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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광복以後 시: "문둥이" - 보리피리 시인 한하운 - 보리피리
2015년 12월 15일 21시 44분  조회:4455  추천:0  작성자: 죽림

 

보리 피리/한하운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 ― 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 ㄹ 닐니리

 

* 인환 (人寰)인간의 세계

* 기산하 (幾山河): 산하가 그 몇 해인가

 

 

<해설> ​1955년 한하운 시인의 제2시집 [보리피리]에 수록된 표제시이다.

 평생을 나병으로 고통받은 시인인 한하운의 시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이 극한적 상황에서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가, 인간의 구원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나병이라는 천형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의지는 적극적이고 전투적이기보다는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갖는데, 그것이 그의 시에서 뿜어내는 서정이며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겉으로 보기에는 낭만풍의 시인 듯하지만, 실은 천형인 나병으로 일생을 암담하게 살다간 시인의 인간 존재에 대한 절규가 담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천형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청운의 꿈과 연인을 버리고 방랑하면서 한맺힌 생을 살았으며, 그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시를 썼다.
  이 시는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불던 보리 피리에 대한 추억이 시인을 고향의 언덕으로 이끌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와 지나간 것에 대한 동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에 대한 그리움, 성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리움이다. 인간의 세계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 인간 세계에 대한 편입 욕망을 숱한 방랑의 세월에 묻어두고 눈물짓고 있는 것일까. 천형이라는 나병 환자로서의 비애, 성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 고향과 유년에 대한 그리움, 방랑의 한이 고향의 언덕을 눈물의 언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시 전편에 애잔하게 흐르는 보리 피리 소리는, 방랑 생활의 극도의 애절함과 좌절감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피리를 부는 행위는 천형의 병을 앓고 있는 서정적 자아가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또한 '피 ㄹ 닐니리'는 서정적 자아의 좌절감과 애절함을 피리 소리에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뛰어난 처리라 할 것이다. (현대시 목록, 인터넷)

 

 

시인 한하운과 서울신문기자 오소백(부분)

  1953년 10월15일 오후 ‘서울신문’ 편집국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청년이 나타났다. 오소백은 시청 출입기자를 통해 그가 유명한 문둥이 시인 한하운이란 것을 알고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사회부 차장 문제안에게 한하운에 관해 정확히 취재하도록 지시했다. 마침 얼마 전에 한 주간신문에서 한하운이 실존인물이 아닌 유령인물이라 하여, 화제를 모은 일이 있었던 터라 알리바이와 확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하운은 운동선수처럼 몸이 튼튼해 보였다. 시인은 기자의 물음에 답한 후 앉은자리에서 한 편의 시를 썼다. ‘보리피리’였다. 오소백을 비롯한 사회부 기자들은 한하운이 돌아간 뒤 시를 보고 매우 놀랐다. ‘보리피리’를 낭독하며 모두 좋은 시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한하운이 만진 펜에 레프라(leprae·나병)균이 붙었다고 소란을 피운 통에 오소백은 원고지로 펜을 똘똘 말아 휴지통에 내던졌다. 그리고 10월17일자 신문에 “하운(何雲) 서울에 오다, ‘레프라 왕자’ 환자수용을 지휘”라는 3단 제목으로 한하운에 관한 기사와 그가 쓴 시 ‘보리피리’를 실었다.

  ‘서울신문’은 문둥이 시인이라는 특이한 인물에 대해 떠돌던 소문을 해소하는 동시에 그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천형(天刑)으로 여겨지던 문둥병에 걸린 불우한 인간이 보리피리 불며 산과 들을 방랑하는 모습을 노래한 시를 특종으로 내보낸 것이다. (정진석/외국어대 교수, 신동아 '정진석의 언론,  현대사 산책')

 

 

 

 

 

 

 

 

 

 

 

 

 

 

 

 

 

 

 

 

 

 

 

 

 

                 <한하운(韓何雲): 1920 - 1975>

 

* 1920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출생. 본명은 한태영(韓泰永).
* 1936년 한센병으로 진단을 받았고,
* 1943년 중국 배이징(北京)대학 농학원을 졸업하고, 함경남도 도청 축산과와 용인에서 근무.
* 1945년 한센병이 재발하여 실직하였다.
* 1946년 함흥학생운동사건에 연루되어 함흥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났다.
* 1948년 월남하여 서울 명동에서 구걸하며, 전국을 돌며 유랑생활을 했다.
* 1949년 첫시집 [한하운시초(詩抄)]를 간행하였고,
* 1955년 두번째 시집 [보리피리]를 간행하였다.
* 1973년 그의 사회적 공로를 기리며,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에 시비(詩碑)가 세워졌다.
* 1975년 사망했다. 
* 저서로는 자서전[나의 슬픈 반생기](1958)와 자신의 시해설집 [황토길](1960)을 냈다.

 

 

<전남 고흥군 소록도 중앙공원 한하운 시비(반석), 시제는 '보리피리'>

 

 

<경기도 수원시 세류3동 수원천변 한하운 시비, 시제는 '보리피리'>

 



 
♣ 보리피리 

- 한하운 詩 
- 조념 曲 
- Bar.윤치호
-Ten.김진원 ♣ 

보리 피리 불며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그리워
삘닐리리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불며
꽃청산 어릴 때 그리워 그리워
삘닐니리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삘닐니리 닐니리 닐니리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보리피리 불며 
방랑에 기산아 
눈물의 언덕을 지나 
삘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닐 니 리 리 ~ ~ 


 ♬ ♪


 ♬ ♪



시인 한하운(1920~1975).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문둥이'였다. 
본명은 태영(泰永). 함경남도 함주에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1936년 17세의 나이에 한센병 진단을 받았다. 
중국 베이징대학 농학원을 졸업하고 귀국해 도청에 근무하며 
양양한 미래를 시작하던 25세에 다시 악화되어 직장도 그만 두고 숨어들었다. 

이때 이름도 하운(何雲, 어찌 내 인생이 떠도는 구름이 되었느냐)으로 바꾸었다. 
1946년 함흥학생사건에 연루되어 반동분자로 투옥되었다가 이듬해 월남했다. 
구걸을 하며 연명하다 명동거리에서 시를 파는 사람으로 유명해졌다. 



〈보리피리〉를 읽다보면 말 그대로 
'천형(天刑)'을 짊어지고 살았던 그의 삶과 세월이 떠오른다. 
보리피리를 불며 가는 '꽃 청산', '인환(인간의 세계)의 거리', 
'방랑의 기산하(많은 산과 들)'는, 그의 고향 함경도 함주에서부터 
남쪽 끝 섬 소록도까지 이르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사월의 고향 들판에서 불었던 보리피리를 불며 
그는 내내 그 멀고 먼 거리를 떠도는 구름처럼 흘러온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낭만풍의 노래인듯 하지만, 
실은 천형인 나병으로 일생을 암담하게 살다간 
시인의 인간 존재에 대한 절규가 담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천형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청운의 꿈과 연인을 버리고 
방랑하면서 한맺힌 생을 살았으며, 
그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시를 썼다.

이 시는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불던 보리 피리에 대한 추억이 시인을 고향의 언덕으로 이끌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과거와 지나간 것에 대한 동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에 대한 그리움, 성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그리움이다. 
인간의 세계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그 인간 세계에 대한 편입 욕망을 
숱한 방랑의 세월에 묻어두고 눈물짓고 있는 것일까. 
천형이라는 나병 환자로서의 비애, 성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 
고향과 유년에 대한 그리움, 방랑의 한이 
고향의 언덕을 눈물의 언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곡자 : 조 념 (趙念, 1922 - 2008)
보리피리를 작곡한 것은 1953년 시가 쓰인 무렵이다.
그는 시에 굽이굽이 숨은 한에서 전쟁을 겪고 난 한을 발견했다고 한다.
"시에 마땅한 멜로디가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던 차,
꿈속에서 아름다우면서 스타일이 신선하고 특이한 선율을 들었습니다, 
어찌나 감격스러운 곡이었는지... '아, 이 노래다!' 하고 
탄성을 부르며 따라 불렀지요. 
꿈에서 깬 후에도 기억에 생생한 선율을 오선지에 적었습니다" 

보리피리는 며칠 후 중앙방송국(KBS) 라디오의 전파를 탔고, 
1971년 그의 작곡집 "황토길" 을 발간할 때 이곡 (보리피리)을 수록했다. 

