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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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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12
2015년 02월 09일 13시 51분  조회:1980  추천:0  작성자: 죽림

 

110□난간 위의 고양이□박서원, 세계사시인선 59, 세계사, 1995

111□이 완벽한 세계□박서원, 세계사시인선 80, 세계사, 1997

  비유는 원관념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만, 대체된 이미지가 원관념과 너무 멀리 있거나 아예 그 고리를 끊어버릴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무능력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형식사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 고리가 끊어지면 대개는 상징으로 휘발하거나 단순한 형식파괴의 쾌감으로 산화한다.

  앞의 시집에서는 상징으로 휘발하던 이미지들이 뒤의 시집에서는 장렬하게 산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산화하는가 라고 질문을 해야 한다. 이 질문이 양식사의 거울에 비치면 잘 익은 사과를 줄 것이고, 비유사의 거울에 비치면 썩은 사과를 줄 것이다. 양식사의 거울에 비칠 것이라면 너무 얌전하다. 정신의 휘발은 형식마저 함께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형식이 휘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지의 파괴를 시도하는 것은 의미의 변환이나 관념의 대체를 의도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려면 독자의 관념체계를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이 이 시집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앞의 시집에서 보여준 상상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이후의 작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4336. 11. 15.]

 

112□오래된 골목□천양희, 창비시선 179, 창작과비평사, 1998

  글을 다루는 재주가 수준급에 올라있다. 하고픈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절약하며 조금씩 꺼내놓은 재주와 자연을 다루는 솜씨도 탁월하다. 그런데 자연을 시속으로 끌어들이다 보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멀리 후퇴한다. 자연은 그만큼 시에서 다루기가 어려운 것이다. 더욱이 우리 조상들이 써온 시들의 대부분이 자연을 배경으로 한 것이어서 그 세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자연이 우리게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시집 역시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엷어서 시 전체는 묘사 중심으로 가고 있고, 그 묘사가 실어야 할 원관념의 무게가 가벼워서 언어들이 제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먼저 깊이 생각하고 정한 다음에 자연을 다루는 것이 좋겠다.★★☆☆☆[4336. 11. 16.]

 

113□비디오/천국□하재봉, 문학과지성시인선 88, 문학과지성사, 1990

  의도가 너무 강해서 시가 망가진 경우이다. 영상매체가 갖는 괴력과 그것을 조종하는 세계의 배후에 대한 존재에 대해서 파헤쳐 보겠다는 의도는 잘 설정되었는데, 그 의지가 너무 강렬하여 의도만 드러났지, 각각의 시는 그 강렬한 의도에 희생당하여 연설문 비슷하게 변해버렸다.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일이다.

  각각의 시에서 부릴 수 있는 재주가 좋아도 전체 의도에 너무 강하게 매달리면 그 집착 때문에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간과한 결과치고는 너무 참혹하다. 그리고 TV를 나의 눈으로 갈아 끼웠으면 나타나는 것만을 보아야지 그것으로 마음까지 비추어 내려고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보여주어야 하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에 큰 불협화음이 생겼고, 그 불협화음이 억지라는 느낌을 계속해서 독자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독자의 눈은 TV일지 몰라도 독자의 무의식과 느낌은 결코 TV가 아니다.

  그리고 형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시의 내용과 의지가 너무나 서정성이 짙다. 형식 파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 전에 형식 파괴에서 서정이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가 하는 것을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노동해방의 수단으로 자처하는 노동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기능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4336. 11. 16.]

 

114□구절리 바람소리□이향지, 세계사시인선 46, 세계사, 1995

  체험이 시로 승화될 때는 그 체험의 미세한 부분이 개인의 체험만으로 남아있으면 안 된다. 그 특수한 체험은 어떤 정서를 환기하는 한 부분으로 기능해야 한다. 거기서 자신의 체험이나 발견이 그것을 전달하는 것으로 기능한다면 그것은 시에서 아주 중요한 결격사항이다. 그때는 정서가 아니라 의미가 시의 전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시집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뛰어난 인식을 보여주는 데도 그것이 곳곳에서 위와 같은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있기 때문에 독자가 시속으로 빠져들기 쉽지 않다. 개인의 체험이 중간중간에 솟아올라서 정서로 들어가려던 것이 그곳에서 자꾸 걸리곤 한다. 따라서 체험이 시로 형상화될 때 그 체험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미지화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일이다. 그 과정에서 한자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 역시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4336. 11. 17.]

 

115□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김형술, 세계사시인선 54, 세계사, 1995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양이다. 보조관념이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원관념을 올려놓으면 마치 작은 옷을 입고 힘을 쓴 헐크처럼 돼 버리고 원관념이 너무 부실하면 뿌리를 내리지 못한 개구리밥처럼 이미지들이 허공에 떠돈다.

