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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사슴 따라 놀고, 칡범 따라 놀아야...
2016년 01월 08일 05시 13분  조회:3903  추천:0  작성자: 죽림

 

 

1.시적 진술과 설명

 

 

 

시적 진술이란 시적 묘사와 더불어 시적 언술의 특징을 드러내는 큰 두 갈래 중의 하나로 구분하는 것인데 외형상 드러난 모양으로는 독백이다.그러나 이 독백은 의미있는 깨달음을 바닥에 깔고 있어 정서적 호소력이 큰 표현이다.

 

 

 

 

A)배꽃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

혹은 외동면

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박목월「달」

 

 

 

B)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싫여

……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보리라.

 

 

 

-박두진 「해」

 

 

 

A)와 B)는 시적 묘사와 시적 진술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차이이다.시적 묘사는 근본적으로 언어를 회화적으로 가시화하고 시적 진술은 독백의 양상으로 가청화하지만 시적 진술은 시각적 인식과 맞닿아 있는 묘사와는 달리 청각을 통한 설득과 깊은 관련을 지니고 있다.

 

 

 

 

2.진술의 특성

 

 

 

A) 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이상,「家庭」

 

 

 

B)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 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김수영「꽃잎․1」

 

 

 

 

시적 묘사가 가시적,제시적,감각적이라면 시적 진술은 가청적,고백적,해석적이다.A)에서 내가 문을 열수 없는 까닭은 문고리가 잠겨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활고에 의한 두려움때문이다.즉 ‘암만잡아다녀도’는 ‘잡아당기기조차 두려운’의 반어적 표현인 것이다.B)는 다분히 자조적인 말투로 표현이 평이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 진실의 파장은 그와 다르다.화자가 머리를 숙이는 대상은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이다.그만큼 고개숙일 대상이 없다는 말이다는 자각과 통탄이다.

이 가청적,고백적,해석적인 시적 진술은 관찰을 통한 감지라기보다 관조를 통한 감지쪽이다.

 

 

 

 

3.진술의 종류

 

 

 

시적 진술은 스스로가 시적 대상이 되어 반성하고 기원하는 독백적 진술,자기의 주장을 불특정 개인 또는 다수에게 적극동조를 요청하는 권유적 진술,일정한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해석과 비판의 형태의 해석적 진술로 나뉜다.

 

 

 

4.넋두리와 독백적 진술

 

 

 

진술형의 작품 가운데 흔히 발견되는 유형 중의 하나는 넋두리 형태의 표현이다.독백적 진술을 잘못 이해한, 자기 감정의 적나라한 표현이 그것이다.시인은 시를 감정을 발산하는 장소로 착각하면 안 된다.또한 자각과 반성으로 점철된 새로운 깨달음이 있어야한다.

 

 

 

 

5.피상적 주장과 권유적 진술

 

 

 

권유적 진술에 실패하는 주된 원인은 자신의 주장을 성급하게 남 앞에 내보이고 싶은 과시욕에 있다. 주어진 문제를 탐구하기보다 주어진 문제를 이용하여 자기를 앞세우고 싶은 욕망의 결과이다. 치열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세계를 단순한 주장이 아닌 깨달음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진술형의 시는 장식적 수사를 많이 동원하여 청중을 설득하려는 연설문이나, 자극적 수사를 펼쳐 청중을 유인하려는 선전문과는 다르다. 시는 어디까지나 절제된 언어로 된 세계이다. 시가 비유와 상징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것도 절제된 언어로 세계를 인식하려는 양식상의 미덕을 기초로 하고 있는 탓이다.

 

 

 

6.자기 중신적 사고와 해석적 진술

 

 

 

해석적 진술은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해석과 비판이 있어야한다.앞에서 본 김현승의 「눈물」에서와 같이 독자적이고 새로운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 중심적 사고만을 담은 시가 될 수 밖에 없다.따라서 깊은 공허한 상념을 시적 공간으로 이룩하기 위해 깊은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7.진술과 묘사의 어울림

 

 

 

진술형의 시에도 묘사가 사용된다. 시적 진술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서경적 요소나 서사적 요소가 필요할 때나 또는 대상을 구체화하여 들려주고 싶을 때는 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적 진술의 구조와 시점

 

 

 

시적 묘사의 구조는 대체로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1.시적 묘사는 대상에 대한 관찰을 축으로 하고 있으므로 관찰의 시각이 일차적으로 작품의 구조를 결정한다.

2.관찰하는 대상이 어떤 성질의 것이냐에 따라 구조가 달라진다.