1922년 함북 혜산진 출생. 
1944년 일본 동양음악학교 졸업. 
샤피로에게 작곡을, 도락텐베르크에게 바이올린을 사사.
중앙고 교사, 수도사대, 경기여대, 관동대 강사.

보리피리, 흰눈이 내린다, 물안개, 너의 가을 등 가곡 80여 곡, 
연가곡"황토길", 바이올린 소나타, 교향곡 피아노곡 다수.
작품집 : 가곡집 "황토길", 바이올린 소나타 "소리 봄" "세레나데" 
번역서 "베토벤" 등...

1945년 12월 창단공연을 가진 고려교향악단에서 제1바이올린을 맡기도 했던 
조념은 해방 이후 좌우 대립과 한국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민족의 현실을 한국적 어법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남한에서 리얼리즘 음악 창작 작업의 맥을 이은 소중한 음악인"이다.
가곡집 '황톳길' '조념예술가곡집' '베에토벤 번역본(신들러 원저)', 
제3교향곡 '통일'과 제4교향곡 '산하' 악보집을 펴냈고, 

2001년 블라디보스톡 국립교향악단
(안드레이 디슈이닌 지휘) 연주로 러시아에서 제4교향곡 '산하'를 초연했다. 
중앙대와 경기대, 세종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쳤던 그는 
한국작곡가회 자문위원, 음악예술연구회 회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중앙위원, 
민족음악인협회 고문 등으로 활동 하였다. 





     

