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은 짧았다!
*대학교1학년때에 썼던 글인것 같다.글 자체가 상처투성이지만 지금쯤 다시 읽어보니 참 추억이 담긴 글이기에 수정 하지 않은채 그대로 두기로 했다.수정하면 추억도 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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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잊혀지지 않는 그녀를 잊어야 했다.
잊기 위해서 그녀의 도시에 찾아가고 싶어졌다.
4년이란 시간속에 흔들린 나의 기억,
이제쯤 지울수 있을것 같았다…
[2]
그녀는 B시의 한 커피숍에서 일한다고 했다.B시를 향하는 뻐스는 어딘가 고요한 고독이 슴배여 있는듯 싶었다.한참동안 뻐스의 흔들림속에서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나,갑자기 가슴이 꿈틀꿈틀 미여오르기 시작했다.
차멀미를 하는가보다.예전에 그녀는 내가 차멀미를 하는것이 내가 그녀에게 기대려는 고약한 습관이라며 입술을 삐죽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군 했다.이제 그녀가 떠난지도 장장 4년,지금도 나는 그녀에게 기대는 이 습관을 고칠수 없는가 보다.난 항상 이렇게 못난 놈이다.
우릉우릉 차소리에 눈을 뜨니 아까까지만해도 엄청 흐렸던 하늘이 환히 개여있었다.차멀미로 들볶다 지쳐 어느새 잠들어버린 나.하늘위 한점의 흰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노라니 어느새 코마루 찡해났다.그 언제부터인지 혼자서 하늘을 바라보기에 습관된것 같았다.그동안 아무런 변화없이 여전히 환하게 펼쳐진 하늘이다.아침이면 개이고 저녁이면 가려지고 그렇게 아무런 변화없이 그녀와 나의 머리위에 펼쳐진 하늘.그속에 젖어버린 나의 색바랜 눈빛.인젠 하늘의 파란색도 희미해진다.
근데 오늘은,오늘은 왜 눈물이 나는걸가?이러면 안되는데…이러면 안되는데…
"연이야,내가 왔어.널 보러…
니가 보고 싶어서..."
4년전 그날밤,내가 살아있는 한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미안하게 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그동안 항상 나는 자신에 대한 안타까운 거짓말속에서 하루하루 지내온것 같았다.그동안 그녀가 없는 어둠속에서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데!
"근데 어쩌지?널 보면 눈물이 날것 같애.바보처럼…"
차창 틈새로 차거운 바람이 새여들어왔다.
늦가을이 괴롭다.
[3]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놀란 눈길이 초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수그린채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만 애꿎게 젖고 있었다.
그윽한 커피향이 아름다웠다.
"그동안!…"
그녀의 머리결 샴푸향이 여전했다.
그녀의 눈길엔 행복이 가득 차넘쳤다.
그녀의 얼굴은 홍기에 흠뻑 젖어있었다.
꾸며내는걸가?아니면...
"그동안 너 안 변했네…"
하지만 석쉼한 목소리,그녀의 말뒤에 숨겨진 그녀의 조용한 변화,나는 온 몸이 짜릿해났다.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4년이라는 시간동안,우리는 어느새 커피 한잔 사이두고 할 말도 없어진 사이로 된것 같았다.하고 싶던 말도 혀밑에 묻혀 굳어지고 말았다.
우린 왜 이렇게 된거야?마음이 한없이 아팠다.
"나 지금은 아주 행복해!…"
"그래,넌 행복해야지.행복하기만 하면 돼…"
무거운 침묵속에 묻혀진 커피점 블루스멜로디가 그렇게도 쓸쓸하게 우리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왔다.
"연이야,그동안 니가 보고싶었다…"
?!
이런 애매하고 부질없는 말을 내뱉었는지, 말하고 나니 후회되면서 마음이 텅 빈것같은 느낌으로 눈물이 났다.
그녀를 미워하느라 그랬는지 그녀가 보고싶어서 그랬는지 도무지 답안이란 찾을수 없었다.
"나란 여자는 니가 보고싶어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니가 알잖아…"
고개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물어린 눈빛,그녀는 그 여린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만 있었다.
"너보고 용서해달라고 요구할 자격도 없어…"
용서?사랑에도 용서가 있는건가?
난 저도 몰래 피씩 웃어버렸다.
웃고 싶지 않는 웃음이지만 난 그녀의 한마디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픈 웃음인지 행복한 웃음인지 난 커피 한모금에 애절하게 묻고 말았다.
답이 없었다.그리고 두눈을 깊게 감아버렸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안보인다는건 거짓말이다.눈을 감으면 마음이 보인다.그속 어느새 내 눈으로 찍어둔 너의 미소짓는 모습만이 한겨울 눈송이처럼 소복히 쌓인다.
그녀는 그때의 그녀가 아니였다.
담담한 우울한 분홍색에 순수한 향을 피우는 여름의 봉선화같던 그때의 그녀가 아니였다.
내 앞에서 가련히 눈물을 짓고 있는 지금의 그녀는, 작은 행복을 커피 한잔으로도 시간에 새겨갈수 있다고 그녀는 조용하게,그리고 오돌차게 말했다.분명 그랬을것이다.그렇게 잡던 나의 손을 뿌리치고 떠나던,나의 망가진 자존심마저 무정하게 밟고 떠나던 그녀가 아닌가?
