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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仙, 詩聖, 詩佛과 함께...
2015년 05월 18일 22시 31분  조회:3285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선 이백, 이성 두보, 시불 왕유

 

 

한시(漢詩)를 말할 때 당연히 당시(唐詩)가 우선 거론된다.

당나라 때는 중국 서정시의 최 전성기이고, 그 시는 중국문학뿐만 아니라, 인류의 문학에도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唐詩)는 일반적으로 초당(初唐-7세기경), 성당(盛唐-8세기 전반), 중당(中唐-8세기 후반∼9세기 전반), 만당(晩唐-9세기 후반∼10세기 초기)의 4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초당(初唐)의 대표적 시인으로는 사걸(四傑)로 불린 왕발(王勃)·양형(楊炯)·노조린(盧照린)·낙빈왕(駱賓王)을 들 수 있는데, 이 시기의 시는 외형의 미를 다루는 남조시풍(南朝詩風)의 계승면이 강하고, 시의 운율을 다듬어 근체시(近體詩-絶句, 律詩)의 시형을 완성시키고 있다.

  

성당(盛唐)은 시문학이 융성한 현종황제의 치세에 해당되며, 당조(唐朝)의 국력이 최고에 달한 시기였는데, 이 시기는 대시인이 속출한 문학의 최 전성기이다. 대표적 시인으로서는 이 시기 전반에 활약한 이백(李白)과 후반에 활약한 두보(杜甫)가 있고, 그밖에도 맹호연(孟浩然)·왕유(王維)·고적(高適)·잠삼(岑參)·왕창령(王昌齡)·왕지환(王之渙) 등의 이름난 시인이 있다.

  

중당(中唐)의 시인으로는 한유(韓愈)와 백거이(白居易)를 들 수 있다. 한유는 기험(奇險)·호방(豪放)하다는 장대한 미(美)를 사랑하였고, 백거이는 평이하고 찬찬한 표현으로 <장한가(長恨歌)>, <비파행(琵琶行)> 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신악부(新樂府)>라는 사회시(社會詩)를 창시(創始)하여 당대를 통해 최다수의 독자를 얻었다. 
    
만당(晩唐) 시기의 시는 일반적으로 감상적·퇴폐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는 이상은(李商隱)·두목(杜牧)·온정균(溫庭筠)을 들 수 있다.

당나라의 모든 시인들의 전 작품을 수록한 것은 청(淸)나라의 강희제(康熙帝) 칙편(勅編)의 <전당시(全唐詩)>(900권)인데, 거기에는 대강 2,200명의 시 4만 8,000여 수가 실려 있다.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744년 당나라의 낙양에서 이루어진 범상치 않은 만남, '창공에서 태양과 달이 만난 듯 중국 역사상 가장 신성하고 기념할 만한 만남' 의 주인공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44세의 나이로 문학적 재능이 만개한 상태의 분방하고 정열적인 시인인 이백과, 33세의 나이로 진지하고 다정다감한 무명의 문학청년인 두보가 낙양에서 만났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걸출한 문학적 재능을 지녔다는 것 외에, 때를 못 만나 제대로 된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며 기식자 생활을 하는 처지였다는 것 정도다. 출신성분, 인간성, 필치, 인생관 등, 그 밖의 다른 모든 면에서 그들은 달랐다.

 

성(性)마저 불확실한 변방의 이민족 집안 출신 이백과 '하늘과의 거리가 1척5촌' 이라는 명문가 출신 두보. 입신출세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던 이백과 당 왕조의 번영과 평안을 진심으로 바랬던 두보. 아내 넷을 두고도 어느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던 이백과 첩을 둔 적이 없는 애처가 두보. 이러한 이백과 두보의 삶의 이야기가 문학적 성취를 대비시킨 책이 다카시마 도시오의 「이백, 두보를 만나다」이다.

 

낙양에서의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은 1년여 간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했고, 그 다음에는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다. 짧은 만남 긴 이별이었지만 만취해 한 이불을 덮고 잘 만큼 진한 우정을 나눴던 그들은 시를 통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출했다. 저자 다카시마는 11살 연상의 비범한 친구 이백에게 두보가 특유의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친근감을 표현하면서도 은근히 야유했다고 본다. "술 잔뜩 먹고 되는대로 마음껏 뽐내는 모습은 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는 건가요." 이백 또한 주선(酒仙)이라는 별칭에 합당한 시로 두보에 대한 정을 표현했다. "노나라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제나라 노래를 불러도 감정에 북받쳐 올 뿐, 그대 생각은 문수(汶水)의 흐름과 같이, 도도히 남쪽으로 흐르고 흘러 그치지 않네."

