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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1960년대 이후 시: 안도현 - 우리가 눈발이라면
2015년 12월 26일 19시 13분  조회:5190  추천:0  작성자: 죽림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

 

 * 느낌: 안도현 시인은 2010학년도 1학년 교과서에  

많은 작품이 실린 시인 중에 한 명입니다.

이 시외에도 <살구꽃 지는 날>, <연탄 한 장>, <제비꽃에 대하여>,

<철길> 등이 실려 있으니까요.

 

그 중에서 내게 가장 친근감이 느껴지는 시가

이 시 <우리가 눈발이라면>입니다.

2001년에 개정된 7차교육과정에서도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어서 10년간 보았기 때문이지요 *^^*

 

그런 인연과 관계 없이

이 시가 좋았습니다.

 

진눈깨비는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존재이고,

함박눈은 그들을 따듯하게 보듬는 존재겠지요.

시인은 진눈깨비가 아닌 함박눈이 되어서

이런저런 고민으로 잠 못 드는 이의 창문을 통해

편지가 되어 위로하고

새살이 되어 상처를 치료하자고 했습니다.

 

이 시를 가르치면서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는 그 마음이

눈물겹도록 고마웠지요.

지금의 세상이 너무도 살벌하니

이 시의 삶이 더욱 그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우리는 따뜻한 세상에서 살게 될까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강부자 고소영이 아닌

서민을 위하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바라면서

이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안도현(1961~ )  : 시인.  경북 예천에서 태어남. 

   원광대 국문학과 졸업.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음.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과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을 펴냄.

 

자료 출처 : 2010학년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국어교과서와

  <그대에게 가고 싶다, 2002년, 푸른숲>에 실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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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醴泉)

/안도현

 

 

있잖니껴, 우리나라에서 제일 물이 맑은 곳이

어덴지 아니껴? 바로 여기 예천잇시더.

물이 글쿠로 맑다는 거를 어예 아는지 아니껴?

저러쿠러 순한 예천 사람들 눈 좀 들이다보소.

사람도 짐승도 벌개이도 땅도 나무도 풀도 허공도

마카 맑은 까닭이 다 물이 맑아서 그렇니더.

어매가 나물 씻고 아부지가 삽을 씻는 저녁이면

별들이 예천의 우물 속에서 헤엄을 친다 카대요.

우물이 뭐이껴? 대지의 눈동자 아이껴?

예천이 이 나라 땅의 눈동자 같은 우물 아이껴?

 

            -안도현 시집 <북항> 중에서
=========================================

//

안도현 

 

안도현 시인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바닷가 우체국』『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등을 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가을 엽서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분홍지우개

 


분홍지우개로 
그대에게 쓴 편지를 지웁니다 
설레이다 써버린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씩 조금씩 지워나갑니다 
그래도 지운 자리에 다시 살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생각 
분홍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그리운 그 생각의 끝을 
없애려고 혼자 눈을 감아 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것 같습니다


 

 

 

 

 

 

 

 

 

 

사랑은 싸우는 것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 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 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 것을 


 

 

 

 

 

 

 

 

 

사랑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 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 짓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무덤에는 그리움만 
소금처럼 하얗게 남게 하소서

 

 

 

 

 

 

 

 

 

그대에게 가는 길

 

 


그대가 한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간격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그대에게 가고싶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으로 하나로 무잔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 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너에게 가려고 
나는 을 만들었다

