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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광복이전 시: 리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15년 12월 10일 21시 29분  조회:2805  추천:0  작성자: 죽림
한국 대구 수성못가 세워진 리상화 시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리상화


그는 근대 시사에 큰 자취를 남긴 대구가 낳은 시인으로 폭풍처럼 살다 간 파란의 생애는 우리 근대사와 많이 닮아있다.

43년의 짧은 생을 살면서 조국의 참담한 현실에 울분과 통곡이 있었기에 시인에게, 통곡, 역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  저항적 서정시를 우리에게 물려 준 게 아닐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잠시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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