라 생떼를 쓰고 있다. 물 입술이 팽팽하게 낚시꾼의 손끝을 당기고 있다

ㅡ<2008 작가들이 선정한 오늘의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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