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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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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    해연의 노래 - 막심 고리키 댓글:  조회:3557  추천:0  2018-03-14
  바다제비의 노래 -(필자 주; 한국 제목 번역) (해연의 노래) -(필자 주; 중국 연변교육출판사 교과서 內 제목 번역)                                                                             -막심 고리키   은회색 바다 위로 바람이 먹구름을 모으면 구름과 바다 사이 검게 빛나는 번갯불같이 자랑스럽게 바다제비가 공중을 선회한다.   날개로 파도를 스치며 화살처럼 날아올라 구름을 가르고 날카로이 울어대는 새소리에 구름은 희열에 잠긴다.   울음 속에 번지는 폭풍의 갈망이여! 열정과 분노, 승리의 확신이 불길처럼 타오른다.   공포에 사로잡혀 끼룩끼룩 신음하는 갈매기떼는 허둥지둥 물위로 곤두박질치며 짙푸른 바다속 깊이 두려움을 감추려 한다.   논병아리떼도 비명을 지른다. 형언할 수 없는 투쟁의 기쁨은 그네들 몫이 아니어서, 천둥치는 소리에 그들은 겁먹었다.   어리석은 펭귄은 바위틈새로 파고든다. 홀로 바다제비만이 당당하게 허연 거품 뿜어대는 바다 위를 선회한다.   더 낮게, 더 어둡게 먹구름이 바다에 드리운다. 웨치는 파도는 천둥을 갈망하며 솟아오른다.   천둥이 내리친다. 바닷물이 격하게 바람을 때린다. 성난 바람은 강철같은 억센 포옹으로 바닷물을 끌어안고 그 에메랄드빛 덩어리를 바위절벽에 내던져 산산조각을 낸다.   검게 번쩍이는 번갯불같이 바다제비는 선회하다 울음 울다 쏜살같이 먹구름을 뚫고 민첩하게 바닷물을 가르며 날아간다.   검은 마왕, 폭풍의 신같이 웃으며 흐느끼며 바다제비가 날아간다. 먹구름에 웃고 기쁨에 겨워 흐느낀다.   지혜로운 마왕은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에서 기진한 속삭임을 듣는다. 폭풍은 가라앉고 태양이 다시 뜨리라는 것을 그는 안다. 늘 태양은 다시 뜨는 법이다!   바닷물이 노호한다. 천둥이 울린다. 들끓는 바다를 덮은 먹구름장 속에서 새하얗게 번개가 작열한다. 불붙은 창살이 바닷물에 부딪쳐 사라진다. 뱀같이 구부러진 반사광이 심연 속에 마지막 임종의 몸부림을 치며 꿈틀거린다.   폭풍이다! 폭풍이 몰려온다!   용맹한 바다제비는 여전히 자랑스럽게 번개를 가르며 노호하는 성난 바다 위를 선회한다. 그 울음소리는 승리의 예언처럼 기쁨에 차서 울려퍼진다.   분노를 가득 담아, 폭풍이여 몰아쳐라! (1901)   [출처] 바다제비의 노래...|작성자 한사람 ============================     바다제비의 노래                             / 막심 고리키            폭풍의 새 은회색 바다 위로 바람이 먹구름을 모으면  구름과 바다 사이 검게 빛나는 번갯불같이 자랑스럽게 바다제비가 공중을 선회한다.  날개로 파도를 스치며 화살처럼 날아올라 구름을 가르고 날카로이 울어대는 새소리에 구름은 희열에 잠긴다. 울음 속에 번지는 폭풍의 갈망이여! 열정과 분노, 승리의 확신이 불길처럼 타오른다.  공포에 사로잡혀 끼룩끼룩 신음하는 갈매기 떼는 허둥지둥 물 위로 곤두박질치며 짙푸른 바닷속 깊이 두려움을 감추려 한다.  논병아리 떼도 비명을 지른다.  형언할 수 없는 투쟁의 기쁨은 그네들 몫이 아니어서, 천둥치는 소리에 그들은 겁먹었다.  어리석은 펭귄은 바위 틈새로 파고든다.  홀로 바다제비만이 당당하게 허연 거품 뿜어대는 바다 위를 선회한다.  더 낮게, 더 어둡게 먹구름이 바다에 드리운다. 웨치는 파도는 천둥을 갈망하며 솟아오른다.  천둥이 내리친다.  바닷물이 격하게 바람을 때린다.  성난 바람은 강철같은 억센 포옹으로 바닷물을 끌어안고 그 에메랄드빛 덩어리를 바위 절벽에 내던져 산산조각을 낸다.  검게 번쩍이는 번갯불같이 바다제비는 선회하다 울음 울다 쏜살같이 먹구름을 뚫고 민첩하게 바닷물을 가르며 날아간다.  검은 마왕, 폭풍의 신같이 웃으며 흐느끼며 바다제비가 날아간다. 먹구름에 웃고 기쁨에 겨워 흐느낀다.  지혜로운 마왕은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에서 기진한 속삭임을 듣는다.  폭풍은 가라앉고 태양이 다시 뜨리라는 것을 그는 안다. 늘 태양은 다시 뜨는 법이다!  바닷물이 노호한다.  천둥이 울린다.  들끓는 바다를 덮은 먹구름장 속에서 새하얗게 번개가 작열한다.    불붙은 창살이 바닷물에 부딪쳐 사라진다.  뱀같이 구부러진 반사광이 심연 속에 마지막 임종의 몸부림을 치며 꿈틀거린다.  폭풍이다! 폭풍이 몰려온다!    용맹한 바다제비는 여전히 자랑스럽게 번개를 가르며 노호하는 성난 바다 위를 선회한다.  그 울음소리는 승리의 예언처럼 기쁨에 차서 울려 퍼진다.  분노를 가득 담아, 폭풍이여 몰아쳐라!        출생 1868년 03월 28일 사망 1936년 06월 18일 본명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시코프 국적 러시아 대표작 〈밑바닥에서〉, 《어머니》 등 러시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한 민족 문학가로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크게 공헌하였다.   고리키는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창시자이다. 19세기 러시아 문학과 20세기 소비에트 문학의 가교 역할을 했으며, 그의 작품 《어머니》는 소비에트 문학의 기초가 되었고, 주인공 청년 바벨은 소비에트 문학 주인공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막심 고리키의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시코프이다. 1868년 3월 28일(러시아 구력 3월 16일)에 러시아 볼가 강 연안 도시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막심 사바티예비치 페시코프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였으며, 어머니 바르바라 바실리예브나 카시리나는 소시민(상인 계급 아래의 일반 시민 계급)이었다. 3세 때 아버지가 콜레라로 사망하자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서 자랐으나 얼마 후 어머니가 재혼하여 모스크바로 떠나면서 외조부모의 손에서 자랐다. 염색공장을 하던 외할아버지는 엄격한 성정이었으나, 따뜻한 품성에 감수성이 풍부한 외할머니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외할머니는 특히 러시아의 민간 설화들을 손자에게 많이 들려주었다고 한다. 또한 외할아버지에게 성경을 배웠다. 니브로고로드의 자유농민학교에서 초등교육을 받다가 10세 때 어머니가 죽고 외할아버지가 파산하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후 넝마주이, 구둣가게 사환, 성상화 제작 공장 노동자, 야간 경비원, 짐꾼 등 하층 노동자 생활을 하고, 방랑자들과 함께 떠돌아다니는 등 힘들게 성장했다. 12세 때 고리키는 여객선 식당에서 일하면서 퇴직한 사관 출신 요리사 스믈리에게 글을 배우고 문학과 학문을 접하면서 많은 독서를 했다. 후일의 회고에서 고리키는 스믈리를 자신의 첫 번째 스승이라고 칭했다. 막심 고리키 16세 때 대학에서 공부하고자 카잔으로 갔으나 실패했다. 그는 이곳에서 부두 노동자를 거쳐 제빵공 등을 하며 힘겹게 살면서, 농촌 개혁을 통한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인민주의자1) 청년들을 만나 처음으로 러시아 혁명 사상을 접했다. 수년간 밑바닥 생활을 하던 끝에 19세에는 자살 기도를 했으나 실패했고, 이때 한쪽 폐가 상하는 바람에 평생 폐질환으로 고생하게 된다. 또한 이때 고리키는 빵 공장 파업, 농민 계몽운동 등의 활동에 참가했으나 이 두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회의를 느꼈으며, 대부분 대학생이었던 인민주의자들의 지나친 이상주의와도 괴리를 느낀다. 21세 때 농촌 개혁운동이 실패하면서 경찰에 쫓겨 카잔을 떠났다. 카스피 해를 거쳐 그루지야(지금의 조지아)로 갔다가 고향까지 돌아간 고리키는 다시 2년간 다양한 노동 일을 전전하다가 볼가 강과 돈 강을 따라 러시아 전 국토를 도보로 여행했다. 제정 러시아의 현실, 즉 고통받는 민중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고리키는 이를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24세 때인 1892년 첫 단편소설 〈마카르추드라〉를 타플라스 지역 신문인 〈캅카스〉 지에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러시아 민간 전설을 토대로 하여 두 늙은 집시를 통해 자유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묘사한 작품으로, 이때 '막심 고리키(Maksim Gor'kii, 가장 고통받는 사람)'라는 필명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몇 편의 단편소설을 지속적으로 발표했으며, 1895년에 단편소설 〈첼카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둑질을 하며 살지만 자유와 행복에 대한 의지를 지닌 강인한 인물 첼카슈와 평범한 농민으로 부족함 없이 살지만 정신은 나약하고 이익을 위해 굽실거리는 가브릴라의 대비를 통해 비천한 삶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자유의지, 고귀한 본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렇듯 초기 작품들에서 고리키는 떠돌이나 범죄자 등 하층민의 삶을 묘사하면서 당대 러시아인의 고뇌를 그리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낭만적으로 형상화했다. 또한 '이에구디일 흘라미다'라는 필명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나 실화, 칼럼 등을 중앙 일간지 〈러시아의 부〉 등에 기고하고, 신문기자로도 일했다. 1896년에는 귀족 출신 예카테리나 파블로브나 볼지나와 결혼했으며, 이듬해 아들 막심이 태어났다. 1898년에는 그동안 쓴 소설과 이야기들을 모아 첫 소설집 《설화 작품 및 단편집》 두 권을 출판했는데, 이 작품집은 무려 10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했다. 또한 유럽 전역에서 출간되면서 고리키는 하루아침에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런 한편 이해에는 마르크스주의자 아파나셰프 지하 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당했는데, 여론의 반발로 곧 풀려났으나 이후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된다. 1900년 얄타에서 체호프와 고리키(오른쪽) 이듬해에는 폐결핵이 악화되어 남부의 휴양 도시 얄타로 가서 요양을 했는데, 이때 체호프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약 7개월간의 요양을 끝으로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올라온 그는 이후 7년간 이곳에서 살면서 사회민주노농당을 지지하는 마르크스주의자로 활동했다. 화가 레핀, 문예 평론가 미하일롭스키, 작가 베레사예프 등 당대 지식인들과 교류했으나, 부랑자 출신으로 민중과 함께하는 고리키는 이들과 잘 융화되기 어려웠다. 한편 체호프의 소개로 톨스토이를 만났는데, 체호프, 톨스토이, 고리키 세 사람은 문학적 성향이 달랐지만 서로의 작업과 인격을 존중했으며, 오랫동안 문학적 동지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눈다. 1900년대 초반부터 고리키는 희곡과 중장편소설로 작업을 확장했다. 이 작품들은 초기 단편들보다 문학적으로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자본주의와 러시아 혁명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면서 고리키를 민중의 아들로 만들어 주었다. 특히 희곡 〈밑바닥에서〉와 장편소설 《어머니》는 러시아 문학사에 길이 남은 작품이다. 〈밑바닥에서〉는 허름한 여인숙을 배경으로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통해 제정 러시아 사회의 부정과 모순을 그리는 한편, 인간의 고귀한 의지와 존엄성, 인생의 의미를 그린 작품이다. 1904년 스타니슬랍스키 연출로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상연된 이래 지금까지 세계 연극계의 고정 상연 목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는 1902년 소르모보 공장에서 있었던 표트르 자로모프 모자 체포 사건을 토대로, 평범한 노동자가 혁명가로 발전하는 모습을 통해 노동 계급의 성장을 그리는 한편,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으로서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시켰다. 러시아 선진 노동자의 전형을 만들어 내면서 최초로 프롤레타리아 영웅상을 확립한 작품으로, 소비에트 문학,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전범이 되었다. 고리키는 줄곧 제정 러시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민중 문학가로 활동하는 한편, 스스로 혁명의 전 과정에 뛰어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190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잔 성당 인근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고리키는 시위가 폭력적으로 진압되자 이후 문인 및 지식인들과 연계해 항의 서한을 발표했다. 이로써 혁명 활동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고리키가 폐결핵에 걸렸다는 톨스토이의 탄원으로 가택 연금 조치를 받았다. 그해 발표한 산문시 〈바다제비의 노래〉와 〈매의 노래〉는 혁명의 노래로 오랫동안 불렸다. 또한 검열 제도 때문에 혁명적 성향의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길이 막히자 고리키는 출판사 '즈나녜(지식)'를 설립해 작품 발표 통로를 마련했다. 러시아 혁명 기금을 모금하고자 미국, 유럽 등지를 순방했으며, 1905년에는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대회에 참여하고, 피의 일요일 사건에 대한 항의 성명서를 작성하여 전제 정치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고 제정 러시아의 비인도적 행위를 전 유럽에 호소했다. 이에 반국가 혐의로 페트로파블롭스키 감옥에 투옥된다. 또한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레닌을 만났는데, 두 사람은 때로 반목하고 사이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오랫동안 사상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며 우정을 나누었다. 1906년에 러시아를 떠나 7년간 망명했으며, 그가 주로 머물던 카프리 섬 자택은 러시아 혁명적 지식인들의 성지가 되었다. 1913년에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볼셰비키와 함께 러시아의 참전을 반대하는 한편, 독일의 만행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917년 2월 혁명으로 러시아 전제 정권이 전복되자 혁명정부에서 예술특별위원회를 설립해 문화재와 예술인들을 보호, 후원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볼셰비키가 정권을 장악하자 폭력적이고 무의미한 혁명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자신이 창간한 신문 〈노바야 지즌(신생활)〉을 통해 레닌의 독재를 비난했다. 또한 레닌 정부로부터 정치적 박해를 받고 체포된 예술가, 지식인들을 구명하고자 노력했으며, 출판사 설립, 잡지 창간 등을 통해 예술을 보호하고 혁명 정신을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활동을 했다. 결국 1921년, 레닌의 강권으로 고리키는 러시아를 떠나 독일로 갔다. 그는 외국 생활을 하면서도 내전과 극심한 기근으로 고통받는 러시아의 현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강연을 계속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런 한편 자전적 3부작 〈유년 시대〉, 〈세상 속으로〉, 〈나의 대학들〉을 썼는데, 이 작품들은 고리키의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힌다. 1931년 붉은 광장에서 만난 스탈린과 고리키(오른쪽) 1924년, 레닌이 사망한 후 스탈린 정권은 고리키에게 친화적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고 이탈리아, 독일 등지를 전전하며 살았다. 몇 차례 소련을 방문할 때마다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으며, 외국 생활 중에도 지속적으로 소련 지식인들과 교유했다. 1933년에는 소련으로 귀국하여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문학적 방법론을 확립했고, 이는 소련 작가들이 정치선전 작품을 쓰게 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1936년, 감기가 폐렴으로 번지면서 치료 도중 혼수상태에 빠져 6월 18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 죽음에 대해 고리키와 스탈린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암살이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밝혀진 바는 없다. 1938년에 일어난 스탈린 대숙청 당시 부하린 등이 고리키 암살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으나 진위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462    [명시감상] - "새로운 길" / 윤동주 탄생 100돐 기념하여... 댓글:  조회:3142  추천:0  2017-12-30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Nova vojo YUN Dongju   Trans rivereton al arbar', trans montokolon al hejmar'   iris hieraŭ, iros nun mi; do mia voj', nova voj'.   Jen floras leontod', jen flugetas pig', jen pasas beljunulin', jen estiĝas zefir';   do mia voj' ĉiam ajn, ja nova voj', tagon ĉi... sekvan ĉi...   Trans rivereton al arbar', trans montokolon al hejmar'. / 윤동주 핵심 정리 이해와 감상 작품 연구실 ┗ 시의 구성 한눈에 보기 ┗ 말하는 이의 상황과 태도 ┗ 시에 쓰인 상징과 그 의미 ┗ 시의 표현상의 특징 작가 소개 - 윤동주(尹東柱, 1917 ~ 1945)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상징적, 의지적 *주제 : 언제나 새로운 길(인생)을 가고자 하는 의지 *특징 ① 인생을 상징하는 '길'을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됨. ② 3연을 중심으로 앞뒤 부분이 의미상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음. 이해와 감상 이 시에서 '길'은 인생을 상징한다. 말하는 이는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언제나 가야 할 길을 '새로운 길'이라고 말하며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미래 지향적인 의지를 보여 준다. 말하는 이는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존재를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평화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작품 연구실 시의 구성 한눈에 보기   말하는 이의 상황과 태도   시에 쓰인 상징과 그 의미   시의 표현상의 특징 ① 상징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말하는 이의 삶에 대한 자세를 표현함. ② 3연을 중심으로 1연과 5연, 2연과 4연이 의미상 대칭을 이룸. ③ 수미 상관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음. ④ 같은 위치에서 일정한 음을 규칙적으로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함. ⑤ 대조적인 의미의 시어를 통해 의미를 강조함. [내 , 고개 ↔ 숲, 마을] 작가 소개 - 윤동주(尹東柱, 1917 ~ 1945) 북간도에서 태어나 연희 전문학교를 거쳐 일본에 유학한 후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검거되어 규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 어두운 현실과 역사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자아를 성찰하는 내용의 시를 많이 남겼다. 주요 작품으로는 '서시', '쉽게 씌어진 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이 있다. [교과 연계] (국어) 천재(노미숙) 관련문제 01.2연과 4연에 나타나는 말하는 이의 태도로 적절한 것은? 1. 새로운 만남에 들떠 있다. 2. 자기 주변에 대해 무관심하다. 3. 자기 행동에 대해 비판적이다. 4. 앞으로 만나게 될 것들을 염려한다. 5. 담담하지만 굳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 정답 및 해설 02.이 시에 등장하는 '길'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1. 날마다 새로운 길이다. 2. 숲과 마을로 향하는 길이다. 3.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이다. 4. 밝고 긍정적인 희망이 있는 길이다. 5.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길이다. ================================
461    시인들이여, 수천의 박수소리를 불러일으킬수 있는 시를... 댓글:  조회:2296  추천:1  2017-09-14
시인들이여, 그대의 광활한 영혼을 노래 부르시오  - 밀란 쿤데라  시인들이여, 그대의 광활한 영혼을  수천의 박수소리를 불러일으키는 피리를 노래 부르시오  이제 꽃바구니에서 시대신 수백 번 갉아 먹힌 사과를  건네주는 그들을 도산케 하시오  만일 그대들의 가슴이 사회주의 신념으로 충만하다면  그대 노래하시오, 그리고  그가 아니 저 예술쟁이가 혹여 무어라 하는지 묻지 마시오  인생이 질풍이 치듯 귀에 쨍쨍하면  현기증이 그를 사로잡고 신음케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노래하시고, 집의 창문들이 열리고  먼지 낀 창턱에서 꿈들이 춤추기 시작할 것이오  노래하시오, 램프의 물결처럼  충만되고 거대한 우리의 인생이  인민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오도록 !  진정 투쟁과 전쟁이 몰려오면  시인은 단지 울려퍼지는 슬로건 몇 개가 아니라  우리 모든 인생의 수천 가지 색깔의 깃발을  인민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것이외다  * 김규진 옮김, 밀란 쿤데라 시집 '시인이 된다는 것' 중에서.  - 시하늘에 사는 시인들마다의 영혼은 광활함이 끝닿아서 더더욱 광활함으로, 이미 시들은 이데올로기며 사상, 철학, 모든 것이 시로 승화되어 세상은 그래도, 한 번, 살아볼 만한 것임을...     ========================== 시인이 된다는 것 -밀란 쿤데라(1929~ ) 시인이 된다는 것은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 행동의 끝까지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절망의 끝까지 그 다음 처음으로 셈을 해보는 것, 그 전엔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 왜냐면 삶이라는 셈이 그대에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낮게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지 (하략)    대학 시절, 우연히 길거리에서 부딪힌 시인 김수영을 마구 쫓아갔다. 시인이 되고 싶어서. 김수영은 차를 한 잔 사주었다. 차를 깊숙이 들이켜면서 한참 생각에 잠기던 그가 말했다. "똑똑한 것 같은데 왜 시인이 되려고 하지?” 이제 답을 찾은 것 같다. 아마 그때 김수영도 이런 대답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시인이 된다는 것은… 희망의, 열정의, 절망의 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라고. ‘그 지난한 길을 가려고 하다니…쯧쯧’. 그러나 오늘 말한다. 당신도 시인이 되면 어떨까, 희망의, 열정의 끝까지 가기 위하여. /    
460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렇게 흘러보내야 하나" 댓글:  조회:3153  추천:0  2017-09-03
후손들에게                                     베르톨트 브레히트   1. 정말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순진하게 말하면 어리석은 사람으로, 이마에 주름살이 없으면 감각이 무딘 사람으로 여겨진다. 웃고 있으면 끔찍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나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곧 참담한 현실에 대한 침묵을 뜻하여 범죄시될 정도이니, 도대체 어떻게 된 시대란 말인가! 저기 평화롭게 길을 건너는 사람을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이 만나볼 수도 없단 말인가?   내가 아직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다만 우연일 뿐이라는 말을 믿어다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나 역시 배불리 살 수는 없다. 살아남은 것은 우연일 따름이다.(운이 다하면, 나도 끝장이다.) 먹고 마시라고, 그럴 수 있음을 기뻐하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내가 먹는 음식이 굶주린 자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한 잔의 물이 목마른 자에게 없는 것이라면 어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 역시 현명해지고 싶다. 옛날 책에 씌어진 현명함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아귀다툼에서 벗어나 짧은 인생 마음 편히 지내고 힘이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고 악을 선으로 갚고 욕망을 채우기보다 마음을 비우는 것 바로 이것이 현명함이라 했다.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느니 정말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2. 모두 다 굶주리던 혼란한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다. 폭동이 일어나던 시대에 사람들 틈에 끼어 그들과 함께 나도 격분했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끼어 잠을 자고 아무렇게나 사랑을 하고 인내심 없이 자연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우리 시대에는 길들이 모두 늪으로 나 있었다. 살인마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보고 내 마음을 알아차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지배자들은 내가 없어야 발뻗고 잘 수 있었고, 나 역시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힘은 없었고, 갈 길은 너무도 멀었다. 또렷이 보였지만, 닿을 수는 없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3. 우린 홍수에 휩쓸렸지만 거기서부터 떠오를 너희들, 우리의 연약함에 대해 말할 때면 너희들이 겪지 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부디 생각해다오. 불의가 판치는 데도 분노가 없어 절망하면서 신발보다도 더 자주 망명지를 바꾸어 가면서 우린 계급의 전쟁을 겪으며 살아오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우린 알게 되었다. 천박한 것을 증오해도 얼굴이 일그러지고, 불의를 보고 분노해도 목소리가 쉬게 된다는 사실을. 아,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한 사회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막상 우리 자신은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너희들, 인간이 인간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거든 부디 관대한 마음으로 우릴 생각해다오.                                                    『좋지 않은 시대의 사랑 노래』중에서     나의 20대는, 우리들의 80년대는 위의 시처럼 지나갔습니다. 지난 시절은 늘 아련함과 더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아가지 못한 후회만 안겨줄 뿐입니다. "천박한 것을 증오해도/ 얼굴이 일그러지고,/ 불의를 보고 분노해도/ 목소리가 쉬게 된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도 알게 되었습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서사극(敍事劇)'이라는 연극 장르를 개척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도 맑시즘에 바탕한 리얼리즘을 시적 언어로 표출한 빼어난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독일의 세익스피어라고 일컬어질 만큼 독일 사람들은 그와 그의 시, 그리고 그의 연극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사상인 맑시즘 때문에 그의 연극과 시가 출판되지 못하다가 늦게야 해금되어 읽혀지고 있습니다.   오늘 그의 시 한 편이 새삼 가슴에 떠오릅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詩 모음                                             * 1492년    ㅁ'민주적인 판사'로 번역한 시도 있음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후손들에게 * 임시 야간 숙소 * 마리아 A.의 회상 * 연기 * 악한 자의 가면    '''''''''''''''''''''''''''''''''''''''''''''''''''''''''''''''''''''''''''''''''''''''''''''''''''''''''''''''''''''''''''   1492년      미합중국의 시민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심사하는 로스 앤젤레스 판사 앞에 이탈리아의 식당 주인도 왔다. 진지하게 준비해 왔지만 유감스럽게도 새 언어를 모르는 장애 때문에 시험에서 補則 제8조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고 머뭇거리다가 1492년이라고 대답했다. 시민권신청자에게는 국어에 대한 지식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의 신청은 각하되었다. 3개월 뒤에 더 공부를 해가지고 왔으나 물론 새 언어를 모르는 장애는 여전했다. 이번에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누구였는가 하는 질문이 주어졌는데,(큰 소리로 상냥하게 나온) 그의 대답은 1492년이었다. 다시 각하되어 세번째로 다시 왔을 때, 대통령은 몇 년마다 뽑느냐는  세번째의 질문에 대하여 그는 또1492년이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판사도 그가 마음에 들었고 그가 새 언어를 배울 수 없음을 알아 차렸다. 그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회해 본 결과 노동을 하면서 어럽게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네번째로 나타났을 때 판사는그에게 언제 아메리카가 발견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리하여 1492년이라는 그의 정확한 대답을 근거로 하여 그는 마침내 시민권을 획득하였다. (1943) ㅁ '민주적인 판사'로 번역이 되기도 한다. ㅁ Bertolt Brecht(1898.2.10~1956.8.14 東獨) ㅁ 박귀훈 등재('구글'검색)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의레 나무를 못생겼다고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 해협;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해협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젓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 엉터리 화가 ; 히틀러를 지칭함 나의 가슴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ㅁ 브레히트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김광규 옮김. 1986년 한마당 '''''''''''''''' 브레히트는 폭력에 대한 조치는 폭력보다 오래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다. 폭력 앞에서는 모든 것이 정당화되므로 폭력에 정면으로 대항하다가 희생당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폭력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이 폭력을 이기는 길이라고 그는 믿었던 것이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대한 분노와 자신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시이다.('생략') 야만적인 자본의 논리가 세계를 점령하고 있는 우리 시대 역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이다. 1퍼센트의 부자는 돈을 쓰는 재미에 빠져 서정시 따위에 무관심하고, 99퍼센트의 빈자들은 밥에 매달려 서정시를 외면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한 젊은이들은 이렇게 외쳤다. "Who's street?" "Our street!" "We are ninety-nine" 이런 외침이 거세지는 시대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임이 분명하다. 서정보다 자본이, 꽃보다 밥이, 노래보다는 목숨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ㅁ 정끝별 시인 / 네이버 '세계의 명시' 중에서       후손들에게   1 참으로 나는 암울한 세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하나 없는 이마는 그가 무감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웃는 사람은 단지 그가 끔직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나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해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거의 범죄처럼 취급받는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이냐! 저기 한적하게 길을 건너는 사람을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은 아마 만날 수도 없겠지?   내가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믿어다오.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우연히 나는 해를 입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행운이다하면, 나도 끝장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먹고 마시라고. 내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라고!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굶주린 자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물디 목마른 자에게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게는가?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도 현명해지고 싶다. 옛날 책에는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쓰여 있다. 세상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짧은 한 평생 두려움없이 보내고 악을 선으로 갚고 자기의 소망을 충족시키려 하지 말고 망각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이 모든 것을 나는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2   굶주림이 휩쓸고 있다. 혼돈의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다. 반란의 시대에 사람들 사이로 와서 그들과 함께 분노했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누워 잠을 자고 되는대로 사랑에 빠지고 참을성 없이 자연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의 시대에는길들이 모두 늪으로 향해 나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도살자들에게 나를 들어내게 하였다. 나는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내가 없어서 더욱 편안하게 살았고, 그러기를 나도 바랐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을 그렇게 흘러갔다.   힘은 너무 약했다. 목표는 아득히 떨어져 있었다. 비록 내가 도달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보였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3   우리가 잠겨 버린 밀물로부터 떠올라 오게 될 너희들, 부탁컨데, 우리의 허약함을 이야기할 때 너희들이 겪지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생각해 다오.   신발보다도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면서 불의만 있고 분노가 없을 때는 절망하면서 계급의 전쟁을 뚫고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였단다.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 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애썼지만 우리 스스로 친절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세상을 맞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 다오. (1934/1938)       임시 야간 숙소   듣건데,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의 교차로 한 구퉁이에 겨울철이면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無宿者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1931)       마리아 A.의 회상 Erinnerung an die Maria A.   1 푸르른 달인 9월의 어느날 어린 자작나무 아래서 말없이 나는 그녀를, 그 조용하고 창백한 사랑을 하나의 꿈처럼 내 품에 안았다. 그리고 우리 머리 위 아름다운 여름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떠 있어, 난 그걸 오래 바라보았다. 구름은 아주 하얗고 아득히 높아 내가 올려다 보았을 때는 벌써 거기 없었다.   2 그날 이후로 수많은, 수많은 달들이 조용히 헤엄쳐 내려와 사라져버렸다. 그 자두나무들은 아마 베어 없어졌을 것이다. 너는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어찌 되었느냐고?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분명히, 난 벌써 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 난 그걸 정말 모르겠다. 생각나는 건 단지, 내 언젠가 그 얼굴에 키스를 했다는 것.   3 그 키스도 구름이 떠있지 않았다면, 오래 전에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 구름을 난 아직도 알고 있고, 앞으로도 항상 알고 있으리라. 구름은 아주 하얗고, 위에서 내려 왔었다. 자두나무들은 어쩌면 지금도 변함없이 꽃을 피우며 여인은 아마 지금쯤 일곱 번 째 아이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구름은 그저 잠깐동안 피어올랐고 내가 올려다 보았을 땐, 벌써 바람에 실려 사라져버렸다. ㅁ 브레히트 시집'가정 기도서(Die Hauspostille)'에서         연기     호숫가 나무들 사이에 조그만 집 한 채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1953)   ​ ​ 惡한 者의 假面   ​ 내 방 벽에는 일본제 목제품인 ​ 황금색 칠을 한 한 악마의 가면이 걸려 있다. ​ 그 붉어져 나온 악마의 핏줄을 보고 있노라면 ​ 악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   ​ ​     [출처] 詩 *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詩 모음   
459    "말똥가리 시인", 스웨덴 국민시인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댓글:  조회:2963  추천:0  2017-05-23
           스웨덴의 국민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웨덴 국민에게 ‘말똥가리 시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세상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자연세계를 세밀하고 예리한 초점으로 묘사하는 그는 노벨 문학상 제정 이후 스웨덴 출신의 일곱 번째 작가가 됐다. 올해 80살인 트란스트뢰메르는 23살 때 ‘17편의 시’로 데뷔해 ‘여정의 비밀’ ‘미완의 천국’ 등을 내며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 위에 모더니즘의 세계를 펼쳤다. 지금까지 총 10부가 넘는 시집을 냈지만 전체 시는 2백 편에 불과해 ‘과작(寡作) 시인’으로 불린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생존해 있는 시인 중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으로, 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지역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로 지목되고 있다. 스톡홀름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교도소와 장애인 시설, 마약중독 차 치료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1990년 뇌중풍으로 쓰러지면서 반신마비가 와 현재 사람들과 대화조차 어려운 상태이다. 즐겨 치던 피아노도 이제는 왼손으로밖에 연주할 수 없다고 한다. 한 해 4-5편 정도의 시만을 발표하며 차분하고, 조용하고, 시류에 흔들림 없는 ‘침묵의 시’를 생산해 온 그의 시는 스웨덴 자연시의 토착적이고 심미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 작품에서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을 보여준 그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시의 영역을 확대해 현실정치나 사회와 벽을 쌓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꿋꿋이 지켜왔다.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을 탐구하고 있기에 그의 시 한 편 한 편이 담고 있는 시적 공간은 광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란스트뢰메르의 작품은 독일어, 핀란드어, 헝가리어, 영어 등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어 시상,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도 다수 받았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책은 가 유일하다. 는 2004년 출간된 시선집으로 ‘오늘의 세계 시인’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사과나무, 벚나무, 호수, 잔디밭, 햇볕, 얼음, 눈, 붉은 벽돌집 등 시에 등장하는 소재만으로도 북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스웨덴의 차갑고 투명하며 깨끗한 자연 속에서 그는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보편적 우주를 창조해 냈다. 고은 시인이 책임∙편집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소곡小曲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좀처럼 가지 않는 어두운 숲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죽은 자와 산 자가 자리바꿈하는 날이 오리라. 숲은 움직이게 되리라. 우리에겐 희망이 없지 않다. 많은 경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범죄들은 미결로 남으리라. 마찬가지로 우리 삶의 어딘가엔 미결 의 위대한 사랑이 있는 것이다. 나는 어두운 숲을 물려받았지만 오 늘은 다른 숲, 밝은 숲을 걷는다. 노래하고 꿈틀대고 꼬리 흔들고 기는 모든 생명들! 봄이 왔고 공기가 무척 강렬하다. 나는 망각의 대학을 졸업하였고, 빨랫줄 위의 셔츠처럼 빈 손이다.   기억이 나를 본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 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1979년 삼월에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말로, 언어는 없고 말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지겨워 눈 덮인 섬을 향한다. 야성은 말이 없다. 쓰여지지 않은 페이지들이 사방팔방 펼쳐져 있다! 눈 속에 순록馴鹿의 발자국을 만난다. 언어, 말 없는 언어.   검은 엽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달력이 꽉 채워지고, 미래를 알 수 없다. 케이블이 국적 없는 포크송을 흥얼댄다. 납빛 고요의 바다에 강설降雪, 그림자들이  부두에서 씨름하고 있다.     2   생의 한가운데서 죽음이 찾아와 몸의 치수를 잰다. 방문은 잊혀지고 삶이 계속된다. 하지만 침묵 속에  옷이 재봉되고 있다.   불꽃 메모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암울한 몇 개월 동안, 내 삶은 당신과 사랑을 나눌 때만 불타올랐다. 개똥벌레가 점화되고 꺼지고, 점화되고 꺼지듯이, 밤의 어둠 속 올리브나무 숲 속에서 눈여겨보면 개똥벌레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다.   암울한 몇 개월 동안, 영혼은 움츠러들고 망가진 채 앉아 있었다. 하지만 육신은 당신을 향한 자신 통로를 택하였다. 밤하늘들이 울부짖었다. 우리는 우주의 젖을 훔쳐먹고 연명하였다.   서곡(序曲)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깨어남은 꿈으로부터의 낙하산 강하. 수막히는 소용돌이에서 자유를 얻은 여행자는 아침의 녹색 지도 쪽으로 하강한다. 사물들이 확 불붙는다. 퍼덕이는 종달새의 시점에서 여행자는 거대한 뿌리 체계를, 지하의 상들리에 가지들을 본다. 그러나 땅 위엔 녹음, 열대성 홍수를 이룬 초목들이 팔을 치켜들고 보이지 않는 펌프의 박자에 귀 기울린다. 여행자는 여름 쪽으로 하강하고, 여름의 눈부신 분화구 속으로 낙하하고, 태양의 터빈 아래 떨고 있는 습기 찬 녹색 시대들의 수갱(竪坑) 속으로 낙하한다. 시간의 눈 깜빡임을 관통하는 수직 낙하 여행이 이제 멈추고, 날개가 펼쳐져 밀려드는 파도 위 물수리의 미끄러짐이 된다. 청동기시대 트럼펫의 무법의 선율이 바닥 없는 심연 위에 부동(不動)으로 걸려 있다. 햇볕에 따뜻해진 돌을 손이 움켜잡듯, 하루의 처음 몇 시간 동안 의식은 세계를 움켜잡을 수 있다. 여행자가 나무 아래 서 있다. 죽음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는 돌진 후, 빛의 거대한 낙하산이 여행자의 머리 위로 펼쳐질 것인가?     /번역 이경수: 서울대 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6년 문학평론을 발표하면서 비평 활동 시작.                서울대 이화여대 등의 강사를 거쳐 1989년부터 인제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 3월 타계.                평론으로 등                논문으로 등   동요받은 명상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밤의 어둠 속, 아무것도 갈지 않으면서 폭풍이 풍차의 날개를 사납게 돌린다. 동일한 법칙에 따라 그대는 잠깨어 있다. 회색의 상어 배(服)가 그대의 가냘픈 램프.   형체 없는 기억들이 바다 바닥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낯선 조상(彫像)으로 굳어진다. 해조가 들러붙어 그대의 노걸이는 녹색. 바다로 가는 자가 돌이 되어 돌아온다.   돌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우리가 던진 돌들이 유리처럼 선명하게 세월 속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골짜기엔 순간의 혼란된 행위들이 나무 꼭대기에서 꼭대기로 날카롭게 소리치며 날아간다. 현재보다 희박한 대기 속에서 입을 다문 돌들이 산꼭대기에서 꼭대기로 제비처럼 미끄러져, 마침내 존재의 변경(邊境) 지대 머나먼 고원에 이른다. 그곳에서 우리의 모든 행위들이 유리처럼 선명하게 떨어진다. 바로 우리들 자신 내면의 바닥으로.   사물의 맥락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저 잿빛 나무를 보라. 하늘이 나무의 섬유질 속을 달려 땅에 닿았다. 땅이 하늘을 배불리 마셨을 때, 남는 건 찌그러진 구름 한 장뿐. 도둑맞은 공간이 비틀려 주름잡히고, 꼬이고 엮어져 푸른 초목이 된다. 자유의 짧은 순간들이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 운명의 여신들을 뚫고 그 너머로 선회한다.   아침의 입장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태양 선장, 검은 등갈매기가 항로를 잡는다. 갈매기 아래로는 넓은 물, 물 속의 다채색(多彩色) 돌처럼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다. 해독되지 않은 하루, 하루들. 아즈텍 상형문자 같은!   나는 음악의 고블랭 비단 덫에 걸려, 팔을 치켜들고 서 있다. 원시 예술에 나오는 인물처럼.   자정의 전환점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소리없이 움직임 없이 숲 속의 개미가 공(空)을 들여다본다. 들리는 것은 오직 어두운 나뭇잎 똑딱이는 소리, 여름 협곡 깊은 곳 밤의 웅얼거림뿐.   가문비나무가 긴 시계바늘처럼 뾰족 가리킨다. 산그늘 속에서 개미가 반짝 빛난다. 새 한 마리의 외침! 이윽고, 구름 마차가 천천히 구르기 시작한다.   에필로그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십이월. 스웨덴은 해변에 정박한 삭구(索具)를 뗀 배. 황혼의 하늘을 배경으로 돛대가 날카롭다. 황혼이 낮보다 오래 지속되고, 이곳의 길은 돌투성이. 정오가 지나야 빛이 도착하고, 겨울의 콜로세움이 비현실적인 구름의 빛을 받아 솟아오른다. 즉각 흰 연기가 마을에서 구불구불 치솟는다. 구름이 높고 또 높다. 바다는 다른 무엇에 귀 기울이는 듯 흐트러진 모습으로, 하늘나무의 뿌리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 (영혼의 어두운 면 위로 새 한 마리 날아들어, 잠든 자들을 울음으로 깨운다. 굴절 만원경이 몸을 돌려, 다른 시간을 불러들인다. 때는 여름이다. 산들이 빛으로 부풀어 포효하고, 시냇물이 투명한 손으로 태양의 광휘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진다. 영사기의 필름이 다 돌아갔을 때처럼.)   저녁별이 구름 사이로 불탄다. 집들, 나무들, 울타리들이 어둠의 소리없는 눈사태 속에 확대된다. 별 아래 또 다른 숨겨진 풍경이 자꾸자꾸 모습을 드러낸다. 밤의 엑스선에 비친 등고선의 삶을 사는 비밀의 풍경들, 그림자 하나가 집들 사이로 썰매를 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다.  저녁 여섯시, 바람이 일단의 기병대처럼 어둠 속 마음의 길거리를 따라 천둥처럼 질주한다. 검은 소동이 어찌나 반향하고 메아리치는지! 집들이 꿈속의 소동처럼 부동(不動)의 춤을 추며 덫에 걸려 있다. 강풍 위에 강풍이 만(灣) 위를 비틀거리면서, 어둠 속에서 머리를 까딱거리는 난바다 쪽으로 빠져나간다. 우주공간에서 별들이 필사적인 신호를 보낸다. 별들은 영혼 속을 배회하는 과거의 구름들처럼, 자신이 빛을 가릴 때에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곤두박이 구름들에 의해 명멸한다. 마구간 벽을 지나면서 나는 그 모든 소음 속에서 병든 말이 안에서 터벅터벅 걷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 폭풍이 자리를 뜬다. 부서진 대문이 쾅쾅 소리를 내고, 램프가 손에서 대롱거리고, 산 위의 짐승이 겁에 질려 울부짖는다.폭풍이 퇴각하면서 외양간 지붕 위에 천둥이 구르고, 전화선들이 포효하고, 지붕 위의 타일들이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고, 나무들이 속절없이 머리를 까딱거린다.   백파이프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백파이프 소리가 길을 걷는다! 해방자들의 행렬! 숲의 행진! 활 같은 파도가 들끓고, 어둠이 꿈틀대고, 수륙(水陸)이 움직인다. 갑판 밑으로 사라져 죽은 자들, 그들이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한다. 우리와 함께 길을 걷는다. 항해는, 야성의 돌진이 아니고 고요한 안전을 가져다주는 여행.   세계가 끊임없이 텐트를 새롭게 친다. 어느 여름날 바람이 상수리 나무 장비를 움켜잡고, 지구를 앞으로 민다. 백합이 연못의 포옹 속에서, 날아가는 연못의 포옹 속에서 감추어진 물갈퀴로 헤엄친다. 표석(漂石)이 우주의 홀에서 굴러내린다.   여름날 황혼에 섬들이 수평선 위로 솟아오른다. 옛 마을들이 길을 간다. 까치소리 내는 계절의 바퀴를 타고 숲 속 깊숙한 곳으로 퇴각한다. 한 해가 자기 부츠를 벗어던지고 태양이 높이 솟아오를 때, 나무들은 잎사귀로 피어나 바람을 받고 자유의 항해를 떠난다. 산 아래 솔숲 파도가 부서지지만, 여름의 깊고 따뜻한 큰 파도가 오고, 큰 파도가 천천히 나무 꼭대기들 사이를 흐르고, 일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가라앉는다. 남는 건 잎사귀 없는 해안뿐. 결국, 성령(聖靈)은 나일강 같은 것, 여러 시대의 텍스트들이 궁리한 리듬에 따라 넘치고 가라앉는다.   하지만 신(神)은 또한 불변의 존재이고, 따라서 이곳에선 좀처럼 관찰되지 않는다. 신은 옆구리로부터 행렬의 진로를 가로지른다.   기선(氣船)이 안개 속을 통과할 때 안개가 알아채지 못하듯. 정적. 등불의 희미한 깜빡거림이 그 신호.   고독한 스웨덴의 집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뒤엉킨 검은 가문비나무와 연기 뿜는 달빛. 이곳에 나지막이 엎드린 작은 집이 있고 한 점 삶의 기미도 없다.   이윽고 아침 이슬이 웅얼거리고 노인이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열어 올빼미를 내보낼 때까지.   멀리 떨어진 곳에는 새 건물이 김을 내뿜으며 서 있고, 세탁소의 나비가 모퉁이에서 퍼드덕거린다.   죽어가는 숲의 한가운데서 퍼덕이는 나비, 그곳에서 썩어가는 것이 수액(樹液)의 안경을 통해 나무껍질 뚫는 기계의 작업을 읽는다.   짖어대는 개 위로 삼단 같은 머리결의 비 또는 한 점 고독한 천둥구름을 동반한 여름이 있고, 씨앗이 땅 속에서 발길질하고 있다.   흔들리는 목소리들, 얼굴들이 황야의 먼 거리를 가로질러 발육부진의 잽싼 날갯짓으로 전화선 속을 날아간다.   강 속에 있는 섬 위의 집이 자신의 초석(礎石)을 골똘히 생각한다. 끊이지 않는 연기, 누군가가 숲의 비밀문서를 태우고 있다.   비가 하늘을 선회하고 불빛이 강 속에서 사리를 튼다. 비탈 위의 집들이 폭포의 흰색 황소들을 감독한다.   일단의 찌르레기 무리를 거느린 가을이 새벽을 저지하고, 사람들이 불 켜진 극장에서 굳은 동작으로 움직인다.   이들이 경보(警報)없이 위장한 날개들을 느끼고, 어둠 속에 사리를 튼 신(神)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라.   지붕 위의 노랫소리에 잠깬 사람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아침, 오월의 비. 도시는 산 속의 작은 마을처럼 아직도 조용하다. 길거리들도 조용하다. 하늘에는 청록색 비행기 엔진 소리.  창문이 열려 있다.   엎드려 누워 잠자던 사람의 꿈이 순간 투명해진다. 그는 몸을 뒤척이며 관심의 악기들을 찾아 더듬기 시작한다. 거의 공중에서.   기상도(氣象圖)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시월 바다가 신기루 등지느러미를 달고 차갑게 반짝인다.   아무것도 요트 경기의 백색 현기증을 기억하지 않는다.   어스푸레한 호박(琥珀) 빛이 마을 위를 비추고, 온갖 음향들이 천천히 날아다닌다.   개가 짖는 소리는 정원 위의 대기 중에 그려진 상형문자.   정원에는 노란 과일이 나무를 바보 만들며 제 멋대로 떨어진다.   낮잠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돌들의 성령강림절, 불꽃 튀기는 혀들--- 한낮의 시간 동안, 무중력의 도시. 부글거리는 빛 속의 매장, 자물쇠 채워진 영원의 탕탕 주먹소리를 익사시키는 북소리.   독수리가 잠든 자들 위로 솟구치고 또 솟구친다. 물레방아 바퀴가 천둥처럼 돌아가는 곳에서의 잠. 두 눈 가린 말들의 유린. 자물쇠 채워진 영원의 탕탕 주먹소리.   잠든 자들이 폭군의 시계 속 시계추마냥 매달려 있다. 독수리가 태양의 백색 물결 흐름 속을 죽어서 떠내려간다. 라자로의 관 속에서처럼 시간 속에서, 자물쇠 채워진 영원의 탕탕 주먹소리들의 메아리.   길 위의 비밀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한낮의 빛이 잠자는 사람의 얼굴을 강타하였다. 그의 꿈이 더욱 생생해졌지만 그는 잠깨지 않았다.   어둠이 태양의 강렬한 참을성 없는 광선 속을 남들과 더불어 걷는 사람의 얼굴을 강타하였다.   갑자기 억수처럼 어둠이 내렸다. 나는 모든 순간을 담고 있는 방, 나비 박물관 속에 서 있었다.   태양은 이전이나 다름없이 강렬하였다. 태양의 참을성 없는 붓들이 세상을 그리고 있었다.   선로(線路)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새벽 두시. 달빛. 열차가 평원 한가운데 멈추어 섰다. 멀리 시가지의 불빛들이 지평선 위에 차갑게 깜빡인다.   마치 어떤 사람이 너무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갔을 때, 자기 방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그 꿈속에 있었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듯.   아니면 어떤 사람이 너무 깊은 병 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 사람의 생애 모두가 몇 개의 깜빡이는 점들, 지평선 위 작고 차가운 불씨 때가 되듯.   열차는 완전 부동(不動)으로 서 있다. 새벽 두시, 환한 달빛 속, 별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키리이*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때때로 내 삶은 어둠 속에 눈을 떴다. 마치 내가 투명인간처럼 서 있는 동안 군중들이 어떤 기적을 향하여 맹목과 불안 속에 길거리를 밀고 나가는 듯한 느낌.   어린아이가 제 심장의 무거운 박동소리에 귀 기울리며 두려움 속에 잠이 들듯. 천천히 천천히, 이윽고 아침이 광선을 자물쇠 속으로 집어넣어 어둠의 문이 열릴 때 까지.   *키리리(Kyrie); Kyrie Eleison의 줄임말. 카톨릭에서 미사의 첫머리에 외는 지비송으로, 그리스어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의 뜻.   발병(發病) 이후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병이 난 소년, 뿔처럼 딱딱한 혀를 가지고 비전 속에 감금되어 있다.   소년은 밀밭 그림 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턱을 둘러싼 붕대가 방부 처리를 짐작케 한다. 안경은 잠수부 안경처럼 두툼하다. 어둠 속에 울리는 전화벨처럼 만사가 대답 없이 요란하다.   하지만 소년 뒤의 그림, 그림은 밀밭이 황금 폭풍일지라도 보는 사람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한 폭의 풍경화. 청색 해초 같은 하늘과 떠다니느 구름들. 아래쪽 황색 파도 속에는 백색 셔츠가 몇몇 항해하고 있다. 추수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림자를 던지지 않는다.   밀밭 건너 멀리 한 남자가 서 있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 챙 넓은 모자가 남자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다. 도움이라도 주려는 양, 남자는 이곳 방 속의 어두운 형체를 관찰하는 모습이다. 자기 몰두의 병약한 소년 뒤에서, 모르는 사이에 그림이 차츰 확대되면서 열리기 시작한다. 그림이 불꽃을 튀기면서 탁탁 소리를 낸다. 소년을 깨우려는 듯, 밀알 하나하나 불타오른다! 밀밭 속의 남자가 사인을 보낸다.   그가 가까이 와 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여행의 공식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955년 발칸 반도에서   1 쟁기꾼 뒤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들. 쟁기꾼은 둘러보지 않는다. 빈 들판을. 쟁기꾼 뒤의 중얼거리는 목소리들. 하나씩 하나씩 그림자들이 풀려 여름 하늘의 심연 속으로 돌진한다.   2 하늘 아래 네 마리 황소들이 온다. 황소들에겐 자랑스런 기색이 조금도 없다. 양모처럼 두터운 흙, 곤충들의 펜이 긁어댄다.   역병의 회색 알레고리 속에서처럼 야윈, 한 떼의 말들의 소용돌이. 말들에겐 부드러운 구석이 전혀 없다. 태양의 광란.   3 깡마른 개들이 있는, 마구간 냄새 풍기는 마을. 장터 광장의 당(黨) 간부. 백색 가옥들이 있는 마구간 냄새 풍기는 마을. 당 간부의 천국이 그를 수행한다. 천국은 첨탑 내부처럼 높고 협소하다. 산허리의 날개 끄는 마을.   4 한 고가(古家)가 이마를 불쑥 내밀었다. 두 소년이 황혼 속에 공차기를 한다. 한 무리의 신속한 메아리들. 갑작스런, 별빛.   5 긴 어둠 속의 길 위, 내 손목시계가 시간의 감금된 곤충과 더불어 완고히 빛을 발한다.   붐비는 차칸 속의 정적이 조밀하다. 어둠 속에 초원들이 흘러 지나간다.   하지만 작가는 반쯤 자신의 이미지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동시에 독수리 겸 두더지 되어 길을 간다.   커플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그들이 불을 끄자 불빛의 흰 그림자가 어둠의 유리잔 속 알약처럼 잠시 깜빡거리다 용해된다. 다음은 상승. 호텔 벽들이 하늘의 어둠 속으로 치솟는다.   사랑의 동작이 잦아들고, 그들은 잠이 든다. 하지만 그들의 가장 내밀한 생각들은 만난다. 학교 다니는 아이가 그림 그릴 때 젖은 종이 위에서 두 색채가 만나 서로서로의 속으로 흘러들 때처럼.   어둠고 조용하다. 그러나 불 꺼진 창들과 더불어 도시가 오늘밤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집들이 다가왔다. 집들이 무리지어 가까이 서서 기다린다. 표정 없는 얼굴의 군중들.   나무와 하늘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비속의 나무 한 그루가 이리저리 거닐고 있다. 우리를 지나 쏟아지는 잿빛 속으로 질주한다. 나무에겐 해야 할 일이 있다 과수원의 지빠귀처럼 나무는 빗속에서 생명을 거두어들인다.   비가 멈추자 나무도 멈춘다. 나무는 맑은 밤 조용히 서서 천지사방 눈송이 꽃피어나는 그 순간을 꼭 우리들처럼 기다린다.   얼굴을 맞대고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이월엔 삶이 정지했다. 새들은 마지못해 날갯짓하였고, 보트가 제 묶어 있는 부두에 몸 비비듯 영혼은 풍경에다 몸을 비벼댔다.   나무들은 나에게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깊이 싸인 눈은 죽은 밀집으로 측정되었고, 발자국들은 바깥 언 땅 위에서 늙어갔다. 방수모(防水帽) 밑에서 언어가 시들어갔다.   어느 날 무언가가 창으로 다가왔다. 잎이 떨어졌고, 나는 쳐다보았다. 색채들이 화르르 타오르고, 만물이 회전했다. 땅과 나는 서로서로를 향하여 튀어올랐다.   종소리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종소리가 울리고 개똥지빠귀가 사자(死者)들의 뼈 위에서 노래를 날렸다. 우리는 나무아래 서서 시간이 가라앉고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두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듯, 교회 묘지와 학교 운동장이 서로 만나 상대방 속으로 확대되어 들어갔다.   교회의 종소리는 부드러운 활공기 지레장치에 실려 사방팔방으로 솟아올랐다. 종소리가 떠나고 뒤에 남는 것은 더욱 거대해진 땅 위의 정적, 그리고 한 그루 나무의 소리없는 발걸음, 소리없는 발걸음.   정오의 해빙(解氷)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아침 공기가 타오르는 우표를 붙인 자기 편지를 배달했다. 눈(雪)이 빛났고, 모든 짐들이 가벼워졌다. 일 킬로그램은 칠백 그램밖에 나가지 않았다.   태양이 빙판 위로 높이 솟아, 따뜻하면서도 추운 지점을 배회했다. 마치 유모차를 밀듯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나왔다.   가족들이 밖으로나왔고, 수세기만에 처음인 듯 탁 트인 하늘을 보았다. 우리는 마음을 아주 사로잡는 이야기의 첫 장(章)에 자리하고 있었다.   꿀벌 위의 꽃가루처럼 모피모자마다 햇살이 달라붙었고, 햇살은 겨울이라는 이름에 달라붙어, 겨울이 떠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눈 위의 통나무 정물화가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나는 물었다. '내 유년 시절까지 따라올래?' 통나무들은 대답했다.'응'   잡목 덤불 속에는 새로운 언어로 중얼거리는 말들이 있었다. 모음은 푸른 하늘, 자음은 검은 잔가지들, 그리고 건네는 말들은 눈 위에 부드러웠다.   하지만 소음의 스커트 자락으로 예(禮)를 갖춰 인사하는 제트기가 땅위의 정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헤엄치는 검은 형체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사하라 사막 바위 위 선사시대의한 그림에 대하여. 검은 형체 하나가 젊은 옛 강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무기도 전략도 없이, 휴식도 질주도 없이, 제 그림자에 잘려 나가 강의 바닥을 미끄러진다.   검은 형체는 잠자는 녹색 그림을 벗어나, 마침내 강기슭에 닿아 제 그림자와 하나 되려 애썼다.   비가(悲歌)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그가 펜을 치웠다. 펜이 탁자 위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 펜이 텅 빈 방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 그가 펜을 치웠다.   쓸 수도 침묵할 수도 없는 일들이 이토록 많다니! 멋진 여행 가방이 심장처럼 고동치지만, 그의 몸은 먼 곳에서 일어나는 무슨 일로 뻣뻣해진다.   밖은 초여름. 초목에서 들려오는 휘파람소리, 사람인가,새인가? 꽃핀 벚나무가 집에 돌아온 짐차를 껴안는다.   몇 주가 지나간다. 밤이 서서히 다가온다. 나방들이 창유리에 자리잡는다. 세상이 보내온 조그만 창백한 전보들   알레그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검은 하루가 끝나고, 하이든을 연주한다. 손 안에 얼마간의 온기가 느껴진다.   건반들이 흔쾌한 태도이고, 부드러운 망치들이 친다. 울리는 소리는 초록색, 생생하고 차분하다.   자유는 존재한다고, 황제에게 세금 내지 않는 사람도 존재한다고 음악은 말한다.   하이든 포켓에 손을 쑤셔넣고 세상을 차분히 바라보는 사람을 모방한다.   하이든 기(旗)를 내건다.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 평화를 원한다'고 깃발은 말한다.   음악은, 돌이 날고 돌이 구르는 비탈 위의 유리 집.   돌이 곧바로 집으로 굴러들지만 창유리 하나하나 모두 건재하다.   미완의 천국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절망이 제 가던 길을 멈춘다. 고통이 제 가던 길을 멈춘다. 독수리가 제 비행을 멈춘다.   열망의 빛이 흘러나오고, 유령들까지 한 잔 들이킨다.   빙하시대 스튜디오의 붉은 짐승들, 우리 그림들이 대낮의 빛을 바라본다.   만물이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수백씩 무리지어 햇빛 속으로 나간다.   우리들 각자는 만인을 위한 방으로 통하는 반쯤 열린 문.   발밑엔 무한의 벌판.   나무들 사이로 물이 번쩍인다.   호수는 땅 속으로 통하는 창(窓).   야상곡(夜想曲)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밤중에 차를 몰고 마을을 지난다.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 집들이 일어선다. 집들이 잠 깨어 마실 것을 찾는다. 집들, 곳간들, 표지판들, 버려진 차들, 지금이 바로 이들이 생명의 옷으로 갈아입는 때이다. 사람들은 잠들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평화의 잠을 자고, 어떤 사람들은 영원을 위한 고된 훈련 중인 듯 얼글을 찡그린다. 이들은 깊은 잠 속에서도 놓여나지 못하고, 신비가 지나갈 때 아래로 내려진 건널목 차단기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을 바깥으로는 멀리 숲 속으로 길이 뻗어 있다. 나무들, 서로서로 한마음으로 침묵을 지키는 나무들. 이들의 색깔은 불붙은 나무들처럼, 연극색! 잎사귀 하나하나가 어찌나 또렷한지! 나무들은 바로 집까지 따라온다.   잠자리에 드러눕는다. 눈꺼풀 너머로 어둠의 벽 위에 알 수 없는 그림들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휘갈겨진다. 깨어 있음과 꿈 간의 작은 틈새로 커다란 편지가 밀고 들어오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겨울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폭풍이 집에 입을 갖다대고  불어서 음악을 만든다. 나는 불편한 잠을 자다 돌아누워, 감은 눈으로  폭풍의 텍스트를 읽는다.   하지만 아이의 두 눈은 어둠 속에 동그랗다.  아이에게는 폭풍이 울부짖는다. 아이와 폭풍은 둘 다 흔들리는 램프를 좋아한다.  둘 다 말이 어눌하다.   폭풍은 아이 같은 손과 날개를 가졌다.  카라반 호(號)가 라플란드 쪽으로 치닫고, 가지 손톱의 별무리기가 벽을   꼭 움켜잡는 것을 집은 느낀다.   우리 층에서는 밤이 고요하다.  이곳은 기한 끝난 발자국들이 모두 연못 속에 가라앉은 잎사귀처럼 쉬고 있지만.  바깥에서는 밤이 야성적이다.   세계 위로는 더한 폭풍이 지나간다.  우리 영혼에 입을 갖다대고 불어서 음악을 만든다 폭풍이  우리를 텅 비게 불어 버릴까 두렵다.   아프리카 일기 중에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963년)   콩고의 장터 예술가의 그림 속에서 사람들은 곤충처럼 조그맣게 움직인다. 인간의 에너지를 빼앗긴 듯. 두 가지 생활양식 간의 힘든 길. 도달한 자는 먼길을 가야만 한다.   한 아프리카 청년이 오두막 사이에서 길 잃은 외국인을 발견했다. 청년은 친구로 여겨야 할지 협박 대상으로 여겨야 할지 결정할 수 없었다. 이것이 청년을 당혹케 했다. 둘은 혼란 속에 헤어졌다.   유럽 사람들은 마치 엄마라도 되는 양 차 둘레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매미는 전기면도기만큼 강하다. 차들이 돌아간다. 머잖아 아름다운 어둠이 오고, 불결한 빨랫감을 떠맡는다. 잠. 도달한 자는 먼길을 가야만 한다.   어쩌면 철새 무리 같은 악수가 도움될지 모른다. 어쩌면 진리를 책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도움될지 모른다. 우리는 더 멀리 가야만 한다.   학생이 밤중에 책을 읽는다.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읽고 또 읽는다. 시험이 끝나면 학생은 다음 사람을 위한 계단이 된다. 힘든 길. 도달한 자는 먼길을 가야만 한다.   겨울의 공식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침대 속에서 잠들었고 용골(龍骨) 아래서 잠깨었다.   새벽 네시. 살을 깨끗이 발라낸 삶의 뼈들이 차갑게 상호 교제한다.   제비들 속에서 잠들었고 독수리들 속에서 잠깨었다.   2 램프불빛 아래 길 위의 얼음이 돼지기름처럼 빛난다.   이곳은 아프리카가 아니다. 이곳은 유럽이 아니다. 이곳은 '이곳'이외의 어느 곳도 아니다.   그리고 '나'였던 것은 십이월 어둠의 입 속에서 한 마디 말에 불과할 뿐.   3 어둠 속에 모습을 드러낸 병원 가건물이 텔레비전 화면처럼 빛난다.   큰 추위 속에 감추어진 소리굽쇠가 음(音)을 내보낸다.   나는 별이 총총한 아늘 아래 서서 세계가 내 코트 안팎을 개미집처럼 들락거리는 것을 느낀다.   4 눈(雪) 밖으로 튀어나온 검은 상수리나무 세 그루. 투박한 거구지만, 민첩한 손가락을 가졌다. 넉넉한 나무 병(甁)들로부터 봄이면 초록 거품 터지리라.   5 버스가 겨울 저녁을 뚫고 기어간다. 좁고 깊은 죽은 운하 같은 가문비나무 숲길에서 버스가 배처럼 깜빡거린다.   몇 안 되는 승객, 몇 안 되는 노인, 몇은 아주 젊은이. 만일 버스가 멈추어 불을 끈다면 세계가 삭제되리라.   아침 새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차를 깨운다. 꽃가루가 바람막이 유리를 뒤덮는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다. 새의 노래가 어두워진다.   그 동안 누군가 열차역에서 신문을 산다. 멀지 않은 곳에 큰 화물차가 온통 붉은 녹을 뒤집어쓰고 햇빛 속에 빛난다.   어디에도 빈 데는 없다.   몸의 온기 속으로 서늘한 복도가 뚫려 있다. 한 남자가 서둘러 달려와 위층 상사의 사무실에서 모함받은 이야기를 한다.   풍경의 뒷문에서 까치가 날아든다 검은색 흰색의 까치, 헬*의 새. 검은지빠귀가 이리저리 날아다녀 빨랫줄 위의 흰 빨래만 빼고 마침내 풍경 전체가 한 폭 목탄화가 된다. 이것은 팔레스트리나**합창단.   어디에도 빈 데는 없다.   내 자신이 작아지는 동안 시가 커지는 환상적인 느낌. 시가 자라고, 내 자리를 차지하고, 나를 밀어낸다. 나를 둥지 밖으로 팽개친다. 시가 완성되었다.   *헬(Hel): 북유럽 신회에서 죽음의 여신. **팔레스트리나(Palestrina): 16세기 이탈리아의 교회음악 작곡가.    역사에 대하여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삼월 어느 날 바다로 내려가 귀 기울인다. 얼음이 하늘처럼 푸르다. 태양 아래 부서지고 있다. 태양이 얼음 밑의 마이크에 대고 속삭인다. 거품이 일고 부글부글 들끓는다. 멀리서 시트를 잡아채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이 모든 것이 '역사'와 같다 우리들의 '지금'. 우리들은 그 속으로 내려가 귀 기울인다.   2 회담들은 불안하게 날아다니는 섬들. 나중엔, 타협의 기나긴 흔들리는 다리. 모든 차량이 그 다리 위를 지나간다. 별들 아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창백한 얼굴들 아래, 쌀알처럼 이름 없이 텅빈 공간에 내동댕이쳐진 얼굴들 아래.   3 1926년, 괴테는 지드로 변장하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모든 것을 보았다. 어떤 얼굴들은 사후에 본 것으로 하여 더욱 분명해진다. 알제리 소식이 나날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큰 저택 한 채가 보이고, 저택의 창들은 하나만 빼고 모두 검었다. 그 창에서 우리는 그레퓌스의 얼굴을 보았다.   4 급진과 반동은 불행한 결혼 속에 동거한다. 서로를 갉아먹으면서, 서로에게 기대면서. 하지만 그 자식들인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길을 찾아야만 한다. 모든 문제는 자신의 언어로 소리치는 법! 진실의 흔적을 따라 탐정처럼 길을 가라.   5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 신문지 한 장이 몇 달째 누워 있다. 사건을 가득 담고 빗속 햇빛 속에 밤이나 낮이나 신문은 그곳에서 늙어간다. 식물이 되어가는 중이고, 배추가 머리가 되어가는 중이고, 땅과 하나 되어가는 중이다. 옛 기억이 서서히 당신 자신이 되듯.   어떤 죽음 이후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한때 충격이 있었다. 뒤에는 긴 창백한 깜빡이는 혜성 꼬리. 그것은 우리를 집안에 묶어둔다. 그것은 TV 화면을 흐리게 한다, 그것은 전화선 위에 차가운 물방울로 내려 앉는다.   지난해의 잎새들이 몇몇 매달려 있는 관목 숲에서 아직도 우리는 겨울 태양 아래 천천히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잎새들은 오래된 전호번호부에서 뜯겨져 나온 책자 같다. 사람들의 이름은 추위가 삼켜버렸다.   아직도 심장 고동소리를 듣는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대로 그림자가 몸보다 더 실재(實在)일 때가 있다. 검은 용비늘 갑옷 옆에서 사무라이는 조그맣게 보인다.   여름 초원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너무 많은 것들을 우리는 보아야만 했다. 현실은 우리를 너무 많이 닮게 했다. 하지만 마침내 여름이다.   커다란 비행장, 관계사가 한 짐 한 짐 짐을 부려 놓는다. 얼어붙은 외계인들.   풀과 꽃들의 나라, 우리가 착륙하는 곳. 풀 나라엔 초록 감독이 있고, 그에게 나를 신고한다.   압력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푸른 하늘에서 귀청 찢는 엔진 소리. 모든 것이 떨리는 공사장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돌연 대양의 심연이 열릴 수도 있는 곳. 조가비와 전화기가 뒤엉켜 소리 내는 곳.   옆으로 잽싸게 보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빽빽한 곡식 들판의 다채로움이 황색 강으로 흘러간다. 머리 속의 불안한 그림자들이 그곳에 가고 싶어한다. 곡식알 속으로 기어들어 자기도 황금색이 되고 싶다.   어둠이 내린다. 한 밤중에 잠자리에 든다. 작은 배가 큰 배에서 떨어져 나온다. 물 위의 홀로움. 사회의 검은 선체가 멀리멀리 흘러간다.   열린 공간 닫힌 공간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장갑같은 일을 통해 사람은 세상을 느낀다. 한낮에 잠시 장갑을 벗어 선반 위에 올려놓고 쉰다. 장갑은 선반에서 갑자기 자라고 펼쳐지고, 집 전체를 안으로부터 검게 만든다.   검어진 집이 떨어져 나가 봄바람 속에 선다. '사면(赦免)이야' 속삭임이 풀밭을 달린다. '사면이야.' 한 소년이 하늘로 비껴 올라가는 투명한 줄을 잡고 내닫는다. 소년의 야성적인 미래의 꿈이 하늘에서 교외보다 더 큰 연과 더불어 난다.   꼭대기에서 보면 더 북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소나무 숲의 푸른 융단. 구름 그림자가 가만히 서 있다. 아니, 날아가고 있다.   느린 음악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오늘은 건물을 열지 않는 날. 태양빛이 차유리로 밀려들어 책상 표면을 덥힌다. 인간의 운명을 짊어질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책상들.   오늘 우리는 야외로 나와, 길고 널찍한 경사지에 선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도 있다. 햇빛 속에 서서 눈을 감으면, 서서히 앞으로 밀려가는 느낌을 가지리라.   나는 좀처럼 바다로 내려오지 않지만, 오늘 이곳 평화로운 등을 가진 큼직한 돌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 돌들은 바다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뒷걸음질쳐 여기에 와 있다.   몇 분간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늪에 웅크린 소나무가 왕관을 떠받친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뿌리에 비한다면, 넓게 뻗은, 은밀히 기어가는, 죽지 않는, 혹은 반쯤 죽지 않는 뿌리 조직에 비한다면.   나 너 그 그녀 역시 가지를 뻗는다. 의지 바깥으로, 대도시 바깥으로.   우유 빛 여름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진다. 나의 다섯 감각들이 다른 생명체에 연결된 듯한 느낌이 온다. 어둠이 흘러내리는 운동장에서 밝은 옷을 입고 달리는 육상선수처럼 끈질기게 움직이는 다른 생명체에 연결된 듯한 느낌.   칠월, 숨쉬는 공간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키 큰 나무 아래 등을 대고 드러누운 사람은 또한 나무 위에 올라가 있기도 하다. 사람은 수천의 잔가지를 뻗고 앞뒤로 흔들리고, 느린 동작으로 밀려나오는 사출좌석(射出座席)에 앉는다.   부둣가에 내려가 앉은 사람은 실눈을 뜨고 물을 바라본다. 부두는 사람보다 빨리 늙는다. 부두의 말뚝들은 은회색, 뱃속에는 둥근 돌이 들어 있다. 눈부신 빛이 곧장 관통한다.   갑판 없는 작은 배를 타고 번쩍이는 해협을 온종일 돌아다니는 사람은 마침내 푸른 램프 속에서 잠들리라. 섬들이 램프 유리 너머로 거대한 나방처럼 기어다니는 동안.   근교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땅과 동일한 색깔의 작업복을 걸친 사람들이 구덩이에서 올라 온다 막다른 중간 지대, 도시도 시골도 아닌 곳. 지평선의 키 큰 건설 기중기는 대도약을 원하지만 시계는 반대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시멘트 관들이 바싹 마른 혓바닥으로 빛을 핥는다. 자동차 정비소가 한때의 곳간 자리를 차지한다. 돌들이 돌연 달 표면의 물체같은 그림자를 던진다. 이런 곳이 점점 늘어난다. 유다의 돈으로 산 땅처럼 '도공(陶工)의 땅, 이방인의 무덤'처럼.   교통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트레일러 달린 장거리 화물 자동차가 안개 속을 기어간다. 호수 바닥 진흙탕 속을 기어가는 잠자리 애벌레의 거대한 실루엣.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헤드라이트들이 만난다. 서로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불빛의 홍수가 솔잎 사이로 돌진한다.   우리들, 어둠의 차량들은 황혼 속 사방에서 달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둔탁한 굉음 속을 미끄러져 간다.   탁 트인 평원 공장들이 둥지 틀고 있다. 해마다 공장 건물들이 2밀리미터씩 가라앉는다. 땅이 천천히 집어삼키고 있다. 알 수 없는 짐승들이 이곳에 세워진 가장 화사한 꿈의 산물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씨앗들이 아스팔트에서 살려고 힘겨워한다, 다음엔 밤나무가 먼저 나타나고, 하얀 꽃 송이 대신 강철 장갑 꽃피울 준비를 하는 듯 우울한 밤나무를 지나   회사 수위실이 나타난다. 고장 난 형광등 불빛이 깜빡이고 또 깜빡인다. 이곳 어디엔가 비밀의 문이 있다. 열려라! 뒤집어진 잠망경에 눈을 갖다대고   아래쪽을 보라. 거대한 구멍들이 있고, 깊이 매설된 거대한 파이프들에는 바다풀들이 죽은 사람의 수염처럼 자라고 있다. 진 흙투성이 잠수복을 입은 '청소부'가 유영하고 있다.   맥박이 점점 약해지고, 막 질식할 듯,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사슬이 부서지고 부서지고, 다시 붙고 다시 붙고 한다는 것만, 영원히.   야간 근무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밤중에 모래자루들 사이로 내려간다. 나는 배의 전복을 막는 말없는 무게 추들 중의 하나! 흐릿한 얼굴들이 어둠 속에 돌처럼 움직인다. 그들이 전하는 소리는 다만, '손대지 마.'   2 다른 목소리들이 몰려든다. 듣는 자는, 희미한 빛을 발하는 라디오 다이얼 위로 수척한 그림자처럼 미끄러진다. 언어가 사형집행인들과 보조를 맞추어 행진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찾아야만 한다.   3 늑대가 왔다! 창문에 혀를 대고 비비는 우리들의 친구! 골짜기엔 기어다니는 도끼 자루들이 가득하다! 야간 비행기가 철테 달린 휠체어처럼 밤하늘에 느릿한 굉음을 쏟아 붓는다   4 사람들이 땅을 파헤치는 중이다. 지금은 조용하다. 텅 빈 교회묘지 느릎나무 아래 빈 굴착기 한 대, 손을 땅에 내려놓고 있다.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 식탁에서 잠든 사람의 모습, 교회 종이 울린다.   열린 창(窓)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어느 날 아침 이층으로 올라가 열린 창가에 서서 면도를 하였다. 면도기에 스위치를 넣었다. 가르릉거리기 시작했다. 가르릉 소리는 점점 커져 갔다. 포효소리가 되었다. 헬리콥터 소리가 되었다. 한 목소리가, 조종사의 목소리가 소음을 뚫고 소리쳤다. '눈감지 마세요! 이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보시는 겁니다.' 일어났다. 여름 위로 낮게 비행하였다. 내가 사랑하는 조그마한 것들, 그들은 무게가 있을까? 수도 없는 초록의 방언들. 특히나 목재 가옥의 붉은 벽들. 풍뎅이들이 햇빛 속, 거름 속을 번쩍이고 있었다. 뿌리째 뽑힌 지하실들이 공중을 항해하였다. 움직이는 공장들. 인쇄소가 기어왔다. 그 순간 사람들만이 동작 없는 유일한 물체였다. 사람들은 침묵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교회묘지에 잠든 자들이 카메라의 유년 시절에 촬영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 처럼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저공비행! 나는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말(馬)의 시야처럼 시야가 갈라졌다.   서곡(序曲)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진눈깨비 속에서 옆으로 질질 발을 끌며 다가오는 그 무엇에 나는 멈칫한다. 다가올 일의 단편. 허물어지는 벽. 눈 없는 그 무엇. 단단한. 이빨의 얼굴! 홀로인 벽. 아니면 집인가, 내가 볼 수 없어도? 미래. 일군(一群)의 빈집들. 눈을 맞으며 앞으로 길을 더듬어 나가는.   2 두 가지 진실이 서로 접근한다. 하나는 내부에서 하나는 외부에서. 두 진실이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볼 기회를 갖는다.   일어날 일을 아는 사람이 격렬하게 외친다. '멈춰! 내 자신을 알 필요만 없다면, 무슨 일이라도!'   물가에 정박하고 싶은 배가 있다. 바로 여기서 정박을 시도한다. 앞으로도 수천 번 시도하리라.   숲의 어둠으로부터 길다란 갈고리 장대가 나타난다. 열린 창을 밀고 들어와, 춤으로 몸 덥히는 파티 손님들 사이에 섞인다.   3 내 삶의 대부분을 살아온 아파트가 철거되려 한다. 벌써 많은 것이 비었다. 닻이 풀렸다. 계속되는 슬픔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는 도시 전체에서 가장 밝은 아파트다. 진실은 가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 삶은 큰 원을 한 바퀴 그리고, 막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날아가 버린 방. 이곳에서 내가 살 비 비며 살아온 물건들이 이집트 그림들처럼, 묘지 내실(內室)의 장면들처럼, 벽 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빛이 너무 강하여 그림이 점점 흐릿해진다. 창 들이 훨씬 커졌다. 빈 아파트는 하늘을 향한 커다란 망원경. 퀘이커 교도들의 예배 때처럼 사방이 조용하다. 들리는 것은 오직 뒤뜰에서 비둘기들이 구구대는 소리뿐.   이름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차를 모는 동안 졸음이 와서 길옆의 나무 아래로 밀고 들어갔다. 뒷자석으로 굴러들어가 잠들었다. 얼마 동안? 몇 시간 동안 어 둠이 와 있었다.   나는 갑자기 잠이 깨었고, 내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의 식이 충분히 돌아왔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어디에 있지? 내가 누구지? 나는 막 뒷좌석에서 잠깨어 마대자루 속의 고양 이처럼 공포에 질려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그 무엇! 내가 누구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의 삶이 내게로 돌아온다. 나의 이름이 천 사처럼 돌아온다. 성벽 바깥에는 레오노라 전주곡처럼 트럽펫 소 리가 들리고, 나를 구출해줄 발걸음들이 긴 계단 아래로 신속히 다 가온다. 내가 오고 있어! 내가!   하지만 자동차들이 불을 켜고 미끄러져 지나가는 간선 고속도로에 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무(無)의 지옥 속의 15초 전투를 잊을 수 없다.   똑바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순간적 집중으로 닭을 잡는 데 성공했다. 손에 들고 서 있었다. 기묘하게도 닭은 살아 있는 느낌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뻣뻣하고 메마른 느낌이 흡사 1912년의 진실을 외쳐댄 흰 깃털장식의 낡은 여성모자 같았다. 천둥이 허 공에 걸려 있었고, 울타리 널빤지에서 냄새가 피어올랐다. 사람을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낡아버린 사진첩을 열 때처럼.   닭을 들고 닭장 속으로 다시 데려가 놓아주었다. 갑자기 닭이 생기를 되찾 았다. 자기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규칙에 따라 쫓아다녔다. 닭장 은 금기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주변은 사랑과 끈기로 가득하다. 온통 초록 잎새들로 뒤덮이다시피 한 나지막한 돌담. 황혼이 내릴 때면 담을 만든 손의 백 년 된 온기로 돌들은 희미한 빛을 발한다.   겨울은 힘들었지만 이제 여름이 오고, 땅은 우리가 똑바로 걷기를 원한다. 마치 작은 보트 안에 서 있을 때처럼 자유롭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아프리카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샤리 강변에 수많은 보트들이 있고, 우호적인 분위가 있고, 거의 암청색 피부의 사람들이 있다. 양 뺨에 세 개씩 평행선 상처를 새겨 사라족임을 나타낸다. 나는 환영받으며 보트에 오른다. 숲의 검은 목재로 만든 카누는,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도 못 믿을 정도로 흔들린다. 균형 잡기 동작, 만일 심장이 왼쪽에 있다면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여야 하고, 호주머니엔 아무것도 없어야 하고, 팔 동작도 크지 않아야 하고, 모든 수사(修辭)도 재쳐두어야 한다. 바로 이것, 이곳에선 수사 있을 수 없다. 카누가 물위로 미끄러져 나간다.   변경(邊境) 너머 친구들에게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편지가 너무 빈약하였네. 하지만 내가 쓸 수 없었던 것들은 부풀고 부풀어올라 마침내 구식 비행선이 되어 밤하늘로 날아가 버렸네   2 편지는 지금 검열관에게 있다네. 그가 램프를 켜자 불빛 속에서 나의 말들이 창살 속의 원숭이처럼 튀어오르고, 창살을 흔들고, 멈추어서는, 이빨을 드러낸다네.   3 행간을 읽게나. 우리는 이백 년 뒤에 만날 걸세. 그때는 호텔 벽의 마이크로폰이 잊혀지고 마침내 잠들 수 있겠지. 삼엽충 되어.   1966년의 눈 녹음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곤두박이로 곤두박이로 흘러내리는 물길, 포효소리, 오래된 최면술. 강물이 자동차 공동묘지를 늪으로 만들고, 가면 뒤에서 번쩍인다. 나는 다리 난간을 꽉 움켜잡는다. 다리, 죽음 지나 항해하는 거대한 강철 새.   시월의 스케치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예인선이 점점이 녹슬어 있다. 이토록 먼 내지(內地)에서 무엇을 하는 걸까? 이것은 추위 속에 소등(消燈)된 육중한 램프. 하지만 나무들은 야성의 색깔을 띠고 있다. 반대편 기슭으로 보내는 신호. 마치 불려오고 싶은 사람이 있기라도 한 듯.   집으로 오는 길에 잔디밭을 뚫고 고개 쳐드는 버섯들을 본다. 이것은 누군가의 손가락. 오랫동안 땅 속 어둠 속에서 홀로 흐느낀 자의 구조 요청. 우리는 땅의 손가락들.   더 깊은 곳으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도시로 들어가는 간선도로, 해가 낮게 걸려 있다. 차들이 몰려들어 기어가기 시작한다. 이것은 느릿느릿 꿈틀대는 한 마리 번쩍이는 용. 나는 용비늘 중의 하나, 돌연 붉은 해가 바람막이 창을 불태우며 쏟아져 들어온다. 내가 투명해진다. 내 속의 글이 보인다. 투명 잉크로 쓰여진 말들, 종이를 불태우면 형체가 나타나리라! 멀리 가야겠다. 도시를 곧장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그리고 때가 되면 차를 내려 숲 속 멀리까지 걸으리라. 오소리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면, 어둠이 내리고 앞이 보이지 않고, 저 안쪽 이끼 위에는 돌들이 놓여 있고, 그 중에 하나는 보석! 그 돌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어둠을 빛나게 할 수 있다. 그 돌은 나라 전체를 위한 스위치. 모든 것이 그 돌에 달려 있다. 들여다봐, 만져 봐.   보초근무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나는 철기시대 고관대작의 송장처럼 바깥의 돌무덤 속 근무를 명(名)받는다. 다른 사람들은 수레바퀴 살처럼 뻗어 텐트 속에 잠들어 있다.   텐트 속은 난로가 대장(隊長), 난로는 불의 탄환을 삼키고 쉭쉭거리는 커다란 뱀. 하지만 이곳 바깥, 새벽을 기다리는 차가운 돌들 사이의 봄밤은 조용하다.   바깥 추위 속에서 나는 마법사처럼 날기 시작한다. 곧장 하얀 비키니 자국이 있는 그녀의 몸으로 날아간다. 우리는 바깥에서 함께 태양을 받고 있었고, 이끼가 따뜻하였다.   나는 따뜻한 순간들 위를 날아다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호각 소리가 나를 공간 이동시킨다. 돌들 속을 기어, 지금 이곳으로 돌아온다.   임무, 지금 있는 곳에 있기. 이 같은 엄숙한 황당한 역할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창조가 제 작업을 수행해 나가는 공간이다.   새벽이 오고, 성긴 나무줄기들이 색깔을 띠기 시작하고, 서리한테 물린 봄꽃들이 어둠 속에 사라진 누군가를 찾아 소리없는 수색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에 있기. 그리고 기다리기. 나는 초조하고, 고집에 차 있고, 혼란스럽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이미 여기에! 나는 그들이 바로 바깥에 와 있음을 느낀다.   문밖에 중얼거리는 무리들. 그들은 하나씩만 통과할 수 있다. 그들이 들어오기를 원한다. 왜? 하나씩 들어오고 있다. 나는 십자형 회전문.   땅을 뚫고 바라보기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흰 태양이 스모그에 젖는다. 햇빛이 뚝뚝 떨어지고, 아래쪽으로 길을 더듬어   깊숙한 내 눈에 닿는다. 도시 아래 깊은 곳에 내려가 위를 쳐다보는,   밑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눈. 길거리들, 건물 기초들, 이것은 흡사 전시(戰時)의 도시를 찍은 항공사진,   거꾸로 찍은, 말하자면 두더지 사진. 흑백의 말없는 사각형들.   그곳에서 결정이 내려진다. 죽은 자의 뼈와 산 자의 뼈를 분간할 수 없다.   햇빛의 볼륨이 높여지고, 항공기 선실 속으로, 낚싯배 속으로 범람해 들어간다.   1972년 십이월 저녁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여기 내가 왔다. 어쩌면 '대 기억'에게 고용되어 바로 지금을 살게 된 투명인간, 나는 차를 몰고   자물쇠 채워진 흰 교회를 지난다. 안쪽에는 나무로 만든 성자(聖者)가 마치 안경이라도 빼앗긴 듯 속절없이 웃고 있다.   성자는 홀로이다. 나머지 모든 것은 지금, 지금, 지금이다. 만유인력 법칙이 우리를 압박한다. 낮이면 일의 반대편으로, 밤이면 침대의 반대편으로 전쟁이다.   늦은 오월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사과나무 벚나무 꽃피어 마을이 날아오른다. 하얀 구명의(求命依) 같은 아름답고 지저분한 오월 밤, 나의 생각들이 바깥을 떠돈다. 고요하고 완강하게 날갯짓하는 풀잎들 잡초들. 편지함이 침착하게 반짝인다. 쓰여진 것은 되돌릴 수 없다.   부드럽고 서늘한 바람이 셔츠 속으로 들어와 가슴을 더듬는다. 사과나무 벚나무, 그들은 말없이 솔로몬을 비웃는다. 그들은 나의 터널 속에서 꽃핀다. 나는 그들이 필요하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엘레지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첫 번째 문을 연다. 햇빛 비치는 커다란 방. 육중한 차가 길거리를 지나면서 도자기를 떨게 한다.   이호실 문을 연다. 친구들, 어둠을 마셔 눈에 보이는 친구들!   삼호실 문. 비좁은 호텔방. 뒷골목이 보인다. 아스팔트 위를 밝히는 가로등 하나. 경험, 그 아름다운 찌꺼기.     건널목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그토록 오래 나를 따라왔던 길거리. 그린란드의 여름에 눈 웅덩이에서 빛나는 길거리를 건널 때, 얼음바람이 내 눈을 치고 두세 개의 태양이 눈물의 만화경(萬華鏡) 속에 춤춘다.   내 주변으로 길거리의 온 힘이 몰려든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힘. 차량들 아래 땅 속 깊은 곳,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숲이 조용히 천 년을 기다린다.   거리가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의 시력은 너무 빈약하여 태양도 검은 공간의 회색 공일 뿐. 그러나 일순 내가 빛난다! 거리가 나를 본다.   늦가을 밤의 소설, 그 시작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배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 무언가가 내내 강박관념처럼 덜거덕거린다. 스포트라이트가 켜진다. 우리는 선착장에 다가선다. 여기서 내릴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트랩 드릴까요?' 됐습니다. 나는 기우뚱 큰 걸음을 곧장 밤 속으로 내딛는다. 선착장 위에, 섬 위에 올라와 있다. 뭔가 축축하고 주체할 수 없는 느낌이 든다. 나는 고치에서 막 기어나온 한 마리 나비. 손에 든 플라스틱 옷가방은 아직 덜 생긴 날개. 몸을 돌려 창에 불을 환하게 켜고 돌아가는 배를 지켜본다. 어둠 속에 길을 더듬어 내가 너무나 잘 아는 집을 향한다. 오랫동안 비워둔 집. 이 부근에는 지금 집들이 모두 비어 있다---. 이곳에서 잠자는 일은 아름다운 일. 나는 등을 대고 드러눕는다. 잠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불확실하다. 방금 읽은 몇 권의 책이 버뮤다 삼각해역을 향하는 낡은 범선처럼 항해한다. 그곳에 이르면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 어떤 소리가 들린다. 속이 빈, 멍한 북소리, 바람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어떤 물체를 땅이 움켜잡고 있는 다른 물체에 갖다 부딪친다. 만일 밤이 단순히 빛의 부재가 아니라면, 만일 밤이 진실로 그 무엇이라면, 바로 이소리이리라. 청진기를 통해 들려오는 느린 심장 고동소리. 고동치고, 일순 멎고, 되돌아 온다. 마치 그 존재가 지그재그를 그리며 경계를 넘어가는 듯. 어쩌면 저기에 누군가가 있는지 모른다. 벽 속에서, 자꾸 두드리는, 딴 세상에 속하는, 어떤 사정으로 이곳에 남겨진, 벽을 두드려, 돌아가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은 너무 늦어 여기 내려올 수도, 저기 올라갈 수도, 때맞추어 배를 탈 수도 없었다----. 딴 세상은 또한 이 세상이기도 하다. 다음날 아침, 황금 잎사귀 갈색 잎사귀를 닫고 있는 녹슨 것 같은 나뭇가지가 보인다. 하늘을 향한 일군의 뿌리들. 얼굴 가진 돌들. 숲은 배가 떠날 때에 남겨 두고 간 내가 사랑하는 괴물들로 가득하다.   검은 산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다음 모퉁이에서 버스가 차가운 산그늘을 벗어나, 코를 태양에 갖다대고 소리치며 위로 기어올랐다. 우리는 짐 꾸러미 신세였다. 독재자의 흉상도 거기에 있었다. 신문지에 싸여, 병 하나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죽음, 출생의 표지인 죽음이 우리 모두들 위에서 자라고 있었다. 어떤 사람 위에서는 빠르게 어떤 사람 위에서는 느리게. 산턱 높이 푸른 바다가 하늘에 걸려 있었다.   슈베르트 연구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저녁 어둠 속 뉴욕을 벗어나 팔백 만이 살아가는 집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한 조망 지점.  저 거대한 도시는 희미하게 빛나는 하나의 긴 부유물, 옆구리에 서 바라본 나선형 은하수.  은하수 속에서는 커피 잔들이 카운터 위를 오가고, 숍 윈도우들이 회오리바람처럼 흔적 남김 없이 지나가는 구두들에게 구걸한다.  화재 탈출계단이 솟아오르고, 엘리베이터 문이 미끄러져 닫히고, 삼겹 자물쇠 채운 문 뒤에서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끓어오른다.  돌진하는 카타콤*, 지하철 전동차 속에서 구부린 몸들이 꾸벅거린다.  통계가 없어도 나는 또한 알고 있다, 바로 이 순간 저쪽 어떤 방에 서는 슈베르트가 연주되고 있음을, 또한 어떤 사람에게는 슈베르트 선율 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한 실재(實在)임을.   2  인간 두뇌의 광막한 평원이 접고 또 접혀 주먹 크기만하게 되었다.  사월이면 제비가 지난해의 둥지로 돌아와 바로 이 교구 바로 이 헛 간의 처마 밑을 찾아든다.  제비는 트란스트발을 출발하여 적도를 지나고, 육 주간 두 대륙 상공을 날고, 계속 항해하여 거대한 땅덩어리 끝에서 사라져 가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향한다.  그리고 그 남자, 전 생애의 부호들을 한데 끌어모아 다섯 현악기를 위 한 꽤나 흔한 몇몇 음표로 압축시킨 사람,  바늘 귀 속으로 강을 흐르게 한 그 사람은  비엔나 출신의 몸매 풍성한 젊은 양반이었고, 친구들한테 '작은 버섯'이 라 불렸고, 안경 낀 채 잠들었고, 아침이면 정확히 제 시간에 높다란 작업대 앞에 섰다.  그렇게 했을 때, 경이의 지네들이 종이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3  현악 오중주가 연주되고 있다. 나는 탄력 있는 땅을 딛고 따뜻한 숲을 통해 집으로 걷는다.  태아처럼 웅크리고, 잠에 빠져, 중량없이 미래로 굴러 들어가, 불현듯 식물들도 생각이 있음을 깨닫는다.   4  그토록 많은 것들을 믿어야 한다. 땅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단지 나날의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마을 위쪽 산비탈에 달라붙은 쌓인 눈을 믿어야 한다.  침묵의 약속들과 이해의 미소를 믿어야 하고, 사고 전보가 우리를 향한 것이 아님을 믿어야 하고, 안으로부터 돌연한 도끼의 타격이 오지 않을 것임을 믿어야 한다.  고속도로 위 삼백 배로 확대된 강철 벌떼 속에서 우리를 데리고 달리는 차축을 믿어야 한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것도 진실로 우리의 믿음에 값하는 것은 없다.  우리가 다른 무엇을 믿을 수 있다고 다섯 현악기들이 말한다. 그 리고 무엇으로 가는 길을 얼마간 우리와 동행한다.  마치 계단에 불이 나갔을 때. 어둠 속의 길을 찾아나가는 눈먼 난간을 우리의 손이 믿고 따르듯,   5  우리는 피아노로 몰려들어 네 개의 손으로 F 단조를 연주한다. 한 마차 속의 두 마부처럼 약간은 우스꽝스럽다.  손들이 음(音)의 추를 앞뒤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행(幸) 불행(不幸)의 무게가 정확히 똑같아서  무서운 균형을 이루고 있는 큰 저울에 작은 변화를 주려고 우리가 납 의 추를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애니가 말했다. '이 음악은 너무나 영웅적이예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행동의 인간들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들, 살인자가 되지 못해 스스로를 경멸하는 사람들.  또 사람을 사고 파는 사람들, 그리고 어떤 사람이라도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그들은 여기에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들의 음악이 아닌 것이다. 그 모든 변주 속에서도 때로는 반짝이며 부드럽고 때로는 거칠고 힘찬, 저 긴 멜로디의 선, 달팽이의 흔적과 강철 철사의 모든 변주 속에서도 끝내 자기 자신으로 남는 멜로디.  완고한 멜로디가 바로 이 순간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한다.  위로 솟아 오른다.  심연 속으로.   *카타곰(catacomb): 초기 기독교시대의 비밀 지하묘지.   집으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전화 호출 소리가 밤중에 달려나갔다. 들판 이곳저곳 도시들의 근교에서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 후 호텔 방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는 마치 고동치는 심장으로 숲 속을 달리는 크로스컨트리 경기자 가 손에 든 나침반의 바늘 같았다.   긴 가뭄이 끝나고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여름 저녁이 회색이다. 하늘에서 비가 살금살금 내려와 소리없이 착륙한다. 잠든 누군가를 놀래키려는 듯.   물 반지들이 만(灣)의 수면을 수놓으며 헤엄치고, 만의 수면은 지금 이 순간 유일한 표면. 나머지는 모두 높이와 깊이, 솟아오르고 가라앉는다.   두 개의 소나무 둥치가 하늘로 치솟아, 길다란 속이 빈 신호드럼이 된다. 도시들과 태양은 흔적도 없다. 키 큰 풀 속에는 천둥이 들어 있다.   신기루 섬에다 전화를 걸 수 있다. 회색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천둥에게 철광석은 꿀, 우리는 자신의 암호에 따라 살 수 있다.   숲 속의 집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그곳으로 가는 길에 놀란 날개들이 두어 번 퍼드덕거렸고, 그것이 전부였다. 그곳은 혼자 가는 곳이다. 그곳에 있는 키 큰 빌딩은 완 전히 균열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 빌딩은 언제나 기우뚱거리지 만 붕괴 능력이 전혀 없다. 천 개로 변한 태양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온다. 이 햇빛 놀이에서는 전도된 만유인력의 법칙이 지배한 다. 집이 하늘에 닿은 채 떠 있고, 떨어지는 것은 무엇이나 위로 떨어진다. 이곳에선 빙그르르 돌 수 있다. 이곳에선 울 수도 있다. 이곳에선 우리가 보통 보따리 싸서 꽁꽁 묶어두는 오래된 진실들을 볼 수도 있다. 저 아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내 역할들도 날아 올라, 머나먼 멜라네시아의 작은 섬 어떤 납골당 속의 바싹 마 른 두개골처럼 내걸린다. 어린애 같은 햇빛이 무시무시한 트로피를 감싼다. 숲은, 그렇게 온화하다.   오르간 독주회의 짧은 휴지(休止)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오르간 연주가 멈추고 교회 속은 죽음 같은 정적, 그러나 그건 잠시뿐, 덜컹거리는 희미한 소리가 더 큰 오르간, 바깥쪽 차량들로부터 뚫고 들어온다.   우리는 차량의 중얼거림에 둘러싸여 있고, 그 소리는 교회 벽을 따라 흐른다. 바깥세상이 그곳에서 투명한 필름처럼, '매우 약하게'되려 애쓰는 그림자들과 더불어 미끄러진다.   거리 소음의 일부인 양, 고요 속에 고동치는 내 맥박소리를 듣는다. 나와 함께 걸어다니는, 내 속에 숨은 작은 폭포, 내 피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다.   내 피만큼 가까이, 네 살 때의 기억처럼 아득하게, 트레일러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소리를, 지나가며 육백 년 된 교회 벽이 떨리게 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건 어머니의 무릎보다 못할 게 없지만, 그래도 이 순간 나는 아이가 되고, 어른들 이야기 소리를 멀리서 듣고, 승자와 패자의 뒤섞인 목소리를 듣는다.   푸른색 벤취 위엔 드문드문 신자들이 앉아 있고, 교회 기둥들이 이상한 나무들처럼 솟아 있다. 뿌리도 없고 꼭대기도 없이, 다만 흔한 바닥과 흔한 지붕뿐.   하나의 꿈을 다시 산다. 교회묘지에 내가 홀로 서 있다. 사방엔 시야가 닿는 데까지 히스가 타오르고 있다. 지금 누굴 기다리는 거지? 친구, 왜 오지 않는 거지? 벌써 와 있어.   서서히 죽음이 밑으로부터, 땅으로부터 빛을 피워 올린다. 히스가 빛난다. 점점 더 강한 자줏빛으로, 아니,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어떤 색깔로---- 이윽고 아침의 창백한 빛이 흐느끼며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고   나는 깨어난다. 흔들리는 세상 속으로 나를 데려가는 저 흔들림 없는 '어쩌면'의 세계로. 추상적인 세계 그림은 어느 것이든 폭풍의 청사진만큼이나 불가능하다.   집에는 만물박사 '백과사전', 일 야드의 서가(書架)가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책 읽기를 배웠다. 그러나 우리들은 저마다 자신의 백과사전을 쓰고, 백과사전은 각자의 영혼에서 자라나오고, 백과사전은 태어날 때부터 쓰여지고, 수천수만 장의 페이지들이 서로를 압박하며 서게 된다. 그래도 그 사이엔 공기가! 숲 속의 떨리는 잎새들처럼 모순의 서(書).   거기에 있는 것은 매 시간 변하고, 그림들은 자신을 다시 만지고, 말들은 깜빡거린다. 한 파도가 전(全) 텍스트를 덮치고, 다음 파도가 뒤따르고, 또 다음---.   답장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책상 맨 밑바닥 서랍에서 26년 전에 처음 도착한 편지를 만난다. 겁에 질린 편지, 편지는 두 번째 도착한 지금도 여전히 숨쉬고 있다.    집에 다섯 개의 창이 있다 창을 통하여 낮이 청명하고 고요하게 빛 난다. 다섯 번째 창은 검은 하늘, 천둥 그리고 구름을 마주하고 있다, 나는 다섯번 째 창에 선다. 편지.    때로는 화요일 수요일 사이에 심연이 열리기도 하지만, 26년은 한순 간에 지나갈 수도 있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더 미로 같은 것이어서, 만일 적절한 곳에서 벽에 바짝 붙어선다면 서두르는 발걸음 소리들을 들을 수 있고,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고, 저 반대편에서 자기 자신이 걸어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편지에 답장을 보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래 전 일이었다. 헤 아릴 수 없는 바다의 문지방들이 이동을 계속했다. 팔월 젖은 풀 속의 두 꺼비처럼 심장이 순간순간 고동치기를 계속했다.    답장 보내지 않은 편지들이 나쁜 날씨를 약속하는 솜털 구름처럼 쌓여 간다. 편지들이 햇빛의 광택을 잃게 한다. 어느 날 답장을 보내리라. 어느 날 내가 죽어 마침내 집중할 수 있을 때 혹은 적어도 나 자신을 다 시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대도시의 125번 가에 갓 도착하여, 바람 속에 춤추는 쓰레기들의 거리를 내가 다시 걸 을 때, 가던 길을 벗어나 군중 속으로 사라지기를 사랑하는 나, 끝없는 텍스트 대중 속의 하나의 대문자 T.   