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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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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인 - 쉘리
2015년 03월 21일 20시 58분  조회:2909  추천:0  작성자: 죽림

1792-1822

쉘리

 

30세의 생일을 맞기도 전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일생동안 세상의 구조적인 악에 대항하면서 살다 간 영국의 낭만기 시인이며, 그의 시는 사회의 악을 타도하고 인류의 완전한 자유를 쟁취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시인의 목소리였다.

 

 

오지만디아스

 

 

나는 고대의 나라에서 온 나그네를 만났는데

그의 이야기이다:

 

몸뚱이 없는 커다란 돌 다리 두개가

사막에 서있다. 그 근처 모랫속에는

 

깨어진 얼굴이 반쯤 묻혀있다. 찌푸린 얼굴로

굳게 다문 입, 차갑게 내려다보는 멸시의 표정엔

 

조각가가 분출한 열정이 생명 없는 물체에 각인되어 있어서

이들을 묘사한 손과 심장의 박동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것 같다.

 

받침대엔 이런 말이 써있다.

 

  나의 이름은 왕중의 왕, 오지만디아스다.

  너희들 위대한 자들아, 내 업적을 보고 두손을 들어라!

 

  붕괴된 거대한 폐허 주위에는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적막하고 솟은 것 없이 평평하게 끝없이 뻗어있는

  텅 빈 사막 밖에는!

 

 

 

사랑의 철학

 

 

샘물이 모여서 강물 되고

강물이 합해져 바다가 된다.

 

하늘의 바람은 영원히

달콤한 감정과 섞인다.

 

세상에 외톨이는 없는 법이라

만물은 하늘의 법칙을 따라서

서로서로 다른 것과 어울리는데

어찌 내가 당신과 짝이 못 되랴?

 

보라! 산은 하늘과 입맞춤하고

물결은 물결끼리 서로 껴안는다.

 

동기끼리 얕보는 수가 없는 법이니

꽃다운 누이도 용서하지 않으리라.

 

햇빛은 대지를 껴안고 있고

달빛은 바다에 입맞춤한다.

 

하지만 그대 내게 입맞추지 않는다면

그 모든 입맞춤이 무슨 송요이 있으랴.

 

 

 

음악은

 

                 

음악은 부드러운 가락이 끝날 때

우리의 추억 속에 여운을 남기고

 

꽃향은 향기로운 오랑캐꽃 시들 때

깨우쳐진 느낌 속에 남아 있느니

 

장미꽃 잎사귀는 장미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침상에 쌓이듯,

 

이처럼 그대 가고 내 곁에 없는 날

그대 그린 마음 위에 사랑은 잠든다.

 

 

서풍의 노래

 

                

                 I

 

오, 사나운 서풍, 너 가을의 숨결이여!

너의 존재 앞에서 휘몰리는 죽은 잎새들은

눈에는 안 보여도 마술사에게 쫓기는 유령의 무리와 같도다 .

 

누런, 검은, 파리한, 혹은 빨간 열기띄운

열병에 걸린 저 무리들, 오, 너는

그 무리들을 검은 겨울의 잠 자리로 몰아친다.

 

그러면 그들 날개돋친 씨앗들은 그 무덤 속에

시체되어 차디차게 사그라져 잠드나니,

너의 하늘빛 봄 누이가 꿈꾸는 대지위에

 

그 나팔을 붙어대어(향기로운 꽃봉오리를 풀뜯는

양떼처럼 활짝 공중으로 휘몰아서)

산과 들을 생기솟는 빛깔과 향기로 가득 채우는 그날이 올 때까지.

 

거센 정신이여, 그 어디든 떠도는 너는

파괴자이며 또한 보존자, 들으라. 오, 나의 말을.

 

                       II

 

네가 흘러가면 가파른 천공에는 난동이 일고,

그러면 흩어지는 구름은 대지위에서 썩어가는 낙엽처럼

하늘과 대양에 얽힌 가지로부터 우수수 떨어진다.

 

비와 번개의 사자들, 너의 하늘거리는 물결의

푸른 표면엔, 어느 사나운 '미내드'의 머리 위에

치솟은 빛나는 머리단처럼,

 

희미한 지평선 언저리에서

천당 끝 닿는데 이르기까지

다가오는 폭풍우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너, 한 해가 저물어 밤을 불러오는 만가여,

너의 온갖 증기 한데 뭉친 막강한 힘은

거대한 둥근 무덤되고 그 천정을 이룰지니,

 

이제 그 凝固한 대기로부터,

새까만 비와, 불길과, 우박이 터져나오리라. 오, 들어보라!