"그래?그게 좋지…"
어쩐지 이런 지금의 네가 더 좋았다.
만족하다고 했지,지금이 아주 만족하다고 했지?…
사랑을,오직 사랑을 위하여,그사랑을 위하여 태여난 녀자는 사랑으로 아름답다고 한다.그녀가 말하던 진정한 사랑이 오늘의 그녀를 그려왔구나.
네가 부러워,정말 미치도록 아주아주 부러워졌어.
그리고 널 축복해.정말 미치도록 아주아주 축복해.
한사람의 사랑을 버리고도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는 그녀가 죽도록 부러웠다.
"4년이구나…"
널 바라보며 저도 몰래 입가로부터 흘러나온 고독하게도 짧은 한마디!
"미안해,너의 지난 4년에 대해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하지만 지금은 니가 행복하다니 다행이야…"
솔직히 그 4년동안 나는 아주 아팠다.
"그래?……"
그녀의 대답은 올해 가을처럼 그렇게도 짧았다.
[4]
어쩐지 널 보면 그냥 그사람에 대해 말하게 된다.
그 사람?!
언제부터인지 난 의식적으로 그의 이름을 잊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라는 슬픈 대명사로 그를 대신하기로 했다.
멀고 먼 지난 이야기들,멀다 못해 거의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말하면서 우린 그저 멋적은 미소로 시간을 넘기군 해버렸다.그리곤 숨소리로 덮여진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다.사랑과 잊음,잊음과 회억,어쩐지 모든게 그저 숨박꼭질같은 느낌이다.하지만 4년,4년이면 추억도 미워지는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리고 너는 항상 한사람뿐인것 같다.그 누구도 끝까지 함께 지켜주지 못했을뿐이다.세상일이란 정말 슬픈 일이다.그래도 넌 그 사람이 있어서 좋았겠다.난 그동안 널 잊기 위해 얼마나 방황해왔는데…4년이 지난 지금,그녀를 앞에 두고 나는 항상 부질없는 비교만 애꿎게 반복하고 있었다.질투일가?아니면 반항일가?
무거운 침묵속에 나의 눈빛은 그녀의 얼굴에서 방향을 잃었다.문득,내가 그동안 바라고 바랐던 기대와 추억들은 어느새 나의 뒤에 뿌려진 어제날속에서 묻혀있음을 나는 새삼스레 느꼈다.순간,마음이 짜릿해났다.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 …"
뭔가 말을 많이 한것 같았다.침묵과 커피,그리고 음악이 그토록 아팠지만 뭔가 말을 많이 한것 같았다.말을 다 하고 나니 어딘가 몸이 오싹 추워졌다.
"그 사람과 정말 행복한거지?"
"그래,행복했다…"
행복했다?어쩐지 이상야릇한 대답이다.
울컥 괴여 오르는 눈물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얄미운 녀인!
내가 눈물은 왜 흘리는데?바보처럼…그 사람때문에 내가 바보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파도 마음으로 지워야 하는 아픔을 지울줄 아는 나를 찾아야 한다고 그렇게도 다짐했는데…근데 어쩌지? 연이야,나 눈물이 나.널 보니까 눈물이 난단 말이야…너만 행복하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니가 행복하다니 내가 왜 이렇게 슬픈거야?나,나란 사람은 널 사랑하기에 부족한 못난 놈인가봐…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입술만 씹으며 애꼅게 커피잔고리만 만지작거렸다.
처음부터 뭔가 기대한건 없는데 왜 지금엔 이렇게도 실망에 마음이 비여버리는걸가?
이 짧은 길만 걷기에도 난 많은 마음을 잃었다.
한 사람 기억하는것만으로도 난 많은 눈물을 잃었다.
아,오늘의 눈물은 널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겠지?
그래도,생활이란 다르게 할수 있는것이 참 다행이야.
모든 희로애락은 이제 그 사람과 더 관계가 없을거다.
그리고 너와도 관계도 없을것이고…
색바랠건 다 잊어지겠지.
4년동안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나의 고통도 잊혀지겠지?
나도 행복해야겠다.정말!
"사랑했다,널!…"
나는 마음으로 한마디 외치고 자리를 떠났다.
밖에는 어느새 보슬비가 출출히 내리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너를 두고 나온 커피점 문가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길보다 사랑을 잃었다.
먼먼 4년전부터 잃어버려야 할 사랑을 나의 이 못난 고집때문에 이제야 잃는가보다.바보처럼…
우리에겐 사랑의 좌표는 있어도 처음부터 교점은 없었나봐
[5]
사랑은 한사람만의 일이라고 그녀는 말했다.그래서 아름다운거라고…
바보,넌 거짓말쟁이야…
사랑의 결과가 결정된 순간부터 난 이미 사랑의 자격을 잃어린것 같다.
그리고 아프기 시작한것 같다…
[6]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가 보내온 메세지!
"2년전,그 사람 떠나 갔어…"
[7]
찬비속에 아린 바람이 얼굴을 무정하게 때린다.
올해 가을은 아주 짧았다.
기억초차 아주 아팠다.
B시를 떠나는 뻐스,흔들리는 차창,나는 또 메슥메슥 해났다…
후기
사랑이란 가을을 우는 낙엽의 흐느낌이다.
가을이 오니 추억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