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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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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시론 3
2015년 05월 20일 23시 38분  조회:4637  추천:0  작성자: 죽림

 

3.인습적 상징을 이용하라

 


이상에서 나는 상징의 세 유형 가운데 이른바 개인적 상징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이른바 인습적 상징. 말 그대로 이런 상징은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가 
내적 필연성(개인적 상징)이 아니라 오직 인습, 습관, 사회적 약속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런 상징은 일정한 역사적 사회적 특성을 소유한다. 말하자면 한 시대나 한 사회에서만 공유하는 상징이다. 예컨대 십자가는 기독교 정신을 상징하고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고 태극기는 조국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런 상징은 
보편성을 띠는 것이 아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인들의 진리이고, 비둘기는 
구약의 문맥에서 평화이고, 태극기는 한국인들의(그것도 남한만의) 조국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태극기를 보고 조국을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적 역사적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상징은 인습적으로 습관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난해하지 않고, 난해하지 않기 때문에 알기는 쉽지만 
한편 시적 깊이가 사라진다. 오늘 이 시대에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 한다고, 
비둘기를 보면서 평화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없고, 그런 생각은 
과거의 인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치 않은가? 내가 사는 아파트 약방 앞 보도 블럭에는 언제나 비둘기들이 모여있다. 놀고있나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면 
평화롭게 놀고있는 것이 아니라 모이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다. 
너희들이나 우리나 모두 먹고 살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이런 비둘기들은 
평화가 아니라 먹고 살기위한 고통, 싸움, 전쟁을 상징 한다.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유념할 것은 이런 인습적 상징을 사용하는 경우 그 상징적 의미를 
시의 문맥에 의해 변형 시키고 변주해서 새로운 의미를 보여 주라는 것. 
다음은 비둘기라는 이미지를 인습적 의미로 사용하되 변주시킨 보기이다.

비둘기들이 걷고있는 이 고요한 지붕은 
반짝거린다, 소나무 사이, 무덤 사이에서 
여기 공정한 ‘정오’ 가 불로서 구성 한다 
바다를,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바다를! 
산들의 고요를 오래 관조하는 
오 사색이 받는 보상이여! 
ㅡ발레리,[해변의 묘지](민희식, 이재호 역)

시의 표제가 ‘해변의 묘지’ 로 되어있기 때문에‘이 고요한 지붕’은 ‘바다’를 비유한다. 그렇다면 ‘비둘기들’은 바다를 걷고 있는 비둘기로 읽을수 있지만 
바다에는 비둘기가 아니라( 물론 조금 미친 비둘기들은 바다에 떠 있을수도 있다. 김기림의{바다와 나비}에는 조금 미친 나비가 바다에 떠있음) 갈매기가 
많고 따라서 이 비둘기들은 바다위에 떠있는 ‘고기잡이 배들의 하얀 돛대’를 
비유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행은 이중 구조로 되어있다. 하나는 지붕/ 비둘기가 
바다/ 하얀 돛대를 비유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고요한 지붕을 비둘기가 걷고있다는 것. 그러므로 이 시행이 주는 시적 효과는 이런 이중 구조가 산출하고 
그것은 고요한 지붕(바다)에 하얀 돛대가 비둘기처럼 평화롭게 떠있다는 
독특한 의미를 낳는다. 물론 여기서 비둘기의 이미지는 평화라는 인습적 의미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 비둘기는 비둘기 이면서 동시에 하얀 돛대이기 때문에 
이중적 의미를 암시한다. 요컨대 비둘기의 평화는 하얀 돛대의 평화가 된다. 
이 시의 전경은 소나무 사이, 무덤 사이에서 바다가 반짝이는 풍경이고 후경은 
하얀 돛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습적 상징은 그 의미를 이렇게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그 보기;


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려 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수 있었을까요. 
ㅡ 윤 동주.[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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