후주곡(後奏曲)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움켜잡는 갈고리처럼 세상의 바닥을 질질 끌며 걷는다. 내게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이 걸린다. 피로한 분개, 타오르는 체념. 사형집행관들이 돌을 준비하고, 신이 모래 속에 글을 쓴다.   조용한 방. 달빛 속에 가구들이 날아갈 듯 서 있다. 천천히 나 자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텅 빈 갑옷의 숲을 통하여.   꿈 세미나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땅 위의 40억 모두가 잠자고, 모두가 꿈꾼다. 얼굴들이 떼 지어, 몸들이 떼 지어, 꿈속에 나타난다. 꿈속의 사람들은 현실 속의 우리보다 수가 더 많다. 하지만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극장에서 졸 수가 있고, 극중에 눈거풀이 처질 수 있다. 일순간 이중노출이 오고, 눈앞의 무대는 꿈의 조종을 받아 마침내 제압당하고, 그러면 무대는 더 이상 없고, 오직 우리 자신뿐. 정직한 심연 속의 극장! 과도한 연출가의 신비! 새 연극 끊임없이 기억하기.   한 침실, 밤 어두워진 하늘이 방으로 흘러든다. 누군가 읽다 잠든 책이 아직도 열린 채 부상 입은 몸으로 침대 모서리에 큰 대자로 뻗어 있다. 잠자는 눈은 움직이고 있고, 또 다른 책 속의 문자 없는 텍스트를 따라가고 있다. 환히 밝혀진, 구식의 날쌘 텍스트. 눈꺼풀의 수도원 담장 속에서 쓰여지는 현란한 즉흥극.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의, 유일무이 본(本). 아침이면 말소(抹消). 거대한 낭비의 신비! 절멸(絶滅)! 의심 많은 제복들이 관광객을 세워 카메라를 열고, 필름을 풀고, 햇빛이 그림들을 죽게 할 때처럼. 그렇게 꿈들은 낮의 빛으로 검어진다. 절멸인가.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인가? 한 번도 끊어지는 적이 없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꿈꾸기가 있다. 빛은 남의 눈에게나 줘버리는 곳. 기어가는 생각들이 걸음마를 배우는 곳. 얼굴들과 형상들이 재편성되는 곳. 환한 대낮에 우리가 사람들 속에 섞여 어떤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동일한 수의, 어쩌면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곳 길거리 양편 어두운 건물들 속 높은 곳에 들어 있는 것이다. 때로 그 사람들 중 하나가 창가로 와서 우리를 내려다본다.   명종곡(鳴鐘曲)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손님이 자신의 누추한 호텔에 묵기를 원하므로, 주인 여자는 손 님을 멸시한다.  나는 한 층 올라가 구석방에 자리잡는다. 형편없는 침대. 천장에 매달린 백열전구,  수십만 진드기들이 행진하고 있는 무거운 커튼.    바깥은 보행자 전용거리.  느릿느릿한 관광객들, 서두르는 학교 아이들, 덜거덕거리는 자 전거를 타고 가는 작업복의 사내들.  자기가 지구를 돌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지구의 손아귀에 사 로잡혀 자기도 속절없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들 모두가 걷는 거리, 그것은 어디에서 나타나는가?    방의 유일한 창은 다른 무언가에 면해 있다. '야성의 장터,'  들끓는 땅, 널찍한 떨리는 지표, 때때로 붐비고 때때로 버림받 은 곳.    내가 속에 데리고 다니는 것들이 저곳에서는 물질로 화한다. 온 갖 공포들, 온갖 기대들,  생각도 할 수 없는 모든 것들, 그럼에도 언젠가 일어날 모든 것들.    나의 해변들은 나지막하다. 만일 죽음이 6인치 올라온다면 나는 범람하리라.  나는 막시밀리안**이다. 때는 1488년, 적들이 우유부단한 탓에  나는 이곳 부뤼헤***에 유폐되어 있다.  적들은 사악한 이상주의자들, 그들이 공포의 뒤뜰에서 행한 일 을 나는 묘사할 수 없다. 나는 피를 잉크로 바꿀 수 없다.    나는 또한 덜거덕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길거리를 내려가는 작업 복의 사내이기도 하다.    나는 또한 아까 본 그 사람, 그 관광객이기도 하다. 가다가 멈추 고 가다가 멈추면서,  관광객은 시선을 달에 탄 창백한 얼굴들 위로, 옛 그림들의 파도 치는 휘장들 위로 배회하게 한다.    내가 갈 곳을 결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자신은 더더욱 아니다. 매번 발걸음이 있어야 할 곳에 있긴 하지만.  모두가 죽었기에 아무도 상처받을 수 없는 화석 전쟁터 속을 돌 아다니기!  먼지 뒤집어쓴 초목들, 총안(銃眼)이 있는 성벽들, 돌처럼 굳은 눈물들이 발꿈치 아래 우지끈 부서지는 정원 통로들----.    뜻밖에, 마치 덫의 철사줄을 밟기라도 한 듯, 종 울림이 익명의 탑에서 시작된다.  명종곡! 솔기를 따라 지루가 터지고, 종소리가 플랑드르 지방을 가로질러 굴러나간다.  명종곡! 꽝꽝거리는 쇳소리, 찬송가인 동시에 유행가, 떨면서 공 중에 새겨지는!    떨리는 손의 의사가 아무도 해독할 수 없는 처방전을 작성하지 만, 쓰여진 것은 알아볼 수 있으리라----.    초원과 집들 위로, 수확과 매매(賣買) 위로,  산 자들과 죽은 자들 위로 명종곡이 울린다.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 구분이 안 된다!  종들이 이윽고 우리를 날개에 실어 집으로 데려다 준다.    종소리가 멈추었다.    나는 다시 호텔 방에 돌아와 있다. 침대, 불빛, 그리고 커튼, 이상 한 소리가 들린다. 지하실이 몸을 끌고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팔을 뻗고 침대에 눕는다.  나는 하나의 닻, 저 밑으로 내려가 위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안정시켜 주는, 나를 일부로 포괄하면서  분명 나보다 더 중요한 위대한 미지(未知)를 안정시켜 주는.    바깥은 보도, 길거리, 내 발걸음들이 죽어가는 곳, 또한 쓰여지 는 것이 죽어가는 곳, 침묵에 붙이는 나의 서문과 안팎 뒤집힌 나 의 찬송가가 죽어가는 곳.   *명종곡: Carillon. 교회의 탑에 한 벌의 종을 매달아 연주하는 곡. **막시밀리안(Maximilian 1459~1519):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를 지낸 막시밀리안 1세 ***브뤼헤(Brugge): 벨기헤 북서부의 도시.   자장가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나는 하나의 미라, 숲의 푸르른 관 속에서, 엔진들과 고무와 아 스팔트의 부단한 소음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낮 동안 일어난 일들이 가라앉고, 숙제가 삶보다 무겁다.    외바퀴 손수레는 단일한 바퀴를 타고 앞으로 굴렀고, 나 자신은 회전하는 정신을 타고 걸어왔다. 하지만 지금 내 생각들은 회전을 멈추었고 손수레는 날개를 달았다.    긴 마침내, 우주공간이 어두울 때 비행기가 오리라. 승객들은 아 래쪽 도시들이 고트족의 황금처럼 번쩍이는 것을 보리라.   유럽 깊은 곳에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나, 두 개의 수문 사이에 떠 있는 어두운 선체는  주변의 도시가 깨어나는 동안 호텔 침대에서 쉰다.  침묵의 소란과 회색의 빛이 흘러들고,  천천히 나를 일으켜 다음 단계를 맞게 한다. 아침이다.    수평선을 엿듣고, 죽은 자들이 뭔가를 말하려 한다.  죽은 자들은 담배를 피우나 식사를 하지 않고, 숨을 쉬지 않으나 음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중 하나처럼 나도 서둘러 길을 가고 있으리라.  달처럼 무거운 검게 변한 대성당이 밀물과 썰물을 일으킨다.   상하이 거리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공원의 많은 나비를 사람들이 읽고 있다.  마치 팔랑이는 진실의 모퉁이라도 되는 듯, 나는 저 배추 흰나비 를 사랑한다.    새벽 군중들이 달리기로써 우리의 조용한 행성을 돌아가게 한다.  공원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사람들 각자에게는 모든 상황을 위 하여, 그리고 실수를 피하기 위하여, 옥처럼 반들반들하게 닦은 여덟 개의 얼굴들이 있다.    각자에게는 또한 '말하지 않는 그 무엇'을 반영하는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다.  피곤한 순간에 나타나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한 입의 에더 브랜 디처럼 맛이 쓴 그 무엇을 반영하는 얼굴.    연못 속의 잉어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잠자는 동안에도 헤엄치 는 잉어들. 잉어들은 언제나 활동 중이므로, 충실한 신자들의 귀감이다.     2  한낮이다. 빨래가 잿빛 해풍 속에 펄럭이고, 아래쪽으로는 자전거 탄 사람들이  빽빽이 떼를 지어 몰려온다. 좌우로 미로를 조심하시오!    해석할 수 없는 문자 기호들에 둘러싸인다. 나는 완전 문맹이다.  하지만 나는 지불할 걸 모두 지불했고, 영수증을 모두 가지고 있다.  나에게는 그토록 수많은 읽을 수 없는 영수증들이 쌓여 있다.  나는, 매달려 땅에 떨어질 줄 모르는 시든 잎사귀들을 달고 있는 한 그루의 고목.    한 줄기 바닷바람이 불어 영수증들을 바스락거리게 한다.     3  새벽에 군중들이 걷기로써 우리의 고요한 행성을 돌아가게 한다.  우리는 모두 이 거리에 승선하고 있다. 거리는 여객선의 갑판처 럼 빽빽하다.  어디로 가고 있지? 찻잔이 충분할까? 우리는 이 거리에 승선하게 된 걸 행운으로 여겨야 할 지경!  지금은 폐소 공포증에 태어나기 천 년 전!    이곳을 걷는 사람들 하나하나 뒤에는 십자가 하나씩 맴돌고 있다. 우 리들 뒤에서 우리를 따라잡고, 우리와 결합하고 싶어하는,  살금살금 뒤로 다가와 눈을 가리고 '누구게?'라고 속삭이고 싶어 하는.    우리는 바깥 햇빛 속에서 거의 행복해 보인다. 자기도 모르는 상처들로 우리가 치명적인 피를 흘리고 있는 동안.   작은 잎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소리없는 아우성이 벽 위에 안쪽으로 휘갈긴다. 꽃핀 과일나무들과 뻐꾸기 울음소리. 이것은 봄의 마취, 하지만 소리없는 아우성은 차고에서 뒤쪽으로 슬로건을 칠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보며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지하의 부끄럼 많은 승객들이 사용하는 잠망경처럼, 곧바로 본다. 이것은 순간들의 전쟁, 불타는 태양이 고통의 주차장, 병원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망치질 당해 사회 속에 박혀 있는 살아 있는 못들. 어느 날 모든 것에서 놓여나리라. 날개 밑에 죽음의 공기를 느끼며, 이곳에서보다 더 온화해지고 더 야성적이 되리라.   로마네스크 아치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거대한 로마네스크 교회의 반(半) 어둠 속에서, 관광객들이 서로를 밀쳤다.  둥근 천장이 둥근 천장 뒤에 입을 벌리고 있어, 완전히 볼 수 없었다.  몇 개의 촛불들이 깜빡거렸다.  얼굴 없는 한 천사가 나를 껴안고,  나의 온몸을 관통하여 속삭였다.  '인간 됨을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자랑으로 여기시라!  그대 내부에서 둥근 천장이 둥근 천장 위에 끝없이 열리나니,  그대는 한 번도 완전하지 못할 것이나, 그것이 그분의 뜻이나니'  눈물이 앞을 가려  나는 존즈 씨 부부, 다나카 씨 그리고 사바티니 여사와 함께  태양 들끓는 광장으로 밀려 나왔고,  그들 모두의 내부에서 둥근 천장이 등근 천장 뒤에 끝없이 열렸다.     경구(警句)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자본의 건물, 살인 벌의 꿀벌통, 소수를 위한 꿀. 그는 그곳에서 복무했다. 그러나 어두운 터널에서 날개를 펴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날았다. 그는 삶을 다시 살아야만 했다.   9세기 여자의 초상화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그녀의 목소리가 옷 속에서 질식당한다. 눈이 검투사를 따라간다. 다음은, 그녀 자신이 경기장에 섰다. 그녀는 자유로운가? 금박 입힌 틀이 그림을 교살한다.   중세의 모티프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우리들의 마법의 얼굴놀이 아래에는 불가피하게 두개골이, 표정 없는 얼굴이 기다린다. 한편 태양은 서두르지 않고 하늘을 굴러간다. 체스는 계속된다.   이발사 가위같이 자르는 소리가 잡목 숲에서 들린다. 태양은 서두르지 않고 하늘을 굴러간다. 체스게임이 무승부로 멈춘다. 무지개의 침묵 속에.   황금 장수말벌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도마뱀 저 말 없는 도마뱀이 현관 발판을 따라 흐른다. 아나콘다처럼 고요하고 위엄 있게, 다만 크기가 다를 뿐.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 있지만 해가 밀고 나온다. 이런 날이다.   오늘 아침 내 사랑하는 여자가 악령들을 쫓아버렸다. 마치 남쪽 어딘가에 있는 어두운 혓간의 문을 우리가 열었을 때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바퀴벌레들이 구석으로 돌진하고 벽 위로 올라가고 그리고 사라지듯이, 이때 우리는 바퀴벌레들을 보았고 또한 보지 않았는데, 그렇게 내 사랑하는 여자의 적나라한 모습이 마귀들을 달아나게 했다.   마귀들이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그들은 돌아오리라. 천 개의 손을 가지고, 신경(神經)의 구식 전화교환국 속에 있는 전화선들을 넘어서.   7월 5일이다. 루핀*들이 바다가 보고 싶은 듯 위로 뻗고 있다. 우리는 아무 문자도 따르지 않는 침묵 지키기의 교회, 경건의 교회 속에 있다. 마치 고위 성직자들의 저 용서없는 얼굴들과 돌에 잘못 새겨진 신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돈을 비축해놓은, 축자적(逐字的)으로 문자에 충실한 TV 설교가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 힘이 없었고 경호원의 부축이 필요했다. 경호원은 재갈처럼 딱딱한 미소를 짓는 잘 차려입은 청년이었다. 비명을 질식시키는 미소. 부모가 떠날 때 병상에 홀로 남은 아이의 비명.   신성(神性)이 인간을 스쳐가며 불꽃을 밝혀놓고, 그러고서는 물러난다. 왜? 불꽃이 그림자들을 끌어당기고, 그림자들이 바스락거리며 날아 들어 불꽃에 합류하고, 불꽃이 치솟으며 검어지고, 검은 질식의 연기가 뻗어나간다. 마침내 검은 연기뿐, 마침내 경건한 사형집행관뿐. 경건한 사형집행관이 장터와 군중들 위로 몸을 기울리고, 장터와 군중들은 사형집행관이 자신을 볼 수 있는 흐린 거울이 된다.   최대의 광신자는 최대의 불신자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광신자는, 하나는 백 퍼센트 눈에 보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둘 간의 계약이다. '백 퍼센트'라는 표현을 내가 얼마나 증오하는지.   정면에서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자들 멍한 마음이 결코 될 수 없는 자들 문을 잘못 열어 '정체 물명자'를 얼핏 보게 되는 일이 결코 없는 자들. 이들을 지나가라!   7월 5일이다.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 있지만 해가 밀고 나온다. 말 없는 도마뱀은 관료주의가 없는 듯하다. 황금 장수말벌은 우상숭배가 없는 듯하다. 루핀들은 '백 퍼센트'가 없는 듯하다.   페르세포네처럼 우리가 우리가 포로인 동시에 통치자인 그런 심연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자주 그곳 뻣뻣한 풀 속에 누워 땅이 내 위에 아치를, 둥근 천장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 자주, 그것이 내 삶의 절반이었다.   하지만 오늘 나의 응시가 나를 떠났다. 나의 눈 멂이 사라졌다. 검은 박쥐가 내 얼굴을 떠나 여름의 밝은 공간을 가위질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루핀(lupin); 콩과 루피너스 속의 식물   사월과 침묵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봄이 버림받아 누워 있다. 검보랏빛 도랑이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내 옆에서 기어간다.   유일하게 빛나는 것은 몇 송이 노란 꽃.   나는 검은 케이스 속의 바이올린처럼 내 그림자 속에 담겨 운반된다.   하고 싶은 유일한 말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반짝인다. 전당포 안의 은그릇처럼.   밤에 쓰는 책 한 페이지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어느 오월 밤, 서늘한 달빛 속 잿빛 풀과 꽃들이 초록 향기 풍기는 기슭에서 배를 내렸다.   색맹의 밤, 나는 비탈을 미끄러져 올랐고 하얀 돌들은 달에게 신호를 보냈다.   몇 분의 길이와 58년의 폭을 가진 시간의 한 부분.   내 뒤로은 납빛 반짝이는 물결 너머 다른 기슭이 있었고, 통치하는 자들이 있었다.   얼굴 대신 미래를 가진 자들.   1990년 칠월에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장례식이 있었고, 죽은 자가 내 생각들을 나보다 잘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르간이 침묵을 지키고 새들이 노래했다. 무덤이 바깥 햇빛 속에 놓였다. 친구의 음성은 순간들의 먼 저편에 속했다.   집으로 차를 몰고 올 때 여름날의 반짝임이, 비와 정적이 뚫어보고 있었다. 달이 뚫어보고 있었다.   뻐꾸기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뻐꾸기 한 마리가 집의 정북쪽 자작나무 속에서 뻐꾹뻐꾹 소리내고 있었다. 소리가 너무 힘차서, 처음엔 오페라 가수가 뻐꾸기를 성대 묘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놀라움 속에 새를 보았다. 소릴를 낼 때 마다 우물의 펌프 손잡이처럼 꼬리털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두 발로 깡총 뛰더니만, 몸을 돌려 나침반의 모든 눈금을 향해 소리 질렸다. 다음엔 땅을 박차고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집 위로 날아 올라, 멀리 서쪽으로 사라졌다---. 여름이 늙어가고 모든것이 단일한 우수의 한숨 으로 내려앉는다. 뻐꾸기는 열대로 돌아가리라. 스웨덴 시절은 끝난 거야. 뻐꾸기의 스웨덴 시절은 길지 않았어! 사실 뻐꾸기는 자이르의 시민이지---. 나는 이전만큼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즈 음은 여행이 나를 방문하지. 내가 점점 더 먼 구석으로 몰리고, 나이테 가 커지고, 독서 안경이 필요한 요즈음 우리가 운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언제나 일어나지. 놀랄 일은 아무것도 없어. 수지와 쿠 바가 아프리카를 온통 통과해 리빙스턴의 미라 시신을 충직하게 운반하 였듯, 이러한 생각들이 나를 운반해 가는 거야.   슬픈 곤돌라*/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두 늙은이, 장인과 사위 간인 리스트와 바그너가 대운하에 머물고 있다.  미다스 왕처럼 손대는 것은 무엇이나 바그너로 변형시켜버리는  남자와 결혼한 저 신경과민의 여자와 더불어.  바다의 초록 냉기가 궁전 바닥을 뚫고 밀고 올라온다.  바그너는 표가 난다, 그 유명한 펀치넬로** 옆모습이 이제 기울고,  얼굴은 백기(白旗)이다.  무겁게 짐 실은 곤돌라가 그들의 삶을 싣고 간다,  두 장의 왕복표와 한 장의 편도표.    2  궁전 창 하나가 덜컹 열리고, 갑작스런 외풍에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린다.  바깥 물위에는 쓰레기 곤돌라가 보이고, 두 명의 외팔 도적이 노를 젓고 있다.  리스트가 몇 개의 악보를 적었다. 너무 무거워서  파두아에 있는 광물학 연구소로 보내 분석해봐야 할 지경이다.  운석들!  지금 있는 자리에 머물기엔 너무 무거워, 악보들은 가라앉고 가라앉아  앞으로 다가올 해들을 통과하여 마침내 나치스당 시절에까지 이른다.  무겁게 짐 실은 곤돌라가 미래의 웅크리고 앉은 돌들을 싣고 간다.    3  1990년을 들여다보는 구멍.    3월 25일. 리투아니아에 대한 걱정.  큰 병원 하나를 방문한 꿈을 꾸었다.  직원이 없었다. 모두가 혼자였다.    같은 꿈속에서  한 여자 신생아가 완전한 문장으로 말을 했다.    4  자기 시대 사람인 사위에 비한다면, 리스트는 케케묵은 귀족이다.  그것은 하나의 위장.  이런저런 가면을 써보고 던져버리는 바다가 바로 이 가면을 그에게 골라주었다.  자기 얼굴을 보여줌 없이 인간사에 개입하기를 좋아하는 바다가    5  리스트 노부(老父)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옷가방 챙겨 들고 다니는 일에 익숙해서,  그가 죽음에 도착하는 날 역에 마중 나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리라.  잘 숙성된 술 한 모금의 미풍이 업무 중의 그를 밀고 나가게 한다.  그는 일거리로부터 자유로울 때가 없다.  연간 이천 통의 편지들!  학교에서 잘못 쓴 단어를 백 번 써야 집에 갈 수 있는 아이처럼.  무겁게 짐 실은 곤돌라가 삶을 싣고 간다. 단순하게 검은 곤돌라.    6  다시 1990년.    차를 몰고 그냥 백 마일을 달리는 꿈을 꾸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거대해졌다. 닭만한  참새들이 귀 먹을 정도로 크게 울어냈다.    식탁 위에다 피아노 건(鍵)들을  그리는 꿈을 꾸었다. 그것으로 소리없이 피아노를 쳤다.  이웃들이 들으러 왔다.    7  '파르지팔'*** 전곡(全曲) 연주가 끝날 때까지 들으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건반이 마침내 한 마디 할 기회를 허락받는다.  한숨 지으며--- 아주 슬프게---  오늘 밤 연주할 때 리스트는 바다 패달을 밟아서,  바다의 초록 힘이 바닥을 뚫고 올라와 건물의 석재 하나나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좋은 저녁 되시길, 아름다운 바다여!  무겁게 짐 실은 곤돌라가 삶을 싣고 간다, 단순하게 검은 곤돌라    8  학교 가려는 꿈을 꾸었는데. 도착해보니 지각이었다.  교실 안의 사람들이 모두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누가 선생님인지 알 수 없었다.     *슬픈 곤돌라: 1882년 말부터 1883년 초까지 리스트는 당시 베네치아 대운하의   벤드라민궁(Palazzo Bandramin)에 머물고 있던 딸과 사위 바그너를 방문하였다.   바그너는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슬픈 곤돌라'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리스트의 두개의 피아노 곡이   이 방문기간 동안에 작곡되었다.  **펀치넬로(Punchinello): 이탈리아 인형극에 나오는 땅딸막하고 괴상하게 생긴 사내  ***파르지팔(Psrsifal): 중세 유럽의 아서(Arthur)왕의 전설에서 성배를 찾아나선 기사 여기서는    1877년에서 1882년 사이에 작곡된 바그너의 악극.   세 개의 연(聯)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시간 밖에서 나는 관 뚜껑 위, 돌이 되어 행복한 기사와 귀부인.     2 티베리우스*의 옆 얼굴이 새겨진 동전을 예수가 들어 보였다. 사랑 없는 옆얼굴, 순환하는 권력.     3 물 듣는 검(劍)이 모든 기억들을 지운다. 땅 위에는 나팔과 검대(劍帶)들이 녹슬고 있다.     *티베리우스(Tiberius. B.C. 42~ A.D. 37) :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의붓아들로 로마 제 2대 황제.   어린이 됨을 좋아하라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어린이 됨을 좋아하라. 순간 갑작스런 모욕이 자루처럼 그대 머리 위로 쏟아진다. 망사 사이로 그대는 태양을 슬쩍 보고 벚나무들이 흥얼대는 소리를 듣는다.   어쩔 수 없는 일, 거대한 모욕이 그대 머리를 그대 몸통을 그대 무릎을 덮고, 간혹 움직일 수 있으나 그대는 봄을 기대할 수 없다.   희미한 양털 모자를 얼굴 위에 뒤집어쓰라. 바늘 뜸 사이로 세상을 보라. 해협에는 물 반지들이 소리없이 몰려들고, 초록 잎새들이 땅을 어둡게 한다.   두 도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물의 양쪽에 하나씩 도시가 서 있다. 하나는 완전 암흑, 적이 점령했다. 다른 도시에는 램프들이 불타고 있다. 불 켜진 기슭이 어두운 기슭에게 최면을 건다.   번쩍이는 어두운 물 위를 나는 황홀경 속에 유영한다. 둔중한 튜바 소리가 파고든다. 친구의 음성이다. 그대 무덤을 들고 걸으라.   하이쿠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송전선이 뻗어 있다 서리의 왕국, 모든 음악의 북쪽에       *   해가 낮게 걸려 있다 그림자가 거인이다 머잖아 모두 그림자       *   자줏빛 난초꽃들, 유조선이 미끄러져 지난다 달이 꽉 찼다        *   잎새들이 속삭인다 멧돼지 하나 오르간을 연주한다 종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   신의 현존. 새소리의 터널 속 자물쇠 채워진 봉인이 열린다         *   상수리나무와 달. 빛. 침묵의 성좌들. 그리고 차가운 바다   1860년의 섬 생활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어느 날 그녀가 방파제에 내려가 빨래를 하였다네 깊은 바다 한기가 팔 속으로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네   얼어붙은 눈물은 안경이 되고 섬의 풀들이 섬을 위로 들어올렸다네 저 아래 발트 해 깊은 바다 위에는 청어잡이 깃발이 떠 있었다네   2 천연두 벌떼들이 그에게 달려들어 얼굴 위에 주렁주렁 자리 잡았다네 그는 자리에 누워 천장을 쳐다본다네   침묵의 물결 위로 노젓는 일 가혹도 하지 이 순간의 얼룩이 영원으로 흘러가고 이 순간의 상처가 영원히 피 흘린다네   한겨울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푸른 광맥이 내 옷에서 뿜어져 나간다. 한겨울. 쨍그랑거리는 얼음 템버린. 눈을 감는다. 소리없는 세계가 있고 갈라진 틈이 있고, 죽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경계 넘어 밀수입된다.   십일월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지루할 때 교수형 집행관은 위험해진다. 불타는 하늘 위로 굴러간다.   두드리는 소리가 감방에서 감방으로 들리고 땅의 서리로부터 공간이 위로 흐른다.   몇 개의 돌들이 보름달처럼 빛난다.     독수리 바위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동물원 유리 뒤로 파충류들, 움직임이 없다.   한 여자가 정적 속에 빨래를 넌다. 죽음이 조용해진다. 땅의 깊은 곳에서 내 영혼이 미끄러진다 혜성처럼 소리없이     서명(署名)/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어두운 문턱을 넘어가야 한다. 홀이 하나. 하얀 서류가 빛난다. 여러 그림자들이 움직인다. 모두 서명을 원한다.   빛이 나를 덮쳐 사간을 접어 올릴 때까지.       이경수 번역 전재 끝
458    시인은 나비와 함께 해협을 건너갈줄 알아야... 댓글:  조회:3503  추천:0  2017-05-23
일본 명시 모음    개여뀌풀 / 니시와키 쥰사부로우     개여뀌풀이 피어났다 흙탕길에서 방황하는 새로운 신곡의 처음   *개여뀌풀이 피어 있는 흙탕길에서 방황하면서도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없다. 흙탕길은 일본 사회, 가련한 개여뀌풀 때문에 거기서 탈출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뇌는 더욱 심각해지게 마련이고, "신곡 의 처음"이라는 말과 같은 비유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니시와키 쥰사부로우(1894~?): 언어의 일상적인 의미와 그 조립을                                   배제함으로써 특이한 이미지를 구                                   성하는 시를 주장하였다.                                   "시와 시론"의 새로운 문학 운동을 전                                   개한 초현실주의 시인이다.                        시집: 등     비 / 니시와키 쥰사부로우     남쪽 바람에 부드러운 여신이 찾아왔다 청동을 적시고 분수를 적시고 제비 배와 황금의 머리카락을 적시고 물살을 안고 모래를 쓰다듬고 물고기를 마셨다 살짝 사원과 욕장과 극장을 적시고 이 백금의 현금(鉉琴)이 흩어진 것 같은 여신의 혀는 살짝 내 혀를 적셨다   * 처녀시집 에 수록되어 있다. 시집의 제목인 Amburvalia는 그리스어로 추수제(秋收祭)를 뜻한다.  저자는 일찌기 화가를 지망했던 일이 있는데 이 시에는 그 회화적 기질이 있 고, 옥스포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영문학자답게 이미지스트로서의 시풍을 형 성하고 있다. *작자의 말: "회화적이면서 이미지 그 자체를 단순히 보고 무엇인가를 느끼고 싶               은 시를 쓰고 싶다. 그러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시의 내용이다.               그 이미지는 우리를 신비적인 것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것을 시의               아름다움이라 하자, 시의 작품은 이미지로 끝난다"   별과 마른 풀 / 쓰보이 시게지   별과 마른 풀이 대화하였다 조용한 한밤중 내 주위에만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어쩐지 외로와서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려 할 때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마른 풀 속을 찾아보았지만 별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아침 눈을 뜨자 무거운 돌이 하나 마음 속에 떨어져 있었다 그로부터 날마다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돌은 언제 별이 되랴 돌은 언제 별이 되랴   * 제1행 "별이 마른 풀과 대화하였다"는 구절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이상(理想)으로서의 평화를 바라고 있는 작자 자신의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제3행 "내 주위에만 바람이 불고 있었다"는 작자의 전쟁 현실에 대한 위화감           과 저항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하여 작자는 자신은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전쟁의 공기에 대한 위화감을 위화감으로 의식하다는 것           은 소극적이기는 해도 전쟁에 대한 저항감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이며, 이것이           나의 전쟁 경험의 중요한 한 측면이었다"   제2연 끝의 "돌은 언제 별이 되랴"는 패배 속에 있으면서도 거기에서 계속하여 살           기 위한 이상과 희망을 발견하려 하는 작자의 삶의 자세의 신조를 토로한           것이며, 저항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쓰보이 시게지(1897~1975): 개인 잡지 을 간행하였고, 오카모토 쥰, 하기                                   와라 교오타로우 등과 시잡지 을 간행하였                                   다. 저항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시집: 등이 있다.   탄생일 / 안자이 후유에   나는 나비를 핀으로 벽에 꽂았습니다 - 더 움직이지 못한다 행복도 이와 같이.   식탁에는 리본을 맨 가축이 가축의 모양을. 병에는 물이 병의 모양을. 슈미즈 속에 그녀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 특히 끝 줄은 그녀의 곡선미를 그대로 나타내어 격조 높은 관능미를 표출하고 있다.   작자가 만주 땅에서 지은 시.     봄 / 안자이 후유에   나비 한 마리 달단 해협을 건너갔다.   *달단: 종족(몽골족)이름 * 이시는 작자로 하여금 이미지 시인으로서의 위치를 결정해 준 기념비적 작품이다.   한가로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시이다. "달단해협"이란 말이 동양적인   냄새를 풍겨 주고 있으며, 철새가 떼를 지어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나비 한 마리" 해협을 건너간다고 하는 데서 우아하면서도 용감한 평화의   사절을 연상하게 한다.   작자는 에서 "만주에 건너가 산 지가 열 다섯 해, 공간의   아름다움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고, 지체 하나를 상실하고도 멈출 줄 모르는 속    력에의 대쉬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안자이 후유에(1896~1965): 한 단어에서 연상을 계속하여 발전시켜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할 수 있는 심상주의자이다                                   선명한 이미지로 짧은 시를 쓴 이미지스트이다.                        시집: 등.   새벽 / 요시다 잇수이     누에는 잠잔다 그림자 하얗다 산들의 머나먼 바람소리 선을 그은 언덕의 새벽   * 이 시는 먼 지평선의 희게 밝아져 오는 새벽의 이미지를 노래하고 있다.    현실이라 생각해도 좋고, 환상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 시가 수록된 제1시집 (1926) 후기에    "동경과 추억, 동화의 감상적인 꿈 많던 날의 서정시"라고 적혀 있다.   어머니 / 요시다 잇수이   아아 아름다운 거리 항상 멀리 사라져 가는 풍경--- 슬픔의 저쪽, 어머니를 향해 더듬으며 치는 한밤중의 피아니시모   * 처녀시집 에 수록, 조금씩 멀어져서 희미해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요시다 잇수이(1898~1973): 초기에 섬세하고 화려한 낭만적 시풍을 지녔으나.                                                   점차 내면적 사색을 강조하여 고전적 완성미를 추                                                   구했다. 동인지 에서 활동. 시집: 등   조선 / 마루야마 카오루      언제부터인지 아가씨는 달리고 있었다. 아가씨 뒤에 귀신이 쫓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뛰면서 머리빗을 뽑아 던졌다. 빗은 귀신 사이에 험한 세모의 산이 되었다. 귀신은 그 산 뒤에 가리워졌다. 그 사이에 아가씨는 멀리 달아났다.  이윽고 산꼭대기에서 귀신이 달려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조금씩 아가씨는 따라 잡히게 되었다. 아가씨는 허리에 찬 주머니를 던졌다. 주머니는 연꽃 피어 있는 못이 되었다. 귀신은 그 건너편에서 흙탕에 빠지며 힘들게 건너오고 있었다. 그 사이에 아가씨는 다시 귀신을 멀리 떼어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귀신은 다시 따라왔다. 아가씨는 이번에는 한쪽 신발을 벗어 던졌다. 신발은 귀신의 코에 가 맞고, 거꾸로 떨어져 낭떨어지로 변했다. 귀신은 투덜거리며 조심조심 낭떨어지를 기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사이에 그녀는 조금 달아났다.  끈질기게 귀신은 다시 따라잡으려 했다. 아가씨는 저고리의 푸른 고름을 뜯어 던졌다. 그것은 큰 강이 되었다. 귀신이 뗏목을 찾는 사이에 아가씨는 조금 달아났다.  이야기 도중에 어르신네가 찾았다. 한씨는 긴 담뱃대를 입에서 떼고는 서둘러 사랑방에서 나갔다.  그로부터 서른 해가 흘렀다. 어린 내 기억이 거니는 그 나라 지표(地表)에는 아가씨가 울면서 던진 것들의 흔적이 있다. 늑골(肋骨) 같은 들판 길에는 풀 없는 바위산이 환상저럼 앞을 막고, 늪에는 물이 말라 진흙이 타고 있었다. 까마귀는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에서 울고, 돌 뒤로부터 늑대라는 이리는 하품하듯 목청을 울리면서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도 계속 국토 어디에선가 아가씨는 달리고 있다. 몸에 지닌 모든 것을 버리고 벌거숭이로 외치면서 달리고 있다. 귀신은 계속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려 한다,  어느 해의 가장 불행한 순간 그녀는 마지막 부분을 가린 천조각을 던지고 슬프게 땅에 엎드렸다. 천조각은 바람에 펄럭거리며 가까운 강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은 물이 되었다. 기슭에 넘쳐 뚝을 무너뜨리고 홍수가 되어 들을 메꾸었다. 배추밭을 메꾸었다. 소와 말을 메꾸고, 유교의 애곡소리 서린 둥근 무덤을 메꾸었다. 무수한 인가는 물 위에 떠 표류하고, 지붕 위에서 손을 흔들며 이 세상에 결별을 고하는 선들을 싣고 바다로 흘러갔다.   * 이 시는 1937년 6월호 발표되었고, 뒷날 에 수록되었다. *마루야마 카오루(1899~1974): 시 동인지 를 중심으로 신시 운동을 전개하였다.                       시집: 등     닻 / 마루야마 카오루   선장이 럼주를 마시고 있다. 마시면서 무엇인가 노래하고 있다. 노래는 목쉬어 천천히 활차(滑車)가 돛줄에 돌 듯이 슬프다. 갈매기가 날개 소리를 죽이고 노의 어스름에서 속삭이고 갔다. 이윽고 하구에 달이 솟아 오르리라.   선장의 가슴도 붉은 럼주의 만조(滿潮)가 되었다. 그 흐름 밑에 오늘 저녁도 문신을 한 닻이 푸르게 흔들거리고 있다.   * 활차: 줄을 걸어서 회전할 수 있게 만든 홈이 파인 바퀴 * 육지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은 가지고 있으면서 끝내 배 이외의 세계에서는   살지 못하고 다시금 배에 돌아온 선장의 굴절된 상심(傷心)이 묘사되어 있다.     분수 / 마루야마 카오루   학은 날려고 하는 순간, 솟구치는 물방울에   목이 관통되고 말았다. 그 이후 뒤를 보며 왜 이렇게 되었는가?   생각하고 있다.   * 처녀시집 에 수록됨. 날려고 하는 몸짓을 한 채 결박된 분수의 학-   그것은 뜻을 품고있지만 생활 때문에 꼼짝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다.   작자는 명문인 토오쿄오 대학 국문과를 중퇴하고 직업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던 때가   있었다. 동인인 그는 의 신시 운동의 영향을 받아 어두운 생   활에서 터득한 허무감과 고독감을 물상(物象)을 초월하여 무게 있는 시를 썼다.   작자의 말: "운동은 시의 연못의 흐린 물을 높은 창공까지 물방울로 반짝이게               하는 분수의 역할을 하였다."     아름다운 상념(想念) / 마루야마 카오루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것과 같이 낮하늘에도 별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상념처럼 기이하게 아름다운 것은 없다   나는 산에 살면서 왜 그런지 이따금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산 속 깊이 들어가 호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면 실제로 숲과 태양이 잠겨 있는 물 밑에서 무수한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눈에 보여온다   * 눈에 보이는 현상의 배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이 감추어져 있다. 평상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현상에 불과하지만, 마음이 순수해질 때 그 본질을 직감   할 수 있게 된다. 시인은 깊은 산의 호수에서 한낮에 별을 보고 있다.     불리(不利)함 속에서 / 마루야마 카오루   청춘은 머리가 너무 자랐다 청춘은 때로 더럽혀져 있다 청춘은 말을 더듬거릴 뿐이다 청춘은 구두 밑창에 못이 나와 있다  (뉘우침의 아픈 못이) 청춘은 호주머니가 구멍 뚫렸다 청춘은 팔이 불타고 있다 또한 그 위에 청춘은 청춘은 청춘은 이상의 불리함 속에 청춘은 청춘임을 모르고 있다   * 청춘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아쉬움 및 향수를 노래한 것으로서, 지나가 버린   자기의 청춘을 아쉬어하며 현재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한없   는 애정을 쏟고 있다.   작자의 말: "시에 붙들려 지나온 나의 어느 시대에 과연 청춘이 있었는가---                지나가 버린 청춘에 대한 아쉬움뿐이다."     광업 / 마루야마 카오루   인간은 처음에 쇠 한 조각을 손으로 만들었다 그 쇠조각으로 쇠를 단련하고 쇠보다 더욱 강한 강철을 만들었다   오늘날 부드러운 사람의 손은 쇠를 단련하지 못한다 쇠는 불에 용해시켜 쇠로 두들겨야 한다 하지만 쇠를 달구는 화로도 내려치는 망치도 바로 쇠 그 자체인 것이다   쇠를 만드는 쇠가 먼저인가 만들어지는 쇠가 먼저인가 아서라 사람은 처음 쇠 한 조각을 손으로 만들었다   옛날 인간의 지헤는 나무를 부벼 불을 일으키고 손으로 손을 깨뜨리는 석기를 갈고 석기와 불로써 돌을 깨뜨리는 쇠를 만들었다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의 손을 펴고 태양을 향해 쳐들었다 그러자 펼쳐진 손가락 사이에서 아프게 피를 뿜는 무수한 먼 조상의 손바닥이 겹쳐 보였다 그것들은 곧 초록과 보라색 불꽃을 튕기며 톱니바퀴처럼 덜컹덜컹 돌기 시작하였다   *작자의 말: "나는 자신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강한 경향을 찾아보게 된다.                그것은 물상에 대한 어떤 뜻대로 안 되는 추구욕과 그것에 대한 향수의                정서이다."                작자는 처녀시집 이후 7,8년 동안 계속된 허무와 고독의 생활에 벗어나                현실에의 접근과 인간 존재의 강한 긍정을 보여 주고 있다.     미래에 / 마루야마 카오루   아버지가 말했다 보아라 이 그림을 썰매가 빨리 달리고 있는 것을 늑대떼가 뒤쫓고 있는 것을 몰이꾼은 필사로 토나카이에게 채찍질하고 나그네는 뒤돌아서 짐짝 사이로부터 계속해서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을 지금 총부리에서 빨간 불이 번쩍이는 것을   이들이 말했다 한 마리가 맞아 쓰러졌어요 아아 다른 한 마리가 덤벼들었으나 그것도 피에 젖어 쓰러졌어요 밤이여요 끝없는 광야가 눈에 묻혀 있어요 하지만 나그네는 쫓아갈 수 없을까요 썰매는 어디까지 달려야 하는 거일까요   아버지가 말했다 이리하여 밤이 새게 될 때까지 어제의 뉘우침을 하나하나 사살하여 시간처럼 내일을 향해 달려 가는 것이다 이윽고 태양이 떠오르는 앞길에 미래의 거리는 빛나며 나타난다 보아라 언덕 위 하늘이 이미 환해지고 있다   * 이 시는 아버지가 그림책을 펴서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었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향해 좀더 깊은 인생적 의미를 말해주고 있다.   허들 경기 / 키타가와 후유히코     다가오는 벽과 같은 허들, 펄쩍 뛰는 그녀들. 조금씩 쳐져 있기는 해도 같은 자세의 그녀들. 허들은 다리 아래 있다 쭉 뻗은 앞 다리,   한 다리에 맡기는 기수와 같이. 멋진 유연스러움이다. "속력의 융단"을 깔면서 간다. 손가락에 닿는 한 조각 구름.     *작가의 말: "영화라고 하는 것을 이미지하는 시나리오가 새로운 서사시의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인은 알아야 한다." *허들을 뛰어넘어 달리고 있는 여자 선수의 유연하고 탄력 있는 동작의 아름다움  을 노래하고 있다. *키타가와 후유히코(1900~?): 구어시를 부정하고 선명한 이미지의 시를 썼다.                                  초현실주의의 산문시 운동을 일으킨 그는 의 멤버로 활약하였다.                   시집: 등.   꽃 중의 꽃 / 키타가와 후유히코     암벽 위에서 화초가 흐트러진다. 그 중 꽃 한 송이. 항구가    축소한다. 마침내 초록색 반점. 아아 이별.     *전송객으로 혼잡스런 부두, 거기 섞여 있는 그녀의 모습, 점차 멀어져 가는 항구 도시,  선명하게 가슴에 새겨져 잊혀지지 않는 광경이다.   "화초가 흐트러진다. 그 중 한 송이"는 근경(近景), "항구가 축소한다"는 중경(中景),   "초록색 반점"은 원경(遠景)이다. 점점 멀어져가는 육지를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는    선명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작자의 말: "나의 경우는 이미지즘을 주장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시의 어조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언어의 울림에 관하여 신경을 쓰면서 시를 써 왔다. 단지 시론으               로 말하지 않을 따름이다."   풍경 / 키타가와 후유히코     푸른 하늘 아래에 집오리가 떠 있다. 콘크리트 벽에 세워져 있는 쇠 사다리는 그림자보다도 희박하다. 다이나모처럼 회전하는 태양, 태양, 아아 태양.     *다이나모: dynamoto. 회전기. 전동기와 발전기의 동작을 조합한 변환장치. *작자는 1920년대 전위 시인으로 활약했는데, 이 시는 전위파 작품들 중 가장 높   이 평가되고 있다.   작자는 한여름날의 한낮에 공장이 오염시키는 운하 가에 서서 자본주의적인 활기찬   풍경이 눈앞에 전개되는 것을 보고 있다.   이 시를 유화에 비긴다면 액자를 파열시킬 정도의 생명감이 넘치는 풍경이다.   신호 / 미요시 타쯔지     오두막 물방아, 떨기 속에 한 그루 동백 새로 난 수레바퀴 자국에 나비가 내린다. 그것은 방향을 돌리면서 고요한 날개의 억양으로 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건널목이여, 여기는---나는 그 자리에 선다.   *작자는 제1시집 을 간행한 뒤 건강을 해쳐 온천에서 요양생활을 보낸 적이 있다.  이 시는 그때의 작품이다. 이 시속의 계절은 이른 봄, 산책에 나선 작자는 물레방앗간 뒷길  에 이르러 봄 소식을 알리는 나비가 날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미요시 타쯔지(1900~1964): 일본 전통시를 계승하면서, 보들레르와 프란시즈 잠의 영향에                                   의한 새로운 서정시를 개척하였다. 일본 현대시를 고전적 완                                   성에까지 승화시켰다고 평가되고 있다.                 시집: 등이 있다.     아베마리아 / 미요시 타쯔지     나는 서둘러 십자를 긋는다 낙엽 쌓인 가슴, 오솔길의 안쪽에.   아베마리아, 마리아시여, 밤이 오면 저는 기차를 타야 합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요.   내 손수건은 새것이다. 하지만 내 눈물은 이미 낡았다.   --다시금 만날 날은 없으련가 --다시금 만날 날은 아마 없겠지.     섬돌 위 / 미요시 타쯔지     아아 꽃잎은 흐르고 아가씨에게 꽃잎은 흐르고 아가씨들은 소근거리며 걷나니 한가로운 신발 소리 하늘에 흐르고 이따금 눈을 들고서는 맑게 갠 사원의 봄을 지나가도다 사원의 기와는 이끼 끼어 푸르고 처마 모서리에는 풍경이 꼼짝 않고 매달려 있고 외로이 내 몸의 그림자 섬돌 위에 지느니   유모차 / 미요시 타쯔지     어머니 - 여리게 정겨운 것이 내리고 있나니 수국의 꽃잎 같은 것이 흩날리나니 끝없는 가로수 그림자 따라 바람은 쓸쓸하게 불고 있어라   때는 해거름 어머니 내 유모차를 미시라 눈물에 젖은 석양을 향하여 휘청휘청 내 유모차를 미시라   붉은 술이 달린 비로드 모자를 싸늘한이마에 쓰게 할지니 간 길 서두는 새의 무리 따라 계절도 하늘을 건너고 있다   여리게 정겨운 것이 내리고 있나니 수국의 꽃잎 같은 것이 흩날리는 길 어머니 나는 알고 있나니 이 길은 멀고 멀어 끝없는 길   *붉은 술이 달린 모자를 쓰고, 유모차에 태워서 어머니가 밀어 주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림움을 노래하고 있다.     아침에 꿈꾸다 / 미요시 타쯔지     어딘지도 모를 산마을에 쉴 새 없이 벚꽃이 지고 있음을 색깔 여린 벚꽃이 쉴 새 없이 비스듬히 지고 있음을 아침에 꿈꾸다 벚꽃은 계속해서 팔락팔락 지고 있음을 팔락팔락 꽃잎은 고요히 숨쉬며 바람에 흩어져 흘러 가고 있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그 꽃은 두 잎 세 잎 떨어짐을 벚꽃이 이렇듯 하염없이 지는 것을 꿈꾸었다 아침의 꿈 눈에 분명하게 또한 물보다도 미끄럽게 마음에 스며 잊을 수 없어라 특히 이것은 모기장 안에서 싸늘하게 뺨에 느끼는 스산한 가을날의 아침이기에 꿈에서 깨어 나는 슬퍼하노니 왜 그런지 모르나 먼먼 날의 탄식이니 한옛날의 끝의 유산이어라   *작자는 공습을 피하여 시골에 소개해 있다가 일본의 패전을 겪게 되었다.  일본 전통 시가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현대 시인으로서, 그는 전통적 운  율인 5음과 7음을 자유롭게 구사하여 미묘한 리듬을 자아내고, 선명한 이미  지를 묘사하고 있고, 일본어가 지닌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있다.  패전의 아침, 꿈속에서 벚꽃(일본의 국화)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일본의 전통적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바다는 푸르리라 / 미요시 타쯔지     마른 풀밭이라 푸르름은 드물고 드문 푸름도 서리로 아파하는 한낮 사람 있어라 무엇을 보는 것일까 옷무늬 퇴색했고 소매 없는 옷 걸치고 어깨를 웅크리고   바닷물에 탄 목 언저리는 살이 쪘고 주름투성이어라 노인이라 머리는 희게 새었네라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나도 여기서 그곳을 바라보았으나 아무 것도 없어라 단지 마른 풀과 마른 모래뿐이어라 노래가 사라지고 만 그 뒤로는 마음 붙일 만한 것 사라졌나니 날개쳐 하늘을 나는 것도 끊어진 시대여라 바라보며 자세히 보니 희미롭지만 마른 풀 사이로 분명히 보이는 것은 -- 오랑캐꽃 줄기 높이 뻗고 피어 있어라 잊은 꽃 잊혀진 꽃이련가 새봄의 선구자임을 그 누가 알랴 한 송이뿐인가 했더니 외롭지 않아라 그 옆에 피었네라 둘둘 셋셋 다섯 내게 기쁜 사실을 가르쳐 주었나니 어부 노인장 소매 없는 노인은 어디 갔는지 모습조차 사라졌어라 저쪽 나무 아래 돌부처는 서 있고 바다는 푸르러라     눈 / 미요시 타쯔지     타로우를 잠재우고 타로우의 지붕에 눈이 쌓인다 지로우를 잠재우고 지로우의 지붕에 눈이 쌓인다   * 어느 평자는 미요시 타쯔지를 가리켜 현대 시인 중 온갖 시법을 전부 다 시도해 본 시인이라고 하였다. 그 중에도 이 시는 짧은 작품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해독되 고 있는 명작이다. 2행으로 나란히 나열되어 있는 "타로우"의 집과 "지로우"의 집, 이름을 우리 언어의 뉘앙스로 고치면 "일남이"의 집과 "이남이"의 집처럼 평범하면서 민화적인 전원의 집이 된다. 이런 농촌의 눈 오는 밤의 정경을 노래하고 있다.   물고기 / 타카하시 신키치     어느 곳에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곳은 바다나 강이나 그 외의 물 속도 아니었다   거기는 돌 속이었다   화석된 물고기는 돌과 함께 헤엄치고 있었다   등뼈만 남고 살은 사라진 상태였다   억 년 동안 돌의 평면은 보존되었으나 이윽고 그 선도 사라질 것이다   현상은 어디서나 뚝뚝 잘라진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물고기는 지느러미를 움직여 헤엄치고 있다   *타카하시 신키치(1901~?): 를 간행하여 파괴적인 다다이즘 시인                                 으로서 시단에 충격을 끼쳤다. 일본에 다다이즘을 도입한 그는                                 동인이다.               시집: 등.     길 / 오카모토 쥰     올라가니 산이었다 내려가니 골짜기였다 산에도 골짜기에도 눈이 있었다 하나님도 짐승도 만나지 않았다      산의 아이 / 오카모토 쥰     징기스칸의 후예 같은 얼굴을 한 산의 아이가 지나가는 나를 보고 무엇이라 소리쳤다 돌아보았더니 두 손을 쳐들어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산의 아이는 몇 살이 되어야 기차를 타게 될까     두 세대 / 오카모토 쥰     텅 빈 맥주집 한 구석에서 오십에 가까운 아버지와 25세 딸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나이보다는 젊게 보이는 아버지와 앳되게 보이는 딸이 컵을 부딪치고 마시고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사업으로 딸은 딸의 일로 여느 때는 거의 말을 나누지 못한다. 알고 있는 바는 두 사람 모두 전쟁이 없는 자유로운 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일이다. 개와 고양이를 끔찍이도 사랑하고 얼마 전까지 인형을 안고 자던 딸.   딸이 선물한 라이터로 담배를 붙이고 아버지는 생각한다 -딸은 연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밝고 앳된 눈동자 속에 아버지가 모르는 딸의 세계의 비밀이 있는 것일까   딸이 태어나기 전부터 일본의 어두운 바윗돌 밑에서 살아온 아버지, 아무리 어려운 생활에도 울음진 얼굴을 보인 일이 없는 딸. 다시 등골이 써늘해지는 충격을 느끼면서 두 세대가 고요히 맥주를 마시고 있다.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한 편이다. 오카모토 쥰의 시는 선풍과 같이 격정에 휩싸인 것이 많지만, 이 작품에서 찾아보게 되는 것은 서정미 넘치는 서민적인 감각이다. 그러나 그속에는 역시 상황 비판이 스며 있다. 이 시는 작자의 초기 서정성이 깊이 마음 속에 잠겨있고, 다듬어진 언어에 의하여 밀도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정치 위기를 배경으로 부모의 정을 교묘히 스미게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평명(平明)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산문에 가깝다. 구성은 극적인 수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일찌기 작자가 영화 관계의 일에 종사한 때문일 것이다. *오카모토 쥰(1901~1978): 전위 예술파 시에 공명하여, 등 동인지를 간행하였다                             시집: 등.   다리 / 무라노 시로오     도취의 밤은 수천 군데의 상처에서 피를 뿜고 있다   그것이 운하에 흘러들어 질퍽하게 웅덩이져 있다 다리는 거기 걸려 있다 그것은 미래를 향하는 것도 과거로부터 온 것도 아니요 단지 저쪽 기슭에서 이쪽 기슭에 걸려 있을 뿐이다 죽은 흐름을 건너서 두 개의 밤을 이어 주고 있을 뿐이다   밤이 깊어지면 그 위에 나이든 남자와 젊은 여자가 와서 서로 자신 없는 자세로 끌어안는 일도 있다   * 붉은 네온등이 비치고 환락의 배설물 오염되어 있는 운하에 충실된 과거로부터 온 것도 아니요  밝은 미래를 향한 것도 아닌 것처럼 아무 의미도 없이 단지 걸려 있는 "다리"는 찰나적이며  관능적인 자극을 추구해 마지 않는 현대의 절망적 소비 문화를 상징하고 있다. *자가의 말: "오늘의 시인은 인생을 넓게 이해하고 문명이 가르치는 문화의 의의를 이해하여 미               친 세계게 저항해야 한다." *무라노 시로오(1901~1975): 전통적 서정성을 배격하고, 객체에 따른 사고를 조형하고 표현                                 하는 즉물주의적 시를 썼다. 동인이다.             시집: 등     노래 / 무라노 시로오     꽃내음을 생각하는 것처럼 잠시 정다운 것이 내게로 온다 그것은 빛나는 나무들도 아니고 자매들도 아니다 헤아릴 수 없는 혼란한 세게의 밑바닥에서 무엇을 그리워하는 감정일까 늙은 그루터기가 꽃피며 장미가 거기에서 향내를 풍기듯이     철봉 / 무라노 시로오     나는 지평선에 매달린다 손끝이 조금 걸렸다. 나는 세계에 매달려 있다. 근육만이 나의 신뢰이다. 나는 벌겋게 된다. 나는 수축된다. 발이 올라간다. 오오 나는 어디 가는가. 커다랗게 세계가 한 바퀴 돌고 나는 세계 위에 있다. 높은 곳에서의 부감(俯瞰) 아아 양 어깨에 유연한 구름.   *작자의 말: "여기에 묘사된 인간은 인생관적인 것에 젖은 통속적인 인간이                아니다. 외계의 사물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구성하는 한 개의                사물로서 냉정히 객관화된 것이다. 이것은 노이에 자하리히카                이트(신즉물주의)의 이념적 근거가 되는 존재론적인 관점에 의한                미학에의 실험이었다."     가을 / 무라노 시로오     레몬을 닮은 얼굴빛이 엷어져 가는 사람아 가랑비 속에서 밤의 어두움 속에서 그대의 순수는 나날이 새로와라 그리고 부용꽃은 단추처럼 싸늘하게 기침하는 그대의 가슴 위에서     밤의 내장(內臟) / 무라노 시로오     문장은 검게 용해되어 여기저기 웅덩이져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애매하고 어두운 밤을 걸어왔다 어느 거리 모서리에 오자 붉은 빛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고 그 아래서 중국 우동집 사람이 혼자서 자기의 간과 같은 것을 끓이고 있었다 그는 분명히 나의 인생 속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육친 가운데 누구와 닮았으니 아무리 해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부흥의 전망조차 보이지 않는 혼돈 속에서  자기 생명을 삭제하며 살아가야만 했다. 그것은 자기 생명을 팔아 먹고 연명  하는 삶이라 할 성질의 것이었다.     시인의 조상(彫像) / 무라노 시로오     그것은 누구의 얼굴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마치 물 속과 같은 다른 세계에 놓여져 있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고 신의 이름과 인간의 사랑 그러한 영혼의 취향도 말하지 않는다 죽기 위한 피가 풍경을 물들이고 의미를 잃은 직박구리새의 울음이 우주를 째는 날 그저 감탕나무 줄기에 얽히어 강렬하게 존재의 가을을 풍기는 것이다.   * 제2차 세계 대전 때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에도 계속 핵실험은 행해지고 있었다.   그 결과 지구의 대기는 오염되고 세계 인류를 공포 속에 몰아 넣고 있다. *작자의 말: "내가 단순히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현대를 성실하게 살려 한다면 이러한 현대의 사회적 현실의 표상은 당연히 나의 시의 중요한 테마가 되게 마련이다.               나의 시 속에 현대의 고민이나 의혹 또는 사회적 저항 의식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어떤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다."   명랑한 소녀들 / 나카노 시게하루     내 마음은 슬픈데 넓은 운동장에는 흰 줄이 그어지고 명랑한 소녀들이 뛰놀고 있다 내 마음은 슬픈데 소녀들은 모두 토실토실 살쪄 있고 손발의 피부색은 희고 또는 연한 밤색이다 그 가녀린 뒤꿈치는 마치 사슴과도 같다   *서정성이 넘치는 이 시에서 노래되고 있는 것은 운동 선수인 소녀들이다.  예민한 청춘의 감성이 스며 있다.  작자의 초기 시들은 감상적인 면이 강하다. "내 마음은 슬픈데"로 시  작되는 첫 줄의 어두운 내면에 외계의 밝은 운동 선수의 묘사를 대비시  켜 약동하는 선수들의 선명한 이미지를 포착 부각시키는 대비법이 뛰  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카노 사게하루(1902~?): 동인지 나상(裸像)을 간행하였고                                시 소설 평론 등의 분야에서 활동.             시집: 등             소설: 등     하얀 소녀  / 하루야마 유키오     하얀 소녀 하얀 소녀 하얀 소녀 하얀 소녀 하얀 소녀 하얀 소녀 하얀 소녀 하얀 소녀     *작자의 시에 이와 비슷한 제목 없는 시가 있다  "언덕에 하얀 호텔이 있고 호텔에서 하얀 마차가 뛰어 나왔다. 마차에는   하얀 프랑스인이 타고서 하얀 파이프 연기를 뻐끔뻐끔 뿜었는데 연기는 하   늘에 올라가 하얀 구름 비행선과 충돌하였다. 하얀 구름 비행선은 둥실둥실   커져서 하얀 마차를 추격했으나 하얀 마차는 하얀 프랑스인의 하얀 파이   프 연기를 뿜으며 점점 사라지고 말았다." *하루야마 유키오(1902~?)" 개인지 와 동인지 간행.          시집:         평론집: 등   가을 밤의 회화 / 쿠사노 신페이     그래 춥구나 벌레가 운다 그래 벌레가 운다 곧 땅 속에 들어가야지 땅 속은 싫어 파리해졌구나 너도 무척 파리해졌구나 어디가 이렇게 죄어올까 배일까 배라면 죽고 말거야 죽고 싶지는 않아 춥구나 그래 벌레가 운다   *시집 서두에 게재된 작자의 대표작 중 하나 *작자의 말: "이 시는 와세다의 쯔루마치마치를 걸어가다가 생각난 것으로서,                나의 속에서 두마리 개구리의 회화인데 그것은 노트에 적기 전에                완성되었다 그저 뒤에 그대로 적었을 뿐이다." *이 시의 주제는 명확하다. 추의에 떨고 굶주림에 비틀거리며 서글픈 속에서도 이   기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일상어로 노래하고 있다. *쿠사노 신페이(10903~?): 대륙적인 기질로 장대하고 우주적인 무한감을 교향악                               적으로 구성하여 노래하는 호방한 시인이다.                               동인지
457    명문을 읽으면 가슴은 뜨거워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댓글:  조회:3299  추천:0  2017-03-16
                             "名文을 읽으면 가슴은 뜨거워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詩  한국의 명문 (시) - 白鹿潭 ◈白鹿潭 -鄭 芝 溶 1903~? 시인. 충북 옥천 출생. 휘문고를 거쳐 일본 동지사대 졸업. 경향신 문 편집국장, 이화여대 교수 역임.  편집자 注:「백록담」은 1939년 「文章」 3호에 발표되었다. 여기에 사용한 원문은 민음사에서 나온 2000년 판의 제1연이다. 金光林씨 추천.  絶頂(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 꽃 키가 점점 消耗(소모)된다. 한마루 오 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웃 내다본다. 花汶(화문)처럼 版(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咸鏡道(함경 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八月(팔월) 한철엔 흩 어진 星辰(성진)처럼 爛漫(난만)하다. 山(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 제 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한국의 명문 (시) - 自畵像  ◈自畵像 -徐 廷 柱 1915~. 시인. 전북 고창 출생. 호는 未堂. 1936년 중앙불교전문학교 졸업. 1936년 동아일보 詩 당선 데뷔.  편집자 注:「自畵像」은 시인이 23세 되던 1937년 중추절에 지은 것이다. 원문은 민음사에서 나온 「미당 시전집 1」 1994년 판을 사용했다. 金洹씨 추천.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  한국의 명문 (시) - 국화 옆에서 ◈국화 옆에서 徐 廷 柱  편집자 注:이 詩는 1947년 11월9일 경향신문에 발표되었다. 사용된 원문은 민음사 刊 「미당 시전집 1」 1994년판. 林東權씨 추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한국의 명문 (시) - 바위 ◈바위 柳 致 環  1908~1967. 시인. 경남 충무 출생. 호는 靑馬. 연희전문 중퇴. 1931년 데뷔 . 1936년 「조선문단」에 「깃발」 발표. 625 당시 종군 문인 참전. 崔禹錫씨 추천.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愛憐(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非情(비정)의 緘黙(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遠雷(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한국의 명문 (시) - 깃발 ◈깃발 柳 致 環  정구영씨 추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海原(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哀愁(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한국의 명문 (시) -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尹 東 柱 1917~1945. 시인. 북간도 明東 출생. 연전 영문과 졸업. 1942년 渡日, 194 3년 독립운동혐의로 체포.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  편집자 注:이 詩는 1941년 11월5일에 쓰여졌으며 원문은 문학사상사에서 나 온 「윤동주 전집 1」 1999년 판을 사용했다. 마광수씨 추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 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佩(패), 鏡(경), 玉(옥), 이런 이국 소녀 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 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 라이너 마 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한국의 명문 (시) - 마음의 태양 ◈마음의 태양 趙 芝 薰 1920~1968. 시인국문학자. 본명은 東卓. 경북 영양 출생. 1941년 혜화전 문학교 졸업. 오대산 월정사 불교전문강원 강사. 강남주씨 추천.  꽃다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서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라.  가시밭길을 넘어 그윽히 웃는 한송이 꽃은 눈물의 이슬을 받아 핀다 하노니 깊고 거룩한 세상을 우르러기에 삼가 육신의 괴로움도 달게 받아라.  괴로움에 짐짓 웃으량이면 슬픔도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고난을 사랑하는 이에게만이 마음 나라의 원광은 떠오르노라.  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로 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처럼 밝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라.  한국의 명문 (시) - 눈 ◈눈 金 洙 暎 1921~1968. 시인. 서울출생. 연희대 영문과 수학. 1957년 한국시인협 작품 상 수상. 1981년 「김수영 전집」 간행. 정호승씨 추천.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한국의 명문 (시) -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김 지 하  1941~. 시인. 전남 목포 출생.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80년까지 8년여 옥중 생활. 1975년 「로터스」 특별상 수상. 유일환 교사 추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에 발자국 소리 호루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한국의 명문 (시) - 물캐똥이 ◈물캐똥이 高 銀 1933~. 시인. 독학. 1952년 불교 승려. 1958년부터 문학활동. 민족문학작가 회의 회장. 현 경기대 대학원 교수. 편집자 注:이 詩는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온 「萬人譜」 제3권에서 옮겨왔다 . 이만재씨 추천.  다 일 나가고 없다 어린것 혼자 처마 밑에서 혼자 지렁이 건드리며 논다 그러다가 지렁이 가면 흙 파먹으며 논다 잘 논다 마을 전체가 텅 비었다 씨암탉이나 한 마리 그놈도 혼자 있고 어린것도 혼자 있다 아직 호적에도 안 올린 놈 이름도 없는 놈 물캐똥 잘 싸니 물캐똥아 물캐똥아라 부른다 혼자 놀다가 맨땅에서 자고 그늘 벗겨져 깨고 나서 한번 울어 본다 아무도 운 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외로움이 아니라 믿음이다 혼자 두어도 잘 자라는 믿음이다 혼자 놀아도 이 세상과 함께 있는 믿음이다 그러지 않고서야B  어린것 물캐똥아 그러지 않고서야 어린것 물캐똥아  한국의 명문 (시) - 落花 ◈落花 -李 炯 基 1933~. 시인․언론인. 경남 진주 출생. 동국대 문리대 졸업. 국제신문 편집 국장․이사 등 역임. 현 동국대 국문과 교수. 공명철 교사 추천.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한국의 명문 (시)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黃 芝 雨  1952~. 시인. 전남 해남 출생.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80년 중앙일보 詩 당 선. 시집 「새들도 世上을 뜨는구나」 등 다수.  편집자 注:이 詩는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시집 「게 눈 속의 연꽃」 2000 년판에서 옮겨왔다. 김광웅씨 추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한국의 명문 (시) - 하늘에 쓰네 ◈하늘에 쓰네 高 靜 熙  1948~1991. 시인. 전남 해남 출생. 한국신학대 졸업. 1975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초혼제」 등 다수. 조윤제씨 추천.  그대를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한국의 명문 (시) - 잡초는 ◈잡초는 金 鍾 泰  1953~. 시인. 경기 양주 출생. 연세대 법대 졸업. 1990년 시집 「이별을 위 한 발라드」 발표 이후 작품 활동. /이만재씨 추천.  춥다 덥다 울지 않는다 배고프다 목마르다 조르지 않는다 못생겼다 가난하다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난초를 꿈꾸지 않는다 벌 나비를 바라지 않는다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사는 것을 버거워하지 않는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무도 탓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주어진 것으로만 억척으로 산다 버려진 곳 태어난 곳에서 모질게 버틴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 살기 위해 먹는 수단은 언제나 신성하다 뜯기고 먹히는 것은 먹이피라밋의 섭리이고 뽑히고 밟히고 채이는 것은 존재의 숙명 살아 있다는 것은 은혜이고 죽는다는 것은 섭리이다 잡초는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섭리를 따를 뿐이다 (「풀꽃」 연작 중)    [출처] 독학사문제지|작성자 감자얼짱    
456    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 댓글:  조회:2838  추천:1  2017-02-19
      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                                    / 나나오 사카키     일 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할 수 있다. 십 미터 크기의 집 안에서는 편히 잠들 수 있고, 빗소리 또한 자장가처럼 들린다. 백 미터 크기의 밭에서는 농사를 짓고 염소를 키울 수 있다. 천 미터 크기의 골짜기에서는 땔감과 물과 약초와 버섯을 구할 수 있다. 십 킬로미터 크기의 삼림에서는 너구리, 찌르레기, 나비들과 뛰어놀 수 있고 백 킬로미터 크기의 산골 마을에서는 한가롭게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일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여름엔 남쪽의 산호초를 구경할 수 있고 겨울엔 북해에 떠다니는 얼음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일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지구의 어디로든 걸어갈 수 있으리라. 십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반짝이는 별들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고 백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더없이 환상적인 오렌지색 우주 공간에 동쪽엔 달이 떠 있고 서쪽엔 해가 떠 있을 것이다. 백억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고 일만 광년 크기의 원 안에서는 은하계가 봄날의 꽃처럼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백억 광년 크기의 원 안에서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흰 벚꽃처럼 회오리치고 있으리라. 이제 천억 광년 크기의 원을 그려 보라. 그곳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조차 사라진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시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하게 되리라.      山水人   사소함이여!     하루에 3km를  40년 걸어서 사람은 지구를 일주한다.   하루에 30km를 36년 걸어서 사람은 달에 도착한다.     나나오 사카키 불교와 에콜로지의 시적 사상으로 무장한 실천자이며 비트 세대의 전설적 시인 나나오 사카키는 언론과는 전혀 다른 시점의 새로운 뉴스를 자신의 시와 존재로부터 전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작 자기를 한 번도 비트라 한 적이 없다. 범주화되는 것을 가장 싫어했으며, 그저 일없이 빈둥거리는 한량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그는 목소리의 시인으로도 불린다. 구전문학이라는 오래된 시의 전통을 이어받아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독자에게 시를 전달하면서 게리 스나이더와 함께 종종 시 낭송회를 열었다.  그는 일본 국적을 가진 시인이었지만, 그 어느 일본 시인과도 닮지 않은 이방인이었다. 그의 사상은 이렇게 요약된다.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만 구하자. 최대 낭비인 군국주의에 연간되지 말자. 생활의 모든 면에서 더욱 연구하고 창조하자. 새로운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시도하자. 땀과 생각을 서로 즐겁게 나누자. 진정한 풍요를 위해 물질과 돈에 의존하지 말자.'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아름다운 시와 사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는 평생을 여행자로 산 시인이었으며, 그의 유품은 배낭 하나가 전부였다.  
455    "동주에게 편지를 보내고싶다..." 댓글:  조회:2583  추천:0  2017-02-08
편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윤동주(1917~1945) 세상에는 없는, 시에서나 존재하는 편지. 민족 시인 윤동주가 쓴 시 편지이다. 글씨 대신 눈만 한 줌 넣은 사연의 '편지', 윤동주가 어린이에게 남긴 동시 선물 37편 중 한 편이다. 어린이처럼 맑은 심성을 지녔기에 이런 동심의 '편지'를 쓸 수 있었던 윤동주. 올해가 탄생 100년이다. 그에게 우표를 붙이지 않은 말쑥한 '눈 편지'를 보내고 싶다. 윤동주는 누나를 몹시도 그리워했다. 얼마나 절절한 그리움인가. 눈 안 오는 나라로 갔으니 눈이 무척 보고 싶을 거야, 봉투에라도 담아 보내고 싶을 정도다. 우린 윤동주를 그리워한다. 이런 아름다운 시인을 가졌다는 건 큰 자랑거리이다. 일본이 죽인 윤동주, 역설적이게도 많은 일본인이 윤동주를 사랑한다. 시의 힘이다. 정지용 시인은 '일적(日賊)에게 살을 내던지고 뼈를 차지했다'고 그의 서거 50주년 기념 시집에다 썼다. 서울 자하문 언덕의 '윤동주 문학관'을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454    달문 여는데 보름 걸리고, 달문 닫는데 보름 걸리다... 댓글:  조회:2660  추천:0  2017-02-08
달 우주로 나가는 동그란 문 활짝! 여는데 보름 걸리고 꼭! 닫는데 보름 걸리고. 우주, 얼마나 크기에? ―김미라(1962~ )   어? 별생각 없이 쳐다보던 달이 문득 달리 보였다. 하늘에 뻥 뚫린 구멍으로, 동그란 문으로! 달=문, 뜻밖의 상상 아닌가. '활짝 열리는 데 보름 걸리고, 꼭 닫히는 데 보름 걸리'는 문. 어디론가 향한 문 같다. 문을 열고 나가면?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우주에 닿았다. 커다란 문을 열어젖히면 드넓은 우주가 펼쳐질 거야. 어린이의 가슴 항아리는 상상력 넘치는 동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믐달에서 보름달로,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돌아가는 놀라운 변신 광경은 한바탕 우주 쇼다. 달은 지름이 3496㎞나 되는 거대한 문이다. 우주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치 광활하여 1969년 인간은 달에 가서 우주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아직 아득하다. 달은 우주와 소통하고, 사람은 달과 소통한다. 사흘 후 대보름에는 어린이와 손잡고 달문으로 들어가 우주와 속삭여보는 게 어떨까.   /ⓒ 조선일보 박두순 동시작가
453    하늘도 해를 팔다... 댓글:  조회:2556  추천:0  2017-02-04
보자기 위에 늙은 호박 앉혀놓고 졸던 할머니 저물녘 겨우 한 덩이 팔고는 툭툭 털고 일어난다 - 하늘도 해를 다 팔았구나! (추필숙 동시 '해 떨이' 전문)
452    청산별곡 댓글:  조회:2811  추천:0  2017-02-02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靑山)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잉 무든 쟝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하야 나즈란 디내오손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또 엇디 호리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사스미 짐대예 올아셔 해금(奚琴)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배브른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누로기 매와 잡사와니 내 엇디 하리잇고.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달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울어라 울어라 새여 자고 일어나 울어라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며 지내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날아가는 새 날아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를 가지고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럭 저럭하여 낮일랑은 지내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일랑은 또 어찌 할꺼나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디에 던지려던 돌인가 누구를 마치려던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울며 지내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다에 살어리랏다 나문재 굴 조개랑 먹고 바다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 지나다가 듣노라 사슴이 짐대에 올라서(매달려) 해금을 켜는 것을 듣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는데 배불룩한 술독에 독한 강술을 빚누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이 매워 잡으니 내 어찌 할꺼나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451    2017년 <<신춘문예>>당선작 시모음 댓글:  조회:4262  추천:0  2017-01-02
2017년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시부문)       갈라파고스   김태인     어둠이 입술에 닿자 몸 안의 단어들이 수척해졌다 야윈 몸을 안고 섬 밖을 나갔다가 새벽이 오면 회귀하는 조류(潮流), 금이 간 말에서 아픈 단어가 태어나고 다 자란 말은 눈가 주름을 열고 떠나갔다   남겨진 말의 귀를 열면 치어들이 지느러미를 털며 들이 닥쳤다.은어(隱語)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욕설이 귀를 깨문 몸 안에 손을 넣어 상한 심경을 꺼내 놓자 말수 줄은 언어의 생식기는 퇴 화되어 갔다   파도를 멀리 밀어낸 밤은 등대를 잡고 주저앉았다 부레를 떼어낸 언어는 외딴섬에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발굽에 물갈퀴가 생기고 단어에 부리가 자랐다 비늘이 깃털로 변해 조류(鳥類)로 진화했지만 텅 빈 죽지에 감춘 내재율을 버리지는 못하였다   아주 오래된 하늘에 운율이 돌면 첫 문장은 가슴지느러미부터 따뜻해졌다 야윈 말들이 하나 둘 돌아온 섬은 언어의 기원에 종말을 고하고, 밤은 더 이상 섬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동쪽으로 흘러든 난류는 바다거북 등껍질에서 불가사의한 문자를 캐고 암염처럼 굳어버린 죽은 언어를 떼내었다   남쪽 염전에서는 느린 운율과 음가들이 뿔 고동의 귓가에서 보송보송 말라갔다 새벽이 되어 방에 불을 끄면 되살아난 단어들이 몸 안에 환한 섬을 산란하는 것이었다     *갈라파고스 - 찰스 다윈이 발견한 섬 혹은 제도.       - 2017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꽃게   최병철     장손은 섬이었다 할아버지가 펼쳐놓은 바다에 담겨 있던 당신  잠시 뭍에서 맡은 쇠 냄새만 해안선을 따라 옆으로 옆으로 맴돌고 있었다 바다의 모퉁이에 헐렁하게 용접되어 있었지만 기운 기둥을 일으켜 촘촘하게 그물을 걸고 부력으로 집안을 밀어 올렸다 뱃머리가 바다를 가를 때마다 철공소에서 대문을 만들었던 시간들이 솟구쳐 올랐다 가풍의 출입을 철대문으로 막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배를 저어갈 때 방향을 잡아 주던 어머니가  물 밑으로 가라앉고 철의 껍질에서 탈피했다 조금씩 자유로워질 때쯤 딱딱해진 가슴 위로 그물을 펼치고  휑한 구멍을 꿰매고 있었다 물때를 기다렸던 밤  팽팽한 수면을 찢고  그렁그렁 달빛이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바다가 심심해지면 안부가 궁금해지는 법 기다림만 키우다 통발에 자신을 가두던 당신 절단기로 섬을 해체하고  배를 수평선 바깥으로 몰아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지만 집게발이 파도를 물고 놓지 않는다       - 2017 경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고래를 격려하며   김예진     외벽에 녹슨 고래 몇 마리 물 바깥으로 나와 숨을 쉰 흔적 그 숨을 찾는 심장소리가 손끝에서 떨렸다   혼신을 다해 호기롭게 살았을 먼 우주를 되짚어도 더 이상의 숨은 없다   때때로 바람이었다가 절벽이었다가 수세기의 흔적이 수 천 년 거리에서 천변 반구대를 서성였을   내세의 염원과 사랑을 갈구하는 수단이 손아귀 힘이었다면   피눈물로 쪼아서 새긴 그 기원이 울음에 갇혀 해답을 기다리는 동안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늙은 고래가 볼모로 잡혀있다 녹슨 세월이 한데 엉겨 붙어서   아직 물을 건너지 못한 배고픔과 서러움 매질과 학대와 손가락질 슬픈 작살에 핏물이 번지고 뼈와 살이 바람으로 흩어지고   다른 행성에 잘못 온 것처럼 가압류 딱지가 붙어버린 고래의 적막은 한겨울처럼 쓸쓸하고 세상의 기억은 겨울 끝에 머물러 있다     - 2017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미역귀   성영희      미역은 귀로 산다  바위를 파고 듣는 미역줄기들  견내량 세찬 물길에 소용돌이로 붙어살다가  12첩 반상에 진수(珍羞)로 올려 졌다고 했던가  깜깜한 청력으로도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  귀로 자생하는 유연한 물살은  해초들의 텃밭 아닐까     미역을 따고나면 바위는 한동안 난청을 앓는다  돌의 포자인가,  물의 갈기인가, 움켜쥔 귀를 놓으면  어지러운 소리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물결이 된다   파도가 지날 때마다  온몸으로 흘려 쓰는 해초들의 수중악보  흘려 쓴 음표라고 함부로 고쳐 부르지 마라  얇고 가느다란 음파로도 춤을 추는   물의 하체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 헤엄쳐 온 물의 후음이  긴 파도를 펼치는 시간  잠에서 깬 귀들이 쫑긋쫑긋 햇살을 읽는다    물결을 말리면 저런 모양이 될까  햇살을 만나면 야멸치게 물의 뼈를 버리는  바짝 마른 파도 한 뭇        -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백색소음   이다희      조용히 눈을 떠요. 눈을 뜰 때에는 조용히 뜹니다. 눈꺼풀이 하는 일은 소란스럽지 않아요. 물건들이 어렴풋한 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눈길로 오래 더듬으면 덩어리에 날이 생기죠. 나는 물건들과의 이러한 친교에 순응하는 편입니다.    벽에 붙은 선반에 대하여,  나에게 선반은 평평하지만 선반 입장에서는  필사의 직립(直立)이 아니겠습니까?    옆집에서는 담을 높이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점점 높아지는 담에 대하여, 시멘트가 채 마르기 전에 누군가 적어 놓는 이름에 대하여. 며칠째,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투명한 문신 같은 이름이 피부에 내려앉습니다.  피부가 세상에 가장 먼저 나가는 마중이라면  나는 이 마중에 실패하는 기분이 듭니다. 나는 이 습기에 순응합니다.   하지만 만약 손에 닿지도 않은 컵이 미끄러진다면  컵을 믿겠습니까? 미끄러짐을 믿겠습니까?    유일한 목격자로서  이 비밀을 어떻게 옮겨 놓을 수 있을까요.  도대체 이 습기는 누구의 이름입니까.    눈꺼풀을 닫아도 닫아지지 않는 눈이  내가 사라지고도 내 곁을 지키는 잠이  오래 나를 지켜봅니다.          - 2017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각시거미   이삼현     그녀와 나 사이, 서먹해진 간격에 집을 지은 거미 한 점 침묵으로 매달렸다 말끝을 세운 몇 가닥 발설이 한데 얽혀 덫이 되고   하루, 이틀, 사흘 무엇을 먹었는지 마셨는지 소식도 없이 제자리에 멈춰있다   나는 여문 것을 좋아하고 그녀는 부드러운 걸 좋아하지만 거미의 식성은 육식성이다 단단한 저녁이 말랑말랑해진 태양의 육즙을 천천히 삼키는 동안 거미는 한마디 미동도 없이 어두워졌다   몰래 들여다봐도 내통도 없다 팽팽하게 벌어진 틈새를 붙잡고 며칠 째 끈적끈적한 긴장의 끈을 당기는 저 고집은 불통이다   꼭 돌아올 거라고 활짝 열어둔 오늘이 무음無音으로 지고 내일의 가지에 또 무슨 꽃이 피려나 마음은 나팔처럼 불 수가 없다   경계를 풀고 다가올 기척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순간이 쉼표도 없이 기다림으로 이어지고   죽은 듯 산 듯 다시 낮달이 떴다         - 2017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빅풋   석민재     군함처럼 큰 발을 끌고 아버지가 낭떠러지까지 오두막집을 밀고 갔다가 밀고 왔다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스텝을 맞추며 말기 암, 엄마를 재우고 있다 죽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죽을까 말까 죽어줄까 말까 엄마는 아빠를 놀리고 있다 아기처럼 엄마처럼 절벽 끝에서 놀고 있다         - 2017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윤장대   김성신     삼월 삼짓날은 윤장대를 돌리는 날 풍경소리 곱발 세우고 산자락은 그늘을 등지고 좌정한다 108배 올리던 법당에서 굽은 허리와 무릎 뼈 석탑처럼 일으켜 세우고 윤장대 돌리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묵은 발원이 한 각씩 깊어진다 상현달 달무리 지는 밤 아이의 울음소리 희미하게 살아나고 안간힘을 토해내던 흑백의 한 생 몸속 경(經)이 된 통증을 한 올 한 올 부풀리니 저만큼 솔바람에 가슴 쓸리기도 해 앞뒤 없는 회한과 갈망은 두 손 맞잡고 배웅하듯 한 곳을 바라보니 이마 위로 맺힌 땀방울 눈물의 동의인양 하염없이 흐른다 더 두툼해질 법문의 책장에  줄 맞추어 반듯하게 들어가 있을  어머니의 비워낸 몸을  나는 가만히 부축하여본다.       - 2017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스웨터   황성용     엄마 영정사진을 찍는 날   일생의 좌중을 한 번에 멈추고 그 안에서 골몰히 앞을 바라보는 한방의 시선, 시장 냄새도 들어간다   느슨했던 안이 넘어졌는지 엄마의 얼굴이 카메라 앞에서 손님 쪽으로 살짝 기운다   엄마 스스로 올올이 물 수 있는 어금니 하나로 얼굴을 살짝 들어 올린다 힘들었던 무게는 내리고, 쪼그렸던 다리는 반듯이 편다   푸르른 날과 무성한 날을 곱해도 영이 되는 적자의 숲에서 내려오지 못해 항상 엄마의 앞치마는 땀으로 젖어 있다    비누칠을 해도 빠지지 않을 때 방망이질의 쓰임에 따라 한 방에 끝내려고 사진사는 필요 없는 각도를 버린다    버릴 컷을 버려진 시간으로 남아 있을 때 엄마는 살림의 다이어트를 위해 땀방울 하나하나 털실로 꿰매는 절약 스웨터(sweater)   코가 빠져도 스웨터의 구멍을 버리지 않는 센스, 엄마는 유산의 단추 하나를 남겨둔다   나는 아침을 먹기 전에 빼빼한 삶의 스웨터로 찍힌 영정사진을 찾으러 간다       - 2017 광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질감    김순옥     방을 빼라는 집 주인의 목소리가 뜨거워 엉뚱한 방에 들어가 누워보아요 문지방에 끼인 돌멩이가 으스러져요 감긴 눈을 씹었어요   생선꼬리라도 주세요   돌멩이가 입 안에서 굴러다녀요 미안해요 뱉을 수가 없어요 입 깊숙이 밀어 넣어 볼까요?   늙은 복숭아 껍질에 돋은 거웃이 천일동안 타고 있대요 꽃을 달고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노랗게 곪아가는 눈 저만치 나는 엄마보다 더 늙었고 낯익은 젊은 여자 하나 생뚱맞은 얼굴로 거울을 빠져 나가요   불 꺼진 방 아랫목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요       - 2017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잔등노을   정연희     소잔등에 부르르 바람이 올라타고 있다 곱슬거리는 바람을 쫓는 꼬리는 등뼈를 타고 나간 장식 억센 풀은 뿔이 되고 오래 되새김한 무료는 꼬리 끝에서 춤춘다   스프링을 닮은 잔등 속 간지러움은  온갖 풀끝을 탐식한 벌 한 마리 꽃의 몸속에 피는 봄 연한 풀잎이 키운 한 마리 소는 쌓아 놓은 풀 더미 같고 잔등은 가혹한 수레의 우두머리 같다   논두렁 길 따라 비스듬히 누운 온돌방 같은 소 한 마리 눈 안에 풀밭과 코뚜레 꿴 굴레의 말(言)을 숨기는  저 순응의 천성  가지런한 빗줄기가 껌벅 껌벅거린다   융단처럼 펼쳐놓은 노을빛 잔등이 봄빛으로 밝다 주인 닮은 뿔처럼 몸 기우는 날은 금방 쏟아질 것 같은 잔등의 딱지가  철석철석 박자를 맞추고 저 불그스름한 노을은  유순한 소의 엉덩짝을 산처럼 넘는다       - 2017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페인트 공    성영희     그에게 깨끗한 옷이란 없다  한 가닥 밧줄을 뽑으며 사는 사내  거미처럼 외벽에 붙어  어느 날은 창과 벽을 묻혀오고  또 어떤 날은 흘러내리는 지붕을 묻혀 돌아온다  사다리를 오르거나 밧줄을 타거나  한결같이 허공에 뜬 얼룩진 옷  얼마나 더 흘러내려야 저 절벽 꼭대기에  깃발 하나 꽂을 수 있나    저것은 공중에 찍힌 데칼코마니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작업복이다  저렇게 화려한 옷이  일상복이 되지 못하는 것은  끊임없이 보호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리 거미가 정글을 탈출할 때  죽음에 쓸 밑줄까지 품고 나오듯  공중을 거쳐 안착한 거미들의 거푸집    하루 열두 번씩 변한다는 카멜레온도  마지막엔 제 색깔을 찾는다는데  하나의 직업과 함께 끝나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가 내려온 벽면에는 푸른 싹이 자라고  너덜거리는 작업복에도  온갖 색의 싹들이 돋아나 있다        - 2017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두꺼운 부재(不在)                    추프랑카      안 오던 비가 뜰층계에도 온다 그녀가 마늘을 깐다 여섯 쪽 마늘에 가랑비   육손이 그녀가 손가락 다섯 개에 오리발가락 하나를 까면 다섯 쪽 마늘은 쓰리고, 오그라져 붙은 마늘 한 쪽에 맺히는 빗방울, 오리발가락 다섯 개에 손가락 하나를 까면 바람비는 뜰층계에 양서류처럼 뛰어내리고, 타일과 타일 사이 당신 낯빛 닮은 바랜 시멘트, 그녀가 한사코 층계에 앉아 발끝을 오므리고 마늘을 깐다   매운 하늘을 휘젓는 비의 꼬리   마늘을 깐다 한 줌의 깊이에 씨를 묻고, 알뿌리 키우던 마늘밭에서 흙 탈탈 털어낸, 당신 없는 뜰층계에서 통증의 꼬리 하나씩 눈을 뜨며 낱낱이 톨 쪼개고 나와야 할 마늘쪽들, 층계 갈라진 틈 틈으로 촘촘하게 내리는 비, 집어넣는 비, 비의 꼬리도 꿰맬 듯 웅크려 앉아 그녀가 마늘을 깐다. 묵은 마늘껍질처럼 벗겨져, 하얗게, 날아가 버리는 맨종아리의 육남매 비안에 스며 있는 그늘의 표정으로 여섯 해, 꿈속 수면에 번지던 당신 뜰층계에 불쑥 붐비는 당신의 이름, 아멘 아멘 아멘 마늘은 여섯 쪽이고 육손이 그녀 뒤뚱거리며, 오리발가락 여섯 개에 손가락 여섯 개를 깐다   세 시에 한번 멎었다가 생각난 듯 쿵, 쿵 아멘을 들이받으며 아직 다 닳지 않은 비가, 다시 여러 가닥으로 쪼개진다         - 2017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목판화    진창윤     목판 위에 칼을 대면   마을에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골목 안쪽으로 흘러들어 고이는 풍경들은 늘 배경이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여자의   문 따는 소리를 들으려면 손목에 힘을 빼야 한다   칼은 골목을 따라 가로등을 세우고 지붕 위에 기와를 덮고   용마루 위의 길고양이 걸음을 붙들고   담장에 막혀 크는 감나무의 가지를 펼쳐준다  나는 여자의 발소리와 아이의   소리 없는 울음을 나무에 새겨 넣기 위해  밤이 골목 끝에서 떼쓰며 우는 것도 잊어야 한다  불 꺼진 문틈으로 냄비 타는 냄새가 새어나오더라도  칼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쯤 되면   밤 열두 시의 종소리도 새겨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여백은 언제나 좁아서   칼이 지나간 움푹 팬 자리는 서럽고 아프다  지붕 위로 어두운 윤곽이 드러나면 드문드문 송곳을 찍어  마치 박다 만 못 자국처럼 별을 새겨 넣는다 드디어 깜깜한 하늘에 귀가 없는 별이 뜬다  여자는 퉁퉁 불은 이불을 아이의 턱밑까지 덮어주었다 내 칼이 닿지 않는 곳마다 눈이 내리고 있다       - 2017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    김낙호     세 길 높이 배관 위 긴 칼 휘두르는 단단한 추위와 맞선다   방패는, 작업복 한 장의 두께 빈곤의 길이를 덮을 수 없는 주머니 속에서  길 없는 길을 찾는 추위에 쩍쩍 묻어나는 살점 더 먼 변두리의 울음소리를 막아보려  등돌린 세상처럼 냉골인 둥근 관을 온몸으로 데운다   두려움의 크기 따라 느리게  혹은, 더 느리게  허공을 차는 발바닥의 양력揚力으로 기는 자벌레   수평으로 떠 있는 몸이 공중을 써는 동안  바람은,  밀도 낮은 곳만 파고드는 야비한 마름    풍경風磬이 될 수 없는 공구들 부딪치는 소리 눈앞에 튀어 올랐던 땅의 단내가 목구멍을 채우는, 숨죽였던 모골이 축축한 닭의 볏이 될 때마다 날개 없는 포유류가 새가 된 적 없다는 걸  한 발 느리게 깨닫는다    떨어져 나갔다 다시 매달린 간肝으로부터  소름의 갈기가 잦아드는 한숨    자꾸만 밀어내는 세상의 복판을 자주 헛짚어  복부 근육으로 변두리를 붙잡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   허공을 기는 힘이 연소될 때마다  그나마 조금 환해지는 하루       - 2017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진단   신동혁     머리를 자르면 물고기가 된 기분입니다  나는 종교가 없고 마지막엔 바다가 온다는 말을, 소금기가 남은 꼬리뼈를 믿습니다  훔쳐온 것들만이 반짝입니다  지상의 명단에는 내가 없기에  나는 나의 줄거리가 됩니다  나는 맨발과 어울립니다  액자를 훔치면 여름이 되고 비둘기를 훔치면 횡단보도가 되는 낯선 버스에서 승객들이 쏟아집니다  멀리서 보면 선인장 더미 같습니다  서로를 껴안자 모래가 흐릅니다  모래가 나의 모국어가 아니듯  빈 침대는 바다에 대한 추문입니다  나는 모르는 햇빛만을 받아 적습니다  혼잣말을 엿들을 때 두 귀는 가장 뜨겁습니다  지도를 꺼내어 펼쳐봅니다  처방전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듣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가 깊어집니다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공복   김한규       당신이 하고 있는 무엇 가만히 있게 가만히 두지 않는 시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나왔네요.  아니면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왔습니다.   먼지가 부풀며 피에 섞인다  아스팔트가 헤드라이트를 밀어내기 시작하고  한 마디를 끝낸 입술이   냉동고 속에서 굳는다  언 것이 쌓이기 시작하자 흔들리던 빈속이 쏟아져 내린다   무엇을 하기 위해 당신은 약봉지를 잊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고 가지 말아야 할 곳이 보인다   죽은 나무 위에서 늦은 밥을 먹을 때 문은 닫히는 소리를 낸다   밝아올 것이라는 말을 지워버린 아침에는 감꽃이 떨어지고 눈물을 말리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을 하고 나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끝났습니다.   아니면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연락하겠습니다.       - 2017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귀촌   정연희     귀가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멀고 가까운 말들도 촌에서는 하나로 연결된 귀가 된다 귀걸이처럼 빛나는 소문들 귀가 제일 빠른 곳은 촌이다 특용작물을 심은 노총각의 이야기, 젊은 며느리와 늙은 시어머니와 다국적 갈등, 파리 한 마리와 한나절을 놀았다는 과부댁, 허리가 점점 늦가을 풀포기처럼 구부러지는 재 너머 노인, 합죽의 입 꼬리에서 뛰어오는 손자들 부러운 마음 감추고 듣는 독거노인들 이야기가 점심 물린 마을회관에 가득하다. 토지수용 소문에 동네가 술렁이고 쇠약한 용돈을 먹고 약장사가 지나가고 나면 촌에는 보일러 공기구멍에 집을 짓는 새와 부엌이 놀이터인 쥐가 퍼트리는 소문이 있다 반상회가 끝난 자정 무렵 민화투 점수로 오고가는 소문의 끄트머리들이 텅 빈 까치집으로 들어간다 폐가는 집 비운 소문으로 흉흉하고 논두렁에는 논두렁 소문이 길게 늘어나고 어쩌다 주춤했던 귀들도 오일장 다녀 온 뒤로 다시 무성해지는 이발관 그림 같은 풍경에 뛰어든 사람들 밤이 빨리 찾아오는 촌 풍경에 바쁜 귀가 몰입해 있다       - 2017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애인    유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전쟁의 시간    주민현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치며 싸락싸락 소리가 났다. 라디오에서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앵커의 목소리가 지지직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쁨과 안도가 터무니없이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어두운 언덕을 넘어가고 있는 군인들의 긴 행렬을 떠올렸다 바게트 굽는 냄새가 식탁 위로 흘러 넘쳤다   하지만 불안이 커튼처럼 남겨져 있었다   어쨌거나 다시 자랄 것이다  식물이나, 아이나, 어둠 속에 수그린  수련이나, 오래 구겨져 있던 셔츠 같은 것이 교사나 수렵꾼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생활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뜯어진 커튼처럼 그렇게 남겨져 있었다   어머니는 인간이 물고기로부터 태어난다고 믿었다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끝내 믿을 수 없어 했다   이곳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반쯤만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식은 총구에서 나는 싸늘한 냄새를 맡으며 수프를 먹었고, 기도를 했고, 달력을 넘기며 고작 이 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다   칼로 가른 물고기 뱃속에는 구슬이 가득했다 종종 정신이 돌아오는 늙은 어머니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종려나무야, 다른 신발을 쥐고 태어난 깨끗한 발아, 이것을 좀 보렴, 이렇게 아름답잖니    신은 언제나 우리의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다   어머니는 자주 누워 있었고 집 밖에 내어 놓은 의자는 비에 젖었다 전쟁이 끝나고 좀도둑 떼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곧 사월이 오면 먹을 게 좀 생길 거다  이웃집 사람들과 매일 대화를 했다    이 동네를 떠나세요, 아직 젊으니까 도시로 가면 여기보단 지내기가 나을 거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워서 중얼거리는 어머니는 조금씩 물고기의 형상을 닮아 갔다   오빠 마구간에서 새끼 양들이 태어났어  이상한 일이다, 신의 증거 같은 것일까?  그 양들은 옆집에서 도망친 가난한 슬픔일 뿐이란다   사는 게 지옥 같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아직 지옥엔 도달하지도 않았는걸요    사월에도 눈이 내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 학교에 갔고  곳곳에 무너진 건물이 다시 건축되고 있었다   가는 물줄기 안에서 물고기 몇 마리가  더 커다란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 2017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소잔등에 부르르 바람이 올라타고 있다 곱슬거리는 바람을 쫓는 꼬리는 등뼈를 타고 나간 장식 억센 풀은 뿔이 되고 오래 되새김한 무료는 꼬리 끝에서 춤춘다   스프링을 닮은 잔등 속 간지러움은  온갖 풀끝을 탐식한 벌 한 마리 꽃의 몸속에 피는 봄 연한 풀잎이 키운 한 마리 소는 쌓아 놓은 풀 더미 같고 잔등은 가혹한 수레의 우두머리 같다   논두렁 길 따라 비스듬히 누운 온돌방 같은 소 한 마리 눈 안에 풀밭과 코뚜레 꿴 굴레의 말(言)을 숨기는  저 순응의 천성  가지런한 빗줄기가 껌벅 껌벅거린다   융단처럼 펼쳐놓은 노을빛 잔등이 봄빛으로 밝다 주인 닮은 뿔처럼 몸 기우는 날은 금방 쏟아질 것 같은 잔등의 딱지가  철석철석 박자를 맞추고 저 불그스름한 노을은  유순한 소의 엉덩짝을 산처럼 넘는다       - 2017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페인트 공    성영희     그에게 깨끗한 옷이란 없다  한 가닥 밧줄을 뽑으며 사는 사내  거미처럼 외벽에 붙어  어느 날은 창과 벽을 묻혀오고  또 어떤 날은 흘러내리는 지붕을 묻혀 돌아온다  사다리를 오르거나 밧줄을 타거나  한결같이 허공에 뜬 얼룩진 옷  얼마나 더 흘러내려야 저 절벽 꼭대기에  깃발 하나 꽂을 수 있나    저것은 공중에 찍힌 데칼코마니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작업복이다  저렇게 화려한 옷이  일상복이 되지 못하는 것은  끊임없이 보호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리 거미가 정글을 탈출할 때  죽음에 쓸 밑줄까지 품고 나오듯  공중을 거쳐 안착한 거미들의 거푸집    하루 열두 번씩 변한다는 카멜레온도  마지막엔 제 색깔을 찾는다는데  하나의 직업과 함께 끝나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가 내려온 벽면에는 푸른 싹이 자라고  너덜거리는 작업복에도  온갖 색의 싹들이 돋아나 있다        - 2017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두꺼운 부재(不在)                    추프랑카      안 오던 비가 뜰층계에도 온다 그녀가 마늘을 깐다 여섯 쪽 마늘에 가랑비   육손이 그녀가 손가락 다섯 개에 오리발가락 하나를 까면 다섯 쪽 마늘은 쓰리고, 오그라져 붙은 마늘 한 쪽에 맺히는 빗방울, 오리발가락 다섯 개에 손가락 하나를 까면 바람비는 뜰층계에 양서류처럼 뛰어내리고, 타일과 타일 사이 당신 낯빛 닮은 바랜 시멘트, 그녀가 한사코 층계에 앉아 발끝을 오므리고 마늘을 깐다   매운 하늘을 휘젓는 비의 꼬리   마늘을 깐다 한 줌의 깊이에 씨를 묻고, 알뿌리 키우던 마늘밭에서 흙 탈탈 털어낸, 당신 없는 뜰층계에서 통증의 꼬리 하나씩 눈을 뜨며 낱낱이 톨 쪼개고 나와야 할 마늘쪽들, 층계 갈라진 틈 틈으로 촘촘하게 내리는 비, 집어넣는 비, 비의 꼬리도 꿰맬 듯 웅크려 앉아 그녀가 마늘을 깐다. 묵은 마늘껍질처럼 벗겨져, 하얗게, 날아가 버리는 맨종아리의 육남매 비안에 스며 있는 그늘의 표정으로 여섯 해, 꿈속 수면에 번지던 당신 뜰층계에 불쑥 붐비는 당신의 이름, 아멘 아멘 아멘 마늘은 여섯 쪽이고 육손이 그녀 뒤뚱거리며, 오리발가락 여섯 개에 손가락 여섯 개를 깐다   세 시에 한번 멎었다가 생각난 듯 쿵, 쿵 아멘을 들이받으며 아직 다 닳지 않은 비가, 다시 여러 가닥으로 쪼개진다         - 2017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목판화    진창윤     목판 위에 칼을 대면   마을에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골목 안쪽으로 흘러들어 고이는 풍경들은 늘 배경이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여자의   문 따는 소리를 들으려면 손목에 힘을 빼야 한다   칼은 골목을 따라 가로등을 세우고 지붕 위에 기와를 덮고   용마루 위의 길고양이 걸음을 붙들고   담장에 막혀 크는 감나무의 가지를 펼쳐준다  나는 여자의 발소리와 아이의   소리 없는 울음을 나무에 새겨 넣기 위해  밤이 골목 끝에서 떼쓰며 우는 것도 잊어야 한다  불 꺼진 문틈으로 냄비 타는 냄새가 새어나오더라도  칼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쯤 되면   밤 열두 시의 종소리도 새겨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여백은 언제나 좁아서   칼이 지나간 움푹 팬 자리는 서럽고 아프다  지붕 위로 어두운 윤곽이 드러나면 드문드문 송곳을 찍어  마치 박다 만 못 자국처럼 별을 새겨 넣는다 드디어 깜깜한 하늘에 귀가 없는 별이 뜬다  여자는 퉁퉁 불은 이불을 아이의 턱밑까지 덮어주었다 내 칼이 닿지 않는 곳마다 눈이 내리고 있다       - 2017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    김낙호     세 길 높이 배관 위 긴 칼 휘두르는 단단한 추위와 맞선다   방패는, 작업복 한 장의 두께 빈곤의 길이를 덮을 수 없는 주머니 속에서  길 없는 길을 찾는 추위에 쩍쩍 묻어나는 살점 더 먼 변두리의 울음소리를 막아보려  등돌린 세상처럼 냉골인 둥근 관을 온몸으로 데운다   두려움의 크기 따라 느리게  혹은, 더 느리게  허공을 차는 발바닥의 양력揚力으로 기는 자벌레   수평으로 떠 있는 몸이 공중을 써는 동안  바람은,  밀도 낮은 곳만 파고드는 야비한 마름    풍경風磬이 될 수 없는 공구들 부딪치는 소리 눈앞에 튀어 올랐던 땅의 단내가 목구멍을 채우는, 숨죽였던 모골이 축축한 닭의 볏이 될 때마다 날개 없는 포유류가 새가 된 적 없다는 걸  한 발 느리게 깨닫는다    떨어져 나갔다 다시 매달린 간肝으로부터  소름의 갈기가 잦아드는 한숨    자꾸만 밀어내는 세상의 복판을 자주 헛짚어  복부 근육으로 변두리를 붙잡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   허공을 기는 힘이 연소될 때마다  그나마 조금 환해지는 하루       - 2017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진단   신동혁     머리를 자르면 물고기가 된 기분입니다  나는 종교가 없고 마지막엔 바다가 온다는 말을, 소금기가 남은 꼬리뼈를 믿습니다  훔쳐온 것들만이 반짝입니다  지상의 명단에는 내가 없기에  나는 나의 줄거리가 됩니다  나는 맨발과 어울립니다  액자를 훔치면 여름이 되고 비둘기를 훔치면 횡단보도가 되는 낯선 버스에서 승객들이 쏟아집니다  멀리서 보면 선인장 더미 같습니다  서로를 껴안자 모래가 흐릅니다  모래가 나의 모국어가 아니듯  빈 침대는 바다에 대한 추문입니다  나는 모르는 햇빛만을 받아 적습니다  혼잣말을 엿들을 때 두 귀는 가장 뜨겁습니다  지도를 꺼내어 펼쳐봅니다  처방전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듣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가 깊어집니다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공복   김한규       당신이 하고 있는 무엇 가만히 있게 가만히 두지 않는 시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나왔네요.  아니면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왔습니다.   먼지가 부풀며 피에 섞인다  아스팔트가 헤드라이트를 밀어내기 시작하고  한 마디를 끝낸 입술이   냉동고 속에서 굳는다  언 것이 쌓이기 시작하자 흔들리던 빈속이 쏟아져 내린다   무엇을 하기 위해 당신은 약봉지를 잊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고 가지 말아야 할 곳이 보인다   죽은 나무 위에서 늦은 밥을 먹을 때 문은 닫히는 소리를 낸다   밝아올 것이라는 말을 지워버린 아침에는 감꽃이 떨어지고 눈물을 말리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을 하고 나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끝났습니다.   아니면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연락하겠습니다.       - 2017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귀촌   정연희     귀가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멀고 가까운 말들도 촌에서는 하나로 연결된 귀가 된다 귀걸이처럼 빛나는 소문들 귀가 제일 빠른 곳은 촌이다 특용작물을 심은 노총각의 이야기, 젊은 며느리와 늙은 시어머니와 다국적 갈등, 파리 한 마리와 한나절을 놀았다는 과부댁, 허리가 점점 늦가을 풀포기처럼 구부러지는 재 너머 노인, 합죽의 입 꼬리에서 뛰어오는 손자들 부러운 마음 감추고 듣는 독거노인들 이야기가 점심 물린 마을회관에 가득하다. 토지수용 소문에 동네가 술렁이고 쇠약한 용돈을 먹고 약장사가 지나가고 나면 촌에는 보일러 공기구멍에 집을 짓는 새와 부엌이 놀이터인 쥐가 퍼트리는 소문이 있다 반상회가 끝난 자정 무렵 민화투 점수로 오고가는 소문의 끄트머리들이 텅 빈 까치집으로 들어간다 폐가는 집 비운 소문으로 흉흉하고 논두렁에는 논두렁 소문이 길게 늘어나고 어쩌다 주춤했던 귀들도 오일장 다녀 온 뒤로 다시 무성해지는 이발관 그림 같은 풍경에 뛰어든 사람들 밤이 빨리 찾아오는 촌 풍경에 바쁜 귀가 몰입해 있다       - 2017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애인    유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전쟁의 시간    주민현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치며 싸락싸락 소리가 났다. 라디오에서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앵커의 목소리가 지지직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쁨과 안도가 터무니없이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어두운 언덕을 넘어가고 있는 군인들의 긴 행렬을 떠올렸다 바게트 굽는 냄새가 식탁 위로 흘러 넘쳤다   하지만 불안이 커튼처럼 남겨져 있었다   어쨌거나 다시 자랄 것이다  식물이나, 아이나, 어둠 속에 수그린  수련이나, 오래 구겨져 있던 셔츠 같은 것이 교사나 수렵꾼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생활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뜯어진 커튼처럼 그렇게 남겨져 있었다   어머니는 인간이 물고기로부터 태어난다고 믿었다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끝내 믿을 수 없어 했다   이곳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반쯤만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식은 총구에서 나는 싸늘한 냄새를 맡으며 수프를 먹었고, 기도를 했고, 달력을 넘기며 고작 이 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다   칼로 가른 물고기 뱃속에는 구슬이 가득했다 종종 정신이 돌아오는 늙은 어머니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종려나무야, 다른 신발을 쥐고 태어난 깨끗한 발아, 이것을 좀 보렴, 이렇게 아름답잖니    신은 언제나 우리의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단다   어머니는 자주 누워 있었고 집 밖에 내어 놓은 의자는 비에 젖었다 전쟁이 끝나고 좀도둑 떼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곧 사월이 오면 먹을 게 좀 생길 거다  이웃집 사람들과 매일 대화를 했다    이 동네를 떠나세요, 아직 젊으니까 도시로 가면 여기보단 지내기가 나을 거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워서 중얼거리는 어머니는 조금씩 물고기의 형상을 닮아 갔다   오빠 마구간에서 새끼 양들이 태어났어  이상한 일이다, 신의 증거 같은 것일까?  그 양들은 옆집에서 도망친 가난한 슬픔일 뿐이란다   사는 게 지옥 같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아직 지옥엔 도달하지도 않았는걸요    사월에도 눈이 내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 학교에 갔고  곳곳에 무너진 건물이 다시 건축되고 있었다   가는 물줄기 안에서 물고기 몇 마리가  더 커다란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 2017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출처] 2017년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시부문)|작성자 책나무출판사