그러나 시적 진술은 관찰이 작품의 축이 아니라 해명이 작품의 축이다.그 해명이 어떠한 형태이든 자성이라는 깨달음을 핵으로 갖고 있다. 그 깨달음은 가시적이고 감각적인 형태의 어떤 것이 아니라 관념적인 형태의 어떤 것이다. 보여줄 수 있기보다 들려줄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시적 진술은 들려주고 싶은 것을 어떤 형태로 말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구조가 결정된다.진술은 자성과 해명의 직접적 표현이므로 그 시점은 의식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

 

 

 

1. 독백적 진술

 

 

 

독백적 진술의 구조를 살펴보면 회고적 시점과 기원적 시점의 두 가지 시점이 발결된다.

회고적 시점은 과거를 통한 현재의 반성 형태를 띠고 있고 기원적 시점은 과거와 현재의 반성을 토대로 한 미래의 삶에 대한 희구의 형태를 띠고 있다.

 

 

 

a.회고적 시점

 

 

 

실제로 모든 시는 독백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시라는 문학 양식이 시인의 체험 그 자체를 형식화한 것이기 때문이다.이러한 체험적 사실의 예시적 진술은 줄일 수가 없다.줄이면 시적 내용 자체가 없어진다.

 

 

 

b.기원적 시점

 

 

 

희구, 소망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 속의 삶에 대한 반성을 그 밑바닥에 깔고 있기는 하지만, 반성에 그 진술의 초점이 모아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기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회고적 독백이든 기원적 독백이든, 시 속의 독백은 시적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적 차용이다. 그러므로 그 방법적 차용은 엄격할수록 좋다.

 

 

 

2. 권유적 진술

 

 

 

권유적 진술은 진술자가 자신의 주장을 남에게 설득하는 내용을 갖는다. 그러므로 그 구조는 진술자로서는 이미 깨달은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이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무시한다는 전제를 그 밑바닥에 깔고 있는 형태이다.

권유적 진술에는 관행적 형태의 권유와 비관행적 형태의 권유가 있다.

 

 

 

a. 관행적 시점

 

 

 

관행적 형태의 권유로는 어떤 단체나 행사의 기념시가 전형적인 보기이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관행적 형태의 권유는 일정한 단체나 행사가 지향하는 이상이나 목적을 염두에 둔 권유이다.그러므로 진술자의 주장은 단체나 행사가 지향하는 이상과 합치되는 방향에서 전개된다.하지만 그런만큼 관행적 형태의 권유에는 한계가 있다.

 

 

 

b. 비관행적 시점

 

 

 

비관행적 형태의 권유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자유로운 주장이 가능하다.

고은의 「화살」(이하 A)과 강은교의 「가을의 書」(이하 B)를 보면 A의 경우 구어체를 B의 경우 문어체의 권유적 진술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구어체의 권유는 그 특질상 항상 웅변투의 반복되는 시구와 리듬을 갖는다.그런 반면 문어체의 B의 경우는 섬세하게 듣거나 읽어야 한다.이 작품은 상당 부분이 심상을 주관적으로 묘사한 묘사 시구를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3. 해석적 진술

 

 

 

해석적 진술은 시적 대상에 대한 나름의 이해와 비판을 토로하는 형태이다.

시적 대상에 대한 감각적 인식을 가시적으로 제시하는 것(가시화)이 아니라 직접 토로하는 것(가청화)이라는 점에서 묘사와 구분되고,

심정적 토로가 아닌 일정한 시적 대상에 대한 해석의 토로라는 점에서 스스로가 대상이 되어 자기 반성을 진술하는 독백적 진술과 구분되며,

또 대상에 대한 나름의 이해와 비판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자기의 주장을 제3자에게 관철시키려 하는 권유적 진술과 구분된다.

 

 

 

a. 관조적 시점

 

 

 

 

관조적 시점의 해석은 대상에 대한 이해를 지향하고, 풍자적인 시점의 해석은 대상에 대한 논평을 지향한다.

관조적 해석은 그 양상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존재와 의미의 탐구를 통한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해를 보여 준다.

문제는 해석적 진술이 얼마나 우리의 공감과 감동을 얻어낼 수 있느냐이다.

'서정시는 어떤 진술도 당장 진리가 되는 그런 영역이다'라는 말처럼 과학적 진리와는 다르게 하나의 정답 위에 세워져 있는 논리가 아니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정서를 그 바탕으로 발해지는 언술이기 때문에 우리의 공감을 얻지 못할 때, 그 진술은 힘을 잃는다.

 

 

 

 

b. 풍자적 시점

 

 

 

풍자적인 시점의 해석적 진술은 일종의 시적 논평이다.

관조적인 형태가 비판보다 대상에 대한 의미론적 또는 존재론적 탐구를 통한 세계의 이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면, 풍자적인 형태는 대상 그 자체에 대한 탐구보다 그것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보다 관심이 있다.

그러므로 풍자적인 형태의 진술은 보다 사회적이고, 또 윤리적인 해석을 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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