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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광복以後 시: 李壽福 - 봄비
2015년 12월 15일 21시 11분  조회:2768  추천:0  작성자: 죽림
 

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항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시새워 벙글어진 : 다투어 피어날

* 향연(香煙) : 향이 타며 나는 연기​

 

<해설> 1955년에 [현대문학]에 발표하였으며, 1969년 이수복 시인의 시집 [봄비]에 수록된 표제시이다.

이 시는 봄의 아름다운 정경을 그리면서 이를 배경삼아 돌아오지 않는 님에의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표면상으로 볼 때는, 머지 않아 다가올 아름다운 봄날의 모습에 대한 상상일 뿐이지만, 1연에서 보이는 '서러운 풀빛'이라는 표현이 그다지 단순한 봄날의 정경 묘사로 이루어진 시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봄날에 돋아나는 풀빛이 왜 서러운 것인가? 그것은 그의 마음에 어떤 슬픔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제4연에서 확인되는데, 봄이 오면 따뜻한 날씨와 함께 대지 위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봄의 상징인 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향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비유함으로써, 그의 임은 이 세상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그는 봄의 아름다움이 아름답고 기쁘게만 여겨지지는 않는 것이다. 반면에 2연과 3연에 나오는 종달새와 꽃밭의 풍경은 그야말로 조금도 그늘도 없이 밝고 아름다운 봄의 모습 그대로이다. 봄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2,3연도 결국 4연의 내용확인을 통해 서글픈 봄풍경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시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봄풍경이라는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푸르른 빛의 연속적인 이미지가 '서러움'의 정서를 계속 심화시키면서 마지막에 '죽음'의 의미로 집약되고 있다. 이 시의 애상은 시적 자아의 '죽음'에 대한 의식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봄비 내린 뒤에 더욱 더 푸르게 짙어 갈 자연 풍경을 바라보면서 시적자아는 '죽음'으로 그 인식을 옮겨 가는데, 봄비를 받아 생명력으로 약동하는 자연물에서 생명이 아닌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현대시 목록, 인터넷)

 

담백하고 소탈한 자신의 인생과 시를 통해 겸손하고 고결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 보여준이수복은 박재삼(朴在森), 이동주(李東柱) 등과 함께 1950년대 한국의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산백과)

 

* 이 시는 봄비를 보며 곧 다가올 봄의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대지를 적시는 봄비를 바라보며 비가 그치면 강나루 긴 언덕의 풀빛이 더욱 푸르러지고 종달새가 노래하며, 처녀애들의 화사한 얼굴과 꽃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아툴 것이라고 그려 본다.

여기에서 화자가 그리는 강나루 언덕, 보리밭의 종달새, 꽃밭과 처녀애는 실재하는 대상이라기보다 화자의 마음 속에 있는 것, 즉 관념화된 대상일 뿐이다. 이것은 임과 이별한 화자가 겨우내 고통스러워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봄의 생명력을 지닌 풀빛이 서러운 것이나, 아지랑이가 임 앞의 향연과 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는 봄의 생명력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임과의 이별로 인한 애상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서 유사한 모티브의 한시 '송인'(정지상)과 차별점을 지닌다. ​(한권에 잡히는 현대시)

 

 

 

 

 

 

 

 

 

 

 

 

 

 

 

                  <이수복(李壽福) : 1924 - 1986 >

 

1924년 전라남도 함평(咸平)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예과(豫科)를 마쳤다.

* 1954년 서정주(徐廷柱)에 의해 시 <동백꽃>이 [문예]에 추천되고, 1955년 <실솔>, <봄비>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무등부>(1955), <무덤과 나비>(1956), <꽃상여 엮는 밤>(1957), <외로운 시간>(1958), <모란송>(1958), <소곡>(1958), <황국미음>(1959) 등의 작품을 [현대문학]에 발표했다.

* 1957년 현대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1963년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해 1965년 졸업했다. * 순천고교와 전남고교 등에서 교직생활을 병행하며 작품활동을 한 시인은 19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생전에 단 한 권의 시집 [봄비](1969)를 남겼다. 전라남도 문화상(1955)과 현대문학상 신인상(1957) 등을 수상했다. 2010년 유고시와 소설 등을 모아 [봄비와 낮달]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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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송1

              /이수복

 

 

아지랑이로, 여릿여릿 타오르는
아지랑이로, 뚱 내민 배며
입언저리가, 조금씩은 비뚤리는
질항아리를.....장꽝에 옹기옹기
빈항아리를


새댁은 닦아놓고 안방에 숨고
낫달마냥 없는듯기
안방에 숨고.


알길없어 무장 좋은
모란꽃 그늘.....
아떻든 하늘을 고이 다루네.