 

여기서 잠깐, 시문학적으로 이백과 두보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날까? 이에 대해 다카시마는 남송 시대 엄우(嚴羽)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 동의한다. "두보는 이백처럼 표일(飄逸 : 마음 내키는 대로하여 세속에 얽매이지 않음)한 정취가 있는 시를 지을 수 없고, 이백은 두보처럼 침울한 시를 지을 수 없다." 이백이 속박되지 않은 정열과 에너지를 분출시킨다면, 두보는 대지에 깊이 뿌리를 둔 든든한 건조물 같은 의지와 구성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종의 구전 가요도 '들국화' 가 불러 유명해 진 '사노라면' 의 가사를 원용해 말한다면,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고 호방하게 외치는 이백에 비해, 두보는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라고 나지막하게 속삭이지 않았을까..

 

굳이 분류해 말하면 이백이 자연과 놀이의 세계에 두보가 인위와 역사의 세계에 가깝다 하겠지만, 이백 안에 두보가 있고 두보 안에 이백이 있었다고 하는 편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비(非)동질적인 세계관과 인생관이 한 사람이나 하나의 예술 경향 안에 동거하는 것, 음이 양의 싹을 품고 양이 음의 싹을 품어 음과 양이 끊임없이 갈마드는 것. 중국 예술 정신의 특성은 그러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면 이백과 두보는 그 특성의 구체적인 사례라 하겠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 농서군 성기현출신. 시선(詩仙)으로 불리운다. 25세 때 촉(蜀)나라를 떠나 양쯔강을 따라 나와 평생 유랑생활을 했다. 이백은 어려서부터 시문(詩文)에 천재성을 발휘하는 한편 검술을 좋아했다. 젊었을 때 도교(道敎)에 심취하여 선계(仙界)에 대한 동경심을 가졌으며 산 속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환상성(幻想性)은 대부분 도교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며, 산은 그의 시세계의 주요 무대의 하나였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호는 소룽. 소룽이라고 불리는 것은, 장안(長安)남쪽 근교의 소룽이 선조의 출신지인 데서 유래한다. 허난성 궁현을 본거지로 하는 소호족(小豪族)출신. 중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뜻에서 시성(詩聖), 이백(李白)과 아울러 일컬을 때는 이두(李杜), 당나라 말기의 두목(杜牧)에 견줄 때는 노두(老杜) 대두(大杜)라 불린다. 먼 조상에 진(晉)나라 초기의 위인 두예(杜預)가 있고 당(唐)의 초기 시인 두심언(杜審言)은 조부이다.


         

왕유(王維. 701∼761) :

중국 문학상 당대(唐代)를 대표하는 대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청(淸), 왕사신은 왕유를 "시불(詩佛)"이라 일컬어 "시선(詩仙)" 이백과 "시성(詩聖)" 두보와 함께 존립시킨 것으로 보아 왕유가 중국 문학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으며, 수묵의 산수화를 잘 그려 남종 문인화(南宗文人畵)의 시조(始祖)로 불린다.

  

죽리관(竹里館)

   
獨坐幽篁裏 (독좌유황리),  그윽한 죽림(竹林) 속에 홀로 앉아 
彈琴復長嘯 (탄금부장소),  거문고 뜯고 다시 휘파람 분다. 
深林人不知 (심림인부지),  깊은 숲 아무도 모르는 곳에 
明月來相照 (명월래상조),  이윽고 달이 빛을 안고 찾아온다.

  

九月九日憶山東兄弟

(구월구일 중양절 날 산동에 있는 형제를 생각함 : 旅愁를 읊은 詩)

  

獨在異鄕爲異客 (독재이향위이객)  홀로 타향에 나그네 되어 
每逢佳節倍思親 (매봉가절배사친)  명절을 맞을 적마다 친족생각이 간절하구나 
遙知兄弟登高處 (요지형제등고처)  멀리서 형제들이 산에 올라가 
遍揷茱萸少一人 (편삽수유소일인)  모두들 머리에 산수유를 꽂을 때 한사람 모자람을 알겠지.

   

[註] 중국에서는 음력 9월9일에 산수유를 머리에 꽂고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는데, 고향에서 형제들이 산수유 꽂고 산에 오르는 명절날 왕유 자신만 빠져있음을 느낄 것이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그리움을 표현한 유명한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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