  이 시집의 곳곳에는 정말 좋은 이미지들과 기발한 발상들이 널려있다. 그런데도 읽을수록 혼란스러운 것은 말하고자 하는 주제보다 너무 많거나 적은 말들이 동원되고 있어서 간결한 맛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간결함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발견에 너무 정열을 쏟거나 집착하기 때문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는 균형감각 역시 중요한 시 창작의 기술이다. 다루고자 하는 세계는 세기말의 어지러운 세속인데, 시의 방법에 주로 사용된 것들은 농경시대의 농기구들이다. 이 불균형의 문제와 간결함의 미학을 조금만 더 고민한다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한자는 시에서 언제나 말썽꾸러기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4336. 11. 17.]

 

116□저녁 6시의 나비□이혜영, 세계사시인선 98, 세계사, 1999

  엉뚱한 상상력과 말을 빚는 솜씨가 탁월한데도 시집 안에 들어있는 시들의 경향이 서로 다른 것이 흠이다. 형식을 파괴하는 감정은 늘 격렬하기 마련인데, 이 시집을 지배하는 감정이나 발상은 의외로 전통 서정시의 범주 안에 있다. 이것은 시를 쓰는 의지에 비해 시집 전체를 조율하는 균형감각이 처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두 계열을 분리하여 정리한다면 훨씬 더 좋은 시집이 될 뻔했다. 형식에 대한 도전은 이미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뒤따라가는 사람들로서는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형식파괴와 한자가 연관이 없다면 한자를 굳이 쓰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4336. 11. 17.]

 

117□뜯어먹기 좋은 빵□노혜경, 세계사시인선 95, 세계사, 1999

  이미지가 원관념을 버리고 흩어지면 상징이 된다. 이 흩어진 상징들이 난해성을 만들게 되는데, 그때는 해석하는 자의 관념에 의해 재조립되는 것이 그의 세계이기도 하다. 답이 없는 것이다. 이런 시들은 특별한 시각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실험이다. 그 실험이 어떤 의도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세계를 갖고 평가를 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4336. 11. 17.]

 

118□울음소리 작아지다□최문자, 세계사시인선 97, 세계사, 1999

  감정의 미세한 떨림과 일상의 작은 변화에서 시의 소재를 찾아내고 그것을 시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적당한 이미지를 선택하고 거기에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알맞은 크기로 넣어서 독자를 자신의 생각으로 끌어들이는 수법도 아주 뛰어나다. 다만 깊이가 문제이다. 좀더 깊이 삶을 꿰뚫어보고 인간의 의식 깊은 곳으로부터 할 이야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일상의 자잘한 감정들을 정리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감동으로 이어지려면 정신을 좀 더 야무지게 담금질하여 인간의 저 깊은 내부에서 울리는 영혼을 퍼올릴 수 있어야 한다. 두레박의 모양은 좋은데, 끈이 좀 짧아서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시상전개의 단조로움은 그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4336. 11. 17.]

 

119□잠그는 것들의 방향은?□강문숙, 세계사시인선 47, 세계사, 1995

  시에 들인 공과 그 결과들이 잘 돋은 이빨처럼 가지런하다. 그런데 무엇을 노래하면 시가 되며 무엇을 노래하면 시가 되지 않는가에 대한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를 읽어가다 보면 그 매끈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허전한 느낌이 가시지를 않는데, 그것은 시의 내용이 삶의 깊은 통찰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써 얻은 귀한 표현들도 현실 속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어딘가 허둥지둥 마감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 이미지를 얻었으면 그것의 뿌리를 어디까지 밀어 넣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시의 표현은 반드시 그것이 환기해주는 어떤 세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 세계가 얼마만큼 시의 밖으로 드러나느냐 하는 것은 시인의 선택 문제이지만, 그 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한테나 다 해당하는 일이다.★★☆☆☆[4336. 11. 17.]

 

120□저 돌이 문을 열어□오선홍, 세계사시인선 45, 세계사, 1995

  군더더기 하나 없이 명징한 세계가 높이 살 만하다. 인식의 새로움을 다루는 시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왕왕 설명으로 끝나기 쉽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랜 사색 끝에 제시된 이미지들이 한 번 노출되면 다시는 그 첫 빛깔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 빛을 끝까지 바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미지가 삶의 깨달음을 오래도록 주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깃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동서양의 성현들이 태어난 지 2000년이 넘어서는 시점에서 시인의 깨달음이 얼마만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래도 그만 둘 수 없는 것이 시인의 운명이다. 깨달음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시는 너무 어려운 갈래이다. 시가 담아야 할 것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명징한 세계에서 한자는 혹과 같다.★★☆☆☆[4336.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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