한하운 시모음..  ~~~~~~~~~~~~~~~~~~~~  나  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정말로 아니올시다.  사람이 아니올시다.  짐승이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 잘못 돋아난  버섯이올시다. 버섯이올시다.  다만  버섯처럼 어쩔 수 없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목숨이올시다.  억겁을 두구 나눠도 나눠도  그래도 많이 남을  벌이올시다. 벌이올시다  ~~~~~~~~~~~~~~~~~~~~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아버지가 문둥이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호적도 없이  되씹고 되씹어도 알 수는 없어  성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될 수는 없어  어처구니없는 사람이올시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나는 정말로 문둥이가 아닌  성한 사람이올시다  ~~~~~~~~~~~~~~~~~~~~  답화귀(踏花歸)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네  함박눈인 양 날리네 깔리네  꽃 속에  꽃길로  꽃을 밟고 나는 돌아가네.  꽃이 달빛에 졸고  봄달이 꽃 속에 졸고  꿈결 같은데  별은 꽃과 더불어  아슬한 은하수 만리(萬里) 꽃 사이로 흐르네.  꽃잎이 날려서  문둥이에 부닥치네  시악시처럼 서럽지도 않게  가슴에 안기네.  꽃이 지네  꽃이 지네  뉘 사랑의 이별인가  이 밤에 남몰래 떠나가는가.  꽃 지는 밤  꽃을 밟고  옛날을 다시 걸어  꽃길로  꽃을 밟고  나는 돌아가네.  ~~~~~~~~~~~~~~~~~~~~  도라지꽃  도라지꽃  도라지꽃  첩첩  산 두메.  산력(山曆)은  목석(木石)  바람에  도리 머리  도라지꽃  도라지꽃.  도라지꽃  도라지꽃  산 두메  산세월(山歲月).  산새야  우지마  바람에  산곡조(山曲調)  도라지꽃  도라지꽃.  ~~~~~~~~~~~~~~~~~~~~  라일락꽃  라일락꽃  밤하늘의 은별 금별  은하수 흐르는 별  날이 새면  땅 위의  성좌(星座) 흐르는 별  별들이 꽃핀  라일락꽃  별  라일락꽃  소녀의 눈  눈물 겹도록 귀여운 눈  눈동자  반짝이는  사랑  사랑이 너무 진한  라일락꽃  ~~~~~~~~~~~~~~~~~~~~  무지개  무지개가 섰다.  무지개가 섰다.  물 젖은 하늘에  거센 햇살의 프리즘 광선 굴절로  천연은 태고의 영광 그대로  영롱한 칠채(七彩)의 극광으로  하늘과 하늘에 궁륭(穹륭)한 다리가 놓여졌다.  무지개는 이윽고 사라졌다  아쉽게  인간의 영혼의 그리움이  행복을 손모아 하늘에 비는 아쉬움처럼  사라진다 서서히......  만사는  무지개가 섰다 사라지듯이  아름다운 공허였었다.  ~~~~~~~~~~~~~~~~~~~~  벌(罰)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罰이올시다.  아무 法文의 어느 조항에도 없는  내 죄를 변호할 길이 없다.  옛날부터  사람이 지은 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을 받게 했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없는 이 하늘 밖에 내세워놓고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없는 罰이올시다.  ~~~~~~~~~~~~~~~~~~~~  보리피리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니리.  ~~~~~~~~~~~~~~~~~~~~  봄  제일 먼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좁은 지역에도 한 포기의 꽃을 피웠더냐.  하늘이 부끄러워  민들레꽃 이른봄이 부끄러워.  새로는 돋을 수 없는 빨간 모가지  땅속에서 움돋듯 치미는 모가지가 부끄러워.  버들가지 철철 늘어진 초록빛 계절 앞에서  겨웁도록 울다 가는 청춘이요 눈물이요.  그래도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은  한 번밖에 없는 자살을 아끼는 것이요.  ~~~~~~~~~~~~~~~~~~~~  삶  지나가버린 것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  여기 있는 것 남은 것은  욕(辱)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옛날에 서서  우러러보던 하늘은  아직도 푸르기만 하다마는.  아 꽃과 같던 삶과  꽃일 수 없는 삶과의  갈등(葛藤) 사잇길에 쩔룩거리며 섰다.  잠깐이라도 이 낯선 집  추녀밑에 서서 우는 것은  욕이다 벌이다 문둥이다.  ~~~~~~~~~~~~~~~~~~~~  여인(女人)  눈여겨 낮익은 듯한 여인하나  어깨 넓직한 사나이와 함께 나란히  아가를 거느리고 내앞을 무심히 지나간다  아무리 보아도  나이가 스무살 남짓한 저 여인은  뒷모습 걸음걸이 하며  몸맵시 틀림없는 저.....누구라 할까...  어쩌면 엷은입술 혀끝에 맴도는 이름이요!  어쩌면 아슬아슬 눈 감길 듯 떠오르는 추억이요!  옛날엔 아무렇게나 행복해 버렸나보지  아니 아니 정말로 이제금  행복해 버렸나보지!  ~~~~~~~~~~~~~~~~~~~~  자화상  한 번도 웃어 본일이 없다  한 번도 울어 본일이 없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  그러한 슬픔에 굳어 버린 나의 얼굴  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  가볍게 스쳐가는 시장끼냐  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  짓궂게 왔다가는 포만증이냐  한 때 나의 푸른 이마 밑  검은 눈썹 언저리에 배워 본 덧없음을 이어  오늘 꼭 가야 할 아무데도 없는 낯선 이 길 머리에  찔름 찔름 다섯 자보다 좀 더 큰 키로 는 섰다  어쩌면 나의 키가 끄는 나의 그림자는  이렇게도 우득히 온 땅을 덮는것이냐  지나는 거리마다 쇼우 윈도우 유리창마다  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없는 나의 얼굴  ~~~~~~~~~~~~~~~~~~~~  전라도 길  -- 소록도(小鹿島)로 가는 길 --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西山)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지까디비(地下足袋) : 일할 때 신는 발가락 부분이 찢긴 일본식 운동화  ~~~~~~~~~~~~~~~~~~~~  파랑새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  고향  원한이 하늘을 찢고 우는 노고지리도  험살이 돋친 쑥대밭이 제 고향인데  인목(人木)도 등 넘으면  알아보는 제 고향 인정이래도  나는 산 넘어 산 넘어 봐도  고향도 인정도 아니더라  이제부터 준령(峻嶺)을 넘어넘어  고향 없는 마을을 볼지  마을 없는 인정을 볼지  ~~~~~~~~~~~~~~~~~~~~  귀향(歸鄕)  고향으로 가는 길은  자꾸만 뜨거워지는 것은  달랠 길 없어  한때의 잘못된 죄는  꽃도 없는 캄캄한 감옥 속에  벌을 몸으로 치르고  이제 법조문보다  자유로운 고향길을 가는데  산천을 소리쳐 불러보고 싶구나  고향을 소리쳐 불러보고 싶구나  산에서 들에서  뻐꾸기가  누구를 부르는가  누구를 찾는가  내 마음같이 흔건히 울고 있는데  산천은 전과 같이 나를 반기네  고향도 전과 같이 나를 반기네  정말 법조문이 무엇인가  자유가 무엇인가  인생도 알듯하는데  산천초목을 엽록소 싱싱하게 푸르러  하늘과 바닷빛  아스라한 하늘 끝간 데  영원에서  영원으로  생명이 넘쳐 흐르고......  ~~~~~~~~~~~~~~~~~~~~  개구리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  고구려 무용총 벽화  얼마나 아름다운 무덤인가  옛 그대로의 꿈을 지닌 채  아직도 숨쉬는 명맥(命脈)  어화  어화야  아득히 천지개벽  보라구름 헤치고  풍악도 닐리리 쿠 웅 덕  아기는  무지개 고흔 예상(霓裳) 소매를  나비처럼 하느리 하느리 춤추며  날아 날듯 돌아서  에야라난다  에야라난다  풍악을 울려라  무고(霧鼓)는 두 두 둥  아기는  뭉게뭉게 여름구름 가슴에 피어  아기는  참을 길 없어  허리춤에 부서질듯 부서질듯 하늘하늘  지화자 지화자  에헤라 에헤라 내 사랑아  에라 만수  에라 만수  오래오래 국태민안을 빌며  옥피리를 닐리리  춤추는 아기는  청의(靑衣) 허리를 사르르 돌려  태평건곤(太平乾坤) 고구려의 영화를 부르는데  풍악은 더욱 요란해  지화자 만만세  지화자 만만세  ~~~~~~~~~~~~~~~~~~~~  고오·스톱  빨간 불이 켜진다  파란 불이 켜진다.  자동차 전차 할 것 없이  사람들은 모두들 신호를 기다려 섰다.  나도 의젓한 누구와도 같이  사람들과 사람들 틈에 끼어서  이 네 거리를 건너가 보는 것이다.  아 그러나  성한 사람들은 저이들끼리  앞을 다투어 먼저 가버린다.  또다시 빨간 불이 켜진다  또다시 파란 불이 켜진다.  또다시 자동차 전차 할 것 없이  사람들은 모두들 신호를 기다려 섰다.  또다시 나도 의젓한 누구와도 같이  사람들과 사람들 큼에 끼어서  이 네거리를 건너가 보는 것이다.  아 그러나  또다시 성한 사람들은 저이들끼리  앞을 다투어 먼저 가 버린다.  또다시 나에게 어디로 가라는 길이냐  또다시 나에게 어디로 가라는 신호냐.  ~~~~~~~~~~~~~~~~~~~~  관세음보살상(觀世音菩薩像)  푸른 관세음보살상(觀世音菩薩像)  적조(寂照) 속 자비의 열반(涅槃)  서라벌 천년을 미소하시는  인욕 유화(忍辱柔和)의 상호(相好)  말숙한 어깨  연꽃 봉오리의 젓가슴  몸은 보드라운 균제(均齊)의 선에 신운(神韻)이 스며서  유백색 가사는  몸을 휘어 감아 가냘프게  곡선이 눈부신 살결을 보일락  자락마다 정토(淨土)의 평화가 일어 영락(瓔珞)이 사르르  제 세상의 음률 가릉빈가(音律迦陵頻伽) 소리  청초한 눈동자는 천공(天空)의 저쪽까지  사생  사생의 슬픔을 눈짓하시고  대초월(大超越)의 자비로,  신래(神來)의 비원으로,  요계 혼탁(요季混濁)한 탁세에 허덕이는 중생을 제도(濟道)하시고  정토 왕생(淨土往生)시키려는 후광(後光)으로 휘황(輝煌)하시다  돌이  무심한 돌부처가  그처럼  피가 돌아 생명을 훈길 수야 있을까  갈수록 다정만 하여  아 문둥이 우는 밤  번뇌를 잃고  돌부처 관세음보살상 대초월의 열반에  그리운 정 나도 몰라  생생 세세(生生世世)  귀의하고 살고 싶어라  ~~~~~~~~~~~~~~~~~~~~  국토편력(國土遍歷)  이 강산 가을 길에  물 마시고 가 보시라  수정에 서린 이슬 마시는 산듯한 상쾌이라.  이 강산  도라지꽃 빛 가을 하늘 아래  전원은 풍양과 결실로 익고  빨래는 기어이 백설처럼 바래지고  고추는 태양을 날마다 닮아간다.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빛도 고운 색채 과잉의 축연  그 사이로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은  하늘과 구름과 가즈런히 멀기도 한데  마을 느티나무 아래  옛날이나 오늘이나 흙과 막걸리에  팔자를 묻은 사람들이  세월의 다사로움을  물방아 돌아가듯이  운명을 세월에 띄워 보낸다.  전설이 시름없이 전해지는  저 느티나무 아래서  나는 살아 왓었다.  저 느티나무 아래서 나를 기르신  선조들이 돌아가셨다.  저 느티나무 아래서 저 사람들과  적자생존의 이치를 배웠다.  이제 나보고 병들었다고  저 느티나무 아래서 성한 사람들이  나를 쫓아내었다.  그날부터 느티나무는 내 마음속에서  앙상히 울고 있었다.  다 아랑곳 없이 다 잊은 듯이  그 적자생존의 인간의 하나 하나가  애환이 기쁨에 새로와지며  산천초목은 흐흐 느끼는 절통(切痛)으로  찬란하고 또 찬란하다.  아 가을 길 하늘 끝간 데  가고 싶어라 살고 싶어라.  황톳길 눈물을 뿌리치며  천리 만리 걸식 길이라도  국토 편력 길은 슬기로운 천도(天道)길이라.  ~~~~~~~~~~~~~~~~~~~~  나혼유한(癩婚有恨)  흙이 있다. 하늘의 구름과 푸른 지평은  넓기만 한데  문둥이가 살 지적도는 없어  버림받은 사내와 버림받은 계집이  헌 신짝에 짝을 맞추는 것이  어쩌면 울고 싶은 울고 싶은  하늘이 마련한 뼈아픈 경사냐  신부는  오늘만이라도 성냥개비로 눈썹을 그리고  인조 면사포에 웨딩 마아치는 들리지 않으나  5색 색지가, 색지가 눈같이 퍼붓는데  곱게 곱게 다가서라  진정 그와 그만의 짐승들만이  통할 수 있는 인정이 사무쳐  양호박 울둑불둑 얼굴이 이쁘장해  연지바른 신부, 너 모나리자여  서식(棲息)의 허가(許可) 없는 지대(地帶)에서  생명(生命)의 본연(本然)이 터지는 사랑을 허락하니  하늘이 웃어도 할 수는 없어  애당초 족보가 슬퍼함을 두렵지도 않고  오늘은 이 세상에 왔다가  내일은 저 새상에 간다고 하니  오, 문둥이의 결혼이여  분홍빛 치마폭으로 신랑방 문을 가려라  어서 어서 태양 앞에 새롭게 다가서라  ~~~~~~~~~~~~~~~~~~~~  냉수(冷水) 마시고 가련다  산천아 구름아 하늘아  알고도 모르는 척할 것이로되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를 말라.  구름아 또 흐르누나  나는 가고 너는 오고  하늘과 땅 사이에서  너와 나의 헛갈리누나.  아 아 하늘이라면  많은 별과 태양과 구름을 가졌더냐  이렇듯 맑은 세월도  푸른 地平도 건강한 生도 평등할 幸도  나와는 머얼지도 가깝지도 못할  못내 허공에도 끼어질 틈이 없다.  삼라만상은 상호부조의 깍지를 끼고  을스꿍  저 좋은 곳으로만 돌아가는가  산천아 내 너를 알기에  냉수 마시고 가련다.  기어코 허락할 수 없는 생명을 지닌  내 목으로 너를 들이키기엔  너무나도 시원한 이해이어라.  ~~~~~~~~~~~~~~~~~~~~  데모  --함흥 학생사건에 바치는 노래(1946. 3. 13)--  뛰어들고 싶어라  뛰어들고 싶어라.  풍덩실 저 강물 속으로  물구비 파도 소리와 함께  만세 소리와 함께 흐르고 싶어라.  모두들 성한 사람들 저이끼리만  아우성 소리 바다 소리.  아 바다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싶어라  죽고 싶어라 죽고 싶어라  문둥이는 서서 울고 데모는 가고.  아 문둥이는 죽고 싶어라.  ~~~~~~~~~~~~~~~~~~~~  도처춘풍(到處春風)  봄길 유걸(流乞)길은  도처 춘풍(到處春風)  진달래꽃  아지랑이 녚 십리  마을은 피리 소리  제비는 지구 남남(남남).  거지는 도처 춘풍  봄이 한 세월  진칫집 새악시는  뉘 새악시  혼가(婚家)술 마시면  쉬이 문뒹이 장가 가네.  ~~~~~~~~~~~~~~~~~~~~  리라꽃 던지고  P양,  몇 차례나 뜨거운 편지 받았습니다.  어쩔 줄 모르는 충격에  외로워지기만 합니다.  孃이 보내주신 사진은, 얼굴은  오월의 아침 아카시아꽃 청초로  침울한 내 병실에 구원의 마스콧으로 반겨줍니다.  눈물처럼 아름다운 양의 淸淨無垢한 사랑이  회색에 포기한 나의 사랑의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의학을 전공하는 양에게  이 너무나도 또렷한 문둥이 병리학은  모두가 부조리한 것 같고  이 세상에서는 안될 일이라 하겠습니다.  P양  울음이 터집니다.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이 사랑을 아끼는  울음을 곱게 그칩시다.  그리고 차라리 아름답게 잊도록  덧없는 노래를 엮으며  마음이 가도록 그 노래를  눈물 삼키며 부릅시다.  G선의 엘레지가 비탄하는  덧없는 노래를 다시 엮으며  이별이 괴로운 대로  리라꽃 던지고 노래부릅시다.  ~~~~~~~~~~~~~~~~~~~~  * 막다른 길 *  저 길도 아닌  이 길이다 하고 가는 길.  골목 골목  낯선 문패와  서투른 번지수를 우정 기웃거리며.  이 골목  저 골목  뒷골목으로 가는 길.  저 길이 이 길이 아닌  저 길이 되니  개가 사람을 업수여기고 덤벼든다.  ~~~~~~~~~~~~~~~~~~~~  막다른 길  쓰레기통과  쓰레기통과 나란히 앉아서  밤을 새운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죽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아직도 살아 있는 목숨이 꿈틀 만져진다.  배꼽 아래 손을 넣으면  37도의 체온이  한 마리의 썩어가는 생선처럼 뭉클 쥐어진다.  이 하나밖에 없는  나에게 나의 목숨은  아직도 하늘에 별처럼 또렷한 것이냐.  ~~~~~~~~~~~~~~~~~~~~  명동(明洞)거리 1  진가(眞價)를 잃어버린 상품들이 진열장 속에 귀양산다.  사람들은 모두들 덤과 에누리로 화류병을 사고 판다.  