450    백거이(白居易) 시를 재다시 음미해보다... 댓글:  조회:6851  추천:0  2016-12-31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흉댁(凶宅)-백거이(白居易) 흉댁(凶宅)-백거이(白居易) 흉가-백거이(白居易) 長安多大宅(장안다대댁) : 장안에는 저택이 많아 列在街西東(렬재가서동) : 큰 길 동서로 벌려있다. 往往朱門內(왕왕주문내) : 가끔씩 붉은 대문 안 房廊相對空(방낭상대공) : 방과 복도가 비어 있다. 梟鳴松桂枝(효명송계지) : 솔과 계피나무에 올빼미 울고  狐藏蘭菊叢(호장난국총) : 난과 국화 떨기에 여우가 산다. 蒼苔黃葉地(창태황섭지) : 땅에는 푸른 이끼와 누런 단풍잎 日暮多旋風(일모다선풍) : 날 저물자 회오리바람 불어댄다. 前主爲將相(전주위장상) : 옛 주인은 모두 장군과 재상이나  得罪竄巴庸(득죄찬파용) : 죄를 얻어 사천과 호남으로 귀양갔다. 後主爲公卿(후주위공경) : 그 뒤의 주인은 공경과 같은 귀족이나 寢疾歿其中(침질몰기중) : 병들어 누웠다 그 안에서 죽었단다. 連延四五主(련연사오주) : 계속하여 네댓 명의 주인이 있었으나 殃禍繼相鍾(앙화계상종) : 앙화가 계속 이어졌단다. 自從十年來(자종십년내) : 십 년 전부터 죽이어서 不利主人翁(부리주인옹) : 주인 늙은이에게 이롭지 못하였단다. 風雨壞簷隙(풍우괴첨극) : 비바람에 무너져 처마에 금이 가고 蛇鼠穿牆墉(사서천장용) : 뱀이나 쥐가 담이나 벽에 구멍을 내었다. 人疑不敢買(인의부감매) : 사람들이 의아하여 감히 사지 않으니 日毁土木功(일훼토목공) : 날마다 흙과 나무 건축물이 무너졌단다. 嗟嗟俗人心(차차속인심) : 답답하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여! 甚矣其愚蒙(심의기우몽) : 심하도다, 그들의 어리석고 몽매함이여! 但恐災將至(단공재장지) : 재앙이 닥치는 것을 두려워할 뿐 不思禍所從(부사화소종) : 재앙의 원인을 생각해보지 않는구나. 我今題此詩(아금제차시) : 나는 지금 이 시를 지어서 欲悟迷者胸(욕오미자흉) : 미혹한 사람들 마음을 깨우치려 하노라. 凡爲大官人(범위대관인) : 무릇 높은 관리가 된 사람이란 年祿多高崇(년녹다고숭) : 나이와 녹봉이 많고도 높도다. 權重持難久(권중지난구) : 귄세가 중하면 지키기 어렵고 位高勢易窮(위고세역궁) : 지위가 높으면 형세는 다하기 쉽도다. 驕者物之盈(교자물지영) : 교만한 자리는 물질이 가득함이요 老者數之終(노자삭지종) : 장로의 자리는 목숨이 끝나간다는 것. 四者如寇盜(사자여구도) : 권세와 지위, 녹봉과 권위, 이 넷은 도둑과 같아 日夜來相攻(일야내상공) : 밤낮으로 서로 공격해온다. 假使居吉土(가사거길토) : 설사 좋은 집터에 산다고 하여도 孰能保其躬(숙능보기궁) : 누가 능히 자신의 몸을 보전할 수 있겠는가. 因小以明大(인소이명대) : 작은 일을 가지고 큰 도리를 밝히나니 借家可諭邦(차가가유방) : 집의 이야기를 빌어 나라의 일을 깨우칠 수 있도다. 周秦宅崤函(주진댁효함) : 주나라와 진나라는 효관과 함곡관을 택지로 삼아 其宅非不同(기댁비부동) : 그 택지는 같지 아니함이 아니나 一興八百年(일흥팔백년) : 한 쪽은 팔백년 간을 흥성하고 一死望夷宮(일사망이궁) : 다른 한 쪽은 죽어서 이궁만 바라보고 죽었다. 寄語家與國(기어가여국) : 집안이나 국가에 대하여 말을 부치노니 人凶非宅凶(인흉비댁흉) : 사람이 나빠서이지 집터가 나빠서가 아니로다.     2005.05.03 22:41:5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한규원(寒閨怨)-백거이(白居易) 한규원(寒閨怨)-백거이(白居易) 차가운 규원의 원망-백거이(白居易) 寒月沈沈洞房靜(한월침침동방정) : 차가운 달빛 침침하고 안방이 고요한데  眞珠簾外梧桐影(진주렴외오동영) : 진주 구슬주렴 밖으로 오동나무 그림자 진다. 秋霜欲下手先知(추상욕하수선지) : 가을 서리 내리려하니 손끝이 먼저 알아 燈底裁縫剪刀冷(등저재봉전도냉) : 등잔 아래 재봉하는데 칼끝이 차기만 하여라.     2005.05.02 00:27:2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자각이수2(自覺二首2)-백거이(白居易) 자각이수2(自覺二首2)-백거이(白居易) 나는 알았네-백거이(白居易) 朝哭心所愛(조곡심소애) : 아침에는 사랑하는 딸을 통곡하고 暮哭心所親(모곡심소친) : 저녁에는 친애하는 어머님 곡하다니. 親愛零落盡(친애령낙진) : 자식과 부모 다 돌아가니 安用身獨存(안용신독존) : 어찌 이 몸만 혼자 살아갈 필요 있나  幾許平生歡(기허평생환) : 평생의 기쁜 일이 얼마인가 無限骨肉恩(무한골육은) : 끝없는 부모님의 은혜이로다. 結爲腸間痛(결위장간통) : 근심을 맺어 속병이 되고 聚作鼻頭辛(취작비두신) : 슬픔을 취하여 코끝이 얼얼하다. 悲來四肢緩(비내사지완) : 슬픔에 사지가 늘어지고 泣盡雙眸昏(읍진쌍모혼) : 눈물이 다함에 두 눈동자 흐려진다. 所以年四十(소이년사십) : 그래서 나이 사십에  心如七十人(심여칠십인) : 마음은 칠십 노인이로다. 我聞浮圖敎(아문부도교) : 내가 들은 불교의 가르침 中有解脫門(중유해탈문) : 그 중에는 해탈의 문이 있었도다. 置心爲止水(치심위지수) : 마음 가지기를 고요한 물처럼 하고 視身如浮雲(시신여부운) : 내 몸 보기를 뜬 구름처럼 해야 한다. 抖擻垢穢衣(두수구예의) : 때 묻은 더러운 옷을 떨어내고 度脫生死輪(도탈생사륜) : 생사의 윤회를 벗어나야 한다. 胡爲戀此苦(호위련차고) : 어찌해야 이 고통을 바꿀까 不去猶逡巡(부거유준순) : 떠나지 않으면 꾸물거린다. 回念發弘願(회념발홍원) : 생각을 돌려 큰 소원을 빌어 願此見在身(원차견재신) : 이러한 것이 내 몸에 나타났으면 但受過去報(단수과거보) : 다만 과거의 업보를 받아 不結將來因(부결장내인) : 장래의 인과를 맺지 말았으면 誓以智慧水(서이지혜수) : 맹서하건데, 지혜의 물로 永洗煩惱塵(영세번뇌진) : 번뇌의 흙먼지를 영원히 씻어 내리라. 不將恩愛子(부장은애자) : 은애로운 것을 거느리지 않고 更種悲憂根(경종비우근) : 다시는 슬픔과 근심의 뿌리를 심지 않으리라. (白樂天詩集,卷十,感傷二)     2005.05.27 22:52:4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자각이수1(自覺二首1)-백거이(白居易) 자각이수1(自覺二首1)-백거이(白居易) 나는 알았네-백거이(白居易) 四十未爲老(사십미위노) : 인생 사십 아직 늙은이도 아닌데 憂傷早衰惡(우상조쇠악) : 걱정과 근심에 늙고 추해졌구나.  前歲二毛生(전세이모생) : 작년에 머리가 희끗히끗하고 今年一齒落(금년일치낙) : 금년엔 이빨이 하나 빠졌구나. 形骸日損耗(형해일손모) : 몸은 날마다 허약해지고 心事同蕭索(심사동소색) : 마음은 같이 쓸쓸해지는구나. 夜寢與朝餐(야침여조찬) : 밤에 자는 밥과 아침에 먹는 밥도 其間味亦薄(기간미역박) : 그 사이 맛도 없어진다. 同歲崔舍人(동세최사인) : 같은 나이인 최사인은 容光方灼灼(용광방작작) : 용모가 한참 건장하구나. 始知年與貌(시지년여모) : 이제야 알겠노라, 나이와 용모도 衰盛隨憂樂(쇠성수우낙) : 근심과 즐거움 따라 성하고 쇠함을. 畏老老轉逼(외노노전핍) : 늙음이 두려우나 늙음은 갈수록 닥쳐오고 憂病病彌縛(우병병미박) : 병나는 것 두려우나 병은 더욱 속박해온다. 不畏復不憂(부외복부우) : 두려워말고, 또 근심하지도 말자 是除老病藥(시제노병약) : 이것이 늙음과 병을 없애는 약이니라. (白樂天詩集,卷十,感傷二)     2005.05.09 22:21:1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감구시권(感舊詩卷)-백거이(白居易) 감구시권(感舊詩卷)-백거이(白居易) 옛 시집 읽고 감상에 젖어-백거이(白居易) 夜深吟罷一長吁(야심음파일장우) : 밤 깊도록 읽고 길게 한 번 탄식하니 老淚燈前濕白鬚(노누등전습백수) : 등불 아래 늙은이, 눈물이 흰 수염 적신다. 二十年前舊詩卷(이십년전구시권) : 이십 년 전 펴낸 옛 시집 十人酬和九人無(십인수화구인무) : 함께 한, 열사람 중에 아홉 사람이 없구나.  (白樂天詩後集,卷十二,律詩)     2005.05.09 22:04:1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대주2(對酒2)-백거이(白居易) 대주2(對酒2)-백거이(白居易) 술잔을 앞에 놓고-백거이(白居易)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을 다투는가.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 부싯돌 속 불빛처럼 빠른 세월에 맡긴 몸.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 부귀는 부귀대로 빈천은 빈천대로 즐기리 不開口笑是癡人(불개구소시치인) : 입을 열고 웃지 못하면 그가 곧 바보라네.     2005.04.29 20:36:5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대주4(對酒4)-백거이(白居易) 대주4(對酒4)-백거이(白居易) 술잔 앞에 놓고-백거이(白居易) 百歲無多時壯健(백세무다시장건) : 백세를 살아도 건강한 때는 짧고 一春能幾日晴明(일춘능기일청명) : 봄철인들 몇 날이나 맑고 밝을까. 相逢且莫推辭醉(상봉차막추사취) : 서로 만났으니 사양 말고 취하여 聽唱陽關第四聲(청창양관제사성) : 양관의 이별가를 듣고 들어보자꾸나.     2005.04.29 20:38:2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대주1(對酒1)-백거이(白居易) 대주1(對酒1)-백거이(白居易) 술잔을 앞에 놓고-백거이(白居易) 巧拙賢愚相是非(교졸현우상시비) : 재주가 있고 없고, 잘나고 못나고를 서로 따지지만 何如一醉盡忘機(하여일취진망기) : 한번 취해 모든 간계를 다 잊어봄이 어떠한가. 君知天地中寬搾(군지천지중관착) : 하늘과 땅 사이의 넓고 좁음을 그대는 아는가 鵰鶚鸞皇各自飛(조악난황각자비) : 독수리와 물수리, 난새와 봉황새 저마다 날 수 있는 것을.     2005.05.09 00:40:3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대주3(對酒3)-백거이(白居易) 대주3(對酒3)-백거이(白居易) 술잔을 앞에 놓고-백거이(白居易) 丹砂見火去無迹(단사견화거무적) : 단사에서 불빛 보듯 가서는 자취 없고 白髮泥人來不休(백발니인내부휴) : 백발이 사람을 썩히려 와서는 쉬지 않네. 賴有酒仙相暖熱(뢰유주선상난열) : 주선의 힘을 입어 서로들 따뜻해져 松喬醉卽到前頭(송교취즉도전두) : 큰 솔에 취하여 누우니 앞머리만 닿았네.      2005.04.29 20:37:1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대주5(對酒5)-백거이(白居易) 대주5(對酒5)-백거이(白居易) 술잔을 앞에 놓고-백거이(白居易) 百歲無多時壯健(백세무다시장건) : 백세를 살아도 건강한 때는 짧고 一春能幾日晴明(일춘능기일청명) : 봄철인들 몇 날이나 맑고 밝을까. 相逢且莫推辭醉(상봉차막추사취) : 서로 만났으니 사양 말고 취하여 聽唱陽關第四聲(청창양관제사성) : 양관의 이별가를 듣고 불러보자꾸나. (白樂天詩後集,卷九,律詩)     2005.05.09 13:15: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영회(詠懷)-백거이(白居易) 영회(詠懷)-백거이(白居易) 내 속 마음을 노래하다-백거이(白居易) 盡日松下坐(진일송하좌) : 종일토록 소나무 아래 앉아 有時池畔行(유시지반항) : 때로는 못 둑을 거닐기도 한다. 行立與坐臥(항립여좌와) : 가다가 서고 앉았다가 눕는데 中懷淡無營(중회담무영) : 마음속이 담담하니 할 일이 없다. 不覺流年過(부각류년과) : 자신도 모른 채, 흐르는 세월 지나고 亦任白髮生(역임백발생) : 백발 또한 생기는 대로 맡겨둔다. 不爲世所薄(부위세소박) : 세상사람 싫어하는 일, 하지 않으니 安得遂閒情(안득수한정) : 어찌 능히 한가한 마음 얻지 못하리오.     2005.04.28 00:10:3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영회(詠懷)-백거이(白居易) 영회(詠懷)-백거이(白居易) 내 마음을 읊다-백거이(白居易) 自從委順任浮沈(자종위순임부침) : 맡기고 순종하여 인간성쇠를 맡기니 漸覺年多功用深(점각년다공용심) : 깨닫는 해가 많아져 수양의 효험 깊어진다. 面上滅除憂喜色(면상멸제우희색) : 얼굴에는 근심과 기쁨의 표정 없어지고 胸中消盡是非心(흉중소진시비심) : 가슴 속에는 시비를 가리는 마음 사라졌다. 妻兒不問唯耽酒(처아부문유탐주) : 처자도 묻지 않고 오직 술만 탐하고 冠帶皆慵只抱琴(관대개용지포금) : 벼슬도 다 귀찮아하고 거문고만 타게 된다. 長笑靈均不知命(장소령균부지명) : 영원히 우습구나, 굴원이 천명도 모르고 江蘺叢畔苦悲唫(강리총반고비금) : 물가 천궁 풀 두둑에서 괴롭게 슬퍼하던 일.     2005.04.27 23:59:4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한영(閒詠)-백거이(白居易) 한영(閒詠)-백거이(白居易) 한가히 읊으며-백거이(白居易) 步月憐淸景(보월련청경) : 맑은 빛에 끌려 달 아래 거닐고 眠松愛綠陰(면송애녹음) : 푸른 그늘 좋아서 소나무 아래서 잔다. 早年詩思苦(조년시사고) : 어려서는 시 짓는 생각에 고민하고 晩歲道情深(만세도정심) : 늙어서는 도 닦는 마음에 몰두했었다. 夜學禪多坐(야학선다좌) : 밤에는 참선 학습에 자주 앉아 보내고 秋牽興暫吟(추견흥잠음) : 가을에는 흥에 끌려 잠시 시를 읊었다. 悠然兩事外(유연량사외) : 여유롭고 편안한 두 가지 일 외에는 無處更留心(무처경류심) : 다시 내 마음 둘 곳이 전혀 없어구나.     2005.04.27 23:31:0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불출문(不出門)-백거이(白居易) 불출문(不出門)-백거이(白居易) 문밖에 나가지 않고-백거이(白居易) 不出門來又數旬(부출문내우삭순) : 문 밖 출입 하지 않은지 수십 일 將何銷日與誰親(장하소일여수친) : 무엇으로 소일하며 누구와 친구할까. 鶴籠開處見君子(학농개처견군자) : 학의 조롱 연 곳에 군자가 보이고 書卷展時逢古人(서권전시봉고인) : 책을 펼칠 때에는 옛사람 만나는구나. 自靜其心延壽命(자정기심연수명) : 제 마음을 고요히 하면 더 오래 살고 無求於物長精神(무구어물장정신) : 물질에서 구하지 않으면 정신력도 강하다. 能行便是眞修道(능항편시진수도) :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곧 참된 수도이니 何必降魔調伏身(하필강마조복신) : 어찌 마귀를 이기고 육신을 다스려야만 하나.     2005.04.28 00:06:0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정월십오일야월(正月十五日夜月)-백거이(白居易) 정월십오일야월(正月十五日夜月)-백거이(白居易) 정월 보름날 밤에-백거이(白居易) 歲熟人心樂(세숙인심낙) : 풍년이라 사람들 마음 즐거워 朝遊復夜遊(조유복야유) : 아침에도 놀고, 밤에도 놀러 다닌다. 春風來海上(춘풍내해상) : 바다 위로 봄바람 불어오고 明月在江頭(명월재강두) : 강물 위에 밝은 달이 떠 있다. 燈火家家市(등화가가시) : 집집마다 거리마다 등불 밝히고 笙歌處處樓(생가처처누) : 누대마다 피리소리 노랫소리 無妨思帝里(무방사제리) : 서울 생각나는 어찌 할 수 없지만 不合厭杭州(부합염항주) : 항주 고을을 싫다고도 할 수 없구나. (白樂天詩後集,卷五,律詩)     2005.05.09 22:07:5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포중야박(浦中夜泊)-백거이(白居易) 포중야박(浦中夜泊)-백거이(白居易) 포구에서 밤에 정박하다-백거이(白居易) 暗上江隄還獨立(암상강제환독립) : 어두워 강둑에 올라 둘러 홀로 서니  水風霜氣夜稜稜(수풍상기야능능) : 강바람, 서리 기운이 밤에 더욱 차갑구나. 回看深浦停舟處(회간심포정주처) : 깊은 포구 배 댄 곳을 뒤돌아보니 蘆荻花中一點燈(노적화중일점등) : 갈대꽃 안에 있는 깜박이는 한 점 등불. (白樂天詩集,卷十五,律詩)     2005.05.09 22:06:1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주중독원구시(舟中讀元九詩)-백거이(白居易) 주중독원구시(舟中讀元九詩)-백거이(白居易) 배 안에서 원구의 시를 읽다-백거이(白居易) 把君詩卷燈前讀(파군시권등전독) : 자네 시를 잡고 등불 앞에서 읽었는데 詩盡燈殘天未明(시진등잔천미명) : 다 읽어도 등불 스러지고 날은 밝지 않는다. 眼痛滅燈猶闇坐(안통멸등유암좌) : 눈이 아파 등불 끄고 여전히 어둠 속에 앉으니 逆風吹浪打船聲(역풍취낭타선성) : 거슬러 부는 바람에 물결이 뱃전을 치는 소리     2005.04.26 00:20:3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북정독숙(北亭獨宿)-백거이(白居易) 북정독숙(北亭獨宿)-백거이(白居易) 북정에서 홀로 묵다-백거이(白居易) 悄悄壁下牀(초초벽하상) : 초초한 벽 아래 침상 紗籠耿殘燭(사롱경잔촉) : 비단 초롱에 꺼져가는 불빛. 夜半獨眠覺(야반독면교) : 밤 깊어 홀로 잠 깨어 疑在僧房宿(의재승방숙) : 내가 승방에 자고 있는가.     2005.04.25 23:55: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미우야항(微雨夜行)-백거이(白居易) 미우야항(微雨夜行)-백거이(白居易) 보슬비 속을 밤에 가자-백거이(白居易) 漠漠秋雲起(막막추운기) : 어둑한 가을 구름 솟고 悄悄夜寒生(초초야한생) : 초초한 밤 한기 인다. 但覺衣裳濕(단각의상습) : 옷 젖는 줄 알겠으나 無點亦無聲(무점역무성) : 빗방울도 빗소리도 없다.     2005.04.25 22:44:1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객중월(客中月)-백거이(白居易) 객중월(客中月)-백거이(白居易) 객지에서 보는 달-백거이(白居易) 客從江南來(객종강남내) : 객은 강남땅에서 왔지요 來時月上弦(내시월상현) : 제가 올 때는 상현달이었어요. 悠悠行旅中(유유항려중) : 한가히 걸으며 여행하면서 三見淸光圓(삼견청광원) : 맑은 보름달을 세 번 보았지요. 曉隨殘月行(효수잔월항) : 아침에 새벽달 따라 걷다가 夕與新月宿(석여신월숙) : 저녁이면 초승달과 함께 묵었지요. 誰謂月無情(수위월무정) : 누가 달이 무정하다 말하시나 千里遠相逐(천리원상축) : 천 리 먼 곳을 서로 쫓아다니지요. 朝發渭水橋(조발위수교) : 아침에 위수교를 떠나서는 暮入長安陌(모입장안맥) : 저녁이면 장안 거리에 들어와요. 不知今夜月(부지금야월) : 모르는 사이에 뜬 오늘 밤의 달 又作誰家客(우작수가객) : 오늘은 또 어느 집 객이 될는지요. (白樂天詩集,卷十二,感傷四)     2005.05.09 22:03:2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한출(閒出)-백거이(白居易) 한출(閒出)-백거이(白居易) 한가히 나서며-백거이(白居易) 身外無羈束(신외무기속) : 몸밖에 매여 있는 일 전혀 없고 心中少是非(심중소시비) : 마음 속엔 시비를 가리는 일 적다. 被花留便住(피화류편주) : 꽃비를 맞으면 쉬었다 머물고  逢酒醉方歸(봉주취방귀) : 술을 보면 취하야 돌아오노라. 人事行時少(인사항시소) : 사람의 일 보는 것이 때마다 적고 官曹入日稀(관조입일희) : 관청에 출입하는 일도 날마다 드물다. 春寒遊正好(춘한유정호) : 봄날이 차가워도 놀기에는 딱 좋아 穩馬薄綿衣(온마박면의) : 순한 말 타고서 엷은 무명옷 입어본다.  (白樂天詩後集,卷八,律詩)     2005.05.09 22:01:3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자탄(自歎)-백거이(白居易) 자탄(自歎)-백거이(白居易) 스스로 탄식하며-백거이(白居易) 宴遊寢食漸無味(연유침식점무미) : 잔치하고 놀아도, 잠자고 먹어도 맛이 없어지고 杯酒管絃徒繞身(배주관현도요신) :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도, 다만 내 몸만 얽어맨다. 賓客歡娛僮僕飽(빈객환오동복포) : 손님은 즐거워하고, 종들은 배불러 하노니 始知官職爲他人(시지관직위타인) : 이제야 알겠다, 관직은 남을 위해 하는 것임을.     2005.05.09 10:07:4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숙양가(宿楊家)-백거이(白居易) 숙양가(宿楊家)-백거이(白居易) 양씨 집에서 묵으며-백거이(白居易) 楊氏弟兄俱醉臥(양씨제형구취와) : 양씨 형제는 모두가 취하여 누워있고 披衣獨起下高齋(피의독기하고재) : 옷 풀어헤치고 혼자 일어나 재실을 내려간다. 夜深不語中庭立(야심부어중정립) : 밤은 깊어가는데 말없이 뜰 가운데 서니 月照藤花影上堦(월조등화영상계) : 달이 등나무 비추고 그림자는 섬돌을 오른다.     2005.04.24 17:03:2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하규장남도화(下邽莊南桃花)-백거이(白居易) 하규장남도화(下邽莊南桃花)-백거이(白居易) 하규장 남쪽의 복사꽃-백거이(白居易) 村南無限桃花發(촌남무한도화발) : 마을 남쪽에 끝없이 복사꽃 만발하여 唯我多情獨自來(유아다정독자래) : 나만이 다정하여 홀로 찾아왔도다. 日暮風吹紅滿地(일모풍취홍만지) : 해지고 바람 불어 붉은 꽃잎 땅에 가득 無人解惜爲誰開(무인해석위수개) : 애석해 하는 사람 없거늘 누굴 위해 피었나.     2005.04.24 16:36:2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곡강유감(曲江有感)-백거이(白居易) 곡강유감(曲江有感)-백거이(白居易) 곡강에서 느끼어-백거이(白居易) 曲江西岸又春風(곡강서안우춘풍) : 곡강 서편 언덕에 또 봄바람 부니 萬樹花前一老翁(만수화전일노옹) : 온갖 꽃나무 앞에 선 한 늙은이. 遇酒逢花還且醉(우주봉화환차취) : 술 만나고 꽃 만나면 돌아와 또 취하니 若論惆愴事何窮(약론추창사하궁) : 실망과 슬픔을 논하면 이 일이 어찌 궁한가.     2005.05.09 00:35:2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증담객(贈談客)-백거이(白居易) 증담객(贈談客)-백거이(白居易) 담소하는 손님에게-백거이(白居易) 上客淸談何亹亹(상객청담하미미) : 손님은 그렇게도 애써 청담을 나누시나 幽人閒思自寥寥(유인한사자료료) : 숨어사는 사람의 한가한 심사는 절로 편안하오. 請君休說長安事(청군휴설장안사) : 청하노니, 서울 장안의 일들일랑 말하지 마오 膝上風淸琴正調(슬상풍청금정조) : 무릎 위에 맑은 바람이 바로 거문고 가락이라오.     2005.04.17 11:27: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신추야우(新秋夜雨)-백거이(白居易) 신추야우(新秋夜雨)-백거이(白居易) 초가을 밤비-백거이(白居易) 蟋蟀暮啾啾(실솔모추추) : 귀뚜라미 추런거리는 저녁 光陰不少留(광음불소류) : 세월은 잠시도 머물지 않는구나. 松檐半夜雨(송첨반야우) : 소나무 처마에 비 내리는 한밤 風幌滿牀秋(풍황만상추) : 바람 이는 커튼, 침상에 가득한 가을.  曙早燈猶在(서조등유재) : 이른 새벽에도 켜져 있는 등잔불 凉初簞未收(양초단미수) : 서늘한 첫 추위라, 발을 걷지 못한다. 新晴好天氣(신청호천기) : 새로 하늘, 날씨도 좋은데 誰伴老人遊(수반노인유) : 누가 늙은이와 짝이 되어 놀아줄까. (白樂天詩後集,卷十七,律詩)     2005.05.09 21:59:0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춘면(春眠)-백거이(白居易) 춘면(春眠)-백거이(白居易) 봄잠-백거이(白居易) 춘면(春眠)/봄잠 枕低被暖身安穩(침저피난신안온) : 베개 낮추니 따뜻해져 몸이 편안해 日照房門帳未開(일조방문장미개) : 해가 방문 비춰도 커튼은 열지 않아. 還有少年春氣味(환유소년춘기미) : 여전히 소년은 봄기운 맛보는데 時時暫到睡中來(시시잠도수중래) : 때때로 잠깐 와 보면 잠들어 있었다. (白樂天詩後集,卷十七,律詩)     2005.05.09 21:57:5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자미화(紫薇花)-백거이(白居易) 자미화(紫薇花)-백거이(白居易) 자미화-백거이(白居易) 絲綸閣下文章靜(사륜각하문장정) : 사륜각 아래 문장은 고요하고 鐘鼓樓中刻漏長(종고루중각루장) : 종고루 안 물시계 소리만 길다. 獨坐黃昏誰是伴(독좌황혼수시반) : 홀로 앉는 황혼녘, 곁에 뉘 있나 紫薇花對紫薇郞(자미화대자미랑) : 자미화가 자미랑과 마주본다.     2005.04.14 22:11:0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게으름을 노래하다-백거이(白居易) 게으름을 노래하다-백거이(白居易) 有官慵不選(유관용부선) : 관직에 있어도 게을러 뽑히지 않고 有田慵不農(유전용부농) : 전답이 있어도 게을러 농사짓지 않는다. 屋穿慵不葺(옥천용부즙) : 지붕이 새도 게을러 이지 않고 衣裂慵不縫(의렬용부봉) : 옷이 찢어져도 게을러 꿰매지 않는다. 有酒慵不酌(유주용부작) : 술이 있어도 게을러 마시지 않아 無異樽長空(무리준장공) : 술잔은 늘 비어 있는 편이다. 有琴慵不彈(유금용부탄) : 거문고가 있어도 게을러서 타지 않아 亦與無絃同(역여무현동) : 또한 악기가 함께 없는 것과 같구나. 家人告飯盡(가인고반진) : 식구가 먹을 것이 떨어졌다 알려도 欲炊慵不舂(욕취용부용) : 밥을 짓고 싶어도 게을러 벼 찧기가 싫다. 親朋寄書至(친붕기서지) : 친척과 친구들이 보낸 편지 와서 欲讀慵開封(욕독용개봉) : 꺼내어 읽고 싶어도 뜯기가 귀찮구나. 嘗聞嵇叔夜(상문혜숙야) : 일찍이 듣기로는, 혜숙야가 一生在慵中(일생재용중) : 평생 게으름 속에 살았다고 한다. 彈琴復鍛鐵(탄금복단철) : 거문고도 타고 담금질도 했으니, 比我未爲慵(비아미위용) : 나보다는 게으르지는 않았나 보다.     2005.04.14 00:46:2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삼년별(三年別)-백거이(白居易) 삼년별(三年別)-백거이(白居易) 이별한 삼년-백거이(白居易) 悠悠一別已三年(유유일별이삼년) : 아득한 한번의 이별이, 벌써 삼년 相望相思明月天(상망상사명월천) : 보고 싶고 그리운, 달 밝은 하늘 斷腸靑天望明月(단장청천망명월) : 애타는 맑은 날에, 밝은 달 보니 別來三十六回圓(별래삼십륙회원) : 이별한 후, 서른 여섯 번 째 둥근달     2005.04.10 02:02:2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남포별(南浦別)-백거이(白居易) 남포별(南浦別)-백거이(白居易) 남포의 이별-백거이(白居易) 南浦凄凄別(남포처처별) : 처연한 남포의 이별 西風嫋嫋秋(서풍뇨뇨추) : 하늘하늘 서풍 부는 가을날 一看腸一斷(일간장일단) : 바라보면, 애간장 끊어지나니 好去莫回頭(호거막회두) : 돌아보지 말고, 그냥 떠나다오     2005.04.10 01:52:2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곡공감(哭孔戡)-백거이(白居易) 곡공감(哭孔戡)-백거이(白居易) 공감을 곡하다-백거이(白居易) 洛陽誰不死(낙양수부사) : 낙양사람 누가 죽지 않으리오 戡死聞長安(감사문장안) : 공잠의 죽은 소식이 장안에 들린다. 我是知戡者(아시지감자) : 나는 공잠을 아는 사람이라 聞之涕泫然(문지체현연) : 이 소식 들으니 눈물이 흐른다.  戡佐山東軍(감좌산동군) : 공잠은 산동군을 도우고 있었는데  非義不可干(비의부가간) : 의리가 아니면 간여하지 않았었다. 拂衣向西來(불의향서내) : 옷을 떨치고 서쪽 향해 왔으니 其道直如絃(기도직여현) : 그의 도리의 곧음이 악기 줄과 같았다. 從事得如此(종사득여차) : 따라서 섬기고 따름을 이처럼 하였으니 人人以爲難(인인이위난) : 사람들마다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 여겼다. 人言明明代(인언명명대) : 사람들의 좋은 말은 밝은 시대를 밝히고 合置在朝端(합치재조단) : 합당한 조치는 밝아오는 아침녘에 있도다. 或望居諫司(혹망거간사) : 어떤 사람의 기대는 그가 간관의 자리 차지하여  有事戡必言(유사감필언) : 간언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간언할 것이라 생각하고 或望居憲府(혹망거헌부) : 어떤 사람의 기대는 재판관의 자리를 차지하여 有邪戡必彈(유사감필탄) : 사악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탄핵하리라 생각하였다. 惜哉兩不諧(석재량부해) : 아깝도다, 두 가지 일이 모두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니 沒齒爲閒官(몰치위한관) : 이가 다 빠지도록 늙어서도 한가한 관리로 남아  竟不得一日(경부득일일) : 끝내 하루도 그 자리를 얻지 못하고 謇謇立君前(건건립군전) : 군왕 앞에 절절매며 서있었구나. 形骸隨衆人(형해수중인) : 죽은 몸은 보통사람처럼 斂葬北邙山(렴장배망산) : 걷히어 북망산에 묻히었구나.  平生剛腸內(평생강장내) : 평생 동안 강직한 마음 直氣歸其間(직기귀기간) : 곧은 의기는 그 사이로 돌아갔구나. 賢者爲生民(현자위생민) : 어진 자는 살아있는 백성을 위하고 生死懸在天(생사현재천) : 살고 죽는 문제는 하늘에 맡기는구나. 謂天不愛人(위천부애인) : 하늘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胡爲生其賢(호위생기현) : 무엇 때문에 어진 사람들을 낳았겠는가 謂天果愛民(위천과애민) : 하늘이 과연 백성을 사랑한다 말하는가 胡爲奪其年(호위탈기년) : 무엇 때문에 그 생명을 빼앗는가 茫茫元化中(망망원화중) : 망망한 우주에서  誰執如此權(수집여차권) : 누가 이와 같은 권세를 잡고 있는 것일까.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2005.05.09 21:53:1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등낙유원망(登樂遊園望)-백거이(白居易) 등낙유원망(登樂遊園望)-백거이(白居易) 낙유원 올라 바라보다-백거이(白居易) 獨上樂遊園(독상낙유원) : 혼자 낙유원에 오르니 四望天日曛(사망천일훈) : 사방 하늘에 온통 황혼 빛이라.  東北何靄靄(동배하애애) : 동북쪽은 어찌 자욱한가 宮闕入煙雲(궁궐입연운) : 궁궐에 안개와 구름이 몰려온다. 愛此高處立(애차고처립) : 이런 광경이 좋아서 높은 곳에 서니 忽如遺垢氛(홀여유구분) : 문득 내가 속된 기운을 남긴 듯 하다. 耳目暫淸曠(이목잠청광) : 귀와 눈이 잠시 맑아지고 밝아져도 懷抱鬱不伸(회포울부신) : 마음에 품은 울적함은 펴지지 않는다. 下視十二街(하시십이가) : 아래로 열두 가닥 큰 길을 바라보니 綠樹間紅塵(녹수간홍진) : 푸른 나무들 사이로 흙먼지가 일어난다. 車馬徒滿眼(거마도만안) : 눈에 가득한 것은 다만 수레와 말 뿐 不見心所親(부견심소친) : 마음에 친숙한 것은 보이지 않는구나. 孔生死洛陽(공생사낙양) : 공생는 낙양에서 죽었고 元九謫荊門(원구적형문) : 원구는 형문으로 귀양 갔도다 可憐南北路(가련남배노) : 가련하다, 남북으로 떨어진 길에 高蓋者何人(고개자하인) : 높은 모자 쓴 그 사람이 누구이더냐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2005.05.09 21:55:0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숙자각산배촌(宿紫閣山北邨)-백거이(白居易) 숙자각산배촌(宿紫閣山北邨)-백거이(白居易) 자각산 북촌에 묵는데-백거이(白居易 ) 晨遊紫閣峯(신유자각봉) : 새벽에 자각봉을 유람하다가 暮宿山下邨(모숙산하촌) : 저녁에는 산 아래 고을에서 묵었소. 邨老見予喜(촌노견여희) : 고을 노인이 나를 반갑게 맞아 爲予開一尊(위여개일존) : 나를 위해 한 동이 술통을 열었소. 擧杯未及飮(거배미급음) : 따른 술잔을 들고 마시기지도 전에 暴卒來入門(포졸내입문) : 포악한 군졸들이 찾아 문 열고 들어왔소. 紫衣挾刀斧(자의협도부) : 자색옷에 칼과 도끼를 들고 온 草草十餘人(초초십여인) : 초라한 열 명의 사람들이었소. 奪我席上酒(탈아석상주) : 우리 자리의 술을 빼앗고 掣我盤中飧(체아반중손) : 우리 소반의 저녁밥을 끌어갔다오. 主人退後立(주인퇴후립) : 주인은 물러나 뒤에 서서 斂手反如賓(렴수반여빈) : 손을 모으며 도리어 손님 같았소. 中庭有奇樹(중정유기수) : 뜰 가운데에는 진기한 나무 있었는데 種來三十春(종내삼십춘) : 심은 지가 이미 삼십년은 다 되었다오. 主人惜不得(주인석부득) : 주인은 아까워도 어찌할 수 없었으니 持斧斷其根(지부단기근) : 군졸들은 도끼로 그 뿌리를 끊어버렸소. 口稱采造家(구칭채조가) : 말하기로는 캐어서 집을 짓는다지만 身屬神策軍(신속신책군) : 신분은 황제의 군대에 속해있지요. 主人愼勿語(주인신물어) : 주인은 조심하면서 말 내지 못하게 했으니 中尉正承恩(중위정승은) : 중위는 바로 황제의 은혜를 받은 자라오.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2005.05.09 21:56:5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하우시(賀雨)-백거이(白居易) 하우(賀雨)-백거이(白居易) 비 내리는 것을 경하하다-백거이(白居易) 皇帝嗣寶曆(황제사보력) : 황제가 황위를 계승한 것은 元和三年冬(원화삼년동) : 원화 삼년 째 되던 겨울이었다. 自冬及春暮(자동급춘모) : 겨울부터 봄이 저물도록  不雨旱爞爞(부우한충충) : 비가 내리지 않아 가물어 더웠다 上心念下民(상심념하민) : 황제는 마음으로 백성을 생각하고  懼歲成災凶(구세성재흉) : 재앙의 한 해가 될까봐 두려워했다. 遂下罪己詔(수하죄기조) : 마침내 자신이 죄인이라는 조서를 내리고 殷勤告萬邦(은근고만방) : 은근히 온 세상에 알리었다. 帝曰予一人(제왈여일인) : 황제가 이르기를, 내가 繼天承祖宗(계천승조종) : 하늘의 뜻을 잇고 조상의 덕을 받들어 憂勤不遑寧(우근부황녕) : 우려하고 근면함에도 편안하지 못하였다. 夙夜心忡忡(숙야심충충) : 아침저녁으로 마음은 근심스럽고 元年誅劉闢(원년주유벽) : 즉위 원년에는 유벽을 베어버리고  一擧靖巴邛(일거정파공) : 일거에 파공을 편안히 다스렸었다. 二年戮李錡(이년륙리기) : 즉위 이년에는 이기를 도륙하여  不戰安江東(부전안강동) : 싸우지 않고도 강동 지방을 편안해 했었다. 顧惟眇眇德(고유묘묘덕) : 돌아보건대, 보잘 것 없는 덕으로 遽有巍巍功(거유외외공) : 갑자기 커다란 공을 이루었는지라 或者天降沴(혹자천강려) : 어쩌면 하늘이 가뭄을 내린 것이니 無乃儆予躬(무내경여궁) : 어찌 내 몸을 삼가지 않겠는가.  上思答天戒(상사답천계) : 위로는 하늘의 경계에 답할 것을 생각하고 下思致時邕(하사치시옹) : 아래로는 시절의 조화를 이루지를 생각하노라 莫如率其身(막여률기신) :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데는  慈和與儉恭(자화여검공) : 자애와 온화, 검소와 공손보다 나은 것이 없도다. 乃命罷進獻(내명파진헌) : 이에 공물을 진상하는 것을 그치게 하고 乃命賑飢窮(내명진기궁) : 굶주리고 궁핍한 사람을 진휼하게 하였다 宥死降五刑(유사강오형) : 사형 죄를 용서하여 오형으로 내리고 已責寬三農(이책관삼농) : 질책함을 그치고 삼농의 조세를 관대히 하였다. 宮女出宣徽(궁녀출선휘) : 궁녀는 선휘원에서 나가게 하고 廐馬減飛龍(구마감비룡) : 마구간의 말은 날랜 말들을 줄였다. 庶政靡不擧(서정미부거) :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음이 없었으니  皆出自宸衷(개출자신충) : 모두가 황제의 충정에서 나오지 않음이 없었다. 奔騰道路人(분등도노인) : 분주한 길 위의 사람들 傴僂田野翁(구루전야옹) : 구부정한 들판 논밭의 늙은이들. 歡呼相告報(환호상고보) : 환호하며 서로가 알려주니 感泣涕沾胸(감읍체첨흉) : 감격하여 울어, 눈물이 가슴을 적시었다. 順人人心悅(순인인심열) : 백성에게 순응하니 백성들 마음이 기쁘고 先天天意從(선천천의종) : 하늘을 앞세우니 하늘의 뜻도 따른다. 詔下纔七日(조하재칠일) : 조서를 내린지 겨우 칠일 和氣生沖融(화기생충융) : 온화한 기운이 가득 찬 곳에서 생겨나 凝爲油油雲(응위유유운) : 엉기어 부드러운 구름으로 되었고 散作習習風(산작습습풍) : 흩어져 솔솔 부는 바람으로 되었도다. 晝夜三日雨(주야삼일우) : 밤낮 삼일 동안 비가 내리니 淒淒復濛濛(처처복몽몽) : 초목은 우거지고 다시 날은 자욱해졌다. 萬心春熙熙(만심춘희희) : 만물의 마음은 봄처럼 밝아지고 百穀靑芃芃(백곡청봉봉) : 온갖 곡식은 푸름이 짙어져간다. 人變愁爲喜(인변수위희) : 사람도 변하여 수심이 기쁨이 되고 歲易儉爲豐(세역검위풍) : 한 해도 변하여 매우 검소해졌도다. 乃知王者心(내지왕자심) : 알겠노라, 왕의 마음은 憂樂與衆同(우낙여중동) : 근심과 즐거움을 백성들로 함께하고 皇天與后土(황천여후토) : 하늘과 땅의 신 所感無不通(소감무부통) : 서로 느끼는 것이 통하지 않음이 없도다. 冠珮何鏘鏘(관패하장장) : 관에 붙은 패물이 어찌 그렇게도 쟁쟁한가. 將相及王公(장상급왕공) : 장군과 재상 그리고 왕공들 蹈舞呼萬歲(도무호만세) : 뛰며 춤추며 만세를 부른다. 列賀明庭中(렬하명정중) : 밝은 대궐 뜰에서 줄지어 하례하오니 小臣誠愚陋(소신성우누) : 저는 정말로 우둔하고 고루한 신하인지라 職忝金鑾宮(직첨금란궁) : 한림원의 직책으로 금란궁을 욕되게 하였으니 稽首再三拜(계수재삼배) : 머리를 조아려 두세 번 절하며 一言獻天聰(일언헌천총) : 한번 말로써 황제의 총명에 바치오니 君以明爲聖(군이명위성) : 임금은 총명으로써 성군이 되시고 臣以直爲忠(신이직위충) : 신하는 곧음으로써 충신이 되나니 敢賀有其始(감하유기시) : 감히 그 시작함이 있음을 경하 드리며 亦願有其終(역원유기종) : 또한 그 끝마침이 있을 것을 바라옵니다.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2005.05.09 21:49:2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상우(傷友)-백거이(白居易) 상우(傷友)-백거이(白居易) 벗 때문에 마음이 상하여-백거이(白居易) 陋巷孤寒士(루항고한사) : 골목의 외롭고 빈한한 선비 出門苦恓恓(출문고서서) : 문 나서면 너무나 고통스럽다. 雖云志氣高(수운지기고) : 비록 그 기개가 높다 하더라도 豈免顔色低(기면안색저) : 어찌 쓸쓸한 얼굴빛 없으랴. 平生同門友(평생동문우) : 평생동안 같은 문하의 친구는 通籍在金閨(통적재김규) : 명패가 금마문에 걸려있구나. 囊者膠漆契(낭자교칠계) : 옛날에는 돈독한 사이였으나 邇來雲雨睽(이래운우규) : 지금은 서로의 벽이 생겼구나. 正逢下朝歸(정봉하조귀) : 마침 대궐에서 퇴근하던 길에 軒騎五門西(헌기오문서) : 오문의 서쪽에서 마차를 만났다. 是時天久陰(시시천구음) : 이때 날씨는 오랫동안 흐리고 三日雨凄凄(삼일우처처) : 삼일동안 비가 처랑하게 내렸다. 蹇驢避路立(건려피로립) : 절름발이 당나귀는 길 피해 서 있는데 肥馬當風嘶(비마당풍시) : 살찐 말은 바람 맞아 소리 내어 우는구나. 廻頭忘相識(회두망상식) : 머리 돌려 모르는 채 하고 占道上沙堤(점도상사제) : 길을 차지하고 모래 언덕 위를 지나간다. 昔年洛陽社(석년락양사) : 그 옛적 낙양사에서는 貧賤相提攜(빈천상제휴) : 가난하고 비천한 것을 서로 도왔는데 今日長安道(금일장안도) : 오늘날 장안의 길에서는 對面隔雲泥(대면격운니) : 얼굴을 맞대고도 아주 외면해 버린다. 近日多如此(근일다여차) : 요즈음 이런 일이 많으니 非君獨慘悽(비군독참처) : 그대만의 처참함이 아니로다. 死生不變者(사생부변자) : 생사의 길에서도 변치 않은 자는 唯聞任與黍(유문임여서) : 오로지 임공숙과 여봉일 뿐이라 한다.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21:17:4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중부(重賦)-백거이(白居易) 중부(重賦)-백거이(白居易) 무거운 세금-백거이(白居易) 厚地植桑麻(후지식상마) : 두터운 대지에 뽕나무 심음은 所要濟生民(소요제생민) : 백성들 구제함에 중하기 때문이요 生民理布帛(생민리포백) : 백성이 삼베와 비단을 짬은 所求活一身(소구활일신) : 한 몸을 살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라 身外充征賦(신외충정부) : 먹고 남는 것은 세금으로 바쳐서 上以奉君親(상이봉군친) : 위로는 임금님을 봉양한다. 國家定兩稅(국가정량세) : 나라에서 양세법을 정함은 本意在愛人(본의재애인) : 본뜻은 백성 사랑에 있었도다. 厥初防其淫(궐초방기음) : 애초에 문란함을 막으려 明敕內外臣(명칙내외신) : 안팎의 신하에게 명백히 칙서 내렸다. 稅外加一物(세외가일물) : 세금 외에 하나라도 더 거두면 皆以枉法論(개이왕법론) : 모두 위법으로 논죄한다 했도다. 奈何歲月久(내하세월구) : 어찌하여 세월이 오래되니 貪吏得因循(탐리득인순) : 탐욕스런 관리들 악습을 답습하는구나. 浚我以求寵(준아이구총) : 우리를 짜내어 은총을 구하려 斂索無冬春(렴색무동춘) : 세금 거둠에 봄도 겨울도 없도다. 織絹未成匹(직견미성필) : 비단이 채 한 필도 못되고 繅絲未盈斤(소사미영근) : 고치 켠 실 한 근도 안 된다. 里胥迫我納(리서박아납) : 아전은 바치라고 독촉하여 不許蹔逡巡(부허잠준순) : 잠시도 지체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歲暮天地閉(세모천지폐) : 세모가 다되어서 천지가 막히고 陰風生破村(음풍생파촌) : 음산한 바람 황폐한 고을에 불어온다. 夜深煙火盡(야심연화진) : 깊은 밤에는 불씨마저 꺼지고 霰雪白紛紛(산설백분분) : 싸락눈도 하얗게 날리는구나. 幼者形不蔽(유자형부폐) : 어린 것은 몸 하나 가리지 못하고 老者體無溫(로자체무온) : 늙은이는 몸에 온기조차 없구나. 悲喘與寒氣(비천여한기) : 슬픈 숨이 한기와 함께 倂入鼻中辛(병입비중신) : 콧속으로 쓰리도록 들어온다. 昨日輸殘稅(작일수잔세) : 어제는 남은 세금 바치며 因窺官庫門(인규관고문) : 우연히 관청의 창고 속 엿보았다. 繒帛如山積(증백여산적) : 비단은 산처럼 쌓여 있고 絲絮似雲屯(사서사운둔) : 실과 솜은 구름처럼 모아두었다. 號爲羨餘物(호위선여물) : 이름 붙여 남은 물건이라 하여 隨月獻至尊(수월헌지존) : 달마다 천자에게 바쳤다더구나. 奪我身上暖(탈아신상난) : 우리들 몸의 따스함을 빼앗아 買爾眼前恩(매이안전은) : 너희 눈앞의 은총을 샀었구나. 進入瓊林庫(진입경림고) : 천자의 경림고에 들어가면 歲久化爲塵(세구화위진) : 오래되어서는 먼지로 될 것이거늘.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21:14:1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지상이절[二](池上二絶)-백거이(白居易) 지상이절[二](池上二絶)-백거이(白居易) 연못 위에서-백거이(白居易) 小娃撑小艇(소왜탱소정) :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가며 偸採白蓮回(투채백연회) : 흰 연꽃 몰래 캐어 돌아간다. 不解藏蹤迹(불해장종적) : 그 캔 자취를 감출 줄 몰라 浮萍一道開(부평일도개) : 부평초 한 가닥 길을 남겨놓았다.     2005.04.11 23:26:3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지상이절[一](池上二絶)-백거이(白居易) 지상이절[一](池上二絶)-백거이(白居易) 못 위에서-백거이(白居易) 山僧對棊坐(산승대기좌) : 스님은 바둑 대하여 앉아있고 局上竹陰淸(국상죽음청) : 바둑판 위에는 대나무 그늘이 맑다. 映竹無人見(영죽무인견) : 대나무 햇빛 들어 사람은 뵈지 않는데 時聞下子聲(시문하자성) : 때때로 바둑알 두는 소리가 들려온다.     2005.04.13 22:10:5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한식야(寒食夜)-백거이(白居易) 한식야(寒食夜)-백거이(白居易) 한식날 밤에-백거이(白居易) 四十九年身老日(사십구년신노일) : 마흔아홉 나이, 몸 늙어가는 나날 一百五夜月明天(일백오야월명천) : 일백 오 일 밤, 달 밝은 날이었다 抱膝思量何事在(포슬사량하사재) : 무슨 일 있었는지 무릎 안고 생각하니 癡男騃女喚鞦韆(치남애녀환추천) : 어리숙한 남자와 여자 불러 그네를 탄다     2005.03.27 16:32:2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삼월삼일(三月三日)-백거이(白居易) 삼월삼일(三月三日)-백거이(白居易) 삼월 삼짓날-백거이(白居易) 暮春風景初三日(모춘풍경초삼일) : 저문 어느 봄날, 풍경은 초 사흘 流世光陰半百年(류세광음반백년) : 흐르는 세월, 반백년이 다 되었다 欲作閒遊無好伴(욕작한유무호반) : 한가한 시간 가지려도 친구 없어 半江惆悵却回船(반강추창각회선) : 반쯤 온 강에서 서러워 배를 되돌린다     2005.03.27 16:24:5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제악양누(題岳陽樓)-백거이(白居易) 제악양누(題岳陽樓)-백거이(白居易) 악양루에 제하여-백거이(白居易) 岳陽城下水漫漫(악양성하수만만) : 악양성 아래로 물결은 출렁거리는데 獨上危樓凭曲欄(독상위누빙곡난) : 홀로 높은 누각에 올라, 둥근 난간에 기대어본다 春岸綠時連夢澤(춘안녹시련몽택) : 봄 언덕 풀빛 짙어지는 시절, 몽택이 닿아있고 夕波紅處近長安(석파홍처근장안) : 저녁 물결 붉어지는 곳, 장안이 가깝구나 猿攀樹立啼何苦(원반수립제하고) : 나무에 올라선 원숭이, 울음 어찌나 괴로운지 雁點湖飛渡亦難(안점호비도역난) : 기러기 호숫물 치며 날아, 건너지도 어렵구나 此地唯堪畫圖障(차지유감화도장) : 이 곳 누각 가림벽에 오직 글 새길만 만하니 華堂張與貴人看(화당장여귀인간) : 화려한 당 안에 시를 적은 후, 귀인과 함께 보노라     2005.03.27 12:19:1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숙서림사(宿西林寺)-백거이(白居易) 숙서림사(宿西林寺)-백거이(白居易) 서림사에 묵으며-백거이(白居易) 木落天晴山翠開(목낙천청산취개) : 나뭇잎 지니 하늘 개고 산빛은 푸르러 愛山騎馬入山來(애산기마입산내) : 산이 좋아 말을 타고 산에 들어 왔노라 心知不及柴桑令(심지부급시상령) : 시상령에게 가지 못할까 생각되어 一宿西林便却回(일숙서림편각회) : 서림사에 하루 묵고 곧 다시 돌아가노라     2005.03.26 12:51:1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유루효망(庾樓曉望)-백거이(白居易) 유루효망(庾樓曉望)-백거이(白居易) 유루에서 새벽에 바라보다-백거이(白居易) 獨憑朱檻立凌晨(독빙주함립능신) : 새벽녘에 서서 붉은 난간에 기대니  山色初明水色新(산색초명수색신) : 산색이 밝아오고 물빛이 신선하여라 竹霧曉籠銜嶺月(죽무효농함령월) : 대숲 새벽 안개 고개 위 달을 머금고  蘋風煖送過江春(빈풍난송과강춘) : 가래풀에 인 따뜻한 바람, 봄강을 지난다 子城陰處猶殘雪(자성음처유잔설) : 자성 그늘진 곳에는 잔설이 남아있고 衙鼓聲前未有塵(아고성전미유진) : 관아의 북소리, 아직 흙먼지 일지 않는다 三百年來庾樓上(삼백년내유누상) : 삼백년 동안 유루 위에서 曾經多少望鄕人(증경다소망향인) : 지금껏 고향 그리던 사람 얼마나 많았까     2005.03.26 12:42:1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강주( 强酒)-백거이(白居易) 강주( 强酒)-백거이(白居易) 억지로 권하는 술-백거이(白居易) 若不坐禪銷妄想(야부좌선소망상) : 좌선하며 망상을 삭이지 못하면 卽須吟醉放狂歌(즉수음취방광가) : 취하여 시 읆으며, 미친 듯 노래한다 不然秋月春風夜(부연추월춘풍야) : 가을 달, 봄바람이 부는 밤이 아니면 爭那閒思往事何(쟁나한사왕사하) : 어찌 지난 일을 한가히 생각이나 할까     2005.03.26 10:04:0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답권주(答勸酒)-백거이(白居易) 답권주(答勸酒)-백거이(白居易) 술을 권하시니-백거이(白居易) 莫怪近來都不飮(막괴근내도부음) : 근래에 도무지 마시지 않는 것 이상타 마오 幾回因醉却沾巾(기회인취각첨건) : 취하여 두건을 적신 일 몇 번이나 되었던가 誰料平生狂酒客(수료평생광주객) : 평생을 술에 미친 나그네 신세 누가 알리오 如今變作酒悲人(여금변작주비인) : 지금은 술에 취한 비참한 인간이 다 되었다오     2005.03.25 23:14:1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소원외기신촉다( 蕭員外寄新蜀茶)-백거이(白居易) 소원외기신촉다( 蕭員外寄新蜀茶)-백거이(白居易) 소원외가 신선한 촉차를 부쳐오다-백거이(白居易) 蜀茶寄到但驚新(촉다기도단경신) : 촉차를 부쳐오니 신선함이 놀라워라 渭水煎來始覺珍(위수전내시각진) : 위수의 물로 달여내니 귀한 맛 알겠다 滿甌似乳堪持翫(만구사유감지완) : 젖빛 주발에 가득채워 천천히 맛보나니 況是春深酒渴人(황시춘심주갈인) : 이렇게 짙은 봄날, 술 고픈 사람에게야      2005.03.25 22:33:5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과천문가( 過天門街)-백거이(白居易) 과천문가( 過天門街)-백거이(白居易) 천문가를 지나며-백거이(白居易) 雪盡終南又欲春(설진종남우욕춘) : 눈 다 녹은 종남 땅에, 봄이 오는데 遙憐翠色對紅塵(요련취색대홍진) : 멀리 아름다운 비취 빛이 홍진과 맞닿았다  千車萬馬九衢上(천거만마구구상) : 큰 거리마다 가득한 수레와 말들 廻首看山無一人(회수간산무일인) : 머리 돌려 산을 보아도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05.03.24 23:57:1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시세장(時世粧)-백거이(白居易) 시세장(時世粧)-백거이(白居易) 유행 화장-백거이(白居易) 時世粧時世粧(시세장시세장) : 지금 유행하는 화장은, 지금 유행하는 화장은 出自城中傳四方(출자성중전사방) : 장안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時世流行無遠近(시세류항무원근) : 지금 멀고 가까운 곳 어디서나 유행하는데 顋不施朱面無粉(시부시주면무분) : 뺨에는 연지도 바르지 않고, 얼굴에는 분도 바르지 않는다. 烏膏注唇唇似泥(오고주진진사니) : 검정 기름 입술에 발라, 입술은 마치 진흙 같고 雙眉畫作道八字低(쌍미화작팔자저) : 두 눈썹은 여덟팔자 낮추어 그리는구나. 姸蚩黑白失本態(연치흑백실본태) : 곱거나 추하거나 검거나 희어서 본래 모습 잃고  粧成盡似含悲啼(장성진사함비제) : 화장을 마치면 모두가 슬픔을 머금고 우는 모습이다. 圓鬟無鬢椎髻樣(원환무빈추계양) : 둥글게 쪽지어서 살적도 보이 않은 망치머리 斜紅不暈赭面狀(사홍부훈자면장) : 둥그렇게 바르지 않은 비스듬한 진흙 빛 얼굴  昔聞被髮伊川中(석문피발이천중) : 이천에 머리 뒤집어쓴 사람 나타났다 하더니 辛有見之知有戎(신유견지지유융) : 신유가 이를 보고 오랑캐의 침입 있음을 알았도다. 元和粧梳君記取(원화장소군기취) : 원화연간에 이런 화장술 유행하니, 그대는 기억하라  髻椎面赭非華風(계추면자비화풍) : 망치머리와 붉은 얼굴 화장은 중국의 풍속 아닌 것을     2005.05.08 22:22:5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팔월십오일야금중독직대월억원구(八月十五日夜禁中獨直對月憶元九)-백거이(白居易) 팔월십오일야금중독직대월억원구(八月十五日夜禁中獨直對月憶元九)-백거이(白居易) 팔월십오일 밤에 홀로 번을 서며 달을 보고 원구를 생각하다-백거이(白居易) 銀臺金闕夕沈沈(은대금궐석침침) : 화려한 누각과 궁궐에 밤은 어두워지는데 獨宿相思在翰林(독숙상사재한림) : 한림원에서 혼자 당직하니 서로 그리워진다.  三五夜中新月色(삼오야중신월색) : 깊은 밤, 새로 떠오른 달빛은 二千里外故人心(이천리외고인심) : 이천 리 밖에 떨어진 친구 그리는 마음이라. 渚宮東面煙波冷(저궁동면연파냉) : 저궁의 동편에는 안개가 차가옵고 浴殿西頭鍾漏深(욕전서두종누심) : 욕전의 서편 언저리에는 종루가 깊숙하다 猶恐淸光不同見(유공청광부동견) : 두렵거니, 맑은 달빛 함께 보지 못하고 江陵卑濕足秋陰(강능비습족추음) : 강릉 땅은 낮고 습하여, 가을날이 어둑한 것을     2005.04.10 15:57: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제야(除夜)-백거이(白居易) 제야(除夜)-백거이(白居易) 섣달 그믐날 밤에-백거이(白居易) 病眼少眠非守歲(병안소면비수세) : 아픈 눈 잠이 적어, 묵은 해도 못 지켰는데 老心多感又臨春(노심다감우림춘) : 다감한 늙은이 마음, 또다시 봄을 맞는구나. 火銷燈盡天明後(화소등진천명후) : 불 사그라지고 등불마저 꺼지고, 날 이미 밝은데 便是平頭六十人(편시평두륙십인) : 평범한 이 백성, 나이 벌써 예순 여덟이라오.     2005.04.10 15:39:3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부서지(府西池)-백거이(白居易) 부서지(府西池)-백거이(白居易) 관아 서편 연못에서-백거이(白居易) 柳無氣力枝先動(류무기력지선동) : 가녀린 버드나무, 가지 먼저 흔들리고 池有波紋冰盡開(지유파문빙진개) : 얼음 풀려 흐른 못물에 파문이 이는구나. 今日不知誰計會(금일부지수계회) : 누가 일 꾸몄는지 오늘은 모르지만 春風春水一時來(춘풍춘수일시내) : 봄바람, 봄물결이 일시에 찾아왔구나.     2005.04.10 15:34:3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강루월(江樓月)-백거이(白居易) 강루월(江樓月)-백거이(白居易) 강변 누각의 달-백거이(白居易) 嘉陵江曲曲江池(가릉강곡곡강지) : 가릉의 강굽이에 곡강의 연못 있어 明月雖同人別離(명월수동인별리) : 밝은 달은 같은데 사람들만 이별했구나. 一宵光景潛相憶(일소광경잠상억) : 하룻저녁 광경을 잊었다가 기억하니 兩地陰晴遠不知(양지음청원부지) : 두 곳의 흐리고 맑음을 멀어서 모르겠다. 誰料江邊懷我夜(수료강변회아야) : 누가 생각이나 하랴, 나를 생각하는 밤 正當池畔望君時(정당지반망군시) : 그 밤이 못가에서 그대 그리는 바로 이 시간임. 今朝共語方同悔(금조공어방동회) : 오늘 아침 함께 나눈 말들, 후회스러우니 不解多情先寄詩(부해다정선기시) : 다정을 몰라서 내가 먼저 시를 지어 부쳐버렸소.     2005.04.10 15:30:0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강상적(江上笛)-백거이(白居易) 강상적(江上笛)-백거이(白居易) 강 가의 피리소리-백거이(白居易) 江上何人夜吹笛(강상하인야취적) : 강가에 어떤 사람, 밤에 피리 부니 聲聲似憶故園春(성성사억고원춘) : 소리마다 고향의 옛 봄날을 그리는 듯. 此時聞者堪頭白(차시문자감두백) : 이 시간 듣는 사람, 늙음도 잊으리니 況是多愁少睡人(황시다수소수인) : 근심 많고 잠적은 사람이야 어떠할까.     2005.04.10 15:29:2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야심행(夜深行)-백거이(白居易) 야심행(夜深行)-백거이(白居易) 깊은 밤, 길 걸으며-백거이(白居易) 百牢關外夜行客(백뇌관외야항객) : 관 외의 모든 집을 밤길 걷는 사람 三殿角頭宵直人(삼전각두소직인) : 삼 전각 꼭대기에서 한밤에 번 서는 사람. 莫道近臣勝遠使(막도근신승원사) : 근신이 원신보다 낫다고 하지 말라 其如同是不閒身(기여동시부한신) : 그들도 이처럼 한가하지 않은 몸이라오.     2005.04.10 15:09:5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강안이화(江岸梨花)-백거이(白居易) 강안이화(江岸梨花)-백거이(白居易) 강언덕 배꽃-백거이(白居易) 梨花有意綠和葉(이화유의녹화섭) : 배꽃에 정감 있어 푸르기가 나뭇잎 같아 一樹江頭惱殺君(일수강두뇌살군) : 강 가의 배나나무가 그대를 뇌살하는구나. 最似孀閨少年婦(최사상규소년부) : 과부 방, 젊은 아낙과 꼭 같나니 白粧素袖碧紗裙(백장소수벽사군) : 흰 분칠, 흰 소매 그리고 푸른 비단 차마라.     2005.04.10 15:02:5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억원구(憶元九)-백거이(白居易) 억원구(憶元九)-백거이(白居易) 원씨네 아홉째 아들을 생각하며-백거이(白居易) 渺渺江陵道(묘묘강능도) : 아득하다, 강릉가는 길 相思遠不知(상사원부지) : 그리워도 멀어서 알지 못한다. 近來文卷裏(근내문권리) : 근래의 글들 중에서 半是憶君詩(반시억군시) : 절반은 그대 그리는 시로구나.     2005.05.10 01:44:4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병기(病氣)-백거이(白居易) 병기(病氣)-백거이(白居易) 병 증세-백거이(白居易) 自知氣發每因情(자지기발매인정) : 정 때문에 병나는 것, 나는 알아 情在何由氣得平(정재하유기득평) : 정이 어디 있어야, 병세가 나아지나. 若問病根深與淺(야문병근심여천) : 병 뿌리의 깊음과 엷음 묻는다면 此身應與病齊生(차신응여병제생) : 이 몸은 반드시 병과 함께 살고 싶어라.     2005.05.09 00:50:1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야좌(夜坐)-백거이(白居易) 야좌(夜坐)-백거이(白居易) 밤에 혼자 앉아-백거이(白居易) 庭前盡日立到夜(정전진일립도야) : 종일토록 뜰 앞에 선채 밤이 되니 燈下有時坐徹明(등하유시좌철명) : 등잔 아래에서 때로는 앉은 채로 날이 밝는다.  此情不語何人會(차정부어하인회) : 이런 내 마음을 말하지 않으니 누가 찾아올까 時復長吁一兩聲(시복장우일량성) : 가끔씩 다시 길게 나오는 한 두 번의 탄식소리.     2005.04.10 14:38:4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주와(晝臥)-백거이(白居易) 주와(晝臥)-백거이(白居易) 대낮에 혼자 누워-백거이(白居易) 抱枕無言語(포침무언어) : 말없이 베개를 안고 누우니 空房獨悄然(공방독초연) : 홀로 있는 빈 방이라 처연하구나. 誰知盡日臥(수지진일와) : 누가 알겠는가, 종일 혼자 누워있어도 非病亦非眠(비병역비면) : 병든 것도, 잠자는 것도 아닌 것임을.     2005.04.10 14:28:0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유감(有感)-백거이(白居易) 유감(有感)-백거이(白居易) 유감스러워-백거이(白居易) 絶絃與斷絲(절현여단사) : 백아의 의리와 맹모의 교훈 猶有却續時(유유각속시) : 여전히 시대를 이어가야 하나. 唯有衷腸斷(유유충장단) : 오직 단장의 슬픔만 있을 뿐 無應續得期(무응속득기) : 이어야 하지만 기약할 수 없구나.     2005.04.10 14:19:3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답우문(答友問)-백거이(白居易) 답우문(答友問)-백거이(白居易) 친구의 물음에 답하여-백거이(白居易) 似玉童顔盡(사옥동안진) : 옥 같았던 아이 얼굴 다하고 如霜病鬢新(여상병빈신) : 서리 같은, 병들고 희어진 귀밑머리. 莫驚身頓老(막경신돈노) : 놀라지 말라, 몸 갑자기 늙었다고 心更老於身(심경노어신) : 마음은 몸보다 더욱 쉽게 늙어 가리라.     2005.04.10 14:16:1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문충(聞蟲)-백거이(白居易) 문충(聞蟲)-백거이(白居易) 벌레소리 들으며-백거이(白居易) 闇蟲喞喞夜緜緜(암충즐즐야면면) : 어디선가 벌레소리, 밤마다 끝없는데  況是秋陰欲雨天(황시추음욕우천) : 어둑한 가을구름에 비 내릴 듯한 날에야. 猶恐愁人暫得睡(유공수인잠득수) : 두려워라, 수심 겨운 사람 잠시 잠들다 聲聲移近臥床前(성성이근와상전) : 벌레소리 가까워 지져, 침상 앞에 눕는다.     2005.04.10 14:11:2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한식야유회(寒食夜有懷)-백거이(白居易) 한식야유회(寒食夜有懷)-백거이(白居易) 한식날 밤, 감회에 젖어-백거이(白居易) 寒食非長非短夜(한식비장비단야) : 한식날, 길지도 짧지도 않은 밤 春風不熱不寒天(춘풍부열부한천) : 봄바람은 덥지도 춥지도 않도다. 可憐時節堪相憶(가련시절감상억) : 가련하다, 서로가 그리운지 이 시간  何況無燈各早眠(하황무등각조면) : 어찌 등불도 없이 일찍 잠들 수 있나.     2005.04.10 13:58:5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야좌(夜坐)-백거이(白居易) 야좌(夜坐)-백거이(白居易) 밤에 혼자 앉아-백거이(白居易) 斜月入前楹(사월입전영) : 지는 달빛은 앞 기둥으로 드는데 迢迢夜坐情(초초야좌정) : 아련해지는 밤, 홀로 앉은 내 마음이여. 梧桐上階影(오동상계영) : 오동나무는 섬돌 위로 그림자 지우고 蟋蟀近牀聲(실솔근상성) : 귀뚜라미 다가와 침상 가까이 우는구나. 曙傍窓間至(서방창간지) : 새벽빛 창문 사이로 들어오고 秋從簟上生(추종점상생) : 가을은 대자리 위를 따라 오는구나. 感時因憶事(감시인억사) : 계절을 느끼니 온갖 일들 생각나 不寢到雞鳴(부침도계명) : 잠 들지 못한 채로 새벽닭이 우는구나.     2005.04.10 13:55:1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촌거1(村居1)-백거이(白居易) 촌거1(村居1)-백거이(白居易) 시골에 살며-백거이(白居易) 田園莽蒼經春早(전원망창경춘조) : 짙푸른 교외, 봄은 일찍 가고 籬落蕭條盡日風(이낙소조진일풍) : 쓸쓸한 울타리에 좋일토록 바람만 분다. 若問經過談笑者(야문경과담소자) : 지나며 담소하는 사람이 물으면 不過田舍白頭翁(부과전사백두옹) : 다만 시골집 사는 백발 늙은이랍니다.     2005.04.10 13:47:2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촌거2(村居2)-백거이(白居易) 촌거2(村居2)-백거이(白居易) 시골에 살며-백거이(白居易) 門閉仍逢雪(문폐잉봉설) : 문이 닫히면 바로 날리는 눈 맞고 廚寒未起煙(주한미기연) : 차가운 부엌에는 불도 피우지 못한다. 貧家重寥落(빈가중요낙) : 가난한 집안살림 더욱 요락해져서 半爲日高眠(반위일고면) : 반나절이 다 되도록 잠만 자고 있다.     2005.04.10 13:49:4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조춘(早春)-백거이(白居易) 조춘(早春)-백거이(白居易) 이른 봄날-백거이(白居易) 雪散因和氣(설산인화기) : 따뜻한 기운으로 차가운 눈 흩어져 氷開得暖光(빙개득난광) : 얼음이 풀리니 따뜻한 봄빛 비친다.  春銷不得處(춘소부득처) : 봄에 다 녹으면 얻을 곳 없지만 唯有鬢邊霜(유유빈변상) : 오직 귀밑머리에 서리 있을 뿐이어라.     2005.04.10 13:00:1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왕소군1(王昭君1)-白居易(백거이) 왕소군1(王昭君1)-白居易(백거이) 왕소군-白居易(백거이) 滿面胡沙滿鬢風(만면호사만빈풍) : 얼굴에 가득 오랑캐 모래, 귀밑머리 바람 가득 眉銷殘黛臉銷紅(미소잔대검소홍) : 눈썹에 먹자국, 뺌에는 빨간 연지자국 남았구나. 愁苦辛勤憔悴盡(수고신근초췌진) : 근심과 고통, 고난에 초췌하고 말라버린 몸 如今却似畫圖中(여금각사화도중) : 지금의 모습이, 잘못 그린 그림 속 얼굴 같구나.     2005.04.10 12:53:1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왕소군2(王昭君2)-白居易(백거이) 왕소군2(王昭君2)-白居易(백거이) 왕소군-白居易(백거이) 漢使却廻憑寄語(한사각회빙기어) : 한나라 사신 돌아와 부치는 말 黃金何時贖蛾眉(황금하시속아미) : 황금으로 어느 때에 미인의 눈썹 되살까. 君王若問妾顔色(군왕야문첩안색) : 임금님 만약 내 안색 물으시면 莫道不如宮裏時(막도부여궁리시) : 대궐에 있을 때보다 못하다 하지 마세요.     2005.04.10 12:52:2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야설(夜雪)-백거이(白居易) 야설(夜雪)-백거이(白居易) 밤에 내린 눈-백거이(白居易) 已訝衾枕冷(이아금침랭) : 춥다고 여겼더니 이부자리 차가워 復見窓戶明(부견창호명) : 창문이 밝아옴을 이제 다시 보는구나. 夜深知雪重(야심지설중) : 밤이 깊어 눈 많이 내린 것 알겠으니  時聞折竹聲(시문절죽성) : 때때로 대나무 꺾어지는 소리 들린다.     2005.04.10 11:11:0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억강남1(憶江南1)-백거이(白居易) 억강남1(憶江南1)-백거이(白居易) 강남을 기억하며-백거이(白居易) 江南好(강남호) : 강남이 좋았더라 風景舊曾諳(풍경구증암) : 그 옛날 풍경 눈에 선하다. 日出江花紅火(일출강화승화) : 일출의 강꽃은 불보다 더 붉고 春來江水綠如藍(춘래강수록여람) : 봄의 강물은 쪽빛 같았더라 能不憶江南(능불억강남) : 어찌 강남 땅을 기억하지 않겠는가.     2005.09.18 18:45:0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모별자(母別子)-백거이(白居易) 모별자(母別子)-백거이(白居易) 어머니가 자식을 이별하며-백거이(白居易) 母別子(모별자) : 어미는 자식을 이별하고 子別母(자별모) : 자식은 어머니와 이별하니 白日無光哭聲苦(백일무광곡성고) : 태양도 빛을 잃고 울음소리 처절하다. 關西驃騎大將軍(관서표기대장군) : 관서의 표기 대장군 去年破虜新策勳(거년파로신책훈) : 작년에 오랑캐 격파하고 새로 공을 세워 勅賜金錢二百萬(칙사김전이백만) : 이 백만 량 상금 받아 洛陽迎得如花人(낙양영득여화인) : 낙양에서 꽃 같은 미인을 맞았도다. 新人迎來舊人棄(신인영래구인기) : 새댁을 맞아들이고 옛 아내를 내버리니  掌上蓮花眼中刺(장상연화안중자) : 새댁은 손안의 연꽃, 옛 사람은 눈 안의 가시 迎新棄舊未足悲(영신기구미족비) : 새 각시 얻고서 조강지처 버린 일은 슬프지 않으나 悲在君家留兩兒(비재군가유양아) : 그대 집에 남겨 둔, 두 아들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一始扶行一初坐(일시부행일초좌) : 한 놈은 이제 걸음마하고, 한 놈은 겨우 혼자 앉는데 坐啼行哭牽人衣(좌제행곡견인의) : 두 아이 울며불며 옷자락에 매달린다 以汝夫婦新婉(이여부부신완) : 그대들 부부 되어 새로 사랑함이 使我母子生別離(사아모자생별리) : 우리 모자를 생이별 시켰도다 不如林中烏與鵲(부여임중오여작) : 우리 신세 숲 속의 까마귀와 까치만도 못하구나. 母不失雛雄伴雌(모부실추웅반자) : 어미 새도 새끼 잃지 않고 암수가 짝을 짓거늘 應似園中桃李樹(응사원중도이수) : 우리 모자는 뜰 안의 복숭아와 오얏 같아 花落隨風子在枝(화락수풍자재지) : 바람에 꽃잎 지고, 열매만 가지에 남았구나. 新人新人聽我語(신인신인청아어) : 새댁이여, 새댁이여! 내 말 좀 들어보소. 洛陽無限紅樓女(낙양무한홍루여) : 낙양 많은 홍루에 미인도 많아 但願將軍重立功(단원장군중입공) : 장군이 다시 한번 무공 세우신다면 更有新人勝於汝(갱유신인승어여) : 다시 너보다 더 예쁜 새댁을 맞으리라     2005.04.10 10:56:3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상양인(上陽人)-백거이(白居易) 상양인(上陽人)-백거이(白居易) 상양 사람-백거이(白居易) 上陽人上陽人(상양인상양인) : 상양궁의 궁녀여 紅顔暗老白髮新(홍안암노백발신) : 홍안은 이미 늙고 백발만 새로워 綠衣監使守宮門(녹의감사수궁문) : 푸른 옷의 궁지기가 궁문을 지킨다. 一閉上陽多少春(일폐상양다소춘) : 상양궁에 갇힌 세월 그 얼마이던가 玄宗末歲初選入(현종말세초선입) : 현종 말년에 처음 뽑힘에 들어 入時十六今六十(입시십육금육십) : 열여섯에 입궐하여 지금은 육십이라 同時采擇百餘人(동시채택백여인) : 같은 때, 뽑힌 궁녀 백여 명이었으나 零落年深殘此身(영락년심잔차신) : 시들고 늙어 죽어 이 몸만 남았구나. 憶昔呑悲別親族(억석탄비별친족) : 지난 슬픔 삼키며 친척과 이별할 때 扶入車中不敎哭(부입차중부교곡) : 수레에 오르는 나를 잡아주며 울음 달래며 皆云入內便承恩(개운입내편승은) : 입궐하면 임금의 총애 받으리라 사람들은 말이었다. 臉似芙蓉胸似玉(검사부용흉사옥) : 얼굴은 부용 같고, 젖가슴 옥과 같았는데 未容君王得見面(미용군왕득견면) : 미처 황제의 눈에 들기도 전에 已被楊妃遙側目(이피양비요측목) : 이미 양귀비의 눈 흘김 질투를 받았다 妬令潛配上陽宮(투령잠배상양궁) : 그녀의 질투로 상양궁에 갇히어서 一生遂向空房宿(일생수향공방숙) : 일생을 독수공방으로 지냈었다 宿空房秋夜長(숙공방추야장) : 독수공방하니 가을밤은 길기만 했다 夜長無寐天不明(야장무매천부명) : 밤은 길어 못 이루는 데, 날마저 더디 새었다 耿耿殘燈背壁影(경경잔등배벽영) : 가물거리는 새벽 등잔에 비쳐진 그림자 蕭蕭暗雨打窓聲(소소암우타창성) : 쓸쓸한 밤비가 창문을 두드린다. 春日遲(춘일지) : 봄날은 지루하고 길기도 하다 日遲獨坐天難暮(일지독좌천난모) : 지루하게 홀로 앉은 채로, 날은 저물지 않았다 宮鶯百囀愁厭聞(궁앵백전수염문) : 궁궐 안 꾀꼬리 소리, 수심 겨워 듣기 싫고 梁燕雙栖老休妬(양연쌍서노휴투) : 들보의 짝지은 제비, 늙어서 질투도 않았도다. 鶯歸燕去長悄然(앵귀연거장초연) : 꾀꼬리와 제비가 돌아가니, 오래도록 외로웠고 春往秋來不記年(춘왕추래부기년) : 봄 가고 가을 와도 세월을 기억 못하였다. 唯向深宮望明月(유향심궁망명월) : 오직 깊은 궁궐에서 밝은 달만 바라보며 東西四五百廻圓(동서사오백회원) : 보름달 뜨고 지고, 사 오백 번은 되었었다 今日宮中年最老(금일궁중년최장) : 이제는 궁궐 안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大家遙賜尙書號(대가요사상서호) : 천자께서 상서의 호칭을 내리셨다. 小頭鞋履窄衣裳(소두혜이착의상) : 신발 끝이 뾰쪽하고 옷은 좁으며 靑黛點眉眉細長(청대점미미세장) : 푸른 먹으로 그린 눈썹은 가늘고 길어서 外人不見見應笑(외인부견견응소) : 궁궐 밖의 사람이 보면 반드시 웃으리라 天寶末年時世粧(천보말년시세장) : 촌스런 천보 말년의 세태라고이라고 말이요 上陽人苦最多(상양인고최다) : 상양궁의 인생이여, 고생이 너무 심하구나. 少亦苦老亦苦(소역고노역고) : 젊어서도 고생, 늙어서도 고생이로다. 少苦老苦兩如何(소고노고양여하) : 젊어서 고생, 늙어서 고생 이 두 고생을 어찌하나 君不見昔時呂尙美人賦(군부견석시여향미인부) : 그대는 못 보았는가, 옛날 여향의 미인부를  又不見今日上陽宮人白髮歌(우부견금일상양궁인백발가) : 또한 못 보았는가, 오늘날 상양궁인의 백발가를 말일세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2005.05.09 12:33:3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모란방(牡丹芳)-백거이(白居易) 모란방(牡丹芳)-백거이(白居易) 모란의 향기-백거이(白居易) 牡丹芳牡丹芳(모단방모단방) : 모란꽃 향기여, 모란꽃 향기여 黃金蘂綻紅玉房(황금예탄홍옥방) : 황금꽃술이 붉은 옥방을 터뜨리니 千片赤英霞爛爛(천편적영하란란) : 천 조각 꽃부리에 노을이 찬란하여라 百枝絳焰燈煌煌(백지강점등황황) : 백 개의 가지에 붉은 점이 등불처럼 찬란하니 照地初開錦繡段(조지초개금수단) : 땅에 비치니 금빛 비단 여러 단이 열리는구나. 當風不結蘭麝囊(당풍불결란사낭) : 바람에 묶지 않은 난초 사향 주머니 같고 仙人琪樹白無色(선인기수백무색) : 신선의 옥나무 깨끗하고 아무 색깔도 없으니 王母桃花小不香(왕모도화소불향) : 서왕모의 복사꽃은 작고도 향기 없도다. 宿露輕盈泛紫艶(숙로경영범자염) : 밤이슬이 가벼이 채서 자주 빛 요염함 넘치고 朝陽照耀生紅光(조양조요생홍광) : 아침 햇빛 비추니 붉은 빛을 내는구나. 紅紫二色間深淺(홍자이색간심천) : 붉음과 자줏빛 깊고 얕음에 차이를 두니 向背萬態隨低昻(향배만태수저앙) : 등을 돌리니 온갖 교태가 아래 위를 따른다. 映葉多情隱羞面(영엽다정은수면) : 잎에 비친 다정함은 부끄러운 얼굴 가리고 臥叢無力含醉粧(와총무력함취장) : 힘없는 듯 누운 꽃떨기 취한 화장을 머금었다 低嬌笑容疑掩口(저교소용의엄구) : 애교 띤 웃는 얼굴 내려 입이 가릴까 하노니 凝思怨人如斷腸(응사원인여단장) : 사람 원망하는 생각이 짙어지니 마음은 애끊는 듯  濃姿貴彩信奇絶(농자귀채신기절) : 농염한 자태와 고귀한 빛이 참으로 기이하니 雜卉亂花無比方(잡훼란화무비방) : 잡된 풀과 어지러운 꽃이 비교할 방법이 없도다. 石竹金錢何細碎(석죽금전하세쇄) : 석죽과 금전화는 어찌하여 가늘게 부서지나 芙蓉芍藥苦尋常(부용작약고심상) : 부용꽃과 작약꽃은 언제나 괴롭구나. 遂使王公與卿相(수사왕공여경상) : 마침내 왕공들과 경사들을 부리어서 游花冠蓋日相望(유화관개일상망) : 기생과 관리들이 매일 서로 바라보겠구나. 痺車軟輿貴公主(비차연여귀공주) : 메추라기 털 수레와 부드러운 수레에 귀족 여자들 香衫細馬豪家郞(향삼세마호가랑) : 향기 나는 소매, 날씬한 말은 부호의 아들들이로다. 衛公宅靜閉東院(위공댁정폐동원) : 위공 댁은 고요하여 동쪽 집을 닫았고 西明寺深開北廊(서명사심개북랑) : 서명사 절은 깊어서 북쪽 곁채를 열었도다. 戱蝶雙舞看人久(희접쌍무간인구) : 노는 나비의 쌍쌍춤을 사람들이 본지 오래고 殘鶯一聲春日長(잔앵일성춘일장) : 남은 꾀꼬리 한 소리에 봄날은 길기만 하다 共愁日照芳難駐(공수일조방난주) : 모두가 걱정하는 비춰드는 햇빛에 향기 머물기 어려워 仍張帷幕垂陰凉(잉장유막수음량) : 이에 휘장을 펴서 그늘의 서늘함을 드리운다. 花開花落二十日(화개화락이십일) : 꽃 피고 꽃 떨어지기 이십 일이 되니 一城之人皆若狂(일성지인개약광) : 온 성안 사람들 모두가 미친 듯 행동한다. 三代以還文勝質(삼대이환문승질) : 삼대이래로 도리어 꾸미는 일을 내용보다 좋게 여기니 人心重華不重實(인심중화불중실) : 인심은 화려함 중히 여기고, 내용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 重華直至牡丹芳(중화직지모단방) : 화려함을 중요하게 여김은 바로 모란꽃 향기이니 其來有漸非今日(기래유점비금일) : 그것이 내게 천천히 옴은 오늘날의 일이 아니로다. 元和天子憂農桑(원화천자우농상) : 원화 천자는 농사와 뽕나무 일을 걱정하고 恤下動天天降祥(휼하동천천강상) : 아래 사람을 근심하니 하늘을 움직여 상서로움 내리도다. 去歲嘉禾生九穗(거세가화생구수) : 지난해에는 좋은 볍씨가 한 줄기에 아홉 이삭 생산해도 田中寂寞無人至(전중적막무인지) : 오는 사람 아무도 없어 들판의 밭 속에 적막하였다 今年瑞麥分兩岐(금년서맥분량기) : 금년에도 상서로운 보리가 양쪽으로 나누어지니 君心獨喜無人知(군심독희무인지) : 군왕이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함을 아무도 모른다. 無人知可歎息(무인지가탄식) :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니 가히 탄식하리로다. 我願暫求造化力(아원잠구조화력) : 나는 원컨대, 조화옹의 힘을 구하여 減却牡丹妖艶色(감각모단요염색) : 문득 모란의 요염한 색을 줄이고 少廻卿士愛花心(소회경사애화심) : 높은 벼슬아치들의 꽃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 돌려서 同似吾君憂稼穡(동사오군우가색) : 우리 임금님처럼 곡식 심고 추수하는 근심을 함께 하였으면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2005.05.09 12:37:3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동파종화1(東坡種花1)-백거이(白居易) 동파종화1(東坡種花1)-백거이(白居易) 동파에 꽃을 심으며-백거이(白居易) 持錢買花樹(지전매화수) : 돈을 가지고 가서 꽃나무 사와 城東坡上栽(성동파상재) : 성의 동쪽 언덕에 위에 심었다. 但購有花者(단구유화자) : 꽃 피는 나무만을 구입했으나 不限桃杏梅(부한행묘매) : 복사꽃, 살구꽃, 매화꽃에 정하지 않았다. 百果參雜種(백과삼잡종) : 온갖 과실수를 참작하여 심으니 千枝次第開(천지차제개) : 수많은 가지들이 차례로 벌어진다. 天時有早晩(천시유조만) : 자연의 시기는 이르고 늦음이 있고  地力無高低(지력무고저) : 토지의 힘에는 높고 낮음이 있도다. 紅者霞豔豔(홍자하염염) : 붉은 것은 노을처럼 아름답고 白者雪皚皚(백자설애애) : 흰 것은 눈처럼 희고 깨끗하다. 遊蜂逐不去(유봉축부거) : 날아다니는 벌 떼는 쫓아도 달아나지 않고 好鳥亦來栖(호조역내서) : 기뻐하는 새들도 날아와 둥지에 깃든다. 前有長流水(전유장류수) : 앞에는 긴 강이 흐르고 下有小平臺(하유소평대) : 아래에는 작고 평평한 누대가 있다. 時拂臺上石(시불대상석) : 때때로 누대 위의 돌을 들어내고 一擧風前杯(일거풍전배) : 한번씩 바람 앞의 술잔을 들어올린다. 花枝蔭我頭(화지음아두) : 꽃가지는 나의 머리를 덮고 花蕊落我懷(화예낙아회) : 꽃술은 나의 품속에 떨어진다. 獨酌復獨詠(독작복독영) : 혼자 술을 마시고 다시 혼자 시를 읊으니 不覺日平西(부각일평서) : 모르는 사이에 해가 떠서 서쪽에 나란하다. 巴俗不愛花(파속부애화) : 파현의 풍속은 꽃을 좋아하지 않아 竟春無人來(경춘무인내) : 봄이 다하도록 찾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다. 唯此醉太守(유차취태수) : 오직 이 몸, 술 취한 태수만이 盡日不能廻(진일부능회) : 종일토록 돌아갈 줄을 모르는구나.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2005.05.09 12:38:4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동파종화2(東坡種花2)-백거이(白居易) 동파종화2(東坡種花2)-백거이(白居易) 동파에 꽃을 심으며-백거이(白居易) 東坡春向暮(동파춘향모) : 동파에는 봄이 저무는데 樹木今何如(수목금하여) : 나무들은 지금 어떠할까 漠漠花落盡(막막화낙진) : 막막하게 꽃은 다 지고 翳翳葉生初(예예섭생초) : 짙은 잎이 막 생기는 때라 每日領童僕(매일령동복) : 날마다 종아이 거느리고 荷鉏仍決渠(하서잉결거) : 호미 메고 가서 도랑을 턴다. 剗土壅其本(잔토옹기본) : 흙을 긁어 뿌리를 덮어주고 引泉漑其枯(인천개기고) : 샘물 끌어들어 그 마른 곳에 대었다 小樹低數尺(소수저삭척) : 작은 나무도 낮은 것은 몇 자나 되고 大樹長丈餘(대수장장여) : 큰 나무는 긴 것은 한 길도 넘었다 封植來幾時(봉식내기시) : 북돋우고 심고 돌아온 지가 얼마인가 高下齊扶疎(고하제부소) : 높고 낮은 잎이 서로 받쳐 나란하다 養樹旣如此(양수기여차) : 수목 기르기도 이처럼 하거늘 養民亦何殊(양민역하수) : 백성을 위함에도 어찌 다르겠는가. 將欲茂枝葉(장욕무지섭) : 가지와 잎을 무성하게 하려면 必先救根株(필선구근주) : 반드시 먼저 뿌리와 둥치를 보호하라 云何救根株(운하구근주) : 무엇을 일러서 뿌리와 둥치를 보호한다고 하는가. 勸農均賦租(권농균부조) : 농사를 권장함에는 세금을 균둥히 해야 한다 云何茂枝葉(운하무지섭) : 무엇을 일러서 가지와 잎을 무성히 한다고 하는가. 省事寬刑書(생사관형서) : 번잡한 일을 간단히 하고 형벌을 너그럽게 해야 한다 移此爲郡政(이차위군정) : 이것을 그대로 옮겨 고을 행정을 베풀면 庶幾甿俗蘇(서기맹속소) : 백성과 풍속이 살아나는 것을 바랄 수 있으리라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2005.05.09 12:41:4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제심양루(題潯陽樓)-백거이(白居易) 제심양루(題潯陽樓)-백거이(白居易) 심양루에 제하여-백거이(白居易) 常愛陶彭澤(상애도팽택) : 항상 평택령 도연명을 좋아하나니 文思何高玄(문사하고현) : 문장과 생각은 어찌 그리도 높고 깊은가. 又怪韋江州(우괴위강주) : 또한 위강주도 특별하니  詩情亦淸閑(시정역청한) : 그가 지은 시의 정취도 맑고 한가하다. 今朝登此樓(금조등차누) : 오늘 아침 이곳 누각에 올라보니 有以知其然(유이지기연) :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大江寒見底(대강한견저) : 큰 강은 차가운 계절에는 바닥이 드러나며 匡山靑倚天(광산청의천) : 광산은 푸르게도 하늘에 높이 솟았구나. 深夜湓浦月(심야분포월) : 심야에는 포구의 물에는 달이 떠오르고 平旦鑪峯煙(평단로봉연) : 평탄한 향로봉에는 안개가 자욱하도다. 淸輝與靈氣(청휘여령기) : 맑은 빛과 신령한 기운이 日夕供文篇(일석공문편) : 밤낮으로 그들의 글을 짓게 했구나. 我無二人才(아무이인재) : 나에게는 이런 두 사람의 재주가 전혀 없으니 孰爲來其間(숙위내기간) : 누가 그들 사이에 이를 수 있게 하리오. 因高偶成句(인고우성구) : 높은 곳에 올라 우연히 글귀를 지었으니  俯仰愧江山(부앙괴강산) : 하늘을 보고 땅을 보아도니 강산에 부끄럽다. (白樂天詩集,卷七,閒適三)     2005.05.09 12:43:0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증원진(贈元稹)-백거이(白居易) 증원진(贈元稹)-백거이(白居易) 원진에게-백거이(白居易) 自我從宦遊(자아종환유) : 내가 관리로 다닐 때부터 七年在長安(칠년재장안) : 칠년 동안을 장안에 있었다. 所得惟元君(소득유원군) : 얻은 것은 다만 원진이라는 친구 乃知定交難(내지정교난) : 친구를 선택하는 어려움을 알겠다. 豈無山上苗(개무산상묘) : 어찌 산 위에 묘목이 없겠는가 徑寸無歲寒(경촌무세한) : 산길이 좁아 차가운 해가 없었다. 豈無要津水(개무요진수) : 어찌 긴요한 나루터의 물이 없으랴 咫尺有波瀾(지척유파란) : 가까이에 물결이 있는 것이다. 之子異於是(지자리어시) : 원진은 이러한 사람들과 다르며 久要誓不諼(구요서부훤) : 오랜 세월 동안 맹세코 거짓되지 않았다. 無波古井水(무파고정수) : 파랑이 일지 않는 옛 우물의 물이요 有節秋竹竿(유절추죽간) : 마디처럼 절개 있는 가을 대나무 줄기였다.  一爲同心友(일위동심우) : 한번 마음 같이하는 친구 되니 三及芳歲蘭(삼급방세난) : 삼년이나 향기로운 친구가 되었도다. 花下鞍馬遊(화하안마유) : 꽃나무 아래에서 말 타고 놀며 雪中杯酒歡(설중배주환) : 눈 속에서 잔술을 나누며 기뻐했었다. 衡門相逢迎(형문상봉영) : 형문에서 서로 만나서 不具帶與冠(부구대여관) : 혁대와 의관을 갖추지 않고 허물없었다. 春風日高睡(춘풍일고수) : 봄바람에 해는 높이 떠 잠들고 秋月夜深看(추월야심간) : 가을 달을 밤이 깊어가도록 바라본다. 不爲同登科(부위동등과) : 과거에 같이 등용되지 않았고 不爲同署官(부위동서관) : 같은 관청에서 일하지도 않았었다. 所合在方寸(소합재방촌) : 단합하는 것은 작은 마음속에 있나니 心源無異端(심원무리단) : 마음 속 근원에는 다른 마음 전혀 없도다.     2005.07.13 19:29:0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관예맥(觀刈麥)-백거이(白居易) 관예맥(觀刈麥)-백거이(白居易) 보리 베기를 보고-백거이(白居易) 田家少閑月(전가소한월) : 농가에 한가한 달은 드물어 五月人倍忙(오월인배망) : 오월에는 사람들이 곱절이나 바쁘다. 夜來南風起(야내남풍기) : 밤이 되면 남풍이 불어오고 小麥覆隴黃(소맥복롱황) : 언덕을 덮고 있는 소맥은 황금빛이라. 婦姑荷簞食(부고하단식) :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음식을 이고 童稚攜壺漿(동치휴호장) : 아이들은 간장병 손에 들고 와서는 相隨餉田去(상수향전거) : 서로 따라와 배불리 먹이고 밭을 떠난다. 丁壯在南岡(정장재남강) : 장정들은 남쪽 언덕에 있고 足蒸暑土氣(족증서토기) : 밭은 뜨거운 흙의 열기에 익어가고 背灼炎天光(배작염천광) : 등은 불꽃같은 햇빛에 타들어 간다. 力盡不知熱(역진부지열) : 힘이 다해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고 但惜夏日長(단석하일장) : 여름해가 길어도 아쉽기만 하구나. 復有貧婦人(복유빈부인) : 또 어떤 가난한 부인 있는데 抱子在其傍(포자재기방) : 어린 아이 안고서 그 곁에 있다.  右手秉遺穗(우수병유수) : 오른손으로는 떨어진 이삭을 잡고 左臂懸弊筐(좌비현폐광) : 왼쪽 팔뚝에는 헤어진 바구니를 걸치고 있다. 聽其相顧言(청기상고언) : 돌아가서 그들이 나누는 말 들으니 聞者爲悲傷(문자위비상) : 듣는 사람은 슬프고 마음이 상한다. 家田輸稅盡(가전수세진) : 농가에서는 세금으로 실어가 다 없어지고 拾此充飢腸(습차충기장) : 이런 것을 주워서 주린 창자를 채운다 한다. 今我何功德(금아하공덕) : 나는 지금 무슨 공덕이 있어 曾不事農桑(증부사농상) : 농사짓고 누에치지 않았는데도 吏祿三百石(이녹삼백석) : 관리 봉록으로 삼백 석을 받아 歲晏有餘糧(세안유여량) : 한 해가 다 늦도록 남은 곡식이 있구나.  念此私自媿(념차사자괴) : 이런 생각을 하면 스스로 부끄러우니 盡日不能忘(진일부능망) : 종일토록 그 일을 나는 잊을 수가 없구나.     2005.04.10 19:37:0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관가(觀稼)-백거이(白居易) 관가(觀稼)-백거이(白居易) 논밭의 벼를 바라보며-백거이(白居易) 世役不我牽(세역부아견) : 세상 일에 나는 이끌리지 않아 身心常自若(신심상자야) : 몸과 마음이 항상 자유로웠도다. 晩出看田畝(만출간전무) : 저녁에 나아가 밭을 보고 閑行旁村落(한항방촌낙) : 촌락 사이를 한가히 걸어보았다. 纍纍繞場稼(유류요장가) : 층층이 쌓인 마당을 둘러 싼 볏단 嘖嘖羣飛雀(책책군비작) : 짹짹거리며 모여서 날아다니는 참새들.  年豐豈獨人(년풍개독인) : 풍년이 어찌 사람들에게만 있겠는가. 禽鳥聲亦樂(금조성역낙) : 새들 소리도 또한 즐겁도다. 田翁逢我喜(전옹봉아희) : 늙은 농부는 나를 만나 기뻐하며 黙起具杯杓(묵기구배표) : 말없이 일어나 함께 술을 마셨다. 斂手笑相延(염수소상연) : 손짓하며 웃으며 서로 불러대며 社酒有殘酌(사주유잔작) : 제삿술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媿茲勤且敬(괴자근차경) : 이러한 부지런함과 공손함에 부끄러워 藜杖爲淹泊(염장위엄박) : 명아주 지팡이 짚고 머뭇거린다. 言動任天眞(언동임천진) : 그의 말과 행동이 천진난만 하여 未覺農人惡(미각농인악) : 농민의 고통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停杯問生事(정배문생사) : 술잔을 멈추고 생활상을 물어보니 夫種妻兒穫(부종처아확) : 남편은 씨 뿌리고 처자는 추수한다. 筋力苦疲勞(근력고피노) : 근력은 고통스럽고 피곤하고 衣食常單薄(의식상단박) : 의식은 항상 간단하고 초라하다. 自慙祿仕者(자참녹사자) : 벼슬하는 것이 저절로 부끄럽나니 曾不營農作(증부영농작) : 농사를 한번도 지어보지 않고  飽食無所勞(포식무소노) : 일 한 것 없으면서 포식하였으니  何殊衛人鶴(하수위인학) : 어찌 일하지 않고 녹만 받은 위인학과 다를까.     2005.04.10 20:00:0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조발초성역(早發楚城驛)-백거이(白居易) 조발초성역(早發楚城驛)-백거이(白居易) 초성역을 일찍 떠나며-백거이(白居易) 過雨塵埃滅(과우진애멸) : 지나간 비에 흙먼지 없어지고 沿江道徑平(연강도경평) : 강 따라 난 길은 평탄하기만 하다. 月乘殘夜出(월승잔야출) : 새벽녘 달은 아직 떠있고 人趁早涼行(인진조량항) : 사람은 아침 차가움을 쫓아 걷는다. 寂歷閒唫動(적력한금동) : 적막함이 지나고 한가함이 움직여 冥濛闇思生(명몽암사생) : 고요하고 어둑하여 생각이 떠오른다. 荷塘翻露氣(하당번노기) : 연꽃 핀 연못에 이슬 기운 날아들고 稻壟瀉泉聲(도농사천성) : 논두렁에는 샘물 솟는 소리 들려온다. 宿犬聞鈴起(숙견문령기) : 잠자던 개가 방울소리 듣고 일어나고 栖禽見火驚(서금견화경) : 둥지에 깃던 새는 등불을 보고 놀란다. 曨曨煙樹色(농롱연수색) : 안개에 싸인 나무의 빛이 몽롱하여 十里始天明(십리시천명) : 십리쯤 가서야 비로소 하늘이 밝아온다. (白樂天詩集,卷十六,律詩)     2005.05.09 12:50:5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호정만망잔수(湖亭晩望殘水)-백거이(白居易) 호정만망잔수(湖亭晩望殘水)-백거이(白居易) 호숫가 정자에서, 마른 물을 바라보며-백거이(白居易) 種樹當前軒(종수당전헌) : 심은 나무가 앞 건물에 닿아 樹高柯葉繁(수고가섭번) : 나무는 높고 가지의 잎은 무성하다. 惜哉遠山色(석재원산색) : 아쉽구나, 먼 산의 산빛이여 隱此蒙籠間(은차몽농간) : 몽롱한 사이에 이를 감추고 있구나. 一朝持斧斤(일조지부근) : 어느 날 아침, 도끼를 들고 手自截其端(수자절기단) : 손으로 그 끝을 잘라내었다. 萬葉落頭上(만섭낙두상) : 수많은 잎이 머리 위에 떨어지고 千峯來面前(천봉내면전) : 천 개의 산봉우리 얼굴 앞에 다가온다. 忽似決雲霧(홀사결운무) :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는 듯 豁達覩靑天(활달도청천) : 훤하게 푸른 하늘이 바라보인다. 又如所念人(우여소념인) : 또 그리워하는 사람 같고 久別一欸顔(구별일애안) : 오랫동안 이별하였다가 만나는 얼굴 같았다. 始有淸風至(시유청풍지) : 비로소 맑은 바람은 불어오고 稍見飛鳥還(초견비조환) : 날아가는 새가 돌아오는 것이 조금 보였다. 開懷東南望(개회동남망) : 마음을 열고 동남쪽을 바라보니 目遠心遼然(목원심료연) : 시야는 멀고, 마음은 요연해진다. 人各有偏好(인각유편호) :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치우친 호감이 있어 物莫能兩全(물막능량전) : 사물은 양자를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豈不愛柔條(개부애유조) : 어찌 나무를 좋아하지 않을까 마는 不如見靑山(부여견청산) : 청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만 못하니라. (白樂天詩集,卷七,閒適三)     2005.05.09 12:48:5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절수(截樹)-백거이(白居易) 절수(截樹)-백거이(白居易) 나뭇가지를 치며-백거이(白居易) 種樹當前軒(종수당전헌) : 심은 나무가 앞 건물에 닿아 樹高柯葉繁(수고가섭번) : 나무는 높고 가지의 잎은 무성하다. 惜哉遠山色(석재원산색) : 아쉽구나, 먼 산의 산빛이여 隱此蒙籠間(은차몽농간) : 몽룡한 사이에 이를 감추고 있구나. 一朝持斧斤(일조지부근) : 어느 날 아침, 도끼를 들고 手自截其端(수자절기단) : 손으로 그 끝을 잘라내었다. 萬葉落頭上(만섭낙두상) : 수많은 잎이 머리 위에 떨어지고 千峯來面前(천봉내면전) : 천 개의 산봉우리 얼굴 앞에 다가온다. 忽似決雲霧(홀사결운무) : 홀연히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는 듯 豁達覩靑天(활달도청천) : 훤하게 푸른 하늘이 바라보인다. 又如所念人(우여소념인) : 또 그리워하는 사람 같고 久別一欸顔(구별일애안) : 오랫동안 이별하였다가 만나는 얼굴 같았다. 始有淸風至(시유청풍지) : 비로소 맑은 바람은 불어오고 稍見飛鳥還(초견비조환) : 날아가는 새가 돌아오는 것이 조금 보였다. 開懷東南望(개회동남망) : 마음을 열고 동남쪽을 바라보니 目遠心遼然(목원심료연) : 시야는 멀고, 마음은 요연해진다. 人各有偏好(인각유편호) :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치우친 호감이 있어 物莫能兩全(물막능량전) : 사물은 양자를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豈不愛柔條(개부애유조) : 어찌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가 마는 不如見靑山(부여견청산) : 청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만 못하니라.     2005.04.10 20:54:2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유석문간(遊石門澗)-백거이(白居易) 유석문간(遊石門澗)-백거이(白居易) 석문간에서 놀다-백거이(白居易) 石門無舊徑(석문무구경) : 석문에는 묵은 길 없어 披榛訪遺跡(피진방유적) : 덤불을 헤치며 유적을 방문한다. 時逢山水秋(시봉산수추) : 시절은 마침 산수의 가을 만나니 淸輝如古昔(청휘여고석) : 맑은 빛이 옛날과 같았다. 嘗聞慧遠輩(상문혜원배) : 일찍이 들었노라, 혜원의 무리들이 題詩此巖壁(제시차암벽) : 이 암벽에 시를 적어두었다는 말을. 雲覆莓苔封(운복매태봉) : 구름은 해태를 봉하여서 蒼然無處覓(창연무처멱) : 창연하여 장소를 찾을 수 없도다. 蕭疎野生竹(소소야생죽) : 소연히도 들판에 대나무 나있는데 崩剝多年石(붕박다년석) : 무너지고 깎여 오래된 돌이 많았다. 自從東晉後(자종동진후) : 동진 시대 이후부터 無復人遊歷(무복인유력) : 또 다시 돌아보며 구경하는 사람들 없다. 獨有秋澗聲(독유추간성) : 다만 가을 골짝의 물소리만 들리어 潺湲空旦夕(잔원공단석) : 잔잔하게 흐르는 소리 아침저녁 쓸쓸하다. 2005.04.10 21:02:32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보동파(步東坡)-백거이(白居易) 보동파(步東坡)-백거이(白居易) 동파 언덕을 밟으며-백거이(白居易) 朝上東坡步(조상동파보) : 아침에 동파 언덕에 올라 보고 夕上東坡步(석상동파보) : 저녁에는 동파에 올라 걸었다. 東坡何所愛(동파하소애) : 동파에서 좋은 것이 무엇일까 愛此新成樹(애차신성수) : 이러한 새로 심은 나무를 좋아한다. 種植當歲初(종식당세초) : 마땅히 그해 초엽에 심은 것이라 滋榮及春暮(자영급춘모) : 크지는 번성이 봄날 저녁까지 미친다. 信意取次栽(신의취차재) : 마음대로 가져다 차려로 심었더니 無行亦無數(무항역무삭) : 줄 무수하고 또 숫자도 무수해졌다. 綠陰斜景轉(녹음사경전) : 푸른 그늘은 비탈진 광경으로 바뀌고 芳氣微風度(방기미풍도) : 향기로운 기운은 미풍에 날아 건너간다. 新葉鳥下來(신섭조하내) : 새로 돋은 잎사귀에는 새들이 내려오고 萎花蝶飛去(위화접비거) : 시든 꽃에는 나비가 날아간다. 閑攜斑竹杖(한휴반죽장) : 때때로 얼룩진 지팡이를 짚고 徐曳黃麻屨(서예황마구) : 누런 삼으로 만든 신을 신고 천천히 걷는다. 欲識往來頻(욕식왕내빈) : 얼마나 오고갔는지 알아보려니 靑苔成白路(청태성백노) : 푸른 이끼가 흰 길이 다 되었구나.     2005.04.10 21:14:0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촌거고한(村居苦寒)-백거이(白居易) 촌거고한(村居苦寒)-백거이(白居易) 시골 생활의 고통-백거이(白居易) 八年十二月(팔년십이월) : 팔년 십이월 五日雪紛紛(오일설분분) : 초닷새 날, 눈이 펄펄 내린다. 竹柏皆凍死(죽백개동사) : 대나무 잣나무 모두 얼어 죽었는데 況彼無衣民(황피무의민) : 하물며, 저 옷 하나 없는 백성들이야. 廻觀村閭間(회관촌려간) : 시골 마을의 집들을 돌아보면 十室八九貧(십실팔구빈) : 십중팔구는 빈곤하구나. 北風利如劍(배풍리여검) : 차가운 북풍은 칼과 같은데 布絮不蔽身(포서부폐신) : 솜옷으로 몸도 가리지 못한다. 唯燒蒿棘火(유소호극화) : 오직 잡초와 잡목을 불사를 뿐 愁坐夜待晨(수좌야대신) : 쓸쓸히 앉아서 밤이 새도록 기다린다. 乃知大寒歲(내지대한세) : 대한이 있는 해임을 알았는데 農者猶苦辛(농자유고신) : 농민들은 여전히 고생이 심하였다. 顧我當此日(고아당차일) : 나를 돌아보면, 이러한 날에는 草堂深掩門(초당심엄문) : 초가집은 깊이 문을 닫아놓고서 裼裘覆絁被(석구복시피) : 갓 옷을 입고 깁 이불을 덮었다. 坐臥有餘溫(좌와유여온) : 앉거나 누워도 온기가 있었고 幸免飢凍苦(행면기동고) : 다행히도 굶어 얼어 죽는 고생을 면하였다. 又無壟畝勤(우무롱무근) : 또 밭에 나가 일도 하지 않았으니 念彼深可愧(념피심가괴) : 그들 농민을 생각하면 매우 부끄러워 自問是何人(자문시하인) : 스스로 내가 어떠한 사람인가를 물어본다.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2005.05.09 12:55:0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한석(閒夕)-백거이(白居易) 한석(閒夕)-백거이(白居易) 한가한 저녁에-백거이(白居易) 한석(閒夕)/한가한 저녁에 一聲早蟬發(일성조선발) : 한 가닥 철 이른 매미 소리 들리고  數點新螢度(삭점신형도) : 파란 반딧불 몇 마리가 날아서 지나간다. 蘭釭耿無煙(난강경무연) : 아름다운 등불은 맑아서 연기 하나 없고 筠簟淸有露(균점청유노) : 맑은 대나무 멍석에는 이슬이 맺혀있다. 未歸後房寢(미귀후방침) : 아직 뒷방에 잠자려 돌아가지 못하고 且下前軒步(차하전헌보) : 잠시 동안을 앞마당에 내려가 걸어본다. 斜月入低廊(사월입저낭) : 기우는 달은 행랑 아래로 들고 涼風滿高樹(양풍만고수) : 서늘한 바람은 높은 나무에 가득하다. 放懷常自適(방회상자적) : 회포를 풀어버리니 언제나 여유롭고 遇境多成趣(우경다성취) : 경치를 보면 운치를 느끼는 일이 많도다. 何法使之然(하법사지연) : 어떠한 법이 그것을 그렇게 만드는가 心中無細故(심중무세고) : 마음속에 자잘한 일이 없는 까닭이리라. (白樂天詩後集,卷二,格詩)     2005.05.09 12:56:0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계중조춘(溪中早春)-백거이(白居易) 계중조춘(溪中早春)-백거이(白居易) 개울 속에 이른 봄-백거이(白居易) 南山雪未盡(남산설미진) : 남산에는 아직 눈 녹지 않고 陰嶺留殘白(음령류잔백) : 그늘진 고개에는 흰 눈이 남았다. 西澗冰已消(서간빙이소) : 서쪽 개울 얼음은 이미 녹아 春溜含新碧(춘류함신벽) : 봄날의 여울은 새 푸름을 머금었다. 東風來幾日(동풍내기일) : 봄바람은 불어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蟄動萌草拆(칩동맹초탁) : 겨울잠 자는 동물 움직이고 풀은 돋아난다.  潛知陽和功(잠지양화공) : 따뜻한 햇볕의 공덕을 알 수 있나니 一日不虛擲(일일부허척) : 하루도 헛되이 비춰지지 않는구나. 愛此天氣暖(애차천기난) : 이러한 날씨의 따뜻함을 즐기려 來拂溪邊石(내불계변석) : 개울가의 바위 찾아 자리를 털어본다. 一坐欲忘歸(일좌욕망귀) : 한 번 앉아보니 돌아갈 생각 잊는데 暮禽聲嘖嘖(모금성책책) : 석양에 새들은 시끄러이 소리 내어 운다. 蓬蒿隔桑棗(봉호격상조) : 뽕나무와 대추나무 사이에 무성한 쑥 隱映煙火夕(은영연화석) : 저녁에는 연기와 불빛이 은은히 보인다. 歸來問夜飡(귀내문야손) : 집으로 돌아와 야찬이 있는가 물어보니 家人烹薺麥(가인팽제맥) : 집사람은 냉이와 보리를 삶은 것이라 한다. (白樂天詩集,卷十,感傷二)     2005.05.09 12:58:0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증내(贈內)-백거이(白居易) 증내(贈內)-백거이(白居易) 아내에게-백거이(白居易) 漠漠闇苔新雨地(막막암태신우지) : 새로 비 내린 땅, 막막히 이끼 짙어지고 微微凉露欲秋天(미미량로욕추천) : 차갑고 잔잔한 이슬이 가을을 재촉한다오. 莫對月明思往事(막대월명사왕사) : 밝은 달 바라보며, 지나간 일 생각하면 損君顔色減君年(손군안색감군년) : 당신 얼굴 축나고, 당신의 목숨만 단축된다오.     2005.04.10 22:30:0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모립(暮立)-백거이(白居易) 모립(暮立)-백거이(白居易) 저물녘에-백거이(白居易) 黃昏獨立佛堂前(황혼독립불당전) : 황혼녘에, 불당 앞에 홀로 서니 滿地槐花滿樹蟬(만지괴화만수선) : 땅에 가득한 홰나무꽃, 나무 가득 매미소리. 大抵四時心總苦(대저사시심총고) : 무릇, 사시사철 마음은 괴로운 법 就中腸斷是秋天(취중장단시추천) : 마음 속 단장의 아픔, 이것이 가을이로구나. (白樂天詩集,卷十四,律詩)     2005.05.09 13:00:1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달재락천항(達哉樂天行)-백거이(白居易) 진리를 통달한 백락천의 노래-백거이(白居易) 達哉達哉白樂天(달재달재백낙천) : 진실에 깨달았다, 나 백락천은 分司東都十三年(분사동도십삼년) : 동도인 낙양에 파견 된지 13년이구나. 七旬纔滿冠已挂(칠순재만관이괘) : 칠순이 되어서 벼슬을 그만두고 半祿未及車先懸(반녹미급거선현) : 봉록이 반감되기 전에 벼슬을 그만두었다. 或伴遊客春行樂(혹반유객춘항낙) : 놀이꾼과 짝이 되어 봄에는 행락하고  或隨山僧夜坐禪(혹수산승야좌선) : 혹은 산승 따라 밤에는 좌선 하며 二年忘却問家事(이년망각문가사) : 이년 동안 가정 살림걱정도 잊어버렸다. 門庭多草廚少煙(문정다초주소연) : 뜰에는 잡초 무성하고 부엌에는 불기도 없어 庖童朝告鹽米盡(포동조고염미진) : 머슴아이는 아침에 쌀과 소금 떨어졌다 하고 侍婢暮訴衣裳穿(시비모소의상천) : 저녁에는 계집종이 옷이 떨어졌다 말하는구나. 妻孥不悅甥姪悶(처노부열생질민) : 처자도 좋아하지 않고 조카들도 근심하나 而我醉臥方陶然(이아취와방도연) : 나는 취하여 기분 좋게 누었도다. 起來與爾畫生計(기내여이화생계) : 일어나 그들과 생계대책을 의논하여 薄産處置有後先(박산처치유후선) :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의 선후를 가려 처분한다. 先賣南坊十畝園(선매남방십무원) : 먼저 남쪽의 십 무의 밭을 팔고 次賣東郭五頃田(차매동곽오경전) : 다음에 동곽의 오경 밭을 팔려고 한다. 然後兼賣所居宅(연후겸매소거댁) : 그런 뒤에는 살고 있는 집을 판다면 髣髴獲緡二三千(방불획민이삼천) : 아마도 이삼천 금의 돈이 들어올 것이다. 半與爾充衣食費(반여이충의식비) : 절반은 너희들이 의식비로 충당하고 半與吾供酒肉錢(반여오공주육전) : 나머지 반은 술과 안주 값으로 쓰려고 한다. 吾今已年七十一(오금이년칠십일) : 나는 이미 칠십의 나이가 되었으니  眼昏鬚石頭風眩(안혼수석두풍현) : 눈은 어둡고, 수염은 희고, 정신은 흐리다. 但恐此錢用不盡(단공차전용부진) : 다만 두려운 것은, 이 돈 다 쓰지 못하고 卽先朝露歸夜泉(즉선조노귀야천) : 아침 이슬보다 더 빨리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未歸且住亦不惡(미귀차주역부악) : 죽지 않고 좀더 사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니 飢餐樂飮安穩眠(기찬낙음안온면) : 배고프면 먹고, 즐거우면 마시며, 편히 잠 들 수 있다. 死生無可無不可(사생무가무부가) : 죽고 사는 것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라 達哉達哉白樂天(달재달재백낙천) : 진리에 달통 하였구나, 달통하였구나, 백락천이여 (白樂天詩後集,卷四,格詩)     2005.05.09 13:02:2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장상사(長相思)-백거이(白居易) 장상사(長相思)-백거이(白居易) 끝없는 그리움이여-백거이(白居易) 九月西風興(구월서풍흥) : 구월에 서풍은 불어오고 月冷霜華凝(월냉상화응) : 달빛이 차가워 서리 희게 엉킨다. 思君秋夜長(사군추야장) : 그대 생각에 가을밤은 길기도 하여 一夜魂九升(일야혼구승) : 넋은 하룻밤에도 아홉 번이나 올라본다. 二月東風來(이월동풍내) : 이월 동풍이 불어오니 草拆花心開(초탁화심개) : 풀은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난다. 思君春日遲(사군춘일지) : 그대 생각에 봄날은 더디 가고 一夜腸九廻(일야장구회) : 하로 밤에 애간장 아홉 번이나 뒤집힌다. 妾住洛橋北(첩주낙교배) : 저는 낙교의 북쪽에 살았고 君住洛橋南(군주낙교남) : 당신은 낙교 남쪽에 살았었지요. 十五卽相識(십오즉상식) : 열다섯 나이에 서로 알게 되어 今年二十三(금년이십삼) : 금년에 스물세 살이 되었지요. 有如女蘿草(유여녀나초) : 마치 담쟁이덩굴 같은 처지 되어 生在松之側(생재송지측) : 소나무에 기대어 사는 것 같습니다. 蔓短枝苦高(만단지고고) : 줄기가 짧아 가지는 높이 자라기 힘들고 縈廻上不得(영회상부득) : 아무리 타고 오르려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人言人有願(인언인유원) : 사람들의 말에 사람에게 소원이 있으면 願至天必成(원지천필성) : 소원이 지극하면 하늘도 반드시 이루어준다지요. 願作遠方獸(원작원방수) : 원하기는, 먼 곳의 비견수가 되어 步步出肩行(보보출견항) : 걸음마다 나란히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願作深山木(원작심산목) : 또 원하기는, 깊은 산에 나무가 되어 枝枝連理生(지지련리생) : 가지마다 이어져 서로 닿아 살 수 있으면 해요.     2005.04.10 22:58:1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권주(勸酒)-백거이(白居易) 권주(勸酒)-백거이(白居易) 술을 권하며-백거이(白居易) 勸君一杯君莫辭(권군일배군막사) : 한 잔 술을 권하거니, 사양 말게나 勸君兩杯君莫疑(권군양배군막의) : 두잔 술을 권하니, 그대는 의심하지 말게나. 勸君三杯君始知(권군삼배군시지) : 석잔 권하노니, 그대가 비로소 내 마음 알았구나. 面上今日老昨日(면상금일노작일) : 사람의 얼굴은 오늘도 내일도 늙어가고 心中醉時勝醒時(심중취시승성시) : 취한 때 마음속이 깨어 있을 때보다 좋구나. 天地迢迢自長久(천지초초자장구) : 천지는 아득하고 원래부터 장구하고 白ꟙ赤烏相趁走(백토적오상진주) : 흰 토끼 붉은 까마귀 서로 쫓듯 달려간다. 身後堆金拄北斗(신후퇴금주배두) : 죽은 뒤에 북두칠성에 닿을 정도로 황금을 쌓아도 不如生前一樽酒(부여생전일준주) : 살아서 한 통의 술을 마심만 못하리라.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春明門外天欲明(춘명문외천욕명) : 궁성 춘명문 밖의 동 틀 무렵에 喧喧歌哭半死生(훤훤가곡반사생) : 시끄럽게 노래하고 곡하며 나고 죽음이 절반인 것을. 遊人駐馬出不得(유인주마출부득) : 그곳을 다니는 사람들 말을 멈추지 않을 수 없으니 白輿素車爭路行(백여소거쟁노항) : 흰 색 장의차가 다투어 길을 나가는구나. 歸去來(귀거내) : 돌아가세 頭已白(두이백) : 이미 머리 희어졌으니 典錢將用買酒喫(전전장용매주끽) : 전당포에 돈 빌려서 술을 사서 마셔 버리자꾸나. (白樂天詩後集,卷一,格詩)     2005.05.09 13:04:5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연자루(鷰子樓)-백거이(白居易) 연자루(鷰子樓)-백거이(白居易) 연자루에서-백거이(白居易) 滿窗明月滿簾霜(만창명월만렴상) : 창에 가득 밝은 달빛, 주렴에 가득한 서리  被冷燈殘拂臥牀(피냉등잔불와상) : 찬 이불, 희미한 등잔불빛 떨치고 잠자리에 든다. 燕子樓中霜月夜(연자누중상월야) : 서리 내린 달밤, 연자루 안  秋來只爲一人長(추내지위일인장) : 이 가을밤, 홀로 있는 사람에게는 길기만 하다.     2005.04.10 23:51:1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위상우조(渭上偶釣)-백거이(白居易) 위상우조(渭上偶釣)-백거이(白居易) 위수가에서 낚시하며-백거이(白居易) 渭水如鏡色(위수여경색) : 위수의 물은 거울 같아 中有鯉與魴(중유리여방) : 그 속에 잉어와 방어가 산다. 偶持一竿竹(우지일간죽) : 우연히 낚싯대 하나 들고 懸釣在其傍(현조재기방) : 그 강 곁에다 낚시를 놓는다. 微風吹釣絲(미풍취조사) : 바람은 살랑살랑 낚싯줄에 불고 嫋嫋十尺長(뇨뇨십척장) : 열자 긴 낚싯줄은 바람에 하늘거린다. 身雖對魚坐(신수대어좌) : 몸은 비록 고기를 향해 앉았으나 心在無何鄕(심재무하향) : 마음은 무아지경에 놀고 있어라. 昔有白頭人(석유백두인) : 그 옛날에 백발노인 있어 亦釣此渭陽(역조차위양) : 또한 위수의 북쪽에서 낚시하였다. 釣人不釣魚(조인부조어) : 낚시꾼은 고기를 낚지 않았고 七十得文王(칠십득문왕) : 칠십에 문왕을 만났었다. 況我垂釣意(황아수조의) : 하물며 내가 낚시하는 뜻은 人魚亦兼忘(인어역겸망) : 사람도 고기도 다 잊는 것이다. 無機兩不得(무기량부득) : 노리지 않으니 둘 다 잡지 못하고 但弄秋水光(단농추수광) : 다만 가을의 강 빛만 즐기노라. 興盡釣亦罷(흥진조역파) : 흥이 다되면 낚시 마치고 歸來飮我觴(귀내음아상) : 돌아와서 나의 술잔 들이키노라.     2005.04.10 23:57:4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해만만(海漫漫)-백거이(白居易) 해만만(海漫漫)-백거이(白居易) 바다는 출렁이고-백거이(白居易) 海漫漫(해만만) : 바다는 출렁이는데 直下無底旁無邊(직하무저방무변) : 아래는 밑이 없고 사방에는 끝이 없다. 雲濤煙浪最深處(운도연낭최심처) : 구름 낀 파도, 안개 덮인 물결의 가장 깊은 곳 人傳中有三神山(인전중유삼신산) : 사람은 그 속에 삼신산이 있고 山上多生不死藥(산상다생부사약) : 산위에는 불사약이 많이 나는데 服之羽化爲天仙(복지우화위천선) : 먹으면 날개 돋아 하늘 나는 신선이 된다 하네. 秦皇漢武信此語(진황한무신차어) : 진시황과 한무제가 이 말을 믿고 方士年年采藥去(방사년년채약거) : 방사에 명을 내려 해마다 약 캐러 보냈도다. 蓬萊今古但聞名(봉래금고단문명) : 봉래산은 예나 지금이나 이름만 들릴 뿐 烟水茫茫無覓處(연수망망무멱처) : 자욱하고 아득하여 물길 속에 찾을 곳이 없도다. 海漫漫風浩浩(해만만풍호호) : 바다는 출렁이고 바람은 넓게도 부는구나. 眼穿不見蓬萊島(안천부견봉래도) : 눈이 뚫어지게 보아도 봉래섬은 보이지 않고 不見蓬萊不敢歸(부견봉래부감귀) : 봉래섬 찾지 못하면 감히 돌아 올수도 없는데 童男丱女舟中老(동남관녀주중노) : 데려간 소년 소녀도 뱃속에서 늙어버렸다. 徐福文成多誑誕(서복문성다광탄) : 방사인 서복과 문성은 거짓말도 많아 上元太一虛祈禱(상원태일허기도) : 상원부인과 태일성에 드린 기도해도 효과가 없도다. 君看驪山頂上茂陵頭(군간려산정상무능두) : 그대들 보게나, 여산의 꼭대기와 무릉의 머리에 畢竟悲風吹蔓草(필경비풍취만초) : 끝내는 슬픈 바람이 무성한 풀숲에 불어오는구나. 何況玄元聖祖五千言(하황현원성조오천언) : 하물며 어찌한단 말인가, 현원성조 노자의 오천 마디 말에는 不言藥不言仙(부언약부언선) : 선약을 말하지 않았고 신선에 대해도 말하지 않았고 不言白日昇靑天(부언백일승청천) : 밝은 해가 푸른 하늘에 오른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네.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2005.05.09 15:15:0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병가중남정한망(病假中南亭閑望)-백거이(白居易) 병가중남정한망(病假中南亭閑望)-백거이(白居易) 병가 중에 남정에서 한가히 바라보다-백거이(白居易) 欹枕不視事(의침부시사) : 베개 베고 누워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兩日門掩關(량일문엄관) : 이틀간 문짝에 빗장을 걸었두었다. 始知吏役身(시지리역신) : 이제야 알겠느니, 관리생활이 몸을 부려 不病不得閑(부병부득한) : 병이 나지 않고 한가롭지도 못하다는 것을 閑意不在遠(한의부재원) : 한가로운 마음은 먼 곳에 있지 않고 小亭方丈間(소정방장간) : 이 작은 정자, 한 간의 방 안에 있는 것을 西簷竹梢上(서첨죽초상) : 서쪽 처마 밑, 대나무 가지 위를 坐見太白山(좌견태백산) : 태백산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본다. 遙媿峯上雲(요괴봉상운) : 아득히 부끄러워라, 봉우리 위 구름 對此塵中顔(대차진중안) : 구름을 마주보는 세속에 더렵혀진 내 얼굴이여     2005.04.11 00:16:3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자강릉지서주노상작기형제(自江陵之徐州路上作寄兄弟)-백거이(白居易) 자강릉지서주노상작기형제(自江陵之徐州路上作寄兄弟)-백거이(白居易) 강릉의 서주 노상에서 형제들에게 부치다-백거이(白居易) 岐路南將北(기노남장배) : 남과 북으로 갈리는 길에서  離憂弟與兄(리우제여형) : 형제는 해어지는 슬픔을 나누었다. 關河千里別(관하천리별) : 국경과 강 건너 천리 먼 길을 風雪一身行(풍설일신항) : 눈바람 속에서 나 홀로 걸어간다. 夕宿勞鄕夢(석숙노향몽) : 밤잠자리에서는 애써 고향 꿈꾸고 晨裝慘旅情(신장참려정) : 아침 행장에 여행의 고달픔 비참하다 家貧憂後事(가빈우후사) : 집마저 가난해서 뒷일도 걱정스럽고 日短念前程(일단념전정) : 앞길을 생각하니 해는 짧구나. 煙雁翻寒渚(연안번한저) : 안개 속에 기러기는 차가운 물가를 날고 霜烏聚古城(상오취고성) : 서리 맞은 까마귀는 옛 성으로 모여드는구나. 誰憐陟岡者(수련척강자) : 누가 가련하다 하리오, 언덕에 오르는 자가  西楚望南荊(서초망남형) : 서초 땅에서 남형 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2005.04.11 00:22:3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강남송북객인빙기서주형제서(江南送北客因憑寄徐州兄弟書)-백거이(白居易) 강남송북객인빙기서주형제서(江南送北客因憑寄徐州兄弟書)-백거이(白居易) 강남에서 북으로 가는 손님을 전송하며 서주 형제에게 글을 부치다-백거이(白居易) 故園望斷欲何如(고원망단욕하여) : 고향 바라봐도 보이지 않으니 어찌할까 楚水吳山萬里餘(초수오산만리여) : 초나라 강과 오나라 산이 만 리나 되는 것을  今日因君訪兄弟(금일인군방형제) : 오늘 그대로 인하여 형제 찾아보리니  數行鄕淚一封書(삭항향누일봉서) : 몇 줄기 고향 찾는 눈물을 한 통의 편지 속에 봉한다.     2005.04.11 00:29:5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춘제호상(春題湖上)-백거이(白居易) 춘제호상(春題湖上)-백거이(白居易) 봄날 호수 위에서 짓다-백거이(白居易) 湖上春來似畫圖(호상춘내사화도) : 호수 위에 봄이 오니 그림 같은데  亂峯圍繞水平鋪(난봉위요수평포) : 여러 봉우리들 둘러있고 수면은 잔잔하다. 松排山面千里翠(송배산면천리취) : 산에는 소나무, 천리까지 멀리 푸르고 月點波心一顆珠(월점파심일과주) : 물 속에는 달이 한 알의 구슬처럼 떠있다. 碧毯線頭抽早稻(벽담선두추조도) : 푸른 담요 실마리처럼 이삭패는 조생벼 靑羅裙帶展新蒲(청나군대전신포) : 파란 비단 치마 띠 처럼 새로 늘어나는 부들. 未能抛得杭州去(미능포득항주거) : 내가 아직 이곳 항주를 떠나지 못함은  一半勾留是此湖(일반구류시차호) : 반쯤은 이 호수가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5.04.13 22:26:1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불여래음주(不如來飮酒)-백거이(白居易) 불여래음주(不如來飮酒)-백거이(白居易) 와서 술마시는 게 더 좋아라-백거이(白居易) 불여래음주칠수[7](不如來飮酒七首[7])/와서 술마시는 게 더 좋아라 莫入紅塵去(막입홍진거) : 혼탁한 세속에 들지 말라 令人心力勞(영인심력노) : 마음과 정력을 수고롭게 한다. 相爭兩蝸角(상쟁양와각) : 달팽이 두 뿔 위에서 싸운들 所得一牛毛(소득일우모) : 얻는 것은 한 가닥 소털 뿐. 且滅嗔中火(차멸진중화) : 잠시 마음 속 불길 걷고 休磨笑裏刀(휴마소리도) : 웃음 뒤에 칼 갈지 말라. 不如來飮酒(부여래음주) : 함께 와서 술이나 마시며 穩臥醉陶陶(온와취도도) : 편안히 누워 흥건히 취해보자.  (白樂天詩後集,卷十,律詩)     2005.05.09 13:14:2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소요영(逍遙詠)-백거이(白居易) 소요영(逍遙詠)-백거이(白居易) 자유로운 삶을 노래함-백거이(白居易) 亦莫戀此身(역막연차신) : 이 육신을 연연하지 말고 亦莫厭此身(역막염차신) : 또한 이 육신을 싫어 말라. 此身可足戀(차신가족련) : 이 몸도 연연할 만하나 萬劫煩惱根(만겁번뇌근) : 만겁 번뇌의 뿌리이다. 此身可足厭(차신가족염) : 이 몸도 싫어할 만하나니 一聚虛空塵(일취허공진) : 한 번 모인 허공의 흙먼지일 뿐. 無戀赤無厭(무연적무염) : 그리움도 싫어함도 없어야 始是逍遙人(시시소요인) : 비로소 곧 자유인이 될 것이니라.  (白樂天詩集,卷十一,感傷三)     2005.05.09 13:16:4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감흥(感興)-백거이(白居易) 감흥(感興)-백거이(白居易) 마음에 느껴진 것-백거이(白居易) 吉凶禍福有來由(길흉화복유래유) : 길흉과 화복은 원인이 있어 생기는 것 但要深知不要憂(단요심지부요우) : 깊이 살필지언정 근심하지 말아야 한다. 只見火光燒潤屋(지견화광소윤옥) : 불길이 부유한 집을 태우는 것을 보아도 不聞風浪覆虛舟(부문풍랑복허주) : 풍랑은 빈 배를 뒤집었다는 소리 듣지 못했소.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 명예는 사회의 공기인지라 많이 취하지 말고 利是身災合少求(이시신재합소구) : 이익은 몸의 재앙거리니 조금만 탐해야 한다. 雖異匏瓜難不食(수이포과난부식) : 사람은 표주박과는 달라서 먹어야 살지만 大都食足早宜休(대도식족조의휴) : 적당히 배부르면 일찍 적당히 쉬어야 한다. (白樂天詩後集,卷十三,律詩)     2005.05.09 13:17:5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鶴(학)-白居易(백거이) 鶴(학)-白居易(백거이) 학-白居易(백거이)  人各有所好(인각유소호) : 사람은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지만 物固無常宜(물고무상의) : 만물에는 항상 올바르다는 것은 없다. 誰謂爾能舞(수위이능무) : 누가 네가 춤 잘 춘다고 말하는가 不如閒立時(부여한립시) : 한가히 서있는 때의 네 모습만 못하다. (白樂天詩後集,卷一,格詩)     2005.05.09 13:18:5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비재행(悲哉行)-백거이(白居易) 비재행(悲哉行)-백거이(白居易) 슬픔의 노래-백거이(白居易) 悲哉爲儒者(비재위유자) : 슬프구나, 선비 된 자여 力學不知疲(력학부지피) : 피로도 모른 채, 힘써 배웠고 讀書眼欲暗(독서안욕암) : 눈이 침침해지도록 책 읽고 秉筆手生胝(병필수생지) : 손에 굳은 살 지도록 붓을 잡아도  十上方一第(십상방일제) : 열 번 응시해야 간신히 급제한다. 成名常苦遲(성명상고지) : 이름 얻기가 항상 고생스럽고 늦으며 縱有宦達者(종유환달자) : 비록 벼슬길에 오른 사람이라도 兩鬢已成絲(량빈이성사) : 양 귀밑머리는 벌써 백발이 된다. 可憐少壯日(가련소장일) : 가련하다, 젊은 날들이여 適在窮賤時(적재궁천시) : 공핍하고 천한 때를 살다가 丈夫老且病(장부노차병) : 장부가 되어서는 늙고 병들어 버리니 焉用富貴爲(언용부귀위) : 부유하고 귀하게 되는데 무슨 소용이리오. 沈沈朱門宅(침침주문댁) : 깊고 깊은 권문세가 집 中有乳臭兒(중유유취아) : 그 안에 젖비린내 나는 아이 狀貌如婦人(장모여부인) : 외모는 여자들 같이 여리고 光明膏粱肌(광명고량기) : 기름진 음식에 살결은 밝고 빛난다. 手不把書卷(수부파서권) : 손에는 책도 잡아보지 않고 身不擐戎衣(신부환융의) : 몸에는 군복 한번도 입어보지 않았다. 二十襲封爵(이십습봉작) : 나이 이십에 봉록을 세습 받으니 門承勳戚資(문승훈척자) : 가문에서 공훈과 위세를 이어받기 때문이다. 春來日日出(춘내일일출) : 봄이 되면 날마다 나가는데 服御何輕肥(복어하경비) : 복장과 말은 어찌 그리도 가볍고 기름진가. 朝從博徒飮(조종박도음) : 아침에는 노름꾼들과 술 마시고 暮有娼樓期(모유창누기) : 저녁이면 기생집에서 사랑을 나눈다. 平封還酒債(평봉환주채) : 봉토의 수입으로 술 외상 갚아주고 堆金選蛾眉(퇴금선아미) : 황금을 쌓아놓고 미인들을 고른다. 