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요점 정리 --
ㅁ 지은이 : 안도현 
ㅁ 갈래 : 서정시, 자유시 
ㅁ 제재 : 연탄 
ㅁ 성격 : 희생적, 헌신적, 성찰적(반성적) 
ㅁ 표현 : '-네'의 반복을 통한 운율 형성(각운) 
ㅁ 어조 : 반성적·성찰적 어조 
ㅁ 특징 : ① 청각적 심상과 촉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감각적으로 표현함. 
             ② 일상의 사물을 통해 삶의 자세를 가다듬음. 
             ③ 지난 날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반성함. 
ㅁ 주제 : 아낌없이 헌신하는 삶(사랑)에 대한 희구(希求), '연탄 한 장'같은 삶을 살려는 소망,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애
ㅁ 출전 : <외롭고 높고 쓸쓸한> (1994)
-- 내용 연구 --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아낌 없이 헌신하는 것, '헌신적인 삶을 사는 것', '자신을 잊고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것'정도의 의미가 있다.) - 삶의 의미
방구들(밑으로 고래를 켜서 방을 덥히게 만든 방바닥. 온돌) 선득선득(살갗이나 몸에 갑자기 서느런 느낌이 드는 모양)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연탄차'에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시인은 이를 재해석해서 그것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연탄의 속성으로 자신을 태워서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줌)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자신의 따뜻한 삶을 있게 한 존재를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자신을 불살라 방구들과 밥과 국물을 덥히는 헌신적(희생적)인 존재]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나무'와 같은 삶을 살지 못한 시적 자아의 반성. 시적 화자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보지 못한 자신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 연탄의 의미와 사랑의 실천에 소극적인 '나'의 태도에 대한 자책
생각하면 / 삶이란 /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자신을 부수어서 빙판 위에 사람들이 디딜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남을 위해서 헌신하는 삶)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고통스러운 세상, 험한 세상)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자신의 헌신적인 삶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는 일)
-- 이해와 감상 --
시인은 연탄 한 장을 바라보다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연탄의 속성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신은 타고남은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것이 두려워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 되지 못하였'던 삶을 살아왔구나 하고 반성한다. 이 세상사는 동안 우리가 하는 일이 결국 타고남은 재처럼 쓸쓸한 결말로 내게 온다 할지라도 의미 있는 일을 위해 몸을 태우는 일,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일' 그 자체로서 삶은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시인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허무한 한 덩이 재마저 산산이 으깨어 미끄러운 세상에 마음놓고 걸어갈 길을 만드는 일에 바치는 삶이 있다는 걸 생각한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연상하게 하는 시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잊어서는 안 될 가치 중 하나가 바로 나눔과 헌신이 아닐까 한다. 이것은 그 어디서나 누구에게 건 불변의 가치가 아닐까? 아낌없이 나눈 후에 찾아오는 행복은 아마도 법정 스님이 <무소유>에서 말씀하고 계신 "다 비우고 나야 비로소 채워진다"는 불교적 깨달음과도 통한다.
-- 자료 --
안도현(1961∼  ) 
  : 시인.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 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등이 있고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관계', '사진첩' 그리고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등이 있다.
(1) 이 시에서 '연탄'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고, 그것과 바꾸어 볼 수 있는 사물과 그 이유를 말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특히 2연에서 '연탄'의 의미를 파악해 보도록 하고, 이 시의 '연탄'처럼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하여 마지막까지 헌신하는 사물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사랑이란 누군가의 배경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 시에서의 연탄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을 태워서 다른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주고, 마지막에는 스스로를 부수어서 빙판 위에 사람들이 디딜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그저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살 수 있는 삶을 시인은 연탄에 빗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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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 안도현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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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ㅡ

"시는 열이 나고,
 동시는 흥이 나"

ㅡ"내 글은 갖가지 즐거움 뒤섞인
                       '비빔밥'이고파"
 
  
동시집 '냠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도현 시인 ⓒ 뉴데일리    
 
"시는 머릿속으로 열을 내면서 써야 하는데, 동시는 쓰는 순간이 신나고 흥이 납니다."

6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벨라지오에서 안도현 시인의 동시집 '냠냠'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참석을 위해 이날 새벽부터 전주에서 올라온 그는 "안도현 입니다. 출판사의 강요에 못 이겨 나왔습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말 문을 열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우리 시대 대표 시인 안도현의 '냠냠'은 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안도현 시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순수하고 장난기 가득한 동심의 세계를 마음껏 담아냈다. 섬세한 시선과 능청스러운 입담을 통해 삶의 이치와 깨달음을 전해 준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동시집에서도 그만의 엉뚱함과 발랄함 속에 음식에 대한 철학과 메시지를 녹여 담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안도현 시인의 동시집 '냠냠' ⓒ 뉴데일리    
 
"동시가 변방문화로 밀려난 현실 안타까워" 

