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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 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김기림 <여성>(1939). <나비와 바다>(1946) |
(1) 주제 :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좌절감.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순진하고 낭만적인 꿈의 좌절
(2) 김기림 (1908-?) : 호 편석촌(片石村).
6,25 때 납북. 주지성(主知性)과 심상을 강조했으며 자연 발생적인 시에서 ‘제작하는 시’로의 전환을 꾀하는 모더니즘 문학을 추구하였다. 평론 서적도 많이 내었다.
(3) 심상 : 시각적 심상, 색채대비
(흰나비<---> 푸른 바다, 청 무밭, 새파란 초승달)
성격 : 감각적, 상징적, 묘사적
(4) 바다와 나비의 상징성
바다 - 새로운 문명, 미지의 세계, 현대 문명의 거대함, 차가움, 냉혹함. 생명이 없는 공간 또는 죽음의 공간으로도 이해
나비 - 순수하고 연약한, 순진한 존재로서 당시의 낭만적인 지식인의 모습이기도 함. 순진무구(純眞無垢)하거나 철없는 존재, 또는 식민지 현실이나 거대한 신문명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 지도 못한 채 우쭐거리는 지식인 정도로 이해된다.
(5) 공주 - 원관념은 나비, 나비의 연약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이미지를 공주에다가 빗대어 표현함
(6) 꽃 - 나비가 추구하는 이상
(7)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 공감각적 심상
나비의 여행(旅行)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睡眠)의 강(江)을 건너 빛 뿌리는 기억의 들판을, 출렁이는 내일의바다를 날으다가 깜깜한 절벽(絶壁), 헤어날 수 없는 미로(迷路)에 부딪히곤 까무라쳐 돌아온다.
한장 ㉡검은 표지(表紙)를 열고 들어서면 아비규환(阿鼻叫喚)하는 화약(火藥) 냄새 소용돌이. 전쟁(戰爭)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 파란 공포(恐怖)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 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꿈길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히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恐怖)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
///정한모 |
(1) 주제 : 아가의 꿈 속 체험을 통한 인간주의 추구
(2) 정한모(1923-1991) 호는 일모. 충남 부여 출생. 전쟁의 참상, 기계 물질문명으로 인한 인간의 존엄성 상실 회복을 위한 인도주의적 경향을 보이는 시를 주로 썼다. 시집 <카오스의 사족>, <아가의 방>
(3) 성격 : 관념적, 서정적 / 어조 : 순수에의 동경을 갈망하는 어조
(4) 해설 : 악몽때문에 놀라 깬 아기를 시적 자아가 안고 달래면서, 아가가 꾸었음직한 악몽을 전쟁이라는 참혹함과 연결시켜 그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순수한 인간애(人間愛)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5) ㉠ 길은 꿈길을 의미하며, 순수한 세계로의 여행을 뜻한다.
㉡ 꿈속에서 무서운 세계로 들어서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
㉢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헤어진 민족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전제되어 있는 표현이다.
㉣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 : 사랑은 파랑새처럼 쉽게 잡히지 않고, 어디론가 자꾸 날아가 없어져 버리는 상태를 비유
(6)‘아가’=‘나비’
나비처럼 꿈과 순수와 이상을 가진 인간 정신을 상징
(7) 아가가 꿈속에서 본 것은 전쟁으로 인한 화약 냄새와 아비규환, 공포뿐이다. 인간의 이상 가치와 하나인 사랑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그런 어두운 세계뿐이었다. 아가는 결국 공포의 독수리에 쫓기어 기진맥진하여 돌아온다. 그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8) 나비가 아가로 대치되면서 아가의 눈을 통해 무시무시한 인간의 세계를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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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광장(廣場)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기계처럼 작열한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眼膜)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진공의 해안에서처럼 과묵한 묘지 사이사이 숨가쁜 제트기의 백선(白線)과 이동하는 계절 속 불길처럼 일어나는 인광(燐光)의 조수에 밀려 이제 흰나비는 말없이 이즈러진 날개를 파닥거린다.
하얀 미래의 어느 지점에 아름다운 영토는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푸르른 활주로의 어느 지표에 화려한 희망은 피고 있는 것일까.
신(神)도 기적도 이미 승천하여 버린 지 오랜 유역(流域)―― 그 어느 마지막 종점을 향하여 흰나비는 또 한 번 스스로의 신화와 더불어 대결하여 본다.
김규동 <나비와 광장>(1955) |
(1) 주제 : 전쟁으로 피폐화된 인간성 회복의 갈망
(2) 김규동(1925- )호는 문곡(文谷). 함북 종성 출생. ‘후반기’ 동인으로 50년대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하였다. 초기에는 전쟁을 주제로 하여 기계 문명과 자연을 대비한 감상적 색조의 시풍이었으나 70년대부터 분단의 현실을 시로 표현하는 민족 문학 작가로 변모하였다.
(3) 갈래 : 주지시, 성격 : 지적, 문명 비판적, 상징적
(4) 흰 나비<---> 비행기
6.25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전쟁터로서의 상황적 분위기를 비판적으로 그려 내려 한 것이다. 비행기와 나비의 이미지의 선명한 대조를 통하여 현대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질서와 평화 회복을 작자의 휴머니즘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시
(5) 활주로, 피묻은 육체, 묘지, 제트기’- 전쟁의 상황
(6) 광장에서 - 기계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고, 허망한 광장은 현대 문명의 삭막하고 무의미한 현장을 뜻한다.
(7) 감각적인 소재와 색채의 이미지로 비정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1950년대 모더니즘의 기반이 되는 ‘후반기’와 ‘신시론’ 동인들의 보편적인 경향으로, 당시의 시대 상황을 인식하는 지식인 작가들의 또 다른 현실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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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사형폐지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서
장한모 시인의 손녀인 배우 정수영이 시낭송을 하고 있다.
/이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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