聲色狗馬外(성색구마외) : 노래와 주색잡기 외에는  其餘一無知(기여일무지) : 그 외의 아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 山苗與澗松(산묘여간송) : 산 위의 작은 나무, 골짜기의 소나무 地勢隨高卑(지세수고비) : 지세의 높고 낮음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다 古來無奈何(고내무나하) : 예부터 어찌할 수 없었거늘 非獨君傷悲(비독군상비) : 오직 그대만이 상처받아 슬퍼하는가. (白樂天詩集,卷一,諷諭一)     2005.05.09 14:16:4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태행로(太行路)-백거이(白居易) 태행로-백거이(白居易) 太行之路能摧車(태항지노능최거) : 태행산 험한 길이 수레를 부수어도 若比人心是坦途(야비인심시탄도)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이것은 평탄한 길 巫峽之水能覆舟(무협지수능복주) : 무협의 험한 물길 배를 뒤집어도 若比人心是安流(야비인심시안류)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이것은 편안한 물길 人心好惡苦不常(인심호악고부상) : 사람이 좋아함과 미워함은 일정치 않음이 고민이니 好生毛羽惡生瘡(호생모우악생창) : 좋으면 깃털처럼 감싸주고 미우면 긁어 부스럼내는구나 與君結髮未五載(여군결발미오재) : 그대와 혼인한지 채 오년도 못되었는데 豈期牛女爲參商(개기우녀위삼상) : 견우직녀가 참성과 상성처럼 되기를 바랐겠는가 古稱色衰相棄背(고칭색쇠상기배) : 옛사람 이르기를, “늙어 시들어지면 버림받는다” 했는데 當時美人猶怨悔(당시미인유원회) : 당시의 미인들도 오히려 원망하고 후회했거늘 何況如今鸞鏡中(하황여금난경중) : 하물며 지금처럼 거울 속 妾顔未改君心改(첩안미개군심개) : 내 얼굴 아직도 변치 않았느데 그대 마음 변했는가 爲君薰衣裳(위군훈의상) : 그대 위해 의상에 향수쳐도 君聞蘭麝不馨香(군문난사부형향) : 그대는 난초나 사향의 향내 맡고도 향기롭다하지 않도다 爲君盛容飾(위군성용식) : 그대 위해 화장해도 君看金翠無顔色(군간금취무안색) : 그대는 금이나 비취를 보고도 아무 표정도 없도다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重陳(난중진) : 어렵다고 다시 말하기도 어려워라 人生莫作婦人身(인생막작부인신) : 사람으로 태어나서 남의 부인 신세 되지 말라 百年苦樂由他人(백년고낙유타인) : 백년고락이 남에게 달렸도다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於山(난어산) : 산길보다 어렵고 險於水(험어수) : 물길보다 험하구나 不獨人間夫與妻(부독인간부여처) : 다만 인간의 부부간에만 그런 것 아니도다 近代君臣亦如此(근대군신역여차) : 근대의 임금과 신하도 이와 같도다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左納言(좌납언) : 좌 납언 右內史(우내사) : 우 내사 같은 분들이 朝承恩暮賜死(조승은모사사) : 아침에 임금님 은혜 받았다가 저녁에 사약을 받은 것을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려움이 不在水(부재수) : 물길에 있지 않고 不在山(부재산) : 산길에 있지 않으니 只在人情反覆間(지재인정반복간) : 다만 인덩의 뒤집어지고 엎어지는 사이에 있도다       2005.05.10 01:00:5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자오야제(慈烏夜啼)-백거이(白居易) 자오야제(慈烏夜啼)-백거이(白居易) 자비한 까마귀 밤에 우네-백거이(白居易) 慈烏失其母(자오실기모) : 자애로운 까마귀 어미를 잃고 啞啞吐哀音(아아토애음) : 깍악까악, 슬픈 소리를 토해낸다. 晝夜不飛去(주야부비거) : 밤낮으로 날아 떠나지 않고 經年守故林(경년수고림) : 한 해가 다하도록 옛 숲을 지킨다. 夜夜夜半啼(야야야반제) : 밤마다 밤 깊도록 울음 우니 聞者爲沾襟(문자위첨금) : 듣는 사람은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聲中如告訴(성중여고소) : 울음소리가 호소하는 것 같음은 未盡反哺心(미진반포심) : 부모은혜 다 갚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 百鳥豈無母(백조개무모) : 모든 새에게 어찌 어머니 없을까마는 爾獨哀怨深(이독애원심) : 너만 홀로 슬퍼하고 원통함이 깊구나. 應是母慈重(응시모자중) : 자애롭고 소중한 건 어머니 사랑이라 使爾悲不任(사이비부임) : 네가 슬픔을 견디지 못하게 하였구나. 昔有吳起者(석유오기자) : 옛날 오기라는 장수 있었는데 母歿喪不臨(모몰상부림) : 제 어미가 죽어도 장례에 오지 않았다. 嗟哉斯徒輩(차재사도배) : 슬프도다! 이런 불효한 무리들이여 其心不如禽(기심부여금) : 그 마음 씀이 새만도 못하구나. 慈烏彼慈烏(자오피자오) : 자비한 까마귀, 저 까마귀여 烏中之曾參(오중지증삼) : 새 중에서도 증참 같은 효자로구나.       2005.04.11 19:34:3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절비옹(折臂翁)-백거이(白居易) 절비옹(折臂翁)-백거이(白居易) 팔뚝 부러진 노인-백거이(白居易) 新豐老翁八十八(신풍노옹팔십팔) : 신풍의 늙은이, 나이는 여든 여덟 살  頭鬢眉鬚皆似雪(두빈미수개사설) : 머리털, 눈썹, 수염이 모두 눈처럼 희다. 玄孫扶向店前行(현손부향점전항) : 현손이 부축하여 점포 앞으로 나가는데 左臂憑肩右臂折(좌비빙견우비절) : 왼팔 어깨에 달려있고 오른팔은 꺾여있다. 問翁臂折來幾年(문옹비절내기년) : 팔 부러진 지 몇 년 되는가를 묻고  兼問致折何因緣(겸문치절하인연) : 겸하여 무슨 일로 부러진 것인지도 물었다. 翁云貫屬新豐縣(옹운관속신풍현) : 노인이 이르기를, “나는 본래 신풍 사람인데 生逢聖代無征戰(생봉성대무정전) : 태평성대에 태어나 전쟁이란 없었지요. 慣聽梨園歌管聲(관청리원가관성) : 이원의 자제들이 연주하는 음악소리만 들어와 不識旗槍與弓箭(부식기창여궁전) : 깃발과 창 그리고 활과 살은 알지도 못했었다. 無何天寶大徵兵(무하천보대징병) : 난데없이 천보연간에 크게 징집령이 있어 戶有三丁點一丁(호유삼정점일정) : 집집마다 장정이 셋이면 한 명씩을 뽑았지요. 點得驅將何處去(점득구장하처거) : 뽑은 장정을 몰아다가 어디로 떠나보냈는가. 五月萬里雲南行(오월만리운남항) : 오월에 만 리 먼 운남 땅으로 갔다오. 聞道雲南有瀘水(문도운남유로수) : 운남 땅에는 노수라는 강물이 있다고 들었는데 椒花落時瘴烟起(초화낙시장연기) : 산초꽃이 떨어질 철에는 풍토병이 있다고 하였소. 大軍徒涉水如湯(대군도섭수여탕) : 대군이 맨발로 열탕 같은 물을 건너는데 未過十人二三死(미과십인이삼사) : 다 건너지도 못해서 열이면 두 세 명은 죽었다오. 村南村北哭聲哀(촌남촌배곡성애) : 남촌 북촌에 통곡소리가 너무나 애절했으니 兒別爺娘夫別妻(아별야낭부별처) : 아이는 부모와 헤어지고 남편은 아내와 이별했었소. 皆云前後征蠻者(개운전후정만자) : 모두들 말하기를, 전후하여 남만 땅으로 전쟁 간 사람 千萬人行無一廻(천만인항무일회) : 천만 명이 나갔으나 돌아온 사람 하나 없다고 하였소. 是時翁年二十四(시시옹년이십사) : 당시에 노인의 나이는 스물넷 살 청년이었다오. 兵部牒中有名字(병부첩중유명자) : 병부의 명단에 내 이름이 있어 夜深不敢使人知(야심부감사인지) : 밤이 깊어지자 감시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하고서는  偸將大石鎚折臂(투장대석추절비) : 몰래 큰 돌을 가지고 내 팔뚝을 쳐서 꺾어버렸다오 張弓簸旗俱不堪(장궁파기구부감) : 활 당기고 깃발 흔드는 일을 모두 못하여 從茲始免征雲南(종자시면정운남) : 이때부터 비로소 운남 땅으로 원정 가는 일을 면하였소. 骨碎筋傷非不苦(골쇄근상비부고) :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상하여 고통스럽지 않으리오 마는 且圖揀退歸鄕土(차도간퇴귀향토) : 장차 고향으로 물러나 돌아갈 길을 찾아야만 했었다오. 此臂折來六十年(차비절래륙십년) : 팔 부러진 지 이제 예순 한해  一肢雖廢一身全(일지수폐일신전) : 한 팔은 병신이지만 이 한 몸 살아 있소 至今風雨陰寒夜(지금풍우음한야) : 지금까지 비바람 치는 차가운 밤에는 直到天明痛不眠(직도천명통부면) : 날 새도록 아파서 잠들지 못한다오. 痛不眠終不悔(통부면종부회) : 아파서 잠들지 못해도 끝내 후회하는 않는다오. 且喜老身今獨在(차희노신금독재) : 또한 늙도록 혼자 살아남았으니 기쁘다오. 不然當時瀘水頭(부연당시로수두) : 그렇지 않았다면 당시에 노수 머리에서 身死魂孤骨不收(신사혼고골불수) : 몸은 죽고 혼백은 흩날리고 뼈는 뒹굴어 應作雲南望鄕鬼(응작운남망향귀) : 틀림없이 운남의 망향귀신 되어 萬人塚上哭呦呦(만인총상곡유유) : 만인총 무덤 위에서 훌쩍훌쩍 통곡하고 있었으리라 老人言君聽取(노인언군청취) : 노인의 말을 그대는 들어라 君不聞開元宰相宋開府(군부문개원재상송개부) :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개원의 재상 송개부는 不賞邊功防黷武(부상변공방독무) : 변방의 공을 상주지 않고 욕된 전쟁을 막은 것을 又不聞天寶宰相楊國忠(우부문천보재상양국충) : 또 듣지 못했는가, 천보의 재상 양국충이 欲求恩幸立邊功(욕구은행립변공) : 황제의 은총을 얻으려하여 변방의 공을 세웠다는 것을 邊功未立生人怨(변공미립생인원) : 변방의 공을 세우기도 전에 백성의 원망이 생긴 것을 請問新豐折臂翁(청문신풍절비옹) : 신풍의 팔 부러진 노인에게 물어 보았으면 하노라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2005.05.09 14:24:4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증내(贈內)-백거이(白居易) 증내(贈內)-백거이(白居易) 아내에게 드린다-백거이(白居易) 生爲同室親(생위동실친) : 살아서는 한 방에서 사랑하고 死爲同穴塵(사위동혈진) : 죽어서는 한 무덤에 흙이 되리라. 他人尙想勉(타인상상면) : 남들도 그리워하고 노력하거늘 而況我與君(이황아여군) : 하물며 나와 그대는 어떠했겠소. 黔婁固窮士(검루고궁사) : 검루는 정말 가난한 선비였지만 妻賢忘其貧(처현망기빈) : 어진 아내는 그들의 가난함을 잊었고 冀缺一農夫(기결일농부) : 기결은 한낱 농부였으나 妻敬儼如賓(처경엄여빈) : 처는 그를 엄연히 손님처럼 공경했고 陶潛不營生(도잠부영생) : 도연명은 생계도 못 꾸렸으나 翟氏自爨薪(적씨자찬신) : 부인 적씨는 스스로 살림을 꾸렸었고 梁鴻不肯仕(양홍부긍사) : 양홍은 벼슬살이 물리쳤으나 孟光甘布裙(맹광감포군) : 그의 아내 맹광은 베옷에 만족하였소. 君雖不讀書(군수부독서) : 그대 비록 책은 읽지 못해도 此事耳亦聞(차사이역문) : 이런 이야기 귀로 들어 알고 있겠지요. 至此千載後(지차천재후) : 천년 지나 지금에 이르러도 傳是何如人(전시하여인) : 이분들이 어떠한 사람인지 전해졌지요. 人生未死間(인생미사간) : 사람으로 태어나 죽지 않은 한 不能忘其身(부능망기신) : 육신의 존재를 잊을 수는 없겠지요. 所須者衣食(소수자의식) : 쓰이는 것이란 옷 입고 밥 먹는 것이니  不過飽與溫(부과포여온) : 배불리 먹고 따뜻한 옷 입는 것에 지나지 않소. 蔬食足充饑(소식족충기) : 거친 나물밥으로 주린 배 채우면 족하지 何必膏梁珍(하필고량진) : 어찌 반드시 기름진 음식이어야 하겠소. 繒絮足禦寒(증서족어한) : 거친 솜옷으로 추위만 막으면 그만이지 何必錦繡文(하필금수문) : 어찌 반드시 비단에 수놓은 옷이 필요하겠소. 君家有貽訓(군가유이훈) : 그대 집안에 내려오는 가르침에도 淸白遺子孫(청백유자손) : 청렴결백을 자손에게 전하라 하였다지요. 我亦貞苦士(아역정고사) : 나 또한 고지식한 선비로서 與君新結婚(여군신결혼) : 그대와 결혼하여 새로 부부 되었소. 庶保貧與素(서보빈여소) : 가난과 소박함을 지켜나가기를 바라며  偕老同欣欣(해로동흔흔) : 같이 늙어가년서 함께 기쁨을 누리려하오.     2005.04.11 23:14: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촌야(村夜)-백거이(白居易) 촌야(村夜)-백거이(白居易) 시골의 어느날 밤-백거이(白居易) 霜草蒼蒼蟲切切(상초창창충절절) : 서리 맞은 풀 무성하고, 벌레소리 절절한데 村南村北行人絶(촌남촌북행인절) : 마을의 남쪽과 북쪽에 사람의 발길 끊어졌다. 獨出門前望野田(독출문전망야전) : 홀로 문 앞에 나와, 멀리 들밭을 바라보니 月明蕎麥花如雪(월명교맥화여설) : 달빛이 밝아서 메밀밭 메밀꽃이 눈처럼 희다.     2005.04.11 23:20: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지상(池上)-백거이(白居易) 지상(池上)-백거이(白居易) 연못 위에서-백거이(白居易) 小娃撑小艇(소왜탱소정) :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 偸採白蓮回(투채백연회) : 흰 연꽃 몰래 꺾어 돌아간다 不解藏蹤迹(불해장종적) : 그 자취를 감출 것을 잊어 浮萍一道開(부평일도개) : 부평초가 한 길을 남겨놓아버렸구나       2003.06.02 00:02:2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한단동지야사가(邯鄲冬至夜思家)-백거이(白居易) 한단동지야사가(邯鄲冬至夜思家)-백거이(白居易) 한단에서 동짓날 밤에, 집 생각하며-백거이(白居易) 邯鄲驛裏逢冬至(감단역리봉동지) : 한단역에서 동짓날을 맞아 抱膝燈前影伴身(포슬등전영반신) : 등불 앞에 앉으니 그림자와 짝이 된다. 想得家中夜深坐(상득가중야심좌) : 생각나노니, 고향집에선 밤 깊도록 앉아 還應說著遠行人(환응설착원행인) : 필시 먼 길 떠난 내 이야기 하고 있으리라.     2005.05.08 23:08:4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초폄관과망진령(初貶官過望秦嶺)-백거이(白居易) 초폄관과망진령(初貶官過望秦嶺)-백거이(白居易) 처음 좌천되어 망진령 고개를 지나며-백거이(白居易) 처음 좌천되어 망진령 고개를 지나며-백거이(白居易) 草草辭家憂後事(초초사가우후사) : 초조히 집 떠나 뒷일을 걱정하며 遲遲去國問前途(지지거국문전도) : 느릿느릿 고향땅 떠나, 갈 길을 물어본다. 望秦嶺上回頭立(망진령상회두립) : 망진령 고개 위에서 머리 돌려 서있으니 無限秋風吹白鬚(무한추풍취백수) : 끝없는 가을바람이 내 흰 수염에 불어온다.     2005.05.08 23:32:4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동이십일취억원구(同李十一醉憶元九)-백거이(白居易) 동이십일취억원구(同李十一醉憶元九)-백거이(白居易) 이씨집 열한 번째 아들과 같이 취하여, 원구를 생각하다-백거이(白居易) 동이십일취억원구(同李十一醉憶元九)/이씨 집 열한 번째 아들과 같이 취하여, 원구를 생각하다 花時同醉破春愁(화시동취파춘수) : 꽃필 때에 같이 취하여, 봄날 시름 떨치고 醉折花枝當酒籌(취절화지당주주) : 취한채로 꽃가지 꺾어 술잔을 헤아려본다. 忽憶故人天際去(홀억고인천제거) : 갑자기 먼 길 떠난 친구가 생각나서 計程今日到梁州(계정금일도양주) : 여정을 헤아려보노니, 오늘은 양주에 닿았을까. (白樂天詩集,卷十四,律詩)     2005.05.09 14:29:4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낙화(落花)-백거이(白居易) 낙화(落花)-백거이(白居易) 떨어지는 꽃잎을 노래하다-백거이(白居易) 留春春不在(유춘춘부재) : 붙들어도 봄은 머물지 않고 春歸人寂寞(춘귀인적막) : 봄이 돌아가니 사람은 적막하여라. 厭風風不定(염풍풍부정) : 싫어도 바람은 그치지 않고 風起花蕭索(풍기화소삭) : 바람이 불면 꽃잎은 쓸쓸하여라.     2005.04.12 00:28:4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유애사(遺愛寺)-백거이(白居易) 유애사(遺愛寺)-백거이(白居易) 유애사에서-백거이(白居易) 弄石臨溪坐(농석임계좌) : 수석을 즐겨 개울가에 앉았다가 尋花繞寺行(심화요사행) : 다시 꽃을 찾아 절을 돌아다닌다. 時時聞鳥語(시시문조어) : 때때로 새 우는 소리 들리고 處處是泉聲(처처시천성) : 여기저기 어디나 샘물소리 들려온다.     2005.04.12 00:39:1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봉구(逢舊)-백거이(白居易) 봉구(逢舊)-백거이(白居易) 옛 벗을 만나다-백거이(白居易) 久別偶相逢(구별우상봉) : 오랫동안 떠나있다 우연히 서로 만나 俱疑是夢中(구의시몽중) : 이것이 꿈이라 모두가 의심했노라. 卽今歡樂事(즉금환락사) : 지금은 이렇게 즐거운 일이지만 放盞又成空(방잔우성공) : 술잔 놓으면 다시 허무한 일이 되는 것을.     2005.04.12 00:43:0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추사(秋思)-백거이(白居易) 추사(秋思)-백거이(白居易) 가을 심사-백거이(白居易) 夕照紅於燒(석조홍어소) : 석양은 타는 불빛보다 붉고 晴空碧勝籃(청공벽승람) : 맑은 하늘은 쪽빛보다 푸르다. 獸形雲不一(수형운불일) : 짐승모양 구름은 일정하지 않고 弓勢月初三(궁세월초삼) : 굽은 모양이 초승달과 같구나. 雁思來天北(안사래천북) : 기러기 그리움은 하늘 북쪽으로 오고 砧愁滿水南(침수만수남) : 다듬잇돌 수심은 강 남쪽에 가득하다 蕭條秋氣味(소조추기미) : 이러한 쓸쓸한 가을 기분을 未老已深諳(미로이심암) : 늙지도 않아 이미 깊이 알았도다.     2005.04.12 00:54:3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욕여원팔복린선유시증(欲與元八卜隣先有是贈)-백거이(白居易) 욕여원팔복린선유시증(欲與元八卜隣先有是贈)-백거이(白居易) 욕여원팔복린선유시증(欲與元八卜隣先有是贈)-백거이(白居易) 平生心迹最相親(평생심적최상친) : 평생 마음 쓴 자취로는 가장 서로 친하니 欲隱墻東不爲身(욕은장동불위신) : 동쪽에 은거하기 바라지만, 내 세우진 않았다. 明月好同三徑夜(명월호동삼경야) : 밝은 달이 좋은, 세 줄기 시골 밤 길 綠楊宜作兩家春(녹양의작양가춘) : 푸른 버들 돋아나면, 두 집의 봄을 즐기었다. 每因暫出猶思伴(매인잠출유사반) : 매번 잠시 길 나서도, 친구 생각 간절한데  豈得安居不擇隣(기득안거불택린) : 편안히 살 집 찾았으니 친구 택하지 않겠는가. 何獨終身數相見(하독종신수상견) : 어찌 다만 죽을 때까지 자주 서로 보면서 子孫長作隔墻人(자손장작격장인) : 자손만대 오래도록, 이웃 사람 될 수 있을까. (白樂天詩集,卷十五,律詩)     2005.05.09 14:31:1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신제포구(新製布裘)-백거이(白居易) 신제포구(新製布裘)-백거이(白居易) 새로 지은 옷-백거이(白居易) 桂布白似雪(계포백사설) : 계림의 무명베는 눈처럼 희고 吳綿軟於雲(오면연어운) : 오나라 솜은 구름보다 부드럽다. 布重綿且厚(포중면차후) : 겹으로 펴고 촘촘하고 두터워 爲裘有餘溫(위구유여온) : 옷을 만드니 따뜻한 기운 넘친다. 朝擁坐至暮(조옹좌지모) : 아침에 입어 저녁까지 앉아있고 夜覆眠達晨(야복면달신) : 밤에 덮으면 새벽까지 잠이 든다. 誰知嚴冬月(수지엄동월) : 심한 겨울 추위를 누가 알겠으며 肢體暖如春(지체난여춘) : 몸이 봄날처럼 따뜻하구나. 中夕忽有念(중석홀유념) : 한밤에 문득 생각나면 撫裘起浚巡(무구기준순) : 옷을 어루만지며 일어나 돌아다닌다. 丈夫貴兼濟(장부귀겸제) : 장부는 남을 구제함을 귀하게 여기니 豈獨善一身(기독선일신) : 어찌 내 한 몸만을 좋게 하리오. 安得萬里裘(안득만리구) : 어찌 만 리 먼 곳까지 옷 구하여 蓋裹周四垠(개과주사은) : 사방 이웃을 감싸지 주지 않겠는가. 穩暖皆如我(온난개여아) : 모든 사람 나처럼 따뜻이 하여서 天下無寒人(천하무한인) : 세상에 추위로 떠는 사람 없게 하리라.     2005.05.08 23:37:1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전당호춘행(錢塘湖春行)-백거이(白居易) 전당호춘행(錢塘湖春行)-백거이(白居易) 전당호로 봄 나들이 가다 -백거이(白居易) 孤山寺北賈亭西(고산사북고정서) : 고산사 북쪽, 가정의 서편에는 水面初平雲脚低(수면초평운각저) : 수면이 잔잔해지자 구름이 낮게 깔린다. 幾處早鶯爭暖樹(기처조앵쟁난수) : 몇 곳엔 철 이른 꾀꼬리는 양지쪽 나무 다투고 誰家新燕啄春泥(수가신연탁춘니) : 누구네 집 새 제비인가, 봄 진흙을 쪼는구나. 亂花漸欲迷人眼(난화점욕미인안) : 어지러운 꽃은 점점 사람의 눈을 미혹하려는데  淺草纔能沒馬蹄(천초재능몰마제) : 막 돋아난 풀은 겨우 말발굽을 묻는 정도로 자랐다. 最愛湖東行不足(최애호동행부족) : 가장 좋은 호수 동쪽은 아무리 다녀도 부족하고 綠楊陰裡白沙堤(녹양음리백사제) : 푸른 버드나무 그늘 아래엔 흰 모래 언덕이 뻗혀있다. (白樂天詩後集,卷五,律詩)     2005.05.09 14:33:0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금다(琴茶)-백거이(白居易) 금다(琴茶)-백거이(白居易) 거문고와 차-백거이(白居易) 兀兀寄形群動內(올올기형군동내) : 도도히 내 몸을 군상들 속에서 살아도 陶陶任性一生間(도도임성일생간) : 일생을 만족하며 천성에 맡겨 살아가리라. 自抛官後春多醉(자포관후춘다취) : 스스로 관직을 그만 둔 뒤, 봄이면 자주 취해 不讀書來老更閑(부독서래노갱한) : 책을 읽지 않아 늙어서는 더욱 한가롭구나. 琴裏知聞唯淥水(금리지문유록수) : 거문고 곡조에서는 만 알아들을 뿐이고 茶中故舊是蒙山(차중고구시몽산) : 마시는 차로는 예부터 가 친숙하다. 窮通行止長相伴(궁통행지장상반) : 궁하고 통하며, 행하고 쉬는 일들과 길이 친구하니 誰道吾今無往還(수도오금무왕환) : 누가 말하는가, 지금의 나에게 왕래하는 일 없다고.     2005.04.12 21:18:5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모강음(暮江吟)-백거이(白居易) 모강음(暮江吟)-백거이(白居易) 저문 강가에서-백거이(白居易) 一道殘陽鋪水中(일도잔양포수중) : 한 줄기 석양빛, 물 속으로 퍼지고 半江瑟瑟半江紅(반강슬슬반강홍) : 강물의 반은 바람소리, 또 반은 붉은빛. 可憐九月初三夜(가련구월초삼야) : 구월 초사흘 밤은 아름다워라 露似珍珠月似弓(노사진주월사궁) : 구슬 같은 이슬, 활처럼 굽은 달이여.     2005.04.12 21:40:3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석목단화이수[1](惜牧丹花二首[1])-백거이(白居易) 석목단화이수[1](惜牧丹花二首[1])-백거이(白居易) 모란꽃을 아쉬워하다-백거이(白居易) 惆愴階前紅牡丹(추창계전홍모란) : 섬돌 앞 붉은 모란을 아쉬워하노니 晩來唯有兩枝殘(만래유유양지잔) : 해지는 저녁에는, 오직 두 가지만 남았구나. 明朝風起應吹盡(명조풍기응취진) : 내일 아침 바람 일면 모두가 불어 날리리니 夜惜衰紅把火看(야석쇠홍파화간) : 지는 꽃잎 아쉬워, 이 밤 불 밝히고 바라본다.     2005.04.12 21:47:39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문유십구(問劉十九)-백거이(白居易) 문유십구(問劉十九)-백거이(白居易) 유 십구에게 묻노니-백거이(白居易) 綠螘新醅酒(녹의신배주) : 부글부글 새로 익어가는 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로) : 작은 화로에 숯불이 벌겋구나. 晩來天欲雪(만래천욕설) : 저녁에 눈 내릴 것 같은데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 우리 술 한 잔 할 수 없을까.     2005.08.18 16:16:5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강남우천보악수(江南遇天寶樂叟)-백거이(白居易) 강남우천보악수(江南遇天寶樂叟)-백거이(白居易) 강남에서 천보 연간에 악공을 하던 노인을 만나-백거이(白居易) 白頭病叟泣且言(백두병수읍차언) : 머리 희고 병든 늙은이가 울면서 말하기를 祿山未亂入梨園(록산미란입리원) : 안록산이 난리 전에 이원에 들어가 있었다. 能彈琵琶和法曲(능탄비파화법곡) : 비파를 잘 타고 법곡도 잘 익히어 多在華清隨至尊(다재화청수지존) : 여러 번 화청궁에 있으면서 천자를 모셨다. 是時天下太平久(시시천하태평구) : 이 시절은 태평한 천하가 오래 지속되어 年年十月坐朝元(년년십월좌조원) : 해마다 시월이면 조원각에서 잔치에 갔었다. 千官起居環佩合(천관기거환패합) : 문무백관이 일어서고 앉으면 패옥 소리 나고 萬國會同車馬奔(만국회동차마분) : 온 나라의 사절들이 모여들어 수레와 말이 분주했다. 金鈿照耀石甕寺(금전조요석옹사) : 석옹사엔 여인의 비녀가 번쩍이고 蘭麝薰煮溫湯源(란사훈자온탕원) : 온탕원에 난초향과 사슴향이 피워졌다. 貴妃宛轉侍君側(귀비완전시군측) : 양귀비는 우아하게 움직이며 임금님 모시는데 體弱不勝珠翠繁(체약불승주취번) : 가녀린 몸매는 구슬과 비취의 무게도 감당치 못했다.  冬雪飄搖錦袍暖(동설표요금포난) : 겨울눈이 흩날릴 때는 따뜻한 비단 옷 입고 春風蕩漾霓裳翻(춘풍탕양예상번) : 봄바람 살랑이면 비단 치마폭도 펄럭였다.  歡娛未足燕寇至(환오미족연구지) : 환락에 물리도 않았는데 연 땅의 도둑 떼가 쳐들어와 弓勁馬肥胡語喧(궁경마비호어훤) : 강한 활, 쌀찐 말에 오랑캐의 말들이 소란하다.  豳土人遷避夷狄(빈토인천피이적) : 서울 백성들은 오랑캐 피하여 달아나고 鼎湖龍去哭軒轅(정호룡거곡헌원) : 황제가 서울을 달아나니 헌원황제를 울리었다. 從此漂淪落南土(종차표륜락남토) : 이 때부터 떠돌다가 남쪽 땅에 떨어져 萬人死盡一身存(만인사진일신존) : 만인이 모두 죽고 한 몸만 살아남았다. 秋風江上浪無限(추풍강상랑무한) : 가을바람 부는 강가에는 끝없이 물결만 일고 暮雨舟中酒一樽(모우주중주일준) : 비 내리는 배 안에는 술 한 동이 있었도다. 涸魚久失風波勢(학어구실풍파세) : 마른 못의 물고기는 오랫동안 풍파의 기세를 잃었고 枯草曾沾雨露恩(고초증첨우로은) : 마른 풀도 일찍이 비와 이슬의 은택을 적시었다. 我自秦來君莫問(아자진래군막문) : 내가 서울 장안에서 왔다고 그대는 묻지 말라. 驪山渭水如荒村(려산위수여황촌) : 여산과 위수는 황폐한 마을처럼 되어버렸다오. 新豐樹老籠明月(신풍수로롱명월) : 신풍의 나무는 늙어 밝은 달을 둘러싸고 長生殿闇鎖黃雲(장생전암쇄황운) : 황혼의 구름에 막히어 장생전 닫힌 문 어둑해진다.  紅葉紛紛蓋欹瓦(홍엽분분개의와) : 붉은 나뭇잎은 어지러이 기울어진 기왓장을 덮고 綠苔重重封壞垣(록태중중봉괴원) : 푸른 이끼 겹겹이 무너진 담을 묻어버렸다. 唯有中官作宮使(유유중관작궁사) : 오직 내시인 중관이 궁지기가 되어서 每年寒食一開門(매년한식일개문) : 매년 한식날에 한 번만 문을 열어준다오.     2005.05.08 23:45:0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칠덕무(七德舞)-백거이(白居易) 칠덕무(七德舞)-백거이(白居易) 칠덕무-백거이(白居易) 七德舞七德歌(칠덕무칠덕가) : 칠덕무와 칠덕가 傳自武德至元和(전자무덕지원화) : 무덕연간부터 전하여 원화연간에 이르렀다. 元和小臣白居易(원화소신백거역) : 원화연간의 미천한 신하 백거이가 觀舞聽歌知樂意(관무청가지악의) : 춤을 보고 노래를 들어보고 음악의 뜻을 알았고 樂終稽首陳其事(악종계수진기사) : 음악이 끝나자 머리를 조아려 그 일을 진술한다. 太宗十八舉義兵(태종십팔거의병) : 태종 십팔 년 의병을 일으키시어 白旄黃鉞定兩京(백모황월정량경) : 흰 쇠꼬리 깃발과 황금 도끼를 들고 두 서울을 평정하고 擒充戮竇四海清(금충륙두사해청) : 왕세충을 사로잡고 두건충을 죽이니, 온 세상이 깨끗해졌다 二十有四功業成(이십유사공업성) : 이십사 세에, 공업을 이루시고 二十有九即帝位(이십유구즉제위) : 이십구 세에, 황제에 오르시고 三十有五致太平(삼십유오치태평) : 삼십오 세에 태평성대 이루셨다. 功成理定何神速(공성리정하신속) : 공업을 이루고 다스림의 안정이 어찌 이렇게 신처럼 빠른가. 速在推心置人腹(속재추심치인복) : 그 신속함은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 남의 뱃속에 넣어주고 亡卒遺骸散帛收(망졸유해산백수) : 죽은 병사들의 유해를 비단을 나누어주어 수습하게 하고 饑人賣子分金贖(기인매자분금속) : 굶주린 자들이 자식을 팔아버리니, 금을 나누어 주어 되사게 하였다. 魏徵夢見子夜泣(위징몽견자야읍) : 위징을 꿈에서 보고, 자시에 깨어나 눈물을 흘리시고 張謹哀聞辰日哭(장근애문진일곡) : 장근의 죽음을 애처로이 듣자 진일에도 통곡하셨다. 怨女三千放出宮(원녀삼천방출궁) : 원망하는 삼천 명을 놓아주시어 출궁시키고 死囚四百來歸獄(사수사백래귀옥) : 사형수 사백 명을 보내어 감옥으로 돌아오게 하셨다. 剪鬚燒藥賜功臣(전수소약사공신) : 자신의 수염을 잘라 태워, 약을 만들어 공신에게 내려주니 李勣嗚咽思殺身(리적오인사살신) : 이적이라는 사람은 오열하면서 나라에 몸 받칠 것을 생각했다. 含血吮瘡撫戰士(함혈연창무전사) : 피를 머금고 종기를 빨아주시며 전사를 어루만져주니 思摩奮呼乞效死(사마분호걸효사) : 이 사마는 흥분하여 소리치며 죽기를 원했다. 不獨善戰善乘時(불독선전선승시) : 이러한 즉 알았노라, 그는 다만 전쟁을 잘하고 때를 잘 탔을 뿐만 아니라 以心感人人心歸(이심감인인심귀) : 마음으로 사람을 감복시켜 마음을 돌아오게 했음을 말이다.  爾來一百九十載(이래일백구십재) : 그 이후로 일백구십 년이 되어 天下至今歌舞之(천하지금가무지) : 천하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를 노래하고 춤추고 있다. 歌七德舞七德(가칠덕무칠덕) : 칠덕을 노래하고, 칠덕을 춤추어보니 聖人有作垂無極(성인유작수무극) : 성인이 지은 것이 있어 전해져 끝이 없도다. 豈徒耀神武(기도요신무) : 어찌 다만 신묘한 무덕만을 빛내고 豈徒夸聖文(기도과성문) : 어찌 한갓 성스러운 글만 과장하려는 것이겠는가. 太宗意在陳王業(태종의재진왕업) : 태종의 뜻은 왕업을 진술하여 王業艱難示子孫(왕업간난시자손) : 왕업의 어려움을 자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2005.05.08 23:47: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태행로(太行路)-백거이(白居易) 태행로(太行路)-백거이(白居易) 태행로-백거이(白居易) 太行之路能摧車(태항지노능최거) : 태행산 험한 길이 수레를 부수어도 若比人心是坦途(야비인심시탄도)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평탄한 길이어라. 巫峽之水能覆舟(무협지수능복주) : 무협의 험한 물길이 배를 뒤집어도 若比人心是安流(야비인심시안류) : 사람의 마음에 견주면 편안한 물길이어라. 人心好惡苦不常(인심호악고부상) : 사람 마음의 좋아함과 싫어함이 일정치 않음이 고민이니 好生毛羽惡生瘡(호생모우악생창) : 좋으면 깃털처럼 감싸주고 싫으면 부스럼 낸다. 與君結髮未五載(여군결발미오재) : 그대와 혼인한지 오년도 못되었는데 豈期牛女爲參商(개기우녀위삼상) : 어찌 견우직녀가 참성과 상성처럼 되기를 바랐겠는가. 古稱色衰相棄背(고칭색쇠상기배) : 옛사람이, “늙고 시들면 버림받는다. 고 했고 當時美人猶怨悔(당시미인유원회) : 당시의 미인들도 여전히 원망하고 후회했었다. 何況如今鸞鏡中(하황여금난경중) : 하물며 지금처럼 거울 속 妾顔未改君心改(첩안미개군심개) : 내 얼굴 아직 변치 않았는데, 당신 마음은 변했다. 爲君薰衣裳(위군훈의상) : 그대 위해 의상에 향수를 뿌렸는데 君聞蘭麝不馨香(군문난사부형향) : 당신은 난초나 사향의 향기를 맡고도 향기롭다 하지 않는다. 爲君盛容飾(위군성용식) : 당신을 위해 화장하였는데도 君看珠翠無顔色(군간주취무안색) : 당신은 금이나 비취를 보고도 아무 표정도 짓지 않는다.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 어렵다. 難重陳(난중진) : 어렵다고 다시 말하기도 어려워라 人生莫作婦人身(인생막작부인신) : 사람으로 태어나서 남의 아내 되지 마라. 百年苦樂由他人(백년고낙유타인) : 백년고락이 남에게 달렸도다. 行路難(항로난) : 인생길 어렵도다. 難於山(난어산) : 산길보다 어렵고 險於水(험어수) : 물길보다 험하도다. 不獨人家夫與妻(부독인간부여처) : 다만 인간의 부부 사이만 그런 것이 아니도다. 近代君臣亦如此(근대군신역여차) : 근대의 임금과 신하의 사이도 이와 같도다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左納言右納史(좌납언우납사) : 좌 납언, 우 내사 같은 분들이 朝承恩暮賜死(조승은모사사) : 아침에 임금님 은혜 받다가 저녁에 사약을 받는 것을 行路難(항노난) : 인생길의 어려움이 不在水(부재수) : 물길에 있지 않고 不在山(부재산) : 산길에 있지 않으니 只在人情反覆間(지재인정반복간) : 다만 인정의 뒤집어지고 엎어지는 사이에 있도다. (白樂天詩集,卷三,諷諭三)     2005.05.09 14:20:0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적의이수1(適意二首1)-백거이(白居易) 적의이수1(適意二首1)-백거이(白居易) 기꺼워서-백거이(白居易) 十年為旅客(십년위려객) : 십년을 떠돈 나그네 신세 常有饑寒愁(상유기한수) : 항상 배고프고 춥고 근심스러웠지요. 三年作諫官(삼년작간관) : 삼년간의 간관 노릇 複多尸素羞(복다시소수) : 놀고먹어 부끄러움이 많았지요. 有酒不暇飲(유주불가음) : 술이 생겨도 마실 여가 없고 有山不得游(유산불득유) : 산이 있어도 놀 수도 없었지요. 豈無平生志(기무평생지) : 어찌 평생에 품은 뜻 없으리오 만 拘牽不自由(구견불자유) : 벼슬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했지요. 一朝歸渭上(일조귀위상) : 하루아침에 위수가로 돌아와 泛如不繫舟(범여불계주) : 매이지 않은 배처럼 떠다녔지요. 置心世事外(치심세사외) : 마음을 세상 밖 일에 두어 無喜亦無憂(무희역무우) : 기쁜 일도 없었고, 슬픈 일도 없었지요. 終日一蔬食(종일일소식) : 종일토록 나물밥 한 가지에 終年一布裘(종년일포구) : 일년이 끝나도록 베옷만 입었었지요. 寒來彌懶放(한래미라방) : 추위가 오면 더욱 나태해지고 數日一梳頭(수일일소두) : 몇 일만에야 하번 빗질 했었지요. 朝睡足始起(조수족시기) : 아침까지 실컷 자고야 일어나고 夜酌醉即休(야작취즉휴) : 밤에는 취하도록 마셔야 그만 두었지요.  人心不過適(인심불과적) : 사람의 마음은 편한 게 최고인데 適外複何求(적외복하구) : 마음 편한 것 외에 또 무엇을 바라겠어요.     2005.05.09 09:39:0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하일(夏日)-백거이(白居易) 하일(夏日)-백거이(白居易) 어느 여름날-백거이(白居易) 東窗晚無熱(동창만무열) : 동쪽 창문은 저녁이라 덥지 않고 北戶涼有風(북호량유풍) : 북쪽 문에는 써늘히 바람이 불어온다. 盡日坐複臥(진일좌복와) : 종일토록 앉았다가 다시 누워서 不離一室中(불리일실중) : 방 안을 떠나지 않았다. 中心本無繫(중심본무계) :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얽매임이 없어 亦與出門同(역여출문동) : 또한 함께 문 밖으로 나와 친구 되었소. (白樂天詩集,卷六,閒適二)     2005.05.09 14:41:1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송성(松聲)-백거이(白居易) 송성(松聲)-백거이(白居易) 솔바람 소리-백거이(白居易) 月好好讀坐(월호호독좌) : 달빛이 독서하기 좋아 앉았더니 雙松在前軒(쌍송재전헌) : 마루 앞에 소나무 한 쌍 있었다. 西南微風來(서남미풍래) : 서남쪽에서 산들바람 불어와 潛入枝葉間(잠입지엽간) : 솔가지 사이로 살며시 불어든다. 蕭寥發為聲(소요발위성) : 쓸쓸하게 소리를 내니 半夜明月前(반야명월전) : 한밤 밝은 달이 눈앞에 나타난다. 寒山颯颯雨(한산삽삽우) : 차가운 산에 삽상하게 내리니 秋琴泠泠弦(추금령령현) : 가을 거문고의 냉랭한 줄 퉁기는 소리. 一聞滌炎暑(일문척염서) : 한번 들으니 무더위가 씻기고 再聽破昏煩(재청파혼번) : 다시 들으니 번뇌가 스러지는구나. 竟夕遂不寐(경석수불매) : 저녁이 다하도록 잠들지 못해도 心體俱翛然(심체구소연) : 마음과 몸이 모두 날아갈 듯 가볍다. 南陌車馬動(남맥차마동) : 남쪽 길가에 수레소리 말소리 들리고 西鄰歌吹繁(서린가취번) : 서쪽 마을은 소래와 음악 소리로 시끄럽다. 誰知茲檐下(수지자첨하) : 누가 알리오, 이 처마 아래서는 滿耳不為喧(만이불위훤) : 소리 귀에 가득해도 시끄럽지 않은 것을. (白樂天詩集,卷五,閒適一)     2005.05.09 14:38:4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매탄옹(賣炭翁)-백거이(白居易) 매탄옹(賣炭翁)-백거이(白居易) 숯 파는 노인-백거이(白居易) 賣炭翁(매탄옹) : 숯 파는 노인이여 伐薪燒炭南山中(벌신소탄남산중) : 남산 안에 땔나무 캐어서 숲을 굽는다.  滿面塵灰煙火色(만면진회연화색) : 얼굴에 재가 가득, 연기에 그은 얼굴빛  兩鬢蒼蒼十指黑(량빈창창십지흑) : 두 귀밑머리는 희끗희끗하고 열 두 손가락은 숯검덩이로다 賣炭得錢何所營(매탄득전하소영) : 숯 팔아 벌은 돈 쓰는 곳이 어디일까 身上衣裳口中食(신상의상구중식) : 몸에 걸치는 옷, 입에 먹는 식량일세. 可憐身上衣正單(가련신상의정단) : 가련하구나, 몸에 걸친 옷은 홑옷뿐이라네  心憂炭賤願天寒(심우탄천원천한) : 마음 속으로 숯값 내릴까 걱정하여 날씨 추워지기를 바란다네. 夜來城外一尺雪(야래성외일척설) : 밤에 성 밖에는 눈이 한 자나 내려 曉駕炭車輾冰轍(효가탄차전빙철) : 새벽에 숯 수레 끌고 얼음으로 간 바퀴자국 牛困人饑日已高(우곤인기일이고) : 해는 이미 높이 올라 소는 지치고 사람도 배가 고파 市南門外泥中歇(시남문외니중헐) : 시장 남문 밖 진흙 구덩이에세 쉬고 있다네. 翩翩兩騎來是誰(편편량기래시수) : 펄렁펄렁 두 말 타고 오는 자는 누구란 말인가 黃衣使者白衫兒(황의사자백삼아) : 노란 옷 입은 환관과, 흰옷 입은 소년이구나. 手把文書口稱敕(수파문서구칭칙) : 문서를 손에 들고 입으로 칙령이다 일컬으며  廻車叱牛牽向北(회차질우견향북) : 수레를 돌리고 소를 채찍질하여 북쪽으로 끌고 간다. 一車炭(일차탄) : 한 수레에 가득한 숯 重千余斤(천여근) : 무게가 천여 근이나 되는 데 官使驅將惜不得(관사구장석불득) : 관리들이 몰아가니 장차 아까워도 어찌하지 못하네. 半匹紅紗一丈綾(반필홍사일장릉) : 반 필 붉은 비단과 열자의 능필을 系向牛頭充炭直(계향우두충탄직) : 소머리에 걸어주고 숯 값으로 친다네.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2005.05.09 14:57:2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두릉수(杜陵叟)-백거이(白居易) 두릉수(杜陵叟)-백거이(白居易) 두릉의 노인-백거이(白居易) 杜陵叟(두릉수) : 두릉의 노인은 杜陵居(두릉거) : 두름에 산다네. 歲種薄田一頃余(세종박전일경여) : 해마다 척박한 밭 일경 남짓에 씨를 뿌린다네 三月無雨旱風起(삼월무우한풍기) : 삼월에는 비 아내리고 이른 바람 불어오니 麥苗不秀多黃死(맥묘불수다황사) : 보리 묘목 패지 않고 누렇게 죽은 것 많다네. 九月降霜秋早寒(구월강상추조한) : 구월에 서리내려 가을날씨 일찍 추워지더니 禾穗未熟皆青干(화수미숙개청간) : 벼 이삭 익지 않고 모두파랗게 말랐다네. 長吏明知不申破(장리명지불신파) : 장리는 잘 알고 있지만 벼 농사 망친 것 알리지 않고  急斂暴徵求考課(급렴폭징구고과) : 심하게 세금 거두어 고과 성적만 올리네. 典桑賣地納官租(전상매지납관조) : 뽕나무 잡히고 땅을 팔아 세금을 물어서 明年衣食將何如(명년의식장하여) : 내년에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剝我身上帛(박아신상백) : 내 몸의 비단 옷 벗기고 奪我口中粟(탈아구중속) : 내 입 속의 밤까지 빼앗아 가네. 虐人害物即豺狼(학인해물즉시랑) : 사람을 괴롭히고 물건 해치는 것은 승냥이와 이리니 何必鉤爪鋸牙食人肉(하필구조거아식인육) : 어찌 반드시 갈고리 발톱과 톱같은 이빨로만 사람 고기를 먹을까  不知何人奏皇帝(불지하인주황제) : 누가 왕제에게 알렸는지 몰라도  帝心惻隱知人弊(제심측은지인폐) : 황제의 마음이 측은지심으로 벡성의 피해를 아셨다네. 白麻紙上書德音(백마지상서덕음) : 백마지 위에 후덕한 말씀 적으셔서 京畿盡放今年稅(경기진방금년세) : 경기 지방 금년 세금은 탕감한다 하셨다네. 昨日裡胥方到門(작일리서방도문) : 어제야 아전들이 문 앞에 당도하여 手持敕牒榜鄉村(수지칙첩방향촌) : 칙첩을 손에 들고 고을에 방을 부쳤다네. 十家租稅九家畢(십가조세구가필) : 열 집 조세에 아홉 집이 이미 다 바쳤으니 虛受吾君蠲免恩(허수오군견면은) : 우리 임금 면제의 은혜 헛되이 받았다네.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2005.05.09 14:54:1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서량기(西涼伎)-백거이(白居易) 서량기(西涼伎)-백거이(白居易) 서량 땅의 광대-백거이(白居易) 西涼伎(서량기) : 서량 놀이 假面胡人假獅子(가면호인가사자) : 가면 쓴 오랑캐, 가면 쓴 사나이 刻木為頭絲作尾(각목위두사작미) : 나무 깎아 머리 삼고, 실로 꼬리 만들었네. 金鍍眼睛銀貼齒(금도안정은첩치) : 금으로 눈알 칠하고 은으로 이빨 붙이고 奮迅毛衣擺雙耳(분신모의파쌍이) : 털옷을 빨리 털고 두 귀를 흔들어대네. 如從流沙來萬裡(여종류사래만리) : 마치 유사지방에서 만리나 멀리서 온 듯이 紫髯深目兩胡兒(자염심목량호아) : 자주빛 수염에 깊은 눈알을 한 두 오랑캐 놈 鼓舞跳粱前致辭(고무도량전치사) : 북치며 날뛰듯 춤추고서 앞으로 나와 말하네, 應似涼州未陷日(응사량주미함일) : 아주 꼭 같도다, 양주가 함락되기 전 날  安西都護進來時(안서도호진래시) : 안서 도호가 진상하던 때와 같아요. 須臾운得新消息(수유운득신소식) : 잠시 후에 새소식을 전하기를 安西路絕歸不得(안서로절귀불득) : 안서 길은 끊어져 돌아가지 못한다네요 하니 泣向獅子涕雙垂(읍향사자체쌍수) : 울면서 사자를 향하는데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네. 涼州陷沒知不知(량주함몰지불지) : 양주가 함락된 것 아느냐 모르느냐 獅子回頭向西望(사자회두향서망) : 사자는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며 哀吼一聲觀者悲(애후일성관자비) : 서럽게 한 소리로 울부짖으니 보는 사람도 슬퍼하네. 貞元邊將愛此曲(정원변장애차곡) : 정원 연간 국경의 장군들은 이 노래를 좋아하여 醉坐笑看看不足(취좌소간간불족) : 취하여 앉아 웃으면서 보고 또 보고 하였다네. 享賓犒士宴三軍(향빈호사연삼군) : 손님과 군사를 청하여 삼군에게 잔치를 벌이니 獅子胡兒長在目(사자호아장재목) : 사자와 오량캐 언제나 눈 앞에 보인다네.  有一征夫年七十(유일정부년칠십) : 나이 칠십 된 늙고 병사 나타나 見弄涼州低面泣(견롱량주저면읍) : 서량놀이를 보고 얼굴을 숙이고 울었다네. 泣罷斂手白將軍(읍파렴수백장군) : 울고 나서 손을 잡고 장군에게 이뢰기를 主憂臣辱昔所聞(주우신욕석소문) : 임금의 근심은 신하의 치욕이라 전에 저는 들었습니다. 自從天寶兵戈起(자종천보병과기) : 천보연간부터 전쟁이 일어나 犬戎日夜吞西鄙(견융일야탄서비) : 오량캐들이 밤낮으로 서부 구석진 곳을 병탄하여 涼州陷來四十年(량주함래사십년) : 양주가 함락된 지 이미 사십 년이고 河隴侵將七千裡(하롱침장칠천리) : 하롱이 침략당한 것이 칠천 리나 됩니다. 平時安西萬裡疆(평시안서만리강) : 평화롭던 시절 안서는 만 리나 되는 우리의 영토 今日邊防在鳳翔(금일변방재봉상) : 지금은 국경지바이 봉상이 되어있습니다 緣邊空屯十萬卒(연변공둔십만졸) : 변경에 헛되이 주둔한 십만 병사들 飽食溫衣閒過日(포식온의한과일) : 배불리 머고 따뜻이 입으며 한가로이 세월만 보냅니다. 遺民腸斷在涼州(유민장단재량주) : 단장의 고통 받는 백성은 지금 양주에 버려져 있는데도  將卒相看無意收(장졸상간무의수) : 장군과 병사들은 보기만 하고 수복할 뜻이 없습니다 天子每思長痛惜(천자매사장통석) : 천자께서 생각 때마다 오랫동안 괴롭고 안타깝게 여기시니 將軍欲說合慚羞(장군욕설합참수) : 장군께서 말씀 오리고 싶으나 부끄러울 것입니다 奈何仍看西涼伎(내하잉간서량기) : 어찌하여 그냥 서량의 놀이만 구경하시면서 取笑資歡無所愧(취소자환무소괴) : 웃고 기뻐하기만 하시니 부끄러움도 없습니까. 縱無智力未能收(종무지력미능수) : 설령 지혜와 능력이 없어 수복하지 못하시더라도 忍取西涼弄為戲(인취서량롱위희) : 차마 서량놀이를 하여 장난삼아 놀이로 할 수 있습니까. (白樂天詩集,卷四,諷諭四)     2005.05.10 11:47:5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買花(매화)-白居易(백거이) 買花(매화)-白居易(백거이) 꽃을 사는구나-白居易(백거이) 帝城春欲暮(제성춘욕모) : 장안에 봄 저물어 가는데 喧喧車馬度(훤훤차마도) : 마차들이 요란하게 지나간다. 共道牡丹時(공도모단시) : 모란이 철이라고 이야기하며 相隨買花去(상수매화거) : 줄지어 모란꽃을 사가지고 간다. 貴賤無常價(귀천무상가) : 품질에 따라 정해진 가격 없고 酬直看花數(수직간화수) : 꽃송이 수에 따라 값이 정해진다. 灼灼百朶紅(작작백타홍) : 불타는 듯 붉은 꽃 백송이 戔戔五束素(전전오속소) : 자잘한 다섯 묶음 꽃다발들 上張幄幕庇(상장악막비) : 위에는 천막을 펴 꽃 가려주고 旁織笆籬護(방직파리호) : 옆에는 울타리로 막는구나. 水灑復泥封(수쇄부니봉) : 물을 뿌리고, 흙으로 북돋우어 移來色如故(이래색여고) : 옮겨와 심어도 빛깔은 그대로다. 家家習爲俗(가가습위속) : 집집마다 유행하는 풍속이 되어서 人人迷不悟(인인미부오) : 사람마다 정신없이 깨닫지 못한다. 有一田舍翁(유일전사옹) : 어떤 시골 늙은이 偶來買花處(우래매화처) : 우연히 꽃 파는 곳에 왔다가 低頭獨長歎(저두독장탄) : 고개 숙여 혼자 길게 탄식하니 此歎無人喩(차탄무인유) : 이러한 탄식을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 一叢深色花(일총심색화) : 한 떨기 짙은 꽃송이 十戶中人賦(십호중인부) : 열가구 중농가의 세금과 같음을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21:09:3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立碑(입비)-白居易(백거이) 立碑(입비)-白居易(백거이) 비석을 세우는 일에 대하여-白居易(백거이) 勳德旣下衰(훈덕기하쇠) : 공적과 덕행이 미미하면 文章亦陵夷(문장역릉이) : 그것을 기록한 글도 그것에 맞아야지. 但見山中石(단견산중석) : 산속에 있는 돌덩이로 보았던 것을 立作路旁碑(립작로방비) : 길가에 비석으로 세운단다. 銘勳悉太公(명훈실태공) : 새긴 공적은 모두가 태공처럼 높고 敍德皆仲尼(서덕개중니) : 적은 내용은 공자 같은 덕행이란다. 復以多爲貴(부이다위귀) : 또 글자가 많아야 좋다고 여기고 千言直萬貲(천언직만자) : 많은 돈을 들여서 일천자를 새긴단다. 爲文彼何人(위문피하인) : 비문을 지은 자는 누구일까 想見下筆時(상견하필시) : 생각해 보니, 비문을 지을 때 但欲愚者悅(단욕우자열) : 어리석은 자들의 기쁨만 생각해 지었단다. 不思賢者嗤(부사현자치) : 현자들의 비웃음은 생각지 못했으니 豈獨賢者嗤(기독현자치) : 어찌 현자들만 비웃으리오. 仍傳後代疑(잉전후대의) : 후대까지 전해지며 의심을 사리라 古石蒼苔字(고석창태자) : 오래된 돌에 푸른 이끼 낀 글자들이 安知是愧詞(안지시괴사) : 어찌 부끄러운 말뜻을 알겠는가. 我聞望江縣(아문망강현) : 내가 들으니, 망강현의 현령은 麴令撫惸嫠(국령무경리) : 외로운 백성들을 위로하였단다. 在官有仁政(재관유인정) : 관리로 있을 때에 어진 정치 베풀었으나 名不聞京師(명부문경사) : 그 명성이 서울에는 들리지 않았단다. 身歿欲歸葬(신몰욕귀장) : 죽은 후 고향에 장사지내려 했으나 百姓遮路岐(백성차로기) : 백성들이 그 길을 가로막았단다. 攀轅不得歸(반원부득귀) : 수레 끌채를 잡고 가지 못하게 만류하니 留葬此江湄(류장차강미) : 망강 강변에 그를 장사지냈단다. 至今道其名(지금도기명) : 지금도 그의 이름을 부르면 男女涕皆垂(남녀체개수) : 남자와 여자들 모두가 눈물 흘린다. 無人立碑碣(무인립비갈) : 비석을 세운 사람 아무도 없어도 唯有邑人知(유유읍인지) : 고을 사람들은 그의 공덕을 다 알고 있단다.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21:32:0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江南旱(강남한)-白居易(백거이) 江南旱(강남한)-白居易(백거이) 강남의 가뭄-白居易(백거이) 意氣驕滿路(의기교만로) : 기세는 교만하게 길가에 넘치고 鞍馬光照塵(안마광조진) : 눈부신 말안장은 먼지조차 비추는구나 借問何爲者(차문하위자) : 저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니 人稱是內臣(인칭시내신) : 황제의 측근이라 대답하네 朱紱皆大夫(주불개대부) : 붉은 인끈을 한 자는 대부이고 紫綏或將軍(자수혹장군) : 자주색 인끈을 한 자는 혹 장군이겠지 誇赴軍中宴(과부군중연) : 으시대며 군중 연회 가면서 走馬去如雲(주마거여운) : 말을 타고 구름처럼 간다 罇罍溢九醞(준뢰일구온) : 술잔엔 숙성된 좋은 술이 넘치고 水陸羅八珍(수륙라팔진) : 상에는 팔 진마가 가득하구나 果擘洞庭橘(과벽동정귤) : 동정호의 귤을 차리고 膾切天池鱗(회절천지린) : 천지의 회를 썰어놓았구나 食飽心自若(식포심자약) : 배불리 먹고나니 마음 편해지고 酒酣氣益振(주감기익진) : 취기가 오르니 기세가 더해지는구나 是歲江南旱(시세강남한) : 올해도 강남에는 가뭄이 들어 衢州人食人(구주인식인) : 구주에서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는데       2002.12.15 16:49:4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貧家女(빈가녀)-白居易(백거이) 貧家女(빈가녀)-白居易(백거이) 가난한 집안의 여자-白居易(백거이) 天下無正聲(천하무정성) : 천하에 바른 음악 없으니 悅耳卽爲娛(열이즉위오) : 듣기 좋으면 기쁜다 여긴다네 人間無正色(인간무정색) : 세상에 바른 용모 없으니 悅目卽爲姝(열목즉위주) : 보기 좋으면 예쁜다 여긴다네 顔色非相遠(안색비상원) : 용모는 별 차이 없지만 貧富則有殊(빈부칙유수) : 빈부는 차이가 있다네  貧爲時所棄(빈위시소기) : 가난하면 세상에 버림 받고 富爲時所趨(부위시소추) : 부유하면 세상이 따르게 된다네 紅樓富家女(홍루부가녀) : 붉은 누각의 부잣집 딸 金縷繡羅襦(김루수라유) : 금실로 수놓은 옷 입는다네 見人不斂手(견인부렴수) : 사람을 보고도 못 본척 嬌癡二八初(교치이팔초) : 순진한 열여섯 어린 나이인데도 母兄未開口(모형미개구) : 오빠가 말 꺼내지 않아도 已嫁不須臾(이가부수유) : 시집가는 건 문제 없으리라 綠窗貧家女(록창빈가녀) : 무색 창가의 가난한 집 딸 寂寞二十餘(적막이십여) : 쓸쓸히 보낸지 이십여년이구나 荊釵不直錢(형채부직전) : 가시나무 비녀는 일푼도 안되고 衣上無直珠(의상무직주) : 옷에는 값진 구슬 하나도 없도다 幾廻人欲聘(기회인욕빙) : 몇 번이고 폐백을 보내려도 臨日又蜘躕(림일우지주) : 기일이 되면 또다시 머뭇거리고 主人會良媒(주인회량매) : 주인은 중매장이 불러놓고 置酒滿玉壺(치주만옥호) : 옥호리병에 술을 가득 채운다 四座且勿飮(사좌차물음) : 사람들아 잠시 마시지 말고서 聽我歌兩途(청아가량도) : 나의 노래 두 가지 들어보소서 富家女易嫁(부가녀역가) : 부잣집 딸은 시집가기 쉬워 嫁早輕其夫(가조경기부) : 일찍 시집가도 남편 무시하고 貧家女難嫁(빈가녀난가) : 가난한집 딸은 시집가기 어려워 嫁晩孝於姑(가만효어고) : 늦게 가도 시부모께 효도한다오 聞君欲娶婦(문군욕취부) : 그대 장가가려 한다는데 娶婦意何如(취부의하여) : 어떤 아내를 얻고 싶은지       2002.12.15 16:48:3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議婚(의혼)-白居易(백거이) 議婚(의혼)-白居易(백거이) 혼인을 의논하다-白居易(백거이) 天下無正聲(천하무정성) : 세상에 바른 음악 없어 悅耳卽爲娛(열이즉위오) : 듣기만 좋으면 즐겁다 하네. 人間無正色(인간무정색) : 세상에 바른 용모 없어 悅目卽爲姝(열목즉위주) : 보기만 좋으면 예쁘다 하네. 顔色非相遠(안색비상원) : 얼굴 모양 별 차이 없지만 貧富則有殊(빈부칙유수) : 가난하고 부유함에 차이 있다네.  貧爲時所棄(빈위시소기) : 가난하면 세상사람에게 버림받고 富爲時所趨(부위시소추) : 부유하면 세상사람들이 따르게 된다네. 紅樓富家女(홍루부가녀) : 붉은 누각 있는 부잣집 딸 金縷繡羅襦(김루수라유) : 금실로 수놓은 옷만 입는다네. 見人不斂手(견인부렴수) : 사람을 보고도 인사도 하지 않고 嬌癡二八初(교치이팔초) : 순진한 열여섯 어린 나이인데도 母兄未開口(모형미개구) : 엄마와 오빠는 말도 꺼내지 않아 已嫁不須臾(이가부수유) : 시집가는 건 시간문제이리라 綠窗貧家女(록창빈가녀) : 녹색 창가의 가난한 집 딸 寂寞二十餘(적막이십여) : 쓸쓸히 보낸 지 이십여 년이지만 荊釵不直錢(형채부직전) : 가시나무 비녀는 값도 안나가고 衣上無直珠(의상무직주) : 옷에는 값진 보석 하나도 없도다. 幾廻人欲聘(기회인욕빙) : 몇 번이고 폐백을 보내려 해도 臨日又蜘躕(림일우지주) : 기일이 되면 또다시 머뭇거린다네. 主人會良媒(주인회량매) : 주인은 중매장이 불러놓고 置酒滿玉壺(치주만옥호) : 옥호리병에 술을 가득 채운다네. 四座且勿飮(사좌차물음) : 사람들아 잠깐 마시기 중지하고 聽我歌兩途(청아가량도) : 나의 노래 두 가지 들어보소서. 富家女易嫁(부가녀역가) : 부잣집 딸은 시집가기 쉽고 嫁早輕其夫(가조경기부) : 일찍 시집가도 남편 무시하고 貧家女難嫁(빈가녀난가) : 가난한집 딸은 시집가기 어렵지만 嫁晩孝於姑(가만효어고) : 늦게 가도 시부모께 효도한다오. 聞君欲娶婦(문군욕취부) : 그대에 묻노니 장가들 때엔 娶婦意何如(취부의하여) : 신부를 구할 때, 어떤 신부 생각하는가.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15:18:0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輕肥(경비)-白居易(백거이) 輕肥(경비)-白居易(백거이) 가벼운 옷과 살찐 말들-白居易(백거이) 意氣驕滿路(의기교만로) : 기세의 교만함, 길에 가득하고 鞍馬光照塵(안마광조진) : 말안장의 광채, 먼지조차 훤하게 비춘다. 借問何爲者(차문하위자) : 잠시 저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니 人稱是內臣(인칭시내신) : 사람들 그들은 황제의 측근이라 대답하였네. 朱紱皆大夫(주불개대부) : 붉은 인끈을 한 자는 모두가 대부이고 紫綏或將軍(자수혹장군) : 자주색 인끈을 한 자는 아마도 장군이겠지. 誇赴軍中宴(과부군중연) : 자랑하며 군중 연회 찾아다니며 走馬去如雲(주마거여운) : 말을 달려 구름처럼 몰려다닌다. 罇罍溢九醞(준뢰일구온) : 술잔엔 잘 익은 좋은 술이 넘치고 水陸羅八珍(수륙라팔진) : 바다에도 땅에도 팔진미 늘려있구나.  果擘洞庭橘(과벽동정귤) : 과일로는 동정호의 귤을 차리고 膾切天池鱗(회절천지린) : 천지의 회감을 썰어놓았구나. 食飽心自若(식포심자약) : 배불리 먹고 나니 마음 절로 편해지고 酒酣氣益振(주감기익진) : 술기운 오르니 기세가 더해지는구나. 是歲江南旱(시세강남한) : 올해도 강남에는 가뭄이 들어 衢州人食人(구주인식인) : 구주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는데.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21:34:5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傷宅(상택)-白居易(백거이) 傷宅(상택)-白居易(백거이) 저택을 보고 마음상하다-白居易(백거이) 誰家起甲第(수가기갑제) : 누구 집이 저렇게도 좋은가 朱門大道邊(주문대도변) : 붉고 큰 대문은 대로변에 있다 豊屋中櫛比(풍옥중즐비) : 우람한 지붕은 안으로 즐비하고 高牆外廻環(고장외회환) : 높은 담장은 밖으로 둘러싸있구나 纍纍六七堂(류류육칠당) : 겹겹이 솟아있는 예닐곱 채 집들 棟宇相連延(동우상련연) : 마룻대와 처마는 줄줄이 이어있다  一堂費百萬(일당비백만) : 집 한 채에 백만금이나 되고 鬱鬱起靑煙(울울기청연) : 가득히 푸른 연기 피어오른다. 洞房溫且淸(동방온차청) : 안방은 따뜻하고도 시원하고 寒暑不能干(한서부능간) : 추위나 더위가 침범하지 못한다. 高堂虛且逈(고당허차형) : 높은 집은 넓고도 앞이 탁 트여 坐臥見南山(좌와견남산) : 앉아도 누워도 남산이 다 보인다. 繞廊紫藤架(요랑자등가) : 행랑을 두른 자주색 등나무 시렁 있고 夾砌紅藥欄(협체홍약란) : 섬돌을 끼고 있는 작약 울타리도 보인다. 攀枝摘櫻桃(반지적앵도) : 가지를 휘어잡고 앵두를 따고 帶花移牡丹(대화이모단) : 꽃 있는채로 이식된 모란꽃도 보인다. 主人此中坐(주인차중좌) : 주인은 이 안에 앉아 있는데  十載爲大官(십재위대관) : 십년동안 대관고작을 지냈다네. 廚有臭敗肉(주유취패육) : 부엌에는 썩어 냄새 나는 고기가 있고 庫有貫朽錢(고유관후전) : 창고에는 녹슨 돈이 가득하다네. 誰能將我語(수능장아어) : 누가 자기 말로 말할 수 있겠는가 問爾骨肉間(문이골육간) : 묻노니, 너희 가까운 친척 중에서도 豈無窮賤者(기무궁천자) : 어찌 곤궁한 자들이 없겠으며 忍不救饑寒(인부구기한) : 가난과 추위를 어찌 구제해주지 않겠는가. 如何奉一身(여하봉일신) : 어찌하여 네 한 몸만 봉양하고 直欲保千年(직욕보천년) : 천년토록 누리려고 하는가. 不見馬家宅(부견마가택)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마씨 일가가 今作奉誠園(금작봉성원) : 지금은 봉성원으로 되어 있는 것을.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21:15:5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五絃(오현)-白居易(백거이) 五絃(오현)-白居易(백거이) 오현-白居易(백거이) 淸歌且罷唱(청가차파창) : 맑은 노랫소리 잠시 멈추고 紅袂亦停舞(홍몌역정무) : 붉은 소맷자락 춤도 멈추어라. 趙叟抱五絃(조수포오현) : 늙은 어르신 조옹이 오현금 가져와 宛轉當胸撫(완전당흉무) : 둥그렇게 가슴에 안고 연주한다. 大聲麤若散(대성추약산) : 강한 음은 흩어질 듯 거칠고 颯颯風和雨(삽삽풍화우) : 쓸쓸히 부는 바람 비바람 소리 같구나. 小聲細欲絶(소성세욕절) : 약한 소리은 끊어질 듯 가늘고 切切鬼神語(절절귀신어) : 애절한 귀신의 속삭임 같구나. 又如鵲報喜(우여작보희) : 또 까치의 기쁜 소리 같다가도 轉作猿啼苦(전작원제고) : 원숭이의 고통 소리로 바뀌는 것 같아라. 十指無定音(십지무정음) : 열손가락에 정해진 음 없고 顚倒宮徵羽(전도궁치우) : 음률이 어지럽게 뒤바뀌는구나. 坐客聞此聲(좌객문차성) : 초대받은 손님들 이 소리 듣고 形神若無主(형신약무주) : 넋은 주인을 잃어 버린 듯 하다. 行客聞此聲(행객문차성) : 길 가는 나그네 그 소리를 듣고 駐足不能擧(주족불능거) : 능히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구나. 嗟嗟俗人耳(차차속인이) : 아아, 세상 속된 사람의 귀는 好今不好古(호금불호고) : 옛것은 좋아하지 않고 지금 것만 좋아하니 所以綠窗琴(소이녹창금) : 그래서 녹색 창가의 오현금에는 日日生塵土(일일생진토) : 날마다 말마다 흙먼지만 쌓이는구나.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14:47:0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歌舞(가무)-白居易(백거이) 歌舞(가무)-白居易(백거이) 그들만의 노래, 그들만의 춤-백거이(白居易) 秦城歲云暮(진성세운모) : 서울에 해 저문다 하는데 大雪滿皇州(대설만황주) : 성 안에는 큰 눈이 내린다. 雪中退朝者(설중퇴조자) : 눈 내리는데 퇴궐하는 사람들 朱紫盡公侯(주자진공후) : 홍색 자주색 옷, 모두가 고관들 貴有風雪興(귀유풍설흥) : 귀족에게는 눈과 바람에도 흥취 있고 富無饑寒憂(부무기한우) : 부자들은 춥고 배고픔일 전혀 없구나. 所營唯第宅(소영유제택) : 하는 일이란 오로지 저택에 사는 것 所務在追遊(소무재추유) : 힘쓰는 일이란 향락을 구하는 일이다. 朱門車馬客(주문거마객) : 붉은 대문에는 마차 탄 손님들 紅燭歌舞樓(홍촉가무루) : 등불 밝혀놓고 노래하고 춤추는 누각 歡酣促密坐(환감촉밀좌) : 환락에 도취되어 가까이 다가앉고 醉暖脫重裘(취난탈중구) : 취기 오르자, 열기에 겹 가죽옷 벗어버린다. 秋官爲主人(추관위주인) : 추관이 주인인데 廷尉居上頭(정위거상두) : 정위가 상좌에 앉았다 日中爲樂飮(일중위락음) : 대낮부터 음주를 즐기어 夜半不能休(야반불능휴) : 밤이 깊어도 그칠줄 모른다. 豈知閿鄕獄(기지문향옥) : 어찌 알까, 문향 감옥의 일들 中有凍死囚(중유동사수) : 그 곳에서 얼어 죽는 죄수가 있음을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21:37:2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不致仕(불치사)-白居易(백거이) 不致仕(불치사)-白居易(백거이) 물러나지 않는 관리들-白居易(백거이) 七十而致仕(칠십이치사) : 일흔이면 관직에서 물러나라 禮法有明文(례법유명문) : 예법에 분명히 적혀 있도다. 何乃貪榮者(하내탐영자) : 어찌하여 영화를 탐하는 자들은 斯言如不聞(사언여불문) : 이 말을 못 들은 척 하는구나. 可憐八九十(가련팔구십) : 가련하다, 팔구십 살이 다 되어 齒墮雙眸昏(치타쌍모혼) : 이 빠지고 두 눈동자 흐려져도 朝露貪名利(조로탐명리) : 아침 이슬 처지로도 명예와 이익 탐하고 夕陽憂子孫(석양우자손) : 지는 해 처지에서 자손을 근심하는구나. 掛冠顧翠緌(괘관고취유) : 걸어둔 관끈을 돌아보고 懸車惜朱輪(현거석주륜) : 매어둔 수레 바퀴 아까워한다. 金章腰不勝(금장요불승) : 허리에 찬, 금 인장 무게도 감당 못하여 傴僂入宮門(구루입군문) : 곱사등이 모습으로 입궐한다네. 誰不愛富貴(수불애부귀) : 누가 부귀를 싫어하고 誰不戀君恩(수불련군은) : 임금의 은총 그리워하지 않으리라. 年高須告老(년고수고로) : 늙으면 마땅히 늙음을 고하고  名遂合退身(명수합퇴신) : 명예를 얻었으면 물러나야 마땅하네. 少時共嗤誚(소시공치초) : 젊을 때는 같이 비웃어 놓고 晩歲多因循(만세다인순) : 늙어서는 대부분 악습을 따른다. 賢哉漢二疏(현재한이소) : 어질구나, 한의 소광과 소수여 彼獨是何人(피독시하인) : 그들은 곧 어떠한 사람이었던가. 寂寞東門路(적막동문로) : 적막하다, 동문 밖 길이여 無人繼去塵(무인계거진) : 아무도 속된 풍속 없애지 못하다니 (白樂天詩集,卷二,諷諭二)     2005.05.09 21:25:5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早秋獨夜(조추독야)-白居易(백거이) 早秋獨夜(조추독야)-白居易(백거이) 초가을 외로운 밤에 -白居易(백거이) 井梧凉葉動(정오량엽동) : 우물가 오동나무, 서늘한 잎 나부끼고 隣杵秋聲發(인저추성발) : 이웃집 다듬질은 가을 소리를 낸다. 獨向簷下眠(독향첨하면) : 홀로 처마 향해 잠들어 있다가 覺來半牀月(각래반상월) : 깨어보니 평상에는 달빛이 반쯤 들었다.     2005.04.13 21:39:3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商山路有感(상산로유감)-白居易(백거이) 商山路有感(상산로유감)-白居易(백거이) 상산 가는 길에-白居易(백거이)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은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身歸(육년금시귀) : 육년 지나 이제야 이몸 돌아왔구나.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거의 태반이 옛 주인들이 아니었다.     2005.05.08 23:49:2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비파행(琵琶行)-백거이(白居易) 비파행(琵琶行)-백거이(白居易) 비파행-백거이(白居易) 潯陽江頭夜送客(심양강두야송객) : 심양강 어구에서 밤에 손님을 보내려니 楓葉荻花秋瑟瑟(풍엽적화추슬슬) : 단풍잎, 갈대꽃 흔들리는 가을이 쓸쓸하다. 主人下馬客在船(주인하마객재선) : 주인은 말에서 내리고 손에 오르며 擧酒欲飮無管絃(거주욕음무관현) : 술잔 마시려니 음악이 없다. 酒不成歡慘將別(주불성환참장별) : 취기가 오르지도 않았는데 슬픈 이별하려니 別時茫茫江浸月(별시망망강침월) : 이별의 시간, 망망한 강에 달빛이 젖어든다. 忽聞水上琵琶聲(홀문수상비파성) : 문득 강 위로 들리는 비파소리 主人忘歸客不發(주인망귀객불발) : 주인은 돌아갈 생각 잊고 손은 떠나지 못한다. 尋聲暗問彈者誰(심성암문탄자수) : 소리를 찾아 비파 타는 사람 누구인지 물어도 琵琶聲停欲語遲(비파성정욕어지) : 비파소리는 그쳤는데 말을 하려니 말소리 더디다. 移船相近邀相見(이선상근요상견) : 배를 옮겨 가까이 다가가 서로 마주 보고  添酒回燈重開宴(첨주회등중개연) : 술을 더하고 등불을 밝혀 다시 술자리를 열었다. 千呼萬喚始出來(천호만환시출래) : 천만 번을 불러서야 비로소 나왔는데 猶抱琵琶半遮面(유포비파반차면) : 여전히 얼굴 반쯤 가린 채로 비파를 끼고 있었다. 轉軸撥絃三兩聲(전축발현삼량성) : 축을 조이고 현을 퉁겨 두세 번 소리 내고는 未成曲調先有情(미성곡조선유정) : 곡조도 타기 전에 정이 먼저 이는구나. 絃絃掩抑聲聲思(현현엄억성성사) : 줄을 누르고 퉁길 때마다 마음을 울리는 소리  似訴平生不得志(사소평생부득지) : 평생 이루지 못한 정을 하소연하는 듯. 低眉信手續續彈(저미신수속속탄) : 고개 숙이고 손끝을 따라 이어지는 연주 說盡心中無限事(설진심중무한사) : 가슴 속에 서린 끝없는 사연을 털어놓은 듯. 輕攏慢撚撥復挑(경롱만연발부도) : 가볍게 누르고 살짝 비틀었다 다시 퉁긴다. 初爲霓裳後六絃(초위예상후육현) : 먼저 예상곡을 연주하고 뒤에 육요를 연주한다. 大絃嘈嘈如急雨(대현조조여급우) : 큰 줄에서는 소나기처럼 세찬 소리 나고 小絃切切如私語(소현절절여사어) : 작은 현에서는 절절한 속삭임 같다. 嘈嘈切切錯雜彈(조조절절착잡탄) : 세차기도 하고 절절하기도 한 온갖 소리  大珠小珠落玉盤(대주소주락옥반) : 크고 작은 구슬이 옥쟁반에 떨어지는 듯. 閑關鶯語花底滑(한관앵어화저활) : 한가한 대문 안 꾀꼬리 소리 꽃가지 아래 매끄럽고 幽咽泉流水下灘(유열천류수하탄) : 흐느끼듯 흐르는 샘물이 여울로 떨어진다. 水泉冷澁絃凝絶(수성냉삽현응절) : 물줄기 얼어붙듯이 현이 얼어붙으며 소리는 끊어지고  凝絶不通聲暫歇(응절불통성잠헐) : 얼어붙은 듯 끊어진 소리, 점점 사라진다. 別有幽愁暗恨生(별유유수암한생) : 따로 그윽한 슬픔, 남모르는 한이 되살아나는듯  此時無聲勝有聲(차시무성승유성) : 이러한 때는 비파소리 울릴 때보다 더 좋았다. 銀甁乍破水漿迸(은병사파수장병) : 은병이 깨어져 물중기가 치솟듯 鐵騎突出刀鎗鳴(철기돌출도쟁명) : 철마가 뛰어오르고 칼과 창이 부딪치듯. 曲終收撥當心畫(곡종수발당심화) : 곡이 끝나자 채를 뽑아 비파중심을 획 그으니 四絃一聲如裂帛(사현일성여열백) : 비단이 찢어지듯 네 현에서 한꺼번에 소리를 낸다. 東船西舫悄無言(동선서방초무언) : 동쪽 배, 서쪽 배 사람들 모두 할 말을 잊고 唯見江心秋月白(유견강심추월백) : 강 가운데서 밝은 가을 달만 바라 볼 뿐이다. 沈吟收撥揷絃中(침음수발삽현중) : 침울하게 채를 거두어 줄에 꽃고  整頓衣裳起劍容(정돈의상기검용) : 옷차람을 정돈하고 일어나 얼굴을 가다듬었다.  自言本是京城女(자언본시경성녀) :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본래 장안 여자로 家在蝦蟇陵下住(가재하마릉하주) : 하마릉 아래에 살았었는데 十三學得琵琶成(십삼학득비파성) : 열세 살에 비파를 익혔고 名屬敎坊第一部(명속교방제일부) : 저의 이름은 교방의 제1부에 속해 있었습니다. 曲罷常敎善才服(곡파상교선재복) : 한 곡조 타면 스승들도 탄복하고 粧成每被秋娘妬(장성매피추낭투) : 몸치장하면 기녀들의 질투도 받았습니다. 五陵年少爭纏頭(오릉년소쟁전두) : 오릉의 청년들이 다투어 찾아왔고 一曲紅綃不知數(일곡홍초부지수) :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붉은 비단 셀 수 없이 받았습니다. 鈿頭銀蓖擊節粹(전두은비격절수) : 자개 박은 은비녀 장단 맞추다 다 부러지고 血色羅裙飜酒汚(혈색나군번주오) : 붉은 색 비단 치마 술에 얼룩졌습니다. 今年觀笑復明年(금년관소부명년) : 올해도 기뻐서 웃고, 이듬해도 기뻐 웃으며 秋月春風等閒度(추월춘풍등한도) : 가을 달, 봄바람 한가롭게 보냈습니다. 弟走從軍阿姨死(제주종군아이사) : 남동생 싸움터로 가고 양모도 죽고 나니 暮去朝來顔色故(모거조래안색고) : 저녁 가고 아침 오면 얼굴빛도 시들어 갔소. 門前冷落鞍馬稀(문전냉락안마희) : 대문 앞은 말 타고 찾아오는 이 없어 쓸쓸해지고  老大嫁作商人婦(노대가작상인부) : 늙은 이몸 장사치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商人重利輕別離(상인중리경별리) : 장사치는 이속에만 밝고 이별은 가볍게 여기는지라 前月浮梁買茶去(전월부량매다거) : 지난달 부량으로 차를 사러 떠났습니다. 去來江口守空船(거래강구수공선) : 강나루 오가며 빈 배만 지키는데 遶船明月江水寒(요선명월강수한) : 뱃전에 달은 밝고, 강물은 차가워 夜深忽夢少年事(야심홀몽소년사) : 깊은 밤에 홀연히 어린 시절을 꿈에서 보니 夢啼粧淚紅闌干(몽제장루홍난간) : 꿈속에서도 서러워 화장한 얼굴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我聞琵琶已歎息(아문비파이탄식) : 이미 비파소리에 탄식하는데 又聞此語重喞喞(우문차어중즐즐) : 다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거듭거듭 탄식이 나온다. 同是天涯淪落人(동시천애륜락인) : 그대와 나 같은 하늘 아래 떠도는 몸으로 相逢何必曾相識(상봉하필증상식) : 이렇게 서로 만나는데 어찌 본디 아는 사이어야 하는가. 我從去年辭帝京(아종거년사제경) : 이 몸은 지난해 장안을 떠나 謫居臥病瀋陽城(적거와병심양성) : 심양으로 귀양와 병들어 누웠다네. 瀋陽地僻無音樂(심양지벽무음악) : 심양은 외진 땅이라 終歲不聞絲竹聲(종세불문사죽성) : 일 년이 다 가도록 음악소리 한 번 듣지 못했다오.  住近湓江地低濕(주근분강지저습) : 사는 곳이 가까운 분강 땅이라, 땅이 낮고 습하여 黃蘆苦竹遶宅生(황로고죽요택생) : 누런 갈대와 마른 대나무만이 집 둘레에 우거져다오. 其間旦暮聞何物(기간단모문하물) : 여기서 아침저녁 무엇을 듣겠는가. 杜鵑啼血猿哀鳴(두견제혈원애명) : 피 토하는 두견새와 애절한 원숭이 울음 소리뿐. 春江花朝秋月夜(춘강화조추월야) : 강가의 꽃이 피는 봄날 아침, 달 뜨는 가을밤 往往取酒還獨傾(왕왕취주환독경) : 때때로 술가져와 혼자 술잔을 기울인다. 豈無山歌與村笛(기무산가여촌적) : 어찌 산촌에 노랫소리, 피리소리 없으련만 嘔啞嘲哳難爲聽(구아조찰난위청) : 벙어리 말 배우고 새 웃음 짓듯 알아듣기 어려워라. 今夜聞君琵琶語(금야문군비파어) : 오늘 밤 그대의 비파소리 들으니 如聽仙樂耳暫明(여청선악이잠명) : 신선의 음악 듣는 듯 귀가 밝아진다.  莫辭更坐彈一曲(막사갱좌탄일곡) : 사양 말고 다시 앉아 한 곡조 타주시면 爲君飜作琵琶行(위군번작비파행) : 난 그대 위해 비파행을 지으리다.  感我此言良久立(감아차언양구립) : 내 말에 감격하여 한참 서 있더니 却坐促絃絃轉急(각좌촉현현전급) : 다시 앉아 현을 고르고 급히 비파를 탄다. 凄凄不似向前聲(처처불사향전성) : 전보다 더 처연히진 소리에  滿座聞之皆掩泣(만좌문지개엄읍) : 좌중 사람들이 듣고서 모두가 눈을 가리고 운다. 座中泣下誰最多(좌중읍하수최다) : 그중에 누가 자장 많이 눈물 흘렸던가 江州司馬靑衫濕(강주사마청삼습) : 푸른 적삼 눈물에 다 젖은 강주 사마였더라. THE SONG OF A GUITAR I was bidding a guest farewell, at night on the Xunyang River,  Where maple-leaves and full-grown rushes rustled in the autumn.  I, the host, had dismounted, my guest had boarded his boat,  And we raised our cups and wished to drink-but, alas, there was no music.  For all we had drunk we felt no joy and were parting from each other,  When the river widened mysteriously toward the full moon --  We had heard a sudden sound, a guitar across the water.  Host forgot to turn back home, and guest to go his way.  We followed where the melody led and asked the player's name.  The sound broke off...then reluctantly she answered.  We moved our boat near hers, invited her to join us,  Summoned more wine and lanterns to recommence our banquet.  Yet we called and urged a thousand times before she started toward us,  Still hiding half her face from us behind her guitar.  ...She turned the tuning-pegs and tested several strings;  We could feel what she was feeling, even before she played:  Each string a meditation, each note a deep thought,  As if she were telling us the ache of her whole life.  She knit her brows, flexed her fingers, then began her music,  Little by little letting her heart share everything with ours.  She brushed the strings, twisted them slow, swept them, plucked them --  First the air of The Rainbow Skirt, then The Six Little Ones.  The large strings hummed like rain,  The small strings whispered like a secret,  Hummed, whispered-and then were intermingled  Like a pouring of large and small pearls into a plate of jade.  We heard an oriole, liquid, hidden among flowers.  We heard a brook bitterly sob along a bank of sand...  By the checking of its cold touch, the very string seemed broken  As though it could not pass; and the notes, dying away  Into a depth of sorrow and concealment of lament,  Told even more in silence than they had told in sound....  A silver vase abruptly broke with a gush of water,  And out leapt armored horses and weapons that clashed and smote --  And, before she laid her pick down, she ended with one stroke,  And all four strings made one sound, as of rending silk  There was quiet in the east boat and quiet in the west,  And we saw the white autumnal moon enter the river's heart.  ...When she had slowly placed the pick back among the strings,  She rose and smoothed her clothing and, formal, courteous,  Told us how she had spent her girlhood at the capital,  Living in her parents' house under the Mount of Toads,  And had mastered the guitar at the age of thirteen,  With her name recorded first in the class-roll of musicians,  Her art the admiration even of experts,  Her beauty the envy of all the leading dancers,  How noble youths of Wuling had lavishly competed  And numberless red rolls of silk been given for one song,  And silver combs with shell inlay been snapped by her rhythms,  And skirts the colour of blood been spoiled with stains of wine....  Season after season, joy had followed joy,  Autumn moons and spring winds had passed without her heeding,  Till first her brother left for the war, and then her aunt died,  And evenings went and evenings came, and her beauty faded --  With ever fewer chariots and horses at her door;  So that finally she gave herself as wife to a merchant  Who, prizing money first, careless how he left her,  Had gone, a month before, to Fuliang to buy tea.  And she had been tending an empty boat at the river's mouth,  No company but the bright moon and the cold water.  And sometimes in the deep of night she would dream of her triumphs  And be wakened from her dreams by the scalding of her tears.  Her very first guitar-note had started me sighing;  Now, having heard her story, I was sadder still.  "We are both unhappy -- to the sky's end.  We meet. We understand. What does acquaintance matter?  I came, a year ago, away from the capital  And am now a sick exile here in Jiujiang --  And so remote is Jiujiang that I have heard no music,  Neither string nor bamboo, for a whole year.  My quarters, near the River Town, are low and damp,  With bitter reeds and yellowed rushes all about the house.  And what is to be heard here, morning and evening? --  The bleeding cry of cuckoos, the whimpering of apes.  On flowery spring mornings and moonlit autumn nights  I have often taken wine up and drunk it all alone,  Of course there are the mountain songs and the village pipes,  But they are crude and-strident, and grate on my ears.  And tonight, when I heard you playing your guitar,  I felt as if my hearing were bright with fairymusic.  Do not leave us. Come, sit down. Play for us again.  And I will write a long song concerning a guitar."  ...Moved by what I said, she stood there for a moment,  Then sat again to her strings-and they sounded even sadder,  Although the tunes were different from those she had played before....  The feasters, all listening, covered their faces.  But who of them all was crying the most?  This Jiujiang official. My blue sleeve was wet.      2006.04.27 22:39:4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연시시유수(燕詩示劉叟)-백거이(白去易) 연시시유수(燕詩示劉叟)-백거이(白去易) 제비른 노래한 시를 유노인에게 보이l며-백거이(白去易) 梁上有雙燕(양상유쌍연) : 들보 위에 한 쌍의 제비 있어 翩翩雄與雄(편편웅여웅) : 펄럭펄럭 암수가 함께 나는구나. 銜泥兩椽間(함니양연간) : 흙 물어다 두 서까래 사이에 집 지어 一巢生四兄(일소생사형) : 한 둥지에 네 형제가 살았다. 四兒日夜長(사아일야장) : 네 마리 새끼 밤낮으로 자라는데 索食聲孜孜(색식성자자) : 먹이 달라고 서로가 짹짹거린다. 靑蟲不易捕(청충불이포) : 푸른 벌레 쉽게 잡을 수 없어 黃口無飽期(황구무포기) : 새끼들은 배불리 먹을 수가 없었다. 嘴爪雖欲弊(취조수욕폐) : 부리와 발톱이 다 닳아져도 心力不知疲(심력부지피) : 마음의 힘으로 피곤한 줄 몰랐다. 須臾十來往(수유십래왕) : 잠깐 동안에도 열 번을 왕래하는 것은 猶恐巢中饑(유공소중기) : 둥지의 새끼가 굶주릴까 걱정되어서라. 辛勤三十日(신근삼십일) : 고생하고 부지런히 보낸 삼십 일에 母瘦雛漸肥(모수추점비) : 어미는 야위고 새끼는 저점 비대해졌다. 喃喃敎言語(남남교언어) : 지저귀며 말을 가르쳐주고 一一刷毛衣(일일쇄모의) : 하나하나 털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一旦羽翼成(일단우익성) : 어느 날 아침에 날개가 생기니 引上庭樹枝(인상정수지) : 뜰의 나무의 가지 위로 끌어 올렸다. 擧翅不回顧(거시불회고) : 날개를 펴고 돌아보지도 않고. 隨風四散飛(수풍사산비) : 바람 따라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 버렸다. 雌雄空中鳴(자웅공중명) : 암수 한 쌍의 어미 새가 공중에서 울면서  聲盡呼不歸(성진호불귀) : 소리가 다하도록 불러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卻入空巢裏(각입공소리) : 문득 빈 둥지 속에 들어와  啁啾終夜悲(조추종야비) : 찍찍 짹짹 밤새도록 슬피 울었다. 燕燕爾勿悲(연연이물비) : 제비여, 제비여, 슬퍼 말아라. 爾當返自思(이당반자사) : 너희들도 마땅히 돌이켜 스스로 생각 봐라. 思爾爲雛目(사이위추목) : 너희를 생각해보면, 너희도 새끼 되어서 高飛背母時(고비배모시) : 공중 높이 날아가 버리고 어버이를 때를 當時父母念(당시부모념) : 당시의 아버지 어머니의 심정을  今日爾應知(금일이응지) : 오늘에야 너희도 반드시 알 것이니라.     2005.05.10 11:31:2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초당초성우제동벽(草堂初成偶題東壁)-백거이(白居易) 초당초성우제동벽(草堂初成偶題東壁)-백거이(白居易) 초당이 처음 지어져 동쪽 벽에 쓰다-백거이(白居易) 日高眠足猶慵起(일고면족유용기) : 해 높이 돋도록 잠자도 늦어 일어나고 小閣重衾不怕寒(소각중금불파한) : 초당의 두꺼운 이불로 추위를 몰랐다. 遺愛寺鐘欹枕聽(유애사종의침청) : 유애사 종소리, 베개머리에서 듣고 香爐蜂雪撥簾看(향로봉설발렴간) : 향로봉 눈, 발 걷고 바라본다. 匡廬便是逃名地(광여편시도명지) : 광려 땅은 곧 숨어살기 좋은 곳  司馬仍爲送老官(사마잉위송노관) : 사마의 벼슬이 내 노년 벼슬살이로다.  心泰身寧是歸處(심태신녕시귀처) : 마음과 몸 편안하면 내 살 곳인데  故鄕何獨在長安(고향하독재장안) : 고향이 어찌 서울에만 있어야 하는가.       2002.06.26 13:34:1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백거이(白居易) 부득고원초송별(賦得高原草送別)-백거이(白居易;772-846) 고원의 풀을 시로 읊어 송별하다-백거이(白居易) 離離原上草(이리원상초) : 무성한 언덕 위의 들풀 一歲一枯榮(일세일고영) : 한 해에 한 번씩 나고 시든다. 野火燒不盡(야화소부진) : 들불에 타도 다 하지 않고 春風吹又生(춘풍취우생) : 봄바람이 불면 또 자라난다. 遠芳侵古道(원방침고도) : 멀리 뻗힌 풀은 오래된 길을 덮고 晴翠接荒城(청취접황성) : 맑은 풀빛은 거친 옛 성터에 어린다. 又送王孫去(우송왕손거) : 다시 그대를 보내어 전송하니 萋萋滿別情(처처만별정) : 우거진 풀처럼 이별의 마음 가득하다.     2005.04.13 00:27:08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숙장정역(宿樟亭驛)-백거이(白居易) 숙장정역(宿樟亭驛)-백거이(白居易) 장정역에 묵으며-백거이(白居易) 夜半樟亭驛(야반장정역) : 밤 깊은 장정역에는 愁人起望鄕(수인기망향) : 수심 겨운 사람 일어나 고향 바라본다. 月明何所見(월명하소견) : 밝은 달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湖水白茫茫(호수백망망) : 호수에 가득한 물은 희고도 망망하구나.     2005.04.13 00:53:1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야우(夜雨)-백거이(白居易) 야우(夜雨)-백거이(白居易) 밤비-백거이(白居易) 早蛩啼復歇(조공제복헐) : 철 이른 귀뚜라미 울다 그치고  殘燈滅又明(잔등멸우명) : 아물거리는 등불 꺼졌다 밝아진다. 隔窓知夜雨(격창지야우) : 창 너머로 밤비가 내렸는가 芭蕉先有聲(파초선유성) : 파초에 먼저 듣는 소리 들려온다.     2005.04.13 21:17:0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지창(池窓)-백거이(白居易) 지창(池窓)-백거이(白居易) 못가 창문에서-백거이白居易 池晩蓮芳謝(지만연방사) : 연꽃 향기 이우는 연못가의 저녁  窓秋竹意深(창추죽의심) : 창밖은 가을이라, 대나무도 유정하다 更無人作伴(갱무인작반) : 친구 삼을 사람도 다시 아무도 없어 唯對一彈琴(유대일탄금) : 오직 거문고 하나만을 마주하고 있다.     2005.04.12 01:03:3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속고시십수[2](續古詩十首[2])-백거이(白居易) 속고시십수[2](續古詩十首[2])-백거이(白居易) 속고시십수2-백거이(白居易) 掩淚別鄕里(엄누별향리) : 눈물을 가리고 고향을 떠나 飄颻將遠行(표요장원항) : 쓸쓸히 장차 먼 곳으로 가려네  茫茫綠野中(망망녹야중) : 아득하고 푸른 들판 속 春盡孤客情(춘진고객정) : 봄도 다 지난 외로운 나그네 심정 驅馬上丘隴(구마상구롱) : 말을 몰아 언덕을 오르니 高低路不平(고저노부평) : 높고 낮아 길은 평탄치 않도다 風吹棠梨花(풍취당리화) : 바람이 해당화와 배꽃에 불고 啼鳥時一聲(제조시일성) : 때때로 새들도 울어댄다 古墓何代人(고묘하대인) : 이 옛무덤은 어느 시대 사람의 무덤인지 不知姓與名(부지성여명) : 그 성명도 알지 못 하겠네 化作路傍土(화작노방토) : 길가의 한 줌 흙으로 변하여  年年春草生(년년춘초생) : 해마다 봄풀만 돋아나는구나 感彼忽自悟(감피홀자오) : 이에 느껴워 문득 저절로 생각나네 今我何營營(금아하영영) :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2005.04.03 23:21:13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만망(晩望)-백거이(白居易) 만망(晩望)-백거이(白居易) 저물녘에 -백거이(白居易) 江城寒角動(강성한각동) : 강 언덕에 차가운 피리소리 들려오고 沙州夕鳥還(사주석조환) : 모래섬에 저녁 새 둥지 찾아 돌아온다. 獨在高亭上(독재고정상) : 나 혼자 높은 정자에 올라  西南望遠山(서남망원산) : 서남쪽으로 아득히 먼 산을 바라본다.     2005.04.13 00:15:3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상산노유감(商山路有感)-백거이(白居易) 상산노유감(商山路有感)-백거이(白居易) 상산가는 길에-백거이(白居易)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은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身歸(육년금시귀) : 육년 지나 이제야 이 몸 돌아왔구나.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거의 태반이 옛 주인들이 아니었다. (白樂天詩集,卷十八,律詩)     2005.05.09 14:37:52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商山路有感(상산노유감)-白居易(백거이) 商山路有感(상산노유감)-白居易(백거이) 상산 길을 걸으며-白居易(백거이) 萬里路長在(만리로장재) : 만 리 먼 길 언제나 있었지만 六年今始歸(육년금시귀) : 육년 만에 이제야 비로소 돌아온다 所經多舊館(소경다구관) : 지나는 곳마다 옛 여관이 많았지만 太半主人非(태반주인비) : 태반이 옛 주인이 아니라니     2002.04.03 23:32:5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지상2(池上2)-백거이(白居易) 지상2(池上2)-백거이(白居易) 연못에서-백거이 小娃撑小艇(소왜탱소정) : 소녀가 작은 배를 저어가며 偸採白蓮廻(투채백연회) : 흰 연꽃 몰래 캐어 돌아간다. 不解藏蹤迹(불해장종적) : 그 캔 자취를 감출 줄 몰라 浮萍一道開(부평일도개) : 부평초 한 가닥 길을 남겨놓았다.     2005.05.08 23:07:41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지상1(池上1)-백거이(白居易) 지상1(池上1)-백거이(白居易) 연못에서-백거이 山僧對棋坐(산승대기좌) : 산에서 스님이 바둑판에 앉아있고  局上竹陰淸(국상죽음청) : 바둑판 위로 대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映竹無人見(영죽무인견) : 대나무 그림자 비치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時聞下子聲(시문하자성) : 때때로 바둑 두는 소리만 들린다     2005.03.19 14:25:2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白樂天勸學文(백낙천권학문)-白居易(백거이) 白樂天勸學文(백낙천권학문)-白居易(백거이) 白樂天勸學文(백낙천권학문)/권학문 有田不耕倉廩虛(유전불경창름허) : 밭이 있어도 경작하지 않으면 창고가 비고 有書不敎子孫愚(유서불교자손우) :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다. 倉廩虛兮歲月乏(창름허혜세월핍) : 창고가 비면 세월이 궁핍해지고 子孫愚兮禮義疎(자손우혜예의소) : 자손이 어리석으면 예의가 소홀해진다. 若惟不耕與不敎(약유불경여불교) : 만약에 다만 경작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으면 是乃父兄之過歟(시내부형지과여) : 이것은 바로 부형의 잘못인 것이리라. (古文眞寶,前集,一卷)     2005.05.09 21:38:35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백거이(白居易) 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백거이(白居易) 몽득과 술 사 마시며 후일을 기약하며-백거이(白居易) 少時猶不憂生計(소시유불우생계) : 젊어서도 생계에 마음 두지 않았거늘 老後誰能惜酒錢(노후수능석주전) : 늙어서 누가 능히 술값을 아끼랴. 共把十千沽一斗(공파십천고일두) : 우리 일만 전으로 술 한 말 사서  相看七十缺三年(상간칠십결삼년) : 돌아보면 우리 나이 일흔에 세살 모자란다네.  閑微雅令窮經史(한미아령궁경사) : 한가로이 경전과 역사책 뒤져서 醉聽淸吟勝管絃(취청청음승관현) : 취하여 듣는 그대 노래 관현악보다 좋구나. 更待菊黃家醞熟(갱대국황가온숙) : 게다가 국화꽃 노래지고 국화주는 익는데 共君一醉一陶然(공군일취일도연) : 그대와 술 마시고 거나하게 취하여보자.      2005.04.13 21:13:30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춘제호상(春題湖上)-백거이(白居易) 춘제호상(春題湖上)-백거이(白居易) 호수에서 봄날 시를 짓다-백거이 湖上春來似圖畵(호상춘래사도화) : 호수 위에 봄 그림인듯하고 亂峰園繞水平鋪(난봉원요수평포) : 여기저기 봉우리 에워싸고 물은 잔잔하다 松排山面千重翠(송배산면천중취) : 소나무는 산면에 늘어서 천 겹 비취색을 이루고 月點波心一顆珠(월점파심일과주) : 달은 물결 속, 한 알 구슬로 박혀 있네 碧毯線頭抽早稻(벽담선두추조도) : 파란 담요 같은 논가엔 뽑아 놓은 듯한 벼 靑羅裙帶展新蒲(청라군대전신포) : 푸른 비단 허리띠 같은 것은 새로 돋은 창포라네 未能抛得杭州去(미능포득항주거) : 나는 아직 항주를 버리고 떠날 수 없으니 一半勾留是此湖(일반구류시차호) : 반쯤은 이 호수가 나를 붙잡은 것이라네       2002.03.27 12:33:3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후궁사(後宮詞)-백거이(白居易) 후궁사(後宮詞)-백거이(白居易) 후궁사-백거이(白居易) 후궁사(後宮詞)/후궁사 淚濕羅巾夢不成(누습나건몽불성) : 비단 수건 눈물 젖고 잠은 오지 않고 夜深前殿按歌聲(야심전전안가성) : 깊은 밤, 앞 궁궐에서 박자 맞춘 노랫소리.  紅顔未老恩先斷(홍안미노은선단) : 늙지 않은 홍안에 임금 사랑 끊어져 斜倚薰籠坐到明(사의훈농좌도명) : 향료 상자에 기대어 날 새도록 앉아있다. (白樂天詩集,卷十八,律詩)     2005.05.09 14:42:0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학(鶴)-백거이(白居易) 학(鶴)-백거이(白居易) 학-백거이 人有各所好(인유각소호) : 사람마다 각자 좋아하는 바가 있고 物固無常宜(물고무상의) : 사물에는 원래 항상 옳은 것은 없느니라 誰謂爾能舞(수위이능무) : 누가 학 너를 춤 잘 춘다고 했나 不如閑立時(불여한입시) : 한가롭게 서 있는 때만 못한 것을       2002.03.25 14:40:17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대림사도화(大林寺桃花)-백거이(白居易) 대림사도화(大林寺桃花)-백거이(白居易) 대림사 복숭꽃-백거이(白居易) 人間四月芳菲盡(인간사월방비진) : 인간세상 4월은 꽃다운 풀이 다 지는데 山寺桃花始盛開(산사도화시성개) : 산사의 복숭아꽃은 이제야 활짝 피었구나. 長恨春歸無覓處(장한춘귀무멱처) : 가버린 봄 찾을 곳 없어 길이 탄식했는데 不知轉入此中來(부지전입차중내) :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다니다가 이곳에 왔소.      2005.04.12 23:44:4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문류십구(問劉十九)-백거이(白居易;772-846) 문류십구(問劉十九)-백거이(白居易;772-846) 유십구에게 물어본다-백거이(白居易;772-846) 綠蟻新배酒,(녹의신배주), 거품 부글부글 이는 술 紅泥小火爐.(홍니소화노). 작은 화로에 붉게 단 뚝배기 晩來天欲雪,(만내천욕설), 저녁이 되어 눈 내리려는데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능히 술 한 잔 나눌 이 없는가     2002.03.18 23:39:24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비파행(琵琶行)-백거이(白居易;772-846) 비파행(琵琶行)-백거이(白居易;772-846) 비파행-백거이(白居易;772-846) 潯陽江頭夜送客,(심양강두야송객),심양강 어구에서 밤에 손을 보려니 楓葉荻花秋瑟瑟.(풍섭적화추슬슬).단풍잎, 갈대꽃에 가을이 쓸쓸하다 主人下馬客在船,(주인하마객재선),주인은 말에서 내려오고 손님은 배에 오르며 擧酒欲飮無管弦.(거주욕음무관현).이별의 술 한 잔 마시려니 음악이 없구나 醉不成歡慘將別,(취부성환참장별),취하여도 기쁘지 않아 이별하려니 처량해져 別時茫茫江浸月.(별시망망강침월).이별할 때 멀리 강엔 달이 물에 잠긴다 忽聞水上琵琶聲,(홀문수상비파성),갑자기 물 위로 비파소리 들려와 主人忘歸客不發.(주인망귀객부발).주인은 돌아감을 잊고 나그네는 떠나지 않는다 尋聲暗問彈者誰,(심성암문탄자수),소리를 찾아 몰래 타는 사람 누구냐 물으니 琵琶聲停欲語遲.(비파성정욕어지).비파소리 그치고 말하려 하나 말소리 느리네 移船相近邀相見,(이선상근요상견),배를 가까이 옮겨 서로 맞아보고 添酒回燈重開宴.(첨주회등중개연).술 보태고 등불 돌려 다시 잔치를 연다 千呼萬喚始出來,(천호만환시출내),천번만번 부르니 비로소 나오니 猶抱琵琶半遮面.(유포비파반차면).여전히 비파를 잡고 반은 얼굴을 가렸네 轉軸撥弦三兩聲,(전축발현삼량성),축을 돌려 거문고 줄 퉁겨 두세 번 소리 내어 未成曲調先有情.(미성곡조선유정).곡조도 타기 전에 정 먼저 품었구나 弦弦掩抑聲聲思,(현현엄억성성사),줄마다 가려누르니 소리마다 유정하여 似訴平生不得志.(사소평생부득지).평생의 불우함을 호소하는 듯 하여라 低眉信手續續彈,(저미신수속속탄),고개 숙여 손에 맞겨 계속하여 비파를 타니 說盡心中無限事.(설진심중무한사).마음 속 무한한 일 다 말하여주는 듯 하여라  輕攏慢捻抹復挑,(경롱만념말복도),가볍게 누르고 느리게 비틀고 문지르고 다시 팅겨 올리며 初爲霓裳后六么.(초위예상후륙요).처음에는 예상곡 뒤에는 육요를 연주한다 大弦嘈嘈如急雨,(대현조조여급우),큰 줄은 탁하여 소나기 오듯 하고 小弦切切如私語.(소현절절여사어).작은 줄은 절절하여 사사로이 이야기 하듯하네 嘈嘈切切錯雜彈,(조조절절착잡탄),남남절절 뒤섞어 타는 소리 大珠小珠落玉盤.(대주소주낙옥반).크고 작은 구슬 옥 쟁반에 떨어지는 듯 하여라 間關鶯語花底滑,(간관앵어화저골),아름다운 꾀꼬리 소리 꽃 아래로 미끌어지고  幽咽泉流水下灘.(유열천류수하탄).그윽이 우는 샘물 여울로 흘러드는 듯하다 水泉冷澀弦凝絶,(수천냉삽현응절),샘물은 차갑고도 삽삽하고 현은 엉켜서 끊어지고 凝絶不通聲漸歇.(응절부통성점헐).엉켜서 끊어지면 통하지 않고 서리는 점점 사리진다 別有幽愁暗恨生,(별유유수암한생),따로 그윽한 슬픔 있어 남모르게 눈물 자욱 생겨나네 此時無聲勝有聲.(차시무성승유성).이러한 때는 비파 소리가 없어도 있음보다 낫도다  銀甁乍破水漿迸,(은병사파수장병),은병이 갑자기 깨어져 물이 치솟듯 鐵騎突出刀槍鳴.(철기돌출도창명).철마가 갑자기 뛰어오르고 창칼이 부딪쳐 소리 나듯  曲終收撥當心畫,(곡종수발당심화),곡이 끝나자 발을 잡아 중신에 획을 그어  四弦一聲如裂帛.(사현일성여렬백).네 현이 한번에 소리 내니 비단 찢어지듯 하여라 東船西舫悄無言,(동선서방초무언),동쪽배 서쪽배의 손님들 초연하여 말이 없고 唯見江心秋月白.(유견강심추월백).오직 강 가운데의 가을 달 밝은 것만 바라보네 沈吟放撥揷弦中,(심음방발삽현중),침착히 읊으며 발을 거두어 악기 줄의 가운데에 꼽아 整頓衣裳起斂容.(정돈의상기렴용).옷을 정돈하고 일어나 얼굴을 가다듬는다 自言本是京城女,(자언본시경성녀),스스로 말하기를, 본래 서울 여자인데 家在蝦蟆陵下住.(가재하마능하주).집이 하마릉 아래에 있어 그곳에 살았다 하네 十三學得琵琶成,(십삼학득비파성),열세살에 비파를 다 배워 名屬敎坊第一部.(명속교방제일부).교방의 제 일부에 소속되었다네 曲罷曾敎善才服,(곡파증교선재복),한곡조 타고 나면 일류 악사들도 탄복하고 妝成每被秋娘妒.(장성매피추낭투).화장하면 가녀들의 질투를 받았다네 五陵年少爭纏頭,(오능년소쟁전두),오릉의 청년들 다투어 선물 내리고 一曲紅綃不知數.(일곡홍초부지삭).한 곡조에 내린 붉은 비단, 수를 헤아리지 못했다오 鈿頭銀篦擊節碎,(전두은비격절쇄),전두와 은비도 박자 치다가 다 부서지고 血色羅裙翻酒汚.(혈색나군번주오).붉은 색 비단 치마 술 쏟아 더렵혔다오 今年歡笑復明年,(금년환소복명년),금년에 기뻐 웃고 다시 또 명년에도 웃고 秋月春風等閑度.(추월춘풍등한도).가을 달 봄바람을 한가로이 지났소 弟走從軍阿姨死,(제주종군아이사),남동생 군대 가고 여동생은 죽고 暮去朝來顔色故.(모거조내안색고).저녁 가고 아침 오고 세월이 가니 얼굴은 늙어 門前冷落車馬稀,(문전냉낙거마희),대문 앞 쓸쓸하고 수레와 말도 찾은 이 드물어 老大嫁作商人婦.(노대가작상인부).늙어서 시집가 장사치 아내 되었다오 商人重利輕別離,(상인중리경별리),장사치는 돈을 중히 하고 이별은 가벼이 여기어 前月浮梁買茶去.(전월부량매다거).지난 달 부량으로 차 사려 떠나갔소 去來江口守空船,(거내강구수공선),강나루 오고가며 빈 배만 지키는데 繞船月明江水寒.(요선월명강수한).뱃전에 달은 밝고 강물은 차가워 夜深忽夢少年事,(야심홀몽소년사),밤 깊어 홀연히 어린 때를 꿈꾸어보니 夢啼妝淚紅闌干.(몽제장누홍란간).꿈에도 울어 화장에 눈물 흘러 그치질 않았소 我聞琵琶已嘆息,(아문비파이탄식),비파소리 듣고서 탄식하였는데 又聞此語重喞喞.(우문차어중즐즐).또 이 이야기 듣고 나니 거듭거듭 기가 차오 同是天涯淪落人,(동시천애륜낙인),우리는 같이 하늘 아래 영락한 사람 相逢何必曾相識!(상봉하필증상식)!오늘 만날 일 어찌 반드시 알았겠는가 我從去年辭帝京,(아종거년사제경),이 몸은 지난해 서울 떠나 謫居臥病潯陽城.(적거와병심양성).심양성에 귀양 와 병들어 누웠다네 潯陽地僻無音樂,(심양지벽무음낙),심양은 외진 땅이라 음악도 없고 終歲不聞絲竹聲.(종세부문사죽성).일년이 다가도록 음악소리 한번 듣지 못 했다오  住近湓江地低濕,(주근분강지저습),사는 곳 가까운 분강, 땅은 낮고 습하여 黃蘆苦竹繞宅生.(황노고죽요댁생).누른 갈대 마른 대나무 집들 둘러 생겨났소 其間旦暮聞何物?(기간단모문하물)?그 간에 아침저녁으로 무슨 소리 들었던는가 杜鵑啼血猿哀鳴.(두견제혈원애명).두견새 울어 피토하고 원숭이의 슬픈 소리 春江花朝秋月夜,(춘강화조추월야),봄 강의 꽃피는 아침, 가을 달뜨는 밤 往往取酒還獨傾.(왕왕취주환독경).가끔씩 술 가져와 혼자서 마셨다네 豈無山歌與村笛,(개무산가여촌적),산 노래 촌 피리소리 어찌 없을까 嘔啞嘲哳難爲聽!(구아조찰난위청)!벙어리 말 배우고 새 웃음 웃듯, 알아듣기도 어려워라 今夜聞君琵琶語,(금야문군비파어),오늘 밤 그대의 비파의 속삭임 들으니 如聽仙樂耳暫明.(여청선낙이잠명).신선의 음악 들은 듯 귀가 잠시 밝아지니 莫辭更坐彈一曲,(막사갱좌탄일곡),거절 말고 다시 앉아 한 곡조 타 주시면 爲君翻作琵琶行.(위군번작비파항).난 그대 위해 악곡 따라 비파행을 지으리라 感我此言良久立,(감아차언량구립),내말 듣고 감격하여 한참 서 있더니 卻坐促弦弦轉急.(각좌촉현현전급).자리에 앉아 현을 팽팽히 하니 현이 급해진다 淒淒不似向前聲,(처처부사향전성),처량하고 처량하여 앞소리와 같지 않아 滿座重聞皆掩泣.(만좌중문개엄읍).자리에 가득한 모든 사람 다시 듣고 얼굴 가리고 눈물 흘린다  座中泣下誰最多,(좌중읍하수최다),좌중이 눈물을 흘리니, 흘린 눈물 누가 가장 많았던가  江州司馬靑衫濕!(강주사마청삼습)!강주사마 푸른 적삼 눈물에 다 젖었다오       2005.03.22 23:33:56       원본으로 이동             작 성 자  : 운영자 제    목  : 장한가(長恨歌)-백거이(白居易) 장한가(長恨歌)-백거이(白居易) 장한가-백거이(白居易)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 황제 미색을 귀히 여겨 미인을 생각했으나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 천하를 다스린 지 몇 년 지나도 찾지 못했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 양씨 집안에 딸이 있어, 이제 막 성숙하여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 깊숙한 안방에 있어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다. 天生麗質難自棄(천생려질난자기) : 타고난 아름다운 본능을 스스로 어쩌지 못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 하루아침에 뽑히어 임금 곁에 있게 되었다. 回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 눈동자 굴리며 한번 웃으면 온갖 교태 생겨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 : 육궁의 화장한 미녀들이 얼굴빛을 잃었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 봄 날씨 쌀쌀하여 화청지에서 목욕하는데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골세응지) : 온천물이 미끄러워 살에 낀 기름을 씻는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 예쁘고 가련하여 무력하여 시녀들이 부축하여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 이 때에 바로 새로 임금님 은혜를 받게 된다네. 雲鬢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 구름머리, 꽃 얼굴, 걸으면 흔들리는 금장식물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 연꽃 장식 휘장 속에서 따뜻한 봄밤을 보낸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 봄밤은 너무 짧아 해가 이미 높이 솟으니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부조조) : 이 때부터 임금님은 아침 조회에 가지 않았다. 承歡侍宴無閑暇(승환시연무한가) : 기뻐 잔치를 벌임에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 春從春游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 봄에는 봄 따라 놀고 밤에는 새도록 놀았다.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 후궁에 미녀가 삼천 명이나 되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 삼천 미녀의 총애가 오직 한 몸에 머물렀다.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 금빛 궁궐에서 화장하고 교태로 황제 모시는 밤 玉樓宴罷醉和春(옥누연파취화춘) : 옥루의 연회가 마치자 취하여 봄날처럼 따뜻했다.  姊妹弟兄皆列土(자매제형개렬토) : 형제자매가 모두 봉토를 나누어 받았으니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 부러워라, 광채가 가문에 생생하였다.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 마침내 세상의 부모 된 사람들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 아들 낳는 일보다 딸 낳은 일을 귀하게 여겼다. 驪宮高處入靑雲(려궁고처입청운) : 여궁의 높은 곳으로 푸른 구름 모여들고 仙樂風飄處處聞(선낙풍표처처문) : 신선의 음악이 바람에 날려 곳곳에서 들려온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 느린 노래, 느린 춤이 악기에 어울려 행해지니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 종일토록 보아도 황제는 다시 보고 싶어 했다. 漁陽鼙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내) : 어양 땅에서는 전쟁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니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 그 놀라움에 예상우의곡도 소리가 끊기었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 구궁궁궐에서 전쟁의 연기와 먼지 일어나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항) : 수천수만 수레와 말들이 서남으로 피해갔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항복지) : 화려한 깃발 흔들거리며 가다가 다시 서며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 서쪽으로 대궐문을 나와 백여 리를 나갔다.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부발무나하) : 모든 군대가 움직이지 않으니 이를 어찌하나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 아름다운 양귀비가 임금 말 앞에 죽는데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 꽃비녀가 땅에 떨어져도 줍는 사람 없었다.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 취교와 금작과 옥소두 같은 장신구도 버려졌도다.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 임금은 얼굴을 가리려 했으나 어쩔 수가 없어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누상화류) : 돌아보니, 피눈물이 서로 엉기어 흘러내렸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 누런 흙먼지 흩어져 자욱하고 바람은 스산한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 구불구불한 잔도를 지나가서 등검각에 올랐다.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항) : 아미산 아래에는 다니는 사람 드물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 깃발들은 빛을 잃고 햇빛도 엷어졌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 촉 땅의 물빛은 보석 같고 산은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 임금에게는 아침마다 저무는 마음이었다. 行宮見月傷心色(항궁견월상심색) : 행궁에서 보는 달도 상처받은 양귀비 얼굴빛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도 애간장 끊는 소리였다. 天旋地轉廻龍馭(천선지전회용어) : 난리가 평정되어 임금님 수레 돌아오는데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부능거) : 여기에 이르러서는 머뭇머뭇 차마 떠나지 못한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 : 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 땅 속에서도 不見玉顔空死處(부견옥안공사처) : 옥 같은 얼굴은 보이지 않고, 죽은 곳만 쓸쓸하다 君臣相顧盡沾衣(군신상고진첨의) : 임금과 신하 서로 돌아보니 눈물이 옷을 적시고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 동쪽으로 여러 대궐문 바라보며 말 가는 대로 돌아간다. 歸來池苑皆依舊(귀내지원개의구) : 돌아오니 연못과 동산은 옛날과 같고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 태액의 부용, 미앙궁의 버드나무도 그대로였다. 芙蓉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 연꽃을 봐도 양귀비 얼굴, 버들을 봐도 양귀비 눈썹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부누수) : 이런 정경보고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오.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 봄바람에 복숭아꽃, 오얏꽃 피는 날이요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섭낙시) : 가을비에 오동나무 잎 떨어지는 때이로다. 西宮南內多秋草(서궁남내다추초) : 서궁 남쪽 안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섭만계홍부소) : 낙엽이 계단에 붉게 가득 쌓여도 쓸지 않는다. 梨園子弟白發新(이원자제백발신) : 이원의 자제들 이미 늙어 백발이 새롭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노) : 초방의 태감도 젊은 궁녀도 모두가 늙었구나. 夕殿螢飛思悄然(석전형비사초연) : 저녁 궁궐에 반딧불 나니 양귀비 생각 처량하고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 : 외로운 등불 돋운 심지가 타버려도 잠이 오지 않는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 느리고 느린 종소리를 처음으로 길게 느낀 밤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 밝고 밝은 별과 은하수, 하늘이 밝아오는구나.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냉상화중) : 원앙새 장식 기와가 차가워 서리꽃은 더욱 짙고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 비취빛 찬 이불을 누구와 함께 하나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 아득한 생사의 이별은 해가 지나가도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 그 혼백은 아직 돌아와서 꿈에도 들지 않는다. 臨邛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 임공의 도사로서 도성에 머무는 길손 있어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하는구나. 爲感君王展轉思(위감군왕전전사) : 황제의 잠 못 드는 처지가 가련하여 遂敎方士慇懃覓(수교방사은근멱) : 마침내 방사를 시켜서 은근히 찾아보게 하였다. 排空馭氣奔如電(배공어기분여전) : 구름에 올라 공기를 타니 빠르기가 번개 같아  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 하늘에 오르고 땅을 들며 두루 찾아보았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낙하황천) :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았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부견) : 두 곳이 너무 넓어 어디서도 찾아보지 못했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 바다 위에 신선이 사는 산이 있다는 말 들었으나 山在虛無縹緲間(산재허무표묘간) : 아득한 사이에 산은 텅 비어 있었다. 樓閣玲瓏五雲起(누각령롱오운기) : 영롱한 누각에 오색구름 피어나고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 그 안은 아름다운데 선녀들이 많이 있었다.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 : 그 중에 한 사람 있었으니 이름은 태진인데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삼차시) : 눈 같이 흰 피부, 꽃 같이 고운 얼굴이 양귀비 같았다.  金闕西廂叩玉扃(금궐서상고옥경) : 황금 대궐 서쪽 행랑에서 옥대문을 두드려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 여종인 소옥에게 전하여 쌍성에게 알려주었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 한나라 황제의 사신이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裏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 아홉 겹의 깊은 휘장 속에서 잠자던 혼이 놀랐다.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 옷을 잡고 베개 밀어 제치고 일어나 배회하다가 珠箔銀屛迤邐開(주박은병이리개) : 주렴과 은병풍이 스르르 열리더니 雲鬢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교) : 구름 같은 머리 반쯤 기운채로 막 잠이 깨어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내) : 화관도 정제하지 못한 채로 방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飄擧(풍취선몌표표거) : 바람이 부니 신녀의 소맷자락이 날리어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 예상우의곡으로 춤추는 듯 하였다. 玉容寂寞淚闌干(옥용적막누란간) : 옥 같은 얼굴에 고독이 깃들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 배꽃 한 가지가 봄비에 젖은 듯이 含情凝睇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 정을 품고 눈물을 머금고 황제께 감사하였다.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량묘망) : 한번 이별 뒤에 아련해진 황제의 음성과 얼굴 昭陽殿裏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 소양전각 안에서의 임금의 은혜 끊어진 뒤로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 봉래궁전 안에서의 세월은 길기만 하였습니다. 回頭下望人寰處(회두하망인환처) : 고개 돌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니 不見長安見塵霧(부견장안견진무) : 장안은 보이지 않고 티끌과 안개만 자욱합니다.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 오직 지난날 쓰던 물건 가져다 나의 깊은 정 보이려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채기장거) : 자개함과 금비녀를 부쳐 보내려합니다. 釵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 : 비녀 한 개와 함 한 쪽을 증거로 남기려 釵擘黃金合分鈿(채벽황금합분전) : 비녀는 황금을 쪼개고 상자는 자개를 나누었다.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 우리의 마음을 금비녀와 금상 자처럼 굳게 가져서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 천상과 인간세상에서 서로 만나보려 합니다. 臨別殷勤重寄詞(림별은근중기사) : 떠나려 함에 은근히 거듭 부탁의 말을 하니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량심지) : 말 가운에 서약함이 있으니 마음으로 알리라.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 어느 칠월 칠석 날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 사람 아무도 없는 깊은 밤에 사사로이 나눈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련리지)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었기를 원하였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 높은 하늘도 장구한 땅도 다할 때가 있지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 이들의 한은 이어져서 끊어질 때가 없으리라. 2005.05.09 00:23:33      
449    중국 古詩 10 댓글:  조회:3023  추천:0  2016-12-25
중국 력사상 영향력이 가장 컸던 10 수의 시       第一首;李白《静夜思》 床前明月光,疑是地上霜。 举头望明月,低头思故乡。   우물가의 밝은 달빛은 땅우에 내린 서리런가. 머리들어 달을 보고는 머리숙여 고향 그리네.     第二首;孟郊《游子吟》 慈母手中线,游子身上衣。 临行密密缝,意恐迟迟归。 谁言寸草心,报得三春晖。   자애로운 어머니손 떨리는 바느질로 먼길가는 아들한테 전포지어 입혔네. 출발을 앞두고도 빼곡빼곡 깁는것은 혹여나 갔다가 너무늦게 돌아올가봐. 한 포기 풀과 같은 자식의 마음으로 석달봄날 모정에 보답할수 있으리까?     第三首;白居易《赋得古原草送别》 离离原上草,一岁一枯荣。 野火烧不尽,春风吹又生。  … …   들판에 자라나는 파릇파릇 풀잎들 해마다 시들었다 해마다 푸르다네. 들판에 타는불에 탄다한들 다타랴 봄바람 불어오면 또다시 소생하리.      第四首;曹植《七步诗》 煮豆燃豆萁,豆在釜中泣。 本是同根生,相煎何太急?   콩을 콩깍지로 삶으니 콩은 솥에서 슬피운다 워낙 한뿌리에서 자랐건만 어찌하여 이리도 모질게 구느냐?     第五首;王之涣《登鹳雀楼》 白日依山尽,黄河入海流。 欲穷千里目,更上一层楼。   밝은해 서산에 넘어가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드네. 천리를 내다보고 싶다면 한층더 올라서야 하리라.     第六首;乐府《长歌行》 青青园中葵,朝露待日晞。 阳春布德泽,万物生光辉。 常恐秋节至,焜黄华叶衰。 百川东到海,何时复西归? 少壮不努力,老大徒伤悲。   푸르른 채마전원 파초잎 우에서 아침이슬 해가뜨니 사라 집니다.   양춘가절 베푸는 혜택을 입어서 만물은 생기얻어 빛갈이 곱다만.   해마다 소슬소슬 가을철 오면은 잎사귀 누렇게 말라 떨어집니다.   동해로 흘러간 천만갈래 저강물 언제면 서쪽으로 되돌아 올손가?   일찍 젊어서 노력하지 않고보면 장차 늙어서 헛되히 슬퍼하리다.     第七首;《诗经》第一首《关雎》 关关雎鸠,在河之洲。 窈窕淑女,君子好逑。 参差荇菜,左右流之。 窈窕淑女,寤寐求之。 求之不得,寤寐思服。 悠哉悠哉,辗转反侧。 参差荇菜,左右采之。 窈窕淑女,琴瑟友之。 参差荇菜,左右毛之。 窈窕淑女,钟鼓乐之。   원앙새 한쌍 걀걀걀 강숲에서 노래부르네 아름다운 요조숙녀야 너는 나의 천생배필.   오쫄오쫄 물미나리 이리저리 도망 가는데 아름다운 요조숙녀야 자나 깨나 보고싶다.   보고싶어도 볼수없어 자나 깨나 너의생각 이밤도 지루하다 엎치락 덮치락 못자겠다.   오쫄오쫄 물미나리 이리저리 뜯어 넣자야 아름다운 요조숙녀야 비파치며 친해 보자.   오쫄오쫄 물미나리 여기저기 쟁여 넣자야 아름다운 요조숙녀야 종고치며 즐겨 보자.     第八首;于谦《石灰吟》   千锤万凿出深山, 烈火焚烧若等闲。  粉骨碎身全不怕, 要留清白在人间。    천만번 캐고깨여 심산에서 끌어내여 세찬불로 태워도 예사로운 일이여라.   이몸이 가루돼도 두려울것 무엇이냐 오로지 청백함을 이세상에 남기리라.     第九首;王勃《送杜少府之任蜀州》 城阙辅三秦,风烟望五津。 与君离别意,同是宦游人。 海内存知己,天涯若比邻。 无为在岐路,儿女共沾巾。   삼진에 둘러싸인 장안성 올라서니 연기속 저멀리 다섯 나루터 보이네.   정작 그대와 갈라지자고 하니까 우리 모두가 떠도는 신세였구려.   사해내에 지기가 있다면 천애지각 이웃과 같노라.   인젠 저앞에 갈림길도  나졌으니 공연히 녀인처럼 눈물찍지 맙시다.      第十首;李绅《悯农》 锄禾日当午,汗滴禾下土。 谁知盘中餐,粒粒皆辛苦。   땡볓을 무릅쓰고 기음 매노라니 땀방울 곡식밭을 흠뻑 적시누나. 그누가 알리오 그릇에 담긴 이 음식들 알알이 모두가 땀방울로 바꿔 온 것을.  