안도현 시인이 동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동시가 문학의 변방으로 밀려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는 "동시가 어린이가 읽는 중요한 장르에도 불구하고 아동문학 판에서도 변방으로(동화가 중심이고) 밀려나있는데 화가 났습니다."라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교에서 문학교육에도 문제가 있겠고, 동시 쓰는 분도 스스로 변방의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거든요. 내가 문학의 중심이 아니고 변방에 있다는 의식이죠."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동시는 신문학 초기부터 굉장히 중요한 장르로 손꼽히며 윤동주, 정지용, 박목월 시인 등 유명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100년 전 동시가 정점으로 10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안도현 시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다 동시를 써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밥 한 숟가락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냠냠'은 영양가 높은 먹을거리들이 가득하다. 가지가지 밥과 누룽누룽 누룽지, 파마한 라면, 동글동글 보름달 같은 단무지, 퀴퀴한 김치 악당, 아파트 닮은 깻잎장아찌, 빗줄기로 만든 국수, 불자동차 떡볶이 등 재미난 음식 이야기들이 신선하고 기발한 시적 상상력 속에 가득 담겨 있다. 
  
안도현 시인의 동시집 '냠냠' ⓒ 뉴데일리    
 
음식의 맛과 모양, 색, 냄새, 재료, 영양, 조리 방법, 도구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소재들로 풀어낸 동시들이 오감을 자극하고,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며 입맛을 돋운다. 노래처럼 흘러가는 동시들을 읽다 보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고소한 냄새가 나고, 뚝딱뚝딱 요리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안도현 시인은 이 동시집을 쓰면서 밥이 하늘처럼 귀하고, 밥 한 숟가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 음식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빛깔, 냄새도 음미하며 밝고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라는 마음을 듬뿍 담았다.

그는 음식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인데, 요즘은 먹는 게 넘쳐나서 고민이 되는 때를 살고 있죠. 먹는 것의 중요성을 동시라는 형태로 아이들한테 말을 건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고기만 좋아하고 야채 안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야채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같은 민족이지만 세끼 밥을 못 먹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 먹는 게 투정부리고 욕심 부리는 대상이 아니라 살과 피를 만드는 대상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안도현 시인은 "음식이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으로써의 기능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음식을 만들 때 음식 만드는 것을 유심히 봤으면 좋겠다 생각했죠."라며 "밀가루 반죽할 때 만져봐야 그 감각을 제대로 채득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음식 만드는 일에도 참여하는 것. 그게 창의성 교육에도 중요하겠다 싶어요. 단순히 먹는 것에만 아니고 만들어보고 참여함으로 먹는 것이 중요하구나 느낄 수 있게 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실제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식단을 점검하고, 음식 관련 논물들을 통해 아이들의 식생활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봤다는 그는 "어떤 광고에 보면 부모인가 학부모인가 하는 광고가 있더라고요. 아이들한테 먹거리 주는 엄마들의 과잉공급과 과보호로 아토피, 유아비만이 생긴다고 해요"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부모와 아이들을 향한 조언을 동시 속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밥 한 숟가락' 시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 숟가락도/남기지 마라/한 숟가락 남기면/밥이 울지/밥 한 숟가락도/못 먹어 배고픈/아이들이 울지'. 
안도현 시인은 "저는 어릴 적에 저는 집에서 밥을 먹으면 미역국이든 된장국이든 한 숟가락도 남기면 안 된다고 엄하게 가르침 받으며 성장했어요."라며 "요즘 아이들은 먹고 싶으면 먹고, 남기고 싶으면 남기지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동어반복과 천사주의 '동시' 탈피해야" 

일반적으로 시는 행복과 영광스러운 것의 편이 아닌 불행과 상처의 편이라 이야기 한다. 그러나, 그는 동시만큼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고민 역시 즐겁게 표현하는 것이라 말한다. 

 
동시집 '냠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도현 시인 ⓒ 뉴데일리   
 
실제 스스로를 철이 없다고 말하는 안도현 시인은 동시를 쓰며 자신을 유치원생으로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다. 아이들의 눈높이가 어딘지, 어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엉뚱함의 힘에 기대려고 했다. 

