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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길
2013년 08월 21일 00시 20분  조회:965  추천:0  작성자: 金赫


글/김혁

(대학입시 조선어모의시험에서 썼던 문장,그후 제1회비호문학상 수상)

   

       길 하나가 있다.

       기억속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길 하나가 있다.
 
       어릴때 푸르른 록음이 짙게 우거진 그 길은 참 길고도 길었다.나무잎사이로 비껴든 해빛이 땅바닥에 띠염띠염 뿌려져 작은 거울처럼 반짝이는 그 길은 엄마와 나는 걷고   있었다.
       길 중앙으로 씽씽 바람을 일구며 차들이 지나갔지만 난 무섭지 않았다.엄마가 계셨기에.엄마는 길 중앙 나는 길 바깥쪽에.나의 손을 꼭 감싸쥐고 나란히 걷고있는 엄마가 있었기에.

       어쩌다 호기심에 엄마의 손을 벗어나 길 중앙쪽으로 걸으면 어느새 엄마가 나를 으쓱 안아서는 길 바깥쪽에 세워놓는다.내가 의아해하며 엄마를 올려다보면 엄마는 모르는척하면서 노래를 흥얼흥얼 부르시면서 입가로 엷은 미소를 곱게 흘러보낸다.그리고 변함없이 나의 작은 손을 꼭잡고 길너머 둥근 해를 향해 걷기만 한다.우리의 뒤로는 즐거운 두 그림자가 길어만 가고…
       그땐 엄마는 행복했으리라! 80년대 부끄러울 정도로 40세에 낳은 늦자식이지만 나를 지켜주는 마음만으로도 너무도 달콤했으리라.하지만 그땐 난 행복이 무언지 몰랐었다…
 

       세월이 흘러흘러 나도 어느덧 이십세 청년이 되여가고 어릴때 엄마와 손잡고 걷던 그 길도 하나의 즐거운 기억으로 각인되여가고 있다.긴긴 십여년, 그동안 난 너무도 조용하게 건강하게만 자랐다.엄마라는그 애칭도 인젠 어머니로 모든게 말없이 변해온 그 계절의 흐름속에 언제나 식을줄 모르는 어머니의 그 따뜻한 사랑이 나의 성장을 기억해주시고 지켜주시지 않았던가?
 

       오늘도 어릴때 그 길을 어머니와 함께 걷고 있다.                  
       가을이구나!울긋불긋 락엽이 그윽하게 피여있는 이 길이 금시로 너무나 많은 추억을 부르고 있다.
       어머니와 나는 말없이 걷고만 있다.오늘에도 변함없이 길 중앙으로 씽씽 지나가고 있는  자동차들.
       십여년전 어머니가 나를 길 바깥쪽에 세우고 자신은 길 안쪽을 걸으셨지만 오늘은 내가 어머니를 길 바깥쪽에 세우고 내가 길 안쪽을 걷고 있다.
       십여년전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아침해를 향해 걸었지만 오늘은 내가 어머니의 작고 거칠어진 손을 꼭 잡고 저녁노을을  향해 말없이 걷고만 있다.
       십여년전에 어머니는 나와 함께 이 길을 걸으면서 코노래를 부르셨지만 아,오늘 어머니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는 나는 왜 이리도 코마루가 찡해나며 자꾸만 눈물이 나는걸가?
       차거운 가을바람에 어머니의 흰 머리가 흩날린다.
       아,변함없는 어머니의 그 구수한 머리향기!
       비가 눈물이 되여 흐르고 눈물이 비가 되여 흐르던 긴긴 10년동안,그 힘들고 아팠던 나날에 자식을 향한 말없는 사랑으로 나의 성장을 지켜주셨지만 자신의 젊음을 지켜내지 못한 어머니!
       아,어머님!…
 

       이젠 짧은 길을 걷는것도 어머님은 무척 힘들어하신다
       <<어머니,제가 어머니를 업을게요!>>
       나는 어머니앞에 앉으면서 등을 내밀었다.
       <<애두,참...>>
       봉선화처럼 금시로 얼굴을 붉히시며 어머님은 곱게 눈빛을 흘리며 수줍은 웃음을 지으신다.저녘노을에 상기된 어머니의 고운 얼굴...그리고 어머니는 말없이 나의 등에 얼굴을 조용히 묻으신다.
       <<어머니,이제 이 아들이 어머님을 지켜드릴게요...>>
       10여년전에 어머니는 나를 지켜주는것으로 행복을 느껴겠지만 오늘 나는 어머님을 지켜주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따뜻한 행복을 짜릿하게 느낀다.하지만,십여년전의 길고도 길게 느껴지던 이 길이 오늘은 왜 이리도 짧아보이는걸가?
       나는 어머니의 노을 진 무거운 사랑을 건뜩 업고 황홀하게 타오르는 저녘노을을 향해 씩씩하게 걷고 있다.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하염없이.하염없이...어머니 모르게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이여!
       오늘은 우리의 뒤로 하나 된 그림자가 눈물겹게 길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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