448    "술타령" 시인 문학소년소녀들에게 꿈의 날개를... 댓글:  조회:2585  추천:0  2016-12-12
술타령 /소야 신천희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먹지         ▲ 박정옥 시인 낼 모레면 설입니다. 차례를 지내고 푸짐한 주안상에 가족 친지들이 정답게 모여앉아 회포를 푸는 자리에 술이 있으면 그 동안 소원했던 것도, 꼬인 것도 풀기 수월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소야 신천희 스님입니다. 이태 전, 출판기념식에 ‘비둘기 가족’ 이라는 70년대 히트 가수 ‘이석’을 초청하여 또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석의 할아버지는 고종황제, 큰아버지는 순종, 영친왕은 삼촌, 덕혜옹주는 고모인 왕손. 왕손이 광대가 되었다고 큰어머니인 순종비가 땅을 치고 통곡했다는 일화가 있고요. 물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빠져 죽은 이백은 옛부터 청주를 성(聖)이라 했고 탁주를 현(賢)이라 했는데 굳이 신선 찾을 필요 뭐 있겠는가 했다니, 그에 걸맞는 애주가 쯤 될까요. 주체적 삶을 사는 사람에게 술이란 윤활유 같은 것으로 생의 약발이라고도 합니다만 타령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로 족할 것 같습니다. (사)아이사랑부모학교 교장 소야 신천희씨가 학창시절 문학소년 소녀였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부모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무료 문예창작 학교를 마련했다. 시와 동시, 동화와 수필 등 네 개 분야의 창작을 도와주는 학교다. 신천희씨는 문예창작학교를 열게 된 동기가 ‘학창시절에 문학소년 소녀의 꿈을 가졌었지만 다급한 현실에 쫒겨 꿈을 접어야 했던 부모들에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명예퇴직 제도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찍 일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신천희씨가 연 문예창작학교는 노후를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역시 잃어버린 꿈을 되찾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신천희씨는 아동문학가/시인으로 스무권의 책을 냈고 여러 문학상을 받은 바 있는 중견작가다... ================================ 외상값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 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신천희 시인, 승려 대전일보 신춘문예, 월간 아동문예 등단 제2회 녹색문학상 제24회 창주문학상 수상...  
447    [명시감상] - 자유 댓글:  조회:2997  추천:0  2016-12-05
        자유                  - 폴 엘뤼아르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상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약혼시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하늘빛 옷자락 위에 태양이 녹슨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풍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멋없는 빗방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살포시 깨어난 오솔길 위에 곧게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불켜진 램프 위에 불꺼진 램프 위에 모여 앉은 나의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나의 바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게걸스럽고 귀여운 나의 강아지 위에 그의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의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된 불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균형 잡힌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건네는 모든 손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초월한 곳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대 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욕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 * 시인은 2차대전 당시 독일에 저항했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인.   *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은 이 시를 표절한 시임.   * 현 시국에 분노하며... 나는 이 시를 올린다.    이 시국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능함과 무력감에......     나 자신에게 또한 분노하며 이 시를 올린다. --- 임형선  
446    3 = 30 = 2 = 6 = 15 = 1 = 두줄 댓글:  조회:2717  추천:0  2016-11-28
                  지하철 정거장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 속에 이 얼굴들의 홀연한 나타남, 비에 젖은 검은 가지에 꽃이파리들.        In a Station of the Metro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Petals on a wet, black bough.사상파 시인으로서의 파운드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일본의 "하이쿠"와 유사한 점이 있다. 일본의 "하이쿠"는 두세 개의 사물이 관련된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하나의 이미지만을 제시한다. 단지 길이가 짧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지하철 정거장에서 받은 한 인상을 선명한 이미지로 그려내는 이 작품에 대하여 시인은 1916년의 한 회고록{그디에 브르제스카: 회고록}(Gaudier-Brzeska: A Memoir)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3년 전에 나는 파리의 라꽁꼬르드에서 지하철에서 내려 갑자기 한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또 다른 얼굴, 그리고 예쁜 어린 아이의 얼굴, 그리고 또 다른 아름다운 부인을 보고서, 그 날 하루종일 그것이 나에게 의미한 바를 나타낼 말을 찾고자 애썼지만, 그 돌연한 감정만큼 가치있고 아름다운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나는 여전히 애쓰고 있다가 갑자기 그 표현을 발견했다. 내가 단어들을 발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어가 아니라 작은 색깔 반점들로써...어떤 평형상태가 왔다...그 "한 이미지의 시"는 중첩의 한 형태이다. 다시 말하여, 한 이미지 위에 다른 이미지가 놓인 것이다. 나는 내가 지하철에서 느낀 정서에 의해 내가 처하게 된 궁지로부터 벗어나는데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30행의 시를 한 편 썼지만, 그것은 소위 강렬도에 있어서 제 2위에 속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찢어버렸다. 6개월 후에 나는 그것의 반 정도 길이의 시를 썼고, 1년 후에 다음과 같은 시구를 지었다. "군중 속에 있는 유령같은 이 얼굴들 젖은, 검은 가지 위의 꽃잎들." 우리가 어떤 사상의 맥락 속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의미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시에서는 외적, 객관적인 것이 내적, 주관적인 것으로 변하거나 그 속으로 투사되는 정확한 순간을 기록하고자 한다."위 글에서 명확히 밝혀지고 있듯이 이 작품은 지하철 정거장의 컴컴하고 축축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보게 된 아름다운 얼굴들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시이다. 첫행에서 시인이 지하철 정거장에서 갑자기 인식하게 된 군중들의 얼굴이 나타난다.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그곳의 불빛에 비친 군중들의 얼굴이 시인의 주관에 들어오는 상황이 설명된다. "유령"이라는 뜻의 "apparition"은 갑자기 뜻밖에 나타나는 것을 뜻하므로 여기서는 얼굴들이 "갑자기 나타난, 홀연히 나타난" 것을 뜻한다. 여기서 "유령같은" 이라고 번역한 것의 의미가 유령처럼 이상하다든지 섬뜩하다든지 하는 뜻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점에 중점을 둔 것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첫 행을 "군중들 가운데서 홀연히 나타난 이 얼굴들"이라고 번역하여도 실체가 없는 듯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 둘째 행에서 시인은 주관에 비친 갑자기 나타난 아름다운 얼굴들을 이미지로 바꾸기 위하여 그것을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에 비유한다. 꽃잎의 배경이 젖은, 검은 가지가 됨으로써 지하철 정거장 내의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암시되며, 그 꽃잎이 나타내는 아름다운 얼굴들의 선명한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비에 젖은 검은 가지와 밝은 색깔의 꽃잎이 대조됨으로써 꽃잎의 아름다움이 강조되고, 시인이 인상이 돌연하고 의외인 점이 드러난다. 선명하고 객관적인 이미지 묘사에 의해 시인 자신의 주관적 인상이 느껴지는데, 이는 사상파 시인들의 특징 중의 한 가지이다.     
445    시인, 시, 그리고 번역... 댓글:  조회:3409  추천:1  2016-11-27
[영시 전문] In a Station of The Metro                                    Ezra Pound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1@파리 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 속에서 나타난 환영(幻影) 같은 얼굴들; 비에 젖은 검은 가지 위의 꽃잎들   @2@"지하철 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뭇 군중 속의 이 얼굴들의 환영 촉촉이 젖어 검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들    @3@“어느 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 속 이 유령 같은 얼굴들; 젖은, 검은 가지 위 꽃잎들. @4@"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속에서 홀연히 다가오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5@"지하철역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 속에서 마주친 얼굴 젖은, 검은 가지에 핀 벗꽃     @6@"지하철 정거장에서"     /에즈라 파운드   군중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7@"지하철 역에서" / 파운드 군중(群衆)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 갈래 : 서정시, 이미지즘 시 성격 : 서정적, 순간적, 시각적 표현 : 대구법 구성 : 대칭적 구성 주제 : 정거장에서 직면한 한 장면의 생생한 인상 의의 : 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사상이 배제된 정확하고 선명한, 객관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 냄으로써 시의 회화화를 주창한 이미지즘(imagism)의 실천에 크게 기여한 시이다. 시구연구 군중(群衆) -- 이 얼굴들 :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라는 말은 갑자기, 의외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즉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군중들의 얼굴이 시인의 주관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까맣게 -- 위의 꽃잎들 : 시인의 주관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들을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에 비유하고 있다. 축축한 검은 가지와 환한 꽃잎의 대조에서 꽃잎의 아름다움이 강조될 뿐 아니라, 시인이 받는 돌연하고 의외적인 인상이 강조된다. /작성자: 천정희. ===============================================================================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문예지 '시'(1913)에서       In a Station of the Metro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the literary magazine Poetry (1913) -       ▶에즈라 파운드(1885~1972)= 미국의 시인, 문예비평가.     에즈라 파운드가 1912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에서 마주친 군중들을 본 순간의 느낌을 일본의 하이쿠 스타일로 쓴 시이다. 이미지즘의 정수로 손꼽힌다. 기차에서 내리면서 어두운 군중의 얼굴을 보다 그 가운데 벚꽃잎처럼 하얀 여인과 아이의 얼굴을 본 연상을 떠올려 쓴 시이다. 짧지만 현대 문명의 한 풍경을 압축한 수작이다. 괴짜였던 파운드가 한국의 지하철 풍경을 마주치면 어떤 시를 쓸까? 스마트폰을 보느라 타인과는 시선을 건네지 않는 낯선 풍경을 만나게 되리라. 살갗을 만지기보다는 기계를 통한 만남에 더 익숙해지는 미래의 풍경이다. 검은 가지 위에 막 꽃망울을 터트리며 매화가 피어날 것이다. 매화는 복제되어 스마트폰의 화면을 장식할 것이다. 꽃피는 지하철이다.    김혜영·시인 지하철 역에서                         /파운드     IN A STATOIN OF THE METRO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군중(群衆)1)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어휘 풀이] 1) 군중(群衆) : (한 곳에 모인) 많은 사람의 무리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 성격 : 서정적, 시각적 • 제재 : 정거장 • 주제 : 정거장에서 직면한 장면의 생생한 인상 • 특징          ① 시각적 대조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함.          ② 병치, 은유의 기법을 사용함. • 출전 :       ▰ 작가 : 파운드(Ezra Loomis Pound, 1885~1972). 시인. 아이다호주(州) 출생. 1909년 영국으로 건너가, 이미지즘과 그 밖의 신문학 운동의 중심이 되어 T.S.엘리엇과 J.조이스를 세상에 소개하였다. 상징파와 같은 애매한 표현을 싫어하여, 언어를 조각과 같이 구상적(具象的)으로 구사할 것을 주장하였다. 시집에 (1909), (1920), (1925~1959) 등이 있다.       ▰ 이해와 감상 지하철을 탔다. 맞은 편 좌석에는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그러다 시선을 돌리는 순간, 생각에 잠긴 듯 유난히 해맑은 얼굴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우연히 마주친 처음 보는 저 얼굴을 이 순간만 지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뭔가 허전하면서도 한편 ‘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깊은 인연 때문’이라는 신비감도 느껴졌다. 그때 미국 출신으로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활동한 에즈라 파운드(1884-1972)의 시 ‘지하철역에서’가 떠올랐다.   군중 속에서 마주친 얼굴 젖은, 검은 가지에 핀 벚꽃   이 시가 탄생한 경위는 이렇다. 늦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시인이 파리의 콩코드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마침 열차가 도착했는지 군중이 우루루 몰려 나왔다. 우중충한 날씨에 모두들 외투 깃을 세우고 바삐 스쳐 지나가는데, 문득 그 사람들 틈에서 어느 여인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랐다. 아주 짧았지만, 너무나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시인은 그 이미지를 처음엔 30행의 긴 시로 적어보았지만, 어딘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6개월 뒤 반으로 줄여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 동양의 단시를 접하면서 마침내 흡족한, 단 두 줄의 시가 탄생했다.   지하철역에서 마주친 작은 인연을 승화시킨 이 시는 20세기 초반에 일어났던 이미지즘 시운동의 대표적인 작품이 되었다. 간결하고 구체적인 용어를 통해 심상(心象)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한시(漢詩)들을 번역하면서 파운드는 동양적 예술론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고, 그 결과 영미 최초의 자유시, 구어시(口語詩) 운동인 이미지즘을 제창하게 된 것이다.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바깥의 사물이 문득 빛나며 나의 내면에 잠든 감성을 깨우는 마술을 부릴 때가 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는 이미지가 탄생한다. 이 시에는, 비록 짧지만 두 구조가 중첩(superposition)되어 있다. 첫 줄은 사실을 기록하고, 둘째 줄은 벚꽃의 상징이 대비되고 있다. 이 중첩 구조에 의해 어느 여인의 얼굴에 관한 절묘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오래 전 한때, 한국인의 ‘얼굴’을 찾은 적이 있었다. 가장 한국인다운 이미지가 어떤 것일까 하여, 길을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어떤 때에는 마주친 어느 얼굴에서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의 모습까지 연상되어 내심으로 놀란 적도 있었다. 그 뒤 시인 윤동주의 얼굴이나 ‘압록강은 흐른다’를 쓴 이미륵, 혹은 경봉 스님의 얼굴에서 한국인다운 이미지의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인연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이냐.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 선 이 자리를 돌이켜 보면,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신비다. 그 위에, 우리가 이렇게 같은 공기를 마시며 마주친다는 사실은 더욱더 큰 신비가 아닐 수 없다.   김홍근/문학평론가 ==========================================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에즈라 파운드     '지하철 정거장에서'     엘리엇이 쓴 '황무지'의 원고를 색연필로 대담하게 뜯어고치는가 하면 제목까지 바꾸기도 하여 오늘날의 조화된 시로 만든 사람이 파운드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위의 시 '지하철 정거장에서'는 파운드의 시 중에서 유일한 두줄시지만 이미지스트 시인으로서의 파운드를 논할 때 줄곧 인용되는 시랍니다. '시의 용어'에 대한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불필요한 말, 형용사 따위를 쓰지 말 것. 그것은 아무 것도 나타내는 것이 없다. 그것은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대상물이 항상 적당한 상징이라는 사실을 작가가 인식치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또 추상적인 말을 두려워 할 것. 이미 훌륭한 산문으로 씌어진 것을 서투른 시로 되풀이 하지 말 것. 오늘 전문가가 싫어한 것은 일반 독자들은 내일이면 싫어할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훌륭한 예술가들의 영향을 받을 것. 장식적인 말을 사용하지 말든지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장식적인 말들을 사용할 것.'   /////////////////////////////////////////////////////////////////////////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에즈라 파운드(1885~1972), [지하철 정거장에서] ---------------------- 오늘의 시는 소위 이미지즘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짧은 시행 속에 우주의 비밀을 담을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요? 예컨대 이 짧은 작품이 우리 시대의 복합적인 음영을 명징하게 드러내주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어두컴컴한 지하철 정거장의 군중 속에서 갑자기 어떤 얼굴들이 나타납니다. 그 얼굴들은 전에 보았던 꽃잎들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환하게 살아나지요. 이때 얼굴들과 꽃잎들이 주는 밝고 환한 빛은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와 지하철 정거장의 어둠과 대비되면서 나타남과 사라짐, 주관과 객관, 개인과 군중의 이미지들로 중첩됩니다. 그러한 이미지의 중첩이 빚어내는 음영이 우리의 정서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지요. 시는 설명하는 게 아니라 제시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미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요? 이 진 흥 (시인) - 매일신문 //////////////////////////////////////////////////////////////////// 주제 : 정거장에서 직면한 한 장면의 생생한 인상 의의 : 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사상이 배제된 정확하고 선명한, 객관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 냄으로써 시의 회화화를 주창한 이미지즘(imagism)의 실천에 크게 기여함. 출처 : , (민음사, 1998). 내용 연구 군중 ~ 이 얼굴들 :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라는 말은 돌연히 의외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즉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군중들의 얼굴이 시인의 주관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까맣게 ~ 위의 꽃잎들 : 시인의 주관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들을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에 비유하고 있다. 축축한 검은 가지와 환한 꽃잎의 대조에서 꽃잎의 아름다움이 강조될 뿐 아니라, 시인이 받는 돌연하고 의외적인 인상이 강조된다. 이해와 감상 파운드는 창작 동기를 "나는 3년 전에 파리의 지하철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어린아이의 얼굴, 부인의 얼굴 등을 보면서 그 인상을 표현하려고 애썼으나 그 신선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을 만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중략) 나는 30행의 시 한 편을 썼지만 그것을 찢어 버렸다. 6개월 후에 그 반 정도의 시로 고쳤고, 1년 후에 2행의 짧은 시로 만들었다." 그는 '얼굴들'과 꽃잎들'을 대조시켜 이러한 대립이 빚어내는 묘한 효과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의 모더니즘은 다분히 한시(漢詩)와 비슷하다. 두 행의 시어의 선명한 대립이 빚어 내는 대구법, 감정의 배제는 한시에서 배워 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여간 이 시는 지하철 정거장에서 얻은 한 순간의 인상을 선명한 이미지로 나타낸 이 2행의 시는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이미지즘적 면모를 집약하여 제시하고 있다. 요점 정리 작자 : 파운드/정규웅 옮김 갈래 : 서정시, 이미지즘시 성격 : 서정적, 순간적, 시각적 표현 : 대구법 구성 : 대칭적 구성
444    [명시감상] - 황무지 댓글:  조회:3162  추천:0  2016-11-27
황무지(荒無地) /엘리엇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무녀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지요."죽고 싶어"] 보다 나은 예술가                            - 에즈라 파운드에게   I. 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 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태공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인자여, 너는 말하기는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 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 주나?> "일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하지만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적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유명한 천리안 소소스크리스 부인은 독감에 걸렸다. 하지만 영특한 카드 한벌을 가지고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 보세요, 그네가 말했다. 여기 당신 패가 있어요. 익사한 페니키아 수부군요.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이건 벨라돈나, 암석의 여인 수상한 여인이에요. 이건 지팡이 셋 짚은 사나이, 이건 바퀴 이건 눈 하나밖에 없는 상인 그리고 아무것도 안 그린 이 패는 그가 짊어지고 가는 무엇인데 내가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살당한 사내의 패가 안보이는군요. 물에 빠져 죽는 걸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에퀴톤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궁도를 직접 갖고 가겠다고 전해 주세요. 요새는 조심해야죠. 현실감 없는 도시,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밑으로 한 떼의 사람들이 런던 교 위로 흘러갔다.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음이 망쳤다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 이따금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각자 발치만 내려보면서 언덕을 넘어 킹 윌리엄 가를 내려가 성 메어리 울노스 성당이 죽은 소리로 드디어 아홉시를 알리는 곳으로. 거기서 나는 낯익은 자를 만나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 "스테슨! 자네 밀라에 해전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아닌 서리가 묘상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 II. 체스 놀이 그네가 앉아 있는 의자는 눈부신 옥좌처럼 대리석 위에서 빛나고, 거울이 열매 연 포도 넝쿨 아로새긴 받침대 사이에 걸려 있다 넝쿨 뒤에서 금빛 큐피드가 몰래 내다 보았다 (큐피드 또 하나는 날개로 눈을 가리고) 거울은 가지 일곱 촛대에서 타는 불길을 두 배로 해서 테이블 위로 쏟았고, 비단갑들로부터 잔뜩 쏟아 놓은 그네의 보석들이 그 빛을 받았다 마개 뽑힌 상아병 색 유리병에는 이상한 합성 향료들이 연고 분 혹은 액체로 숨어서 감각을 괴롭히고 익사시켰다 향내는 창에서 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자극받아 위로 올라가 길게 늘어진 촛불들을 살찌게 하고 연기를 우물반자 속으로 불어 넣어 격자무늬를 설레이게 했다. 동박 뿌린 커다란 바다나무는 색 대리석에 둘러싸여 초록빛 주황색으로 타고 그 슬픈 불빛 속에서 조각된 돌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 고풍의 벽난로 위에는 마치 숲 풍경이 내다보이는 창처럼 저 무지한 왕에게 그처럼 무참히 능욕당한 필로멜라의 변신 그림이 걸려 있다 나이팅케일은 맑은 목청으로 온 황야를 채우지만,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그 짓을 계속한다. 그 울음은 더러운 귀에 소리로 들린뿐, 그 밖에도 시간의 시든 꽁초들이 벽에 그려져 있고, 노려보는 초상들은 몸을 기울여 자기들이 에워싼 방을 숙연케 했다. 층계에 신발 끄는 소리, 난로 빛을 받아, 빗질한 그네의 머리는 불의 점들처럼 흩어져 달아올라 말이 되려다간 무서울 만치 조용해지곤 했다. "오늘밤 제 신경이 이상해요, 정말 그래요, 가지 말아요. 얘기를 들려주세요, 왜 안 하죠? 하세요. 뭘 생각하세요? 무슨 생각? 무슨? 당신이 뭘 생각하는지 통 알 수 없어요, 생각해 봐요." 나는 죽은 자들이 자기 뼈를 잃은 쥐들의 골목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해. "저게 무슨 소리죠?" 문 밑을 지나는 바람 소리. "지금 저건 무슨 소리죠? 바람이 무얼하고 있죠?" 아무것도 하지 않아 아무것도.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죠? 아무것도 보지 못하죠. 아무것도 기억 못 하죠?" 나는 기억하지 그의 눈이 진주로 변한 것을 "당신 살았어요, 죽었어요? 머리 속에 아무것도 없나요?" 그러나 오오오오 셰익스피어식 래그 재즈 그것 참 우아하고 그것 참 지적이야 "저는 지금 무얼 해야 할까요? 무얼 해야 할까요?" "지금 그대로 거리로 뛰어나가 머리칼을 풀어 헤친 채 거리를 헤매겠어요. 내일은 무얼 해야 할까요? 도대체 무얼 해야 할까요?" 열시에 온수 만일 비가 오면, 네시에 세단차. 그리곤 체스나 한판 두지, 경계하는 눈을 하고 문에 노크나 기다리며. 릴의 남편이 제대했을 때 내가 말했지- 노골적으로 말했단 말이야. <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이제 앨버트가 돌아오니 몸치장 좀 해. 이 해 박으라고 준 돈 어떻게 했느냐고 물을거야. 돈 줄 때 내가 있었는걸. 죄 뽑고 참한 걸로 해 넣으라고, 릴, 하고 앨버트가 분명히 말했는걸, 차마 볼 수 없다고. 나도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했지, 가엾은 앨버트를 생각해 봐. 4년 동안 군대에 있었으니 재미보고 싶을 거야. 네가 재미를 주지 않으면 다른 여자들이 주겠지. 오오 그런 여자들이 있을까, 릴이 말했어. 그럴걸, 하고 대답해 줬지. 그렇다면 고맙다고 노려볼 여자를 알게 되겠군, 하고 말하겠지. <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그게 싫다면 좋을 대로 해봐, 하고 말했지. 네가 못하면 다른 년들이 할 거야. 혹시 앨버트가 널 버리더라도 내가 귀띔 안 한 탓은 아냐. 그처럼 늙다리로 보이는 게 부끄럽지도 않니? 하고 말했지. (걔는 아직 서른 한 살인걸.) 할 수 없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릴이 말했어. 얘를 떼기 위해 먹은 환약 때문인걸. (걔는 벌써 얘가 다섯, 마지막 조지를 낳을 땐 죽다 살았지.) 약제사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그 뒤론 전과 같지 않아. 넌 정말 바보야, 하고 쏘아줬지. 그래 앨버트가 널 가만두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얘를 원치 않는다면 결혼은 왜 했어? <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그런데 앨버트가 돌아온 일요일 따뜻한 햄 요리를 하곤 나를 불러 맛보게 했지. <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 서두르세요. 닫을 시간입니다.> 빌 안녕. 루 또 보자. 메이 안녕. 안녕. 탁탁. 안녕. 안녕. 안녕, 부인님들, 안녕, 아름다운 부인님들, 안녕 안녕. III. 불의 설교 강의 천막은 찢어졌다, 마지막 잎새의 손가락들이 젖은 둑을 움켜쥐며 가라앉는다. 바람은 소리없이 갈색 땅을 가로지른다. 님프들이 떠나갔다.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노래 끝낼 때까지. 강물 위엔 빈 명도, 샌드위치 쌌던 종이도 명주 손수건도, 마분지 상자도 담배 꽁초도 그 밖의 다른 여름밤의 증거품도 아무것도 없다. 님프들은 떠나갔다. 그리고 그네들의 친구들, 빈둥거리는 중역 자제들도 떠나갔다. 주소를 남기지 않고. 레먼 호수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노래 끝낼 때까지. 고이 흐르라, 템스 강이여, 내 크게도 길게도 말하지 않으리니. 허나 등위의 일진 냉풍 속에서 나는 듣는다. 뼈들이 덜컹대는 소리와 입이 찢어지도록 낄낄거리는 소리를. 어느 겨울 저녁 가스 공장 뒤를 돌아 음산한 운하에서 낚시질을 하며 형왕의 난파와 그에 앞서 죽은 부왕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쥐 한 마리가 흙투성이 배를 끌면서 강둑 풀밭을 슬며시 기어갔다. 흰 시체들이 발가벗고 낮고 습기찬 땅속에 뼈들은 조그맣고 낮고 메마른 다락에 버려져서 해마다 쥐의 발에만 채어 덜그덕거렸다. 허나 등위에서 나는 때로 듣는다. 클랙슨 소리와 엔진 소리를, 그 소리는 스의니를 샘물 속에 있는 포터 부인에게 데려가리라. 오 달빛이 포터 부인과 그네의 딸 위로 쏟아진다. 그들은 소다수에 발을 씻는다. < 그리고 오 둥근 천장 속에서 합창하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여!> 투윗 투윗 투윗 적 적 적 적 적 적 참 난폭하게 욕보았네 테류 현실감이 없는 도시 려울 낮의 갈색 안개 속에서 스미르나 상인 유게니데스 씨는 수염도 깎지 않고 포켓엔 보험료 운임 포함 가격의 건포도 일람 증서를 가득 넣고 속된 불어로 나에게 캐논 스트리트 호텔에서 점심을 하고 주말을 메트로폴 호텔에서 보내자고 청했다. 보라빛 시간, 눈과 등이 책상에서 일어나고 인간의 내연 기관이 택시처럼 털털대며 기다릴 때, 비록 눈이 멀고 남녀 양성 사이에서 털털대는 시든 여자 젖을 지닌 늙은 남자인 나 티레지어스는 볼 수 있노라. 보랏빛 시간, 귀로를 재촉하고 뱃사람을 바다로부터 집에 데려오는 시간 차 시간에 돌아온 타이피스트가 조반 설거지를 하고 스토브를 켜고 깡통 음식을 늘어놓는 것을, 창 밖으로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마르고 있는 그네의 컴비네이션 속옷이 위태롭게 널려 있다. (밤엔 그네의 침대가 되는) 긴 의자 위엔 양말짝들, 슬리퍼, 하의, 코르셋이 쌓여 있다. 시든 젖이 달린 늙은 남자 나 티레지어스는 이 장면을 보고 나머지는 예언했다- 나 또한 놀러 올 손님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 여드름투성이의 청년이 도착한다. 국소 가옥 중개소 사원, 당돌한 눈초리, 하류 출신이지만 브랫포드 백만 장자의 머리에 놓인 실크 모자처럼 뻔뻔스러움을 지닌 젊은이. 식사가 끝나고 여자는 지루하고 노곤해 하니 호기라고 짐작하고 그는 그네를 애무하려 든다. 원치 않지만 내 버려둔다. 얼굴 붉히며 결심한 그는 단숨에 달려든다. 더듬는 두 손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는다. 잘난 체하는 그는 반응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네의 무관심을 환영으로 여긴다. (나 티레지어스는 바로 이 긴의자 혹은 침대 위에서 행해진 모든 것을 이미 겪었노라. 나는 테베 시의 성벽 밑에 앉기도 했고 가장 비천한 죽은 자들 사이를 걷기도 했느니라.) 그는 생색내는 마지막 키스를 해주고 더듬으며 층계를 내려간다. 불 꺼진 층계를...... 그네는 돌아서서 잠시 거울을 들여다본다. 애인이 떠난 것조차 거의 의식지 않는다. 머리 속에는 어렴풋한 생각이 지나간다. < 흥 이제 일을 다 치뤘으니 좋아.> 사랑스런 여자가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고 혼자서 방을 거닐 때는 무심한 손으로 머리칼을 쓰다듬고 축음기에 판을 하나 건다. < 이 음악이 물결을 타고 내 곁으로 기어와> 스트랜드 가를 따라 퀸 빅토리아 가로 따라왔다. 오 도시여, 나는 때로 듣는다. 로우어 템스 가의 술집 옆에서 달콤한 만돌린의 흐느끼는 소리와 생선 다루는 노동자들이 쉬며 안에서 떠들어대며 지껄이는 소리를, 그곳에는 마그누스 마아터 성당의 벽이 이오니아풍의 흰빛 금빛 형언할 수 없는 화려함을 지니고 있다.   강은 땀 흘린다 기름과 타르로 거룻배들은 썰물을 타고 흘러간다. 붉은 돛들이 활짝 육중한 돛대 위에서 바람 반대편으로 돌아간다 거룻배들은 떠 있는 통나무들을 헤치고 개 섬을 지나 그리니지 하구로 내려간다. 웨이얼랄라 레이어 월랄라 레이얼랄라 엘리자베스 여왕과 레스터 백작 역풍에 젓는 노 고물은 붉은 빛 금빛 물들인 조개 껍질 힘차게 치는 물결은 양편 기슭을 잔 무늬로 꾸미고 남서풍은 하류로 가지고 갔다. 진주 같은 종소리를, 하얀 탑들을, 웨이얼랄라 레이어 월랄라 레이얼랄라 [전차와 먼지 뒤집어쓴 나무들 하이베리가 저를 낳고 리치몬드와 큐가 저를 망쳤어요, 리치몬드에서 저는 좁은 카누 바닥에 누워 두 무릎을 치켜 올렸어요.] [저의 발은 무어게이트에, 마음은 발 밑에 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 그는 울었습니다. 그는 을 약속했으나 저는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무엇을 원망해야 할까요?] [마아게이트 모래밭. 저는 하찮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 다녔어요, 더러운 두 손의 찢겨진 손톱. 제 집안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 아무 기대도 없는] 랄라 카르타고로 그때 나는 왔다. 불이 탄다 탄다 탄다 탄다. 오 주여 당신이 저를 건지시나이다. 오 주여 당신이 건지시나이다. 탄다. IV. 수사 페니카아 사람 플레버스는 죽은 지 2주일 갈매기 울음 소리도 깊은 바다 물결도 이익도 손실도 잊었다. 바다 밑의 조류가 소근대며 그의 뼈를 추렸다. 솟구쳤다 가라앉을 때 그는 노년과 청년의 고비들을 다시 겪었다. 소용돌이로 들어가면서. 이교도이건 유태인이건 오 그대 키를 잡고 바람 부는 쪽을 내다보는 자여 플레버스를 생각하라, 한때 그대만큼 미남이었고 키가 컸던 그를. V. 천둥이 한 말 땀 젖은 얼굴들을 붉게 비춘 횃불이 있은 이래 동산에 서리처럼 하얀 침묵이 있은 이래 돌 많은 곳의 고뇌가 있은 이래 아우성 소리와 울음 소리 옥과 궁궐 먼산을 넘어오는 봄 천둥의 울림 살아 있던 그는 지금 죽었고 살아 있던 우리는 지금 죽어 간다. 약간씩 견디어 내면서 여기는 물이 없고 다만 바위뿐 바위 있고 물은 없고 모랫길뿐 길은 구불구불 산들 사이로 오르고 산들은 물이 없는 바위산 물이 있다면 발을 멈추고 목을 축일 것을 바위 큼에서는 멈출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 땀은 마르고 발은 모래 속에 파묻힌다 바위 틈에 물만 있다면 침도 못 뱉는 썩은 이빨의 죽은 산 아가리 여기서는 설 수도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다 산 속엔 정적마저 없다 비를 품지 않은 메마른 불모의 천둥이 있을 뿐 산 속엔 고독마저 없다 금간 흙벽집들 문에서 시뻘겋게 성난 얼굴들이 비웃으며 우르렁댈 뿐 만일 물이 있고 바위가 없다면 만일 바위가 있고 물도 있다면 물 샘물 바위 사이에 물웅덩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소리도 아니고 마른 풀잎 소리도 아닌 바위 위로 흐르는 물소리가 있다면 티티새가 소나무 숲에서 노래하는 곳 뚝뚝 똑똑 뚝뚝 또로록 또로록 허지만 물이 없다 항상 당신 옆에서 걷고 있는 제삼자는 누구요? 세어 보면 당신과 나 둘뿐인데 내가 이 하얀 길을 내다보면 당신 옆엔 언제나 또 한 사람이 갈색 망토를 휘감고 소리 없이 걷고 있어, 두건을 쓰고 있어 남자인지 여잔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간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요? 공중 높이 들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비탄 같은 흐느낌 소리 평평한 지평선에 마냥 둘러싸인 갈라진 땅 위를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위로 떼지어 오는 저 두건 쓴 무리는 누구인가 저 산 너머 보랏빛 하늘 속에 깨어지고 다시 세워졌다가 또 터지는 저 도시는 무엇인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현실감이 없는 한 여인이 자기의 길고 검은 머리칼을 팽팽히 당겨 그 현 위에 가냘픈 곡조를 타고, 어린애 얼굴들은 한 박쥐들이 보랏빛 황혼 속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날개치며 머리를 거꾸로 하고 시커먼 벽을 기어 내려갔다 공중엔 탑들이 거꾸로 서 있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종을 울린다, 시간을 알렸던 종소리 그리고 빈 물통과 마른 우물에서 노래하는 목소리들. 산속의 이 황폐한 골짜기 희미한 달빛 속에서 풀들이 노래하고 있다 무너진 무덤들 너머 성당 주위에서, 단지 빈 성당이 있을 뿐, 단지 바람의 집이 있을 뿐. 성당엔 창이 없고 문은 삐걱거린다 마른 뼈들이 사람을 해칠 수는 없지. 단지 지붕마루에 수탉 한 마리가 올라 꼬꾜 꼬꾜 꼬꾜 번쩍하는 번개 속에서. 그러자 비를 몰아오는 일진의 습풍 갠지스 강은 바닥이 나고 맥없는 잎들은 비를 기다렸다. 먹구름은 멀리 히말라야 산봉 너머 모였다. 밀림은 말없이 쭈그려 앉았다. 그러자 천둥이 말했다 다 우리는 무엇을 주었던가? 친구여, 내 가슴을 흔드는 피 한 시대의 사려분별로도 취소할 수 없는 한 순간에의 굴복, 그 엄청난 대담, 이것으로 이것만으로 우리는 존재해 왔다. 그것은 죽은 자의 약전에서도 자비스런 거미가 덮은 죽은 자의 추억에서도 혹은 텅 빈 방에서 바싹 마른 변호사가 개봉하는 유언장 속에도 찾을 수 없다. 다 나는 언젠가 문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단 한 번 돌아가는 소리 각자 자기 감방에서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한다. 열쇠를 생각하며 각자 감옥을 확인한다. 다만 해질녘에는 영묘한 속삭임이 들려와 잠시 몰락한 코리올레이누스를 생각나게 한다. 다 보트는 경쾌히 응했다. 옻과 노에 익숙한 사람의 손에. 바다는 평온했다. 그대의 마음도 경쾌히 응했으리라 부름을 받았을 때, 통제하는 손에 순종하여 침로를 바꾸며. 나는 기슭에 앉아 낚시질했다. 등위엔 메마른 들판. 적어도 내 땅만이라도 바로잡아 볼까? 런던 교가 무너진다 무너진다. < 그리고 그는 정화하는 불길 속에 몸을 감추었다> < 언제 나는 제비처럼 될 것인가>- 오 제비여 제비여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지탱해 왔다. 분부대로 합죠 히에로니모는 다시 미쳤다. 다다. 다야드밤. 담야타. 샨티 샨티 샨티                                                                 
443    詩에 독자들이 밑줄을 긋도록 써라... 댓글:  조회:2903  추천:0  2016-11-26
   마야꼬프스끼의 시에서 밑줄 그은 구절들 * 나는 장님이 되어가는 사람의 하나 남은 눈처럼 고독하다! (나) * 저녁이 녹슨 오보에를 연주할 때 (나) * 채색된 글자가 나를 뚫고 청어색 달빛 속을 뛰어다녔다 (거리의 움직임) * 병원처럼 앓아누운 남자들과 속담처럼 닳아빠진 여자들 (바지를 입은 구름) * 나에게 는 너무 작다 누군가가 나로부터 자꾸만 찢겨 나간다 (바지를 입은 구름) * 심장에 붙은 불은 애무로 꺼야 한다 (바지를 입은 구름) * 파우스트가 내게 무슨 소용인가! 나는 안다- 내 장화 뒤축에 박힌 못이 괴테의 환상극보다 더 무섭다는 걸! (바지를 입은 구름) * 나, 가장 빛나는 황금의 입 내 말은 육체에 이름을 지어 주고 영혼을 소생시킨다. (바지를 입은 구름) * 우리 영혼에 침전된 황금을 보았더라면 태양도 빛을 잃었으리라! (바지를 입은 구름) * 사십 년을 입어 나달나달한 옷 같은 눈동자 (바지를 입은 구름) * 내 심장은 꽃피는 5월까지 살아 본 적이 없소 내 삶에는 오로지 백 번의 4월만 있을 뿐이오 (바지를 입은 구름) * 우주는 별들이 진드기처럼 박힌 거대한 귀를 앞다리에 처박은 채 잠자고 있다 (바지를 입은 구름) * 내 비명 소리를 깎아 다음어 다이아몬드의 시(詩)로 만들었다. (등골의 플루트) *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씹어 온 부드러운 핑크빛 살점은 내 입맛에 안 맞아 (등골의 플루트) * 나는 다리 밑 센 강에 풍덩 빠진 채 썩은 이를 드러내고 너를 부른다 (등골의 플루트) * 벌거벗은 몸을 달빛에 태우며 (등골의 플루트) * 나는 벼랑에 로프로 영혼을 매단 채 말재간으로 속임수를 쓰며 앞뒤로 흔들거렸다 (등골의 플루트) * 비단옷 속의 수줍은 날개가 부풀어 오르도록 저 여자를 때려 주시오 (등골의 플루트) * 나는 오로지 극약만을 원한다 시의 극약만을 마시고 또 마시고 싶다 (등골의 플루트) * 저 작은 몸 속에 태양과 강과 산을 위한 공간이 있을까?! (나는 사랑한다) * 날마다 해를 보는 사람들은 배부른 소릴 하지, < 저 햇빛을 다 어디에 쓰지?> 그러나 그때 나는 벽에 비치는 한 줄기 해 그림자를 위해 세상 전부를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어. (나는 사랑한다) * 간판을 책 삼아 강철과 양철 페이지를 넘기며 알파벳을 익혔지 (나는 사랑한다) * 심장을 다스릴 기력이 내겐 없다 (나는 사랑한다) * 아, 도대체 몇 개나 되는지, 달구어진 육체에 봄처럼 설레는 심장이 스무 개나 박혔다! (나는 사랑한다) * 나의 짐(심장)은 너무 무거워 들 수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들고 간다 버리고 싶다 그러나 버리질 못한다! 갈빗대는 휘어지고 새장 같은 가슴은 그만 터져 버렸다 (나는 사랑한다) * 시란     라듐의 채취와 같은 거죠 1그램을 채취하기 위해                      일 년 동안 수고해야 합니다 한 개의 낱말을 위해                   천 톤이나 되는 언어의 광석을               소비해야 합니다 (세르게이 예세닌에게) * 시인은      언제나            우주의 채무자, 슬픔의      이자와           연체료를                  지불하지요 (세르게이 예세닌에게) * 우리는       당신네 환희를                   이해할 수 없어요 (좋아!) * 얼음장 위에            누워서 이빨을      덜덜          떨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담요와      애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공기가       과즙처럼               달콤한 땅은 실컷 돌아다니다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꽁꽁 얼었던       땅에 대한 애정은                      영원히                          식지 않는다 여위고 준엄한             그 겨울은 꿈나라로        영원히 가버린                    모든 이를                            덮어 주었다 (좋아!) * 시력을      회복하려면 온기가      필요하고 녹색 채소가           필요하단다 집에 가서         수프나 먹을 수는 없지 나는     사랑하는 이를                  찾아간다 녹색 꼬리가 달린                당근 두 뿌리를         들고서 그녀에게         과자니 꽃다발이니                         수없이 선물을 했었다 그러나      내 기억에              그 어떤                    선물보다                           고귀한 선물은 당근과      반 쪽짜리              자작나무 땔감이었다 나는 눅눅하고             볼품없고 빼빼 마른          장작을 겨드랑이에 끼고                들어갔다 그녀의 뺨엔 살아나는 홍조 그녀의 눈에 어리는                   비단의 광휘 녹색과      애무가 그녀의 눈을 치유했구나 (나는 사랑한다) * 나는    이      땅을         사랑한다 언제 어디서           창자와 위를     채웠는지는 잊을지언정           함께 배곯았던                        땅은 결코    절대로         잊을 수 없다! (나는 사랑한다) * 『조국』지가 도착했다. 나는 겉장을 열자마자 그림을 발견하곤 소리쳤다 : 「정말 우스워! 웬 아저씨가 아줌마랑 뽀뽀하고 있잖아.」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부록이 도착하여 진짜 웃어야 할 때가 되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전에는 나를 두고 웃었던 것이다. (나 자신) * 산수는 있을 법하지 않은 공부처럼 여겨졌다.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사과와 배를 셈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나 나에게 세지 않고 주었으며 나 역시 언제나 세지 않고 주었다. (나 자신) * 4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머리통이 돌에 맞아 깨진 덕분이었다(리온 강가에서 싸우다가). 재시험을 치룰 때 시험관이 동정을 했던 것 같다. ( 나 자신) * 앞날은 뻔했다. 평생 올바르긴 하지만 나의 생각이 아닌 생각을 책에서 끄집어 내고 삐라 문구나 적으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나 자신) * 깊이 없이 예쁘기만 한 것은 참지를 못했다. (나 자신) * M. 고리끼. 그에게 「구름」의 일부를 읽어주었다. 깊이 감동한 고리끼는 마구 눈물을 흘려 내 조끼를 흠뻑 적셔놓았다. 나의 시가 그의 기분을 뒤흔들어놓았나 보다. 나는 하마터면 우쭐댈 뻔했다. 그러나 얼마 후 고리끼는 조끼를 입은 시인만 보면 우는 습관이 있다는 게 밝혀졌다. 어쨌든 조끼는 아직도 잘 간수하고 있다. (나 자신) * 「구름」은 누더기가 되어 나왔다. 검열관이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놓았던 것이다. 여섯 페이지나 온통 점으로 찍혀 나왔다. 이때부터 나는 점과 쉼표를 미워하게 되었다. (나 자신)
442    "150 000 000" 댓글:  조회:2993  추천:0  2016-11-26
" 150 000 000 "         /// 마야꼬프스끼 이 시의 저자는 일억 오천만. 총알은 리듬           압운은 건물에서 건물로 날아다니는 불길. 일억오천만이 나의 입으로 말한다. 이 시를 인쇄한              인찰지는 광장의 자갈길. 윤전기는 광장을 밟는 발길. 달에게 물을 자 누구냐?                      태양에게 답변을 요구할 자 누구냐- 어째서      낮과 밤을 만들었냐고!? 도대체 누가 이 땅의 진정한 저자를 명명하리? 마찬가지로          나의             이              시 역시                    저자가 없다. 이 시의 의도는 한 가지,                       다가오는 내일을 비추는 것. 바로 올해,          바로 오늘 이 시간,                           땅 아래,                                  땅 위에,                                        하늘에,                                             그리고 더 높이 다음 같은 현수막과                  삐라와                       포스터가                              등장했다 : 《모든 이에게 고한다!                     고한다!                            고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모든 이여! 함께 나가자 가자! (서명) 복수-의전관. 굶주림-감독. 장검. 브라우닝 총. 폭탄.       (서기의             서명                 세 번)》 가자! 가자가자! 고, 고, 고, 고, 고, 고, 고, 고, 떨어진다!         반까!             께렌스끼 지폐를 짚신 속에 넣어라! 맨발로 회합에 가려는가! 러시아는 망했다!                가난한 러시아는 쫄딱 망했다! 새로운 러시아를 찾아보자.                         모든 이가 잘 사는 러시아를! 가자아아아! 그 자는 온몸에 금칠을 하고                           차를 마시고                                      과자를 먹는다. 나는 콜레라에 걸린 몸으로                   그에게 다가가리.                                티푸스에 걸린 몸으로                                                  다가가리. 그에게 다가가             말해 주리라 :                                            로이드 조지에게                                   가서 말해 주리라 :              기필코 그를 만나리         산 넘고 물 건너 잡으러 가리.                        러시아의 늙은 말이                                       그들을                                           얼마나 겁나게 할까. 괜찮다!      걸어서라도 간다! 가자가자! 숲속에서       잠자던             짐승들이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깨어                       으르렁거린다. 새끼 돼지는 코끼리한테 짓눌려 비명을 질렀고 새끼 짐승들은 자기네까리 정렬했다. 인가의 비명은 참기 어렵다. 그러나 짐승의 비명도                    더하면 더했지······ (여러분이 짐승의 언어를 모른다는 가정하에 그들의 포효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 < 들어라,        비곗살 뚱보                  윌슨! 인간이 저지른 죄이니                    그들을 벌주라. 그러나 우리는             베르사이유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우리,     짐승들이            왜 굶주려야 하는가? 뱃속의 슬픔은 인간에게 돌려주라! 한 번만이라도 실컷 먹고 싶다! 풀이 무성한 인도로 가자, 아메리카의 목장으로 가자!> 으휴!     비좁은 새장에 있으니 갑갑하다. 자동차여, 전지!               오토바이여, 회합으로! 쓰레기는 오른쪽으로!                    도로는 도로끼리!                                   도로는 끼리끼리 정렬했다. 도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무슨 말일까? < 굶주린 초원이 노변에서 아우성치니 먼지와 바람 땜에 견딜 수가 있어야지. 쇠약한 죄수들이 흐느끼며 끝없이 걷는 데는 이제 정말 진력이 났어. 우리도 아스팔트로 채워졌으면 싶어. 급행 화차를 떠받쳐주고 싶어. 먼지의 요람에서               흔들대는 포장도로여, 그만 자고 일어나라! 가자가자가자!> 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돌로 지은 저수지로 가자! 우리를 위해 씨 뿌려 만든                        검은                           빵을 달라! 배를 채워야           일을 하지! 기관차,      기관차,           회합으로! 빨리이이-!          더 빨리 더 빨리! 어이,     마을들이여,               출범하라! 아담의 시대부터              꼼짝 않고 서 있던 마을들, 뚤라에서 아스뜨라한까지                       큰 마을 작은 마을 줄을 지어         도시처럼 우르릉거리며                             몰려든다 늦게 온 어둠을 앞으로 몰아내며 등잔의 이마를 서로 부딪히며 가로등의 기둥처럼 저벅저벅 걸으며 불꽃의 군단이 회합으로 갔다. 익사체로 가득 찬 바다는 썩기 시작했고, 불과 물을 화해시키며 위로 솟아올랐다. < 천진난만한 카스피 해로 가자! 러시아로 돌아가지 말자! 병든 바꾸는 싫다.                  발랄한 니스의 해변에서 지중해의 파도와 함께 춤추다.> 그리고 마침내,              질주와                   소요를 벗어나 무한한 창공으로 빠져나온 러시아의 공기는 크게 한숨을 쉬고 구멍에서 터져나온 헝클어진 먹구름처럼 우레와 같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 가아자아! 가자가자! 그리고 이 모든               일억 오천만의 사람들, 십억의 물고기,              일조의 곤충,                         짐승,                             가축, 수백 개의 마을들,                 마을에 세워졌고                                아직도 세워졌으며                                거기 사는 모든 것,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것,                                     간신히                                          기어서                                              움직이는 모든 것, 이 모든 것이 용암처럼,                     용암처럼 터져나왔다! 그리고 한때 러시아가 존재했던                       땅에서 기적소리가 울려퍼졌다.                                           설탕 장사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야! 중요한 건 심장에 종소리가 고동치게 하는 거야! 오늘    우리는         석양에 걸려 있는 무지개의 틈을 통해 러시아를        낙원으로 보낼 것이다. 고, 고,      고, 고, 고, 고,                   고, 고! 가자가자!        백위군처럼 새하얀 눈밭을 헤치고! 어쩌자고 마을들이 수백 년 동안 현지사가 정해 놓은 지역에서 기어나왔는가? 하늘은 무엇을 듣고자 귀기울이는가? 지평선은 누구를 찾고 있는가? 도대체 왜          오늘              온 세상의                      눈길이 우리에게 쏠리는가, 그리고 왜 온 세상의 귀가                        우리의 작은 소리에도 긴장하는가. 그들이 보려 함은 그들이 들으려 함은 바로     마지막 한계까지 넘어버린                            혁명의 의지, 바로    사람도 짐승도                거대한 기구에 태워놓은 회합. 바로    일치를 맹세하며                  그곳,                      희박한 공기 속으로 뻗어올린 사람의 손,          짐승의 발,                   갑각류의 다리,                               개의 다리. 지상에서 울부짖는                 시인들은 잊어버리고          다음의 노래를 경청하라 : < 우리는 수도를 지나왔노라,                          툰드라를 뚫고 왔노라,                          진창과 수렁을 건너 왔노라. 수백만의 우리,              수백만의 근로자,                             수백만의 노동자, 일꾼이 왔노라. 우리는 아파트에서 왔노라,                    창고에서 왔노라,                                   불길 치솟는 시장에서 왔노라. 수백만의 우리,             부서지고                     깨지고                          망가진 물건들이 왔노라.> 우리는 산에서 내려왔고                      숲에서 기어나왔다.                                      오랜 세월 부식된 들판에서 왔다. 우리가 왔다,           사납고                우둔하고                       굶주린                            수백만,                                 수백만의 짐승. 우리가 왔다,            수백만의                    이교도,                          무신론자,                                  신성모독자. 녹슨 쇳조각 같은                이마를                     들판에 조아리고                                   모두 열심히 신께 기도하자. 나오라,       강철의 신, 불의의 신이여.              다정한 별들의                          침상에 누워 있는 신은 필요없다, 화성의 신도 필요없고                    해왕성의 신, 직녀성의 신도 필요없다. 살과 뼈로 만들어진 신,                     신-인간이여 나오라! 저 높은 곳, 별들의 숲속에 파묻힌 신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살아 있는 현세의 신이여,               나오라, 아니,     은 아니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우리 스스로가 기적을      만들어내리라. 그대 이름으로 투쟁하기 위해서 우리는 뇌성과             연기 속에서 뒷발로 일어선다. 끝없는 공허만을               창조한 신의 과업보다             세 배나 어려운 업적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의 과업은             신제국을 건설하고 계획하는 일.            또한 구제국을 되살리는 일. 목마름이여, 노래 불러라! 배고픔이여, 배부르게 먹어라! 시간이      몸통을 전투로 인도한다. 총알이여, 더둑 빗발쳐라! 겁쟁이들이게! 도망치는 인간들의 한가운데 퍼부어라, 자동 소총이여! 바로 이것이다! 영혼의 맨 밑바닥부터! 불길과      광휘와           강철과                 땡변으로 태우고       녹이고             자르고                   찢어라! 우리의 다리는             달리는 급행 열차. 우리의 팔은           초원에 먼지 바람 일으키는 거대한 부채. 우리의 지느러미는 기선. 우리의 날개는 비행기. 가자!     날자!         항해하자!                 구르자! 우주의 장부를 샅샅이 검토하자. 필요한 물건은,             그래 좋다,                      마음껏 취하고 필요없는 물건은               검은 십자가처럼                             과감히 버리자! 몽상가여        너는           우리 손에 죽으리라. 우리의 영혼 속엔                믿음 대신                        전기와                             증기. 거렁뱅이 대신-              전세계의 부를 착복하라! 낡은 것은 죽어야 한다.                     재떨이에 뼈를 버려라! 낡은 것은 사정없이 없애고 새로운 신화가 세상에 울리게 하자. 시간의 담장을 두 발로 밟아 뭉개고 하늘에 천 개의 무지개를 심어놓자. 시인들이 더럽힌               장미와 몽상이 신세계에 나타난다. 우리는      키다리 어린이.                  우리 눈엔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 낡은 장미를 꺾고                새로운 장미를                            고안해 내리. 장미는 신제국의 수도. 장미의 꽃잎은 수도의 광장. 그때가 되면           고통의 낙인이 찍힌 모든 이가         오늘의 형리(刑吏)에게 다가오리. 당신은      알게 되리라.                사람들은 빛을 타고 별에게 날아가는                         사랑처럼 다정하다는 것을. 우리의 영혼은             사랑스런 볼가강이                             합류하는 하구가 되리. 누구라도 헤엄쳐 오라. 눈에는      빛이 가득하리라. 좁은 강줄기,            그 지류마다 시정(詩情)을 실은 유람선이                         떠다니게 하리라. 세상은 우리가 써놓은 바 그대로 되디라. 현재에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영원히.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항상! 백 년     세월을 위해               싸우자,                    노래하자 : < 이는     최후의           결전이 되리라!> 목청을 다하려 찬가를 부르자! 백만 플러스!            곱하기 백! 거리마다!         지붕마다!                태양을 향하여!                    세상을 향해               민첩한 곡예사의 언어를! 이제     러시아는            거렁뱅이 부랑아도 아니고                      파편 더미도 아니고                                 잿더미 건물도 아니다. 러시아     전체가 단결하여                   한 명의 이반이 되었다. 이반의      팔은         네바 강, 발꿈치는 카스피 해의 초원. 가자! 가자가자! 걷지 말고 날자! 날지 말고 번개처럼 몰아치자! 화풍에 영혼을 씻자! 선술집과 목욕탕을                 지나가자. 북을 쳐라!          울려라, 북이여! 옛날의 노예는             이제 사라졌다! 쳐라쳐라!        울려 울려라!                   북이여! 이보게, 강철의 심장!                   이보게, 질긴 가죽! 북을 쳐라!          쳐라, 북을! 아니면, 아니면, 성공이냐 실패냐!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둥둥!     둥둥!         둥둥! 혁명은      황제의 이름을 앗아가고 혁명은      굶주린 군중을 빵집으로 데려간다. 그러나, 너, 러시아여,                   무섭게 솟구치는 회오리바람이여, 너에게는 어떤 이름을 주어야 할까?! 인민위원회의-             이반의 수뇌부, 법령도 그의 도약을 추월하지 못한다. 그의 심장은 하도 무거워 레닌도 가까스로 들어올렸다. 붉은 군대는 퇴각시킬 수도 있고 공산주의자는 감옥에 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반 같은 거인이                       넘으려든다면 그 어떤       관문이 저지할 수 있을까?! 이반이      뇌우로 우주를 놀라게 하며 무거운 걸음으로               지나가자 뇌성이 해안의 귓전을 강타하고 머나먼 나라에서 물보라가 솟았다. 상상의 등자에 발을 끼우자, 세월의 화약을 점유하자. 우리 스스로가 무한한 공간에 빛이 되도록 이 눈부신 환영을 따라 나아가자. 이제    영감의 바퀴를 반대로 돌려보자. 리듬을 새로 맞추자. 이 장(章)의 주인공은 윌슨. 배경은 아메리카. 오대양 육대주 어리들 보아도                            아메리카처럼 그렇게 위대한             마술의 나라는 없다. 아메리카의 도시는                 한 개의 나사 위에 세워져 있다. 도시 전체가 전기와 발전기와 기계로 이루어져 있다. 시카고에는          1만 4천개의 거리가                            햇살처럼 뻗어 있다. 모든 거리에는             길고도 긴                      7백 개의 샛길이 달려 있다. 시카고 생활은 정말 신기해! 시카고의        불빛은             하도 찬란해                       태양도 무색할 지경. 시카고에서는            모든 게 전기의 힘.                          손끝 하나 까딱하는 데도                                      전기가 필요할 지경. 시카고의        도로는             민첩한 곡예사.                         하늘까지 껑충                                     뛰어오른다. 시카고 생활은 정말 신기해! 시카고의        모든 주민은                  그 지위가 장구에 버금가고 직업이란 것은             고작 술집을 기웃거리고                                  하릴없이 쏘다니는 일. 술집에서는          별거별거                 다 먹을 수 있으니 시카고 생활은 정만 신기해! 정말 정말         신기해! 시카고의        소음은 하도 시끄러워 천 톤 만 톤           화물차도 꼬마의 조용한 몸짓처럼 생쥐의 바스락소리처럼                     그렇게                          그렇게                               들릴락말락. 기선을 타도           러시아 인들은 그 신기한 도시에 갈 수 없지. 층층이 올려진 궁궐은 우릴 위한 게 아니지. 나는 그곳에 홀로 외로이 술집에서 먹고 마셨다. 술집에서 양키들과 드라이진을 마셨다. 어쩌면 당신들도               언젠가 거기 가게 될지도. 그리하여 신기한 일들을 실컷 보게 될지도. 시(詩)의 날개를 타고 시의 장화를 신고 당신들도 아메리카를 구석구석 다녀보라! 마천루 꼭대기엔              비행기가 서니 비행선을 타고             훌쩍 날아오르자! 먼 발치의 다리들은 참새의 갈비뼈. 먼 발치의 시카고는                  대지에 찰싹 달라붙었다. 얼마 후,        까마득한 하늘로                      점점이 사라졌던 비행선은 유성처럼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진다. 지하철은        두더지처럼                 땅 밑에 터널을 파고 잠시 후엔 다시              지상의 광장. 광장을 메운 인파,                발도 떼어놓기 어려울 정도. 우리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표현으로는                 무슨 라나. 그것은 어떤 거리인가? 거기에는 무엇이 있는가? 거기 있는 것은              귀빈 호텔. 그것이 과연 호텔인지                    아니면 꿈속의 낙원인지! 그 호텔의         깨끗함과                 아늑함 속에 살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우드로우 윌슨. 어떤 건물이었는지는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겠다.                                              말해준다 해도 당신들은 안 믿겠지만, 세상에 그런 장소가 어디 또 있을까? 한눈에 훑어보기엔 너무도 광할하니. 보이는 것은            단지               한 모퉁이. 그러나 그것 또한                얼마나 희한한지! 태양의 세찬 열로 불려 만든                         쇠창살 울타리만 해도 그렇지. 옆으로 돌아가면               태산이 따로 없지! 수백 킬로미터,             아니 수천 킬로미터. 풍향계가 제7의 천국을 향해 팔랑이니 그 또한       신의 조화 아닌가? 층계도 물론 있다!                 그런데 오를 수가 없다! 기둥과 기둥 사이,               발코니와 발코니 사이,                                  주랑과 주랑 사이에 그 무수한 계단들, 셀 수도 없는 계단, 세다가 도중에             혼절해 버릴 듯! 어찌나 많은지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다다르면                 늙어 꼬부라져버릴 듯! 중간 중간 엘리베이터는                      일테면 노변의 여인숙. 여행 길에 굶어죽을까봐 공짜로 밥 먹여주는 곳. 입구에 도달하면               일렬로 줄을 서서 다섯 명씩 입장. 우선 3백 개의 객실을 지나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                    원 세상에! 거기서부터         다시 감도는 평화로운 정적. 정중하게 맞이하는 하인. 곤봉을 든         다섯 명의 하인. 그리고 또다시 곤봉.                   그리고 또다시 하인. 홀을 지나가면             또다시 하인. 하인 뒤에는           그보다 더 많은                        급사들. 사방 팔방 분주하게 오가는 급사들, 그 수는 하늘의 별만큼,                      천하의 사기꾼도 숨이 가빠 다 못 셀 정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이제는 다리가 아파           쉬었으면 하는 판에 더 볼 건 없겠지               밖으로 나가면 이게 웬걸,         응접실이 보이는지라. 들어가 봐야지- 문가에는 육척 장신 비서가 묵묵히 서 있는데 살며시 문을 열고 두 계단을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허, 놀라운지고! 윌슨의 머리 위에 솟은 것은 한낮의 태양이 아니라 수하례바 탑처럼 우뚝한 실크햇. 폭탄처럼 침을 뱉고 불길처럼 트림하고 온통 붉은 머리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니 보라, 저것이 바로 요크셔 돼지가 아니겠는가! 키는 어떤고 하니-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가 하도 멀어 대체 어느 정돈지 알 수가 없네! 총알을 장전하는 소린지                      잇새로 불어대는 휘파람인지 좌우간 소리가 아니라                    대포가 꽝 꽝. 주위의 사람들은 한낱 졸개들.                           굽신굽신 오가든지 아니면 오두막처럼                 발 밑에 서 있든지. 그의 두 뺨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고깃덩어리. 어서 와서        내 앞에 엎드려라                      명령하듯 흔들흔들. 의상은 하도 얇아                아예 아무것도 안 입은 듯. 시인의 섬세한 애무로 만들어진 의상. 윌슨의 속옷은            속옷이 아니라 소네트. 그네들의 시인이 지어 바친 시. 국사를 살피는 태도는 또 어떻고!                               하도 바빠 손이 쉴 틈이 없지. 어쩌면 일하다가 숨이 끊어질지도. 두툼한 손가락을               빙빙 돌리는데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이쪽으로 돌리면               어딘가 공장에서                             결제가 이루어지고 (허지만       내 원고료는 지급하지 않을 모양.) 저쪽으로 돌리면              우아한 스트라우스의 왈츠가 황금의 비처럼 궁전을 메운다. 윌슨의 식비는            상상도 못 할 금액. 게다가 과음           과식이 다반사니. 심지어 죽었을 때               시체가 썩지 않도록 기름 제조공과             수지 제조공이 대령해 있을 지경. 전 미국인은           그에게 바쳐진 신하. 그들은 자랑스레 말한다 :                    윌슨의 발 아래             그의 시종들이                         머리를 조아린 채 서 있다. 홀 안은        각종 링컨과                   휘트먼과                           에디슨으로 가득차 있다. 그의 수행원은             정선된 명문 출신의                               미동. 그의 작은 움직임에도귀를 세운다. 당신들은 아는가               유명한 오페라 가수                                아델리나 파티를? 그녀도 저기 있다! 혼탁한 담배 연기 속에 휘트먼이 서 있다. 전대미문의 리듬을 타고 그네처럼 흔들거리며. 샬랴핀은 미국 최고의 관등, 즉 에 임명되어 얼굴에 분칠을 하고 모자를 쓴 채 언제라도 노래 부를 준비가 되어 있다. 늙어서 모래성처럼 허약해진 교수들이 바닥을 모래 가루로 더럽히며 서 있다. 저 유명한 메츠니꼬프는 다소곳이 촛불의 심지를 자른다. 물론    학자들은            이론의 홍수에 이끌려                               이곳에                                    왔다. 에꼴 드 보자르의               화가들은                       무언가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리려는가. 이런 건 정말 아무데도 없다!                          모두들                               시장에 가려고                                           한 군데 모여들었다. 매일 아침         이 모든              뮤즈와 명예의 애호가들은 손에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가서는 고기도 사고           버터도 사고                     사고 사고                             또 산다. 시인의 왕이라는              무슨 롱펠로운가 하는 작자는 우유 단지를 백 개나 끌고 간다. 윌슨은 살이 찐다.                점점 기름기가 돈다. 뱃가죽에        비계가 층층이 쌓여간다. 간단히 덧붙이는 말 : 화가들은         윌슨과              로이드 조지와                          클레망소를 각기 다르게 그린다.                  콧수염이 달린 낯짝                                   맨송맨송한 낯짝- 하나 쓸데없는 일-                그것들은                        모두                           매한가지 아닌가. 농담은      이제 그만. 독자는       아메리카를                분명하게 상상할 수 있으니 이제 주된 사건으로                  넘어가자. 믿기 어려운           엄청난 사건의 핵심은 과연 무엇인가. 그날은      마치          내화성 석면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대지는 한여름의 땡볕 아래 녹아들었다. 바람이 톱니 써레처럼 대기를 파엎으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시카고의        폭염은 놀랄 만했다. 섭씨     80도는 될 성싶었다. 모두들 해변으로 갔다. 더러는 산책을 하고                  대부분은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의 잘 가꾼 몸에서                땀내가                     진동했다. 걸을 때도 헐떡헐떡,                  누워서도 헐떡헐떡. 아가씨들은 강아지를 쇠줄에 매어 끌고다녔다. 그리고      강아지는             송아지만큼                      피둥피둥했다. 한가로이 졸고 있는                  어느 귀부인의 콧구멍 속으로              더위에 지친 나비가 날아들어갔다. 어떤 이들은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며                     소리치길                                  혹은 소리치길 나무에서 솜털이 떨어졌다. 미모사 나무에서 떨어진 솜털은 흰색 비단과 옥양목 위에선                         분홍색을 띠었고                                   분홍색 위에선 흰색을 띄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은 충분히 오랫동안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미 한 시간 전부터 무언가 다른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들릴락말락한 저 소리, 숨을 헐떡이는 소리인가 아니면 바람소리인가.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에서                       물길이 솟구치는 까닭은 대체 무언가. 저게 무엇일까?             도대체 왜? 아침에       아메리카 전신국은                       시카고 라디오에        속보를 방송했었다 : < 태평양에 무서운 풍랑이 일고 있습니다.                               무역풍도 계절풍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시카고 근해에서 고기가 잡혔는데                           무척 신기한 물고깁니다. 털이 부숭부숭하고                커다란 코가 달린 물고기입니다.> 잠이 덜 깬 시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판단할 겨를도 없이 라디오는        또 다른 속보를                     방송했다 : < 물고기에 관한 보다는 거짓임이 밝혀졌습니다.                          술 취한 어부의 헛소리였답니다. 계절풍도 무역풍도 이제 정상입니다.                                  그러나 풍랑은 여전합니다.                                  아니 점점 더 심해집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박의 출항은 금지되었고                       큰 선박은                              작은 배들과 함께                                             묶여졌다.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앞을 다투어 날아드는 돈가방.                                         주식 거래소는 아비규환. 거리거리마다           쏟아져나온 군중으로                            인산인해. 호외!      라디오!             호외! < 무선 전보가 잘못 전해졌습니다.                              저 소리는 풍랑이 아닙니다. 다른 소리입니다.               적들의 전함이 울부짖는 소립니다.> 라디오는 사방으로 뉴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 뉴스를 논박하는 마지막의,        흥미진진하고                  센세이셔널한 새 뉴스가        이제 바야흐로 전해지고 있다 : < 저 푸른빛 물체는                 대포의 연기가 아니라 바다입니다. 전함도 없고           군함도 없고                     장갑함도 없습니다.                                    다만 이반이 있을 뿐입니다.> 이반이라니? 무슨 이반? 어디서 온 이반? 무슨 일로? 어떻게 생긴 이반?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어떤 설명도             믿을 수 없었고                          쓸모도 없었다. 그리하여 왕실 협의회가 소집되었다. 궁궐에선 밤새도록 불안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윌슨의 수상           아더 크루프는 횡설수설 뇌가리다                 시체처럼 혼절해 버렸다. 자본주의의 충실한 보호자 재무장관도 완전히 지쳐버렸다. 윌슨은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었고 새벽녙에는          단독으로 결투에 임할 것을                                  결심했다. 점점 다가오는 위난.                   2천 킬로,                           1천 킬로,                                   100킬로,                                           그리고······ 왕눈이 등대가              다가오는 사람의 실루엣을                                      발견하곤                                           이리저리                                                  비춰주었다. 여기 기록된 시들이여,                    리듬으로                           시간을 헤적이며                                         울려퍼지라! 트로이의 역사,             호머의 영웅에 관한 신화, 비록 부풀린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의 노래 속에서 다시 살아나거라! 그대의 전설을 더듬어 가노라니                             신의 은총으로 주어진 이 삶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제 어디로?            장소는? 어느 바다를 건너서? 번개처럼 아우성치는 특보보다는 침착한 시 구절이 낫지 않을까. 이반은 다르다넬즈 해협을 건너뛰었다. 터키 인들은           아연실색, 입을 헤벌리고 쳐다본다 :                        머리가 태산까지 솟구친                                             거대한 인간이 다르다넬즈 해협을 두 발로 걸어간다! 노인들은 슬그머니 도망치고                          젊은이들은 둑으로 나아간다.         반항과 청춘의 노래  
441    테트 휴즈 시모음 댓글:  조회:2852  추천:0  2016-11-26
 **마지막 시에서 '프리다'는 실비아와 테드 휴즈의 딸 이름. 나뭇가지에 앉은 매/테즈 휴즈 나는 눈 감고, 숲의 頂上에 앉아 있노라. 꼼짝하지 않고, 내 갈고리 머리와 갈고리 밤 사이에 사실을 왜곡시키는 꿈 없이 아니면, 잠자며 완벽한 살해를 연습하고 먹는다. 높은 나무들의 편리함이여! 공기의 浮力과 태양 광선은 내게 유익하고 내게 검열 받으러, 大地는 얼굴을 치켜드는구나. 내 발로 딱딱한 나무껍질 꽉 잡았다 내 발 하나, 내 깃털 하나 창조하는데 신이 창조한 온 우주가 필요했으니 이제 나는 내 우주를 내 한 발로 잡거나 날아 올라가, 온 우주를 천천히 회전시키노라- 우주가 모두 내 것이기에, 마음대로 죽이노라. 내 육체엔 궤변 없나니, 내 몸에 밴 행동이란 대가리를 떼어내는 것- 죽음을 배급하는 것. 내 유일한 航路는 곧장 산 자의 뼈 속을 뚫고 가는 것 나는 말로 내 권리를 주장하지 않노라. 태양이 내 등 뒤에 있다. 내가 생겨난 이후 아무것도 변치 않았나니 내 눈이 어떤 변화도 허용치 않았음이라. 나는 이처럼 만물을 유지하련다. 표범 원숭이들은 양지에서 하품하며 몸이 벼룩들은 존경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앵무새들 몸에 불 붙은 듯 비명 올리거나, 값진 매춘부마냥 산보객을 나무열매로 끌려고 우쭐대며 걷는다. 호랑이와 사자는 無爲에 지쳐 태양처럼 조용히 누워 있다. 구렁이의 칭칭 감긴 사리는 하나의 화석. 이 우리 저 우리 모두 빈 듯, 또는 숨쉬는 짚에서 잠자는 짐승들의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육아실 벽에 그려둘 만한 광경이다. 그러나 다른 관객들처럼 이들을 지나 달려가는 사람은 한 우리 앞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는, 어린이가 꿈을 응시하듯, 군중들이 최면에 걸려, 서서 응시한다 끝에 짧고 맹렬한 도화선이 달린 천공기 같은 두 눈을 따라, 성나 감옥의 어둠 속 달리는 표범을. 지루해서가 아니다- 눈이 불로 못보게 된 데 만족하고, 요란한 뇌 속의 피 소리로 귀가 먹어- 철창에 매달려 빙빙 도는 것은 그놈에겐 우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 신비가에 저 방이 존재하지 않듯 : 그놈의 큰 걸음새는 자유의 광야 : 그놈이 길게 내뻗는 발꿈치 밑에서, 온 세상이 돌고 우리 바닥 위로 모든 지평선들이 온다. 곤들매기 곤들매기, 길이가 삼 이치. 머리부터 발 끝까지 완전한 곤들매기, 호랑이 같은 금색 무늬 섞인 초록색. 알 때부터 살해자 : 악의에 찬 늙은 싱긋 웃음. 이놈들은 수면의 날벌레들 사이에서 춤춘다. 제 위용에 놀라 에머럴드 물 밑을 달리기도 한다. 곤들매기는 海底의 섬세와 공포의 실루에트. 자기들 세계에선 백 피트나 크다. 연못에서, 일사병에 걸린 수련 잎 밑에서- 그놈들의 고요한 우울 : 작년의 까만 잎 위에 통나무처럼 쓰러져, 위쪽을 지켜 보기도 한다. 아니면 수초의 호박색 동굴 안에 매달려 있기도 한다. 턱의 갈고리 꺽쇠와 송곳니들은 지금 와서 바꿀 수 없다는 것. 자기 도구에 정복당한 생명. 조용히 물을 반죽하는 아가미 그리고 가슴지느러미. 세 마리를 어항에 길렀다. 수초의 정글. 3인치와 4인치, 4인치 반의 곤들매기. 먹이로 물고기 새끼를 주었다. 갑자기 두 마리가 되었다. 마지막엔 한 마리로. 축 늘어진 배와 타고난 싱긋 웃음 정말 이놈들은 아무도 용서치 않는다. 무게가 6파운드, 길이가 2피트 이상되는 두 마리 분홍바늘꽃 속에 죽어 떠 있었다. 한 놈이 다른 놈의 목구멍 속에 아가미 밑까지 끼어 있었다. 바깥 눈이 노려보았다. 바이스로 꽉 죄어 고정시킨 듯한 눈 이 눈은 죽어 막이 줄어들었지만 바로 그 바이스 기계. 나는 낚시질 했다. 연못의 폭은 50야드 수련과 근육이 강한 잉어는 그들의 씨를 뿌린 수도원의 눈에 보이는 모든 돌보다 더 오래 남아 있었다- 고요해진 전설의 깊이. 연못은 영국처럼 깊다. 연못 속에 곤들매기가 있다. 너무 커서 움직일 수 없다. 너무 크고 늙어서 땅거미가 진 후엔 낚시줄을 던질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조용히 낚시줄을 던지고 낚시질했다. 어떤 것이, 어떤 눈이 움직일까봐 머리칼이 머리에 얼어붙었다. 캄캄한 연못에 고요하게 물 튀기는 소리, 떠다니는 수초의 숲을 침묵시키는 올빼미 소리가 희미하게 내 귀에 들려온다. 밤의 어둠 밑의 어둠이 풀어놓은 꿈, 주시하면서, 내 쪽으로 천천히 올라오는 꿈에 대항하여. 연가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의 키스는 그녀의 온 과거와 미래를 빨아냈거나 그러려고 했. 그는 다른 식욕이 없었다. 그녀는 그를 깨물었다. 그녀는 그를 물어뜯었다. 그녀는 빨았다. 그녀는 그가 완전히 자기 뱃속에 있기를 원했다. 영원히 영원히 안전하고 확실하게 그들의 낮은 신음소리는 파닥거리며 커튼 속으로 날아들어갔다. 그녀의 눈은 아무 것도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그의 두 손, 그의 두 손목, 그의 두 팔굽을 못박았다. 그는 그녀를 움켜잡았다. 인생이 그 순간에서 그녀가 끌어가지 못하도록 그는 온 미래가 정지하기를 바랐다. 그는 그녀를 두 팔로 껴안고 그 순간의 낭떠러지에서 無 속ㅇ로, 또는 영원, 또는 무엇이 있거나 그 속으로 굴러 떨어지고 싶었다. 그녀의 포옹은 그녀의 뼈 속에 그의 도장을 찍기 위한 거대한 압력이었다. 그의 미소는 거미의 물어뜯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시장끼를 느끼기까지 조용히 누워 있곤 했다. 그의 말은 점령군이었고 그녀의 웃음은 자객의 살해 기도였다. 그의 표정은 복수의 총알 단도 그녀의 시선은 무서운 비밀을 지닌 구석의 유령 그의 속삭임은 회초리와 긴 장화 그녀의 키스는 꾸준히 기록하는 법관 그의 애무는 무뢰한의 마지막 갈고리 그녀의 사랑의 묘기는 삐걱거리는 자물쇠 소리 그리고 그들의 깊은 신음소리는 마루바닥을 기어갔다. 큰 덫을 끄는 동물처럼 그의 약속은 외과의사의 재갈 그녀의 약속은 그의 두개골 꼭대기를 떼어갔다. 그녀는 그것으로 브로치를 만들곤 했다. 그의 맹서는 그녀의 힘줄을 모두 뽑아냈다. 그는 사랑 매듭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그녀의 맹서는 그의 두 눈을 포르말린에 담가 그녀의 비밀 서랍 뒤어 두었다. 그들의 비명은 벽에 박혔다. 그들의 머리는 쪼갠 수박의 두 쪽처럼 떨어져 잠들었으나, 사랑은 막기가 어려운 것 그들은 서로 얽혀 자면서 팔과 다리를 교환했다. 꿈 속에서 그들의 두뇌는 상대방을 인질로 잡았다. 아침에 그들은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했다. 개똥지바퀴 잔디에 앉은 주의 깊은 지바퀴는 무섭다. 생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강철 똬리-여유있는 까만 맹렬한 눈, 촉발되면 초감각적으로 움직이는 저 정교한 다리-움찔하며, 깡충 뛰어올라, 찌르며 순간을 덮쳐 꿈틀거리는 물건을 끌어낸다. 게으른 차일피일과 하품하는 눈초리가 없다. 한숨 쉬거나 머리를 긁는 일도 없다. 뛰기와 찌르기와 사나운 탐욕의 순간뿐. 그들의 삶에 이 탄환과 자동 목적을 주는 것은 일편단심의 크기를 가진 머리통인가? 아니면 훈련된 육체인가? 천재성인가? 보금자리 가득한 새끼들인가? 모차르트의 두뇌 속에 그런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자기 옆구리에서 새어나오는 피냄새에까지도 굶주려 자기 자신을 삼켜먹는 상어 입에도 그런 목적이 있었다 : 너무도 일사분란하여 어떤 회의도 잡아당길 수 없고 어떤 장애물도 굴절시킬 수 없는 능률성. 사람은 다르다. 말탄 영웅의 행위 널따란 책상에서 탁상용 일기장을 앞지르는 영웅적 행위 수년간 조그만 상아 장식품을 조각하는 영웅적 행위 : 인간의 행동은 그 자체에게 예배드린다- 허나 그에겐 그가 비록 그 예배의 기도에 전념하려 애쓴다 해도, 얼마나 시끄럽게, 얼마나 맹렬한 불의 공간 위에서 잡념의 마귀들이 떠들썩한 주연을 베풀며 호산나 찬송을 부르는가? 어떤 까만 고요한 바다의 황야 밑에서 그놈들이 우는가? 엉겅퀴 젖소의 고무 혓바닥과 사람의 괭이질 하는 손에 대항하여 엉겅퀴들이 여름공기를 찌르거나 검푸른 압력에 못이겨 딱딱소리 내며 터진다. 모두 각기 복수심에 찬 부활의 파열, 한 음큼 움켜쥔 산산조각난 무기, 부패한 바이킹의 땅 속 오점에서 밀로 올라온 아이슬랜드의 서리, 엉겅퀴는 창백한 머리칼 같고 방언의 喉音 같다. 모두가 핏빛 깃털을 쓴다. 그리고는 백발이 된다. 사람처럼. 베어버리면, 대를 두고 풀리지 않는 숙원이 된다. 엉겅퀴 자손들이 나타나, 무기로 빳빳해져, 같은 전쟁터에서 반격한다. 보름달과 꼬마 프리다 개 짖는 소리와 두레박의 풍덩소리로 줄어든 어느 시원한 저녁 한 때- 그리고 귀 기울이고 있는 너. 이슬의 손길로 팽팽해진 거미줄. 잔잔한 물 흘러넘치는, 들어올린 물통-그건 첫 별을 꼬여 떨게 하는 거울. 젖소들이 저 오솔길 따라 집으로 간다. 훈훈한 입김의 고리로 길 양편 산울타리들을 한데 묶으며- 흘리지 않은 젖을 엎지르지 않으려 조심조심 걷는 까만 피의 강, 수많은 큰 둥근 돌. 「달 봐!」 너는 갑자기 소리친다. 「달! 달!」 달은 뒷걸음질 쳤다. 깜짝 놀라 자기보고 손가락질 하는 작품 보고 깜짝 놀라 응시하는 예술가처럼. -『현대대표시인선집』(중앙일보사, 1982)에서
440    미국 시인 - 알렌 긴즈버그 댓글:  조회:3149  추천:0  2016-11-26
알렌 긴즈버그(Allen Ginsberg, 1926 – 1997)             긴즈버그의 여러 시작품가운데서, 초기의 대표 시라고 하는,        [하울](HOWL, 1956) – 하울은 우리말로, [짖음] 곧 개, 늑대 따위가        소리를 길게 빼어 짖는 것이다. 이 시는 장시며, I, II 로 나누어 있다.        우선, 몇 행만 읽어 보고자 한다.          I saw the best minds of my generation destroyed by madness, starving hysterical naked,        Dragging themselves through the negro streets at dawn looking for an angry fix,        Angelheaded hipster burning for the ancient heavenly, connection        To the story dynamo in the machinery of night,          나는 미치고, 굶주리고, 병적으로 흥분하여, 들어난 파괴된 나의 세대가운데서, 가장 좋은 사람을 보았다,        새벽에, 분노한 곤경을 찾는 흑인거리를 통하여, 그들 자신들을 오래        끌게 하기도 하고,        훌륭한 고대를 향해, 불타고 있는 천사의 머리를 한 비트 족,        밤의 (극 따위)의 꾸밈에서, 별처럼 빛나는 발전기에로 연결도 되고,   알렌 긴즈버그의 간추린 프로필.      알렌 긴즈버그는 1926년 6월 3일, NJ주의 뉴웍(Newark)에서, 태어났다. 루이스(Louis)와 나오미 긴즈버그(Naomi Ginsberg)의 아들이다.                                              1920년대의 뉴욕의 반문화 단체(Literary Counter – Culture)의        유태인 멤버이기도 하고, 긴즈버그는, 수개의 진보적 정치적 전망 사이에서, 승진해 갔다.      그리고, 공산당의 후원자인 긴즈버그의 어머니는, 나체주의(nudist) 였으며, 어머니의 정신건강이 긴즈버그 시인의 어린시절 동안에 관심이었다고 한다. 알렌, 긴즈버그는, 만해튼 아래쪽 서쪽 강변에 이사하기 전에, 컬럼비아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는, 기숙사 방의 안개낀 창문위에서, 외설(추잡한)의 글을 쓴 때문에, 대학에서 추방당하였다. 그리고, ‘푸른 광상곡’(Rhapsody in Blue)을 들으며, 이사 하기전에는, 예술인 촌, ‘그린위치 마을’(Greenwich Village) 술집에 드나들기도 하였다고 한다.      전기작가 Barry Miles에 따르면, 나오미의 병은, 아들, 알렌에게, 광적, 신경증, 정신병에 대한, 거대한 감정이입과 관용성(곧 내약력 – 耐藥力) 등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청년기(14–25세)로서, 긴즈버그 는 14세 때(1939년) 이지만, 월트 휫트만을 좋아한 기미가 있었으며, 고교를 졸업 했을 때는, 에드가 알렌 포(Edgar Allen Poe )가 마음에 드는 시인이라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긴즈버그는 1946년대, 컬럼비아대학에 입학허락이 된 후에, Williams S. Burroughs, Neal Cassady, Jack Kerouac, 등과 가까운 우정을 가졌다. 후에, 그들 모두가 ‘비트운동’을 지도하는 인물들이 되였다. 그리고, 긴즈버그는 뉴욕과 산프란시스코에서 비트족 세대의 지도하는 목소리이었다. 1954에 산프란시스코에 이주한 후에, 마이클 맥크루(Michael McClure)를 만났는데,  그는,  스승격인 조언자, 윌리암C.윌리암즈(Williams Carlos Williams)에 의해, 케네트, 렉로스 (Kenneth Rexroth)도 알게 되였다.    맥그루드는, 긴즈버그의 독서하는 반응에 대해, 그는 시를 끝까지 읽는다 라고 한다. 그리고, 긴즈버그는 [HOWL](울부짖음?)은 엘리엇 의 시, 황무지가 이전시대에 있었던 것처럼, 1956년에 나타났을 때, 그 시대에는 힘있는 시 이였다 라고 한다.    1956년에, 빛 서점(Lights Bookstore)에 의해 출판 되였으나, 외설(obscenity)때문에, 판매금지 당하였다. 하나, 그 세기에 가장 널리 읽힌 시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더욱,  22개 언어 보다 더 많게 번역이 되였다고 한다.                             긴즈버그는 다수의 시 선집 출판을 계속 하였다. 더욱, Kaddish와 다른시들(1961), 유성(혹성)소식(1968), 미합중국의 시들        (1973) 등으로, [국립 서적상]을 획득하였다. 또, 불랑스 문화장관상        (1993)을 받기도 하였다. 그 이후로, 긴즈버그는 뉴욕 부르크린대학        의 저명한 교수가 되였다.                긴즈버그는, 뉴욕시 에서 간장병(hepatitis)의 병발증(complication)으로, 72세로 사망하였다. (1997년. 4. 5. ) 그의 장지는 미확인.  끝.////////////////////////////////////////////////////////////////////// /@@너무 많은 것들   너무 많은 공장 너무 많은 음식 너무 많은 맥주 너무 많은 담배 너무 많은 철학 너무 많은 주장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공간 너무나 부족한 나무 / 너무 많은 경찰 너무 많은 컴퓨터 너무 많은 가전제품 너무 많은 돼지고기 회색 슬레이트 지붕들 아래 너무 많은 커피 너무 많은 담배연기 너무 많은 종교 너무 많은 욕심 너무 많은 양복 너무 많은 서류 너무 많은 잡지 지하철 속 너무 많은 피곤한 얼굴들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사과나무 너무나 부족한 잣나무 / 너무 많은 살인 너무 많은 학교 폭력 너무 많은 돈 너무 많은 가난 너무 많은 금속물질 너무 많은 비만 너무 많은 헛소리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침묵 (알렌 긴즈버그)
439    이육사 시 중문(中文)으로 읽다... 댓글:  조회:2899  추천:0  2016-11-15
李陆史代表作 2013년 12월 21일 01시 19분   작성자: 허동식 黄昏      李陆史 我拉开小屋的窗帘 恭敬迎来了一抹黄昏 之后,深感人如沧海一鸥 孤单且在凄迷 但我依然热望 握住黄昏的柔软之手 以滚烫的双唇问候 被黄昏覆盖的一切 我要安抚十二星宿闪耀的每一颗星辰 钟声消逝后在森林里忧伤不已的修女 坐在冰冷水泥地愁容满面的无数犯人 和他们久久微颤的心脉 即使是转瞬即逝的一刻 我还要热烈拥抱黄昏中的地球 行进于戈壁上的骆驼商队 绿丛中拉弓射箭的非洲人 五月的小屋内甚是静谧 或许明日我将重开绿色窗帘 但此刻,我只惜黄昏如悄然断声的溪水 一去不复返     青葡萄 七月里 我家乡的青葡萄 已成熟 木架上挂满了乡村的串串故事 藤儿上缀满了蓝天的粒粒梦幻 传说从悠远的大海 漂来一帜白帆的时日 穿着青色长衫的心上人 将悄然归至我身旁 我真想冒着冰凉露水 摘下甜美的青葡萄献给他 孩儿,请你在餐桌银盘边 备一枚白巾供他擦手       峰顶 残酷的季节之变 把我驱逐至这北国的一隅 在这天宇因疲惫戛然止步的高原 我傲然独立于刀剑般贫瘠的山陵上 已没有跪坐祈祷的一方 已没有暗自逃避的一处 我独自紧闭双眼梦想: 这漫长冬季 竟是钢铁般坚硬的彩虹   乔木 在野火焚燃的荒芜岁月 毅然指向高远的天空 断然藐视着春季里的平庸之花 抖去了一身的蜘蛛之网 阔步在遥遥远远的梦境里 断然告别着一切的无奈之恨 以孤零零的长影之像 潜进深蓝色湖水中 断然拒绝着风之慰藉    旷野 在很久很久以前 天开初始之眼时 此地未曾闻过一声鸡鸣 在连绵起伏的一座座山峦 仰慕远海而飘忽不定时 此地未曾有过丝毫的随从 之后在飞速流失的时光里 又轮回了无数个季节之变 此地已竟然拥有了一条大江之路 今日雪花飘零 梅枝独秀 我独坐于此地无限静寂中 轻声吟咏起一首寒怆之歌 我敢确信 很多年之后 骑乘白马的一位圣人 来到此地 将高声唤起我之心魂      花赞 东方泛白 昼间已来临 在暴阳流毒的日子里 你依然谱写着生命之歌 修炼起血色般的灿烂 一日清晨 我在北国的村口 探听到冰雪之下花音的萌动 和南飞燕子的誓言 于是我仿佛又望到了 在那遥远大海的中央 浮出一座美丽的花城 繁育依恋花意的人群之景象 所以我不觉高呼了他们的名
438    타고르 詩를 보다... 댓글:  조회:3263  추천:0  2016-11-14
타고르 1 밤이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새들은 잠적하고 바람은 잠에 골아있다. 밤거리 건축물들은 무언의 기립을 하고있다. 나의 발걸음소리에 나는 어딘가 수집어지는구나 나의 심장이 뛰는 소리에 나는 마음이 울렁거리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앉는 순간, 나는 전률한다. 눈길을 살풋이 내리면 밤이 깊어가고 바람속에 불빛이 아물거린다. 별하늘에는 구름이 가볍게 스쳐흐른다 드디어 나의 가슴에 보석이 반짝인다. 그 반짝임을 나는 감출수 없구나 2  그대여 물동이에 물을 담고 싶으면 오너라 나의 호수가로 오너라 호수는 너의 발길아래 찰랑거리며 속삭이려니 백사장에 먹구름 그림자 드리우고 숲에는 비안개가 어려있다 그것들은 아름다운 눈섶을 내리덮은 너의 머리카락이려니 나는 그대의 발걸음소리를 안다 내 마음을 두드리는 그 템포를 오너라 그대가 물을 긷고 싶으면 나의 호수가로 오너라 호수가에 임전하게 앉아 물동이를 호수에 띄워놓으라 풀밭은 짙푸르고 들꽃은 찬연하다 그대의 령혼은 반짝이는 눈길을 떠나서 새처럼 자유롭게 날으리 몸에 걸친 거치러움은 발끝에 흘러내리리 오너라 가벼운 靜坐를 원한다면 그대여 나의 호수가로 오너라 오너라 물속의 물장구를 즐긴다면 그대여 나의 호수가로 오너라 파아란 비단수건을 언덕에 놓으면 파아란 물결이 너를 안아주려니 물결은 너의 흰 목에 키스를 안길것이고 부드럽게 속삭이려녀니  오너라 물속에서 노닐고 싶다면 그대여 나의 호수가로 오너라 오너라 미친듯이 죽음을 희롱하고 싶다면 그대여 나의 호수가로 오너라 나의 호수는 맑고도 깊어라 나의 호수는 꿈없는 잠처럼 검기도 하여라 나의 호수에서 밤이 백주이고 노래가 침묵이여라 오너라 죽음을 희롱하고 싶다면 그대여 나의 호수가로 오너라 3   나는 무엇도 바라지 않는다 숲속의 나무아래 서있으면 미숙한 려명의 하늘에 떠도는 찬 이슬이 보인다 땅에 스미는 안개에는 습기젖은 풀냄새가 일고 있다 바얀나무 아래에서 그대는 소젖을 짜고 있구나 나는 바라보고 있을 뿐, 무언을 지킨다 마치도 새가 무성한 나무잎 뒤에서 은밀의 노래를 부르듯 망고나무에는 꽃이 활짝 피여있어 멀지않아 꿀벌들이 모여들것이다 못가에 있는 神殿의 문이 열리고 순례자들이 경문을 읽는 소리 들려온다 그대는 무릎에 놓은 젖병에 소젖을 짠다 나는 그 곁에서 빈 그릇을 들고 무언을 지킨다 그대를 지켜볼뿐 한발작도 다가서지않는다 어느덧 하늘에도 신전에도 종소리 우렁차고 달리는 말발굽아래 먼지가 자오록히 날린다 강변에서 물긷는 녀인들이 줄을 지어 오고 있다 그대의 발고리가 울린다. 소젖이 그릇에서 태동한다 나는 려명이 끝나도록 그대 곁에서 무언을 지킨다 4        나는 길을 간다. 정오가 간지 이슥한데 참대밭이 술렁이면서 비스름한 그림자를 만들어 흘러내리는 해빛을 부여안는 연고를 모른다 뻐꾸기도 노래에 지쳐있다 나는 길을 간다. 나무가 던지는 그늘이 물가의 초막을 덮고있어도 일하는 누구의 발고리소리가 즐거운 연고를 모른다 초막앞에 서있으면 오솔길이 망고밭과 채마전을 지나 멀리 촌사람들 신전과 나루터 시장에 닿는 연고를 모른다 초막앞에 발길을 멈추기는 하지만 몇해전 춘삼월 훈풍이 출렁거릴때 봄이 은근히 속삭이고 망고가 익어가던 연고를 모른다 강물이 솟아올라 나루터 계단에 놓은 물병을 어루만진다 춘삼월 훈풍이 출렁거리는 오늘, 나는 어째서 그림자는 짙어지고 소떼는 귀가를 할가고 생각해본다 목장에는 해빛이 식어가고 사람들은 나루터에서 배를 기다린다 나는 내가 드디어 귀로에 오르는 연고를 모른다 5         나는 한마리 사슴처럼 숲속을 질주한다. 자신의 고귀한 체향에 취  해있다 밤은 오월의 밤이고 바람은 남국의 미풍이다 나는 길을 잃고 헤매인다. 소유할수없것을 갈망하지만 흔히는 생각하지도 않던것을 소유하게 된다 내 욕정의 그림자가 나의 마음을 새여나와 춤을 춘다 그 빛나는 춤의 행적은 날아가버린다 잡아두려는 나를 떠나 날아가버린다 나는 소유할수 없는것을 갈망하지만 흔히는 생각지도 않던것을 소유한게 된다 6         손에 손잡고 눈길이 눈길을 지키면서 그대와 나는 마음의 려행을 시작한다 춘삼월 달 밝은 밤에 봉선화 향기가 진동하여 나의 피리는 땅에 놓여있고 그대의 화환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그대와 나의 사랑은 노래처럼 순결하다 그대의 귤빛 베일에 나의 눈길이 눈부시다 그대가 엮은 말리꽃 화환은 나의 마을을 미치게 하고 있다 이것은 주고 받고 사라지고 나타나는 게임이다. 웃음과 수집음과 부드러운 거절이 있다 그대와 나의 사랑은 노래처럼 순결하다 오늘을 내놓고는 아무런 신비함도 바라지않는다 무엇도 강구하지 않는다 미혹뒤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없다 암흑속의 방황이 없다 그대와 나의 사랑은 노래처럼 순결하다 모든 언어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침묵속에 영생한다 그대와 나는 손 들어 희망이 아닌 희망을 약속하지않는다 그대와 나는 주고 받는것으오만 만족한다 희열을 빚어 고통의 술을 제조하지않는다 그대와 나의 노래는 노래처럼 순결하다 7  그이는 날마다 오시고 돌아가신다 친구여 내 머리에 꽂은 꽃송이를 그이에게 선물하여다오 누가 보낸 꽃인가 물으시면 날마다 오시고 돌아가시는 그이에게 나의 이름을 일러주지 말어다오 그이가 나무아래 땅에 앉으시면 무성한 꽃잎으로 방석을 마련하여 다오 그이의 눈길은 우울하여 나의 마음을 괴롭히나니 그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시 돌아가실것이다 8  그이는 어찌하여 몸소 나를 찾으실가 나젊은 나그네는 어찌하여 새벽이면 내집 문앞에 군림하실가 내가 그이의 곁을 지날적마다 나의 눈길은 그이를 우러른다 나는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아니면 침묵을 행하면 좋을지 모른다 칠월의 밤은 어둡고 무겁다 가을의 하늘은 밝고 푸르다 남풍은 봄을 태운다 그이는 오실적마다 새 노래를 부르시는구나 9  그이는 나의 곁을 지나시면서 고운 치마작을 흩날린다 내 마음속 孤島에 봄이 휘몰아치누나 순간의 실중감이 나를 휩쓴다 마치도 락화가 바람속에 무럭무럭 쏟아지듯이 그이의 탄식과 부드러운 속삭임이 나의 마음에 수북하다  10 친구여 마음에 비밀을 만들지 말어다오 나하고 무엇이든 고백할수가 있다 부드러운 웃음과 고운 음성을 지닌 젊은이의 이야기는 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든는다 밤이 깊고 정원은 고요하다 새들도 잠자고 있다 눈물속에서 속삭임속에서 그리고 수집음과 고통속에서 너의 속비밀을 이야기하라 11 –그대께서 주시면 무엇이든지 받으렵니다 --그렇구나 마음을 알만하도다,너는 너는 나의 모든것을 구걸하는 걸인이로다 - 그대께서 시든 꽃을 주셔도 받겠습니다 --꽃에 가시가 있으면 어떻게 할거냐 - 참고 견디렵니다 --그렇구나 마음 알만하도다 너는 나의 모든것을 구걸하는 걸인이로다 - 그대께서 련민의 눈길을 주신다면 죽어도 행복합니다 --만일 그것이 잔혹한 마음이라면? -그것더러 영원히 나의 마을을 찌르게 하렵니다 --그렇구나 너의 마음 알만하도다 너는 나의 모든것을 구걸하는 걸인이로다   12 사랑이 슬픔을 준다 하더라도 너의 마음을 감금하지 말어다오    눈물과 노래와 함께 바치는것이 마음이려니    ---그대의 말씀이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은 환락속에서 이슬처럼 사라지지만 슬픔이 동반하는 사랑은 영생하려니 ---그대의 말씀이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련꽃은 해빛아래 피였다가 모든것을 지우고 겨울 안개속에 영생하나니 //////////////////////////////////////////// Lamp of the east   동방의  등불 by Tagore /타고르 In the golden age of Asia korea was one of its lamp-bearers and that lamp is waiting to be lighted once again for the illumination in the East.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東方的燈火 — 泰戈尔 早在亞洲黃金時期, 閃亮燈烛之一的高麗亞,(高句麗) 其燈火再次点燃之時, 你將成为東方之光。    