원고를 탈고한 뒤에는 직접 주변 아이들에게 감수를 받았다. 동그라미표와 가위표로 냉정한 평가를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를 통해 안도현 시인이 느낀것은 예상 밖으로 아이들의 눈이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랑같이 들리겠지만 동그라미를 골고루 받았습니다"라고 웃어보였다. 

안도현 시인이 생각하는 우리 동시의 문제점은 천사주의표라는 것이다. 즉, 아이들의 마음에 천사가 있다고 여기고 무조건 귀엽고 예쁜 동시를 써서 가르친 것을 지적했다. 그는 "이 천사주의 동시가 우리 동시의 문학을 변방으로 몰게 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시인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와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옛날식 방식대로 써서 아이들의 심장을 따라가지 못하지요. 지금 이 시기 아이들이 생각하고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검토하지 않으면 동시를 쓰기 어려워요."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우리 동시는 그동안 동어반복으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했다. 실제 학교 교육에서 동시를 가르칠 때 ‘토끼는 ****’라고 묻는다. 답은 깡충깡충이다. 아이들 모두가 같은 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안도현 시인은 토끼가 깡충깡충 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며 토끼장안에서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 만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동시를 '비빔밥'이 말한다. 먼저, 눈이 즐겁고 갖가지 채소가 들어서 맛이 즐겁고, 또 골고루 영양분이 들어서 즐거운 비빔밥 처럼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고 싶다는 소망이다. 

끝으로 안도현 시인은 "시를 써야만 고매하게 평가해 주는 경향이 있다"며 "동시도 쓰면 집 나가서 바람 피우는 것처럼 오해하죠. 동시도 시이기 때문에 쓰고, 동화도 시인이기 때문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시는 조강지처, 나머지는 첩?"이라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냠냠'은 비룡소의 '동시야 놀자'의 열번째 작품으로, 이는 한국 현대 시문학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각각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시 세계와 개성을 특색 있게 선보인 국내 최초의 동시집 시리즈다. 지난 2007년 신현림 시인의 '초코파이 자전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자와 생리 현상 등 다양한 소재로 출간돼 10만부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한, 이번 안도현 시인의 '냠냠' 다음으로는 함기석 시인이 수학을 소재로 11번째 동시집을 준비 중이다. 

시인 안도현은 어떤 사람? 
1962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원광대학교 국문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전북 이리중학교에 국어 교사로 부임했으며, 이듬해 첫 번째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출간했다. 1998년 소월시문학상, 2005년 이수문학상, 2007년 윤동주문학상, 2009년 백석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품으로는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ㅓㄹ없이' 등이 있고,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관계', '짜장면', '나비', '연어 이야기' 등이 있다.

뉴데일리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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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좋아서 나는 시를 쓰지 않아도 시인이다!”


독자들을 위해 인사 글을 좀 써줄 수 있겠냐는 부탁에 그는 흔쾌히 그러겠노라 했다. 하얀 종이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그는 한참을 고심했다.

“시 아주 어렵게 쓴다니까요. 시 안 써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시를 쓰지 않아서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시의 매력’을 이야기했고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한 편의 시와 다름없었다.

2012년 ... 이후,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된 시인은 ‘...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는 쓰지 않지만 ‘어떻게든 말을 걸고 싶은 욕망’에 트위터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잡문>은 그가 3년 동안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모은 책이다. 말 걸고 싶은 시인의 ‘잡념과 중얼거림’에 귀를 기울여 본다.


 

트위터는 가장 예민한 안테나

Q ...이후에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웃음) 밀린 시집들 많이 읽었어요. 처음에 시를 당분간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이 모든 글을 쓰지 않겠다고 말한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절필선언’이라고 언론사에서 말하고 나니까 심각한 느낌을 주잖아요. 밥 먹던 사람이 곡기 끊은 것처럼 비장해지고.

그동안 시를 붙잡고 있었어요. 소리도 치고 대항도 하고 중얼거리기도 해봤는데, 그런데 이게 참,
... 세상에선 부질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 쓴 거예요. 처음엔 불안했어요. 이러다 완전히 놓아버리는 것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진짜 행복해요.


