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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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닐봉지가 난다(이원)
2009년 09월 23일 14시 15분  조회:2363  추천:19  작성자: 김철호

비닐봉지가 난다

이원[한국]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구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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