437    남미주 아르헨티나 문학 거장 - 보르헤스 댓글:  조회:2667  추천:0  2016-11-07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축복의 시                         -  마리아 에스떼르 바스께스에게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 내리지 말기를.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그 오묘함에 대한 나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신은 빛을 여읜 눈을 이 장서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여명마저 열정으로 굴복시키는 몰상식한 구절구절을 내 눈은 꿈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 낮은 무한한 장서를 헛되이 눈에 선사하네. 알렉산드리아에서 소멸한 원고들같이 까다로운 책들을. (그리스 신화에서) 샘물과 정원 사이에서 어느 한 왕이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어갔네. 높고도 깊은 눈먼 도서관 구석구석을 나도 정처 없이 헤매이네. 백과사전, 아틀라스, 동방, 서구, 세기, 왕조, 상징, 우주, 우주론을 벽들이 하릴없이 선사하네. 도서관에서 으레 낙원을 연상했던 내가, 천천히 나의 그림자에 싸여, 더듬거리는 지팡이로 텅 빈 어스름을 탐문하네. 우연이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필시 이를 지배하리니. 어떤 이가 또다른 희뿌연 오후에 이미 수많은 책과 어둠을 얻었지. 느릿한 복도를 헤매일 때 막연하고 성스러운 공포로 나는, 똑같은 나날, 똑같은 걸음걸음을 옮겼을 이미 죽고 없는 그라고 느낀다. 여럿인 나, 하나의 그림자인 나, 둘 중 누가 이 시를 쓰는 것일까? 저주가 같을지면 나를 부르는 이름이 무엇이 중요하랴? 그루삭이든 보르헤스이든, 나는 이 정겨운 세상이 꿈과 망각을 닮아 모호하고 창백한 재로 일그러져 꺼져 가는 것을 바라본다.     보르헤스의 시집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에 들어있는 '축복의 시'이다. 그의 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의 소설처럼. 보르헤스의 '픽션들' 역시 재미있다... 남미문학을 세계문학으로 이끈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의 시선집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그는 '픽션들' 등 소설로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문학적 출발점은 시다. 그의 내면이 담긴 이번 시집은 그의 문학과 삶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다.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내리지 마시라/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그 오묘함에 대한/나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높고도 깊은 눈 넌 도서관 구석구석을/나도 정처없이 헤매네' ('축복의 시') 보르헤스 스스로 손꼽는 이 시는 그가 거의 시력을 상실했던 국립도서관장 재임 시절 쓴 것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책의 바다에서 단 한줄의 글도 읽을 수 없는 극한적 불행을 그는 축복이라는 아이러니로 노래한다. 물리적 세계는 그에게서 사라졌지만 세계의 불행하고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보는 심안은 더욱 밝아진 것인지 모른다. 거리  /보르헤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들은  어느덧 내 영혼의 고갱이라네,  분주함과 황막함에 넌덜머리 나는  격정의 거리들이 아니라  나무와 석양으올 온화해진  아라발의 감미로운 거리  불후의 광대무변에 질려  대평원 그리고 참으로 광할한 하늘이 자아내는  가없는 경관으로 감히 치닫지 못하는  소박한 집들이 있는  자애로운 나무들마저 무심한 한층 외곽의 거리들  이런 모든 거리들은 영혼을 탐하는 이들에겐  행복의 약속이라네  숱한 삶이 집안에만 은거하길 거부하며  거리의 보호 아래 형제애를 나누고  우리네 희망이 부풀려진 영웅적 의지로  거리를 떠다니기에  깃발처럼 거리가  사방으로 펼쳐지네  우뚝 솟은 내 시에서  그 깃발이 하늘을 펄럭이기를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의 첫 시집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의 권두시다. 보르헤스는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시의 꿈을 키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다양한 공간, 예컨대 거리·잡화점·점방·담벼락·오두막·광장·길모퉁이를 사랑했다. 그 거리는 그의 영혼의 “고갱이”(중심)였고 “행복의 약속”이었다. 이런 점에서 시인은 공간에 의미의 꽃을 심는 자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송가 1960                            보르헤스 내 운명이라는 이 꿈을 주관하는  명확한 우연이나 은밀한 법칙이 바라네.  물방울인 내가 강물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순간인 내가 연속적 시간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그리고 으레 그러하듯 진솔한 대화가  신들이 사랑하는 의식과 어둠,  또한 시의 고상함에 호소하기를.  영광과 굴욕이 교차하는  다사다난했던 일백오십년을 품에 보듬는  아, 필연적이고 달콤한 조국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민음사, 우석균 옮김)   어제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봤는데, 특별히 한 팀을 응원해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심정적으로는 아르헨티나가 이기기를 바랬다. 독일에 비해 아르헨티나에 더 친밀감을 느끼거나 해서는 아니었고 남미의 다른 강호 브라질이 떨어졌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라도 올라가 남미와 유럽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좀더 공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이나 내 심정적인 응원과는 달리 아르헨티나의 참패로 끝났다. 개인적으로 아르헨티나를 응원하긴 했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왠지 독일이 이길 것 같다는 예감을 갖기는 했었다. 잉글랜드를 대파한 독일의 기세가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독일에 대패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좀 측은해  보이는 김에, 보르헤스의 시집 를 꺼내 읽어 보았다. 개인적으로 네루다의 시보다는 보르헤스의 시들를 더 좋아한다. 네루다는 초현실주의적 경향도 보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그는 서정시인이고 낭만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반면 보르헤스는 엘리엇과 같이 매우 주지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아무래도 번역된 서정시 보다는 번역된 주지주의 시가 더 이해하기 쉬워서 인지도 모르겠다.   송가 1960 이라는 제목의 위의 시는 아마도 아르헨티나 건국 150주년을 기념한 시인 것 같다. 시집에 별다른 배경 설명은 없지만 금년(2010)이 아르헨티나 건국 200주년이기에 당연히 1960년은 150 주년이었을 테고, "다사다난했던 일백오십년"은 아르헨티나의 건국후 150년 역사를 말하는 것이리라. 결국 아르헨티나는 1810년에 건국된 셈인데, 이 시기는 나폴레옹에 의해 스페인이 정복되고 남미 지역에 대한 스페인의 지배력이 현저히 약화된 이후의 일이다. 인접국인 칠레도 금년이 독립 200주년인 것을 보면 그 시기에 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일제히 독립을 쟁취한 것 같다.  보르헤스가 말했듯이 길지 않은 역사 동안 많은 아르헨티나에는 영광과 굴욕이 있었을 것이다. 페론주의-군사 쿠데타의 반복으로 상징되는 굴곡많은 정치사를 배경으로 아르헨티나는 호소력을 가진 문화들을 창출해 냈다. 보르헤스의 문학이 그렇고, 탱고 음악이 그렇고 종속이론에서 최근의 라클라우까지 이어지는 사회과학도 그렇다. 아르헨티나는 단순히 축구만을 잘하는 나라는 아닌 것이다.     " 물방울인 내가 강물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순간인 내가 연속적 시간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  개인과 역사에 대한 참으로 멋진 메타포이다. ================================================ ===================          
436    미국 녀류시인 - 에밀리 디킨슨 댓글:  조회:3890  추천:0  2016-11-07
신비에 쌓인 에밀리 디킨슨(EmillyDickinson) 여류시인에 관한 이야기ㅡ.     에밀리 디킨슨     If I ca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onto his nest,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약 내가   만약 내가 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한 생명의 아픔 덜어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줄 수 있다면, 기진맥진 지친 울새 한 마리,   둥지에 다시 넣어 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평생 독신으로 살며 흰옷만 고집한 채 자신의 방에서 칩거하며 은둔생활로 일관한 이 여류시인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미국 문학에서 차지하는 그녀의 비중은 너무도 크기에 그녀를 빼놓고는 미국 문학을 거론 할 수 조차 없다.   평생독신으로 살아간 그녀이지만.... 비록 실패한 사랑이지만 그녀에게도 사랑이 있었고 사랑의 실패는 그녀의 시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그녀의 은둔적 생활방식을 고착화 하는데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   대부분이 그렇지만 고난과 시련, 사랑과 이별, 또는 사랑의 실패와 같은 연단을 통해 아름다운 시가 탄생한다. 마치 진주 조개가 수 많은 고통의 산물로 찬란한 빛을 발하는 진주를 만들어 내듯이...          그녀에게도 일생동안 그녀의 감수성 가득한 마음을 차지했던 몇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직접 사랑을 주고 받은 여러건의 애정사가 확인되고 있지만....불행히도 그녀의 사랑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녀의 일생동안 그녀만의 시 세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랑으로 몇 가지가 거론이 되고 있는데...가족을 거느린 나이 많은 유부남 목사님을 사랑하기도 하였고, 또 자신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를 사랑하기도 하였고 또 때로는 나중에 자신의 이복 여동생이 된 여인과 사랑을 나눈 레즈비언이 아니었는가 하는 일부의 추측도 있지만.....어쨌거나 이런 예는 평범한 사람으로 납득이 잘 안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그녀의 감수성 높은 기질로 볼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섬세한 감각과 감수성, 예술적 감각을 지닌 그녀에게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무엇인가를 그들로 부터 끄집어내고 또 그것을 사랑하고 했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고 하겠다.   에밀리 디킨슨은 1830년 12얼10일 매사츄세츠주의 암허스트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아버지 에드워드와 정서적인 친근감이 다소 부족했던 어머니와의 사이의 3남매중 둘째 딸로 태어나 조용히 자랐는데... 그녀 어머니의 성격이 디킨슨의 기벽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수 있다.        디킨슨의 아버지 Edward Dickinson                      어머니  Emily Norcross Dickinson         오빠 William Austin Dickinson (1829-1895)    여동생 Lavinia Norcross Dickinson (1833-1899)     1800년대의 매사츄세츠 지역은 청교도 정신에 뿌리를 둔 삶이 근간을 이루었는데 그녀도 아버지의 종교적 관습과 기독교적 전통에 의해 자라났다. 에밀리는 교회와 아버지의 이러한 전통적 종교관과 관습에 도전을 하곤 하였고 그런 반항은 나중에 그녀의 시에서 강하게 작용을 하게된다.   디킨슨가는 암허스트의 유명한 가문이었다. 사실 디킨슨의 할아버지인 Samuel Fowler Dickinson은 암허스트 대학 설립자중 하나였고 그녀 아버지 Edward Dickinson은  변호사이면서 재단의 회계담당자였다. 그녀 아버지는 역시 매사츄세츠 주 상원과 하원, 그리고 매사추세츠 법원의 고위직으로 근무를 하였는데 디킨슨은 그녀의 부친과는 다르게 세속의 인기를 쫓거나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다.   디킨슨은 아버지의 종교생활과는 맞지않았는데 그녀 아버지는 행여 신앙에서 벗어나려 할지도 모르는 그녀의 의지를 꺾기위해 그녀가 읽은 책들을 검사하기도 하였다.   유명 정치인의 딸이었기 때문에 디킨슨은 암허스트 대학에 출석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 졸업후 그녀는 현재 Mount Holyoke 대학이 들어선 South Hadley 여자 신학교로 옮겼고 그 곳에서 감수성 깊은 소녀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 당시 그녀를 알던 사람들에 의하면 그녀의 눈은 사랑스런 적갈색으로 따스하고 부드러운 눈빛을 가졌고 머리카락은 길게 따아서 말았으며...깨끗한 피부와 고른 치아를 가진 소녀였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기품있는 태도로 대부분 즐거움을 주었지만, 조금은 수줍어하고 조용한 성격에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대학생활은 성공적이었지만... 디킨슨은 1848년, 단지 1년간의 신학교 생활을 마친후 그녀가 은둔생활을 시작한 암허스트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결혼하지 않았지만...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특별한 관계를 가져왔다. 디킨슨이 하얀색 드레스 옷만 입고 그녀가 선택한 특별한 몇 사람들과 그녀 자신만의 사적 공간에서 교류하게 된것은 바로 그녀가 신학교를 그만두고 돌아온 이후 부터이다. 모든 방문객 만나기를 거절하면서 디킨슨은 좀처럼 아버지의 집에서 나가려고 하지를 않았다. 디킨슨의 생애동안 그녀는 눈 치료를 위해 필라델피아로 한번, 워싱턴으로 한번, 그리고 보스톤에 몇번 여행한 것 외에는 여행을 하지 않았다.   디킨슨은 시를 쓰기 시작한 20대 초반에 가끔 그녀의 고향을 떠나 세상구경을 하곤 했지만 그 마저도 드문 일이었다. 다행히 이 시기에 디킨슨은 그녀의 생애에 영적 동반자와 안내자 역할을 한 두명의 아주 중요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한 명은 목사인 Charles Wadsworth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지방신문사 편집장인 Thomas Wentworth Higginson 이다. 이 두 명이 디킨슨에게 끼친 영향은 디킨슨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Samuel Bowles 이나 J.G. Holland  못지않다.   Charles Wadsworth 목사(1814~1882)   1855년, 그녀가 25살때 만난 41살의 Charles Wadsworth 목사(1814~1882)는 그녀의 시적 세계와 그녀 일생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필라델피아 여행중 그 곳의 장로교 목사였던 Charles Wadsworth를 만났는데 그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되었다. 그는  로만틱한 대상으로도 디킨슨의 출구역할을 했는데 그의 전통적인 칼비니즘적 행동양식이 그녀의 논리적인 추론에 유익한 촉매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디킨슨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 Charles Wadsworth는 독신이었는데 디킨슨이 시를 썼을때 믿고 보여줄 수 있는 로만틱한 사랑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는 디킨슨이 그녀의 시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설교에 있어서도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Charles Wadsworth의 종교적 신념과 추론은 에머슨의 난해한 가정과 초월주의자의 작품과 대비하여 디킨슨이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였고 더욱 예리하게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중에 디킨슨이 필라델피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그를... 그것도 결혼해 가정을 꾸린 Charles Wadsworth 목사를 아주 사랑했었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평론가들은 Wadsworth가 그녀가 쓴 수 많은 사랑에 관한 시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Thomas Wentworth Higginson (1823 ? 1911)   그녀가 상당한 시를 처박아두고 있을 때 그녀는 1862년 4월 15일 발간된 작자미상의 출판물에서 누군가를 조언자로 발견을 하게 되는데 그는 Thomas Wentworth Higginson으로 저명한 문인이었다.그녀는 그에게 4편의 시를 동봉해 평가와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Thomas Wentworth Higginson은 디킨슨에게 시집을 내는 것을 반대하는 충고를 했지만 그는 그 녀의 시에서 독창성을 발견하고 그녀의 남은 생의 개인교사가 되어 주었다. 그 것은 그녀의 시집출판 반대를 결정한 1862년 이후 부터이며 그 결과로 그녀의 생애에서 겨우 7편만의 시가 생전에 공개되었다. 그렇게 미루어둔 시는 그녀의 사후까지 기다려야 했다.   디킨슨은 시를 계속 썼지만 남북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녀는 정서적으로 많은 혼동을 겪게 된다.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는 그녀의 시에도 많은 변화를 주는데 이 시기에 800여편의 시가 쓰여졌고 그녀 일생중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의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그녀가 전쟁을 시의 소재로 삼지는 않았지만 전쟁 관련 시제는 그녀의 창작활동에 긴밀하게 작용을 하였다.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은 해는 치료차 유럽에 있던 에밀리의 친구인 Samuel Bowles,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갈보리 교회 목사로 새로 부임해 간 Charles Wadsworth,  그리고 연방군 장교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던 T.W. Higginson을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난 1862년 이었다.   디킨슨은 지속적인 눈병이 있었는데 그녀의 눈병은 1864년, 1865년에 그녀를 매사츄세츠주의 캠브릿지에 몇 달이나 치료차 머물도록 했다. 그녀는 되돌아 온후 1860년대 말까지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하지 않았으며 그녀 가족의 영역안에서만 줄곳 머물었다.   그 이후 디킨슨의 삶은 몇년이란 세월 안에 여러 죽음을 경험하면서 비탄에 잠겨 지내게 된다. 1874년에는 아버지가, 1878년에는  Samuel Bowles 이, 그리고 1881년 J.G. Holland가, 1882년에는 그녀의 어머니와 Charles Wadsworth 가, 그리고 1883년에는 그녀의 조카인 Gilbert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다. 이 수년간에 디킨슨의 주요 친구들과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 타계하고 그녀의 시는 더욱 더 죽음에 대해 강박관념이 심해지게 된다.   1884년 6월 14일, 디킨슨의 강박과 시적 사색은 그녀가 치명적인 병환에 처음으로 시달리면서 종말을 고하게 된다. 1885년 내내 디킨슨은 그녀가 평생동안 살았던 그녀 가족의 집안 침대에서 누워지냈다. 그리고 1886년 5월 15일 그녀는 55세를 일기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그 순간 세계는 가장 재능이 많고 통찰력이 있던 시인 하나를 잃었다.      그녀가 고독한 삶을 살았던 결과로 그녀는 그녀의 집필에 영향을 끼친 동시대의 다른 시인들 보다  더 예리한 그녀만의 언어에 충실할 수 있었다. 디킨슨의 시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이었는데 종종 성경이나 고전적인 신화, 그리고 암시나 참고로  세익스피어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녀 대부분의 시는 제목이 없고  오랜 식료품 리스트 같은 종이조각에 쓰여진 것이다. 그녀의 시집이 발간 되었을때만 해도 출판자는 그녀의 시를 친구, 자연, 사랑, 그리고 죽음이라는 명제로 그룹화해서 발간을 하였다.   디킨슨은 결혼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많은 분량에 걸친 사랑에 관한 시를 포함한  그녀의 애정사, 그녀가 사랑 했을지도 모르는사람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 쌓이고 있다.                 그녀의 소녀시절의 사랑, 그녀가 "나의 주인이시여!" 라고 표시한 Master 서한의 당사자, 그리고 그녀와 Otis 판사와의 관계는 이런 논란의 주된 근간이 되고 있다.   디킨슨의 학창시절 그리고 청소년시기에 여러명의 주목할 만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아버지 사무실의 법률학도 벤자민 뉴우튼(Benjamin Newton), 암허스트 대학생인 헨리바건 엠몬스(Henry Vaughn Emmons) 그리고 남동생 오스틴의 사형이며 암허스트 대 동창인 죠지 고울드(George Gould)이다   디킨슨 연구 전기작가는 1850년대에 디킨슨의 숨은 연인이었고 잠시 청혼했던 구혼자로 Gould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학설은 이를 새로 조명하고 있다. 그녀의 친한 여자친구- 나중에 이복동생이 된 Susan Huntington Gilbert, 그리고 서로 친구였던  Catherine Scott Turner Anthon 등이 디킨슨 전기 작가에게 관심을 받고있는데.... 이런 친구관계는 19세기의 전형적인 친구관계였던가 아니면 성적인 관계로 까지 이어졌던 더 긴밀한 관계였는지 작가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그녀의 사후 발견된 작품중  Master라고 표현한 세장의 편지 원고는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어디로그 편지를 발송하려고 했는지를  입증시켜줄 아무런 증거도 없다. 가장 창작활동이 왕성한 시절에 쓰여진 이 편지들은 수취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첫 번째 것은 1858년 봄에, 나의 사랑하는 Master(주인님)에게.../ 제가 병이 날 것 같아요... 라고 시작이 되고 있고... 두번째 것은 1861년 초에  오, 제가 그 것을 어겼어요...라고 쓰여져 있으며, 세번째 편지는 1861년 여름에...Master....그대가 총 맞은 새를 보신다면...이라고 시작이 되고 있다.   디킨슨이 30세 경에 쓴 이 Master 편지는 실제 원고에 불과하지만 그녀의 여동생 Lavinia는 그녀가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그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디킨슨의 집 서재에서 2000여편의 미발표 시와 함께 그 편지는 보관되어 있다가 발견되었다.   디킨슨의 전기작가 故 Richard Sewall은 그 편지를 평범하지 않은 아주 인간적인 서한으로 단숨에 숨이 막히고 놀랄만한 것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그 것들이 을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믿는다.  그녀가 이제 막 위기를 통과하고 있는 -  디킨슨이 사랑에 빠져 겪는 위기를 ...  디킨슨은 그렇게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는 뉴 잉글랜드 외곽에 사는 유부남과의 사랑에 빠진 것을 암시한다. 여러해 동안  학자들은 그녀가  Master라고 부를만한 여러명의 남자 대상을 찾았다. 제일 일반적인 것이 Charles Wadsworth 목사였고 그리고 Springfield 신문의 편집장인 Samuel Bowles 였다. 디킨슨의 몇 편의 시를 실어준 신문은 Samuel Bowles의 신문이었다. 그녀의 생애에서 오직 한번 발행된...그 서한이 디킨슨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어휘력에 대한 주목할 만한 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서한들은 문학적 영향에 관한 연구와 누가 수취인 이었는지에 대한 동시 관심사로 계속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가족들과 친구였던 신문사 편집장이자 발행인 이었던 Samuel Bowles, 암허스트 토박이 과학자이며 교육자였던 William Smith Clark, 디킨슨이 필라델피아에서 설교를 듣던 Charles Wadsworth, 그뿐 아니라 George Gould 와 Susan Dickinson 등 장황한 사람들이 그 Master의 주인공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렇듯 디킨슨에 대한 많은 것들은 이렇게 비밀에 쌓여 있으며, 아직 대상이 누구였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Master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그 시대의 명쾌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인의 사생활 공개는 여기서 멈춘 채로 남아있을 것이다.   Otis Phillips 경 (1812-1884)     초로(初老)의 길에서 디킨슨은 그녀 아버지의 친구였던 Otis경과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디킨슨의 말년, Otis Phillips 경과의 로망스는 디킨슨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경과 그의 아내 엘리자벳은 디킨슨 부친인 에드워드 디킨슨 가족과 보수적 정치성을 함께 나눈 가장 친숙한 이웃이었다. 1859년, 경은 매사츄세츠 대법원 대법관으로 임명되어 봉직하였다. 그와 디킨슨과의 관계는 Otis 판사의 아내인 엘리자벳이 세상을 떠난후 발전되었다.   에밀리 디킨슨의 친필 원고   Otis 경과 관련하여 그 당시 쓰여진 15편의 친필 원고가 겨우 남아있는데 그들은 모두 습작 또는 단편적인 형태의 것들이다. 일부구절은 경과 디킨슨의 결혼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은둔시인이 매사츄세츠주의 Salem에 있는 경의 집에 이주하기를 동의했는가 라는 것은  경의 건강이 쇠약해 졌기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 경은 1884년 디킨슨에 2년 앞서 세상을 떠났다.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That perches in the seol And sings the tune without the words And never stops at all And sweetest in the gale is heard; And sore must be the storm That could abash the little bird That kept so many warm. I've heard it in the chilliest land And on the strangest sea; Yet, never, in extremity,  It asked a crumb of me!     희망은 날개 달린 것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 가운데 앉아 가사 없는 노래 부르네 그치지 않는 그 노래 모진 바람 불 때 제일 감미로워라 많은 사람 따뜻이 감싸준  그 작은 새 당황케 할 수 있다면  참으로 매서운 폭풍이리  나는 가장 추운 땅에서도 가장 낯선 바다에서도 그 노래 들었네 하지만 아무리 절박해도 그것은 내게 먹이를 달라 하지 않았네       디킨슨 개인사의 실체가 무엇이었든 그녀의 시는 죽음, 자연, 그리고 영적인 것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연상시키는 그런 언어들로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열정을 탐구하고 있다.    디킨슨은 암허스트에 있는 그녀의 아버지 저택을 맴돌던 실연당한 독신 여성이었지만 그녀의 시의 이면에 있는 열정은 시에 나오는 신이나 수퍼맨 또는 가공 인물이건 간에 상당한 영감을 가진 것들이었음이 분명하다.   디킨슨의 사랑도 평범한 끌림과 연심(戀心)...그리고 실패로 상당히 평범하였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하지만 디킨슨은 그 것들을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켰고 영적인 희열과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였다.       That Love Is All There Is  That Love Is all there is,  Is all we know of Love;  It is enough, the freight should be  Proportioned to the groove.  이 세상에는 사랑뿐  이 세상에 사랑 밖에 없다는 것,  사랑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그 것뿐, 그러면 충분하지, 사랑의 무게는 골고루  고랑에 나누어져야 하겠지.        이복 동생 Susan Huntington Gilbert Dickinson (1830-1913)   1882년 9월,  Amherst 대학의 천문학자인 David Todd의 활달한 성격의 와이프인 Mabel 여사는 디킨슨과 그녀의 여동생 Lavinia 를 위한 피아노 연주회에 초대 되었는데, 그 때 이복 자매인 Susan Dickinson으로 부터 불평을 듣게 되는데... "그들 누구도 도덕성을 소유하지 않았다.  내가 어느날 화실로 들어섰는데 디킨슨이 어느 남자의 팔에 안겨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라고 못 마땅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Susan은 앞서 말했지만 일부 전기 작가로 부터 디킨슨과 동성애 관계가 아니었나 의심받고 있기도하다.)   그 사람은 앞서 말한 Judge Otis 경이라고 항간에 많이 추정이 되고 있는데 그는 그녀 아버지 세대의 홀아비로 그녀에게 그의 말년에 청혼 했으나 정중하게 거절당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것도 모르시나요?  그녀는 수줍지만 단호하게 썼다. 내가 거절하고 허락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신이 더 행복하지 않을런지요? 라고... 사랑은 나누었지만 결혼은 거부한 것은 감성이 깊은 디킨슨의 성격상 육적인 관계보다도 정신적, 영적인 것이 앞선 사랑이었고 또 명문가인 디킨슨가의 지역사회에서의 평판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디킨슨이 그녀의 생활공간 안에서 만든 개념은 우리에게 매우 낯설고 Judge Otis 경 과의 초로의 사랑은 디킨슨의 대중적인 지식에 결코 한 부분도 될 수 없었다.  디킨슨이 치매가 들때 까지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 평범하고 로만틱한 관계에서 오는 기쁨과 경험으로의 발견은  너무도 멀고 멀어 무거운 돌처럼 가라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디킨슨이 평소에 입었던 하얀 드레스     에밀리 디킨슨은 2층 자기 방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소위 을 기반으로 독특한 시를 썼다. 월트 휘트먼과 함께 미국 시의 양대 창시자로 꼽히는 디킨슨은 휘트먼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수 많은 사진을 찍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겨우 열여섯 살에 떠돌이 사진사가 찍은 은판 사진이 한 장 남아 있을 뿐이다.   I died for beauty   I died for beauty, but was scarce Adjusted in the tomb, When one who died for truth was lain In an adjoining room.  He questioned softly why I failed? "For beauty," I replied. "And I for truth - the two are one; We brethren are," he said.  And so, as kinsmen met a-night, We talked between the rooms, Until the moss had reached our lips, And covered up our names.     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죽었다네   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죽었지- 그런데 무덤에 적응이 되자마자, 진실을 위해 죽은 사람이 바로 옆 방에 눕혀졌지-   그는 내게 '왜 이곳에 왔냐?'고 속삭이며 물었지 "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대답했지- "나는 진실을 위해서- 그들은 한 몸이니- 우리는 형제로군" 그가 말했지-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친척처럼 밤에 만나- 무덤의 방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지- 이끼가 번성하여 우리의 입술에 닿을 때까지- 그래서 우리의 이름을 덮어버릴 때까지-     MARCH   Dear March, come in! How glad I am! I looked for you before. Put down your hat - You must have walked - How out of breath you are! Dear March, how are you? And the rest? Did you leave Nature well? Oh, March, come right upstairs with me. I have so much to tell     3월    사랑하는 3월님, 어서 들어 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 놓으시지요 - 아마 걸어오셨나보군요 - 그렇게 숨이 차신걸 보니. 사랑하는 3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오,3월님, 저하고 바로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게 얼마나 많은지요.           왜 그녀가 그토록 평생을 흰 옷만을 고집했는지.....   아마도 사랑의 대상에 대한 그녀만의 순결과 사랑의 표현방식은 아니었을까....   물론 세월에 따라 실연을 당하고 그 결과로 대상이 바뀌어 갔지만....   그녀 가슴을 채우던 사랑을 향한 하얀 열정이었으리라.       하얀 흰 옷을 입은채 오늘도 가슴 속으로 난 창을 서성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   그런 사랑을 가진 사람이라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리라.....       언제나 그리움의 파편으로 가슴에 난 구멍을 메꾸고 있을 하얀 영혼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   그들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조용한 이 밤이다.  
43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사랑할 날 얼마나 남았을가... 댓글:  조회:4322  추천:0  2016-11-06
유명한 시인의 시모음(@@ 클릭해 보기...)           강우식  어머니의 물감상자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고 은  눈길  머슴 대길이  문의 마을에 가서  자작나무숲으로 가서  화살   곽재구  계단  사평역에서  새벽 편지   기형도  가을무덤  엄마걱정  안개  식목제   김광규  상행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균  노신  설야  시인  와사등  추일서정   김광섭  변두리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  해바라기   김기림  바다와 나비  연륜   김남조  생명  설일  정념의 기   김남주  시인은 모름지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동환  국경의 밤  산넘어 남촌에는  북청 물장수   김명수  하급반교과서 김명인  겨울의 빛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수영  눈  사령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푸른 하늘을  폭포  풀   김억  봄은 간다   김영태  멀리 있는 무덤   김종길  성탄제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민간인   김준태  참깨를 털며   김지하  둥굴기 때문에  무화과  이 가문 날에 비구름  초파일 밤  타는 목마름으로  푸른 옷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분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현승  가을의 기도  눈물  아버지의 마음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김혜순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나희덕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노천명  자화상  사슴   도종환  가을비  담쟁이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접시꽃 당신  흔들리면서 피는 꽃   문병란  직녀에게   박남수  아침 이미지   박두진  도봉  묘지송  어서 너는 오너라   박목월  나그네  나무  난   박봉우  휴전선  나비와 철조망   박양균  꽃   박용철  떠나가는 배   박재삼  수정가  울음이 타는 가을강  추억에서  흥부 부부상   박형준  장롱 이야기   백 석  고향  나와 나타샤화 흰 당나귀  수라  여승  팔원  흰 바람 벽이 있어  백석의 시어사전   복효근  춘향의 노래   서정주  견우의 노래  무등을 보며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추천사  춘향 유문   송수권  산문에 기대어   송찬호  구두   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갈대  나목  나의 신발이  농무  목계 장터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너에게  봄은  산에 언덕에   신동집  오렌지   신석정  꽃덤불  슬픈 구도  어느 지류에 서서  임께서 부르시면   심훈  그 날이 오면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고추밭  너에게 묻는다  모닥불  연탄 한 장  우리가 눈발이라면   양성우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오규원  개봉동과 장미  프란츠 카프카   오세영  그릇1   오장환  고향 앞에서  여수   유치환  깃발  바위  일월   유하  생(生)   윤동주  간  길  또 다른 고향  서시  쉽게 씌어진 시  십자가  아우의 인상화  참회록   이병기  매화2  박연 폭포   이상  거울  운동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성부  벼   이승하  이 사진 앞에서   이시영  마음의 고향6 - 초설 -   이용악  그리움  낡은 집  다리 위에서  오랑캐꽃  전라도 가시내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이육사  교목  꽃  노정기  절정  청포도   이한직  낙타   이해인  살아 있는 날은   이형기  낙화  폭포   이호우  개화   임 화  우리 오빠와 화로  자고 새면   전봉건  피아노   정 양  참숯   정지용  삽사리  인동차  장수산1  향수   정한모  가을에  몰입   정호승  겨울 강에서  또 기다리는 편지  수선화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폭풍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조지훈  마음의 태양  병에게  봉황수  승무   조태일  가거도   주요한  불놀이   천상병  귀천  나의 가난은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최두석  노래와 이야기  성에꽃   최승호  북어   한용운  나의 노래  님의 침묵  당신을 보았습니다  찬송  타고르의 시'Gardenisto'를 읽고   한하운  자화상  전라도 길  파랑새   함민복  긍정적인 밥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       유명한 시인, 시 모음 (222인) (보고픈 제목 클릭)   - 가-     산에 언덕에(신동엽) 가는길(김소월)   산유화(김소월) 가을에(정한모)   살구꽃 핀 마을(이호우) 가을의 기도(김현승)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박인환) 가정(박목월)   상리과원(서정주) 가정(이상)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 간(윤동주)   새(박남수) 갈대(신경림)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황지우) 강강술래(이동주)   샘물이 혼자서(주요한) 개화(이호우)   생명의 서(유치환) 거울(이상)   생의 감각(김광섭) 검은 강(박인환)   서시(윤동주) 겨울바다(김남조)   석문(조지훈) 견우의 노래(서정주)   설날 아침에(김종길) 고풍의상(조지훈)   설야(김광균) 고향(백 석)   설일(김남조) 고향(정지용)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고향 앞에서(오장환)       광야(이육사)   성탄제(김종길) 교목(이육사)   성호부근(김광균) 국토서시(조태일)   손무덤(박노해) 국화 옆에서(서정주)   쉽게 쓰여진 시(윤동주) 국경의 밤(김동환)   슬픈 구도(신석정) 귀천(천상병)   승무(조지훈) 귀촉도(서정주)   시1(김춘수) 그 날이 오면(심훈)   신록(이영도)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신부(서정주) 기항지 1(황동규)   십자가(윤동주) 길(김소월)       깃발(유치환)   - 아 -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꽃(김춘수)   아우의 인상화(윤동주) 꽃(박두진)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신석정) 꽃(이육사)   아침 이미지(박남수) 꽃덤불(신석정)   알 수 없어요(한용운) 꽃을 위한 서시(김춘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김영랑)   어머니(정한모) - 나 -   어서 너는 오너라(박두진) 나그네(박목월)   엄마 걱정(기형도) 나는 별아저씨(정현종)   여승 나는 왕이로소이다(홍사용)   여우난 곬족(백석)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연시(박용래) 나비와 광장(김규동)   오감도-제1호(이상) 나비의 여행(정한모)   오랑캐꽃(이용악) 나의 침실로(이상화)   오렌지(신동집) 낙화(조지훈)   오월(김영랑) 낙화(이형기)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도종환)       와사등(김광균) 난초(이병기)   외인촌(김광균)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이용악)       우리가 눈발이라면(안도현) 낡은 집(이용악)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남사당(노천명)   울릉도(유치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울음이 타는 가을 강(박재삼)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위독(이승훈) 내 마음을 아실 이(김영랑)   유리창(정지용) 논개(변영로)   윤사월(박목월) 농무(신경림)   은수저(김광균)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신동엽)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김영랑)   이별가(박목월) 눈(김수영)   일월(유치환) 눈길(고은)   임께서 부르시면(신석정) 눈물(김현승)   입추(김현구) 눈이 내리느니(김동환)   - 자 - 능금(김춘수)   자모사(정인보) 님의 침묵(한용운)   자야곡(이육사) - 다 -   자연(박재삼) 달밤(이호우)   자화상(서정주) 달.포도.잎사귀(장만영)   자화상(윤동주) 당신을 보았습니다(한용운)   작은 짐승(신석정)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뎃생(김광균)   적군의 묘지 앞에서(구상) 도봉(박두진)   절정(이육사) 독을 차고(김영랑)   접동새(김소월) 동천(서정주)   정념의 기(김남조) 들길에 서서(신석정)   정천한해(한용운) 떠나가는 배(박용철)   조국(정완영) 또 다른 고향(윤동주)   조그만 사랑 노래(황동규)     종(설정식) - 마 -   종소리(박남수) 마음(김광섭)   주막에서(김용호) 말(정지용)   진달래꽃(김소월) 머슴 대길이(고은)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 차 - 목계장터(신경림)   참회록(윤동주) 목마와 숙녀(박인환)   청노루(박목월) 목숨(김남조)   청산도(박두진) 목숨(신동집)   청포도(이육사) 묘지송(박두진)   초혼(김소월) 무등을 보며(서정주)   추억에서(박재삼) 문의 마을에 가서(고은)   추일서정(김광균) 민간인(김종삼)   추천사(서정주) 민들레꽃(조지훈)   춘향유문(서정주) - 바 -   - 타 - 바다와 나비(김기림)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보습...(김소월)   - 파 - 바라춤(신석초)   파도(김현승) 바위(유치환)   파도타기(정호승) 밤바다에서(박재삼)   파랑새(한하운) 방랑의 마음(오상순)   파장(신경림) 백자부(김상옥)   파초(김동명) 벼(이성부)   폭포(김수영) 별 헤는 밤(윤동주)   폭포(이형기) 병원(윤동주)   푸른 하늘을(김수영) 보리피리(한하운)   풀(김수영) 봄비(이수복)   풍장1(황동규) 봄비(변영로)   플라타나스(김현승) 봄은(신동엽)   피아노(전봉건) 봄은 간다(김억)   - 하 - 봄은 고양이로다(이장희)   하관(박목월) 봉황수(조지훈)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북(김영랑)   향수(정지용) 불놀이(주요한)   향현(박두진) 비(정지용)   해(박두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해마다 봄이 되면(조병화) - 사 -   해바라기의 비명(함형수) 사령(김수영)   화사(서정주) 사슴(노천명)   휴전선(박봉우) 사평역에서(곽재구)       사향(김상옥)   흥부 부부상(박재삼) 산(김광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   황동규  
434    해외 시산책 댓글:  조회:2749  추천:0  2016-11-06
해외 시산책   기욤 아폴리네르     저 투명한 창문에 불온한 tint coatingdmf 덧 씌운자, 기욤 아폴리네르                                                                      — Modern Poetry는 이제                           영원성 보다는 덧없음, 필연성보다는 우연성에 기대어 덧없이 순간적인 것들이 순결한 윤슬처럼 오르피즘의 물결을 타고 마침내                                                              미학적 위치에 오르게 된다.                   아폴리네르가 길을 터 수용한 에스프리 누보el'sprit nouveau                                                                    아방가르드 정신 덕택에                                                                                   김영찬 (시인)         1881년생 피카소(Pablo Picasso)는 19세 때 고향 바르셀로나를 떠나 마드 리드를 전전하다가 약관의 나이 24살이 되던 해인 1904년 파리에 정착한 다. 피카소보다 한 살 많은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는 로마 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미혼모인 어머니를 따라 모나코공국에서 극빈하게 살다가 그 또한 19살이 되던 해 리옹을 거쳐 파리로 입성한다. 가난에 찌 든 이들 두 젊은 예술가들은 1905년에 운명적으로 만난다. 몽마르트르라 는 기상천외의 장소가 이들 푸릇푸릇한 20대 중반의 가난뱅이 젊은 예술 혼을 하나로 묶어준 것이다. 좋아한다는 것은 모든 것들의 시작, 그들은 시인 막스 자콥(Max Jacob)이 세탁선(Le Bateau Lavoir)이라고 이름 붙인 낡 고 지저분한 건물, 시궁창 냄새와 고양이 오줌자국의 천국인 몽마르트르 의 다락방에서 불행과 무명의 서러움을 견디며 오로지 예술혼을 불태웠 다. 예술만이 전 재산인 그들은 거기에 푹 빠져서 다른 것을 돌아볼 겨를 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여기서 시인 아폴리네르가 피카소를 부추겨 그 당시 생경하기 짝 이 없었을 큐비즘에 눈을 뜨게 했다거나, 작가의 눈으로 대상을 특이하게 왜곡시켜 캔버스 위의 반란이 가능토록 추동했을 거라는 말을 하려고 피 카소를 들먹거리는 게 아니다. 당시, 기괴하기 짝이 없던 피카소의 실험적 인 그림을 곁에서 더욱 더 적극적으로 옹호한 예술가는 아마도 아폴리네 르(피카소가 아폴리Apoli라고 다정하게 부르던) 보다는 동료화가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아폴리가 피카소에게 소개했다) 쪽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큐비즘의 근원을 따진다면 아폴리네르의 언어적 발상, Cubisme Orphique(Orphic Cubism)은 어휘 이전에 이미 캔버스 위의 혁명으로 활 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찍이 바실리 칸딘스키(Wasilly Kandinsky 1866~1944)가 있었고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1885~1941)가 맹활동 중이지 않았던가. 그들은 아폴리네르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미래파적인 행위에 역동적일 수 있었다.   “대상을 지워 없애고 오브제가 없는 상태에서, 선과 색과 면만으로도 얼 마든지 캔버스 위의 예술(미술의 독립국가)은 가능하다”(칸딘스키)라며 아 주 멀리까지 진출해 있던 천재들이었으니.   그러나 어쨌든 당대의 현장시인이자 미술평론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 한 아폴리네르가, 입체파(Cubisme)라는 간판과 초현실주의(Sur-réalisme)를 작명한 공로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는 이태리의 미래주의자 마리네트 를 도와 미래파선언문을 작성(1913년)한 장본인으로서 당시에, 엉터리 화 가로 조롱 대상에 불과했던 입체파들을 적극 옹호했으며 Les Peintres Cubistes(1913)이라는 최초의 평론집을 내놓는 등 아방가르드 의 후견인으로서 전초병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으니까. 그런데 나는 왜 아 폴리네르 없이도 피카소가 가능했을까, 라고 묻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단지 몽마르트르의 거주자라는 동질성을 넘어, 깊은 통 찰과 차원 높은 교감의 세계에서 서로 잘 통하는 관계 그 이상이었기 때문 이다. 그들은 각기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서 서로의 위상을 동반 상승시키 는데 서로가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아폴리네르는 풋내기 화가 피카소를 천재 화가로 부추기는 평론을 써서 피카소를 세상 에 알린 최초의 미술평론가가 된 셈이고 이것은 1905년의 일이다. 이를 계 기로 두 사람은 급격히 친해졌고 피카소 또한 아폴리네르에게 각별했음을 입명하는 일례로 피카소는 아폴리네르의 일생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연인, 화가이자 시인으로도 잘 알려진 마리 로랑생을 소개한다. 또한 만년에 아 폴리네르가 아내로 맞은 자크린 콜브와의 결혼을 주선한 사람 역시 피카 소였다. 그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 고수들로서 예술의 진로를 한 차원 위 에서 내려다보는 통찰력을 지녔던 것이다. 우리는 왜 인접예술과의 소통 과 교류(우리 한국문단에는 인접예술과의 대화 채널이 사실상 거의 없다) 에 이처럼 소홀한가. 나는 이점을 곁들여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강조하고 싶다.         아폴리네르는, 말라르메처럼 그 우연을 없애버리고자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우   연성에 대하여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는 사고와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친화력을 들어낼 필요가 있고 비록 인위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그것들 상호간의   교류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시학이란 본질적으로 자의성(恣意   性)이며, 예견할 수 없는 것이며, 그 어떤 추론을 통해서도 생겨나게 만들 수 없는   자유 연상이며, 우연한 발견이며, 도취한 새가 부리로 물어다주는 순결하고도 아   름다운 이미지이므로 그(아폴리네르)는 우연을 실험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학자로서 보들레르는, 스스로 결정한 것을 정확하게 완성해낼 수 있는 시인   을 찬양했었다. 그러나 시인은 결국 선택과 결정을 포기하게 되고 말 것이다.     아마도 시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시행들은 무엇인가를 의미하게 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발레리가 구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어떤 새로운 시적   순수라고 하겠다.     — 마르셀 레이몽
433    미라보 다리 아래 강물은 지금도 흐르고... 댓글:  조회:2925  추천:0  2016-11-06
                                                  마리 로랑생의 그림들                                                                                                            권태로운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슬픈 여자                                                                                                      슬픈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불행한 여자                                                                                                          불행한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버려진 여자                                                                                                             버려진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떠도는 여자                                                                                                    떠도는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쫓겨난 여자                                                                                                          쫓겨난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죽은 여자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잊혀진 여자                                                                                                            잊혀진다는건                                                                            가장 슬픈 일                                                                                마리 로랑생, 화가이면서 시를 쓰기도 했던 매력적인 여인입니다.                                  한때는 아폴리네르의 연인으로 그의 애간장을 타게 했던 여인입니다.                                  아폴리네르는 로랑생과 연애 하다 실연을 하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던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합니다.                                    실연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다리를 건너다 아폴리네르는                                  다리에 멈춰서서 지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는 시를 씁니다.                                  그 시의 제목은 . 그의 시로 이 다리는 유명해졌고                                  외국인들의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진다는 것은 가혹한 형벌입니다.                                 죽음보다 더한 형벌입니다 그것은 존재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입니다.오늘의 소중함을 생각하기 위해                                 로랑 생의 그림과 아폴리네르詩를 같이 읽고자 합니다     .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속 깊이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위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지친 듯 흘러가는 영원의 물결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삶이란 어찌 이다지도 지루하고 희망이란 왜 이토록 격렬하더냐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햇빛도 흘러가고 달빛도 흘러가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의 사랑은 가서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 시집『알콜』(1912) .............................................................................    아폴리네르의 이 시에는 ‘마리 로랑생’이라는 화가와의 사랑과 추억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둘은 오랜 기간 사랑을 나눴지만 서로의 현저한 개성 차이와 돌발 상황으로 결별 하였고, 로랑생은 바로 독일인과 결혼하였다. 한 달 후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독일 국적을 가진 마리 로랑생은 영영 프랑스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에 아폴리네르는 그녀와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이 시를 남겼는데, 그는 1918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도 미라보 다리 아래 강물이 흐르듯 이 시는 영원히 모든 연인들의 추억 속에 흐르고 있다. 사랑의 상실과 이별의 아픔은 강물 따라 흘러가버리지만 그런 상실과 아픔을 세월의 덧없는 흐름 속에 던져버릴 때의 처절한 체념은 영원히 머문다. ‘흐름’가운데 ‘머무름’의 짙은 서정이 이 시를 감싸고 있다.    도처의 이름난 명소에는 사람마다의 개별적 추억이 서려있고, 그런 까닭에 각기 독특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1896년 완공된 파리 세느강의 미라보 다리도 그 가운데 하나이며 아폴리네르의 이 시도 그 일부일 것이다. 다리에 관한 스토리만 해도 같은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퐁네프’와 함께 ‘메디슨 카운티’가 얼른 생각날 정도다. 그런데 가본 사람은 다들 느끼겠지만 미라보다리는 학창시절 고양된 설렘을 제공했던 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그저 그런 평범한 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또한 시 한편에 힙 입은 스토리텔링의 위력이라 할 수 있다.   권순진
432    아름다운 세계 명시속에 흠뻑 빠져나볼가... 댓글:  조회:3843  추천:0  2016-11-06
세계시모음  아름다운 세계시인의 시모음  클릭해서 보시고 활용하세요. 시를 감상하다 보면 너무 아름다운 시에 빠져들거예요 정말 아름다운 세계시모음 당신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브라우닝) 평생의 사랑 (브라우닝) 인생 찬가 (롱펠로우) 꽃처럼 저 버린 사람 (바이런) 새빨간 장미 (버언즈) 연보라빛 클로버의 들을 (다우텐 다이) 이별 (포르) 피아노 (로렌스) 내나이 스믈 한 살 적에 (하우스만) 화살과 노래 (롱펠로우) 선물 (아폴리네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쉬나크) 당신은 내 인생 속으로 .... (예반) 누구나 알고 있는 슬픔 (에리히카스너) 이사(移居) (도잠(중국)) 송 별 (왕유(중국))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킴벌리커버거) 사랑의 노래(릴케) .Rainer Maria Rilke 릴케 가을(릴케) 바닷가 마지막집(릴케) 석상의 노래(릴케) 내눈을 감겨주십시요(릴케) 사랑속에서(릴케) 작별(릴케) 엄숙한 시간(릴케) 소년(릴케) 자장가(릴케) 삶의 호수(릴케) 사랑의 여인(릴케) 사랑에 빠진 여인(릴케) 방랑자(릴케) 마리아여(릴케) 거기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릴케) 고독(릴케) 저기 저 백합 꽃잎 속에(하이네) 아아 내가 (하이네) 그대는 꽃인양(하이네) 흐르는 내눈물은(하이네) 선언(하이네) 낙옆(구르몽) 눈(구르몽) 가을(아폴리네르) 가을 (흄) 가을날 (릴케) 가을의 노래 (베를렌) 가을의 노래 (보들레르)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 감미롭고 조용한 사념속에(셰익스피어) 강설 (유종원) 거   룩한 이여 (휠더들린) 검은 여인 (생고르) 경례:슈미트라난단 판트(타고르) 고향 (아이헨도르프) 고향 (휠더를린) 관저(시경) 골짜기에서 잠자는 사람 (랭보) 교감 - 상응 (보들레르) 굴뚝소제부 (브레이크) 귀거래사 (도연명) 귀안 (두보) 그리움 (실러) 기탄잘리 (타고르) 나그네여 보라 (오든) 나는 당나귀가 좋아 (잠) 나무들 (킬머) 나이팅게일 (키츠) 낙엽 (구르몽) 너는 울고 있었다 (바이런) 낙엽송 (기타하라 하큐슈) 난 후 곤산에 이르러 (완채) 내 가슴에 비가 내리네(베를렌) 내게는 그 분이 (사포) 내 사랑 (로버트 번즈) 널빤지에서 널빤지로 (디킨스) 노래 (로제티) 노래의 날개 위에 (하이네) 눈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 (프로스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던) 눈 (구르몽)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이네) 니벨롱겐의 노래 달 (왕유)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브라우닝) 당신을 위해 ( 가키노모토 히토마로) 동방의 등불 (타고르) 띠 (발레리) 루바이야트 (오마르 카얌) 로즈 에일머 (랜도) 로렐라이 (하이네) 마리아의 노래 (노발리스) 망여산 폭포 (이백) 먼옛날 (로버트 버즈) 모랫벌을 건너며 (테니슨) 무지개 (워즈워스) 미뇽 (괴테) 미라보 다리 (아폴리네르) 바다의 고요 (괴테) 바다의 산들 바람 (말라르메) 바닷가에서 (타고르) 바닷가에서 (고티에) 발견 (괴테) 밤의 꽃 (아이헨도르프) 밤의 찬가 (노발리스) 배 (지센) 백조 (말라르메) 벗을 보내며 (이백) 뻐꾸기에 부쳐 (워즈워스) 병거행 (두보) 병든 장미 (브레이크) 복숭아나무 봄 (도를레앙) 봄 (홉킨스) 부두 위 (흄) 붉디 붉은 장미 (번즈) 비잔티움의 향해 (예이츠 3년 후 (베를렌) 사랑의 비밀 (블레이크) 사랑의 철학 (셸리) 사자와 늑대와 여우 (라 퐁테느) 산비둘기 (콕토) 산중문답 (이백)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푸슈킨) 삼월 (워즈워스) 상응 - 교감 (보들레르) 새벽 (랭보) 새벽으로 만든 집 (모마데이) 서풍의 노래 (셸리) 석류들 (발레리) 석호리 (두보) 소네트76 (세익스피어) 송원이사안서 (왕유) 수선화 (워즈워스) 숲에 가리라 (하이네) 시 (네루다) 시법 (매클리시) 시에 불리한 시대 (브레히트) 신곡 (단테) 신비의 합창(괴테) 실락원 (밀턴) 아름다운 모든 것을 사랑하며 (브리지즈) 아프리카 (디오프) 알바트로스 (보들레르) 야간통행금지 (엘뤼아르) 에너벨리 (에드거A .포) 야청도의성 (양태사) 어느 인생의 사랑 (브라우닝) 어리지만 자연스러운 것(코울리지) 어린이의 기쁨 (블레이크) 어부 (굴원) 엘레느에게 보내는 소네트 (롱사르) 여인에게 보내는 목동의 노래(말로) 예언자 (푸슈킨) 예언자 (칼리 지브란) 오디세이 (호메로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오월의 노래 (괴테) 오후의 때 (베르하렌) 올랭피오의 슬픔 (위고) 옷에게 바치는 송가 (네루다) 우리들이 헤어진 때 (바이런) 운명에 버림받고 세상의 사랑못받어도 (셰익스피어) 울려라 힘찬 종이여 (테니슨) 원정 (타고르) 음악은 부드러운 음성이 꺼질 때 (셸리) 이니스프리호수의 섬 (에이츠) 이 밤에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네루다) 이별 (아흐마또바) 인간과 바다 (보들레르) 인정 (왕유) 일리아스 (호메로스) 잃어버린 술 (발레리) 자유 (엘뤼아르) 잠의 천사 (발레리) 적벽부 (소식) 종이배 (타고르) 지평선을 향하여 (아마두 샤물루) 지하철정거장에서 (파운드) 채프먼의 호머를 처음 읽고서(키츠) 출정가 (몽고민요) 켄터베리 이야기 (초서) 파도 속의 독백 (네루다) 풀벌레 평화 (홉킨스) 풍차 (베르하렌) 프로테우스 (괴테) 피아노 (로렌스) 하늘은 지붕 너머로 (베를렌) 하늘의 옷감 (예이츠) 헤어짐 (랜도) 헬렌에게 (바이런) 호수 (라마르틴) 호수 위에서 (괴테) 황무지 (엘리엇) 흐르는 내 눈물은 (하이네) 흰달 (베를렌) 흰 새들 (예이츠) 들길 지나서(헤르만 헷세) 편지(헤르만 헷세) 가을날(헤르만 헷세) 행복 안개속(헤르만 헷세) 무상 (헤르만 헷세) 봄(헤르만 헷세) 나그대를 사랑하기에 (헤르만 헷세) 생의 계단(헤르만 헷세) 흰구름(헤르만 헷세) 아우에게(헤르만 헷세) 이별 (괴테) 어느 소녀가 부른 (괴테) 강변에서 (괴테) 발견 (괴테) 첫 사랑 (괴테) 기억해주셔요(로제티) 나죽은뒤 (로제티) 생일(로제티) 메아리(로제티) 비오기 조금전(아이히) 산딸기숲(아이히) 저 산 너머 (붓세) 고요한 낙원 (붓세) 당신곁에 (타고르) 바닷가에 (타고르) 기도 (타고르) 당신이 나를 영원하게 하셨으니 (타고르) 무지개(워드워즈) 인적 멀리 그녀는 살았다(워드워즈) 수선화(워드워즈) 가지 않은길(프로스트) 눈오는 저녁 숲가에서(프로스트) 창가의 나무(프로스트)      
431    프랑스 상징파 시인 랭보 시 다시 새기다... 댓글:  조회:3410  추천:0  2016-11-05
아르튀르 랭보 1854. 10. 20 프랑스 샤를빌~1891. 11. 10 마르세유. 프랑스  상징파 시인, 모험가. 어린시절 랭보는 프랑스 북동부의 아르덴 지방에서 육군 대위와 그 지방 농부의 딸 사이에서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형은 1살 위였고, 여동생은 2명이었다. 1860년 랭보 대위는 아내와 헤어졌고, 아이들은 어머니가 키우게 되었다. 일찍부터 남다른 지적 능력을 보인 아르튀르는 8세 때부터 타고난 글재주를 보였다. 나중에 그는 샤를빌 중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 되었다. 그는 특히 라틴어 시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1870년 8월에는 경시대회에서 라틴어 시로 1등상을 받았다. 그가 처음 발표한 시는 1870년 1월 〈르뷔 푸르 투스 La Revue pour Tous〉에 실렸다. 1870년 7월에 일어난 프랑스-프로이센전쟁 때문에 그의 정식 교육은 막을 내렸다. 8월에 그는 파리로 달아났지만, 차표 없이 여행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며칠 동안 감옥에서 지냈다. 그의 옛날 은사가 벌금을 대신 물어주고 그를 두에로 보냈다. 두에에서 그는 국민군에 들어갔다. 10월에 그는 다시 사라져, 침략군이 지나간 자국을 따라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를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그는 다시 두에에 도착하여 2주일 동안 자유와 굶주림과 거친 생활 속에서 쓴 시들을 다듬었다. 삶과 자유 속에서 느끼는 천진난만한 기쁨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들은 그가 처음으로 쓴 완전히 독창적인 작품이다. 어머니의 고발로 그는 다시 경찰에 잡혔지만, 1871년 2월 그는 손목시계를 팔아 다시 파리로 가서 2주일 동안 거의 굶다시피하며 보냈다. 반항과 시적 환상 3월초에 그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전에 쓴 시들을 가짜라고 내팽개치고, 삶에 대한 혐오감과 순진무구한 세계로 달아나고 싶은 욕망, 그리고 선과 악의 투쟁의식을 표현한 거칠고 불경스러운 시를 썼다. 그의 행동도 그가 쓴 시의 분위기와 어울렸다. 그는 종교와 도덕 및 온갖 종류의 규율에 대한 의식적인 반항으로 일하기를 거부하고 하루 종일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나날을 보냈다. 동시에 그는 신비주의 철학과 밀교(密敎) 및 마술과 연금술에 대한 책을 읽었고, 2통의 편지(1871. 5. 13, 15)에 표현된 새로운 미학을 형성했다. 특히 2번째 편지는 〈견자(見者)의 편지 Lettres du voyant〉라고 불리는데, 이 제목은 시인이란 무릇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꿰뚫어볼 수 있고 개인의 인격에 대한 인습적 개념을 형성하는 모든 제약과 통제를 무너뜨림으로써 영원한 신의 목소리를 내는 도구로서의 예언자, 즉 '견자'(voyant)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1871년 8월말 랭보는 샤를빌의 한 문우의 충고에 따라 시인인 폴 베를렌에게 그의 새로운 시를 몇 편 보냈다. 그중에는 각 모음에다 다른 색깔을 부여한 소네트 〈모음 Voyelles〉도 들어 있었다. 베를렌은 이 시들의 탁월함에 깊은 인상을 받고, 랭보에게 여비를 보내어 파리로 초대했다. 갑자기 폭발한 자신감 속에서 랭보는 〈취한 배 Le Bateau ivre〉를 썼다. 이 시는 전통적인 작시법을 따르고 있지만, 깊은 정서적·영적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서 언어구사의 기교가 놀랍고 상징과 은유의 선택이 대담하기 짝이 없다. 이 걸작에서 랭보는 그의 예술의 가장 높은 정점들 중 하나에 도달했다. 1871년 9월 파리에 도착한 랭보는 3개월 동안 베를렌 부부와 함께 지내면서 당대의 유명한 시인들을 거의 다 만났지만, 거만하고 버릇없는 태도와 음탕함으로 베를렌만 제외하고 그들 모두에게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떠나라는 요구를 받자 술을 퍼마시고 방탕한 생활을 시작했으며, 베를렌과 동성애 관계를 맺어 추문을 일으켰다. 1872년 3월 그는 베를렌이 아내와 화해할 수 있도록 샤를빌로 돌아갔지만, 5월에 다시 베를렌의 부름을 받았다. 베를렌은 이제 그가 없으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고 맹세했다. 이 시기에(1871. 9~1872. 7) 랭보는 운문으로 된 마지막 시를 썼는데, 이 작품은 기법의 자유분방함과 독창성에서 뚜렷한 진보를 보이고 있다. 이때 그는 베를렌이 걸작이라고 격찬한 〈영혼의 사냥 La Chasse spirituelle〉이라는 작품도 썼지만 이 작품의 원고는 베를렌과 랭보가 영국에 갔을 때 어디론가 사라졌다. 일부 비평가들은 초월적인 산문시 〈일뤼미나시옹 Illuminations〉도 이 창조적인 시기에 쓴 작품으로 보고 있지만, 랭보 자신은 이 작품을 이루고 있는 어떤 시에도 날짜를 적지 않았다. 1872년 7월 베를렌은 아내를 버리고 랭보와 함께 런던으로 도망쳐 소호에서 살았다. 랭보는 이곳에서 〈일뤼미나시옹〉의 일부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내러 집으로 돌아갔지만, 1873년 1월 베를렌의 부름을 받았다. 베를렌은 랭보의 동정을 사기 위해 중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연극을 했다. 4월에 랭보는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머물고 있는 샤를빌 근처의 로슈에 있는 농장으로 가서 스스로 "이교도의 책, 또는 흑인의 책"이라고 부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결국 〈지옥에서 보낸 한 철 Une Saison en enfer〉이라는 작품이 되었다. 1개월 뒤, 그 근처에 머물고 있던 베를렌은 랭보를 설득하여 함께 런던으로 갔다. 랭보는 베를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거기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는 것에 죄의식을 느꼈고, 이 죄의식 때문에 베를렌을 가학적일 만큼 잔인하게 다루다가도 금방 그것을 뉘우치고 다정하게 대하곤 했다. 두 사람은 자주 말다툼을 벌였고, 마침내 7월초 베를렌은 랭보와 다툰 뒤 그를 버리고 벨기에로 가버렸다. 그러나 아내와 화해하는 데 실패한 그는 다시 사람을 보내어 랭보를 불러온 다음 함께 런던으로 돌아가자고 애원했다. 그래도 랭보가 떠나려고 하자 베를렌은 랭보에게 총을 쏘아 손목에 상처를 입히고, 다시 총을 쏘겠다고 위협했다. 베를렌은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고, 나중에 재판에서 2년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랭보는 곧 로슈로 돌아가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완성했는데, 이 작품은 그의 정신이 지옥에 떨어지고 예술과 사랑에서 실패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1873년 가을 벨기에에서 인쇄되었다. 그러나 이 책이 파리에서 호평을 받지 못한 데다 인쇄업자에게 돈을 줄 수도 없게 되자, 그는 인쇄된 책을 모두 포기하고 원고와 서류들을 샤를빌에서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이 책을 여러 권 묶은 꾸러미가 1901년에 벨기에의 장서가인 레옹 로소에게 발견되었는데, 그는 이 사실을 1915년에야 공표했다. 1874년 2월 랭보는 난폭하고 자유분방한 시인 제르맹 누보와 함께 런던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잡역을 하여 번 쥐꼬리만한 돈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했다. 랭보는 이때에도 〈일뤼미나시옹〉의 일부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보는 6월에 파리로 돌아갔고, 랭보는 병에 걸렸거나 가난 때문에 심한 고통을 겪었던 것 같다. 7월말에 그는 버크셔 주 레딩에 있는 합승마차 매표소에 일자리를 얻었지만, 크리스마스를 지내러 집으로 간 뒤 다시는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랭보는 1875년초에 베를렌을 마지막으로 만났고, 이 만남도 역시 격렬한 말다툼으로 끝났다. 랭보가 베를렌에게 〈일뤼미나시옹〉 원고를 준 것은 아마 이때였을 것이다. 여행가와 무역상 1875~76년에 랭보는 독일어·아랍어·힌두스타니어·러시아어를 배우고 세상을 구경하러 떠났다. 1879년 6월까지 그는 걸어서 알프스 산맥을 넘었고, 서인도 제도의 네덜란드 식민지 군대에 입대했다가 탈영했고, 독일 서커스단과 함께 스칸디나비아로 갔고, 이집트를 방문했으며, 키프로스 섬에서 노동자로 일했는데,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매번 병에 걸리거나 다른 어려움을 만나 고통을 겪었다. 1879년 겨울 내내 장티푸스와 싸우고 있을 때 그는 방랑생활을 그만두고 장래계획을 세우기로 결심한 것이 분명하다. 봄에 키프로스 섬으로 돌아간 그는 건축업자의 현장감독으로 취직했지만, 곧 그 일을 그만두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아덴에서 커피 무역상에게 고용되어 백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에티오피아의 오가덴 지역에 들어갔다. 이 탐험에 대한 그의 보고서는 프랑스 지리학회 회보(1884. 2)에 실려 약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885년 10월 랭보는 저금을 털어 셰와(에티오피아의 일부)의 왕인 메넬리크 2세에게 무기를 팔기 위한 원정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메넬리크 2세는 당시 에티오피아 황제인 요한네스 4세와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1888년 중엽에야 겨우 기반을 잡는 데 성공했고, 요한네스 4세가 이듬해 3월에 살해당하고 메넬리크가 황제 자리에 오른 뒤에는 총포 밀수로 얻는 수입이 계속 줄어들었다. 에티오피아에 있는 동안 그는 가장 가난한 원주민만큼 소박하게 살면서, 언젠가는 은퇴하여 느긋하게 살 수 있는 돈을 모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는 인색했지만 남에게는 드러나지 않게 너그러웠고, 그가 원주민 여인과 함께 살던 작은 집은 에티오피아에 사는 유럽인들의 집합 장소가 되었다. 그는 외국어를 배우는 데 타고난 재주를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에티오피아인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정직성과 성실함으로 추장들의 신뢰까지 얻었으며, 특히 메넬리크의 조카인 하레르 총독은 그의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그가 이 시기에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는 애정과 지적인 친구에 대한 갈망이 드러나 있다. 1891년 봄 그는 신부감을 찾기 위해 고국에 가서 휴가를 보낼 계획을 세웠다. 해외에서 살고 있던 이 시기에 그는 프랑스에서 시인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베를렌은 〈저주받은 시인들 Les Poètes maudits〉(1884)에서 그에 대해 썼고, 그의 시를 발췌하여 발표했다. 이 시들은 열광적인 호평을 받았지만 랭보한테서는 소식이 없었다. 랭보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고 그에게서 답장도 받지 못한 베를렌은 1886년 상징파의 정기간행물인 〈보그 La Vogue〉에 〈일뤼미나시옹〉이라는 제목의 산문시와 여러 편의 운문시를 '고(故) 아르튀르 랭보'의 작품으로 발표했다. 랭보가 이런 발표에 대해 알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저주받은 시인들〉이 출판된 뒤 자신의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1885년 8월에 그는 학교 동창생인 폴 부르드한테서 편지 1통을 받았는데, 부르드는 전위파 시인들 사이에서 그의 시(특히 소네트인 〈모음〉)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던 것이다. 그는 또한 1890년 7월에 한 평론지가 보낸 편지(프랑스로 돌아와 새로운 문학운동을 이끌어보라고 권유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이 편지가 그의 서류 틈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그가 편지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답장을 보내지는 않은 것 같다. 1891년 2월 오른쪽 무릎에 종양이 생겨, 4월초에 하레르를 떠날 때는 해안까지 1주일 걸리는 길을 줄곧 들것에 실려 가야만 했다. 아덴에서 받은 치료는 실패했고 그는 프랑스로 송환되었다. 마르세유에 도착한 직후 그는 오른쪽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어머니가 옆에 있다는 사실은 거의 위안이 되지 못했고, 그는 여동생 이자벨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의 좌절감과 절망을 쏟아놓았다. 7월에 로슈로 돌아갔을 때 그를 돌보아준 사람은 이자벨이었다. 그는 여전히 결혼하여 에티오피아로 돌아가기를 원했지만 건강은 계속 나빠질 뿐이었다. 1891년 8월 그는 마르세유로 악몽 같은 여행을 떠났다. 이곳에서 그는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를 따라간 이자벨은 오빠의 병이 나을 가망이 없다는 통고를 받았다. 그러나 랭보는 병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고통스러운 치료를 견뎌냈다. 그가 죽기 직전에 이자벨은 그를 설득하여 신부에게 고해를 하게 했다. 신부와 나눈 이 대화는 그에게 새로운 평화를 가져다 주고, 소년 시절의 시적인 상상력을 다시 일깨워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견자'가 되어, 여동생의 말에 따르면 〈일뤼미나시옹〉에 영감을 불어넣어 준 것보다 훨씬 더 깊이있고 아름다운 환상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근거는 여동생 이자벨의 말일 뿐이고, 이자벨은 여러 가지 점에서 특히 랭보가 에티오피아에서 쓴 편지를 몇 군데 교정했다는 점에서 이미 믿을 수 없는 증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시 위에 가볍게 비 내리네                                 내 마음은 울고 있다네 도시 위에 비 내리듯 ; 이 우수는 무엇일까, 내 마음에 파고드는 이 우수는 오 부드러운 비의 소리여 땅 위에 지붕 위에 내 지겨운 마음을 위해 오 비의 노래여! 이유 없이 우는구나, 이 역겨워진 마음은. 뭐라고! 배반은 없다고?... 이 슬픔은 이유가 없구나. 가장 나쁜 고통이구나, 이유를 모르는 것은 사랑도 없이 증오도 없이 내 마음은 그토록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구나! 나의 방랑 생활                 난 쏘다녔지, 터진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짤막한 외투는 관념적이게 되었지, 나는 하늘 아래 나아갔고, 시의 여신이여! 그대의 충복이었네, 오, 랄라! 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꿈꾸었는가! 내 단벌 바지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었지. -꿈꾸는 엄지동자인지라, 운행 중에 각운들을 하나씩 떨어뜨렸지.  주막은 큰곰자리에 있었고. -하늘에선 내 별들이 부드럽게 살랑거렸지. 하여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살랑거림에 귀기울였지, 그 멋진 구월 저녁나절에, 이슬 방울을 원기 돋구는 술처럼 이마에 느끼면서, 환상적인 그림자들 사이에서 운을 맞추고, 한발을 가슴 가까이 올린 채, 터진 구두의 끈을 리라 타듯 잡아당기면서! 감각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 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하여 몽상가의 발 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러나 한없는 사랑은 내 넋 속에 피어오르리니,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모음                     검은 A, 흰 E, 붉은 I, 푸른 U, 파란 O: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灣); E, 기선과 천막의 순백(純白),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들의 살랑거림. I, 자주조개들,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 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입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장의 평화, 연글술사의 커다란 학구적인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취한 배 유유한 강물을 타고 내려올 적에, 더 이상 수부들에게 이끌리는 느낌은 아니었어 홍피족들 요란스레 그들을 공격했었지, 색색의 기중에 발가벗겨 묶어 놓고서 플랑드르 밀과 영국 솜을 져 나르는 선원들이야 내 알 바 아니었어, 배를 끄는 수부들과 함께 그 북새통이 끝났을 때 나 가고 싶은 데로 물살에 실려 내려왔으니, 격하게 출렁이는 조수에 휘말린 지난 겨울, 난, 노아보다 더 넉넉한 골을 싸잡고 헤쳐 나갔지! 떠내려간 이베리아 반도도 그처럼 의기양양한 혼돈을 겪지는 못했을 거야, 격랑은 내가 항행에 눈뜬 것을 축복해 주었어, 코르크 마개보다 더 가벼이 나는 춤추었지, 끊임없이 제물을 말아먹는다는 물결 위에서, 열흘 밤을, 뱃초롱의 흐리멍텅한 눈빛을 드리지도 않으며! 셔츠를 짓찢을 듯 모진 겨울바람에, 지옥에서 보낸 한 철                             1.서시   옛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들이 흘러다니는 하나의 축제였다.   어느날 저녁 나는 美를 내 무릎에 앉혔다.   그러고보니 지독한 치였다- 그래서 욕을 퍼부어 주었다.   나는 정의에 항거하여 무장을 단단히 했다.   나는 도망했다. 오 마녀여, 오 불행이여, 오 증오여,   내 보물을 나는 너희들에게 의탁했다.   나는 내 정신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갖 희망을 사라지게 하기에 이르렀다.   그 희망의 목을 비트는데 즐거움을 느껴,   나는 잔인한 짐승처럼 음험하게 날뛰었다.   나는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자루를 물어 뜯으려고   사형집행인을 불렀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 속에 팍 쓸어졌다. 나는 죄의 바람에 몸을 말렸다.   나는 광대를 잘 속여 넘겼다.   봄은 나를 향해 백치처럼 무시무시한 웃음을 웃었다.   그런데, 요즘 마지막 껄떡 소리를 낼 찰라에,   나는 옛날의 축제를 다시 열어줄 열쇠를 찾으려 했다.   그러면 아마도 욕망을 되찾을지 모른다.   자애(慈愛)가 그 열쇠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내가 전에 꿈을 꾸었나보다.   "너는 잔인한 놈으로 남으리라....." 따위의 말을,     그토록 멋진 양귀비 꽃을 나에게 씌어준 악마가 다시 소리친다.   "네, 모든 욕망과 이기주의와   모든 너의 죄종(罪宗)을 짊어지고 죽으라"   오! 내 그런 것은 실컷 받아드렸다. 하지만, 사탄이여,   정말 간청하노니, 화를 덜 내시라!   그리고 하찮은 몇 가지 뒤늦은 비겁한 짓을 기다리며,   글쟁이에게서 교훈적이며 묘사적인 능력의 결핍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내 나의 저주받은 자의 수첩에서 보기흉한 몇 장을 발췌해 준다.   *죄종(罪宗)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7개의 주된 죄                교만, 탐욕, 사음(邪淫), 질투, 탐심, 분노, 태만 // ==========================================   여름의 상쾌한 저녁, 보리이삭에 찔리우며 밭을 밟고 오솔길을가리라. 꿈꾸듯 내딛는 발걸음, 한 발자욱마다. 신선함을 느끼고, 모자는 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는구나! 말도 하지 않으리. 생각도 하지 않으리.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사랑만이 솟아오르네. 나는 어디든지 멀리 떠나가리라, 마치 방랑자처럼. 자연과 더불어,─ 연인을 데리고 가는 것처럼 가슴 벅차게. 1870년 3월............arthur rimbaud   --------------------------------------------------------------------------------        나는 여름의 새벽에 키스했다.  궁전 정면에는 아무것도 움직이고 있지는 않았다. 물도 죽고 있었다. 어둠의 진영은 숲 속의 길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나는 생생하고도 따뜻한 숨결을 일깨우며 걸어갔다. 보석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날개들이 소리 없이 상승했다. 최초의 유혹은, 이미 상쾌하고 창백한 광채에 넘친 오솔길에서 나에게 그 이름을 알린 한 송이 꽃이었다.  전나무 숲을 통해 머리를 헝끄러뜨린 금발의 폭포에 나는 웃음을 던졌다. 은빛 나뭇가지 꼭대기에서 나는 여신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여신의 베일을 하나하나 벗겼다. 가로수 길에서 양팔을 흔들어대며 들판, 거기서 난 수탉에게 그녀가 왔음을 알렸다. 대도시에서 그녀는 종류와 돔 사이를 빠져나갔고, 나는 대리석 부둣가를 걸인처럼 달려가 그녀를 뒤쫓자는 것이었다.  가로(街路) 위 월계수 숲 가까이에서 모은 베일로 그녀를 감았다. 나에게는 그녀의 끝없는 육체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새벽과 어린이는 숲의 아래쪽으로 떨어져 갔다.  깨어나니, 한낮이었다.    -- 아르튀르 랭보, '착색 판화집'   ---------------------------------------------------------------------------------   나의 방랑생활(환상)   나는 떠났지. 다 헤진 양복을 걸치고 그 찢어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시의 신이여! 나는 하늘 아래에 사는 당신의 충성스러운 신하. 오, 랄랄라. 내 얼마나 멋진 사랑을 꿈꾸었으리. 단벌바지엔 구멍이 났지 꼬마몽상가라 길에서 운율을 훑었지. 내 주막은 대웅좌 운율에 있었어 하늘에선 내 별이 부드럽게 살랑거렸지. 길가에 앉아 나는 들었지 아름다운 9월의 멋진 저녁소리를 이마엔 이슬방울 떨어졌어 힘나는 술같이. 환상적인 그림자 속에서 운을 맞추며 가슴 가까이 발을 대고 나도 리라타듯 내 터진 구두의 구두끈을 잡아다녔지!   --------------------------------------------------------------------------------   아, 나는 이제 인생에 아무런 미련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나의 삶 자체가 매우 피곤한 것이었고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하루 하루가 피곤의 연속이며 기후 또한 참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우스꽝스러우리 만큼 격렬한 슬픔에 빠진다 할지라도 스스로 생명을 단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도 평생을 살아가면서 몇년 쯤의 참된 규칙을 가져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 단 한 번으로 끝난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사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라르에서 쓴 랭보의 편지" 중에서    -------------------------------------------------------------------------------- (서시) 예전에,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이 흐르는 축제였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무릎에 아름다움을 앉혔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녀는 맛이 썼다.  그래서 욕설을 퍼부어주었다.  나는 정의에 대항했다.  나는 도망쳤다. 오 마녀들이여, 오 비참함이여, 오 증오여,  내 보물은 바로 너희들에게 맡겨졌다. 나는 마침내 나의 정신 속에서 인간적 희망을 온통 사라지게 만들었다.  인간적 희망의 목을 조르는 완전한 기쁨에 겨워,  나는 사나운 짐승처럼 음험하게 날뛰었다. 나는 사형집행인들을 불러들여,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 개머리판을 물어뜯었다.  나는 재앙을 불러들였고, 그리하여 모래와 피로 숨이 막혔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 속에 길게 쓰러졌다.  나는 범죄의 공기에 몸을 말렸다.  그리고는 광적으로 못된 곡예를 했다. 하여 봄은 나에게 백치의 끔찍한 웃을을 일으켰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 하마터면 마지막 "꾸악" 소리를 낼 뻔했을 때,  나는 옛 축제의 열쇠를 찾으려고 마음먹었다.  거기에서라면 아마 욕구가 다시 생겨날 것이다.  자비가 그 열쇠이다.  이런 발상을 하다니, 나는 꿈꾸어 왔나보다. "너는 언제까지나 하이에나이리라, 등등....",  그토록 멋진 양귀비꽃으로 나에게 화관을 씌워준 악마가 소리지른다. "너의 모든 욕구들, 너의 이기심,  그리고 너의 큰 죄업들로 죽음을 얻어라"  아! 나는 그것들을 실컷 맞이했다. 하지만, 친애하는 사탄이여, 간청하노니, 눈동자에서 화를 거두시라!  하여나는 뒤늦게 몇몇 하찮은 비열한 짓을 기다리면서,  글쟁이에게서 묘사하거나 훈계하는 역량의 부재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내 악마에 들린 자의 수첩에서  이 흉측스러운 몇 장을 뜯어내 덧붙인다.   --------------------------------------------------------------------------------   속박되어 꼼짝 못하는 한가로운 청춘, 자질구레한 걱정 탓으로 내 인생을 망쳐버렸네. 아- 내 마음이 열중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게 해다오.  나는 생각한다. : 좋아, 그대와 만나지 않을지라도, 그대와 얘기하는 더없는 기쁨의 약속 따윈 이제 아무래도 좋아. 당당한 은퇴를 그대가 멈추게 하여 주기를 바라네.  언제까지나 내가 꾸었던 헛된 꿈을 그토록 참고 견디었나; 공포도 고통도 하늘높이 날아가 버렸네. 그런데 불쾌한 갈증이 내 혈관을 어둡게 하고 있구나.  평원이 버려진 채로 커지고, 향과 강아지풀을 피우는 것처럼 수많은 불결한 파리떼가 잔인한 소리를 낸다.  아아! 그토록 가여운 영혼 말할 수 없는 홀아비 생활 그것을 오직 노트르담 교회의 모습이구나. 성모 마리아에게 간구하는 것인가?  속박되어 꼼짝 못하는 한가로운 청춘, 자질구레한 걱정 탓으로 내 인생을 망쳐버렸네. 아- 내 마음이 열중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게 해다오.  -- 아르튀르 랭보, '새로운 시와 노래'   -------------------------------------------------------------------------------- 오라, 오라, 열중할 시간이여.  얼머나 참았나 내 언제까지나 잊었네 공포와 고통도 하늘높이 날아가 버렸고 불쾌한 갈증이 내 혈관 어둡게 하네.  오라, 오라, 도취할 시간이여.  잊게 되어 있고, 더러운 파리떼 기운차게 윙윙거리는데 향과 강아지풀을 키우고 꽃피우는 들판처럼  오라, 오라, 도취할 시간이여.  나는 사막, 불타는 과수원, 시들은 상점, 미지근한 음료를 사랑했다. 나는 냄새나는 거리를 기어 다녔고, 눈을 감고, 불의 신, 태양에 몸을 바쳤다. "장군이여, 황폐한 성벽에 낡은 대포가 남아 있으면, 마른 흙더미로 우리를 포격하라. 대단한 가게의 거울에! 살롱에! 온 마을이 먼지를 뒤집어쓰게 하라. 배수구를 산화시켜라. 규방을 타는 듯한 홍옥 화약으로 가득 채우라…" 오! 주막 공동 변소에 취하는, 날개벌레여, 서양지치 식물을 그리워하며 한 가닥 광선에 녹는 날개벌레여!                                   -- 아르튀르 랭보, '지옥의 계절'   --------------------------------------------------------------------------------   나는이성과 행복을 찾았다고 믿었다. 나는 어두운 하늘과 창공을 분리시켰다. 그리고 나는 살았다. 나는 자연 그대로의 빛으로 돌아가 황금 같은 불꽃이 되어 살고 있었다.  매우 성실한 일이었다. 나는 표현했었다. 가장 멍청하게...   - 아르튀르 랭보, '지옥의 계절 초고들' 중에서   -------------------------------------------------------------------------------- 고아들의 새해 선물 방안은 온통 어둠에 묻혀 있다. 두 어린아이의 서글프고 다소곳한 밀어가 들려올 뿐. 길게 늘어뜨린 백색 커튼자락이 흔들리고 있는 근처에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꿈의 무게로 하여 두 사람의 이마는 수그러지기만 한다. 밖에서는 작은 새들이, 추위 때문에 서로 몸을 비벼대면서. 회색빛 하늘을 향해 차마 무거운 날개로 날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구나, 신년은 깊은 안개를 몸에 휘감고, 눈의 옷섶을 길게 끌고가면서 눈물로 가득히 고인 눈으로 미소짓기도 하고, 또한 오들오들 떨면서 노래 부르기도 한다.   흔들리는 커튼 아래 자리잡았던 두 어린아이는. 어른들이 캄캄한 밤에 하듯 나직한 목소리로 소근거린다. 그들은 마치 멀리서 들리는 소근거림처럼, 깊은 생각에 잠겨, 귀를 기울인다. 그들은 이따금 새벽을 알리는 괘종시계가 유리 덮개 안에서 언제까지나 울려퍼지는 드높은 금속성 소리의 밝고 되풀이되는 음향에 놀라 몇번이나 몸을 떤다. 게다가 방안은 얼음처럼 차갑다....... 침상 주위에 헝클어진 것들은 흡사 상복같구나.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의 북풍은,문간에서 탄식하고, 방안에 음산한 숨결을 가득히 불어넣는다. 한 차례 휘둘러보기만 하여도 무엇이 부족한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두 어린아이에게는 어머니가 없는 것이다. 자애로움에 넘친 미소로,자랑스런 눈빛으로 어린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머 니가 없는 것이다. 어쩐 일인지 어머니는, 밤이 되면 혼자서 열심히 잿속에서 꺼져가는 불을 살리면서, 화로의 불을 일으키는 것을 잊었단 말인가. 어린이들 몸 위에 수피나 이불을 자상하게 덮어주는 일도 잊어단 말인가. "미안하다!"라고 한 마디 말한 다음, 떠나기 전에, 새벽녘의 추위로 어린아이들이 감기 들지 않도록 북풍을 막는 문을 꼭꼭 닫아주는 일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어머니의 꿈, 그것보다 더 따뜻한 침구도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새들이,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듯이. 손발이 얼어버린 어린아이들은, 아름다운 환영으로 갇그 찬 감미로운 꿈을 장만한다. 부드러운 침상은 어머니의 꿈이어늘, 어쩐일로, 이 둥지에는 깃털도 없고 따뜻함도 없으니. 어린아이들은 추워서, 잠 못 이루고,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사나운 삭풍에 얼어붙은 둥지란 말인가.....   벌써 눈치챘으리라 생각하지만, 이 어린아이들은 고아입니다. 집안을 온통 다찾아보아도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도 어딘가 멀리 떠나버렷었다! 할 수 없이 어린아이만이 얼어붙은 듯한 이 집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아들은 겨우 네 살. 그런데 두 어린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렴풋하게나마 무언가 즐거운 추억들이, 마치 기도하면서 손가락 끝으로 굴리는 염주알처럼 천천히 조금씩 눈을 뜨고 있구나. 아, 얼마나 좋은 아침이었는가 말이다. 선물이 있었던 그날 아침은. 밤 사이, 두 어린아이는 각각 받게 될 선물을 생각하면서 잠 못 이루는 것 이었다. 금종이 은종이들로 싼 과자랑, 장난감이랑,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이 소용돌이 치기도 하고 발을 굴리면서 춤추는 것을 보게 되는가 하면, 금방 커튼 밑으로 숨기도 하고, 다시 또 나타나기도 하는 그런 묘한 꿈도 꾸었다. 이른 아침이면 눈을 활짝 떴다.즐거운 마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욕심스럽게 입술을 삐죽이 내밀고, 졸리운 눈을 부비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그대로 한 채, 축제일처럼 즐겁게 눈을 반짝이면서, 작은 맨발로, 마룻바닥 위를 가볍게 발소리를 내면서, 양친이 계신 방 밖에까지 와서는 가만히 문간을 만진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부모에게 인사말을 올린다.....잠옷 바람으로 되풀이되는 입맞춤, 거칠 것이 없는 기쁨이로다.   아!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몇 번이나 되풀이 되었던 그 말은, -그러나 어찌하여 이렇게도 변해버렸단 말인가, 그 옛날의 이 집은! 난로에는 그토록 많은 장작이 진홍빛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고풍스런 방안은 온통 구석구석까지 빛나고 있다. 큰 난로에서 올라오는 진홍빛 불빛의 반사가 니스칠을 한 가구들 위 에서 춤추는 것이 즐겁기 그지없었다.   --------------------------------------------------------------------------------   악 기관총이 토해내는 붉은 핏빛의 침이, 종일토록 푸른 하늘을 향하여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붉은색,녹색으로 장식한 부대들이 잇따라 적의 대포를 맞고 쓰러져 가는 모습을 왕은 그들을 비웃고 있노라.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광기로 하여, 몇천만의 인간이 피투성이가 된 시산으로 화해버리고 있는데도, ─가혹한 열기 아래서,여름의 풀섶 아래서,기쁨으로 죽어간 가엾은 자 들이여. '자연'이여! 아! 성스러운 인간들을 창조해냈던 그대여! 어처구니업구나. 신께서 무늬 제단포와 향료와, 황금의 성찬배에 둘러싸여 빙긋거리고 있으시다니요, 찬미가의 가락에 따라 몸을 흔드시면서 낮잠을 주무시고 계시다니요. 게다가 눈을 뜨실 때는 전사자들의 어머니들이, 고뇌로하여 기진맥진항게 된 속에서도, 손수건에 싸온 연보돈을, 눈물을 흘리면서,바쳤을 때만이라구요! ............arthur rimbaud   -------------------------------------------------------------------------------- 골짜기에 잠들어 있는 자 크나큰 산등성이로부터 해가 비치면, 여기 푸른 풀이 우거진 작은 골짜기으 움푹 패인 땅에는,한 줄기 작은 시 냇물이 노래하고, 은빛 아지랑이는 남루한 풀섶 위에 미친 듯이 헝클어지니, 작은 골짜기는 햇살로 넘치는구나. 젊디 젊은 한 병사가, 입을헤벌리고, 맨머리로, 시원한 푸르른 쐐기풀 속에 머리를 막고 잠들어 있구나. 구름이 떠가는 풀밭 위 햇살 쏟아지는 녹색의 침상 위에 누워, 창백하구나. 두 발은, 수선창포속에 박고, 병든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머금고 잠들었구나. 다정한 자연이여, 녀석은 추은 듯하니, 따뜻이 잠재워주라. 온갖 향기가 바람에 실려왔건만, 콧구멍은 움짓도 하지않고 한쪽 팔을 가슴 위에 얹은 채, 이 적막함이여, 그의 바른쪽 배에는 붉은 상처 구멍이 두개. 1870년 10월............arthur rimbaud   --------------------------------------------------------------------------------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미빛 눈물을 흘렸다 별은, 그대의 귓속 깊은 곳에 떨어져, 장밋빛으로 흐느껴 울고 그대의 목덜미로부터, 허리 있는곳까지, 무한은 그 흰 빛을 굴리고 있었다. 바다는 그대의 따뜻한 젖가슴을, 진줏빛으로 물들게 하고, 사내는 그대의 영묘한 옆구리에 검은 피를 흘렸다.     -------------------------------------------------------------------------------- 유유한 강물을 타고 내려올 적에 이젠 선원들에게 맡겨져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 형형색색 말뚝에 발가벗긴 채 못박아놓고서 인디언들 요란스레 그들을 공격했었지. 플라망드르산 밀이나 영국산 목화를 져 나르는 선월들이야 내 아랑곳하지 않았지. 나의 선원들과 더불어 그 소동이 끝나자 강물은 내 마음대로 흐르도록 날 버려두었지. 격려한 밀물 요동 속에 밀리며 어느 겨울 아이들 머리보다도 더 귀멀었던 나, 나는 헤쳐나갔지.그리고 출범한 반도들은 그보다 더 기승하는 소동을 겪은 적이 없었다. 폭풍우 해상에서 잠깨는 날 축성했고 콜크마개 보다 더 가벼이 떠돌며, 영원한 희생자들의 흔들 배라고 불리우는 물결 출렁이는 대로 난 춤추었네. 희한없이 열 날 밤을,초롱불들의 흐리멍텅한 눈! 초록색 물은 시큼한 사과 속살처럼 어린애들에게보다 더 부드럽게 내 전나무 선체에 스며들고 청포도주 얼룩들과 토해낸 찌꺼기들이 키와 갈고리 닻에 흩어지며 날 씻었네. 이제 그때부터 초록 창공을 탐식하는,젖빛의,별들이 잠긴, 바다의 시 속에서 난 헤엄쳤네. 거기엔, 해쓱하고 넋 잃은 부유물처럼 이따금 상념에 잠긴 익사체가 내리흐르고, 거기엔, 갑자기 푸르스름한 색깔들 물들이며, 태양의 불그스름한 번득거림 아래에 느릿한 착란과 리듬, 알콜보다 더 진하게, 우리의 리라보다도 더 드넓게 사랑의 씁쓸한 바알간 얼룩들 술렁이며 삭아가네! 난 알고 있다네, 섬광으로 찢어지는 하늘들, 물기둥들, 격랑들 그리고 해류들을, 난 알고 있다네, 저녁녘 비둘기의 무리처럼 비약하는 새벽, 또 난 가끔 보앙ㅆ다네, 인간이 본다고 믿었던 것을! 난 보았네,신비로운 공포 점점이 박힌 나지막한 해, 머나먼 고대 연극의 배우들 모양의 길다란 보랏빛 응결체들을 비추는 태양을 저멀리 출렁이는 수면을 굴리는 물결들을! 난 꿈꾸었네, 현란스레 눈 덮힌 푸른 밤, 서서히 바다 위로 복받쳐 오르는 애무인 양 놀라운 수액드르이 순환 그리고 노릇파릇 개어나 노래하는 인광들을! 내 여러 날 쫓아다녔지. 히스테릭한 암소떼처럼 넘실넘실 암소들을 덮치는 큰 파도들. 성모 마리아의 빛나는 발이라도 숨가쁘게 헐떡이는 대양을 억누르진 못했을 꺼야! 짐작하다시피 난 부딪쳤네, 엄청난 플로리다 주와, 꽃무리 속에 인간의 피부를 한 표범들 눈초리가 엉켜 있었고 수레바퀴 테처럼 탱탱한 무지개들, 수평선 아래 바다의 청록색 양떼들과 어우러지고 있었지. 난 보았네, 어마어마한 늪들이 통발처럼 삭아가는 것을. 거기엔 골풀들 안에서 거대한 바다괴물이 통째로 썩어가고 바다의 고요 한가운데에서 부서지는 물의 붕괴, 그리고 심연을 향해 카르릉거리는 원방의 물결들을! 빙하들, 은빛 태양ㅇ들, 진주모빛 물결들, 잉걸불처럼 바알간 하늘들! 갈색 물구비 복판에 꼴사나운 좌초물들, 거기엔 빈대들이 할퀴어버린 거대한 뱀들 시커먼 냄새 풍기며 비틀린 나무들처럼 쓰러져가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리, 푸른 물결의 그 만새기들,그 황금색 물고기들 노래하는 물고기들을, 꽃모양 물거품들이 항상 나의 출범을 어르고 형언할 수 없는 바람들은 시시각각 날개치듯 날 스쳤네. 이따금 극지와 지대들에 지친 순교자처럼 바다는 흐느낌으로 내 몸을 부드러이 흔들어대며 노란 통풍창 뚫린 그늘의 꽃들을 내게로 올려보내고 난 거기 쪼그리고 있었네,무릎꿇고 거의 넋 잃은 채. 섬처럼 내 뱃전 위로 달라붙은 하소연을 뿌리치고, 금빛눈을 빈정거리는 새들의 똥무더기를 가르며 나는 떠내려갔네.어렴풋이 날 스쳐간 혼백들 다시금 뒷전으로 잠잠히 가라앉더라! 해서 난, 길 잃은 배되어 머리카락에 휘감기듯 폭풍에 말려 새도 없는 창공으로 내던져졌지. 모니토르 군함들도 한스 조합의 범선들도 물에 취한 내 몸뚱아리 건지지 못했을 나: 자유로이 보랏빛 안개를 타고, 피어올라 불그스름한 하늘을 돌파할 나, 벽을 돌파하듯 훌륭한 시인들에 바치는 별미의 과일쨈처럼, 태양의 지의들이며 창공의 넝마들을 걸친 나, 반달 전구들 점점이 박혀, 미쳐 날뛰는 판자처럼, 검은 해마들 호송받으며 달음질치는 나, 군데군데 타오르는 구덩이 난 군청색 하늘을 7월들이 몽둥이 삿대질로 무너뜨릴떼, 50리 밖에서,발정하는 배헤못과 어마어마한 말스트롬 돌풍이 우는 소리를 느끼며 전율하는 나, 푸르른 부동을 영구히 실을 잣는 자, 나는 고대 흉벽들이 늘어선 유럽을 애석해하노라! 난 보았네, 항상의 군도들을 !그리고 열광하는 그곳 하늘 항해자에게 열려 있는 섬들을, ─바로 이 끝없이 깊은 밤들 사이에 그대 잠들어 달아나는 건가 백만의 황금새들,오 미래의 활력이여? 하지만, 정말이지,난 너무나도 흐느껴 울었네!여명들은 비통하고 달이 온통 잔혹하고 해는 온통 가혹하고, 쓰디쓴 사랑은 취기 어린 마비상태로 날 부풀렸네. 오 나의 용골을 터뜨리라!오 널 버다로 가도록 하라! 내가 유럽의 물 갈구한다면 그것은 바로 겁고 차가우 웅덩이, 거기엔 향긋한 황혼을 향해 슬픔에 겨워 쇠잔한 한 아이 쪼그리고 가벼운 배 한 척 5월의 나비처럼 떠 있는곳. 내가 유럽의 물 갈구한다면 그것은 바로 검고 차가운 웅덩이, 거기엔 향긋한 황혼을 향해 슬픔에 겨워 쇠잔한 한 아이 쪼그리고 가벼운 배 한 척 5월의 나비처럼 떠 있는곳. 오 물결들이여 그대들 무기력함에 휩싸인 나, 이제는 목화 짐꾼들로부터 그들의 자국 지울 수 없네, 깃발들과 불길들의 오만함 가로지를 수도 없네, 이제는 부교들의 험악한 눈들 아래에서 헤엄칠 수도 없네.   -------------------------------------------------------------------------------- 초록바탕에 금으로 수놓은 보석함, 수풀잎의 그늘로부터 입맞추고 나서 좋은 장소, 꽃들을 잔뜩달고, 줄곧 흔들리기만 하는 수풀의 잎그늘로부터 정교한 자수물의 기운차게 찢고, 망설이는듯한 목신의 머리가 불쑥 나타나면서, 두 개의 눈을 굴리면서, 진홍빛 꽃을 닥치는 대로 하얀 이빨로 물어뜯었다. 해묵은 술인양 다갈색으로 빛나는 그 입술이 무성한 나뭇가지 아래에서 크게 웃어댔다. 이윽고 재빠른 다람쥐의 몸을 감추어버렸으나, 그 웃음들은 나뭇잎마다 남아서 떨고 있었다. 피리새가 날아간 다음놀라버린, 황금 빛깔의 입맞춤의 숲은 가끔씩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 은과 구리의 수레들---- 강철과 은의 뱃머리들---- 거품을 휘젓고,---- 가시덤불의 그루터기를 들어올린다. 황야의 조류들, 그리고 썰물의 거대한 수레바퀴 자국들, 원을 그리며 동쪽으로 길게 뻗친다, 숲의 기둥들 쪽으로.---- 모퉁이가 빛의 소용돌이에 부딪히는 부두의 방파제 쪽으로.     -------------------------------------------------------------------------------- 미셸과 크리스틴 (MICHEL ET CHISTINE) 빌어먹을 그때 만일 태양이 이 기슭을 떠난다면! 달아나라, 환한 홍수로다! 여기 길들의 그늘이 있다. 버드나무숲에서, 오랜된 앞뜰에서 뇌우는 우선 굵직한 물방울을 뿌린다. 오 백 마리의 어린양들아, 목가의 금발 병사들아, 수로들, 마른 히이드들아, 도망쳐라! 평원, 사막, 초원, 지평선이 뇌우의 붉은 화장을 돕고 있다! 검둥개야, 외투가 휘날리는 갈색 머리의 목자야, 탁월한 번개의 시간을 피하라. 금발의 무리야, 어둠과 유황이 떠다니니, 더 나은 은신처로 내려가도록 하라. 그러나 나는, 주여! 여기 내 성령이 날아온다. 얼어 버린 붉은 색 하늘 뒤에서, 흐르고 나는 천상의 구름들 아래, 철길처럼 긴 백 군데의 솔료뉴평원으로. 저기 많은 늑대들, 많은 야생의 씨앗들을, 이 종교적인 뇌우의 오후가 앗아간다. 메꽃들을 사랑하기는 하면서 많은 무리들 몰려올 옛 유럽 위로! 뒤에, 달빛이여! 황야 도처에서, 전사들이 얼굴은 붉고 이마는 하늘 향한채 자신들의 창백한 준마들을 천천히 몰고 간다! 이 당당한 무리 아래 조약돌들이 울린다! ----그리고 나는 볼 것이다 노란 숲을, 밝은 계곡을, 파란 눈의 아내를, 붉은 이마의 남자를---- 오 갈리아여,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밭 근처에서, 유월절의 하얀 양을, ---- 미셸과 크리스틴을, ----또한 그리스도를! ----목가의 끝.   -------------------------------------------------------------------------------- '깃발은 더러운 풍경으로 가고, 우리의 사투리는 북을 질식 시킨다. 중심지에서 우리는 가장 추잡스런 매춘을 부추길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반란을 진압할 것이다. 후추가 나는 습기 많은 나라들로! ----가장 잔인무도한 산업적 또는 군사적 착취를 위하여. 여기에서, 어디에서건, 다시 만납시다. 호의의 신병인 우리는 사나운 철학을 가질 것이다. 과학에 관해 무지하고, 안락을 위해서는 교활한 우리. 움직이는 세계를 위한 파열. 이것은 진정한 행군이다. 앞으로 갓!'        