Q 트위터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휴대폰이 없다 보니 SNS하고 멀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전후에 트위터 한 번 해볼까 싶었어요. 2012년 초에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시작할 때 나도 시작한 것 같아. (웃음) 저는 뜬금없이 ...위반으로 기소되고 아직도 재판 중이죠. 그런 일을 겪고…

트위터를 해보니까 몇 가지 장점이 있어요. 하나는 세상 흐름을 빨리 알 수 있다는 것, 가장 예민한 안테나 같은 생각이 들고요. 트위터에 조성됐던 이야기들이 2-3일 뒤에 방송에 나오고 또 하루 이틀 지나면 신문에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또 140자 라는 게 나한테 너무 딱 맞는 거예요. 140자면 무슨 이야기든 다 할 수 있거든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결되기도 하니까 아주 짧은 것 같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처음에는 시간을 꽤 많이 뺏겼어요. 신문보다 먼저 보고 쉬는 시간에도 보고, 자기 전에도 확인하게 되고.


Q 국가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자주 표현하셨는데, 요즘은 어떠세요?

똑같죠, 뭐. 세월호 관련된 발언을 몇 번 했었고, 최근에는 ..과 관련해서 쓴 것 같고. 시인이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시에 현실을 발언하는 일이 없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7, 8년 전부터 시인을 다시 광장으로 부르고 있어요. 시인을 한가하고 게으르게 만드는 게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시인한테 어떤 역할이 자꾸 주어진다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죠.


Q 정치현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하고 바라세요?

크게 보면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 피와 땀으로 일궈낸 민주주의 가치가 정상화돼야겠고 또 하나는 아직도 분단된 나라에 살고 있잖아요. 분단된 나라에 살고 있는 한, 휴전선 이남은 섬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도 이상한 섬이죠. 휴전선이라는 벽이 있는 섬.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해야만 거대하게 변화하는 세계사 물결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다, 생각하죠.

모든 게 정치권력의 판단미스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돌려놓는 것이 필요하죠. 개인적으로 평양에 사과나무 심는 일 하고 있거든요. 지금 완전히 중단됐는데 2008년에 평양 근교에 심어놓은 사과나무가 크고 있는지 빨리 보러 가고 싶어요.

사과나무 심는 일은 2002년부터 4, 5년 했죠. 한겨레 신문하고 08년 봄에 전라북도 장수에 있는 묘목 12000주를 인천에서 남포항으로 실어가서 심었어요. 그 이후에 5.24조치(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간 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대북 제재 조치)로 모든 게 중단이 됐죠.


Q 시인이 왜 정치에 관심을 갖느냐는 질문도 종종 받으시잖아요.

시인이기 때문에 발언하는 것도 있지만,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정치적 발언은 그런 사람들을 대신하는 것도 있고요. 문학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세상의 일에 대해서 시인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정치가 잘 되고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산다고 생각하면 굳이 간섭할 필요가 없죠. 비정상적인 정치현실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좀 말해야겠다는 것이지 정치에 관심을 갖고 발언을 해서 정치인이 되겠다, 이런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너 장관 되려고 그러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혼자 있는 시간은 시인에 가까워지는 시간

Q 안도현 시인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범생이죠. 면소재지에서 우리 집은 가게, 점방을 했고요. 외갓집과 큰집이 거기서 멀지 않은 시골에 있었어요. 방학 때는 늘 외갓집이나 큰집에 가 있었어요. 농사짓는 집이었는데 옛날에 놀잇감도 별로 없고, 혼자 있는 걸 잘 버티고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비 오는 날 낙숫물 떨어지는 걸 오래 봤고, 또 외갓집 뒷산에 야생 버섯이 장마철에 났는데 그런 거 따러 가는 것 좋아했고 혼자 잘 놀았던 것 같아요. 뭐 감수성 이런 게 아니라 혼자 잘 노는 시간들이 개인적으로 잘 쌓였다고 생각해요. 시를 쓰다 보면 어릴 때 순간순간 만났던 풍경들이 어느 틈에 시에 들어와 있을 때가 있어요.


Q 자연이 내는 소리나 생명의 움직임에 예민하신데요, 어린 시절의 경험한 자연이 영향을 주었을 것 같아요.

