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불꽃처럼
글/김혁
황혼에 깊이 물든 송화강 그 얼음 깨여지는 신음소리는 그와 나의 숨소리보다 더 고독하지 않을수가 없었던,
하늘이 무너지듯 눈이 펑펑 내렸던 작년 겨울의 그 어느날!
갑자기 집이 그리워졌고 갑자기 아버지가 그리워 졌다.
나의 더럽고 하찮은 이야기,차겁고 지꿎은 담배연기까지 침묵 하나로 말없이 받아주는 그 거치른 숨소리!
나의 곁을 말없이 지켜주는 이 낯설은 남자가 15년전에 사라진 그 못된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마음이 뭉클하다.
눈물이 났다.
타고 남은 담배꼭지를 눈속에 비벼버리고 바로 호텔로 돌아와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말없이 그리고 뜨겁게!
그 순간만은 사랑했다.
나의 처절한 사랑이 분명 이 침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것을 알면서도 깊이깊이 숨막히도록 그 순간만은 미친듯이 사랑하고 싶어졌던 그 겨울날 밤!
그가 마시고 남은 술을 마시고 , 그가 남기고 간 담배를 피우다가 바보처럼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가 흘려놓은 향기속에 나도 여자로 피여나고 있었다.
희미한 유리창너머 거위털같은 눈꽃이 날리고 있었고 가끔 짜릿하게 아파오는 그 곳에 희미한 불꽃처럼 불꽃처럼!
[한 녀인의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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