430    "세계는 소리와 맹위와 불로 가득 차고"... 댓글:  조회:2655  추천:0  2016-11-01
네루다 Pablo Neruda 본명은 Neftalí Ricardo Reyes Basoalto. 1904. 7. 12 칠레 파랄~1973. 9. 23 산티아고. 칠레의 시인·외교관·마르크스주의자. 느린 비탄 밤이 깃들인 마음에 긴 네 이름 방울이 말없이 돌고 떨어져 부서지고 물이 된다. 마음의 가벼운 상처는 무언가를 원한다. 무한한 짧은 사랑의 상처. 갑자기 들려오는 잃어버린 존재의 걸음 같은 사랑. 갑자기, 갑자기 마음에서 들리고 나뉘는, 가을의 차가운 꿈처럼 서글프게 끈질기고 늘어만 가는 걸음. 땅의 두터운 바퀴 망각의 젖은 바퀴는 굴러간다. 시간을 불가능한 반쪽으로 나누면서. 길긴 잔은 네 영혼을 덮는다. 차가운 땅에 흘려진 네 영혼. 빗소리에 섞여 날아가는 가엾은 파란 불꽃을 내뿜는다. 시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시 나는 밤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네 예를 들면 밤하늘을 가득 채운 파랗고 멀리서 반짝이는 별들에 대하여 하늘을 휘감고 노래하는 밤바람에 대해서 나는 밤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네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나를 사랑한 때 있었네 이런 밤에, 나는 그녀를 내 팔에 안았네! 무한한 밤하늘 아래 그녀에게 무수히 키스했었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그녀를 사랑한 때 있었네! 그녀의 크고 조용한 눈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밤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네 더는 그녀가 곁에 있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내가 그녀를 잃은 것을 느끼며, 거대한 밤을 들으며 그녀 없이 더욱 거대한 그리고 시는 풀잎에 떨어지는 이슬처럼 영혼으로 떨어지네.. 산보 내가 사람이라는 게 싫을 때가 있다. 나는 양복점에도 들어가보고 영화관에도 들어가본다 펠트로 만든 백조처럼 바싹 말라붙고, 防水(방수)가 되어, 자궁들과 재의 물 속으로 나아간다. 이발관 냄새는 나로 하여금 문득 쉰 소리로 흐느껴 울게 한다. 내가 오직 바라는 건 돌이나 羊毛(양모)처럼 가만히 놓여 있는 것. 내가 오직 바라는 건 더이상 상점들을 보지 않고, 정원들, 상품, 광경들, 엘리베이터들을 보지 않는 것. 내 발이 싫어지고 내 손톱과 내 머리카락 그리고 내 그림자가 싫을 때가 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게 도무지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멋진 일일 거야 한 송이 자른 백합으로 법원 직원을 놀라게 하고 따귀를 갈겨 수녀를 죽이는 건 말야. 참 근사할 거야 푸른 칼을 들고 거리를 헤매며 내가 얼어죽을 때까지 소리지르는 건 말야. 나는 줄곧 암흑 속에서 뿌리로 있는 걸 바라지 않는다. 불안정하고, 길게 뻗어 있으며, 잠으로 몸서리치고, 땅의 축축한 내장 속으로, 계속 내려가, 흡수하고 생각하며, 매일 먹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무 심한 비참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계속 뿌리나 무덤이기를 원치 않는다, 시체들의 창고인 땅 밑에서 혼자 거의 얼어서, 슬픔으로 죽어가는 걸 원치 않는다. 그게 바로 월요일이, 내가 가책받은 얼굴로 오고 있는 걸 볼 때, 개솔린처럼 불타고, 상처입은 바퀴처럼 진행하면서 울부짖고, 밤을 향해 가며 따뜻한 피로 가득찬 자국을 남기는 이유. 그리고 그건 나를 어떤 구석으로 몰아넣고, 어떤 축축한 집으로, 뼈들이 창 밖으로 날아나오는 병원들로, 식초냄새 나는 구두방으로 몰아넣고, 피부가 갈라진 것처럼 끔찍한 어떤 거리로 몰아넣는다. 유황색 새들, 내가 증오하는 집들 문 위에 걸려 있는 끔찍한 내장들 커피포트 속에 잊혀진 틀니, 수치와 공포 때문에 울었을 거울들, 사방에 우산들, 毒液(독액), 그리고 탯줄. 나는 조용히 거닌다, 두 눈을 가지고, 구두와 분노를 지니고, 모든 걸 잊어버리며, 나는 걷는다, 사무실 건물들과 정형외과 의료기구사들 사이로, 그리고 줄에 빨래가 널려 있는 안뜰들 ㅡ 속옷, 수건, 셔츠들에서 더러운 눈물이 떨어지고 있는 거길 지나서. 젊음 길가에 서 있는 자두나무 가지로 만든 매운 칼 같은 냄새,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지는 생기의 방울들, 달콤한 性的과일, 안뜰, 건초더미, 으슥한 집들 속에 숨어 있는 마음 설레는 방들, 지난날 속에 잠자고 있는 요들, 높은 데서, 숨겨진 창에서 바라본 야생 초록의 골짜기: 빗속에서 뒤집어엎은 램프처럼 탁탁 튀며 타오는 한창 때. 소네트 세기世記가 이슬비처럼 우리를 적신다 시간은 끝이 없고 슬프다 소금 깃이 당신의 얼굴에 닿고 물방울이 내 셔츠를 갉아먹는다 시간은 내 손과 당신 손의 오렌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눈雪과 곡괭이로 살을 깎인다 당신은 나의 삶, 즉 나의 삶이 내가 당신한테 준 나의 삶은 부풀어오른 과일 다발과 같은 해年들로 가득하였다 포도는 흙으로 돌아가리라 그리고 그 아래에서도 시간은 이어진다, 기다리고, 먼지 위에 비를 내리고, 부재조차 지우고 싶어하며 폭풍우를 기리는 노래 어젯밤 그녀는 왔다. 검푸르게 밤빛 감청. 포도주빛 붉은 빛으로: 불의 머리카락, 차가운 불의 눈을 가진 폭풍우― 어젯밤 그녀는 지상에서 자고 싶었다. 그녀의 맹렬한 행성에서, 하늘에 있는 그녀의 동굴에서 갓 풀려나 느닷없이 왔다; 그녀는 자고 싶었고 잠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정글과 고속도로를 휩쓸고,' 산들을 휩쓸고, 바다의 돌들을 씻고, 그러고는 자기의 침대를 만들려고 마치 그것들이 깃털인 양 소나무숲을 휩쓸었다. 그녀는 그녀의 火筒에서 번개를 흔들어 떨어뜨렸고 커다란 통들인 양 우레를 떨어뜨렸다. 일순 침묵에 싸였다: 나뭇잎 하나 나는[飛] 바이올린처럼 공중에서 활주했다― 그러고는 그게 땅에 닿기 전에 너는 그걸 손에 쥐었다, 엄청난 폭풍이여, 모든 바람이 호른을 불어대게 했고, 밤은 온통 그 말들을 달리게 했으며, 얼음은 모두 윙윙거리고, 지친 나무들은 죄수처럼 비참하게 시달렸다. 땅은 신음하고, 여자는 출산하고, 한 줄기 강풍우로 너는 풀이나 별들의 소음을 잠재우며, 얼얼한 침묵을 손수건처럼 찢어발긴다― 세계는 소리와 맹위와 불로 가득 차고, 번개 칠 때는 네 번쩍이는 이마에서 머리카락 떨어지듯 하고, 네 전사의 벨트에서 칼이 떨어지는 듯하며 세상이 끝나는구나 하고 우리가 생각할 때쯤, 그때쯤, 비, 비, 오직 비, 땅 전체, 온 하늘이 잠든다. 밤은 떨어지고 사람의 잠을 죽음처럼 깊게 하며, 오로지 비, 시간과 하늘의 물뿐: 꺽인 가지, 빈 둥지 외에는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네 음악적인 손가락들로, 네 지독한 포효로, 네 밤 활화산의 불로, 너는 나뭇잎 하나 들어올리며 놀고, 강들에 힘을 주고, 사람 되게 사람을 가르치고, 약한 사람 겁먹게 하고, 여린 사람 울게 하며, 창문들을 덜그덕거리게 한다― 그러나 네가 우리들을 파괴하려고 할 때, 猛威가 단도처럼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불빛과 그림자가 모두 떨고 소나무들이 밤바람 끝에서 울부짖으며 스스로 삼켜질 때, 너, 자상한 폭퐁우여, 내 약혼자여, 그렇게 거칠었으면서도 너는 우리한테 잘못을 하지 않았다: 그러질 않고 너의 별과 비로 돌아갔다. 풋풋한 비, 꿈과 씨로 가득 찬 비, 추수의 어머니인 비, 세상을 씻는 비, 씻어 잘 말리고, 그걸 새롭게 하는, 우리들 사람과 씨앗을 위한 비, 죽은 사람을 잊게 하고 내일의 빵을 위한 비― 비만을 너는 남겼다. 물과 음악,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한다 폭풍우여, 나를 생각해 주고, 다시 와서, 나를 깨워주며, 마음 밝게 해다오, 너의 길을 보여주어 사람의 폭풍우 같은 목소리가 너와 어울려 너의 노래를 부르게 해다오.
429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댓글:  조회:3004  추천:0  2016-11-01
     [시인탐방] 파블로 네루다                                       남미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국 칠레의 군사독재에 맞서 이태리로 망명한 네루다와  우체부의 우정을 그린 영화 "ilpostino'로 더욱 유명해진 시인이지만 현대 시에 있어 그의 문학적 성과가 갖는 의미는 여러모로 다양  하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약력: 1904년 칠레 태생.           본명은 네프딸이 리까르도 레예.           1971년 시집 '황혼의 세계'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           1973년 사망           국내 판매 저서  :  스무개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공간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민음사                                      언어와 술꾼들의 우화/  솔   **작품 소개     시(Poem)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밤의 가지에서 홀연히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다.   또는 혼자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얼굴없이 있는 나를 시는  건드렸다.   나는 뭐라고 해야할 지를 몰랐다.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다.   끓어오르는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내 나름대로 해 보았다.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이 첫 줄을 썼다.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수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지혜이다.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다.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신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작은 존재는 그 큰 별들의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나부꼈다.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예를 들면, "밤은 별이 많다, 별들은 파랗게     떨고 있다, 멀리서, 파랗게"라고 쓸까.       밤바람은 하늘에서 돌며 노래하는데       나는 이 밤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난 그녀를 사랑했었지. 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었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는 내 품에 있었지.     끝없는 하늘 아래서 난 몇번이고 그녀에게 입맞추었지.       그녀는 나를 생각했었지. 때로 나도 그녀를 사랑했었어.     그녀의 그 커다랗게 응시하는 눈망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문득 그녀가 없다는 생각. 문득 그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       황량한 밤을 들으며, 그녀 없이 더욱 황량한 밤.                 절망의 노래               너의 추억은 내가 자리하고 있는 밤에서 솟아오른다.         강물은 그 끝없는 탄식을 바다에 묶고 있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내 심장 위로 차가운 꽃비가 내린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 조난자들의 흉포한 동굴.           네 위로 전쟁과 날개가 쌓여 갔다.         노래하는 새들은 네게서 날개를 거두었다.           마치 머나먼 무엇처럼 너는 그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바다처럼, 시간처럼,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침략과 입맞춤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등대처럼 타오르던 혼수 상태의 사간.           항해사의 조바심, 눈 먼 잠수부의 분노,         사랑의 혼미한 도취,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아있다!           희마한 안개의 유년 속에 날개 달고 상처 입은 나의 영혼.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너는 고통에 동여매인 채, 욕망에 붙들려 있었지.         슬픔은 너를 쓰러뜨렸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나는 그림자 드리운 성벽을 뒤로 하고,         욕망과 행위의 피안을 걸었다.           오 살이여, 나의 살결이여, 내가 사랑했고 나를 버린 여인이여,         이 음습한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추억하며 노래한다.           하나의 술잔처럼 너는 한없는 애정으로 머물렀고,         또 어떤 술잔처럼 끝없는 망각이 너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것은 검은 빛, 섬들의 검은 고독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하는 여인아, 네 품이 나를 반겼다.           그것은 갈증이었고 허기짐이었다, 그리고 넌 과일이었다.         그것은 비탄이었고 폐허였다, 그리고 넌 기적이었다.           아 여인아, 네 여혼의 대지 안에, 네 품의 십자가 속에         어떻게 네가 나를 품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너를 향한 나의 욕망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면서도 그토록 짧은         것,         가장 엉망진창 취해 있는 것, 그토록 위험하고도 목마른         것이었다.           입맞춤의 묘지여, 아직도 너의 무덤들에는 불이 남아 있어,         새들의 부리에 쪼인 포도송이들이 이적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오 깨물린 입, 오 입맞추며 엉켜 있는 팔다리,         오 허기진 이빨들, 오 비비 꼬여 있는 육체들.           우리가 맺어졌고, 우리 함께 절망한         희망과 발버둥의 미친 듯한 교접.           그리고 물과 밀가루 같은 사소한 애정.         그리고 입술에서 방금 떨어져 나온 그 단어.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그 안에서 나의 갈망이 항해하였으며,         그 속으로 나의 갈망은 가라앉았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네 위로 모든 것이 추락하고 있었다.           네가 말로 다하지 못했던 고통이며, 너를 질식시키는 데 실패한         파도들이.           뱃머리에 선 뱃사람의 다리처럼 이리로 저리로         너는 불꽃을 일으키는가 하면 노래도 하였다.           노래 속에서 너는 꽃도 피워 내고, 시냇물에서는 부서지기도         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활짝 열린 고통스러운 깊은         연못이여.           눈 먼 창백한 잠수부, 기꺽인 戰士,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밤의 일정표가 꽉 찬         단단하고도 냉랭한 시간이다.           바다의 소란스러운 허리띠는 해변을 휘어감고 있다.         차가운 별들이 나타나고, 검은 새들이 날아간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떨리는 그림자만이 내 손아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아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절망의 노래           너의 추억은 내가 자리하고 있는 밤에서 솟아오른다.         강물은 그 끝없는 탄식을 바다에 묶고 있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내 심장 위로 차가운 꽃비가 내린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 조난자들의 흉포한 동굴.           네 위로 전쟁과 날개가 쌓여 갔다.         노래하는 새들은 네게서 날개를 거두었다.           마치 머나먼 무엇처럼 너는 그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바다처럼, 시간처럼,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침략과 입맞춤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등대처럼 타오르던 혼수 상태의 사간.           항해사의 조바심, 눈 먼 잠수부의 분노,         사랑의 혼미한 도취,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아있다!           희마한 안개의 유년 속에 날개 달고 상처 입은 나의 영혼.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너는 고통에 동여매인 채, 욕망에 붙들려 있었지.         슬픔은 너를 쓰러뜨렸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나는 그림자 드리운 성벽을 뒤로 하고,         욕망과 행위의 피안을 걸었다.           오 살이여, 나의 살결이여, 내가 사랑했고 나를 버린 여인이여,         이 음습한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추억하며 노래한다.           하나의 술잔처럼 너는 한없는 애정으로 머물렀고,         또 어떤 술잔처럼 끝없는 망각이 너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것은 검은 빛, 섬들의 검은 고독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하는 여인아, 네 품이 나를 반겼다.           그것은 갈증이었고 허기짐이었다, 그리고 넌 과일이었다.         그것은 비탄이었고 폐허였다, 그리고 넌 기적이었다.           아 여인아, 네 여혼의 대지 안에, 네 품의 십자가 속에         어떻게 네가 나를 품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너를 향한 나의 욕망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면서도 그토록 짧은         것,         가장 엉망진창 취해 있는 것, 그토록 위험하고도 목마른         것이었다.           입맞춤의 묘지여, 아직도 너의 무덤들에는 불이 남아 있어,         새들의 부리에 쪼인 포도송이들이 이적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오 깨물린 입, 오 입맞추며 엉켜 있는 팔다리,         오 허기진 이빨들, 오 비비 꼬여 있는 육체들.           우리가 맺어졌고, 우리 함께 절망한         희망과 발버둥의 미친 듯한 교접.           그리고 물과 밀가루 같은 사소한 애정.         그리고 입술에서 방금 떨어져 나온 그 단어.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그 안에서 나의 갈망이 항해하였으며,         그 속으로 나의 갈망은 가라앉았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네 위로 모든 것이 추락하고 있었다.           네가 말로 다하지 못했던 고통이며, 너를 질식시키는 데 실패한         파도들이.           뱃머리에 선 뱃사람의 다리처럼 이리로 저리로         너는 불꽃을 일으키는가 하면 노래도 하였다.           노래 속에서 너는 꽃도 피워 내고, 시냇물에서는 부서지기도         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활짝 열린 고통스러운 깊은         연못이여.           눈 먼 창백한 잠수부, 기꺽인 戰士,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밤의 일정표가 꽉 찬         단단하고도 냉랭한 시간이다.           바다의 소란스러운 허리띠는 해변을 휘어감고 있다.         차가운 별들이 나타나고, 검은 새들이 날아간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떨리는 그림자만이 내 손아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아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스무 개의 사랑의 시 20             나는 오늘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고 씁니다.           밤바람은 하늘을 맴돌며 노래합니다.           나는 오늘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가끔씩 나를 사랑했습니다.           오늘 같은 밤이면 나는 내 품에 그녀를 안고 있었습니다.         저 끝없는 하늘 아래서 수없이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가끔은 그녀를 사랑하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녀의 꼼짝 않는 눈동자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녀가 없어 저으기 막막해 보이는, 그 막막한 밤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러면 이슬이 풀밭에 떨어지듯 시는 영혼 위에 내립니다.           내 사랑이 그녀를 지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밤은 별들이 촘촘히 수놓아져 있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노래를 부릅니다. 저         멀리서.         그녀를 잃어버린 나의 영혼은 결코 채워지질 않습니다.           그녀를 내 곁으로 데려오기라도 할 듯이 내 눈길은 그녀를 찾아         헤매입니다.         내 가슴에 그녀를 찾아 헤매이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똑같은 나무들의 하얗게 밝히고 있는 똑같은 밤입니다.         우리는, 그때의 우리들은, 이미 지금의 우리가 아닙니다.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요.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가 닿으려고 바람을 찾곤 했지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맑은 육체, 그녀의 끝모를 눈동자들.         다른 남자의 것입니다. 이마 다른 이의 것일 겁니다. 전에는 내         입술의 것이었던 것 처럼.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하지만 혹시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그토록 짧고, 망각은 그토록 길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있었기에,         그녀를 잃어버린 내 영혼은 결코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것이 그녀가 내게 안겨주는 마지막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쓰는 마지막 시가 될지라도         말입니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9             가무잡잡하고 날렵한 소녀야, 과실을 맺게 하는 태양,         밀알을 여물게 하는 태양, 해초들을 꼬아 올리는 태양은,         즐거운 네 육체, 이글거리는 눈동자,         물의 미소를 지닌 네 입을 만들었다.           네가 두 팔을 뻗을 때, 불안에 사로잡힌 검은 태양 하나         늘어뜨린 검은 머리결로 너를 감아 올린다.         너는 개울과 그러듯 태양과도 장난하는데         태양은 네 눈에 어두운 두 개의 물웅덩이를 남기는구나.           가무잡잡하고 날쌘 소녀야, 아무것도 나를 네 가까이에 데려다         주지 않는다.         마치 정오로부터 멀어져 가듯, 모두가 네게서 나를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너는, 정신 없이 들뜬 꿀벌의 청춘,         파도의 주정, 이삭의 힘이다.           그래도, 나의 우울한 심장은 너를 찾고 있다.         즐거운 네 육체, 나긋나긋하고 갸날픈 네 목소리를 사랑한다.         밀밭 같기도, 태양 같기도, 양귀비 같기도, 물결 같기도 한,         달콤하면서도 단호함, 가무잡잡한 나비야.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8             나는 여기 널 사랑하고 있다.         어두운 소나무들 속으로 바람이 헤집고 지나간다.         달은 떠도는 물 위로 빛을 발하고 있다.         똑같은 날들이 쫓기듯 지나간다.           춤추는 모습으로 안개는 풀어진다.         은빛 갈매기 한 마리 낙조로부터 날아온다.         때로는 돛폭 하나가, 높디 높은 별들이.           오 어는 배의 검은 십자가,         홀로,         가끔씩 나는 내 영혼이 축축해질 때까지 밤을 새워 아침을         맞는다.         저 머나먼 바라 소리가 들리고 또 메아리진다.         여기는 항구다.         나 여기 널 사랑하고 있다.           나 여기 널 사랑하고 있건만 수평선은 부질 없이 널 감춘다.         이 차가운 것들 사이에서 아직도 나는 널 사랑하고 있다.         자꾸만 나의 입맞춤은 끝내 가 닿지 못할         바다를 향해 달리는, 그 무거운 배를 타고 간다.           이 낡은 닻줄처럼 나는 이미 잊혀진 존재임을 안다.         오후가 정박할 때의 부두는 더욱 서럽다.         불필요하게 허기진 나의 삶은 쉬 피곤해 한다.         내 널 갖지 못하는 걸 사랑하낟, 너는 그렇게 저만치 있다.           나의 구역질은 느릿한 황혼들과 함께 몸부림친다.         하지만 밤이 다가와 나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달은 꿈의 수레바퀴를 빙글빙글 돌린다.           가장 크막한 별들이 네 눈과 함께 날 바라다본다.         그리고 내 너를 사랑하기에, 바람 속의 소나무들은,         그 철사줄 같은 잎파리들로 네 이름을 노래하고 싶어한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7             생각에 잠겨, 깊은 고독 속에서 그림자들을 그물로 잡아         올린다.         너는 여전히 저 멀리 있다, 아 그 누구보다도 더 먼 곳에 있다.           생각에 잠겨, 새들을 풀어 주면서, 너의 이미지를 지우며,         등불들을 땅에 파묻는다.         안개 낀 종루, 저 위쪽으로, 얼마나 멀리 있는가!         아무 말 없는 방앗간 사내는         탄식을 삭이며, 우울한 희망들을 가루로 빻는다.         밤은 도시의 저 멀리서부터 네게 엎드려 다가온다.           네 모습이 다른 사람만 같고, 어떤 물건처럼 낯설기만 하다.         기나긴 길을 걸으며 네 앞의 내 삶을 생각한다.         아무의 앞에도 놓여진 적 없는 나의 삶을, 나의 혹독한 삶을.         바다를 마주한 절규는, 돌멩이 사이로, 미친 사람처럼         바다 내음 속을 자유로이 질주한다.         슬픈 분노, 절규, 바다의 고독,         재갈이 풀려, 격렬하게 하늘을 향해 온몸을 내뻗는다.           너, 여인아, 그곳에서 너는 무엇이었지? 무슨 선이었고, 어는         커다란 부채의 살대였지? 너는 지금 처럼 저 멀리 있었지.         숲 속의 불길이여! 푸른 십자가들 속에서 타오르는구나.           타오른다, 타오른다, 불길이 인가.         탁탁거리며 쓰러진다. 불이야. 불이야.         그리고 불탄 잿더미의 상처를 안고 내 영혼은 춤을 춘다.         누구십니까? 어떤 침묵에 메아리가 살고 있을까요?         향수에 젖는 시간, 기쁨의 시간, 고독의 시간.         모든 시간들 가운데 나의 시간이여!         뿔피리를 바람이 노래하며 지난다.         내 몸뚱이엔 그토록 커다란 통곡의 열정이 맺혔다.           모든 뿌리들의 흔들림,         모든 파도들의 습격!         즐거웠다가, 슬펐다가, 내 영혼은 한없이 구르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깊은 고독 속에 등불을 파묻고 있었다.         너는 누구지, 네가 누구였더라?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6             황혼녁 나의 하늘에서 너는 한 조각 구름 같고         너의 색깔과 모양새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여자, 달디단 입술의 여자,         그래서 나의 한없는 꿈들이 네 삶 속에 살고 있다.           내 영혼의 등불은 네 발을 붉게 물들이고,         시디신 내 포도주는 네 입술에서 더욱 달콤하기만 하다.         오, 해질녁의 내 노래를 거두어 들이는 여인이여,         어찌하여 내 외로운 꿈들은 네가 나의 여인이라 느끼는가!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 하오의 산들바람 속에         내가 소리치며 지나노라면, 바람은 내 홀아비 같은 목소리를         끌고 사라져 버린다.         내 눈 깊숙한 곳의 여자 사냥꾼아, 너는 나를 사로잡아         밤이면 활발한 너의 눈길을 마치 물처럼 고여들게 하는구나.           너는 내 음악의 그물에 잡힌 나의 포로, 나의 사랑아,         내 음악의 그물들은 하늘처럼 넓기만 하다.         나의 영혼은 상복 같은 네 눈동자의 기슭에서 태어난다.         상복 같은 너의 눈동자 속에서 꿈의 나라가 시작된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5             마치 네가 없는 것만 같아서 나는 네가 말 없을 때가 좋다,         너는 저 멀리서부터 내게 귀 기울이고, 내 음성은 네게 가 닿지         못한다.         마치 눈동자들이 네게 날아가 박히기라도 할 것만 같고         단 한 번의 입맞춤이 네 입을 꼭 닫아 버리기라도 할 것만         같다.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영혼으로 가득 차 있듯이         너는 그것들 가운데서 솟아나와, 나의 영혼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꿈의 나비여, 너는 내 영혼을 닮았다.         너는 우수라는 단어를 닮았다.           나는 네가 말이 없을 때가 좋다 그러면 너는 저만치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너는 투덜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자장가 속의 나비여.         그리고 너는 저 멀리서 내게 귀 기울이고 있지만, 내 음성이         쫓아가 닿지 못한다.         부디 네 침묵과 함께 나도 침묵할 수 있게 하라.           등불처럼 밝게, 반지처럼 소박하게         내가 너의 침묵과 함께 네게 말할 수 있게 해다오.         너는 아무 말 없이 별만 초롱초롱 빛나는 밤과 갔다.         너의 침묵은 그토록 머나먼 곳의 소박한 어느 별의 것이다.           마치 네가 없는 것만 같아서 나는 네가 말이 없을 때가 좋다.         너는 곧 죽을 듯이 저만치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럴 때면 한 마디의 말, 한 자락의 미소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리고 나는 즐겁다, 확실치는 않아도 무언가 때문에 즐겁기만         하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4             매일 너는 우주의 빛과 장난을 한다.         예민한 방문객이여, 너는 꽃 속과 물 속으로 도착한다.         맨날 그렇듯 내 손 사이의 포도송이처럼         내가 괴롭히는 이 티없는 작은 머리보다 더한 존재가 바로         너다.           내 너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너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존재.         노란 화관들 사이에서 내가 너를 가질 수 있게 하여 다오.         그 누가 저 남쪽 별들 사이에 연기 글씨로 네 이름을 쓰겠는가?         아, 아직까지 네가 존재하지 않던 그때, 진정 네 모습은         어땠는지 기억하게 해다오.           별안간 바람이 울부짖으며 나의 닫힌 창문을 때린다.         하늘은 우울한 물고기들로 엉켜 있는 그물.         여기엔 모두가 저마다 온갖 바람을 일으키러 온다, 모든         바람들을.         비는 옷을 벗는다.           새들은 도망치듯 날아간다.         바람이다. 바람이다.           나는 사람들의 힘에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폭풍우는 어두운 잎새들을 소용돌이로 휘몰아가고         엊저녁 하늘에 매어 둔 배들을 모조리 풀어 놓는다.           너는 여기 있구나. 아 너는 도망가지 않는구나.         너는 마지막 비명까지도 내게 응답하리니.         잔뜩 겁먹은 듯이, 내 곁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으라.         그래도 네 눈동자엔 낯선 그늘이 가끔씩 스쳐 갔다.           지금도, 지금까지 여전히, 작은 여인아, 너는 내게 인동 덩굴을         가져오면서,         향기 가득한 젖가슴까지 간직하고 있구나.         슬픈 바람이 나비를 죽여 가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사이         나는 너를 사랑하고, 나의 희열은 네 살구 입술을 깨문다.           나에게, 내 외롭고 거친 영혼에, 모두가 멀리하는         나의 이름에 친숙해졌다는 것으로 너는 엄청난 고통을         겪으리라.         우린 보았다 우리의 눈이 입맞출 때 자꾸만 끓어 오르던 샛별과         우리 머리 위를 맴도는 부채 속으로 꼬인 몸이 풀려 가는         황혼을.         너는 사랑으로 만질 때면 나의 단어는 네 위에 비로 내린다.         나는 네 몸이 별에 잘 말려진 진주 조개이던 시절부터         사랑했다.         지금은 네가 우주의 여주인이라는 것까지도 믿는다.         내 너에게, 즐거운 꽃과, 물메꽃, 짙은 색 개암나무 열매와         거친 입맞춤을 광주리 채 저 산에서 가져다 주마.           정말로 나는 봄이 벚나무와 하는 행위를         너와 함께 하고 싶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3             나는 불의 십자가로 네 몸에         하얀 지도를 그려 왔다.         두려워하면서도, 타오르는 갈증을 이기지 못하는 네 속으로, 네         뒤로         내 입은 몸을 숨겨 가면서 활보하는 한 마리 거미였어.           슬프고도 감미로운 인형이여, 네가 슬퍼하지 않는다면 좋을,         황혼의 기슭에서 네게 해줄 이야기들.         백조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아득하고도 기쁜 그 무엇.         포도송이의 시간, 과일이 여물고 열매 맺는 그런 시간.           너를 사랑할 때부터 나의 삶은 시작됐다.         꿈과 침묵이 교차하는 고독.         바다와 슬픔 사이에 갇힌 채,         두 명의 꼼짝 않는 곤돌라 뱃사공 사이에서, 말없이, 헛소리를         지른다.           입술과 목소리 사이에서 무언가 죽어 간다.         새의 날개를 가진 그 무엇이, 고뇌와 망각의 그 무엇이.         물을 붙잡아 두지 못하는 그물도.         나의 인형이여, 떨리는 물방울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이 덧없는 단어들 사이에서 뭔가가 노래를 한다.         뭔가가 노래를 한다. 뭔가가 목마른 내 입까지 올라온다.         오 온갖 기쁨의 낱말로 너를 기릴 수 있을지니.           노래하라, 끓어 오르라, 도주하라, 어느 미친 사내의 손 안에         든 鐘樓처럼.         슬픈 나의 연인이여, 너는 갑자기 뭐가 되어 버린 것일까?         내가 그토록 무릅쓰고 추운 절절에 다다랐을 때         나의 심장은 밤꽃처럼 저절로 닫혀 버린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2             내 심장을 위해선 너의 가슴 하나면 족하고,         네 자유를 위해선 나의 날개면 족하나니.         네 영혼 위에 내가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내 입으로부터 하늘까지 가 닿으리다.           네 안에 나날의 환상이 존재한다.         이슬이 꽃술에 가 닿듯 네가 다가온다.         지금 너의 부재로 너는 수평선을 파내고 있다.         파도처럼 영원한 도망길에 있다.           내가 얘기한 적 있지 소나무처럼 혹은 돛대처럼         네가 바람 속에서 노래하고 있었다고.         꼭 그들처럼 너는 저 높이 있으면서 아무 말도 없다.         마치 어떤 여행처럼, 너는 이내 슬픔에 젖어든다.           오랜 길처럼 정다운 여인아.         메아리와 향수에 젖은 목소리들이 네게 거주하고 있다.         내가 잠깨운 너의 영혼 속에 잠들어 있던 새들은         이따금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도망가 버린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1             거의 하늘 바깥 쪽의 두 개의 산 사이로 반달이 닻을 내린다.         빙빙 맴을 돌며, 헤매이는 밤은, 눈동자의 웅덩이.         그런데 그 웅덩이엔 얼마나 많은 별들이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가.           내 눈썹 사이에 애도의 십자가를 긋는가 하면, 도망도 친다.         푸른 금속의 화로, 소리 없는 싸움의 밤들,         나의 심장은 미쳐 날아 다니는 놈처럼, 빙글빙글 싸돌아         다닌다.         그토록 먼 곳에서 온, 그토록 머나먼 곳에서 데려온 소녀요.         이따금 너의 눈길이 하늘 아래로 반짝인다.         한탄스러움, 폭풍우, 분노의 소용돌이가         너를 붙잡지 못한 내 가슴 위를 휩쓸고 지나간다.         묘지의 바람은 졸리우는 너의 뿌리를         실어 가서, 박살을 내어, 산산이 흩뿌린다.         그 뿌리의 다른 쪽 거대한 나무등걸도 송두리채 뽑아 버린다.         하지만 너는, 맑디 맑은 소녀, 煙氣의 질문, 이삭.         빛나는 나뭇잎으로 바람을 일으키던 소녀였어.         한밤의 산 뒤켠으로는 백합의 불꽃.         아 나는 지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녀는 이 세상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여자였다.         네가 내 가슴팍에 난도질을 하고 떠나가 버린 안타까움,         이제는 그녀가 미소짓지 않았다 다른 길을 따라나서는 시간,         폭풍우가 땅에 묻어 버렸지, 바로 그녀에게 가 닿으려는,         그녀를 슬프게 하려는, 종소리들 그리고 아뜩한 飛上을.           아아, 길을 계속해서 가는 거다. 이슬 사이로 눈을 활짝 열고,         고뇌와 죽음과 겨울을 막아 주지 않는,         모든 것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는 길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0             우리는 이 황혼까지도 잃어버렸다.         푸른 밤이 이 세상 위에 내리는 동안         아무도 오늘 오후에 맞잡은 우리의 손을 보지 못했다.           나는 창문으로부터 바라보고 있었다.         머언 언덕들 위로 지고 있는 태양의 축제를.           가끔씩 마치 동전 한 닢만큼하게         내 손 사이에서 한 조각 해가 타오르고 있었다.           네가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그 슬품 때문에         질식할 듯한 영혼으로 나는 너를 그리워했었다.           그런데, 너는 어디 있었던 것일까?         어떤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것일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슬퍼할 때나, 네가 저 멀리 있다고 느껴질 때면,         왜 사랑의 아픔은 내게로만 다가오려 하는 것일까?           황혼 속에서 항상 지니고 있던 책이 떨어져 버렸고,         상처 입은 한 마리 개처럼 내 망토는 나의 발 아래로 굴러         내렸다.           항상 그렇지, 황혼이 굳은 표정을 지워 버리며 질주하는         그런 하오면은 항상 너는 멀어져만 간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9             송진 냄새와, 여름날의 오랜 입맞춤에 취하여,         둔중한 바다의 광포함에 휩싸여,         갸냘픈 대낮의 죽음을 향해 추설 수 없는 몸으로         나는 장미의 돛단배를 조종한다.           창백하게 나의 탐욕스런 물결에 옭아매여,         고통스러운 잿빛 소리의 옷을 아직도 걸치고,         버림받은 물거품의 슬픈 장식을 단 채,         활짝 벗어제낀 날씨의 시디신 향기 속을 항해한다.           견고한 정열에 휩싸여, 내 단 하나의 파도를 타고 간다,         밤인가 하면, 낮이고, 끓어오르는가 하면, 차가워지더니,         갑자기         싱싱한 허리 같은 하이얗고 달콤한,         행복한 섬들의 기슭에 잠들어 있다.           입맞춤의 옷을 입은 내 몸은 축축한 밤에         전기로 감전된 듯 미친 듯이 떨려 오고,         마침내는 몇 개의 꿈고         내게 열심히 그 일을 해대는 몽롱한 장미들로 電離된다.           물 위에서, 표면의 물결 한가운데서         낮은 하늘 빛의 힘 속에서 빨랐다 느렸다 하며,         한없이 내 영혼에 달라붙어 있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평행한 네 육체는 스스로 내 품에 내맡겨 온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8             하얀 꿀벌이여, 너는 꿀에 취한 채, 내 영혼 속에서 윙윙거리고         연기의 느릿한 螺旋을 따라 몸을 뒤튼다.           나는 절망에 빠진 사람, 메아리 없는 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 그리고 한때는 그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           마지막 밧줄이여, 나의 마지막 불안은 네 안에서 삐걱거린다.         너는 나의 황량한 대지의 마지막 장미꽃,           아 말 없는 여인아!           네 깊은 눈을 감으라. 거기 밤이 나래를 펴리니.         아아 네 몸에서 겁에 질린 딱딱한 모습을 벗어 던져 버려라.           너는 밤이 날개를 치는 깊디 깊은 눈을 가지고 있다.         신선한 J의 품속과 장미의 무릎을 가졌다.           네 젖가슴은 하얀 달팽이들을 닮았다.         네 뱃속에는 그림자 나비 한 마리가 잠자러 들어와 있다.           아 말 없는 여인다!           나 여기 너 없는 고독을 안고 있다.         비가 내린다, 바닷바람은 헤매이는 갈매기들을 사냥한다.           물은 젖은 길을 따라 맨발로 걸어간다.         저 나무의 이파리들은 병자들처럼 탄식을 한다.           하얀 꿀벌이여, 지금은 없지만, 너는 아직껏 내 영혼 속에서         윙윙거린다.         갸냘프고 말이 없는 너는 시간 속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아 말 없는 여인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7             하오에는 몸을 숙여 바다 같은 네 눈동자 위로         나는 슬픈 그물을 던진다.           거기서 조난자처럼 팔을 휘젓고 있는 나의 고독이         가장 높은 화롯불에서 온몸을 펼치고 타오른다.           바다가 등대 기슭에 그러듯 이별의         聖油를 베푸는 네 넋잃은 눈동자 위로 나는 붉은 자국을         남긴다.           너는 오직 어두움만 지키는구나, 저 먼 곳의, 나의 여자여,         너의 눈길로부터 가끔씩 놀라움의 해변이 솟아난다.           하오에는 몸을 숙여 나는 슬픈 그물을 던진다         대양 같은 네 눈동자를 흔들어 대는 저 바다로.           밤새들은 너를 사랑할 때의 내 영혼처럼         빛나는 첫 별들을 부리로 쪼아 대고 있다.           들판 위로 푸른 이삭들을 흩뿌리며         밤은 우울한 암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6             지난 가을 네가 어떤 존재였는지 난 오늘도 너를 기억해 낸다.         너는 회색 베레모였고 고요 속의 심장이었다.         네 두 눈에서는 황혼녁의 불꽃들이 싸우고 있었지.         그리고 나뭇잎들은 네 영혼의 물결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너는 메꽃 덩굴처럼 내 품에 꼭 매달려 있었지.         나뭇잎들은 네 느릿하고 고용한 목소리를 끌어 모으고 있었어.         나의 타는 듯한 목마름은 인사불성의 화롯불 속에서 끓어         오르고 있었지.         푸른 빛 달콤한 히아신스가 내 영혼 위에서 몸을 뒤채이고         있었어.           네 두 눈이 여행을 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가을은 저 멀리         있었다.         회색 베레모여, 새 같은 음성이여 그리고 나의 깊숙한 갈망이         이주하여 가곤 하였고 발갛게 뜬 숯불처럼         나의 즐거운 입맞춤들이 내려 앉고는 하던 심장의 거처여.           뱃머리에서 보는 하늘. 언덕에서 보는 들판.         너의 추억은 빛의, 연기의 침묵하는 연못의 것!         네 눈동자의 저 너머에서는 황혼이 끓어 오르고 있었지.         가을의 마른 낙엽들은 네 영혼을 맴돌고 있었어.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5           네가 내 얘길 들을 수 있도록         나의 단어들은         해변의 갈매기 발자국들처럼         때때로 갸냘퍼지곤 한다.           목걸이, 포도 같은         네 보드라운 손길을 위한 술취한 방울.           그리고 머나먼 나의 단어들을 바라본다.         네 것들이 내 것보다 많다.         그들은 덩굴나무처럼, 나의 오랜 고통을 기어 오른다.         축축한 담벼락을 따라 그렇게 매달려 오른다.         이런 피투성이 장난의 죄인은 바로 너.           단어들은 내 어두운 은신처로부터 도망간다.         너는 그 모든 것을 채워 준다. 그 모두를 가득 채운다.           너보다도 먼저 단어들은 네 고독에 살고 있었고         너보다도 많이 내 슬픔에 친숙해져 있다.           네가 내 얘길 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 단어들이 너         들으라고         내가 네게 말하고 싶은 것을 얘기해 주길 나는 지금 기원하고         있다.           고뇌의 바람은 아직까지도 종종 단어들을 질질 끌고 다닌다.         꿈속의 폭풍은 지금까지도 종종 단어들을 쓰러뜨린다.         나의 고통스런 목소리에서 너는 다른 음성들만 듣고 있다.         해묵은 입들의 오열, 해묵은 바램의 피,         나를 사랑해 다오, 벗이여, 나를 버리지 말아 다오, 나를         따라와 다오.         이 고뇌의 파도 속에서 나를 따라와 다오, 벗이여.           그러나 나의 단어들은 너의 사랑으로 차츰 물들어 간다.         너는 그 모든 것을 차지한다. 그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다.           포도처럼 보드라운, 네 하얀 손길을 위해         나는 모든 단어들을 묶어 한없는 목걸이를 만든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4             여름의 심장 속에         폭풍우 가득한 아침입니다.           이별의 하얀 손수건처럼 흘러 가는 구름을,         바람은 방랑자의 손길로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무수한 바람의 심장은         사랑에 빠진 우리의 침묵 위에 고동치고 있습니다.           싸움과 노래로 가득한 혓바닥처럼         오케스트라처럼 신성하게 나무 사이로 휘잉 소리냅니다.           바람은 날쌘 도적처럼 낙엽을 훑어 가고         고동치는 화살을 새들로부터 빗나가게 합니다.           포말도 일지 않는 파도 속에서, 무게도 없는 근원 속에서,         사위어 버린 불길 속에서, 바람은 아침을 허물어 버립니다.           여름 바람의 문간에서 패배당한         입맞춤의 부피는 산산이 부서져 물 속에 잠깁니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3             아 소나무 숲의 광막함, 부서져 내리는 파도의 소문,         빛의 느릿한 장난, 고독의 종소리,         네 눈 속으로 가라앉는 황혼, 인형이여,         대지의 소라고둥이여, 네 안에서 대지는 노래하나니!           네 안에서 강물이 노래하면 내 영혼은 그 속으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러길 네가 바랄 게고 그곳은 네가 좋아하는 곳이기에.         네 희망의 활에 재여진 나의 행로를 가르쳐 다오         그러면 미친 듯이 나의 화살을 무더기로 쏘아 보내리니.           나를 맴도는 네 안개 허리를 보고 있으면         너의 침묵은 쫓기는 듯한 나의 시간들을 힘들게 한다,         너는 투명한 돌맹이 같은 품을 간직한 존재         그곳에 나의 입맞춤이 닻을 내리고 음습한 고뇌가 깃든다.           아 사랑이 물들여 곱게 접어 놓은 너의 신비한 목소리는         해거름이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며 죽어 가고 있구나!         마음 깊은 곳의 시간 속에서 나는 보았다         바람의 입 속에서 꺽이고 마는 들판의 이삭들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2             그 죽음의 불꽃 속에 빛은 너를 휘감아 돈다.         네 주위를 선회하고 있는         황혼의 오랜 소용돌이를 마주한 채         정신 없이 빠져들어, 고통 속에 창백한 모습으로, 그렇게         자리하고 있는 여인아.           벙어리여, 나의 친구여,         이 죽음의 시간에 외로움의 한가운데 홀로         삶의 불꽃들로 가득 차 있는,         무너져 내린 하루의 유일한 상속녀여.           태양에서 꽃 한 송이가 네 검은 옷자락 위로 떨어진다.         거대한 뿌리들이 밤으로부터         네 영혼으로부터 갑자기 자라나고,         네게서 갓 태어난 창백하고 푸른 민족의         자양분이 되기 위하여         네 속의 감추어진 것들은 바깥으로 되돌아 나온다.           검은 빛과 황금빛 속에 생겨나는 圓光의 노예 여인은         오 거대하고 풍요로우며 자석처럼 마음을 끌어당기나니         오만한 여인, 그녀가 갈구하여 얻는 그토록 생생한 피조물로         하여         꽃들은 풀이 죽고, 그녀는 슬픔으로 가득하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그리고 절망의 노래 1           스무 개의 사랑의 시, 그리고 절망의 노래           스무 개의 사랑의 시             여자의 몸, 하얀 구릉, 하얀 허벅지,         너를 내어주는 모습은 꼭 이 세상을 빼어닮았구나.         우악스런 농사꾼 내 몸뚱이는 너를 파헤쳐         대지의 밑바닥에서 아들놈이 튀어나오게 한다.           터널처럼 나는 홀로였다. 새들은 내게서 도망쳤고         밤은 엄청난 침략으로 내게 쳐들어왔다.         내가 살아 남기 위해 너를 벼리었다 무기처럼,         내 활에 재어진 화살처럼, 내 投石機의 돌맹이처럼.           그러나 복수의 시간은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         가죽의, 이끼의 갈증나고 단단한 젖의 몸.         아 젖가슴의 사발들! 아 넋나간 눈동자!         아 陰部의 장미들! 아 너의 느릿한 슬픈 음성!           내 여인의 몸이여, 나는 네가 상냥하길 고집하리라.         나의 목마름, 끝없는 나의 번민, 막막한 나의 行路여!         영원한 목마름이 계속되는 어두운 水路들,         끊이지 않는 피로, 그리고 한없는 고통.      [제  목] [네루다와의 대담]  羊과 솔방울                                  羊과 솔방울   파블로 네루다 - 로버트 블라이 대담.   - 당신의 시에는 엄청난 이미지들의 강이 범람한다. 로르카, 알레익 산드레, 바예호 그리고 에르난데스의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 바로 시의 뿌리에서 솟는 시의 분출이다.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시가 스 페인어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얘기를 미국시인한테서 듣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우선 말해야겠다. 우리도 물론 열광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리는 아 직 대단한 게 없는 일꾼들이다. - 우리는 너무 비교를 해서는 안된 다. 스페인어 시에 대해 두 가지 다른 걸 얘기해야겠다. 16세기와 17세기 스페인 시는 위대했다. - 공고라, 케베도, 로페 더 베가 그 리고 다른 많은 거인들이 있다. 그런데 그후 3세기, 시가 없다 - 아 주 보잘 것 없는 시밖에는. 마침내 로르카, 알베르티, 그리고 알레익 산드레의 세대가 다시 큰 시를 썼다. - 그들은 그 작은 시를 극복 하고 솟아올랐다. 어떻게, 또 왜? 우리는 이 세대가 공화국으로서의 스페인의 정치적 각성, 잠자고 있던 위대한 나라의 깨어남과 때를 같이하는 세대라는 걸 기억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득 그들은 깨어나 는 사람의 모든 에너지와 힘을 갖게 되었다. 나는 그에 대해서 내 시 에서 얘기했는데, 어젯밤 포에트리 센터 에서 내가 낭독한 걸 당신은 기억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프랑코 일당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건 많은 시인들을 추방하거나 죽였다. 미겔 에르난데스, 로르카, 안토니오 마차도한테 일어난 일들이 그것인데, 그들은 실로 20세기의 고전이었던 것이다.   남미에서의 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아다시피 우리 대륙의 나라들 에는 이름없는 강들, 아무도 모르는 나무들, 누구도 말한적이 없는 새들이 있다. 우리가 초현실적이 되는 건 쉬운 노릇인데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 기로는, 우리의 의무는 들어보지 못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유럽 에서는 모든게 그려졌고, 유럽에서는 모든게 노래되었다. 그러나 아 메리카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휘트먼은 위대한 선생이 었다. 휘트먼은 무엇인가? 그는 강렬한 의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눈 뜬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보는 무서운 눈을 갖고 있었다 - 그는 우리한테 사물을 보는 걸 가르쳤다. 그는 우리들의 시인이었다   - 휘트먼은 확실히 북미의 시인들보다 스페인어권 시인들한테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왜 북미의 시인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영국의 영향 때문에 그랬을까?   아마, 아마 영국의 주지주의적 영향때문일 것이다. 또한 많은 미국 시인들은 휘트먼을 너무 거칠고 너무 원시적이라고 생각한 엘리오 트를 그냥 따른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 휘트먼 - 그는 복잡한 인간이며 그가 저일 좋은 건 그가 가장 복잡한 때이다. 그는 세상을 향해 열린 눈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그는 우리한테 시 와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가르쳤다. 우리는 그를 대단히 사랑했다. 엘리오트는 우리한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는 아마도 너무 지적 이고, 우리는 너무 원시적인 모양이다. 그리고 누구나 어떤 길을 선 택해야 한다 - 세련되고 지적인 길이거나, 아니면 보다 형제답고 일반적인 길을 택해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끌어안으려고 한 다든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려고 한다든지..........   - 그의 에세이에서 엘리오트는 전통에 주목했다. 그러나 당신 말씀 을 들으면 남미에는 실로 아무 전통이 없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한 다 - 아메리카에는 아무 전통이 없다 - 그리고 그 전통 결핍의 인 정이 사물을 열었다.............    그거 흥미있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 남미 시인들한테서는 아주 오 래된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야겠 다. 예컨대 바예호한테 있는 인디언적 사고방식 같은 게 그것이다. 세사르 바예호는 인디언 나라인 그의 나라, 페루의 아주 깊은 데서 유래한 어떤 걸 가지고 있다. 아다시피 그는 훌륭한 시인이다.  문학의 전통에 대해서 말인데, 우리는 어떤 전통을 가졌을까? 19세 기의 스페인 시는 아주 빈약한 시였다 - 미사여구에다 거짓되고  - 가장 나쁜 방식으로 후기 낭만주의적이었다. 그들 중에는 좋은 낭만 주의 시인이 없었다. 셀리도 없었고, 괴테도 없었다. 도대체 그런 시 인이 없었다. 도무지 없었다. 수사적이고 공허했다.   - 당신의 시는 사람들 사이의 애정의 비젼을 보여준다. 사람과 동 물 사이의 애정, 식물과 뱀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인간과 그의 무 의식이 주고 받은 것...........대부분의 현대 시인들은 아주 다른 비젼 을 드러낸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글세, 나는 시의 종류를 구분한다. 나는 이론가는 아니지만, 나는 밀 폐된 방에서 씌어진 시를 한 가지의 시로 본다. 한 예로 말라르메를 들겠는데, 아주 위대한 블란서 시인이다. 나는 가끔 그의 방을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 그 방들은 작고 아름다운 물건들 - 아바나코 - 부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부채들에 대해서 아름다운 시를 쓰 곤했다. 그러나 그의 방들은 숨막히고, 커튼 천지이며, 공기가 통하 지 않았다. 그는 닫힌 방의 위대한 시인이며 새세계(미국을 가르킴) 의 많은 시인들이 이 전통을 따르는 것 같다 : 그들은 창을 열지 않은데, 당신을 창을 열 뿐만 아니라 창 밖으로 나가서 강과 동물과 맹수들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우리나라의 라틴 아메리 카의 젊은 시인들한테 - 아마 이게 우리의 전통일 것이다 - 사물을 발견하라고 말하고 싶다. 바다에 들어가보고, 산에 들어가보고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다가가라고. 그리고 그런 엄청난 경이가 있는데, 어 떻게 생명에 접근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슬라 네그라의 아주 거친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 - 내 집이 거기 있다 - 그리고 나는 거기서 혼자 바다를 바라보거나 일을 하 는데 지치는 법이 없다. 나한테 그건 끊임없는 발견이다. 아마 내가 당신에 나라의 위대한 저술가 쏘로우나 그밖의 명상적인 작가들처 럼 19세기의 어리석은 자연 애호가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명상적이 지 않지만, 그러나 그건 시인의 삶의 아주 커다란 부분이라고 생각 한다.   - 당신은 많은 정치적 싸움터에서 싸웠고, 곰처럼 진지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싸우고 있는데도, 톨스토이처럼 정치적인 문제에 사로 잡 히는 걸로 끝나지도 않았고 또 더 나빠지지도 않았다. 당신의 시는 점점 더 인간적이 되고, 애정 깊은 게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한 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아다시피 나는 아주 정치적인 나라 출신이다. 싸우는 사람들은 대중 으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받는다. 정치적으로 칠레의 모든 작가들은 좌익이다 - 그 점에는 거의 예외가 없다. 우리는 우리 국민들한테 지지받고 이해받았다고 느낀다. 그게 우리 마음을 아주 든든하게 하 며 우리를 지지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대단히 훌륭하다. 아다시피 칠레에서의 선거들은 일방적인 승리를 하거나 상대방은 아주 적은 득표를 할 뿐이다. 시인으로서 우리는 참으로 일반 국민과 접촉하는 데, 그러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내 시를 우리나라 어디에서 나 낭독한다 - 모든 마을, 모든 도회지에서 - 여려해 동안, 그리고 그렇게 하는 걸 나는 내 의무라고 느낀다. 그건 싫증나고 귀찮은 일 이지만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그것으로부터 정치에 대한 내 집착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의 허구많은 불행을 보아왔 다. 내가 보는 가난 - 나는 그걸 외면할 수가 없다.   - 근년에 와서야 미국사람들은 남미 문학이 어떤 것인지 깨닫기 시 작했다. 그들은 여전히 그것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 문제는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미의 작가가 더 많이 스페 인어로 번역되고 또 남미의 시와 문학이 영어로 번역될 필요가 있 다. 칠레의 펜클럽 대표가 그들이 만든 책 목록을 나한테 보여주었 다. 그 목록은 북미인들이 읽어야 할 백권의 기본적인 남미 작품을 담고 있다. 그들은 그런 계획에 대한 지원을 바라고 있고 펜대회 기 간 동안 자기들의 뜻을 알리려 하고 있다. 그건 좋은 생각이다. 펜 클럽이 그걸 지원할는지 어떨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가 그 계획을 지원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해보라 - 그 바예호의 작품이 미국에 서 번역이 된 일이 없다! 겨우 스무편의 작품이 당신네의 식스티스 프레스(Sixties Press)출판사에서 출판되었을 뿐이다   - 당신은 인류의 많은 적들 중에 신들이 있음을 믿게 되었다고 알 고 있다. 당신이 랑군에 있을 때 그러한 것을 처음 느꼈다고 말한 걸로 나는 안다. 그러나 시와 마찬가지로 신들도 인간의 무의식로부 터 나오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뜻에서 그들이 적인가?   처음에는 신들이 시와 마찬가지로 돕는다. 인간은 인간을 돕는 신을 만든다. 그러나 나중에 인간은 신들을 이기고 그리고는 파산한다.   - 당신한테 좋은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과연 살았다 고 생각하는가?   모르겠다........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 더 생각해 보겠다!   - 톨스토이는 인간성 속에 새로운 의식이 기관처럼 발전해왔다고 말하면서, 정부들이 이 새로운 의식의 성장을 막으려하고 있다고 말 했다. 당신은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정부들은 이 세계의 어디에서나 작가와 시인들의 정신 을 이해한 적이 없다. 그것은 우리가 고치고자 하는 일반적인 일이 다. 어떻게? 제작하고 씀으로써. 대중 앞에서 하는 강연이나 다른 강연들을 하는 걸 보니 당신들 미국 시인들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 다. 당신들은 당신이 말하는 그런 정신을 옹호함으로써 새로운 걸 깨닫게 하고 있다.   - 세사르 바예호는 초현실주의를 통해 싸우고 거기에 오랫동안 빠 져 있던 시기를 지나, 에서는 매우 인간적인 단순성에 이르렀다. 당신도 의 오랜 초현실주의 시기를 지나 의 단순성에 이르렀다. 당신들 두 사람 이 같은 길을 간 건 묘하지 않은가?    나는 바예호를 사랑한다. 나는 항상 그에 대해 감탄했고, 우리는 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주 다르다. 특히 인종이 그렇 다. 그는 페루 사람이었다. 그는 진짜 페루 사람이고 나한테는 페루 사람이 뭔지 흥미롭다.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 나는 당신이 나 한테 한 말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당신이 우리 두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아주 좋아한다 - 다시 말해서 우리의 작품세계에 서 우리를 가까이 접근시킨 게 상당히 좋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보 지 못했다. 그거 좋다.   - 그와 함께 실내에 있을 때 그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흥분하기 쉬 운 사람이었나 아니면 평온하고 생각에 잠겨있는(침울한) 사람이었 나?   바예호는 보통 아주 진지했고, 아주 근엄했고, 대단한 위엄을 가지 고 있었다. 그는 아주 높은 이마를 갖고 있었고 체구는 작았으며, 겅원한다고 할까 떨어져 있는 듯이 아주 서름서름했다. 그러나 친구 들과 같이 있을 때는 - 그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와 있을 때는 그랬는데 - 행복해서 펄쩍펄쩍 뛰는 걸 보았다. 그러니까 나는 적어도 그의 두 가지 면을 알고 있다.   - 사람들은 라틴아메리카 시와 소설에서 많이 보이는 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그 란 정확히 무엇 인가?   바예호에게서 그것은 미묘한 사고방식, 직접적이 아니고 간접적인 표현방식으로 드러난다. 나한테는 그게 없다. 나는 카스틸랴 시인이 다. 칠레에서 우리는 인디언을 옹호하며 모든 남미 사람은 어느 정 도 인디언 피를 갖고 있는데, 나 또한 그렇다. 그러나 나는 내 작품 이 어느 모로도 인디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에서 당신의 시는, 마치 검은 땅을 파들어가는 사람처럼, 절망 속으로 깊이깊이 파들어간다. 그 뒤 당신은 방향을 바꾸었고, 당신의 시는 더욱더 단순성을 향해간다. 그것은 스페인 내란이 사람들이 얼마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아주 분명하 게 보여준 데 그 일부 이유가 있는 것인가?     당신 그 얘기 참 잘했다 - 사실 그렇다. 아다시피 내가 과 2를 썼을 때 나는 인도에 살고 있었다. 나는 스물 하나, 스물 둘, 그리고 스물 세 살이었다. 나는 인도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는데, 그들을 나는 잘 몰랐고, 또한 내가 이해하지 못한 영국 사람들과도 떨어져 지냈는데, 그들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나는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흥미진진한 나라에 있었는데, 그 나라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나한테는 외로운 날들이요 세월이었다. 1934년에 나는 마드리드 주재 영사로 옮기게 되었다. 스페인 내란은 나로 하여금 더욱 보통 사람들 가까이 살도록 돕고 부추겼으며, 더욱 이해하고 더욱 자연스러워지도록 했다.  처음으로 나는 내가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걸 느꼈다.     - 릴케와 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당신이 그들을 공격하는 시를 쓴 이래 조금이라도 바뀌었는가?   그렇다. 일생 동안 나는 여러번 잘못했다는 걸 말해야겠다. 나는 독 단적이고 어리석었다. 그러나 내 생각의 흐름은 옛날과 다름이 없 다. 단지 과장 속에서 나는 잘못을 했는데, 왜냐하면 그는, 카프카가 위대한 소설가인 것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미안 하다. 그러나 모순들 - 사람은 삶이 진행해야만 그것들을 보며, 실 수를 한 뒤에야 그걸 안다.   -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쓰여진 문학작품의 질이 30년 전에 씌여진 작품보다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는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아니, 그렇지 않다. 창조성은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날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서 일찍기 보지 못한 수많은 새로운 형식들을 본다. 체험에 대한 두려움이 더 이상 없다. 전에는 틀을 깨는 데 대 한 커다란 두려움이 있었으나 인제는 그런 두려움이 없다. 그건 근 사한 일이다.   - 어떻게 해서 당신은 그런 체험의 두려움이 없는가?   두려움이 없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젊었을 때 나는 구석에 몰린 쥐처럼 공포로 가득차 있었다. 내가 아주 젊은 시인이 었을 때 나는 비평가들에 의해 우리한테 강요된 모든 법칙들을 깨 는 걸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모든 젊은 시인들은 등장해서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한 다.   - 어떤 에세이에서 당신은, 당신이 어렸을 때 겪은 일로 당신의 시 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스스로 생각한 일에 대해서 썼다. 당신네 집 뒷뜰에 담이 있었다. 거기 뚫린 구멍으로 어느날 작은 손 이 당신한테 선물을 - 장난감 양을 하나 들이밀었다. 그리고 당신 은 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그 구멍으로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물 건 - 솔방울을 건네주었다.   그래, 그 아이가 나한테 양을, 나무로 만든 양을 들이밀었다   - 그 일이 당신으로 하여금 만일 당신이 어떤 걸 인류에게 주면 당 신은 한결 더 아름다운 걸 받게 된다는 걸 이해하도록 했다고 말했 는데.   당신의 기억력은 대단하다. 그거 옳은 얘기다. 나는 어린 시절의 그 일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 선물의 주고 받음 - 신비한 - 은 무슨 앙금처럼 내 속 깊이 자리잡았다.     * 이 대담은 1966년 6월 12일 뉴욕에서 이루어졌다.          - 스무편의 사랑의 시과 한 편의 절망의 노래 -    [제  목] 네루다에 관한 영화-일 포스티노                                 아름다운 한편의 시...`일 포스티노'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는 없다}고 선언했던 한 미학자는 {그렇다면 살아 남은 자는 무엇인가}하는 반문에 발언을 다시 주워담았다. 시란 인생과 동 격이라는 뜻일터.  [일 포스티노]는 살며 사랑하는 기쁨을 아는 자만이 시 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칠레의 저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느와레)가 정치적 이유로  추방 당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망명처를 제공한다. 52년 네루다가 햇살이 눈부신 지중해 나폴리의 작은 섬에 도착하자 세계 각지에서 우편물이 날아오기 시 작한다.  우체국장은 네루다 전담 우편 배달원을 고용한다. 그래서 취직하 게 된 마리오(마시모 트로이지)는 글자나 겨우 읽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여자들이 네루다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네루다에게  말 을 붙이기 위해 노력한다.     {메타포가 뭐죠?} 마리오가 묻자 네루다는  {하늘이 운다는 것이 무엇이 냐}고 되묻는다. {비가 온다는 소리죠.} 은유가 느낌이라는 것을 배운  어 부의 아들은 마을 주점에서 베아트리체를 본 순간부터 시인을 꿈꾼다.     {꿈의 나비여, 너는 내 영혼을 닮았다. 너는 우수라는 단어를 닮았다.} 네루다의 시를 도용해 연애 편지를 보내고  네루다에게 지원 요청을  하던 마리오는 사랑에 깊이 빠져 자기도 모르게 시인이 되어간다.  {이 섬의 아 름다움에 대해 한마디 해보게.} 네루다가 말하자 마리오는 {베아트리체 루 소}라고 답한다.     이제 그는 시인이 될 자격을 갖춘 셈이다. 지겹게만 느껴졌던 섬 생활도 문득 돌아보니 아름다운 바다와 쏟아질 것 같은 별들로 가득차 있으며  바 람은 절벽을 쓰다듬고 파도는 크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 닌가.  마리오는 마침내 베아트리체와 결혼하고 네루다는 본국으로 돌아간 다.  선생님이 떠나자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떠난줄 알았던 마리오는 그 를 통해 듣게 된 마을의 소리들을 녹음기에 담는다. 파도, 바람, 그물, 그 리고 베아트리체의 뱃속에 있는 아기의 심장소리.   지금까지 살며 사랑한 자기 세계의 소리를 담은 것이다. 비로소 관객들은 마리오가 진정한  시인 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돌아온 네루다가 마리오의 녹음 소리를 들으며 느 끼는 것도 세상의 수많은 마리오가 다 시인이라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살고 싶다}는  정현종의 시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시라는 것이 다.     마이클 랫포드 감독과 촬영 완료 다음날 지병으로 사망한 마시모 토로이 지는 놀랍게도 이 아름다운 서정시를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해주는 영화적 감동을 안겨준다.    [제  목] 파블로 네루다의 詩 6편                                                        파업   돌아가지 않는 공장이 이상해 보였다. 공장 속의 고요, 두 행성 사이의 한 가닥 실이 끊어진 듯 기계와 사람 사이의 거리, 물건 만드느라 시간을 쓰던 사람이 손들의 不在, 그리고 일도 소리도 없이 휑한 방들, 사람이 터빈의 空洞들을 저버렸을 때, 그가 불의 팔들을 잡아뜯었을 때, 그리하여 용광로의 내부 기관이 죽었을 때, 바퀴의 눈을 뽑아내어 눈부신 빛이 그 보이지 않는 圓 속에서 꺼졌을 때, 크나큰 에너지의 눈, 힘의 순수한 소용돌이의 눈, 엄청난 눈을 뽑아버렸을 때, 남은 건 의미 없는 강철 조각 더미, 그리고 사람들 없는 상점들 안에 혼자 남은 공기와 쓸쓸한 기름 냄새, 그 파편 튀는 망치질 없으니, 아무것도 없었다. 엔진 덮개 외엔 아무것도 죽어버린 동력의 더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염돼 더러운 바다 깊은 데 있는 검은 고래처럼, 갑자기 外界의 쓸쓸함 속에 잠겨버린 산맥처럼.                     수수께끼   바닷가재가 그 금빛 다리로 짜고 있는 게 뭐냐고 당신은 나한테 물었다. 나는 대답한다. 바다가 그걸 알 거라고. 우렁쉥이가 그 투명한 방울(鍾) 속에서 무얼 기다리고 있느냐고 당신은 말한다. 그건 뭘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말한다. 그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당신처럼. 당신은 나한테 묻는다. 매크로씨스티스 앨거(해초)는 그 품 속에 누구를 안고 있는냐고. 연구해, 그걸 연구해봐, 어떤 시간에, 내가 아는 어떤 바다에서. 당신은 一角고래의 고약한 송곳니에 대해 묻고, 나는 그 바다의 一角獸가 어떻게 작살을 맞아죽는지 말하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당신은 물총새의 깃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남쪽 조수의 맑은 샘에서 몸을 떠는 그 새의. 또는 카드에서 말미잘의 투명한 건축에 관한 의문을 발견하고 나더러 해명하라고 할 모양이지? 당신은 지느러미 가시의 電氣的 성질을 알고 싶어하지? 걸어가면서 부서지는 裝甲 종유석은? 아귀의 돌기, 물 속 깊은 데서 실처럼 뻗어가는 음악은?   바다가 그걸 안다는 걸 나는 당신한테 말하고 싶다, 그 보석상자 속에 들어 있는 생명은 모래처럼 끝이 없고, 셀 수 없으며, 순수하고, 그리고 피빛 포도 사이에 시간은 단단하고 반짝이는 꽃잎을 만들었고, 빛으로 가득찬 해파리를 만들었으며 또 그 마디들을 이어놓았고, 그 음악적인 줄기들을 무한한 眞珠層으로 만들어진 풍요의 뿔에서 떨어져내리게 한다.   나는 사람의 눈을 앞질러간, 그 어둠 속에서 쓸모 없이 된 빈 그물일 뿐, 삼각 기중기, 겁많은 오렌지 球體 위의 經度를 앞질러간 빈 그물,   나는 당신처럼 돌아다닌다, 끝없는 별을 찾으며, 그리고 내 그물 속에서, 밤중에, 나는 벌거숭이로 깨어난다, 단 하나 잡힌 것, 바람 속에서 잡힌 물고기 하나.              망각은 없다 (소나타)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서........."라고 말할밖에 없다 돌들로 어두어진 땅이라든가 살아 흐르느라고 스스로를 망가뜨린 강에 대해 말할밖에; 나는 다만 새들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알고,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에 대해, 또는 울고 있는 내 누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서로 다른 장소들이, 어찌하여 어떤 날이 다른 날에 융합되는 것일까? 어찌하여 검은 밤이 입 속에 모이는 것일까? 어째서 이 모든 사람들은 죽었나?   나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가진 것들 애기부터 할밖에 없다, 참 쓰라림도 많은 부엌 세간, 흔히 썩어버린 동물들, 그리고 내 무거운 영혼 애기부터. 만나고 엇갈린 게 기억이 아니다, 망각 속에 잠든 노란 비둘기도; 허나 그런 눈물 젖은 얼굴들, 목에 댄 손가락들,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그런 것; 어떤 날의 어두움은 이미 지나가고, 우리들 자신의 음울한 피로 살찐 어떤 날의 어두움도 지나가고.   보라 제비꽃들, 제비들, 우리가 그다지도 사랑하고 시간과 달가움이 이슬렁거리는 마음 쓴 연하장에서 긴 고리를 볼 수 있었던 것들.   허나 이빨보다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말고, 침묵을 싸고 껍질을 잠식하지도 말자, 왜냐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죽은 사람이 참 많고 붉은 태양이 흔히 갈라놓은 바다 제망이 참 많고, 배들이 치는 머리들이 참 많으며, 키스하며 몸을 감는 손들이 참 많고, 내가 잊고 싶은 게 참 많으니까.         소나타와 파괴들   그렇게도 많은 일을 겪은 뒤에, 그다지도 머나먼 거리를 지나온 뒤에, 어떤 왕국인지도 모르고, 어떤 땅인지도 모르는 채, 가련한 희망을 갖고 돌아다니고, 속이는 동료들, 수상한 꿈과 더불어 돌아다니고 나서, 나는 아직도 내 눈 속에 살아있는 단단함을 사랑한다. 말을 탄 듯이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나는 들으며, 잠든 불과 황폐한 소금을 나는 물어뜯고, 밤이 되어 어둠이 짙고, 그리고 슬픔이 남몰래 움직일 때, 나는 내가 먼 야영자들의 기슭을 망보는 사람이라고 상상한다. 빈약한 방비로 돌아 다니는 여행자, 자라나는 그림자와 떨리는 날개 사이에 끼인, 그리고 돌로 만든 내 팔이 나를 보호하는 여행자.   눈물의 과학중에는 혼란스런 재단이 있으며 , 그리고 내 향기 없는 저녁 명상 속에서, 달이 사는 내 황폐한 침실 속에서, 내 식구인 거미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괴들 속에서, 나는 내 잃어버린 자아를 사랑하고, 내 흠 있는 성격, 내 능변의 상처, 그리고 내 영원한 상실을 사랑한다. 습기찬 포도는 변색하고, 그 우중충한 물은 아직도 명멸하며,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유산과 무너질 듯한 집도. 누가 재의 儀式을 거행했는가?   누가 잃어버린 걸 사랑했으며, 누가 마지막 남은 걸 보호했는가? 아버지의 뼈, 그 죽은 배의 목재, 그리고 그 자신의 종말, 그의  날아감, 그의 우울한 힘, 불운했던 그의 神을? 그러니 나는 살아 있지 않은 것과 고통받고 있는 걸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제시하는 비상한 증언 - 잔인할 만큼 효능 있고, 재에다 쓴 증언은 내가 좋아하는 망각의 방식이다, 내가 땅에 붙인 이름, 내 꿈들의 가치, 내 쓸쓸한 눈으로 분배한 끝없는 풍부함, 이 세계가 이어가는 나날들.           나는 기억한다 그 최후의 가을에..........     나는 기억한다 그 최후의 가을에 네가 어땠는지. 너는 회색 베레모였고 존재 전체가 평온했다. 네 눈에서는 저녁 어스름의 熱氣가 싸우고 있었고, 나뭇잎은 네 영혼의 물 속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팔꽃처럼 내 팔 안에 들 때 네 슬프고 느린 목소리는 나뭇잎이 집어올렸다. 내 갈증이 타고 있는 경악의 모닥불. 내 영혼 위로 굽이치는 히아신스의 부드러운 청색.   나는 느낀다 네 눈이 옮겨가고 가을은 사방 아득한 것을 : 회색 베레모, 새의 목소리, 그리고 내 깊은 욕망이 移住하는 집과도 같고 내 진한 키스의 뜨거운 석탄처럼 떨어지고 있었던 가슴.   배에서 바라보는 하늘. 언덕에서 바라보는 평원 : 너를 생각하면 기억나느니 빛과 연기와 고요한 연못 ! 네 눈 너머로 저녁 어스름은 싸우고 있었고. 가을 마른잎은 네 영혼 속에 맴돌고 있었다.                   한 여자의 육체...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저는 세계처럼 벌렁 눕는다. 야만인이며 시골사람인 내 몸은 너를 파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다. 그리고 밤은 그 막강한 군단으로 나를 엄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벼리고 내 활의 화살처럼, 내 投石器의 돌처럼 벼렸다.   허나 인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피부의 육체, 이끼의, 단호한 육체와 갈증나는 밀크! 그리고 네 젖가슴 잔들! 또 放心으로 가득찬 네 눈! 그리고 네 둔덕의 장미들! 또 느리고 슬픈 네 목소리!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내 갈증, 끝없는 욕망, 내 동요하는 길! 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河床이 흘러내리고, 피로가 흐르며, 그리고 가없는 슬픔이 흐른다.            
428    장편 서사시 <<백두산>> / 조기천 댓글:  조회:4189  추천:0  2016-11-01
장편 서사시        백두산             조기천 머리시   삼천만이여! 오늘은 나도 말하련다! ≪백호≫의 소리없는 웃음에도 격파 솟아 구름을 삼킨다는 천지의 푸른 물줄기로 이 땅을 파몰아치던 살풍에 마르고 탄 한가슴을 추기고 천년 이끼 오른 바위를 벼루돌 삼아 곰팡이 어렸던 이 붓끝을 육박의 창끝인 듯 고루며 이 땅의 이름없는 시인도 해방의 오늘 말하련다! 첩첩 층암이 창공을 치뚫으고 절벽에 눈뿌리 아득해지는 이 곳 선녀들이 무지개 타고 내린다는 천지 안개도 오르기 주저하는 이 절정! 세월의 류수에 추억의 배 거슬러올리라- 어느 해 어느 때에 이 나라 빨찌산들이 이 곳에 올라 천심을 떠받으며 의분에 불질러 해방 전의 마지막 봉화 일으켰느냐? 이제 항일의 의로운 전사들이 사선에 올랐던 이 나라에 재생의 백광 가져왔으니 해방사의 혁혁한 대로 두만강 물결을 넘어왔고 백두의 주름주름 바로 꿰여 민주조선에 줄곧 뻗치노니 또 장백의 곡곡에 얼룩진 지난날의 싸움의 자취 력력하노니 내 오늘 맘놓고 여기에 올라 삼천리를 손금같이 굽어보노라! 오오 조상의 땅이여! 오천년 흐르던 그대의 혈통이 일제의 칼에 맞아 끊어졌을 때 떨어져나간 그 토막토막 얼마나 원한이 선혈로 딩굴었더냐? 조선의 운명이 칠성판에 올랐을 때 몇만의 지사 밤길 더듬어 백두의 밀림 찾았더냐? 가랑잎에 쪽잠도 그리웠고 사지를 문턱인 듯 넘나든 이 그 뉘냐? 산아 조종의 산아 말하라- 해방된 이 땅에서 뉘가 인민을 위해 싸우느냐? 뉘가 민전의 첫머리에 섰느냐? 쉬- 위- 바위 우에 호랑이 나섰다 백두산 호랑이 나섰다 앞발을 거세게 내여뻗치고 남쪽 하늘을 노려보다가 ≪따- 웅-≫ 산골을 깨친다 그 무엇 쳐부시련 듯 톱을 들어 ≪따- 웅-≫ 그리곤 휘파람 속에 감추인다 바위 호을로 솟아 이끼에 바람만 스치여도 호랑이는 그 바위에 서고 있는 듯 내 정신 가다듬어 듣노라- 다시금 휘파람소리 들릴지, 산천을 뒤집어 떨치는 그 노호소리 다시금 들릴지! 바위! 바위! 내 알 리 없어라! 정녕코 그 바위일 수도 있다 빨찌산 초병이 원쑤를 노렸고 애국렬사 맹세의 칼 높이 들었던 그 바위 빨찌산 용사 이 땅에 해방의 기호치던 장백에 솟은 이름모를 그 바위 또 내 가슴 속에도 뿌리박고 솟았거니 지난날의 싸움의 자취 더듬으며 가난한 시상을 모으고 엮어 백두의 주인공 삼가 그리며 삼천만이여, 그대에게 높아도 낮아도 제 목소리로 가슴헤쳐 마음대로 말하련다!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 머리시|작성자 까마귀   제1장   1 고개 뒤에 또 고개- 몇몇이나 있으련고? 넘어넘어 또 넘어도 기다린 듯 다가만 서라! 한 골짜기 지나면 또 다른 골짜기- 이깔로 백화로 뒤엉켜 앞길 막노니 목도군이 고역에 노그라지듯 골짜기는 으슥히 휘늘어져 있어라! 울림으로 빽빽하여 몇백 리 백설로 아득하여 몇천 리- 사나운 짐승도 발길 돌리기 서슴어 하고 날새도 고적에 애태우다 날아날아 떠나고야 마는 장백의 중중심처 홍산골- 절벽 사이 칼바람에 쌓인 눈 우에 뚜렷이 그려진 이 발자국, 어디론지 북으로 북으로 가버린 가없는 외로운 이 발자국- 어느 뉘의 자취인가? 눈보라에 길 잃었던 포수 절망에 운명 맡긴 자취인가? 어느 뉜지 북으론 웨 갔느뇨? 북에선 백두산이 백발을 휘날리며 한설을 안아 뒤뿌려치는데, 서리발로 한숨 쉬고 있는데! 2 눈 우에 뚜렷한 이 발자국 눈여겨 살피라- 그 속엔 절망의 흔적 없으리, 지난 밤 흰 두루마기 사람들 설피 신고 이곳 꿰어 북으로 갔으니 사람은 몇백이나 되어도 발자국은 하나만 남겨두고- 그런데 오늘은 이 발자국 허물이며 수십의 일제의 무리 허리까지 눈무지에 빠지며 ≪토벌≫의 큰 불 밀림에 지르련다 맨 앞엔 군견 두 마리 날뛰고 그 뒤엔 안경이 번뜩이고 또 그 뒤엔 서리어린 총부리와 총부리- ≪대체 한 사람의 발자국뿐- 모두 어디로 갔느냐 말이야!≫ 절벽에 안경을 두리번두리번- 맨 앞놈의 중얼거림 ≪글쎄요… 신출귀몰은…≫ 옆놈의 대답 끝나기도 전에 ≪땅≫- 총소리 얼어든 대기를 깨뜨린다. ≪안경≫이 눈에서 다리도 못뺀 채 경례나 하듯이 꺼꾸러진다. 3 그다음… 그담엔 홍산골이 터졌다- 총소리, 작탄소리, 기관총소리, 놈들의 아우성소리! 그담엔 절벽이 무너졌다 다닥치며 뛰치며 부서지며 바위돌이 골짜기를 쳐부신다, ≪만세!≫ ≪만세!≫- 골안을 떨치며 산비탈에 숨었던 흰 두루마기들 나는 듯이 달려내렸다 여기서도 돌격의 ≪악!≫ 저기서도 ≪악!≫ ≪악!≫ 설광과 마주치는 날창 번개같이 서리찬 하늘을 찢는다. ≪동무들! 한 놈도 놓치지 말라!≫ 이것은 작렬되는 육박의 첫 구령소리, 4 산비탈 바위 우에 청년 한 분 버쩍 올라선다 후리후리한 키꼴에 흰 두루마기자락이 대공으로 솟아오르려는 거센 나래같이 퍼덕이는데 온몸과 팔과 다리- 모두 다 약진의 서술에 불붙고 서리발 칼날의 시선으로 싸움터를 단번에 쭉- 가르며 ≪한 놈도 남기지 말라!≫ 그이는 부르짖었다 바른손 싸창을 바위 아래로 번쩍이자 마지막 발악쓰던 원쑤 두 놈이 미끄러지듯 허적여 뒤여진다- ≪한 놈도 남기지 말라!≫ 그이는 재쳐 부르짖었다. 이는 이름만 들어도 삼도일제가 치떠는 조선의 빨찌산 김대장! 이는 장백을 쥐락펴락하는, 태산을 주름잡아 한손에 넣고 동서에 번쩍! 천리허의 대령도 단숨에 넘나드니 축지법을 쓴다고- 북천에 새 별 하나이 솟아 압록의 줄기줄기에 그 유독한 채광을 베푸노니 이 나라에 천명의 장수 났다고 백두산두메에서 우러러 떠드는 조선의 빨찌산 김대장! 5 육박의 불길 멎었을 때 밀림의 주인공 빨찌산들 주섬주섬 원쑤의무기 거둔다 몇 놈이나 복수의 칼 맞았느냐? 몇 놈이나 빨찌산전법에 ≪천황폐하≫도 산산 줄달음에 팽개치고 ≪무사도≫도 갈 데로 가라- 도망치다 엎드러졌느냐? ≪한 놈도 빼우지 않았습니다≫ 철호의 보고 ≪놈들은 이번에도 무장 바치러 왔지!≫ 김대장의 높은 말소리 그리곤 호탕한 웃음소리- ≪하…하…하≫ 함박꽃인 양 그 웃음소리 떨기떨기 내려져 눈 우에 꽂기는 듯! 6 이날 밤에 눈이 내렸다- 하늘도 땅도 바위츠렁도 홍산골 싸움터도 눈 속에 묻히였다. 이깔밭만 칠월의 꽃피는 삼밭이 되고 대부동 고목에도 때아닌 꽃이 피다 이 밤 빨찌산부대 나흘 만에 천막에 들다! 내굴냄새 웨 그리도 구수하고 모닥불도 불꽃채로 품 속에 껴안을 듯, 이날 밤 대장이 든 천막엔 새벽까지 등불이 가물가물… 허더니 아침엔 눈보라치는데 정치공작원 철호 먼길 떠났다. 전송하는 대장의 말- ≪철호 조심하오! 믿소!≫ 덤썩 틀어쥐는 대장의 손길 심장 속에 해발을 일으켜라, 해는 눈보라 속에 숨어 있어도 추위는 박달같이 땅을 얼궈도- 7 눈보라…눈보라… 겨울이 마지막 악을 쓴다 무엇이나 찾는 듯 골짜기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도 잣솔을 뒤잡아흔들며 잉-잉 통곡치누나… 자작나무 휘여잡고 못살겠다 몸부림치다가도 노한 짐승같이 절벽에 달려드누나… 절벽에 달려들어선 쳐부시고 딩굴고 물어뜯다가는 산등에 올라 미친 듯 아우성치며 하늘도 땅도 휩쓸어가지고 동남으로 줄달음치누나! 눈보라…눈보라… 네야 산 넘고 골 지나 또 지나 압록강까지 이르리라! 너를 동무 삼아 철호 저 산 넘으리! 압록을 건너 조상의 땅 밟으리! 눈보라! 눈보라! 듣느냐? 너는야 철호를 도와주거라- 너도 장백의 눈보라 아니냐! 철호는 멀리도 간단다 국경선 H시도 그의 길에 놓였고 성진 함흥도 가야만 되고, 너 장백의 눈보라야! 불어 또 불어 철호를 감추라- 일제를 기절케 하라. 불어 또 불어 철호를 건네우라 압록강을 건네우라!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 1장|작성자 까마귀   제2장   1 안개 내린다- 산촌에 저녁안개 내린다 어둠을 거느즉이 이끌고 길잡이도 없이 한 자욱 두 자욱 화전골 오솔길을 더듬어 저녁안개 두메로 내린다. 안개 내린다- 흰 양의 떼인 양 꿈틀거리며 사발봉 츠렁바위에 쓰다듬다가 남몰래 슬며시 솔밭에 숨어들더니 그래도 마을에 내려서 밤이라도 편히나 쉬려는 듯 안개 내린다- 백두산에 안개 내린다! 2 ≪에그! 벌써 저무는데-≫ 칡뿌리 깨는 꽃분이 말소리, 저물어도 캐야만 될 그 칡뿌리 저녁가마에 맨 물이 소품치려니, 쌀독에 거미줄 친 지도 벌써 그 며칠 손꼽아 헤여서는 무엇하리! ≪에그! 벌써 저무는데!≫ 그래도 캐야만 될 꽃분의 신세 저녁도 아침도 칡뿌리로 비제비거니, 어둠이 대지를 덮으려 한다. 날새도 솔잎새에 날아든다 마을이 안개에 잠기였다 그래도 바구니는 채워야 할 꽃분이 신세- 3 아아 칡뿌리! 칡뿌리! 이 나라의 산기슭에서 봄이면 봄마다 어김도 없이 꽃은 피고 나비는 넘나들어도 터질 듯이 팅팅 부은 두 다리 끄을며 바구니 든 아낙네들이 웨 헤맸느뇨? 백성이 한평생 칡넝쿨에 얽히였거니 이 나라에 칡뿌리 많은 죄이드뇨? 음식내에 치워 사람은 쓰려져도 크나큰 창고, 넓다란 역장과 항구엔 산더미같은 쌀이 쌓여 현해탄을 바라고 있었으니 실어간 놈 뉘며 먹은 놈 그 뉘냐? 아아, 칡뿌리! 칡뿌리! 백성은 네게도 목숨 못단 때 많았거니 이 나라에 네가 적은 죄이드뇨? 4 까마귀 날아지난다- 까욱- 까욱- 꽃분이를 굽어보며- 까욱- 까욱- ≪에그! 가야지!≫ 꽃분이 일어선다. 한 손으로 이슬에 적신 치마자락 다른 손엔 어둠이 드러누운 바구니 안개 헤치며 오솔길을 내려온다, 솔밭도 어둑어둑 맘속도 무시무시. 이때 그림자인 듯 언 듯- 솔밭에서 사나이 나온다 ≪에구? 웬 사람인가?≫ 어느덧 꺼멓게 길 막는다 도깨빈 듯 꺼멓게 길 막는다 귀신이냐? 사람이냐? 5 ≪아가씨 김윤칠이라 아시는지?≫ 가슴속엔 돌멩이 떨어진 듯 그래도 처녀의 시선은 빨랐으니 햇볕에 따고 탄 사나이의 낮 처녀의 마음 꿰뚫는 그 시선- ≪김윤칠? 저의 아버지인데…≫ 의문에 질린 처녀의 기색 ≪아, 그럼 당신은 꽃분이?≫ 처녀의 빛나는 두 눈동자 ≪아, 이것도 천운이라 할가…≫ 사나이 부르짖으며 휘익 솔밭으로 돌아서더니 난데없는 뻐꾹소리 높았다- 뻐꾹- 뻐꾹- 잠잠하던 솔밭도 기쁘게 화답한다- 뻐꾹- 뻐꾹- 또 솔밭 속에서 나오는 두 사나이. 6 소나무 뒤에 숨어앉은 네 사람- 한 사람은 철호였으니- 눈보라 속에 먼먼 길 떠나더니 어느 때 어느 곳에 갔다가 무슨 일 하다가 양지쪽 잔디 언덕마냥 파-란 꿈속에 포근하고 진달래아지에 봄 맺히는 이때 웬 짐짝 짊어지고 솔개골에 왔는고? 산이면 몇이나 넘었고 밤길은 얼마나 걸었던고? 두어라, 물어선 무엇하리, 안 물은들 모르랴! 다른 사람은 중로인- 이 밤으로 약재 걸메고 홍산으로 갈 함흥로동자- 홍산 속에 이름없는 새 마을 있다네 그 마을엔 병원도 있는데 병자도 의사도 ≪동무≫라 서로 부른다네. 또 다른 사람은 처호의 련락원- 이 밤으로 H시로 가야 될 어느 때나 웃음 잘 웃고 노래 잘하는 어느 때나 ≪아리랑고개≫ 넘는다는 영남이란 열 여섯의 소년. 7 ≪나는 박철호라 부르우, 얼마나 괴로우시우?≫ 길 막던 사나이의 첫 말, 솔밭은 어둑해져도 꽃분의 뺨엔 붉은 노을- ≪아이고! 철호동무!≫ 가늘게 속삭일 뿐. 처녀는 면목도 모르며 한 해나 그의 지도 받았다- 삐라도 찍어보내고 피복도 홍산으로 보내고. 중년은 되리라 한 그- 그는 새파란 청년, 강직하고도 인자스런 모습 호협한 정열에 끓는 눈- (스물댓이나 되었을가?) 머리 숙이는 처녀의 생각. 떠날 동무들게 마지막 부탁하고 솔개골에 머문다면서 ≪꽃분동무, 등사기 멀리 있수?≫ 철호의 묻는 말 ≪예, 념려 마읍소!≫ 꽃분의 대답. 샘터 돌담불에 감춘 등사기 어두워지면 가져오리라- 꽃분이 생각한다. ≪자, 그러면 동무들!≫ 철호 일어서며 말한다. 마을은 잠든 듯 젖빛 솜을 막 쓰고 오로지 순사주재소 높다란 대문간만 우둑이 상 찌프리고 마을을 흘겨보는 듯. 어둠은 산촌을 누르며 막 들어서는데 화전골 솔밭 속엔 네 사람의 말없는 리별. ≪자, 그러면…≫ 마음들이 엉성키는 그 악수 그리곤 심장의 벽을 툭 울리는 리별의 첫 발자취소리! 전우들의 악수- 그것은 싸움의 맹세였다. 승리의 신심이였다. 승리의 신념이였다. 우리의 동무들이 그렇게 악수하고 탄우 속으로 뛰여들었고 사지에 선뜻 들어섰다. 그렇게 악수하고 감옥에 뒤몰려갔고 교수대에 태연히 올라섰다. 아아, 어린애의 웃음같이도 깨끗하고 어머니의 사랑같이 꾸준하고 의의 선혈같이 빨간 적도의 태양같이 열렬한 충직한 전우의 그 악수!…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 2장|작성자 까마귀 제3장   1 머나먼 옛날 백두산 포수막이 잣솔밭에 숨어 있는 곳- 소리개 많다 하여 솔개골, 허나 그렇게 많던 소리개도 그림자까지 찾을 길 없어지고 사발봉 우엔 외가마귀 앉아 두메를 하소연하듯 울고만 있어라! 옛날엔 범 잡는 포수들이 저녁이면 모닥불 옆에 모여앉아 래일의 희망을 떳떳이 그리며 화승대 닦고 창끝 버렸으리! 그러나 조상의 녹쓴 화승대도 귀뿌리 어루만지며 주재소에 바치고 포수의 후손들은 검둥이 화전농이 되었다. 2 세상에서 떨어져나간 솔개골- 이 마을에 김윤칠이 산다. 피투성의 ≪3.1≫을 다시 맞은 해 봄 안해도 놈들의 뭇매에 죽고 의병들도 두만강 건넜을 제 참나무통에 의의 총 감추고- 품팔이로 이곳저곳- 몇 해인가 보내다가 이 솔개골에 화전농이 되었다. 혜산에 있는 어린 딸 데려다가 분노도 희망도 두메의 흙속에 묻고 그날그날 보내더니 지난해 어느 때부터 새 희망 새 힘 얻었다. 그것은 솔개골에 이런 전설 돌던 때- ≪백두산 속엔 큰나큰 굴, 해도 달도 있고 별도 반짝이는 넓으나 넓은 굴 있는데 그 속에선 용사 수만이 장검을 간다고, 장검을 바위돌에 갈면서 령 내리기만 기다린다고, 때가 되면 령이 내리고, 령만 내리면 석문이 쫘악 열리고 석문만 열리면 용사들이 벼락같이 쓸어나오고 용사들만 쓸어나오면 이 땅에 해방전이 일어난다고 일제를 쳐부시리라고-≫ 이때부터 꽃분이도 철호의 지도 받았고 이때부터 백두산을 바라보면 마르고 쪼들린 마음속에 오월의 대하인 양 격랑이 도도 3 백두산! 백두산! 너, 세기의 증견자야! 칭기스한의 들띄우는 말발굽도 도요도미 히데요시의 피묻은 칼도 너의 가슴에 잊히지 않은 상처를 남겼고 오백년 왕업도 사신의 두 어깨에 치욕의 짐이 되어 너의 등골에 모멸의 발자국 치며 해마다 압록을 건너야만 될 때도 인민만은 자유의 홰불을 쳐들고 홍경래의 창기를 뒤따랐고 갑오의 싸움을 펼쳤다. 허다가 반만년 다듬기운 이 땅이 일제의 독아에 울크러질 제 백두야, 너도 가슴막히여 숙연히 머리 숙이였지! 그러나 인민만은 봉화를 일으켜 칼을 들고 의병이 일어났고 피를 들고 ≪3.1≫이 일어났다. 파업의 굴뚝에 분노 서리우고 ≪소작≫을 안고 주림이 통곡칠 때 또 송화강 물결까지도 일제의 그림자에 거칠어지고 만리장성도 놈들의 멸시에 맞아 조약돌로 딩굴 때 이 나라의 빨찌산들이 일어나 반항의 기치를 피로 물들이거니 아아, 백두야, 네 얼마나 동해의 날뛰는 파도인 양 격분에 가슴을 떨면서 바다 속 섬나라 저 원쑤를- 하늘아래 한가지 못살 저 원쑤를 피어린 눈으로 노렸느냐! 4 꽃 같다고 꽃 분같이 희다고 분- 꽃분의 어린 때는 혜산 어느 마을에서 지냈다 솔개골로 온 지도 십여 년- 학교라곤 구경도 못한 꽃분이 허나 기나긴 겨울밤은 한글의 밤- 아버지의 가르침 받아 손싸래에 때묻고 모지라진 몇 해 전 ≪신녀성≫도 쉽게 보았다. 임당수 깊은 물에 심청이를 버린 그 배사공들이 한없이 야속하다 눈물도 지었고 드덜기 캐면서도 신관사또 변학도의 목 버이노라 중동을 찍어 동댕이도 쳤다. 때로는 아버지의 구슬픈 이야기- 그것은 소녀의 가슴속에 세월은 흘러도 더 피여오르는 불멸의 불덩이! 5 기미년 ≪토벌≫에 돌아가셨다는 어머니- 그렇게 기다리던 보리밥도 못받고… 어떤 때는 치받치는 어머니 생각 온 마음을 비트는 듯 조이는 듯- ≪어떻게 원쑤 갚을가!≫ 꽃분이 온몸 떨었다. 꿈속에라도 잠꼬대 피하려고 혀 물어끊어 벙어리 되고 대사의 비밀을 죽음으로 감추며 고문대에 매인 채 소리없이 죽어간 그 이름모를 청년- ≪실루 그런 오빠나 있었으면!≫ 꽃분이 한숨지었다. 빨찌산 남편을 천장에 감추고 놈들의 창에 찔려 죽으면서도 남편이 알면 뛰여내릴가 한마디 신음도 안낸 그 마을 아낙내- ≪아, 나도 그래리라!≫ 남몰래 꽃분이 맹세했다! 6 산촌의 밤- 마을집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모지라빠진 뒤웅박 같은 두메의 삶이 누덕밑에서 어지러운 꿈자리 펴는 밤에도 4월의 한밤! 물레방아소리도 그쳤다- 마지막 물레방아소리… 굶주리는 마을을 조상하듯 밤새 개울물줄기 외로이 부여잡고 목놓아 흐느껴울던 그 소리… 그래도 두메의 외딴 오막살이 한 채엔 이 밤이 삶의 밤, 투쟁의 밤- 철호와 꽃분이 마지막 선포문 찍는다. 이제 백부만 더 찍으면 그만, 래일 아침엔 철호 떠나리 이때- 밖에서 가벼운 발자취소리- 온몸이 바늘이 돋는 듯, 보장 내린 창밖에서 수직 서던 아버지의 숨겨운 소리- ≪꽃분아! 불 꺼라!≫ 캄캄한 방안, 어느새 철호는 등사기와 선포문 안고- ≪꽃분이! 뒤문 여우!≫ 그러나 벌써 무거운 발자국소리 들렸다- 가슴을 으스러뜨리는 발자국소리. 심장이 골풀이치다 기절한 듯- 꽃분이 한자리에 서 있다 ≪나가면 체포된다!≫-머리 속에 언뜻, ≪어쩔가?≫ 순간은 천년인 듯! 7 다음 순간… 신념과 압력에 찬 꽃분의 말- ≪철호 이불 쓰고 눕소! 아버지도 정주에!≫ 어느새에 자리 펴지고 철호도 등사기도 삐라도 이불밑에 들었다. 밖에서 건방진 순사의 반말- ≪여보 령감! 자나?≫ ≪……≫ ≪이 두상 웬 잠을!≫ ≪그게 뉘기요?≫ 꽃분의 목소리 잠내 난다. 허면서도 그는 저고리 벗었다. 창문에 포장 살짝 벗기며- ≪가만 있습소… 불을 켜고…≫ ≪아뿔싸, 등잔 쏟았네!≫ (등잔은 걸린 대로 있었다) ≪에그! 석유냄새야!≫ (등사유냄새였다) 빤해진 창문에 비친 그림자- 또렷이 나타난 처녀의 젖가슴 그것은 순사의 눈뿌리 뺐다. 능청스런 꽃분의 말- ≪가만 있습소… 내 옷 입고…≫ 주섬주섬 방안에 흘려진 선포문 철호의 이불 속에 들었다. ≪나리님, 들어옵소≫ 꽃분이 문 연다. 8 ≪에잇! 냄새… 이건 누구야?≫ ≪내 저의 새서방이요…≫ ≪새서방? 너 시집 가? 계집년이 초저녁부터 끼고 누워…≫ ≪나리님두… 초저녁이라니…≫ 꽃분이 웃으며 말한다. ≪잡말 말고 두상에게 일러! 래일 아침 주재소로 오라구≫ 아니꼽게 방안을 훑어보고 휙 돌아서는 순사, 그 발자취소리도 사라졌을 때 불붙는 낯을 두 손으로 막으며 꽃분이 주저앉는다 감격에 말없이 일어선 철호에게 ≪아이고 참! 용서하옵소!≫ 머리숙이고 부엌으로 나간다. 방안에 홀로 남은 철호 감격에 떨리는 입술로 ≪꽃분동무!≫ 맘속으로 부르짖고 맘속으로 합장하고, 무릎 꿇고- ≪참다운 전우여! 이 나라의 귀여운 딸이여!≫ 밤은 깊어도 가누나 창문을 사이 두고 밤은 깊어깊어 한밤에 드누나… 이 한밤 철호 길 떠났다…   제4장   1 우등불이 밤을 태운다- 무쇠같이 장백을 내려누르는 캄캄한 밀림의 밤을! 끝없이 몰아 죄여드는 모진 어둠 머리 속에도 흑막이 드리운 듯- 허나 불길은 솟고 불꽃은 튀고 속아서는 태우고 죽고 죽고는 또 솟거니 이름모를 결사의 싸움이 이 밀림 속에 벌어진 듯. 빨찌산 우등불- 어느 때 한 번 사람이 그 불길에 두 손을 쬐였다면 어찌 줄달음치는 피 속에서 생을 읊조르는 그 기쁨이 식어질 수 있으랴! 어느 때 한 번 사람이 그 불꽃튀는 소리 들었다면 어찌 그 소리소리 마음의 줄을 울리며 희망과 신념을 길이 일으키지 않으랴! 빨찌산 우등불- 그것은 집이였고 밥이였다 그것은 달콤한 잠자리였고 그것은 래일의 투쟁- 하물며 ≪토벌≫의 철망을 헤치고 사지를 육박으로 지났으니 그것은 승리의 상징, 야반의 노도 속 반짝이는 구원의 등대! 2 초병들도 긴 하품에 눈시울이 아파질 무렵 빨찌산부대 깊은 잠 들다 이슬 속 고달픈 이 잠자리 몇날 만에 발 펴게 되었느고? 어제날의 상처 아직도 저리지만 나흘째나 굶주렸지만 또 앞날의 길 즐펀하지만 이 밤엔 우등불이 붙거니 깊은 잠 안식의 잠- 그런데 한 분만이 잠 못들고 우등불 옆에 비스듬히 앉아 밤가는 줄 모르네- 이런 밤엔 그이는 책을 보았다- 봄날의 아지랑인 양 희망이 멀리서 한끝 부필 때도 그이는 책을 보았다. 불안의 구름장이 가슴가에 낮게 떠돌고 어느 구석에선가 절망이 머리 들 때도 그이는 책을 보았다- 그러면 새 힘을 얻고 목적을 보았다. 혁대를 남비에 끓이는 냄새 주린 창자를 놀라게 할 때도 이 책을 보았고 먼 옛날 그이의 어린 시절이 흘러간 어느 때나 그리운 고향의 옛집- 다복솔에 덮인 뒤산 밑 그 쓰러져가던 옛집이 세월과 망각을 헤치고 또렷이 떠오를 때도, 또 어느 봄날 부엌에서 미음드레 가리며 함숨짓던 수심에 어린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의 쪽문을 열고 들어설 때도 그이는 책을 보았다- 그러면 새 힘을 얻고 목적을 보았다. 이 밤에도 글줄을 밟으며 훨-훨- 걸어가는 생각- ≪우리 비록 적지만 우리 비록 굶으며 피 흘리지만 인민이 우리를 받들거던, 신세의 성벽을 영원에 뻗치며 부르이와 침략을 우리 물리치거던, 백일하에 빛나 빛나는 창조의 휘황한 성진이 백두에 퍼지여 누리에 비치노니 우리의 신념은 크나큰 화염이 되어 캄캄한 조국의 땅 밝히리라! 내 이렇게 마음조려 기다리는 식량부대도 돌아오리! 철호의 소식도 내 들으리!≫ 밤새도록 어둠과 싸우던 우등불도 휴전인 양 수그러졌는데 오로지 그 옆에 앉았던 한 분만이 가볍게 일어서며 ≪어! 날이 밝는구나!≫ 동편 하늘은 새벽을 이룩이룩 걷어 이고 쉽사리도 일어선다, 일어선다! 3 그렇게 기다리던 식량부대 아침에야 돌아왔다- 얻은 것이란 소 두 마리뿐, 나물죽 생각만도 두 가슴을 재는 듯 파내리거니 대장도 알기 전에 소잡을 차림 서둘렀다- 씩-씩- 칼도 갈고 모닥불도 푸- 푸 피우고. 대장이 왔을 때는 모여든 빨찌산들 눈살에 소 두 마리도 어둥지둥 정신부터 잃은 듯- 목재소 일본소로는 살도 푸둥 굴레도 호함졌다. ≪소는 어디서 가져왔소?≫ 대장의 묻는 말. ≪삼밭골 목재소 어구에서…≫ 소대장 순선의 대답. 대장은 굴레를 보았다- 동전을 단 굴레. 수놓은 굴레… 아낙네의 솜씨 독특한 코뚜레- 민족의 이색- 어김없이 일본소는 아니다 ≪동무들! 우리 빨찌산들이 어느 때부터 마적이 되었는가? 어느 때부터 평민의 재산을 로략했는가? 이 굴레를 보라- 이 소는 조선농민의 소다 저 소는 중국농민의 소다≫ 이렇게 김대장이 말했다. 이것은 소를 돌려보내라는 명령 이것은 산채를 캐여 아침 하라는 명령. 빨찌산들이 산채를 듯보며 산조하듯 퍼졌을 때 살진 소 두 마리 가담가담 풀을 뜯으며 산등 타고 마을로 내려간다, 어떤 화를 지날지도 모르며 또 어떤 불행 있을지도 모르며… 4 빙- 둘러선 빨찌산들… 그 앞에 말없이 선 김대장… 머리 우에 휘도는 싸늘한 기운 가을서리 내리듯. 아침해발도 내리듯. 아침해발도 눈치채고 밀림으로 삼가 기여드는 듯- ≪뉘가 소를 죽였는가?≫ 대장이 낮게 묻는다. ≪… … …≫- 군중은 잠잠 ≪뉘가 소를 죽였는가?≫ 낮고도 얼구는 목소리.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높다란 침묵이 잉- 빨찌산들 고막을 친다 ≪사령관동지! 제가 죽였습니다…≫ 한걸음 나서며 말하는 청년빨찌산 최석준. ≪네가?≫ 빨찌산들이 놀란다 싸움에서도 대담한, 척후로도 이름있는 석준이… 더없는 전우라던 석준이… ≪네가 어찌?≫ 빨찌산들이 더 분해한다. 새파랗게 고민에 질린 땅에 수그러진 그의 낯- ≪사령관동지도 우리도 나흘째나 굶게 되니…≫ 그러나 군중 속에서 누군지- ≪응, 변명을 하는구나!≫ 또 누구지- ≪너는 명령을 거역했다!≫ 소대장 순선이 주먹을 들며- ≪너는 일제를 도와준다!≫ 석준이 번쩍 머리 들며- ≪일제를 도와준다고?≫ 석준이 번쩍 머리 들며- ≪일제를 도와준다고?≫ ≪그렇다!≫ ≪내가?≫ ≪그렇다, 네가!≫ ≪아니 내가≫ 일제를 도와 준다고≫ ≪그렇다 네가! 네가!≫ ≪그렇다면…≫ 잘칵- 총 재우는 소리 ≪자, 나는 죽어 마땅하니…≫ 석준이 총박죽을 내민다, ≪기척!≫- 대장의 호령소리 철판으로 밀림을 들부시는 듯 빨찌산들은 선 자리에 붙은 듯 오로지 무거운 침묵만 꽈악 뚜껑인 듯 내려누르고 5 ≪가마 속의 물은 끓다가도 없어진다- 원천이 없거니- 허나 내물은 대하를 이룬다. 동무들! 우리는 대하가 되련다 바다가 되련다 우리의 근간도 민중 속에, 우리의 힘도 민중 속에 있다! 민중과 혈연을 한가지 한 빨찌산임을 우리 잊었는가? 우리 이것을 잊고 어찌 대사를 이루랴! 민중과의 분리- 이것은 우리의 멸망, 이것은 일제들이 꾀한다 우리 이것을 모르고 어찌 대사를 이루랴≫ 기척해 선 빨찌산들 쩌엉- 가슴을 가르고 치밀어솟는 의분! ≪이제도 죄책을 모르겠는가?≫ 석준에게 대장이 하는 말. ≪압니다!≫ 석준의 대답. 첫서리 맞은 풀- 그것도 이것보다는 생생하리… ≪나는 죄책을 잘 압니다≫ 석준의 떨리는 목소리… 재가 내여돋은 입술… 허나 이제도 처벌의 고개 어떻게 석준이 그 고개 넘으려나! 빨찌산들은 잘 안다 오직 한 가지뿐- ≪총살≫ 폭풍우 전 짧은 순간… 침묵…침묵…침묵… ≪임자를 찾아 소값을 주라!≫ 이렇게 명령하고 대장이 돌아선다. 새파랗던 석준의 낯에 몇 줄기 붉은 빛, 빨찌산들의 낯에도 해발이 비친다. 어떠한 커다란 충직과 신념이 빨찌산들의 가슴에 드러누워 툭-툭 어리광치듯 심장을 쥐여박는다. 6 빨찌산부대 열흘 만에 동남으로 길 떠났다, 산촌사람들도 승벽내여 식량도 걸메올리고 부상된 전사도 치료하고 소대장을 몇십 리 보내여 ≪토벌대≫도 홀려가고- 허지만 밤마다 밤마다 대장은 잠 못들더니 어느날인가 약재 짊어진 로동복 입은 중로인이 왔을 때 작은 지도 대장의 손에 쥐었더니 그 이튿날 아침 동남으로 길 떠났다. 동남의 길- 앞에는 고개 뒤에 또 고개 골짜기도 많고 멀기도 하련만 어느 뉘가 괴롭다 하랴! 어느 뉘가 뒤서자 하랴! 앞으로! 앞으로! 승냥이도 추위에 얼어죽는 때 빨찌산들이 이 길을 그리였다- 그러면 새 움이 마음속에 자라났다. 나날이 주림이 모지름할 때도 빨찌산들이 이길을 그리였다- 그러면 큰 낟가리 가슴속에 자라났다, 돌아갈 길이 잡초에 막히고 마음 한바닥에 재만 무질 때도 빨찌산들이 이 길을 그리였다- 그리면 희망의 모닥불이 앞길을 가리켰다. 동남의 길- 자나깨나 그리던 이 길, 죽어도 한 번은 가겠다던 살아서 살아서 못간다면 죽어서라도 기어코 가겠다던 조국으로 가는 길, 싸움의 길- 빨찌산들이 길 떠났다 동남으로 길 떠났다. 앞으로! 앞으로! 오오! 앞에는 압록강! 압록강!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4장|작성자 까마귀   제5장   1 총소리 난 지도 이슥할 제 추격의 마지막 총소리- 철호 걸음 멈춘다. 심장이 악쓰며 미지의 길 달리고 목에서도 재불이 날리고- 그런데 온 삶은 청각에 올랐거니 달빛 아래 휘늘어진 수림 속 나무들만 우중충- 사방은 죽은 듯… 그때에야 껴안은 소년을 땅 우에 삼가 내리우며- ≪영남아! 영남아!≫ 철호 낮게 부르짖는다. 달빛에 해쓱한 소년의 낯 괴로운 잠꼬대인 양 가느다란 신음… 가슴에서 흐르는 피 저고리섶 적신다… 옷소매 끊어 상처 싸매며- ≪영남아! 우리 가자! 우리 솔개골로 가자!≫ 허나 소년은 눈 감고 말이 없다 어머니 앓는 애를 안아 일으키듯 철호 소년을 안고 일어선다. 2 이 밤은 불운의 밤- 이 밤에 마지막 보고 가지고 철호와 영남이 압록강 건느려다 일본수비대의 추격에 들었다. 이 밤은 불행의 밤- 그러나 이 살판치는 불행을 한 사람만 알고 있으니, 영남이는 정신 잃어 모르고 철호만 그 불행을 한아름 가득 안고 허둥- 지둥 밤길로 동북으로 나간다, 솔개골로 가려고… 영남이를 살리려고… 밤길- 밤길에도 산속에 밤길… 뒤에는 감옥과 죽음을 두고 앞에선 이름도 모를 위험이 고양이같이 모퉁이 지키는데 죽어가는 소년을 안고 터지는 가슴을 눅잦히며 한 걸음, 두 걸음 걸음마다 애끊어지는 산속에 밤길, 철호의 길! 이 나라의 맘있는 길손들이여, 몇 번이나 그대 이런 밤길 걸었느뇨? 그대 정녕코 철호의 길 모를 리 없거늘 맘속에라도 이곳에 오라- 이곳에 와서 철호를 도와주라, 손톱까지 적시는 땀 철호 몰래 씻어주라! 고통의 밤길, 이 밤길 어느 뉜들 그 이름이나 알리오만 그러나 이 나라에 열리고야 말 그 생의 대로에 련하여지리 아무도 모르게 이름도 없이… 3 몇 리나 걸었는지도 모른다 몇 시나 걸었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하나의 생각뿐- 솔개골로 빨리 가자! 영남이를 살리자! 새벽을 잡아서 화전골 첫 어구에 들어섰을 때 영남이 정신 차렸다 그의 첫 말- ≪보고를… 보고를…≫ 그담 물을 달라고… 철호는 물 얻으러 달려가고 소나무 밑 이름모를 봄풀 우에 반듯이 누워 있는 소년- 그 크다란 불타는 두 눈 부릅뜨고 검푸른 하늘 노려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두 주먹 높이 들며- ≪끝까지 싸우라! 조선독립 만세!≫ 높이 부르짖었다. 이렇게 총에 맞은 갈매기 바위에 떨어져 부닥쳐도 꺾어진 나래를 퍼덕이며 생과 투쟁에 부른다, 그렇게 마지막 부르짖은 소년 다시 스르르 모으로 쓰러진다. 입술로 두 줄기 피 흘러서 풀잎에 맺힌 밤이슬에 섞인다… 눈동자에 구름장이 얼른… 바람이 우수수- 소나무를 흔든다… 4 철호 무덤을 판다, 소나무 밑에 영남의 무덤을… 파다가는 한숨 쉬고 한숨 쉬고는 또 파고… 어찌 이곳에 그를 묻을 줄 알았으리- 그 생을 즐기던 소년을, 이 나라의 강물인 양 그 맑은 마음을, 그 조국애에 끓던 심장을! 철호 무덤을 팠다- 소나무 밑에 전우의 무덤을 ≪잠자라 동무야! 우리들이 우리들이 원쑤 갚으리라!≫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누런 흙에 점점이 떨어진다. 장백의 높고 낮은 고개고개에 이 무덤이 첫 무덤 아닌 줄이야 우리 어찌 모르랴! 침략의 피 서린 밤이 이 나라에 칭칭 걸치였거니 새날을 위해 싸우다 죽은 이 헤여보라 몇 만이나 되는고? 어느 고개 어느 골짜기에 어느 나무 어느 돌 밑에 이름도 없이 그들이 묻히였노? 이 나라의 초부들이여, 부디 삼가 나무를 버이라- 우리 선렬의 령을 그 나무 고이 지키는지 어이 알리, 부디 삼가 길옆에 놓인 돌 차지 말라- 우리 선열의 해골이 그 돌 밑에 잠들었는지 어이 알리! 5 오솔길, 샘터로 올라가는 오솔길. 아침안개 휘휘 발길에 감기는 오솔길- 꽃분이 물 길으러 올라간다 올라가노라면 돌담불- 순사 왔던 그날 밤 등사기 감추어둔 돌담불… 아침이고 저녁이고 이곳을 지날 때면 밤길 떠난 철호의 모습 떠오르니… ≪시방은 어느 곳에 계신지? 떠나신 후 소식조차 없으니 무사히나 일하시는지?