빗소리라든지 나뭇잎이 물드는 것이랄지 이런 게 나랑 별개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시골 출신이잖아요. 그런 삶이 시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말을 조금 바꾸면 낡아빠지고 촌스러운 태도가 될 수 있지만, 자연이라는 게 도시가 있고, 도시 바깥에 있는 게 아니에요. 문명과 자연을 떼놓고 생각하는 방식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아파트 안에도 꽃과 나무들이 있죠. 앞으로 태어나고 자라나는 아이들도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병원에서 태어나지만 전세대가 누렸던 만큼 자연과 가까워져야 할 의무가 있고, 기성세대들은 제공을 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Q 자연적인 삶이 시에 가깝다고 느낄 때는 언제예요?

혼자 있을 시간이 별로 없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면 누구나 시인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혼자 있지를 못해요. 다른 말로 하면 외로워할 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고 그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하죠. 세상이 혼자 두게 만들지 않잖아요.


Q 꽃 이야기가 많아요. 따로 꽃에 대한 공부를 하시나요?

식물을 안다는 건 식물이라는 타자를 이해한다는 거거든요. 식물들은 다양하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 다르고 그래서 자꾸 관심을 가지다 보니까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거죠. 잘난 척 하는 거예요. (웃음)

 

 

“...끝나는 날부터 시 발표할 것”

Q 시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하는 글들이 군데군데 나와요. 시인은 사람을 아프게 하려고 태어났다고도 하셨고, 시는 감성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 지식과 지혜, 열정과 기술로도 쓴다고도 하셨어요. 시란 무엇인가요?

시를 읽지 않아도 돈 잘 벌 수 있고 시간도 잘 가고, 뭐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시를 읽고 그 시간에 빠져 본 사람은 그걸 읽지 않은 사람과는 다른 삶을, 빛나는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요. 저도 고등학교 때 시를 읽는 재미에 빠져서 쓰게 됐는데 소설처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지 펼쳐보면 되고, 또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도 아무 문제없고. 그러다 진짜 좋은 시를 만나게 되면 구름처럼 붕 뜨는 기분이 들어요.

저한테는 백석이 그랬어요. 한 편에 시를 구성하는 게 굉장히 많아요. 언어. 시인의 감성, 소재, 분위기 등등 총체적인 게 모여서 시가 되는데 백석 시는 ‘시는 이래야 한다’고 꿈꾸던 모든 게 거의 모든 시마다 들어있어요. 80년대 해직교사 시절에 외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지나치게 외치는 것은 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준 것도 백석인 것 같고. 광장에서 지쳐서 시를 때려치울까 할 때도 시는 오래 쓰는 것이라고 알려줬죠.

백석을 가장 좋아했고,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를 좋아했어요. 거의 다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은신경림황동규정현종 같은 어른들부터 최근 젊은 시인들까지 시를 많이 읽었어요. 제가 시를 제일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나만큼 읽은 시인은 별로 없을 거예요. 재미있으니까 읽는 거예요. 시를 읽으면 시간이 잘 가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상력을 만나면 놀라는 재미. 시를 자꾸 읽다 보면 나 스스로 고여 있게 만들지 않고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시가 가르쳐주죠.


Q 그래서 시는 도대체 뭔가요?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걸.(웃음)
굳이 말하라면, 여기가 아닌 여기 너머에 있는 걸 꿈꾸게 해주는 양식인 것 같아요. 늘 여기 갇혀 있잖아요. 이 안에서 잘 먹고 잘 사는데 빠져있지만, 여기가 아닌 더 멋진 세상을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아요. 때로는 사람들이 기대고 싶은 언덕 같은 구실을 하고, 떠 마시는 냉수 같은 구실을 하잖아요. 또 어떤 사람은 시를 읽고 위안 받기도 하고. 시의 역할은 다양한 것 같아요.