마음이 뽑아보는 우는 보검에
밀려와 보라치는
날빛같은 꽃


문만 열어두고
한나절 비어놓은
고궁 안처럼


저만치 내다뵈는
청자빛 봄날  

 

 

<해설> 1958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시이다.

'아지랑이로'는 어휘의 회기이다. 1행에서 한번 등장했던 아지랑이'는 의미의 심도가 '여릿여릿 타오르는'의 수식을 받아 더욱 깊어진다. 두개의 큰 맥락은 텍스트 전체를 구성하는 비어 있는 항아리와 비어있는 하늘이며 이 두개의 구문은 모란꽃의 이미지를 투사하기에 적합한 의도로 시 텍스트에서 작용한다. 즉 이 두개의 구문에 의해 모란꽃이라는 상황모델은 명세화 된다. (우리시대의 시인연구)

 

◈ 동백꽃

                      /이수복

 

동백꽃은
훗시집간 순아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눈녹은 양지쪽에 피어
집에 온 누님을 울리던 꽃.


홍치마에 지던
하늘비친 눈물도
가널피고 씁쓸하던 누님의 한숨도
오늘토록 나는 몰라....,


울어야던 누님도 그리움을 울리던 동백꽃도
나는 몰라
오늘토록 나는 몰라....,


지금은 하이얀 촉루가 된
누님이 매양보며 울던 꽃
빨간 동백꽃

 

 

<해설> 1954년 [문예]에 발표한 시이다.

동백꽃과 누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아닌 실행가능화의 관계에 의해 설명이 가능한데, '동백꽃'은 누이가 눈물을 흘린다'는 행위를 가능하게 만들었으되,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한 것은 아니다.
이 택스트의 상황 모델은 동백꽃인데 동백꽃을 상세화 하기 위한 구문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 몇가지의 어휘항목들로 집약할 수 있다.
먼저 '매양 울던 꽃'의 상황은 중간의 점검과정을 필요로 한다. 시적화자는 동백꽃을 보면 왜 항상 '눈물'이라는 정서가 유발되는지가 동백꽃 자체에 들어 있는 어휘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동백꽃과 눈물은 그 정보성에 있어서 아무런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휘 항목에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동백꽃이 아니라면 동백꽃이 피어있는 정황 또는 장소를 탐색해 보아야 한다. 텍스트 탐색 방향은 2연으로 넘어가게 되고 2연에서 밝혀지는 '동백꽃이 피어있는 장소' 즉 '집'이라는 공간에 의해 동기화 된다.
시집간 순이 누님이 당면하게 된 곳은 탈고향의 정서일 것이며 거기에서 순이 누님은 '집으로 대표되는 고향'의 정서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순이 누님의 새로운 환경인 '타향'은 '고향'의 집을 더욱 그립게 만들었을 것이고, 집에 돌아온 순이 누님을 반기는 것은 눈 녹은 양지쪽에 피어 있는 동백꽃이다.
이 텍스트 를 지배하는 이미지는 '붉음'의 시각적 이미지와 연결된 눈물인데, 누이의 눈물을 붉음의 이미지로 환원시켜 표현한 것은 서러움의 강도를 예시하는 것이다. '홍치마에 지던 눈물'과 씁쓸하던 누님의 한숨'을 '나는 모르는 채 세월을 보내야 했던 회한의 정서가 집약되는 구문은 마지막 연이다.
동백꽃을 둘러싸고 있는 정황은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정조이며, 이정조는 서러움이 기반이 되고 있고 이 서러움의 색깔은 피눈물의 이미지를 간직한 '붉은 색'이다. 투명한 눈물과 또 다른 붉은 눈물의 이미지를 '동백꽃'이 표현하는 데 있어, 텍스트 생산자는 여러가지 정황을 의의의 연속성을 기반으로 결속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시대의 시인연구)

 

 

 

<전남 함평군 함평천 수변공원 이수복 시비, 시제는 '봄비' >

 

광주시 양림동 사직공원에 있는 이수복 시인 시비.

 

1994년 2월에 광주직할시에서 건립하였으며

조각은 문옥자, 글씨는 정광주 작품.