 

                 III

 

'베이이'만에 뜬 浮石의 섬가에 누워

수정물결 감도는 파도소리에 잠들어

여름날의 꿈에 잠겼던 푸른 지중해를 일깨운 너,

 

눈 앞에 그려만 보아도 감각이 아찔해지는

하늘색 이끼와 향기로운 꽃속에 파묻힌

옛 궁전과 탑들이 물결에 반사되어

 

더욱 강렬한 햇빚 속에서 떨고 있는 것을

꿈결에 그려 보는 지중해를 일깨운 너,

네가 길을 나서면 강대한 대서양의 잔잔한 물결 또한

 

스스로 쪼개져 나가 길을 터주고

저 아래 바닷가엔

바다꽃, 즙없는 잎새 우거진 습기찬 바다숲이

 

너의 목소리 듣고 겁에 질려 졸지에 백발되고

온 몸을 떨어 잎을 떨어뜨린다. 오, 들어보라!

      

                   IV

 

내 만일 휘날리는 한 잎 낙엽이라면,

내 만일 너와 함께 날아가는 날센 한 조각 구름이라면,

너의 힘에 짓눌려 헐덕이면서도 너의 힘찬 맥박을  

 

함께 나누는 파도라면, 그 자유만 너보다 못할 뿐일진대,

제어할 수 없는 자여!

내 아직도 내 어린 시절같아,

 

너의 하늘 방랑길 친구가 되었으련만,

그래서 하늘 달리는 너를 앞지르는 것이

결코 공상만은 아니었던 그 시절의 나라고 할지라도,

 

나는 이토록 간절한 소망의 기원속에서 너와 겨루지는 않으리라.

오, 이 내 몸 일으켜다오. 파도처럼, 잎새처럼, 구름처럼!

나는 인생의 가시밭에 쓰러진다! 나는 피흘린다!

 

짓누르는 시간의 중압이 나를 사슬로 묶고 굽혀 버렸도다.

길들줄 모르고, 민첩하고, 자존심 강한, 너무나도 너와 같았던 나를

 

                       V

 

이 내 몸 너의 거문고 되게하라, 숲이 그러하듯이

내 잎새들이 숲의 그것처럼 떨어진들 그 어떠랴!

너의 장대한 조화로운 소음이 내 몸과 숲을 올려

 

심오한 가을의 음조를, 슬픔속에도 깃든

감미로운 애조를 얻을진저, 너 맹렬한 정신이여,

이 내 정신 되어다오 ! 네가 나 되어라, 격렬한 자여!

 

나의 죽은 사상을 마른 잎새 휘몰아치듯,

우주로 날려 신생을 재촉하라!

그리고 이 시를 주문삼아

 

꺼지지 않은 화덕에서 재와 불꽃을 날리듯

이 내 말을 온 누리에게 퍼뜨려 다오!

내 입술을 통해 잠깨지 못한 대지를 향해 부는

 

예언의 나팔이 되라! 오, '바람' 이여,

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가 있겠는가?

                                 

 

제인에게

 

별의 반짝임은 그지없이 해맑고

그런 속에 아름다운 달이 떠올랐다.

 

그리운 제인이여.

기타 소리를 계속 울렸으나

 

네가 노래하기까지는 그 가락조차도

즐겁지가 않았다.

 

달의 부드러운 빛이

하늘의 흐릿하며 싸느다란 별빛에

던져지는 것처럼

 

그대의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때 혼을 지니고 있지 않는 현에다

스스로의 혼을 주었다.

 

오늘밤 조금 후에

달은 잠들고 말겠지만

별들은 눈뜨고 있으리라.

 

네 노래의 가락이 기쁨의 이슬을

뿌리는 동안

나뭇잎은 하나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 울림소리는 나를 쳐 부수지만

마음속 스며드는 네 그 목소리로

노래 한 곡 다시 한번 불러 달라.

 

우리 세계와는 멀리 떨어진 세계에 속하는 것

거기서는 음악과 햇빛과 감정이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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