Q 시를 쓸 때 타자의 눈으로 자기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시는 아주 내밀하고 개인적인 문학이라 타자가 낄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시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시에 등장하는 나를 시인과 일치하는 것이에요.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시에 나오는 ‘나’를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거든요. 내 이야기만 하려면 일기에 쓰면 되죠. 시를 쓰지 않아도 되요. 내가 아닌 주변 사람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 느끼는 것을 대신 써주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Q 시라면 무조건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있어요. 시의 매력에 빠지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우리가 이 세상 모든 노래를 다 좋아하고 다 외울 필요가 없듯이 시도 그 때 그 때 자기가 좋은 것 몇 편만 취하면 돼요. 노래를 누가 공부하듯이 하나요.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즐기는 것처럼 시를 즐겨야지. 학교 다니면서 시로 공부만 해가지고... 시를 보면 함축적 의미를 찾고 그러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Q 그런데 정말 이해 안 되는 시들이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넘어가면 되죠. 왜 붙잡고 있어야 돼요? 코스 음식 나오는데 계속 먹기 싫은 거 나오면 그거 왜 먹어야 돼요? 그냥 나가서 자장면 한 그릇 먹든지. 그것도 음식이잖아요. 싫은 건 안 읽으면 돼요. 머리 짤 필요가 없어요.


Q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별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하셨는데 어떤 어른, 어떤 시인이 되길 바라시나요?

아이고, 나 아직 어른 되려면 멀었어요. 아직도 철이 없는데. 진짜 마음은 아직 30대 같아요. 아직까지도 담배 끊으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술도 마찬가지고. 50대가 넘으면 친구들이 전부 몸이 어디가 안 좋네, 거기에 무슨 약이 좋네 뭐 이런 얘기하는데... 그런 거 싫어요.

시는 좋은 시를 쓰고 싶죠.

...끝나는 날부터 좋은 시를 쓰고 싶어요.
어떤 친구는 꼬불쳐 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실제 시를 쓰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쉬었다 쓰면 겁나게 잘 써야 되겠다, 이 생각은 좀 있어요.
그 동안도 열심히 썼지만, 좀 쉬더니 잘 쉬었구나, 이런 말 듣고 싶죠.

학을 했기 때문에 삶이 아름다웠다는 말을 듣는 사람으로 늙어가야겠죠. 


Q ...끝났는데, 더 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요?

(웃음) 그 때부터는 다시 무기를 갖추고 싸움의 시를 써야죠.
그런 일은 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낙관론자예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이 책 홍보를 하겠습니다.(웃음) 이 책은 순서대로 안 읽었으면 좋겠어요.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어요. 하루에 많이 읽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야금야금 씹어 먹듯이 아무데나 펼쳐서 읽으면 좋겠어요.

 

 

 

 