 

 

 

  

 

 

시비 위에는

봄비를 맞고 싹터 오르는 새싹이 보이네요

 

이수복 시인은

전남 함평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셨으며

 

수피아여고, 광주일고, 전남고, 주암고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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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像)․상(想)의 시학

                                   -이수복론

 

                                                                      

           

 

1. 서론

 

 한 시인의 생애를 생각할 때, 이수복은 극히 보기 드문 시인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온갖 현실적 영광을 한 몸에 받았고 받고 있는 미당(未堂)은 논외라 하더라도, 생존시에 받지 못한 가치를 죽어서나마 새롭게 조명받게 되는 것이 시인의 운명이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등단이후 죽기까지 줄기차게 시를 써왔던 이수복에게 시인이 가지는 명예는 사치에 불과하다.1) 그렇다고 이수복이 현대시문학사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갖추어야할 외부적 배경이 초라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는 학연과 인맥과 문단매체 모두에 있어서 최고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1950년대 문단은 서울문리대 출신들의 제스처가 통하던 시대이다.2) 이일, 오상원, 홍사중, 김정옥, 박이문 등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김동리와 황순원을 벗어나 1920년대 「해외문학파」를 방불케한 외국문학 수입의 전초기지였다. 그들의 학연이 60년대 ‘현대시 동인’ 들과 이어져 한국문단의 한 주류를 형성하게 된다. 이수복은 1944년 경성제대 예과에 입학하여 1946년 서울대학교 예과를 졸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그가 서울대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서울문리대 출신들의 문학 풍토에 편승했더라면 오늘날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전통시인으로 각인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정주는 정부다3). 이 말은 그의 언어가 가지는 독창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문단에서 차지하는 그의 영향력을 여실히 증명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수복은 그러한 서정주 정부의 사람이다. 이수복과 서정주의 인연은 각별하다. 한국 전쟁 중 서정주는 광주에서 지낸다. 이 때 서정주가 사경을 헤매며 병마에 시달릴 때 그를 간병하고 돌봐준 사람이 김현승과 이수복이다.4) 이러한 사적 인연 이후 1954년 이수복은 정식으로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게 된다.5) 이러한 인맥은 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적 자질을 떠나 시인 이수복에게는 가장 큰 시적 자산일 수 있었다.

 한국 전쟁으로 문인들이 대거 월북하거나 납북된 이후 남한 문학계는 새로운 문학지 출신들이 문단의 중심세력으로 급속하게 성장한다. 《현대문학》은 이들의 산파역 중 하나이다.6)이처럼 권력화한 매체를 통해 이수복은 내내 작품을 발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복을 시인으로서 기억하거나 누군가 그의 작품을 연구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시가 각광받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그의 고립적 삶의 태도이다. 그는 평생 광주를 벗어나지 않은 지역성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서정주와 관계하여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현대문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편협성을 보였다. 지역적 고립은 50~60년대를 풍미했던 외래 편향적 지적 풍토와 현실 인식에서 그를 제외시켰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매체의 편협성은 그를 전통적 서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루한 시인으로 각인시켰을 것이다.

 비록 이수복이 한 권의 시집만을 남기고 있지만, 시집에 실린 34여편과 묶이지 않은 나머지 80여편은 간단히 이해될 시는 아니다. 그의 시는 50~60년대 어떤 시인보다 난해하며 감각적이다. 그는 고립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해외 원전을 통해 지적 영역을 끊임없이 넓힌 독서광이었다7). 뿐만 아니라 그는 전통적 서정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이제 이수복 시 연구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하면서, 본고는 그의 생애와 시의 고립성으로부터 화두를 꺼내고자 한다. 그것은 자신이 소유한 외적 배경을 십분 활용하지 않고 오히려 소박하게 자신의 시적 세계를 이끌 수 있었던 그 시적 원동력의 기원을 규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수복은 한국적 서정의 정통성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충실했던 시인의 전범이라 할 것이다.

 


1) 문학사에서 이수복을 언급한 것은 김준오가 유일한 것 같다. 그는『한국현대문학사』(현대문학, 1995년, 386면)에서 이수복을 1960년대에 전통적 세계와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파로서 활동을 계속한 부류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 외 이수복에 대한 언급은 전무한 형편이다.


2) 고  은,『1950년대』(민음사, 1973), 354~364면 참조.


3) 고  은,「서정주 시대의 보고」, 《문학과 지성》, 1973. 봄호. 181면 참조.


4) 서정주,『미당자서전2』(민음사,1994), 333~335면 참조.


5) 1954년 《문예》3월호에 〈동백꽃〉을, 1955년 《현대문학》3월호에 〈실솔〉을, 6월호에 〈봄비〉를 추천받는다.


6) 윤지영, “1950~60년대 시적 주체 연구”, 서강대학교, 2002, 118~134면 참조.


7) “그는 독서광이었다. 어느 일요일 날 내가 찾아갔을 때 그는 셰익스피어의 햄렛을 읽고 있었다. 책은 영국 현지에서 최근에 출판된 것을 손철 선생이 사온 것이었다. 손철 선생의 말에 의하면 이수복은 그 원전을 완독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범대순, 「목요칼럼-범대순의 세상보기」,《광주타임스》, 2001. 3. 8)

[출처] 이수복론|작성자 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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