본적도 주소도 없는 사생아들의 고향…  간음과 유혹과 횡령과 싸움으로 밑천을 하는 상가  신사 숙녀들의 영양을 충당시키기 위해서는  날마다 갈아붙는 메뉴 위에 비타민 광고가 식욕을 현혹한다.  캄플 주사 대신에 교수형을 요리하는 집집의 쓰레기통 속에는  닭의 모가지 생선 대가리들의 방사하는 인광 인광.  ~~~~~~~~~~~~~~~~~~~~  명동(明洞)거리 2  명동 길 외국 어느 낯선 거리를  걸어가는 착각에 허둥거린다.  알아볼 사람 없고 누구 하나 말해 볼 사람 없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 거리 에트랑제는  시간과 과잉이 질질 흐르는 사람 틈에 끼어  물결처럼 물결처럼 떠 간다.  누드가 되고 싶은 계집들이 꼬리를 탈탈 터는데  노출 과다에 눈이 맴도는 눈 허리에 기름이 돈다.  누구 하나 같이 갈 사람 없어  극장 광고판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나는 담배 꽁초를 다시 피워 문다.  청춘이 시장끼 들고  돈과 계집이 그리워지는 거리에  나 혼자 에뜨랑제는  누드가 되고 싶은 게집과 계집을  따라가는 사내들 틈에 끼어 어둠을 걸어간다.  ~~~~~~~~~~~~~~~~~~~~  명동(明洞)거리 3  수캐 같은 계집들이  꼬리를 치고 간다.  돼지 같은 사내들이  계집을 귀속재산(歸屬財産)처럼  네것 내것같이 공것같이  영호 부인(零號婦人)으로 스페어로 달고 간다.  유행이라면  벌거벗는 것도 사양치 않는 계집들이  밀가루 자루 같은 것  마다리 자루 같은 것  허리끈도 없이 뒤집어 입고  말하자면  잠옷으로 걸어가는  이 거리 명동 거리는  벽 없는 공동 침실의 입구.  말초 신경에다 불을 켜 놓고  원숭이 광대줄 타는 허기찬 요술이  하나 밖에 없는  국산 민주주의를 낳고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개나팔을 불기만 한다.  언제나 명절 같은 이 거리  언제나 명절 같은 이 거리에  수캐 같은 계집과  돼지 같은 사내가  어디라 할 것 없이  거리라 할 것 없이  꽉 꽉 차 있다.  놀고 먹는 거리는  대폿집 당구장 다방  극장 댄스홀 바아  화식(華食) 양식(洋食) 왜식(倭食)  한식(韓食) 집집 또 또......  세상이 삶이  혼나간 미친년 웃음 같애서  베이비 당구장  슬로트 머신에 진종일 달라붙은 사람들이  털컥 털커덕  털컥 털커덕  시끄럽기만 하다.  나이롱 양말같이 질긴 계집이  나이롱 양말같이 질기지 못한 계집이  포동거리는 사육(謝肉)은  실속이 없는 숟가락 같은  의이(擬餌)의 낚시밥이 되어  하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한 떨기 꽃도 피어날 수 없고  한 마리 새도 울 수 없는  이 거리 명동 거리에  수캐 같은 계집과  돼지 같은 사내가  사람이 망가진 인조 인간들이  네온 불 원색을 밟는 부나비가  벌레 먹은 서울 어두운 골짜기를 헤맨다.  ~~~~~~~~~~~~~~~~~~~~  목숨  쓰레기통과  쓰레기통과 나란히 앉아서  밤을 새운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죽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아직도 살아 있는 목숨이 꿈틀 만져진다.  배꼽 아래 손을 넣으면  37도의 체온이  한 마리의 썩어가는 생선처럼 뭉클 쥐어진다.  이 하나밖에 없는  나에게 나의 목숨은  아직도 하늘에 별처럼 또렷한 것이냐.  ~~~~~~~~~~~~~~~~~~~~  백목란(白木蘭)꽃  눈 오는  하늘에서 선녀 오시는  흰 목란(木蘭)꽃  옛 공주님의  연모(戀慕)가  산하를 헤매며...... .  눈물보다 간절한  사춘(思春)의 노출.  여체의 내밀(內密)한 개현(開顯).  유색(乳色)의 부활, 봄이여.  눈 오는  하늘에서 선녀 오시는  백목란꽃  ~~~~~~~~~~~~~~~~~~~~  백조  새하얗게  하늘을 덮고  새하얗게  땅을 덮어  하늘에서 눈 오듯  백조가  흰 눈처럼  낙동강  겨울물에 내려......  하늘에 나래치는 백조는  흰 편지  흰 편지는  소식같이  남북을 오가는  통일의 천사  북에서 오는  소원의 천사  ~~~~~~~~~~~~~~~~~~~~  버러지  새살이 하려 찾아온  또 새손댁 금실기가  바램에 부풀은 눈시울에  똑똑히 삶을 그린 눈썹이 시물구나  손가락 떨어지면  손목은 뭉뚝한 몽두리 됐다  분에 못견딘 삶이래서  내 몽두리도 마구마구 휘어때린  매 맞는 땅바닥은 태연도 한데  어이 억울한 하늘이 울음을 대신하나  한 가지 약을 물어 천 가지를 바래며  전설로 걸어가면 신기(神奇)를 만나련가  이 실천이 꿈이련가  꿈이 실천이련가  큰 목적을 위하여  이 몹쓸 고집을 복종시키자  인내만이 불행을 달래어 두고  의심만이 나와 소근거리자  버러지 버러지 약 버러지  놀래 자지러진  네 너로 네딴으로 죄없단 빛이  누두둑 푸른 피 흘려 흘려  헒 짙은 목덜미에  왕소름을 끼친다  내가 버러지를 먹는지  버러지가 나를 먹는지  ~~~~~~~~~~~~~~~~~~~~  부엉이  미움과 욕으로 일삼는 대낮에는  정녕 조상을 끄려서 차라리 눈을 감는 것이  약보다는 좋은 효험(效驗)이라 생각하였다.  부엉이는 또한  싸움으로 일삼는 낮에사  푸른 나무 그늘 바위 틈에서  착하디 착하게 명상하는 기쁨이  복이 되곤 하였다.  모든 영혼이 쉬는 밤  또 하나의 생명과 영혼이 태어나는 밤  이 밤이 좋아서 신화는  부엉이를 눈을 뜨게끔 하였다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이며 이슬을 보낸다  나무가 숨쉬며 바람을 보낸다  꽃이 피려고 향을 훈긴다.  ~~~~~~~~~~~~~~~~~~~~  비 오는 길  주막도 비를 맞네  가는 나그네  빗길을 갈까  쉬어서 갈까  무슨 길 바삐 바삐  가는 나그네  쉬어갈 줄 모르랴  한잔 술을 모르랴  ~~~~~~~~~~~~~~~~~~~~  비창(悲愴)  차이코프스키의 <비창(悲愴)>이  이 격리된 나요양소(癩療養所)에  국경도 없이 차별도 없이  또 세균학도 없이  뇌파에 흐흐 느끼어 온다.  지금 나는 옛날 성하던 게절에 서 있고  지금의 나는 여기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수없이  떠내려온 하류에서  불시 나는 나의 현실을 차 버린다.  두 조각 세 조각 산산이 깨어진다.  지금  모든 것이 깨어진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만이  영원으로 가는 것이다.  ~~~~~~~~~~~~~~~~~~~~~  사향(思鄕)  내 고향 함흥은  수수밭 익는 마을  누나가 시집갈 때  가마 타고 그 길로 갔다  내 고향 함흥은  능금이 빨간 마을  누나가 수줍어할 때  수수밭은 익어갔다  ~~~~~~~~~~~~~~~~~~~~  山가시내  산두메  하 좁아  앞뒤 산을  빨랫줄 치네  울 아범  뭐 보고  이 산골에  사나  나이찬 가시내는  뻐꾹새 울면  머리채 칠렁이어  숨만 가쁘네  ~~~~~~~~~~~~~~~~~~~~  삼방(三防)에서  사람도 올 수 없이 막았다  구름도 올 수 없이 막았다  바람도 올 수 없이 막았다  그래서 삼방이라 하였는가  하늘을 찌르는 칠전팔도(七顚八倒)의 험산이  모조리 올 것을 막아버린 천험비경(天險秘境)에  구비구비 곡수(曲水)는 바위에 부딪혀 지옥이 운다.  죽음을 찾아가는 마지막 나의 울음은  고산(高山) 삼방 유명을 통곡한다.  죽음을 막는가  바람도 없어라  부엉이는 슬피 우는가  하늘이 쪼각난 천막에  십오야 달무리는  내 등뒤에 원을 그린다.  ~~~~~~~~~~~~~~~~~~~~  상달  가을 들판에  이삭들이 익으면  황금의 왕국  흙의 영가는  조국 산신(産神)에  상달 풍년 고사인데  굶주림을 허리끈으로  양식삼아 졸라매던  보리고개 보리고개  눈물이 도네  이제 풍양한  황금의 왕국은  연가(戀歌)가 에헤라 데헤라  ~~~~~~~~~~~~~~~~~~~~  생명의 노래  지나간 것도 아름답다  이제 문둥이 삶도 아름답다  또 오히려 문드러짐도 아름답다  모두가  꽃같이 아름답고  …… 꽃같이 서러워라  한세상  한세월  살고 살면서  난 보람  아라리  꿈이라 하오리  ~~~~~~~~~~~~~~~~~~~~  서울의 봄  햇빛 난난(暖暖)  꽃이 난난(暖暖)  나비 낭낭(浪浪)  봄이 서울인가  창경원인가.  아가씨 낭낭(浪浪)  세월이 난난(暖暖)  세상이 난난(暖暖)  봄이  꽃인가  사람인가.  ~~~~~~~~~~~~~~~~~~~~  손가락 한 마디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 터를 가려서  깊이 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  쉬이 문뒹이  쉬이 밭에  쉬이 깜부기  쉬이 밭에  쉬이 깜부기 따먹고  쉬이 병이  쉬이 병이 든  쉬이 문뒹이  쉬이 문뒹이  ~~~~~~~~~~~~~~~~~~~~  신설(新雪)  눈이 오는가.  나요양소(癩療養所)  인간 공동묘지에  함박눈이 푹 푹 나린다.  추억같이......  추억같이......  고요히 눈 오는 밤은  추억을 견뎌야 하는 밤이다.  흰 눈이 차가운 흰 눈이  따스한 인정으로 내 몸에 퍼붓는다.  이 백설 천지에  이렇게 머뭇거리며  눈을 맞고만 싶은 밤이다.  눈이 오는가.  유형지(流刑地)  나요양소  인간 공동묘지에.  하늘 아득한 하늘에서  흰 편지가 소식처럼  이다지도 마구 오는가.  흰 편지따라 소식따라  길 떠나고픈 눈오는 밤이다.  ~~~~~~~~~~~~~~~~~~~~  양녀(洋女)  먼 열두 바다를 건너 오너라구  저리 황새처럼 멋없이 긴 다리를  벗었나 보다.  바다마다의 밀물에 깎이운 허리를  만곡선(彎曲線) 가느랗게 졸라맨 계집들.  해풍에 퇴색한 머리칼 날리며  걸음걸이 사내들처럼 히히대며 간다.  하늘 높이 비행기가 날을 때면  하늘을 우러러 돌아가고 싶은 저들의 고국도 있어  하늘 빛 향수에 눈이 푸른 계집들.  ~~~~~~~~~~~~~~~~~~~~  양자강(揚子江)  지구의 한 토막이 무너져  둥 둥 떠 간다  웅대(雄大) !  말문이 막힌다  지축을 쪼개어  기만년 흘러가는 양자강  슬픔처럼  외로움처럼  큰 땅이 떠 간다......  ~~~~~~~~~~~~~~~~~~~~  어머니  어머니  나를 낳으실 때  배가 아파서 울으셨다.  어머니  나를 낳으신 뒤  아들 뒀다고 기뻐하셨다.  어머니  병들어 죽으실 때  날 두고 가신 길을 슬퍼하셨다.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신  말이 없는 어머니.  ~~~~~~~~~~~~~~~~~~~~  업계(業界)  소년아  네 무엇을 찾으려고  또 하나 그 위태한 눈을 떴니.  하늘 한가 둥둥 구름 떠가는  높고 푸른 지엄을 우러러  어리디 어린 보람을 조약돌로 팔매쳐 보는 것.  아서라  네 아무리 하늘 끝간 델 보았다 하자......  눈물로 걸음걸음 이르런 곳  그래 여기가 바로 어느 동서남북이란 말이냐.  아득히 하늘 아득히 바라보던  ··  너의 망원경 렌즈에 아련한 부끄러움을  어찌 할테냐.  ~~~~~~~~~~~~~~~~~~~~  여가(애염가) 驪歌(愛染歌)  님 오시면 피어라 진달래꽃  한식에 소복(素服)이 통곡할 때에  부평(富平) 성계원에 진달래 피면  이 세상 울고 온 문둥이는 목쉬어  진달래 피빛 몽오리는  그리움에 엉긴 앵혈  봄마다 피는  옛날의 진달래꽃은  무너질 수 없는  님이 쳐다보는 얼굴  앞날이 없는 문둥이는  돌아서 돌아서면서 무너지는 가슴에  다시는 뵈올 수 없는 것은  다신 뵈올 수 없는 것은  님 오시면 피어라 진달래꽃  ~~~~~~~~~~~~~~~~~~~~  여수(旅愁)  이 세상 다할 때까지  죽자고 살아보자던사람.  만나보자고 찾던 사람.  한번은  만나봤어야 할 사람이였지만  어쩐지  망설였던 사람.  세상과 문둥이는 너무나 담이 높아  얼마나 얼마나 많이 울어서 무너뜨려야 할 담이 높아  서로 길이 헛갈리누나  이제 그 사람을 찾아 온  천리땅 대구(大邱)길은  경(慶)  그 사람은 가고  허전한 여수(旅愁)는  그런대로 사랑했던 까닭인가.  ~~~~~~~~~~~~~~~~~~~~  戀主님  얼마나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못견디게 그리웁기에  한 시도 잊을길 없어  구름 위 상상봉에 올라  하늘 아득히  님 오시는 길이라도 보고 싶어  꽃피는 날인가  기러기 오는 날인가  비오는 밤  눈오는 밤을 가리지 않고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게도 청승스러운 것인지  눈물인들 울음인들 어찌하랴  한평생 기다리는  하늘보다 높은 높은 사랑이여  연주(戀主)님이여  ~~~~~~~~~~~~~~~~~~~~  열리지 않는 門  감기에는  ····  아스피린 하얀 정제를  두어개만 먹으면 낫는다.  빈혈증에는 포도당 주사요  매독에는 606호를 맞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또  신농씨(神農氏)의 유업을 받아서  가지가지 초근목피로  용하게 병을 고치는 수도 있다고 한다.  의학박사도 많고  약학박사도 많고  내과 외과 소아과  치과 신경과 피부과  병원도 많기도 한데.  그러나 병원 문은 집집이 닫혀 있다  약국이란 약국은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제 막 인력거 위에 누워서 가는  환자가 있다.  아니  하얀 가운을 입고  하얀 마스크를 건  의사 선생님과 간호부가  바쁘게 내 앞을 지나간다.  ~~~~~~~~~~~~~~~~~~~~  윤회(輪廻)  가랑잎이 우수수 굴러간다  지난해 가랑잎이 굴러간 바로 그 위에  올해의 가랑잎이 굴러간다  이제 사람이 죽었다  지난해 죽은 사람의 시간 바로 그 시간에  지금 사람이 또 죽었다  모두가  지금 있는 것 그것은  과거에도 있었고  또 미래에도 있을 지금의 바로 그것이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에 미래에 똑같은 그것이  영원으로 이어주는 것이다  윤회(輪廻)  우수수 가랑잎이 굴러간다  ~~~~~~~~~~~~~~~~~~~~  은진 미륵불(恩律 彌勒佛)  논산 땅 은진 미륵불(恩津彌勒佛)  돌로 천년  살아 오신 육십 오척  몸 길이가  얼굴 길이가  갓 길이가  균형을 잃은  웅장한 험절의 어처구니 없는  옛날의 불구자.  앙데팡당의 뉘 석장이  그지 없는 인간고의 초극상(超克像)을  스핑크스로 아로새겼나.  비원(悲願)에 우는 사람들이  진정소발(眞情所發)을  천년 세월에 걸쳐  열도(熱禱)하였건만  미륵불은  도시 무뚝뚝  청안(靑眼)으로  세월도  세상도  운명도  그렇게만 아득히 눈짓하여  생각하여도 생각하여도  아 그 마음  푸른 하늘과 같은 마음  돌과 같은 마음  불구한 기립(起立) 스핑크스로  세월도  세상도  운명도  집착을 영영 끊고  영원히 불토(佛土)를 그렇게만 지키는 것인가.  ~~~~~~~~~~~~~~~~~~~~  인골적(人骨笛)  아득히 아득히 몇 억겁을 두고 두고  울고 온 소리냐, 인골적 소리냐  엉 엉 못살고 죽은 생령(生靈)이 운다  아 천한(千恨) 절통의 울음이 운다  몽고라 하늘 끝 아시아의 북벽(北僻)  유수(幽愁)와 사막의 맛서는 통고사(通古斯) 죽음의 밤에  라마승은 오늘밤도 금색묘당(金色廟堂)에  신에 접한다고 인골적을 불며  상형문자 같은 주부(呪符)의 경전을  회색에 낡은 때묻은 얼굴로 악마를 중얼거린다  라마는 몽고의 신  천상천하 다시 또 없는 제왕의 제왕  이 절대자는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도  심지어 나어린 처녀의 첫날밤 마수걸이도  교권의 절대 앞에 지상에도 천국에도 없는  오, 오소리티여  신성과 은총과 구원이  인골적 울음없이는 금와무결(金와無缺)이 있을 수 없다고  선남선녀의 부정(不淨)없는 생령을  생사람 산채로 죽여 제물로  도색(桃色)이 풍기는 뼈다귀를 골라 피리감으로  다듬어 다듬어서 구멍 뚫어서 피리로 분다  강동이라 인골적  몽고의 오소리티여  인골의 피리 가락은  낮이나 밤이나 삭북(朔北)의 유수(幽愁)와 몽매한 암흑에  교권 정치의 우미(愚迷)한 고집의 절대 앞에  생과 환희를 모르는 채  영영 쓰러진 사랑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시혼(屍魂)이  사막의 풍우로 버려진 풍장(風葬)의 시혼이  사막에 떠돌아 위령(慰靈)없는 처절한 원차(怨嗟)로  그 몹쓸 자. 