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名詩 공화국

11월 시 모음 ㄷ
2015년 02월 19일 02시 58분  조회:2547  추천:0  작성자: 죽림
 
<11월 시 모음> 황인숙의 '11월' 외  

+ 11월 
  
납물처럼 떨어지는 빗줄기 속. 
온종일 슈퍼마켓 처마 밑에서 
발이 저리도록 쪼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이들의 구두코를 바라보던 
거지 아이의 마음을, 은전 한 닢, 
햇빛으로 주조한 것인 양 
따스하게 하네.
(황인숙·시인, 1958-)


+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정희성·시인, 1945-)


+ 입동 이후      

가을 들판이 다 비었다
바람만 찬란히 올 것이다

내 마음도 다 비었다
누가 또 올 것이냐

저녁 하늘 산머리
기러기 몇 마리 날아간다

그리운 사람아
내 빈 마음 들 끝으로

그대 새가 되어
언제 날아올 것이냐
(이성선·시인, 1941-2001)


+ 11월의 나무 

십일월도 하순 해 지고 날 점점 어두워질 때
비탈에 선 나무들은 스산하다
그러나 잃을 것 다 잃고
버릴 것 다 버린 나무들이
맨몸으로 허공에 그리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건 이 무렵이다
거기다 철 이른 눈이라도 내려
허리 휘어진 나무들의 모습은 숙연하다
이제 거둘 건 겨자씨만큼도 없고
오직 견딜 일만 남았는데
사방팔방 수묵화 아닌 곳 없는 건 이 때다
알몸으로 맞서는 처절한 날들의 시작이
서늘하고 탁 트인 그림이 되는 건
(도종환·시인, 1954-)


+ 11월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나희덕·시인, 1966-)


+ 11월의 어머니

11월 들판에
빈 옥수숫대를 보면 나는
다가가 절하고 싶습니다
줄줄이 업어 기른 자식들 다 떠나고
속이 허한 어머니

큰애야, 고르게 돋아난 이빨로
어디 가서 차진 양식이 되었느냐
작은애야, 부실한 몸으로
누구의 기분 좋은 튀밥이 되었느냐
둘째야, 넌 단단히 익어서
가문의 대를 이을 씨앗이 되었느냐

11월의 바람을 몸으로 끌어안고
들판을 지키는 옥수숫대

날마다 부뚜막에 밥 한 그릇 떠놓으시고
뚜껑에 맺힌 눈물로
집 나간 아들 소식을 들으시며
죽어도 예서 죽는다 뿌리에 힘을 주는
11월 들판에 강한 어머니들에게
나는 오늘도 절하고 돌아옵니다
(윤준경·시인, 경기도 양주 출생)


+ 11월의 나무들

세 계절 동안
무성했던 잎새들

아낌없이 내려놓고
알몸의 기둥으로 우뚝 서는

11월의 나무들은
얼마나 의연한 모습인가

비움으로써 결연히 
맞설 태세인 나무들을 

겨울 칼바람도
어찌하지는 못하리.

저 나무들이 있어
오고야 말리

겨울 너머 꽃 피는 봄
기어코 오고야 말리.
(정연복·시인, 1957-)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64 윤동주 시를 다시 공부하다(시 제목을 클릭한 다음, 訪問文章을 클릭해 보기)... 2024-08-23 0 283
463 해연의 노래 - 막심 고리키 2018-03-14 0 3635
462 [명시감상] - "새로운 길" / 윤동주 탄생 100돐 기념하여... 2017-12-30 0 3218
461 시인들이여, 수천의 박수소리를 불러일으킬수 있는 시를... 2017-09-14 1 2352
460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렇게 흘러보내야 하나" 2017-09-03 0 3232
459 "말똥가리 시인", 스웨덴 국민시인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2017-05-23 0 3030
458 시인은 나비와 함께 해협을 건너갈줄 알아야... 2017-05-23 0 3585
457 명문을 읽으면 가슴은 뜨거워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2017-03-16 0 3359
456 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 2017-02-19 1 2904
455 "동주에게 편지를 보내고싶다..." 2017-02-08 0 2649
454 달문 여는데 보름 걸리고, 달문 닫는데 보름 걸리다... 2017-02-08 0 2726
453 하늘도 해를 팔다... 2017-02-04 0 2620
452 청산별곡 2017-02-02 0 2879
451 2017년 <<신춘문예>>당선작 시모음 2017-01-02 0 4342
450 백거이(白居易) 시를 재다시 음미해보다... 2016-12-31 0 7004
449 중국 古詩 10 2016-12-25 0 3092
448 "술타령" 시인 문학소년소녀들에게 꿈의 날개를... 2016-12-12 0 2641
447 [명시감상] - 자유 2016-12-05 0 3057
446 3 = 30 = 2 = 6 = 15 = 1 = 두줄 2016-11-28 0 2782
445 시인, 시, 그리고 번역... 2016-11-27 1 3498
444 [명시감상] - 황무지 2016-11-27 0 3219
443 詩에 독자들이 밑줄을 긋도록 써라... 2016-11-26 0 2986
442 "150 000 000" 2016-11-26 0 3052
441 테트 휴즈 시모음 2016-11-26 0 2930
440 미국 시인 - 알렌 긴즈버그 2016-11-26 0 3231
439 이육사 시 중문(中文)으로 읽다... 2016-11-15 0 2973
438 타고르 詩를 보다... 2016-11-14 0 3335
437 남미주 아르헨티나 문학 거장 - 보르헤스 2016-11-07 0 2741
436 미국 녀류시인 - 에밀리 디킨슨 2016-11-07 0 3968
43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사랑할 날 얼마나 남았을가... 2016-11-06 0 4393
434 해외 시산책 2016-11-06 0 2817
433 미라보 다리 아래 강물은 지금도 흐르고... 2016-11-06 0 3000
432 아름다운 세계 명시속에 흠뻑 빠져나볼가... 2016-11-06 0 3917
431 프랑스 상징파 시인 랭보 시 다시 새기다... 2016-11-05 0 3491
430 "세계는 소리와 맹위와 불로 가득 차고"... 2016-11-01 0 2726
429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2016-11-01 0 3102
428 장편 서사시 <<백두산>> / 조기천 2016-11-01 0 4264
427 미국 "생태주의" 방랑시인 - 게리 스나이더 2016-10-28 0 4304
426 아랍 "망명시인", 령혼의 나팔수 - 니자르 카바니 2016-10-28 0 2741
425 타이타닉호는 침몰되지 않았다... 2016-10-20 0 2539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