[출처] 안도현의 '예천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요점 정리 --
ㅁ 지은이 : 안도현 
ㅁ 갈래 : 서정시, 자유시 
ㅁ 제재 : 연탄 
ㅁ 성격 : 희생적, 헌신적, 성찰적(반성적) 
ㅁ 표현 : '-네'의 반복을 통한 운율 형성(각운) 
ㅁ 어조 : 반성적·성찰적 어조 
ㅁ 특징 : ① 청각적 심상과 촉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감각적으로 표현함. 
             ② 일상의 사물을 통해 삶의 자세를 가다듬음. 
             ③ 지난 날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반성함. 
ㅁ 주제 : 아낌없이 헌신하는 삶(사랑)에 대한 희구(希求), '연탄 한 장'같은 삶을 살려는 소망,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애
ㅁ 출전 : <외롭고 높고 쓸쓸한> (1994)
-- 내용 연구 --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아낌 없이 헌신하는 것, '헌신적인 삶을 사는 것', '자신을 잊고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것'정도의 의미가 있다.) - 삶의 의미
방구들(밑으로 고래를 켜서 방을 덥히게 만든 방바닥. 온돌) 선득선득(살갗이나 몸에 갑자기 서느런 느낌이 드는 모양)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연탄차'에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시인은 이를 재해석해서 그것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연탄의 속성으로 자신을 태워서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줌)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자신의 따뜻한 삶을 있게 한 존재를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자신을 불살라 방구들과 밥과 국물을 덥히는 헌신적(희생적)인 존재]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나무'와 같은 삶을 살지 못한 시적 자아의 반성. 시적 화자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보지 못한 자신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 연탄의 의미와 사랑의 실천에 소극적인 '나'의 태도에 대한 자책
생각하면 / 삶이란 /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자신을 부수어서 빙판 위에 사람들이 디딜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남을 위해서 헌신하는 삶)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고통스러운 세상, 험한 세상)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자신의 헌신적인 삶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는 일)
-- 이해와 감상 --
시인은 연탄 한 장을 바라보다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연탄의 속성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신은 타고남은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것이 두려워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 되지 못하였'던 삶을 살아왔구나 하고 반성한다. 이 세상사는 동안 우리가 하는 일이 결국 타고남은 재처럼 쓸쓸한 결말로 내게 온다 할지라도 의미 있는 일을 위해 몸을 태우는 일,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일' 그 자체로서 삶은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시인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 허무한 한 덩이 재마저 산산이 으깨어 미끄러운 세상에 마음놓고 걸어갈 길을 만드는 일에 바치는 삶이 있다는 걸 생각한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연상하게 하는 시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잊어서는 안 될 가치 중 하나가 바로 나눔과 헌신이 아닐까 한다. 이것은 그 어디서나 누구에게 건 불변의 가치가 아닐까? 아낌없이 나눈 후에 찾아오는 행복은 아마도 법정 스님이 <무소유>에서 말씀하고 계신 "다 비우고 나야 비로소 채워진다"는 불교적 깨달음과도 통한다.
-- 심화 자료 --
안도현(1961∼  ) 
  : 시인.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 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등이 있고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관계', '사진첩' 그리고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등이 있다.
(1) 이 시에서 '연탄'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고, 그것과 바꾸어 볼 수 있는 사물과 그 이유를 말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특히 2연에서 '연탄'의 의미를 파악해 보도록 하고, 이 시의 '연탄'처럼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하여 마지막까지 헌신하는 사물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사랑이란 누군가의 배경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 시에서의 연탄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을 태워서 다른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주고, 마지막에는 스스로를 부수어서 빙판 위에 사람들이 디딜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그저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살 수 있는 삶을 시인은 연탄에 빗대고 있는 것이다
(醴泉)'
|작성자 허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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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중국 古詩 10 2016-12-25 0 3088
448 "술타령" 시인 문학소년소녀들에게 꿈의 날개를... 2016-12-12 0 2641
447 [명시감상] - 자유 2016-12-05 0 3057
446 3 = 30 = 2 = 6 = 15 = 1 = 두줄 2016-11-28 0 2779
445 시인, 시, 그리고 번역... 2016-11-27 1 3494
444 [명시감상] - 황무지 2016-11-27 0 3219
443 詩에 독자들이 밑줄을 긋도록 써라... 2016-11-26 0 2983
442 "150 000 000" 2016-11-26 0 3051
441 테트 휴즈 시모음 2016-11-26 0 2928
440 미국 시인 - 알렌 긴즈버그 2016-11-26 0 3231
439 이육사 시 중문(中文)으로 읽다... 2016-11-15 0 2969
438 타고르 詩를 보다... 2016-11-14 0 3332
437 남미주 아르헨티나 문학 거장 - 보르헤스 2016-11-07 0 2737
436 미국 녀류시인 - 에밀리 디킨슨 2016-11-07 0 3964
43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사랑할 날 얼마나 남았을가... 2016-11-06 0 4393
434 해외 시산책 2016-11-06 0 2813
433 미라보 다리 아래 강물은 지금도 흐르고... 2016-11-06 0 2997
432 아름다운 세계 명시속에 흠뻑 빠져나볼가... 2016-11-06 0 3912
431 프랑스 상징파 시인 랭보 시 다시 새기다... 2016-11-05 0 3487
430 "세계는 소리와 맹위와 불로 가득 차고"... 2016-11-01 0 2723
429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2016-11-01 0 3100
428 장편 서사시 <<백두산>> / 조기천 2016-11-01 0 4262
427 미국 "생태주의" 방랑시인 - 게리 스나이더 2016-10-28 0 4303
426 아랍 "망명시인", 령혼의 나팔수 - 니자르 카바니 2016-10-28 0 2741
425 타이타닉호는 침몰되지 않았다... 2016-10-20 0 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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