바이칼 살풍(殺風)에 산산히 부서진 사령(死靈)이  단장(斷腸) 터지는 곡소리가, 무수한 곡소리가  한가닥 인골의 피리에 맺혀 우는 호원(呼寃)  천한절통(千恨切痛)의 울음으로 흐흐 느낀다  교권의 독성의 자행과 착취  그 악순환은  옥토 몽고 대평원을 고비 사막으로 황폐시킨다  성길사한(成吉思汗) 세계정패(世界征覇)의 대제국이  암흑으로  성병으로  완전히 멸망으로 잠겨 버렸다  천지 창조의 신은  한 떨기 꽃에  한 마리 새에  한 가람 강물에  평화와 행복의 계시와 은총을 주셨으니  신을 매복(賣卜)한 라마의 악의 업보(業報)는  천지 창조의 신의 분노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삼라만상의 태반인 산천마저 사막으로  한 떨기 꽃도 피어날 가지 없이  한 마리 새도 쉴 나무 숲도 없이  별이 쉬어 갈 샘물도 없이  천애(天涯) 지애(地涯) 평사만리(平砂萬里)로 황폐시켰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유린한 채  나라를 망해 먹고  민족마저 망해 먹었다  라마승은  제트기 날아가는 원자(原子)의 이 찰나에도  사랑의 뼈다귀 인골의 피리를 불며  악마의 경전을 중얼거리며  아직도  절대지상(絶對至上)이라는 교권으로  생살여탈권  나어린 처녀의 첫날밤 마수걸이를  오, 오소리티여  인골의 피리는 엉 엉  못살고 죽은 선남 선녀의 생령이  한 떨기 꽃을  한 마리 새를  한 가람 강물을 찾으며 운다  인골적  인연(人煙)이 끝인 황사만리(荒砂萬里) 절역(絶域)에  엉 엉  천한절통의 울음으로 흐흐 느낀다  ~~~~~~~~~~~~~~~~~~~~  자벌레의 밤  나의 상류(上流)에서  이 얼마나 멀리 떠내려온 밤이냐.  물결 닿는 대로 바람에 띄워보낸 작은 나의 배가  파도에 밀려난 그 어느 기슭이기에.  삽살개도 한 마리 짖지 않고……  아―여기서  나는 누구의 이름을 불러보아야 하나.  첩첩한 어둠 속에 부표처럼 떠서  가릴 수 없는 동서남북에 지친 사람아.  아무리 불러보아야  답 없는 밤이었다.  ~~~~~~~~~~~~~~~~~~~~  작약도  -인천여고 문예반과  작약꽃 한 송이 없는 작약도에  소녀들이 작약꽃처럼 피어  갈매기 소리없는 서해에  소녀들은 바다의 갈매기  소녀들의 바다는  진종일 해조음만 가득찬 소라의 귀  소녀들은 흰 에이프런  귀여운 신부  밥짓기가 서투른 채  바다의 부엌은 온통 노래소리  해미(海味)가에 흥겨우며  귀여운 신부와  한 백년 이렁저렁 소꼽놀이  어느새  섬과  바다와  소녀들은 노을 활활 타는 화산불  인천은 밤에 잠들고  소녀들의 눈은 어둠에 반짝이는 별, 별빛  배는 해각(海角)에 다가서는데  소녀들의 노래는   선희랑 민자랑 해무(海霧) 속에 사라져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안녕  또 다시 만날때까지 안녕  ~~~~~~~~~~~~~~~~~~  창경원  꽃 보러 꽃이 가지요  꽃 볼려고 단 한 분 삶을 봤지요  꽃이 꽃을 기다리지요  피고 질 삶이 기다리지요  꽃이 꽃을 보지요  사람이 꽃이지요  꽃이 사람이지요  꽃을 밟고 사람이 오지요  꽃이 사람을 밟고 돌아가지요  ~~~~~~~~~~~~~~~~~~~~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天下大將軍·地下女將軍)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  동구 밖에 서서......  장승의 직절 조각(直截彫刻)이  무엇 때문에 눈알을 부라리나  무엇 때문에 이빨을 내세우나.  이 형(形)의 의미는  주력(呪力)인가,  이 위대한 미분화(未分化)는  조상들의 지성과 행동이런가,  원시가 현대문명을 넘어선  오늘의 쉬르 레알리즘.  시원의 미(美)  원시의 생명력.  이 괴위(魁偉)한 조형 언어(造形言語)는  그것은 노(怒),  그것은 공(恐),  그것은 이(異),  그것은 기(奇),  그것은 혁(혁),  그것은 경(驚),  그것은 탄(嘆),  그것은 허(虛),  그것은 포(怖),  그것은 의(疑),  그것은 응(凝),  그것은 보(보),  그것은 살(殺),  그것은 사(死),  그리고 원(願),  그리고 기(祈),  그리고 도(禱).  ............  ............  억울린 백성들이  생존의  길흉화복의  액막이 살(煞)풀이를,  하늘과 땅을 믿고  하늘과 땅만을 믿고 살 수 없어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에  매달려  마음의 수호신이라 믿던  이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도  이제 동구(洞口)에서 볼 수는 없는  원시의 알리바이.  오늘의 후예는  오늘은 오늘  오늘을 살아가는 오늘만의 오늘은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의 조형 언어(造形言語)가  눈망울, 가슴으로 불이 당겨져  그 마음 노(怒),  그 마음 공(恐),  그 마음 이(異),  그 마음 기(奇),  그 마음 혁(혁),  그 마음 의(疑),  그 마음 응(凝),  그 마음 탄(嘆),  그 마음 보(보),  그 마음 살(殺),  그 마음 사(死),  그리고 원(願),  그리고 기(祈),  그리고 도(禱).  ......... .........  ......... .........  ~~~~~~~~~~~~~~~~~~~~  청지유정(靑芝有情)  내가 울고 싶어서  파랑 잔디를 찾아갑니다.  남 몰래 한(恨)이 가도록 울고 싶어서  파랑 잔디를 찾아갑니다.  인간 폐업  천형 원한(天刑怨恨)을 울었읍니다.  몇 백번 죽음을 고쳐 죽어도  자욱 자욱 피 맺힌  그리움과 누우침이 가득찬  문둥이 아니겠읍니까  실컷 울어봐도 유한(有恨)이 가시지는 않아  그래도 울음이 울음을, 눈물이 눈물을  달래 주는 자위가 그립습니다.  눈 감고 눈 감고 누워서 조는  미령(靡寧)의 피로한 몸에  폭신한 파랑 잔디는  생명의 태반인 양  지령(地靈)의 혈맥이 이다지도  내 혈관에 싱싱한 채 순환합니다.  ~~~~~~~~~~~~~~~~~~~~  추석(秋夕) 달  추석 달은 밝은데  갈대꽃 위에  돌아가신 어머님 환영(幻影)이 쓰러지고 쓰러지곤 한다.  추석 달은 밝은데  내 조상에  문둥이 장손은 다례도 없다.  추석 달  추석 달  어처구니 없는 8월 한가위  밝은 달이다.  ~~~~~~~~~~~~~~~~~~~~  추야원한(秋夜怨恨)  --어머님의 옛날에......  밤을 새워 귀뚜라미 도란 도란 눈물을 감아 넘기자  잉아 빗는 소리에 밤은 적적 깊어만 가고  청상스리 한숨쉬며 이어는 듯한 그리움에 앞을 흐르는 밤  눈물은 속된진저 오리 오리 슬픈 사연을 감아 넘기자  바람에 부질없이 문풍지도 우는가.  무삼일 속절없는 가을 밤이여!  ~~~~~~~~~~~~~~~~~~~~  추억(追憶) 1  처녀야  네 야멸찬 그 눈시울 속에  도향(桃鄕)을 뒤로 한 사라진 길이 있고  고향으로 동아갈 길이 보인다  네 휘능청 구비친 허리말에  옛 머슴아의 사나운 달빛이 감겼댔지.  산악처럼 웅장한  네 젖가슴을 헤치려던  너무나도 엄숙한 그 뉘의 대답이었나  생지짝 비단 치마말이 찢어졌기에  추억도 흘려버렸지......  옛일도 빠쳐트렸지......  처녀야  네 야멸찬 그 눈시울 속에  도향(桃鄕)을 뒤로 한 사라진 길이 있고  고향으로 동아갈 길이 보인다  네 휘능청 구비친 허리말에  옛 머슴아의 사나운 달빛이 감겼댔지.  산악처럼 웅장한  네 젖가슴을 헤치려던  너무나도 엄숙한 그 뉘의 대답이었나  생지짝 비단 치마말이 찢어졌기에  추억도 흘려버렸지......  옛일도 빠쳐트렸지......  ~~~~~~~~~~~~~~~~~~~~  추억(追憶) 2  일곱해 맞이 해해맞이  기울어진 지구가 되어  쩔뚝이며 빗길로 찾아와 보니  모난 하늘이 동쪽으로 삐뚤어졌네  어느새 동쪽으로 삐뚤어졌네.  오늘도 붉은 꽃 파리는  머언 해중(海中)으로 흘렀나 본데  기다렸던 해변은  그 여인의 넑인 양 슬픔인 양  추루룩 추루룩 울고만 있네.  ~~~~~~~~~~~~~~~~~~~~  추우일기(秋雨日記)  아치라운 일이다  네 싸늘한 서글픔을 눈으로는 노려보지 말아라  모두다 모두다 다 이름있는 모든 것이다  가느다란히 정맥에 살아서 숨 쉬는  나무여 풀이며 잎잎 떨어지는데  싹 다린 옥색 모시치마 사뿐히 꽂아지른 옷맵시  참다 못하여 부서질 듯이 돌아서면서  흐느껴 눈물로 옷깃을 적시는가  ~~~~~~~~~~~~~~~~~~~~  추추야곡(秋秋夜曲)  잘못 살아온  서른살 짜리 부끄러운 내 나이를  이제 고쳐 세어 본들 무엇하리오만.  이 밤에 정녕 잠들 수 없는 것은,  입술을 깨물며 피를 뱉으며  무슨 벌이라도 받고 싶어지는 것은......  역겨움에 낭비한 젊음도, 애탐에 지쳐 버린 사랑도,  서서 우는 문둥이도 아니올시다.  별을 닮은 네 눈이 위태롭다고  어머니의 편지마다 한때는 꾸중을 받아야 했읍니다.  차라리 갈수록 가도 가도 부끄러운 얼굴일진댄  한밤중 이 어둠 속에 뉘우침을 묻어 버리고.  여기 예대로의 풍토를 그리워하면서  무척도 새로 돋아나고 싶은 보람을 딩굴며  잠들지 못하는 이 밤이 깊어만 갑니다.  ~~~~~~~~~~~~~~~~~~~~  춘인(春因)  꽃샘바람은  꽃이 시새워서 분다지만.  초근목피에 주린 배를 채우면  메슥 메슥 생목만 올라  부황증(浮黃症)에 한속(寒粟)이 춥다.  