≫ 웨 그의 모습이 날 갈수록 더 그리워질가? 웨 이리도 가슴이 안타까울가? 떠지는 걸음걸이… 무엇인지 맘속에 무겁게 처매운 돌담불을 지나면 샘치바위 진달래꽃에 불그스레한- 그 밑에는 샘터… 밤새 떠러진 꽃이 샘물을 덮었다. 꽃분이 주저앉아 두손으로 꽃잎 거둔다 한 줌 거두어 돌 우에 놓고 두 줌 거두어 돌 우에 놓고… 산란하고 들뜨는 마음 (만날 수는 있을까?) 샘물을 바라보는 처녀의 생각, 거울 같은 물 속에서 어글어글한 두 눈 수심을 낱낱이 말하는 듯- ≪에그! 내 무슨 생각을!≫ 낯을 붉히는 처녀. 세 번째 줌 거두어 돌 우에 놓으려다 처녀 놀라 멈춘다- 바위 옆에 그가 섰어라! ≪철호!≫-처녀의 부르짖음 놀라움과 기쁨에 섞인. 쥐였던 꽃뭉치 우수수 떨어져 샘물을 다시 덮는다… 그러나 기진하고 어이없는 철호의 낯 꽃분의 숨결을 막는다- ≪무슨 일에?≫ ≪간밤에 영남이 죽었수…≫ ≪영남이? 아이구 기차기두!…≫ 처녀의 심장 옆에서 무거운 아픔이 꿈틀 돌아눕는다 또 돌아눕는다… 한시 후에 철호 떠나고 꽃분이도 길 떠났다, H시로 간다고, 전에 없이 꽃 팔러 간다고 진달래꽃 한임 이고. 몇몇 해 정성껏 자래우던 샘터 진달래도 모조리 뜯어 한떨기도 남기지 않고…   [출처]제6장   1 이 나라 북변의 장강- 칠백 리 압록강 푸른 물에 저녁해 비꼈는데 황혼을 담아 싣고 떼목이 내린다 떼목이 내린다. 뉘의 눈물겨운 이야기 떼목 우의 초막에 깃들었느냐? 뉘의 한많은 평생 모닥불에 타서 한줄기 연기로 없어지느냐? ≪물피리 불며 울며 구을러 갈 제 강 건너 천리길을 이미 떠난 몸 재 넘어 천리길을 이미 떠난 몸 재 넘어 구름 따라 끝없이 간다 에헹 에헤요 끝없이 가요≫ 웨 저노래 저다지 슬프단 말가, 이 땅의 청청 밀림 찍어내리거니 그 노래 어이 슬프지 않으랴! 이 나라의 집집은 대들보 터지고 기둥이 썩어져도 그 미끈한 만년대목으로는 놈들이 향락의 향연 베플거니 그 노래 어이 슬프지 않으리! 2 황혼도 깊어지고 물결도 차지고 서늘한 밤바람 강가에 감돌아돌 무렵 강 건너 바위 밑에서 휘-익 휘파람소리 나더니 떼목에서도 모닥불이 번뜩번뜩 내려가던 떼목이 돌아간다 돌아간다 머리는 저편 강가에 꼬리는 이편 강가에- 삽시간에 이루어진 떼목자리, 초막에서 나온 두 사람 나는 듯 이편으로 달아온다 한 사람은 떼목군 다른 사람은 철호, 그담 강 저편 바위 밑에서 군인들이 달아나온다 달아나와선 떼목으로 압록강을 건너온다- 빨찌산부대 압록강을 건너온다. 산밑에 그들이 숨었을 때 그 때목다리도 간데 없고 출렁-처절썩- 찬 물결만 강가에 깨여지는데 멀리선- ≪띄우리라 띄우리라 배를 무어 띄우리라 떼를 무어 띄우리라!≫ 3 빨찌산들이 압록강을 건너왔다- 일제가 짓밟은 이 땅에 살아서 살 곳 없고 죽어서 누울 곳 없고 모두 다 잃고 빼앗겼으니 물어보자 동포여! 가슴 꺼지는 한숨으로 이 강 건너 이방의 거친 땅에 거지의 서러운 첫걸음 옮기던 그날- 그날부터 몇몇 해 지났느뇨? 강 우에 밤안개 젖은 안개 떠돈다- 이 강 넘은 백성의 한숨이나 아닌가 물줄기는 솟아서 부서지고 또 부수지고- 이 강 넘은 백성의 눈물이나 아닌가 오오- 압록강! 압록강! 허나 오늘밤엔 그대 날뛰라 격랑을 일으켜 쾅-쾅 강산을 우리라. 이 나라의 빨찌산들이 해방전의 불길을 뿌리려 그대를 넘어왔다- 애국의 심장을 태워 앞길 밝히며 의지를 갈아 창검으로 높이 들고 이 나라의 렬사들이 조국땅에 넘어섰다. 압록강! 압록강! 격랑을 치여들고 쾅-쾅- 강산을 울리라! 거창한 가슴을 한 것 들먹이며 와-와- 격전을 부르짖으라! 4 골짜기에 끼여우는 H시에 밤 열한 시… 고로에 먼지 찬 하루나절 지났다고 시민들도 잠자리에 들고 서로 다투고 서로 속이던 가가들도 문 걷어닫고 늦도록 료리집에서 야지러지던 매춘부의 웃음도 끊어지고 소경의 곯아빠진 눈자위같이 그 창문도 어둑해지고 거리를 휩슬며 ≪구사쯔요이또꼬≫부르던 놈도 이층집 문을 차며 ≪요보야로!≫욕하다 들어가버리고… 밤 열한 시… 영림창 뒤통 빈민굴 어느 구석에선가 떼목에 치여 죽었다는 사나이를 거적에 싸서 방구석에 놓고 온 저녁 목놓아 울던 녀인의 사설도 끊치고 오뉴월 북어인 양 벌거숭이 애들 뼈만 남은 젊은이들 꼬부라진 늙은이들- 모두 다 웅크리고 노그라져 쿨-쿨- 잠들어버린 밤 열한 시… 5 밤 열한 시… 거리엔 인적이 끊치고 전등만 누렇게 흐르고- 주재소 교번순사도 꺼덕꺼덕 조을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남녀 두 사람 주재소 문간에 나타났다- 녀인은 사나이를 끌고 사나이는 녀인에게 끌리우고. ≪이연석 들어가자!≫ 녀인의 짜증내는 소리 ≪하…어…찌…라…고…≫ 사나이의 혀 까부라진 소리 ≪웬일이야!≫순사 골낸다 들어선 남녀를 흘기며 ≪나리님 저놈이 술값을…≫ ≪허… 내 우스워서… 허허허… 나리님두 우습지?≫ ≪이놈 어딘 줄 알고 웃어? 내 앞에서 감히 웃어?≫ 순사 단걸음에 다가서며 주먹을 쳐들자 그놈의 가슴에 총부리 대인다. 소리도 못치고 두 눈 뒤집고 순사 방구석에 까무러질 제 녀인은(그는 솔개골 꽃분이) 전신줄을 끊고 사나이는(그는 정치공작원 철호) 문 열고 손짓한다 문 열고 손짓하자- 바로 곁에서 신호의 총성 잠든 시가를 깨뜨린다 그담 련이어 나는 총소리 총소리… 우편국에서도 총소리, 은행에서도 영림창에서도 어지러운 점선을 그으는 따-따-따-따- 기관총소리 쾅-쾅- 폭탄 치는 소리! 6 적은 반향도 못하고 죽고 도망치고- 류치장 지붕에선 삼단 같은 불길이 일어난다, 이곳저곳 관사에서도 놈들 집에서도 반역자들 집에서도 불길이 일어난다, 캄캄한 하늘을 산산이 윽물어 찢어 쪼박쪼박 태워버리며 불길이 일더니 만세소리 터진다 첨에는 몇 곳에서 다음에는 여기저기서- 눌리우고 짓밟힌 이 거리에 반항의 함성 뒤울리거니 암담한 이 거리에 투쟁의 불길 세차거니 흰옷 입은 무리 쓸어나온다- 머리벗은 로인도 발벗은 녀인도 벌거숭이 애들도. 절망이 잦아든 이 거리에 별천지의 화원인 양 화해에 불꽃이 나붓기고 재생의 열망을 휘끗어올리며 화광이 춤추는데 밤바다같이 웅실거리는 군중 높이 올라서 칼 짚고 웨치는 절세의 영웅 김일성장군! ≪동포들이여! 저 불길을 보느냐? 조선은 죽지 않았다! 조선의 정신은 살았다! 조선의 심장도 살았다! 불을 지르라- 원쑤의 머리에 불을 지르라!≫ 만세소리 집도 거리도 떨치고 화염을 따라 오르고 올라 이 나라의 컴컴한 야공을 뒤흔든다 뒤울린다! 7 휘황한 불빛이 온 거리에 차 흐르는데 떨어지는 불꽃을 밟으며 혁명가 드높이 부르며 빨찌산부대 거리를 떠난다. 그들을 전송하는 이 고장 사람들- 기막힌 이 거리에 한줄기 생의 빛 가져왔으니 ≪잘 가라 영웅들이여 어느 때나 승리하라≫ 그러나 그들이 떠나면 또 검은 거리, 눈물의 거리, 그러기에 울음으로 전송하누나- ≪잘 가라 영웅들이여 언제나 다시 만나리≫ 뺨에서 흐르는 눈물 불빛에 피방울인 듯, 허지만 빨찌산들의 부르짖음- ≪잘 있으라 동포여, 싸우라 동포여! 우리 다시 만나자 해방연에 독립연에 다시 만나자!≫ 휘황한 불빛에 쌔워 빨찌산들이 어둠을 직차며 뚫으며 처억처억 앞으로 나간다, 싸움의 길로- 처억- 처억- 처억-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 6장|작성자 까마귀    제6장   1 이 나라 북변의 장강- 칠백 리 압록강 푸른 물에 저녁해 비꼈는데 황혼을 담아 싣고 떼목이 내린다 떼목이 내린다. 뉘의 눈물겨운 이야기 떼목 우의 초막에 깃들었느냐? 뉘의 한많은 평생 모닥불에 타서 한줄기 연기로 없어지느냐? ≪물피리 불며 울며 구을러 갈 제 강 건너 천리길을 이미 떠난 몸 재 넘어 천리길을 이미 떠난 몸 재 넘어 구름 따라 끝없이 간다 에헹 에헤요 끝없이 가요≫ 웨 저노래 저다지 슬프단 말가, 이 땅의 청청 밀림 찍어내리거니 그 노래 어이 슬프지 않으랴! 이 나라의 집집은 대들보 터지고 기둥이 썩어져도 그 미끈한 만년대목으로는 놈들이 향락의 향연 베플거니 그 노래 어이 슬프지 않으리! 2 황혼도 깊어지고 물결도 차지고 서늘한 밤바람 강가에 감돌아돌 무렵 강 건너 바위 밑에서 휘-익 휘파람소리 나더니 떼목에서도 모닥불이 번뜩번뜩 내려가던 떼목이 돌아간다 돌아간다 머리는 저편 강가에 꼬리는 이편 강가에- 삽시간에 이루어진 떼목자리, 초막에서 나온 두 사람 나는 듯 이편으로 달아온다 한 사람은 떼목군 다른 사람은 철호, 그담 강 저편 바위 밑에서 군인들이 달아나온다 달아나와선 떼목으로 압록강을 건너온다- 빨찌산부대 압록강을 건너온다. 산밑에 그들이 숨었을 때 그 때목다리도 간데 없고 출렁-처절썩- 찬 물결만 강가에 깨여지는데 멀리선- ≪띄우리라 띄우리라 배를 무어 띄우리라 떼를 무어 띄우리라!≫ 3 빨찌산들이 압록강을 건너왔다- 일제가 짓밟은 이 땅에 살아서 살 곳 없고 죽어서 누울 곳 없고 모두 다 잃고 빼앗겼으니 물어보자 동포여! 가슴 꺼지는 한숨으로 이 강 건너 이방의 거친 땅에 거지의 서러운 첫걸음 옮기던 그날- 그날부터 몇몇 해 지났느뇨? 강 우에 밤안개 젖은 안개 떠돈다- 이 강 넘은 백성의 한숨이나 아닌가 물줄기는 솟아서 부서지고 또 부수지고- 이 강 넘은 백성의 눈물이나 아닌가 오오- 압록강! 압록강! 허나 오늘밤엔 그대 날뛰라 격랑을 일으켜 쾅-쾅 강산을 우리라. 이 나라의 빨찌산들이 해방전의 불길을 뿌리려 그대를 넘어왔다- 애국의 심장을 태워 앞길 밝히며 의지를 갈아 창검으로 높이 들고 이 나라의 렬사들이 조국땅에 넘어섰다. 압록강! 압록강! 격랑을 치여들고 쾅-쾅- 강산을 울리라! 거창한 가슴을 한 것 들먹이며 와-와- 격전을 부르짖으라! 4 골짜기에 끼여우는 H시에 밤 열한 시… 고로에 먼지 찬 하루나절 지났다고 시민들도 잠자리에 들고 서로 다투고 서로 속이던 가가들도 문 걷어닫고 늦도록 료리집에서 야지러지던 매춘부의 웃음도 끊어지고 소경의 곯아빠진 눈자위같이 그 창문도 어둑해지고 거리를 휩슬며 ≪구사쯔요이또꼬≫부르던 놈도 이층집 문을 차며 ≪요보야로!≫욕하다 들어가버리고… 밤 열한 시… 영림창 뒤통 빈민굴 어느 구석에선가 떼목에 치여 죽었다는 사나이를 거적에 싸서 방구석에 놓고 온 저녁 목놓아 울던 녀인의 사설도 끊치고 오뉴월 북어인 양 벌거숭이 애들 뼈만 남은 젊은이들 꼬부라진 늙은이들- 모두 다 웅크리고 노그라져 쿨-쿨- 잠들어버린 밤 열한 시… 5 밤 열한 시… 거리엔 인적이 끊치고 전등만 누렇게 흐르고- 주재소 교번순사도 꺼덕꺼덕 조을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남녀 두 사람 주재소 문간에 나타났다- 녀인은 사나이를 끌고 사나이는 녀인에게 끌리우고. ≪이연석 들어가자!≫ 녀인의 짜증내는 소리 ≪하…어…찌…라…고…≫ 사나이의 혀 까부라진 소리 ≪웬일이야!≫순사 골낸다 들어선 남녀를 흘기며 ≪나리님 저놈이 술값을…≫ ≪허… 내 우스워서… 허허허… 나리님두 우습지?≫ ≪이놈 어딘 줄 알고 웃어? 내 앞에서 감히 웃어?≫ 순사 단걸음에 다가서며 주먹을 쳐들자 그놈의 가슴에 총부리 대인다. 소리도 못치고 두 눈 뒤집고 순사 방구석에 까무러질 제 녀인은(그는 솔개골 꽃분이) 전신줄을 끊고 사나이는(그는 정치공작원 철호) 문 열고 손짓한다 문 열고 손짓하자- 바로 곁에서 신호의 총성 잠든 시가를 깨뜨린다 그담 련이어 나는 총소리 총소리… 우편국에서도 총소리, 은행에서도 영림창에서도 어지러운 점선을 그으는 따-따-따-따- 기관총소리 쾅-쾅- 폭탄 치는 소리! 6 적은 반향도 못하고 죽고 도망치고- 류치장 지붕에선 삼단 같은 불길이 일어난다, 이곳저곳 관사에서도 놈들 집에서도 반역자들 집에서도 불길이 일어난다, 캄캄한 하늘을 산산이 윽물어 찢어 쪼박쪼박 태워버리며 불길이 일더니 만세소리 터진다 첨에는 몇 곳에서 다음에는 여기저기서- 눌리우고 짓밟힌 이 거리에 반항의 함성 뒤울리거니 암담한 이 거리에 투쟁의 불길 세차거니 흰옷 입은 무리 쓸어나온다- 머리벗은 로인도 발벗은 녀인도 벌거숭이 애들도. 절망이 잦아든 이 거리에 별천지의 화원인 양 화해에 불꽃이 나붓기고 재생의 열망을 휘끗어올리며 화광이 춤추는데 밤바다같이 웅실거리는 군중 높이 올라서 칼 짚고 웨치는 절세의 영웅 김일성장군! ≪동포들이여! 저 불길을 보느냐? 조선은 죽지 않았다! 조선의 정신은 살았다! 조선의 심장도 살았다! 불을 지르라- 원쑤의 머리에 불을 지르라!≫ 만세소리 집도 거리도 떨치고 화염을 따라 오르고 올라 이 나라의 컴컴한 야공을 뒤흔든다 뒤울린다! 7 휘황한 불빛이 온 거리에 차 흐르는데 떨어지는 불꽃을 밟으며 혁명가 드높이 부르며 빨찌산부대 거리를 떠난다. 그들을 전송하는 이 고장 사람들- 기막힌 이 거리에 한줄기 생의 빛 가져왔으니 ≪잘 가라 영웅들이여 어느 때나 승리하라≫ 그러나 그들이 떠나면 또 검은 거리, 눈물의 거리, 그러기에 울음으로 전송하누나- ≪잘 가라 영웅들이여 언제나 다시 만나리≫ 뺨에서 흐르는 눈물 불빛에 피방울인 듯, 허지만 빨찌산들의 부르짖음- ≪잘 있으라 동포여, 싸우라 동포여! 우리 다시 만나자 해방연에 독립연에 다시 만나자!≫ 휘황한 불빛에 쌔워 빨찌산들이 어둠을 직차며 뚫으며 처억처억 앞으로 나간다, 싸움의 길로- 처억- 처억- 처억-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 6장|작성자 까마귀   "백두산" 조기천 1947; 5장|작성자 까마귀     [출처] "백두제4장   1 우등불이 밤을 태운다- 무쇠같이 장백을 내려누르는 캄캄한 밀림의 밤을! 끝없이 몰아 죄여드는 모진 어둠 머리 속에도 흑막이 드리운 듯- 허나 불길은 솟고 불꽃은 튀고 속아서는 태우고 죽고 죽고는 또 솟거니 이름모를 결사의 싸움이 이 밀림 속에 벌어진 듯. 빨찌산 우등불- 어느 때 한 번 사람이 그 불길에 두 손을 쬐였다면 어찌 줄달음치는 피 속에서 생을 읊조르는 그 기쁨이 식어질 수 있으랴! 어느 때 한 번 사람이 그 불꽃튀는 소리 들었다면 어찌 그 소리소리 마음의 줄을 울리며 희망과 신념을 길이 일으키지 않으랴! 빨찌산 우등불- 그것은 집이였고 밥이였다 그것은 달콤한 잠자리였고 그것은 래일의 투쟁- 하물며 ≪토벌≫의 철망을 헤치고 사지를 육박으로 지났으니 그것은 승리의 상징, 야반의 노도 속 반짝이는 구원의 등대! 2 초병들도 긴 하품에 눈시울이 아파질 무렵 빨찌산부대 깊은 잠 들다 이슬 속 고달픈 이 잠자리 몇날 만에 발 펴게 되었느고? 어제날의 상처 아직도 저리지만 나흘째나 굶주렸지만 또 앞날의 길 즐펀하지만 이 밤엔 우등불이 붙거니 깊은 잠 안식의 잠- 그런데 한 분만이 잠 못들고 우등불 옆에 비스듬히 앉아 밤가는 줄 모르네- 이런 밤엔 그이는 책을 보았다- 봄날의 아지랑인 양 희망이 멀리서 한끝 부필 때도 그이는 책을 보았다. 불안의 구름장이 가슴가에 낮게 떠돌고 어느 구석에선가 절망이 머리 들 때도 그이는 책을 보았다- 그러면 새 힘을 얻고 목적을 보았다. 혁대를 남비에 끓이는 냄새 주린 창자를 놀라게 할 때도 이 책을 보았고 먼 옛날 그이의 어린 시절이 흘러간 어느 때나 그리운 고향의 옛집- 다복솔에 덮인 뒤산 밑 그 쓰러져가던 옛집이 세월과 망각을 헤치고 또렷이 떠오를 때도, 또 어느 봄날 부엌에서 미음드레 가리며 함숨짓던 수심에 어린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의 쪽문을 열고 들어설 때도 그이는 책을 보았다- 그러면 새 힘을 얻고 목적을 보았다. 이 밤에도 글줄을 밟으며 훨-훨- 걸어가는 생각- ≪우리 비록 적지만 우리 비록 굶으며 피 흘리지만 인민이 우리를 받들거던, 신세의 성벽을 영원에 뻗치며 부르이와 침략을 우리 물리치거던, 백일하에 빛나 빛나는 창조의 휘황한 성진이 백두에 퍼지여 누리에 비치노니 우리의 신념은 크나큰 화염이 되어 캄캄한 조국의 땅 밝히리라! 내 이렇게 마음조려 기다리는 식량부대도 돌아오리! 철호의 소식도 내 들으리!≫ 밤새도록 어둠과 싸우던 우등불도 휴전인 양 수그러졌는데 오로지 그 옆에 앉았던 한 분만이 가볍게 일어서며 ≪어! 날이 밝는구나!≫ 동편 하늘은 새벽을 이룩이룩 걷어 이고 쉽사리도 일어선다, 일어선다! 3 그렇게 기다리던 식량부대 아침에야 돌아왔다- 얻은 것이란 소 두 마리뿐, 나물죽 생각만도 두 가슴을 재는 듯 파내리거니 대장도 알기 전에 소잡을 차림 서둘렀다- 씩-씩- 칼도 갈고 모닥불도 푸- 푸 피우고. 대장이 왔을 때는 모여든 빨찌산들 눈살에 소 두 마리도 어둥지둥 정신부터 잃은 듯- 목재소 일본소로는 살도 푸둥 굴레도 호함졌다. ≪소는 어디서 가져왔소?≫ 대장의 묻는 말. ≪삼밭골 목재소 어구에서…≫ 소대장 순선의 대답. 대장은 굴레를 보았다- 동전을 단 굴레. 수놓은 굴레… 아낙네의 솜씨 독특한 코뚜레- 민족의 이색- 어김없이 일본소는 아니다 ≪동무들! 우리 빨찌산들이 어느 때부터 마적이 되었는가? 어느 때부터 평민의 재산을 로략했는가? 이 굴레를 보라- 이 소는 조선농민의 소다 저 소는 중국농민의 소다≫ 이렇게 김대장이 말했다. 이것은 소를 돌려보내라는 명령 이것은 산채를 캐여 아침 하라는 명령. 빨찌산들이 산채를 듯보며 산조하듯 퍼졌을 때 살진 소 두 마리 가담가담 풀을 뜯으며 산등 타고 마을로 내려간다, 어떤 화를 지날지도 모르며 또 어떤 불행 있을지도 모르며… 4 빙- 둘러선 빨찌산들… 그 앞에 말없이 선 김대장… 머리 우에 휘도는 싸늘한 기운 가을서리 내리듯. 아침해발도 내리듯. 아침해발도 눈치채고 밀림으로 삼가 기여드는 듯- ≪뉘가 소를 죽였는가?≫ 대장이 낮게 묻는다. ≪… … …≫- 군중은 잠잠 ≪뉘가 소를 죽였는가?≫ 낮고도 얼구는 목소리.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높다란 침묵이 잉- 빨찌산들 고막을 친다 ≪사령관동지! 제가 죽였습니다…≫ 한걸음 나서며 말하는 청년빨찌산 최석준. ≪네가?≫ 빨찌산들이 놀란다 싸움에서도 대담한, 척후로도 이름있는 석준이… 더없는 전우라던 석준이… ≪네가 어찌?≫ 빨찌산들이 더 분해한다. 새파랗게 고민에 질린 땅에 수그러진 그의 낯- ≪사령관동지도 우리도 나흘째나 굶게 되니…≫ 그러나 군중 속에서 누군지- ≪응, 변명을 하는구나!≫ 또 누구지- ≪너는 명령을 거역했다!≫ 소대장 순선이 주먹을 들며- ≪너는 일제를 도와준다!≫ 석준이 번쩍 머리 들며- ≪일제를 도와준다고?≫ 석준이 번쩍 머리 들며- ≪일제를 도와준다고?≫ ≪그렇다!≫ ≪내가?≫ ≪그렇다, 네가!≫ ≪아니 내가≫ 일제를 도와 준다고≫ ≪그렇다 네가! 네가!≫ ≪그렇다면…≫ 잘칵- 총 재우는 소리 ≪자, 나는 죽어 마땅하니…≫ 석준이 총박죽을 내민다, ≪기척!≫- 대장의 호령소리 철판으로 밀림을 들부시는 듯 빨찌산들은 선 자리에 붙은 듯 오로지 무거운 침묵만 꽈악 뚜껑인 듯 내려누르고 5 ≪가마 속의 물은 끓다가도 없어진다- 원천이 없거니- 허나 내물은 대하를 이룬다. 동무들! 우리는 대하가 되련다 바다가 되련다 우리의 근간도 민중 속에, 우리의 힘도 민중 속에 있다! 민중과 혈연을 한가지 한 빨찌산임을 우리 잊었는가? 우리 이것을 잊고 어찌 대사를 이루랴! 민중과의 분리- 이것은 우리의 멸망, 이것은 일제들이 꾀한다 우리 이것을 모르고 어찌 대사를 이루랴≫ 기척해 선 빨찌산들 쩌엉- 가슴을 가르고 치밀어솟는 의분! ≪이제도 죄책을 모르겠는가?≫ 석준에게 대장이 하는 말. ≪압니다!≫ 석준의 대답. 첫서리 맞은 풀- 그것도 이것보다는 생생하리… ≪나는 죄책을 잘 압니다≫ 석준의 떨리는 목소리… 재가 내여돋은 입술… 허나 이제도 처벌의 고개 어떻게 석준이 그 고개 넘으려나! 빨찌산들은 잘 안다 오직 한 가지뿐- ≪총살≫ 폭풍우 전 짧은 순간… 침묵…침묵…침묵… ≪임자를 찾아 소값을 주라!≫ 이렇게 명령하고 대장이 돌아선다. 새파랗던 석준의 낯에 몇 줄기 붉은 빛, 빨찌산들의 낯에도 해발이 비친다. 어떠한 커다란 충직과 신념이 빨찌산들의 가슴에 드러누워 툭-툭 어리광치듯 심장을 쥐여박는다. 6 빨찌산부대 열흘 만에 동남으로 길 떠났다, 산촌사람들도 승벽내여 식량도 걸메올리고 부상된 전사도 치료하고 소대장을 몇십 리 보내여 ≪토벌대≫도 홀려가고- 허지만 밤마다 밤마다 대장은 잠 못들더니 어느날인가 약재 짊어진 로동복 입은 중로인이 왔을 때 작은 지도 대장의 손에 쥐었더니 그 이튿날 아침 동남으로 길 떠났다. 동남의 길- 앞에는 고개 뒤에 또 고개 골짜기도 많고 멀기도 하련만 어느 뉘가 괴롭다 하랴! 어느 뉘가 뒤서자 하랴! 앞으로! 앞으로! 승냥이도 추위에 얼어죽는 때 빨찌산들이 이 길을 그리였다- 그러면 새 움이 마음속에 자라났다. 나날이 주림이 모지름할 때도 빨찌산들이 이길을 그리였다- 그러면 큰 낟가리 가슴속에 자라났다, 돌아갈 길이 잡초에 막히고 마음 한바닥에 재만 무질 때도 빨찌산들이 이 길을 그리였다- 그리면 희망의 모닥불이 앞길을 가리켰다. 동남의 길- 자나깨나 그리던 이 길, 죽어도 한 번은 가겠다던 살아서 살아서 못간다면 죽어서라도 기어코 가겠다던 조국으로 가는 길, 싸움의 길- 빨찌산들이 길 떠났다 동남으로 길 떠났다. 앞으로! 앞으로! 오오! 앞에는 압록강! 압록강!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4장|작성자 까마귀   산" 조기천 1947; 3장|작성자 까마귀 제6장   1 이 나라 북변의 장강- 칠백 리 압록강 푸른 물에 저녁해 비꼈는데 황혼을 담아 싣고 떼목이 내린다 떼목이 내린다. 뉘의 눈물겨운 이야기 떼목 우의 초막에 깃들었느냐? 뉘의 한많은 평생 모닥불에 타서 한줄기 연기로 없어지느냐? ≪물피리 불며 울며 구을러 갈 제 강 건너 천리길을 이미 떠난 몸 재 넘어 천리길을 이미 떠난 몸 재 넘어 구름 따라 끝없이 간다 에헹 에헤요 끝없이 가요≫ 웨 저노래 저다지 슬프단 말가, 이 땅의 청청 밀림 찍어내리거니 그 노래 어이 슬프지 않으랴! 이 나라의 집집은 대들보 터지고 기둥이 썩어져도 그 미끈한 만년대목으로는 놈들이 향락의 향연 베플거니 그 노래 어이 슬프지 않으리! 2 황혼도 깊어지고 물결도 차지고 서늘한 밤바람 강가에 감돌아돌 무렵 강 건너 바위 밑에서 휘-익 휘파람소리 나더니 떼목에서도 모닥불이 번뜩번뜩 내려가던 떼목이 돌아간다 돌아간다 머리는 저편 강가에 꼬리는 이편 강가에- 삽시간에 이루어진 떼목자리, 초막에서 나온 두 사람 나는 듯 이편으로 달아온다 한 사람은 떼목군 다른 사람은 철호, 그담 강 저편 바위 밑에서 군인들이 달아나온다 달아나와선 떼목으로 압록강을 건너온다- 빨찌산부대 압록강을 건너온다. 산밑에 그들이 숨었을 때 그 때목다리도 간데 없고 출렁-처절썩- 찬 물결만 강가에 깨여지는데 멀리선- ≪띄우리라 띄우리라 배를 무어 띄우리라 떼를 무어 띄우리라!≫ 3 빨찌산들이 압록강을 건너왔다- 일제가 짓밟은 이 땅에 살아서 살 곳 없고 죽어서 누울 곳 없고 모두 다 잃고 빼앗겼으니 물어보자 동포여! 가슴 꺼지는 한숨으로 이 강 건너 이방의 거친 땅에 거지의 서러운 첫걸음 옮기던 그날- 그날부터 몇몇 해 지났느뇨? 강 우에 밤안개 젖은 안개 떠돈다- 이 강 넘은 백성의 한숨이나 아닌가 물줄기는 솟아서 부서지고 또 부수지고- 이 강 넘은 백성의 눈물이나 아닌가 오오- 압록강! 압록강! 허나 오늘밤엔 그대 날뛰라 격랑을 일으켜 쾅-쾅 강산을 우리라. 이 나라의 빨찌산들이 해방전의 불길을 뿌리려 그대를 넘어왔다- 애국의 심장을 태워 앞길 밝히며 의지를 갈아 창검으로 높이 들고 이 나라의 렬사들이 조국땅에 넘어섰다. 압록강! 압록강! 격랑을 치여들고 쾅-쾅- 강산을 울리라! 거창한 가슴을 한 것 들먹이며 와-와- 격전을 부르짖으라! 4 골짜기에 끼여우는 H시에 밤 열한 시… 고로에 먼지 찬 하루나절 지났다고 시민들도 잠자리에 들고 서로 다투고 서로 속이던 가가들도 문 걷어닫고 늦도록 료리집에서 야지러지던 매춘부의 웃음도 끊어지고 소경의 곯아빠진 눈자위같이 그 창문도 어둑해지고 거리를 휩슬며 ≪구사쯔요이또꼬≫부르던 놈도 이층집 문을 차며 ≪요보야로!≫욕하다 들어가버리고… 밤 열한 시… 영림창 뒤통 빈민굴 어느 구석에선가 떼목에 치여 죽었다는 사나이를 거적에 싸서 방구석에 놓고 온 저녁 목놓아 울던 녀인의 사설도 끊치고 오뉴월 북어인 양 벌거숭이 애들 뼈만 남은 젊은이들 꼬부라진 늙은이들- 모두 다 웅크리고 노그라져 쿨-쿨- 잠들어버린 밤 열한 시… 5 밤 열한 시… 거리엔 인적이 끊치고 전등만 누렇게 흐르고- 주재소 교번순사도 꺼덕꺼덕 조을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남녀 두 사람 주재소 문간에 나타났다- 녀인은 사나이를 끌고 사나이는 녀인에게 끌리우고. ≪이연석 들어가자!≫ 녀인의 짜증내는 소리 ≪하…어…찌…라…고…≫ 사나이의 혀 까부라진 소리 ≪웬일이야!≫순사 골낸다 들어선 남녀를 흘기며 ≪나리님 저놈이 술값을…≫ ≪허… 내 우스워서… 허허허… 나리님두 우습지?≫ ≪이놈 어딘 줄 알고 웃어? 내 앞에서 감히 웃어?≫ 순사 단걸음에 다가서며 주먹을 쳐들자 그놈의 가슴에 총부리 대인다. 소리도 못치고 두 눈 뒤집고 순사 방구석에 까무러질 제 녀인은(그는 솔개골 꽃분이) 전신줄을 끊고 사나이는(그는 정치공작원 철호) 문 열고 손짓한다 문 열고 손짓하자- 바로 곁에서 신호의 총성 잠든 시가를 깨뜨린다 그담 련이어 나는 총소리 총소리… 우편국에서도 총소리, 은행에서도 영림창에서도 어지러운 점선을 그으는 따-따-따-따- 기관총소리 쾅-쾅- 폭탄 치는 소리! 6 적은 반향도 못하고 죽고 도망치고- 류치장 지붕에선 삼단 같은 불길이 일어난다, 이곳저곳 관사에서도 놈들 집에서도 반역자들 집에서도 불길이 일어난다, 캄캄한 하늘을 산산이 윽물어 찢어 쪼박쪼박 태워버리며 불길이 일더니 만세소리 터진다 첨에는 몇 곳에서 다음에는 여기저기서- 눌리우고 짓밟힌 이 거리에 반항의 함성 뒤울리거니 암담한 이 거리에 투쟁의 불길 세차거니 흰옷 입은 무리 쓸어나온다- 머리벗은 로인도 발벗은 녀인도 벌거숭이 애들도. 절망이 잦아든 이 거리에 별천지의 화원인 양 화해에 불꽃이 나붓기고 재생의 열망을 휘끗어올리며 화광이 춤추는데 밤바다같이 웅실거리는 군중 높이 올라서 칼 짚고 웨치는 절세의 영웅 김일성장군! ≪동포들이여! 저 불길을 보느냐? 조선은 죽지 않았다! 조선의 정신은 살았다! 조선의 심장도 살았다! 불을 지르라- 원쑤의 머리에 불을 지르라!≫ 만세소리 집도 거리도 떨치고 화염을 따라 오르고 올라 이 나라의 컴컴한 야공을 뒤흔든다 뒤울린다! 7 휘황한 불빛이 온 거리에 차 흐르는데 떨어지는 불꽃을 밟으며 혁명가 드높이 부르며 빨찌산부대 거리를 떠난다. 그들을 전송하는 이 고장 사람들- 기막힌 이 거리에 한줄기 생의 빛 가져왔으니 ≪잘 가라 영웅들이여 어느 때나 승리하라≫ 그러나 그들이 떠나면 또 검은 거리, 눈물의 거리, 그러기에 울음으로 전송하누나- ≪잘 가라 영웅들이여 언제나 다시 만나리≫ 뺨에서 흐르는 눈물 불빛에 피방울인 듯, 허지만 빨찌산들의 부르짖음- ≪잘 있으라 동포여, 싸우라 동포여! 우리 다시 만나자 해방연에 독립연에 다시 만나자!≫ 휘황한 불빛에 쌔워 빨찌산들이 어둠을 직차며 뚫으며 처억처억 앞으로 나간다, 싸움의 길로- 처억- 처억- 처억-   제7장   1 밤은 밑바닥도 없이 깊어가는데 높은 산 깊은 골 지나 빨찌산들이 압록에 이르다 뜻 깊고 한 많은 이 물결을 빨찌산들이 또다시 건느련다. 그러나 이 길은 가슴 터지는 추방의 길이 아니다 이 길은 승리의 길, 복수의 길- 허기에 압록도 기쁘게 중얼거리며 떼목을 몰아 강가에 붙이고는 밤을 헤치며 늠실늠실 대해로 흘러 흐르누나. 빨찌산들이 떼목다리 놓으려 할 제 어디선가 총소리, 불의의 총소리, 산비탈 어둠 속에서 미친 듯 짖는 기관총소리- 이것은 ≪토벌대≫의 추격! 앞에는 밤안개 자욱한 대하 뒤에는 적군- ≪포위?≫≪포위!≫-번개치는 생각- 누군지 왈칵 물에 뛰여든다 또 누군지 뛰여든다. ≪땅-땅-≫ 반쩍 싸창을 드는 김대장- ≪명령을 들으라!≫ 아무 기척도 안 내는 변절자 두놈- 어둠과 물결은 수치의 두 시체 삼켜버렸다. 2 철호를 후위대장으로 삼고 전군은 항전을 베풀어 반격전이 밤을 달구는데 한 분대 데리고 떼목에 뛰여오른 김대장! 탄환은 죽음의 비명을 지르며 물결 우에 여기저기 박히는데 하나씩- 둘씩 떼목을 이어놓은 김대장! 결사의 몇 분이 지나자 떼목이 건너간다 구원의 저편으로 떼목이 건너간다, 후위대를 방패로 삼아 안개 속에 본대 강 건넜을 제 적은 머리 들어 어두운 산비탈은 억척한 분화구같이 철화를 내여뿜는데 본대 내리우는 탄막에 숨어 퇴진하는 후위대의 마지막 전사- 그는 철호 그의 옆엔 최석준- 사격하며 떼목에 오른다 바로 그때- 철호 말없이 넘어진다 어디선가 떼-엥-(철호의 생각) ≪무슨 소리 나는가? 웨 이리도 어두워지는가?≫ 철호 그만 정신 잃는다… …… 3 몇 보 앞 안개 속에서 발악의 돌격소리 날 제 철호 다시 정신 차리고 온 삶을 한 팔에 쏭겨 수류탄을 뿌린다- 꽝- 놈들의 아우성… 또 뿌린다 꽝- 놈들의 아우성… 폭발에 끊어진 떼목 쭈욱 량편으로 갈라진다 그제야 철호 석준이를 보았다- 부러진 총가목을 특어쥔 채 떼목 우에 쓰러진 석준이를… 그 옆엔 뒤여진 놈들의 시체. 철호 마지막 힘 다잡고서 석준이를 안고 일어선다- 몇 걸음 앞으로… 그만 거꾸러진다. 또다시 일어났을 때도 전우의 시체 안고 몇 걸음 앞으로… 서슴없이 내걷는다. 허다가 철호 그만 우뚝 선다- 불의의 류탄이 전사의 심장을 꿰였다… ≪아하!≫우뚝 섰다가 앞으로 거꾸러져… 창- 처절썩- 물결이 두 전사를 감춘다 압록강 찬 물결이… 4 실망한 적도 머슥히 사격을 멈추고 떼목도 강가에 붙을 무렵 강변에서 녀자의 부르는 소리- ≪철-호-석-준-이-≫ 꽃분의 목소리였다. ≪철-호-철-호-≫ 분명히 김대장의 목소리. 허나… 대답은 없었다 물결만 분풀이하듯이 떼목을 창-창- 걷어차며 날뛴다 몸부림친다. ≪철-호-석-준-이-≫ 처녀의 애타는 부르짖음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압록강만 한가슴 두드리며 어둠 속에서 쾅- 처절썩- 쾅- 5 산마루 바위에 선 빨찌산들- 김대장이 서고 순선이도 서고 꽃분이도 서고 전사들도 모두 서고… 누구누구 이 대렬에 없느냐? 누구의 자리 비였느냐? 철호 없었다! 석준이 없었다! ≪토벌대≫의 총소리 은은한 컴컴한 조국땅을 분노에 타는 두 눈으로 빨찌산들이 바라본다 ≪동무들!≫ 김대장의 떨리는 목소리- ≪몇몇 해 우리 이방에서 싸우다가 새도 날 틈 없는 수비망을 무찌르고 오늘밤 조국땅에서 원쑤를 우리 족쳤다 피마르는 동포에게 살고 있는 이 나라의 기개를 우리 떳떳이 보였다. 그러나 동무들! 적은 아직도 강하다 때문에 우리 오늘밤 압록강을 두 번 다시 건너게 되었고 우리의 전우들을 철호와 석준이를 시체도 못 찾고 한 많은 이 압록강 물결에 영영 묻게 되지 않았는가?≫ 김대장의 목메인 말끝, 누군지 주먹으로 눈물 씻는다 꽃분이 느껴우는 소리… 6 ≪그러나 동무들!≫ 대장의 말소리 강철을 울린다. ≪우리 비록 작은 거리를 쳤지만 그 거리에 일으킨 불길은 죽어가는 민족의 가슴에 투쟁의 불꽃을 떨구었다! 우리 비록 오늘은 한 거리를 치고 가지만 우리 기어코 오리라! 조선아! 조선아!≫ 김대장이 맹세의 칼 높이 든다 전사들도 삼대같이 총을 든다 ≪조선아! 우리 오리라! 인민이 살아 있거든 우리의 힘은 크다! 정의의 검이 침략의 목 우에 내려지리라! 불의를 소탕하리라! 우리 애국의 기개를 살려 해방투쟁의 불길을 높이리라! 빨찌산들아! 결사의 혈전을 위하여 사격-≫ 례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빨찌산들아! 우리 선렬의 령을 위하여 사격-≫ 례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조선아! 조선아! 너의 해방과 독립을 위하여 너의 민주 행복을 위하여 사격 사격-≫ 례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삼천리를 떨친다!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 7장|작성자 까마귀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 6장|작성자 까마귀   맺음시   동방의 줄기줄기를 선축인 양 한줌에 걷어쥐고 만리창공에 백발을 휘발리며 아득한 태고로부터 이 나라 풍상의 나날을 낱낱이 굽어 천산성악아, 백두산아! 오늘은 이 땅에 날이 밝아 오늘은 너의 천지에 채운이 서리우고 오늘은 너의 머리 우에 창창한 대공이 열렸거니 너, 백두야! 조선의 산아 말하라- 어떻게 떨어졌던 태양이 이 나라에 솟았느냐? 떨어졌던 태양이 다시 솟는 그때 네 누구를 맞이했느냐? 세기의 백발을 휘날리며 백두산은 대답한다- ≪여봐라! 내 말하노니 들으라! 두만강 물결이 포격에 솟아 구름을 헤치고 준령에 올라선 항일빨찌산- 치명의 철화를 일제에게 내뿜을 때 떨어졌던 태양이 이 나라에 다시 솟았다! 내 머리 황홀한 흰빛에 휩싸이고 내 가슴속 갈피에서 푸른 기류 회오리쳐 일 제 내 그때- 동서에서 침략을 뒤부신, 온 누리에 빛을 준, 포연탄우를 지나온 만고의 빨찌산을 맞이했다. 내 그때- 이 나라 백성이 그렇게 그리던 나의 참된 아들- 나의 량심이고 나의 의지인 나의 신념이고 나의 희망인 나의 빨찌산 김대장을 맞이했다 순선이도 꽃분이도 맞이했다. 내 그때- 골짜기와 골짜기, 집과 집, 거리와 거리, 광장과 광장들이 서로 읽히고 뭉치여 부둥켜안고 뛰고 춤추고 울고 노래부를 제, 자유의 기발, 만세소리, 환호소리로 넘치는 감격, 타오르는 애국의 백열로 하이얀 바다같이 뒤끓어흐를 제 나도 만고에 없는 큰 숨으로 눌리웠던 허파에 대기를 한껏 들이그어 이 땅의 해방을 부르짓었다! 나의 영생을 부르짓었다!≫ 그러면 너 백두야 조선의 산아 말하라! 오늘은 무엇을 보느냐? 오늘은 누구를 보느냐? 세기의 백발을 휘날리며 백두산은 대답한다- ≪오늘은 무럭무럭 굴뚝에서 솟는 창조의 타는 로력을 본다 풍작에 우거진 자유의 전야를 본다. 력사의 대로에 거세게 올라선, 비약의 나래를 펼친 민주의 새 조선을 본다 오늘은 독립의 터를 닦는 인민을 본다 민전의 선두에 선 김대장을 본다. 오늘은 푸른 이념을 함빡 걷어안고 빛나는 민주 미래를 받들며 자라자라나는 인민의 바위- 모란봉을 본다! 또 저 삼각산 밑에서 반동의 무리 뒤엉켜 욱실거리여도 테로의 미친 눈이 백주에 희번덕이여도 민전의 싱싱한 웨침에 남산 송백도 더 푸르러 빛나는 것을 내 오늘 력력히 본다≫ 백두산은 이렇게 말하면서 의분을 못참는 듯 장군봉에서 한 줄기 회오리바람을 휘잡아들어 채광이 어린 천지에 내려뿌린다. 허자 천지는 한가슴을 뒤집어내치며 하늘을 삼킬 듯 격파를 일으켜 바위를 치며 절벽을 들수신다! 천심을 울린다 지축을 떨친다! 세기의 백발을 추켜들고 북으로 찬란한 우랄산을 바라보며 곤륜산 히마라야산 넘에 신생의 중국도 살펴보며 증오에 찬 추상을 태평양 거친 물과 부사산에 던지며 백두는 웨친다- ≪너, 세계야 들으라! 이 땅에 내 나라를 세우리라! 내 천만 년 깎아세운 절벽의 의지로 내 세세로 모은 힘 가다듬어 온갖 불의를 즉쳐부시고 내 나라를, 민주의 나라를 세우리라! 내 뿌리와 같이 깊으게 내 바위와 같이 튼튼케 내 절정과 같이 높으게 내 천지와 같이 빛나게 세우리라- 자유의 나라! 독립의 나라! 인민의 나라!≫ 백두산은 이렇게 웨친다! 백성은 이렇게 웨친다!     [출처] "백두산" 조기천 1947;맺음시|작성자 까마귀  
427    미국 "생태주의" 방랑시인 - 게리 스나이더 댓글:  조회:4224  추천:0  2016-10-28
  Gary Snyder   게리 스나이더는 미국의 시인이며 선불교도이며, 산악인, 환경운동가이며, 심층생태철학자이며, 비트운동의 설립회원이다. 미국의 계관시인인 로버트 하스(Robert Haas)는 스나이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나 도겐처럼 문학으로 윤리적 삶을 외치는 신성한 목소리‘라고 했다. ’시인의 임무는 숲을 지키는 것‘이라 한 말에서도 소로우와 스나이더의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게리 스나이더는 비트 운동의 소로우에 해당된다. 소로우와 마찬가지로 스나이더는 자신의 삶에 여유를 원했고, 인간이 욕심을 버리는 정도에 따라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소로우와 스나이더는 둘 다 야생 또는 야성(wilderness)을 귀중하게 생각했다. 여기서 야성은 때묻지않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로우가 '야성이 세상을 보존한다'고 생각했다면 스나이더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야성은 세상 자체'라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볼 때 자연은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 위험에 처한 것은 야성이다. 야성은 파괴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우리는 야성을 볼수없게 될지도 모른다.“   스나이더는 193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산이 많은 워싱턴 주에서 자라났던 그는 산을 사랑하여 17세에 이미 미국에서 높다는 산봉우리는 다 섭렵한 후였다. 오레곤 주 포틀랜드의 리드 대학에서 문학, 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인디애나 대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데이비스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동양언어학을 공부했다. 삼림경비원, 벌목원, 선원으로도 일했다. 마테호른 봉을 잭 케루액과 오르기도 했는데 이때 경험을 살려 케루액의 소설 ‘다르마를 찾는 백수(Dharma Bum)'에 스나이더가 신비한 시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1956년 일본으로 가 임제종의 선불교 공부를 하고, 경전과 불교서적을 연구 번역하였다. 10여년 동안 불교와 가까이 있었지만 그러나 출가는 하지 않았다. 1969년 미국으로 돌아온 후 평화와 환경운동에 헌신하며, 동양철학과 불교의 대중화에 공헌하였다. 또한 환경보호자들과 인디언 그룹과 어울려 야성의 삶을 실천하며 생태공동체를 주도하고 있다. 선시(禪詩)로 불리는 그의 시는 동양과 미국 인디언의 신화를 인간과 자연의 상생에 연결시킨 열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스나이더가 일본의 선원에서 다년간을 보내며 의미있는 삶의 모델을 찾아본 동기는 동양을 탐욕적인 자아를 극복하고 내면의 힘에 집중하는 의지를 교육하는 현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유용한 가치만을 생태계에서 찾고 살리는 얕은 생태학과는 대조적으로 심층생태학은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본연의 내재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1982년 4월 로스앤젤레스 선원에서는 세계 최초의 심층생태학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를 주관한 것은 선불교도이며 생물학자인 마이클 소울(Michael Soule)이고, 이를 도운 것이 로버트 아잇켄 선사와 게리 스나이더였다. 그가 퓰리처 상을 수상한 시집 ‘거북섬(Turtle Island)'에 실린 ’헌신의 맹세‘ 중 한 귀절을 보자.   “모든 존재에게 .... 나는 헌신을 맹세하네 거북섬의 흙에게 나는 헌신을 맹세하네 그곳에 거하는 생명들에게 그리고 태양아래서 상의상존성 속에 서로를 관통하는 다양하지만 그러나 하나인 생태계에도 나는 헌신을 맹세하네.“   스나이더는 또한 시인이며 환경운동가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와도 가까운 친구이다. 두 시인은 지역과 마을이 인간에게 아주 귀중하다는 가치관을 공유한다.   “땅을 되살리기위해서는 사람이 그 지역에서 일을 해야 한다. 지역은 존중심을 가지고 다가온다면 누구나 다 환영한다. 한 지역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 지역에 정을 붙이는 것이다. 한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지역사회를 이루고, 머지않아 문화를 키운다. 야성을 회복하는 것은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한산을 미국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또 2000년 9월에는 한국을 방문하여 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하기도 하고 또 법련사에서 생태와 불교에 대한 강연도 하였다. 스나이더의 '생명공동체' 회복 운동에 따르면, 생명은 생태계의 거대한 테두리 속에 식물, 동물, 미생물 등과 함께 생존해나가는 하나의 유기적 존재이다. 생태계는 하나의 거대 고리로 형성된 소우주이며, '상호의존'이라는 공동체 인식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 체계이다. 따라서 생명공동체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자신의 존재 장소에서 다른 생물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의 시낭송회에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가 시낭송회를 할 때는 선시 해설을 하기도 하고 또 꼭 근처의 절이나 선원에 들려 미국과 아시아의 선에 대해 말하곤 한다.  단순한 자연에의 귀의가 아닌 인간 본연에의 복귀로서 구도정신을 지향하는 시인인 스나이더는 '생활이 곧 시고 시가 곧 선(禪)인 시인'으로 불린다. 그는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반야심경과 다라니를 독송한다. 특히 불교의 명상은 자신의 시세계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특한 자세와 호흡법, 그리고 마음을 다루는 법이 있는 명상은 아주 특수한 수행임을 강조한다. 그는 또 붇다의 가르침이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중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뿐 만 아니라 모든 중생들도 나름의 수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게리 스나이더|작성자 새암     뉴욕의 지반을 걸으며 정보의 바다에 살아 있기                                       / 게리 스나이더     단풍나무, 떡갈나무, 사시나무, 은행나무 새 잎들, 벼랑 위로 살짝 솟은 나무들 사이 숨겨진, 뜨거운 태양으로 얼룩진 너럭바위 위의 "신록" - 깨어난다.   굴러 일어나 바위 표면 미끄러져 내린다 숲 속 걸어 들어 다람쥐 한 마리 향한다, 희귀한 인간들! 향한다 안전거리 유지한 채. 교통의 웅성거림 다가오고, 구조물들의 혼잡함 통해 사이렌. 반향하며 울부짖는다. 헬리콥터 소리로 진동하며, 높은 곳의 제트비행기 낮은 음조로 떨린다.   재빨리 가볍게 차려 입고 공원 돌담 뛰어넘어, 이동하는 흐름 속에 스며든다.   뉴욕은 말미잘처럼 경제의 바다 속에서 넓게 물결치고, 교육받은 젊은 요원들  멋진 옷 차려 입고 밤생활로 발걸음 옮긴다, 일과 끝난 뒤, 멋진 음식 - 숨결 미묘한 동력가동의 심장 뛰는 빌딩 실내  그 빌딩들 불 지펴졌다 기초 아래 깊숙한 곳, 지하실 아래에서, 왕년의 해상 상인에 의해 불 지펴졌다 이제는 바다로부터 땅 위에 뾰족이 서 있는 선박들로 가버린 이전의 불 관리자들 이전 선원들은 정지한 보일러 지켜보고,     컴퓨터에 양보했다. 그 모니터의 열기와 동력 지하에서 읽힌다. 대기 중에, 정보의  바다 속에.   생기 띤 살결, 날카로운 눈매, 사람들의 물결 길 모퉁이 휘익 돌아 굽이치고 골판지 쓰레기 트럭 위로 던져진다. 섬세한 춤, 배꼽 위의 루우즈, 눈 아래 콜 먹1 치장.   시간과 삶의 빌딩들 - 6만의 사람 - 깃발들 바람에 물결 지고 뻣뻣한 전율 신록으로 자라는 식목한 나무 가지들 뒤흔든다,   유리, 알루미늄, 모아 놓은 자갈, 쇠붙이, 스테인레스 텅 빈 벌집 같은 전자 두뇌 빌딩   컬럼비아 대학 소유, 그 대학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 있는 말미잘 식민지의 영주.   "야성인 클라우스"2는 주로 인디언과 살았고 증인으로 출두했다 늙은 부인 "카라카파코몬트" 1701년 워싱턴 마지막 자락 팔았을 때 아래 깊숙한 곳 벽난로 물길 듣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강 도로바닥 아래, 지반 위로 구른다. 새는 통로처럼 보이는 갈색 사암 부유층 건물의 협곡을 멀리 비켜 방향 잡는다.   텅 빈 어둠 메아리친다 교직된 불빛 실타래 갓길의 비명들 비춰내고 밝은 빛의 계란 속에 으르렁대는 한 그림자, 혀 위의 검은 음식 핥은 자국. 사이렌 메아리 벽으로 된 협곡 흘러내리고 밤길 인도경계에 울려지자 신호등 바뀐다-   고개 들어 신들 본다 공정한 신, 인조견의 신, 고귀한 계보, 오랜 잡탕의 신, 각각이 붙잡고 있다  사각지게 구획된 그림자의 몫을 각각이 태양시계 원호의 하루 속에서 흔들린다. 그 하루 부분들의 총합 이상이건만.   구겐하임 미술관, 록펠러 센터, 프릭 기념관, 세계의 예술품 모아 두고, 판유리 창문 빛 받아들여 "수련" 위에 드리운다 물고기 혹은 유성처럼, 사람들, 움직이다, 멈추고, 방들 통해  다시 움직인다, 하이얀 자작나무 잎새 미풍에 흔들리고 경비원은 세계를 지킨다, 헬리콥터 잉잉거리며 기나긴 여행 떠나고 꽃가루와 꿀 교환한다 경제의  바다 높이 대기 중에서, 아래쪽 도로 위의 세계로 멈춤과 출발의 쇳소리 비명 떨어뜨린다 바람은 검은 터널 통해 분다 거미줄, 곰팡이, 이끼 지나며   곤도와나랜드3의 은행나무, 상형문자, 석관문자, 지하철 덮고 있다- 갓 지은 빌딩의 텅 빈 눈구멍 영혼 없다, 그들 역시 제례의식 기다린다 자신들 또한 새로운, 거대한 도시의 신들로 만들어줄 의식, 파이프, 케이블, 배관공사 제공받으면, 그 빌딩들 불빛 발하고, 서늘한 대기 숨쉴 것이다, 거기서 일하는 일꾼들의 정신 호흡할 것이다- 그들 앎의 흐름 호흡할 것이다 정보의 바다 하늘 위, 창공 속에 솟아오른 채,   골목길 가로질러 트럭 아래 고개 숙인다. "공사 중"- 인도 옆의 쓰레기 의자- 멈추어 서서 경제 거론하는 신문 기사 커다란 로마글자 읽는다,   콘크리트 절단용 톱 윙윙 소리 창문 통해 흘러나온다 빈 방-벽은 없고-지하실에도 맑은 공기 마른 벽돌, 잘 익은 진흙, 녹슨 집 뼈대 카바이트 칼날 톱 벽돌 자른다. 계단으로부터 쏟아진 물벼락 지하철까지 이른다. 푸른 가슴의 여성 조깅꾼, 차도 위에서, 빨간 신호등 차량 막았지만 그녀 윙윙대는 톱 소리 속에 가로등 불빛처럼, 곧바로 뛰어 건넌다 사거리 하나는 강으로 향하고 북쪽은 숲으로 이어지고 남쪽 낚싯장에 이른다 이국인들 삼십오 층에 둥지 틀고 있다   갖가지 가재도구 싣고 길거리 상인 수레 끈다 혹은 봄날 저녁, 황혼녘에, 현관 앞에서, 밝은 청색 담요 두르고 잠들어 있다. 그들 위로 솟아 있는 모서리와 버팀대 쳐다본다, 콘도무스,4 도미니언, 도무스, 콘도미네이트, 콘도미니엄 타워들, 높은 곳에 깨끗한 사각이는 하얀드레스 흰색 피부 여자와 남자들 햇빛 더 많은 구석 차지하고, 층진 지층의 절벽 높은 곳에서, 더 많은 광합성 얻고, 더 많은 겉 껍질로 유영하며, 더 많은 스시 취한다. 더 많이 살찌고,   폭포처럼 쏟아지는 유쾌한 웃음 갖는다,   -이국인은 창문 지나 항해하여 언어 사슬의 가장자리 떠난다 개념들, 신학들 거둬들이며, 새로운 정보 근거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투자를 뱅킹함 으로써 얻은 조각들 낚아채고- 비둘기 등의 얼룩에 고개 숙인다,   쇼핑 수레 끄는 길거리 밑바닥 거주자들 잉여의 떡고물 바라며 허공 확인한다, 하늘 속의 높은 곳에 사는 족속들로부터 과잉, 여분의 조각들 떨어지는 것,   아름다운 황혼의 미광이 사십여 층 건물의 유리 면 전체를 비추자 부드러운 수은, 우리 떠서 들어가고, 우리 먹고 사는 아름다운 빌딩들.   포말, 강철, 회색   살아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1. 먹: 여성들의 눈썹 치장을 위한 먹 2. 클라우스:산타클로스 러시아의 성인 세인트 니콜라스가 기원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는 산타클로스는    그 기원이 먼 옛날의 숲 속 야성인 혹은 요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장이 있다. 3. 곤도와나랜드: 고생대 말기부터 중생대 초기까지 남반구에 존재했다고 추정되는 대륙. 나중에 아프리카    중남미, 오스테일리아, 남극대륙 등으로 나누어졌다고 추정된다. 4. 콘도무스: 일종의 언어학적 말장난이다. 라틴어로 '콘도무스'는 '공공의 영역'이라는 뜻이며, '도미니언'은    '지배한다', '도무스'는 '거주하다', '콘도미네이터'는 '함께 지배한다'라는 뜻이다. '콘도미니엄'은    익히 알려진 대로 공동소유 주택이나 별장이다.   상생의 질서를 찾는 시학: 게리 스나이더의 시세계 / 서강목     1  게리 스나이더는(Gary Snyder 1930~ )의 인생행로를 더듬어 보는 일은 그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가족이 오리건 주의 포트랜드 시로 이사한 고등학교 시절 그곳의 한 등산클럽에 가입한다. 태평양 북서부 설봉들을 오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그의 등산경력은 평생 동안 이어진다. 하늘과 땅, 강과 산, 온갖 동식물들 등, 자연의 제반 요소들을 직접 대면하는 등산의 경험은 그의 삶과 시의 방향을 동시에 결정짓는다. 그는 문학과 인류학을 연구하던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도 벌목회사에서 하며 삼림 속에서 생활했고, 졸업 후 직장생활도 베이커 산 국립공원의 한 전망대 안내원으로 출발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원에서의 동아시아학 연구 또한 그의 시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울창한 살림들이 베어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고,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찾고자 했던 그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생활방식에 매혹되고, 더불어 동양의 세계관 특히 불교철학에 몰입한다. 이 시절 1950년대 미국 비트세대의 대표자들인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 잭 케루악(Jack Kerouac), 루 웰치(Lew Welch) 등과 교류했고, 또한 중국 당나라 시인 한산(寒山)의 시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의 쇼코쿠사(相國寺)에서 참선수련을 수행한다. 그후 상선의 기관실 청소부로 일하면서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그는 근처 마린 카운티의 오두막에서 루 웰치와 자연 속의 삶을 꾸려가며 시작(詩作)에 몰두한다. 1959년 다시 교토로 돌아와 다이토쿠사(大德寺)에서 선수행에 정진하며, 그해 스나이더는 처녀시집 을 출간한다. 이듬해 를 발표한다. 그의 자연과 불교에 대한 관심은 1961년과 1962년 사이에 스리랑카와 인도, 네팔, 티베트 등의 여행과 달라이 라마의 방문으로 이어진다.   이후 주로 미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모교 버클리 대학에서 영시를 강의하기도 하며 시작을 계속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선수련과 등산여행을 병행한다. 1964년 시에라 산맥 북부 설빙지역을 배낭여행하고, 1967년에는 다시 다이토쿠사에서 참선에 몰입한다. 이 무렵 스나이더는 자연 속에서 기거하며 우주의 질서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방식을 더욱 본격적으로 궁구하기 시작한다. 그는 일본시인 나나오 사카키의 안내로 규슈 서해안의 작은 섬 수와노세에서 자연친화적 공동체 생활에 합류하기도 하고, 1969년에는 미국 전역의 환경운동가들을 방문하여 생태운동에 헌신한다. 이때 샌프란시스코의 야생생태학회에서 (Smoky the Bear Sutra)을 배포하여 현대문명의 반자연적-반생태적 양상에 커다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전역으로 펴져나간 이 경전은 오래 전부터 곰의 모습으로 현현해오던 부처의 말씀을 통해 생태계를 보존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970년 스나이더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발치에 있는 상 후앙리지에 직접 집을 지어 정착했고, 그해 시집 를 출간한다. 이 지역의 주민들과 더불어 추진한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모색과 실천, 1972년에 행한 일본 홋카이도의 야생생태 탐사작업, 80년대의 중국 방문, 90년대의 라다크 마을 여행, 최근의 동굴벽화 연구 등, 그의 활동은 어떻게든 지구상의 인간의 존재방식을 탐구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능한 방식을 찾아내는 일에 연관되어 있다. (계속)     끊임없이 걷고 있는 얼음 덮인 산들 / 게리 스나이더   세이머스 헤이니1 를 위해     일 때문에 아일랜드 오게 되었다 열 두시간의 비행. 리피2 강 선술집의 흑맥주, 수난과 전쟁에 대한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 언덕 꼭대기 고인돌 무덤 바람 현실문 가로지른다. 이탄 늪지를 지나가니, 빙하기 사는 사람들이다. 끝없는 들판과 농장들 지난 이천 년의 세월   골웨이3에서 내 시 낭송하니, 벌레의 찍찍거림일 뿐 문학과 시간에 대해 명상하며 비행기 타고 귀가했다.   트리니티 대학의 롱 홀 도서관 빼곡히 들어찬 책의 대열 그린랜드의 빙산 위에 석기시대 줄 이었다.     1.Seamus Heaney ,1939~ : 북아일랜드 출신의 생존하는 아일랜드 최고의 시인.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 2.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강. 3.아일랜드 서쪽 해안에 있는 도시 이름. 더블린과는 정반대 쪽에 있다.     〈게리 스나이더와의 만남〉                                       /고은     시는 어떻게 나에게 오는가! 이 감격적인 물음에는 어떤 대답도 군더더기일지 모른다. 사실인 즉 이 물음은 이제부터 말해야 하는 게리 스나이더의 시 제목이기도 하다. ... 이 제목의 시는 후기 시집 『무성(無性)』의 한 극점에서 태어난, 시적인 것과 동시에 선(禪)적인 것의 합치를 지향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를 넘어 흘러가는 물의 노래이기도 하다. 1966년 그는 막 죽어 가는 일본의 선사에게 물었다. “선은 진지하고 시는 진지하지 않지요?” 그러자 선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시가 진지하고 선이 진지하지 않지요.” 그는 선사의 이 유언과도 같은 대답을 우연 또는 선물로 여기면서 선보다 시 쪽에 자신의 마음을 더 기울였다. 그의 시는 중단되었다가 이렇게 이어진 것이다. 「시는 어떻게 나에게 오는가」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밤에 둥근 바위 저쪽에서 비틀거리며 다가와 캠프파이어 둘레 밖에서 겁먹은 채 서성이노라면 그 불빛 가장자리를 향해서 나는 그것을 만나러 간다         시가 오는 것은 곧 시를 만나러 감으로써 가능해진다. 그것은 그가 말하는 ‘내 안에서 오는 시’를 내 밖에서 맞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둠 저쪽에서 뭔가 마성(魔性)이 서려 있는 듯한 무한한 가능성의 밝은 불빛 언저리까지 와서 쭈뼛쭈뼛 서성거리는 시가, 마치 오래전에 잘못 헤어졌던 사람처럼 낯설어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할 때쯤 시인은 운명의 꽃인 그 헤어진 사람과도 같은 시를 마땅히 만나기 위해서 그 시에 다가가는 것이다. 이 만남의 풍경 자체가 한 편의 시다. 불빛은 더 환해지고 불기둥도 더 커지는데, 그 불빛 너머 바위는 언제나처럼 둥근 침묵으로 대지를 잘 견뎌 내고 있다. 그런 일대를 커다란 보자기로 덮은 밤을 모든 것을 길러 내는 불멸의 어둠이 에워싸고 있다.   이 모성적인 밤, 온전한 품을 열어 모든 외부를 내부로 빨아들이는 밤의 어둠이 바로 시의 밤이다. ‘낱알’, ‘새알’, ‘과육질’ 소리가 부드러운 소의 옆구리와 허벅지의 ‘근육’, ‘백리’, ‘씨’들의 생물이 만재(滿載)하고 있는 대지와 허공의 밤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시의 밤 아니고 어쩔 것인가.     마음의 시인은 집에 머문다 집은 비어 있고 그 집에는 벽이 없다 그 시는 사방에서 볼 수 있고 어느 곳에서나 곧바로     밤이 지나면 아마도 이런 시적 광경으로는 시는 세상에서 가장 무르익은 무애의 노래가 된다. 어쩌면 그런 노래까지 비어 있는 허적(虛寂)의 사물로 돌아가 잠들기와 깨어나기를 아무런 자취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는지 모른다. 게리 스나이더가 최근의 경지로 열어 보이는 ‘무성(無性)’은 자성(自性)이거니와 그것은 본질적인 것까지도 넘어서야 하는 근본으로서의 자연 그것이리라.   ...   1950년대 미국 서부에서는 기존의 서구적인 것, 미국적인 것을 거부하는 문학의 혁명적 출현이 있게 된다. ‘비트 제러레이션’이 그것이다. ... 스나이더 역시 이 시절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는 그 도시적 유파와는 그다지 밀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드디어 긴스버그와 함께 그는 인도 순례에 나섰다. 인도 체험은 위대한 두 시인에게 하나의 전기를 이루어 준다. 한 시인은 여행기를 쓰면서 거기에 심신을 기울이고, 한 시인은 그 순례의 경험을 내면화한다. 스나이더는 ... 아니 그의 피는 이미 ‘인디언’과의 혼혈이었다. 그는 인도 이외의 아시아와 태평양 바다 위의 선상 체험에도 모험적으로 나섰다. 그의 목에는 넥타이 혹은 나비 넥타이가 걸려 본 적이 없다. 그는 늘 작업복 차림으로 세계 내 존재의 표표한 자유를 실현하고 있었다. 일본 선당(禪堂)의 6년 세월은 고행이었다. ... 6년은 선으로부터 시로 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또한 6년은 시가 선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는 시였다. 1970년대부터 미국 서부에 정착한 그는 스페인의 한 산맥 이름을 딴 북아메리카 대륙 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 기슭에 자연과 인간의 공동체를 세웠다. ... 인류가 당장 지향해야 하는 미래적 현재에의 그의 진지한 설계는 나무와 풀과 암석과 물, 그런 자연계 생명과 물질을 인간들로부터 단절시키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인간을 자연 생태 속의 생명으로 인식하는 삶은 말처럼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스나이더는 바로 그 일을 산촌의 풍경 속에서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진정으로 세속적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세속적인 형태를 보이더라도 그것조차 혐오할 필요가 없게 그는 생득적으로 비세속적이다. 또한 그는 본문의 한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척 자세하고 긴 주(註)를 달 만큼 어떤 일에도 정성을 다한다. 그에게는 동양과 서양이 굳이 차별되는 의미를 가질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공동체의 정신적 기반에는 원주민의 친자연적 영성(靈性)과 함께 불교 체험을 이어 나가는 보편적인 일상이 인간이 만든 국경이나 국가의 강제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그는 무정부와 질서를 대립시키지 않는 것이다. ... 그는 늘 공존과 상응, 합류와 일치를 향해 가고 있다. 그의 시편이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헬레니즘으로서의 인간 중심주의나 일신론, 그리고 여타의 우월주의적 독선을 사절함으로써 삼라만상에의 고른 친화는 실로 그의 생태적 생활화와 비이념화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는 환경이나 녹색조차도 이데올로기로 되는 것을 크게 경계한다. 그의 근대 문명과의 싸움은 명상적인 평화와 관용에 있다. ... 그는 말한다. “시가 내 안에서 계속 나와서 나는 그것을 받아쓸 수밖에 없어요.” “시를 쓰는 일은 집을 짓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 “길은 걸어갈 수 있는 당신을 어느 곳인가로 데려갑니다. 직선입니다. 그런데 그 길에 반대되는 것이 바로 ‘길 없는 길’입니다. 즉 길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길 밖에 있을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것이 길 밖에 있습니다…….” “시는 선물과 같아요. 시가 나에게로 올 적에는 완성되어 오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완성시켜야 하지요. 그것이 선물처럼 오기 때문에 그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주시해야 합니다. 6개월이든 1년이든 기다리면서 완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그의 성근 담론들은 고도로 단련되어 자연 그 자체가 되어버린 듯한 정신과 쉽게 이해되지 않는 특유의 시적 기교 때문에 접근할 수 없음을 일깨워 준다. 그의 시는 ‘나’가 있고, ‘나’가 말하고 있고, ‘나’ 이외의 동등한 활동을 한다. 그러므로 ‘나’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을 정도다.   ...   나는 몇 편의 시 가운데서 그 전체와 부분을 소개한다. 먼저 「위대한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 전문이다.     밤과 낮을 쉬지 않고 항해하는 어머니 지구에게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 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 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 자매인 야생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비밀과 자유와 여러 길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젖을 우리에게 나눠 줍니다. 그들은 스스로 완전하며 용감하고 늘 깨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구름과 호수와 강과 얼음산에게. 그들은 머물렀다가는 또 여행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을 지나 소금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눈부신 빛으로 나무 둥치들과 안개를 통과해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덥혀 주고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억의 별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 별들을 담고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해 있으면서도 또한 우리 안에 있기도 한 위대한 하늘, 할아버지인 우주 공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어머니 지구’, ‘할아버지 우주공간’들의 우주적 육친이 바로 스나이더 세계의 풍광(風光)인 것을 알 수 있다. ... 시 「무(無)」는 다음과 같다. 분별 없는 무의 힘을 노래한 것이다. 노래는 무의식적이고 편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표현이다. 나바호 인디언들이 말하듯이 ‘아름다움 안에서 걷는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른 채.     안에 있는 본성의 침묵   안에 있는 힘 무의   힘   길은 무위의 길 그 자체 어떤 목적도 지니지 않고,   그 목적이란, 은총 평안   구원이 아닌 치유   증거는 노래함   안에 있는 힘에 대한 증거     ... 아래는 「온 중생(All Being)과 더불어 우리는 함께 서약한다」라는 시의 전문이다.     숲속에서 일을 쉬고 샌드위치를 먹는다   암사슴이 눈속에서 벅브러쉬를 갉아먹고 함께 씹는다   빌(Beale)에서 날아온 폭격기가 구름 너머 하늘을 노호로 가득 채운다   암사슴이 머리를 올려 귀기울이며 그 소리가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나도 그러고 있다     다음에 나올 3행의 시는 4행의 제목 아래 존재한다. 「시에라 마터호른을 31년 후에 다시 오르며」가 그 제목이다.     한 줄로 뻗은 산맥과 산맥들 한 해가 가고 가고 또 가도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게리 스나이더가 이를테면 버클리와 샌프란시스코에 나타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가 그 도시의 밤에 나타나면 그를 그윽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촛불의 행렬처럼 모여든다. 그는 아마 동부 뉴욕에 간 지 아주 오래되었을 것이다. 뜻있는 동부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기도 한다. 아니, 유럽에서도 아시아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그 모든 사람과 친구들에게 일상적으로 대한다. 아마도 그는 인도,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 원주민과 미국 양심의 새로운 가능성과 유럽의 고전적인 미덕들이 서로 융합되는 동안 펄럭이는 바람인 것 같다. ...       -2000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   =================================== 새가 지도 없이 바다 건너 옛 둥지 찾듯… 마음은 온몸의 작용 ㆍ양극화 고통 젊은이, 내면의 길과 함께 사회·정치적 길도 찾아야 미국의 시인·환경운동가인 게리 스나이더는 “침묵은 마음을 보기 시작하는 가장 좋은 자리”라며 “듣는 것도 멈추고 스스로를 관찰하면 마음에 대해 더 알게 된다”고 말했다.   게리 스나이더(85)는 영미권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인으로 꼽힌다. 개발과 성장이 20세기 최대 가치가 되었을 때 그는 환경에 주목했다. 사라져가는 생물종과 소수 부족의 삶을 생태시로 발표했다. 미국이 돈과 무기로 세상을 이윤 추구의 산업단위로 몰아가지 않도록 미 연방을 해체하자고 주장한다. 독립된 작은 나라들이라면 힘의 독점이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공존을 위한 정치적 저항에 앞장선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운동은 각자 스스로의 마음을 보는 곳에서 시작한다.  1950년대 버클리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그는 새로운 시 운동에 참여했다. 비트 문학을 이끈 동인이며 길 닦는 노동자, 배수시설 공사장 막노동꾼, 산불 감시원으로도 생활했다. 잭 케루악의 소설 (선 히피)의 주인공 제피 라이더의 모델이기도 하다. 1956년부터 일본 다이도쿠사(大德寺)에서 10년 동안 매일 10시간씩 참선하며 구도했고, 틈틈이 선어록(禪語錄)을 영역했다. 1969년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거북섬이라 부르던 북미 대륙을 성찰하는 대서사시 ‘거북섬’(Turtle Island)을 발표한다. 서구 지성은 그의 통찰에 1975년 퓰리처상을 수여한다. 게리 스나이더는 시에라네바다 산속에 집을 짓고 홀로 산다. “세상은 당신을 현대의 헨리 소로라 부른다”고 하자, 그는 당나라 한산을 이야기하며 “수많은 이들이 야생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연락이 닿은 때는 캘리포니아 들판에 노란 수선화가 봉오리를 열던 지난 2월 초였다. 산속 집으로 찾아가겠다 하니 자신의 집은 자가발전이라 난방도 안 하고, 타운에서도 1시간을 운전해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길을 잃기 십상이라며, 시내에 있는 중고책방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가 권한 곳 화장실에는 낯선 당부의 글귀가 써 있었다. ‘소변 본 다음, 물 내리지 마세요. 지금은 1000년 만에 닥친 가뭄이랍니다.’ 산동네 사람들의 사는 법이었다. 게리 스나이더가 반세기 넘도록 세상을 깨워온 가치 역시 산사람들이 자연과 공존해오던 그 지혜가 아닐까. 캘리포니아 산 굽이를 오르던 날, 고흐의 그림 속에서 물결치는 아몬드나무 흰꽃들이 허공을 메웠다. 생태주의 시인이 세상을 품는 마음을 들었다.  ▲ “마음은 뇌의 기능 그 이상  뇌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다 본래 마음은 문젯거리 없어  고통스럽게 여기니 고통인 것” ▲ “세상에 징징대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는  저차원적 ‘가짜 성찰’ 인간은 결코 홀로 떨어질 수 없어  협력과 사회·정치적 작용 이뤄져야” 안희경(이하 안) = 요즘에는 더 많은 이들이 마음의 문제로 답을 구합니다. 게리 스나이더(이하 스나이더) = 마음이란 별것 아니에요. 마음이 문제라고들 하는데 본래 마음엔 문젯거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에 대해 특별한 방식들로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죠.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마음 그 자체와는 같지 않습니다.  안 =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대해 다른 방식의 기대를 갖는 것이 문제라는 건가요. 스나이더 = 마음은 이 우주 자연의 일부예요. 의식은 인간만의 것도 아니고요. 나무도, 다람쥐도, 새들도 인식을 합니다. 저 밖에 있는 아몬드나무도요. 다만 다양한 차원으로 존재할 따름입니다.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죠. 그러하기에 명상을 통해 아몬드나무의 마음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명상은 우리의 마음을 경험하는 도구입니다.  안 = 심층 생태학자인 조안나 메이시는 명상을 통해 우리가 범고래가 되어 보고, 제주 구럼비 바위의 마음이 되어 본다면 그 존재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명상하는 대상의 상태를 살피려고 노력하기에 가능하다는 건가요.  스나이더 = 명상은 스스로의 마음을 발견해 가는 작업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살아가고요. 이는 이론이 아니라 고요히 앉아 집중하는 겁니다. 침묵은 마음을 보기는 가장 좋은 자리예요. 말도,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도 멈추고 스스로를 오래 관찰하면 마음에 대해 더 알게 될 겁니다. 벚나무를 살펴보는 것과 똑같아요. 그 나무를 바라보며 침묵한다면, 당신은 당신 마음을 바라보게 되죠. 그럼 굳이 다른 이에게 마음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될 거예요. 우리는 마음으로 마음을 봅니다.  안 =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마음이란 뇌의 활동이라고 했습니다. 스나이더 = 온몸의 작용이에요. 뇌로 생각하는 것만은 아니죠. 당신은 지금 몸 전체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잖아요. 그리고 몸 안의 여러 곳을 집중해 돌아다닐 수 있고 그 영역을 경험해 갈 수 있죠. 마음이 뇌의 기능이라는 것과 마음이 생각하고 몸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서양의 사고이고 부분적인 과학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관점에는 마음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건 너무 약해요. 만약에 생각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아니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뇌의 작용이죠. 그렇지만 이는 한 가지일 뿐입니다. 동물과 곤충을 관찰해 보아도 알 수 있어요. 새들은 아무런 지도 없이 바다를 건너고 같은 장소에 착륙합니다. 온몸으로 감지하죠. 마음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이는 봄에 하얀 꽃들로 복제됩니다. 선(禪)의 전통에는 많은 흥미로운 언어들이 있어요. 가끔은 재미나기도 하죠. ‘모든 것이 마음이다. 말하기는 쉬우나 수행하기는 어렵다’ ‘마음은 없다. 수행하기는 쉽지만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둘 다 참이죠.  안 = 언제 선생의 마음에 다가갔는지, 그 처음을 기억하시나요. 스나이더 = 열다섯 살이었어요. 그때쯤 되면 어떤 아이들은 대마초를 하거나 또는 무작정 산에 올라가거나 합니다. 장래에 열중인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려고 노력하고요. 하지만 그들도 대학에 가고 경력을 쌓아도 나중에는 꼭 자기 질문에 부닥치곤 해요. 먼저 하든 나중에 하든 자기 마음을 공부하게 되어 있죠. 그렇다고 꼭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저는 그 나이에 산에 올랐어요. 오리건과 워싱턴주를 잇는 눈 덮인 큰 봉우리인데, 그 일이 나를 깨웠습니다. 3일 동안 산을 탔어요. 어떤 산이나 새벽 두 시에 일어나 움직여야 하는데 얼음이 단단하죠. 위험합니다. 무서웠어요. 배도 고팠고 두려웠습니다. 그때 배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죽을 수 있구나!’ 대부분의 10대들은 자기가 영원히 살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죽음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선택을 했죠. ‘살자’ 하고요. 우리는 충분히 신중해진다면 그 자리에서 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안 = 인도의 광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광산이 무너지자 그 광부는 오로지 숨 쉬는 데 몰두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보름 지나고도 살아서 구조될 수 있었답니다. 어차피 살아있다는 것은 지금 쉬는 그 숨으로 결정되지만 그의 평정심이 놀라웠습니다.  스나이더 =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은 큰 변화를 불러옵니다. 오래전 미국의 원주민들은 열네 살, 열다섯 살 소년 소녀들을 야생으로 보냈습니다. 홀로 놔두면서 음식도 주지 않고 말해요. “사나흘 뒤에 오거라.” 스스로를 보살피라는 거죠. 그러면 세상을 보는 눈이 생깁니다. 이를 ‘힘을 찾는 여정’이라고 하죠.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은 모두 그랬어요. 숲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나이 많은 여인이 가서 묻죠. “무엇을 보았니? 무엇을 들었니? 어떤 꿈을 꿨니?” 만약에 그 대답이 시원찮을 경우 아이들은 다시 야생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안 = 우리의 실제 생활에는 많은 고통이 있습니다. 마음을 살필 겨를도 없이 무너지는 실직의 고통, 빈곤의 궁핍도 있고요.  스나이더 = 그래요. 그런데 고통은 자기만의 것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그리 고통스러워할 필요가 없는데도 괴로워하고, 어떤 사람들은 고통을 받아들이며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 오늘은 고통받기 좋은 날이구나.”  안 = 매일이 기쁜 날일 필요는 없지만 씁쓸합니다. 개인에게 떠맡기는 것 같아서요. 서점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자기계발서들의 주장이나 청년의 멘토들이 격려하는 바도 아쉬움을 남깁니다. 긍정론, 자기성찰, 절망했을 때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그런 파이팅 메시지, 또 승자의 배려, 이긴 자만이 바꿀 수 있다는 영웅주의를 보면 경쟁으로 내모는 구조를 더 공고히 하는 선동문처럼 다가오거든요. 실패의 원인이 노력 부족이라고 보기에는 경쟁구조가 승자독식입니다. 꼭대기도 늘 바뀌고요. 불안한 승자와 우울한 나머지들의 세상입니다.  스나이더 = 자연에는 경쟁의 측면도 있지만 상호작용하는 공생적 측면도 있습니다. 다양한 존재들이 수많은 공동체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살죠. 인간이 다른 종을 도구로 이용하며 소멸시켜 왔듯이 우리들끼리도 경쟁이라는 명목으로 억압을 당연히 받아들이도록 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자기계발의 메시지는 지친 영혼들에게 매우 인기를 끌죠. 미국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런 방식의 자기성찰은 일종의 낮은 단계예요. 불교를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은데 이 경우라면 불행히도 가짜 성찰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라는 포인트 자체는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세상을 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도 하죠. 당신만의 상황을 돌보라고요. 영어로 말하면 ‘Don’t whine’, 징징대지 말라는 건데요. 이는 저차원입니다. 충분히 깊지가 않죠. ‘자신을 보아라’까지만 했지, ‘내가 없음을 보아라’는 안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를 보다보면 내가 홀로 떨어진 ‘나’로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모든 협력관계뿐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작용까지 볼 수밖에 없어요. 할 수 있다고 기운을 북돋우는 그 말들 속에서 이 나라에 있는 젊은이들도 자기 희망을 북돋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도 그렇고, 아시아·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에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습니다. 25세 이하의 젊은이들 중 25%가 실업자죠. 그래서 내면으로 가는 길과 함께 우리는 사회·정치적으로 가는 길을 구해야 합니다. 발달된 자본주의는 기능상 일자리를 공급할 능력이 없습니다. 꽉 찬 거죠. 하지만 세상엔 돈이 너무나 많아요. 거기엔 또 다른 진실이 있죠. 그 넘치는 돈이 몇몇 나라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인도의 농부들한테 농약과 비료, 종자를 팔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입니다. 농부들한테 그런 화학제품은 필요 없습니다. 이미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잘 짓는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사람들은 물질 개선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휩쓸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무아와 자기를 비판하는 무아, 그 둘을 하나의 방향으로 추구해야 하는 거죠. 오늘날, 세상은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 = 처음 이야기할 때 선생님은 아몬드나무의 마음에 대해 언급하셨습니다. 나무 역시 의식을 가졌다고요. 좀 더 들려주시죠.  스나이더 = 나무도 마음을 가졌고 당신도 마음을 가졌어요. 나도 마음이 있고요. 그렇지만 이들이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나무의 마음이 어떤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거기에도 엄청난 지능이 작용하고 있다는 거죠. 나무는 언제 꽃을 피우는지 알아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죠. 어떻게 벌레를 다뤄 침입을 막을지 압니다. 그리고 수만년 동안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았어요. 자연의 전체 세계는 스스로 조절하고 스스로 다스립니다. 이러한 일종의 지능적인 작업이 전체적으로 이뤄지고 있죠. 다만 우리 인간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복잡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려고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안 = 어떻게 아몬드나무와 인간의 마음이 소통할 수 있을까요. 스나이더 = 인간의 마음은 반드시 우선 그 자신과 소통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당신이 마음과 잘 연결된다면 아몬드나무의 마음도 이해할 거예요. 당신이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요. 과수원에서 가지치기를 할 때 주인들이 전지하는 이들을 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저이들은 마치 아몬드나무가 된 것처럼 하네’ 그럽니다(웃음).  안 = 우리의 마음을 확장해 모든 존재에게 뻗어간다면 세상은 보다 나아질 거라는 건가요. 스나이더 = 그래요. 나는 그리 믿습니다. 내가 어떻게 불교에 다가갔는지 말하지 않았죠? 시애틀 북부에서 부모님이 농장을 했어요. 소를 키웠죠. 송아지들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제가 돌봤습니다. 그 녀석이 세상에 나올 때도 제가 한몫했죠. 예닐곱 살 때 수의사가 저보고 ‘게리야, 네가 해야겠다. 너는 팔이 가느다라니까 송아지를 잡을 수 있을 거야. 엄마소 속으로 넣고 머리가 느껴지면 돌려서 빼내거라.’ 제가 해냈습니다. 그 어린 암송아지를 정성껏 키웠는데 그만 좀 있다 죽었지요. 주일학교 알죠? 교회에서 하는 학교요. 선생님이 남자였어요. 암송아지가 걱정돼서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송아지도 천당에 가죠?’ 선생님은 못 간다고 했습니다. 동물은 천당에 갈 수 없다고요. 저는 밖으로 나갔고 다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다음 조금 지나 불교를 배우게 됐죠. 그들은 감각하는 존재에 대해 말하더군요. 모든 존재들요. 내게 깊게 와 닿았습니다. 안 = 종교마다 표현의 방식이 다르지 않습니까.  스나이더 = 역사적이며 사회적인 문제인데요. 만약에 당신이 매우 깊이 소수가 이해하는 부분까지 유대교와 기독교에 다가간다면 아마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같은 이해를 구하고 있구나 알게 될 거예요. 그렇지만 많은 대중은 그렇지 않죠. 동물을 소비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 다수는 그 의미를 가볍게 이해합니다. 적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비한다면 현대의 문화는 또 다른 출발점에 서게 될 거예요.  안 = 명상이나 기도 중에 스스로를 기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결정을 빨리 내리고 안도하려는 방어기제 같고요.  스나이더 = 그래요. 우리가 자기 기만이 되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하는 이유죠. 안 = 이런 기만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묵묵히 생 전체를 두고 나아가야 하는 건가요. 스나이더 = 보통 의 일상에서 진정 모든 일에 집중하며 살아간다면,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는 법을 배워나갈 겁니다. 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에요.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스스로를 기만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스승이 필요하죠. ‘나는 안다’ ‘깨달았다’ 해도 스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 줄 수 있으니까요.  안 = 어떻게 스승임을 알죠.  스나이더 =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세상에 스승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겠죠. 그래도 꽤 좋은 스승들이 있습니다. 잘한다면, 우리가 스스로의 스승이 될 수도 있고요. 정작 허점은 아무도 그 스승과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죠.  안 = 일상에서 참고할 만한 매뉴얼이 있을까요.  스나이더 = 매뉴얼로 쓸 만한 작은 책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용해요. 미국 사람들한테 기회가 될 때마다 추천하는 책인데, 동아시아 최고의 매뉴얼일 거예요. 이죠. 이는 일종의 시죠. 안 = 첫 구절을 기억합니다. 도가도 비상도, 도를 도라 부르면 도가 아니다. 스나이더 = 제 번역은 조금 다릅니다. 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그리 말하여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길이죠. 그러니까 보편적인 번역이 ‘도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진정한 도가 아니다’인데 제 번역은 ‘그리 따를 수 있는 길은 진정한 길이 아니다’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그 길을 따를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이는 길이 아니라는 거죠. 먼저 우리는 길을 걷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그런 다음 우리가 그 길을 이끌 수 있어요.  안 =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는 겁니까.  스나이더 = 아니죠. ‘the path’입니다.  그는 ‘그 길’이라 했다. 어렴풋이 의미가 전달되었다. 하지만 더 물을 수 없었다. 그가 답을 한다하여도 나는 알아듣지 못할 것이며, 독자의 혜안을 가리게 될 듯하여 침묵했다. 그리고 길은 그 길을 걸을 때 존재할 것이다.    ▲ 게리 스나이더  젊은 시절 선 수행… 퓰리처상 받은 생태시인   게리 스나이더와 안희경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게리 스나이더(85)는 시인, 수필가, 환경운동가이다. 미국 리즈대학에서 문학과 인류학을, 인디애나대학과 버클리대학에서 동양언어학을 공부하며 비트 문학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운동에 참여했다. 1985년부터 UC 데이비스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는 명예교수이다. 서구의 언론은 그를 일러 ‘현대의 성자’라고 표현한다. 또 블룸스베리 리뷰에서는 ‘자연계와 시의 부족 연방들의 원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모두 열여덟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그중 는 미국도서상을 수상했다.    또한 으로 1975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으로 1997년 시 분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볼링겐상을 수상했다. 미국 예술원상(1966)을 비롯하여 미국 시인아카데미가 주는 월러스 스티븐상의 영예를 얻었고 구겐하임 펠로십, 베스 호킨상, 레빈슨상 등을 받았다. 2003년에는 미국 시인아카데미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한국에는 등이 소개되어 있다.  /안희경 =============================== 1997년의 여름 / 게리 스나이더     네모난 낡은 집 서쪽, 연못 팔 때 생긴 둔덕 위, 우리 한때 집 밖에서 잔 곳, 트램플린 놓였던 곳,   땅의 영이여 제발 노하지 마시길 시멘트 트럭 부르릉대더라도 식물의 영들이여 잠시만 기다려다오 제발 돌아와 웃음 지어 주길   시궁창, 배선과 배수관 거푸집과 타설하기 위해 숨겨진 문들 집짓기가 시작된다!   에너지에는 태양을 벽널에는 삼나무를 프레임에는 갓 껍질 벗긴 기둥 자박길 위한 자갈돌 돈 대는 볼링겐*!   다니엘은 껍질 벗기고 모스는 노래하고 매트는 큰망치질 하고 브루스는 사색하고 척은 수도관 공사 데이빗은 벽 말리고 착색하고, 색깔 짙기 조절한다; 스튜는 배수로 바위 놓고 커트는 뜨거운 와이어 작업 게리는 시원한 맥주 마시고 캐롤은 유쾌한 너털 웃음 그녀 떠난다 일꾼들 슬퍼한다, 겐은 페인트칠 모든 유리창틀 겐-색깔로 다시 붉다   점심에는 정원의 오이. 신선한 토마토 와삭와삭.   토르는 실내 채색과 히죽 웃음 테드는 지붕 기와 티르종이 말리고 톱밥 휘날린다 트럭은 실어 나르고 큰 깡통은 소각용 낡은 침실들 사라진다   야생 터키들 구경하고 사슴은 경멸하는 눈초리 황소개구리 개굴거리고,   데이빗 파민터는 마루용 떡갈나무 밤 늦게 가져온다, 그의 제재소 불 났으나, 변함없이 가져온다.   산드라는 샤워실 타일 벽에 만자니타 무늬 더듬어 본다. 미닫이 문 위에서도 매끄러운 새 마루바닥에서도-   낡은 집 이제 고대광실 창고만큼 큼직하니 큰 술잔 식탁 위에 꽝 내리쳐도 문제없다 로빈은 시 쓸 방 가졌고, 한밤중에 뒷일 보러 집밖 나갈 필요 없다,   캐롤은 드디어 집으로 오고 그녀 많은 방 들여다본다. 떡갈나무 소나무 하릴없이 쳐다보고 낡은 킷킷디즈의 집 이제 새 건물 가졌다-   그리하여 우리 한잔 술 따라 노래하리- 천국만큼이나 즐거웠으니, 97년의 여름이었다.   *볼링겐 재단이 1948년 처음으로 제장한 시 부분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미국의 문학상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으로 옥중에 있던 에즈라 파운드가 제1회 수상자였다.  게리 스나이더는 1997년에 이 상을 수상하였다.     이 현재의 순간 / 게리 스나이더     이 현재의 순간,   오래 살아,   먼 옛날   된다.       게리 스나이더 시선집 서강목 번역  「위대한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 -게리 스나이더   밤과 낮을 쉬지 않고 항해하는 어머니 지구에게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 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자매인 야생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비밀과 자유와 여러 길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젖을 우리에게 나눠 줍니다. 그들은 스스로 완전하며 용감하고 늘 깨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구름과 호수와 강과 얼음산에게. 그들은 머물렀다가는 또 여행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을 지나 소금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눈부신 빛으로 나무 둥치들과 안개를 통과해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덥혀 주고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억의 별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 별들을 담고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해 있으면서도 또한 우리 안에 있기도 한 위대한 하늘, 할아버지인 우주 공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대지의 시 / 게리 스나이더       보기에 족할 만큼 넓고   움직이기에 족할 만큼 트였고   정직하기에 족할 만큼 건조하고   강인하기에 족할 만큼 가시투성이   살아가기에 족할 만큼 푸르고   꿈을 주기에 족할 만큼 오랜     가부좌 틀고 / 게리 스나이더 캐롤을 위해     낮은 텐트 지붕 아래 가부좌 튼다, 흐릿한 불빛, 저녁 마치고,   차 마신다. 우리 오래된 건조한 서부에 산다   셔츠자락 올리면 드러나는 피부 기대어   입술 닿는다-   오래된 촉감 사랑 만들고, 시, 만들어지고,   항상 새롭고, 똑같은 내용 삶 이어 또 삶,   밀라레파* 비록 네 번이나 석탑 쌓았으니   모두가 처음과 같았듯이 우리 사랑 돌과 시내와 뒤섞였다, 하나의 박동, 같은 숨결, 한 응시   현기증 나는 소용돌이 속 자리잡는다. 이 오래된 맑은 길로 사니     -재와 등걸불의 한 지글거림. 텐트 자락에 이는 미풍의 스침   차 한 모금, 뼈의 웅크림, 우리 둘 여기 있으니 무엇이 오랴.     *Milarepa 1040~1123: 티베트 불교의 종파인 카규파(喝擧派)의 승려.           마음 속 공간 찾기 / 게리 스나이더     나 60년대에 처음으로 그것 보았다, 캠핑용 폭스바겐 운전하여 맹렬한 게이 시인과 쉰 목소리 지닌 아름다우나 위험한 처녀와 함께,   캐나다로부터 내려왔다 산맥의 동쪽 사면 건조한 곳으로. 그랜드 쿨리, 블루 마운틴, 용암 흐른 동굴들, 앨보드1 사막-뾰족한 산맥- 빛나는 흑요석 깔린 바이어로 향하는 통로, 낯선 길 늦은 9월 새벽의 된서리; 그리고 협곡 따르니 갑작스레 열린다 언저리 위로 만곡한 은빛 평원이   오, 아! 공허의 깨달음이 공감하는 마음 이끌어 낸다!   우리는 평원의 가장자리 따라 도로 끝나는 바위기둥 이르렀다 스모크 샛강 옆구리로부터, 티피2 통로 따르는 마술사들의 농장 지나 고갯길 찾아내어 피라밋 호수3 이르렀다. 다음 날 우리 샌프란시스코 도착하니 세상이 새 길로 돌입하는 듯 보이는 바로 그 시각이었다. 다시, 70년대에, 멀리 몬타나 주로부터, 부주의하게도 고속도로 벗어나 평원으로 이르는 흙길 선택했다, 차 박혀-아이들 놀라고-하룻밤 지냈다. 이튿날 차 빼내고 계속 갔다.   십오 년이 지났다. 80년대에 내 애인과 길 끝나는 곳 함께 갔다. 종일 산들 거닐고, 뚝 떨어지는 곳 바라보았다, 작은 길 발견했다 쑥대밭 속에 숨겨진 돌에 새긴 글 있는 곳   "탐욕을 버릴 것" "삶에서 가장 귀한 것은 물질이 아니다"   늙은 사막 쑥대 옆에 놓인 말씀.   이 비탈 높은 곳에서 본 흐릿한 해안선 오래 전에 죽은 라혼탄4 호수 침적토 속의 목 떨어진 송어 영혼- 콜럼비아 맘모스 뼈다귀 사백 척 높은 곳 파도가 새긴 해변 너럭바위 위, 바위 속에 쪼아 넣은 똘똘 말린 뿔 달린 사막 염소,   평원으로 트럭 돌렸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 향해, 뼛가루 같은 회색 흙 열탕으로 굽이치고, 수 마일 이어져, 길도 없고, 변화도 없다, 차 타주(惰走)하여 금 가고 갈라진 평평하고 딱딱한 지면에 멈추어 서니 겨울 눈 회오리치고, 여름 태양 가마솥처럼 작렬하는 곳.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와, 존재하는 지 존재하지 않는지,   모든 것 동등하고, 멀리 미치며, 경계라곤 없다. 소리 삼켜져 없어지고, 물도 없고, 산도 없고, 덤불 숲도 없고 풀도 없으니 풀도 없고 그늘도 없고 당신 그림자만 있기 때문. 평평하지 않음이 없으니 평평함도 없다. 잃음도 없고, 얻음도 없다 그러니- 길 위에 걸릴 것 아무것도 없다! -땅이 하늘이고 하늘이 땅이다, 그 사이 아무것도 없고, 단지   바람 일어 미풍 될 뿐, 텐트 입구 바람 불어가는 쪽 향했고, 시간 여기 존재한다. 우리 가슴에 가슴 맞대고, 다리에 다리 단단히 꼬아, 뼛속 이르는 입맞춤으로 만난다. 새벽 태양 눈에 곧바로 든다. 멀리 보이는 이빨 같은 산꼭대기 리어왕이라 불린다.   지금 90년대 사막의 밤 -나의 연인 내 아내이고- 오랜 친구, 낡은 트럭들, 근처에 대어놓고; 바깥 쪽 어둠 속에 자전거 탄 아이들 커다란 원 그린다 불빛이라곤 없고-꽃받침 같은 초승달 옆에 금성만이 홀로 빛나는 밤, 프라이팬에 튀긴 메뚜기 맛본다.   메뚜기들 어떻게든 근처에 우글거린다- 둥글게 앉은 아들과 딸들 메뚜기 먹으며 얼굴 찌푸리고. 황야의 곤충들 위해 경전 읊조린다,   -그 광활함, 그 어리석도록 사랑 베푸는 공간   마음 가득하다   걷고 걸으니, 발 아래 지구 회전한다   강과 산들 결코 그대로 멈추어 있지 않는다.   공간은 지속된다. 그러나 먹 적신 검은 붓 뾰족한 끝 점으로 좁아져, 들려 치워진다.   1956, 마린 암(庵)5 - 1996, 킷킷디즈6     1.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사막의 이름 2.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어가는 고개 중 하나. 3. 네바다 주에 있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우측의 호수. 4. 네바다 주 북서부와 북동부 교차점에 위치했다는 선사시대의 호수 5.샌프란시스코 근처 마리 카운티에 스나이더가 지은 오두막 암자. 그는 이곳에서   1958년부터 루 웰치와 한동안 함께 거주했다. 6. 스나이더가 1970년에 시애라 네바다 산맥의 발치에 있는 상 후앙 리지(San Juan Ridge)에 지은 집의 이름.       초승달의 혀 / 게리 스나이더       연한 초승달이 원호, 웅크린다.   다시 서녘에서. 푸른 저녁,   사슴 움직이는 어스름.   나무가 차지한 영역 진홍색 그늘-   백만 년의 냄새 맡기,   핥기, 입술 그리고   내민 혀. 흐름 / 게리 스나이더   원류   머리 담근다 황동색 용의 입으로 된 분출구 아래 절벽으로부터 샘 솟는 곳 - 교토 뒤쪽 카모 강 원류이다. 깎아지른 석벽 부도상 푸른 면상의 야단치는 부도,   원류의 주인, 물로 바위 만들고, 바위로부터 물 만든다     하상   아랫쪽 하상에는 약간의 노래 가락, 양철깡통, 불거져 나온 포크 자루, 돌멩이 반은 이전 둥근 캠프파이어 검은 자국 띠고 있다,   집시 배우들, 넝마조각과 낡은 헝겊, 마누라들 모두 무희, 아이들 어릿광대, 깡충대며 내려온다 둥근 바위로 뛰어 오른다, 현명하고 - 자유롭다 -   카모 강 파낸 자갈밭 하상 트럭 위에 자려진 준설 장치 돌과 버들가지 골라내는 회전 그물망 - 모래 채취   셀릴로 야키머 와스코, 위시램, 웜스프링*에는, 연어 잡고, 대화하고, 바위 위에 흩뿌려진 낮잠들   바위 위 위태로이 설치한 버팀대에 물보라 덮어쓰고 버팀줄 묶어 기댄 사랑 그가 든 기다란 뜰채 그물   그의 젖은 한쪽 옆구리 아래서 컬럼비아 강 전체가 포효한다 멀리 위로 소용돌이치는 물의 용솟음과 물기둥,   정지한 물보라 둥글게 가로지르는 연어,     폭포   바위 입술 위로 시냇물 도약한다 포말로 흩어지고 지류로 나뉜다, 모든 것 제 길로  가게 한다.   뒤로는, 저 멀리 물러난 곳에, 설원들 사이사이 화강암 갈비뼈 드러낸 채 여름 태양에 해면처럼 변한다 빙설수 아래로 스며 나와 얕은 흙탕으로 흐른다 들꽃 뿌리와 이끼 히이드풀에 엉키고 진창의 풀밭 스며들어 아른거리는 빛나는 모래 평지로 모인다 그리고는 너럭바위 뛰어내린다-   물바닥 둥근 바위들에 천둥소리로 부딪는다 고통 없이, 유희하며, 작은 물방울들 다시 모여 가장 낮은 곳 찾는다, 아래쪽으로 흐르길 계속하여 자갈 많은 강바닥 든다.   아무 소용없다, 물의 순환 쏟아져 돌 뿐-   시에라 네바다 그 중심부 높이 들어 올렸으나 흠집 많은 높은 방어막일 뿐 서쪽 향해 미끄러지는 산정의 추동력 - 주위의 구름 일으키고 뒤흔드는 힘 - 그리하여 소나무들 잎세포에 붙잡힌 햇살의 등을 타넘고 - 마술의 노래처럼 영양소 미네랄 소집하여     삼목 통나무 인도한다, 결국에는        바다에 도달하고픈          거대한 카누 되고픈 삼나무를.   부드러운 숨결, 온 세계에 펼쳐져, 낮과 밤에 일어났다, 잦아들고, 위대한 정신은 그 자신의     섬세하게 벼린 생각을,     사통팔달로 소통시킨다.     부지개 단단히 걸려        전체 물줄기 움직임에만        약간씩 흔들릴 뿐,           물길 오르락내리락해도              고정되어 떠 있다   나는 쏟아지는 포말과 농무 속에 흠씬 젖어, 기도한다.           하구   하구 너 굵디굵어 한숨 짓는 초원 쏟아낸다 흙탕물 뱉고 온갖 것 모아 끝없이 쏟아낸다 멀리 대지 밖으로 가장 미세한 것도 등급 매긴다. 엄하디엄한, 진중한, 온화한 너,   - 오 가슴 저미는 노래 손가락 사이로 느끼는 매끄런 부딪침과 입질 - 허벅지에 - 눈에도 밀려오고 내 불알 주위로 웅크린다 늘어난 주름진 피부 게으르게 수영하는 자지 둘레로.   하늘 맑은 한때 소나무 씨앗 간지럽히며 부식토, 이끼 고사리 자란 돌 지나왔지만 그러나 이제는   광활함 모든 발견되고, 빨아들이고, 보존하고, 탄생시키고, 익사시킨 것 풀어내는 자,   잠든 듯이 침잠하여 바다로 든다.   나의 뿌리 단단해져 너에게 고개든다, 굵디굵은 흐르는 강이여,   그리고 이 시 짓는다     *웜스프링: 스나이더가 살았던 포틀랜드 시 북동쪽의 지평들.      
426    아랍 "망명시인", 령혼의 나팔수 - 니자르 카바니 댓글:  조회:2678  추천:0  2016-10-28
  그림을 그리며 얻은 교훈              / 니자르 카바니(시리아) 아들이 물감통을 내 앞에 내밀면서 새를 그려 달라 한다 나는 붓에 회색 물감을 떨구어 빗장과 자물쇠로 막힌 사각형을 그린다 놀란 눈으로 아들이 묻는다 "아버지, 이건 감옥이잖아요 모르세요, 새를 어떻게 그리는지?" 나는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용서해다오 나는 새를 그리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아들은 스케치북을 내 앞에 놓고 밀을 그려 달라 한다 나는 펜을 쥐고 총을 그렸다 아들이 무식한 아비를 타박하며 말한다. "아버지, 밀과 총의 차이도 모르세요?" 나는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한때 나도 밀 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빵이 어떻게 생겼는지, 장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았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는 숲 속의 나무들도 시민군이 되고 장미도 방탄복을 입는단다 무장한 밀의 시대엔 새들도 무장을 하고 문화도 무장을 하고 종교도 무장을 한단다 숨겨진 총을 찾아내지 못하고서는 빵 한 덩어리 살 수 없단다 얼굴에 생채기를 내지 않고서는 들판의 장미를 꺾을 수 없단다 손마디가 폭탄에 날아가지 않고서는 책 한 권 살 수 없단다" 아들이 내 침대맡에 앉아 시를 들려 달라 한다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베개를 적신다 아들이 놀라 눈물을 닦으며 묻는다 "아버지, 이건 시가 아니라 눈물이잖아요" 나는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네가 자라서 아랍의 시를 읽게 되면 말과 눈물은 쌍둥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랍의 시는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눈물이라는 걸 알게 될 거란다" 아들이 펜을 내 앞에 놓인 필통 안에 내려놓고는 고향을 그려 달라 한다 붓을 쥔 손이 떨려  나는 주저앉아 울고야 만다.     Nizar Qabbani(니자르 카바니)  저항의 로맨티시즘  아랍의 '망명시인'으로 유명한 니자르 카바니는 1923년 3월 21일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태어났다. 스물한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다마스커스대학 법과를 졸업하고 1945년 외교관의 길에 들어섰지만, 시에 대한 열정 때문에 후일 그만뒀다.  카바니는 관능적이고 로맨틱한 산문들을 써서 아랍의 다양한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카바니가 아랍어 신문인 Al Hayat에 실었던 기사와 시들은 12권짜리 묶음으로 나와 있다). 반면 그의 시들은 일상언어로 구성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집트의 소설가 겸 주간 '문학뉴스' 편집장인 가말 엘 기탄티는 "엘리트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카바니의 업적을 평가한다.  또다른 이집트 소설가 모나 헬미는 "카바니의 위대함은 남녀 사이의 로맨스 뿐 아니라 지배자와 피지배자, 압제자와 피압제자의 관계를 묘사할 때에도 아름다운 시어들을  구사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평했다. 첫 번째 시집 The Brunette had Told Me (1944)에는 고향인 다마스커스가 강력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The Jasmine Scent of Damascus"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카바니의 시는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 쪽으로 향하게 된다. 아랍세계 전역에서 애송됐던 2행시 "O Sultan, my master, if my clothes are ripped  and torn it is because your dogs with claws are allowed to tear me"에는 독재 혹은 공포정치에 대한 저항정신, 그리고 아랍인들이 공유했던 좌절감 따위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2행시 연작 형식으로 돼 있는 이 싯구는 '패배의 書'의 일부분이다). 아마도 카바니가 '술탄'이라 부르며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시리아의 독재자 하페즈 알 아사드였을 것이다(아사드는 2000년에 죽었고 지금은 그의 아들 바샤르가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어쨌든 이 시를 발표한 뒤 카바니는 시리아뿐 아니라  아랍 전역에서 숭배의 대상이 됐다. 시리아든 이집트든 상황은 비슷했을 테니까.  당신의 미친 개가 내 옷을 짖어버렸소  카바니의 시에서 아랍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이스라엘과의 '6일 전쟁'에서 아랍권이 대패한 뒤부터다.  '패배의 서'에 딸린 노트에는 카바니의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전쟁의 패배로 카바니는 연애담 대신 아랍-이스라엘 분쟁과 같은 정치적인 주제 쪽으로 시각을 돌리게 됐다.  그는 이 치욕적인 패배의 탓을 아랍의 무능한 지도자들에게 돌렸다.  아랍인들은 자기 생각을 말할 자유도, 자발적으로 형성된 시민사회도 갖고 있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들고나온 카바니의 시는 아랍 문학계에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비평가들은 "여자들에게 바치는 헌시, 사랑 얘기 따위나 써온 작자가  국가적인 문제를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비아냥거렸고, 어떤 이들은 이슬람 세계의 '점잖은 기풍'에 맞지 않게 관능적이고 감각적이었던 그의 시가 청소년의 도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고리타분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카바니가 패배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아랍인들에게 손가락질이나 해대는 사디스트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즉 그는 '아랍 군대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이적분자'라는 것이었다. 이집트의 작가들은 카바니를 비난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카바니는 가말 압둘 나세르 이집트대통령에게 위협에서 보호해 주도록 청원하는 편지를 써야했을 정도였다.  적은 우리의 나약함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카바니가 아랍인들의 사랑을 받은 동시에 지탄을 받았던 것은,  그가 패전의 원인으로 아랍 내부의 문제를 들고나왔기 때문이었다.  '패배의 서'에서 카바니는 말한다.  The Jews did not come across our borders,  but they crept in like ants through our defects.  우리의 적은 우리의 국경선을 넘지 않았다  적들은 개미처럼 우리의 나약함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1948년 팔레스타인의 상실(이스라엘 건국)과 1967년 전쟁의 패배라는 두 가지 치명적인 패배에 대해 카바니가 보인 첫 번째 반응은 충격과 상실감이었지만, 그는 곧 미래에 대한 신념과 희망을 찾는 의지력을 회복한다.  O (our) children  rain of the spring, buds of hopes!  you are fertile seeds in our barren life; you are the generation that will vanquish the defeat. 어린이들은 봄비, 희망의 싹들  너희들은 불모의 삶에 풍요로운 씨앗을 내려  패배의 그늘을 가시게 해줄 세대  (Palestine and Modern Arab Poetry 수록)  카바니가 눈에 띄는 또하나의 지점은 여성을 보는 그의 시각이다. 팔레스타인 작가 Salma Khadra Jayyusi의 말을 들어보자.  "보수적인 교육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카바니는 여성문제를 한때의 유행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구적인 여성관(女性觀)을 갖고 있던 그는 아랍권에  페미니즘이 유행하기도 전에 자신만의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그가 쓴 에로틱한 산문들에는 그가 생각했던 '자유' 개념이 드러나 있다. 자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총체'로서의 자유를 추구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여성의 몸과 영혼을 해방시켜라  정치적 자유를 논했던 시인은 카바니 이전에도 아랍세계에 많이 있었다. 정치적 자유와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투사들만이 시인으로서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아랍에는 출신국 정부의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시인과 작가들이 넘쳐났다. 망명시인의 시대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카바니가 거둔 성과는 두드러진다. 이는 그가 정치적 억압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랍 문화의 금기들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관능'이었다.  그는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억압적인 규율로부터 육체와 영혼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특히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와 신체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의 금기로부터 여성들을 빼내어 여성들로 하여금 잔인한 성적 차별을 자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번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기만은 있을 수 없다. 광신도들의 역습이 종교, 명예라는 이름 아래 시작됐지만 보수파들의 반격이 카바니의 언어를 왜곡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미 자각되기 시작한 것을  완전히 씻어낼 수는 없었다. 카바니가 외쳤던 것들은 미약한 형태로나마  지금까지도 아랍인들의 정신 속에 살아 있다.  그의 시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영혼의 나팔소리다. =========== Nizar's Life 1923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출생 1944 첫 시집 "The Brunette Told Me" 발표 1945 다마스커스대학 법학과 졸업, 외교부 근무 시작 1947 첫번째 엔솔로지 Childhood of a Breast 발표 1947-49 팔레스타인 전쟁, 이스라엘 시나이반도, 서안, 예루살렘 점령 1954 Bread, Hashish and Moonlight 발표 1957 Poems For Nizar Qabbani 출간 1961 My Beloved Published 발표 1963 Poetry is a Green Lamp 발표 1965 스페인어로 된 Five Letters to My Mother 발표 1966 외교관직 사직, 런던 이주. Drawing in Words 출간 1967 6일전쟁. 이스라엘, 골란고원 점령. '패배의 서' 초안 작성 1968 The Diary of a Blase Woman, Palestine Liberation Movement, Poets of the Occupied Land 발표 1970 The Book of Love, Commando Graffiti on the Walls of Israel 발표 1972 A Hundred Letters, Outlawed Poems 발표 1973 Balquis al Rawi 와 결혼, 맏아들 사망. 4차 중동 전쟁 발발 1976 시리아군, 레바논 북부 점령 1979 미-이스라엘 평화조약 체결, 이란에서 호메이니 집권 1981 부인 Balquis, 친이란계 게릴라 공습으로 사망 1982 이스라엘, 레바논 침공 1987 Modern Arabic Poetry An Anthology 발표 1990 Abu Jahl buys Fleet Street 퇴고 1998 On Entering the Sea: The Erotic and Other Poetry of Nizar Qabbani 발표 May 1 1998 런던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425    타이타닉호는 침몰되지 않았다... 댓글:  조회:2466  추천:0  2016-10-20
둘의 융합 ㅡ(타이타닉호 침몰에 관한 시)                                  토머스 하디(Thomos Hardy ㅡ1840~1928)     바다의 고독 속에 인간의 허영으로부터 깊이, 그녀를 설계한 삶의 오만에서 벗어나 고요히 그녀는 누워 있다.   강철 침실들, 불도마뱀 같은 화로의 타다 남은 장작들 차가운 해류들이 줄처럼 늘어져, 리드미컬한 조수의 수금으로 변한다.   풍족한 이들을 비춰주려던 거울들 위로 바다 ㅡ 벌레가 기어간다. 괴상하고, 끈끈하고, 소리없고 무심한 벌레가.   감각적인 사람들을 황홀하게 해 주려고 디자인된 즐거운 보석들이 빛을 잃고 묻혀 있다. 화려한 광채가 흐릿하고 까맣게 변해 숨겨진 채   어스레한 달 ㅡ눈의 물고기들이 근처에서 금박 입힌 기어를 응시하다가 묻는다. " 이 자만심 덩어리가 왜 여기까지 내려온거지?".......   글쎄: 물가르는 날개가 달린 이 피조물을 만들다가 만물을 작극하고 추동하는 내재 의지가   그녀를 위해 조금 못된 배필을 준비했지 정말 휘황찬란하게 거대한 얼음형체인데 한동안 멀리 떨어뜨려 놓은 거야   그리고 이 맵시 있는 배가 서서히 몸집, 품위와 외모를 갖춰가는 동안, 어둡고 고요한 그 먼 곳에서 빙산도 커갔지   둘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어 어떤 인간도 알지 못했으니까, 훗날 역사적으로 이루어질 둘의 친밀한 결합,   아니 둘이지나치다가 우연히 눈이 맞아, 이내 분리된 쌍둥이가 햡쳐지듯 존엄한 대사건을 일으킬 조짐을.   마침내 세월의 실을 잣는 이가 말했지 "이상!" 둘 다 그소리를 듣고 극치의 순간에 도달하여 두 반구가 으르렁대며 포옹한거지.   (The Convergence of the Twin: Lines on the Loss of the Tita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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