노고지리는  포만증(飽滿症)을 새기느라  진종일 울어야 하지만  아예 배고픔을 내색않는 문둥이는  얼마나 울어야 하는 이야기인가.  굶주림은  죽음보다도 더 무서워  아지랭이는  아지랭이는  비실 비실 어질병만 키운다.  ~~~~~~~~~~~~~~~~~~~~  하운(何雲)  나 하나 어쩔 줄 몰라 서두르네  산도 언덕도 나뭇가지도.  여기라 뜬 세상  죽음에 주인이 없어 허락이 없어  이처럼 어쩔 줄 몰라 서두르는가.  매양 벌려둔 저 바다인들  풍덩실 내 자무러지면  수많은 어족(魚族)들의 원망이 넘칠 것 같다.  썩은 육체 언저리에  네 헒과 균과 비(悲)와 애(哀)와 애(愛)를 엮어  뗏목처럼 창공으로 흘러 보고파진다.  아 구름 되고파  바람이 되고파  어이없는 창공에  섬이 되고파.  ~~~~~~~~~~~~~~~~~~~  한강수(漢江水)  한 오백년  한강수  서울을 흘러  노래보다는  헐벗은 어머니의  눈물이 많은 푸른 한강수.  오백년  오천년  종적도 없이  종적도 없이  흘러만 가.  한가람 시도 없이  아직도 역사 바깥으로만  못다 흐른 물 천리  겨레에 흐르는 메마른 천리 물.  물에 뜬 인생이라  강물은 흐른다  세월은 흐른다.  ~~~~~~~~~~~~~~~~~~~~  한여름밤의 빙궁(氷宮)  한여름밤의 빙궁(氷宮)은 기적  홀리데이·온·아이스 쇼  음악은 <백조의 호수>  불꽃빛 조명  무희는 춤추다 숨끊기는 신음을  하르르 하르르 한발 딛고  빙글빙글 도는 피루에트가  영육(靈肉)을 활활 불사르는 분신(焚身) 불사조  장엄한 시(詩). 움직이는 시  이어 군무(群舞)는  은어 은어떼가 무리져 흘러가는  빙상의 발레  뭉게뭉게 오르는 흰 빙무(氷舞)는  영원으로 가는 환상  휘황찬란한 조명이  빙상에 교차하는 추상적 영상은  해프닝 전위예술  움직이는 미술 룸직이는 시  한여름밤의 빙궁은  우의등선(羽衣登仙)할려는 천일야(千一夜)  ~~~~~~~~~~~~~~~~~~~~  해변에서 부르는 파도의 노래  바다 !  억겁(億劫)을 두고  오늘도 갈매기와 더불어 늙지 않는 너의 청춘,  말 못할 가슴속 신음 같은  파도 소리  한시도 쉴 새 없이 처밀고 처가는  해식사(海蝕史).  바다의 꿈은 대기 만성(大器晩成)인가  영겁을 두고 신념의 투쟁인가  바다는 완성한다 !  욕망이 침묵하는 그 속에서  황혼이 깃들어  저녁 노을의 빛·빛·빛  변화가 파도에 번질거린다.  ~~~~~~~~~~~~~~~~~~~~  향수  내 고향 함흥은  수수밭 익는 마을  누나가 시집갈 때  가마타고 그 길로 갔다  내 고향 함흥은  능금이 빨간 마을  누나가 수줍어할 때  수수밭은 익어갔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아버지가 문둥이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호적도 없이  되씹고 되씹어도 알 수는 없어  성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될 수는 없어  어처구니없는 사람이올시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나는 정말로 문둥이가 아닌  성한 사람이올시다.  ~~~~~~~~~~~~~~~~~~~~  흉월(凶月)  문둥이 쉬 문뒹이야  육두(肉頭) 세상 달이 떴네  우린 언제 사람이였나  평생 유걸(流乞)하다 죽는 거지  장타령 버꾸놀음  품바 품바 잘 하네  문둥이 쉬이 문뒹이야  남의 세상 달이 떴네  지옥의 도깨비들  죽음을 잔치하네  장타령 버꾸놀음  품바 품바 잘도 하네.  ~~~~~~~~~~~~~~~~~~~~  - 한하운(韓何雲): (1919 ~ 1975)  본명: 한태영(韓泰永)  함경남도 함주 출생  이리농림학교, 북경대 축산학과 졸업. 1949년 "신천지"에 "한하운 시초" 등을 발표하고 등단.  자신이 고통을 겪었던 나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하여 사회사업에 힘썼다.  그의 시는 대체로 자신의 개인사와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나병 환자로서의 쓰라린 체험에 근거한 자아인식이 나타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의 시를 이해하는 데는 그의 개인적 이력을 살피는 것이 특별히 요구되지는 않는다.  그가 나병환자였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한편, 운명과 정면 대결함으로써  오히려 영혼의 밑바닥으로부터 울려오는 소리를 전할 수 있었다.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한하운시초(韓何雲詩抄)> 정음사 1949  시집 <보리피리> 인간사 1955  시집 <한하운 시전집> 인간사 1956  시집 <한하운제3시집> 1962  시집 <시화집(詩畵集)> 문화교육출판사 1962  시집 <정본(定本)한하운시집> 무하출판사 1964  시집 <보리피리> 삼중당 1975  시집 <한하운의 명시(名詩)> 한림출판사 1979  시집 <가도 가도 황토길> 지문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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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 명문을 읽으면 가슴은 뜨거워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2017-03-16 0 3358
456 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 2017-02-19 1 2903
455 "동주에게 편지를 보내고싶다..." 2017-02-08 0 2646
454 달문 여는데 보름 걸리고, 달문 닫는데 보름 걸리다... 2017-02-08 0 2723
453 하늘도 해를 팔다... 2017-02-04 0 2616
452 청산별곡 2017-02-02 0 2877
451 2017년 <<신춘문예>>당선작 시모음 2017-01-02 0 4340
450 백거이(白居易) 시를 재다시 음미해보다... 2016-12-31 0 6997
449 중국 古詩 10 2016-12-25 0 3088
448 "술타령" 시인 문학소년소녀들에게 꿈의 날개를... 2016-12-12 0 2641
447 [명시감상] - 자유 2016-12-05 0 3057
446 3 = 30 = 2 = 6 = 15 = 1 = 두줄 2016-11-28 0 2778
445 시인, 시, 그리고 번역... 2016-11-27 1 3493
444 [명시감상] - 황무지 2016-11-27 0 3219
443 詩에 독자들이 밑줄을 긋도록 써라... 2016-11-26 0 2981
442 "150 000 000" 2016-11-26 0 3049
441 테트 휴즈 시모음 2016-11-26 0 2927
440 미국 시인 - 알렌 긴즈버그 2016-11-26 0 3231
439 이육사 시 중문(中文)으로 읽다... 2016-11-15 0 2969
438 타고르 詩를 보다... 2016-11-14 0 3332
437 남미주 아르헨티나 문학 거장 - 보르헤스 2016-11-07 0 2737
436 미국 녀류시인 - 에밀리 디킨슨 2016-11-07 0 3963
43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사랑할 날 얼마나 남았을가... 2016-11-06 0 4390
434 해외 시산책 2016-11-06 0 2813
433 미라보 다리 아래 강물은 지금도 흐르고... 2016-11-06 0 2996
432 아름다운 세계 명시속에 흠뻑 빠져나볼가... 2016-11-06 0 3912
431 프랑스 상징파 시인 랭보 시 다시 새기다... 2016-11-05 0 3487
430 "세계는 소리와 맹위와 불로 가득 차고"... 2016-11-01 0 2723
429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2016-11-01 0 3099
428 장편 서사시 <<백두산>> / 조기천 2016-11-01 0 4262
427 미국 "생태주의" 방랑시인 - 게리 스나이더 2016-10-28 0 4302
426 아랍 "망명시인", 령혼의 나팔수 - 니자르 카바니 2016-10-28 0 2740
425 타이타닉호는 침몰되지 않았다... 2016-10-20 0 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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